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블이 JB금융지주인 게시물을 표시합니다. 모든 게시물 표시
레이블이 JB금융지주인 게시물을 표시합니다. 모든 게시물 표시
2021년 9월 19일 일요일

블로그에 더 많은 기업분석글을 올리고 싶은데

블로그 운영에 대한 선배 투자자의 조언


몇년 전. 과학자로도 유명하시고 투자로도 큰 성공을 거두어 유명해지신 선배 투자자와 한동안 교류를 했었다. 내가 그분을 뵙기 위해 대전에 왕래하기도 했고, 그분이 우리 팀을 보기 위해 서울로 올라오기도 했다.

그분과 여러가지 이야기를 했다. 그 중 블로그에 종목분석 글을 올리는 것에 대해서 나에게 조언해 주신 것이 있다.

"종식씨는 어렵게 기업분석 해놓고 왜 블로그에 올려요?"
"그게 사실 좋은 건 아니에요. 그 종목 터줏대감이나 큰 손들이 다 찾아서 보고 있어요."
"숨은 투자 포인트를 공개 해버리면 그 아이디어는 소멸되어 주가가 안 오를수도 있어요."
"큰 자금 굴리는 사람들 입장에서 누군가가 숨은 투자아이디어를 공개하면 김이 빠져요."
"조용히 가는게 좋지요."

오래 전 이야기라 디테일은 기억이 잘 안 난다. 그렇지만 큰 맥락은 위와 같은 이야기들이었다. 내가 평소에 고민하지 않은 부분들은 아니었다. 그걸 존경하는 교수님으로부터 들으니 한동안 블로그에 기업분석 리포트를 올리는 것에 대해서 큰 고민이 되었다.

한동안 나름대로 생각을 하고 결론을 내렸는데, 그냥 계속 하던대로 하기로 했다.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길게 보면 어차피 투자 아이디어가 소멸되고 말고는 큰 상관이 없다고 생각했다. 어차피 실적이 잘 찍히면 장기적으로 주가는 그에 맞춰서 따라 오를 것이기 때문에 내가 블로그에 글을 써서 장기적으로 시장에 미칠 영향은 0%에 수렴한다고 생각했다.

둘째, 예전에는 블로그를 하는 사람도 드물었고, 기업분석을 해서 올리는 사람은 더더욱 드물었다. 그래서 블로그에 올리는 글에 대한 사람들의 집중도가 높았다. 그러나, 지금은 상황이 완전히 달라졌다. 굳이 내가 특정 기업에 대한 분석글을 올리지 않더라도 남이 올린다. 그리고 블로그에 투자 글을 쓰는 사람들은 하늘의 별처럼 많아졌다. 실제 내 블로그의 포스팅당 조회수는 꾸준히 줄어서 2015년을 기준으로 1/5 토막이 난 상태이다. 

또한, 조용히 가야만 하고 감춰야만 하는 아이디어도 이제는 그다지 없다고 생각한다. 대부분 내가 아니라도 누군가가 오픈한다. 그리고 그 내용은 빠르게 확산하고, 확산된 이야기는 누군가가 재차 컨텐츠로 만들어서 더욱 빠르게 재확산된다.

사진 출처 : Unsplash

그러므로, 이제는 누가 블로그를 하고 말고, 누군가가 기업 리포트를 올리고 말고 해서 주가가 간다 안간다 하는 이야기는 그다지 설득력을 얻기가 어려운 논리가 된 시대라고 생각한다.

여담이지만, 성공한 투자자들이 그렇듯 외로움을 타는 사람이 많다. 외로움 자체를 혼자 하는 취미로 승화하는 선배 투자자들이 있는가 하면, 스터디를 결성하여 젊은 친구들과 교류하거나 SNS 활동을 열심히 하면서 외로움을 달래는 선배 투자자들도 많다. 나에게 조언을 해 주셨던 이 분의 경우에는 SNS 활동을 열심히 하신다. 다만 자신이 분석한 기업의 리포트를 SNS에 올리신 적은 없는 것으로 안다. 

