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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2월 6일 월요일

이 맛에 유튜브 한다~

나는 스태미나가 좋다. 정말 잘 지치지 않는다. 지구력도 좋다. 머리숱도 많다. 조금 전에도 미용사 아주머니께 혼나고 왔다.

"머리숱이 너무 많아요. 열명 분은 쳐 내는 것 같네 그냥"

미용사 아주머니들의 푸념은 자주 들어서 익숙하다.

그냥 육체적인 건 부모님께 감사히 잘 물려 받은 것 같다. 그래서 어떤 주에는 일주일 내내 투자 관련 리서치를 연속으로하고, 곧장 5시간 연속 유튜브 야간 라이브를 해도 끄떡없다. 내가 생각해도 나는 정말 에너지가 넘친다.

그런데 어제는 라이브를 시작하기 전 부터 지쳐 있었다. 불면증 때문에. 며칠 전 부터 잠을 자려고 누워도 도통 잠을 못 드는 것이다. 밤 11시쯤 부터 자려고 누워도 잠을 들지 못했다. 결국 눈을 뜬 채 새벽 4시까지 뒤척이다 겨우 1시간 자고 일어나길 며칠 간 반복. 

결국 어제 라이브 때는 체력이 거의 바닥 나고 말았다. 고마운 우리 구독자 멤버 형들 앞에서 지친 모습을 보여주고 말았다. 어쨌든 미리 약속을 해 둔 라이브라 끝까지 해야만 했다!




자료 : '재간둥이 송선생' 유튜브 채널

방송 시작 전 부터 걱정 해주는 형들이 많았다. 몸에 좋은 것들을 추천해 주는 형들도 있었다. 오늘 방송은 됐으니 미뤄도 된다는 형도 있었다.

위의 캡처는 방송이 끝날 때 인사하는 분위기다. 평소와 다름 없는 분위기다. 하지만 어제 만큼은 평소와 다른 내 체력을 많은 형들이 걱정해 주었다. 얼굴 한 번 제대로 본 적도 없는, 화면 밖 사람들에게서 따뜻함을 느꼈다. 덕분에 나는 곧장 잠 드는데 성공했다. 일어났더니 새벽 5시였나, 6시였나. 개운한 새벽을 맞이 하며 하루를 시작했다.

미리 방송 공지를 하기도 했다. 허나 어제는 내가 방송을 미룰 수 없었던, 끝까지 했던 이유가 있다. 우리 멤버형들 상당수는 이 시간을 기다린다. 내가 그걸 안다. 투자공부를 하려고 모이는 것이기도 하지만, 만남의 플랫폼이기도 하다. 이미 어떤 형들끼리는 스터디도 결성해서 왕성하게 돌아가고 있는 것으로 안다. 기분이 정말 좋다.

똑똑하고, 잘 생기고, 몸 좋은 형들. 예쁘고 맘씨 착한 누나들이 이 시간만 기다리는 것도 이해는 간다.

헌터형님하고, 나는 말하자면 독립리서치 혹은 투자교육 깃발을 들고 유튜브 채널을 운영했다. 헌터형은 그 기치대로 잘 가고 있다. 나는 거의 친목 모임 하는 플랫폼으로 변한 것 같다. 하긴 나는 유튜브를 취미로 시작했네. 지금은 사명감이 조금 생겼지만. 

그 동안 숱하게 많은 공부도 함께했다. 기업과 산업에 대한 코멘트와 자료들이 켜켜이 쌓여 있다. 이제는 양도 많아서 그동안 공부한 것들을 하나씩 들춰 보기도 힘들 정도가 되었다. 누구 한 사람이라도 제대로 된 투자관을 잘 습득하셔서 국부창출에 기여해 주시면 좋겠다.

그러면서도 또 친목질은 얼마나 열심히 했는지(ㅎㅎ). 공부도 열심히! 노는 것도 열심히!

어쨌든 화면 밖 사람들 덕분에 힘을 얻는다. 어제는 특히 더 고마웠다. 이 맛에 유튜브를 한다. 아마도 우리 채널에 오시는 멤버형들의 물이 좋은 탓도 있겠지. 확실히 언택트 시대는 언택트 시대가 맞다!

덧. 혹시, 이 글을 읽는 분들 중에서 1) 투자 공부를 하다가 망망대해에서 떠돌고 계시거나, 2) 사람이 그리우신 분들은 '재간둥이 송선생' 채널 멤버로 합류해서 같이 노시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사람들이 정말 다 괜찮습니다. 투자를 떠나서 여러가지로 상호간에 시너지가 꽤 날 거에요.


