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블이 인내인 게시물을 표시합니다. 모든 게시물 표시
레이블이 인내인 게시물을 표시합니다. 모든 게시물 표시
2021년 1월 22일 금요일

지금 쓰레기 취급 당하는 것은 무엇일까?

모처럼 현투모 시절에 함께 스터디를 하던 형님 한분과 수다를 떨었습니다. 직장인 투자자인데 제가 아는 한 투자관과 종목선정 능력이 한손에 꼽을 정도로 탁월한 투자자 형님입니다.

종종 통화를 하면서 서로가 가진 투자 아이디어와 종목들을 교류합니다. 작년에 어느 날에도 모처럼 대화를 나누면서 시장에 대한 여러가지 생각과 좋게 보는 기업들에 대한 의견을 나누었습니다. 

당시에 형님이 선정했던 기업들이 일본 넥슨, 코미코, 한양증권, 컴투스 딱 네 종목이었습니다. 지금 제가 이 종목들을 여러분들께 추천하는 것이 절대로 아닙니다. 이 중 몇몇 종목은 현재 수익실현 중에 있습니다. 그 당시에 그 형님이 비중을 실어서 갖고 있던 종목이었다는 이야기입니다.

제가 이 형님을 좋아하는 이유는 일단 사람이 너무 좋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투자관이 저와 일치하는 부분이 많고 기업을 선정할 때도 상당한 논리와 근거를 갖고 하기 때문에 논리적인 것을 좋아하는 저와 죽이 잘 맞습니다.

오늘은 몇달만에 제가 먼저 연락을 했습니다. 오랜만에 형님이 선정하신 종목들을 보니 상당히 좋은 퍼포먼스를 내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형님 작년에 말씀하셨던 종목들 퍼포먼스가 좋네요. 역시 형님입니다!" 하면서 덕담을 한마디 드렸는데, 진짜 실력있는 형님이 의례 그렇듯 "아니야. 실력은 무슨 그냥 운이지." 하는 겸손한 대답이 돌아왔습니다.

모처럼 형님과 이런 저런 즐거운 이야기를 짤막하게 나눴습니다.

아, 제가 이 포스팅을 쓰는 것은 형님이 좋은 종목을 골라서 수익을 냈다는 식의 무용담이나 그저 자랑질 따위를 쓰려던 것은 아닙니다. 형님이 이야기 말미에 남겨주신 말 한마디가 너무나 가슴에 팍 꽂혔고, 그 글귀가 하루 종일 제 머리에 맴돌아서 블로그에 기록도 남길겸 여러분들과도 공유하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우리 같은 사람은 반대로 하잖아"
"남들이 쓰레기라고 할 때 그거 사두는거"
"우린 청소부잖어"
"쓰레기를 사서 보석이 되면 파는게 우리 할 일"

여기서 쓰레기라 함은 실제로 쓰레기를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실제로는 쓰레기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의 인식이 한쪽으로 쏠려 있어서 쓰레기 취급 당하는 값지고 저평가 된 자산들을 의미합니다. (현재는 사람들의 인식이 미래차, 우주 이런 곳에 쏠려 있죠. 자동차는 작년까지만 해도 쓰레기 취급을 받았습니다.)

실제로 쓰레기 취급 당하던 많은 자산들이 사람들의 순간적인 인식 변화로 튀어올라 보석이 되는 사례는 정말 끝도 없이 많습니다. 똑똑한 소수의 시장 참여자를 제외하면 대부분의 시장 참여자들은 가격이 실컷 오르고 나면 좋게 보고, 가격이 한참 내리고 나면 나쁘게 봅니다. 

가격이 처참하게 폭락하여 있거나, 수년을 횡보하는 기업에 의미있는 비중을 투자하는 사람은 극소수입니다. 그 자산의 펀더멘털이 좋든 나쁘든 말이죠. 설령 비중을 실어도 기다리질 못합니다. 누구 말마따나 좋은 자산을 샀다면 변태적으로 기다려서 승부를 보고 나와야합니다.

