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따라 이상하게 열정과 에너지가 넘치는 분들을 연달아 만났다. 오늘 무슨 날인가?
KB손해보험 긴급출동서비스
새벽 일찍 부산행을 하기 위해서 차량에 시동을 걸었다. 배터리가 방전되었다. 배터리를 교체한지 오래되어서 수명이 다 될때가 되었다고 판단되었다. 그래서 아예 배터리 교체를 해야겠다 싶었다.
내가 가입한 보험사인 KB손해보험의 긴급출동서비스를 이용하였다. 그런데 너무 이른 새벽이라 상담원 통화는 불가능하였다. AI 접수만 가능하였는데, 항목 중에서는 배터리 교체 항목은 없고 배터리 긴급 충전 항목만 있었다. 일단 그걸로 긴급출동서비스 신청을 하였다.
서비스 호출을 한지 10분도 되지 않아서 담당 직원분이 오셨다. 내 차량에 들어가는 사이즈의 배터리는 현재 재고가 없어서 충전만 가능하다고 했다.
차가 밀리기 전에 출발해서 부산까지 가야하는데 어쩌면 좋겠냐고 물었더니 어쩔 수 없지만 일단은 시동을 절대 끄지말고 부산까지 내려간 다음에 부산에서 배터리 교체를 하는 것이 좋겠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연신 너무 미안하다고 했다. 되레 내가 더 미안해질 정도였다. 그리고 새벽 이른 시간이었는데도 말과 행동에서 즐거운 에너지가 샘솟는 분이셨다.
뿐만 아니라 배터리 교체를 못 해준다는 미안함에 여러가지 지식과 상식도 알려주었다. 특히, 배터리 사진을 찍어두면 편리하다고 해서 내 차량에 장착된 배터리 사진을 찍어 두었다. 그리고 그분이 알려 준 상식과 사진으로 남겨둔 배터리 사진은 나중에 부산에 내려가서 큰 도움이 되었다.
만나며, 헤어지며 인사성도 너무 좋으셔서 나 역시 그분께 90도로 숙여가며 감사하다고 연신 감사하다고 하였다. 그분도 몇번이고 불러주셔서 고맙다고 인사를 하며 헤어졌다.
일단 나는 부산으로 출발을 하였다. 그런데 기름이 얼마 없었다. 시동을 걸고서 기름을 넣고 가야했지만, 주유소에 도착하자마자 나는 무의식중에 차량의 시동을 꺼 버렸다. '아차!' 싶었다. 곧장 다시 시동을 넣어봤지만 역시나 배터리 방전으로 시동이 걸리지 않았다.
일단 기름을 넣으면서 다시 KB손보 긴급서비스를 호출하였다. 호출하자마자 곧장 방금 그분이 다시 오셨다. 내가 실수로 시동을 꺼 버렸다고, 너무 죄송하다고 하자. 그분은 넘치는 에너지와 밝은 표정으로 괜찮다고 했다. 인사성도 좋으시고 친절하셨고, 에너지가 너무 넘치셔서 나 역시 절로 흥이났다.
기름도 다 넣었고 배터리 긴급충전도 했다. 그리고 긴급출동서비스 기사분과도 다시 헤어짐의 인사를 했다. 서로 너무 인사성이 좋아서 계속 발을 떼지 못하며 돌아보고 인사하고 돌아보고 인사하고 했다. 상황이 조금 웃겻다.
그분이 자기가 몰고 온 차량에 타면서, 이렇게 인사를 하길래 깜짝 놀랐다.
"부산 잘 다녀오십시오 형님. 또 뵙겠습니다! 고맙습니다!"
'고객님'도 아니고 '형님'이라는 표현에 정말 너무 깜짝 놀랐다. 그리고 '또 뵙자'는 표현도 놀랐다. 가만히 생각해보니 이 일을 시작하신지 얼마 안되시는 것 같았다. 새롭게 구한 직장이라 그런지 더 흥에 겨워서 일하시는 것 같았다. 그분이 부디 지금과 같은 초심을 잃지 않으셨으면 좋겠다. 그리고 또 그렇게 자기 일에 진심이고 최선을 다해서 잘 해보고자 하시는 분들께 갑질하는 손님도 없었으면 싶은 마음이 있었다.
KB손해보험 마두동 주택가 담당하시는 긴급출동 기사님, 정말 친절함과 열정에 존경심이 들고 나도 힘이 났다. 이 정도 싹싹함과 친절함 그리고 인사성과 열정을 갖고 계신 분이니 꼭 잘 되실거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꼭 잘 되시면 좋겠다.
롯데백화점 부산 동래점 지하 1층 빵집
베이커리 이름이 잘 기억이 안나는데 조금 큰 빵집이 있었다. 케이크도 팔고, 빵도 팔고, 아이스크림도 파는 곳이었다.
