2021년 9월 29일 수요일

호주와 중국이 싸우자 한국의 하늘이..

호주는 한때 열혈 친중행보를 보여 준 국가입니다. 그러던 것이 중국이 호주의 정치와 경제를 잠식한다는 두려움이 호주 국민들 사이에 일면서 두 국가 사이의 우정에는 금이 가기 시작했습니다. 호주에서 중국인의 횡포가 심해지자 호주 국민들은 서서히 반중정서를 가지게 되었습니다. 그것에 대한 KBS의 다큐멘터리가 유튜브에 올라와 있어서 첨부합니다. 시간이 되시는 분들은 한번쯤 보셔도 좋을 다큐라고 생각합니다.

KBS 시사기획 창 제330회: 호주, 중국에 맞서다

중국은 타국을 자신들에게 굴복시키기 위해서 무역보복이라는 수단을 자주 활용합니다. 호주를 상대로도 이 방법으로 압박을 하고 있습니다. 랍스터 수입금지, 석탄 수입금지와 같은 방법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인구에서 압도적인 차이가 나는 호주는 즉시 타격을 받았습니다. 호주 역시 일정 수준의 피해를 감수하고 중국과 맞서고 있습니다. 덕분에 호주에 해군 거점 기지를 만들어서 미국이 가진 태평양 패권을 조금씩 빼앗아 오려던 중국의 전략에 차질이 생겼습니다.

김지윤 박사님의 영상도 재미있어서 영상 첨부를 하나 해두겠습니다. 관심있는 분들은 보시면 재미있을거라고 생각합니다.

김지윤의 지식Play, 호주는 왜 중국을 싫어할까? 호주-중국 무역 갈등에 숨겨진 이야기!

중국은 에너지 생산의 50% 정도를 화력 발전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또한, 발전을 위해 사용하는 석탄의 과반이 호주산입니다. 최근에는 중국이 무역보복을 하겠답시고 호주산 석탄을 사오지 못하게 되자, 중국은 때아닌 전력난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자료 : 블룸버그

석탄 부족으로 전력공급에 숏티지가 생기자, 중국은 최악의 전력난을 겪고 있습니다. 공장이 멈추고, 신호등이 꺼지는 등 도시가 암흑천지로 변했습니다.

작년 12월, 중국 광동성 광저우시가 블랙아웃으로 암흑천지가 된 모습
자료 : 자유아시아방송

사실 이번 중국의 블랙아웃이 있기 전에 작년 12월에도 대규모 정전이 있었습니다. 이유는 역시 전력 숏티지 때문이었는데, 호주로부터 석탄 수입을 금지하기로 한 시기였습니다. 그 이후에 전력 숏티지가 빈번하게 발생하면서 이번과 같은 대규모 정전사태가 또 예고없이 발생했습니다.

자료 : 블룸버그

낙후된 서부지역을 제외하고 거의 대부분의 지역이 전력사용 억제지역에 포함되었습니다. 실제 중국의 도시들이 멈추고, 공장이 멈춰 섰다고 하는데 인공위성으로 살펴보면 어떨까 싶어서 살펴보았습니다.

2021년 여름, 먼지 발생 위성지도
자료 : earth.nullschool.com

실제로 우리나라에는 먼지가 거의 없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중국 본토의 오염이 조금 심하지만, 저건 평소에 비하면 아주 깨끗해진 상황입니다. 중국 본토의 평소 모습은 다음과 같습니다.

2021년 봄, 먼지 발생 위성지도
자료 : earth.nullschool.com

위성 사진의 시뻘건것들이 전부 미세먼지들입니다. 화면만 봐도 숨이 턱 막히네요. 원래 중국본토는 항시 저렇게 온 국토가 시뻘건 상태입니다. 그래도 저 정도 상태에 비하면 요즘은 깨끗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자료: 네이버

요즘 우리나라의 미세먼지와 초미세먼지 현황입니다. 거의 매일 0 아니면 아무리 높아도 9를 잘 넘지 않습니다. 아주 숨쉬기가 좋고, 가시거리도 좋습니다. 파란 하늘을 보는 재미도 아주 쏠쏠합니다.

일전에 위정자들이 그랬었죠. '고등어를 구워 먹어서 미세먼지가 발생한다'는 둥 '디젤차량 운행이 많아서 미세먼지가 발생한다'는 둥 말이죠. 

정작 엄청난 오염물질이 중국에서 날아오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눈가리고 아웅식으로 차량2부제 등을 강제시행하면서 시민들을 통제하는 모습은 차마 눈뜨고는 못 봐줄 한편의 코미디였습니다.

저는 그때 우리나라의 모든 기계가 멈춰도 미세먼지는 안 없어질거라고 지인들에게 말했었는데, 지금은 우리나라가 산업활동을 멈추거나 차량 운행을 안하는 것도 아닌데 감쪽같이 미세먼지가 사라졌네요.

중국과 미국 사이에서 외교를 하느라 미세먼지의 원인이 중국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말하지 못하는 정치인들의 심정을 모르는 건 아닙니다. 그래도 지금 정부나 이전 정부나 자꾸만 자국민 탓을 하고 자국민들에게 윽박 지르는 것은 심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2021년 여름 파주에서 <사진 : 송종식>

2021년 여름 부여에서 <사진 : 송종식>

2021년 여름 세종에서 <사진 : 송종식>

2021년 여름 부산에서 <사진 : 송종식>

올해 하늘이 예쁘고 가시거리가 좋아서 유독 풍경 사진과 하늘 사진을 많이 찍었습니다. 위에 올린 사진은 그 중 몇장입니다. 길을 걷다가 예쁘면 폰을 들고 대충 찍어도 공기가 좋으니 사진도 예쁘게 나왔습니다. 이렇게 예쁜 나라인데 중국인들 때문에 오염이 돼서 그동안 잿빛 하늘을 보고 살아야 했습니다. 지도자들과 언론은 우리나라 국민들만 탓하기 바빴습니다. 다음부터는 부디 중국에게 할말은 할 수 있는 지도자가 나오면 좋겠습니다.

사실 우리나라의 공기가 이렇게 좋은 것은 계절탓이 더 큽니다. 북서풍이 부는 겨울과 봄 전후로는 중국에서 미세먼지가 몰려와서 공기가 나빴습니다. 반대로 남동풍이 부는 여름에는 그래도 중국에서 넘어오는 먼지들을 바람이 밀어내 주어서 어느 정도는 파란 하늘을 볼 수 있었습니다. 거기다가 올해는 중국의 공장들이 멈추면서 남동풍과 콜라보를 이루어 우리나라에서는 아주 선명하고 파란 하늘을 만끽할 수 있었습니다. 좋은 대기질과 날씨 덕분에 대기오염에 관심 없던 분들조차도 환경에 관심이 생겼다고 말을 할 정도입니다.

중국에서 넘어오는 미세먼지의 심각성에 대해서는 올해 봄에 미세먼지가 역대 최악의 상황으로 심각할 때 남겨둔 기록이 있으니 그 포스팅도 한번쯤 보시면 좋겠습니다. 링크로 남겨두겠습니다. 지금 이 포스팅을 보시다가 그때의 상황을 보시면 정말 확연한 차이를 느낄 수 있을거라고 생각합니다.

어쨌든 호주와 중국의 분쟁 덕분에(?) 우리나라의 하늘이 맑아지는 결과를 낳았습니다.

또한, 전기 숏티지 문제로 중국은 GDP 성장률이 꺾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습니다. 투자자들에겐 크게 상관 없는 이야기들이지만, 꼭 투자가 아니어도 세상 돌아가는 걸 지켜보는 눈은 뜨고 있으면 좋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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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9월 27일 월요일

장사하는 사람의 태도 (손님은 걸레짝?)


점심시간이라 식당엔 손님들이 많았다. 삼삼오오 모여서 식사를 즐기는 직장인 손님들도 꽤 있었다. 

남에게 민폐를 끼치기 싫어하는 나는 가게 맨 구석에 딱 하나 있던 2인석에 자리를 잡았다(이 가게는 기본테이블이 4인석이다). 

그런데 주인 아주머니께서 급하게 다가와서 말을 걸었다. 죄송하지만 옆으로 한칸 더 들어가 달라는 주문이었다. 점심시간이니 단 한 자리라도 더 효율적으로 돌려서 돈을 벌고자 하는 마음은 잘 이해한다. 그래서 나는 처음부터 맨 구석의 작은 테이블에 앉은 것이다. 혼자서 다인석을 잡고 앉아 있으면 민폐임을 아니까. 

나의 그런 배려에도 불구하고 사장님은 내가 더 깊숙한 테이블로 이동하길 요구했는데 그 테이블은 내가 보기엔 못 쓰는 테이블인 줄 알았다. 

걸레인지 수건인지 모를 청소도구들이 세탁된 채 주렁주렁 널려 있었기에. 그런 자리에 앉으라니 기분이 몹시 나빴다. 그래도 식당이 가장 바쁜 시간이고 나만 참으면 그만이니 밥만 빨리 먹고 그 가게를 뜰 생각이었다. 

내 손으로 의자와 테이블에 널려 있는 말린 걸레 같은 걸 일일이 치웠다. 그리고 그 자리에 앉아서 밥을 기다렸다. 잠시 후에 밥이 나왔다. 

열심히 밥을 먹고 있는데 사장님이 왔다갔다 하면서 계속 내 자리를 쳐다 보셨다. 물론 내 자리만 쳐다본 건 아니었다. 손님들이 가급적 밥을 빨리 먹고 자리를 비워 주기를 바라는 눈치였다. 테이블 회전에 목숨을 건 눈빛이라는 건 누구라도 알 수 있었다. 손님을 케어해 주기 위한 눈빛은 아니었다. 너무 눈치가 보여서 밥을 코로 마시듯이 위장으로 마구 쏟아넣고 나왔다. 

사장 아주머니는 계산대에서도 최악의 태도를 보여 주셨다. 내가 결제를 하겠다고 서서 기다리는데도 명품백에 든 현금을 세느라 정신이 없었다. 앞팀에서 현금 결제를 하고 갔고 가방에 모아 둔 현금과 계산을 하기 위함이었나보다. 

돈을 다 세셨는지 사장님은 내 카드를 낚아 채듯이 가져가서는 결제 후 카드를 손에서 손으로 전해주는게 아니라 결제테이블 위에 던지듯이 휙 놓았다. 

나는 너무 화가 났지만 이 자리를 뜨면 그만이라는 생각에 "안녕히 계세요"라는 인사를 하며 도망치듯 가게에서 나왔다. 그 사장님은 나와 눈도 마주치지 않고 인사도 하지 않은 채 다음 업무를 위해 자리를 바삐떴다. 

식사비가 싼 것도 아니고 공짜로 밥을 달라고 한 것도 아닌데 왜 이런 참담한 기분을 느껴야 되는지 모르겠다. 

그 여사장님은 사람들에게 음식을 파는게 아니라 손님들을 돈 복사 기계 정도로 보는 사람이었고, 짧은 인상에서 돈미새(돈에 미친 새x) 냄새가 강하게 났다. 

앞으로 그 가게는 두번 다시 가지 않을 것이다. 나는 동네에 놀러오는 손님 접대도 종종 하는 편이다. 단골을 트면 손님들을 많이 몰아 주는 편인데, 그 가게는 아웃이다. 불쾌함이 가시지 않아서 아까 먹은 점심을 토할 것만 같다. 

* 지나친 돈미새가 되레 돈과 멀어지는 사례 중 하나일 것이다. 위의 사례: 손님이 떨어져 나감.


2021년 9월 26일 일요일

2020년 CSS 사용 경향

The State of ~ 시리즈의 2020년 자료를 조금만 훑어보고 정리하자. 시간이 조금 지났기는 했지만 지금도 유의미하게 도움이 될 것이다.

The State of CSS


먼저 The State of CSS다. 2020년도에 CSS 개발자들의 생각을 다양한 통계를 통해서 엿볼 수 있다.


우선 The State of CSS 설문에 참여한 사람들 대부분은 영미권에서 CSS를 다루는 개발자들이다. 이를 감안하고 아래의 통계를 들여다 보자.


설문에 참여한 사람 절반 정도가 프론트엔드엔지니어였다. 그 다음 27.5%가 자신을 풀스택 엔지니어라고 했으며 세번재로는 17.2%의 사람들이 웹개발자였다.

예상대로 프론트엔드엔지니어들은 CSS를 능숙하게 다루어야 하니 가장 많은 사람이 CSS를 쓴다고 했다. 백엔드 개발자들은 고객과 만나는 최접점에 있는 화면단 기술인 CSS에는 무관심하였다. 의외로 UI/UX 디자이너들이 CSS를 다루는 사람이 적었다. 영미권에서도 이들은 그래픽 도구로 그림이나 화면 그리기만 끝내고 자신들의 할일을 끝내나보다.


70%에 가까운 사람들이 2010년 이후에 CSS를 다루기 시작한 사람들이다. 확실히 프론트엔드 쪽의 인기는 젊은 사람들에게 높다. 주니어들이 시니어들보다 더 잘 하는 분야이기도 하다. 10년에서 20년 정도 경력이면 나이대가 30대 후반에서 50대 초반인텐데 오랫동안 짬밥을 먹은 시니어들이다. 20년 이상인 사람들은 WWW이 시작할 때부터 이 분야에서 밥벌이를 한 사람들이다. 노년기에 접어든 사람들이 많을텐데 여전히 현역에서 뛰고 있는 게 대단하다. 우리나라도 이렇게 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CSS 마스터 레벨 즉, CSS의 모든 선택자와 규칙에 대해서 90~100% 수준으로 다 알고 있다고 답한 사람이 5.5%나 된다. 정말 대단하다. CSS 마스터라고 자부하는 나도 가끔 신기한 선택자와 규칙들을 발견할 때가 있다. 그래서 100% 다 안다고는 절대로 말하지 못한다. 그런데 100%라고 대답하는 분들이 저렇게나 많다니 역시 세상은 넓고 고수는 많다.