한동안 교류하면서 이분이 분석하신 기업분석 리포트를 몇번 공유받아 본 적이 있다. 아이디어가 깔끔하고, 시계열이 아주 긴 것이 인상적이었다. 범인들이 가치투자 타이틀을 달고 활동하면서 단기 모멘텀만 좇는 것과는 차원이 달랐다.

블로그에 못 올린 종목의 시세는 날아간다~


나에게는 여러 타입의 종목이 있다. 1) 스터디에서 발표했던 종목, 2) 친목 단톡방에서 언급하는 종목, 3) 열심히 공부하고 추적중인 종목, 4) 계좌에 비중이 실려 있는 종목, 5) 그리고 블로그에 분석해서 올리는 종목과 같은 타입들이다.

재미있는 것은 이것들이 전부 AND 조건이 아니라 OR 조건이다. 내가 보유한 종목과, 블로그에 올린 종목, 그리고 스터디에서 발표하고 밀고 있는 종목이 일치되는 게 아니라 다 제각각이다. 앞선 성격 분석글에서도 썼지만 내 자아는 한 100개쯤 되는 것 같다.

어쨌든 실제 팔로업하거나 공부하고 있는 종목 중 블로그에 올라오는 종목은 거의 없는 상태다. 이 부분은 공부를 위해 내 블로그에 들르는 분들께 죄송하게 생각한다.

그리고 하필 또 블로그에 분석글을 올린 종목들만 단기 퍼포먼스가 좋지 못하다. 당연히 나는 시계열이 길어서 큰 상관은 없지만 시계열이 나보다 짧은 분들은 공히 내가 공부한 종목을 보고 따라서 매수를 하셨다가 피해를 입지 않으실지 걱정이 되지 않는 것도 아니다. 부디 그러는 분들이 안 계시기를 바란다.

아주 길게 보면 그래도 블로그에 장기간 분석글을 올리고 추적했던 회사들은 대부분 성공적인 엑시트가 되었다. 2013년부터 추적했던 대한약품도 나쁘지 않은 리턴을 달성했고, 2016년부터 추적했던 네오위즈홀딩스도 나쁘지 않은 연평균 수익률을 달성하고 EXIT하였다.

그 외에도 2014년에 진입한 엔씨소프트, 2015년 진입한 대한방직과 BYC같은 자산주들도 의외로, 그리고 운이 좋게 짧은 기간 괜찮은 성과를 내고 엑시트하였다.

반면 성광벤드처럼 초장기간 업황이 안 좋아 주가 퍼포먼스가 나쁜 회사도 있었고, 화진과 같이 상장폐지 되어 없어진 회사도 있다.

여기서 노파심에 코멘트를 하나 달자면, 나는 2005년부터 주식투자를 하면서 상장폐지 당한적은 한번도 없다. 투자를 했던 회사가 나중에 상장 폐지되는 화진과 같은 경우는 있지만 보유 종목이 상장폐지를 당한적은 없다. 일단 당장 상장폐지 당할만한 회사는 매수하지 않는 습관과 회사의 펀더멘털에 이상기류가 있으면 손실을 보고도 매도하는 습관 덕분인 것 같다. 무엇보다 운이 좋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앞으로 수십년 간 투자를 계속할텐데 운이 나쁘면 내 포트폴리오에 있는 종목 중 상장폐지를 당하는 종목이 나오지 말라는 법도 없다.

또한, 100년 기업은 거의 없다. 지금 잘 나가는 회사들도 머잖아 어려움에 처할 것이다. 그리고 지금 활동중인 회사는 시간이 갈수록 대부분 소멸하여 없어질 것이다. 영원한 것은 없다.

어쨌든, 블로그에 소개했던 종목들은 시계열을 조금 길게 놓고 보면 나름대로 성공적으로 EXIT를 한 종목들의 비율이 높았다. 물론, 종목마다 비중을 어떻게 가지고 가고 어느 시점에 진입했고, 진출했느냐에 따라서 결과는 천차만별일 것이다.