아이스크림을 하나 사서 먹고 나가려고 했다. 테이블이 만석이었다. 구석에 의자없는 테이블이 하나 있길래 나는 그 테이블에 짐을 풀고 무릎앉아를 한 채로 아이스크림을 먹었다.
나는 어릴 때 부터 잡초처럼 자랐다. 그래서 길바닥 어디에 던져 놓고 잠을 자라고 해도 잘 자고, 개밥을 던져줘도 맛있게 잘 먹는다. 그래서 별로 환경에 대한 불평이나 불만은 없다. 그래서 테이블이 있음에 감사하고 의자가 없는 건 전혀 개의치 않고 맛있게 아이스크림을 먹고 있었다.
그때, 우리 어머니 또래 정도 되시는 직원 분 께서 유아들이 앉을 때 쓰는 높은 의자를 갖다 주셨다. 꽤 무거울 텐데 그걸 어디선가 들고 오신 것이다.
"불편하실텐데 여기라도 앉아서 드셔요. 의자가 모자라서 정말 죄송합니다."
에? 나는 의자가 없어도 상관없는데 굳이 이렇게 애써서 챙겨 주셔서 감사했다. 유아용 의자라 높기도 하고 내가 앉으면 모양새가 우스꽝스러울 것 같긴 했지만 그래도 가져다 주신 분의 정성을 생각해서 거기 앉아서 또 아이스크림을 맛있게 냠냠 먹고 있었다.
이번에는 같은 빵집의 젊은 남자분이 어디선가 의자를 구해 오셨다. 아 나는 정말 괜찮은데 그렇게까지 해주셔서 너무 감사하고 미안했다. 게다가 그 빵집은 작은 빵집도 아니었고 손님도 많았다.
직원분들의 세심한 배려와 열정에 감탄했다.
나는 의자를 갖고 온 젊은 남자 직원분께 말했다.
"이렇게까지 안 챙겨 주셔도 되는데요. 힘드실텐데. 어쨌든 정말 감사합니다."
내가 이렇게 인사를 건넸더니 오히려 이런 대답이 돌아왔다.
"(활짝 웃으면서) 아닙니다. 제가 원래 해야할 일인걸요."
베이커리 직원분들 업무에 멀리에 있는 의자를 구해서 손님 앉으시라고 가져다 주는 업무가 있는 줄 모르겠다. 하지만 말이라도 그렇게 하니 정말 멋있어 보였다. 굳이 누가 정해 준 일이 아니라도 그렇게 선도적으로 일을 찾아서 하는 모습도 보기 좋았다. 자신이 하는 일에서 진심이 느껴졌다.
롯데백화점 동래점 지하 1층 빵집 이름이 기억은 안나지만 거기서 일하는 분들의 밝고 환한 표정과, 넘치는 에너지, 그리고 손님에 대한 세심한 배려와 말 한마디도 따뜻하게 할 줄 아는 태도를 보고 나도 많이 배웠다.
부산 총알밧데리
기름을 빵빵하게 넣고 부산까지 달렸다. 휴게소에서도 시동을 끄지 않은 채 부산까지 여차저차 도착했다. 일단 부산 여기저기에서 볼일을 보고 호텔에 도착했다. 비로소 마음놓고 시동을 껐다. 430km를 넘게 달려와서 처음으로 시동을 끈 것이다. 그리고 배터리 교체가 가능한 업체를 몇 군데 찾다가 '총알밧데리'라는 상호를 달고 영업하는 곳을 찾았다.
전화를 걸었다. 현재 다른 곳에서 작업 중이라 오는데 시간이 좀 걸린다고 했다. 나는 괜찮다고 했다. 내가 있는 곳 까지 거리가 꽤 먼 곳인데도 출장이 가능하고 심지어 24시간 언제든 올 수 있다고 했다. 그리고 부산 어디에서 부르든지 출장비도 안 받는다고 했다. 그게 업계룰인지는 모르겠다. 어쨌든 전화 통화를 하면서 자신감과 친절함이 좋아서 바로 여기에서 배터리를 교체하기로 했다.
객실에서 쉬고 있는데 배터리 사장님에게서 연락이 왔다. 지하 주차장에 도착했다고 한다. 내려갔다. 통화로도 느꼈지만 에너지와 열정이 넘치는 분이었다. 내 차에서 먼지가 소복히 쌓인 늙은 배터리를 빼내고 새로운 배터리를 넣어 교체했다.
배터리 교체 과정은 오래 걸리지 않았지만 그 이후에 티키타카를 더 많이 했다. 배터리 관리에 관한 팁을 들었고, 차량 관리와 관련된 팁도 들었다. 그리고 나는 수도권에서의 생활을 이야기 해 주었다. 그 분은 부산여행을 할거면 뻔한 해운대 같은 곳 말고 영도에 한번 가보는 것을 추천했다.
|
배터리 사장님의 추천으로 다녀 온 영도, 영도에서 바라 본 바다 <사진 : 송종식> |
그런식으로 즐거운 이야기를 끝내고 서로 헤어졌다. 자기가 하는 일에 자부심도 넘치는 분이었을 뿐 더러, 배터리 교체를 하면서 가격에 대한 부분도 정직하게 제 값을 받으셨다.
