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영화들은 대체로 영상이 화려하다. 대사에 심한 욕설이 등장하는 영화도 많고 관객의 시선을 억지로 끌기 위해 이야기나 배우의 연기가 다소 오버하는 경향도 잦다.
그러나 언터처블은 달랐다. '제작비를 많이 썼구나'라는 생각이 들만큼 화려한 씬은 없었다. 물론 -촬영장 세트가 아니라면- 저택과 걸프스트림 임대료는 조금 부담 됐을수도 있겠지만. 어쨌든, 그렇다고 관객의 감정을 억지로 만들어 내기 위한 과격하고 억지스러운 장면도 없었다. 주인공인 드리스와 필립이 대부분의 극을 이끌어갔다. 이야기가 펼쳐지는 장면도 거의 필립의 집이다. 머리 이외의 부분은 마비 상태인 필립. 그리고 그의 도우미인 흑인 남성 드리스의 이야기는 여러가지 제약 조건 때문에 자칫 무미건조한 영화가 될 가능성도 농후했다. 그러나 관객들의 이런 기우를 비웃기라도 하듯 영화는 시종일관 보는 사람의 배꼽을 잡게 만들었다. 드리스의 코믹한 대사와 행동 하나하나를 놓칠세라 관객들은 스크린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상위 1% 필립과 하위 1% 드리스의 즐거운 한때 (이미지 출처 : imdb.com)
필립과 드리스의 캐릭터에 대한 몰입도 역시 높았다. 객석 여기저기서 끊임없이 웃음소리가 터져나오다가도 이내 분위기는 고요해지고 눈물을 흘리는 관객도 있었다. 천혜의 얼굴을 가진 이들의 높은 연기력에 압도되었다. 두 주인공의 표정연기와 감정연기가 영화의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웃다가 울고 울다가 웃느라 정신없이 영화를 보는 사이 2시간은 훌쩍 지나갔다. '이 영화 최고다!' 입에서 나도 모르게 나온 말이다. 최근 몇년간 본 영화중에 단연 최고의 영화였다.
담배, 마세라티, 패러글라이딩 그리고 클래식 음악과 미술. 이것들은 두 사람이 서로를 이해해나가는 매개체이자 도전에 대한 상징적 요소들이다. 담배를 나눠 피우면서 필립은 드리스를 이해하려 노력했고, 마세라티의 우렁찬 엔진 소리를 들으면서 둘의 우정은 더욱 깊어졌다. 드리스는 필립의 수족이 되어 주고 필립은 드리스의 머리가 되어주었다.
시각장애를 가진 사람들이 예민한 청각을 가지고 있는 것처럼 사지 마비를 겪고 있는 필립은 판단력이 예민하다. 세상 사람들의 눈에는 그저 불량배에 불과한 사람을 자신의 도우미로 채용해서 주변 사람들을 놀라게 한다. 이 선택은 곧 옳은 판단이었음이 증명된다. 드리스의 성품은 겉보기와는 반대로 매우 선량했다. 깊은 새벽에 필립이 호흡곤란을 겪는 장면에서 드리스의 따뜻한 성품은 보는 사람들 가슴 깊숙이 다가왔다. 부모없이 빈민가에서 자라 제대로 된 교육을 받은 적도 없는 드리스는 타고난 감각과 좋은 머리를 가지고 있었다. 세상 사람들의 잣대로는 불량배였지만 필립이 보기에는 아니었다. 예술이라고는 들은적도 관심도 없었지만 음악과 춤으로 사람들의 가슴을 뛰게하고 타고난 감각으로 미술품도 만들어내는 사람이었다. 글도 모르는 드리스가 마음대로 물감을 뿌려대서 그린 그림을 유명화가가 그린 그림이라고 말하자 고가에 팔려나가는 장면에서 세상 사람들이 만들어 놓은 잣대가 얼마나 부질없는 것인지 신랄하게 풍자됐다.
드리스는 필립의 수족 이상의 역할을 해낸다. 그 중 하나는 필립 스스로 남자로서의 매력을 되찾게 하는 것이다. 익스트림 스포츠를 즐겨하던 필립은 사고 후에는 자신의 남성성을 잃어버린다. 펜팔하던 여자에게 자신의 장애 모습이 담긴 사진을 보낼 수 없을 정도로 소심해져 있던 그였다. 그러나 드리스를 만나서 서서히 원래의 남성성을 되찾는다. 드리스 덕분에 재혼도 할 수 있게된다. 드리스가 다른 사람들에게 준 만족감은 필립에 국한되지 않는다. 필립 옆을 지키던 사람들도 딱딱한 귀족 생활에 답답함을 느꼈던 것 같다. 드리스의 자유분방한 모습을 처음에는 거부했지만 어느새 드리스의 그런 태도를 보면서 큰 대리만족을 느끼는 듯 했다.
거칠어서 쓸모 없다던 마세라티를 화난 듯 몰고 다니고, 경찰을 따돌리고, 담배를 피우며 필립은 다시 서서히 남자가 되어간다. 패러글라이딩에 다시 도전하는 모습은 아름다운 풍경과 조화되어 장관을 연출했다.
상대방의 돈과 피부색, 장애에 상관없이 친구가 될 수 있다는 것은 얼마나 기쁜일인가. 이익이 되는 사람과만 친구를 맺고, 뭔가 부족한 부분이 있는 사람은 배척해 오지는 않았는지 우리 스스로 하여금 반성하도록 만든다. 환경에 구애 받지 않고 상대를 진솔하게 대하는 것은 매력적이다. 하위 1%, 상위1%라는 건 결국 인간이라는 존재 앞에서 아무것도 아닌 신기루 같은 수식어 일 뿐이다. 그리고 사람이 진정으로 숨쉬고 살아간다는 것은 무엇일까? 세상이 정해놓은 규범이나 남의 시선에 따라 사는 것이 아니라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하면서 사는 것, 그리고 남이 뭐라고 하든 내가 좋고 나와 진심이 통하는 사람과 함께 살아가는 것. 그것 아닐까? 영화는 결국 단순하고도 기본적인 진리를 우리에게 말해주고 있었다. 나는 어떻게 살면 행복하게 살 수 있을지 곰곰히 생각해본다. 평점 : ★★★★☆
LA는 스타들의 땅. 영화 중반부(봄 장막의 후반부)에도 나오지만 미아와 세바스찬은 천문대에서 사랑의 극치감을 표현하고 확인합니다. 하늘에 떠 있는 수 많은 별들. 미아는 그 별들 중 하나가 되고 싶어합니다. 세바스찬은 미아가 그 별들 사이로 훨훨 날아오를 수 있도록 뒤에서 조용히 따라가 줍니다. 훗날 미아가 꿈을 이루고 스타가 될 것을 암시하는 부분입니다. 많은 별들 사이에서 둘은 주인공이 돼 춤을 춥니다.
