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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7월 12일 수요일

이 세상엔 돈도 많고, 기회도 많다


모처럼 부산에서 저녁 약속이었다. 부산 바다가 시원하게 보이는 자리였다. 내가 좋아하는 멘토와 식사를 하는 자리였다. 자리에는 멘토의 멘티 두 사람이 동석했다. 두분 모두 부산 청년 사업가들이다.

모처럼 멘토를 뵙는 자리라 선물을 준비 했어야 했다. 미리 준비 했어야 하는데 분 단위로 시간에 쫓기다 보니 그렇게 하지 못했다. 가는 길에 백화점도 문을 다 닫았다. 마땅히 뭘 살만한 곳이 없었다. 일단 약속 장소인 호텔에 도착했다. 다행히 호텔 1층에 와인을 파는 가게가 영업을 하고 있었다. 이래저래 살펴 본 후, 레드와인 하나를 골랐다.

그리고 같은 호텔 1층에 있는 약속 장소로 향했다. 그곳은 늦은 시간까지 영업하는 바(Bar)였다. 인사를 드리고 자리에 앉으며 준비한 선물을 건네 드렸다.

"아이고 웬 와인이고? 이거 얼마줬노?"
"30만 원 줬습니다. 좋은 것 준비 못해서 송구합니다."
"아이다. 이거 여기서 따 먹어도 되나"
"그럼요, 다 같이 한잔씩 하시죠."

멘토 회장님이 갑자기 와인을 들고 카운터로 달려 가셨다. 그리고 다시 자리로 돌아와 앉으셨다.

"이거 55만 원짜리라는데?"
"예? 아.."

잠시 후, 호텔 스텝들이 와인잔 4개를 갖고 오셨다. 와인은 4잔에 나눠 따르니 금새 바닥을 드러냈다. 호텔 스텝분들의 기품있는 서비스 덕분에 와인과 요리를 맛있게 즐겼다.

그리고, 숙소로 돌아오는 길에 가만히 생각을 했다. 

나는 호텔 로비에서 30만 원 주고 와인을 샀다. 그리고 그 와인을 들고 10걸음도 안되는 곳에 있는 바에 자리를 잡았다. 그곳에서는 똑같은 와인의 가격이 55만 원으로 뛰어 있었다. 가격상승률로 따지면 무려 83%가 넘었다. 물론, 장소 제공비용과 호텔리어의 서비스 비용을 감안하면 가격이 뛰는 게 옳다. 내 눈에는 그런 것 까지 모두 세상의 작은 기회들로 보였다. 어떻게 보면 약간의 노동력과 서비스를 투입한 차익거래 아닌가.

코 앞의 가게에서도 이 정도의 차익거래가 가능하다. 거리가 먼 곳의 물건 간에는 얼마나 많은 차익거래 기회가 숨어 있을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물리적 거리만이 아니다. 아무리 정보화 시대라지만 아직도 세상 곳곳에는 정보격차가 있다. 그것들도 모두 차익거래의 기회로 만들 수 있다.

세상에는 돈을 벌 수 있는 기회가 도처에 널려 있다. 

첫째, 우리가 관심을 갖지 않을 뿐이고, 둘째, 알면서 실행하지 않기 때문이다. 의외로 아주 간단한 몇 가지 행위만으로 큰 현금 흐름을 만드는 사업가들도 많다. 노력의 절대적인 양이 아니라, 돈이 들어 오도록 만들기 위해 어떤 유효한 행위를 했느냐가 중요하다. 돈이 들어오는 물꼬를 트는 행위만 제대로 하면 그 이후엔 돈이 쏟아져 들어온다. 물론 그렇다고 노력의 가치가 중요하지 않다는 것은 아니다.

어쨌든 불평불만만 늘어 놓기엔 세상은 너무 재미있는 것이 많다. 뭐든지 호기심을 갖고, 마음 먹고, 행하기 나름이라고 생각한다.

세상에는 돈도 원 없이 많다. 주식 유튜브에 나온 자칭 주식 고수 중년 아저씨의 말 한마디로 특정 종목의 수급이 순식간에 1조 원이 몰린다. 사교육에 쓰는 돈은 이미 24조 원이 넘었다. 이런 저런 강의를 듣는다고 사람들은 수 십, 수 백만 원을 척척 긁는다. 길거리엔 1억 원이 넘는 비싼차가 하늘의 별처럼 많이 돌아 다닌다. 사람들의 생활 수준도 전반적으로 높은데다, 명품도 잘 팔려 나간다.

이렇듯 세상의 돈은 끝이 없다. '세상에 돈은 많은데 나만 가난하다'는 사람들의 우스갯 소리도 거짓은 아니다. 다만 누군가는 그 많은 돈을 내 쪽으로 끌어 오기 위해 궁리하고 행동한다. 대부분은 하지 않을 뿐이다. 내가 원하면 내 충족을 넘어설 정도로 세상의 돈은 풍족하다. 심지어 우리나라를 벗어나면 그 규모는 끝이 없다. 우리나라의 경제 규모는 세계에서 1~2%에 불과하다. 그러므로 무언가를 시작하기 전에 '시장규모'부터 따지는 건 무의미할 지도 모른다. 일단은 해보는 것이다. 하다보면 내가 하는 일의 업사이드가 어느 정도인지 알게 된다.

상상으로 머무는 업사이드와, 실제 업사이드는 완전히 다르다. 해보면 안다. 생각보다 실행이 더 쉽다. 그리고 그 실행의 결과는 생각보다 풍족하다.

2023년 7월 12일
송종식


2023년 4월 15일 토요일

우주의 먼지, 스쳐가는 바람, 순간의 소중함

고전서를 많이 읽는다. 문득 책을 읽다 보니 신동준 선생이 번역한 책이 많았다. 나는 메시지에 천착하고 집중한다. 그래서 보통 메신저에는 관심을 잘 두지 않는다. 그런데 문득 이번에는 메신저가 궁금했다. 그는 누구이기에 왕성한 고전 번역과 저술 활동을 하는가. 그리고 자신있게 고전에 코멘트를 척척 달아 대는가.

생전 그에 대한 세간의 평가는 무척 박했던 것 같다. 막말 논란으로 방송계에서 퇴출된 이력도 있다고 한다. 태도는 매우 중요하다. 그렇지만 그의 글은 나를 매료 시켰다. 몇 마디 말 실수를 했다고 평가절하 할 수 있는 사람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생전 인간에 대한 깊은 통찰을 즐겼던 사람으로 보인다. 글에는 그의 야망이 뚝뚝 묻어난다. 그렇지만 번역과 저술 이외에 별 다른 야망을 실행하지는 못하고 세상을 떠난 것으로 보인다.

본디, 안정된 세상에서 큰 인물이 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난세에 빛을 발하는 사람이 있다. 신동준 선생이 난세에 살았다면 지금보다 큰 뜻을 펼쳤을 인물이라고 생각된다. 반대로 내가 애정하는 위나라의 조조는 지금같이 평화로운 시대에 살았다면 자영업자나 샐러리맨이 되었으리라.

나는 학오 신동준 선생의 글을 잔뜩 읽었다. 뜻하는 바가 있어 감히 그의 제자 되기를 청하려 했다. 연락처를 수소문 하던 중 그가 몇 해 전 세상을 떠났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나중에서야 그의 스펙도 알게 되었다. 충청도에서 태어나 경기고-서울대 코스를 밟은 한국의 정통 엘리트였다. 일생을 치열하게 살았던 것 같다.

한편으로 사람 인생의 덧 없음도 느낀다. 만일 그가 큰 야망을 펼쳤다고 한들, 죽음 앞에서 우리는 모두 공평하다. 인간의 생은 짧고 덧 없다. 항상 상기하지만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오늘은 더욱 다짐하게 된다.

"나는 매 순간을 소중하게 살다가 후회 없이 죽으리라."
"사랑한다, 고맙다, 감사하다. 마음껏 이야기 하다가 죽으리라."
"감추거나 후퇴함 없이 내가 원하는 대로 살다가 죽으리라."

떠나고 싶으면 떠나고, 먹고 싶으면 먹고, 도전하고 싶으면 해보고, 사랑하고 싶으면 하는 게 옳다고 생각한다. 늘 그렇게 생각해 왔다. 지금도 그 생각엔 변함이 없다. 문득 오늘은 그 생각이 더욱 확고해진다.

조금 더 일찍 그에게 연락해 볼 생각을 하지 못한 것이 못내 아쉽다.

2023년 4월 15일
송종식
 
생전 학오 신동준 선생의 모습


2022년 12월 7일 수요일

남녀관계에 있어서 만고불변의 진리


이성의 끈을 부여잡고, 나와 후배들에게 남기는 메시지. 될 수 있으면 사회경험과 이성경험이 누적된 30~40대 이상에게 해당되는 이야기.

"남녀불문, 당신을 정말 좋아하는 사람은 당신을 절대로 헷갈리게 만들지 않는다".
"남녀불문, 사람이 누군가를 진심으로 좋아하게 되면 하는 행동에서 딱 티가 난다."
"남녀불문, 만남에 있어서 달달함과 긴장감의 완급 조절을 잘하는 사람은, 이성경험이 매우 풍부한 사람이거나, 당신을 가볍게 생각하고 있거나, 좋은 사람이 아니거나. 셋 중 하나다."
"남녀불문, 연애를 함에 있어서 이런저런 핑계를 대는 사람은 당신을 진심으로 좋아하지 않으며 진중하지 못하다. 진심으로 좋아하면 눈에 뵈는 게 없어지는 게 인지상정이다."
"남녀불문, 아주 사소한 것 조차 숨기는 비밀이 많은 사람은 당신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다.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자기 이야기를 종알종알 하는 게 인간이다."

당신은 소중하고 꽤 괜찮은 사람이다. 마음 없는 사람, 엄한 사람 또는 나쁜 사람에게 빠져서 허우적거리지 마라. 당신을 진심으로 소중하게 생각해 주는 좋은 사람을 만나. 사랑 받으면서 살아야 한다. 당신도 나도 우리 모두는 그럴 자격이 있고, 그럴 수 있다. 엉뚱한 길에서 감정과 에너지를 소모하지 말기를..

이 글을 보시는 분들도 좋은 분 만나서 서로 소중히 대하고, 서로 사랑하며, 서로 행복하기를..!

연애상담, 자기계발, 인생상담 관련 유튜브 채널을 하나 파볼까 생각중이다.

2022년 12월 7일
송종식


2022년 10월 18일 화요일

인간보다 더 우월한 존재에게 우린 그냥 도축되는 존재라면?


오늘 임플란트 2차 수술을 받았다. 1차 수술 때 식립한 나사는 뼈에 유착이 아주 잘 되었다고 한다. 젊고 건강하니 큰 걱정은 없다고 하셨다. 2차 수술을 받기 위해 눈을 가리고, 입을 벌리고 가만히 누워 있었다. 언제나 치과는 나에게 공포로 다가오는 공간이다. 의사 선생님과 치위생사 선생님들이 나는 못 알아 들을 전문 용어를 주고 받으면서 분주히 움직이셨다. 내가 한 건 그저 입을 벌리고 가만히 누워있는 것 뿐이었다.

뭔가 이런 저런 기계들이 '윙~ 윙~' 돌면서 살을 째고, 뼈에 뭔가 하는 것 같았다. 마취가 잘 되어 있어서 별 느낌은 나지 않았지만 문득 또 이런 망상이 들었다.

'우리 인간보다 우월한 존재가 이 지구상에 존재해서, 우리를 사육하거나 잡아다가 도축을 한다면 어떤 생각이 들까?', '지금 내가 치과 치료를 받는 것이 아니라 도축을 당하는 상황이라면 어떤 생각이 들까?' 이런 해괴한 상상력이 마구 돋아 나갔다. 

나는 지금과 같은 이성, 지금과 같은 감성, 지금과 같은 지능이 유지된 상태이겠지만 몸은 도축되기 위해 어떤 기계 장치에 매달려 있을 것이다. 나 말고 다른 인간들이 줄줄이 그 기계 장치에 걸려 있는 모습도 상상했다. 살이 찢겨 나가고, 목이 달아 나기 전 까지 극도의 공포감에 시달릴 것이다. 그리고 온갖 상상을 다 동원하여 그 짧고도 긴 시간을 이겨내고 있을 것이다.

도축 되기 위해 컨베이어 벨트에 줄줄이 매달려 있는 그 인간들은 사육된 것이 아니라 포획된 것이라면, 출신 성분이 다양할 것이다. 지능도 다양할 것이며, 각자의 능력도 다채로울 것이다. 누구는 서울대를 나왔을 수도 있고, 누구는 중졸일 수도 있을테고, 누구는 다국어를 구사하는 사람일 수 있고, 누구는 손재주가 좋은 사람일 수도 있을 것이다. 또 누구는 얼굴이 잘 생겼을 수도 있고, 누구는 못 생겼을 수도 있을 것이다. 개 중에는 범죄자도 있을 것이고, 한편으로는 봉사활동을 평생 해 온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보다 우월한 존재의 식량이 되기 위해서 기계에 줄줄이 매달려 도축을 기다리는 상황에서는 그런 것들이 다 무슨 소용인가? 다 부질없지 않은가? 어차피 몇 분 후면 모두 목이 달아나고 부위별로 썰려 식재료로 변해 있겠지.

가끔 일부러 고급호텔을 이용한다. 사랑하는 애인이 있어서 함께라면 금전적으로 아깝지도 않을테지만 혼자서 종종 호텔에 가서 잠도 자고, 호텔 사우나도 이용하고, 호텔에서 밥도 먹는다. 

가끔 시그니엘과 같은 초호화 호텔의 스파와 사우나를 이용하다 보면 '참 사람의 몸이 볼품없음'을 느낀다. 나도 붕알 두 짝, 저 중년 아저씨도 붕알 두 짝, 저 할아버지도 붕알 두 짝. 엉덩이는 내가 저 할아버지보다는 조금 더 젊어서 탄력이 있는 것 같지만 사실 사람의 벗은 모습을 보면 다 거기서 거기다. 속된 말로, '부자도 죽창 한방, 가난한 사람도 죽창 한방'이라는 이야기가 가장 잘 떠오르는 곳이 이곳이다.

알몸으로 있을 때는 볼품 없던 할아버지가 밖에 나가 옷 입으신 걸 보니 귀티가 난다. 딱 봐도 비싼 옷이다. 옆에서는 할아버지를 회장님이라고 부른다. 자연 상태에서는 너도 죽창 한방, 나도 죽창 한방이지만, 소셜포지션이 입혀지면 그때는 죽창으로 저 사람에게 이길 수 있는 방법은 점점 없어진다.