"했제? 그랬제"를 대단히 싫어하는 내가 이런 글을 쓰는 이유는 블로그를 방문하는 분들께 미안하기도 하고 개인적으로 아쉬움이 있는 부분이 있어서다. 이왕이면 글을 보신 분들이 배워가는 것, 얻어가는 것이 좀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당연히 종목을 추천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공부하면서 돈까지 잘 벌리면 좋다고 생각하고 또 각자가 가진 최적의 지식을 공유하면서 윈윈하며 성장하는 것도 지향한다.

근래에는 블로그에 오픈하지 않은 종목들이 상당히 훌륭한 퍼포먼스를 냈다.

스터디 발표 종목들 중 일부
(어릴때 만든 네이버 아이디라서 손발이 오그라듬에 주의하자)

스터디에서 발표했던 종목, 자산운용사 대표님들과 대화를 하면서 오픈했던 종목, 지인들과 단톡방에서 공유한 종목, 인스타그램에 생각을 기록으로 남겼던 종목.. 하지만 블로그에는 오픈하지 못한. 이런 종목들 중에 좋은 퍼포먼스를 낸 종목이 속출했다.

대표 종목은 DI동일(2020년), JB금융지주(2020년), 일신방직(2020년), 삼화페인트(2020년), CJ제일제당(2020년), 씨앤지하이테크, 가비아 등이다. 이 종목들은 직접 보유하면서 운이 좋게도, 그리고 감사하게도 단기간에 꽤 괜찮은 수익률을 내게 주기도 했다. 물론 제이앤티씨와 같이 높은 손실을 안겨주는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아직 시간이 많이 걸릴 종목도 있다.

어쨌든 좋은 퍼포먼스를 낸 대부분의 종목들이 블로그에 글을 쓰는 도중에 멈춰버린 종목들이다. 이 부분이 참 아쉽다. 오롯이 나의 게으름 때문이다. 내가 조금만 더 부지런해서 저 종목들을 블로그에 다 소개할 수 있었으면 좋았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블로그 덕후, 컴퓨터 덕후


자주 가는 커뮤니티 어디선가 본 단어이다. 저게 딱 나다. 정말 공감했다. 글의 요지는 이랬다.

"블로그를 하는 사람들은 최종적으로는 유료화가 목적이다. 그게 아니면 누가 무슨 이유로 블로그를 하겠는가?"

하는 글이 올라왔다. 그 글에 대한 반박으로 올라온 글이 다음과 같았다.

"자기계발에 관한 내적 동기가 있는 블로그 덕후, 컴퓨터 덕후들은 유료화를 안하고도 장기간 블로그를 잘 운영할 수 있다."

나는 후자의 의견에 동감했다. 그리고 부끄럽지만 조심스럽게 이야기하면 내 경우가 후자에 속한다고 볼 수 있겠다.

1) 나는 컴퓨터 덕후다


나는 초등학교 2학년때 GW베이직을 배웠다. 그때부터 컴퓨터가 너무 좋아서 컴퓨터를 붙들고 살았다. 완벽하게 이해한 것은 아니지만 터보C와 같은 프로그래밍도 공부했고, 그래픽디자인도 공부했으며 컴퓨터 게임도 즐겨했다. 국민학교 고학년~중학생 때인 1996~7년에는 처음으로 웹에 입문했다. 웹을 접한 나는 큰 충격을 받았고, 완전히 새로운 세상에 매료됐다. 학창시절에는 웹사이트 제작 대회에 참여하여 상을 타기 시작했고, 대학도 컴퓨터 특기자로 입학했다.

중고등학교 시절에는 중고등학생들 중 컴퓨터와 웹에 관심이 많은 덕후들이 모여서 활동하던 웹팀에서 활동했다. 당시에는 다양한 학생 웹팀이 있었고 서로 교류도 활발했다. 각자의 실력을 뽐내며 만든 개인 웹사이트를 하나씩 가지고 있었다. 지금은 사회에 나와 스타트업 창업자가 되거나 다양한 서비스 회사에 소속되어 세상에 도움이 되는 일을 하고 있다. 

