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운전, 보행 스타일
저는 차분하고 수비적으로 삽니다. 투자를 할 때와 마찬가지입니다.
우선 보행자일 때입니다. 앞에서 사람들이 오면 무조건 비켜 줍니다. 이게 별 것 아닌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일상 속 마찰 스트레스를 크게 줄여 주는 행동이라고 생각합니다. 저에게도 그렇고 상대에게도요. 우리나라 사람들 참 길 안 비켜 줍니다. 여자건 남자건, 아이건 어른이건 앞에서 사람이 와도 기싸움을 합니다. 제가 먼저 비켜 주는 태도가 아니었다면 많은 충돌이 있었을 것입니다.
문을 지날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앞에 사람이 가면 먼저 훌쩍 보냅니다. 앞 사람이 문을 잡아줄 것이라는 기대가 없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앞 사람을 먼저 보냅니다. 그리고 마음 편하게 혼자 문을 통과합니다. 반대로 제가 앞 사람이 되면 다릅니다. 저는 뒤에 사람이 오면 문을 한참이라도 잡고서 기다려 줍니다. 뒷 사람들은 절반은 고마워합니다. 나머지 절반은 당연하다는 듯 인사도 없이 지나갑니다.
도로를 건널 때도 그렇습니다. 어디서든 자동차, 이륜차 등과 조우하면 먼저 보내 줍니다. 혹시라도 길을 건너는데 차량이 기다려 주면 운전자에게 꼭 90도로 인사를 하고 지나갑니다. 그리고 차량이 너무 오래 기다리지 말라고 종종 걸음으로 뛰어서 빨리 횡단보도를 건너가 줍니다.
제가 운전자일 때는 반대입니다. 사람들이 길을 건널 것 같으면 항상 끝까지 기다려 줍니다. 마주오는 차가 있으면 제가 일찌감치 양보를 하고 기다립니다. 차선은 바꿀 때 마다 바꾸고 나서 감사의 비상등을 켜줍니다. 경적은 운전을 하면서 일절 쓰지 않습니다. 경적이 상대 기분을 얼마나 해치는지 아니까요.
고속도로를 탈 때는 1차로를 쓰지 않습니다. 1차로는 추월할 때만 씁니다. 고속도로 규정 속도로만 다닙니다. 하여튼 저의 운전습관과 보행 스타일은 이토록 조심스럽습니다. 제가 과도하게 상대들의 기분을 신경쓰는 면도 없지 않습니다. 그러나 제가 다치지 않기 위해서 그런 것도 큽니다. 나아가, 저 하나가 그렇게 하고 다니면 다른 분들께도 좋은 영향을 미치리라는 기대도 있습니다.
누구도 지키지 않는 횡단보도
저를 올려치고 남을 내려칠 생각은 없습니다. 그런 것은 저 스스로도 불편합니다. 다만, 기초 질서와 관련한 글은 꼭 한번 기록을 남기고 가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요즘 사회 곳곳에서 작은 질서들이 무너지는 것을 목격합니다. 사람들의 애티튜드도 날로 망가지고 있는 것도 보입니다. 세상엔 여전히 좋은 사람들이 더 많습니다. 그러나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는 현상을 곳곳에서 목도합니다.
일례로 저희 동네 횡단보도입니다. 몇년을 지켜 보고 겪었습니다. 빨간불에 서서 기다리는 사람이 없습니다. 아이고 어른이고 빨간불에 그냥 건넙니다. 정말 기다리는 사람이 아무도 없습니다.
아마 동네의 횡단보도 질서도 처음부터 무너졌던 것은 아닐거라고 생각합니다. 한명이 질서를 어기니 다른 사람도 어기고, 또 그걸 본 다른 사람이 어기고. 그런식으로 질서는 무너지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빨간불에 횡단보도 신호를 기다리는데, 다른 사람들은 무단횡단해서 지나 다닙니다. 그러면 나만 바보가 된 것 같습니다. 나만 손해보는 느낌도 날 수 있습니다. 그런식으로 한 두명씩 질서를 어기다가 이 지경까지 된 게 아닌가 싶습니다.
그래도 저는 묵묵히 빨간불 앞에 서서 신호를 기다립니다. 아이들이 아랑곳 않고 빨간불에 길을 건넙니다. 어른들도 그럽니다. 저를 보고 한명이라도 분위기가 바뀌어 보길 간절히 바라 봅니다. 이 동네가 소위 말하는 못 사는 동네도 아닌데 민도가 왜 이런지는 의문입니다.
주말 운전 에피소드
주말에 문득 봉피양 냉면 한 그릇이 당겼습니다. 더우니 걸어 다니기는 귀찮았습니다. 그래서 바로 일어나서 차를 끌고 길을 나섰습니다.
열심히 길을 가다가 차를 대기 위해 효뜨 방면으로 움직였습니다. 헌데, 지도의 동그라미를 친 부분에서 황당한 일이 있었습니다.