겨울
라라랜드는 배우를 지망하는 바리스타 미아와, 재즈 카페를 갖고 싶어하는 재즈 피아니스트 세비스찬이 꿈을 이루기 위해 겪는 과정들을, 그리고 다른 한쪽에서는 감정에 충실하며 사랑을 키워나가는 과정들을 담은 뮤지컬 영화입니다. 오프닝에서 수 많은 자동차가 LA를 향하는 장면은, 꼭 저 수 많은 자동차가 꿈을 이루기 위해 LA로 들어가는 장면처럼 느껴집니다.
차에서 모두가 내려 춤을 추는 장면은 우리 모두가 꿈을 이루기 위해 각자의 색을 갖고 열심히 살아가고 있다는 느낌도 받았구요. 오프닝에서부터 영화는 관객을 압도하기 시작합니다. 여담으로 이 장면이 원테이크로 찍은 씬이라고 잘못 알려져 있는데 사실은 여러대의 카메라를 이용해서 촬영됐다고 합니다. LA시 당국으로부터 105/110번 고속도로의 인터체인지 일부를 빌려서 찍은 장면이고 연습때는 감독의 아이폰을 이용해서 이 장면을 만들어 나갔다고 하네요. 초반부에 카페에서 일하다가 미아에게 오디션 연락이 옵니다. 그때 깨진 아이폰으로 연락을 받는데, 그 아이폰이 셔젤 감독의 아이폰이기도 합니다.
셔젤 감독의 아이폰으로 촬영하며 연습한 오프닝 씬 'Traffic'
이 영화가 오마주 한 고전 영화들 중 일부를 보면 화면 전체가 모션블러(휙휙) 효과를 이용해서 넘어가는 부분들이 나옵니다. 이 오프닝도 사실은 원샷으로 찍은게 아니라, 자연스런 연결 효과를 위해서 세 동강난 군무 중간에 두번의 모션블러 효과가 들어가 있습니다. 다중 카메라로 찍은 것을 끊어서 붙인것입니다.
신나는 오프닝이 끝나고 겨울 장막이 시작됩니다. 뭔가 느낌은 춥고 우울할 것 같지만 LA는 거의 1년 내내 해가 쨍쨍하고 겨울에도 춥지 않아서 사람들 옷 차림도 가볍습니다. 덕분에 세바스찬은 1982년형 뷰익 리비에라 컨버터블을 타고 다닐 수 있습니다. 미아와 세바스찬이 첫 조우를 할 때, 세바스찬이 오픈카를 타지 않았다면 후에 미아가 세바스찬을 못알아 봤을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뷰익 컨버터블은 이야기가 시작되기 위한 중요한 아이템 중 하나라는 생각이 됩니다.
세바스찬이 미아에게 날리는 강력한 경적은 극 중 3번 나오는데, 처음 나오는게 바로 이 장면입니다. 세바스찬이 미아에게 자신의 존재를 알리는 장면입니다. 이 경적 때문에 미아는 세바스찬의 얼굴을 똑똑히 기억하지요. 각 씬 별로 나오는 경적이 모두 의미가 있는 경적이라고 생각됩니다. 세바스찬이 국면별로 언제 경적을 울리는지 경적의 의미를 떠올려 보는 일도 재미있습니다. 이 영화에서는 유난히 숫자 3의 의미가 담긴 부분들이 많이 등장합니다.
오디션장에 사람이 들어오면서 미아가 보고 있는 오디션을 중간에 깨트리는 장면이 나옵니다. 이건 라이언고슬링이 실제로 겪은 일이라고 합니다. 라이언이 아이디어를 주고 셔젤 감독이 아이디어를 차용하면서 나온 장면인 것 같습니다.
Someone in the crowd, 관객을 숨죽이게 하는 두가지 기대
가장 인기 있는 OST 중 하나인 'Someone in the crowd'가 흘러나오면서 미아와 친구들은 파티장으로 향합니다. 그녀들은 자신들을 저 높은 세계로 올려 줄 멋진 사람을 찾기를 기대합니다. 이 신명나는 OST가 나오면서 예쁜 옷을 입고 파티장으로 가는 그녀들을 보면서 저는 조용히 숨을 죽입니다.
'파티장에서 누군가를 만나서 미아의 인생이 정말로 바뀌게 될까?'
'누굴 만날까? 거대 기획사의 사장님? 유명한 감독님? 시나리오 작가?'
'혹시 세바스찬과 여기에서 다시 만날까?'
정장을 입은 사람들이 물로 뛰어드는데, '일도 좋지만 즐기면서 살라는건가? 성공하더라도 행복해라?' 싶었네요. 좀 이해가 안되는 부분인데, 이 부분 해석 좀 해주실 분 계신가요.
고급스러운 파티장에서 많은 사람들과 접촉할 기회가 생기지만 미아는 내키지 않는지 화장실로 향합니다. 여기서 무대의 불빛이 모두 꺼지고 사람들도 사라집니다. 군중 속 외로움.. 카메라 앵글은 미아 혼자 거울앞에 덩그러니 서는 장면을 잡아내는데, OST 제목 그대로 군중 속에 미아의 'someone'은 있기는 할까요.
파티장에서 나와 털털 거리며 깜깜한 밤 골목을 걸을 때, 극장이 조용해 집니다. 조용한 가운데 음악을 크게 틀고 지나가는 자동차 소리, 정체 불명의 쿵쿵 거리는 잡음. 이런 잡음들 하나하나에도 귀를 쫑긋 세우고 심장은 쿵쾅거리며 관객인 저는 무언가를 기대했습니다. '과연 누가 나타날까? 무슨 일이 생길 것 같다.'
캐럴이 끝나고 흘러나오는 피아노 소리. 미아는 무언가에 홀린 듯 가게로 들어갑니다. 거기엔 크리스마스 이브에도 일을 하고 있는 불쌍한 알바생 세바스찬이 있습니다. 손님들과 사장님은 재즈를 싫어합니다. 사장님은 그냥 캐럴이나 치라고 주문합니다. 세바스찬은 자기 마음대로 치고 싶은 곡을 치다가 해고를 당하는데 여기서 미아는 세바스찬에게 큰 관심이 생깁니다. 미아는 도로에서 봤던 세바스찬을 기억하고 세바스찬은 미아를 알아보지 못합니다.
여기서 세바스찬이 연주하는 피아노 곡이 미아와 세바스찬의 테마곡(Late for the date)입니다. 모든 연주는 대역을 쓰지 않았고 라이언고슬링이 직접 연주했다고 합니다. 하루에 2시간씩 몇달간 연습했다고 하네요.
미아와 세바스찬. 꿈을 이루기에도 갈길이 멀고, 둘의 관계도 엇갈리기만 하는 지금은 아직 겨울입니다.
