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9월 21일 화요일

국민지원금에 대한 사람들의 불만이 많은 이유


며칠 전 국민지원금 지급 대상자가 발표되었다. 대상자 발표 후 즉시 사람들의 반발이 일어났다. 지급 계획을 잡을 때 부터 계속 잡음이 많았는데, 결국에는 사람들의 불만이 터져 나온 것이다.

정책을 설계할 때는 인간의 본성을 크게 거슬러서는 안된다. 인간은 평등을 지향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남보다 더 나은 삶을 살기를 기대하는 아주 복잡한 심리를 가지고 있다. 떡고물을 나눠주는 정책은 이런 큰틀에서 짜야한다고 생각한다.

상책


국민지원금 지급 정책과 관련해서 가장 상책은 애초에 아무 의미도 없고 막대한 세금만 잡아 먹는 이와 같은 현금 살포 이벤트를 기획하지 않는 것이다. 1인당 25만 원이면 소고기 한번 사먹으면 끝인 돈이다. 그렇다고 저소득 계층의 삶의 질을 끌어 올릴 수 있는 유의미한 금액도 아니다. 명절 용돈 수준의 금액을 지급하면서 막대한 업무낭비와 세금낭비만 하게되었다.

중책


코로나19로 가장 큰 피해를 입은 사람을 정밀하게 선별하여 그분들에게만 의미있는 금액을 지급하는 방법이다. 여기서 나올 수 있는 부작용은 다음과 같다. 1) 어떤 사람이 얼마나 큰 피해를 입었는지 어떻게 증명할 것인가, 2) 그것을 증명하는 과정에서 들어가는 추가적인 비용의 발생은 어떻게 감당할 것인가? 3) 소수에게만 지급되는 금액이 의외로 큰 경우에 나머지 대다수 국민들에게서 터져나올 불만은 어떻게 감당할 것인가? 4) 자격 없는 사람의 이름을 올려서 부정수급 하는 것을 어떻게 막을 것인가?

1)번은 간단하게 처리할 수도 있다. 각 구청이나 동사무소에서 재난지원금 신청/지급 창구를 만들고 코로나 방역 이후 통장에 입금 되는 금액이 현저히 줄어든 경우, 실제 코로나로 인해서 폐업을 했거나 직장을 잃은 경우로 한정해서 확실하고 깔끔한 인증을 받아 각 지자체에서 자료를 취합하면 된다.

2)번은 이번에 국민지원금 지급 대상자 발표 이후에 밀려드는 이의제기의 양을 보면 차라리 이쪽이 추가적인 비용과 리소스의 낭비가 적을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3) 국민 중위소득(월 소득)을 크게 넘어가지 않는 선의 금액을 지급한다. 그 이상 넘어가면 부작용이 생긴다.

4) 대상자 심사, 금액 지급과 관련한 이중교차, 삼중교차 검증 그리고 상호 감시 작업이 필요는 할 것이다.

국민들 대다수가 보기에 "저 사람들은 정말 줘야해. 저 사람들에 비하면 나는 그래도 낫지"라고 할만한 정말로 어려워진 사람들이 대상이어야 한다.

하책


모든 국민들에게 일률적으로 20만 원씩 깔끔하게 지급하고 끝내는 방법이다. 국민지원금 지급 과정에서 발생하는 공무인력과 예산 낭비가 차라리 획기적으로 줄어들었을 것이다. 또한, 누구는 받고 누구는 못 받는다는 볼멘소리도 별로 나오지 않았을 것이다.

다만, 다음 정부가 질 재정부담은 또 다시 늘어날 것이다.

부자가 아닌데 왜 안 주냐고 불만이 터져나오는 이유


'가진 자산도 없고 부자도 아닌데, 나는 왜 못 받냐'라고 여기저기서 불만이 터져나오고 있다.

이 부분은 너무나 간단한 부분을 정책 설계 과정에서 놓쳤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정말 너무나 간단한데 왜 놓친 것인지 모르겠다.

현재 국민지원금 지급 대상자 필터링 아이템의 조건은 다음과 같다.

'소득 OR 자산'

이 조건의 연산자를 딱 하나만 바꾸면 되는 문제였다.

'소득 AND 자산'

소득과 자산을 OR 조건으로 대상자를 선별하니, 소득은 있지만 자산이 없는 사람에게서 불만이 터져나오고 자산은 있지만 소득이 없는 사람들에게서 불만이 터져 나오는 것이다.

특히, 대기업에 다니는 1인 가구 중에 흙수저 직장인들은 이번 지급 대상자에서 거의 대부분 탈락하였다. 이 계층의 불만이 상당히 높다. 그럴 수 밖에 없도록 정책 설계가 되었다. 소득도 상위 12%이면서 자산 보유액 상위 12%인 경우에 한정해서 지급 대상자를 제외했다면 불만은 상당히 줄어 들었을지도 모르겠다. 그분들은 정말로 25만 원 정도야 안 받아도 그만이고, 차라리 더 열심히 해서 더 위로 치고 올라간다는 에너지로 살아가실 분들이니.

물론, 자산이 없더라도 보험료 조건에서 걸린 분들은 소득 기준으로는 대한민국 상위 12%안에 들어가는 분들이 맞을 것이다. 우리나라가 의외로 양극화가 심하다. 사람들의 눈은 높지만 실제로 상위 12% 안에 들어갈 수 있는 월급 수준은 우리 눈높이보다 낮다. 1인 가구 기준으로 월 400만 원대 중반의 월급을 받으면 이 계층에 들어간다. 우리 눈은 상위 1%, 0.1%에 맞춰져 있으니 납득을 못하는 부분이 생기는 것이다. 상위로 올라갈수록 소득 수준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니 이해는 간다. 그러나 국민 절반이 겨우 최저임금 수준의 돈을 벌고 있는 것도 인정은 해야하는 부분이다.

어쨌든 공히 주지 않아도 될 돈을 준다고 법썩을 떨면서, 국민들을 편을 갈라서 싸우게 만드는 이런 정책들은 차라리 만들지도 행하지도 말아야 됐다. 그것이 가장 상책이었다.


댓글 8개:

  1. 돈 쓰고도 욕 먹는 정말 희한한 일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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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엄밀하게는 납세자들의 돈으로 조삼모사하는 느낌을 지울 수 없고, 또 후임 정부의 부담을 현 정부가 끌어다 인심사는 전략으로 보이지만, 어쨌든 말씀하신대로 안타까운 마음이 있기는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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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정말 어쩌자는 건가 싶습니다. 이제 국민들도 그저 돈 준다고 기뻐하는 멍청한 수준은 아닌데 분명히 다 세금이고 나라빚이라는걸 아는 사람들인데 단순히 돈 주고 입막겠다는 1차적인 생각은 오히려 국민들 수준을 무시하는게 아닌가 싶을 정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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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그러게요. 돈으로 뭔가 자꾸만 해보려는 것도 그렇고, 국민들 상대로 사용하는 언어도 그렇고 너무 국민들 수준을 무시하는 태도가 바닥에 깔린 게 느껴지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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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재난 지원금이라고 쓰긴 썼지만 다른 의미로 읽히는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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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아무래도 자꾸 그런 생각이 들 수 밖에 없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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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상위 12%? 분들에겐 25만원대신 자부심을 드립니다라는 말도 웃겼었습니다 ㅎㅎ
    자부심 25만원에 팔고 싶네요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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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그 이야기 기억 나네요. 그거 듣고 저도 헛웃음만 나오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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