당연히 그런 것을 찾아서 수익을 실현하는 투자를 반복적으로 해야지 자산이 크는 것인데도 말입니다. (쓰레기로 오해 받아 저평가 된 자산을 사서  오해가 풀리고 보석이 한 껏 부풀어 오를 때 팔기, 그리고 이것을 반복)

물론, 성장하는 기업을 영구적으로 보유하는 방법도 있고, 벤처기업 100개를 동일하게 사서 90개는 망하고, 5개는 똔똔치고, 4개는 그럭저럭 수익을 내고, 1개가 대히트를 치는 VC 스타일의 투자 방법도 있겠죠. 

또, 기술적분석으로 매매를 해서 버는 방법도 있겠구요. 투자와 매매를 통해서 수익을 내는 방법은 말 그대로 무한가지가 있고 어떤것이 옳다 그르다고 단정할 수도 없습니다. 각자의 성격과 취향에 맞게 하면 됩니다. 

제가 청소부 투자법을 좋아하는 이유는 제 성향과 잘 맞기 때문입니다. 저는 휴가를 갈 때도 사람들이 몰리면 여행 일정을 취소합니다. 거의 병적으로 사람들이 몰리는 것을 싫어합니다. 투자를 할 때도, 그 성격이 그대로 묻어납니다. (사람을 싫어하는 것은 아닙니다. 사람을 좋아해서 주변에 지인들이 북적거리는 것은 좋아합니다. 대중들이 만든 실체없는 유행에 부화뇌동해서 이끌려 다니는 것을 주의한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리고 사람들의 인식이 바닥일 때 사서, 사람들이 열광할 때 팔고 나오는 것. 그것이 아마 이데올로기가 변하고 시대가 변해도 영원히 변치 않을 기본중에 기본일 거라고 생각합니다. 

몇천년이 흘러도 아직까지 고전 역사서들이 꾸준히 읽히는 이유는 인간의 생활 양식은 변해도 인간 본연의 심리나 본성은 변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1년 가까이 진행되는 강세장 속에서 자칫 중심을 잃을수도 있었습니다. 형님과의 대화를 통해서 정신을 다잡게 되었습니다. 특히 말미에 툭툭 던진 멋진 문장들을 상기하며 기본과 원칙을 지키는 것을 잊으면 안된다는 것을 재차 생각하였습니다.

덧. 2005년 주린이 때 부터 추구하던 것. 하방은 막혀있고 상방은 열려 있는 것 찾기.

2021년 1월 22일
송종식 드림


2020년 1월 11일 토요일

매수를 위한 매수, 낙찰을 위한 낙찰

출처 : http://quarizmi.com/blog


1년에 한건만 낙찰받아도 충분하다


2000년대 중반에 한창 부동산 경매에 빠져 있던때가 있었습니다. 그때 만났던 고수들 중 한 사람이 이런 이야기를 했던 기억이 납니다.

"낙찰은 1년에 한건만 받아도 충분하다. 낙찰을 위한 낙찰을 주의해라."

법원 경매장에 가면 어쩐지 모르게 기분이 좋습니다. 심장도 두근거리고 벌써부터 내가 부동산 소유주가 된 냥 떨립니다. 그래서인지 충분히 권리분석과 시장분석을 해서 적정가를 산정하지 않고 고가 낙찰을 받는 사람들이 한두명이 아닙니다.

물론, 고가 낙찰을 받았다고 해도 긴 시간이 흐른뒤에 보면 가격이 훨씬 올라서 이익을 낼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적지 않은 사람들이 고가 낙찰을 받아서 돈이 묶이고, 이자 부담과 청산시 손실을 보면서 경제적으로 타격을 입기도 합니다.

사람들이 이런 간단한 원칙을 모를리 없지만 '일단 낙찰은 받고 봐야한다'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혀서 고가 낙찰을 받습니다. 한마디로 돈을 벌기 위해 낙찰을 받는건지, '낙찰을 위한 낙찰'을 받는건지 망각하는 분들이 많았습니다. 부동산 경매 시장은 어지간한 하자가 있는 물건이 아니면 안전마진을 확보하기는 커녕 거의 대부분 고가 낙찰이 되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부동산 경매는 주식투자와 비슷한 측면이 있습니다. 충분히 안전마진이 있는 가격에서 사야지 추후 발생할 여러가지 변수로 부터 타격을 줄 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안전마진을 확보하고 사야 적어도 안전마진 만큼은 수익을 낼 확률이 올라갑니다.