어차피 요즘은 인터넷으로 검색하면 관련 정보와 시세들이 주르륵 나오니 값을 후려치거나 사기치기도 힘든 시대다. 그러나 그런 시대임에도 불구하고 어느 분야나 소비자들의 눈탱이를 치려는 사람들이 적지않다. 그러나 이분은 약속 시간도 잘 지키셨고, 작업도 최선을 다해서 해주셨고, 비용도 정직하게 받으셨다.
부산에서 배터리가 방전돼 교체가 필요하다면 '총알밧데리'를 추천한다. 전화번호는 010-3084-4748이다. 전화 한통이면 어디든지 출장을 온다. 절대로 광고가 아니다. 이 블로그에 누가 광고를 하겠나. 그리고 광고도 필요없는 업종이다. 그냥 내돈주고 내가 고친 부품이고, 워낙 일처리를 잘 해주셔서 다른 분들게도 꼭 추천하고 싶었다. 나도 이분처럼 내 일에 최선을 다 해야겠다 싶었다.
어떤 도로에서
예전에 어떤 포스팅에서도 썼지만 나는 운전할 때건 언제건 내 인생을 쥐고 흔드는 정도의 것이 아니면 대부분 남에게 먼저 양보를 한다. 특히, 운전할 때는 항상 남을 먼저 보내주고, 내가 나중에 가자는 마인드로 운전을 한다.
그리고 경적도 거의 쓰지 않는다. 남에게 작은 불쾌감을 주거나 두려움을 주는 행위를 극도로 조심한다. 바꿔 말하면 내가 그런 대접을 받고 싶지 않아서다.
그런데, 많은 운전자들을 보면 그렇지 않다. 마음이 급하고, 먼저 가려고 하고, 사정없이 경적을 휘갈긴다. 진짜 무슨 번갯불에 콩을 구워 먹나 싶을 정도로 도로위에서 마음 급하고 난폭한 사람들이 많다. 그래서 보통은 다른 차량에서 느끼는 양보심이나 배려심이 거의 없다. 보통 차량 10대 중 1대 있을까 말까?
그런데 오늘은 좀 재미있는 경험을 했다.
갓길에 불법 주정차 차량들이 있었고 저쪽 도로 끝까지 가기 위해서는 차량 한대가 겨우 지나가는 길을 지나야 했다.
내가 그 도로에 진입하려고 하자 저쪽에서도 마침 차량이 들어왔다.
이런 경우에 보통 나는 앞에 나타난 차가 먼저 지나가라고 내가 좀 기다리며 양보를 해준다. 이럴 때 내 뒤에 따라오는 차는 대부분 나를 추월해서 비좁은 길로 진입하다가 마주오는 차와 마주보고는 오도가도 못하거나 다시 후진을 하게 된다. 아니면 상대 차량을 밀어 부쳐서 후진을 하게 만들거나. 그런 상황들이 정말 별로다.
어쨌든 저기 마주 오는 차도 양보심이 장난 아니다. 나보고 먼저 지나가라고 기다리고 서 있는 게 아닌가. 살아 생전 이런 차는 나 말고 처음봤다.
서로 한참을 기다렸다. 그 차량도 나를 배려한다고 안 움직이고, 나도 저쪽을 배려한다고 안 움직였다. 서로 움직이지 않는 재미있는 현상이 생겼다. 누가누가 양보를 잘 하나 버텨보기로 했다. 그런데 그 차량도 만만치 않았다.
10초가 넘어가자 이건 안되겠다 싶어서 내가 먼저 도로에 진입했다. 그리고 그 차가 가까이 오자 나는 손을 흔들고, 비상등을 켜서 감사 표시를 했다. 세상에 나보다 더 양보를 잘 하는 차를 보았다. 운전을 10년 넘게 하면서 처음 마주한 현상이다.
오늘은 새벽부터 저녁까지 에너지가 넘치고, 인사성이 좋으며, 친절하고 배려심 넘치는 태도 좋은 분들을 잔뜩 마주했다.
오늘 마주한 분들의 태도라면 나중에 무얼해도 잘 되시지 않을까 싶었다.
나도 오늘 하루 만나뵌 분들에게서 많이 배웠다. 내가 요즘 태도 타령을 많이 하는데, 나 역시 태도 부분에서 더 성장해야 하는 부문이 많다. 그래서 내 스스로를 먼저 돌아보며 반성하고 내 잘못된 태도들을 점검하며 상기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