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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12월 17일 금요일

유튜브를 1년 쉬는 동안

Unsplash @helloimnik

투자와 별개로 나는 컴퓨터와 인터넷이 너무 좋다. 투자도 재미있지만 컴퓨터와 인터넷도 너무 재미있다. 글을 떼던 시기에 거의 맞춰서 컴퓨터를 만지기 시작했으니 내 인생은 거의 컴퓨터와 함께 했다고 봐도 무방하다.

컴퓨터로 할 수 있는 활동은 무궁무진하다. 그 중에서도 무언가를 제작하는 것은 무척 재미있다. 그리고 내가 제작한 것을 사람들이 봐주거나 이용할 때 거의 오르가즘 수준의 희열을 느낀다.

처음 제작한 소프트웨어를 PC통신에 공개했을 때, 이용자 숫자가 0에서 1이 될 때 느꼈던 그 감동을 지금도 잊을 수 없다.

어쨌든 소프트웨어 개발이든, 블로그에 글을 쓰는 것이든, 유튜브에 영상을 올리는 것이든 비슷한 맥락의 희열이 있다. 내 외모가 출중한 것도 아니고, 특별히 사람들의 이목을 끌만한 것은 없어서 남들처럼 10만회, 100만회 수준의 조회수는 나오지 않지만 고정적으로 봐주시는 분들 덕분에 재미있게 컨텐츠 제작을 하고 있다.

작년에는 동학개미운동으로 불리는 대개미 주식투자의 시대였다.

그런 시대적 열풍에 뒤따른 업계의 슈퍼스타들도 대거 탄생했다. 물론, 이들이 투자를 잘 하는 진짜 투자자인지 가짜 투자자인지는 아무도 모른다. 어쨌든 2019년과 2020년 즈음 시작한 많은 주식투자 유튜버들이 차세대 스타로 떠올랐다.

작년에 유튜브에 영상을 꾸준히 올린 사람들은 무명에서 단 1년만에 수십만 구독자를 거느린 업계 스타급 유튜버가 되었다.

과열된 분위기를 나는 좋아하지 않는다. 그래서 나는 작년에 의도적으로 유튜브를 쉬었다.

작년에, 그러니까 물 들어올 때 유튜브를 꾸준히 했으면 내 채널도 지금 꽤 많이 성장하고 알려졌을 것이다. 고민끝에 나는 의도적으로 유튜브를 쉬고 들어오는 물을 회피하였다.

컨텐츠 제작이 아무리 재미있어도, 그것은 유희수준에서 그쳐야 하고 운이 좋으면 용돈 수준의 소득이 생기는 정도면 좋다고 생각했다. 내가 아는 지식을 하나라도 더 알려서, 세상에 단 한명이라도 내 덕을 봐 소득과 자산이 높아진다면 더할 나위 없이 사명감도 생기고, 또 행복한 것이고.

작년에 떡상한 수 많은 재테크 채널들처럼 갑자기 떡상을 해버리면 많은 부작용이 따를 것이고, 내 삶에도 내가 원치 않는 변화들이 생길 것이라고 여겼기 때문이다.

올해 하반기로 들어오면서 주식투자에 대한 대중들의 관심은 급격히 사그라들었다. 거래대금도 거의 1/10토막이 났다고 한다.

물론, 주식투자 컨텐츠들의 인기도 싸늘하게 식었다. 나는 이런 분위기를 좋아한다. 그래서 다시 슬쩍 유튜브를 시작해 보고있다. 

지금 영상을 열심히 올린다고 해서 채널이 떡상할 가능성은 없지만 덕분에 마음 편하게, 그리고 재미있게 컨텐츠 생활을 하고 있다. 또한, 지금 내 채널을 구독하고 보는 소수의 사람들이 시장에서 장기간 살아남을 진짜 투자자들일 것이다. 이리저리 쓸려다니는 불나방들과는 나도 함께하고 싶지 않다. 그런 사람들은 지금 대부분 주식시장을 떠나기도 했을 것이고.

불과 1년 전에 주식투자에 열광하던 수 많은 사람들은 지금은 어디로 갔는가? 지난주 까지만 해도 코인투자에 열광하던 사람들이 지금은 코인 이야기도 꺼내지 않는다. 올 초까지만 해도 집을 사지 않으면 바보라면서 조롱하던 사람들이 지금은 자신들이 하우스푸어가 될까 노심초사 걱정하고 있다.

내가 유튜브를 쉬는 단 1년 동안에도 수 많은 무명의 투자자들이 유명 유튜버가 되었다. 시대는 거침없이 변하고, 사람들의 생각과 행동도 거친 파도처럼 변한다. 

세상의 변화가 너무 빨라서 숨이 찰 지경이다.

이럴 때 일수록 기본을 잊지 않아야겠다. 정중동의 태도를 고수하며 잔바람엔 흔들리지 않으리라.


2021년 8월 24일 화요일

유행은 왜 돌고돌까

나이든 세대가 향유하는 문화를 젊은 세대는 '쉰내난다', '꼰대같다'고 하면서 놀리기도 한다. 세상은 항상 새로운 세대의 도전을 받고 있고 이것은 인간이 멸절하기 전 까지는 영원히 있을 일이니 이상할 것도 없다. 이건 너무나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그런데 여기서 더 시간이 흐르면 재미있는 현상들이 목격된다. 