지표를 보면 많은 CSS 개발자가 CSS의 전체 규칙 중에서 절반 조금 넘어서는 수준만을 알고 있거나 이해하고 있는 듯 하다. 물론, 실무를 하다보면 모든 걸 알아야 할 필요는 없다. 자주 사용하는 규칙들은 대부분 정해져 있고 한정적이다. 그래서 저 정도만 안다고 해서 특별히 실무를 하는데 큰 장애는 없을 것이다. 다만 하나라도 더 알면 어렵게 처리할 작업도 손쉽게 끝낼 수 있을 것이다.


분야별로 많이 쓰는 기능들을 묶은 것이다. 희미한 부분은 '기능을 사용하는 방법에 대해 알고 있다'는 것이고 그 안에 진하게 칠해진 것은 '실제 실무에서 사용한 적이 있다'는 것을 표시한다.

좀 의외인데 CSS를 다루는 사람들 대부분이 애니메이션과 관련된 기능을 굉장히 많이 알고 있고 또, 잘 쓰고 있다는 것이 놀랍다. CSS의 주된 기능은 일단 애니메이션 기능이 아니기 때문이다. 시맨틱하게 잘 구성된 네이키드 HTML 문서를 이용자들이 보기 좋게 옷을 입히는 것이 CSS 사용의 주된 목적이다.

그래서 기본적으로 당연히 사용해야 하는 font-family나 예전에는 float로 처리했지만 요즘은 레이아웃을 잡는데 flex를 많이 사용하니 저것들의 사용량이 높고 CSS 개발자들의 지식 수준이 높은 것도 이해는 한다. 애니메이션은 정말 의외였고, CSS를 이용해서 사용자 인터렉션이나 동적 효과를 주기 위해서 애니메이션을 조금 더 적극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겠다고 느꼈다.

Transitions, Transforms는 94%가 넘는 높은 사용률을 보였다. Animations도 91%가 넘는 이용자가 이용했다.


다른 건 나도 종종 쓰고 익숙한데 perspective라고 하는 신기한 프로퍼티가 보인다. 원근법이라고 하는데 완벽한 3D 기능을 구현할 수 있는 건 아니지만 이 기능을 사용하면 Z 축을 하나 만들어서 거리감을 표현할 수 있게 도와주는 것 같다. 나도 아직 완벽하게 이해는 안됐지만 대충 그런 것 같고 따로 시간을 내서 이 프로퍼티에 대해서 공부를 해봐야 할 것 같다. 잘 쓰면 재미있는 효과를 낼 수 있겠다. MDN Web DOC에 소개된 perspective


@font-face는 외부 폰트를 쓰려면 사용해야 하니 거의 대부분의 프로젝트에서 사용되는 듯 하다. line-break 프로퍼티는 CSS3에서 새로 추가된 것인데 CJK(한중일) 문장의 줄바꿈을 할 때 유용하다. 글자나 문자가 애매하게 잘리면 보기 싫게 되기 때문에.


calc()의 사용률이 92%에 육박할 정도로 올라왔다. 이제는 CSS 개발자들도 calc()를 능숙하게 쓰는 듯 하다. 예전에는 자바스크립트를 써야 했던 일부 계산을 calc()를 사용하면 CSS로 바로 처리할 수 있다. 예를들어서 가변적인 너비를 가진 컨테이너 안에 들어있는 block 엘리먼트의 너비가 컨테이너보다 항상 20픽셀 작은 상태에서 변동하길 원한다면 width: calc(100% - 20px)이라고 사용하면 된다. 정말 간단하다. +, - 기호 사이에는 공백이 있어야 한다.


사용하는 치수 단위는 당연하게도 고정값을 위한 px와 유동값을 위한 %가 가장 많다.

그 다음 vh, vw, em, rem은 모바일 기기나 반응형 웹에 대응하기 위해 많이 사용하는 치수들이다. vh와 vw는 각각 높인와 너비를 100등분 하여 기기의 높이나 너비 대비 얼마의 치수를 만들 것이냐 하는 것이고, em과 rem은 루트 엘리먼트의 폰트 크기로 부터 폰트 사이즈를 상속받아 폰트 사이즈를 반응형으로 대응하는데 사용된다. 실제로 모바일 페이지를 만들 때, px와 em, rem이 표현하는 방식이 매우 다른데, 각자 장단점이 있으니 프로젝트 특성에 맞게 사용하면 된다.

vmin과 vmax는 브라우저 지원이 아직은 불안정하다. 그래서 사용률이 확 떨어지지만 잘 알고 있으면 유용하다. 너비와 높이 중 더 긴 것을 vmax, 더 짧은 것을 vmin에 대응한다. 따라서 너비 300픽셀, 높이 1000픽셀의 기기가 있다면 1vmin은 3픽셀 1vmax는 10픽셀을 반환한다. 다양한 기기에 대응해야 하고 이 기기들의 정확한 높이와 너비에 맞는 div를 씌우고자 한다면 100vmax, 100vmin을 적용하면 된다. 사용하기 까다로운 height: 100% 같은 것을 사용하지 않아도 되고, 스크립트를 쓰지 않아도 된다.


역시 Pseudo Element 중 가장 많이 사용하는 것은 :before와 :after다. 과거에는 브라우저 지원이 미비해서 무작정 사용하기가 애매했지만 이제는 대부분의 최신 브라우저에서 잘 지원한다. :before와 :after를 잘 사용하면 불필요한 마크업 낭비를 줄이고 다양한 기교를 부리고 가상의 디자인적 요소를 표현할 수 있다.


이 부분은 CSS의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Cascading의 핵심인 부분이다. 자손 연결자는 당연히 100%가 사용되어야 하는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사용률이 98%였다. 나머지 2%의 사람들은 그냥 직접 클래스나 아이디 선택자를 사용하고 자손 연결자는 사용하지 않는 것 같다

직속 자식만을 선택하는 > 선택자는 진짜 오래전에 브라우저들이 CSS의 기능들을 어설프게 지원할 때 후임 한명이 저걸 쓰길래 쓰지 말라고 엄청 혼냈었던 기억이 난다. 이제는 브라우저들이 잘 지원하기 때문에 자유롭게 써도 된다.

마크업을 잘 구성하고 CSS 설계를 잘 하면 +와 ~를 사용할 일은 거의 없지만 알아두면 급할 때 요긴하게 쓸 수 있을 것이다.


:first-child, :last-child, :nth-child()도 이제는 정말 많이 쓰인다. 모두 90%가 넘는 사용률을 보인다. 불과 몇년 전 까지만 하더라도 여전히 구형 브라우저를 사용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그래서 이게 편리하고 좋은 걸 알면서도 쓰지 못했다. 그래서 불필요하게 클래스 네임을 지정해서 별도로 스타일시트 구문을 추가하거나 스크립트로 컨트롤을 해야했다.

그러나 이제는 간단하게 가장 첫번째 요소, 마지막 요소, 그리고 원하는 순서의 요소, 특정한 순서 패턴의 요소들을 CSS만으로 간단하고도 자유롭게 컨트롤 할 수 있게 되었다.

아래의 의사결정 클래스들도 정말 유용한 것이 많지만 아직 사용률이 낮은 것은 그만한 이유가 있다. 다양한 기기와 브라우저 대응이 아직은 어렵기 때문이다.


엘리먼트의 속성에 접근하는 선택자도 이제는 정말 많이 쓴다. ele[foo="bar"]의 사용률은 95%가 넘는다. ele[foo]도 브라우저 지원율이 높지만 ele[foo="bar"]가 더 많이 쓰이는 이유는 폼의 동적인 부분을 스크립트로 처리하지 않고 CSS만으로 처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체크박스나 라디오버튼을 예로 들면, 박스가 체킹 되었을 때와 체킹이 해제되었을 때 디자인을 따로 적용할 수 있는데, 예전에는 이런 부분을 별도 CSS클래스를 작성하여 스크립트로 처리하였다.

그러나 지금은 checkbox[checked="checked"]와 같이 체크가 되었을 때 상태 한줄만 추가하면 된다. 폼 요소의 경우 이것마저 줄일 수 있는데 :checked로 간단하게 컨트롤이 가능하다.

이와 같은 방법으로 스크립트로 처리할 부분의 상당 부분을 CSS에서 처리할 수 있으니 UI 드로우 처리가 훨씬 빨라질 수 있고 개발도 편리하다.


:link, :visited와 같은 선택자는 설명할 것도 없이 유명하고 앵커 태그 등에서 웹 초창기부터 자주 쓰이던 고전적 선택자다. 


:hover, :focus:, :active 클래스는 엘리먼트가 마우스의 위에 올라 가 있는지, 엘리먼트에 포커싱이 되어 있는지를 감지하여 스타일링을 할 수 있다. 이 역시 오래도록 애용되고 있는 고전적인 선택자다. 앵커 태그에서는 상당히 잘 작동하지만 앵커 태그 이외의 엘리먼트에서는 일부 브라우저에서 동작이 되지 않을수도 있으니 체크하면서 작업을 해야한다.


폼 요소들의 상태를 체크할 수 있는 CSS 선택자들이다. :checked와 같은 것은 널리 쓰이고 있으며 자바스크립트를 사용하지 않고도 라디오 버튼이나 체크박스의 상태를 자유롭게 디자인 할 수 있기 때문에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다.

폼의 활성 상태를 체크하는 :enabled, :disabled와 같은 선택자도 유용하게 쓸 수 있으며 기본 요구사항을 감지하는 :required와 같은 선택자도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다. 대부분의 브라우저에서 잘 지원한다. 그러나 일부 선택자는 11이상의 높은 버전의 브라우저에서도 지원되지 않을 수 있으니 확인을 해가면서 사용을 할 필요가 있다.

폼 요소들의 상태를 체크하는 CSS 선택자는 잘 알아두고 활용하면 스크립트 작업 노가다 시간을 많이 줄일 수 있다.


Sass의 경우에는 설문에 참여한 대부분의 CSS 개발자가 만족하고 있으며 사용하고 있는 기술이라고 답변했다. 이것을 보면 이제는 단순한 퍼블리싱이든 전문 FE를 하던 세계적 추세는 FE 환경에서 CSS를 개발하고 또 Sass와 같은 전처리기를 쓰는 것이 대세를 넘어 기본이 되었음을 알 수 있다. Sass를 아직 안 써 본 CSS 개발자는 없겠지만, 혹시 계시면 써 보시길 추천한다. 정말 끝내준다! 한번 사용하면 CSS 날코딩의 세계로 돌아갈 수 없다.

한때 대세로 여겨졌던 BEM 방법론은 만족하는 사람이 많지만 모든 사람이 BEM 방법론을 따르는 것은 아니다. 부트스트랩 CSS 프레임워크는 아주 많은 사람들이 사용해 본 적이 있지만 만족도는 지극히 낮았다.

눈여겨 볼 것은 PostCSS와 Tailwind CSS다. 사용해 본 사람들은 만족도가 아주 높다고 답했다. 그러나 아직 덜 알려져 있어서 이를 사용해 보았다는 사람은 매우 적었다.

PostCSS는 300여개에 달하는 플러그인을 사용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도구인데 CSS의 문법을 확장하거나 CSS 코딩을 매우 편리하게 만들어주는 도구들을 지원한다.

Tailwind CSS는 부트스트랩과 비슷한 CSS 프레임워크다. 정해진 디자인이 일관적이라 유틸리티 퍼스트 개발에 유리하고, 부트스트랩에 비해서 커스타마이징이 용이해서 만족도가 높다.

이 부분에서 새롭게 공부할 기술들이 몇가지 추가되었는데, PostCSS에 대해서는 꼭 한번 들여다 봐야겠다.


전처리기를 사용하였다는 의견은 전반적으로 다 높아졌다. 갈수록 CSS 작업을 할 때 날코딩이 아니라 전처리기를 거치는 것이 자리 잡고 있음을 느낀다. Less를 제외한 Sass, Stylus, PostCSS가 모두 사용한다는 응답이 늘었으며 특히 PostCSS의 사용량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전처리기 사용 만족도는 Sass보다 PostCSS가 더 높았다. 전처리기 사용을 한다면 Sass 또는 PostCSS를 사용하는 것이 좋겠다. 특히, PostCSS는 Sass의 만족도가 소폭 감소한 상황에서도 되레 만족도가 더 높아지는 경향을 보여주었다. PostCSS 공부 욕구가 뿜뿜하지 않는가?


CSS 개발자들은 Sass에 대해 거의 대부분 인지를 하고 있었고, PostCSS에 대한 인지도가 빠르게 올라오고 있는 것도 확인할 수 있다. 조만간 PostCSS가 Sass의 인기를 밀어낼지도 모르겠따. 둘은 특성이 조금 다르기는 하지만 교집합도 많다.


개인적으로 CSS 프레임워크를 사용하는 것은 좋아하지 않는다. 밑단부터 하나하나 만들어 올라가는 걸 좋아하는데 의외로 CSS 프레임워크도 많이들 사용하는 것 같다. 우선 앞에서도 이야기가 잠깐 나왔던 테일윈드 CSS 프레임워크의 만족도가 높다.


인지도만 놓고 보면 부트스트랩이 단연 압도적인데 사용 후 만족도는 높지 않았다. Tailwind CSS는 최근에 인지도를 급격히 키워나가고 있다. functional한 CSS 이용이 가능한 프레임워크라서 이 트렌드에 올라탄 것으로 보인다.


프로젝트에서 테일윈드를 사용했다는 응답이 2019년 6%에서 2020년에 무려 26%로 20%p나 증가했다. 만일 CSS 프레임워크를 도입할 예정이라면 현재 시점에서는 테일윈드 CSS에 대해서 검토해 보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가볍게 잘 만든 프레임워크인 것 같다. https://tailwindcss.com/

물론 나는 CSS 프레임워크를 쓸 생각이 없지만.