2023년 1월 13일 금요일

위험한 조언이 난무하는 시대 (직장 생활 꿀팁 30가지?)


처세에는 답이 없다. 각자가 가진 고유한 캐릭터가 모두 다르기 때문이다. 그리고 각자가 처한 사회적 위치도 다 다르고, 속한 조직의 사회적 특성도 모두 다 다르다. 좁게 보면 내 윗사람, 내 옆사람이 누구냐 하는 것만 가지고도 '이것이 답이야'라고 할만한 단 하나의 처세는 존재하지 않는다. 그래서 처세에 대한 조언은 삼가는 편이다.

특히, 사회초년생들에게 '직장 생활 잘 하는 법', '처세 잘하는 법'과 같은 조언을 할 때는 더욱 신중을 기해야 한다. 한 사람의 가장 중요한 시기를 송두리째 흔들어 엉망으로 만들어 놓을 수 있기 때문이다.

추천으로 뜬 한 유튜버의 영상을 보았다. 제목이 '직장생활 잘하는 30가지 꿀팁'이었던가. 조회수가 무려 30만 회에 육박했다. 저런 영상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의 연령대를 고려해 볼 때 젊은 직장인 상당수에게 영향력을 미칠만한 숫자였다. 이 사람의 여러가지 조언 중 대부분은 '맞을수도 있고', '아닐수도 있고' 답은 없는 것들이었다.

하지만 아래 2가지 조언에 대해서는 생각을 해 볼 부분이 있다.

연초에는 열심히 하지말고, 연말에 몰아서 열심히 하라?


보통의 기업들은 연말에 인사평가가 몰려있다. 인사평가는 곧 연봉인상과 직결된다. 내년에 통장에 얼마가 더 찍히냐 하는 문제와 결부된 것이다. 그래서 이런 조언이 나온 것으로 보인다. 실제 연초에는 아무리 큰 성과를 내봤자 연말에는 잊혀진다. 하지만 연말에 무언가 성과를 내면 그것이 인사고과에 플러스로 작용할 요인은 매우 높다. 인간의 기억력은 짧다. 고과를 주는 사람도 인간이다. 그래서 이런 현상이 발생하는 것이다. 그래서 위 조언이 아주 잘못된 조언이라고도 할 수 없다.

하지만 위의 조언을 비틀어서 생각해 보면 근본은 '눈치껏', '눈속임'을 하라는 의미로도 들린다. 연초에는 대충 탱자탱자 놀다가 연말에 최선을 다하거나, 다하는 척을 하거나, 열심히 했다고 상사에게 어필하라는 의미이다.

이렇게 하면 직장 생활은 아주 훌륭하게 해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인생 전체를 놓고 봤을 때, 저런 타성에 절대로 물들면 안된다.

직장인은 언젠가는 회사에서 나오게 된다. 그때 오롯이 내 두발과, 내 두손과, 내 지능과, 나의 정신력과 센스만으로 살아가야한다. 직장에서는 농땡이를 부려도 따박따박 월급이 나온다. 하지만 밖에 나오면 극한의 현실을 마주하게 된다. 내가 거대한 자산가가 아닌 이상, 내가 잠깐만 쉬어도 들어오는 수입이 딱 끊긴다. 그 고통을 현실로써 마주하게 되면 그때는 이미 늦다.

위와 같은 조언대로 살다가 타성에 젖으면 그렇게 될 확률이 높다.

위의 조언은 '눈속임'을 의미하기도 하지만, 많은 한국 사람들의 특징 중 하나인 '벼락치기 근성'을 의미하기도 한다. 나는 벼락치기 타입의 사람들이 잘 사는 것을 거의 보지 못했다. 가령 상황하나를 예로들면 이런 것이다.

기획력, 디자인 능력, 감각과 센스, 영상 편집 능력을 갖춘 창수(가명)라는 친구가 퇴사를 목표로 잠시 휴직을 했다. 이 친구의 수중에는 일을 안하고 소비만 할 경우 1년 정도 버틸 수 있는 자금이 있었다. 하지만 별도의 현금흐름은 없었다.

창수에게 먼저 직장 생활 은퇴를 한 선배가 이렇게 조언한다.

