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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11월 12일 목요일

항공주, 금융주, 저PBR주 투자 복기


올해는 많은 주식투자자들이 함박웃음을 머금은 해이다. 올 한해 세 자릿수의 수익률을 올린 사람을 찾는 것이 어렵지 않을 정도다. 그 정도의 호황장이었다. 봄날 대폭락이후 시장은 끝없이 상승했다. 

올해가 끝나려면 아직 한달 반이 남았다. 남은 기간 별다른 이벤트가 없다면 내 포트폴리오는 지수 상승률을 하회한다. 단방향으로 연중 내내 강세를 연출하는 시장을 이기기란 쉽지 않다. 지수를 압도하는 소수 종목에 집중 투자를 했거나, 레버리지를 써서 방향성을 정확하게 맞춰야 이런 시장을 이길 수 있다.

연 단위로 지수에 뒤진것은 올해가 처음인 것 같다. 기억이 잘 안 나는데 두번째인가? 어쨌든 그런 것은 중요하지 않다. 시간을 길게 늘렸을 때, 시장을 압도하면 된다. 

개인적으로는 올해 수익률에 만족한다. 세상천지 어디에 돈을 맡기면 연 20~30%의 수익을 돌려주겠나.

2020년 시장은 신기한 시장이었다. 올해 1~2월 부터 투자를 시작한 사람은 5~6년치 시장을 압축해서 경험한 것과 진배없다. 몇년에 걸쳐서 있을 법 했던 일이 단 1년만에 일어났다. 이런 시장은 주식 투자 16년차인 내게도 정신이 없었다. 비교적 매매를 적게 하는 편인 나도 올해는 생각할 것이 많은 시장이었다.

우선 3월 대폭락 때는 이미 현금 비중이 너무 적었던 터라 현금을 일찍 소진했다. 이 글을 복기해보니 코스피 지수 1,690선에서 남은 현금을 모두 소진했다. 3월 15일이었다. 시장 폭락의 클라이막스는 3월 19일에 일어났다. 물론 마켓타이밍을 정확하게 맞출수는 없다.

하지만 간발의 현금 비중과 들어간 타이밍 차이로 올해 수익률을 결정짓는 결정적인 차이를 만들었다. 만약, 내게 현금 비중이 충분했고, 그것을 3월 19일에 모두 소진했다면 수익률이 몇 십%는 더 개선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불가능 한 가정이다. 시장이 폭락할 줄 누구도 몰랐다. 앞으로도 알 수 없을 것이다. 그리고 이미 충분히 싸고 좋다고 생각되는 기업들을 보유하고 있었다.

수익률 차이가 벌어진 두 번째 이유는 시장에서 빨리 내려왔기 때문이다. 코스피 지수가 2,000포인트를 넘어가면서 보유한 주식 비중을 줄이기 시작했다. 지수가 2,200포인트를 넘으면서는 주식 비중이 50%가 되었다. 그 이후로 비중을 더 줄여나가지는 않았다.

보유한 기업들이 다시 제값을 받았거나 상승여력이 떨어졌다고 판단해서 비중을 줄였다. 그렇지만 가슴에 손을 얹고 아주 조금은 마켓타이밍을 재려는 욕심도 포함되었다. 코로나가 지속하고 있고 실물경제가 박살나고 있었다. 지수가 2,000포인트를 넘은 것도 신기했다. 지나고보니 유동성의 힘을 간과했다. 시장은 장기적으로는 가치에 발 맞춰가지만 단기적으로는 사람들의 심리나 유동성의 영향을 더 많이 받는다. 그걸 알면서도 달리는 말에서 일찍 내렸다.

물론, 수익 실현한 금액이 적지 않았다. 그래서 만족스러웠지만 이후 시장과 종목들의 상승을 생각하면 결과론적으로는 일찍 하차해서 여기서 또 벤치마크에 뒤지는 빌미를 주게 되었다.

그리고 다음으로는 뻔한 코로나 수혜 기업들을 자신 있게 매수하지 못했다. 보유한 기업 중 몇몇은 코로나 수혜를 입고 급등했지만 보유 비중은 크지 않았다. 그런 것들을 줄이고 부지런히 교체 투자를 하면서 누적 수익금을 실현해 나갔다. 물론 포트폴리오의 극히 일부만 그런 형태의 매매를 하였다. 어쨌든 그래도 그냥 3월에 갖고 있던 기업들을 묵직하게 보유하고 있는 것만 한참 못했다.

