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12월 27일 일요일

2020년을 마무리 하며 (부제 : 함께해서 신기했고 다시는 만나지 말자)

2020년은 신기한 일이 줄줄이 벌어졌습니다. 먼 훗날 꺼내보기 위해서 경자년을 떠나 보내며 기억에 남는 것들을 기록으로 남겨둡니다.

전 인류가 같은 정서를 공유하다


세상에는 다양한 민족과 인종이 있습니다. 그들은 저마다 각기 다른 문화와 정서를 갖고 있습니다. 아주 작은나라에서도 지역마다 공유하는 정서의 결이 다 조금씩 다릅니다. 의외로 전 인류가 공통으로 갖고 있는 정서의 결은 많지 않습니다.

2020년에는 코로나 덕분에(?) 전 세계인이 비슷한 결을 갖는 정서를 공유하게 됐습니다. 순식간에 전세계로 번진 코로나19 바이러스는 전세계인의 삶에 엄청난 영향을 미쳤습니다. 이것은 현재를 살아가는 전 인류의 가슴에 깊이 새겨진 큰 사건입니다. 시간이 흐르고 먼 훗날, 세계인 누구를 만나더라도 2020년의 팬데믹을 주제로 올해를 추억하며(?) 이런 저런 이야기 나눌 수 있을거라는 생각도 듭니다.

유럽이나 동남아 모처에서 배낭가방을 메고 여행을 하다가, 여행 중 우연히 만난 외국인 친구와 올해를 추억하며 나누는 코로나 관련 담소가 탁자 위의 안줏거리로 전락하길 희망합니다.

우울과 회색으로 기록될 2020년


많은 지구인에게 2020년은 우울과 잿빛으로 기억될 것입니다. 이동이 제한 당하고 개인의 자유와 행동에 많은 제약이 따랐습니다. 세계 여행이 멈추고, 사람들과 교류도 멈춰버렸습니다. 모여서 웃고 떠들던 시기는 동화 속 이야기처럼 느껴지고 이제는 각자도생과 독거의 삶을 산지도 일년이 돼 갑니다. 마스크 없이 자유롭게 웃고 떠들던 시기가 그립습니다. 그래서 마스크를 안 쓰던 시절에 만들어진 영상물을 찾아서 돌려 보기도 했습니다.

아이러니하게도 한반도의 날씨는 평소보다 좋았습니다. 우리들의 마음은 잿빛이었지만 말입니다. 지구의 치유를 알리려는 듯 유독 파란 하늘을 볼 수 있는 날이 많았습니다. 공기도 깨끗했습니다. 여름에 부는 동남풍의 덕도 있었겠지만, 코로나 덕분에 중국의 공장들이 멈추면서 생긴 현상입니다. 우울해 하는 사람들을 위로해 준 유일한 요소가 날씨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어쨌든 2020년은 우울과 잿빛으로 역사에 기록될 것입니다

전 인류가 집단적으로 이토록 우울했던 시기는 세계대전 이후로 없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2020년 원더키디.. 얼마나 실현됐나?


2020년이 되고 상징적으로 끌어오는 만화영화가 있습니다. 사람들 입에 많이 오르내리는 '2020년 우주의 원더키디'입니다.

2020년 원더키디의 시간적 배경은 서기 2020년이었습니다. 저 만화가 방영하던 당시에 저는 너무 어렸습니다. 그래서 만화의 전반적인 세계관이나 스토리는 이해도 못했습니다. 지금도 만화 내용은 기억도 잘 안납니다. 뭔가 인공지능 로봇들과 총 싸움을 하고, 날아다니는 로봇(AI가 결합된 플라잉카의 미래버전?) 같은 걸 타고 다니고, 지구 밖으로 나가서 사는 사람들이 이끌어 가는 이야기라는 정도의 기억은 남아 있습니다.

기억이 가물가물해서 다시 찾아보았습니다. 어린이의 눈으로 볼 때와 어른의 눈으로 볼 때 다가오는 게 많이 다릅니다. 그리고 30여년 전 사람들이 생각한 게 지금은 얼마나 실현됐는지 현재와 비교해 보는 것도 재미있습니다.

[2020년에 보는 2020 우주의 원더키디]

사회가 나아가는 방향을 보면 만화에서 이야기하는 큰 방향성은 얼추 맞는 것 같습니다. 현실도 그 방향성대로 어느 정도는 가고 있습니다. 환경오염, 우주개발, AI로봇의 등장 등. 다만, 디테일하게 보면 만화가 현실보다 한참 앞서 있습니다.

현재 우리는 아직 지구밖으로 이주를 못했습니다. 이제야 재활용 로켓이 시험 발사 단계에 성공했고, 지구 대기권 여행 상품이 출시되는 수준입니다.

만화에서는 태양계 밖에 있는 행성을 발견해서 이주를 시도하고 있습니다. 만화에서도 아직 아주 멀리는 못 나갔지만 우리의 현실은 그 보다 훨씬 덜 나아간 수준입니다. 우리는 태양계 밖은 커녕 달이나 화성에도 아직 인류를 이주 시키지 못하고 있습니다. 부지런히 우주에 대한 연구와 도전이 일어나고 있는 만큼 언젠가는 가능하리라 봅니다.

인공지능 플라잉 로봇이 나오는데, 저건 몇년만 더 있으면 비슷하게 구현한 제품이 나올 것 같기는 합니다.

만화는 인공지능을 탑재한 로봇들이 각성하여, 새로이 발견한 행성에서 인류와 다투는 내용입니다. 지금도 얼마든지 충분히 벌어질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커다란 스크린이 달린 기계로 사람들이 어디서나 자유롭게 통신하는 건 지금 스마트폰을 보면 어느 정도 현실화 된 모습입니다.

이런 거대 담론은 차치하고라도 누가 2020년에 이런 신기한 일들이 일어날 줄 예상이나 했을까요? 마스크를 쓰지 않은 사람은 버스를 탈 수 없고, 공항이용객은 전년보다 99%나 감소하여 해외여행도 자유롭게 못하게 되는 날이 오게 될 줄 말이죠.

금융시장에선 어떤 일도 일어날 수 있다는 교훈을 새삼 되새깁니다. 그러므로 안전마진은 중요합니다. '무조건 상방으로 고!'만 외칠게 아니라, 일어날 수 있는 다양한 시나리오를 염두에 두고 투자를 해야하지 않나 생각합니다.

주식시장, 10년 경험치를 1년만에!


올해 주식 시장은 엄청난 기록들을 쏟아냈습니다. 기록적인 대폭락과 개인 투자자들의 엄청난 힘 그리고 유동성을 바탕으로 한 끝없는 강세장. 아주 카멜레온 같은 시장이었습니다. 주식 투자를 20~30년 해 온 선배 투자가들도 겪어본 적 없는 신기한 시장이라고 합니다.

저도 주변에 그런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10년치 시장을 1년간 압축한 시장'이라고요.

최근 1년여간의 코스피 지수(위)와 코스닥 지수(아래)의 흐름 <자료 : 삼성증권 MTS>

올해 3월 시장폭락을 계기로 시장에 진입한 개인투자자들이 엄청나게 많습니다. 그들이 압축된 10년치 시장을 경험한 것은 아니라는 생각을 조심스레 해봅니다. 아주 짧은 시간 차이이지만 적어도 올해 시장 폭락 전, 그러니까 1월이나 2월부터 주식 투자를 시작한 사람은 정말 단기간에 아주 많은 것을 경험하고 배웠을 시장이라고 생각합니다.

1월부터 3월까지 박스권 시장, 그리고 3월의 시장 대폭락, 4월부터 12월까지 끝도 없이 상승하는 시장. 그리고 상승하면서 중간 중간의 가격 조정. 올해 1월이나 2월에 주식투자를 시작한 분들은 앞선 선배 투자자들이 몇년동안 경험하고 배웠던 것들을 단기간에 체득하였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시장에서 퇴출되지 않고 살아남았다면 그 누구도, 그 어떤 책에서도 줄 수 없는 좋은 교육을 받은 것입니다. 돈으로 바꿀 수 없는 귀한 경험이라고 생각합니다.

단, 우려되는 것은 3월 저점과 여름 사이에 시장에 입성한 분들입니다. 이들은 오로지 상승장만 경험을 했습니다. '미국 주식은 무조건 오른다'고 맹신하는 것 만큼이나 이들이 경험한 '유동성 덕분에 주식 시장이 무너질 일은 없다'라고 믿는 것 또한 매우 위험한 발상입니다.

3월 폭락 후, 자산 시장 급등


경기부양을 위해 각국은 무섭게 돈을 풀어댔습니다. 팽창된 유동성은 거의 모든 자산의 가격을 끌어올렸습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부동산 공급 부족까지 맞물려서 부동산은 기형적인 상승을 이어갔습니다. 부동산 투자에 대한 규제가 심해지자 주식시장으로 뭉칫돈이 넘어왔습니다. 그러면서 주식 시장도 사상 최초로 2,800포인트를 돌파하는 등 멋진 상승세를 연출했습니다.

이외에도 유동성은 투자할 수 있는 대상 곳곳으로 돌아다녔습니다. 코인들도 돌아가면서 펌핑을 하고 있습니다. 시장에서 3~4년 가까이 소외되어 있던 저PBR주들까지 가격이 널뛰고 있습니다.

이전과는 정반대의 실물시장과 금융시장간 괴리


최근의 크고 작은 시장 붕괴는 주로 금융 시장 혼자 발작을 일으킨 경우가 많았습니다. IT버블도 그랬고, 2008년의 서브프라임모기지 사태로 인한 시장 붕괴가 그랬습니다. 그리고 짧은 주기로 등장하는 단기적인 시장의 가격 조정도 그랬습니다.

주식시장이 실물시장에 미미하게 영향을 미치기는 했어도, 대부분 주식시장이나 금융시장에 참여하는 사람들만 고통을 느꼈습니다. 시장에 참여하지 않는 사람들은 외외로 금융위기를 느끼지도 못하고 덤덤하게 지나간 경우가 많았습니다.

2008년 글로벌 주식 시장 붕괴 때, 우리나라 사람들도 그랬습니다. 주식 투자를 하는 사람들만 괴로워했습니다. 의외로 직장인들은 직장에 잘 다녔고, 자영업자들도 무리 없이 장사를 잘 했습니다.

그러나 이번에는 그 양상이 완전히 뒤바뀌어 나타났습니다.

팬데믹으로 사람들의 이동이 멈췄습니다. 필수소비재와 음식료에 대한 소비축은 온라인으로 이동하였습니다. 오프라인에서 장사하는 많은 사람들이 고통으로 신음하고 있습니다. 서울 시내 주요 상권도 마비되고 멈춰버렸습니다. 자영업자의 폐업이 속출하고 있습니다. 여행/항공 등 몇몇 섹터는 섹터 자체가 고사 위기에 처해있습니다. 일자리를 잃고, 갈 곳이 없는 젊은 여성들의 자살이 급증하고 있습니다.

이번에는 확실히 실물 경제가 타격을 받고 있습니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우리나라를 비롯한 전세계의 주식시장은 연일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각국 정부가 팬데믹으로 인해 경제가 붕괴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 대량으로 돈을 살포해서 그렇습니다. 소비심리와 실물경제가 살아나라고 돈을 살포했더니 소비 진작은 큰 효과를 얻지 못하고 있습니다. 자산 시장만 팽창되는 부작용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시장에 유동성이 넘쳐나니 주식, 부동산, 원자재 할 것 없이 가격이 급등하였습니다. 특히, 우리나라에서는 주식과 부동산 등 소위 '지대지분과 생산수단'으로 인식되는 모든 자산의 가격이 폭등하였습니다.

이번에는 과거와 반대로 주식시장과 금융시장에 참여중인 사람들은 환호를 외칠만한 한해였습니다. 그러나 실물경제에 참여중인 사람들은 대기업 직장인을 제외하고 모두가 벼랑끝에 몰려있는 상황입니다.

빚투(빚내서 투자)에 대해 생각할 점


투자를 해놓고 자고 일어나면 계좌 잔고가 불어나 있다고 '돈 복사기'라는 단어도 우스갯소리로 많이 회자가 되었습니다. 그만큼 돈의 값어치는 빠르게 떨어지고 그에 대비해서 자산 가격은 빠르게 치솟았습니다. 단지 급여 생활자들의 급여만 오르지 않고 있죠. 

상황이 이러하다보니 너도나도 자산 투자 시장에 뛰어들었습니다. 주식 투자에 대해서 부정적인 시각이 짙었던 우리나라 사람들이지만 올해는 달랐습니다. 길거리 어디를 가나 주식 투자 이야기를 하는 사람들로 넘쳐났습니다. 부동산 역시 투자 열풍이 대단했습니다.

시드(투자 여력이 있는 자금)가 부족한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영끌'도 유행했습니다. 말 그대로 영혼까지 남의 돈을 끌어다 투자한다는 것인데, 가용가능한 가족의 돈은 물론이고 사용할 수 있는 대출도 총동원해서 부동산을 매입한 청년들도 어마어마하게 많았습니다.

저는 일단 투자를 하는 것에 대해서는 매우 찬성입니다. 그러나 제가 언제나 언급하듯 '패닉셀', '패닉바잉'은 절대로 하면 안됩니다. 그저 시세가 오른다고 우르르 몰려가서 따라사고, 가격이 떨어진다고 공포감에 팔아버리면 투자를 통해서 좋은 결과를 얻기 힘듭니다.