주식투자를 하면서 누구나 만나게 되는 워런버핏은 '내가 원하는 공이 들어올 때만 배트를 휘둘러라'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제가 버핏을 알기전부터 이미 경매 고수들은 '내가 원하는 가격대로 내려 온 물건'에만 고집스럽게 낙찰가를 써내고 있었습니다. 그들은 응찰하면 대부분 고배를 마셨습니다. 그러나 간간히 원하는 가격에 물건을 낙찰받게 되면 낙찰받는 순간 돈을 벌며, 이기고 들어가는 게임을 하고 있었습니다.

안전마진과 가치투자에 대한 기본적인 배움은 부동산 경매를 하면서 배웠습니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위험 물건이 아니면 고가 낙찰이 속출하는 경매 시장에서는 제 실력으로 먹을 게 별로 없다고 생각하여 주식투자로 눈을 돌리게 되었습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부동산은 누구나 고수인 반면에 주식투자는 문외한인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그래서인지 주식시장에는 말도 안되는 가격으로 헐값에 굴러다니는 주식이 많았습니다. 주식시장에 기회가 많았다고 보았습니다. 지금도 여전히 그렇게 생각합니다.

그것이 제가 부동산 경매 시장에서 주식시장으로 본격적으로 넘어 온 이유입니다.

매수에도 인내심이 필요하다


주식 투자자들은 죽은 돈 들고 있는 걸 매우 불편해 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그래서인지 투자로 수 십억, 수백억을 번 투자자들 중에서도 집을 사지 않고 전월세로 사는 경우를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습니다. 집값이 아무리 올라봤자 집에 깔고 있는 돈은 죽은 돈이라고 인식하는 것이죠.

그만큼 주식투자자들은 돈이 있으면 당장 주식을 사야한다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힌 경우가 많은 것 같습니다.

시장에는 항상 주도주가 있기 마련입니다. 그런 주도주들이 시원하게 상승하는 모습을 보면 나만 뒤쳐진다는 느낌을 받는 분들도 많은 것 같습니다. 또, 돈을 가만히 들고 있는 동안 우리는 인플레와 싸울 수 없고 인플레는 우리의 자산을 갉아먹는다는 공포도 그런 강박관념에 한몫하는 것 같습니다.

주식투자는 다양한 지식과 기질이 필요하지만 종국에 가서 가장 중요한 것은 '기다림과 겸손'이라고 생각합니다. 주식을 보유하고 나서 기다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매수를 위해 기다리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ㄱ'형님은 우리나라 가치투자계의 거목입니다. 가치투자 분야에서 일가를 이룬 형님이고 가치투자 저변 확대와 후배 양성에도 많은 힘을 기울였습니다. 그 형님과 운 좋게 1년여의 기간동안 동고동락 했던 적이 있습니다. 그 형님에게서 다양한 것을 배웠습니다. 나중에 그것과 관련해서 글을 쓰겠습니다. 오늘은 '매수를 위한 기다림'에 대해서만 간단히 이야기 해보겠습니다.

그분은 현재 업황이 망가져 있거나 위기에 처한 회사 중 향후 턴어라운드가 기대되는 기업에 투자하는데 달인이었습니다. 그 형님은 언제나 신고가 종목보다는 신저가 기업에 관심을 가졌습니다. 시장이 관심도 없고, 사람들이 모두 부정적으로 보는 회사가 향후 오해를 깨고 성장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는 회사를 골라 투자하였습니다. 그런데, 이 형님의 매수 방식에서 인내심을 배울 수 있었습니다.

누가 보더라도 역사상 최저 PBR 그 이하로 깨고 내려 간 상태이고, 시장에서 회사에 거는 희망도 더는 없고, 차트도 몇년 동안 흘러내려서 바닥에 바닥을 기고 있는 그런 종목. 제 기준으로는 턴어라운드 또는 업황 개선이 기대된다면 사도 된다 싶은 그런 종목을 형은 쉽사리 매수하지 않았습니다. 제가 '이제는 살만 하지 않을까요?' 라고 여쭈면 그 형의 대답은 이랬습니다.

