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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10월 6일 목요일

누워버린 벼를 보며 든 생각

올해 여름, 하늘은 사나웠다. 폭우로 수도권이 물바다가 되고 마비되었다. 후진국에서나 볼 법한 장면을 선진국이라 불리는 한국에서, 그것도 첨단 도시라는 서울에서 보았다. 당연히 전국적 뉴스였고 올해 가장 큰 재난 이슈였다. 

수도권에 물난리가 난지 얼마 지나지 않아 태풍 힌남노가 한반도를 강타하였다. 이번에는 수도권이 물바다가 되는 동안 비교적 평온했던 지역인 동남부 지역이 큰 피해를 입었다. 힌남노는 동남부 지역에 타격을 주었지만 수도권 일부 지역에서도 돌풍이 부는 등 꽤 강한 바람 피해를 입혔다. 내가 사는 지역이 그랬다.

우리 동네에는 논이 좀 있다. 이 논에서 자라는 벼들이 이번에 꽤 잘 버텼다. 큰 물난리와 태풍이 연속해서 할퀴고 지나갔음에도 불구하고 우리 동네 벼들에게는 조금의 피해도 주지 못했다. 언론 버즈가 많았고, 전국적으로 난리가 났던 재난에서 살아남은 벼들이 대견했다.

누워버린 벼들 <사진 : 송종식>

그런데 웬걸! 오늘 아침에 보니, 그 튼튼하던 벼들이 다 누워있는 것이 아닌가? 왜 누웠지? 생각을 해보니 며칠 전에 동네에 바람이 좀 불고 비가 조금 왔다. 그것 때문에 벼들이 저렇게 누워 버린 것이다!

나는 누워있는 벼들을 보고 배웠다.

세상이 떠들어 대는 큰 재난 뉴스 속에서도 이 벼들은 아무 문제 없이 튼튼했다. 그런데, 며칠 전 불었던 진짜 별 것도 아닌 작은 비바람에 벼들이 다 누워 버렸다. 이건 뉴스는 커녕 동네 사람들 사이에서도 아무 이슈가 안 되는 그저 평범한 기상 현상이었다. 그런데 이 벼들은 그것에 저렇게 맥 없이 쓰러졌다.

세상이 다 떠들어 대는 뉴스와 당장 내 눈 앞에 산적한 문제들은 아무 상관이 없을 확률이 아주 높다. 그래서 뉴스량이 늘고, 귀에 들리는 이야기가 많아 진다고 그런 것들에 지레 겁먹을 필요도 없다.

만일 내가 호떡집을 운영하는데, 새벽에 내가 운영하는 호떡집에서 불이 났다면 그게 미국 테이퍼링 보다 훨씬 크고 중요한 이슈다. 빨리 가게 불 부터 끄고, 가게 복구부터 해야지.

내 앞가림을 하는 것은 아주 미시적인 것들의 나열이다. 내 앞가림은 그냥 내 것에 집중하고, 내가 조금 더 부지런해져서 내 것을 잘 가꾸면 잘 해나갈 수 있는 것이다. 호떡집에 불이 나서 불을 꺼야 되는데 저 멀리 뉴욕 일자리가 늘든 말든 그게 무슨 상관인가! 반대로, 지금 내가 하는 장사와 투자가 아주 승승장구 하고 있는데 저 멀리 남미 모 국가에서 폭동이 일어나든 말든 무슨 상관인가?

너무 멀리 보지 말고, 내 손 안의 파랑새, 눈 앞의 앞가림에 더욱 집중하자. 복리로 성장하다 보면 어느 시점에는 세상을 아울러야 할 때도 오겠지.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2022년 10월 6일
송종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