마음이 급해서 그런 것은 아니다. 마음이 전혀 급하지는 않다. 그러나 내눈에 이런 저런 기회들이 보이니 올해는 이런저런 시도를 해보았다. 이마트는 싸기는 한데 업황이 한동안 어려울 것으로 보아 큰 손실을 내고 손절매를 하였다. 그러나 모두가 알다시피 하반기에 이마트는 극적으로 반등했다. 

반면, 사람들이 투자 아이디어를 인지하기 전에 헐값에 들어가 있던 CJ제일제당은 멋진 성과를 내고 투자를 종료하였다. 특히, 나의 투자아이디어가 모두 적중했다. 돈을 번 것 보다 그 점이 기분이 더 좋았다.

내가 특히 잘 했던 부분은 일본면세, 항공, 금융지주, 매해 실적이 폭발적으로 성장하는데 시장의 관심을 잃은 저PBR, 저PER주들을 대변 닦는 휴지보다 싸게 사서 흔들리지 않고 홀딩했던 점이다. 코로나가 언젠가는 끝난다는 아이디어로 헐값에 사 둔 종목들이다. 이 그룹의 종목들은 솔직히 올해는 답이 없어 보였다. 내년쯤 뭔가 반전이 있을 줄 알았는데, 백신이 생각보다 빨리 나오리란 기대로 급반전을 하고 있다. 이것은 화이자가 준 행운이다.

'틀딱주'라고 놀림을 받는 뻔한 종목들, 실적을 매해 성장시키고 이익을 잘 내면서도 저PBR 상태에 머무르고 있거나 주가 폭락으로 일시적 고배당주가 된 종목들은 역시 평균회귀 본능에 따라 부지런히 올라오고 있다. 화이자의 백신 소식으로 이 종목들이 순식간에 올라오고 있는데, 올해가 가기전에 투자 아이디어들이 빛을 봐서 힘이 난다.

올해 시장에 뒤지게 된 마지막 이유는 인버스 투자 때문이다. 나는 원래 매도 포지션을 안 좋아한다. 그리고 인버스 투자도 정말 혐오하는 사람이다. 다만, 올해는 시장이 너무 과열 된다는 생각이 있었다. 특히, 코스닥의 멀티플이 너무 높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인버스에도 투자를 조금 했다. 물론, 인버스로 돈을 벌고자 하는 이유는 아니었다. 보유한 종목들에 대한 헤지 용도였다. 비중도 크지 않은데 올해 시장이 워낙 뜨겁다 보니 인버스가 포트에 일정 부분 타격을 주고 있다. 그래서 올해 포트폴리오 상승률에 브레이크가 조금 걸렸다. 시장이 기회를 주어 이 인버스를 청산하고 나면 인버스 헤지를 안 할 생각이다. 다른 소극적인 헤지 방법을 하나 찾았는데, 다음에는 그 방법을 써 볼 예정이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서. 올해 내 포트폴리오 수익률은 별다른 이슈가 없다면 25%~35% 선에서 마무리가 될 것 같다. 올해 시장이 뿜어낸 퍼포먼스를 생각하면 보잘 것 없다고 놀림을 받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개인적으로는 만족한다. 게다가 그동안 누적된 수익률을 이어 붙이면 코스피, 코스닥 따위가 비빌 포트폴리오가 아니다. (웃음). 

그리고 내 포트폴리오는 하락장에 강하다. 보통의 시장은 늘 이겼고, 시장이 빠질 때는 시장보다 훨씬 덜 빠지는 편이다. 올해같은 원웨이 상승장에서만 답이 없다. 

어쨌든 시장은 언제든지 내 팬티를 벗겨 버릴 수 있다. 그런 다음, 나를 흠뻑 때린 후에 바다에 던져 버릴지 모른다. 나는 시장이 무섭다. 그래서 투자를 매우 보수적으로 하는 편이다. 그래서 내 포트폴리오는 방어력이 좋다. 시장이 빠질 때, 방어를 잘 하고, 꾸준히 수익을 누적해 나가면 자산은 복리로 누적된다.

한편으로는 올해 수익에 만족을 하면서도, 저질렀던 실수들을 복기해 본다. 더 나은 투자자가 되기 위해서 분명 개선해야 할 점도 많이 노출되었다. 그 부분들을 연구하여 더 훌륭한 투자자가 되도록 노력을 해야겠다. 연말을 마무리 하면서 시장을 복기하는 글은 12월이나 1월에 다시 써야겠다.

