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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4월 15일 토요일

우주의 먼지, 스쳐가는 바람, 순간의 소중함

고전서를 많이 읽는다. 문득 책을 읽다 보니 신동준 선생이 번역한 책이 많았다. 나는 메시지에 천착하고 집중한다. 그래서 보통 메신저에는 관심을 잘 두지 않는다. 그런데 문득 이번에는 메신저가 궁금했다. 그는 누구이기에 왕성한 고전 번역과 저술 활동을 하는가. 그리고 자신있게 고전에 코멘트를 척척 달아 대는가.

생전 그에 대한 세간의 평가는 무척 박했던 것 같다. 막말 논란으로 방송계에서 퇴출된 이력도 있다고 한다. 태도는 매우 중요하다. 그렇지만 그의 글은 나를 매료 시켰다. 몇 마디 말 실수를 했다고 평가절하 할 수 있는 사람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생전 인간에 대한 깊은 통찰을 즐겼던 사람으로 보인다. 글에는 그의 야망이 뚝뚝 묻어난다. 그렇지만 번역과 저술 이외에 별 다른 야망을 실행하지는 못하고 세상을 떠난 것으로 보인다.

본디, 안정된 세상에서 큰 인물이 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난세에 빛을 발하는 사람이 있다. 신동준 선생이 난세에 살았다면 지금보다 큰 뜻을 펼쳤을 인물이라고 생각된다. 반대로 내가 애정하는 위나라의 조조는 지금같이 평화로운 시대에 살았다면 자영업자나 샐러리맨이 되었으리라.

나는 학오 신동준 선생의 글을 잔뜩 읽었다. 뜻하는 바가 있어 감히 그의 제자 되기를 청하려 했다. 연락처를 수소문 하던 중 그가 몇 해 전 세상을 떠났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나중에서야 그의 스펙도 알게 되었다. 충청도에서 태어나 경기고-서울대 코스를 밟은 한국의 정통 엘리트였다. 일생을 치열하게 살았던 것 같다.

한편으로 사람 인생의 덧 없음도 느낀다. 만일 그가 큰 야망을 펼쳤다고 한들, 죽음 앞에서 우리는 모두 공평하다. 인간의 생은 짧고 덧 없다. 항상 상기하지만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오늘은 더욱 다짐하게 된다.

"나는 매 순간을 소중하게 살다가 후회 없이 죽으리라."
"사랑한다, 고맙다, 감사하다. 마음껏 이야기 하다가 죽으리라."
"감추거나 후퇴함 없이 내가 원하는 대로 살다가 죽으리라."

떠나고 싶으면 떠나고, 먹고 싶으면 먹고, 도전하고 싶으면 해보고, 사랑하고 싶으면 하는 게 옳다고 생각한다. 늘 그렇게 생각해 왔다. 지금도 그 생각엔 변함이 없다. 문득 오늘은 그 생각이 더욱 확고해진다.

조금 더 일찍 그에게 연락해 볼 생각을 하지 못한 것이 못내 아쉽다.

2023년 4월 15일
송종식
 
생전 학오 신동준 선생의 모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