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블이 리포트인 게시물을 표시합니다. 모든 게시물 표시
레이블이 리포트인 게시물을 표시합니다. 모든 게시물 표시
2024년 8월 24일 토요일

스스로 일구어야 진정한 내 것이 된다

사진 : 송종식

내가 '만들어 낸' 아이디어, 내가 '찾아내고', '알아낸' 자료, 남을 통해서 '들어 온' 이야기들. 어떤 경로를 통해 만들어진 아이디어인지는 매우 중요합니다. 사소한 차이 같지만, 결코 사소하지 않습니다. 이 부분에 대해서 예전부터 글을 하나 남긴다 남긴다 하다가 오늘에야 글을 남깁니다. 잊고 있었는데, 모티브를 던져주신 한걸음님과 좋은친구님께 지면을 빌어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공부를 했다는 착각(feat. 종목 리포트)


증권사 리포트를 부지런히 읽는 분들을 많이 봅니다. 특히, 종목 리포트를 빠짐없이 읽는 경우도 많이 목격합니다. 기업과 관련한 리포트는 끝없이 쏟아집니다. 이걸 다 따라 다니면서 읽는 부지런함에는 박수를 보냅니다. 보통 이런 분들은 리포트 뿐만 아니라 신문기사 트래킹도 끝없이 열심히 합니다. 거기서 멈추지 않습니다. 주주 대화방에서 하루 종일 해당 기업에 대한 이야기를 나눕니다. 또, 참여하고 있는 별도의 스터디에서도 하루종일 해당 기업에 대한 이야기를 나눕니다. 기업 동향에 대해서 일거수일투족 감시하고 있습니다. 한편으로는 지나치게 작은 부분에까지 예민하게 행동한다고 느껴지는 부분도 목격됩니다.

하지만 저는 이런 공부 방법이 정말 효과적인지 오래도록 의문을 갖고 있습니다. 발간되는 리포트를 빠짐없이 추적해서 노란 형광펜으로 줄을 그어 가면서 공부하는 방법 말입니다. 제가 하루종일 증권사 리포트만 읽는 공부 방법에 대해서 의문을 가지는 몇 가지 지점은 다음과 같습니다.

1) 내가 발굴한 투자 아이디어가 아닙니다. 그래서 출발부터 의사결정의 주권을 남에게 의탁하고 시작하는 것입니다. 2) 사용된 로(Raw) 데이터가 해당 아이디어를 뒷받침 하기에 적절한 것인지, 더 나은 로데이터는 없는지 생각조차 안하게 됩니다. 그저 리포트에 있는 데이터를 맹신하게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해당 로데이터에 대한 신뢰성 문제부터 시작해서 로데이터 수집과 가공 주권까지 남에게 내어주고 시작하는 것입니다. 3) 리포트 내용이 팩트인가 하는 부분과 별개로 리포트의 논조에 끌려 다니게 됩니다. 4) 리포트가 나왔다는 것은, 이미 해당 종목과 관련해서는 내가 남들보다 우위에 있지 않을 확률이 높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물론, 이 부분은 시세 우위든, 분석 우위든 막론하고 아주 긴 상식이라는 시간 지평 위에서 녹여 버릴 수는 있습니다.

이런 저의 생각과는 별개로 리포트를 발간해 주시는 애널리스트님들과 RA분들께는 늘 깊은 감사의 마음을 갖고 있습니다. 그 분들의 저작물은 그 자체로 가치가 있고 귀하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제가 선호하는 공부 방법에 대한 이야기이니 혹시라도 이 글을 읽고 마음 상하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애널리스트 리포트는 본업이 바쁜 분들에겐 유용할거라고 생각합니다. 투자 리서치에 시간 할애를 많이 못하는 분들께는 분명히 큰 도움이 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종목 리포트는 거의 안 봅니다. 가끔 필요해서 읽는 산업 리포트에서 도움을 받는 부분들은 있습니다. 애널리스트와 RA분들께는 늘상 감사한 마음을 갖고 있습니다. 

리포트를 부지런히 읽는 사람은 그래도 공부를 할 의지가 있는 사람들입니다. 아예 귀동냥으로 투자를 하는 분들 보다는 훨씬 훌륭한 스탠스를 가진 투자자들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기업을 알아가고 공부하는 방법에 있어서, 하루종일 기업분석 리포트에 줄만 긋고 있는 것이 진정한 공부인지에 대해서는 끊임없이 의문을 갖고 있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기업에 대한 진정한 공부란 다음과 같습니다. 생각의 씨앗부터 내가 잉태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생각의 주권을 내가 단단히 쥐고, 뿌리깊고 단단하게, 그리고 그것이 오랜 시간이 지나면서 복리로 쌓여가는, 그런 지속가능한 방법이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내가 찾아 낸 아이디어라는 착각(feat. 검색결과)


공부를 했다는 착각의 연장선입니다. '남들은 모르는데 내가 찾아냈다'는 착각입니다. 또한, 그것을 토대로 '공부를 했다'는 착각에 빠지기 쉬운 부분입니다. 바로 '인터넷 검색'과 관련된 내용입니다.