자산의 가격이 계속 오르고, 남들은 돈을 버는데 나 혼자만 뒤쳐지는 것 같아서 급한 마음에 아무거나 샀다면 머지 않아서 꽤 고생을 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일단 서울의 아파트 가격은 장기적으로 우상향한다고 치더라도, 자산의 가격이 조정기에 돌입해서 4~5년을 하락하거나 횡보해도 버틸 수 있는 체력이 있어야 합니다. 만약 단기 상투를 잡았는데, 갑자기 대출 금리가 오르기 시작하고 아파트 가격이 지금부터 4~5년간 횡보를 한다면 이자와 세금을 내면서 버틸 수 있는지를 먼저 고려해야합니다. 지금 좋다고 항상 좋은 상황만 펼쳐지는 건 아닙니다. 

금융시장에서는 별의 별일도 다 일어날 수 있으니, 항상 안전마진과 여유를 갖고 있어야 합니다. 또 대자산가가 아니라면 진입시점도 고려해야 합니다. 마켓타이밍을 잴 수는 없지만 시장의 분위기는 파악을 할 수 있습니다. 남들이 부동산으로 고통을 받을 때 매입하는 것이 남들이 다 환호를 외칠 때 사는 것 보다는 나을 것입니다. 다소간 가격이 오른 상태라도 그게 낫습니다.

그리고 레버리지는 가급적 쓰지 않는게 좋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넉넉한 현금부자가 아니라면 부동산 투자는 레버리지를 동원해야 하는 측면이 있지만 주식투자자는 레버리지를 쓰면 그 끝이 대부분 안 좋습니다.

특히, 내 의지와 다르게 강제로 반대매매를 당할 수 있는 자금은 절대로 쓰면 안됩니다. 이왕 꼭 써야하는 레버리지라면 좋은 레버리지를 써야 합니다. 주식담보대출보다는 주택담보대출을 활용하는 것이 좋습니다. 거치기간이 길고, 안 좋은 시기에도 강제로 내 주식을 처분할 수 있는 권한이 없는 자금이어야 합니다. 그리고 그 마저도 비중을 50% 이내로 제한해서 쓰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개인적인 투자 복기


신기한 일이 많았던 2020년을 전반적으로 돌아보았습니다. 이제 투자와 관련해서 개인적인 생각과 복기를 간단하게 남겨두겠습니다. 

폭락에 흔들리지 않은점


3월 폭락장에 심리적으로 흔들리지 않은 것은 돌아보면 잘했던 것입니다. 그리고 여분의 현금을 모두 투입하여 주식 100% 비중을 유지하였습니다. 그 상태에서 폭락장을 잘 흘려보낸 것도 결과론적으로는 잘 한 것입니다. 폭락장이 올 때마다 제 블로그에서 하도 말씀드려서 이제는 특별할 것도 없습니다. 하락장이나 폭락장에 감정 동요없이 행동하는 것은 이미 오래전부터 잘 수행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그것만으로 올해 제가 발전했다고 여기기는 힘듭니다. 더 나은 투자자로 성장하고 투자를 더욱 잘 영위하려면 그 이상의 플러스 알파가 필요합니다.

시장에서 너무 빨리 내린 것


올해 가장 큰 실수는 시장에서 빨리 내린 것입니다. 물론 모든 비중을 내린것은 아닙니다. 늦봄부터 주식 비중을 조금씩 축소하기 시작해서 현금 비중을 30~40%정도 유지하였습니다. 마켓타이밍을 재기 위함이 아니라 보유하고 있는 종목 중 부담되는 것을 줄이고, 사고 싶은 종목은 별로 보이지 않아서 그랬습니다.

기업들의 실적이 이렇게나 좋을지 모르고 시장이 적정 수준으로 돌아왔다고 생각한 것은 저의 오만함과 착각에 불과했습니다. 또한, 막강한 유동성의 힘을 눈으로 보고도 믿지 않고 무시하였습니다.

아직 올해 마지막 거래일이 4일 정도 남았습니다만, 현재까지 수익률 정산을 하니 올해 수익률은 29%~30% 사이 정도가 될 것 같습니다. 코스닥 지수에 크게 뒤쳐져서 남사스러운 수준입니다만, 기록차원에서 남겨둡니다.

결과론적으로 보면 너무 일찍 현금 비중을 높이는 바람에 강세장을 100% 누리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과정론으로 보면 리스크 관리를 하면서 이 정도 수익을 올린것에 만족합니다.

하락장과 폭락장에서는 심리적으로 아무렇지도 않고 그 시기를 덤덤하게 잘 보내는데, 반대로 강세장이 지속할 때는 밸류에이션 부담이 높아졌다고 판단되는 종목을 빨리 팔고 내리는 경향이 있습니다. 보통은 저평가에 매입한 주가가 차곡차곡 상승해서 약간의 오버밸류 상태를 유지하더라도 기업의 성장성이 살아있고 미래가 여전히 밝다면 팔지 않고 보유를 하는 편입니다. 

그러나 올해는 오버밸류 상태에서도 유독 순간적으로 급등하는 종목들이 많았습니다. 순식간에 상한가 근처에 갔다가 이내 윗꼬리를 길게 달고 내려오는 패턴이 워낙 많아서 이런 경우에는 비중을 조금 축소하는 것으로 대응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이런 현상 조차도 초월해서 조금 더 끌고 나갈 수 있어야 더 멋진 투자자로 성장할 수 있을테니 더 훈련이 필요한 부분입니다.

물론 이 역시 결과론적 발언이고, 자칫 마켓타이밍을 재는 시도를 하려할 수 있으며, 적정가에서 오버하면 매도한다는 원칙을 깰 가능성이 있습니다. 여러가지 딜레마가 수반되는 부분이므로 더 궁리하고 연구를 해 보아야 할 것 같습니다.

만약에, 거품까지 다 취하겠다고 원칙을 깨고 오버밸류 된 상태에서 끝까지 홀딩을 하였는데 시장이 폭락하여 수익률이 +200%에서 -10%로 반전되면 그때는 또 다른 이야기를 하게 되겠지요. 그래서 투자가 어려운 것 같습니다. 기업과 반영구적으로 함께 성장할지, 소위 시세를 줄 때 수익실현하고 이익을 취할지. 미래에 가 본 사람이 아닌 이상 누구도 알 수 없는 부분입니다.

전통적 저PBR 투자자들도 숨통 트이다


저PBR주 이야기를 할 때 마다 항상 하는 이야기를 또 한번 언급하고 넘어가야겠습니다. 저PBR주 투자자들은 투자를 할 때, PBR과 PER만 보고 투자하지는 않습니다. PBR이나 PER은 투자자가 기업을 분석할 때 참고하는 수 많은 지표 중 하나일 뿐입니다. 기업에 대한 방대한 분석과 팔로업을 하면서 현재 가격 상태가 얼마나 찌들어있는지(저PBR)를 체크하는 용도로 참고하는 수 많은 지표 중 하나가 PBR일 뿐입니다.

그리고 저PBR 투자자라고 해서 성장을 외면하지 않습니다. 저PBR 투자자들도 성장을 좋아합니다. 

그리고 저처럼 포트폴리오의 일부는 전통 저PBR 종목에 투자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제가 잘 아는 성장섹터(SW/인터넷) 같은 분야에 투자하는 혼종 투자자들도 많습니다. 넓은 범주에서의 투자원칙에만 부합한다면 종목과 섹터를 가리지 않고 투자하는 것이죠.

어쨌든, 2020년 여름전까지 3~4년의 시간은 전통적 가치투자자들에게 지루하고 힘든 시간이 아니었을까 생각합니다. 시장은 계속 성장만을 외치고, 고평가라고 생각한 종목은 더욱 고평가가 되는 장세가 지속했습니다. 그러면서, 전통적으로 '싸고 단단하다'라고 여겨졌던 회사는 힘을 못 쓰던 시기였기 때문입니다.


유동성의 힘인지 뭔지는 몰라도(일부 종목은 경영권 분쟁, 실적 성장 등 확실한 상승 모멘텀이 존재하였음) 올해 중순부터는 전통적인 가치투자자들이 좋아하는 저PBR 종목들마저 신고가를 돌파하는 종목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모처럼 전통적 가치투자자들도 숨통을 튼 시기가 2020년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10여년만의 애플발 먹거리?


2007년. 웹2.0 열풍이 한창이던 때. 스티브잡스의 멋진 프레젠테이션 이후 세상에 나온 아이폰. 아이폰의 등장 이후 10여년간 세상은 완전히 변했습니다. 그런 변화의 물결을 예상하고 스마트폰 부품주, 스마트폰 게임주 등에 올라탄 투자자들은 단기간에 막대한 부를 획득했습니다. 제 주변에도 그 흐름에 잘 올라타서 큰 부자가 되신 분들이 많습니다.

'종사자의 함정'이라고 할까요? 저도 당연히 해당 섹터의 종사자 겸 테크긱(geek)이고 그런 시대의 변화에 매우 큰 공감을 했습니다만, 결과적으로 투자로 큰 이익을 얻지는 못했습니다. 당시 제 투자관에도 문제가 있었고, 과감하게 도전하지도 못했습니다. 대신 다른 전통적인 종목들로 아쉽지 않게 수익을 내기는 했지만 여기에는 두가지 아쉬움이 있습니다. 1) 당시에는 저평가 된 성장가치주가 많아서 뭘 사도 수익을 잘 찍었고, 2) 그렇다고 해도 당시 게임체인저였던 스마트폰 관련주 투자에 비할바는 아니었습니다.

Aristomenis Tsirbas씨의 iCar 상상도

중간에 바이오 큰 장도 들어섰지만 바이오는 아무리 봐도 제 능력치 안에서 분석이라는 것 자체가 안돼서 패스하였고, 2021년! 10년만에 큰 먹거리 장터가 하나 들어선 것 같습니다. 그것도 역시 10년 전과 마찬가지로 애플발 먹거리입니다.

이번에는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잡아보고자 제대로 칼을 갈고 있습니다. 이미 전기차 관련 섹터, 이차전지 섹터는 가격이 상당히 올라 온 상태이지만 시야를 애플카를 중심으로 놓고 거기서 파생되는 비즈니스까지 확대해 보면 큰 수익을 취할 수 있는 잠재적인 기회들이 많이 묻혀있다고 생각됩니다. 이제 시작하는 분야이니 기대를 갖고 공부해 보고 있습니다.

ESG, 우주


ESG 투자는 거스를 수 없는 시대의 흐름이 되고 있습니다. 저도 올해 중순부터 ESG에 대해서 공부를 해오고 있습니다. 내년에는 저만의 ESG 매트릭스를 만들어서 실제 투자에 적용을 해 볼 생각입니다.

발사되는 스페이스엑스의 팰컨헤비 <사진 : SpaceX>

그리고 기다리고 기다리던 대우주시대가 내년부터 열리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무인위성을 쏘고, 화성에 실험용 로봇을 보내는 수준이 아니라 그 이상의 것들을 해내는 원년이 될 것 같습니다. 우주 관련해서도 큰 장이 들어설 것을 대비해서 공부를 하고 있습니다.

신규상장 주 투자, 역시는 역시..


제 원칙 중 하나는 가급적 신규 상장된지 3년이 넘지 않은 회사는 투자하지 않는 것입니다.  그 이유에 대해서는 이미 블로그와 유튜브를 통해서 자주 말씀드렸습니다. 

개인적으로 압도적으로 싸거나, 압도적으로 성장성이 있는 종목을 좋아합니다. 그러나 신규 상장주는 이것을 가늠하기가 일단 힘듭니다.

올해는 지인과의 친분과 정에 이끌려 그 원칙을 깨고 신규 상장주에 투자를 했는데 성과가 좋지 못합니다. 다행히 포트폴리오 내에서 비중은 크지 않지만 원칙을 깨면서 찝찝한 마음이 생긴다면, 아예 안하는 게 맞는 것 같습니다. 정에 이끌려 업무를 수행한 아주 초보적인 실수를 했던 기록도 남겨둡니다. 다만, 회사가 나쁜 회사는 아니기에 당분간은 조금 더 지켜 볼 생각입니다.

지수예측에 대해


연말이 되니 내년도 시장과 지수 예측을 하는 사람들이 부쩍 늘었습니다. 저는 그런 대단한 능력은 없습니다. 시장이 유동성의 힘을 받고 하늘을 뚫고 올라갈지, 이런저런 핑계를 대면서 갑자기 무너질지, 아니면 옆으로 횡보를 할지 그런 건 알지도 못하고 알수도 없는 일입니다.

다만, 피터린치의 칵테일 파티 이론을 들고 들어오면 경계를 해야하는 분위기는 맞는 듯 합니다. 너도나도 주식투자 이야기를 합니다. 또 그것을 넘어서 여기저기서 돈 벌었다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모두가 빚투와 상승장에 도취되어 있습니다. 이럴때 시장이 하루나 이틀 정도 큰 가격 조정을 받으면 반대매매가 터지고, 또 반대매매가 반대매매를 부르는 급락장이 연출될 가능성도 없지 않습니다.

무리한 빚투만 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언제나 그랬던 것 처럼, 좋은 기업은 쭉 보유하고, 싼 기업이 있으면 매수하고, 포트폴리오 조정이 필요한 부분은 조심스럽게 조정을 해나가면서 평소와 다름없이 행동하면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이상하고 신기했던 2020년 한해 고생 많으셨습니다.

2020년 12월 27일
송종식 드림

2020년 12월 21일 월요일

오프라인은 죽지 않는다 (feat. 여행, 극장, 술집..)

2020년에는 언택트로 회자되는 '대인터넷 시대'가 열렸습니다. 원래도 성장하는 분야였지만 코로나가 기름을 부었습니다. 그래서 일부 전문가들은 코로나가 종식되더라도 사람들의 생활 양식은 이대로 고착화 될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합니다.