봄
연신 'Take on me'를 외쳐대는 명곡 아하의 노래와 함께 봄이 시작됩니다. 먹고 살려고 동네 밴드에서 키보드 치는 알바를 하고 있는 세바스찬을 발견한 미아. 밴드에게 'A Flock Of Seagulls'의 명곡인 'I ran'을 신청합니다. 'I ran'의 가사 내용을 보면 이 곡을 선곡한게 저번에 가게에서 자신을 무시한데 대한 보복인 것으로도 비춰집니다. 'I ran'의 제목도 가사도 너무나 불길해서, 저는 훗날 미아가 정말로 도망을 가버리게 되지는 않을까 조마조마해 하면서 영화를 보았습니다. 복선이 아니길 바라면서.. 어쨌든 여기서 이제 둘은 얼굴도 트고 말도 틉니다.
해가 지고 파티장에서 나오는 미아가 세바스찬을 발견하고는 '조지 마이클'이라고 부르는데, 영국의 싱어송 라이터죠. 나름대로 세바스찬을 굉장히 대우해줘서 불렀다는 생각이 들어서 순간 '피식'했습니다. 후에 세바스찬이 만들고 싶어하는 재즈카페 이름도 미아가 지어주죠. '셉스'라고. 미아는 작명소를 차렸으면 성공했을거 같습니다. 이름을 어찌나 잘 짓는지..
둘이 해지는 저녁 거리를 걸으면서 이 영화의 가장 멋진 장면 중 하나인 미아와 세바스찬의 댄스씬이 등장합니다. 하늘의 보랏빛은 아름답기는 하지만 가로등 하나 달랑 서 있는 LA의 배경은 세바스찬의 말마따나 별로 볼게 없고 삭막하기까지 합니다. 여기를 미아와 세바스찬이 너무나 아름답게 만들어줍니다. 미아의 노란색 원피스 정말 아름답습니다. 이 장면은 무려 6분이 넘게 롱테이크로 찍었다고 합니다. 하루에 2시간씩, 4일동안 찍었다고는 하는데요. 어쨌든 NG라도 내는 날에는.. 덜덜.
이 장면을 찍은 것 처럼 영화 전체적으로도 카메라 기법이 꽤 단순합니다. 주로 패닝 기법을 사용하는데, 주인공을 쭉 따라가면서 계속 찍는 방법입니다. 영화에는 패닝 - 롱테이크로 찍은씬이 많습니다. 줌 인-아웃이나 패닝과 같이 간단한 기법으로 아름다운 화면들을 만들어가면서 카메라 기법 마저도 고전적인 영화들을 오마주한다는 느낌을 주었습니다.
댄스씬 전반부
댄스씬 후반부
삭막한 도시에 아름다운 하늘빛. 둘은 춤을 추면서 연인이 되기 위해 한걸음 더 가까워 집니다. 사실 이때, 미아는 남자친구가 있는데 양다리를 걸치는 듯한 모양새가.. 이때까지만 해도 재미없는 남자친구보다 꿈을 함께 이끌어주고 밀어줄 수 있는 말이 통하는 세바스찬이 미아에게 더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습니다. 저는 그럴 수 있다고 용인을 하고 넘어갑니다.
City of stars, 나만의 별, 이루고 싶은 별
그동안 미아의 꿈을 응원했던 세바스찬은 라이트하우스 카페에서 재즈음악을 미아에게 들려줍니다. 그리고 재즈에 대한 생각과 훗날 이루고 싶은 재즈카페 오픈의 꿈도 미아와 공유를 합니다.
세바스찬은 저녁 노을을 배경으로 혼자 서서 'City of stars'를 부르며 아직 외로운 마음을 표현하고, 미아는 그 잘난 남자친구들과 멋진 저녁 식사를 합니다.
사실 미아가 저기 앉아서 저녁 식사를 할 때 관객인 저의 마음은 한번 무너져 내렸습니다. 세바스찬과 리알토 극장에서 만나 '이유없는 반항'을 같이 보기로 한 시간이었기 때문인데요. 영화는 이렇게 중간중간에 관객들의 애간장을 녹입니다. 리알토 극장은 1950년대 영화인 이유없는 반항만 틀어주는 극장으로 명맥을 유지하다가 경영난으로 2007년에 문을 닫습니다. 훗날 폐업한 리알토 극장을 보면서 세바스찬은 자신의 신념과 세상과의 타협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너무나 다행스럽게도 미아는 밥 먹던 중간에 벌컥 일어나서 리알토 극장으로 내달렸고, 세바스찬은 집으로 발길을 돌리지 않고 혼자 앉아서 영화를 봅니다. 극장에서 만난 둘은 손도 잡고 입도 맞추려고 하는데 입맞춤을 하려던 순간 핵폭발 씬에서 영사기가 고장나면서 입맞춤은 실패. 이 부분도 복선이 아니길 바랬는데요. 왜 매번 이런일이 생기는 것인지.. 거 시원하게 입맞춤하고 사랑한다 고백도 하면 좋으려만..
이유없는 반항의 상영은 끝났지만 뒷부분은 미아와 세바스찬이 직접 채웁니다. 둘은 영화의 배경이었던 그리피스 천문대로 향합니다. 천문대 입구에는 이유없는 반항의 주인공인 제임스 딘의 추모 동상도 있습니다. 이 천문대에는 또 중요한 것들이 있는데 바로 천문대 안에 뿌려진 별들입니다. LA를 꿈꾸는 수 많은 스타, 이미 활동하는 수 많은 스타들이 하늘에 촘촘히 제 자리를 차지하고 앉아 반짝반짝 빛나는 것 같았습니다. 미아는 그 밤하늘로 날아오르고, 세바스찬이 뒤에서 지원해주는 모습은 꿈을 이루기 위해 서로 도와주는 모습을 압축한 것 같아서 보기 좋았습니다. 이 천문대에서 둘은 확실하게 연인이 됩니다.
Star, 별. 두 갈래의 의미를 가지고 있다고 보았습니다. 하나는 그들의 꿈. 스타가 되는 것. 다른 하나는 사랑입니다. 당신이라는 별.
둘의 꿈을 이루는 길은 아직 요원해 보이지만, 두개의 별 중 하나의 별을 얻어낸 봄이 그렇게 지나갑니다.
여름
사랑을 시작한 미아와 세바스찬. 미친듯이 연애하고 LA의 관광명소들도 스르륵 지나가고.. 동거도 시작합니다. 폐업해 버린 리알토 극장과, 동거를 시작한 허름한 집 곳곳의 곰팡이. 이 여름이 주인공들이 매우 중요한 결정을 하고 심적 변화를 겪는 계절 중 하나입니다.
줄곧 꿈을 좇던 세바스찬이 미아보다 먼저 꿈을 포기합니다. 사랑하는 사람도 생긴데다 과거 라이벌이었던 키이스를 만나는게 세바스찬의 인생을 틀어놓습니다. 그저 돈을 벌기 위해서 세바스찬은 재즈카페를 열겠다는 꿈을 포기하고 대중 인기에 영합한 팝밴드에서 키보디스트를 합니다.