검색창에 검색어를 던지는 행위는 내 스스로 '능동적인 무언가'를 했다는 착각을 하기에 충분한 행위입니다. 하지만 검색하는 사람은 낚시바늘에 꿰인 물고기에 불과합니다. 검색창에 어떤 키워드만 던지면 필요한 정보는 주르륵 쏟아집니다. 그 정보들을 가공하고 만든 사람들이 있을 것입니다. 그 사람들이 낚시바늘을 던지고 기다리는 사람들입니다. 어쩌면 통발을 쳐놓고 기다리는 사람들도 있겠네요. 검색어를 입력하고 정보를 찾는 사람들은 정보 작성자가 쳐 놓은 그물이나 통발에 걸려드는 물고기인 것입니다.

이미 남들이 만들어 놓은 생각과, 남들이 데이터를 가공해서 만들어 놓은 분석글을 찾아서 읽고서는 '내 스스로 능동적으로 공부했다'라고 착각하면 곤란한 이유입니다.

인터넷에 각종 분석글을 쓰는 사람들은 많습니다. 목적도 제 각각입니다. 우선은 자신 스스로의 공부를 위해서 분석글을 쓰는 사람들이 많을 것입니다. 또 그것을 통해서 사람들의 인정을 받고 싶은 욕구도 있을 것입니다. 취미로 글을 써서 올리는 사람도 있을테지요. 또, 세일즈를 해서 주가를 올리기 위해서 쓰는 사람들도 있을 것입니다. 목적이야 어떻든 그렇게 찾아서 읽은 글은 '남을 통해서 들어 온' 자료이지, '내가 만들어 낸'것이거나, 내가 '능동적으로 찾거나 개발한 것'이 아닌 쪽에 가깝습니다.

'기업 분석 리포트도 읽지마라', '검색도 하지마라' 도대체 기업 공부는 어떻게 하라는 것이냐는 반문이 따를 것입니다. 리포트를 읽지 말자는 게 아닙니다. 검색도 하지 말자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그리고 타인에게 이래라 저래라 할 권리도 저에게는 없습니다. '저는 이런 생각을 갖고, 기업을 공부한다'는 것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이 부분에 대해서 계속해서 제 생각을 말씀드려보겠습니다.

내가 개발하는 진정한 투자 아이디어


1) 일상 속 눈썰미와 직관

우리가 살아가는 일상 속에서는 수 많은 투자 아이디어들이 우리 곁을 스쳐 지나갑니다. 집안 곳곳의 식탁에서 침대까지, 우리들이 살아가는 집에서, 일터에서, 출퇴근하거나 여행을 떠나는 길에서.. 투자 아이디어로 연결할 수 있는 소스들은 곳곳에 널려있습니다. 

투자 아이디어는 하루종일 증권사 리포트를 뒤적거려야만 나오는 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화면 속 세상 보다는, 화면 바깥 세상에서 얻을 수 있는 투자아이디어가 훨씬 더 많을거라고 생각합니다. 투자로 큰 부를 이룬 분들을 봐도 그렇습니다. 그들은 투자관련 서적을 잘 안 읽습니다. 그런 것들이야 이미 입문자 시절에 닥치는 대로 읽었을테지요. 시시각각 쏟아지는 투자 콘텐츠에도 큰 관심을 갖지 않습니다. 그들은 상당 시간을 여행이나 레저로 보냅니다. 유튜브를 보더라도 전쟁사나 다른 나라 사람들이 살아가는 일상, 동물의 왕국 같은 것들을 보고 있습니다. 오히려 투자와 하등 관련이 없어 보이는 그런 활동들이, 역설적으로 투자에 대한 인사이트를 높여주는 경우가 더 많은 것 같습니다.

2) 다독하다 번뜩 스쳐가는 생각들

트레이딩이 아니라 인베스팅을 지향한다면 차트나 호가창은 거의 안 보실거라고 생각합니다. 일단 화면 앞에 머무는 시간 자체가 짧은 것 같습니다. 

대신에 많은 활자를 읽으실텐데요. 책과 신문, 주간지나 인터넷 커뮤니티 등을 끝없이 읽으실 줄 압니다. 꼭 직접적인 투자관련 글이 아니어도 다양한 글을 읽게됩니다. 오히려 투자경험이 많을수록 투자 서적은 거의 손에서 떼게 됩니다. 투자 관련한 글이나 뉴스도 잘 안 보게 되는 경향도 짙어지는 것 같습니다. 투자 관련 콘텐츠는 긴 호흡으로 볼 필요가 있는 뉴스 정도들만 스크랩을 하게 됩니다. 새롭게 발굴한 기업에 대해서 공부를 해야하거나, 시장이 전반적으로 폭락을 해서 주식을 줍줍해야 할 때가 아니면 투자에 그렇게 시간을 쓰지 않는 것 같습니다. 주식 매매 횟수 자체가 적은 경우도 많은 것 같구요. 제 경우도 그런 것 같습니다. 

매매 자체는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합니다. 하지만 정말 부지런히 읽습니다. 다양한 것들을 읽으면서 시간을 보내는 경우가 많습니다. 투자 짬밥이 쌓이고 나면 투자와 별 관계없는 다양한 읽을 거리를 읽으면서 시간을 보내는 경우가 많은 듯 합니다. 이렇게 많이 읽다가 보면 생각이 초점이 어디론가 모아지는 경우가 왕왕 생깁니다. 그런 경우에 번뜩 스쳐가는 생각들이 투자 아이디어로 연결되곤 합니다.