내 인생에는 컴퓨터가 항상 있었고, 밥벌이도 컴퓨터로 했고, 취미도 컴퓨터였고, 컴퓨터로 사람도 만났고, 세상의 창이 컴퓨터라서 배운 것도 너무 많았다. 컴퓨터를 좋아했을 뿐인데, 세상의 흐름이 게으른 내가 밥을 굶지 않도록 컴퓨터 위주의 세상으로 흐르고 있었고, 그런 세상에 나는 항상 감사한 마음을 갖고 살아가고 있다.

2) 나는 블로그 덕후다


내가 블로그라는 도구를 처음 알게된 것은 90년대 말~ 2000년대 초였다. 블로그라는 도구는 발견 즉시 나를 매료시켰다. 블로그는 생각을 정리하는데 최적의 도구라고 생각한다. 특히, 생각하는 것, 기록하는 것, 컴퓨터를 만지는 것, 하루하루 발전하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가장 유익하고 파워풀한 도구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이곳 구글 블로그를 개설하면서 남겼던 기록으로 이번 섹션에 대한 내용은 갈음한다.

" 무버블타입이라고 하는 설치형 블로그와 에이블클릭이라는 회사에서 운영하던 blog.co.kr 서비스를 이용하면서 블로그와 인연을 맺었습니다. 그때가 2000년 초반이니 시간이 참 빠르네요.

에이블클릭이 망하면서 애지중지하던 블로그는 공지도 없이 사라져버렸습니다. 이후에는 네이버 블로그를 사용하면서 다시 컨텐츠를 쌓았습니다. 정말 열심히 운영했고 누적 방문객은 50만명 정도 됐습니다.

그러나 블로그를 운영하는 포털 사이트들이 블로거들의 글을 자기들 마음대로 블라인드 처리하거나 삭제 해버리는 모습을 보면서 포털에서 제공하는 블로그 서비스의 안정성과 영속성에 대해서 의문을 품게 되었습니다. 제가 그런 생각을 가질때 블로거들이 작성한 글의 저작권이 블로거 본인에게 있는지 아니면 블로그 서비스를 제공하는 포털 사이트에 있는지에 대한 논란도 시끌벅적하게 있었습니다.

이런저런 걱정으로 말미암아 개인적으로 IDC에서 놀리고 있던 서버에 독립형 블로그인 태터툴즈를 설치해서 이사를 결정하게 되었습니다. 그때가 2007년이었습니다. 닷컴 도메인을 따고 블로그 툴을 설치해서 독립적으로 운영하니 참 좋았습니다. 누군가에게 글을 검열받지 않아도 되고, 제가 쌓는 데이터들에 대한 백업과 영속성도 보장받을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5년간 별 문제 없이 사용하던 블로그는 저의 부주의로 큰 타격을 입게 되었습니다. 하드디스크가 과열로 망가져 버렸습니다. 5년간 누적해 온 저의 소중한 지적 자산들이 순식간에 증발했습니다. IDC에 회선 이용료로 매해 660,000원, 도메인 이용료로 매해 10,000원씩 꼬박꼬박 내면서 운영하던 블로그였는데 허탈감은 말로 표현할 수 없었습니다.

1,200명에 달하던 제 블로그의 구독자와 80만명의 누적 방문자도 다시 허공으로 사라지고 말았습니다.

블로그는 훌륭한 사색툴입니다. 생각을 정리하는 도구로는 최고입니다. 글쓰기 연습을 하는데도 좋고 사람들과 생각을 공유하기에도 좋습니다. 그래서 블로그는 계속 해야했기에 다른 대안을 찾아야 했습니다.