젊은 세대는 자신들이 태어나기도 전에 유행했던 문화를 다시 자신들이 유행하는 문화로 만들곤 한다. 이것은 이들이 과거의 문화에 대해서 스터디를 하거나 일부러 노리고 그러는 것이 아니다.

세상은 정반합이다. 힘의 추가 한쪽으로 기울면, 사람들은 의례 반발심이 생기고 그 반대쪽으로 눈을 돌리게 된다. 정반합과 정반합이 돌고 돌면서 세상의 유행도, 사람들의 생각도 이쪽으로 갔다가 저쪽으로 갔다가 하는 것이다. 인간은 지루함을 느끼는 존재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내가 어릴 때, 당시 우리 또래들에게는 매우 촌스럽다고 여겨졌던 것들이 있다. 음식, 음악, 패션은 물론 사고방식 심지어 직업들까지 모두 포괄해서 말이다. 그런데, 그런 것들이 현재 젊은 세대들 사이에서는 힙하고 쿨한 것으로 새롭게 떠오르는 것을 본다. 

우리가 어릴 때는 촌스러워서 아무도 하지 않던 패션을 지금 젊은 세대들은 그것을 다시 살려내 멋지게 소화한다. 우리가 어릴 때는 천시받던 직업들을 지금 젊은 세대들은 아주 힙하고 멋진 직업으로 바꿔 놓기도 한다. 옛날에 유행했던 노래나 머리 스타일을 다시 살려내서 복고풍의 문화를 현대식으로 아주 세련되게 살려 놓는 경우도 많이 본다.

유행이 돌고 도는 이유로 나는 먼저 세상의 정반합 이치를 꼽았다. 그 다음 내가 꼽는 이유는 인간의 기억력과 수명의 한계다. 인간의 기억력은 매우 짧다. 그리고 수명도 그리 길지 않다. 만약, 우리의 수명이 500년쯤 되고 살아가는 동안 모든 기억을 생생하게 해낼 수 있다면 한번 별로라고 생각한 것은 꽤 오랫동안 그렇게 생각될 것이다.

그러나 우리의 수명은 그리 길지 못하니, 옛 사람들 사이에 유행했던 것들도 새로이 태어나는 사람들에게 다시 수용될 공산이 크다. 왜냐하면 옛 사람들이 향유하던 것이라도 새롭게 태어나는 사람들에게는 그것이 경험하지 못한 완전히 새로운 것이기 때문이다. 새로운 것은 언제나 사람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새로운 것은 뭔가 남들과 다르게 여겨진다.

한때는 옛것을 소환해서 인기몰이 하는 것을 '복고풍'이라고 불렀고 요즘은 이것을 '레트로 감성'이라고 부른다. 
<사진출처 : 홈플러스>

그리고 우리의 기억력은 좋지 못하기 때문에 과거에 나빠 보였던 것이 지금은 좋아보일 수 있고, 과거에 좋아 보였던 것이 지금은 나빠보일 수 있다. 사람은 집단의 행동에 편승하면 과거의 기억쯤은 말끔하게 지우거나 바꿔버릴 수 있다. 또, 현재 살아가는 것이 팍팍하고 힘에 부치면, 과거를 그리워 하는 중노년 세대의 심리가 젊은 세대의 레트로 감성과 맞물리면서 유행이 발생하기도 한다.

끝으로 유행이 결국은 돌고 도는 이유로 내가 자주 꼽는 것이 있는데, 인간은 누구나 팔다리 두개가 달려 있는 것이 전부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것은 1000년 전에도 그랬고, 1000년 후에도 변하지 않을 것이다. 이게 무슨 말이냐 하면 인간이 할 수 있는 물리적인 몸의 모양이나, 인간이 할 수 있는 물리적인 행위에는 상당한 제한이 있다는 뜻이다.

인간은 걷거나 달릴 수 있지만 날 수는 없다. 수영을 할 수는 있지만 물에서 살 수는 없다. 정신적 유희는 사색이나 게임으로 풀 수 있지만 그 이상 나아갈 수는 없다. VR/AR이 가져다 주는 정신적 즐거움의 시대에 살게 될 먼 미래에도 인간이 즐길 수 있는 가장 큰 쾌락은 섹스일 것이다. 그것을 넘어설 수 없다. 이런 점들도 유행이 돌고 돌게 만드는 이유라고 생각한다. 

결국 우리는 상당한 제약과 한계를 갖고 살아가는 동물들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유행이라는 것을 선도하는 것은 젊은 세대다. 어쩌면 젊음이라는 것 자체가 유행일지도 모른다. 여행 중에 잠깐 길에서 노숙 비슷한 것을 하면서 쉰다고 생각해보자. 나이든 사람이 그러고 있으면 측은하게 보일테지만, 젊은 여행객이 그러고 있으면 그 자체로 낭만적으로 보인다. 젊음은 그 자체로 값지고 아름답다고 여겨진다. 이런 것이 유행을 만드는 것과 관련된 우리의 편견이고 사고방식이다.

2021년 8월 24일
송종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