3) 피부로 느껴지는 세상의 변화

'탄광 속 카나리아'라는 말이 있습니다. 재앙이나 큰 문제가 발생하기 전에 카나리아가 먼저 이를 알아챈다는 건데요. 사람들 중에서도 이런 종류의 사람들이 있습니다. 특별히 더 눈이 밝거나, 예민한 더듬이를 가진 사람들이죠. 주로 부자들 중에 이런 사람들이 많은 듯 하구요. 남들보다 세상의 특정한 변화를 피부로 먼저 느끼거나 눈치채는 사람들입니다. 

글을 읽으시는 분들 중에서 이런 능력이 있는 분들이라면 투자에 조금 더 유리한 무기를 갖고 있는거라고 보셔도 됩니다. 우리가 보고, 듣고, 읽고, 살아가면서 느끼는 큰 흐름과 사소한 것들이 모두 망라되어, 가끔은 어떤 신선한 아이디어가 만들어지기도 합니다. 

그렇게 신체의 여러 기관을 통해서 얻은 것들, 살면서 쌓은 다양한 지식과 경험들로 느껴지는 변화들이 있습니다. 거기서도 투자 아이디어를 발굴하여 실제 투자로 연결할 수 있습니다. 누적된 독서, 경험, 사유, 지식은 그래서 이런 측면에서도 중요합니다.

4) 부지런한 스크리닝

재무데이터나 차트 정보를 부지런히 스크리닝 하기도 합니다. 스크리닝을 어떻게 할 것인지는 각자의 투자 성향에 따른 문제입니다. 내 입맛에 맞는 지표들을 돌려서 가끔 좋은 회사나 좋은 투자 기회를 발견하기도 합니다. 스크리닝 역시, 남들에 의해 얻는 정보가 아니라 내가 스스로 얻는 데이터의 축에 들어갑니다.

이 외에도 우리는 다양한 방법으로 투자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습니다. 투자 스터디 모임에서도 얻을 수 있고, 물론 온라인에서 스쳐가는 다른 사람의 말을 통해서도 얻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번에는 '모든 걸 내 스스로 구축하는 측면'에서의 이야기를 전개하고 있으므로 그런 것들은 논외로 하였습니다.

투자자는 세상만사에 '호기심이 많아야 한다'는 이야기를 종종 들으실텐데요. 이런 연유로 투자자와 호기심을 연결짓는 이야기들이 나오는 것입니다. 실제 투자로 이미 일가를 이룬 분들을 만나봬도 그렇습니다. 종목 하나하나 좇아다니면서 이슈마다 예민하게 구는 사람들은 잘 없습니다. 다만 그들은,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는 일들에 관심이 많습니다. 인간이나 역사에 대한 이야기도 좋아합니다. 기계, 과학, 예술, 문학 등 카테고리를 가리지 않고 흥미를 갖고 살아갑니다. 그 폭넓고 왕성한 호기심이 투자 아이디어를 발현시키는 힘이라고 생각합니다.

발견한 아이디어를 토대로 Raw Data 수집과 가공


뇌리에 어떤 아이디어가 스쳤다면 그 다음은 그것을 구체화 하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아이디어를 뒷받침 할 만한 Raw Data들을 수집하는 것이 다음 할일입니다.

Raw Data를 수집하는 방법은 무궁무진합니다. 이미 너무나 다양한 방법들이 투자자에게 알려져 있습니다. 제가 번뜩 떠오르는 것만 해도 국가가 제공하는 데이터 수집, 산업협회 등의 자료 수집, 웹이나 서적에 흩어진 자료 수집, 약간의 웹개발자 도구를 다루어서 네트워크 상에서 얻는 데이터들 등이 떠오르네요. 숫자기반의 로데이터는 물론이고, 비숫자적인 것들, 그러니까 필립피셔가 말하는 정성적인 부분들도 부지런히 사실수집 하여야합니다. 가급적 많은 데이터와 사실들을 모아야합니다. 그것들이 일단 모여야 가공도 할 수 있고, 인사이트도 얻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사실수집을 할 때는 항상 팩트체크에 최선을 다해야합니다. 잘못된 데이터나 자료를 얻으면 투자 실패로 이어질 수도 있습니다.

널리 알려진 방법 이외에도 Raw Data와 정성적인 사실들을 수집하는 방법은 무궁무진합니다. 정해진 답이 있는 것도 아닙니다. 누구나 간단한 아이디어와 실행력만 있으면 되겠지요. 정말 원초적으로는 머디워터스처럼 매장에서 버려지는 영수증을 모아서 필요한 데이터를 얻을 수도 있습니다. 인공위성을 띄워서 공장을 감시하는 방법도 있겠네요. 우리나라의 어떤 투자자는 공장 앞에 앉아서 들락날락 하는 트럭의 대수를 계산한 걸로 전설이 되기도 했습니다. 다른 어떤 투자자는 명동의 화장품 매장앞에 앉아서, 하루종일 출입하는 외국인 관광객의 수를 기록하기도 했습니다. 그걸 일별로 정리해서 매출을 추정했다는 분도 계시죠. 로데이터는 각자가 아이디어를 만들어서 구하기 나름인 것 같습니다.