뭔가 일을 할 때, 세상을 대할 때, 사람을 볼 때 간판과 소셜포지션에 압도되면 일단 지고 들어간다. 상대의 실력이 파악 되지도 않은 상황에서 한수 접고 들어가게 된다. 그런 것에 위압감을 느끼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

정주영 회장님이 쌀가게 입사를 하기 위해 자전거를 탈 줄 모르면서도 탈 줄 안다고 거짓말을 하고 입사했던 일화를 기억하는가? 자전거에 쌀을 실어 배달을 나가면서 수 십번 넘어진다. 그러면서 나중에는 실제 자전거를 탈 수 있게 된다. 이때 정주영의 사고회로는 2가지였다. 1) 일단 자전거를 탈 수 있게 되었으니, 거짓말은 아니지 않은가? 2) 그래 남들도 다 타는 자전거, 내가 왜 못 타?! 내가 왜 못해?! 그러니까 나도 타야지!

살다 보면 사람들의 출발선은 다양하다. 누군가는 막대한 자본을 쥐고 저만치 앞에서 시작하기도 하고, 누군가는 살다가 집이 어려워져서 공부를 포기하고 저만치 후퇴하여 삶을 시작하기도 한다. 그러나 우리 알몸에 덧 씌워진 소셜포지션이라는 거추장스러운 옷을 자꾸만 의식하면 아무것도 하지 못한다.

세상 사람 모두 나처럼 붕알 두쪽이 전부다. 우리보다 우월한 존재에게 잡혀가 도축 당하기 직전이라면 너나나나 어차피 다 식재료에 불과하다. 좀 신기한 사고방식 일지도 모르지만, 이렇게 모든 것을 리셋하여 생각해 보면 뭔가 어려운 문제에 부딪혔을 때 의외로 명쾌한 답이 나오기도 한다.

인간의 삶이란 별 것 없다. 우리네 삶도 덧 없다. 하고 싶은 건 당장하고, 이왕 했다면 무쏘의 뿔처럼 밀고 나가보고, 끓어오르는 감정이 시키는 것이 있다면 그대로 살아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 싶다. 어차피 별 것도 없고, 덧 없는 인간의 삶이 그렇다고 긴 것도 아니니 말이다. 다만 허무주의에 빠지지는 말자. 마음먹기에 따라 매 순간 행복하게 살고자, 의미있게 살고자 한다면 그 또한 가능한 일이니 말이다.

2022년 10월 18일
송종식


2022년 10월 6일 목요일

누워버린 벼를 보며 든 생각

올해 여름, 하늘은 사나웠다. 폭우로 수도권이 물바다가 되고 마비되었다. 후진국에서나 볼 법한 장면을 선진국이라 불리는 한국에서, 그것도 첨단 도시라는 서울에서 보았다. 당연히 전국적 뉴스였고 올해 가장 큰 재난 이슈였다. 

수도권에 물난리가 난지 얼마 지나지 않아 태풍 힌남노가 한반도를 강타하였다. 이번에는 수도권이 물바다가 되는 동안 비교적 평온했던 지역인 동남부 지역이 큰 피해를 입었다. 힌남노는 동남부 지역에 타격을 주었지만 수도권 일부 지역에서도 돌풍이 부는 등 꽤 강한 바람 피해를 입혔다. 내가 사는 지역이 그랬다.

우리 동네에는 논이 좀 있다. 이 논에서 자라는 벼들이 이번에 꽤 잘 버텼다. 큰 물난리와 태풍이 연속해서 할퀴고 지나갔음에도 불구하고 우리 동네 벼들에게는 조금의 피해도 주지 못했다. 언론 버즈가 많았고, 전국적으로 난리가 났던 재난에서 살아남은 벼들이 대견했다.

누워버린 벼들 <사진 : 송종식>

그런데 웬걸! 오늘 아침에 보니, 그 튼튼하던 벼들이 다 누워있는 것이 아닌가? 왜 누웠지? 생각을 해보니 며칠 전에 동네에 바람이 좀 불고 비가 조금 왔다. 그것 때문에 벼들이 저렇게 누워 버린 것이다!

나는 누워있는 벼들을 보고 배웠다.

세상이 떠들어 대는 큰 재난 뉴스 속에서도 이 벼들은 아무 문제 없이 튼튼했다. 그런데, 며칠 전 불었던 진짜 별 것도 아닌 작은 비바람에 벼들이 다 누워 버렸다. 이건 뉴스는 커녕 동네 사람들 사이에서도 아무 이슈가 안 되는 그저 평범한 기상 현상이었다. 그런데 이 벼들은 그것에 저렇게 맥 없이 쓰러졌다.

세상이 다 떠들어 대는 뉴스와 당장 내 눈 앞에 산적한 문제들은 아무 상관이 없을 확률이 아주 높다. 그래서 뉴스량이 늘고, 귀에 들리는 이야기가 많아 진다고 그런 것들에 지레 겁먹을 필요도 없다.

만일 내가 호떡집을 운영하는데, 새벽에 내가 운영하는 호떡집에서 불이 났다면 그게 미국 테이퍼링 보다 훨씬 크고 중요한 이슈다. 빨리 가게 불 부터 끄고, 가게 복구부터 해야지.

내 앞가림을 하는 것은 아주 미시적인 것들의 나열이다. 내 앞가림은 그냥 내 것에 집중하고, 내가 조금 더 부지런해져서 내 것을 잘 가꾸면 잘 해나갈 수 있는 것이다. 호떡집에 불이 나서 불을 꺼야 되는데 저 멀리 뉴욕 일자리가 늘든 말든 그게 무슨 상관인가! 반대로, 지금 내가 하는 장사와 투자가 아주 승승장구 하고 있는데 저 멀리 남미 모 국가에서 폭동이 일어나든 말든 무슨 상관인가?

너무 멀리 보지 말고, 내 손 안의 파랑새, 눈 앞의 앞가림에 더욱 집중하자. 복리로 성장하다 보면 어느 시점에는 세상을 아울러야 할 때도 오겠지.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2022년 10월 6일
송종식


2022년 2월 19일 토요일

내 생에 불필요한 것들과의 이별

푼돈 끌베이(푼돈 거지)


제 블로그에는 원래 예전에는 광고가 없었습니다. 그러다가 애드센스를 붙여놓고, 최소한의 개수만 자동으로 나오도록 세팅을 하였습니다. 그래서 블로그를 보시는 데 기존보다 불편하신 점이 있으실 줄 압니다. 그 부분은 죄송하게 생각합니다.


네, 푼돈 끌베이(거지) 맞습니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제 블로그의 일별 광고수입 현황입니다. 보통은 0원이고, 방문자가 많이 몰리면 가끔 하루에 2천 원 정도 법니다. 보통 블로그 광고 한달 수입이 1만 원 정도 됩니다.

푼돈 끌베이라서 이용자들의 불편함과, 블로그의 디자인을 해치면서 까지 광고를 못 내리고 있습니다. 끌베이한테는 1만 원도 너무 귀하고 소중합니다.


...는 당연히 말이 안되겠죠? 유튜브나 블로그에 애드센스를 달아두니 구글이 만든 강력한 CRM툴을 이용할 수 있습니다. 비록 한달에 만 원 밖에 못 버는 광고지만 구글이 제공하는 CRM 데이터는 수 백만 원 이상의 가치가 있다는 판단이 들었습니다. CPC, CPM 단가 측정은 물론이고 표본과 모수가 적기는 하지만 이용자들의 행태에 대해서도 많은 공부가 됩니다.

저는 디지털 환경, 디지털 광고, 마케팅 회사에 대한 관심이 많기 때문에 이 귀한 데이터들을 그냥 포기할 수는 없습니다. 그래서 최소한의 수량으로 붙여두는 광고이니 독자분들의 양해를 구하겠습니다. 구글의 CRM툴 덕분에 연말에는 디지털 광고 단가가 급증한다는 등의 인사이트도 얻었습니다.

영업이익률 6%가 뭡니까?



얼마전에 제가 작성한 기업분석 컨텐츠에 달린 댓글입니다.

애널리스트 분들은 정말 사람들에게 이리저리 치이고 고생을 많이 하십니다. 그래도 두둑한 연봉을 받습니다. 유사투자자문업을 하시는 분들은 한달에 적게는 70만 원 많게는 수 백만 원을 받으면서 리딩을 합니다. 직장인은 상상도 할 수 없는 돈을 법니다.

그런데 저는 기업이나 산업 공부한 것을 누구나 볼 수 있도록 무료로 공개해서 올립니다.

기업하나를 공부하고 팔로업 하는 데는 짧게는 한 달에서 길게는 몇년이 걸립니다.

기업과 산업분석을 처음 공부하시는 분들께서 제 글을 보고 '아~ 이렇게 하는거구나!'하는 방법론을 얻어 가시길 바랍니다. 처음에는 저 혼자 공부하려고 만든 블로그였습니다. 점차 찾는 분들이 늘고 공부가 되고 도움 된다는 의견들이 생겨서 아주 조금은 사명감도 갖고 블로그를 운영하게 되었습니다.

제 덕분에 잘 공부했다는 덕담 한마디면 저는 족합니다.

그런데 꼭 공짜로 다른 사람의 노력을 취하려고 하는 사람들 중에서 얌체같은 분들이 있습니다. 위에 '6% 개실망' 드립을 치신 분 같은 경우입니다.

1) 제가 영상과 블로그에서 노파심에 계속 언급하듯이 '종목 리딩이나, 종목을 추천하려고' 컨텐츠를 만드는 게 아닙니다. 그리고 '분석을 했어도 나는 종목을 살 수도 있고, 안 살 수도 있다'고 하는 이야기는 왜 흘려 들으시는지 모르겠습니다.
2) 위와 같은 사람들이 등장하면서 리스크가 높아질 것은 진작에 알았기 때문에 블로그를 비롯해서 공개된 매체에 애써 공부한 기업공부, 산업공부 리포트를 올리는 것이 옳은 일일까? 하는 고민은 쭉 갖고 있었습니다.

되도 안한 뻘소리를 하면서 슈퍼챗으로 수 억씩 걷어가는 분들도 있고, 종목리딩 사업으로 단숨에 갑부가 되는 사람도 있으며, 제가 작성한 투자자료들을 가져가서 가공하여 팔아먹고 막대한 회비 수입을 올리는 사람도 있습니다.

저는요? 공짜로 자료 만들어 올리는 것으로 제 인생은 전혀 나아지지 않았습니다. 얻은 게 없으니까요. 한달에 100만 원 돈 받고 리딩을 했다면 지금 강남에 고급아파트 몇채는 사지 않았을까요? 그나마 돈을 떠나서 얻은 것이라면 좋은 사람들과 인연이겠네요. 그것은 돈으로 환산이 되지 않으니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하이에나들은 따로 있는데 왜 저한테 와서 '개실망'드립을 치시는지 이해가 안됩니다. 수익이 났다면 수익금 일부를 저와 나누실 생각이셨나요? 그렇다면 저한테 실망하셔도 될 것 같습니다.

왜 목돈은 남들한테 가서 쓰면서, 정작 불만은 무료로 애써 공부한 자료를 공유하는 저에게 오셔서 표출하는지 모르겠습니다.

남 좋은 일 시키며 살아 온 인생


와이프가 저한테 늘 하는 이야기입니다. '남 좋은 일만 시키면서 사는 사람'. 그렇습니다. 제 덕분에 거액의 투자 유치를 받아서 훨훨 날아 간 사람도 있고, 저의 소개로 사업의 시너지가 나서 인생이 잘 풀리게 된 사람도 있습니다. 누군가들은 유튜브를 시작한다고 하면 제가 밀어줘서 단숨에 구독자를 모으기도 하고, 누군가는 제 도움으로 바닥까지 갔다가 다시 일어서기도 합니다. 누군가는 일자리를 못 구하다가 제가 구해 준 일자리에서 잘 먹고 잘 사는 사람도 있습니다. 제가 오지랖이 넓어서인지 주변에 크고 작게 도움을 준 게 너무 많습니다. 돌이켜 보면...

이들 중에서는 고마움을 표하는 사람도 있지만 대부분은 자신이 잘 나서 그렇게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그분들의 역량이 뛰어난 덕분입니다. 그리고 저도 딱히 뭘 바라진 않고, 남들에게 생색내기도 싫습니다 속으로만 생각하는 것이죠.

문제는 와이프가 제 귀에 딱지가 앉도록 이야기하는 '남 좋은 일만 시키고 자기는 이익 하나 못 취하는 바보 같은 사람'.. 이 이야기가 이제는 슬슬 제 귀에도 들어오기 시작합니다. 그 전에는 별로 귀에 안 들어 오던 이야기였거든요.

멘탈이 강해서 어지간한 일에는 삐치지도 않고, 별 타격도 안 받는데 요즘은 남성 갱년기가 오는지 마음이 싱숭생숭합니다.

초등학교 2학년 때 부터 GW-BASIC을 시작으로 컴퓨터와 함께 해왔고, 1995-7년에 웹개발에 입문했으며 90년대 말에는 웹팀 소속으로 활동하다가 대학도 컴퓨터 특기자로 입학했습니다. 항상 말씀드리듯이 제 일생은 컴퓨터와 함께 ON-LINE상태였고, 온라인에 컨텐츠를 만들고, 남들과 공유하고 그런 행위 자체가 재미있었고 지금도 재미있습니다.

앞의 '6% 개실망'드립을 치신 분 뿐만 아니라 온라인 활동을 하다 보면 별의 별 소리를 듣게 되는데 요즘 점점 그런 빈도가 높아집니다. 사람들이 화가 많은 것 같습니다. 그리고 확실히 유튜브와 같은 플랫폼에서 만나는 불특정 다수는, 제가 오프라인에서는 절대로 마주치고 싶지 않은류의 사람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예전 같으면 무시하고 말았을 일도 요즘은 점점 신경을 쓰게 되다 보니 블로그에 글을 올리는 빈도도 뜸 해졌습니다. 유튜브도 해보신 분들은 알겠지만 영상 만들어 올리는 게 너무 재미있는데, 공개 라이브 같은 건 하기가 점점 꺼려집니다.

그래서 최근 들어서는 멤버십 가입자들끼리만 소통을 하니 그나마 스트레스가 조금 줄었습니다.

라이브를 할 때 마다 일부러 들어와서 방 분위기를 흔들고 분탕치는 사람들이 꼭 있고, 누군지 뻔히 아는데도 들어와서 인신공격을 하고 나가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렇게 까지 할 필요가 있을까 싶습니다.

예전에는 선배들이 말하던 "장사는 부자들 상대로 해야한다. 그게 먹는 것이든, 집이든.." 이 이야기를 뇌로만 알고 가슴으로는 알지 못했는데 요즘은 가슴으로 느낍니다.