사람들 모두가 겪는 딜레마를 겪으며 두 연인의 사이도 슬슬 금이 가는데요. 세바스찬은 연습을 하고 투어를 다니느라 바빠서 미아와 집에 있는 시간이 줄어듭니다. 인기 깨나 생긴 세바스찬은 정말 눈코뜰새 없이 바쁘게 살아갑니다.
어느날, 세바스찬의 공연을 본 미아는 세바스찬이 원치 않는 일을 하면서 꿈을 포기한 모습에 걱정? 실망?을 한것으로 보입니다. 공연중인 세바스찬을 지켜보는 미아의 눈동자가 심하게 흔들립니다. 이 무렵 미아는 자신이 스스로 연극을 준비해서 공연하기 위해 분주하게 준비합니다. 말은 쉽지만 미아가 혼자서 준비하는 1인극은 배우를 지망하는 어린 숙녀가 처리하기에는 너무나 손이 많이 가고, 진도 빠지고, 돈도 들어가는 일입니다. 어쨌든 미아는 공연장 구하는 것, 포스터 만드는 것, 홍보하는 것, 소품 배치하는 것, 각본 짜는 것, 1인 배역으로 스스로 주인공이 되는 것... 그 모든것을 착실히 준비합니다. 꿈을 포기한 세바스찬에 비해 미아는 아직 열심히 꿈을 향해 가고 있습니다.
신명나는 음악 속 작은 불길함을 남긴채 그들의 여름은 순식간에 지나갑니다.
가을
스크린 가운데에 찍힌 'Fall'이라는 단어. 영화 내내 어딘지 모르게 불길했던 마음이 이 단어를 보고 철렁 내려앉았습니다. 분명히 계절이 바뀌는 것을 알려주는 단어인데 왜 'Fall'이라는 단어가 다른 의미로 다가왔는지는 모르겠습니다. 그저 '모든 것이 끝나나?'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도 그럴것이, 겨울, 봄, 여름은 영화 화면과 글자가 겹쳐져서 계절의 바뀜을 알렸지만 가을 만큼은 아무것도 없는 검정색 배경에 덩그러니 'Fall'이라고만 써있고 모든 음악도 멈췄기 때문입니다.
세바스찬의 공연을 지켜 본 미아는 세바스찬에게 꿈을 포기한 것이냐고 묻습니다. 몇년이나 그 밴드 투어를 다녀야 하냐고. 꿈과 현실에 대한 격렬한 논쟁은 달달했던 연인 사이에 금을 냅니다. 하기 싫은 음악을 굳이 돈 때문에 억지로 하지말고, 재즈카페를 만들어서 꿈을 이루라는 미아의 말에 세바스찬은 현실을 택하겠다 받아쳤습니다. 급기야는 미아의 꿈까지 건드리면서 미아의 감정이 폭발합니다.
미아가 공들여 준비했던 연극 공연 날. 세바스찬은 화보 촬영 일정으로 미아의 공연에 참석하지 못합니다. 미아의 공연을 보러 온 사람도 미아의 친구들과 몇명 뿐이었지만 세바스찬이 오지 않은 것에서 미아는 꿈을 접기로 마음 먹는 듯 했습니다. 공연장 뒷편에서 들려오는 사람들의 험담에도 크게 상처를 받고 좌절합니다. 원래 명문대생이었고 변호사의 길을 버리고 배우의 꿈을 꾸었던 미아는 꿈을 접고 짐을 싸서 고향으로 돌아갑니다.
...
그런데 웬걸요. 미아의 공연을 지켜 본 캐스팅 디렉터인 에이미 브렌트에게서 연락이 옵니다. 이미 마음을 접은 미아에게 에이미 브렌트의 연락 따위는 의미없고 무미건조하기만 합니다. 이 중요한 타이밍에 미아를 슈퍼스타의 길로 인도하는 것은 연인인 세바스찬의 설득 덕분입니다.
미아는 파리 로케만 결정되고 스크립트 조차 없는 프로그램에 오디션을 보는데, 에이미는 미아가 느끼는 것을 미아가 자유롭게 이야기로 만들어 봐도 좋겠다고 하며 오디션을 시작합니다. 이모의 이야기로 시작한 미아의 오디션은 인기 많은 OST인 'Audition'과 함께 진행됩니다.
미아의 인생을 바꿔 줄 이 중대한 오디션이 끝나고 둘은 그리피스 공원에 앉아 이야기를 나눕니다. 마지막 그리피스 공원 씬 입니다. 둘의 이야기가 시작됐고, 춤을 함께 췄으며, 입을 맞추고 꿈과 사랑을 나눴던 여기에서 미아는 세바스찬에게 '영원히 당신만 사랑할거에요.'라고 약속합니다. 보는 저의 꿈과 희망과, 기대와 벅참이 극대화 되는 부분인데, 이게 뒤에 가서 가장 열받는 장면 중 하나가 될줄은..
엔딩
5년 후, 미아도 세바스찬도 꿈을 이룹니다. 미아는 슈퍼스타가 돼 LA로 돌아왔습니다. 세바스찬은 꿈꾸던대로 재즈카페를 만들어 운영합니다. 재즈카페의 이름은 미아가 지어 준 <Seb's> ㅠ_ㅠ..
그러나, 둘의 사랑은 끝내 지키지 못합니다. 일과 사랑, 두 마리 토끼는 잡을 수 없는 걸까요? 미아는 프랑스 로케로 일을 하면서 세바스찬과 자연스레 멀어졌습니다. 세바스찬을 만날 때 사귀던 남자친구와 딸 아이를 하나 가졌습니다. 미아는 남편과 우연히 <Seb's>에 들러 세바스찬의 연주를 지켜봅니다. 미아를 발견한 세바스찬은 미아와 세바스찬의 테마곡인 'Late for the date'를 연주합니다.
그리고, OST는 영화가 시작될 때 오프닝으로 쓰였던 'Another day of sun'으로 넘어갑니다. "새로운 태양이 뜰거야". 이 OST가 나가면서 미아와 세바스찬이 걸어왔던 모습들이 주마등처럼 지나갑니다. 아마도 세바스찬은 깊은 후회를 하고 있다는 느낌이었습니다. 후회를 담아 힘껏 연주하면서 지나간 순간순간에 대한 아쉬움을 담은 것 같았습니다.
'해고 당하고 가게에서 나갈 때 내게 말걸던 미아를 밀치지 않았다면..?'
'라이트하우스에서 만난 키이스가 밴드에 들어오라고 했던 제안 자체를 거절했다면..?'
'미아가 준비한 연극 공연을 보러갔었다면..?'
'가난해서 힘들다는 핑계따윈 버리고 미아를 따라 파리로 갔었다면?'