"아직 멀었어."

저는 독하다고 느꼈습니다. 그 인내심을 보고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이 정도면 됐다'라고 생각하는 수준이 저PBR 가치투자 원리주의자인 제가 보기에도 혀를 내두를 만한 수준 그 이상이었습니다.

기다리다가 놓쳐버린 종목은 내것이 아니라 생각하였습니다. 그것은 어쩔 수 없지만 형이 매수를 한다면 틀림없이 수익을 내고 나오시는 것 같았습니다. 아주 싸게 사니 주가가 반등하면 수익률도 남들보다 월등히 좋았으리라 생각합니다.

다만 운용자금이 크시다보니 매수를 시작하면 시장에 머리 일부는 떼어줘야 했고, 매도를 시작하면 시장에 꼬리 일부를 떼어주는 출혈은 어느 정도 감수하였습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논란도 있을 줄 압니다. 성장 가치주 투자자분들은 반문할 것입니다.

'미래에 회사가 지금보다 더 성장해 있으면 언제 사도 상관없다'

그렇습니다. 그분들의 의견도 존중합니다. 저PBR + 턴어라운드 투자를 좋아하는 저도 포트의 일정 부분은 성장가치주에 투자를 하고 있기도 하고요.

그리고 또 이런 의견도 있을 수 있습니다.

'매수를 기다리는 것, 그것 또한 마켓타이밍을 재는 것이 아니냐?'

그렇게 오해를 하실 수 있습니다. 그러나, 마켓타이밍을 재는 것과는 조금 다릅니다. 버핏이 '내가 원하는 영역에 들어 온 공만 친다'고 말한 것, 위의 부동산 경매 고수 형님이 '내가 원하는 가격대로 내려오는 물건만 응찰한다'고 말한 것과 같은 맥락으로 보시면 됩니다. 마켓타이밍을 예측할 순 없지만 현재 위치는 알 수 있습니다. 현재 위치가 내가 배트를 휘둘러야 하는 위치인지 아닌지를 판단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배트를 휘두른다고해서 한번에 투자자금을 다 밀어넣는 것이 아니라 길고 긴 분할매수의 여정을 시작하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이야기입니다.

'매수를 위한 매수'보다는 '하나를 사더라도 더 좋은 가격에 잘 사자'하는게 이번글의 취지입니다.

2020년 1월 11일
송종식 드림


2013년 7월 22일 월요일

시장 반응 속도에서 배운점

투자는 수익이 나야 재미있습니다. 수익이 나지 않으면 재미가 반감됩니다. 수익이 난다는 것은 돈을 번다는 것을 넘어서서 큰 성취감을 얻을 수 있다는 점에서 재미가 배가 됩니다. 조사한 자료들을 조합해 가설을 세우고 이를 투자 아이디어로 연결해 실제 투자에 돌입합니다. 투자이이디어가 시장에서 증명되면 짜릿한 쾌감마저 느낄 수 있습니다. 그게 투자를 놓을 수 없는 가장 큰 매력 아닌가 생각됩니다.

투자 아이디어는 아주 빠르게 시장에서 증명되기도 하고 다소 시간이 걸리기도 합니다. 또 그 아이디어가 증명되지 않을 때도 있습니다. 제가 겪은 몇 가지 사례를 소개하며 시장에서 깨지면서 배운점을 기록으로 남겨두려 합니다.

시장 예측을 잘못한 경우 - 동일금속


동일금속의 경우 높은 제품 품질과 가격 경쟁력을 무기로 나름의 해자가 있는 기업이라 생각하고 선택했습니다.

최근까지 동일금속은 괜찮은 수익을 안겨줬습니다. 올해도 남미와 호주의 자원 개발, 중국 경기 하강 진정 국면으로의 예상과 히타치로의 매출 증가를 기대했습니다.