유튜브 멤버십 몇 푼 받아서 제 인생이 바뀔리는 없지만 그래도 그 정도 장벽이라도 치고 나니 확실히 선배님들의 말씀이 더 가슴에 와닿습니다.

'공짜로 받는 사람들이 더 바라는 게 많고, 저렴한 고기부페집 손님들이 클레임도 많이 걸고 바라는 게 더 많다..' 요즘 피부로 느끼고 있습니다.

일단 저에게 2,000원이라도 쓰시는 분들이 얼마나 감사한지 모릅니다. 돈을 주고 받는 걸 비판적으로만 바라 봤는데, 직접 느껴보니 그게 저를 향한 진심어린 지지 표현 중 하나라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특히, 제 '찐팬'임을 표명하신 분들께는 나중에 뭘로 감사함을 되돌려 드려야 할 지가 고민이 될 정도입니다. 정말 별 것 없는 동네 아저씨인 저를 지지하고 좋아해주는 분들이 계신다는 게 얼마나 감사한지 모릅니다. 그 감사함은 말로 다 못합니다.

게다가 되레 후원금을 1,000원이라도 내는 분들이 쿨합니다. 뒷말이 없습니다. 그리고 배우려는 열정과 자세도 되어 있습니다.

제가 무슨 양궁 선수도 아니고 모든 의견과 이야기가 다 적중할리가 없습니다. 상당수의 이야기는 틀립니다. 기업 전망에 대한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런 것은 각자가 각기 대응할 영역이고 결국에는 운용하는 계좌 전체가 장기간 우상향 하느냐, 그것이 중요합니다.

제가 가끔 블로그에 공부해서 올리는 기업들은 길게 보면 오르는 종목도 있고, 내리는 종목도 있습니다. 그런 오르내림이 중요한 게 아닙니다. 제가 가진 프레임워크를 이제 막 공부를 시작하는 분들이 잘 빼 먹고 본인의 것으로 만드셨으면 좋겠습니다.

'오르냐, 내리냐'만 좇는 사람들은 주식시장에 30년을 머물러도 주린이를 못 벗어날 것입니다. 평생 종교지도자를 좇아 다니는 광신도라는 비아냥만 듣게 될 것 입니다.

접점 줄이기 시도


이래저래 세상에 위선자가 참 많구나 하는 걸 새삼 깨닫고 있습니다. 그리고 위선자 뿐 아니라 세상은 차갑고 냉혹하다는 것도요. 굳이 그런 것들에 제 정신을 노출시키고 스트레스 받을 필요가 없을 것 같습니다. 앞으로는 더욱 악착같이 저의 정신과 시간을 지킬 생각입니다.

혼자서 행복하게 잘 투자했었는데, 불필요하게 관계의 폭을 넓히면서 스트레스만 늘려 왔구나 하는 깨달음에도 도달했습니다.

그리고 투자를 하는데는 물론이고, 내 삶에도 하등 영향을 안 미치는 온라인에서의 세간의 평가에 대해서도 너무 신경을 쓰며 산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그것도 최근 생기기 시작한 스트레스의 큰 근원이었네요. 살짝 잘못된 길을 가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사실 남들은 나에게 별 관심도 없거니와 가끔 입방아 찧는거야 내가 관계를 안하고 기억 속 저멀리 사라지면 그만인 일입니다. 저는 남들이 뭐라하건 예전처럼 다시 독립적인 길을 갑니다. 입방아 찧기 좋아하는 사람들의 틈바구니도 지겹습니다. 남들과 관계 맺으려고 개인투자하는 게 아니니까 말입니다.

이제 불필요한 만남은 자제할 것이며, 불필요한 소통의 창구도 최소한만 남기고 모두 없앨 생각입니다. 오래 전 정말 즐겁게 투자를 하고 글을 썼던 시기로 돌아갈 예정입니다. 유튜브는 영상 올려봤자 조회수 1,000도 겨우 넘는 하꼬 채널이지만 그래도 영상 만드는 게 재미있고, 또 진정으로 저를 좋아해 주시는 따뜻한 분들이 계시기에 거기서는 비공개로 쭉 소통을 할 생각입니다.

제 블로그에 와 주시는 분들도 아주 좋은 분들이 대다수이기에 블로그에서의 소통도 유지하겠습니다. 여태 블로그 악플은 그냥 다 두고 대꾸도 해주었는데, 이제는 대꾸 안할 생각입니다.

* 유튜브 멤버십 가입 안하셔도 됩니다. 예전처럼 블로그에서 소통하시면 돼요. 공부하는 것도 누구나 보실 수 있게 블로그에 올리겠습니다. 유튜브 멤버십은 라이브에서 하는 잡담과 얼굴이 무차별적으로 노출되다 보니 그걸 막기 위한 최소한의 방어 장치입니다. 잡담을 하더라도 좀 더 편안하게 이야기 하고 싶습니다. 종목리딩 그런거 안합니다. 리딩방 같은 것 여태 운영한 적도 없고 앞으로도 할 생각 없습니다. 편안한 저녁 되세요.


2021년 10월 30일 토요일

고도문명의 취약점


며칠 전, KT 전국망이 89분간 마비됐다. 유무선망이 모두 마비돼 통화는 물론 패킷을 이용하는 여러 서비스들도 일시적으로 이용불능상태가 되었다.

하필 점심 시간대라 문제는 더 컸다. 상점들의 카드 결제가 멈췄다. 질병청 서버도 멈춰서 백신 접종 확인 여부도 체크가 불가능 했고, 입구에서 찍고 들어가는 QR코드 증명시스템도 마비가 됐다. 단타 매매를 하는 주식투자자들도 HTS, MTS 이용이 불가능 해서 큰 불편을 호소했다.

처음에는 북한에서 DDOS 공격이 들어와서 전국 통신망이 마비됐다고 알려졌다. 그러나 나중에 KT에서 공식적으로 발표하길 부산국사에서 기업망 라우터를 교체하면서 EXIT 명령어 하나를 누락해서 발생한 일이라고 했다. 


이번 일은 물리적 라우터에서 벌어졌지만 요즘 세상은 대부분 소프트웨어 기반으로 돌아간다. 소프트웨어는 또 어떤가. 코드에 점 하나, 괄호하나, 띄어쓰기 하나만 틀려도 버그가 생기거나 오류를 뱉어낸다. 수만~수백만줄의 코드에 오타만 하나 있어도 그 코드는 사용불능이 된다.

물론, 그런 상황을 방지하기 위해 다양한 도구를 도입하여 사용하기는 한다. 개인 개발자 단계에서 코드를 잘 테스트 한 다음, 테스트 환경에서 코드를 돌리고, 실제 서비스에 내보내기 전과 동일한 환경에서 마지막 테스트를 한번 더 거친다. 그리고 다양한 오류 검출도구와 디버깅 도구를 사용한다. 마지막으로 사람 테스터들이 투입되어 최대한 오류가 없도록 테스트 단계를 거친다.

차라리 오류가 검출이라도 되면 다행이다. 검출되지 않지만 시스템에 잠재하는 리스크는 수도 없이 많다.

게다가 이번 KT사태와 같이 어느 한 부분에서 구멍이 뚫리면 이런 단계들은 얼마든지 무용지물이 될 수 있는 여지가 크다.

지금은 기본적으로 셀 수 없이 수 많은 코드와 통신망이 서로 긴요하게 맞물려 데이터를 주고 받으며 돌아가는 세상이다. 아주 사소한, 정말 사소한 오류 하나로 세상이 멈추거나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물론, 내가 하드웨어를 잘 모르기 때문에 하드웨어에 대한 이야기는 하지 않았지만 하드웨어 분야도 비슷할 것이다. 전기, 전자분야든, 화학 분야든 안 그런 것이 없을 것이다. 정밀을 요하는 분야는 더욱 그럴것이고. 

전체 시스템의 99.99%가 옳게 만들어져 있어도 나머지 0.01%의 실수나 잘못으로 시스템은 엉망이 될수가 있다.

이것이 인간이 만든 고도문명의 큰 취약점 중 하나이다.

우리 몸도 여러 장기가 각자 역할을 충실히 한다. 그러면서 한명의 사람이 살아가는 것이다. 그러나 사람 몸은 어디 한 곳에 생채기가 난다거나 심지어 장기 한두개가 없다고 해서 죽지는 않는다. 그리고 자연치유 능력도 갖고 있다. 그러나 인간이 만든 문명과 기술은 그렇지 못하다. 거대한 기계의 나사 하나가 누락되어서, 큰 소프트웨어를 구성하는 코드의 점 하나 때문에 대참사가 일어날 수 있다.

약한 고리들이 느슨하게 연결되어 돌아가는게 현대사회다. 수 많은 고리 중 하나가 끊겨서도 안된다.

좀 생뚱맞은 이야기를 하자면 그러하기에 5단계 완전 자율주행은 과연 우리가 살아 있는 동안 구현이 가능할까 싶은 회의감이 크다. 비행기의 자동항법장치나 원자력 발전소를 운영하는 것과는 결이 다른 이야기다. 이번 KT망 오류에서 보듯이 자율주행차들이 5G망에 붙어서 상호통신을 하며 달려야 한다면 이번과 같은 통신장애 발생 시 도로위에 올라와 있는 모든 차량이 교통사고가 일어나는 초유의 상황을 맞이할 수도 있다.

물론, 그런 기초적인 것들이야 회피할 방법을 찾을 것이고 구더기 무서워서 장을 못 담그진 않을테니 인류는 어떤식으로든 진보는 하겠지만.

덧. 끊김없이 공급되는 전기와 그것을 관리하는 한전에 늘 감사하다. 사실 현대문명의 베이스는 전기라 해도 과언이 아닌데, 전기가 끊기면 정말 지옥문이 열리는 것이기에.


2021년 8월 24일 화요일

유행은 왜 돌고돌까

나이든 세대가 향유하는 문화를 젊은 세대는 '쉰내난다', '꼰대같다'고 하면서 놀리기도 한다. 세상은 항상 새로운 세대의 도전을 받고 있고 이것은 인간이 멸절하기 전 까지는 영원히 있을 일이니 이상할 것도 없다. 이건 너무나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그런데 여기서 더 시간이 흐르면 재미있는 현상들이 목격된다. 

젊은 세대는 자신들이 태어나기도 전에 유행했던 문화를 다시 자신들이 유행하는 문화로 만들곤 한다. 이것은 이들이 과거의 문화에 대해서 스터디를 하거나 일부러 노리고 그러는 것이 아니다.

세상은 정반합이다. 힘의 추가 한쪽으로 기울면, 사람들은 의례 반발심이 생기고 그 반대쪽으로 눈을 돌리게 된다. 정반합과 정반합이 돌고 돌면서 세상의 유행도, 사람들의 생각도 이쪽으로 갔다가 저쪽으로 갔다가 하는 것이다. 인간은 지루함을 느끼는 존재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내가 어릴 때, 당시 우리 또래들에게는 매우 촌스럽다고 여겨졌던 것들이 있다. 음식, 음악, 패션은 물론 사고방식 심지어 직업들까지 모두 포괄해서 말이다. 그런데, 그런 것들이 현재 젊은 세대들 사이에서는 힙하고 쿨한 것으로 새롭게 떠오르는 것을 본다. 

우리가 어릴 때는 촌스러워서 아무도 하지 않던 패션을 지금 젊은 세대들은 그것을 다시 살려내 멋지게 소화한다. 우리가 어릴 때는 천시받던 직업들을 지금 젊은 세대들은 아주 힙하고 멋진 직업으로 바꿔 놓기도 한다. 옛날에 유행했던 노래나 머리 스타일을 다시 살려내서 복고풍의 문화를 현대식으로 아주 세련되게 살려 놓는 경우도 많이 본다.

유행이 돌고 도는 이유로 나는 먼저 세상의 정반합 이치를 꼽았다. 그 다음 내가 꼽는 이유는 인간의 기억력과 수명의 한계다. 인간의 기억력은 매우 짧다. 그리고 수명도 그리 길지 않다. 만약, 우리의 수명이 500년쯤 되고 살아가는 동안 모든 기억을 생생하게 해낼 수 있다면 한번 별로라고 생각한 것은 꽤 오랫동안 그렇게 생각될 것이다.

그러나 우리의 수명은 그리 길지 못하니, 옛 사람들 사이에 유행했던 것들도 새로이 태어나는 사람들에게 다시 수용될 공산이 크다. 왜냐하면 옛 사람들이 향유하던 것이라도 새롭게 태어나는 사람들에게는 그것이 경험하지 못한 완전히 새로운 것이기 때문이다. 새로운 것은 언제나 사람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새로운 것은 뭔가 남들과 다르게 여겨진다.

한때는 옛것을 소환해서 인기몰이 하는 것을 '복고풍'이라고 불렀고 요즘은 이것을 '레트로 감성'이라고 부른다. 
<사진출처 : 홈플러스>

그리고 우리의 기억력은 좋지 못하기 때문에 과거에 나빠 보였던 것이 지금은 좋아보일 수 있고, 과거에 좋아 보였던 것이 지금은 나빠보일 수 있다. 사람은 집단의 행동에 편승하면 과거의 기억쯤은 말끔하게 지우거나 바꿔버릴 수 있다. 또, 현재 살아가는 것이 팍팍하고 힘에 부치면, 과거를 그리워 하는 중노년 세대의 심리가 젊은 세대의 레트로 감성과 맞물리면서 유행이 발생하기도 한다.

끝으로 유행이 결국은 돌고 도는 이유로 내가 자주 꼽는 것이 있는데, 인간은 누구나 팔다리 두개가 달려 있는 것이 전부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것은 1000년 전에도 그랬고, 1000년 후에도 변하지 않을 것이다. 이게 무슨 말이냐 하면 인간이 할 수 있는 물리적인 몸의 모양이나, 인간이 할 수 있는 물리적인 행위에는 상당한 제한이 있다는 뜻이다.

인간은 걷거나 달릴 수 있지만 날 수는 없다. 수영을 할 수는 있지만 물에서 살 수는 없다. 정신적 유희는 사색이나 게임으로 풀 수 있지만 그 이상 나아갈 수는 없다. VR/AR이 가져다 주는 정신적 즐거움의 시대에 살게 될 먼 미래에도 인간이 즐길 수 있는 가장 큰 쾌락은 섹스일 것이다. 그것을 넘어설 수 없다. 이런 점들도 유행이 돌고 돌게 만드는 이유라고 생각한다. 

결국 우리는 상당한 제약과 한계를 갖고 살아가는 동물들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유행이라는 것을 선도하는 것은 젊은 세대다. 어쩌면 젊음이라는 것 자체가 유행일지도 모른다. 여행 중에 잠깐 길에서 노숙 비슷한 것을 하면서 쉰다고 생각해보자. 나이든 사람이 그러고 있으면 측은하게 보일테지만, 젊은 여행객이 그러고 있으면 그 자체로 낭만적으로 보인다. 젊음은 그 자체로 값지고 아름답다고 여겨진다. 이런 것이 유행을 만드는 것과 관련된 우리의 편견이고 사고방식이다.