+ 창수야, 넌 얼마 정도 쉴거니?
= 1년 정도 쉴 자금이 있어요.
+ 쉬었다 복직할거야?
= 아니요. 아예 직장으로 복귀는 안하고 싶어요.
+ 퇴사를 고려하고 있구나. 1년치 생활비 남은 건 좀 빡빡한데. 그래도 1년이면 뭔가 해보기에 짧은 시간은 아니지. 유튜브라도 살살 시작해봐. 너가 가진 재능에 딱인데.
= 아 형, 안 그래도 저도 유튜브 하려고요.
+ 그래, 처음부터 힘 많이 쓰지 말고 쉽게쉽게, 꾸준히라도 올려봐. 넌 주변에 소재도 많고, 재능도 많으니 잘 할거야.
= 예 형.
+ 지금부터 바로 해보는 게 좋을거야. 유튜브라는게 시작한다고 바로 수익이 나거나, 잘 되는 게 아니거든. 지금 바로 시작해야 한 1년 쯤 뒤에 조금씩 결과가 나와. 그래고 유튜브에만 의존하면 위험하니까 너 예전에 쇼핑몰도 했잖어. 그것도 병행하고, 돈 들어올 구멍을 기본 2~3개 이상 구축하는 작업을 바로 해보는 게 좋겠어.
= 그래 볼게요.

6개월 후,

+ 창수 잘 지냈니?
= 예 형.
+ 유튜브하고 쇼핑몰은 잘 돼?
= 그게 형, 아직 시작을 못했습니다.
+ 아니, 왜? 
= 노니까 시간이 너무 잘 가네요. 한다한다 하면서 벌써 6개월이나 흘렀네요.
+ 너, 이제 생활비로 쓸 자금도 얼마 안 남았을거 아냐?
= 그래도 아직 6개월 남았으니까요
+ 허허. 너가 하려는 게 알바처럼 한다고 돈이 바로 딱 나오는 게 아니라 이젠 시간이 좀 촉박할 것 같은데. 그래 뭐 너의 일이니까.
= 항상 잔소리 해주셔서 고마워요 형.

11개월 후,

창수가 유튜브를 시작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이제 남은 생활비는 1개월치라는데.. 창수의 채널에 들어가 보았다. 영상이 폭풍 업데이트 되고 있다. 하루에 영상이 4개씩, 5개씩 올라온다. 엄청난 벼락치기다. 그래 이게 한국인이지. 영상이 한달만에 100개가 넘게 올라갔다. 하지만 구독자는 아직도 10명이다. 하긴 벼락치기로 될리가 없지.

쇼핑몰도 만들고 있다고 해서 들어가봤다. 아직 오픈소스 그대로다. 별달리 손 댄 흔적은 보이지 않는다.

그리고 또 얼마 후,

창수는 회사에 복직을 했다고 연락이 왔다.

이렇게 우리의 창수는 '자유를 쟁취할' 중요한 시기와 순간들을 제 손으로 놓치고 만 것이다. 하나의 캐릭터로 예를 들었지만, 이게 대부분 한국인의 모습이다. 특히, '연말에만 몰아서 일을 열심히 하라' 저런 조언이 더 독이 되는 이유다. 저런 타성에 젖어 버린다면, 퇴직 후 가난의 길로 가는 것은 필연이다.

부모님에게 물려받은 것 하나 없음에도 불구하고, 자수성가한 사람들은 절대로 벼락치기 따위를 하지 않는다. 일단 멀리 보고 준비하고 움직인다. 그리고 할 수 있는 것은 즉시처리한다. 항상 일은 미리 처리를 해둔다. 미루는 법이 없다. 놀때 놀더라도 할일은 해놓고 논다. 더 잘 하는 사람들은 할일을 미리 해놓고, 시간이 넉넉해지면 다른 일까지 처리한다.

생각보다 게으른 사람은 많다. 부지런한 사람들 중에서도 핵심가치를 파악하고 중요한 일을 먼저 처리하는 사람은 또 줄어든다. 이러니 자수성가 하는 사람의 숫자도 줄어드는 것이다.

이런 습성으로 가난해 지는 것은 개인의 문제이지만 시각을 크게 보면 국가의 문제가 되기도 한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아주 예민한 소수를 제외하면 어떤 사회적 변화에 대한 더듬이가 민감하지 못하다. 그래서 역사적으로 보더라도 '분명히 예방할 수 있었던 일들'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일이 터지고, 피를 흘리고 나서야 뒤늦게 벼락치기로 수습하는 경우를 많이 볼 수 있다.

미국, 일본, 중국과 같은 이웃 국가들은 항상 멀리 바라보고 의사결정과 행동을 한다. 당장 닥치지 않더라도 '언젠가는' 닥친다는 태도로 미리미리 준비한다. 국가도 그래야 하고, 개인도 그래야 한다. 그래야 짧게는 밥을 굶지 않고, 길게는 피를 흘리지 않는다.