현재 가장 널리 알려져 있고, 많이 사용되는 CSS 코딩 방법론은 BEM 방법론이다. 어느 정도 규율이 있는 개발팀이라면 BEM 방법론을 도입한 곳이 많을 것이다.


그런데 CSS개발자들이 가장 만족감을 느끼는 방법론은 Atomic CSS 방법론이라는 서베이 결과가 나왔다. 물론 만족도는 BEM 방법론도 이에 뒤지지 않게 높았다.

Atomic CSS 방법론은 최근에 주목 받고 있는데 간단히 몇가지 특징을 언급하면 다음과 같다. Atomic CSS 방법론의 철학은 마크업과 CSS 파일이 애초에 분리된 게 이상하지 않느냐? 기본으로 돌아와서 템플릿 작업을 하면서 한꺼번에 스타일 작업도 하는게 논리적으로 맞지 않느냐는 가치관을 가지고 있다.

클래스 하나에 CSS 밑단 속성 하나가 대응된다. 검정색 1픽셀 선을 표현하는 border: 1px solid #000이라는 속성이 있다고 하면 이것을 .b10이라는 형태의 클래스로 만들고, 이것을 템플릿에서 직접 사용하는 것이다. 클래스 하나에 두가지 이상의 스타일시트 속성이 들어가면 Atomic CSS 규칙 위반이다.

장점은 CSS 작업을 할 필요없이 템플릿 작업과 동시에 스타일 작업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죽은 CSS 코드가 거의 발생하지 않고, CSS의 크기도 줄일 수 있다. 그리고 functional 하기 때문에 직관적이다.

단점은 구현하고자 하는 CSS 스타일이 미리 다 구현이 되어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그리고 사용하고자 하는 속성에 대응되는 클래스 이름을 모두 사전에 인지하고 있어야 하므로 익숙해 지기 전까지는 러닝 커브가 높다는 점이다.


역시 에디터는 Visual Studio Code가 대세!


브라우저 테스트는 역시 크롬 사용률이 압도적이다. 여전히 파이어폭스를 개발 테스트용 브라우저로 많이 쓰는 것은 신기하다. 익스플로러는 이제 거의 사장되어 가는 분위기다. MS에서도 더 이상 지원을 안한다고 하였으니. 여러모로 프론트엔드 개발자들에게는 다행이고 신나는 시절일 것이다. 옛날에 IE 6, 7, 8 맞추던 시절이 정말 최악인 시절로 기억될 것이다.


2021년 9월 23일 목요일

오징어게임, 돈과 인간 그리고 이념에 대한 잡생각 (Squid Game)

* 본 포스팅에는 결말과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넷플릭스의 신작인 오징어게임을 보면서 부분적으로 세상살이를 돌이켜 보았습니다. 아주 높은 사고 수준을 요구하는 드라마는 아닙니다. 재미에 있어서는 호불호가 많이 갈리는 것 같습니다. 저는 재미있게 봤습니다. 그러나 내용은 다소 뻔했습니다. 그래도 뻔한 내용에 뻔한 소리를 질러대는 드라마를 보면서 나름대로 인간들의 삶에 대해서 다시금 반추하는 기회로 삼아 보았습니다.

권력은 총과 돈, 격리에서 나온다


게임 참가자는 다수입니다. 게임 운영자들은 소수입니다. 그렇지만 소수의 게임 운영자들이 다수의 참가자를 지배합니다. 그들을 굴복하게 만든 힘은 1차적으로는 총입니다. 총칼 앞에서 대부분은 굴복합니다. 그 다음 통치 수단은 바로 돈입니다. 참가자들 내면 깊숙한 곳의 탐욕이 스스로를 고립시키고 노예의 길로 걸어가게 만듭니다.

지극히 상식적이고 당연한 이야기지만 역사는 늘 다수의 대중을 소수의 지배자가 총칼과 돈으로 지배해 왔음을 게임에서도 보여줍니다. 금권과 군사권을 쥔자가 인간사회의 권력을 쥡니다.

중간에 몇번의 사소한 봉기가 일어납니다. 그러나 총칼 앞에서 곧 진압됩니다. 만약, 대규모 봉기가 성공했더라도 그 다음은 고립에 대한 이슈가 떠올랐을 것입니다.

서울대 상우는 본인의 노력만으로 모든 것을 이룬것인가?


서울대 경영학과 출신인 증권맨 상우는 게임에서도 상위 0.43% 안에 들어갑니다. 참가자 465명 중 2등까지는 살아 남아서 올라가기 때문입니다.

상우는 매사 자신감이 넘치는 인물입니다. 그는 게임 후반부로 갈수록 자기가 여기까지 살아 남아서 올라온 것은 스스로의 노력과 능력 덕분이라고 말합니다. 그 외에 다른 사람의 도움이나 행운은 전혀 따르지 않았다고 주장합니다. 모든 것을 스스로의 노력만으로 이루었다고 강한 확신에 빠져 있는 상우를 통해서, 황동혁 감독은 실제 세상은 노력만으로 돌아가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노력만을 강조하는 세태를 꼬집으려 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서울대 상우는 자신을 친형처럼 믿고 따르던 알리를 속이고 배신하기도 했고,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 다른 참가자를 밀어 추락사 시키기도 했습니다. 그런식으로 게임의 최종 승리자 직전까지 올라온 것입니다. 서울대 상우에게는 그런것도 노력이면 노력이라고 믿는 게 아닐지 안타까웠습니다.

실제 극 막판에 기훈은 상우에게 말합니다.

"너처럼 그렇게 잘난 새끼가 왜 여기서 머리 나쁘고 능력도 없는 나하고 이러고 있냐"고.

바깥 세상에서 상우는 횡령 범죄를 저지른 범죄자에 지나지 않았습니다. 왜곡된 노력과 과도한 탐욕의 결과였습니다.

주인공 기훈은 본인의 노력만으로 465억 원을 얻은 것인가?


서울대 상우와 달리 기훈은 자신의 생존이 자기 능력 덕분이라고 말한 적이 한번도 없습니다. 다만, 게임 운영자들과 주변 사람들이 기훈을 부추기는 발언들을 합니다. 기훈이 파이널리스트까지 올라간 것은 누구의 덕도 아닌 기훈 본인의 노력 덕이라고 말입니다.

그러나 사실 그렇지 않습니다. 기훈은 첫번째 게임에서 조기 탈락할 운명이었습니다. 바로 그때 외국인 노동자 알리의 도움으로 가까스로 첫번째 게임을 통과합니다. 이런식으로 기훈은 매순간 주변의 도움으로 '운 좋게' 다음 스테이지로 넘어올 수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게임 운영자들을 비롯한 사람들은 게임의 결과만을 중시해서 그 결과에 대한 몫은 오롯이 기훈의 몫이며 모두 기훈의 노력만으로 얻은 것이라고 치켜세웁니다.

노력 만능주의 사회, 결과주의 사회에 대한 감독님의 비판적인 의견이 느껴졌습니다.

작은 게임마저도 복잡계다


우리가 실제 살아가는 세상에 비하면 오징어게임에 등장하는 게임들은 조건도 심플하고, 결과도 심플합니다. 세상의 극히 일부분을 엄청나게 정말 엄청나게 축소시켜 놓은 작디작은 모형에 불과합니다.

그러나 고작 465명이 참가하는, 룰조차 너무 간단한 이 게임의 결과는 복잡계의 산물로 탄생합니다.

이를테면, 기훈과 상우가 최종 우승자가 되기 위해서는 이론상 465명이 만들 수 있는 21만 5,000가지의 상호작용의 결과물을 얻었다는 이야기로 바꾸어 말할 수도 있습니다. 여기에 게임에 적용되는 여러가지 확률까지 더하면 이들이 살아 남아서 상금을 거머 쥘 확률은 거의 0%에 수렴합니다.

역설적으로 이런 확률에 도전하는 지능 또는 성향의 문제가 있으니 참가자들은 바깥에서도 늘 돈 때문에 걱정한 게 아닌가 싶은 생각도 들었습니다. 도박성향은 인생패망의 지름길입니다.

어쨌든 강화유리와 일반유리를 구분하는 게임만 놓고 봐도 그렇습니다. 기훈이 이 게임을 무사히 건널 수 있었던 것은 앞선 플레이어들이 일으킨 여러가지 효과 덕분입니다. 그들 서로가 가지고 있는 얽히고 설킨 관계들, 그리고 그들 각자가 가지고 있는 개인의 페르소나들. 그런 것들이 짬뽕처럼 조화되어 기훈이 해당 게임을 통과하는 결과를 낳게 됩니다. 그 변수들 중 작은 것 하나만 틀어졌어도 기훈은 해당 게임을 통과하지 못했을 것입니다.

드라마에 나오는 작은 게임조차도 매우 복잡계입니다. 하물며 실제 우리가 사는 세상은 훨씬 더 복잡계입니다. 

그래서 기본적으로 매사 노력하고 옳은 구조와 틀을 짜고 살아가야 하는 것은 맞지만, 개인의 모든 성공을 오롯이 자기 자신의 공덕으로만 돌리지는 말아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또한, 반대로 모든 실패 역시 내탓으로만 돌리지도 말아야 하겠습니다. 겸손과 용기, 그리고 자존감을 잘 믹스하여 현명하게 살아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세상은 혼자 사는 게 아니니까요.

가난한 자와 부자의 공통점에 대한 1번 할아버지의 뼈 있는 이야기


1번 할아버지는 극 후반부에 의미심장한 말을 남깁니다.

"가난한 자와 돈이 넘쳐서 감당이 안되는 부자의 공통점은 사는 게 재미가 없다는 거다."

의미심장한 이야기입니다. 표면적으로만 보면 가난한 사람은 삶이 지옥일 것입니다. 그야말로 생존만을 위해서 하루하루 살아 나가야 하니 삶이 재미가 없을 것입니다. 올라가고 싶은 이상이 높을수록 더욱 그렇겠죠.

부자들 역시 다른 쪽으로 삶이 무료하기는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극중에 나오는 VIP들 정도 되는 재력이라면 더더욱 그렇겠죠. 원하는 집, 차, 심지어 회사나 미녀, 맛있는 음식..? 그 무엇도 그들을 만족시키지 못합니다.

무엇을 얻기 위해서는 간절함이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그것을 얻기 위한 희망이 삶의 동력이 되어 많은 사람들이 살아갑니다. 그러나 VIP들은 그런 간절함이 전혀 없습니다. 원하면 무엇이든 손에 넣을 수 있으니 삶이 무료할 수 밖에 없습니다.

오징어게임 드라마에서 이 부자들은 자신들의 무료함을 달래기 위해서 대량살상 게임을 만들었습니다. 실제 현실 세계에서 인성이 망가진 일부 부자들은 대부분 주색에 빠지거나 주색 조차 지루하게 느껴지면 마약과 같은 향정신성 의약품에 손을 대기 시작합니다.

확실한 삶의 나침반이 없이 단지 명문대 입학만이 목적인 수험생은 목표로 하는 명문대에 입학하는 순간 목적이 달성되며 삶의 방향타를 잃어 버립니다.

강력한 기대감을 모멘텀으로 품은 주식은 그 모멘텀이 실현되면 되레 주가가 폭락합니다.

오로지 인생의 목표가 돈인 사람은 실제 돈을 손에 쥐고 나면 위와 같이 망가지는 케이스가 많습니다.

인간의 마음은 회복탄력성과 평균회귀 능력이 아주 좋습니다. 큰 사고를 겪어도 시간이 흐를수록 불행은 잊혀 집니다. 큰 행운을 얻어도 그 기쁨은 오래가지 못합니다. 인간의 마음은 항상 기쁨과 슬픔의 중간 어디쯤에 위치합니다.

이것을 이해하지 못하고 통제하지 못하면 극중 VIP들과 같이 반사회적 행동들을 하게 된다고 생각합니다. 주식시장과 부동산 시장에는 돈미새들이 많습니다. 돈미새에 해당하는 분들은 눈여겨 볼 필요가 있는 부분들이었습니다.

제 주변에는 큰 부를 얻고도 매일같이 하하하 웃으며 행복하게 살아가는 부자 지인들이 있습니다. 그들은 더 이상 돈에 집착하지 않습니다. 흙으로 돌아가기 전까지 그 동안 번돈을 사회에 돌려주는 재미로 살아갑니다. 청년 사업가들에게 투자와 멘토링을 하고, 대중들을 상대로 자신의 이야기를 공유하고, 사회의 많은 부분에 알게 모르게 기부를 하면서 유의미한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들에게서 부자가 되어서 행복하게 살아가는 힌트를 얻는 것도 좋아보입니다. 

오징어게임에 나오는 VIP들처럼 극단의 쾌락을 좇다가 살인기계가 되거나, 현실속에서 주색과 마약에 빠져 허우적대는 사람들처럼 되지 않기 위해서는 돈을 좇는 것도 좋지만, 삶의 본질에 대해서도 늘 사색하고 통찰하는 시간들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부자가 아니지만 제 경우에 추천드리는 것은 매일매일의 소일거리들을 하면서 사는 것입니다. 블로그에 글을 매일 쓰는 것, 책을 써 보는 것, 집 앞의 정원과 화단을 애정을 갖고 꾸며 보는 것, 코딩을 배워서 앱을 만들어 보는 것, 악기를 배우는 것 등 삶에서 얻을 수 있는 소소하지만 연속적인 행복의 요소들은 정말 많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네 삶이 어린 아이들 놀이나 쇼 같은 것은 아닐까?