나름대로 예상 EPS를 보수적으로 잡았음에도 주가가 현저하게 저평가 돼 있다는 판단이 들어 15,000원 부근에서 수량을 대폭 늘리는 피라미딩을 감행했습니다. 이 가격대도 안전마진이 35%이상 확보된 수준의 저렴한 가격이라 판단했습니다.

문제는 2013년 5월 30일에 발생했습니다. 동일금속의 2013년 1분기 실적이 발표된 날 입니다. 매출과 영업이익, 당기순이익 모두 제가 예측한 예측치는 물론이고 시장 컨센서스에 한참 못 미치는 수준이었습니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역성장 하였고, 영업이익은 전년동기대비 66%가량 폭락한 19.8억원을 달성했다고 공시했습니다.

설상가상으로 주식 담당자는 전화 연결도 힘들고 아니나 다를까 다른 투자자들도 전화 연결이 힘들다고 아우성이었습니다. 시장에서는 제품 품질에 문제가 생겨 납기를 맞추지 못해 실적이 안 좋았다는 루머까지 돌았습니다.

1분기 실적 공시 이후 주가는 한달간 15,000원에서 10,600원까지 곤두박질 칩니다.

중국 굴삭기 시장 침체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보았습니다. 제가 시장을 잘못 읽었음을 인정하고 보유 수량의 60%를 손절매 하였습니다.

회사에 배신 당한 기분이 들었지만 나머지 40%를 남겨 둔 것은 '그래도 혹시 일시적 실적 악화이지 않을까' 싶어서 입니다. 조금은 동일금속의 저력을 더 믿어보고 싶습니다.

시장 예측이 1년 정도 빨랐던 경우 - 종근당


동 종목은 재무 스크리닝을 하면서 발견한 종목입니다. 고령화 트렌드에 부합하는 고혈압 약 매출이 높았고 여러 투자 지표가 제 마음에 쏙 들어 한 동안 애지중지 한 종목입니다. 

2011년 중반 25,000원 정도 가격에서 신규 진입을 시작했습니다. 첫 매입 당시 이 종목의 내재가치를 주당 4만원 이상 봤기 때문에 매수 후 홀딩 전략을 취했고 한 동안은 괜찮았습니다.

주가가 33,000원을 향해 달릴 때 까지 피라미딩을 해서  평단가를 아주 조금씩 높이며 수량을 소량씩 늘려나갔습니다.

2011년 8월, 제약 회사들이 가진 가장 큰 리스크 중 하나가 터져 현실이 되었습니다. 정부가 2012년 1월 부터 3월 까지 3개월간 약가인하를 하겠다고 발표했고 동사를 포함한 대부분의 제네릭 의약품 제조사의 약가가 절반가 수준으로 인하될 것이라고 했습니다. 고혈압약 딜라트렌 등 동사의 주력 제품들도 20%이상의 약가인하가 예고돼 수 백억원의 매출 손실이 불가피하게 된 상황이였습니다.

시장은 바로 반응했습니다. 이듬해 제약사들의 실적이 반토막 날 것이라는 공포에 8월 16일 하루 동안에만 주가가 11.96%주저 앉았습니다. 35,000원을 향해 가던 주가는 8월이 끝나기도 전에 곧장 21,000원대로 추락했습니다.

제 계좌도 빨간불에서 파란불을 켰고 손 쓸틈도 없이 손실이 누적되었습니다.

손절매와 비중확대 중 하나를 택해야 했습니다. 깊은 생각과 함께 회사 분석에 다시 들어갔습니다.

영업 환경을 분석해 본 결과 천안 공장의 가동률이 100%를 넘었고, 주식 담당자의 목소리에서도 힘이 넘쳤습니다.

재무 분석 결과도 좋았습니다. 이듬해 당기순이익이 반토막 난다는 가정하에 약가인하 상황을 최대한 보수적으로 잡아 앞으로 3년치 밸류에이션을 해도 이 회사의 주당 내재가치는 30,000원 이상이었습니다.

브랜드 가치와 오랜 업력을 생각 했을때도 쉽게 망하지는 않을 회사라는 판단이 들었습니다.