2021년 8월 24일
송종식


2021년 3월 23일 화요일

한국에서 건드리면 안 되는 것 3가지

정의의 여신상 유스티치아 <자료 : pixabay>

한국 사회에서는 절대 건드리면 안되는 역린이 몇가지가 있다.

"아이는 건드리지 마라" 이런 것 정도는 한국 사회가 아니라 정상적으로 문명화가 된 나라라면 어디서든 통용되는 것이다.

한국 사회에서 건드리면 안되는 독특한 역린 몇가지는 다음과 같은 것들이다.

군대문제, 자녀들의 대학 입시문제, 나하고 비슷한 처지의 사람이 편법을 써서 돈을 버는 문제 등.

이런 문제들의 공통점은 '공정성'과 관련된 것이다. 물론 공정성은 사회를 지탱하는 매우 중요한 가치 중 하나다. 그 공정함의 잣대가 특히 가장 엄격하게 적용되는 분야가 위에서 열거한 것들이다.

대한민국 남자라면 군대 문제에서 열외는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누구나 다 나의 의사에 반하여 군대에 소위 '끌려간다'. 가장 꽃다운 나이에 온갖 고생을 하면서 2~3년의 시간을 증발 시켜버린다. 군대에서 배운 것이 많다고 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군대에 안 갔으면 배우는 것과 쌓이는 것이 더 많았을 것이다.

그러하다 보니 편법을 쓰거나, 사회지도층 부모의 백과 힘으로 군대에 빠지는 행위를 국민들은 참지 못한다. 군대 문제가 생기면 대중의 지지와 사랑을 받는 직업은 못한다고 봐도 된다.

자녀들의 대학입시 문제 역시 마찬가지다. 젊은 부부들을 보면 내 자식은 애지중지 금지옥엽으로 키우면서 다른 자식에 대한 속마음은 그야말로 뚱하게 생각하는 경우들을 본다. 그거야 동물의 유전자 복제 본능에 따라서 그럴 수 있고 그게 당연한거라고 본다.

내 자식은 다른 집 자식보다 하나라도 더 좋은 걸 먹여야 하고, 하나라도 더 잘 해서 가급적 더 나은 삶을 살기를 바라는 게 부모들의 마음일 것이다.

갈수록 자녀를 낳는 수도 줄어서 자녀는 더욱 귀한 존재가 되고 있다.

그래서 사람들이 공정성에 대해서 가장 예민한 부분 중 하나가 바로 자녀들과 관련된 입시문제, 그리고 먹을 것이 가득 들어차 있는 직장으로의 취업문제다.

이 부분도 부모의 능력이나 편법을 이용해서 좋은 학교에 진학하는 경우, 혹은 사람들이 모두 들어가고 싶어하는, 돈 많이 주고 앞날이 탄탄하게 보장된 직장에 낙하산으로 취업하는 경우에는 온 국민이 공분하며 들고 일어선다.

뭔가 그 자녀들은 눈에 넣어도 안 아픈 내 자녀들보다 별로 잘난 것도 없는 것 같은데 그 좋은 학교에 들어가? 그 좋은 직장에 들어가? 이런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공정하게 경쟁해서 지더라도 수긍하기 힘든 것이 자녀와 관련된 것인데 상대의 편법으로 졌다고 생각하면 그 분노는 더 커지는 것이다.

그 다음은 이번에 LH에서의 것과 같은 것이다. 뭔가 나보다 별로 특출난 것도 없는 인간들이 국토 개발 정보를 틀어쥐고 반칙을 써서 떼돈을 버는 것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자기 자신보다 압도적으로 쎄거나 능력있는 사람에게는 복종한다. 그러나 자기와 별 다를 것 없이 애매한 사람이 뭔가 큰 돈을 벌면 그때부터 배가 아파 죽는다. 온갖 논리와 욕설을 만들어서 물어 뜯기 시작한다. 순식간에 사람들이 바글바글 모여들어 물어뜯는다.

하물며 공정하게 돈을 벌어도 사람들이 배아파서 죽는판에, 국민들이 주는 세금을 먹고 사는 공기업에서 개발정보를 사전에 확보할 수 있는 사람들이 그 짓을 했으니 이것에 대한 사람들의 분노는 하늘을 찌르는 것이다.

또, 사람들은 남이 편법을 써 무엇인가 얻으면 떼로 몰려 들어 물어뜯고 화를 낸다. 반면에 자기 자신들이 얻는 편법에 대해서는 무감각한 면도 있다. 

살다보면 사회지도층은 물론이고 서민들까지 다양한 편법을 저지르다 발각된다. 그것을 본 사람들은 극도로 분노하지만 정작 자신들도 자기 위치에서 부지런히 편법과 탈법을 저지르고 있다.

남들이 새치기 하는 것에는 극분노하지만, 자신이 인맥을 동원해서 새치기를 하는 것은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그것이 사람들의 본성이다.

모난 돌이 정을 맞고, 드러나면 공격 받는다. 그것이 이치다.

이야기가 나왔으니 말인데 나는 부자가 아니다. 그런데 부자라고 오해를 받고 있다. 그저 여분의 시간에 취미로 글을 쓰고, 취미로 영상을 만들고, 취미로 코딩을 한다. 단지 투자 공부를 오래했고, 투자를 좋아할 뿐이다. 그것이 전부다.

그것이 모두 사람들과 만나는 접점에 있는 것들이다 보니 조금씩 이름을 알아보는 분들도 생기고 얼굴을 알아보는 분들도 생기는 것이다. 내가 영위하는 취미활동이 그저 사람들과 만나기 용이한 것들이다보니 그런 것이지 나는 부자가 아니다.

다만, 우려되는 것은 요즘 유튜브나 미디어에 자기 자신이 부자라며 등장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그 사람들이 진짜 부자인지 가짜 부자인지 알 길이 없다. 가짜 부자이면서 어그로 끌어서 돈을 벌기 위해 미디어에 얼굴을 비추는 것인지 알 수 있는 방법도 없다. 혹자는 그것도 사업적 능력이라고 말하기도 하더라.

내 경험상 자신의 부를 과시하는 사람은 대부분 허당이었다는 것이다. 진짜 부자는 자신의 부를 과시하지 않았다. 진짜 부자는 감추고 숨어야 하고, 가짜부자는 드러내고 알려야 한다. 각자 자신의 최대 이익에 따라 움직일 뿐이다. 

어쨌든 온라인에서 부를 과시하려는 분들도 하나 알아야 할 것은 대중들은 언제나 돌변한다는 것이다.

사랑해요, 존경해요를 외치다가도 순식간에 돌변하는 것이 대중이다. 그도 그럴것이 남들이 얼마든지 배아파 할 수 있는 돈 벌었다는 자랑은 정말 조심해야 한다. 또한, 수 만~수 십만의 팔로워 중에서는 범죄자도 다수가 포함돼 있다.

그 사람들도 그 사람들이지만 나부터도 항상 경계하고 주의하는 이유다. 마음 속 깊이 겸손한 사람일 수 있다면 가장 좋겠지만, 신이 아닌 이상은 겉으로라도, 겸손한 척이라도 하고 살아야 한다. 특히 한국에서는 그렇다.

디지털노마드 생활을 하다보면 구글플레이 스토어에 올린 앱이 구글의 정책 위반으로 삭제되거나, 유튜브에 올린 영상이 유튜브 정책 위반으로 삭제되는 사례는 많다.

그럴 때, 한국인과 다른 나라 사람들의 대응이 다르다고 한다. 다른 나라 사람들은 "내 앱이나 영상에 뭐가 문제가 있어?"라고 문의를 넣는 반면, 한국인들은 "쟤는 나보다 더 심하게 하는데 왜 내것만 삭제해? 쟤 것도 삭제해." 하면서 문의를 넣는다고 한다.

장사나 사업을 해보면 알겠지만 가장 무서운 것은 멀리있는 대중들이 아니라, 지근거리에 있는 사람들이다.

장사를 잘 하고 있는데 갑자기 행정제재가 들어오거나 힘든일이 생긴다면 근처에 다른 사장이 꼬투리를 잡아서 투고를 넣었을 가능성이 크다.

내 사업이 잘 되고 있는데 있지도 않은 이야기로 만들어 낸 이상한 악플과 악소문이 돌기 시작하면서 사업에 타격이 받기 시작하면 내가 돈 잘 버는 것을 시기질투하는 나와 비슷한 연령과 처지의 친구거나 지근거리의 지인일 가능성이 높다.

그러다가 뭐하나 건수라도 잡히면 그들은 대중들에게 이 사실을 알리고 대중들은 좀비떼처럼 몰려든다.

우선은 그것을 뛰어 넘을 수 있는 압도적인 내공과 실력을 쌓아야 한다. 그리고 그런 상황이 오지 않도록 처음부터 늘 겸손하고 또 겸손해야 한다.

몇몇 블로그들만 둘러보아도 얼굴 모를 상대의 가슴에 비수를 꽂거나 상처를 주는 글을 심심찮게 쓰는 사람들이 있다. 그게 다 업보를 만드는 것이다. 내가 피해를 보지 않더라도 내 자식이 피해를 본다는 생각으로 살아야 한다.

세상에 누구하나 만만한 사람은 없다. 적을 만들기 시작하면 삶이 고달파 진다. 사람들은 예민한 존재다. 그래서 조심 또 조심하여 살아야 한다. 그리고 적당히 주변과 나눌줄도 알아야 롱런한다. 보시 공덕이라는 것이 괜히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혼자 먹으려하면 체하고, 나눠 먹으면 더 크게 성장한다.

애초에 남을 생각하고 의식하여 살 필요는 없지만 구태여 남에게 해를 끼쳐 남이 내 인생에 개입할 여지를 주어서는 안된다.

2021년 3월 23일
송종식


2020년 5월 1일 금요일

인천 중학생 합동 성폭행 사건

감옥에 가야 할 성폭행 범죄자들이 타 중학교로 전학을 왔군요. 이런 사건이 언제나 그렇듯, 피해자는 막대한 피해를 입은 상황인데 진심으로 사과하고 책임을 지려는 사람은 없는 상황입니다.

인천 중학생 합동 성폭행 사건의 개요


2019년 12월 23일. 새벽 1시경. 인천광역시 연수구의 고급 아파트 단지에서 남자 중학생 2명이 또래 여중생에게 술을 먹여 정신을 잃게 만든 후, 합동 강간한 사건입니다.

가해자들은 범행 1주일 전부터 범행 장소를 물색 하는 등 범행 계획을 세웠습니다.

그리고 범행 당일 새벽 1시. 가해자들은 피해자와 친한 친구를 미끼로 피해자를 밖으로 나오도록 유도합니다. 피해자는 자신의 또 다른 친구에게 '내가 안 나가면 친구가 가해자 A, B에게 폭행을 당할거야.'라고 말한 후 자신에게 무슨일이 생기면 112에 신고를 해달라는 당부도 하고 밖으로 나갑니다.

평소 가해자 A, B가 또래 집단에서 어떤 위력과 지위를 갖고 있는지 유추해 볼 수 있는 대목입니다.

여학생은 남학생들이 주는 술을 강제로 받아 마신 후 정신을 잃습니다. 가해 남학생들은 피해 학생을 끌고 다닙니다. 처음에는 지하 1층의 헬스장으로 질질 끌고 갔다가, 나중에는 CCTV가 없는 아파트 옥상으로 피해 학생을 끌고 갔습니다.

이들은 가위바위보를 해서 이긴 사람이 먼저 피해 학생을 강간하기로 합의하였습니다.

추운 겨울 새벽 그렇게 피해 여학생은 가해자 A, B의 협박으로 밖으로 유도되어 외출한 후, 평생 지울 수 없는 피해를 입게 됩니다. 한편, 가해자들의 휴대전화에서는 피해 학생의 나체 사진도 발견되었습니다.

피해자 가족들에게 증거물로 제공할 수 없다는 범행현장 CCTV


아파트 관리소에서는 가해 학생 A, B가 피해 여학생을 질질 끌고 다니는 CCTV 영상을 제공할 수 없다고 합니다. 가장 강력한 증거물 중 하나가 될 수 있는 이 영상을 피해자 가족들에게 제공할 수 없다는 이 부분이 뭔가 석연찮습니다.

제 경우에 아파트 단지 지하 주차장에서 물건을 잃어버린 적이 있습니다. 물건을 잃어버린지 이틀이 지난 뒤 관리소에 CCTV 공개를 부탁을 했습니다. 그랬더니 설치된 모든 CCTV를 동원해서 초 단위로 영상을 돌려가며 잃어버린 물건을 결국 찾은적이 있습니다.

이 사건의 경우도 나름대로 규모가 있는 고급 아파트 단지입니다. 제가 알기로는 주민이 요청하면 CCTV를 제공하게 돼 있습니다. 주민이 요청하는데도 왜 관리소에서 CCTV를 제공하지 않는 것인지 의아합니다.

CCTV 영상이 고의적으로 제거된 것은 아닌지 수사당국의 조사가 필요한 부분으로 보입니다. 특히 이번 경우는 물건을 잃어버린 수준이 아닌 강력 범죄의 현장이 담긴 중요 증거물인데도 말입니다.

가해자 A의 아버지가 힘 좀 쓰는 사람인가?


CCTV가 절묘하게 사라지는 부분도 그렇고, 신고 초기에 연수경찰서의 태도도 미적지근 했다고 합니다. 경찰의 수사가 더디고 수사 의지도 약해 보이자 답답한 마음에 피해자 어머니는 청와대 청원게시판에 글을 올립니다. 이 청원에는 40만 명 이상이 동의를 하였습니다.

연수경찰서의 수사 의지가 없어 보이자, 피해자 어머니께서 청와대 청원게시판에 올린 글 <자료 : 청원대 청원게시판>

청와대 청원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언론에서도 이 사건에 주목하자 그제서야 경찰이 제대로 움직이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아파트 관리소에서 CCTV를 피해자들에게 공개하지 않는 것도 그렇고, 수사에 미온적이었던 연수경찰서의 태도도 그렇고, 가해자 A의 아버지가 돈이 좀 있거나 아니면 힘이 좀 있는 사람이 아닐까? 이렇게 생각하는게 인천 어머니들의 생각인 것 같습니다. 가해자 A의 아버지가 공무원이라는 소문도 돌고요.

사람들은 의심의 눈으로 바라보고 있습니다. 연수경찰서와 가해자 A의 아버지 간에 모종의 무언가가 있었다는 의심이 커지면 상부기관에서 감찰을 받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이러면 가해자 A 아버지도 곤란하게 되겠죠.