사람들이 총에 맞아 쓰러집니다. 아수라장이 되고 여기저기서 공포에 질린 사람들의 비명이 터져나옵니다. 그런데 배경음악은 해맑기만 합니다. 거대한 수용소이자 살상의 장소는 아이들 장난감 같은 것들이 널부러져 있고, 색감도 러블리 하기만 합니다.

하루하루 열심히 살아가는 모두의 삶을 아이들의 장난 수준으로 바라 볼 생각은 없습니다. 저는 그런데, 오징어게임의 감독님이 연출하신 분위기와 매우 비슷한 느낌을 받은 적이 있습니다.

하루는 회사에 출근을 하고 있었습니다. 차가 매우 막혔습니다. 저는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는 것 모든게 꾸며진 연극같다"

'소중한 내 삶을 왜 이렇게 정체된 도로 위에서 보내야 하는지. 저 수 많은 사람들은 또 왜 그래야 하는지. 정말로 먹고 사는 문제가 이렇게 잠을 줄여가면서 치열하게 살아야만 해결되는 문제인지. 우리는 누구의 통제로, 무엇의 지시로 이렇게 레밍떼처럼 아침 저녁으로 삶을 버려 가며 이동해야 하는 것인지. 그냥 출퇴근을 안하면 안되는지. 진학, 취업, 출퇴근. 시스템이 만들어 놓은 이 모든 틀을 깨고 나가면 자유를 얻는 것은 아닌지?'

생각의 생각이 꼬리를 물고 이어졌습니다. 외의로 먹고 살기 위해 누군가가 만들어 놓은 이 거대한 연극같은 세상에 그렇게 발버둥치고 매달리지 않아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모든게 연극이고 쇼라고 생각해보면 머릿속이 맑아지면서 뭔가 명확해지는 아이디어들이 있었습니다.

사람이 죽어나가고, 피가 난무하는 상황과 달리 해맑고 밝기만 한 오징어게임의 연출을 보면서 묘하게 그때 했던 생각들이 다시 떠오르기도 했습니다.

시스템이 대중을 조종하고 사람을 괴물로 만든다


인간의 본성은 단지 선과 악으로만 구분짓기는 어렵습니다. 사자가 얼룩말을 잡아 먹는다고 해서 그것을 악이라고 하지는 않습니다. 고도화 된 사회에서 사람들은 본능을 가슴 속 깊은 곳에 숨기고 살아갑니다. 그러나 의사결정의 펀더멘털은 결국에는 본성에서 나옵니다.

오징어게임과 같이 극단적 환경에서는 이런 태도가 가슴 속 바깥으로 꺼내져서 적나라하게 표출됩니다.

단지, 가족을 부양하기 위해서 밀린 월급만을 받기를 원했던 알리는 본의 아니게 사장을 장애인으로 만듭니다. 탈북녀 새벽은 탈북 브로커에게 속아서 모은 돈을 계속해서 사기를 당해 날려버립니다. 이런식으로 다양한 사람들이 오징어게임에 들어오면서 말 그대로 생존본능을 발현하며 살기 위해 발버둥 칩니다. 평범한 사람들은 게임을 하나씩 진행하면서 점점 괴물로 변하갑니다.

다만, 사람들이 놓친 부분도 있습니다. 

모두가 협동해서 문제를 해결해 나갔다면 가급적 사망자를 줄이고 많은 사람들이 승자가 될 수 있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들은 시스템이 구상한대로 서로 죽이고 싸우면서 혼자만 살겠다고 사투를 벌입니다. 시스템의 계획에 말려든 것입니다. 

더욱 극단적인 카드도 있었습니다. 총칼이 무섭겠지만 게임 운영자들을 모두 살해하고 판을 뒤집어 버릴수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대중은 분열하고 반목하며 서로 믿지 못한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주었습니다. 북한 주민들이 김정은에게 찍소리도 못하고 통제 당하는 것 처럼요.

뭐, 민주국가들도 마찬가지기는 합니다. 시스템이 의도적인 메시지 하나를 대중에게 던지면 대중들을 그것을 덥썩 물고 서로 찢어 죽일 듯 싸우는 건 마찬가지입니다. '분할하고 지배하는 것, 그리고 분할하고 통치하는 것'. 이것이 시스템과 지도자들이 대중들을 다루는(?) 기본 전략입니다. 인간은 서로 믿지 못하고, 반목하도록 만들어져 있으니까요. 

이것을 깨고 유일하게 협력의 열쇠를 쥐고 움직인 사람이 극중에서는 기훈이었습니다.

판을 뒤집는 게 쉬운 것도 아닌 것은 사실이다


극 중에서 룰브레이커가 몇 명 나옵니다. 의사가 한명 나오는데 게임 참가자이기도 했습니다. 게임에서 탈락한 사람들의 장기를 해체해서 게임 운영자들의 장기매매를 도와줍니다. 그러면서 다음 게임이 무엇인지 미리 내부자 정보를 획득해서 생존을 이어가죠. 편법을 쓰는 룰브레이커입니다. 그러나 그는 중도 탈락합니다.

경찰 준호는 애초에 게임 참가자도, 운영자도 아닌 스파이로 섬에 잠입합니다. 그 역시 룰브레이킹을 하면서 다양한 정보를 수집하고 운영자들을 하나씩 죽이지만 결국 그 어떤 것도 바꾸지 못한채 프론트맨에 의해서 사망합니다.

총칼 앞에서 판을 뒤집는 것이 쉬운 것은 아님을 새삼 느꼈습니다.

시스템은 당신의 성공을 두고 보지 않는다


유리판독 게임에서 전직 유리 기술자였던 참가자는 해당 게임의 법칙을 발견합니다. 그래서 아주 쉽게 게임을 진행합니다. 그러나 시스템은 이를 두고 보지 않습니다. 즉시 해당 참가자가 찾아낸 비법을 무용지물로 만들어 버립니다.

예전에 인타임이라는 영화가 있었습니다. 거기서도 가난한 노동자였던 저스틴 팀버레이커가 무명의 부자로부터 막대한 자산을 증여받자, 시스템은 즉시 그를 체포해서 자산(시간)을 도로 빼앗으려고 합니다.

현실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흙수저인 여러분이 크게 성공한다면, 수 많은 기득권이 당신이 이룬 성취를 빼앗기 위해서 호시탐탐 노리고 있을 것입니다. 그 부분에 대한 대처는 항상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하고, 늘 상기하고 있어야 합니다.

시스템은 흙수저가 어떤 치트키를 찾아서 크게 성공하는 것을 가만히 두고보고만 있지는 않습니다. 일단 어떤 꼬투리라도 잡을 준비가 되어 있으며, 기득권을 위한 시스템의 수호자인 국세청과 경검찰은 치트키를 발견해서 성공한 흙수저를 밟아 없애기 위해서 늘 출동할 준비도 되어 있습니다.

드라마에서 게임 규칙은 제 멋대로 변하고 일관성도 없었습니다. 현실에서도 그렇습니다. 최고 권력층에게 법은 자기보호 수단입니다. 자기 입맛대로 바꾸고 해석할 수 있으며 그다지 지키지 않아도 돈, 권력, 인맥으로 처벌을 피해갑니다. 그러나 일반 국민들과 서민들에게는 엄격한 통제의 수단입니다. 시스템이 만든 사소한 규칙이라도 어기게 되면 칼같이 처벌합니다. 

또한, 누구하나가 성공하면 을끼리 꼬투리를 잡아서 시스템에게 신고하고 처벌을 종용하는 기현상도 생깁니다. 시스템은 즉시 성공한 을을 심판하기 위해 출동합니다.

퇴사할 것인가? 계속 다닐 것인가?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드라마에서 현실 세계를 회사라 치면, 오징어게임장은 퇴사한 사람들의 모임 같았습니다.

"회사는 정글이지만 밖은 지옥이다."

정말로 그것이 잘 묘사된 드라마였습니다. 경제적 자유, 시간적 자유, 파이어족이라는 단어에 세뇌된 분들은 한번쯤 잘 생각해 보시길 바랍니다.

유능하다고 알려졌던 몇몇 투자자들 조차도 지옥에서 견디지 못하고 유료리딩방 사업을 합니다. 지옥에서는 생존이 일단의 지상과제가 됩니다.

지나친 권선징악 (유비의 촉한은 망했지만, 기훈은 승리했다)


'사람들이 반목하지 않고 협력하여 승리를 이끌어 낸다'. 이상적입니다. 실제 세상도 그렇게 돌아가면 좋겠습니다. 감독님의 그런 바람이 드라마에 녹여진 것 같습니다.

흡사, 삼국지연의를 쓴 나관중과 오징어게임 감독님이 바라는 이상향이 비슷한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나관중 역시 지나친 현실주의자이자 실리주의자인 조조를 희대의 악당으로 만들었습니다. 반면에, 후퇴하는 길에 노인과 여자 등 백성들까지 일일이 챙긴 유비는 한껏 치켜 세웠습니다.

오징어게임 감독님을 나관중이라고 본다면 주인공인 기훈은 유비 캐릭터에 가까웠습니다. 남을 이기려고 하지 않고 사람들을 도왔을 뿐인데, 게임의 승리자가 됩니다. 물론 기훈도 중간에 할아버지에게 한번 사기를 치기는 합니다만, 기훈은 전반적으로 살상도 하지 않을 뿐더러 사람들을 도와 가면서 끝까지 함께 가기를 바라는 캐릭터입니다.

그러나 우리 현실은 어디 그렇던가요? 우리의 현실은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실제로는 유비형 캐릭터보다 조조형 캐릭터들이 더 성공합니다. 또한, 유비라고 어디 인의만 따질까요? 유비도 상당히 난폭한 성격의 소유자이며 흉악한 권모술수를 가진 정치가였습니다.

드라마 초반부터 느껴지는 권선징악의 향기에서 저는 게임의 최종승자가 기훈이 될 것이라는 것을 사실 초반부터 알아버렸습니다. 권선징악을 기반으로 한 뻔한 전개는 김이 새는 부분이었습니다.

자본주의 체제를 엎어버리자? 따뜻한 자본주의 체제를 이어가자?


저는 드라마 초반부에서 이 게임은 우리가 사는 세상을 축소한 것이라고 봤습니다. 그리고 이 게임을 기획한 것은 음모론자들이 좋아하는 로스차일드 가문과 같은 초권력, 초세력이라고 보았습니다. 실제 VIP들이 서양인(G2국가인 중국인 1인 포함)인 것을 확인하고 더욱 그런 마음을 갖고 드라마를 보았습니다. 

또한, '서양의 초국제세력이 만든 판에서 우리 동양인들이 죽어 나가는 게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혹은 강대국들이 약소국을 갖고 노는 설정은 아닐까?'라는 의구심도 마음 한켠에 가지고 드라마를 보았습니다. 너무 사악하고 나쁜 서구식 자본주의 혹은 초강대국들을 비판하기 위한 내용일까 싶었습니다.

나중에야 한국인인 1번 할아버지도 게임의 설계자 중 한 사람이라는 것이 밝혀졌습니다. 그렇다면 할아버지는 왜 재미로 동족을 살상하며 쾌락을 즐긴 것인가?

1번 할아버지는 국가, 민족, 인권 같은 것은 별로 중시하지 않는 이른바 글로벌 기업가로 설정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할아버지가 호화병상에 누운 모습과 창 밖을 통해서 보이는 길거리 노숙자의 모습이 의미심장했죠. 그리고 그 글로벌 기업가는 세계의 다른 글로벌 자본과 연합하여 사람들을 주무른다는 설정으로도 보였습니다.

드라마에서 보여지는 메시지는 명확했습니다.

"한 사람의 성공에는 수 많은 사람의 희생이 따른다."
"수 많은 사람의 희생 위에 한 사람이 부를 독식한다."
"시작을 평등하게 하더라도 결과는 평등하지 못하다."

자본주의체제와 반자본주의 체제 모두에 대한 감독님의 회의주의가 느껴졌습니다.

다만, 따뜻한 세상을 만들자는 감독님의 메시지에는 공감을 했지만 부자를 지나치게 악한 모습으로 설정한 부분에는 아쉬움도 있었습니다. VIP들은 대체로 살이 쪘는데, 게임 참가자들은 모두 비쩍 마른 사람이 많은 설정도 그렇습니다.

또, 드라마에서는 부자, 남자, 서울대, 여의도 금융권, 대한민국, 중소기업 사장 등은 강자로 또는 악인으로 묘사됩니다. 탈북민, 이슬람계 외국인 노동자, 여자, 고졸 공장 노동자 등은 선하거나 의리가 있는 사람들로 묘사됩니다. 묘하게 PC주의로 공격받을 수 있는 지점들이라고 느껴졌습니다.

어쨌든 실제로는 악마같은 부자들보다 따뜻한 부자들이 더 많을텐데 말입니다. 그리고 부자들은 사람 목숨조차 자신들의 유희를 위한 장난감 정도로 생각한다는 설정도 섬짓했습니다. 왜냐하면 그러므로 이 체제와 판을 뒤집어 버려야 한다는 무언의 메시지가 사람들에게 전달될 수 있기 때문이었습니다.

돈만이 삶의 목표가 되어서는 당연히 안되겠죠. 그러나 드라마는 지나치게 돈과 금융, 자본주의 체제에 대한 회의주의와 악마화가 느껴져서 큰 아쉬움이 느껴졌습니다. 

아마 시즌2가 나온다면 시즌2에서는 기훈이 게임의 판을 뒤집는데 성공하지 않을까 하는 조심스러운 예측도 해보았습니다. VIP들을 사로잡은 뒤 게임판의 말로 만들어서 자신과 사람들이 당했던 것을 똑같이 되갚아 주면서 복수를 하지 않을까 하는 상상도 해보았습니다. 다만, 그렇게 한다고 해서 정말로 세상이 바뀌는 걸까 싶은 생각도 해보았습니다. 세상은 어제보다 조금 더 나아지기는 하겠지만 궁극적으로는 변하지 않을 것입니다.