덧. 본문에 빠뜨렸다. 혹시 몰라서 남는 현금으로 달러도 분할매수 하고 있다.

2020년 11월 12일
송종식


2020년 1월 11일 토요일

매수를 위한 매수, 낙찰을 위한 낙찰

출처 : http://quarizmi.com/blog


1년에 한건만 낙찰받아도 충분하다


2000년대 중반에 한창 부동산 경매에 빠져 있던때가 있었습니다. 그때 만났던 고수들 중 한 사람이 이런 이야기를 했던 기억이 납니다.

"낙찰은 1년에 한건만 받아도 충분하다. 낙찰을 위한 낙찰을 주의해라."

법원 경매장에 가면 어쩐지 모르게 기분이 좋습니다. 심장도 두근거리고 벌써부터 내가 부동산 소유주가 된 냥 떨립니다. 그래서인지 충분히 권리분석과 시장분석을 해서 적정가를 산정하지 않고 고가 낙찰을 받는 사람들이 한두명이 아닙니다.

물론, 고가 낙찰을 받았다고 해도 긴 시간이 흐른뒤에 보면 가격이 훨씬 올라서 이익을 낼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적지 않은 사람들이 고가 낙찰을 받아서 돈이 묶이고, 이자 부담과 청산시 손실을 보면서 경제적으로 타격을 입기도 합니다.

사람들이 이런 간단한 원칙을 모를리 없지만 '일단 낙찰은 받고 봐야한다'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혀서 고가 낙찰을 받습니다. 한마디로 돈을 벌기 위해 낙찰을 받는건지, '낙찰을 위한 낙찰'을 받는건지 망각하는 분들이 많았습니다. 부동산 경매 시장은 어지간한 하자가 있는 물건이 아니면 안전마진을 확보하기는 커녕 거의 대부분 고가 낙찰이 되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부동산 경매는 주식투자와 비슷한 측면이 있습니다. 충분히 안전마진이 있는 가격에서 사야지 추후 발생할 여러가지 변수로 부터 타격을 줄 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안전마진을 확보하고 사야 적어도 안전마진 만큼은 수익을 낼 확률이 올라갑니다.

주식투자를 하면서 누구나 만나게 되는 워런버핏은 '내가 원하는 공이 들어올 때만 배트를 휘둘러라'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제가 버핏을 알기전부터 이미 경매 고수들은 '내가 원하는 가격대로 내려 온 물건'에만 고집스럽게 낙찰가를 써내고 있었습니다. 그들은 응찰하면 대부분 고배를 마셨습니다. 그러나 간간히 원하는 가격에 물건을 낙찰받게 되면 낙찰받는 순간 돈을 벌며, 이기고 들어가는 게임을 하고 있었습니다.

안전마진과 가치투자에 대한 기본적인 배움은 부동산 경매를 하면서 배웠습니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위험 물건이 아니면 고가 낙찰이 속출하는 경매 시장에서는 제 실력으로 먹을 게 별로 없다고 생각하여 주식투자로 눈을 돌리게 되었습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부동산은 누구나 고수인 반면에 주식투자는 문외한인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그래서인지 주식시장에는 말도 안되는 가격으로 헐값에 굴러다니는 주식이 많았습니다. 주식시장에 기회가 많았다고 보았습니다. 지금도 여전히 그렇게 생각합니다.

그것이 제가 부동산 경매 시장에서 주식시장으로 본격적으로 넘어 온 이유입니다.

매수에도 인내심이 필요하다


주식 투자자들은 죽은 돈 들고 있는 걸 매우 불편해 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그래서인지 투자로 수 십억, 수백억을 번 투자자들 중에서도 집을 사지 않고 전월세로 사는 경우를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습니다. 집값이 아무리 올라봤자 집에 깔고 있는 돈은 죽은 돈이라고 인식하는 것이죠.

그만큼 주식투자자들은 돈이 있으면 당장 주식을 사야한다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힌 경우가 많은 것 같습니다.

시장에는 항상 주도주가 있기 마련입니다. 그런 주도주들이 시원하게 상승하는 모습을 보면 나만 뒤쳐진다는 느낌을 받는 분들도 많은 것 같습니다. 또, 돈을 가만히 들고 있는 동안 우리는 인플레와 싸울 수 없고 인플레는 우리의 자산을 갉아먹는다는 공포도 그런 강박관념에 한몫하는 것 같습니다.