유의미한 로데이터의 합성과 가공


유의미한 데이터들을 수집했다면 여러 데이터들을 서로 비교하고, 맞춰보고, 합성하고 가공해 보는 작업을 해보는 것도 재미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아직 다른 사람들이 미쳐 발견하지 못한 인사이트를 발견하기도 합니다. 이렇게 수집한 정성적인 내용들과 숫자 베이스의 자료들을 가공하면서 점차 투자 아이디어를 눈에 보이는 무언가로 구체화 시켜갑니다.

이렇게 하면서 기업의 재무데이터도 함께 살펴봅니다. 개발한 아이디어, 수집하고 가공한 로데이터, 그리고 기업의 실적으로 이어지는 부분이 실제 상관관계가 있을지 따져 보는 작업입니다. 내가 발견한 아이디어가 실제 기업의 실적과 유의미하게 관계가 있다고 판단이 되면 큰 즐거움을 느낄 수 있습니다.

이렇게 스스로 다 공부를 해보고 나서 이 회사에 대해서 장기간 팔로업을 합니다. 시간이 흘러 내가 이 회사를 잘 안다고 생각할 때, 다른 투자자들의 의견도 살펴보기 시작합니다. 내가 발견하고 만들어 낸 아이디어와 데이터들을 이미 남들이 먼저 개발해 놓은 경우도 허다합니다. 

하지만 이건 처음부터 남의 아이디어를 차용했을 때 하고는 엄연히 다릅니다. 내가 생각한 것을 남들이 먼저 생각했어도 이것은 온전히 내 공부이고, 내 아이디어인 것입니다. 이미 해당 아이디어가 시장에 알려져 있는 것이라고 해도, 남이 아니라 내가 스스로 아이디어와 데이터를 발굴하고 데이터까지 구축했다는 것이 중요합니다. 나아가 투자 아이디어를 구체화하고 관련 기업을 선정하는 과정을 스스로 진행했다는 점에 큰 의미가 있습니다. '다른 사람들도 나 처럼 생각하는 사람이 많구나'. 정도로만 생각하면 됩니다. 

이때, 주가가 아직 사람들의 아이디어를 반영하고 있지 않으면 더 좋습니다. 만일, 주가가 이미 이 아이디어를 반영하고 있는 것 처럼 급등하고 있고, 밸류에이션도 싸지 않다면 일단은 공부를 하는 수준에서 멈추고 매수는 자제하고 지켜보는 편입니다.

만일, 내가 발견한 아이디어를 시장에서 아는 사람이 전혀 없으면 너무 좋습니다. 심지어 내가 데이터로 검증을 해 본 아이디어인데도 말입니다. 시장에서 그걸 아는 사람이 없고, 심지어 주가 마저 잠잠하면 더 좋습니다. 거기에 더해 기업의 시가총액도 저평가 되어 있다면 이는 진주를 찾았다고 볼 수도 있습니다. 

물론, 그것이 정말로 진주일지 아니면 그냥 돌덩이였을지는 시간이 지나봐야 증명이 되는 것이겠지만요. 이런 경우에는 내가 해당 아이디어에서 가장 앞단에 있는 사람입니다. 파이어니어이니 이런 경험을 통해서 수익을 몇 번 내보는 경험을 해야 자신감이 더 붙습니다. 내 스스로에 대한 자신감과 투자 아이디어에 대한 믿음, 그리고 회사를 믿고 기다릴 마음가짐도 되어 있어야 합니다. 강인한 독립적인 태도가 없다면 혼자서 나아 간다는 것이 생각보다 어려운 작업일 수 있습니다.

조용한 투자자는 이렇게 발견한 아이디어를 시장에서 알아주기를 기다립니다. 반면, 요즘 젊고 적극적인 투자자들은 자신이 발견한 아이디어를 시장에 알리려고 노력하는 경우도 많이 봅니다. 잘못하면 종목을 세일즈 한다고 욕도 먹습니다. 그러나, 세일즈를 한다고 모든 아이디어를 시장이 인정해 주는 것도 아닙니다. 그러니, '각자 자리에서 자기에게 맞는 방법으로 열심히들 살아가고 있구나' 정도로 생각하는 편입니다.

투자 전 과정을 스스로 한땀한땀..


글이 좀 길어졌습니다. 이 포스팅의 골자는 투자자라면 투자 전과정을 남에게 의탁하지 말고, 스스로 구축하는 게 좋지 않겠나 하는 이야기입니다. 1) 투자 아이디어의 발굴과 개발, 2) 정성적 사실 수집, 로데이터의 수집과 가공, 3) 재무데이터와의 연동, 4) 실적의 추정과 기업가치 평가, 5) 매수와 매도, 6) 종목별 비중조절과 포트폴리오의 관리, 7) 현금과 자금의 관리, 8) 지속 가능한 투자를 위한 전 프로세스의 체계화와 루틴화. 이 과정을 모두 남에게 의지하지 않는 것입니다.

생각과 의사결정의 주권을 온전히 내가 쥐는 것은 중요합니다. 투자는 한편으로는 믿음의 영역이 큰 행위이기도 합니다. 작은 생각 하나라도 남에게 의탁하면 믿음이 약해집니다. 독립적인 투자자들의 반대편에는 팔랑귀 투자자들이 있습니다. 이 경우 포트폴리오와 자금관리에 대한 기준이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팔랑귀로 얻은 지식을 통해 한번에 몰빵 투자를 하다가 자산을 훼손당합니다. 또, 작은 잡음에도 심지가 약해져서 마음이 이리 흔들리고 저리 흔들립니다. 그러다보니 지속 가능하고 단단한 투자활동을 영위하기가 어려워집니다.