다시 직장 이야기로 돌아가자. 내가 초년생 직장인이라면 이런 태도로 살고 있을 것 같다. '윗사람에게 인정 안 받아도 그만이다.' 회사에서 배울 것 열심히 배우고, 내 스스로를 강력한 스킬로 무장하고, 나를 업그레이드 시키면서, 길게 보고 나 자체가 걸어 다니는 하나의 기업체, 그런 기업체를 소유할 오너라고 생각하고 하루하루 열심히 살아갈 것이다. 연말에만 눈속임하는 삶, 남들에게 눈치보는 삶은 살지 않을 것이다.

회사는 내일 당장, 어느날 갑자기 이렇게 말할 수 있다. 

"이제 그만 나오세요."

이런 상황이 닥쳤을 때, 어떤 대비가 되어있는가? 단지 금전적인 문제가 아니다. 금전이 차지하는 문제는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이메일로 모든 커뮤니케이션 증거를 남겨라?


증거를 남기는 것은 중요하다. 법적 분쟁의 결과도 대부분 증거로 결판이 난다. 증거를 남기는 삶이 중요하지 않다는 것은 아니다.

다만, '소탐대실'하지 말자는 것이다.

먼저, 증거를 남기는 삶을 살더라도 '내가 그런 사람이다'하는 것은 주변에 알리지 않는 것이 좋다. 당신을 좋게 봤던 사람들 조차, 당신을 두려워 하거나 곁에 다가가지 않으려고 할 수 있다.

'쟤랑은 말할 때 조심해야겠어. 쟤한테는 거리를 둬야겠다. 나중에 어떻게 될지 모르니...'

사람들로부터 이런 인식을 쌓는 것은 아주 큰 소탐대실이다. 그러니 내가 사소한 것 하나하나를 모두 기록으로 그리고 증거로 남기는 사람이라고 하더라도 이를 주변에서는 모르는 것이 좋다.

그리고 회사에서는 사소한 잘잘못을 따지겠답시고 '제가 이메일로 증거를 남겼는데요!' 하면서 일일이 증거를 들이밀어서 상대를 곤욕스럽게 만드는 것은 삼가야 한다. 나를 좋아하는 1,000명의 지지자 보다, 1명의 적이 무서운 법이다.

이런 경우 2가지 정도의 '대실'을 하게된다. 

하나는 상대를 궁지로 몰아서 곤욕을 치르게 할 경우, 그 상대는 돌아올 수 없는 적이 된다. 이렇게 되면 이 적은 도처에서 나타나 내 삶과 커리어에 발목을 잡고 어깃장을 놓을 것이다. 어쩌면 그 사람은 해당 일처리를 하면서 실수를 한 것일수도 있는데, 그저 잘잘못을 따져 나에게 책임 씌워지는 것이 싫다고 그런 행동을 하는 것은 행동전에 수백번 숙고해야한다.

두번째는 모든 사람들에게 당신을 각성시키는 것이다. '쟤는 저렇게 이메일 문구 하나하나에 함정을 파두고, 증거를 남기고, 무섭게 구는 애구나'. 당신과 업무를 하는 모든 사람들이 전에는 안 그랬어도, 이제는 증거를 남기려고 할 것이다. 특히 당신과 업무를 하거나 커뮤니케이션을 하는 모든 사람들은 당신의 그런 태도에 두려움을 느끼고 더욱 강력한 방법으로 증거를 남기고, 함정을 팔 것이다.

사회초년생은 잃을 것 보다, 얻을 게 많다. 증거를 남겨서 시시비비를 가려야 할만큼 무거운 짐을 짊어지지도 않는다. 증거라는 것은 열심히 수집은 하되, 타인은 나의 그런 태도를 몰라야 한다. 그렇게 수집한 증거들은 내 인생을 건 아주 큰 단 한번의 승부에 제대로 써야 한다. 시시껄렁하게 '나는 증거남기는 사람이요.'하면서 돌아다니면 허당이다. 사람잃고, 신의도 잃고 남는 건 소탐대실뿐이다.

작은 증거들로, 작은 책임회피를 하면서 살면 무엇하겠는가? 그러는 과정에서 사람을 하나하나 잃어갈텐데, 직장 생활은 짧고 인생은 길다.