예전에 잠시 쓰다가 버려놨던 구글의 블로거닷컴이 저에게 낙점되었습니다. 향후 10년간 구글이 망하거나 블로거닷컴 서비스를 철수하지는 않을거라는 판단에서였습니다. 서비스 안정성 또한 구글을 따라올 업체가 없을 것 같고요.

무엇보다 이제는 블로그를 운영하기 위해 비용을 지출하는 행위를 자제하려고 합니다. 블로그의 핵심은 컨텐츠이지 인프라나 스킨과 같은 외부 요소가 아니라는 것을 잘 알기 때문입니다. 꾸준히 좋은 컨텐츠를 쌓아나가면 많은 분들에게 읽히는 좋은 블로그를 만들 수 있을거라 생각합니다. "


3) 나는 기록하고, 자기계발하는 것을 좋아한다


앞서서도 이야기 했지만 나는 기록하는 것, 자기계발 하는 것을 좋아한다. 그런 활동에 블로그는 최적의 툴이다. 내가 투자공부를 하면서도 가장 많이 활용한 도구 중 하나다. 글쓰기 공포감도 블로그를 운영하면서 해소가 되었다. 

아무리 개인적인 공부라도 블로그에 발행하는 순간 누군가가 보게 된다. 그러면서 주고 받는 의견들도 나의 발전에 상당히 큰 도움이 되었다. 특히, 투자에 대한 생각을 기록하면서는 누구보다 내 자신이 가장 많이 배우고 발전하는 계기가 되었다.

문제는 더 부지런하게 블로깅을 할 수 있으면 좋으련만, 내 천성이 게으르기 때문에 그러지 못하고 있다. 쓰던 글을 완료하지 못하고 발행하지 못한 글이 수두룩하다. 아무래도 포스팅을 하려면 글의 형식도 맞추어야 하고, 읽기 좋게 다듬어야 하고 팩트 체크도 가급적 확실하게 해야 직성이 풀린다. 그러다보니 포스팅으로 올라가는 기업들도 대부분 느리지만 큰 문제 없이 성장할 수 있거나, 분석이 단순한 회사들 위주다. 공개하지 못한 포스팅에는 온갖 은어가 난무하고, 익사이팅하고 리스크가 높은 회사들이 즐비하다. 이 부분이 참 아쉽다.

블로깅은 내 취미 중 극히 일부분일 뿐이기 때문에 앞으로도 현재와 같은 텐션과 속도로 포스팅이 올라갈 공산이 크다. 그 부분 역시 아쉽고 또 아쉽다. 내가 공부한 것을 최대한 많이 공유하고, 또 거기서 다른 분들의 의견도 들으면서 배우고 싶지만 물리적으로 한계가 있음이 아쉬울 따름이다. 이번 포스팅에서 아쉽다는 이야기를 몇번이나 하는건지..^^;


2020년 11월 12일 목요일

항공주, 금융주, 저PBR주 투자 복기


올해는 많은 주식투자자들이 함박웃음을 머금은 해이다. 올 한해 세 자릿수의 수익률을 올린 사람을 찾는 것이 어렵지 않을 정도다. 그 정도의 호황장이었다. 봄날 대폭락이후 시장은 끝없이 상승했다. 

올해가 끝나려면 아직 한달 반이 남았다. 남은 기간 별다른 이벤트가 없다면 내 포트폴리오는 지수 상승률을 하회한다. 단방향으로 연중 내내 강세를 연출하는 시장을 이기기란 쉽지 않다. 지수를 압도하는 소수 종목에 집중 투자를 했거나, 레버리지를 써서 방향성을 정확하게 맞춰야 이런 시장을 이길 수 있다.

연 단위로 지수에 뒤진것은 올해가 처음인 것 같다. 기억이 잘 안 나는데 두번째인가? 어쨌든 그런 것은 중요하지 않다. 시간을 길게 늘렸을 때, 시장을 압도하면 된다. 

개인적으로는 올해 수익률에 만족한다. 세상천지 어디에 돈을 맡기면 연 20~30%의 수익을 돌려주겠나.