2021년 9월 21일 화요일

국민지원금에 대한 사람들의 불만이 많은 이유


며칠 전 국민지원금 지급 대상자가 발표되었다. 대상자 발표 후 즉시 사람들의 반발이 일어났다. 지급 계획을 잡을 때 부터 계속 잡음이 많았는데, 결국에는 사람들의 불만이 터져 나온 것이다.

정책을 설계할 때는 인간의 본성을 크게 거슬러서는 안된다. 인간은 평등을 지향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남보다 더 나은 삶을 살기를 기대하는 아주 복잡한 심리를 가지고 있다. 떡고물을 나눠주는 정책은 이런 큰틀에서 짜야한다고 생각한다.

상책


국민지원금 지급 정책과 관련해서 가장 상책은 애초에 아무 의미도 없고 막대한 세금만 잡아 먹는 이와 같은 현금 살포 이벤트를 기획하지 않는 것이다. 1인당 25만 원이면 소고기 한번 사먹으면 끝인 돈이다. 그렇다고 저소득 계층의 삶의 질을 끌어 올릴 수 있는 유의미한 금액도 아니다. 명절 용돈 수준의 금액을 지급하면서 막대한 업무낭비와 세금낭비만 하게되었다.

중책


코로나19로 가장 큰 피해를 입은 사람을 정밀하게 선별하여 그분들에게만 의미있는 금액을 지급하는 방법이다. 여기서 나올 수 있는 부작용은 다음과 같다. 1) 어떤 사람이 얼마나 큰 피해를 입었는지 어떻게 증명할 것인가, 2) 그것을 증명하는 과정에서 들어가는 추가적인 비용의 발생은 어떻게 감당할 것인가? 3) 소수에게만 지급되는 금액이 의외로 큰 경우에 나머지 대다수 국민들에게서 터져나올 불만은 어떻게 감당할 것인가? 4) 자격 없는 사람의 이름을 올려서 부정수급 하는 것을 어떻게 막을 것인가?

1)번은 간단하게 처리할 수도 있다. 각 구청이나 동사무소에서 재난지원금 신청/지급 창구를 만들고 코로나 방역 이후 통장에 입금 되는 금액이 현저히 줄어든 경우, 실제 코로나로 인해서 폐업을 했거나 직장을 잃은 경우로 한정해서 확실하고 깔끔한 인증을 받아 각 지자체에서 자료를 취합하면 된다.

2)번은 이번에 국민지원금 지급 대상자 발표 이후에 밀려드는 이의제기의 양을 보면 차라리 이쪽이 추가적인 비용과 리소스의 낭비가 적을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3) 국민 중위소득(월 소득)을 크게 넘어가지 않는 선의 금액을 지급한다. 그 이상 넘어가면 부작용이 생긴다.

4) 대상자 심사, 금액 지급과 관련한 이중교차, 삼중교차 검증 그리고 상호 감시 작업이 필요는 할 것이다.

국민들 대다수가 보기에 "저 사람들은 정말 줘야해. 저 사람들에 비하면 나는 그래도 낫지"라고 할만한 정말로 어려워진 사람들이 대상이어야 한다.

하책


모든 국민들에게 일률적으로 20만 원씩 깔끔하게 지급하고 끝내는 방법이다. 국민지원금 지급 과정에서 발생하는 공무인력과 예산 낭비가 차라리 획기적으로 줄어들었을 것이다. 또한, 누구는 받고 누구는 못 받는다는 볼멘소리도 별로 나오지 않았을 것이다.

다만, 다음 정부가 질 재정부담은 또 다시 늘어날 것이다.

부자가 아닌데 왜 안 주냐고 불만이 터져나오는 이유


'가진 자산도 없고 부자도 아닌데, 나는 왜 못 받냐'라고 여기저기서 불만이 터져나오고 있다.

이 부분은 너무나 간단한 부분을 정책 설계 과정에서 놓쳤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정말 너무나 간단한데 왜 놓친 것인지 모르겠다.

현재 국민지원금 지급 대상자 필터링 아이템의 조건은 다음과 같다.

'소득 OR 자산'

이 조건의 연산자를 딱 하나만 바꾸면 되는 문제였다.

'소득 AND 자산'

소득과 자산을 OR 조건으로 대상자를 선별하니, 소득은 있지만 자산이 없는 사람에게서 불만이 터져나오고 자산은 있지만 소득이 없는 사람들에게서 불만이 터져 나오는 것이다.

특히, 대기업에 다니는 1인 가구 중에 흙수저 직장인들은 이번 지급 대상자에서 거의 대부분 탈락하였다. 이 계층의 불만이 상당히 높다. 그럴 수 밖에 없도록 정책 설계가 되었다. 소득도 상위 12%이면서 자산 보유액 상위 12%인 경우에 한정해서 지급 대상자를 제외했다면 불만은 상당히 줄어 들었을지도 모르겠다. 그분들은 정말로 25만 원 정도야 안 받아도 그만이고, 차라리 더 열심히 해서 더 위로 치고 올라간다는 에너지로 살아가실 분들이니.

물론, 자산이 없더라도 보험료 조건에서 걸린 분들은 소득 기준으로는 대한민국 상위 12%안에 들어가는 분들이 맞을 것이다. 우리나라가 의외로 양극화가 심하다. 사람들의 눈은 높지만 실제로 상위 12% 안에 들어갈 수 있는 월급 수준은 우리 눈높이보다 낮다. 1인 가구 기준으로 월 400만 원대 중반의 월급을 받으면 이 계층에 들어간다. 우리 눈은 상위 1%, 0.1%에 맞춰져 있으니 납득을 못하는 부분이 생기는 것이다. 상위로 올라갈수록 소득 수준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니 이해는 간다. 그러나 국민 절반이 겨우 최저임금 수준의 돈을 벌고 있는 것도 인정은 해야하는 부분이다.

어쨌든 공히 주지 않아도 될 돈을 준다고 법썩을 떨면서, 국민들을 편을 갈라서 싸우게 만드는 이런 정책들은 차라리 만들지도 행하지도 말아야 됐다. 그것이 가장 상책이었다.


2021년 9월 20일 월요일

한문철 변호사와 가로세로연구소는 현명하다 (정치 이야기 아님)

녹스인플루언서, 플레이보드와 같은 도구들 덕분에 유튜버들이 돈을 얼마나 버는지 측정하기가 편리해졌다. 몇차례 검증을 해보니 녹스인플루언서는 유튜버가 얻는 기본 애드센스 광고 수입을 꽤 정확하게 측정한다. 플레이보드는 유튜버가 받는 슈퍼챗 수입을 추적하여 기록한다. 유튜버의 주요 수익원 중 하나인 멤버십 수입과 뒷광고 수입은 아직 측정할 수 있는 방법이 없는 것 같다.

어쨌든 녹스인플루언서와 플레이보드 덕분에 일부 유튜버는 정말 큰 돈을 벌고 있는 것이 사람들의 눈으로 확인이 되었다.

그 중 최근에 가로세로연구소의 슈퍼챗 수입과 한문철TV의 광고 수익이 사람들에게 널리 회자되었다. 직장인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엄청난 수입을 올리는 것이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자 두 채널은 즉시 대응했다. 나는 이들이 참 영리하고 사회 경험도 풍부하다고 느꼈다.

저(희) 생각보다 잘 못 벌어요


먼저, 가로세로연구소. 자신들은 항간에 알려진 것과 같은 큰 금액을 벌지 않는다고 항변한 것으로 알려졌다. 플레이보드에 나오는 수입은 상당히 과장된 것이라고 주장했으며, 심지어 자신들은 되레 가로세로연구소를 운영하면서 큰 빚을 지고 있다고 억울함을 호소했다고 한다.

한문철TV도 막대한 유튜브 수입을 올린다는 소식을 진화시키기 위해 발 빠르게 나섰다. 녹스인플루언서에 기록된 광고 수입은 과장, 왜곡된 숫자이며 실제로는 그것의 1/4 수준도 벌지 못한다고 주장하였다.

이분들의 대응은 노련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확실히 사회경험이 많은 만큼 돈자랑의 위험성에 대해서도 분명하게 이해하고 있는 사람들이라고 생각했다. 인문학도 잘 이해하고 있는 분들일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돈도 안되는데 얼굴 파는 직업을 가질 사람은 없다. 적자까지 내면서. 뭐 누구나 속으로는 그렇게 생각할 것이다. 그래도 두 영리한 채널은 일단 사람들의 마음을 진정시키는데 성공했다. 한국인 행태에 대한 이해도 100%의 현명한 사람들이다. 돈을 벌었다고 자랑하면 앞으로 여러 고달픈 일들만 생길것이 자명한 것을 그분들은 아는것이다.

저 돈 잘 벌어요, 부자에요!


최근에 영앤리치가 폭발적으로 늘었다. 주식, 코인, 부동산, 웹툰작가, 유튜버 등 그들이 돈을 번 영역은 다양하다. 사회 경험이 풍부한 중년의 부자들이 자신의 부를 감추려고 노력하는 것과 달리 영앤리치들은 돈 자랑에 적극적이다. 슈퍼카 구입, 명품 주택 구매, 통장에 찍힌 월 수입 공개, 명품 쇼핑 등 다양한 방법으로 자신들의 부를 과시한다.

영앤리치를 따르는 사람들 역시도 이들의 돈자랑에 열광한다. 그러나 사람들의 지지가 악랄한 안티로 돌변하는 것은 순식간이다.

한국 사회에서 돈 자랑을 하면 얻는 것 보다 잃는 것이 압도적으로 많다. 왜 연예인들이 꾸준히 기부할까? 그냥 단순히 기부 활동에 마음이 동했기 때문만일까? 또한 왜 기부 사실을 동네방네 홍보하며 떠들고 다닐까?

물론 선한 마음을 가진 연예인 분들도 더러 계시겠지만 대부분은 사회가 주는 무언의 압력 때문일 것이다. 

드러나지 않게 몰래 오랫동안 기부를 하는 무명의 진짜 부자들은 또 얼마나 많은가?

한때 유행했던 중국인 영앤리치들의 재력과시 인증샷 놀이

원래부터 꿈도 못 꿀 압도적인 재벌집 출신이 아니라면 자수성가한 부자들은 많은 사람들이 노리고 있다. 사람들은 새롭게 부자가 된 사람들에게서 큰 배아픔을 느낀다. 그래서 처음에는 그들의 성공에 박수를 보내던 사람들도 돌변하여 그 사람이 다시 망하기를 내심 기대한다. 꼬투리를 하나 잡으면 사람들은 기다렸다는 듯이 달려들어서 물어 뜯는다.

그것 뿐인가? 돈을 빌려달라, 도와달라하는 온갖 요청에 시달려야 한다. 심지어 부자가 되었을 뿐인데 아이러니하게도 더 많은 위험에 노출되고 심지어 남의 손에 의한 사망확률도 높아진다.


이런 기사가 그냥 나와 상관없는 기사 같은가?

다른 나라에서는 살아보지 않아서 잘 모르겠다. 그러나 40년 정도 살아보니 한국에서는 절대로 돈 자랑을 하지 않는 것이 현명한 행동이라고 생각한다. 득은 거의 없고, 엄청난 실만 생긴다.

온갖 진흙탕에서 뒹굴어 본 중년들은 자신의 부를 자랑하지 않는다. 영앤리치들 중 에서도 현명한 아주 일부는 돈을 벌어도 벌었다고 자랑하지 않고, 늘 검소한 모습을 보여주려고 노력한다.

마침 40살 이야기가 나왔으니 말인데, 40살 이전에 얻은 부는 진짜 부가 아니다. 그것은 언제든 신기루처럼 사라질 수 있는 것이다. 40살 이후에 쌓는 부가 진짜다. 40살 이전에는 샘솟는 아드레날린으로 인해서 잘못된 의사 결정을 하여 한순간에 모든 것을 수포로 만들 위험이 크다. 

그리고 돈 자랑 이야기도 그 중 하나이지만, 정서적으로나 전략적으로 영글지 못한 상태다. 물론 어릴수록 순발력이나 여러가지 테크닉은 뛰어나다. 그래서 이른 나이에 큰 부를 얻을 수도 있는 세상이다. 그러나 그것을 지키는 것은 단순한 순발력이나, 1차원적 생각, 몇가지 능숙한 테크닉만으로는 불가능한 것이다.

특히 남에게 자랑하려는 심리가 크면 그 부는 머잖아 공기 속으로 흩어져 사라지고 만다.


2021년 9월 19일 일요일

블로그에 더 많은 기업분석글을 올리고 싶은데

블로그 운영에 대한 선배 투자자의 조언


몇년 전. 과학자로도 유명하시고 투자로도 큰 성공을 거두어 유명해지신 선배 투자자와 한동안 교류를 했었다. 내가 그분을 뵙기 위해 대전에 왕래하기도 했고, 그분이 우리 팀을 보기 위해 서울로 올라오기도 했다.

그분과 여러가지 이야기를 했다. 그 중 블로그에 종목분석 글을 올리는 것에 대해서 나에게 조언해 주신 것이 있다.

"종식씨는 어렵게 기업분석 해놓고 왜 블로그에 올려요?"
"그게 사실 좋은 건 아니에요. 그 종목 터줏대감이나 큰 손들이 다 찾아서 보고 있어요."
"숨은 투자 포인트를 공개 해버리면 그 아이디어는 소멸되어 주가가 안 오를수도 있어요."
"큰 자금 굴리는 사람들 입장에서 누군가가 숨은 투자아이디어를 공개하면 김이 빠져요."
"조용히 가는게 좋지요."

오래 전 이야기라 디테일은 기억이 잘 안 난다. 그렇지만 큰 맥락은 위와 같은 이야기들이었다. 내가 평소에 고민하지 않은 부분들은 아니었다. 그걸 존경하는 교수님으로부터 들으니 한동안 블로그에 기업분석 리포트를 올리는 것에 대해서 큰 고민이 되었다.