2023년 1월 13일
송종식


2021년 9월 17일 금요일

고속도로 위에서의 망상 (스트레인저, 어나니머스, 대중과 개인, 인연에 대해)

#1

유튜브에 재미있는 영상이 업로드 된다. 영상의 조회수는 1회, 10회, 100회 그리고 시간이 지날수록 늘어간다. 1만회, 10만회, 100만회가 되기도 한다. 숫자만 보면 무미건조하다. 그런데 영상을 본 100만 명에게는 100만 개의 인생이 있다.

1,000,000회라는 조회수를 숫자만 놓고 보면 별 감흥이 없다. 그저 숫자에 불과하다. 그런데 그 중에서 667,521번째 누군가를 콕 집어서 만나보면 그 사람도 우리처럼 자기 인생을 열심히 살고 있는 똑똑한 누군가 일것이다.

#2

서울서 부산까지, 그리고 부산에서 서울까지 고속도로를 타고 움직인다. 멀고 노곤한 길이다. 고속도로를 달리다 보면 수 많은 차량들이 내 옆을 스쳐간다. 그 안에는 나와 아무 상관없는 사람이 타고 있을 것이다. 당연히 누군지도 모른다. 그런데, 지근거리에 내 옆에 지나가는 것 자체가 인연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차량들이 내 옆을 슝슝 지나가면 서로의 존재 여부도 알지 못하는 아무 상관없는 사람들이다. 그런데 누군가가 실수를 해서 나와 사고를 내면 나는 그 사람과 실질적 인연으로 엮인다. 사람의 인연이란 참 신기하고 묘하다.

누군지도 모를 수 많은 차량들을 도로에서 지나친다. 그 차량 중 아무 차량이나 세워서 이야기를 해보면 그 사람도 역시 나 처럼 열심히 살고 있을 것이고, 똑똑한 사람일 것이다. 숫자로는 고속도로 위를 달리는 수 백만대의 차량 중 한 대일 뿐이겠지만, 어느 차량 한대만 콕 집으면 각자의 인생과 재미있는 사연들이 있을 것이다.

자료 : 연합뉴스

#3

민족성과 언어라는 것도 신기하다. 30년을 서로 다른 지역에서 살던 사람들이 있다. 30대 중반쯤 이들이 사회에 나와서 알게 돼 친구가 되었다. 친해진 다음 여러가지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옛날 80, 90년대 이야기들이 나온다. 국민학생 시절의 생활, 그때 유행하던 유행가 등을 놓고 다양한 이야기를 한다. 수 백, 수 천만 명의 사람들이 동일한 기억, 동일한 정서, 동일한 감정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참 신기하게 느껴진다. 우리 서로는 살면서 서로의 존재조차 몰랐지만, 우리는 서로 같은 정서를 공유하고 있다.

고속도로를 지나는 수 많은 차량들. 그 중 아무 차량이나 한대를 세워 말을 건다. 한국어를 쓴다. 말이 통한다. 해외 여행을 하다가 한국인을 만난다. 말을 건다. 나는 지방 출신인데 그 친구는 서울 출신이다. 한국말이 통한다. 나는 이렇게 살면서 서로의 존재도 몰랐던 이들이 하나의 언어로 생각이 통한다는 사실에도 가끔 놀라운 경이로움을 느낄때가 있다. 누군가가 '언어는 사람 버전의 프로토콜이다'라고 한 적이 있다. 정말 프로토콜처럼 느껴진다.

#4

운명과 인연이란 하늘이 주는 것인가? 내가 만드는 것인가? 고속도로를 지나다가 만나는 수 많은 차는 나에게는 가상의 존재나 마찬가지다. 그저 내 눈앞에 펼쳐지는 도로 위의 아이템들이다. 수 많은 자동차와 거기에 탄 사람들은 나와 아무런 인연도 관계도 없다. 그런데 내가 누군가의 차로 달려가 돌격해서 접촉사고를 일으키면 그 사람과는 어떤 식으로든 인연이 된다. 그것은 내가 스스로 만든 인연인가? 아니면 그것 조차 하늘이 계획한 인연인가?

#5

특정 주제를 목적으로 카카오톡 단톡방이 만들어져 있다. 그 곳에는 약 200여 명의 사람들이 들어 와 있다. 전원이 익명으로 대화에 참여하고 있다. 대화명은 제 각각이다. '농부', '삐약삐약', '곰탱이', 'ㅇㅇ', '웃으며살자' 등. 필명 앞에는 카카오가 만든 귀여운 캐릭터들이 붙어 있다.