재택근무의 효율성 등 재발견 된 부분도 분명히 있긴합니다. 또 어떤 부분은 분명히 코로나 이전으로 돌아가기 힘든 부분도 존재하리라 생각합니다.

그러나 멀리 내다보면 코로나 이전으로 돌아갈 수 밖에 없는 분야도 분명히 존재합니다. 아마도 우리삶 대부분의 것이 그렇지 않을까 생각합니다만 여행, 영화, 술자리 등의 부분은 더욱 그렇게 되는게 확실하다고 생각합니다.

그 시기를 정확히 알 수 없어 숨이 다소 차더라도, 그때를 대비한 투자전략도 포트폴리오 한쪽 구석에는 짜여져 있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온라인이 대신할 수 없는 '입장감'


영화관에 영화를 보러 갈 때는 '입장감'이 있습니다. 영화 한편을 볼 때, 입장감은 여러번에 걸쳐서 다가옵니다. 영화를 예매할 때, 극장에 갈 때, 팝콘과 콜라를 주문할 때, 팝콘과 티켓을 들고 입장을 기다릴 때, 입장을 하면서 내 자리를 찾을 때, 영화 시작전 광고가 나올 때..

이처럼 영화 한편을 보면서도 여러번의 입장감을 느낍니다. 그런데, 온라인에서는 이런 입장감을 느낄 수 없습니다. OTT가 줄 수 없는 감동을 오프라인은 줄 수 있습니다.

여행이 주는 '설레임과 기대감'


누구나 공항을 좋아합니다. 공항은 설레임을 간직한 공간이기 때문입니다. 굳이 여행을 떠나지 않더라도 좋습니다. 가끔 공항 근처에 바람을 쐬러 가는 것 만으로도 설레는 감정을 느낍니다. 하물며 그런데, 여행을 가기 위해서 캐리어를 끌고 공항에 가면 그 설레임은 말로 형용할 수 없습니다.

여행을 떠나기 전, 여행 계획을 짜는 단계부터 설레임이라는 감정은 우리와 함께합니다. 그리고 출발일 디데이에도 설레고, 수하물 검사를 하고 비행기를 기다리면서 군것질을 할 때도 설레고, 비행기가 이륙할 때도 설레입니다.

현지에서 여행 일정을 소화하면서도 설레임의 연속입니다. 호텔에서 하루를 마감하면서 내일에 대한 설레는 기대를 품고 잠이 듭니다.

랜선 여행 컨텐츠가 인기라고 합니다. 그러나 이런 것을 아무리 열심히 본다고 해도 진짜로 여행을 떠날 때만 느낄 수 있는 설레임은 절대로 얻지 못합니다. 사람들은 그런 설레임에 목말라 있습니다.

참좋은여행은 '코로나로 죽으나, 굶어 죽으나 어차피 가만히 있으면 죽는다'며 코로나 위기를 정면돌파하는 도전적인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여행사들의 이런 시도에 박수를 보냅니다. 가만히 앉아서 굶어죽으나 코로나로 죽으나 어차피 죽는다면 발버둥 한번 쳐 본다는 도전정신이 제 생각에도 옳은 논리 같습니다.

이런 기치로 회사는 내년 출발을 목표로 해외 여행 떠날 사람을 예약받는 이벤트를 진행했습니다. 전세계 400여개 상품을 실제로 판매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예약금은 1만 원이었습니다. 예약페이지를 열자마자 예약자 3,000여 명이 몰렸습니다. 그리고 트래픽 급증으로 예약 서버가 다운되었습니다.

또, 착륙은 할 수 없지만 여행지의 상공을 배회하고 돌아오는 항공 상품도 판매가 개시되는 족족 완판되고 있습니다. 이는 여러나라에서 발견되는 공통적인 현상입니다.

업계는 사람들의 억눌린 여행심리가 그대로 표출된 것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저 역시 이런 주장에 아주 강하게 동의합니다. 상공을 돌다 돌아오는 티켓을 이용한 사람들의 반응은 대체적으로 좋았습니다. 역시 캐리어를 끌고 비행기를 타기 위해 기다리는 그 설레임을 어느 정도는 살려준 듯 합니다.

현장의 분위기


그리고 너무 당연하게도 온라인에서는 현장이 주는 오감만족을 얻지 못합니다. 현장의 기온, 소리, 사람들과 주고 받는 커뮤니케이션, 맛있는 음식, 현지의 문화 등등. 현장이 주는 무한대의 감동과 자극은 현장에서만 느낄 수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여행 목적지를 인터넷으로 검색해서 훑어보고도 직접 거기에 가보고 싶어하는 것입니다.

그 느낌은 이제 일부 사람들만의 것이 아닙니다. 아래의 표에서 보시는 것 처럼, 이미 대다수의 국민이 경험한 것입니다. 경제활동을 하는 상당수 인구는 이미 해외여행을 경험했습니다. 그리고 거기서 느낀 많은 오감만족과 그리움을 가슴에 품고 있습니다. 여행을 자유롭게 할 수 있게 되면 이 수요는 반드시 폭발할 것입니다.

출처 : 여행신문

많은 국민들이 이미 해외 여행을 경험해 봤다는 건 여행산업이 되살아나는데 있어서 매우 중요한 팩터 중 하나입니다. 그리고 위의 도표에서 보시다시피 여행 산업은 코로나 팬데믹 사태 이전에는 성장 산업으로 보는 투자자와 애널리스트도 많았습니다. 출국자와 입국자는 매해 늘고 있었습니다. 여행으로 파생되는 산업들도 꽤 호황이었습니다. 전염병으로 여행객 수가 전년동기대비 99%나 감소하게 될 줄, 작년에는 누구도 예상을 못했습니다.

물론 사람들이 대규모로 해외여행을 경험할 수 있었던데는 LCC의 역할도 적지 않습니다. 포스트 코로나 이후에 몇개의 LCC가 살아남고, 또 해외여행객 수요는 얼마나 회복될지 당장은 미지수입니다. 그러나 그 속도가 늦든 빠르든 여행 산업은 다시 성장 산업으로 부각될 수도 있습니다.

코로나 비상사태가 해제되어도 얼마간의 상처는 남을것입니다. 그것이 경제적인 것이든, 사람들 마음에 남은 것이든 말입니다. 그러나, 먼 훗날 언젠가는 과거처럼 자유롭게 여행을 다니고 있을것입니다. 그 시기를 정확히 단정을 할 수는 없지만 그 시기는 반드시 옵니다. 일부 전문가들의 '코로나는 영원히 종식되지 않고 우리는 과거로 돌아갈 수 없다'는 말에는 절대 동의할 수 없습니다.

역사상 인류를 몰살시킬 수 있었던 강력한 전염병은 많았습니다. 그리고 그것들은 거의 대부분 여차저차 해결이 되었습니다. 불과 작년까지만 해도 우리는 전세계를 자유롭게 다녔듯이 말입니다.

그러니 희망을 가지고 코로나 이후에 정상화 된 일상에 대해서도 미리 생각해보고 공부를 해두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일상을 찾은 후, OTT의 운명..?


넷플릭스, 유튜브와 같은 OTT 서비스는 이미 대세중에 대세입니다. 코로나가 없었어도 어차피 이들은 레거시 미디어를 짓밟고 왕좌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습니다. 코로나는 단지 성장 각도를 조금 더 가파르게 만들어 주었을 뿐입니다.

한국 OTT 서비스 매출액(단위: 억 원), 출처 : 메조미디어

다만 코로나를 등에 업은 성공 방정식이 코로나 이후에도 통할지는 미지수입니다. OTT 산업 전체적으로 보면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는 코로나로 얻었던 단물 중 일부가 빠지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당연히 OTT 서비스를 운영하는 똑똑한 사람들도 이 사실을 알고 있을거라 생각합니다. 그래서 이용자 락인(lock-in)을 위한 다양한 연구를 하고는 있을거라고 생각합니다.

어쨌든 특정 산업을 바라보는 시각이 무한히 낙관적일 수는 없습니다. 물론, OTT 섹터는 코로나가 종료되어도 당분간 꾸준히 성장은 하리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일부 OTT 서비스들은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도 아주 빠르고 꾸준히 성장할 수는 있다고 생각합니다.

지금은 영화관 사업을 영위하는 기업들이 쩔어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입장감과 현장감을 느끼기 위해서 언젠가는 영화관을 가득 채우게 될 것입니다.

2020년 12월 20일
송종식 드림

2020년 12월 16일 수요일

20대에게 거는 희망

위에서 아래로 많은 사람들이 입모아 말합니다. '우리나라의 미래는 점점 어두워지지 않겠냐'고요. 그들이 그런 이야기를 하면서 제시하는 이유는 많습니다. 가장 많이 드는 이유로 인구문제가 있습니다. 그리고 경제, 정치 문제를 비롯해서 지정학적 문제 등 다양한 이유를 듭니다.

그런 이유들을 들어보면 타당한 논리들이 많습니다. 그러나 엄밀히 말하면 미래는 누구도 알 수 없습니다. 다만 시나리오를 짜서 대응을 해야할 뿐이죠.

그런 여러 전망이 나오는 와중에도 저는 일말의 희망을 보았습니다. 특히, 우리나라를 이끌어 갈 차세대인 20대들에게서 몇가지 희망을 보았습니다. 물론 이것이 세상의 흐름을 뒤집어 놓을 수 있을지는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아무리 작은 것도 나중에는 큰 것이 될 수 있으므로 유의미하게 바라보고 있습니다.

살아있는 세대 중 가장 힘든 세대


노인빈곤이 문제라고합니다. 일평생 열심히 산 죄 밖에 없는데 지나고 보니 가난한 노인이 되어 있었다는 토로를 하는 어르신들이 많습니다. 이것은 통계적으로도 나타나는 부분입니다. 분명 큰 사회문제 중 하나는 맞습니다. 

그러나 그들이 살아 온 동안 한국은 고성장을 구가했습니다. 고성장의 단물 덕분에 취직은 쉬웠습니다. 월급만 모아도 집을 살 수 있었고, 자산의 가격은 착실히 상승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살면서 잡을 수 있는 여러 기회도 많았습니다. 작게는 공부에서, 크게는 투자와 사업 등 손을 뻗으면 쭉쭉 성장할 수 있는 사다리가 넘쳐났습니다. 

이런 모습은 2010년대 초중반 베트남에서도 나타났습니다. 그들을 통해 고성장을 구가하던 시대에 우리 어른들이 어떤 표정으로 젊은 시절을 보냈는지 유추할 수 있습니다. 2015년 당시 호치민에서 인터뷰 했던 베트남 학생들은 거의 대부분 행복해했습니다. 표정에는 행복감과 자신감이 넘쳐났습니다. 회사를 골라서 들어갈 수 있었기에 베트남 대학생들은 낙관적이었습니다.


고성장 시기의 한국 젊은이들 역시 그랬으리라 생각합니다. 또, 당시 남아있는 여러 영상 자료들을 봐도 대부분 좋았던 시절로 기억되는 것 같습니다. 정치적으로는 어두웠던 시기도 있었지만 어쨌든 사회는 역동적이었고, 경제적으로 고성장 하면서 먹고 사는 문제 보다는 미래에 대한 기대가 컸던 시대이기도 했습니다.

반면, 현재 사회에 진출하고 있는 20대의 어려움은 기성세대의 상상을 초월합니다.

저성장의 늪에 빠진 한국에서는 작아지는 파이를 놓고 다투는 사람들의 신경전이 치열합니다. 이미 수년 전부터 사회 곳곳에서 사람들은 예민해져 가고 있었습니다. 퍼뜩 기억나는 것이 같은 대학의 학우들끼리도 수능 점수 1~2점 차이로 니편 내편을 나누고 차별을 하는 모습이었습니다. 충격적이지만 그런 장면은 상징적인 변화의 단면일 뿐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가뜩이나 나눠먹을 파이는 줄어드는데, 올해는 코로나까지 덮쳤습니다. 원래도 힘들었던 20대에게 사형선고가 내려진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기업들은 신입사원 채용을 꺼립니다. 가급적 경력 사원을 원하고 있습니다. 부족한 일자리에 신입이 들어갈 구멍은 없습니다. 사업을 시작하는 것도 녹록치 않습니다. 단기 아르바이트 자리에 고스펙을 가진 사람까지 지원하는 등 경쟁률이 100:1을 넘는 곳도 있다고 합니다.

청년들은 공무원이 되기 위해 몰렸지만 거기도 답이 아니라는 결론을 내린듯합니다. 그 20대 중 한명이 저라면 저는 어떻게든 헝그리 정신을 갖고 이 악물고 세상을 살아나가겠습니다만, 대한민국 모든 20대에게 헝그리 정신만을 요구할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전 연령을 통틀어서 금융자산 12억원을 보유한 사람은 인구의 1%라고 합니다. 국민 절반이 순자산 보유액 1억원이 안된다고 합니다. 월 수입 200만원을 못 받는 사람이 국민 과반이라고 합니다. 상황이 이러니 20대 친구들 중에서 부모가 부자인 사람은 거의 없을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대부분이 흙수저라고 생각됩니다. 그리고 원래도 20대가 부자일 수는 없습니다. 일찌감치 재산을 물려받았거나, 스포츠/연예 스타이거나 스타트업 창업이나 투자로 큰 부를 거머쥔 사람이 아니라면 말이죠.

기본적인 소득조차 올릴 수 있는 구멍이 다 막혀버리니 20대는 숨 쉴 구멍이 없습니다. 이러니 능력이 되는 사람은 해외로 유출되는 현상이 발생합니다. 그리고 해외에 나갈 상황이 안되는 사람들은 극단적인 것들에 노출되기 시작합니다.