피해자가 입고 있는 2차 피해


아직도 우리 사회가 나아갈 길이 한참 멀다고 느낀 부분이 있었습니다. 피해자가 가장 친했던 친구를 만나려고 했는데, 만날 수 없게 되었습니다. 사건 이후, 친구의 어머니가 피해자와 놀지 말라고 했다고 합니다. 왜 그런 것 인지는 더 말하지 않더라도 우리 모두가 알고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사춘기 시절 가장 힘들 때, 가장 힘이 되는 것 또한 친구라는 존재입니다. 그 친구마저 소통할 수 없고 차단이 되었으니 피해자가 느낄 절망감의 깊이가 어느 정도일지 가늠이 안됩니다.

피해 학생이 마음의 상처를 잘 치유하고, 조속히 사회에 복귀하여 다시 웃음을 찾을 수 있도록 부모님과 학교는 물론, 사회에서도 많은 도움을 주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범죄자들은 학교가 아닌 교정시설로


가해 학생들은 범죄 사실을 숨기고 타 중학교로 전학을 하려 하였습니다. 머지 않아 해당 지역 학부모님들이 이 사실을 알게 되었고, 현재는 가해 학생들의 전학을 반대하는 캠페인과 서명 운동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가해 학생들의 전학 반대 서명 운동을 벌이고 있는 부모님들 <사진 : 송종식>

가해 학생들은 길거리를 활보하는 것은 물론 '자발적'이라는 미명하에 전학까지 무사히 마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전학이 먼저가 아니라 법의 심판을 받는 것이 우선이라고 생각합니다.

아들을 잘못된 길로 키우고 있는 가해자 아버지


가해 학생 A의 아버지는 피해 학생의 몸에서 아들의 정액이 나오지 않았고, B의 정액만 나왔으므로 자신의 아들은 무죄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가해 남학생들은 피해 여학생을 지하에서 강간하기 위해 질질 끌고 다녔다고 합니다. 강간 장소를 물색하던 중 옥상에서 일을 치렀습니다. 술에 취한 여학생을 이리저리 질질 끌고 다니며 이동을 시키는 게 쉬운 일이 아닐 겁니다. 이것을 과연 가해학생 B 혼자서 수월하게 할 수 있었던 일 일까요? 둘 이니까 범행이 수월하게 이루어진 측면이 확실히 존재할 것 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어쨌든 가해 남학생들은 새벽 1시가 넘은 시간에 범행 현장에 있었습니다. 그리고 가위바위보를 해서 이긴 사람이 먼저 피해 학생을 강간하기로 약속했고, 휴대전화로 피해 학생의 나체까지 촬영하였습니다.

정상적인 학생이라면 새벽에는 집에서 잠을 자야 하지 않겠습니까? 아무리 법정이 증거로 돌아가는 곳이라고 해도 세상 사람들은 바보가 아닙니다. 가해자 A의 아버지는 세상 사람들을 바보로 아는 듯 합니다.

그리고 저도 이런 경우를 종종 목겼했지만, 판사의 경우에는 이런 경우를 한두번 본 게 아닐겁니다. 사건을 주도한 가해자가 변호사를 잘 써서 처벌을 받지 않고 빠져 나가려고 시도하는 경우는 매우 흔합니다.

또, 무엇보다 걱정인 것은 가해자 A는 이전에도 크고 작은 문제를 일으키는 소위 불량학생이었다고 합니다. 그럴 때마다 부모님이 제대로 대처를 못한 것 같습니다. 이번 사건에서도 그 부분은 여실히 드러났습니다. 가해자 A의 아버지는 모든 책임을 가해자 B에게 떠 넘기는 것은 물론 자신의 아들은 무죄라고 주장하며 언론을 상대하고 변호사를 데리고 다니며 물밑 작업들을 하고 있습니다.

실화탐사대에 등장한 가해자 아버지의 언행은, 대중들의 큰 분노를 일으키고 있는 상황입니다.


피해자 오빠에 대한 고소, 본질을 흐리기 위한 물타기일 뿐


주요 언론들의 보도에 따르면 가해자 A는 법률 대리인인 변호사를 통해서 피해 여학생의 오빠를 고소하였습니다. 고소의 취지는 '가해자 A, B를 감금하여 허위 자백을 유도하였고, 심지어 조직폭력배도 동원하였다'하는 것입니다. 사건의 본질을 흐리고, 형량을 줄이기 위한 전형적인 물타기입니다.

실화탐사대팀이 확보한 취재 영상에서도 나오지만 가해자 A군과 B군의 자백은 내용이 꽤 자세합니다. 그리고 차분한 분위기에서 자신들이 저지른 일을 덤덤하게 이야기 하고 있습니다. 분위기상으로는 가해자 A 아버지의 주장대로 피해자의 오빠가 가해자들을 힘으로 겁박하여 감금한 뒤 공포 분위기를 조성한 것으로 느껴지지는 않습니다.

피해 학생과 가족들에게 평생 사죄를 하고 살아도 용서받을 수 있을까 말까 싶은 사건에서 이들의 태도는 많은 사람들의 공분을 사고 있습니다. 여동생이 있는 오빠들의 반응은 한결 같습니다.

"오빠한테 보복 당해서 머리 안 깨진 걸 다행인 줄 알아야지. 적반하장이네."

가해자들의 인생은 구제 확률이 매우 낮아 보입니다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인천지법으로 들어서는 가해자 A군과 B군 <사진 출처 : 세계일보>

2020년 4월 9일. 가해자 A군과 B군은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법원에 출두하며 기자들 앞에 섰습니다. 주머니에 손을 넣은 모습은 전형적인 불량학생의 모습이었습니다. 반성하는 기색은 전혀 없었습니다.

게다가 피해자의 오빠가 가해 학생들을 찾아낸 곳은 유흥가의 노래방이라고 합니다. 세간에 사건이 알려진 이후임에도 가해자들이 길거리를 활보하고 다녔다는 사실에 경악을 금치 못했습니다. 그 동안 또 다른 범죄가 발생할 가능성이 매우 높을 것이라는 건 너무나 자명한 사실입니다.

자신들이 저지른 엄청난 사건의 결과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평소와 다름없이 유흥가에서 놀고 있는 가해 학생 A와 B. 피해자를 향한 최소한의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못하는 상태로 보입니다. 사과는 당연히 기대할 수도 없는 것이고요. 또한, 이는 가해 학생의 부모가 가해 아이들에게 심리적 안심을 시켰지 않았을까 하는 의구심도 품어봅니다. '괜찮아 괜찮아. 너희 죽을 죄 지은거 아니야. 아빠가 도와줄게' 하면서 말이죠.

이런 아이들의 태도와 행동으로 볼 때, 이 아이들의 구제 가능성은 거의 없는 것으로 생각됩니다. 게다가 아버지라는 사람이 아이들의 잘못에 제동을 걸고 교육을 제대로 시키기 보다는, 아이들의 죄를 지우려 하고 아이들을 감싸고만 도니 아이들은 나이가 먹을수록 더욱 폭주하여 사회의 암적인 존재로 성장할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합니다.

이미 두 아이는 구속이 되었습니다. 아이들이 처벌을 피할 방법은 없어 보입니다. 혹여나, 변호사가 변론을 잘 해서 아이들이 무죄로 풀려 나더라도 이 아이들의 미래는 없는 것으로 보입니다.

이미 전국 엄마들에게 이들의 신상이 돌고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스마트폰 시대이니 만큼, 정보가 전국으로 확산되는 속도는 상상을 초월합니다. 특히, 이런 민감한 사안과 관련해서는 속도가 더욱 빠릅니다.

가해 학생들이 전학을 가기로 한 중학교의 학부모회는 물론이고 인근 학교의 학부모들과 해당 학교가 있는 아파트 단지의 모든 주민들이 이미 이들의 정보를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들의 전학을 반대하는 집회와 서명도 벌이는 것이지요.

아이들이 전국 어디로 전학을 가더라도 상황은 변하지 않을 것입니다. 아마 국내에서 산다면 초졸로 살아가야겠지요. 만약 해외로 나간다면 한인 사회에 섞이기는 힘들겁니다. 한인 사회 어디로 가더라도 이 소문은 금방 퍼질 것이기 때문이지요.

가해자 A의 아버지가 현명한 사람이었다면 피해 학생과 그 가족들에게 진심으로 사죄를 하도록 자신의 자녀를 교육했어야 합니다. 그리고 아이들을 따끔하게 혼내는 것은 물론, 사법당국에도 아이들을 엄벌해 달라고 되레 더욱 강경하게 요청을 했어야 합니다. 그렇게 해도 사회에 제대로 복귀할 수 있을까 말까였을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버스는 떠났습니다. 가해 아이들의 인생은 사회에서 이미 거세가 된 것으로 보이고, 그 아버지 또한 사람들의 비난을 피하기 어렵게 되었습니다.

문제가 있어 보이는 변호인(법률대리인)


가해자들은 누군가가 시킨 것 마냥 '피해자와 합의하에 관계를 가졌다'라고 진술했다고 합니다. 법률대리인이 가해자들을 무죄로 만들거나 형량을 줄이기 위해서 이렇게 진술하도록 옆에서 가르쳐 준 것으로 보입니다. 가해 아이들도 망가질 대로 망가지고 있습니다.

피해 여학생은 정형외과에서 전치 3주 진단을, 산부인과에서 전치 2주 진단을 받았습니다. 특히, 성폭행을 당하지 않기 위해서 저항할 때 생기는 저항흔의 흔적도 발견되었습니다. 이런데도 가해자들은 '합의하에 관계를 가졌다'는 어이없는 주장을 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는 법을 잘 아는 자 즉, 변호인이 거짓을 진술하도록 가해자들을 교육하고 있음을 의심하게 만드는 부분입니다.

피해자의 어머니께서 작성한 글을 보면 범죄혐의를 적극 부인하며 무죄를 주장하는 가해자 A의 가족과 변호인이 가족 여행을 다녀왔다고 합니다.

세간에서는 변호인이 돈에 눈이 멀었다고 손가락 질을 하고 있지만,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돈 보다는 가해자 A의 아버지와 변호인이 그 이상의 끈끈한 유대관계가 있는 사이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중학생, 탈선의 폭발력과 위험성이 가장 극심한 때


저의 학창시절을 돌이켜 보았습니다. 저는 남중, 남고, 공대, 군대를 거쳐왔습니다. 기억을 더듬어 보니 이 중 가장 폭력 성향이 짙은 집단은 놀랍게도 군대가 아니라 중학교였습니다. 중학생들의 학교폭력과 집단 괴롭힘은 상상을 초월합니다.

초등학생은 아직 청소년이기 보다는 아이(아기)에 더 가깝습니다. 그리고 학교폭력이 없지는 않겠지만, 제대로 영악해지기 전 이라서 그래도 크게 잔인한 사건을 일으키는 아이들은 거의 없다고 봐도 됩니다. 그리고 그들끼리 치고 받고 해도 상대에게 입히는 타격도 중고등학생들에 비하면 약합니다. 아직 육체적으로도 연약한 상태이기 때문에 어른을 비롯해서 타인에게 신체적 상해를 입힐 가능성도 거의 희박합니다.

고등학생은 이미 체력면에서는 성인입니다. 그리고 스스로 사고하는 능력도 초등학생이나 중학생에 비하면 월등히 성장해 있는 상태입니다. 걷잡을 수 없는 사고를 칠 경우 자신들의 인생과 미래가 어떤식으로 전개되어 갈 지 대부분 인지를 할 만한 나이입니다.

또 대학 진학을 준비하느라 공부하는데 바쁘죠. 불량 학생들도 사회에 진출할 준비를 하느라 바쁘고 중학생들처럼 아주 개념없이 행동하기는 힘듭니다. 행동에는 커다란 책임이 따른 다는 것을 충분히 아는 나이입니다.

게다가 육체가 이미 성인 수준으로 성장해 있는 상태이기 때문에 충돌을 할 경우 서로 간에 막대한 상해를 입을 수 있어서 중학생일 때 보다는 몸을 사리는 경향이 짙습니다. 고등학생들 사이에서도 학교 폭력이 완전히 사라지기는 힘들지만 중학생들 보다는 학교폭력 사고가 많이 줄어듭니다.

대학생이 되면 학교폭력이니 뭐니 이런 개념이 사라집니다. 오히려 주먹 자랑을 하면 무시 당하며 기피의 대상이 되죠.

문제는 무서운 중학생들입니다. 중2병이라는 말이 괜히 생긴게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정신연령은 초등학생때와 비교해서 크게 성장하지 못한 상태입니다. 그러나 이때부터 발육속도가 빨라져서 신체는 무섭게 성장합니다. 빨리 크는 아이들은 어른 수준의 신체 구조를 갖기도 합니다. 그리고 사춘기가 대부분 중학교 때 옵니다.

철이 들기는 힘든 나이이지만 어느 정도 영악하게 머리를 굴리는 나이. 그리고 육체적으로는 어른을 상대로도 상해를 입힐 수 있는 조건을 갖추는 나이. 학교폭력의 위력도 강해지고 사고 자체도 늘어납니다.

그리고 최근에는 학교폭력 뿐만 아니라 학교 바깥에서 일으키는 범죄나 사고의 양상도 다양해지고 있고, 잔인함의 강도도 더해가고 있습니다.

비행소년들의 학교 폭력을 비롯해서 학생들의 전체적인 정서 관리에 쏟는 자원이 중학교에 집중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날로 커지는 '소년법 폐지' 여론


소년법이 폐지되면 '교화 가능성이 있는 아이들'에 한해서는 교화 가능성이 영원히 상실됩니다. 아직 인격이 완성되지 않은 아이들이 교화될 기회 없이 곧장 어른과 동일한 처벌을 받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성급한 소년법의 폐지 논의 보다는 보다 세분화 된 법집행을 위한 사회의 논의가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다만, 사회에서 이런 분노의 목소리가 높은 것은 그만큼 청소년들의 범죄가 잔인, 흉폭, 교묘해지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고, 언론에서도 이를 더욱 부각하는 추세 때문이기도 합니다.

전 국민에게 보급된 스마트폰과 인터넷 덕분에 어린 아이들도 이제는 어른들의 세상을 더 빨리, 그리고 더 가까이서 접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래서인지 이제 아이들은 자신들이 잘못을 저질러도 '어른들 만큼은 처벌 받지 않는다'는 사실도 잘 알고 있습니다. 영악한 아이들은 사회와 법이 자신들에게 허용하는 관용을 역이용하여 악한 행동을 하고 다니는 사례가 적지 않습니다.

날로 흉악해지는 청소년들의 범죄, 그 중에서도 중학생들이 일으키는 강력범죄의 경향은 날로 그 범위가 넓어지고 더 잔인해지고 있습니다.