주식투자는 다양한 지식과 기질이 필요하지만 종국에 가서 가장 중요한 것은 '기다림과 겸손'이라고 생각합니다. 주식을 보유하고 나서 기다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매수를 위해 기다리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ㄱ'형님은 우리나라 가치투자계의 거목입니다. 가치투자 분야에서 일가를 이룬 형님이고 가치투자 저변 확대와 후배 양성에도 많은 힘을 기울였습니다. 그 형님과 운 좋게 1년여의 기간동안 동고동락 했던 적이 있습니다. 그 형님에게서 다양한 것을 배웠습니다. 나중에 그것과 관련해서 글을 쓰겠습니다. 오늘은 '매수를 위한 기다림'에 대해서만 간단히 이야기 해보겠습니다.

그분은 현재 업황이 망가져 있거나 위기에 처한 회사 중 향후 턴어라운드가 기대되는 기업에 투자하는데 달인이었습니다. 그 형님은 언제나 신고가 종목보다는 신저가 기업에 관심을 가졌습니다. 시장이 관심도 없고, 사람들이 모두 부정적으로 보는 회사가 향후 오해를 깨고 성장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는 회사를 골라 투자하였습니다. 그런데, 이 형님의 매수 방식에서 인내심을 배울 수 있었습니다.

누가 보더라도 역사상 최저 PBR 그 이하로 깨고 내려 간 상태이고, 시장에서 회사에 거는 희망도 더는 없고, 차트도 몇년 동안 흘러내려서 바닥에 바닥을 기고 있는 그런 종목. 제 기준으로는 턴어라운드 또는 업황 개선이 기대된다면 사도 된다 싶은 그런 종목을 형은 쉽사리 매수하지 않았습니다. 제가 '이제는 살만 하지 않을까요?' 라고 여쭈면 그 형의 대답은 이랬습니다.

"아직 멀었어."

저는 독하다고 느꼈습니다. 그 인내심을 보고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이 정도면 됐다'라고 생각하는 수준이 저PBR 가치투자 원리주의자인 제가 보기에도 혀를 내두를 만한 수준 그 이상이었습니다.

기다리다가 놓쳐버린 종목은 내것이 아니라 생각하였습니다. 그것은 어쩔 수 없지만 형이 매수를 한다면 틀림없이 수익을 내고 나오시는 것 같았습니다. 아주 싸게 사니 주가가 반등하면 수익률도 남들보다 월등히 좋았으리라 생각합니다.

다만 운용자금이 크시다보니 매수를 시작하면 시장에 머리 일부는 떼어줘야 했고, 매도를 시작하면 시장에 꼬리 일부를 떼어주는 출혈은 어느 정도 감수하였습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논란도 있을 줄 압니다. 성장 가치주 투자자분들은 반문할 것입니다.

'미래에 회사가 지금보다 더 성장해 있으면 언제 사도 상관없다'

그렇습니다. 그분들의 의견도 존중합니다. 저PBR + 턴어라운드 투자를 좋아하는 저도 포트의 일정 부분은 성장가치주에 투자를 하고 있기도 하고요.

그리고 또 이런 의견도 있을 수 있습니다.

'매수를 기다리는 것, 그것 또한 마켓타이밍을 재는 것이 아니냐?'

그렇게 오해를 하실 수 있습니다. 그러나, 마켓타이밍을 재는 것과는 조금 다릅니다. 버핏이 '내가 원하는 영역에 들어 온 공만 친다'고 말한 것, 위의 부동산 경매 고수 형님이 '내가 원하는 가격대로 내려오는 물건만 응찰한다'고 말한 것과 같은 맥락으로 보시면 됩니다. 마켓타이밍을 예측할 순 없지만 현재 위치는 알 수 있습니다. 현재 위치가 내가 배트를 휘둘러야 하는 위치인지 아닌지를 판단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배트를 휘두른다고해서 한번에 투자자금을 다 밀어넣는 것이 아니라 길고 긴 분할매수의 여정을 시작하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이야기입니다.

'매수를 위한 매수'보다는 '하나를 사더라도 더 좋은 가격에 잘 사자'하는게 이번글의 취지입니다.

2020년 1월 11일
송종식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