한동안 나름대로 생각을 하고 결론을 내렸는데, 그냥 계속 하던대로 하기로 했다.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길게 보면 어차피 투자 아이디어가 소멸되고 말고는 큰 상관이 없다고 생각했다. 어차피 실적이 잘 찍히면 장기적으로 주가는 그에 맞춰서 따라 오를 것이기 때문에 내가 블로그에 글을 써서 장기적으로 시장에 미칠 영향은 0%에 수렴한다고 생각했다.

둘째, 예전에는 블로그를 하는 사람도 드물었고, 기업분석을 해서 올리는 사람은 더더욱 드물었다. 그래서 블로그에 올리는 글에 대한 사람들의 집중도가 높았다. 그러나, 지금은 상황이 완전히 달라졌다. 굳이 내가 특정 기업에 대한 분석글을 올리지 않더라도 남이 올린다. 그리고 블로그에 투자 글을 쓰는 사람들은 하늘의 별처럼 많아졌다. 실제 내 블로그의 포스팅당 조회수는 꾸준히 줄어서 2015년을 기준으로 1/5 토막이 난 상태이다. 

또한, 조용히 가야만 하고 감춰야만 하는 아이디어도 이제는 그다지 없다고 생각한다. 대부분 내가 아니라도 누군가가 오픈한다. 그리고 그 내용은 빠르게 확산하고, 확산된 이야기는 누군가가 재차 컨텐츠로 만들어서 더욱 빠르게 재확산된다.

사진 출처 : Unsplash

그러므로, 이제는 누가 블로그를 하고 말고, 누군가가 기업 리포트를 올리고 말고 해서 주가가 간다 안간다 하는 이야기는 그다지 설득력을 얻기가 어려운 논리가 된 시대라고 생각한다.

여담이지만, 성공한 투자자들이 그렇듯 외로움을 타는 사람이 많다. 외로움 자체를 혼자 하는 취미로 승화하는 선배 투자자들이 있는가 하면, 스터디를 결성하여 젊은 친구들과 교류하거나 SNS 활동을 열심히 하면서 외로움을 달래는 선배 투자자들도 많다. 나에게 조언을 해 주셨던 이 분의 경우에는 SNS 활동을 열심히 하신다. 다만 자신이 분석한 기업의 리포트를 SNS에 올리신 적은 없는 것으로 안다. 

한동안 교류하면서 이분이 분석하신 기업분석 리포트를 몇번 공유받아 본 적이 있다. 아이디어가 깔끔하고, 시계열이 아주 긴 것이 인상적이었다. 범인들이 가치투자 타이틀을 달고 활동하면서 단기 모멘텀만 좇는 것과는 차원이 달랐다.

블로그에 못 올린 종목의 시세는 날아간다~


나에게는 여러 타입의 종목이 있다. 1) 스터디에서 발표했던 종목, 2) 친목 단톡방에서 언급하는 종목, 3) 열심히 공부하고 추적중인 종목, 4) 계좌에 비중이 실려 있는 종목, 5) 그리고 블로그에 분석해서 올리는 종목과 같은 타입들이다.

재미있는 것은 이것들이 전부 AND 조건이 아니라 OR 조건이다. 내가 보유한 종목과, 블로그에 올린 종목, 그리고 스터디에서 발표하고 밀고 있는 종목이 일치되는 게 아니라 다 제각각이다. 앞선 성격 분석글에서도 썼지만 내 자아는 한 100개쯤 되는 것 같다.

어쨌든 실제 팔로업하거나 공부하고 있는 종목 중 블로그에 올라오는 종목은 거의 없는 상태다. 이 부분은 공부를 위해 내 블로그에 들르는 분들께 죄송하게 생각한다.

그리고 하필 또 블로그에 분석글을 올린 종목들만 단기 퍼포먼스가 좋지 못하다. 당연히 나는 시계열이 길어서 큰 상관은 없지만 시계열이 나보다 짧은 분들은 공히 내가 공부한 종목을 보고 따라서 매수를 하셨다가 피해를 입지 않으실지 걱정이 되지 않는 것도 아니다. 부디 그러는 분들이 안 계시기를 바란다.

아주 길게 보면 그래도 블로그에 장기간 분석글을 올리고 추적했던 회사들은 대부분 성공적인 엑시트가 되었다. 2013년부터 추적했던 대한약품도 나쁘지 않은 리턴을 달성했고, 2016년부터 추적했던 네오위즈홀딩스도 나쁘지 않은 연평균 수익률을 달성하고 EXIT하였다.

그 외에도 2014년에 진입한 엔씨소프트, 2015년 진입한 대한방직과 BYC같은 자산주들도 의외로, 그리고 운이 좋게 짧은 기간 괜찮은 성과를 내고 엑시트하였다.

반면 성광벤드처럼 초장기간 업황이 안 좋아 주가 퍼포먼스가 나쁜 회사도 있었고, 화진과 같이 상장폐지 되어 없어진 회사도 있다.

여기서 노파심에 코멘트를 하나 달자면, 나는 2005년부터 주식투자를 하면서 상장폐지 당한적은 한번도 없다. 투자를 했던 회사가 나중에 상장 폐지되는 화진과 같은 경우는 있지만 보유 종목이 상장폐지를 당한적은 없다. 일단 당장 상장폐지 당할만한 회사는 매수하지 않는 습관과 회사의 펀더멘털에 이상기류가 있으면 손실을 보고도 매도하는 습관 덕분인 것 같다. 무엇보다 운이 좋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앞으로 수십년 간 투자를 계속할텐데 운이 나쁘면 내 포트폴리오에 있는 종목 중 상장폐지를 당하는 종목이 나오지 말라는 법도 없다.

또한, 100년 기업은 거의 없다. 지금 잘 나가는 회사들도 머잖아 어려움에 처할 것이다. 그리고 지금 활동중인 회사는 시간이 갈수록 대부분 소멸하여 없어질 것이다. 영원한 것은 없다.

어쨌든, 블로그에 소개했던 종목들은 시계열을 조금 길게 놓고 보면 나름대로 성공적으로 EXIT를 한 종목들의 비율이 높았다. 물론, 종목마다 비중을 어떻게 가지고 가고 어느 시점에 진입했고, 진출했느냐에 따라서 결과는 천차만별일 것이다.

"했제? 그랬제"를 대단히 싫어하는 내가 이런 글을 쓰는 이유는 블로그를 방문하는 분들께 미안하기도 하고 개인적으로 아쉬움이 있는 부분이 있어서다. 이왕이면 글을 보신 분들이 배워가는 것, 얻어가는 것이 좀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당연히 종목을 추천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공부하면서 돈까지 잘 벌리면 좋다고 생각하고 또 각자가 가진 최적의 지식을 공유하면서 윈윈하며 성장하는 것도 지향한다.

근래에는 블로그에 오픈하지 않은 종목들이 상당히 훌륭한 퍼포먼스를 냈다.

스터디 발표 종목들 중 일부
(어릴때 만든 네이버 아이디라서 손발이 오그라듬에 주의하자)

스터디에서 발표했던 종목, 자산운용사 대표님들과 대화를 하면서 오픈했던 종목, 지인들과 단톡방에서 공유한 종목, 인스타그램에 생각을 기록으로 남겼던 종목.. 하지만 블로그에는 오픈하지 못한. 이런 종목들 중에 좋은 퍼포먼스를 낸 종목이 속출했다.

대표 종목은 DI동일(2020년), JB금융지주(2020년), 일신방직(2020년), 삼화페인트(2020년), CJ제일제당(2020년), 씨앤지하이테크, 가비아 등이다. 이 종목들은 직접 보유하면서 운이 좋게도, 그리고 감사하게도 단기간에 꽤 괜찮은 수익률을 내게 주기도 했다. 물론 제이앤티씨와 같이 높은 손실을 안겨주는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아직 시간이 많이 걸릴 종목도 있다.

어쨌든 좋은 퍼포먼스를 낸 대부분의 종목들이 블로그에 글을 쓰는 도중에 멈춰버린 종목들이다. 이 부분이 참 아쉽다. 오롯이 나의 게으름 때문이다. 내가 조금만 더 부지런해서 저 종목들을 블로그에 다 소개할 수 있었으면 좋았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블로그 덕후, 컴퓨터 덕후


자주 가는 커뮤니티 어디선가 본 단어이다. 저게 딱 나다. 정말 공감했다. 글의 요지는 이랬다.

"블로그를 하는 사람들은 최종적으로는 유료화가 목적이다. 그게 아니면 누가 무슨 이유로 블로그를 하겠는가?"

하는 글이 올라왔다. 그 글에 대한 반박으로 올라온 글이 다음과 같았다.

"자기계발에 관한 내적 동기가 있는 블로그 덕후, 컴퓨터 덕후들은 유료화를 안하고도 장기간 블로그를 잘 운영할 수 있다."

나는 후자의 의견에 동감했다. 그리고 부끄럽지만 조심스럽게 이야기하면 내 경우가 후자에 속한다고 볼 수 있겠다.

1) 나는 컴퓨터 덕후다


나는 초등학교 2학년때 GW베이직을 배웠다. 그때부터 컴퓨터가 너무 좋아서 컴퓨터를 붙들고 살았다. 완벽하게 이해한 것은 아니지만 터보C와 같은 프로그래밍도 공부했고, 그래픽디자인도 공부했으며 컴퓨터 게임도 즐겨했다. 국민학교 고학년~중학생 때인 1996~7년에는 처음으로 웹에 입문했다. 웹을 접한 나는 큰 충격을 받았고, 완전히 새로운 세상에 매료됐다. 학창시절에는 웹사이트 제작 대회에 참여하여 상을 타기 시작했고, 대학도 컴퓨터 특기자로 입학했다.

중고등학교 시절에는 중고등학생들 중 컴퓨터와 웹에 관심이 많은 덕후들이 모여서 활동하던 웹팀에서 활동했다. 당시에는 다양한 학생 웹팀이 있었고 서로 교류도 활발했다. 각자의 실력을 뽐내며 만든 개인 웹사이트를 하나씩 가지고 있었다. 지금은 사회에 나와 스타트업 창업자가 되거나 다양한 서비스 회사에 소속되어 세상에 도움이 되는 일을 하고 있다. 

내 인생에는 컴퓨터가 항상 있었고, 밥벌이도 컴퓨터로 했고, 취미도 컴퓨터였고, 컴퓨터로 사람도 만났고, 세상의 창이 컴퓨터라서 배운 것도 너무 많았다. 컴퓨터를 좋아했을 뿐인데, 세상의 흐름이 게으른 내가 밥을 굶지 않도록 컴퓨터 위주의 세상으로 흐르고 있었고, 그런 세상에 나는 항상 감사한 마음을 갖고 살아가고 있다.

2) 나는 블로그 덕후다


내가 블로그라는 도구를 처음 알게된 것은 90년대 말~ 2000년대 초였다. 블로그라는 도구는 발견 즉시 나를 매료시켰다. 블로그는 생각을 정리하는데 최적의 도구라고 생각한다. 특히, 생각하는 것, 기록하는 것, 컴퓨터를 만지는 것, 하루하루 발전하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가장 유익하고 파워풀한 도구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이곳 구글 블로그를 개설하면서 남겼던 기록으로 이번 섹션에 대한 내용은 갈음한다.

" 무버블타입이라고 하는 설치형 블로그와 에이블클릭이라는 회사에서 운영하던 blog.co.kr 서비스를 이용하면서 블로그와 인연을 맺었습니다. 그때가 2000년 초반이니 시간이 참 빠르네요.

에이블클릭이 망하면서 애지중지하던 블로그는 공지도 없이 사라져버렸습니다. 이후에는 네이버 블로그를 사용하면서 다시 컨텐츠를 쌓았습니다. 정말 열심히 운영했고 누적 방문객은 50만명 정도 됐습니다.

그러나 블로그를 운영하는 포털 사이트들이 블로거들의 글을 자기들 마음대로 블라인드 처리하거나 삭제 해버리는 모습을 보면서 포털에서 제공하는 블로그 서비스의 안정성과 영속성에 대해서 의문을 품게 되었습니다. 제가 그런 생각을 가질때 블로거들이 작성한 글의 저작권이 블로거 본인에게 있는지 아니면 블로그 서비스를 제공하는 포털 사이트에 있는지에 대한 논란도 시끌벅적하게 있었습니다.

이런저런 걱정으로 말미암아 개인적으로 IDC에서 놀리고 있던 서버에 독립형 블로그인 태터툴즈를 설치해서 이사를 결정하게 되었습니다. 그때가 2007년이었습니다. 닷컴 도메인을 따고 블로그 툴을 설치해서 독립적으로 운영하니 참 좋았습니다. 누군가에게 글을 검열받지 않아도 되고, 제가 쌓는 데이터들에 대한 백업과 영속성도 보장받을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5년간 별 문제 없이 사용하던 블로그는 저의 부주의로 큰 타격을 입게 되었습니다. 하드디스크가 과열로 망가져 버렸습니다. 5년간 누적해 온 저의 소중한 지적 자산들이 순식간에 증발했습니다. IDC에 회선 이용료로 매해 660,000원, 도메인 이용료로 매해 10,000원씩 꼬박꼬박 내면서 운영하던 블로그였는데 허탈감은 말로 표현할 수 없었습니다.

1,200명에 달하던 제 블로그의 구독자와 80만명의 누적 방문자도 다시 허공으로 사라지고 말았습니다.

블로그는 훌륭한 사색툴입니다. 생각을 정리하는 도구로는 최고입니다. 글쓰기 연습을 하는데도 좋고 사람들과 생각을 공유하기에도 좋습니다. 그래서 블로그는 계속 해야했기에 다른 대안을 찾아야 했습니다.