기성세대는 지금 20대가 노력과 악이 부족해서 그렇다는 이야기를 많이 합니다. 제가 보기엔 아닙니다. 고성장 시대에 단물을 빨던 세대가 지금 20대에게 '노력'을 말하기는 부끄럽다는 생각입니다. 현 20대들은 훨씬 더 노력하며 살지만 삶이 녹록치 않습니다. 20대 입장에서는 기성세대가 던지는 호통이나 위로의 메시지가 귀에 닿지 않는 이유일것입니다.

다만, 조금 다른 이야기지만 20대 동생들에게 '노력의 방법'을 바꾸어보라는 조언은 하고 싶습니다. 부자가 되고 싶다면서 청춘을 도서관 책상머리에서 보내고 있는 것은 방법이 잘못된 것입니다. 노력은 인정하지만 방법을 바꿀 필요는 있습니다.

어쨌든, 노인 빈곤도 문제이지만 앞으로 우리 사회를 이끌어 갈 청년들의 빈곤이 더 문제입니다. 청년들이 어깨를 펴지 못하면 나라의 미래는 없습니다.

정치


20대, 특히 20대 남성들의 정치 성향은 다른 세대의 그것과는 확연한 차이를 보입니다. 

윗 세대는 '니편이냐? 내편이냐'를 따지는 계파주의 성향을 보였습니다. 물론, 부동층이나 중도라고 하는 사람들도 존재는 합니다만, 한국 정계의 주류 세력은 진보와 보수라는 이념을 놓고 다투는 거대 좌우세력입니다.

하지만 조금 더 돋보기를 갖다대고 보면 단순한 진보와 보수의 이념을 갖고 다투지 않습니다. 한국의 주류 세력은 이념이나 나의 신념 보다는 '우리편'이 주장하는 것에 목소리를 맞추고, 상대가 하는 이야기는 이유없이 반대만 하는 사람들이 대다수임을 알 수 있습니다.

패거리 정치 수준을 못 벗어나다보니 우리나라의 정치는 국가의 수준에 비해서 가장 떨어지는 분야라는 말이 끊이질 않습니다. 이런 이야기는 제가 어릴 때도 나왔고, 대학 시절과 군에서도 들었고, 현재도 나오는 이야기입니다.

특정한 사안을 놓고 상식과 논리, 여러가지 근거에 기반하는 게 아니라 그저 상대가 주장하는 것에 반대만 하려고 하다보니 대중들이 보기에는 말도 안되는 법안과 정책이 속출하는 것입니다. 이것은 나라의 성장 가능성을 저해시킬 뿐 더러, 국민의 행복도도 떨어뜨리고, 사회를 전반적으로 망가뜨리는데 일조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현재 20대는 다릅니다. 주위에 20대 동생이나 후배들이 있다보면 한번 물어보세요. 이들은 정확하게 '나는 좌파야'라고 주장하는 사람도 드물고, 그렇다고 '나는 우파'라고 주장하는 사람도 드뭅니다.

윗 세대가 집단주의 성향이 강했다면 이들은 개인주의 성향이 강합니다. 그리고 추상적인 말 장난이나 감성보단, 확실한 실리를 추구하는 성향도 강합니다.

이들이 정치인들에게 내는 목소리를 들어봐도 그렇습니다. 이들은 어느 한쪽의 편을 들지 않습니다. 그저 상식적이고 합리적이며 사리에 맞는 이야기를 하는 사람의 편을 들어주고 그렇지 않으면 확실히 비판하고 분노합니다.

20대는 문재인 정부를 좋아하지 않습니다. 이들 시각에서 상식에 어긋나는 여러가지 정책과 언행 탓이라고 생각합니다. 이걸 두고 보수 야권에서는 20대 민심 잡기에 나서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20대가 보수 야권을 지지하는 것도 아닙니다. 그러니 기성세대들은 조심스러워야합니다.

현재 20대 친구들은 적지 않은 사람들이 박근혜 정부에서 벌어진 일의 부당함에 반기를 들고 촛불을 들었던 걸로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때 촛불을 든 친구들이 지금은 문재인 정부를 향해서 온갖 비토를 쏟아내고 있습니다.

저는 논리와 합리를 추구하는 20대의 정치성향을 보고 일말의 희망을 느꼈습니다. 윗 세대가 하나씩 사라지기 시작하고, 20대가 사회의 중추세력이 되면, 우리나라 정치의 고질병인 '편가르기 정치'가 막을 내릴수도 있겠다는 그런 희망입니다.

젊은 사람은 '진보', 나이 많은 사람은 '보수'라는 어이없는 세대 가르기도 이미 시대의 뒤안길로 사라지는 느낌입니다.

논리와 정책으로 싸우고, 상식과 합리주의에 근거해서 돌아가는 그런 환상적인 정치환경을 꿈꿔봅니다. 각자의 이익을 추구하는 현실에서 100% 그런 세상이 구현되긴 힘들겠지만 말입니다.

경제


우리나라는 부동산'만'의 공화국이었습니다. 사람들은 금융 투자에 무지하였으며 두려워하였습니다. 특히, 경제를 구성하는 핵심축인 기업에 투자하는 것을 '도박하는 것' 정도로 치부하기도 하였습니다. 이런 인식은 고위 경제관료들을 통해 확인된 바 여전히 뿌리 깊이 박혀 있는 인식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기업가 정신에 관해서도 불모지나 다름 없었습니다. 사람들은 되도록 기업가가 되기 보다는 취직을 하거나, 공무원이 되려고 하였습니다.

우리나라도 이스라엘처럼 창업국가가 되어야하고, 유럽의 강소국가들이나 유대인들처럼 전국민이 금융을 잘 아는 금융투자형 국가가 되어야 한다고 많은 사람들이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국가 전체적으로는 소수의 외침에 불가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변화가 없을 줄 알았던 우리나라에도 변화가 일기 시작했습니다. 

2020년 2월 초에 썼던 글에서 저는 서점가에서 특이사항이 발견된다고 언급한 바 있습니다. 그 특이사항은 바로 '주식투자서적의 약진'이었습니다.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주식투자 서적이 판매량 최상단으로 올라와 있었습니다. 또 하나 특이한 점은 사이비 주식전문가들이 쓴 차트책이나 '나 얼마벌었다'류의 책들이 아니라 피터린치, 벤저민 그레이엄, 필립피셔 같은 대가들의 고전서가 상위에 포진했습니다.

금융투자에 대한 대중의 인식 변화는 이미 시작되고 있었던 것입니다.

어쨌든 3월 시장폭락 이후 3월 말 부터는 누군가가 만든 '동학개미운동'이라는 단어가 널리 퍼지기 시작했고, 그 사람들의 실체와 막강한 자금력이 윤곽을 드러내기 시작했습니다. 올해는 그 개인투자자의 힘이 연중 내내 막강했던 해였습니다. 개인투자자들이 3월에 갑자기 나타난 게 아니고 이미 그 전부터 공부와 준비를 하며 벼르고 있었다는 이야기입니다.

강세장의 기저에 유동성의 힘도 없지는 않지만 개인투자자들은 확실히 변했습니다. 이전보다 '열공'하는 분위기는 확실히 확인이 됩니다. 특히, 투자철학과 기업분석 등 제대로 된 투자를 하는 사람이 제 주변에서도 많이 늘었습니다.

20~30대를 중심으로 한 투자와 투자공부에 대한 열기는 하늘을 찌를 기세입니다. 올해 계좌 개설의 주축도 40대 여성과 20대 라고합니다.

앞서 살펴 본 대로 20대 청년들의 신분 상승 사다리가 많이 걷어 차여진 상태입니다. 이제 남은거라고는 영끌해서 부동산 투자에 뛰어드는 것과 주식 투자 정도입니다. 아무래도 부동산은 이미 가격이 단기간에 급등한데다 대출도 막혀버렸고, 또 대출에 대한 부담도 아직은 많이 느끼는 세대다 보니 상대적으로 진입하기가 쉽고, 가격 변동성이 큰 주식 시장으로 유입되는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유동성의 힘도 유동성의 힘이지만 세상 사람들 모두가 이제는 주식을 신분상승의 사다리로 붙잡고 힘겨운 싸움을 하고 있음이 느껴집니다.

20대 친구들의 태도를 보면 분명히 다음 하락장에 쓸려나갈 사람들도 보입니다. 이것은 시대가 변해도 바뀌지 않고 반복되는 패턴입니다. 급한 마음에 매우 투기적으로 사고하고 행동하는 사람이 적지 않습니다. 그러나 전반적으로는 분명히 변했습니다.

특히 이번 3월에도 사람들은 이전과 다른 모습을 보여주였습니다. 시장 폭락에 겁내지 않고 용감하게 주식을 매수하는 모습말이지요. 개미라는 단어가 과거에는 경멸조로 쓰였지만 이제는 언론과 기관도 감히 그러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어쩌면 20대 친구들을 시작으로 '대한민국 국민은 금융문맹자야'라는 이야기는 사라질지도 모르겠다는 가능성을 품어봅니다. 이제 이들은 금융 문맹자가 아닙니다. 적극적으로 금융을 활용해서 살아가기 시작한 세대로 보입니다. 그리고 또, 기성세대 역시 디레버리징 되는 국내 시장을 벗어나서 글로벌 시장에도 과감히 투자하고 있습니다.

금융으로 먹고사는 유럽 강소국가들

과거 일본과 같은 나라가 그랬듯, 그리고 금융으로 먹고 사는 유럽의 강소국가들이 그랬듯 우리도 이제 비로소 제 길을 찾아간다는 느낌도 희미하게나마 듭니다.

많은 전문가들과 오피니언 리더들이 바랐던 대로 한국은 서서히 창업국가, 금융으로 먹고 사는 투자 국가로 변하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당장은 산재한 문제점이 너무 많고, 미래를 어둡게 보는 사람도 많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20대 친구들에게 일말의 희망을 걸어봅니다.

2020년 12월 16일
송종식 드림

2020년 12월 13일 일요일

눈이 소복이 쌓인 아침

창 밖을 보니 밤새 눈이 많이 내렸습니다. 소복히 쌓인 눈을 밟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대충 입고 집 밖으로 뒤쳐 나갔습니다.

온 동네를 하얗게 물들인 2020년 12월의 첫 함박눈 <사진 : 송종식>

스마트폰을 챙겨 들고 동네로 나가니 온 세상이 하얗게 변해 있었습니다. 눈은 아직 밟은 사람이 별로 없었는지 깨끗한 상태였습니다. 신나서 함박눈을 맞으며, 뽀드득 소리를 내면서 눈을 밟고 다녔습니다.

제가 태어나서 성인일 될 때 까지 살던 포항은 눈 구경을 하기가 어려운 곳이었습니다. 살면서 눈을 본 기억이 거의 없습니다. 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기후 영향이 가장 컸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인지, 어른이 된 지금도 눈만 보면 아이들처럼 즐거운 마음이 듭니다.

누군가가 먼저 발도장을 찍어 두어 반가움에 카메라를 땅에 바짝 대고 찍어 보았다 <사진 : 송종식>

약간의 속살만 힐끔 보여주며 서 있는 나무들과, 온 세상을 하얗게 물들인 정발산의 함박눈 <사진 : 송종식>

아무도 밟지 않은 눈길을 따라 천천히 걸었습니다. 평소에 즐기던 산책과는 색다른 기분이었습니다. 함박눈이 듬뿍 쌓여있는데, 신기하게도 크게 춥지는 않았습니다. 동네를 쭉 걷다가 정발산에 도착하니 정발산 언덕에는 눈썰매를 가지고 놀러 온 어린이들이 보였습니다. 저도 그들과 섞여 동심으로 돌아갔습니다.

눈이 되도록 빨리 녹지 않기를 바랐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해가 비치면서 눈은 빠르게 녹았습니다. 잠시나마 꿈 속을 걷던 것 같은 아침이었습니다.

2020년 12월 13일
송종식

2020년 12월 10일 목요일

욕받이가 된 가치투자

정보전달용 블로깅에는 책임감을 가지자


하루에도 엄청난 양의 이야기와 정보들이 몰려듭니다. 각계 각층의 지인과 친구들이 수 많은 이야기를 쏟아냅니다. 이는 단톡방에서의 이야기도 있고 저에게 직접 오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저에게 직접 오는 이야기는 가급적 다 읽어보고 즉각 답을 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여러 좋은 이야기를 전해주시는 분들께는 늘 감사합니다. 그러나 영양가가 없거나 쓰레기 같은 내용도 너무 많습니다. 그런 건 앞으로 url에 있는 네이버 블로그 id를 키워드로 만들어서 필터링을 하던가 해야겠습니다.

방금도 투자자 동생이 링크 하나를 줘서 읽어보고 있습니다. 평소에 제가 생각하는 별 영양가 없는 블로그 중 하나였습니다. 그래서 바로 끄려고 했는데, 스치듯 보니 가치투자에 대한 근거없는 조롱이 담긴 내용인 것 같아서 읽어보았습니다.

자기들 블로그에 쓰는 내용이야 블로그 주인 마음입니다. 그래서 거기서 직접 반론을 달지는 않았습니다. 그러나 제 블로그에 반론을 남겨둡니다. 자칫하면 투자를 처음 시작하는 분들에게 잘못된 오해를 심어주겠다 싶어서입니다. 아무리 블로그가 개인의 감정 배설구라지만 불특정 다수가 보는 만큼 일정 부분의 책임감은 가져야 하지 않나 생각합니다.

투자에는 답이 없다


투자에는 답이 없습니다. 이건 제가 10년도 넘게 해오고 있는 이야기입니다. 온라인에서도 이 블로그는 물론이고, 유튜브에서도 심심하면 하는 이야기입니다. 