제 차가 우회전을 하자마자 반대쪽 횡단보도에 사람들 네 명이 길을 건너기 시작했습니다. 신호등은 빨간불이었습니다. 그래도 제 성격상 잠자코 보행자들을 기다려줬습니다. 보행자는 총 4명이었습니다. 2팀이었고 한팀은 남자 셋, 뒤 따르던 여자분이 있었습니다. 일행은 아니었습니다.
젊은 남자 셋은 빨간불에 무단횡단 하는 게 미안했는지, 재빠르게 뛰어서 횡단보도를 건너가 주었습니다. 그런데 뒤에 오는 여자가 느그적 느그적 세월아 네월아 걷는 것이었습니다. 정말 아주 당당했습니다. 정말 기다리는 차량들을 놀리기라도 하듯이 아주 천천히 걸었습니다.
급기야 성질급한 택시가 경적을 울리기 시작했습니다. 제 뒤에 있던 택시는 길거리가 떠나가라 경적을 눌러 댔습니다. 거의 당장이라도 저를 가만히 두지 않겠다는 기세로요.
저는 샌드위치였습니다. 앞에서는 무단횡단 하는 여자분이 세월아 네월아 치고 갈거면 치고 가라는 식으로 느그적 걸어가고 있었습니다. 이런 보행자는 수십년 동안 운전을 하면서 처음 봤습니다. 그래서 충격적이었습니다. 주변 사람들이 뭐라고 해도, 차량들이 줄을 서서 기다려도 '뭐 어쩌라고' 하는식으로 무신경 했습니다. 뒤에서는 택시가 저를 죽이겠다는 기세로 경적을 눌러 댔습니다.
저는 질서를 잘 지키려고 꽤나 노력합니다. 운전을 하면서도 도로 상황에 잘 녹아 들기 위해 노력합니다. 남들에게 피해나 스트레스를 주고 싶지도 않고요. 하지만 이런 상황이 되면 저도 모르게 스트레스 상황에 노출됩니다. 물론 내려서 보행자와 싸우거나, 뒤의 택시와 다투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참 충격적인 민도였습니다. 너무나 당당하게 무단횡단을 하면서 남들에게 '알빠노'하는 식의 표정과 행동을 보이던 여자분. 그리고 그 잠시를 못 참고 사람을 치고 가라는 듯 경적을 눌러대던 택시. 이번 뿐만이 아닙니다.
길이건 공공장소에서건 전에 없던 무질서와 소란을 자주 봅니다. 길거리가 점점 지저분해지는 것도 느낌상 감지가 됩니다. 저는 궁금합니다. '이게 정말 전부 우리 한국인들의 짓일까'하는 의심마저 듭니다. 동북아시아는 인종이 같으니 누가 얼마나 섞여 사는지 표시도 안나서 더욱 궁금합니다. 설마 우리 국민들이 민도가 점점 이렇게 떨어지는 것이라고 믿고 싶지가 않습니다.
저는 남들에게 깍듯하게 예의를 차리고 먼저 양보하며 질서를 지킵니다. 식당에 들어가면 입구에서 서서 기다리다 안내를 받습니다. 음식을 먹고 나면 사장님께 '감사히 잘 먹었습니다. 정말 맛있습니다'하며 90도로 인사를 건넵니다. 뭐 어디를 가나 이런식입니다. 아이에게도 이러길 가르쳤더니 아이 엄마가 너무 과도하다고 할 정도였습니다. 남에게 과도할 정도로 친절하게 하는 게 차라리 낫습니다. 그게 일단 내 마음도 편합니다. 그리고 상대도 기분이 좋아 서비스를 더 잘해줍니다. 사람들은 왜 그걸 모를까요? 저의 태도가 한국에서는 유별날 정도의 행동이 됩니다.
그러나, 가까운 일본에 가면 거의 모든 일본인이 저처럼 합니다. 그래서 너무 마음이 편안합니다. 그것이 혼네든, 다테마에든 저는 일본에 가면 마음이 편안한 것을 느낍니다. 서로 조금씩 양보하고 배려합니다. 서로 인사도 잘 건넵니다. 우리도 그랬으면 좋겠는데요. 되레 갈수록 더 각박해지고 무질서 해지는 느낌이라 마음이 아픕니다. 일본인 만큼은 바라지도 않지만, 서로 상냥한 사람들이 되면 좋겠어요.
그러나, 가까운 일본에 가면 거의 모든 일본인이 저처럼 합니다. 그래서 너무 마음이 편안합니다. 그것이 혼네든, 다테마에든 저는 일본에 가면 마음이 편안한 것을 느낍니다. 서로 조금씩 양보하고 배려합니다. 서로 인사도 잘 건넵니다. 우리도 그랬으면 좋겠는데요. 되레 갈수록 더 각박해지고 무질서 해지는 느낌이라 마음이 아픕니다. 일본인 만큼은 바라지도 않지만, 서로 상냥한 사람들이 되면 좋겠어요.
허울뿐인 소리가 되겠지만 우리나라도 서로 조금씩만 더 존중하는 공공질서 분위기를 갖추는 나라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2026년 7월 30일
송종식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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