일부에서는 중학생들이 일으키는 강력 범죄의 발생 건수가 줄어들고 있다고 주장합니다. 그러나 이는 통계상의 착시를 이용한 선동이거나, 통계를 왜곡한 의도적인 주장에 불과합니다. 1980년 중학생의 학령 인구는 총 259만여 명이었고, 2019년에는 출생인구의 감소로 그 숫자가 130만 명 까지 줄었습니다. 그러니 자연스러운 인구감소의 영향을 받은 범죄 발생건 수를 축소하는 것은 옳지 않습니다.

소년법 제4조 제2항을 보면 소년부의 보호사건으로 심리하는 소위 촉법소년의 나이를 만10세에서 만14세 소년으로 정의하고 있습니다.

촉법소년의 나이를 낮추는 것이 당장 소년법을 폐지하는 것보다 낫지 않겠나 하는 의견도 많습니다. 만 14세면 중학생이고, 한창 사고를 많이 치고 다닐 나이입니다. 촉법소년의 나이를 초등학교 고학년이나 중학교 1학년 수준으로 낮추자는 의견이 가장 많은 것 같습니다.

사회에서 이런 목소리가 높아지는 것은 그만큼 시민들이 청소년들의 범죄에 대해서 위협과 두려움을 갖고 있다는 의미도 되겠습니다.

교화 가능성이 있는 아이들 vs. 사회와 당장 격리 되어야 하는 아이들


보통 강간을 저지르는 사람들은 강간만 저지르지 않습니다. 죄 의식이 없기 때문에 다양한 범죄를 저지를 가능성이 높습니다. 반대로 살인을 하는 사람에게 강간이나 도둑질을 하는 것은 식은죽 먹기이겠지요. 이번 사건에서도 나타났지만 성폭행 가해자 A군과 B군은 또래 친구들에게 폭력을 자주 행사하였으며 크고 작은 사고를 계속 치는 아이들이라고 동네에 소문이 나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아마 드러나지 않은 범죄 행각도 더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아무리 불량학생이라고 해도 강간을 아무렇지 않게 하는 것은 쉬운일이 아닐 것입니다. 즉, 강간 범죄를 저지른 게 이번이 처음이 아닐 가능성도 있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당사자들은 그중 하나가 재수없게 걸렸다고 생각하고 있겠죠. 반성을 하고 있지는 않을거라고 생각합니다.

강력범죄자들은 다양한 범죄를 연쇄적으로 일으킬 가능성이 높은데다 개과천선하고 사회에 잘 정착하는 경우는 드뭅니다.

특히, 본 사건에서의 경우에서처럼 어릴 때부터 범죄자의 길을 걷고 있으며, 집에서 그것을 비호하는 경우에는 그럴 확률이 더욱 높아집니다.

차라리 우발적이거나 불우한 환경 탓이라도 할 수 있다면 정신차릴 가능성도 기대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번처럼 집이 중산층 이상이고 아버지가 힘을 좀 쓰는 경우에는 이들이 사회에 어울리도록 교화하는 것이 매우 힘듭니다. 죄를 짓고도 법망을 이용해서 빠져나갈 시도만 할 것입니다. 이들에게 죄의식이나 사회 구성원으로서의 책임감 따위를 기대하기는 매우 어려워 보입니다. 사회와 격리하는 것이 사회 구성원 모두의 안전을 위해 더 나은 결정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합니다.

2020년 5월 1일
송종식 드림


2018년 5월 24일 목요일

노력은 운을 만나야 결실을 이룬다

노오오력이 부족하닷! vs. 암만 노력해도 안된닷!


노력론은 비교적 사회에서 크고 작은 성취나 성공을 이룬 사람들이 자주 주장하는 내용입니다. '세상 탓 하지마라.', '노력해라, 안되면 더 노력해라. 그래도 안되면 더 노력해라.', '잘되는 건 운과 사회 탓으로 돌리고, 안되는 건 나의 노력탓을 해라..' 등등 이런 이야기는 특히 자기계발서에서도 많이 나옵니다.
응당, 이런 태도를 가지고 산다면 타인으로부터 찬사를 받을 것입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자기 자신에게도 좋으면 좋았지 나쁘지는 않을 것입니다.
그러나 저런 애티튜드는 나에게만 적용하고 가슴속에 묻어둬야 합니다. 저런 이야기를 공공연히 타인에게 하고 다니면 거부감을 느끼는 사람들이 최근에 부쩍 늘어났습니다. 왜냐하면 사회 구조적으로 지위 향상을 노력으로 해내는건 불가능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런 부분이 아니더라도 당연히 타인에게 이래라저래라 강요할 수는 없겠죠.
그래서 이글도 '이래라저래라'류의 글이 아닌, X세대 꼰대 젊은 아재가 자기 점검 차원이서 쓰는글이며 보팅이라도 좀 받아가면서 공감대 형성되는 분들끼리 위안이라도 해보자고 쓰는글입니다.

어느 분야나 기본적인 노력은 필요하다

로또 당첨이나 자다가 부모님 유산이 떨어진 경우 등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면 노력을 해야 기본적인 성취를 얻을 수 있는 기틀은 만들 수 있습니다. 아무런 노력도 하지 않으면서 무언가 얻기를 위하면 평생 얻지는 못하고, 얻기를 위하다가 생을 마감하게됩니다. 얻으려면 시도를 해야합니다. 시도를 했으면 당연히 성실하게 노력을 해야합니다. 기본적인 노력도 해보지 않은 사람들이 볼멘 소리를 하는 경우를 볼 수 있습니다. 일단 스스로의 가슴에 손을 얹고 노력을 했는지 돌아보는게 중요하다고 생각됩니다.

그렇다고, 노력만이 우리를 성공의 길로 인도하는건 아니다

노력은 기본중에 기본입니다. 기본적인걸 하네마네 논쟁하는 건 의미가 없습니다. '책을 많이 읽어야만 성공하는건 아니지만, 크게 성공한 사람들 중에서 독서광 아닌 사람이 없다.' 이 말과도 비슷한 맥락입니다. 노력을 한다고 모든 사람이 성공하는 건 아니지만, 크게 성공한 사람들 중에서 노력을 안한 사람은 없습니다. 그러니 노력은 기본적으로 해야합니다.
그리고, 노력뒤에는 반드시 '운'이 따라야합니다. 운은 우리 삶에서 생각보다 꽤 큰 위력을 가합니다. 운의 기본적인 요소는 시간과 장소 즉, 시대가 주는 행운(때)과 그 시대의 행운이 따르는 장소가 핵심입니다. 큰 부자들에게 자문을 구해보면 이 '행운'조차도 확률의 범주에서 움직이며 삶에서 행운을 높여주는 방법들은 무수히 존재한다고 합니다. 가령, 식당을 운영하는 사람이 대통령 눈에 띌려는 이상한 목표를 세웠다면 청와대 앞에 식당을 차려야됩니다. 저기 삼천포에서 식당을 차리지 말아야합니다. 대통령이 청와대 앞 개인 식당에서 밥을 먹지는 않겠지만 어쨌든 그래야 측근들이나 직원들에 의해서든 대통령 눈에 띌 확률을 높이겠죠.
그리고, 기질과 재능도 중요한 것 같습니다. 기질에는 '지능', '끈기', '성실함', '임기응변' 등 온갖 요소들이 포함됩니다. 노력을 할 줄아는 기질, 운을 끌어내는 기질, 판을 보는 기질, 배팅하고, 실행하고 끈기 있게 해내는 기질, 얻은 운을 수성하는 기질 등은 정말로 중요한 것 같습니다. 그리고 재능에는 특정 분야에 대한 남보다 조금 더 탁월한 능력들이 포함됩니다.
버핏이 부르는 '자궁로또'는 어떤 국가의 어떤 부모님 밑에서 태어 나는지를 유머러스하게 칭한 단어입니다. 정상적인 강대국의 학력수준이 높고 소득이 높은 부모 밑에서 태어난다면 처음부터 인생에 날개를 달고 태어나는 것 처럼 보입니다만 그것은 앞서 말씀드렸던 '운'에 포함된다고 봅니다.
노력 x 운 x 기질과 재능 = 성공확률

노력에도 방향과 전략이 필요하다

제가 가장 안타까운 부분을 말씀드리려합니다. 많은 청년들이 지금도 도서관에 앉아서 엄청나게 노력을합니다. 실제로 그들이 생각하는 노력이란 '책상머리에 앉아서 하는 시험공부'인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러나 이것은 누군가에게는 현명한 노력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인생의 가장 찬란한 시기에 엄청난 에너지를 투입하여 노력하고자 하였다면 내 노력의 에너지를 쓸 방향성을 명확히 규정해야합니다. 그리고 전략적인 노력을 해야하지요.
"저는 람보르기니가 드림카입니다. 큰 부자가 되고 싶습니다. 여행하며 살고 싶습니다." 이렇게 말하는 청년이 도서관에서 9급 공무원에 도전하겠다고 하루종일 도서관 책상머리에 앉아서 공무원 준비를 하고 있으면 거기에 아무리 노력을 쏟아봤자 헛노력을 쓰는겁니다.
반대로, "저는 꿈이 크지는 않아요. 하루하루 내몸 건사하고, 휴일에는 사랑하는 사람들과 여행다니는... 그 정도만 살아도 행복해요." 이렇게 말하는 친구가 창업을 하겠다고, 창업 전선에 도전해서 가게를 키우겠다고 에너지를 쏟으면 그 청년은 불행해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나에게 솔직해지기

투자도 그렇지만, 인생의 항로를 정할때는 더 그렇습니다. 먼저 가슴에 손을 얹고 내가 누군지 스스로 정체성을 확실히 찾고 정립해야합니다. 그리고 나 자신에게 스스로 솔직해져야합니다.
이를테면, "남에게 꿀리기 싫어서 투자를 한다."거나, "남 밑에서 일하기 싫어서 창업을 한다"거나 한다면 그런 생각은 저 멀리 밀어두는게 좋습니다. "한국 사회에서 인간답게 살아가려면 적어도 사(士)자 직업은 가져야죠. 그래서 저는 열심히 공부했고 돈 많이 버는 의사할거에요." 이런 친구들도 더러 있었는데, 이러면 정말 자신을 속이는겁니다. 의사가 되더라도 인생이 행복할리가 없습니다.

세로토닌 분비를 위해서 살자

수명이 아무리 늘어도 대부분의 사람은 100살도 못삽니다. 게다가 아프지 않고 건강하게 살 수 있는 시간은 영유아기를 제외하면 30~40년도 되지 않습니다. 그 짧은 생을 '먹고 살려고' 살거나, '남들눈에 잘 보이려고' 산다면 스스로의 삶에 매우 큰 불행을 초래할 수 있습니다. 인간은 세로토닌을 분비하면서 살아야 합니다. 지향점은 그것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가급적 젊을 때 1) 짧은 기간 폭발적으로 노력하고, 2) 전략적으로 노력하고, 3) 행운의 확률을 높이면서도 현재의 행복을 놓치지 않게 주의를 기울이면서 살면 어떨까 싶습니다. 먹고, 여행하고, 사랑하고, 현재를 애정하며 사는 모습이 그것에 가까울까요? 궁극적인 인간의 삶은 '세로토닌을 분비하는 삶' 그 이상도 이하도 없는 삶이라고 생각합니다. 절대적 선악구도도, 영구적인 위대함과 찌질함의 구도도 어떤 것도 세로토닌 분비 논리 앞에서는 크게 의미가 없는 듯 합니다.

노력과 운의 환상적인 콜라보

노력과 운에 대해 간략하게 작성한 지난 포스팅에서 하지 못했던 운에 대한 사례들을 조금 더 소개드려보고자 합니다. 열거하자면 무수히 끝도 없는 사례들이 있겠지만 즉흥적으로 생각나는 몇가지 사례들만을 소개드리겠습니다. 운의 위력에 대해서 실감해 보시길 바랍니다.

유튜브 창업자, 카드 돌려막기와 억만장자 사이를 오가다

스티브 첸, 자웨드 카림, 채드 헐리 세 사람은 당시 1) 텍스트와 이미지 시대를 넘어 동영상 시대가 올것으로 내다봤고, 2) TV에서 방영하지 못하는 쓰나미 영상이 인터넷으로 실시간으로 공유되는 것을 보면서 UCC 시대임을 느꼈고, 3) 컨텐츠 소비자가 생산자를 겸하는 프로슈머의 시대가 열리고 있음을 알아차렸습니다.
셋은 의기투합해서 동영상 서비스를 만들었지만 이용자들이 사이트에 들어오지 않았습니다.
상황이 반전된 것은 공유기능 덕분입니다. 동영상에 '공유' 버튼을 추가해서 동영상이 외부 블로그나 소셜미디어에 붙어서 돌아다니도록 만들어서 트래픽이 증가하기 시작했습니다. 대역폭 문제가 커지자 서버를 수십대로 늘렸습니다. 하루 100만 건 정도의 동영상이 업로드 될 것이라고 내다보고 서비스를 운영했지만 유튜브는 하루에 1억 건이 넘는 영상이 업로드되었습니다. 서비스는 폭발적으로 성장했고 시대는 이들의 부름에 응답을 했습니다.
서비스는 날로 성장했지만 별다른 수익원이 없었습니다. 엄청난 서버 비용과 회선 비용을 점점 감당하기 힘들어졌습니다. 창업자들은 카드 돌려 막기로 하루하루를 버텼습니다. 그렇다고 서비스를 이대로 없애고 싶지도 않았습니다. 이들은 매각을 결정했습니다. 서비스가 더욱 인프라가 좋은 회사의 품에 안겨서 쭉쭉 성장하기를 바랐습니다.
벼랑끝까지 온 상황에서 유튜브는 야후, 구글과 매각 협상을 했습니다. 구글에 성공적으로 2조 원 정도를 받고 매각에 성공했습니다. 지금으로부터 12년전인 2006년의 일이고 매각은 에릭슈미트와 창업자들이 만나서 거의 즉흥적으로 이루어졌습니다. 유튜브는 막대한 트래픽과 스토리지 비용으로 2009년까지도 연간 5,000억 원의 적자를 냈고, 마이크로소프트는 유튜브 때문에 구글이 무너질것이라고 조롱하기도 했습니다.
스티브 첸과 친구들의 노력 : 전재산을 걸었음, 회사에서 숙식해가며 코딩했음, 시대의 흐름을 포착하고 동영상 서비스를 시작함, 카드 돌려 막기를 하면서도 서비스를 이 악물고 키움 등
스티브 첸과 친구들의 운 : UCC, 웹2.0, 소셜미디어, 웹 동영상 시대가 열리고 있었음, 구글의 에릭슈미트 회장을 만나서 점심을 같이 먹었고 회사 매각에 대해서 합의함 등