초단타, 단타, 중타, 스윙, 장기투자, 가치와 가격의 괴리를 따먹는 투자, 성장에 몸을 싣는 투자, 모멘텀 투자, 가치투자, 여러가지 방법을 섞은 혼종투자 등. 어떤 방법으로 투자하더라도 그것을 다듬어서 자신의 방법으로 만들면 됩니다. 모든 방법을 존중합니다.

아마 저만 그렇게 생각하는 것은 아닐거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아는 많은 가치투자자들께서 그렇게 생각합니다. 절대 '가치투자만 답이야', '다른 방법은 쓰레기야'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잘 알지도 못하면서 가치투자자들은 '교조적'이라느니, 가치투자자들은 '가치투자만 답이라고 생각한다'느니 하는 말은 현실을 왜곡한 악의적 발언입니다.

멋있으려고 가치투자한다?


가치투자자들은 '멋있게 보이려고' 자신을 가치투자자로 '포장'한다라는 문구를 보고 실소를 금치 못했습니다. 

투자를 멋으로 하는 사람이 있었나 싶습니다. 투자든 트레이딩이든 어떤 사람이 특정한 철학과 방법론을 찾아가면서 하나의 캐릭터가 되는 과정은 정치 성향을 함양하는 과정과 비슷합니다.

제 경우에는 어릴적부터 '궁극의 힘'이 무엇인가? 그런 것에 늘 관심이 많았습니다. 그래서 우주에 푹 빠졌던 적도 있고, 국가 이념이나 동서양 철학과 컴퓨터 사이언스에 빠졌던 적도 있습니다. 투자도 마찬가지 입니다.

어릴적 주식투자를 시작 하면서 하나씩 궁극적인 질문들을 던져보았습니다. 주린이들은 차트에 가장 먼저 접근하지 않나요? 주린이 시절의 저 역시 그랬습니다.

'차트는 누가 그리는거지?' -> '차트는 어떻게 그려지는거지?' -> '시세는 왜 생기는거지?' -> '왜 누구는 팔고 누구는 사지?' ... 이런식으로 파고 들어가다보니 투자하려는 대상의 근본은 기업이며 사람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공부하면 할수록 가치투자자가 되어갔습니다.

가치투자만이 근본이라거나 궁극의 투자법이라는 이야기가 절대로 아닙니다. 투자자들의 사고방식에 따라서 자신만의 궁극적인 질문을 좇아가다 보면 누군가는 데이트레이더가 되고, 누군가는 가치투자자가 되고, 누군가는 추세추종가가 됩니다. 앞서 말씀드렸듯이 답은 없습니다.

다만, 저만의 방법을 찾다보니 제 사고방식에도 잘 맞고 제 몸에도 잘 맞는 투자방법이 가치투자였습니다. 그런데, 그것을 멋있으려고 한다는 비난과 조롱을 보니 기분이 얼떨떨했습니다.

아마 저 뿐만 아니라 다른 어떤 투자자나 트레이더 분들이라도 멋있으려고 그 방법을 쓰는 분은 안 계실거라고 생각합니다. 돈 벌려고 찾은 길이지.

가치투자자가 게으르다?


'게으른 가치투자자보다 부지런히 새로운 뉴스를 계속 찾아서 사고파는 트레이더가 낫다'. 이 문장을 보고 뒷골이 띵 했습니다. 이 문장 하나에도 엄청나게 많은 어폐가 들어 있습니다. 계속 강조하지만 '누가 더 낫다' 이런 사고 방식은 하루빨리 버려야 됩니다. 언급할 가치도 없습니다.

그리고 가치투자자들은 게으르지 않습니다. 

시간만 되면 무언가 읽고 있고, 쓰고 있고, 분석하고 있습니다. 트레이딩에 쓰는 시간이 적다고 해서 게으른 것이 아닙니다. 저 문장은 마치 트레이딩을 많이 해야 부지런하고, 리서치를 많이 하는 것은 게으르다고 해석될 소지도 있습니다.

가치투자자들은 꽤나 부지런한 사람이 많습니다. 아마 주식시장에 참여하는 사람들 중에서 가장 부지런한 사람들일지도 모릅니다. 손가락 까닥까딱해서 뉴스 퍼다 나르고 매수매도 버튼을 많이 눌러야 부지런하다고 생각하면 그것은 큰 오산입니다.

지금도 가치투자자들은 새벽같이 일어나서 방대한 리서치를 하고, 글을 쓰고 있으며, 기업을 분석하고 있을것입니다. 투자 뿐 아니라 하루의 일상도 알차게 잘 쓰고 있으리라고 생각합니다. 뉴스며 신문도 부지런히 읽고 있는데, 왜 가치투자자를 시대에 뒤떨어지는 사람들이라고 생각하는지 이해가 안됩니다. 게다가 첨단산업에 종사하는 가치투자자들도 많은데요.

누구 마음대로 가치투자자를 게으르다고 재단하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저는 저 문장에서 하나의 어폐를 또 찾아냈습니다. 그의 블로그를 좀 훑어보니 평소 자신이 자본가가 되고 있다고 말합니다. 그리고 많은 직장인들에게 '넌 노예'라는 식으로 채찍질을 하고 있는데요.

전업투자를 한 10년 이상하고 자본이 1,000억 이상 있는 분인지는 몰라도 하여튼 그 블로그 주인장 논리라면 '부지런히 새로운 뉴스를 찾고, 그것에 따라서 부지런히 매매하는 것'은 트레이딩이지 투자가 아닙니다.

트레이딩과 투자의 차이를 모르지는 않을텐데 블로그에 '투자자'라고 써 두었습니다. 이것은 '트레이더'라고 쓰기 부끄러워서일까요? 아니면 멋있게 보이기 위해서 일까요? 보통 사람이 남을 비판하는 잣대는 자기 자신이 그렇게 생각하기 때문이기 때문입니다.

트레이더도 투자자도 모두 멋있는 존재입니다. 그리고 어떤 것이 더 우월하지도 않습니다. 저라면 블로그 타이틀을 '투자자 송종식'이 아니라 '트레이더 송종식'이라는 식으로 바꾸겠습니다. 멋있게 보이려는 것이 아니라면요.

그리고 새로운 뉴스를 찾아서 매매를 계속 하는 것은 진정한 자본가가 아닙니다. 제가 수년 전 부터 늘 말씀드리지만 일단 트레이딩을 많이 하면 엄밀하게는 경제적 자유를 얻은 것이 아니죠. 그냥 월급쟁이에서 방구석 주식 매매 노동자로 전장이 바뀐 것일 뿐입니다. 경제적 자유를 얻었다고 주장하고, 또 그래야만 한다고 주장하면서 매일 새로운 뉴스를 찾아다니고 그것을 토대로 부지런히 매매를 해야 한다는 주장은 논리가 상충됩니다.

벼는 익을수록 고개를 숙인다, 세상에 유익한 벼가 되자

사기를 안 치고 자기 갈길 가면 된다?


이 말 자체는 맞습니다. 절대 동의합니다.

저는 투자자가 자신의 계좌를 오픈하는 것을 별로 안 좋게 생각합니다. 계좌를 오픈하는 순간 편견이 생깁니다. 그리고 또 계좌를 오픈하는 것은 오픈하는 측의 의도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 의도는 대부분 책 장사, 강의 장사, 유사투자자문업, 리딩 등을 하기 위해서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익명으로 오픈하거나, 취미로 오픈하거나, 인정받으려는 욕구 때문에 그렇게 하는 분들까지 싸잡아서 그렇다는 것은 아닙니다. 어쨌든 그런것을 하지 않을 요량이면 계좌 공개는 득보다 실이 훨씬 많다고 생각합니다. 득이 1개면 실은 99개쯤 됩니다. 만약 공개된 곳에 계좌를 공개했는데 주변에서 내 계좌 규모를 안다고 생각해보세요. 생각만해도 끔찍합니다.

그러나 앞서 나열한대로 유료강의, 리딩, 책 장사 등을 하려면 계좌를 오픈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적어도 10년간의 연평균 수익률이라도 공개는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고수의 반열에 있는 사람들끼리는 계좌를 안 까도 됩니다. 몇마디 이야기를 나눠보면 상대의 내공을 압니다. 그러나 주식 유료 강의의 수요자들은 입문자들이 많습니다. 유료 주식 강의를 듣는 입문자들은 누구의 이야기가 맞는지 알 수 없습니다. 그러니 최소한의 장치로 장기간의 연평균 수익률이라도 공개하자는 것입니다.

제 생각은 그렇습니다. 사람들을 상대로 회비를 받아내고 강의를 팔고, 시간을 뺐을 거라면 확실히 계좌를 까고 가는게 맞고, 그게 아니라면 절대로 계좌를 안 까는 게 맞습니다.

그런데 사기꾼들은 달리 사기꾼이 아닙니다. 꼭 애매하게 특정 기간 동안 번 것만 캡처를 한다든지, 특정 종목으로 수익 낸 것만 언급을 한다던지, 자신이 틀린 이야기를 했던 것은 감추거나 지워버린다든지, 차트가 최고 꼭지에 있을 때 그걸 캡처해서 '내말 맞지?'를 한다던지, 특정 매매 내역만 캡처를 하거나 포토샵을 한다던지 하는 식으로 자꾸 '부분적으로만' 뭘 보여주려고 합니다. 

차라리 계좌를 깔거면 시원하게 까든지, 까지 않을거면 아예 까지를 말든지요.

그렇게 '부분적으로' 힐끔힐끔 보여주는 이유는 간단합니다. '고수 코스프레'를 하기 위함입니다. 그리고 종국에는 자신을 따르는 사람들을 오프라인으로 유인해서 유료로 강의를 팔거나 책을 씁니다. 아니면 리딩을 하겠죠. 

수요가 있으니 공급이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리딩장사를 하든, 강의를 팔든 그것 자체를 나쁘게 보지는 않습니다. 컨텐츠와 지식 판매도 아주 훌륭한 사업이라고 생각합니다. 그것으로 현금흐름을 만들면서 투자까지 한다면 멘탈을 챙기기에도 더 좋겠죠. 그러나 일부 몇몇 분들께는 좀 솔직해지라고 주문하고 싶습니다. 사람들을 향한 그런 일련의 가스라이팅들이 다 사기입니다.

가치투자자 스타일도 다양하다


가치투자자들도 투자 스타일이 다양합니다. 같은 기업에 투자하더라도 그 기업의 가치를 다 달리 봅니다. 또, 신성장 산업에 있는 성장 기업에 주력하는 가치투자자가 있는가 하면, 회사가 갖고 있는 자산에 주력하는 가치투자자도 있습니다. 가치투자 베이스로 여러가지 방법을 다 구사하는 혼종형 투자자도 있습니다.

일례로 가치투자자들이 좋아하는 필립피셔, 그레이엄, 모니시파브라이, 존 템플턴, 피터린치, 데이비드 드레먼, 찰리 멍거와 버핏같은 대가들만 봐도 알 수 있습니다. 가치투자를 구현하는 방법은 무한하다는 것을요.

오래전부터 나온 이야기지만 '가치투자'라는 말 자체가 그래서 필요없는 말일 수는 있습니다. 미래에 이익을 얻기 위해 투자하는 것은 모두 가치투자이며, 가치투자는 투자인것이죠. 다만, 아주 심오한 면을 파고 들어가면 '가치투자'의 영역이 일부 존재합니다. 그래서 개인적으로 '가치투자'라는 단어의 존속이 필요하다고 여겨서 저는 가치투자자를 자처하고 있습니다.

가치투자는 역사가 있는 철학


새로운 성장산업을 중심으로 강세장이 연출되면 가치투자자들은 언제나 욕받이가 되었습니다. 특히, 선두에 있는 워런버핏은 강세장 때 마다 조롱을 당하며 살아 온 인생입니다. 이번 상승 싸이클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번에는 버핏 뿐 아니라 가치투자 철학 자체가 공격 당하며 조롱당하고 있습니다.

주변의 가치투자자들을 보면 개의치 않는 것 같습니다. '그러거나 말거나'라는 태도로 자신의 삶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어차피 세상은 정반합으로 돌아갑니다. 그리고 자산 시장에 참여하는 사람들의 센티멘트는 언제나 오르락 내리락 합니다. 무게감 있게 자기 자리를 지키는 사람은 소수입니다. 그런 사람들을 조롱하는 사람들은 뜨내기입니다. 다음 싸이클 때 보면 사람이 또 바뀌어 있을 것입니다.

뜨내기들이 가치투자를 공격할 때 가장 많이 하는 이야기가 몇가지 있습니다. 몇가지 예를 들어, 반박을 해보겠습니다.

"장기투자만이 답은 아니야"

맞습니다. 투자 기간을 단축 시키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 이왕이면 사자마자 가격이 가치를 찾아가서 빨리 엑시트하고, 이렇게 회전율을 높이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 그러니 그런 트레이딩 측면에서 본다면 장기투자만이 답은 아니라는 말도 일리는 있습니다. 그러나 그렇게 마켓타이밍을 맞추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렵습니다.

또, 가치투자는 장기투자가 아닌데, 아직도 이것을 동일시 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저PER, 저PBR 시대는 죽었어"

저PER, 저PBR 상태는 '인기가 없는 상태'입니다. 미래의 주식시장을 100년쯤 미리 다녀온 것이 아니라면 저런 이야기는 함부로 하면 안됩니다. 죽었던 저PER, 저PBR 종목들이 살아나서 미친듯이 양봉을 뽑아내면 어떻게 하려고요. 죽었던 저PER, 저PBR 기업들이 혈기왕성하게 살아난 경우는 수도 없이 많습니다.

시장의 상태는 어떤 한가지 상태로만 머물지 않고 계속 변합니다. 시장이 어떻게 변할지 우리는 아무도 모릅니다.