'그랬다면, 스테이지 도어에서 비로소 뛰쳐나와 꿈같은 라라랜드에서 미아와 다시한 번 사랑을 확인했겠지. 미아와 파리로 같이 가서 미아는 배우로 성공하고 나는 파리에 멋진 재즈카페를 만들어 운영했겠지. 미아와의 사이에 예쁜 아들이 생겼겠지. 미아의 옆에 내가 있겠지. 지금 이 가게에 미아와 손잡고 바람쐬러 왔겠지..'
세바스찬의 이런 생각들과 연주가 끝나고 세바스찬의 표정은 굳어 있습니다. 곧 울음을 터트릴 것 같은 세바스찬의 표정에서 눈물을 펑펑 쏟는 관객들도 많았습니다. 마지막에 미아와 세바스찬이 눈을 마주치면서 잘 지내냐는 인사를 나눴습니다. 저는 여기서 '당신 제법인데요? 잘 하고 있네요. 아직 당신을 사랑하고 있어요.'라는 표정을 읽었습니다.
서로의 마음이 확인됐습니다. 미아는 본인이 지어 준 <Seb's>라는 이름의 카페, 그리고 사랑하던 연인을 발견했습니다. 이 부분에서 'Another day of sun'이라는 OST가 나온 것은 영화의 엔딩은 관객들 스스로 만들어보라는 암시를 준 것이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세바스찬도 생각을 했겠죠. 지나간 순간순간의 선택에 따라 지금 나는 달라졌을 것이다. 지금 이 순간. 후회하지 말자. 미아를 데리고 오자.
또 모르죠, 내일의 해가 떠 있을때 미아와 세바스찬이 재회해서 같이 살고 있을지도요. 영화는 우울하게 끝난 듯 하지만, 저는 해피엔딩으로 마무리를 짓고 싶습니다. 일과 사랑 두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다고요. 후회하고 살지 말자고요.
송종식의 평점 : ★★★★★
라라랜드? LA LA LAND의 뜻
사전을 찾아보면 주로 두가지 뜻이 소개됩니다. 1) 비현실적인 꿈의 나라, 2) LA의 별명. 실제로도 이렇게 큰 두가지 뜻으로 많이 쓰이는 단어라고 합니다.
무슨 영화?
영화 포스터 <출처 : 라이언스게이트>
일단 눈과 귀가 즐거운 영화입니다. LA를 배경으로 만들어진 뮤지컬 영화입니다. 뮤지컬 영화인데다 남녀 배우 단 둘이서 거의 모든 씬을 이끌어 가기 때문에 호불호도 많이 갈리는 영화입니다. 대체로 '아주 지루하고 재미없었다'는 평가에서부터 '인생 최고의 영화다'라는 극단적인 평가들이 엇갈립니다.
그래도 까칠하기로 소문난(?) 평론가 점수는 높은편입니다. 네티즌들의 평가 점수도 후한편입니다. 예술에 점수 따위가 중요한 것은 아니지만 잘만든 영화임에는 틀림없는 것 같습니다. 저에게도 이 영화는 인생 영화 중 하나로 꼽을만큼 강렬하게 다가왔습니다. 처음부터 라라랜드 볼 생각은 없었고, 식구들과 아무생각 없이 극장으로 향했다가 인생 영화를 만나다니. 못봤으면 억울해서 어쩔뻔 했을까요.
명문대를 나와 변호사의 길을 포기하고 배우의 꿈을 키우는 미아와, 재즈를 사랑해서 재즈카페를 만들어, 죽어가는 재즈를 살려보겠다는 소박한 꿈을 가진 재즈피아니스트 세바스찬이 일과 사랑사이에서 다양한 감정적 변화를 겪으며 꿈을 키워가는 이야기입니다. 영화에서 두 연인은 서로의 꿈을 이룰 수 있도록 밀어주고 당겨줍니다. 주제나 줄거리 자체는 평범하고 단순합니다.
평범하고 단순한 이야기이기 때문에 배우들의 감정 표현 연기가 빛이 났습니다. 그리고 여러가지 미묘하고 섬세한 감독의 메시지와 표현들이 영화를 더욱 값지고 재미있게 만들어줍니다.
영화 속 장소 (장소 데이터 : Los Angeles curbed)
한편으로는 LA관광 홍보 영화라고 불러도 손색이 없을 만큼 LA 곳곳을 예쁘게 잘 담아냈습니다. LA하면 떠 오르는 단어는 '꿈'이기는 하지만 LA는 실제로는 삭막한 도시라는 느낌을 많이 받았습니다. 영화에서 LA가 낭만적으로 보였던 것은 배우들이 예뻐서 그랬을 테지만, 의외로 장소 선정을 잘한 몫과 화면안에 예쁘게 장소들을 잘 담아낸 감독과 연출진의 역할이 컸다고 생각됩니다. 나중에 LA에 여행을 갈일이 있고, 라라랜드의 팬이라면 꼭 한번쯤 들러볼 만한 영화 속 장소들을 정리해 보았습니다.
로스앤젤레스 105 -> 110 프리웨이 인터체인지 (L.A. 105 to110 Freeway)
웅장한 오프닝과 함께 등장하는 장소입니다. 수백대의 자동차들이 가던길을 멈추고 운전자들이 튀어나와서 춤을 추는 장면은 가히 압권입니다. 오프닝이 끝나면 차들은 꿈이 가득한 라라랜드에 들어가기 위한 행렬에 집중합니다.
세바스찬이 미아에게 재즈를 들려주기 위해 데려가는 곳이죠. 여기서 세바스찬은 자신의 꿈을 미아와 공유합니다. LA최초의 재즈 클럽입니다.
출처 : 트립어드바이저 ct-cruisers님의 사진
30 Pier Ave Hermosa Beach, CA 90254
(310) 376-9833
:: 구글맵 / 공식사이트
엔젤스 플라이트 전차 (Angels flight railway)
미아와 세바스찬이 춤도 추고 입맞춤도 하는 LA의 명소입니다. 1901년부터 1969년까지 벙커힐 위아래 짧은 구간만 운행이 되다가 멈췄고, 1996년부터 다시 운행이 되다가 안전상의 이유로 2013년에 완전히 운행이 멈췄습니다. 지금은 들어가서 구경 정도 할 수 있습니다.
<출처 : http://dailybruin.com/>
351 S Hill St Los Angeles, CA 90013
(213) 626-1901
:: 구글맵 / 공식사이트
와츠 타워 (Watts Towers of Simon Rodia State Historic Park)
미아와 세바스찬이 데이트를 하는 코스 중 하나입니다. 기묘한 구조물인데, 1921년부터 1955년까지 사이먼 로디아라는 사람이 33년간 혼자서 아무런 장비도 없이 완성했다고 합니다.
1765 E 107th St Los Angeles, CA 90002
(213) 847-4646
:: 구글맵 / 공식사이트
더 스모크하우스 (The Smoke House)
세바스찬이 사장님 말 안듣다가 해고된 가게입니다.