참 많은 사람들이 들어 와 있지만 저런식으로 나열된 익명의 사람들을 보면 사람으로 느껴지지 않는다. 별 감흥이 없다. 그저 PNG 이미지 한장에 필명 텍스트 한 줄이다. 그러나 그 중 한 사람을 끄집어 내보면 확실히 그 사람은 자기만의 멋진 인생을 살고 있는 똑똑한 어떤 한 사람일 것이다. 현실에서 발생할 수 있는 인연의 가짓수는 무한대에 가깝다. 메타버스가 이런 무한대의 것들을 완벽히 구현할 수 있을까? 

똑똑한 지인들이 익명으로 여러 단톡방에 들어가 있다. 그들은 그 방에서 말도 안한다. 어찌보면 병풍이나 허수아비 같다. 그러나 그 지인들은 실제로는 매우 멋들어진 집에 살고 있으며, 생각도 많고, 똑똑한 사람들이다. 세상에는 나처럼 떠드는 사람은 소수이고 저런식으로 지켜보는 조용한 다수가 아주 많다는 것을 느끼고 또 그것이 무섭게 여겨진다.

#6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순간에도 지구상 80억 명은 각자의 인생들을 살고 있을 것이다. 누구는 성공적인 삶을, 누구는 힘든 삶을, 또 누구는 무언가를 먹으면서, 또 누구는 책을 읽으면서. 동시 다발적으로 벌어지고 있는 사람들 각자의 삶을 조목조목 상상해보면 경이롭고 또 경이롭다.

세상 사람 대부분은 똑똑하다. 돈이라는 자원을 함부로 길 바닥에 버리는 바보는 없다. 도로에 돌아다니는 차량들을 운전하는 사람들은 전부 차량 조작법을 알고 교통체계를 이해하고 움직인다.

실제로도 5200만 명의 대중들 중에서 3,970만 1121번째 사람을 콕 찍어서 새롭게 사귀어 인사를 나누어 보면 바보는 아닐 것이다. 사람들은 저마다 합리적인 선택을 하고, 저 마다 자신의 생각을 가지고 똑똑하게 그리고 열심히들 살아간다. 모두 자기 생각이 있고, 스펙이 있고, 고집이 있으며, 삶이 있다.

그런데 여기서 또 궁금한 것이 있다. 왜 그렇게 개인만 놓고 보면 똑똑한 사람들이 집단으로, 거대 대중으로 뭉치면 개인일 때 보다 멍청한 선택을 하게 되는것인가 하는 점이다. 세상에는 만만한 사람이 없다. 나는 기본적으로 세상 사람들은 다 나보다 잘 났다고 생각하고 사는 사람이다. 내가 제일 못 났다. 그런데, 그런 개개인이 대규모로 뭉친 대중들은 왜 고작 나보다도 멍청하고 잘못된 선택을 하고, 이상한 소리를 늘어 놓는 경우가 많은 것일까?

#7 

고속도로가 꽉 막혀있다. 엄청나게 많은 차량들이 움직이지 못하고 있다. 내 어깨 위에 날개가 돋아난다. 고속도로 위로 스윽 날아오른다. 그 엄청난 차량들 중에서 나를 알아보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한 두명이라도 알아보면 정말 신기하겠다 싶은 생각이 든다.

반대로 날아오른 사람이 내가 아니라 문재인 대통령이나,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또는 유재석씨 같은 인지도 99.99%의 사람이라면? 당연히 대부분의 사람이 알아볼 것이다. 유명세에 대해서도 여러가지 신기한 기분이 든다. 나는 저들을 모르는데, 저들은 모두 나를 속속들이 알고 있다면 어떤 기분일까? 그것도 인연이라면 인연일까? 쌍방향 인연일까? 단방향 인연일까?

오늘의 두서없는 망상은 여기까지만 해야겠다. 망상 끝.


2021년 3월 23일 화요일

한국에서 건드리면 안 되는 것 3가지

정의의 여신상 유스티치아 <자료 : pixabay>

한국 사회에서는 절대 건드리면 안되는 역린이 몇가지가 있다.

"아이는 건드리지 마라" 이런 것 정도는 한국 사회가 아니라 정상적으로 문명화가 된 나라라면 어디서든 통용되는 것이다.

한국 사회에서 건드리면 안되는 독특한 역린 몇가지는 다음과 같은 것들이다.

군대문제, 자녀들의 대학 입시문제, 나하고 비슷한 처지의 사람이 편법을 써서 돈을 버는 문제 등.

이런 문제들의 공통점은 '공정성'과 관련된 것이다. 물론 공정성은 사회를 지탱하는 매우 중요한 가치 중 하나다. 그 공정함의 잣대가 특히 가장 엄격하게 적용되는 분야가 위에서 열거한 것들이다.