그리고 여기에 사람들의 또 오해가 있는 것이, 가치투자를 단순히 저per, 저pbr 종목에 투자하는 것으로 생각한다는 점입니다.

가치투자는 아래로는 다양한 스킬을 다루고 있습니다. 그리고 위로는 심오한 철학체계이며 철학 덩어리입니다. 그 세계는 심플하지만 복잡하고, 넓고 깊습니다. 저도 가치투자자라고 주장하고 다니지만 가치투자의 심오한 세계에 대해서 다 안다고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가치투자는 역사가 오래된 철학입니다. 그 틀 안에서 많은 현자와 성공한 투자자들이 나왔습니다. 그것을 일개 개인투자자가 재단하고 조롱하는 모습을 보니 제가 다 부끄러웠습니다. 잘 모르면 용감하다, 벼는 익을수록 고개를 숙인다는 조상님들의 말씀은 한 점 틀림이 없습니다. 잘 모르면서 막말하며 다니는 저런 분들은 나중에 이불킥은 안 하시려는지 모르겠습니다.

물론 저도 아직 한참 배워야 하는 모자란 투자자입니다. 저 역시 뭘 대단히 잘 하거나 많이 안다고 쓴 글은 아님을 뒤늦게 말씀드립니다. 다만, 누군가들이 소중히 여기는 투자관에 대해서 재단을 당하면 비수가 가슴에 꽂히는 고통을 느끼는 사람들도 적잖이 있다는 것을 미천한 글로나마 밝히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기록을 남깁니다.

2020년 12월 10일
송종식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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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12월 9일 수요일

스마트폰 케이스를 벗겨버리다

스마트폰을 구입하면 필름도 붙여주고 케이스도 입혀줍니다. 그렇게 스마트폰을 쓰게됩니다. 케이스가 손상을 입으면 구입처에 가서 갈아 달라고도 합니다. 그렇게 아무런 생각없이 케이스를 덮은 채 스마트폰을 사용해 왔습니다.

폰 청소를 하려고 케이스를 벗겼습니다. 휴대폰을 닦다가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요즘 스마트폰 정말 예쁘게 나온다. 그리고 훨씬 슬림하잖아? 케이스를 벗기니까 확실히 좋네.'

그랬습니다. 케이스를 벗어던진 스마트폰은 손에도 훨씬 잘 들어오고 보기에도 좋았습니다. 스마트폰이 고가의 제품이다 보니 케이스를 씌워서 파는게 문화가 되었습니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보면 케이스를 씌우고 나서 불편한 경향이 더 많은 것 같습니다. 

케이스 두께 때문에 손이 불편하여 되레 더 많이 떨어뜨립니다. 주머니에 넣기도 부담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디자이너들이 심혈을 기울여서 만든 디자인이 케이스 속에 묻혀서 평생 빛을 볼 일이 없게 됩니다. '아끼다가 똥 되는' 케이스가 이런 케이스가 아닌가 싶습니다. 스마트폰은 어차피 소비재인데요.

스마트폰을 사고나서 버릴 때 까지 평생 케이스가 채워져 있다는 생각에 살짝 소름도 돋았습니다. 스마트폰을 보호한다는 명목으로 정작 스마트폰의 원래 디자인은 즐기지도 못하고 버리게 된다니..

그래서 저는 스마트폰의 케이스를 과감히 벗겨냈습니다. 앞으로는 케이스나 덮개를 사용하지 않을 예정입니다.

케이스가 덮어져 있을 때는 한손으로 조작하기가 버거웠습니다. 케이스를 씌우면 스마트폰이 은근히 두꺼워지고 부피가 커지잖아요. 케이스를 벗기고 나서는 한손으로도 조작이 잘 됩니다. 


그리고 갤럭시도 이제는 스마트폰을 잘 만드는구나 싶습니다. 생각이상으로 슬림해서 주머니에 넣고 다녀도 큰 부담이 없습니다. 케이스를 씌운 것과 안 씌운 것의 차이는 하늘과 땅 차이입니다. 무게로보나 부피로 보나 심리적 부담이 크게 줄었습니다.

참고로 저는 첫 스마트폰을 아이폰으로 시작했습니다. 랩탑도 맥북을 쓰고 있고 애플 매니아입니다. 그런 제 눈에도 삼성의 갤럭시는 이제 꽤 괜찮은 제품으로 인지가 됩니다. 현재는 갤럭시를 주력으로 쓰고 있습니다.

어쨌든 그리고 폰을 볼 때마다 디자이너들이 저에게 전달하고 싶었던 무언의 메시지 같은 것이 느껴져서 좋습니다. 중국에서 만든 싸구려 케이스를 벗겨내니 삼성의 고급 디자인이 드러났습니다. 볼 때 마다 흡족합니다.

그리고 신기한 점은 케이스를 벗긴지 일주일이 되었는데 아직까지는 폰을 떨어뜨린 적이 한번도 없습니다. 제가 부주의 한 편인지 몰라도, 스마트폰을 이틀이나 사흘에 한번꼴로 바닥에 떨어뜨리는 편이거든요.

사려깊은 성격이시라면 여러분의 스마트폰도 케이스에서 해방 시키는 도전을 한번 해보세요. 저는 개인적으로 매우 만족스럽습니다.

2020년 12월 9일
송종식 드림

잃지 않는 투자의 중요성

다음 중 어떤 포트폴리오의 수익률이 가장 높을까요?


1. 연간 수익률이 +100%, -50%, +100%, -50%, +100%를 반복하는 포트폴리오
2. 연간 수익률이 꾸준히 +5%씩 증가하는 포트폴리오
3. 연간 수익률이 +70%, -30%, +70, -30%를 반복하는 포트폴리오
4. 연간 수익률이 꾸준히 +10%씩 증가하는 포트폴리오

시뮬레이션


위의 4개 사례를 가지고 총 18년간의 포트폴리오를 운용 했을 때 각각의 실적은 아래와 같습니다.

앞의 1, 2, 3, 4 사례별 장기 수익률 그래프 <자료 : 송종식, 스케일 타입 : 리니어>

앞에서 언급한 1, 2, 3 ,4 순서대로 18년간 수익률 결과를 보면 가장 수익률이 높은 포트폴리오는 매해 꾸준히 연평균 10%의 수익률을 올려 온 포트폴리오입니다. 1억 원의 투자금이 5억 5,600만원이 되었네요.

꼴찌는 극심한 변동성을 보였던 +100%, -50%의 포트폴리오입니다. 열심히 투자를 하였지만 18년 후에도 계좌 규모는 제자리입니다. 1억 원으로 시작한 포트폴리오는 여전히 1억 원입니다. 18년간 허송세월을 보냈네요.

이보다 변동성을 살짝만 줄여보았습니다. +70%, -30% 정도의 변동성을 보이는 포트폴리오를 주목해주세요. 포트폴리오의 변동성이 조금만 줄었을 뿐인데, 결과는 시간이 갈수록 달라집니다. 1억 원의 종자돈이 4억 7,900만원이 되었습니다.

꾸준히 연간 5%의 수익을 올려 온 포트폴리오는 18년 후에 2억 4,100만원이 되었습니다.

앞의 기간을 더 늘려 보았습니다 <자료 : 송종식, 스케일 타입 : 리니어>

기간을 조금 더 늘리면 복리의 위력이 엄청나게 드러납니다. 연평균 10%의 수익률을 올려 온 투자자의 1억 원짜리 계좌는 40년 후에 45억 2,600만원이 됩니다.

연평균 20%의 수익률을 40년간 올렸을 경우 <자료 : 송종식, 스케일 타입 : 리니어>

위의 그래프는 덤으로 연평균 20%의 수익률을 40년간 올렸을 경우를 시뮬레이션 하여 리니어 그래프로 표현한 것입니다. 1억 원의 초기 투자금은 40년후에 1,600억 원으로 불어나 있습니다. 재벌이죠.

실제 워런버핏의 수익률인데, '연평균 수익률 20%'를 우습게 생각하시는 투자자가 일부 계시는 걸 보았습니다. 그러나 그 수익률을 장기간 동안 올리기란 쉽지 않습니다.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버핏이 괜히 현인이 아닙니다^^).

위의 시뮬레이션이 시사하는 점


- 포트폴리오의 변동성을 최소화 하는 것이 좋다 
- 손실은 되도록 안 내는 것이 좋다. 버핏의 투자원칙이 괜히 '첫번째 투자원칙은 잃지 않는 것이고, 두번째 원칙은 첫 번째 원칙을 지키는 것이다.'라고 말한게 아닙니다. 손실을 내면 복리에 타격을 입어서 더 많은 시간과 자원을 소모하게 되는데 이는 시간이 갈수록 엄청난 타격이 됩니다.

투자를 잘 하는 사람인지 판단 하는 방법은?


- 비교적 연평균 수익률의 편차가 적다.
- 손실없이 꾸준히 수익을 누적 시켜왔다.
- 포트폴리오 운용기간이 길다.
- 기업과 산업, 그리고 투자 철학 전반에 대한 지식이 해박하다.
- 벌어지는 상황에 안달복달하지 않고 침착하다.

이 정도가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어떤 사람들은 연평균 수익률 20%를 무시하면서 '1년에 1,000%' 수익은 내야지'라고 말하기도 합니다. 1,000% 수익률을 내고 이듬해에 -99%를 맞고, 시장에서 아웃되는 경우는 허다하게 많습니다. 

저 정도 수익을 올리려면 풀레버리지 몰빵 투자를 해야하니까요. 습관은 쉽게 안 변합니다. 

늘 말씀드리듯이 투자는 덧셈 게임이 아니고 곱셈 게임입니다. 폭발적으로 벌다가도 곱하기 0 한번에 걸리면 시장에서 아웃됩니다. 올해 3월과 같은 사례가 아니더라도 곱하기 0을 맞을 수 있는 경우는 흔하게 발생합니다. 무리해서 투자를 하면요. 

비교적 오래도록 꾸준히 좋은 실적을 쌓아가야 합니다. 건전한 투자 철학과 기업에 대해 해박한 지식을 갖고 있으면서 흥분하지 않고 차분하게 포트폴리오를 키워나가는 사람들이 잘 하는 사람들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목에 칼이 들어와도 손실을 발생시키지 말자


투자 원금이 되기 위한, 손실 복구에 필요한 수익률 <표 : 송종식>

프로들의 세계는?


전업투자자들의 세계는 이처럼 이론적으로만 돌아가지는 않습니다. 이론적으로 투자하시는 분들도 계시는가 하면, 가치투자 철학을 베이스로 하되 매우 투기적으로 투자하는 가치-모멘텀 투자가도 적지 않습니다.

전업 첫해의 수익률이 매우 중요합니다. 전업 첫해의 수익이 전업투자자 생활의 전반을 좌우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따라서, 종자돈이 적을때는 폭발적으로 수익을 올리고, 일정 투자 금액이 되면 다시 보수적인 전략으로 회귀하는 투자자들도 적지 않습니다.

그러나 그런 투자자가 되려면 몇가지 조건이 필요합니다.

- 방대하고 디테일한 투자지식과 철학의 장착
- 자금 관리 기술과 포트폴리오 운용 기술의 장착
- 잠을 줄이고 기업 분석과 탐방을 해내겠다는 성실함의 장착
- 끈기 그리고 용기와 담력, 긍정적인 마인드
- 끝으로 어느 정도의 운

오늘 글은 이 정도에서 마치겠습니다. 여러분 모두 욕심 내지 말고 좋은 수익을 올리시길 바랍니다. 시간은 개인투자자의 편이고, 우리를 부자로 만들어주는 것은 시간과 그 시간을 굴릴 작은 눈덩이 하나면 충분합니다.

방어적으로 투자를 하면서 수익이 누적되면 결국은 클 수 밖에 없습니다. 잃지 않으면 복리는 크든 작든 누적되기 때문입니다. 큰 손실은 확정적으로 입으면 안됩니다.  큰 손실을 입고 재기불능에 빠지면 무언가 해볼 기회도 사라지기 때문입니다.

2018년 7월 22일
스팀잇에 쓴 글을 백업해뒀다가 가져옴

2020년 12월 7일 월요일

구글어스로 본 평양시내 (2007년)

2007년에 찍어서 저장해 둔 평양 시내의 위성사진입니다. 지금이야 누구나 구글 어스를 통해서 평양 시내의 위성 사진을 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 특별할 것은 없습니다. 현재의 구글 어스를 통해서 13년 전 평양과 현재의 평양을 비교해 보시는 것도 재미있겠습니다.


구글어스가 처음 출시됐을 때, 아주 신기한 소프트웨어라서 이리저리 가지고 놀았던 기억이 납니다. 블로그에 위와 같은 평양 사진을 올린 것은 한참이 지난 후의 일입니다. 그때도 컴퓨터 관련 직종에서 일하던 사람이 아니면 구글 어스는 생소했던 것 같습니다.

당시 중앙일보에서 연락이 왔었던 기억이 납니다. 블로그에 올린 평양 시내의 위성 사진을 봤다면서요. 그 사진들은 어디에서 난 사진이며, 각각의 지명들을 어떻게 그렇게 잘 알고 있냐면서 저에게 이것저것 캐물었습니다. 이상한 사람으로 몰리기 싫어서 아주 빠른 속도로 구글 어스에 대해서 중앙일보 측에 알려줬었던 일이 추억으로 남아있습니다.

2007년 1월 19에 모노아이즈 닷컴 블로그에 썼던 자료를 옮겨옴

벼락거지, 영끌 그리고 패닉바잉.. 예고된 재앙

전세계가 유동성 공급과잉으로 몸살을 앓고 있습니다. 각국 정부는 코로나19로 인한 경제 붕괴를 막아야 했습니다. 가장 손쉽게 택한 방법이 돈을 찍어내고 뿌리는 것이었습니다.