4420 W Lakeside Dr Burbank, CA 91505
(818) 845-3731
:: 구글맵 / 공식사이트
당신은 스타입니다 벽화 ("You Are the Star" Mural)
미아가 파티장에서 나와 터덜터덜 걸어가다가, 스모크하우스에서 흘러나오는 피아노소리를 듣고 멈추는 곳입니다. 험프리보가트, 제임스딘 등 당대 최고의 스타들이 극장 좌석에 앉아서 당신만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시네마스코프 덕분에 벽화, 미아, 가게의 문이 한 화면에 모두 들어올 수 있었습니다.
미아가 합격한 10대 드라마? 아마도 "이유없는 반항(Rebel Without A Cause)"같은거. 라고 하면서 둘이서 이 영화를 보기로 약속을 잡습니다. 거기가 바로 리알토 극장입니다. 2007년에 폐업됐고, 현재는 파티 공간 등으로 이용되고 있습니다.
1023 Fair Oaks Ave South Pasadena, CA 91030
(626) 799-1824
:: 구글맵
워너브라더스 스튜디오 (Warner Bros. Studios)
미아가 바리스타로 일하는 카페가 여기에 있습니다. R=VD를 하기 위해서, 오디션 접근성을 위해서 일부러 이 안에서 일할 수 있는 아르바이트 자리를 찾은 것 같네요. 여기에 놀러가면 많은 세트장과 소품들을 구경할 수 있을까요? 미아와 세바스찬이 미아가 일하는 카페를 나와 걸으면서 재즈 이야기를 시작하는 장소이기도 합니다.
<출처 : 워너브라더스 스튜디오 공식 사이트>
4000 Warner Blvd Burbank, CA 91522
(818) 954-6000
:: 구글맵 / 공식사이트
로즈 타워, 미아와 친구들의 집 (Rose towers)
오디션 중 손님이 들어와서 오디션이 중간에 끊기고 미아는 집에 들어와서 멍하니 서 있죠. 거기서 'Someone in the crowd'가 흘러나오면서 친구들과 4색 드레스를 뽐내며 파티장으로 향하는데 그 배경이 되는 미아의 분홍색 집입니다.
<출처 : 구글 지도>
1728 E 3rd St #2 Long Beach, CA 90802
:: 구글맵 / 공식사이트
자 레스토랑 (Jar Restaurant)
미아가 잘난체 심한 멋쟁이 남친과 밥 먹다가 리알토 극장으로 가기 위해 뛰쳐나가는 식당입니다.
8225 Beverly Blvd Los Angeles, CA 90048
(323) 655-6566
:: 구글맵 / 공식사이트
그랜드 센트럴 마켓 (Grand central market)
계절이 여름으로 바뀌면서 미아와 세바스찬이 데이트를 하는 장면 중 하나로 나오는 곳입니다.
317 S Broadway Los Angeles, CA 90013
(213) 624-2378
:: 구글맵 / 공식사이트
엘 레이 극장 (El Rey Theatre)
세바스찬이 꿈을 포기하고 밴드에 들어갔을 때, 밴드가 공연을 하던 곳입니다.
5515 Wilshire Blvd Los Angeles, CA 90036
(323) 936-6400
:: 구글맵 / 공식사이트
복고 그리고 오마주, 자크 데미 헌정 영화
복고적 요소는 영화 시작부터 끝없이 노출됩니다. 일일이 나열하는게 무의미 할 정도입니다. 1950년대 느낌이 나는 제작/배급사의 흑백 로고와 지직 거리는 효과음으로 영화가 시작됩니다.
셔젤 감독은 일단 이 영화 자체가 다른 영화들의 오마주임을 적극적으로 표현했습니다. 셔젤 감독의 오마주를 보면서 '어? 혹시?' 싶어서 가물가물한 기억을 더듬어 가면서 찾아보니 아니나 다를까 자크 데미 감독을 좋아하는 사람이었습니다. 셔젤 감독은 한 매체와 인터뷰에서 '자크 데미 감독을 마음속 깊이 진심으로 존경하고 있다고 말했고, 지금까지 그랬고 앞으로도 자신은 자크 데미 감독을 넘을 수 없을 것' 이라며 존경어린 마음을 겸손하게 표현했습니다.
영화를 위한 영화
라라랜드는 '영화를 위한 영화'입니다. 뒤에서 또 언급되겠지만 셔젤 감독이 가장 존경하는 프랑스의 자크 데미 감독을 위한 헌정 영화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사용된 카메라의 기법, 색감, 군데군데 씬 뿐만 아니라 영화의 줄거리까지도 자크 데미 감독의 영화의 많은 부분을 차용했습니다. 특히, '쉘부르의 우산(1964)'에서는 남주인공이 멀리 전쟁터로 떠난사이 여주인공이 다른 남자와 결혼을 합니다. 물론 남주인공도 귀국해서 다른 여자와 결혼을 합니다. 둘은 나중에 재회를 하지만 뒷부분은 관객의 판단에 맡기며 영화가 끝납니다. 여주인공이 멀리 파리로 떠난 사이 엇갈린 연인이 나중에 남주인공과 재회하며 끝나는 라라랜드의 결말도 똑같습니다.
셔젤 감독의 음악 영화와 뮤지컬 영화에 대한 애정도 엿보였습니다.
페데리코 펠리니(Federico Fellini) 감독의 1963년작 8 1/2 터널씬
오프닝에서 LA 105/110 고속도로 인터체인지에서 차가 잔뜩 막혀있는 가운데 차에 올라가 춤을 추는 장면은 페데리코 펠리니 감독의 1963년 작인 8 1/2의 터널씬의 아이디어를 얻어왔다고 합니다.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의 오프닝 댄스씬
그리고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의 이 유명한 오프닝에서도 모티브를 딴 것 같구요.
1952년 작, 사랑은 비를 타고(원제:Singing in the Rain)의 명장면
미아와 세바스찬이 그리피스 공원의 산책로를 따라 걸으면서 탭댄스를 추기전에 세바스찬이 가로등을 한팔로 잡는 장면이 나오는데, 그 장면은 '사랑은 비를 타고'의 명장면인 진 켈리가 비를 맞으며 탭댄스를 추는 장면에서 따 왔습니다. 정작, 라이언 본인은 그런 줄 몰랐다고 하네요. 라이언고슬링은 뮤지컬 영화를 잘 모른다고 하네요(ㅋㅋ).
어쨌든 '사랑은 비를 타고'에서 진 켈리는 영화도 거의 완성돼 가고 캐시와의 사랑도 무르익으면서 신이나서 깨방정 탭댄스를 춥니다. 아름답고 유명한 명장면입니다.
쉘부르의 우산(Umbrellas of Cherbourg), 1964년, 프랑스
셔젤 감독은 자신이 존경하는 자크 데미 감독의 작품 중 로슈포르의 연인들, 쉘부르의 우산를 주요 오마주 대상으로 삼은 듯 합니다.