이 모든 투자의 전 과정을 스스로 할 수 있어야 진정한 투자자라고 생각합니다. 

사실 종목 한 두개를 잘 고르고 말고 하는 것은 그다지 중요한 게 아닙니다. 그리고, 또 어떤 종목의 시세가 오르거나 내르는 걸 맞혔다고 치켜 세울 필요도 없습니다. 반대로, 시세가 지지 부진한 종목을 골랐다고 낙담하고 비난할 필요도 없습니다. 무언가의 시세가 오르거나 내리는 걸 맞혔다거나 틀렸다거나 하는 것도 별 의미 없는 것들입니다. 천하의 워런버핏도 종목단에서는 숱하게 실패하고 손절도 많이 합니다. 그보다 큰 관점에서 더 중요한 것은 자금과 포트폴리오의 꾸준한 관리입니다. 다소간 부침이 있다고 하더라도 포트폴리오의 규모가 꾸준히 우상향하면서 커나가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이상으로 이번 포스팅을 마칩니다.

덧. 위의 글은 좀 느리게 가더라도 단단하게 가고 싶은 제 성향이 반영된 글입니다. 답답할 정도로 투자의 모든 과정을 한땀한땀 천천히 구축해 온 저의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제 성향에 맞춰진 방법론이고 글입니다.

본업이나 일상이 바쁜 분들은 얼마든지 다른 사람들의 아이디어를 차용하는 식으로 투자하셔도 됩니다. 종목 리포트를 많이 읽으면서 투자를 잘 하시는 분들도 분명히 계십니다. 극단적으로는 기업 공부를 안하면서도 스터디에서 주워들은 아이디어만으로 투자를 잘 하시는 분들도 더러 계십니다. 저와는 방법론에 있어서 반대편에 있는 투자자들이지요. 하지만, 자기만의 무기로 다들 잘 하시는 분들입니다.

투자 방법론에 답이 없듯이 이 부분도 각자 타고난 성향에 맞는 옷이 있을 뿐입니다. 어떤 방법이 맞고, 또 어떤 방법이 틀리다 하는 건 없다고 생각합니다. 각론으로 들어가면 모든 능숙한 투자자들의 방법론과 생각이 다 다를 것입니다. 그러니 제 글이 무조건 답도 당연히 아닙니다. 그 부분은 감안해 주시면 정말 감사드리겠습니다.

긴 글을 읽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블로그에 들러 주시는 모든 투자자분들이 늘 건강하시고 성공 투자하시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2024년 8월 23일
송종식 드림


2021년 9월 19일 일요일

블로그에 더 많은 기업분석글을 올리고 싶은데

블로그 운영에 대한 선배 투자자의 조언


몇년 전. 과학자로도 유명하시고 투자로도 큰 성공을 거두어 유명해지신 선배 투자자와 한동안 교류를 했었다. 내가 그분을 뵙기 위해 대전에 왕래하기도 했고, 그분이 우리 팀을 보기 위해 서울로 올라오기도 했다.

그분과 여러가지 이야기를 했다. 그 중 블로그에 종목분석 글을 올리는 것에 대해서 나에게 조언해 주신 것이 있다.

"종식씨는 어렵게 기업분석 해놓고 왜 블로그에 올려요?"
"그게 사실 좋은 건 아니에요. 그 종목 터줏대감이나 큰 손들이 다 찾아서 보고 있어요."
"숨은 투자 포인트를 공개 해버리면 그 아이디어는 소멸되어 주가가 안 오를수도 있어요."
"큰 자금 굴리는 사람들 입장에서 누군가가 숨은 투자아이디어를 공개하면 김이 빠져요."
"조용히 가는게 좋지요."

오래 전 이야기라 디테일은 기억이 잘 안 난다. 그렇지만 큰 맥락은 위와 같은 이야기들이었다. 내가 평소에 고민하지 않은 부분들은 아니었다. 그걸 존경하는 교수님으로부터 들으니 한동안 블로그에 기업분석 리포트를 올리는 것에 대해서 큰 고민이 되었다.

한동안 나름대로 생각을 하고 결론을 내렸는데, 그냥 계속 하던대로 하기로 했다.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길게 보면 어차피 투자 아이디어가 소멸되고 말고는 큰 상관이 없다고 생각했다. 어차피 실적이 잘 찍히면 장기적으로 주가는 그에 맞춰서 따라 오를 것이기 때문에 내가 블로그에 글을 써서 장기적으로 시장에 미칠 영향은 0%에 수렴한다고 생각했다.

둘째, 예전에는 블로그를 하는 사람도 드물었고, 기업분석을 해서 올리는 사람은 더더욱 드물었다. 그래서 블로그에 올리는 글에 대한 사람들의 집중도가 높았다. 그러나, 지금은 상황이 완전히 달라졌다. 굳이 내가 특정 기업에 대한 분석글을 올리지 않더라도 남이 올린다. 그리고 블로그에 투자 글을 쓰는 사람들은 하늘의 별처럼 많아졌다. 실제 내 블로그의 포스팅당 조회수는 꾸준히 줄어서 2015년을 기준으로 1/5 토막이 난 상태이다. 