대한민국 남자라면 군대 문제에서 열외는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누구나 다 나의 의사에 반하여 군대에 소위 '끌려간다'. 가장 꽃다운 나이에 온갖 고생을 하면서 2~3년의 시간을 증발 시켜버린다. 군대에서 배운 것이 많다고 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군대에 안 갔으면 배우는 것과 쌓이는 것이 더 많았을 것이다.

그러하다 보니 편법을 쓰거나, 사회지도층 부모의 백과 힘으로 군대에 빠지는 행위를 국민들은 참지 못한다. 군대 문제가 생기면 대중의 지지와 사랑을 받는 직업은 못한다고 봐도 된다.

자녀들의 대학입시 문제 역시 마찬가지다. 젊은 부부들을 보면 내 자식은 애지중지 금지옥엽으로 키우면서 다른 자식에 대한 속마음은 그야말로 뚱하게 생각하는 경우들을 본다. 그거야 동물의 유전자 복제 본능에 따라서 그럴 수 있고 그게 당연한거라고 본다.

내 자식은 다른 집 자식보다 하나라도 더 좋은 걸 먹여야 하고, 하나라도 더 잘 해서 가급적 더 나은 삶을 살기를 바라는 게 부모들의 마음일 것이다.

갈수록 자녀를 낳는 수도 줄어서 자녀는 더욱 귀한 존재가 되고 있다.

그래서 사람들이 공정성에 대해서 가장 예민한 부분 중 하나가 바로 자녀들과 관련된 입시문제, 그리고 먹을 것이 가득 들어차 있는 직장으로의 취업문제다.

이 부분도 부모의 능력이나 편법을 이용해서 좋은 학교에 진학하는 경우, 혹은 사람들이 모두 들어가고 싶어하는, 돈 많이 주고 앞날이 탄탄하게 보장된 직장에 낙하산으로 취업하는 경우에는 온 국민이 공분하며 들고 일어선다.

뭔가 그 자녀들은 눈에 넣어도 안 아픈 내 자녀들보다 별로 잘난 것도 없는 것 같은데 그 좋은 학교에 들어가? 그 좋은 직장에 들어가? 이런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공정하게 경쟁해서 지더라도 수긍하기 힘든 것이 자녀와 관련된 것인데 상대의 편법으로 졌다고 생각하면 그 분노는 더 커지는 것이다.

그 다음은 이번에 LH에서의 것과 같은 것이다. 뭔가 나보다 별로 특출난 것도 없는 인간들이 국토 개발 정보를 틀어쥐고 반칙을 써서 떼돈을 버는 것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자기 자신보다 압도적으로 쎄거나 능력있는 사람에게는 복종한다. 그러나 자기와 별 다를 것 없이 애매한 사람이 뭔가 큰 돈을 벌면 그때부터 배가 아파 죽는다. 온갖 논리와 욕설을 만들어서 물어 뜯기 시작한다. 순식간에 사람들이 바글바글 모여들어 물어뜯는다.

하물며 공정하게 돈을 벌어도 사람들이 배아파서 죽는판에, 국민들이 주는 세금을 먹고 사는 공기업에서 개발정보를 사전에 확보할 수 있는 사람들이 그 짓을 했으니 이것에 대한 사람들의 분노는 하늘을 찌르는 것이다.

또, 사람들은 남이 편법을 써 무엇인가 얻으면 떼로 몰려 들어 물어뜯고 화를 낸다. 반면에 자기 자신들이 얻는 편법에 대해서는 무감각한 면도 있다. 

살다보면 사회지도층은 물론이고 서민들까지 다양한 편법을 저지르다 발각된다. 그것을 본 사람들은 극도로 분노하지만 정작 자신들도 자기 위치에서 부지런히 편법과 탈법을 저지르고 있다.

남들이 새치기 하는 것에는 극분노하지만, 자신이 인맥을 동원해서 새치기를 하는 것은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그것이 사람들의 본성이다.

모난 돌이 정을 맞고, 드러나면 공격 받는다. 그것이 이치다.

이야기가 나왔으니 말인데 나는 부자가 아니다. 그런데 부자라고 오해를 받고 있다. 그저 여분의 시간에 취미로 글을 쓰고, 취미로 영상을 만들고, 취미로 코딩을 한다. 단지 투자 공부를 오래했고, 투자를 좋아할 뿐이다. 그것이 전부다.