손절매는 하지 않고 평단가를 낮추기로 결정했습니다. 23,000원으로 가격이 떨어질 때 부터 스케일 트레이딩 일명 '물타기'를 시작했습니다. 금방 회복할 줄 알았던 주가는 잠시 반등을 주는가 싶더니 18,000, 16,000.. 13,000원대 까지 슬금슬금 떨어졌습니다. 하락 트렌드의 기간은 무려 1년 이었습니다.

그 동안 포트폴리오 관리에 실패해 제 포트폴리오 균형은 무너졌고, 종근당이 전체 포트폴리오의 30~40% 수준까지 차지하게 되는 초보적인 비극을 겪게됩니다. 반등을 주기까지 1년간 견디는 시간이 고통스러웠습니다.

다행이었던 점은 이 기업의 가치를 믿고 끝(?)까지 매수 후 보유(buy & hold)전략을 취한 것인데. 시장은 저 보다 1년 정도 늦기는 했지만 좋은 기업의 주가를 원상회복 시켜두었고 심지어 2012년 6월 시작된 상승 트렌드는 이 글을 쓰는 2013년 지금까지 6만원을 돌파하는 기염을 토해냅니다. 2012년 1분기 약가인하로 인한 손실폭이 18~22%정도로 발표됐는데 시장 예측치 보다 손실이 적다는 것이 주가 턴 어라운드의 이유 였습니다.

시장 예측이 곧바로 맞아 떨어진 경우 - 위닉스


위닉스는 생활속에서 발견한 간단한 호기심 덕분에 찾아낸 종목입니다. 제습기는 여름에 필요한 제품이라는 제 상식이 깨진 일이 있었습니다. 한 겨울이었죠. 집에 결로가 많이 생겨 저는 골머리를 앓고 있었습니다. 곰팡이가 생기면 아기 건강에도 안 좋으니까 더 걱정이었습니다.

그러다 생각해 낸 것이 제습기였습니다. 이런저런 정보를 수집한 끝에 한 겨울에 제습기를 구매했습니다. 과연 제습기를 틀어놓으니 공기도 따뜻해지고 습기도 쫙 빨려들어가는 등 좋은 점이 많았습니다.

곧장 이 실생활 속 아이디어를 투자로 연결했습니다. 제습기는 한 시즌 장사가 아니라 1년 내내 하는 장사라는 걸 깨달았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우리나라 기후가 아열대 기후로 바뀌는 건 이제 모두 이견없이 공감하는 부분인데, 아열대 기후로 바뀌면 여름철에 제습기 판매량은 더 늘어날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장고 끝에 2013년 봄에 4,100원 ~ 4,400원 사이 단가로 위닉스에 최초 진입하였습니다. 
삼성전자나 LG전자는 제습기를 아무리 잘 팔아봐야 회사 전체 매출에 얼마 기여하지 못 할거라는 생각이 들었고 아무래도 규모가 작은 위닉스가 성장성이 높아 보였습니다. 

운이 좋게도 기관 주도로 시장이 동사에 관심을 가져줘서 올 여름 주가는 10,000원을 돌파했습니다.

우연히 얻어 걸린 경우 - 동양이엔피


동양이엔피의 경우 B2B회사이기 때문에 제가 이 회사를 BM이나 생활 속에서 발굴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재무제표 스크리닝을 하다가 회사를 하나씩 솎아내던 중 발굴한 회사입니다.

SMPS라고 하는 부품을 만드는 회사인데, 전자 제품에 들어가는 전력과 관련된 장치입니다. 이 부품이 전력 공급을 불안정하게 하면 전자제품이 망가지기 때문에 높은 기술력을 요하는 분야 입니다.

국내 시장 점유율이 꽤 높았고 낮은 영업이익률을 제외한 거의 모든 투자 지표가 완벽했습니다. BM은 주로 대기업 전자 회사에 제품을 납품하는 것으로 성립이 됐는데, 높은 기술력과 영업력이 이를 뒷받침 해주고 있었습니다.

제품 완성단계에서 납품되는 부품이라 납품 리스크도 적어보였습니다. 당시 제가 발견했을 때는 1년 예상 EPS기준 PER이 3 수준이었고, FCF도 꾸준히 늘어나고 있었습니다.