그것은 죽어가는 사람에게 호흡기를 다는 역할을 했습니다. 그 돈들은 돌고 돌아서 막대한 자금이 주식과 부동산 시장 등으로 흘러 들어왔습니다.

코로나 확산 이후 폭증한 M2. 2020년 3윌에 15조 달러였던 M2는 11월 현재는 19조 달러까지 수직 상승했다. <자료 : FRED® Economic Data>

유례없는 유동성 덕분에(?) 자산의 가격은 치솟고 있습니다. 엄밀히 말하면 돈의 가치가 급격히 떨어지고 있는 것입니다.

벼락거지? 누가?


요즘 '벼락거지'라는 신조어가 유행입니다. 열심히 회사에 다니며 저축한 죄 밖에 없는데, '정신차리고 보니 거지가 되었다'는 의미라고 합니다.

'거지'라는 단어의 뜻을 찾아보면 의미는 이렇습니다. 1) 딱히 하는 일이 없으면서, 2) 남의 힘이 없으면 생존할 수 없고 남에게 밥을 빌어 먹고 사는 사람.

열심히 일하고 저축을 했는데 거지가 되었나요? 정말인가요? 어제는 쌀밥을 먹고 살았는데, 오늘은 꽁보리밥을 먹게 되었나요? 아마 '동료들은 집값이 올라서 벼락부자가 되었는데 나는 벼락거지가 되었네'라고 자조섞인 이야기를 하는 분들 중에서 정말로 거지가 된 분들은 없을거라고 생각합니다.

전모 씨는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그냥 콱 죽어버려야 될까요? 전모 씨가 정말 거지인가요? 남과의 비교에서 오는 우울과 탐욕은 늘 주의해야합니다. <출처 : '서른넷 동갑내기 대학-입사 동기 자산 격차…4억→11억 더 벌어져', 2020-11-26, 동아일보>

물론, 어떤 의미인지는 충분히 이해합니다. 부(富)는 상대적인 개념이며 남이 나보다 앞서 나가면 내가 뒤쳐진다는 생각을 할수도 있습니다. 어느 정도 사실인 면도 있는 경우는 다음과 같은 경우입니다.

1) 남들은 투자를 하고 있는데, 나는 투자를 하지 않고 있는 경우, 2) 나도 투자를 하고 있지만 모두가 돈을 버는 시기에 혼자 돈을 잃는 경우 정도 될까요?

자본주의 사회에 살면서 투자를 하지 않는 것은 그야말로 경제적으로 도태되는 삶을 사는 것입니다. 인플레이션은 우리의 삶을 야금야금 파먹습니다. 투자는 꼭 해야합니다.

다만, 1) 저축을 잘 하고 있는 사회 초년생, 2) 모아둔 종자돈을 굴려서 차곡차곡 재산을 늘려가고 있는 사람이 '나는 벼락거지야'라는 표현을 쓰는 건 옳지 않습니다. 후퇴만 하지 않으면 충분히 잘 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리고 제가 항상 입이 닳도록 드리는 말씀이 있잖아요? 인생은 끝까지 가보기 전엔 누구도 모르는 거라고요. 짧은 기간 동안 누군가가 조금 더 잘 하는 것 처럼 보일 수 있고, 반대로 못해 보일 수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말 그대로 '짧은 기간'입니다. 인생이라는 긴 지평을 펼쳐두고 어떤 기조와 추세로 가고 있는지가 더 중요합니다.

그러니, 특정 구간에서 남들이 나보다 조금 앞선다고 해서 스트레스를 받을 이유가 하등없습니다.

아파트 값이 올라서 연에 수십억을 벌고, 주식 투자로 단숨에 슈퍼개미가 되는 사람만 바라보지 마세요. 그런 사람들은 시장에서 매우 극소수만 존재할 뿐입니다. 소수의 사례가 노이즈를 일으켜 다수를 우울하게 만듭니다. 그리고 그 소수의 스타들도 막상 살림살이를 열어보면 생각했던 것 보다 못할 수도 있습니다. 어떻게 알겠습니까? 

그리고 그 사람들이 돈을 벌든 잃든 나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습니다. 그걸 직시해야합니다. 우리는 우리 갈길만 가면 됩니다. 충분히 잘하고 있으면서 너무 뛰어난 사람과 자신을 비교하는 것은 현명하지 못합니다. 게다가 그것으로 삶까지 우울해 진다면 돈이 문제가 아닙니다. 삶의 의미를 다시 되새겨 보아야합니다.

연평균 15%라는 엄청난 실적을 올리는 투자자가 연평균 20%의 수익을 올리는 투자자를 보면서 부러워하거나 우울해야 할 이유는 전혀 없습니다. 자신의 삶에 집중해야 합니다.

경쟁문화, 잘못된 교육의 폐해


투자를 왜 할까요? 당연히 돈을 벌기 위해서 합니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은 이것을 망각합니다. 투자를 돈을 벌기 위해서 하는게 아니라, 남들과 대결하기 위해서 하는 사람들이 정말 많습니다.

정말 스트레스만 받는 행동입니다. 아무런 의미도 없습니다. 행복하기 위해 시작한 투자가 불행의 씨앗이 될 뿐입니다. 세계에서 가장 성공한 투자자인 버핏도 '남과의 비교' ,'질투' 따위의 감정이 가장 큰 파멸을 불러오는 파괴적인 감정이라고 했습니다. 이것은 동서양의 철학 고전서나 역사를 통해서도 수 없이 검증이 된 사실입니다.

우리는 어릴 때 부터 남을 이기라고 배웁니다.

"너는 어떤 학문을 하고 싶니?"
"저는 우주를 공부해 보고 싶습니다."
"왜?"
"인류에게 지구는 비좁고 리스크도 크니까요. 영원한 번영을 위해서는 우주를 공부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자녀와 이런식의 대화가 이루어지는 가정은 극소수라고합니다. 대부분이 이런식일거라고 생각합니다.

"공부해. 커서 뭐가 되려고 그래?"
"공부 안하면 커서 배달이나 하면서 살아야 된다 너?"
"너 그렇게 공부해서 니 친구들 어떻게 이기려고 그래? 니 친구들은 이 시간에도 공부한다?"
"야, 밥 안 굶으려면 공부해야 해. 나가면 생지옥이야. 기회될 때 공부해서 사무직이라도 얻어"

솔직히 그렇지 않습니까? 땅도 비좁고 자원은 사람 뿐인데다, 아득바득 부대끼며 살다보니 경쟁의식이 치열합니다.

이런 경쟁의식은 삶의 모든 분야에서 도드라지는데요. 투자 분야도 예외는 아닙니다. 그러하다보니 투자를 하면서도 '내 계좌는 차곡차곡 잘 불어나고 있으니 행복해'라는 감정보다는, '나는 올해 10%밖에 못 벌었는데, 내 친구 철수는 100%를 벌었다고? 우울해' 이런 감정이 사람들을 지배하는 것입니다.

심지어 투자를 연구하는 학자가 아니라 필드에서 돈을 뽑아내야 하는 실전 투자자들 마저도 '니말이 맞다, 내 말이 맞다'로 싸우는가 하면 '내가 그걸 먼저 언급했다', '아니다 내가 먼저 언급했다' 하면서 다투는 모습을 가끔 봅니다. 너무 유치하고 의미없지 않습니까? 내말이 맞으면 누가 상을 주는 것도 아닌데요.

물론 경쟁이 무조건 나쁜 것은 아닙니다. 경쟁이 주는 좋은 면도 분명히 많습니다. 그러나, 전혀 필요하지 않는 분야에 경쟁을 끌고 와서 스스로의 마음에 연탄재를 던져대면, 속이 시커멓게 타들어 가는 것은 본인일 뿐입니다. 어떤 분야나 마찬가지지만 특히 투자는 마음을 다스리는 것이 가장 중요한 분야입니다. 이미 귀에 닳도록 들으셨던 이야기라고 생각합니다 :)

마구잡이식 보유는 재앙


'패닉셀'에 대응하는 단어로 '패닉바잉'이라는 단어가 있습니다. 자산의 가격이 무섭게 상승하면서 일어나는 일입니다. 평소에 주식과 부동산 등 자산투자에 관심이 없던 사람들도 자산을 매수하기 위해 열을 올리며 동참하는 현상입니다.

엄밀하게는 시장에 돈이 풀리면서 돈의 가치가 떨어지는 것이고, 이것이 숫자로 찍히는 자산의 가격을 밀어 올립니다. 그동안 투자는 도박으로 치부하던 사람들도, 더는 늦으면 도태된다는 공포감에 사로 잡힙니다. 그래서 패닉바잉에 동참하게 됩니다. 하지만 패닉셀과 마찬가지로 패닉바잉도 똑같이 '패닉'이 들어간 단어인 만큼 이성적이고 합리적 의사 결정의 결과는 아닙니다.

패닉매매에 동참하기 전에 차분히 생각을 해보아야 합니다.

1) 나는 투자 대상 자산군에 대한 지식을 충분히 보유하고 있는가?
2) 나는 투자 대상물에 대한 오랜 관찰과 공부를 꾸준히 해오고 있는가?
3) 나는 투자 대상에 대한 적정한 가치 평가를 지속해서 해오고 있는가?
4) 투자 대상물은 현재 매입하더라도 안전마진이 충분한가? 혹은 성장성이 충분한가?
5) 내가 매입하는 가격은 잘 산 가격이거나, 합리적으로 잘 매입한 가격인가?

등과 같은 것입니다. 요모조모 따져보지도 않고, 전략 부재의 상태에서 패닉매매를 한다면 반드시 필패하게 되어 있습니다. 특히, 뉴스나 사회 분위기에 편승한 패닉매매는 절대로 하면 안됩니다. 불과 몇달전 3월에는 주식 투자를 하면 미친놈 소리를 들었습니다. 그러나 그때가 투자 적기였습니다. 반대로 지금은 주식이나 부동산은 사지 않으면 미친놈, 심지어 거지 소리를 듣습니다. 미디어와 대중여론에 휘둘려서 전재산이 걸린 의사결정을 내리는 것은 현명하지 못합니다.

현재 자산 시장의 가격 폭등은 기보유자들이 즐기는 영역입니다. 이제야 서울의 아파트를 사고, 멀티플이 엄청나게 높아진 몇몇 주식을 산다면 그 결과는 좋지 않을 확률이 높습니다. 그래서 제가 제목에 '예고된 재앙'이라고 썼습니다.

공급은 막히고 규제는 계속되는데다, 유동성은 늘어나니 한동안은 주식이든 부동산이든 상승 기조를 유지할 수 있습니다.

시장의 상승세는 얼마나 지속할지 아무도 모릅니다. 1년을 더 그럴수도 있고, 3년을 더 그럴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마켓타이밍은 못 맞춥니다. 그러니, 우리는 상식에 근거해서 투자와 매매를 해야합니다. 우리의 상식을 벗어나는 영역에선 아무것도 하지 않아야합니다. 그 구간을 버리는 관조는 중요합니다.

특히, 지금 패닉바잉에 새롭게 동참하는 사람들 중에서 투자에 능숙한 사람은 드물다고 생각됩니다. 이미 꾼들은 상당한 시세를 누리고 있을테구요. 그러니 더 위험합니다.

우리나라의 주식시장, 서울의 아파트, 미국 주식시장 등 상당히 많은 시장들은 지속해서 상승해 왔습니다. 그것의 밑바탕에는 경제 성장과 인플레이션의 힘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모든 자산 시장이 우상향만 한 것은 아닙니다. 이웃나라인 일본의 니케이지수는 버블 경제 시기 이후 줄곧 하락했습니다. 26,000포인트를 재탈환하는데 무려 29년이 걸렸습니다. 그것도 일본의 경제가 성장해서 그런 것이 아니라 최근 늘어난 막대한 유동성의 힘으로 회복한 것입니다. 러시아의 RTSI지수는 2006년 지수를 여전히 회복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투자자, 특히 가치투자자는 의심의 눈으로 리스크를 뒤적거려야 합니다. 그러나 장기적으로는 긍정적인 사람들이죠. 시장은 우상향 할 것이고, 우리 경제도 우상향 할 것이라는 믿음을 갖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런 믿음이 흔들리기 시작할 때는 그 믿음을 버릴 줄도 알아야 합니다. 실제로 중요한 것은 어느 국가의 지수가 우상향 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들이 운용하는 포트폴리오의 규모가 우상향 하는 것이어야 합니다. 지수가 잔인하게 내리막길을 타더라도 우리들의 포트폴리오는 그 안에서 생존해야 합니다. 결국에는 우상향을 그려야 하는 것입니다.

어쨌든 우상향 하는 시장에서도 여러가지의 인내심을 요하는 것은 마찬가지입니다. 시장이 우상향 한다고해서 선형으로 우상향 하는 것이 당연히 아니기 때문입니다. 궁극적으로 우상향 해왔던 시장일지라도, 온갖 우여곡절과 기다림의 세월을 필요로합니다.

2006년~2007년에는 용인, 분당, 평촌 등 이른바 '버블세븐'으로 불리던 지역의 집값이 천정을 뚫고 치솟았습니다. 이때도 견디지 못한 사람들이 패닉바잉을 하면서 부동산 매수에 가담하였습니다. 당시 천정에 주택을 매수한 사람들은 2008년부터 버블세븐 지역에 닥친 주택 가격 폭락에 된서리를 맞았습니다. 당시 고점대비 주택가격 하락 속도가 얼마나 빨랐냐면, 1년 동안 고점대비 40% 넘게 하락한 지역도 있었습니다.