또한, 조용히 가야만 하고 감춰야만 하는 아이디어도 이제는 그다지 없다고 생각한다. 대부분 내가 아니라도 누군가가 오픈한다. 그리고 그 내용은 빠르게 확산하고, 확산된 이야기는 누군가가 재차 컨텐츠로 만들어서 더욱 빠르게 재확산된다.

사진 출처 : Unsplash

그러므로, 이제는 누가 블로그를 하고 말고, 누군가가 기업 리포트를 올리고 말고 해서 주가가 간다 안간다 하는 이야기는 그다지 설득력을 얻기가 어려운 논리가 된 시대라고 생각한다.

여담이지만, 성공한 투자자들이 그렇듯 외로움을 타는 사람이 많다. 외로움 자체를 혼자 하는 취미로 승화하는 선배 투자자들이 있는가 하면, 스터디를 결성하여 젊은 친구들과 교류하거나 SNS 활동을 열심히 하면서 외로움을 달래는 선배 투자자들도 많다. 나에게 조언을 해 주셨던 이 분의 경우에는 SNS 활동을 열심히 하신다. 다만 자신이 분석한 기업의 리포트를 SNS에 올리신 적은 없는 것으로 안다. 

한동안 교류하면서 이분이 분석하신 기업분석 리포트를 몇번 공유받아 본 적이 있다. 아이디어가 깔끔하고, 시계열이 아주 긴 것이 인상적이었다. 범인들이 가치투자 타이틀을 달고 활동하면서 단기 모멘텀만 좇는 것과는 차원이 달랐다.

블로그에 못 올린 종목의 시세는 날아간다~


나에게는 여러 타입의 종목이 있다. 1) 스터디에서 발표했던 종목, 2) 친목 단톡방에서 언급하는 종목, 3) 열심히 공부하고 추적중인 종목, 4) 계좌에 비중이 실려 있는 종목, 5) 그리고 블로그에 분석해서 올리는 종목과 같은 타입들이다.

재미있는 것은 이것들이 전부 AND 조건이 아니라 OR 조건이다. 내가 보유한 종목과, 블로그에 올린 종목, 그리고 스터디에서 발표하고 밀고 있는 종목이 일치되는 게 아니라 다 제각각이다. 앞선 성격 분석글에서도 썼지만 내 자아는 한 100개쯤 되는 것 같다.

어쨌든 실제 팔로업하거나 공부하고 있는 종목 중 블로그에 올라오는 종목은 거의 없는 상태다. 이 부분은 공부를 위해 내 블로그에 들르는 분들께 죄송하게 생각한다.

그리고 하필 또 블로그에 분석글을 올린 종목들만 단기 퍼포먼스가 좋지 못하다. 당연히 나는 시계열이 길어서 큰 상관은 없지만 시계열이 나보다 짧은 분들은 공히 내가 공부한 종목을 보고 따라서 매수를 하셨다가 피해를 입지 않으실지 걱정이 되지 않는 것도 아니다. 부디 그러는 분들이 안 계시기를 바란다.

아주 길게 보면 그래도 블로그에 장기간 분석글을 올리고 추적했던 회사들은 대부분 성공적인 엑시트가 되었다. 2013년부터 추적했던 대한약품도 나쁘지 않은 리턴을 달성했고, 2016년부터 추적했던 네오위즈홀딩스도 나쁘지 않은 연평균 수익률을 달성하고 EXIT하였다.

그 외에도 2014년에 진입한 엔씨소프트, 2015년 진입한 대한방직과 BYC같은 자산주들도 의외로, 그리고 운이 좋게 짧은 기간 괜찮은 성과를 내고 엑시트하였다.

반면 성광벤드처럼 초장기간 업황이 안 좋아 주가 퍼포먼스가 나쁜 회사도 있었고, 화진과 같이 상장폐지 되어 없어진 회사도 있다.

여기서 노파심에 코멘트를 하나 달자면, 나는 2005년부터 주식투자를 하면서 상장폐지 당한적은 한번도 없다. 투자를 했던 회사가 나중에 상장 폐지되는 화진과 같은 경우는 있지만 보유 종목이 상장폐지를 당한적은 없다. 일단 당장 상장폐지 당할만한 회사는 매수하지 않는 습관과 회사의 펀더멘털에 이상기류가 있으면 손실을 보고도 매도하는 습관 덕분인 것 같다. 무엇보다 운이 좋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앞으로 수십년 간 투자를 계속할텐데 운이 나쁘면 내 포트폴리오에 있는 종목 중 상장폐지를 당하는 종목이 나오지 말라는 법도 없다.

또한, 100년 기업은 거의 없다. 지금 잘 나가는 회사들도 머잖아 어려움에 처할 것이다. 그리고 지금 활동중인 회사는 시간이 갈수록 대부분 소멸하여 없어질 것이다. 영원한 것은 없다.

어쨌든, 블로그에 소개했던 종목들은 시계열을 조금 길게 놓고 보면 나름대로 성공적으로 EXIT를 한 종목들의 비율이 높았다. 물론, 종목마다 비중을 어떻게 가지고 가고 어느 시점에 진입했고, 진출했느냐에 따라서 결과는 천차만별일 것이다.