예전에 잠시 쓰다가 버려놨던 구글의 블로거닷컴이 저에게 낙점되었습니다. 향후 10년간 구글이 망하거나 블로거닷컴 서비스를 철수하지는 않을거라는 판단에서였습니다. 서비스 안정성 또한 구글을 따라올 업체가 없을 것 같고요.

무엇보다 이제는 블로그를 운영하기 위해 비용을 지출하는 행위를 자제하려고 합니다. 블로그의 핵심은 컨텐츠이지 인프라나 스킨과 같은 외부 요소가 아니라는 것을 잘 알기 때문입니다. 꾸준히 좋은 컨텐츠를 쌓아나가면 많은 분들에게 읽히는 좋은 블로그를 만들 수 있을거라 생각합니다. "


3) 나는 기록하고, 자기계발하는 것을 좋아한다


앞서서도 이야기 했지만 나는 기록하는 것, 자기계발 하는 것을 좋아한다. 그런 활동에 블로그는 최적의 툴이다. 내가 투자공부를 하면서도 가장 많이 활용한 도구 중 하나다. 글쓰기 공포감도 블로그를 운영하면서 해소가 되었다. 

아무리 개인적인 공부라도 블로그에 발행하는 순간 누군가가 보게 된다. 그러면서 주고 받는 의견들도 나의 발전에 상당히 큰 도움이 되었다. 특히, 투자에 대한 생각을 기록하면서는 누구보다 내 자신이 가장 많이 배우고 발전하는 계기가 되었다.

문제는 더 부지런하게 블로깅을 할 수 있으면 좋으련만, 내 천성이 게으르기 때문에 그러지 못하고 있다. 쓰던 글을 완료하지 못하고 발행하지 못한 글이 수두룩하다. 아무래도 포스팅을 하려면 글의 형식도 맞추어야 하고, 읽기 좋게 다듬어야 하고 팩트 체크도 가급적 확실하게 해야 직성이 풀린다. 그러다보니 포스팅으로 올라가는 기업들도 대부분 느리지만 큰 문제 없이 성장할 수 있거나, 분석이 단순한 회사들 위주다. 공개하지 못한 포스팅에는 온갖 은어가 난무하고, 익사이팅하고 리스크가 높은 회사들이 즐비하다. 이 부분이 참 아쉽다.

블로깅은 내 취미 중 극히 일부분일 뿐이기 때문에 앞으로도 현재와 같은 텐션과 속도로 포스팅이 올라갈 공산이 크다. 그 부분 역시 아쉽고 또 아쉽다. 내가 공부한 것을 최대한 많이 공유하고, 또 거기서 다른 분들의 의견도 들으면서 배우고 싶지만 물리적으로 한계가 있음이 아쉬울 따름이다. 이번 포스팅에서 아쉽다는 이야기를 몇번이나 하는건지..^^;


2021년 9월 17일 금요일

고속도로 위에서의 망상 (스트레인저, 어나니머스, 대중과 개인, 인연에 대해)

#1

유튜브에 재미있는 영상이 업로드 된다. 영상의 조회수는 1회, 10회, 100회 그리고 시간이 지날수록 늘어간다. 1만회, 10만회, 100만회가 되기도 한다. 숫자만 보면 무미건조하다. 그런데 영상을 본 100만 명에게는 100만 개의 인생이 있다.

1,000,000회라는 조회수를 숫자만 놓고 보면 별 감흥이 없다. 그저 숫자에 불과하다. 그런데 그 중에서 667,521번째 누군가를 콕 집어서 만나보면 그 사람도 우리처럼 자기 인생을 열심히 살고 있는 똑똑한 누군가 일것이다.

#2

서울서 부산까지, 그리고 부산에서 서울까지 고속도로를 타고 움직인다. 멀고 노곤한 길이다. 고속도로를 달리다 보면 수 많은 차량들이 내 옆을 스쳐간다. 그 안에는 나와 아무 상관없는 사람이 타고 있을 것이다. 당연히 누군지도 모른다. 그런데, 지근거리에 내 옆에 지나가는 것 자체가 인연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차량들이 내 옆을 슝슝 지나가면 서로의 존재 여부도 알지 못하는 아무 상관없는 사람들이다. 그런데 누군가가 실수를 해서 나와 사고를 내면 나는 그 사람과 실질적 인연으로 엮인다. 사람의 인연이란 참 신기하고 묘하다.

누군지도 모를 수 많은 차량들을 도로에서 지나친다. 그 차량 중 아무 차량이나 세워서 이야기를 해보면 그 사람도 역시 나 처럼 열심히 살고 있을 것이고, 똑똑한 사람일 것이다. 숫자로는 고속도로 위를 달리는 수 백만대의 차량 중 한 대일 뿐이겠지만, 어느 차량 한대만 콕 집으면 각자의 인생과 재미있는 사연들이 있을 것이다.

자료 : 연합뉴스

#3

민족성과 언어라는 것도 신기하다. 30년을 서로 다른 지역에서 살던 사람들이 있다. 30대 중반쯤 이들이 사회에 나와서 알게 돼 친구가 되었다. 친해진 다음 여러가지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옛날 80, 90년대 이야기들이 나온다. 국민학생 시절의 생활, 그때 유행하던 유행가 등을 놓고 다양한 이야기를 한다. 수 백, 수 천만 명의 사람들이 동일한 기억, 동일한 정서, 동일한 감정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참 신기하게 느껴진다. 우리 서로는 살면서 서로의 존재조차 몰랐지만, 우리는 서로 같은 정서를 공유하고 있다.

고속도로를 지나는 수 많은 차량들. 그 중 아무 차량이나 한대를 세워 말을 건다. 한국어를 쓴다. 말이 통한다. 해외 여행을 하다가 한국인을 만난다. 말을 건다. 나는 지방 출신인데 그 친구는 서울 출신이다. 한국말이 통한다. 나는 이렇게 살면서 서로의 존재도 몰랐던 이들이 하나의 언어로 생각이 통한다는 사실에도 가끔 놀라운 경이로움을 느낄때가 있다. 누군가가 '언어는 사람 버전의 프로토콜이다'라고 한 적이 있다. 정말 프로토콜처럼 느껴진다.

#4

운명과 인연이란 하늘이 주는 것인가? 내가 만드는 것인가? 고속도로를 지나다가 만나는 수 많은 차는 나에게는 가상의 존재나 마찬가지다. 그저 내 눈앞에 펼쳐지는 도로 위의 아이템들이다. 수 많은 자동차와 거기에 탄 사람들은 나와 아무런 인연도 관계도 없다. 그런데 내가 누군가의 차로 달려가 돌격해서 접촉사고를 일으키면 그 사람과는 어떤 식으로든 인연이 된다. 그것은 내가 스스로 만든 인연인가? 아니면 그것 조차 하늘이 계획한 인연인가?

#5

특정 주제를 목적으로 카카오톡 단톡방이 만들어져 있다. 그 곳에는 약 200여 명의 사람들이 들어 와 있다. 전원이 익명으로 대화에 참여하고 있다. 대화명은 제 각각이다. '농부', '삐약삐약', '곰탱이', 'ㅇㅇ', '웃으며살자' 등. 필명 앞에는 카카오가 만든 귀여운 캐릭터들이 붙어 있다.

참 많은 사람들이 들어 와 있지만 저런식으로 나열된 익명의 사람들을 보면 사람으로 느껴지지 않는다. 별 감흥이 없다. 그저 PNG 이미지 한장에 필명 텍스트 한 줄이다. 그러나 그 중 한 사람을 끄집어 내보면 확실히 그 사람은 자기만의 멋진 인생을 살고 있는 똑똑한 어떤 한 사람일 것이다. 현실에서 발생할 수 있는 인연의 가짓수는 무한대에 가깝다. 메타버스가 이런 무한대의 것들을 완벽히 구현할 수 있을까? 

똑똑한 지인들이 익명으로 여러 단톡방에 들어가 있다. 그들은 그 방에서 말도 안한다. 어찌보면 병풍이나 허수아비 같다. 그러나 그 지인들은 실제로는 매우 멋들어진 집에 살고 있으며, 생각도 많고, 똑똑한 사람들이다. 세상에는 나처럼 떠드는 사람은 소수이고 저런식으로 지켜보는 조용한 다수가 아주 많다는 것을 느끼고 또 그것이 무섭게 여겨진다.

#6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순간에도 지구상 80억 명은 각자의 인생들을 살고 있을 것이다. 누구는 성공적인 삶을, 누구는 힘든 삶을, 또 누구는 무언가를 먹으면서, 또 누구는 책을 읽으면서. 동시 다발적으로 벌어지고 있는 사람들 각자의 삶을 조목조목 상상해보면 경이롭고 또 경이롭다.

세상 사람 대부분은 똑똑하다. 돈이라는 자원을 함부로 길 바닥에 버리는 바보는 없다. 도로에 돌아다니는 차량들을 운전하는 사람들은 전부 차량 조작법을 알고 교통체계를 이해하고 움직인다.

실제로도 5200만 명의 대중들 중에서 3,970만 1121번째 사람을 콕 찍어서 새롭게 사귀어 인사를 나누어 보면 바보는 아닐 것이다. 사람들은 저마다 합리적인 선택을 하고, 저 마다 자신의 생각을 가지고 똑똑하게 그리고 열심히들 살아간다. 모두 자기 생각이 있고, 스펙이 있고, 고집이 있으며, 삶이 있다.

그런데 여기서 또 궁금한 것이 있다. 왜 그렇게 개인만 놓고 보면 똑똑한 사람들이 집단으로, 거대 대중으로 뭉치면 개인일 때 보다 멍청한 선택을 하게 되는것인가 하는 점이다. 세상에는 만만한 사람이 없다. 나는 기본적으로 세상 사람들은 다 나보다 잘 났다고 생각하고 사는 사람이다. 내가 제일 못 났다. 그런데, 그런 개개인이 대규모로 뭉친 대중들은 왜 고작 나보다도 멍청하고 잘못된 선택을 하고, 이상한 소리를 늘어 놓는 경우가 많은 것일까?

#7 

고속도로가 꽉 막혀있다. 엄청나게 많은 차량들이 움직이지 못하고 있다. 내 어깨 위에 날개가 돋아난다. 고속도로 위로 스윽 날아오른다. 그 엄청난 차량들 중에서 나를 알아보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한 두명이라도 알아보면 정말 신기하겠다 싶은 생각이 든다.

반대로 날아오른 사람이 내가 아니라 문재인 대통령이나,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또는 유재석씨 같은 인지도 99.99%의 사람이라면? 당연히 대부분의 사람이 알아볼 것이다. 유명세에 대해서도 여러가지 신기한 기분이 든다. 나는 저들을 모르는데, 저들은 모두 나를 속속들이 알고 있다면 어떤 기분일까? 그것도 인연이라면 인연일까? 쌍방향 인연일까? 단방향 인연일까?

오늘의 두서없는 망상은 여기까지만 해야겠다. 망상 끝.


2021년 9월 16일 목요일

성격테스트 (에니어그램, MBTI, 에고그램)


전문가에게 큰 비용을 지불하고 제대로 된 검사를 받는 게 아닌 한 이런 검사들의 결과가 얼마나 정확한지는 모르겠다. 사실 큰 비용을 지불하고 전문가들에게 검사를 받는다고 해도 어떤 특정한 지능과 인격을 가진 사람들은 결과 자체를 왜곡해 버릴수도 있다. 그래서 어디까지나 이런 검사들은 재미로만 해야하고 결과도 재미로만 받아들여야 한다.

특정한 검사 하나의 결과만으로는 결과값 왜곡이 있을 수 있다. 그래서 적어도 2개나 3개 이상의 다양한 테스트를 섞어서 해본다. 그러면 얼추 내 성격이 보인다. 물론 자기 성격은 자기 자신이 가장 잘 안다. 그러나 이런 테스트를 통해서 내가 몰랐던 나 자신에 대해서 더욱 잘 알 수 있다. 이유는 테스트 결과에 대해서 해석을 해주는 전문가분들이 많기 때문이다. 검사 결과에 대한 다양한 전문가들의 의견을 들으면서 '그래서 내가 그때 그랬구나!' 하면서 무릎을 치기도 한다.

기업의 팔로업을 꾸준히 해야 하듯이 이런 테스트도 꾸준히 해본다. 직전 검사는 대략 2년 전 쯤 했던 것 같다. 2년여 만에 다시 검사를 돌려보았다.

기초 정보


혈액형 AB형, 키 180.4cm, 몸무게 86kg

에니어그램, 8번 타입(8w7)


에니어그램은 꾸준히 8번 타입이 나오고 있다. 8번 타입은 본능에 충실하고, 힘과 에너지가 넘치는 타입이다. 그래서 긍정적 8번 타입은 지도자 타입이고, 부정적 8번 타입은 노상강도가 된다. 지도자와 노상강도는 깻잎 한장차이. 내가 지도자인지, 그렇다고 노상강도인지도 잘 모르겠지만 어쨌든 그렇다. 검사를 할 때 마다 8번 타입이라고 나온다. 내 본성은 8번 타입이 확실한 것 같다.

8번 타입은 승부욕이 어마어마하고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손에 넣어야 한다. 타인을 힘으로 제압하려는 기질이 있으며 남 밑에서 일을 못하는 타입이다. 좋게 말하면 사업가 타입이고 나쁘게 말하면 밥 굶기 딱 좋은 타입이다.

8번은 어떤 날개를 쓰느냐에 따라서 성향이 조금 달라진다. 7번 날개를 쓰는 8w7은 그야말로 에너지가 외부로 발산하며 폭발하는 돌격 스타일이고, 8w9는 힘을 내 안에 모으고 기습을 하는 스타일이다. 둘의 에너지는 비슷한데, 외향이냐 내향이냐에 따라 스타일이 달라지는 것 같다.