내재가치가 높아서 안전마진도 높은 수준이었습니다. 주당 3만원 이상의 내재가치를 가진 주식이라고 보고 운 좋게도 10,000 ~ 11,000원 수준에서 매입을 시작했습니다.

초기 매입을 시작 할 때 부터 동사 주가는 가파르게 상승을 시작했습니다.

재미있게도 주가의 상승 이유는 제가 바라 본 투자아이디어와 전혀 딴판의 이슈 때문이었는데, 하나는 '스마트폰' 판매량 증가에 따른 동사 SMPS매출 증대 기대감 때문이었고 다른 하나의 이유는 삼성전자의 갤럭시 스마트폰에 무선 충전기가 탑재된다는 기대감 때문이었습니다. (동사는 무선 충전기도 제조합니다.)

제가 전혀 예상치 못했던 이슈들로 주가가 오르니 기분은 좋았는데, 시장은 이렇듯 저보다 훨씬 디테일하고 똑똑하다는 점을 다시 가르쳐줬던 종목이었습니다.

방향은 맞췄지만 이유는 예상치 못했으니 돈은 벌었어도 50점 짜리 투자에 불과한 경험이었습니다.

주가는 24,000원을 찍고 급락하고 있습니다. 이유는 갤럭시S4 판매 부진 때문인데, 주가가 오를때는 당연히 스마트폰 때문에 올랐지만 스마트폰 이슈를 생각하지 않아도 매출처가 워낙 다변화 돼 있는데다 내재가치가 높아 최근 주가 하락은 과도한 측면이 있지 않나 생각하고 있습니다.

공통점


위 투자 사례들은 자랑하려고 쓴 사례가 아닙니다. 사실은 동양이엔피를 제외하면 투자 실패 사례에 가깝습니다.

손실 중 일때는 회사를 믿는답시고 장기투자를 했습니다. 일명 '강제장투'라고 하죠. 그리고 주가가 본전을 찾으면서 재빠르게 매도를 사작했습니다. 개미투자자의 전형적인 패턴을 제가 보이고 만 것 입니다. 

위에 소개드린 종목들은 단기간에 2루타를 친 종목도 있고 심지어 1년만에 3~4루타를 친 종목도 있습니다.

그러나 저는 저 종목들로 0.5루타도 달성하지 못했습니다. 이유는 뭘까요?

'인내와 믿음'이 부족했기 때문입니다. 회사에 대한 인내와 믿음이 아닙니다. 회사가 저에게 주식 사라 팔아라 한 적도 없고 위 회사 전부 임직원분들 모두가 정말 열심히 일하는 회사입니다. 

문제는 제 자신을 믿지 못했다는 것 입니다. 비슷한 이유로 투자 경력 7년만에 올해는 손절매라는 것도 꽤 많이 했습니다. 

나름의 무손절 100%이익 실현 신화가 깨진해 입니다. 2년 넘게 들고 있던 계양전기는 2,200원대에 손절매를 했더니 3,000원 가까이 치솟았습니다. 

익절을 했지만 몇 해전에도 미창석유를 45,000원대에 들고 있었는데 몇 년간 지지부진한 주가흐름에 백기를 들고 투항한 적이 있습니다. 제가 백기를 들자마자 주가는 90,000원까지 올랐습니다.

앞으로는 제 자신을 믿어보기로 했습니다. 한 기업을 매수하기 전에 최소 한달에서 세달 이상은 꼼꼼히 공부합니다. 그 이후엔 몇 년이고 주가 추이를 살피고 기업 정보를 누적합니다. 그렇게 믿고서 매수한 종목에 대한 믿음을 쉽게 잃어버릴 필요는 없다는 점을 배웠습니다. 스스로 납득할만한 상식에 근거해 투자한다면 요동치는 주가 따위는 잊어버리기로 했습니다. 

비 온 뒤에 땅이 굳는다 했는데 제 자신에 대한 믿음도 더 단단히 굳는 한 해가 됐으면 합니다. 글 읽으시는 분들 모두 성공 투자 하시길 빕니다. 

2013년 7월 22일
송종식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