이들 주택시장은 2012~2014년까지도 제대로 회복을 못했습니다. 어떤 지역들은 2006년 고점을 2018년까지도 회복을 못했습니다.

수도권의 아파트는 사두면 돈이 된다는 믿음이 있습니다. 최근의 가격 상승세는 사람들의 믿음에 '역시는 역시'라는 화답을 하는 듯 치솟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런 시기는 아주 잠시입니다. 분위기가 과열된 시기에 매입한 자산이 가격 조정을 받기 시작하면 부동산의 경우는 4~5년 이상을 버틸 수 있어야 합니다. 

서민들의 경우 전재산에 대출까지 더해 산 집인데, 가격이 4~5년간 하락하면 이자를 내면서 얼마나 버틸 수 있을까요? 세금부담도 갈수록 커지고 있는데 말입니다. 소득과 순자산을 늘리지 못하면서 부채를 늘려 자산만 키운다면, 특히 요즘과 같은 시기에 이 같은 의사결정은 매우 리스크가 높은 의사결정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당시 유행했던 '하우스푸어'의 공포를 잊으면 안됩니다. 고점에 집을 사서 정말로 '거지'가 되어버렸던 사람들 말입니다. 하우스푸어들이 눈물을 흘리며 뱉어내던 집을 하나씩 받아먹은 사람들이 지금 부동산 시세가 올라서 만세를 부르고 있습니다.

주식시장도 마찬가지입니다. 주식 투자에 전혀 관심이 없던 사람들까지도 저에게 연락이 빗발치는 요즘입니다.

"지금 주식을 사면 많이 늦을까요?"

이런 질문을 정말 많이 받습니다. 코스피 지수만 놓고 보면 2010년대부터 현재까지도 박스권 장세입니다. 3월의 기록적인 폭락장 이후에 최근에야 유동성의 힘으로 역사상 신고가를 써나가고 있습니다. 그러다보니 시장에 관심을 가지는 사람이 정말 많이 늘었습니다. 최근만 놓고보면 10년 간의 박스권 장세, 그리고 3월의 시장 대폭락을 견뎌낼 수 있었던 사람이 얼마나 될까요?

물론, 개별주에 잘 투자한 사람들은 지수와 무관하게 수익을 잘 냅니다. 그러나 그런 소수의 투자자를 제외하면 대부분은 지수를 이길 수 없습니다.

어쨌든 공포에 매수를 시작해서, 환희에 매도를 시작하는 것은 투자의 기본입니다. 대중의 무관심에 사서 관심이 끓어오를 때 파는것도 기본입니다. 대중 다수의 감정과 반대로 움직여야 돈을 법니다. 달리는 말에 올라타면 잠깐은 벌 수 있을지 몰라도 길게 보면 언젠가는 말에서 떨어져서 크게 다치게 됩니다. 어차피 대출이 막혀버렸지만 상당한 가격대에서 무리해서 집을 산 분들은 안타깝게도 머지 않아 큰 고생을 할 확률이 높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현금흐름 규모가 크신 분이 아니라면 말이죠.

'무조건 오르니까 무조건 고!'. 이런 생각보다는, 늘 가치와 가격의 괴리를 생각하고, 사람들의 감정이 공포에 질려있는지, 흥분한 상태인지를 판단하면서 의사결정을 해야한다고 생각합니다. 패닉 바잉, 말 그대로 매수를 위한 매수입니다. 매수를 위한 매수를 하지 말고, 정말로 돈을 벌 수 있는지 계산기를 잘 두드려 가면서 의사결정을 내리면 좋겠습니다.

남탓 금지


약세장 때 투자자들은 예민해집니다. 회사욕, 회사 사장욕, 종목 언급했던 유튜버 욕, 스터디 같이 했던 사람 욕, 나라욕, 예수님욕, 주식시장 욕.. 온갖 대상에 온갖 욕을 다 퍼붓습니다.

그리고 시장이 강세장으로 변하기 시작하면, '키야 나는 역시 천재네'하면서 스스로에게 흡족해합니다. 그리고 올라올 만큼 올라왔다고 생각해서 수익실현을 합니다.

그리고도 시장은 한참을 더 오릅니다. 그러면 이번에는 오른다고 욕을 하기 시작합니다. 거품을 만드는 정책 당국자 욕, 나라욕, 시장 욕, 시장 참여자들에 대한 욕, 나말고 돈 잘 벌고 있는 친구들 욕..

남탓은 절대 금지입니다. 투자가 잘 안 풀리면 내 탓이니 기다리면 되고, 투자가 잘 되면 내가 열심히 해서 그런 것입니다. 누구에게나 기회는 몇번씩 찾아옵니다. 문제는 마음가짐입니다. 남 탓을 하고, 남을 의식하면 영원히 발전하지 못합니다.

여유와 관조의 가치


어느 분야나 고수들은 존재합니다. 저는 동양역사에 나오는 고수들 중 책사들을 특히 좋아합니다. 장량, 범증, 괴철, 제갈량 등. 출중한 이 고수들의 공통점은 많습니다만, 그 중 두드러지는 것이 '여유와 관조'입니다.

21세기에 들어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운동이나 무예를 오래도록 수련한 사람들은 여유와 관조의 아우라가 철철 흘러 넘칩니다. 운동이라고는 하지도 않은 사람이 흥분해서 펄펄 날 뛰는데, 운동과 무예로 다년간 수련한 사람들은 그들 앞에서 침착한 모습을 여러번 보았습니다.

우리가 좋아하는 투자 분야도 마찬가지입니다. 투자 경험과 지식이 짧은 사람보다는 긴 사람이, 철학이 부실한 사람 보다는 튼튼한 사람이 여유있는 모습과 태도를 갖고 시장을 대합니다. 

이는 금액의 크고 작음과는 무관합니다. 멋드러진 중년이 5억을 들고 투자해도 시세등락에 안달복달하면 하수입니다. 어린 학생이 천만 원을 갖고 투자해도 고수의 여유와 품격이 묻어날 수 있습니다. 전자는 5억을 지킬 확률이 낮고, 후자는 장차 큰 부자가 될 확률이 높습니다.

입문자 시절을 떠 올려보세요. 매수한 종목이 3%만 하락해도 어쩔 줄 몰라 안절부절 하지 않았나요? 

그러나 경험이 쌓이고, 고수의 반열로 오를수록 그 어떤 상황에도 흔들리지 않게됩니다.(제가 고수라는 소리는 아닙니다^^;) 침착함과 여유, 그리고 관조하는 태도는 고수들이 가진 공통적인 태도입니다. 분야를 막론하고 그렇다고 보셔도 됩니다. 

이런 기질을 타고나는 사람도 물론 있습니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은 훈련하여 만들 수 있는 태도라고 생각합니다.

잔잔한 호수 같은 조용함, 새가 지저귀는 숲속에 있는 듯한 여유, 그리고 행동을 할 듯 말듯 하지만 침착하게 지켜보는 관조. 이것들의 가치는 천금보다 귀합니다. 이것이 컨트롤이 되면 실수를 하지 않게 되고, 금전이든 인생이든 실수로 소실되는 일이 없게 됩니다. 물론 저도 많이 늘긴 했지만 궁극에 다다르려면 아직 한참 멀었습니다.

2020년 12월 6일
송종식 드림

2020년 12월 4일 금요일

2시간의 힐링캠프 - 언터처블 : 1%의 우정 (Intouchables)을 보고..

본 포스팅은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최근 영화들은 대체로 영상이 화려하다. 대사에 심한 욕설이 등장하는 영화도 많고 관객의 시선을 억지로 끌기 위해 이야기나 배우의 연기가 다소 오버하는 경향도 잦다. 

그러나 언터처블은 달랐다. '제작비를 많이 썼구나'라는 생각이 들만큼 화려한 씬은 없었다. 물론 -촬영장 세트가 아니라면- 저택과 걸프스트림 임대료는 조금 부담 됐을수도 있겠지만. 어쨌든, 그렇다고 관객의 감정을 억지로 만들어 내기 위한 과격하고 억지스러운 장면도 없었다. 주인공인 드리스와 필립이 대부분의 극을 이끌어갔다. 이야기가 펼쳐지는 장면도 거의 필립의 집이다. 머리 이외의 부분은 마비 상태인 필립. 그리고 그의 도우미인 흑인 남성 드리스의 이야기는 여러가지 제약 조건 때문에 자칫 무미건조한 영화가 될 가능성도 농후했다. 그러나 관객들의 이런 기우를 비웃기라도 하듯 영화는 시종일관 보는 사람의 배꼽을 잡게 만들었다. 드리스의 코믹한 대사와 행동 하나하나를 놓칠세라 관객들은 스크린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상위 1% 필립과 하위 1% 드리스의 즐거운 한때 (이미지 출처 : imdb.com)

필립과 드리스의 캐릭터에 대한 몰입도 역시 높았다. 객석 여기저기서 끊임없이 웃음소리가 터져나오다가도 이내 분위기는 고요해지고 눈물을 흘리는 관객도 있었다. 천혜의 얼굴을 가진 이들의 높은 연기력에 압도되었다. 두 주인공의 표정연기와 감정연기가 영화의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웃다가 울고 울다가 웃느라 정신없이 영화를 보는 사이 2시간은 훌쩍 지나갔다. '이 영화 최고다!' 입에서 나도 모르게 나온 말이다. 최근 몇년간 본 영화중에 단연 최고의 영화였다.

담배, 마세라티, 패러글라이딩 그리고 클래식 음악과 미술. 이것들은 두 사람이 서로를 이해해나가는 매개체이자 도전에 대한 상징적 요소들이다. 담배를 나눠 피우면서 필립은 드리스를 이해하려 노력했고, 마세라티의 우렁찬 엔진 소리를 들으면서 둘의 우정은 더욱 깊어졌다. 드리스는 필립의 수족이 되어 주고 필립은 드리스의 머리가 되어주었다.

시각장애를 가진 사람들이 예민한 청각을 가지고 있는 것처럼 사지 마비를 겪고 있는 필립은 판단력이 예민하다. 세상 사람들의 눈에는 그저 불량배에 불과한 사람을 자신의 도우미로 채용해서 주변 사람들을 놀라게 한다. 이 선택은 곧 옳은 판단이었음이 증명된다. 드리스의 성품은 겉보기와는 반대로 매우 선량했다. 깊은 새벽에 필립이 호흡곤란을 겪는 장면에서 드리스의 따뜻한 성품은 보는 사람들 가슴 깊숙이 다가왔다. 부모없이 빈민가에서 자라 제대로 된 교육을 받은 적도 없는 드리스는 타고난 감각과 좋은 머리를 가지고 있었다. 세상 사람들의 잣대로는 불량배였지만 필립이 보기에는 아니었다. 예술이라고는 들은적도 관심도 없었지만 음악과 춤으로 사람들의 가슴을 뛰게하고 타고난 감각으로 미술품도 만들어내는 사람이었다. 글도 모르는 드리스가 마음대로 물감을 뿌려대서 그린 그림을 유명화가가 그린 그림이라고 말하자 고가에 팔려나가는 장면에서 세상 사람들이 만들어 놓은 잣대가 얼마나 부질없는 것인지 신랄하게 풍자됐다.

드리스는 필립의 수족 이상의 역할을 해낸다. 그 중 하나는 필립 스스로 남자로서의 매력을 되찾게 하는 것이다. 익스트림 스포츠를 즐겨하던 필립은 사고 후에는 자신의 남성성을 잃어버린다. 펜팔하던 여자에게 자신의 장애 모습이 담긴 사진을 보낼 수 없을 정도로 소심해져 있던 그였다. 그러나 드리스를 만나서 서서히 원래의 남성성을 되찾는다. 드리스 덕분에 재혼도 할 수 있게된다. 드리스가 다른 사람들에게 준 만족감은 필립에 국한되지 않는다. 필립 옆을 지키던 사람들도 딱딱한 귀족 생활에 답답함을 느꼈던 것 같다. 드리스의 자유분방한 모습을 처음에는 거부했지만 어느새 드리스의 그런 태도를 보면서 큰 대리만족을 느끼는 듯 했다.

거칠어서 쓸모 없다던 마세라티를 화난 듯 몰고 다니고, 경찰을 따돌리고, 담배를 피우며 필립은 다시 서서히 남자가 되어간다. 패러글라이딩에 다시 도전하는 모습은 아름다운 풍경과 조화되어 장관을 연출했다.

상대방의 돈과 피부색, 장애에 상관없이 친구가 될 수 있다는 것은 얼마나 기쁜일인가. 이익이 되는 사람과만 친구를 맺고, 뭔가 부족한 부분이 있는 사람은 배척해 오지는 않았는지 우리 스스로 하여금 반성하도록 만든다. 환경에 구애 받지 않고 상대를 진솔하게 대하는 것은 매력적이다. 하위 1%, 상위1%라는 건 결국 인간이라는 존재 앞에서 아무것도 아닌 신기루 같은 수식어 일 뿐이다. 그리고 사람이 진정으로 숨쉬고 살아간다는 것은 무엇일까? 세상이 정해놓은 규범이나 남의 시선에 따라 사는 것이 아니라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하면서 사는 것, 그리고 남이 뭐라고 하든 내가 좋고 나와 진심이 통하는 사람과 함께 살아가는 것. 그것 아닐까? 영화는 결국 단순하고도 기본적인 진리를 우리에게 말해주고 있었다. 나는 어떻게 살면 행복하게 살 수 있을지 곰곰히 생각해본다. 평점 : ★★★★☆

2012년 3월 25일
과거 운영하던 모노아이즈 닷컴 블로그 아카이브에서 옮겨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