그것이 모두 사람들과 만나는 접점에 있는 것들이다 보니 조금씩 이름을 알아보는 분들도 생기고 얼굴을 알아보는 분들도 생기는 것이다. 내가 영위하는 취미활동이 그저 사람들과 만나기 용이한 것들이다보니 그런 것이지 나는 부자가 아니다.

다만, 우려되는 것은 요즘 유튜브나 미디어에 자기 자신이 부자라며 등장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그 사람들이 진짜 부자인지 가짜 부자인지 알 길이 없다. 가짜 부자이면서 어그로 끌어서 돈을 벌기 위해 미디어에 얼굴을 비추는 것인지 알 수 있는 방법도 없다. 혹자는 그것도 사업적 능력이라고 말하기도 하더라.

내 경험상 자신의 부를 과시하는 사람은 대부분 허당이었다는 것이다. 진짜 부자는 자신의 부를 과시하지 않았다. 진짜 부자는 감추고 숨어야 하고, 가짜부자는 드러내고 알려야 한다. 각자 자신의 최대 이익에 따라 움직일 뿐이다. 

어쨌든 온라인에서 부를 과시하려는 분들도 하나 알아야 할 것은 대중들은 언제나 돌변한다는 것이다.

사랑해요, 존경해요를 외치다가도 순식간에 돌변하는 것이 대중이다. 그도 그럴것이 남들이 얼마든지 배아파 할 수 있는 돈 벌었다는 자랑은 정말 조심해야 한다. 또한, 수 만~수 십만의 팔로워 중에서는 범죄자도 다수가 포함돼 있다.

그 사람들도 그 사람들이지만 나부터도 항상 경계하고 주의하는 이유다. 마음 속 깊이 겸손한 사람일 수 있다면 가장 좋겠지만, 신이 아닌 이상은 겉으로라도, 겸손한 척이라도 하고 살아야 한다. 특히 한국에서는 그렇다.

디지털노마드 생활을 하다보면 구글플레이 스토어에 올린 앱이 구글의 정책 위반으로 삭제되거나, 유튜브에 올린 영상이 유튜브 정책 위반으로 삭제되는 사례는 많다.

그럴 때, 한국인과 다른 나라 사람들의 대응이 다르다고 한다. 다른 나라 사람들은 "내 앱이나 영상에 뭐가 문제가 있어?"라고 문의를 넣는 반면, 한국인들은 "쟤는 나보다 더 심하게 하는데 왜 내것만 삭제해? 쟤 것도 삭제해." 하면서 문의를 넣는다고 한다.

장사나 사업을 해보면 알겠지만 가장 무서운 것은 멀리있는 대중들이 아니라, 지근거리에 있는 사람들이다.

장사를 잘 하고 있는데 갑자기 행정제재가 들어오거나 힘든일이 생긴다면 근처에 다른 사장이 꼬투리를 잡아서 투고를 넣었을 가능성이 크다.

내 사업이 잘 되고 있는데 있지도 않은 이야기로 만들어 낸 이상한 악플과 악소문이 돌기 시작하면서 사업에 타격이 받기 시작하면 내가 돈 잘 버는 것을 시기질투하는 나와 비슷한 연령과 처지의 친구거나 지근거리의 지인일 가능성이 높다.

그러다가 뭐하나 건수라도 잡히면 그들은 대중들에게 이 사실을 알리고 대중들은 좀비떼처럼 몰려든다.

우선은 그것을 뛰어 넘을 수 있는 압도적인 내공과 실력을 쌓아야 한다. 그리고 그런 상황이 오지 않도록 처음부터 늘 겸손하고 또 겸손해야 한다.

몇몇 블로그들만 둘러보아도 얼굴 모를 상대의 가슴에 비수를 꽂거나 상처를 주는 글을 심심찮게 쓰는 사람들이 있다. 그게 다 업보를 만드는 것이다. 내가 피해를 보지 않더라도 내 자식이 피해를 본다는 생각으로 살아야 한다.

세상에 누구하나 만만한 사람은 없다. 적을 만들기 시작하면 삶이 고달파 진다. 사람들은 예민한 존재다. 그래서 조심 또 조심하여 살아야 한다. 그리고 적당히 주변과 나눌줄도 알아야 롱런한다. 보시 공덕이라는 것이 괜히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혼자 먹으려하면 체하고, 나눠 먹으면 더 크게 성장한다.

애초에 남을 생각하고 의식하여 살 필요는 없지만 구태여 남에게 해를 끼쳐 남이 내 인생에 개입할 여지를 주어서는 안된다.

2021년 3월 23일
송종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