특히, 쉘부르의 우산은 1960년대 영화인데도 세련된 화면으로 눈길을 끕니다. 여기 등장하는 의상들은 지금 입어도 세련된 의상들이 많습니다. 크리스찬디올의 협찬이라고 합니다. 배우들의 외모도 55년전 배우같지 않습니다. 이 세련된 뮤지컬 영화 '쉘부르의 우산'에서 사용한 색감과 라라랜드의 색감이 비슷한 느낌이 있지 않으신가요? 앞서 잠깐 언급드렸지만 라라랜드 영화 전체를 이 '쉘부르의 우산'의 오마주로 보는 전문가분들의 이야기도 많던데 제 생각에도 과연 그런 것 같습니다. 마지막에 주인공들의 사랑이 엇갈리는 이야기의 뼈대 부분까지도..
언급한 영화들 이외에도 라라랜드는 수 많은 영화들을 떠올리게 하는 장면들을 연출합니다. 라라랜드를 보고 좋았다면 뮤지컬 영화들의 연보를 보면서 마음에 드는 고전 영화를 더 발굴 하실 수도 있을거라 생각합니다.
테크니컬러(technicolor)
미아가 친구들과 파티장으로 나서는 모습 <출처 : 뉴욕타임즈>
이 영화를 보면서 연신 눈이 즐거워지는 요소 중 하나는 바로 누구나 공감하는 색감입니다. 영화 곳곳에서 원색을 굉장히 많이 사용했습니다. IT 종사자들 중에는 구글색이라고도 부르고, 또 어떤 사람들은 어린이색이라고도 부르고, 저는 무지개 색이라고 부르는 이 원색들을 최근에는 촌스럽다고 잘 안쓰는 경향들이 많습니다. 제가 잠깐 디자이너로 일할때도 저는 원색을 즐겨썼는데 업계 트렌드는 '원색은 촌스럽다'는 것이었죠. 32비트는 옛말이 되고 몇천만 화소의 디스플레이가 일상적인 이때에 원색이 웬말이냐며..
하지만 라라랜드에서는 과감한 원색 사용에 성공했습니다.
고전 영화처럼 테크닉컬러(Technicolor)를 적극적으로 활용한 라라랜드 <출처 : 라라랜드, 핀터레스트>
고전 영화에서 즐겨쓰던 테크닉컬러(Technicolor)기법도 영화 전체적으로 많이 선보였고, 이런 테크닉컬러의 적극적인 사용이 꿈의 나라 라라랜드를 더욱 몽환적으로 만들어 줬습니다.
시네마스코프
라라랜드의 꿈같은 몽환적임에는 화면 비율도 한몫했습니다.
현대의 영화는 대부분 1.85:1나 2.35:1의 화면 비율을 씁니다. 라라랜드는 2.55:1의 넓은 비율을 선택했습니다. 라라랜드가 오마주 한 영화들이 나오던 당시 많은 영화가 35mm의 필름을 사용했습니다. 그런데, 1950년대에 들어오면서 영화사에 중요한 전환점이 생깁니다. 바로 영화에 소리가 들어가기 시작하는 유성영화가 본격적으로 만들어지던 시기였습니다. 유성영화는 1900년 초반에도 선보였고 그 이후에도 상업 영화가 몇 편 나오기는 했지만 본격적으로 무성영화가 유성영화로 전환되던 시기는 1950년대였습니다.
당시에는 사운드와 화면의 싱크를 맞추는데 애를 많이 먹었기 때문에 필름에 사운드를 포함하는 방법을 쓰게 됩니다. 그러다보니 필름에는 영상이 들어갈 공간이 부족하게 됩니다. 그리고 1952년부터 시네마스코프 영화가 나오는데다 극장은 더욱 큰 스크린들을 설치했기 때문에 양쪽에 회색 여백이 생겼습니다. 이런 두가지 이유로 자연스럽게 55mm 필름을 사용하게 됩니다. 엄밀하게는 55.625mm 필름입니다. 이것이 시네마스코프55로써 시네마스코프와 완벽하게 비율이 맞지는 않습니다.
시네마스코프55를 사용한 영화는 아주 잠깐 반짝하다가 금방 사라집니다. 가장 큰 이유로 55.625mm 필름을 쓰려면 비용이 많이 들어갔습니다. 그리고, 광학 기술과 촬영 기술, 영상 압축 기술 등이 발전하면서 굳이 55mm 필름이나 시네마스코프를 쓰지 않아도 되었기 때문입니다.
셔젤 감독은 그 잠깐 반짝했던 영화를 만든 선배 감독과 영화에 대한 존경심을 담아서 시네마스코프55를 사용했습니다. 그리고 '라라랜드는 LA에 존경을 담아서 보내는 연애편지'라고도 말한 적도 있습니다.
촬영 감독인 라이너스 산드그렌은 특수효과를 쓰지 않고도 '마법같은' 효과를 내기 위해 정말 심혈을 기울였다고 했는데, 그 시작이 현대에는 거의 쓰이지 않는 이 시네마스코프의 선택이었습니다.
라라랜드를 본 많은 분들이 '라라랜드는 큰 극장에서 보세요.'라고 말하는게 엄밀하게 말하면 '시네마스코프 비율이 지원되는 극장에서 보세요.'라는 의미입니다. 좌우가 길고 위아래가 좁기 때문에 시네마스코프 비율이 지원 되지 않는 스크린에서는 화면이 답답해 보일 가능성도 있습니다.
시네마스코프의 로고 <출처 : 20세기 폭스>
영화가 시작할 때 시네마스코프의 로고가 나옵니다. 로고는 흑백에서 컬러로 디졸브 됩니다. 아마도 클래식과 모던의 조화를 이 영화가 꼭 해내겠다 하는 그런 의지를 보여주는 암시가 아닌가 생각됐습니다. 길쭉함을 강조하려고 로고도 길쭉하네요.
폰트
복고스러움의 한 부분을 차지하는 폰트 이야기도 안하고 넘어갈 수 없죠.
오프닝이 끝나고 나오는 영화 제목 <출처 : 구글 이미지 검색>
저 로고 폰트를 라라체라고 부르면 될까요? 라라랜드체? 원래 폰트 이름은 'YASASHII'라고 부른다네요. 2007년에 일본 디자이너 료이치 쓰네카와(Ryoichi Tsunekana)가 디자인한 폰트라고 합니다. 라라랜드의 로고는 YASASHII 폰트에 볼드를 적용했습니다. 세로 획이 굵고, 가로 획이 가늘어서 복고적인 느낌을 물씬 풍깁니다. 위의 오프닝 화면에서는 황토색에 검정색 그림자까지 깔아서 더욱 옛날 잡지 같은 느낌을 줍니다. 폰트 선택이 좋은 것 같습니다.