2020년 시장은 신기한 시장이었다. 올해 1~2월 부터 투자를 시작한 사람은 5~6년치 시장을 압축해서 경험한 것과 진배없다. 몇년에 걸쳐서 있을 법 했던 일이 단 1년만에 일어났다. 이런 시장은 주식 투자 16년차인 내게도 정신이 없었다. 비교적 매매를 적게 하는 편인 나도 올해는 생각할 것이 많은 시장이었다.

우선 3월 대폭락 때는 이미 현금 비중이 너무 적었던 터라 현금을 일찍 소진했다. 이 글을 복기해보니 코스피 지수 1,690선에서 남은 현금을 모두 소진했다. 3월 15일이었다. 시장 폭락의 클라이막스는 3월 19일에 일어났다. 물론 마켓타이밍을 정확하게 맞출수는 없다.

하지만 간발의 현금 비중과 들어간 타이밍 차이로 올해 수익률을 결정짓는 결정적인 차이를 만들었다. 만약, 내게 현금 비중이 충분했고, 그것을 3월 19일에 모두 소진했다면 수익률이 몇 십%는 더 개선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불가능 한 가정이다. 시장이 폭락할 줄 누구도 몰랐다. 앞으로도 알 수 없을 것이다. 그리고 이미 충분히 싸고 좋다고 생각되는 기업들을 보유하고 있었다.

수익률 차이가 벌어진 두 번째 이유는 시장에서 빨리 내려왔기 때문이다. 코스피 지수가 2,000포인트를 넘어가면서 보유한 주식 비중을 줄이기 시작했다. 지수가 2,200포인트를 넘으면서는 주식 비중이 50%가 되었다. 그 이후로 비중을 더 줄여나가지는 않았다.

보유한 기업들이 다시 제값을 받았거나 상승여력이 떨어졌다고 판단해서 비중을 줄였다. 그렇지만 가슴에 손을 얹고 아주 조금은 마켓타이밍을 재려는 욕심도 포함되었다. 코로나가 지속하고 있고 실물경제가 박살나고 있었다. 지수가 2,000포인트를 넘은 것도 신기했다. 지나고보니 유동성의 힘을 간과했다. 시장은 장기적으로는 가치에 발 맞춰가지만 단기적으로는 사람들의 심리나 유동성의 영향을 더 많이 받는다. 그걸 알면서도 달리는 말에서 일찍 내렸다.

물론, 수익 실현한 금액이 적지 않았다. 그래서 만족스러웠지만 이후 시장과 종목들의 상승을 생각하면 결과론적으로는 일찍 하차해서 여기서 또 벤치마크에 뒤지는 빌미를 주게 되었다.

그리고 다음으로는 뻔한 코로나 수혜 기업들을 자신 있게 매수하지 못했다. 보유한 기업 중 몇몇은 코로나 수혜를 입고 급등했지만 보유 비중은 크지 않았다. 그런 것들을 줄이고 부지런히 교체 투자를 하면서 누적 수익금을 실현해 나갔다. 물론 포트폴리오의 극히 일부만 그런 형태의 매매를 하였다. 어쨌든 그래도 그냥 3월에 갖고 있던 기업들을 묵직하게 보유하고 있는 것만 한참 못했다.

마음이 급해서 그런 것은 아니다. 마음이 전혀 급하지는 않다. 그러나 내눈에 이런 저런 기회들이 보이니 올해는 이런저런 시도를 해보았다. 이마트는 싸기는 한데 업황이 한동안 어려울 것으로 보아 큰 손실을 내고 손절매를 하였다. 그러나 모두가 알다시피 하반기에 이마트는 극적으로 반등했다. 

반면, 사람들이 투자 아이디어를 인지하기 전에 헐값에 들어가 있던 CJ제일제당은 멋진 성과를 내고 투자를 종료하였다. 특히, 나의 투자아이디어가 모두 적중했다. 돈을 번 것 보다 그 점이 기분이 더 좋았다.