한국인 박지현씨, 유튜브를 창업한 억만장자와 결혼하다

역삼동 구글코리아에서 제이미(Jamie)라고 불렸던 한국인 박지현씨는 월급쟁이에서 순식간에 억만장자의 아내로, 샌프란시스코 상류 사회의 구성원으로 합류하게 됩니다.
유튜브 홍보 행사차 한국을 방문했던 유튜브 창업자 스티브 첸은 구글코리아 사무실에서 박지현씨에게 첫눈에 반하게 됩니다. 이후 스티브 첸은 청혼을 했고 박지현씨는 수락하여 공식적인 부부가 됩니다.
박지현씨의 노력 : 열심히 공부해서 연세대학교에 들어갔음, 영어공부도 열심히 했음, 구글코리아에 입사했음, 유튜브 마케팅 업무를 열심히 했음 등
박지현씨의 운 : 부모님께서 스티브 첸의 이상형으로 태어나게 해주심, 스티브 첸이 억만장자일때 만남, 스티브 첸이 구글코리아에 왔을때 사무실에서 근무를 하고 있었음 등

테무진 vs. 자무카

초원 통일을 앞두고 테무진과 자무카는 일전을 앞두고 있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테무진에 대한 인지도는 높지만 자무카에 대한 인지도는 높지 않은데, 자무카는 테무진이 몽골 초원을 통일하기전에 존재하던 최고의 전사이자 전략가였습니다. 싸움으로는 초원에서 자무카를 넘어설 수 있는 사람이 없었습니다. 이미 전투 능력만으로 스무살도 되기전에 자신의 세력을 만든 전쟁 천재였습니다.
테무진과 자무카는 안다(의형제)를 맺은 최고의 친구이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자무카는 테무진의 장단점을 꿰고 있었습니다. 초원통일을 앞둔 중요한 전투(나이만과의 전투 이전)에서 테무진보다는 자무카가 이길 확률이 높았습니다. 그런데 기적이 일어났습니다. 갑자기 컴컴해진 하늘에 천둥번개가 내리치면서 비가 내리고 바람이 테무진에게 유리하게 불기 시작했습니다. 테무진군의 활은 원래보다 더 멀리 날아갔고 자무카의 군은 맞바람을 안고 싸워야했습니다.
테무진은 날씨의 도움으로 자무카에게 승리하였습니다. 초원을 통일하고 징기스칸은 역사상 두번째로 영토가 넓은 제국을 만들어나갑니다.
테무진의 노력 : 가급적 사람들을 죽이지 않으려고 했음, 적군이라도 포용하려고 했음, 여러 최악의 상황에서도 늘 좌절하지 않았음, 사람들과 신의를 지키려고 노력했음 등
테무진의 운 : 여러 죽을고비마다 절묘하게 살아날 기회와 행운이 따랐음, 어린 시절에 자무카를 만나서 대번에 자무카군의 2인자로 올라섬, 자무카와의 마지막 일전에서 날씨의 큰 도움을 받음 등

한국전쟁 덕분에 부도를 코앞에 두고 살아난 도요타자동차

태평양 전쟁 패전 이후 일본은 공장도 제대로 돌릴 수 없을 정도로 나라 전체가 망가진 상태였습니다. 도요타자동차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직원들의 대규모 파업까지 겹쳐서 부도 직전까지 내몰렸습니다.
그런 위기의 와중에 1950년 6월 25일 한국전쟁이 발발합니다. 미군은 일본의 도요타자동차에 군용트럭 제조를 요청합니다. 이때부터 도요타자동차는 극적으로 회생하기 시작합니다. 물론 도요타자동차뿐만 아니라 일본의 산업 전체가 한국전쟁 특수를 등에 업고 고도 성장을 하기 시작합니다. 전후 복구도 하지 못하던 나라가 한국전쟁 특수로 살아난것입니다.
당시 미국은 이미 자동차 생산력이 엄청난 나라였습니다. 1949~50년대에 도요타자동차의 생산력은 하루 50대도 되지 않았습니다. 당시 포드가 하루에 8,000대를 생산했던 걸 생각하면 미군이 직접 군수품을 생산했어도 되었습니다. 단지 지리적으로 미국 본토는 멀고 일본은 전장에서 가까웠기 때문에 미국이 일본에 자동차 생산을 의뢰했던 것입니다. 그리고 미국은 공산진영에 맞서고자 일본을 경제적으로 발전시킬 전략적 구상도 있었습니다.
도요타자동차의 운 : 부도직전에 한국전쟁이 발발해서 특수를 누림, 지리적으로 한국과 가까웠음, 미국이 정책적으로 공산주의를 막는 역할로 일본을 필요로 했음

히틀러의 입학을 거부한 비엔나 미술학원

히틀러는 1903년 아버지의 사망, 1905년부터 비엔나의 고아원의 손에서 자라납니다. 히틀러는 미술가로 살아가길 지망했습니다. 그는 당시 가장 저명한 미술학교 중 하나였던 비엔나 아카데미에 두번이나 지원했지만 모두 낙방합니다. 이 과정에서 유대인 선생들로부터 인격 멸시를 당했다는 카더라도 있습니다. 어쨌든 많은 사람들이 이때 히틀러가 비엔나아카데미에 합격을 했다면 역사도 조금은 달라지지 않았을까?..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히틀러의 행운에 따른 카더라가 하나 있는데, 통신병으로 근무하던 시절에 영국 육군 소속의 헨리테디 이병은 히틀러를 사살할 수 있었음에도 그냥 지나쳤다고 합니다.
인류의 운 : 비엔나아카데미에서 히틀러의 입학을 허가해주었더라면..?

페이스북의 '알수도 있는 친구' 기능, 신문의 박스기사..

지인의 이야기입니다. 10년 넘게 연락도 없었고, 학창시절에도 별로 친하지 않았던 이성친구. 이 이성친구를 페이스북이 추천해주는 '알수도 있는 친구' 목록에서 발견했습니다. 그리고 말을 걸었다고 합니다. '잘 지내냐?'고. 이렇게 화면의 한 구석에서 우연히 만난 이둘은 이후에 결혼을 해서 부부의 연이 됩니다.
이 커플의 사례 뿐 아니라 수 많은 우연한 인간관계가 PC통신과 인터넷 세상 안에서 일어나고 있습니다. 온라인게임에서 만나서 결혼하는 커플들도 자주 보았습니다.
어떤 큰 부자는 신문지상의 작은 박스기사 하나를 보고 투자 아이디어를 떠올려 해당 기업에 투자를 시작해서 큰 부자가 되기도 했습니다. 이처럼 우리를 스쳐가는 작은 무엇하나가 우리의 삶과 운명 자체를 바꾸는 경우는 너무나 많은 것 같습니다.
버핏과 멍거의 만남, 김택진과 송재경의 만남 등 우연한 만남을 통한 시대의 변혁도 많이 목격합니다.

시간, 운명, 역사는 모두 아날로그.. 그리고 운과 불운의 연속

작은 범주에서 개인의 운명, 큰 범주에서 역사, 그리고 더 큰 개념으로의 우주에서의 시간의 흐름은 모두 아날로그적입니다. 아날로그는 끝없이 흐릅니다. 흐름은 운과 불운의 지속적인 반복을 타고 갑니다. 그리고 운과 불운도 우리 시각에서의 기준일 뿐 우주적인 시각으로보면 중립입니다.
지구가 폭발하면 인류에게는 불운이지만 우주 전체적으로는 자연 생리의 일부분에 지나지 않습니다.
그리고 운과 불운은 우리 인생에서 중요하지만 운을 특정할수는 없습니다. 제가 등산을 하다가 돌을 밟고 넘어져서 허리를 다쳤다면, 그 피해는 평생갈 수 있습니다. 그러나 불운을 정의할 때 '돌을 밟은 행위'에만 둘수는 없습니다. 1983년에 제가 태어나서 움직여왔던 모든 요소들과 그 자리에 산이 생성되었던 수억년간의 요소, 그리고 하필 거기에 돌이 있을 수 밖에 없었던 요소를 모두 곱하면 운과 불운의 발생 확률은 0일수도 있고 무한대일수도 있습니다.
한마디로 운이나 불행같은 요행에 너무 목숨을 걸며 살 필요는 없다는 소리입니다.
강수진의 발

2017년 4월 13일 목요일

대부업법 개정안과 포퓰리즘

대부업 금리 상한 인하는 작은 재앙을 가져 올 것입니다


본 글은 민중의소리 2017년 3월 6일자 기사 <[인터뷰] ‘저승사자’ 제윤경 “대부업체 엄살, 이자율 더 낮춰야”>(이하:기사)와, 2016년 12월 5일에 국회발의 돼 계류중인 의안번호 2004102 <대부업 등의 등록 및 금융이용자 보호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이하 : 대부업법 개정안)을 보고 전체적인 의도에는 동의하는 부분도 있지만, 군데군데 교묘하게 포퓰리즘이 묻어나는 부분도 있는바, 리드코프 주주입장에서 반박해야 될 부분에 대해 작성하게 되었습니다.

포퓰리즘이 좀 먹고 있는 사회


현재 대한민국 정치판은 포퓰리즘이 지배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포퓰리즘은 사람들이 듣기 좋아하는 소리들로 포장됩니다. 그 소리들은 사람들을 자극 시키는 몇개 단어로 프레임화 되기도 합니다. 그렇게 포퓰리즘은 인터넷망을 타고 순식간에 전국을 돌아다닙니다.

최근의 경향을 보면 사람들은 긴글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사람들은 짧은글에 열광합니다. 독서 인구가 많이 줄었다고 합니다. 일부 대학생들의 작문 능력이 중학교 2학년 수준이라는 기사도 있었습니다. 이 모든것이 빠른 것만 추구하는 사회의 단면을 보여줍니다. 가십과 자극만 좇는 인터넷 시대의 폐해이기도 합니다. 내 눈앞의 이익과 관련된 것이 아니면 극도로 무관심한 어리석은 이기주의의 시대이기도 합니다.

포퓰리즘은 이런 대중들의 속을 가볍게 파고 들었습니다. 어느 정당, 어느 정치인 할 것 없이 포퓰리즘 전쟁을 벌이고 있습니다. 자신들의 법안이나 치적은 사람들이 듣기 좋은 말로 포장합니다. 정적을 제거할 때는 자극적인 단어 한두개를 사용해서 치명적인 프레임을 씌웁니다.

포퓰리즘은 단기적입니다. 그래서 장기적으로 사회를 좀 먹는 암세포가 될 수 있습니다. 민주주의를 중우정으로 이끌고 한 사회를 몰락시킬수도 있습니다. 포퓰리즘은 뒷감당을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포퓰리즘은 강력합니다. 대중들은 쓸려다닙니다. 대중들은 깊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소수의 선동꾼이 포퓰리즘 떡밥을 뭅니다. 선동꾼이 선동합니다. 대중은 선동꾼을 따라 떡밥을 확대 재생산하며 자체적인 에너지와 분노를 키워나갑니다.

유권자들은 선거철에 정치인들이 내는 공약을 면밀히 공부할 필요가 있습니다.

대한민국 인구는 5,142만, 여성 2,571만, 남성 2,571만, 노인은 700만, 경기도민은 1,200만, 공시족은 25만, 자영업자, 아기엄마, 아기아빠, 부동산을 보유한 사람, 부동산이 없는 사람, 주식을 보유한 사람, 차량소유자, 미세먼지 민감자, 빚 있는 사람, 월소득이 200만원 미만인 사람 등등.. 정치인들에게 표밭은 널렸습니다.

이처럼 정치인들도 사회의 큰 숫자들과 싸움을 하고 있습니다. 주식 투자자들도 늘 사회의 큰 숫자들과 싸우고 있듯이요. 이 숫자들은 클수록 정치인들에게 표밭입니다. 과연 어떤 정치인이 어떤 공약을 내고, 어떤 발언을 하는지는 표밭의 규모와 정책의 진정성을 보면 포퓰리즘인지 아닌지 알 수 있습니다. 물론 진정성만 있다고 옳은 정책도 아닙니다. 한 정치인의 신념이 무조건 옳다고만 할수도 없고, 다수가 옳다고 느끼는 신념도 누군가에게는 피해가 갈 수 있기 때문에 절대선도, 절대악도 없을거라 봅니다. 다만, 사람들을 포퓰리즘이라는 장막앞에 눈가림하고 사회에 해를 끼치는 행위는 없어야함은 물론입니다.

'대부업'이라는 단어에서 느껴지는 반감


저는 블로그에서는 될 수 있으면 정치적 의견 표명은 안하려고 합니다. 그러나, 이글에서 민감한 정치 이야기를 꺼내게 된데는 이유가 있습니다. 우선은 제가 투자하고 있는 기업과 관련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그런 이유만이라면 이렇게 글까지 쓰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자료를 찾다보니 여기에도 눈에 빤히 보이는 포퓰리즘이 있어서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여러분은 '대부업'이라고 하면 어떤 이미지를 갖고 계신가요? 까만색 정장을 입은 사람들, 엄청나게 높은 금리, 돈을 안 갚으면 이승에서 더는 못 살 것 같다는 느낌, 조직폭력배..? 저도 대충 이런 느낌을 받습니다. 여러분도 비슷하실거라 생각합니다. 이처럼 단어 하나에서 묻어나는 이미지와 프레임의 편견을 깨기란 쉽지 않습니다. 포퓰리즘은 바로 이런 편견의 틈을 침투합니다.

대부업은 사라져야만 하는 사회악인가?


시장에는 다양한 자금수요가 있습니다. 장기적으로 필요한 자금, 단기적으로 필요한 자금이 있겠습니다. 사업자금이 필요할수도 있겠구요. 또, 급하게 급전이 필요한 경우도 있을겁니다.

이 자금 수요들은 다양한 자금 수요층을 가지고 있습니다. 직업적으로는 직장인, 사업가, 무직, 가정주부 등이 있겠죠. 돈을 빌리고자 하는 주체가 개인일수도 있고 법인일수도 있을거구요. 또 개인이라면 신용등급은 1등급부터 10등급까지가 있을것입니다.

이 수요들을 대응하는 금융기관들도 각자 자리에서 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가계부채 문제가 심각하다고 하니 개인의 자금 수요에 한정해 보겠습니다. 신용등급이 높은 사람들은 시중은행(1금융권)에서 돈을 빌립니다. 그리고 대출 이자도 낮습니다.

당연히 신용등급이 낮은 사람들은 시중은행에서 대출을 받을 수 없거나 받기가 힘듭니다. 대부분 2금융권의 저축은행이나 캐피탈사를 통해서 10% 중반대의 고금리로 대출을 받습니다. 그보다 더 신용등급이 낮은 사람들은 제도권 대부업체로 손을 벌립니다. 그마저도 못 쓰는 사람들은 불법 사금융 업체에 불법적인 수천%의 이자를 내며 대출을 받습니다.

