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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7월 12일 수요일

이 세상엔 돈도 많고, 기회도 많다


모처럼 부산에서 저녁 약속이었다. 부산 바다가 시원하게 보이는 자리였다. 내가 좋아하는 멘토와 식사를 하는 자리였다. 자리에는 멘토의 멘티 두 사람이 동석했다. 두분 모두 부산 청년 사업가들이다.

모처럼 멘토를 뵙는 자리라 선물을 준비 했어야 했다. 미리 준비 했어야 하는데 분 단위로 시간에 쫓기다 보니 그렇게 하지 못했다. 가는 길에 백화점도 문을 다 닫았다. 마땅히 뭘 살만한 곳이 없었다. 일단 약속 장소인 호텔에 도착했다. 다행히 호텔 1층에 와인을 파는 가게가 영업을 하고 있었다. 이래저래 살펴 본 후, 레드와인 하나를 골랐다.

그리고 같은 호텔 1층에 있는 약속 장소로 향했다. 그곳은 늦은 시간까지 영업하는 바(Bar)였다. 인사를 드리고 자리에 앉으며 준비한 선물을 건네 드렸다.

"아이고 웬 와인이고? 이거 얼마줬노?"
"30만 원 줬습니다. 좋은 것 준비 못해서 송구합니다."
"아이다. 이거 여기서 따 먹어도 되나"
"그럼요, 다 같이 한잔씩 하시죠."

멘토 회장님이 갑자기 와인을 들고 카운터로 달려 가셨다. 그리고 다시 자리로 돌아와 앉으셨다.

"이거 55만 원짜리라는데?"
"예? 아.."

잠시 후, 호텔 스텝들이 와인잔 4개를 갖고 오셨다. 와인은 4잔에 나눠 따르니 금새 바닥을 드러냈다. 호텔 스텝분들의 기품있는 서비스 덕분에 와인과 요리를 맛있게 즐겼다.

그리고, 숙소로 돌아오는 길에 가만히 생각을 했다. 

나는 호텔 로비에서 30만 원 주고 와인을 샀다. 그리고 그 와인을 들고 10걸음도 안되는 곳에 있는 바에 자리를 잡았다. 그곳에서는 똑같은 와인의 가격이 55만 원으로 뛰어 있었다. 가격상승률로 따지면 무려 83%가 넘었다. 물론, 장소 제공비용과 호텔리어의 서비스 비용을 감안하면 가격이 뛰는 게 옳다. 내 눈에는 그런 것 까지 모두 세상의 작은 기회들로 보였다. 어떻게 보면 약간의 노동력과 서비스를 투입한 차익거래 아닌가.

코 앞의 가게에서도 이 정도의 차익거래가 가능하다. 거리가 먼 곳의 물건 간에는 얼마나 많은 차익거래 기회가 숨어 있을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물리적 거리만이 아니다. 아무리 정보화 시대라지만 아직도 세상 곳곳에는 정보격차가 있다. 그것들도 모두 차익거래의 기회로 만들 수 있다.

세상에는 돈을 벌 수 있는 기회가 도처에 널려 있다. 

첫째, 우리가 관심을 갖지 않을 뿐이고, 둘째, 알면서 실행하지 않기 때문이다. 의외로 아주 간단한 몇 가지 행위만으로 큰 현금 흐름을 만드는 사업가들도 많다. 노력의 절대적인 양이 아니라, 돈이 들어 오도록 만들기 위해 어떤 유효한 행위를 했느냐가 중요하다. 돈이 들어오는 물꼬를 트는 행위만 제대로 하면 그 이후엔 돈이 쏟아져 들어온다. 물론 그렇다고 노력의 가치가 중요하지 않다는 것은 아니다.

어쨌든 불평불만만 늘어 놓기엔 세상은 너무 재미있는 것이 많다. 뭐든지 호기심을 갖고, 마음 먹고, 행하기 나름이라고 생각한다.

세상에는 돈도 원 없이 많다. 주식 유튜브에 나온 자칭 주식 고수 중년 아저씨의 말 한마디로 특정 종목의 수급이 순식간에 1조 원이 몰린다. 사교육에 쓰는 돈은 이미 24조 원이 넘었다. 이런 저런 강의를 듣는다고 사람들은 수 십, 수 백만 원을 척척 긁는다. 길거리엔 1억 원이 넘는 비싼차가 하늘의 별처럼 많이 돌아 다닌다. 사람들의 생활 수준도 전반적으로 높은데다, 명품도 잘 팔려 나간다.

이렇듯 세상의 돈은 끝이 없다. '세상에 돈은 많은데 나만 가난하다'는 사람들의 우스갯 소리도 거짓은 아니다. 다만 누군가는 그 많은 돈을 내 쪽으로 끌어 오기 위해 궁리하고 행동한다. 대부분은 하지 않을 뿐이다. 내가 원하면 내 충족을 넘어설 정도로 세상의 돈은 풍족하다. 심지어 우리나라를 벗어나면 그 규모는 끝이 없다. 우리나라의 경제 규모는 세계에서 1~2%에 불과하다. 그러므로 무언가를 시작하기 전에 '시장규모'부터 따지는 건 무의미할 지도 모른다. 일단은 해보는 것이다. 하다보면 내가 하는 일의 업사이드가 어느 정도인지 알게 된다.

상상으로 머무는 업사이드와, 실제 업사이드는 완전히 다르다. 해보면 안다. 생각보다 실행이 더 쉽다. 그리고 그 실행의 결과는 생각보다 풍족하다.

2023년 7월 12일
송종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