내가 특히 잘 했던 부분은 일본면세, 항공, 금융지주, 매해 실적이 폭발적으로 성장하는데 시장의 관심을 잃은 저PBR, 저PER주들을 대변 닦는 휴지보다 싸게 사서 흔들리지 않고 홀딩했던 점이다. 코로나가 언젠가는 끝난다는 아이디어로 헐값에 사 둔 종목들이다. 이 그룹의 종목들은 솔직히 올해는 답이 없어 보였다. 내년쯤 뭔가 반전이 있을 줄 알았는데, 백신이 생각보다 빨리 나오리란 기대로 급반전을 하고 있다. 이것은 화이자가 준 행운이다.

'틀딱주'라고 놀림을 받는 뻔한 종목들, 실적을 매해 성장시키고 이익을 잘 내면서도 저PBR 상태에 머무르고 있거나 주가 폭락으로 일시적 고배당주가 된 종목들은 역시 평균회귀 본능에 따라 부지런히 올라오고 있다. 화이자의 백신 소식으로 이 종목들이 순식간에 올라오고 있는데, 올해가 가기전에 투자 아이디어들이 빛을 봐서 힘이 난다.

올해 시장에 뒤지게 된 마지막 이유는 인버스 투자 때문이다. 나는 원래 매도 포지션을 안 좋아한다. 그리고 인버스 투자도 정말 혐오하는 사람이다. 다만, 올해는 시장이 너무 과열 된다는 생각이 있었다. 특히, 코스닥의 멀티플이 너무 높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인버스에도 투자를 조금 했다. 물론, 인버스로 돈을 벌고자 하는 이유는 아니었다. 보유한 종목들에 대한 헤지 용도였다. 비중도 크지 않은데 올해 시장이 워낙 뜨겁다 보니 인버스가 포트에 일정 부분 타격을 주고 있다. 그래서 올해 포트폴리오 상승률에 브레이크가 조금 걸렸다. 시장이 기회를 주어 이 인버스를 청산하고 나면 인버스 헤지를 안 할 생각이다. 다른 소극적인 헤지 방법을 하나 찾았는데, 다음에는 그 방법을 써 볼 예정이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서. 올해 내 포트폴리오 수익률은 별다른 이슈가 없다면 25%~35% 선에서 마무리가 될 것 같다. 올해 시장이 뿜어낸 퍼포먼스를 생각하면 보잘 것 없다고 놀림을 받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개인적으로는 만족한다. 게다가 그동안 누적된 수익률을 이어 붙이면 코스피, 코스닥 따위가 비빌 포트폴리오가 아니다. (웃음). 

그리고 내 포트폴리오는 하락장에 강하다. 보통의 시장은 늘 이겼고, 시장이 빠질 때는 시장보다 훨씬 덜 빠지는 편이다. 올해같은 원웨이 상승장에서만 답이 없다. 

어쨌든 시장은 언제든지 내 팬티를 벗겨 버릴 수 있다. 그런 다음, 나를 흠뻑 때린 후에 바다에 던져 버릴지 모른다. 나는 시장이 무섭다. 그래서 투자를 매우 보수적으로 하는 편이다. 그래서 내 포트폴리오는 방어력이 좋다. 시장이 빠질 때, 방어를 잘 하고, 꾸준히 수익을 누적해 나가면 자산은 복리로 누적된다.

한편으로는 올해 수익에 만족을 하면서도, 저질렀던 실수들을 복기해 본다. 더 나은 투자자가 되기 위해서 분명 개선해야 할 점도 많이 노출되었다. 그 부분들을 연구하여 더 훌륭한 투자자가 되도록 노력을 해야겠다. 연말을 마무리 하면서 시장을 복기하는 글은 12월이나 1월에 다시 써야겠다.

덧. 본문에 빠뜨렸다. 혹시 몰라서 남는 현금으로 달러도 분할매수 하고 있다.

2020년 11월 12일
송종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