그리고 하위로 내려올수록 대출 자금의 성격이 달라지는 경향도 짙습니다. 1금융권을 이용하는 사람들이 주택을 사거나 투자용도로 대출을 받는다면 대부업을 이용하는 사람들은 며칠간 사용할 급전이 필요해 대출 받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대출 시장의 가장 밑단에 있는 불법 사금융 시장에서 사채를 쓰는 사람들이 사채를 빌려서 집을 살리는 없으니까요.

이처럼 시중은행부터 최하단의 대부업까지 모두 수요가 있기 때문에 존재합니다. 그런 존재 가치가 명확한 자금 공급원을 무조건적으로 사회악 취급하는 시각은 문제가 있습니다.

대부업 또는 사채업이라고도 부르는 사금융 시장은 원래 제도권 관리하에 있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2016년에 개정 대부업법이 시행되면서 규모가 있는 대부업체들은 제도권으로 들어와 합법적인 영업을 하게 되었습니다.

대부업은 꼭 필요합니다. 앞서 언급드렸지만 대부업은 집을 사기 위해 돈을 빌리는 곳이 아닙니다. 대부업은 대부분 소액을 빌려줍니다. 그리고 그 기간도 짧습니다. 예를 들면 시장 상인들이 대부업을 통해서 일수같은 것을 많이 씁니다. 재고와 현금 회전을 위해서 대부업은 그들에게 꼭 필요한 금융 수단입니다. 꼭 필요하니까 존재하겠죠. 연간 금리가 27.9%라고 해도 실제 1년치 금리를 내는게 아니라 며칠만 쓰다가 돌려주기 때문에 일할(daily basis)개념으로 이자를 지불합니다.

문제는 사람들에게 각인 돼 있는 불법 사금융업체들 입니다. 이런 곳들은 상상을 초월하는 높은 금리를 받는 곳을 말합니다. 그런 곳들은 채권추심 과정에서도 수 많은 불법행위와 폭력이 동원됩니다. 이런 곳들의 폐해를 줄이기 위해서 금리 상한을 둔 것은 잘 한 것입니다. 그러나 20%까지 금리를 낮춘다면 제도권 대부업체 대부분이 계속 영업을 하기 힘들어 청산 위기에 직면합니다.

제도권에 있지 않은 사금융 업체들을 제도권으로 양성화 하기 위해서 정부는 개정 대부업법을 만든거고, 실제로 시장에서 규모가 가장 큰 최상위 업체들이 제도권으로 들어왔습니다. 더 이상 대부업 금리 상한을 낮추기 보다는 비제도권 업체들이 제도권으로 들어와 합법적으로 영업하도록 유인하는 정책이 더욱 절실합니다.

바로 이 제도권 대부업과 불법 사채업 사이에 괴리가 발생합니다.

제도권 대부업체가 사라진다면?


가까스로 제도권으로 유인한 대형 대부업체가 사라진다면 어떻게 될까요? 몇십~몇백만원 수준의 급전이 필요한 사람들은 불법 사금융 시장에 손을 벌릴 수 밖에 없습니다. 그 사람들에게 시중은행이 돈을 빌려줄리 만무하고 2금융권 대출도 쉬운건 아닙니다. 그러니 당연한 수순입니다.

그나마 제도권에서 27.9%의 금리로 급전을 빌려쓰던 사회의 진짜 소외계층이 연간 수천%에 달하는 불법 사금융 업체들의 먹이가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는 사회 최하단 계층의 좌절을 불러오고 사회 불안을 야기할 소지가 다분합니다. 불법 사금융 업체들은 단속한다고 단속되는게 아닙니다. 성매매 업체들을 아무리 단속해봐야 법망을 피해 더 음성화 되고 체계화 되는 풍선효과만 봐도 그렇습니다. 부동산 가격을 잡겠다고 정부가 아무리 정책을 내봐야 다른 곳에서 풍선효과가 발생하는 것을 봐도 그렇습니다.

자금의 대출 수요는 자본주의 세상에서 산소와도 같습니다. '대부업 금리를 낮추겠다'라는 포퓰리즘 하나로 되레 사회에서 가장 보호 받아야 할 사람들이 큰 타격을 입는 아이러니가 발생합니다.

제도권 대부업은 왜 사라지는가? 대부업의 이자율은 살인적이다?


혜택은 별로 없고 규제만 늘어나니 대부업체들이 제도권으로 올라오길 꺼리는 것 입니다. 특히, 대부업법이 시행된 이후 근 10년간 제도권 대부기업들의 최대 금리 한도는 꾸준히 낮아져 왔습니다. 2002년 66%이던 법정 최고 금리는 거의 햇수 단위로 낮아져서 현재는 27.9%까지 낮아졌습니다.

<자료 출처 : 한국일보>

27.9%로 법정 최고한도가 낮아진지 얼마 지나지도 않아서 법정 최고한도를 20%까지 낮추는 대부업법 개정안이 국회에 계류중입니다.

대부업체 중 상장된 기업이 리드코프 하나 뿐 입니다. 그래서 리드코프의 손익계산서를 분석해 봤습니다. 대부업 금리 상한이 20%로 높아지면 리드코프는 사실상 영업을 종료해야 합니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리드코프의 작년 영업이익률은 10.6%, 순이익률은 6.6%입니다. 이는 법률이 규정하는 대부업 금리 상한때문에 지속적으로 낮아져 왔습니다.

리드코프의 경우를 보면 자본을 빌려오는 조달 금리가 8.5%~9%, 빌려준 돈 중에 떼이는 돈이 10%, 매출대비 판관비율이 17%입니다. 이렇게 합산하면 금리 상한 27.9%로 겨우 똔똔 사업을 하게 됩니다. 만약에 제윤경 의원이 발의한 대부업 금리상한 20% 법률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리드코프는 제도권에서 영업을 더 이상할 수 없게 됩니다.

전체 경제활동 인구의 13%가 사지로 내몰릴수도


이렇게 되면 제도권 대부업체들이 선택할 수 있는 카드는 대략 두가지 입니다. 제도권에서 벗어나 음지에서 영업하면 막대한 이익을 낼 수 있는데 굳이 별 혜택도 없고 규제만 가득한 제도권에 편입돼 영업을 할 유인이 사라집니다.

1) 영업의 종료
2) 제도권에서 이탈하여 불법 사금융화

실제로 2조원이 넘는 대출을 해주며 업계 1위를 달리고 있는 러시앤캐시는 대부사업을 종료합니다. 리드코프의 경우도 대주주가 회사를 팔기 위해 지분을 시장에 내놓았습니다. 제도권 대부업들이 속속 영업을 종료하려고 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제도권 대부업이 전부 문을 닫게 되면 피해는 고스란히 263만 대부업 이용자들이 받게 됩니다. 우리나라 전체 경제 활동 인구의 11~13%에 달하는 숫자입니다. 저성장 사회로 진입하고 경제가 침체를 겪으면서 이 숫자는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합니다. 대부업 수요는 늘어나는데 제도권 대부업은 문을 닫는다면 결과는 어떻게 될까요? 수천%의 고리를 받는 불법 사채업자들이 활개치는 세상이 될 것 입니다.

제도권 대부업체의 금리 상한이 낮아지면서 대부업체들은 실제 저신용자들에 대한 대출을 줄여나가고 있음이 확인됐다 <자료 출처 : 중앙일보>

조금 더 멀리 내다보면 263만명 중 1%인 2만 6,000명이 비제도권 초고금리 사채시장으로 내몰려 범죄나 자살 등의 선택을 하게 된다면 이는 막대한 사회적 손실과 불안을 야기하는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절대 과장된 것이 아닙니다. 땡전하나 나올 구멍이 없는 사람들의 삶을 안다면 이는 충분히 생각할 수 있는 문제이고 막아야 하는 문제입니다.

살인적인 금리를 받는 비제도권 사금융 업체를 제도권으로 끌어들여야..


연간 수천%의 살인적인 금리 장사를 하는 비제도권 사금융 업체를 제도권으로 끌어들일 유인이 더 절실합니다. 그나마 남아있는 제도권 업체를 불법 사금융으로 내모는 지금과 같은 규제는 사회를 지탱하는 바닥을 더욱 붕괴시킬 가능성도 있습니다. 막장으로 내몰린 사람들의 이판사판 범죄율도 늘어날 수 있습니다.

물론 대부업체의 금리상한 규정은 절대적으로 필요합니다. 그러나 대부업체들에게 일정 정도의 이익을 보장할 수 있어야 합니다. 저축은행보다 매력없는 수익을 낸다면 대부업체들 7~10등급 또는 신용불량자를 상대로 큰 위험을 떠 앉고 돈을 빌려줄 이유가 없습니다. 얼핏들으면 대부업 금리 상한을 낮춘다는 말이 굉장히 선한 일을 한다는 것으로 들리지만 이와 같은 엄청난 부작용들이 뒤따르는 위험한 정책입니다. 제 생각에는 대부업 금리 상한 27.9%는 대부업체들이 허용할 수 있는 마지노선이라고 생각됩니다. 그 이하로 낮추면 위에서 말한 일들이 벌어질 확률이 매우 높다고 생각합니다.

해외의 대부업 금리 상한


대부업체의 금리 상한을 낮추어야 한다는 논리에 늘 끼어드는 것이 '일본 대부업체는 어떻다' 하는 논리입니다. 일본의 대부업체들도 금리상한이 20%라는 것입니다. 이는 우리나라의 경제 체질과 양국의 대부업체가 자금을 조달받을 때 적용받는 조달금리 등을 전혀 감안하지 않고 하는 이야기입니다. 예를들면 우리나라 대부업체들의 조달 금리는 8.5~10% 수준이 많지만, 일본 대부업체들의 조달금리는 5% 수준입니다. 이런 사정을 감안하지 않고 '일본이 금리상한 20%니까 우리도 20%로 내려야 한다'는 말은 현실을 교묘히 감춘 포퓰리즘에 불과합니다.

참고로 아래는 전세계 주요 국가별 대부업 금리 상한 제도 자료입니다.

<자료 출처 : 제349회 국회(임시회) 제 3차 정무위원회 검토보고서>

국내 대형 대부업체는 모두 일본 자금이다?


'대부업'이라는 키워드에 '일본'이라는 키워드까지 조합하니 사람들 혈압을 끌어올리기 얼마나 좋은 단어가 됩니까? 이도 포퓰리즘에 기대어 자신들의 법안을 통과시키려는 술수에 불과하다 생각합니다. 리드코프는 100% 한국 자본으로 설립한 대부업체이기 때문에 '대형 대부업체들의 자금은 전부 일본계 자금이다.'라고 하는 말은 거짓말입니다.

빚 갚지마라?


대부업법 개정안을 발의한 제의원은 '빚은 무조건 갚지 않아도 된다'는 다소 발칙한 의견도 피력한 바 있습니다. 금융의 문턱이 낮아서 사람들이 무분별하게 돈을 빌린다는 의견에는 다소 공감합니다. 그러나 빚을 지는 사람들도 문제입니다. 빚이란 결국 남의 돈을 쓴겁니다. 남의 돈을 쓰고 갚지 않아도 된다니 다소 황당합니다. 다른 사람의 돈을 빌려 썼으면 갚는 것이 맞습니다. 이자를 내고 원금을 갚기로 약속하고 빌렸으면 갚아야죠. 빚을 무조건 탕감해주는 것은 자칫 모럴헤저드를 유발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신용사회의 근간을 흔들수도 있습니다.

"금융의 문턱이 낮아서 사람들이 무분별하게 돈을 빌린다." 이 말도 절반은 동의하기 힘듭니다. 이말은 곧, '여성들이 짧은 치마를 입고 다니니 성범죄가 늘어난다.'는 말과도 비슷한 뉘앙스로 들립니다. 성범죄를 저지르는 사람이 문제이지 어떻게 치마를 입고 다니는 여성이 문제가 될 수 있겠습니까? 경제관념이 확실한 사람은 남들이 돈을 입에 떠넣어 줘도 절대로 빚을 지지 않습니다. 개인의 경제 관념문제가 절반, 제도의 문제가 절반입니다.

가계부채 문제의 핵은 주택 담보 대출


가계부채가 1,400조 원을 돌파했다고 합니다. 주택담보대출이 가계 부채의 핵심입니다. 2금융권을 제외하고 1금융권에서 나간 주택담보대출 잔액만 710조가 넘어가고 있습니다. 그리고 매해 가계부채 증가폭을 우상향 시키는 것 역시 주택담보대출입니다. 매월 조 단위로 늘어나고 있습니다. 2016년에 LTV비율이 높아진데다 주택 가격과 전세가가 가파르게 오르면서 주택 담보대출액 증가를 이끈것으로 판단됩니다.

이중 등록 대부업 대출 잔액은 14조에 불과합니다. 가계부채 총액 중 1%도 안되는 금액입니다.

가계부채 1,400조 시대를 강조하면서 규모가 얼마 되지도 않고, 이제 마지노선까지 온 대부업 금리 상한을 두들겨 패는게 이해가 안됩니다. 이 역시 엄한 문제를 끌어와서 대중의 눈과 귀를 가리는 포퓰리즘이죠. 가계 부채 1,400조 시대를 강조하겠다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또, 우리 사회의 뿌리깊은 병폐들을 만들어내는 부동산 담보 대출을 집중적으로 관리하는게 맞다고 생각합니다.

빚내서 주택을 구입한 유권자들의 표는 너무나 많고, 대부업체 관련 표는 적기 때문일까요? 대부업체의 금리 상한을 내려주겠다. 정말 달콤하게 들립니다. 그러나 이제 더 이상 대부업체의 금리는 안 내리는게 맞는 것 같습니다. 수 천%의 금리를 받는 불법 사금융 업체를 제도권으로 유인하는 것이 훨씬 순기능이 많을 듯 합니다. 제도권 대부업체들이 용인할 수 있는 금리 상한은 끝까지 내려 온 상태라고 판단됩니다.

저는 이 법안을 발의한 제 의원님이 누군지도 모릅니다. 금융 투자 업계에서 유명하시다고 하는데 저는 처음 듣는 이름입니다. 이번에 투자 정보를 리서치 하면서 새롭게 알게 된 인물입니다. 그리고 물론 제 의원님에게 악감정도 전혀 없습니다. 단지 짚고 넘어갈 건 짚고 가자는 차원에서 쓴 글입니다. 그리고 계속 강조드리지만 아마 대부업을 옥죄면 옥죌수록 제도권 대부업은 문을 닫고 음지에서 활동하는 진짜 사채업자들의 세상이 될지도 모릅니다.

2017년 4월 13일
송종식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