"했제? 그랬제"를 대단히 싫어하는 내가 이런 글을 쓰는 이유는 블로그를 방문하는 분들께 미안하기도 하고 개인적으로 아쉬움이 있는 부분이 있어서다. 이왕이면 글을 보신 분들이 배워가는 것, 얻어가는 것이 좀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당연히 종목을 추천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공부하면서 돈까지 잘 벌리면 좋다고 생각하고 또 각자가 가진 최적의 지식을 공유하면서 윈윈하며 성장하는 것도 지향한다.

근래에는 블로그에 오픈하지 않은 종목들이 상당히 훌륭한 퍼포먼스를 냈다.

스터디 발표 종목들 중 일부
(어릴때 만든 네이버 아이디라서 손발이 오그라듬에 주의하자)

스터디에서 발표했던 종목, 자산운용사 대표님들과 대화를 하면서 오픈했던 종목, 지인들과 단톡방에서 공유한 종목, 인스타그램에 생각을 기록으로 남겼던 종목.. 하지만 블로그에는 오픈하지 못한. 이런 종목들 중에 좋은 퍼포먼스를 낸 종목이 속출했다.

대표 종목은 DI동일(2020년), JB금융지주(2020년), 일신방직(2020년), 삼화페인트(2020년), CJ제일제당(2020년), 씨앤지하이테크, 가비아 등이다. 이 종목들은 직접 보유하면서 운이 좋게도, 그리고 감사하게도 단기간에 꽤 괜찮은 수익률을 내게 주기도 했다. 물론 제이앤티씨와 같이 높은 손실을 안겨주는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아직 시간이 많이 걸릴 종목도 있다.

어쨌든 좋은 퍼포먼스를 낸 대부분의 종목들이 블로그에 글을 쓰는 도중에 멈춰버린 종목들이다. 이 부분이 참 아쉽다. 오롯이 나의 게으름 때문이다. 내가 조금만 더 부지런해서 저 종목들을 블로그에 다 소개할 수 있었으면 좋았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블로그 덕후, 컴퓨터 덕후


자주 가는 커뮤니티 어디선가 본 단어이다. 저게 딱 나다. 정말 공감했다. 글의 요지는 이랬다.

"블로그를 하는 사람들은 최종적으로는 유료화가 목적이다. 그게 아니면 누가 무슨 이유로 블로그를 하겠는가?"

하는 글이 올라왔다. 그 글에 대한 반박으로 올라온 글이 다음과 같았다.

"자기계발에 관한 내적 동기가 있는 블로그 덕후, 컴퓨터 덕후들은 유료화를 안하고도 장기간 블로그를 잘 운영할 수 있다."

나는 후자의 의견에 동감했다. 그리고 부끄럽지만 조심스럽게 이야기하면 내 경우가 후자에 속한다고 볼 수 있겠다.

1) 나는 컴퓨터 덕후다


나는 초등학교 2학년때 GW베이직을 배웠다. 그때부터 컴퓨터가 너무 좋아서 컴퓨터를 붙들고 살았다. 완벽하게 이해한 것은 아니지만 터보C와 같은 프로그래밍도 공부했고, 그래픽디자인도 공부했으며 컴퓨터 게임도 즐겨했다. 국민학교 고학년~중학생 때인 1996~7년에는 처음으로 웹에 입문했다. 웹을 접한 나는 큰 충격을 받았고, 완전히 새로운 세상에 매료됐다. 학창시절에는 웹사이트 제작 대회에 참여하여 상을 타기 시작했고, 대학도 컴퓨터 특기자로 입학했다.

중고등학교 시절에는 중고등학생들 중 컴퓨터와 웹에 관심이 많은 덕후들이 모여서 활동하던 웹팀에서 활동했다. 당시에는 다양한 학생 웹팀이 있었고 서로 교류도 활발했다. 각자의 실력을 뽐내며 만든 개인 웹사이트를 하나씩 가지고 있었다. 지금은 사회에 나와 스타트업 창업자가 되거나 다양한 서비스 회사에 소속되어 세상에 도움이 되는 일을 하고 있다. 

내 인생에는 컴퓨터가 항상 있었고, 밥벌이도 컴퓨터로 했고, 취미도 컴퓨터였고, 컴퓨터로 사람도 만났고, 세상의 창이 컴퓨터라서 배운 것도 너무 많았다. 컴퓨터를 좋아했을 뿐인데, 세상의 흐름이 게으른 내가 밥을 굶지 않도록 컴퓨터 위주의 세상으로 흐르고 있었고, 그런 세상에 나는 항상 감사한 마음을 갖고 살아가고 있다.

2) 나는 블로그 덕후다


내가 블로그라는 도구를 처음 알게된 것은 90년대 말~ 2000년대 초였다. 블로그라는 도구는 발견 즉시 나를 매료시켰다. 블로그는 생각을 정리하는데 최적의 도구라고 생각한다. 특히, 생각하는 것, 기록하는 것, 컴퓨터를 만지는 것, 하루하루 발전하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가장 유익하고 파워풀한 도구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이곳 구글 블로그를 개설하면서 남겼던 기록으로 이번 섹션에 대한 내용은 갈음한다.