어떤 전문가 말로는 대표적인 8w7 인물이 도널드트럼프이고, 8w9 타입 인물이 시진핑이라고 한다. 트럼프는 남들이 어설프고 답답하게 구는 걸 참지 못하고 뭐든지 자신이 나서서 일을 벌이려 하고, 시진핑은 속내를 감추고 타인을 이용하여 일을 이루는 타입이다.

어쨌든 8번 타입 하면 나열되는 단어는 힘, 에너지, 지도력, 내 사람 챙기기, 적대적 상대 갈기갈기 찢기, 거침없음, 성격급함, 결단력, 리더, 도전하는 사람, 기업가, 노상강도, 독립심, 성적인 욕망 에너지, 똥고집 등이라고 한다.


MBTI, INTP-T


MBTI결과는 할 때 마다 아주 미묘하게 변하는 것 같은데 그래도 대체로 INTP 성향이 유지되고 있는 것 같다. 재미있는 것은 MBTI의 INTP와 에니어그램의 8번 타입은 정반대 성향이거나 상충되는 지점이 많다. 

그래서 결과가 이상하다 싶어서 INTP와 8w7을 동시에 가진 사람을 찾아보고자 검색을 해보았다. 역시 결과가 많지 않다. 해당 결과를 가진 사람들은 대부분 나와 비슷한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이런 결과가 나올 수 있나요?'

희귀하지만 나올 수 없는 조합도 아니라고 한다. 내 인생이 그렇듯 언제나 아웃사이더인 느낌이다. 어쨌든 곰곰히 생각하면 INTP와 8번 타입이 겹치는 지점도 꽤 있기에 두 성격 타입을 공부하면서 나의 장점과 약점을 확실하게 더 알 수 있었다.

INTP는 논리적인 것을 무척 따진다. 논리와 이성에 천착하는 사람들이다. 게으른 천재라고 불리는 학자형 성격이고 호기심이 이는 분야는 밑바닥 까지 탐구하며 파헤친다. 세상의 수 많은 기술진보와 철학의 진보가 INTP형 천재들에 의해서 이루어졌다고 한다. 그런데 나는 천재가 아닌데 왜 INTP가 나오는지는 잘 모르겠다.

INTP의 성격을 잘 보여주는 유튜브 영상이 있었다. MBTI의 결과를 유튜브에 모두 올리신 전문가의 말이 인상적이었다. INTP는 전체 인구의 3% 수준에 불과할 정도로 숫자가 적다고 한다. 그런데, 정작 각 타입 중 조회수는 INTP가 가장 높다고 한다. 이것 자체가 INTP들의 성격을 반영하는 것이라고 한다. 뭐든지 집요하게 찾아다니고 알아내야만 하는 성격들. 남들이 보면 피곤하기도 하겠지만, 본인들은 이게 성향이고 그런 과정을 즐기기도 한다.


에고그램, ABAAB


에고그램은 거의 평생을 AAAAB(공적, 사적으로 에너지가 과잉인 타입)이었다. 드디어 에고그램에 변화가 생겼다. AAAAB에서 ABAAB가 되었는데, 좋게 생각하면 나이를 먹으면서 조금 둥글둥글 해진 것으로 봐도 되는건지. 나쁘게 보면 나이를 먹으면서 이제 조금씩 기력이 떨어지고 있는 것인지.

그래도 여전히 에너지가 넘치는 파워풀한 타입으로 나온다. 맞는 것 같다.


생각 정리


나이를 먹으면서 성격의 미세한 부분이 변화하는 것 같다. 특히, 거칠었던 성격이 점점 더 둥글둥글해지고 참을성도 높아지는 것 같다. 그렇지만 역시 사람의 본성은 변하지 않는다. 성격의 큰 줄기는 변하지 않고 늘상 그대로인 것 같다. 나이를 먹으면서 사물과 상황을 이해하는 폭이 넓어지고, 참을성이 커지는 것은 맞지만 내재된 본성은 점점 억눌려 가면서 응축되어 존재하는 것 같다.

혈액형 이론을 잘 믿지 않지만 그나마 공감가는 것 중에 하나가 AB형의 괴팍한 성격이다. 그리고 정말 대중없다. 디자이너들이 힘들어 하는 주문 중 하나가 '화려하면서, 심플하게, 차가우면서 따뜻하게, 어두우면서 밟게, 모던하면서 트래디셔널 하게'와 같은 상충되는 것들의 표현에 대한 주문이다.

AB형들의 마음속에는 이런 상충되는 것들이 수 없이 뒤섞여서 존재한다. 타인이 보면 일관성 없어 보일수도 있고, 또라이 같아 보일수도 있고, 왜 저럴까 싶기도 할텐데. 하여튼 그렇다.

공교롭게도 AB형, INTP-T, 8w7이 모두 타인이 보기에 그다지 좋은 성격들이 아니다. 인간관계에 장애가 있는 타입들이다. 표면적으로는 사회생활을 잘 하는 것 같아도, 결정적인 순간에 사람들과 틀어질 수 있다. 또, 사람들과 눈을 잘 마주치지 않거나(인정하지 않는 태도), 상대의 실 없는 이야기들을 귀담아 듣지 않는 타입이기도 하다. 어떻게 이렇게 정확할 수 있는지. INTP는 자폐증이나 우울증에 걸리기도 가장 쉬운 타입이라고 한다.

세 가지가 겹치는 부분도 있고 정확히 상충되는 부분들도 있다. 재미있는 것은 완전히 반대인 요소들을 내가 모두 갖추고 있다는 점이다. 예를들면 조용하고 드러내지 않는 사람일 때도 있는 반면 전면에 나서서 좌중을 휘어 잡고 분위기를 주도할 때도 있다. 이게 특정한 사람들의 조합에 따라 그런 것 같지도 않고, 시간에 따라 그런 것 같지도 않다. 

위의 결과에서 내 성격을 가장 잘 드러내는 것 중 하나가 '화'이다.

평소에는 사람들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는다. 그리고 가급적 내가 먼저 배려하고 잘 지내려고도 노력하는 편이다. 눈치도 없지 않다. 그런데 문제는 화다. 

어떤 지점에서 내 안의 무언가를 건드리면 순간 폭발하는 스타일이다. 이것은 강자 앞에서 분노가 잘 조절되는 '분노조절잘해'와는 차원이 다르다. 앞에 누가 있든 순간 눈이 뒤집힐 때가 많았다. 문제는 이렇게 해서 좋은 사람들을 많이 떠나 보냈다는 점이다. 평소에 나를 좋아하고 잘 지내던 사람들도 내가 이렇게 단 한번의 욱하는 행동을 함으로서 떠나간 경우가 많다. '그렇게 갈 거면 애초에 나하고는 인연이 아니다!' 라고 자위했지만 사실은 그게 아니다. 소중한 인연을 너무나 많이 내 인생에서 삭제를 해버렸다. 그것은 고스란히 내 인생에서 큰 손해로 돌아왔다.

30대에 들어서는 그 점을 자각하고 순간적으로 폭발하는 화를 컨트롤 하는 훈련을 하였다. 지금은 정말 많이 나아졌다.

폭발적인 화와 관련된 부분은 8w7 특성의 영향이 많을 것 같다. 이 8w7은 본능적으로 폭발적인 힘과 에너지를 가진 존재들이라고 한다. 정말 맞는 것 같다. 이 에너지를 잘 사용하면 세상을 크게 이롭게 만드는 리더가 될 수 있다고 한다. 그러나 힘을 잘못 사용하면 매사 사람들과 부딪힌다고 한다. 그저 사람들이 기피하는 별 볼일 없는 사람이 되고, 최악의 경우에는 노상강도가 될 수 있다고 한다.

어린 시절에는 이 힘을 잘못 사용하여 별 볼일 없는 사람으로 살아왔지만, 40살이 넘어서는 이 에너지 사용법을 잘 익혀서 세상을 긍정적으로 만들 수 있는데 쓸 수 있도록 노력을 기울여 보도록 하자.

INTP의 특징은 내향적이고 게으른 천재과라고 하는데, 앞에서도 말했지만 나는 천재는 아니다. 그런데 INTP의 특성 대부분이 나와 들어맞는다. 온 세상 삼라만상에 다 관심과 호기심이 있다. 어떤 주제든 던져주거나 말을 걸어오면 금방 집중력을 발휘할 수 있다. 세상에 INTP의 관심을 끌 수 없는 것은 없는 듯 하다.

게다가 특정 분야에 꽂히면 그 분야는 진짜 밑바닥까지 파 봐야 직성이 풀린다. 특정 분야에 준전문가 혹은 오타쿠도 꽤 많을 것이다. 문제는 지루함도 잘 느껴서 한분야를 다 파고 나면 금방 다른 분야를 파기 위해 관심사가 이동한다. 열정이 불꽃처럼 타 올랐다가 끝맺음을 잘 못하기도 하고, 어떤 일을 시작하기 위해서 시간이 많이 걸리는 정말 게으른 타입이기도 한 것 같다. 신기한게 INTP와 달리 에니어그램의 8w7은 실행력도 좋고 끝마무리까지 화끈하게 밀어 붙인다.

어떤 점에서는 대단히 게으르고, 또 어떤 부분에서는 추진력이 대단한데 이런 상충된 성격이 이런데서 나오는 것인가 싶다. 이 부분은 두가지의 단점이 결합되지 않고 장점이 조화되도록 잘 훈련하면 좋을 것 같다. 8w7의 시작하는 실행력, 일을 끝까지 마무리 하는 끈기, 그리고 어려운 문제에 도전하는 INTP의 도전정신과 탐구정신을 고루 개발하면 좋을 것 같다.

에니어그램의 8번과 INTP는 신기하게 잘 들어맞는 부분도 있었는데, 직장 생활 부분이었다. 일하는 과정에 누군가가 개입해서 이래라 저래라 하거나 심지어 근태 관리를 하면 의욕이 바닥까지 꺾여버리는 타입이다. 그러나 상사가 과정에 전혀 개입하지 않고 방생을 해두면 멋진 결과물을 내는 타입이라고 한다. 나름의 책임감이 있어서 결과물의 퀄리티를 높이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고 하는데 이건 정말 공감하는 부분이다. 가만히 내버려 두면 멋진 결과물을 낸다, 중간에 간섭하거나 건드리면 안된다.

8w7은 힘을 외향적으로 쓰는 타입인데 INTP는 내향적 타입이다. 여기서 외향과 내향은 보통 우리가 알고 있는 그것과는 다른 개념인 것 같다. 어쨌든 상충되는데 변태적 AB형 답게 두 성향 모두 갖고 있는 것 같다.

8w7은 사람들을 강압과 힘으로 몰아넣어서 뭔가 성취하고 얻으려는 타입이고 INTP는 구석에 조용히 혼자 짱박혀서 뭔가 논리적으로 분석하고 연구하고 어떤 결과를 얻어 내려는 타입이다. 두 타입이 완전히 별개의 타입 같지만 신기하게도 두개의 성향도 모두 가질 수 있는 것 같다.

두 타입이 긍정적으로 잘 조화하면 사람들에게 동기 부여를 하여 어떤 커다란 일이 진행될 수 있도록 지도하는 역할을 할 수 있으며 작게는 특정 분야의 어려운 일에 대한 도전정신과 해결 능력도 발휘할 수 있다.

나쁘게 발현되면 사람들에게 강압적인 행동을 하면서 주변의 사람이 떠날 수 있으며, INTP의 까칠한 성격 역시 스스로 고립되는 길에 빠질 수 있다는 단점이 있는 것 같다. INTP도 뭔가 사람들과 관계지향적이지 못하다. 8w7처럼 폭발적인 화를 내지 않더라도 매사 타인에게 답답함을 느끼며 막 대할 수 있다. 조금이라도 일처리가 부족하거나 무능력해 보이는 사람에게는 정말 가차 없이 막말을 퍼붓거나 무시하는 태도를 보일 수도 있다 이런 태도로 빠지지 않도록 특히 주의해야 할 것이다.

머잖아 40살이 되면서 내가 가진 INTP-T와 8w7의 성격 특성을 좋은 쪽으로 잘 발현하기 위해서는 1) 화를 잘 다스리기, 2) 조금 더 주변 사람들을 둘러보고 챙기기, 3) 호기심과 몰입하는 INTP의 능력치 끌어올리기, 4) 긍정적 리더상의 8w7 특성을 키우기, 5) 관심사는 압축해서 줄이기, 6) 시작을 화끈하게 하기, 7) 시작한 일은 끝까지 승부를 보고 끝맺음 하기, 8) 너무 높은 눈높이를 낮추고 현재의 내 모습에 만족할 줄도 알기 정도가 되겠다.

AB형, 8w7, INTP를 모두 긍정적으로 잘 활용하면 최강의 문무겸비형 인간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쁘게 활용하면 최악의 지능적 범죄자가 될 수도..?

나는 개인적으로 ENFJ형 인간을 만나고 싶다. ENFJ는 인간 댕댕이, 인간 리트리버라고 불릴 정도로 착하고 순한 사람들이라고 한다. 와이스트릿의 대호형님이 실제 ENFJ라고 한다. 남들에게는 좋지만 스스로에게는 너무 안 좋고 피곤하다고 한다. 항상 남을 배려하는 타입이라서 그런 것 같다.

어떤 사람이 되었든 ENFJ의 연인이나 배우자가 좋을까 싶었지만 찾아보니 꼭 그런 것도 아니라고 한다. 각자에게 맞는 궁합 같은게 있나 보다. 에니어그램 8번 남자에게는 2번 여자가 잘 어울린다고 한다. MBTI 결과값 INTP는 ESTJ, ENTJ 사람과 가장 잘 맞는다고 한다.

내 블로그에 자주 놀러 오시는 다른 분들의 테스트 결과도 무척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