" 무버블타입이라고 하는 설치형 블로그와 에이블클릭이라는 회사에서 운영하던 blog.co.kr 서비스를 이용하면서 블로그와 인연을 맺었습니다. 그때가 2000년 초반이니 시간이 참 빠르네요.

에이블클릭이 망하면서 애지중지하던 블로그는 공지도 없이 사라져버렸습니다. 이후에는 네이버 블로그를 사용하면서 다시 컨텐츠를 쌓았습니다. 정말 열심히 운영했고 누적 방문객은 50만명 정도 됐습니다.

그러나 블로그를 운영하는 포털 사이트들이 블로거들의 글을 자기들 마음대로 블라인드 처리하거나 삭제 해버리는 모습을 보면서 포털에서 제공하는 블로그 서비스의 안정성과 영속성에 대해서 의문을 품게 되었습니다. 제가 그런 생각을 가질때 블로거들이 작성한 글의 저작권이 블로거 본인에게 있는지 아니면 블로그 서비스를 제공하는 포털 사이트에 있는지에 대한 논란도 시끌벅적하게 있었습니다.

이런저런 걱정으로 말미암아 개인적으로 IDC에서 놀리고 있던 서버에 독립형 블로그인 태터툴즈를 설치해서 이사를 결정하게 되었습니다. 그때가 2007년이었습니다. 닷컴 도메인을 따고 블로그 툴을 설치해서 독립적으로 운영하니 참 좋았습니다. 누군가에게 글을 검열받지 않아도 되고, 제가 쌓는 데이터들에 대한 백업과 영속성도 보장받을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5년간 별 문제 없이 사용하던 블로그는 저의 부주의로 큰 타격을 입게 되었습니다. 하드디스크가 과열로 망가져 버렸습니다. 5년간 누적해 온 저의 소중한 지적 자산들이 순식간에 증발했습니다. IDC에 회선 이용료로 매해 660,000원, 도메인 이용료로 매해 10,000원씩 꼬박꼬박 내면서 운영하던 블로그였는데 허탈감은 말로 표현할 수 없었습니다.

1,200명에 달하던 제 블로그의 구독자와 80만명의 누적 방문자도 다시 허공으로 사라지고 말았습니다.

블로그는 훌륭한 사색툴입니다. 생각을 정리하는 도구로는 최고입니다. 글쓰기 연습을 하는데도 좋고 사람들과 생각을 공유하기에도 좋습니다. 그래서 블로그는 계속 해야했기에 다른 대안을 찾아야 했습니다.

예전에 잠시 쓰다가 버려놨던 구글의 블로거닷컴이 저에게 낙점되었습니다. 향후 10년간 구글이 망하거나 블로거닷컴 서비스를 철수하지는 않을거라는 판단에서였습니다. 서비스 안정성 또한 구글을 따라올 업체가 없을 것 같고요.

무엇보다 이제는 블로그를 운영하기 위해 비용을 지출하는 행위를 자제하려고 합니다. 블로그의 핵심은 컨텐츠이지 인프라나 스킨과 같은 외부 요소가 아니라는 것을 잘 알기 때문입니다. 꾸준히 좋은 컨텐츠를 쌓아나가면 많은 분들에게 읽히는 좋은 블로그를 만들 수 있을거라 생각합니다. "


3) 나는 기록하고, 자기계발하는 것을 좋아한다


앞서서도 이야기 했지만 나는 기록하는 것, 자기계발 하는 것을 좋아한다. 그런 활동에 블로그는 최적의 툴이다. 내가 투자공부를 하면서도 가장 많이 활용한 도구 중 하나다. 글쓰기 공포감도 블로그를 운영하면서 해소가 되었다. 

아무리 개인적인 공부라도 블로그에 발행하는 순간 누군가가 보게 된다. 그러면서 주고 받는 의견들도 나의 발전에 상당히 큰 도움이 되었다. 특히, 투자에 대한 생각을 기록하면서는 누구보다 내 자신이 가장 많이 배우고 발전하는 계기가 되었다.

문제는 더 부지런하게 블로깅을 할 수 있으면 좋으련만, 내 천성이 게으르기 때문에 그러지 못하고 있다. 쓰던 글을 완료하지 못하고 발행하지 못한 글이 수두룩하다. 아무래도 포스팅을 하려면 글의 형식도 맞추어야 하고, 읽기 좋게 다듬어야 하고 팩트 체크도 가급적 확실하게 해야 직성이 풀린다. 그러다보니 포스팅으로 올라가는 기업들도 대부분 느리지만 큰 문제 없이 성장할 수 있거나, 분석이 단순한 회사들 위주다. 공개하지 못한 포스팅에는 온갖 은어가 난무하고, 익사이팅하고 리스크가 높은 회사들이 즐비하다. 이 부분이 참 아쉽다.

블로깅은 내 취미 중 극히 일부분일 뿐이기 때문에 앞으로도 현재와 같은 텐션과 속도로 포스팅이 올라갈 공산이 크다. 그 부분 역시 아쉽고 또 아쉽다. 내가 공부한 것을 최대한 많이 공유하고, 또 거기서 다른 분들의 의견도 들으면서 배우고 싶지만 물리적으로 한계가 있음이 아쉬울 따름이다. 이번 포스팅에서 아쉽다는 이야기를 몇번이나 하는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