포스터에 쓰인 클래식한 폰트와 모던한 폰트의 조합 <출처 : 라이언스게이트>
포스터의 폰트를 보면 배우들의 이름은 'Neutraface'체로 구현돼 있습니다. 영화 로고는 클래식하고, 배우들의 이름은 모던한 느낌이 듭니다. 'YASASHII'는 2007년에 디자인 된 폰트이고, 'Neutraface'는 2002년에 디자인 돼 나이는 'Neutraface'가 더 많긴 하지만 시각적으로 받는 개인적인 느낌은 그렇습니다. 라라랜드는 고전 뮤지컬 영화의 오마주이고 배우들은 현대의 사람들이니 이렇게 표현했을수도 있습니다. 이렇듯 영화 곳곳에는 고전과 현대의 것들을 조화시키려는 노력이 묻어납니다. 잡담이지만, LA하늘에 떠 있는 수 없이 많은 별들도 의미 심장합니다. 미아도 나중엔 저 별들 중 하나가 되구요.
음악
눈과 귀가 모두 즐거운 영화인데 귀의 즐거움에 대한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습니다.
셔젤 감독은 음악에 대한 열정을 여러 언론 매체를 통해서 표출한 바 있습니다. 앞으로도 음악 영화를 많이 만들 것 같습니다. 라라랜드는 셔젤 감독과 하버드대학교 동문이고 절친인 저스틴 허위츠가 음악감독을 맡았습니다. 영화에는 재즈 음악도 나오고 고전 팝 음악도 나오고, 현재 활동 중인 젊은 R&B 가수이자 싱어송라이터인 존 레전드도 비중있게 등장합니다.
곡명
작곡자/연주자
길이
듣기
"Another Day of Sun"
La La Land Cast
3:48
"Someone in the Crowd"
Emma Stone, Callie Hernandez, Sonoya Mizuno and Jessica Rothe
위의 표는 라라랜드의 OST 곡목록 입니다. 라이언스게이트게이트에서 판매하는 정식 음원을 구매하실 분은 위에 링크를 걸어두었으니 그쪽을 통해서 구매하시면 되구요, 유튜브를 통해서 노래를 들으실 분은 표 오른쪽에 달려있는 유튜브 아이콘을 클릭하시면 됩니다.
음악이라고 복고적 요소가 빠지면 안되겠죠. 정식 음원에도 요즘은 인기가 시들한 재즈풍의 곡이 있기는 하지만 복고 음악이 압권인 부분은 봄이 되고 미아가 세바스찬을 다시 만나는 장면에서 나오는 이 곡이죠. A-ha의 'Take on me'. 1985년에 발표된 곡이고 전세계 27개국 음악차트에서 1위를 한 곡입니다.
밴드가 신청곡을 받을 때 미아가 신청한 'A flock of seagulls'의 'I Ran'은 1982년에 발표된 곡입니다. 신나는 분위기 가운데에서도 개인적으로는 불길한 미래를 암시하게 만든, 가사가 살짝 우울했던 곡입니다.
감독
데이미언 셔젤(Damien Chazelle) 감독은 1985년 생으로 이제 막 30대 나이에 들어선 젊은 신예 감독입니다. 프랑스계 미국인이고 하버드대학교를 졸업했습니다.
관객들의 심장이 터지기 직전까지 갈 정도로 강렬했던 위플래시(Whiplash)는 그가 히트친 첫 영화인데 갓 상업 영화를 만들기 시작하면서 곧바로 히트를 쳐 세계적으로 유명 감독이 되었습니다. 위플래시는 학창 시절 드러머였던 본인의 경험담을 참고삼아 제작했다고 합니다. 어쨌든, 처음(엄밀하게는 두번째?) 발표한 작품이 세계적으로 히트를 칠 때 그의 나이 29세였습니다. 라라랜드까지 히트를 치면서 작품 단 3개로 천재 감독 칭호까지 얻고 있습니다.
셔젤 감독과 그의 절친이자 음악감독인 저스틴 허위츠 <출처 : youtube>
데뷔작은 2009년에 공개한 영화 '공원 벤치의 가이와 매들린'(Guy and Madeline on the Park Bench)입니다. 이때, 연출과 제작, 각본까지 모두 혼자 진행하면서 제작자와 각본가로서 업계에 얼굴을 알립니다.
74회 골든글로브 최연소 감독상과 69회 미국감독조합상을 최연소의 나이로 수상했습니다. 전도유망한 천재 감독입니다.
라이언고슬링과 엠마스톤(Emma Stone, Ryan Gosling)
처음 캐스팅 된 배우는 세바스찬 역에 마일즈 텔러, 미아 역에는 엠마 왓슨이었습니다. 마일즈 텔러는 출연료 70억 원을 요구하며 46억 원을 제안한 라라랜드 측의 캐스팅이 무산됩니다. 위플래시를 촬영하던 시절에 연기력 논란과, 대마초 흡입 논란, 기타 여러가지 태도 문제로 이미 데이미언 셔젤 감독에게는 상당히 찍혀 있었다고 전해집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셔젤 감독의 차기작에 46억 원이나 제안하면서 그를 다시 기용하려 했던 건 뭔가 사정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라이언고슬링이 라라랜드에 관심을 보이면서 남자 배역이 정해집니다.
엠마왓슨은 미녀와 야수의 촬여일정이 겹쳐서 캐스팅 제안을 거절했습니다. 그리고 엠마스톤이 낙점됩니다. 결과론적인 이야기지만 정말 어울리는 배역이 있다고 생각하는데, 여러가지 문제를 일으키는 엠마 왓슨 보다는 엠마스톤이 이 배역에 더 잘 어울린다고 생각됩니다.
여담이지만 라이언고슬링은 미녀와 야수를 택해도 엠마, 라라랜드를 택해도 상대역이 엠마네요. 엠마의 남자로군요. 하지만 그는 딸둘 딸린 유부남. 물론 엠마도 곧 유부녀.
콜로라도 브릿지를 함께 걷고 있는 라이언고슬링과 엠마스톤 <출처 : 라이언스게이트>
1980년생인 라이언고슬링은 상대 여배우들이 연상들이 많아서 '연상 킬러'라는 별명도 얻었습니다. 이번에 무려 8살 연하인 엠마스톤과 호흡을 맞추면서 '잘됐다'고 생각하실 분도 계시겠지만 사실 엠마스톤과 라이언고슬링은 이번이 세 번째로 같이 찍은 영화입니다. <크레이지, 스투피드 러브, 2011>, <갱스터 스쿼드, 2013> 두 작품에서도 이미 서로 사랑하는 연인 역할로 열연한 바 있습니다. 2015년에도 <포커스>에 캐스팅 됐지만 일정 때문에 윌 스미스와 마고 로비로 배우가 대체됩니다.
이만하면 이 둘이 인연이라고 봐도 될 것 같은데 말이죠. 둘이 얼마나 친하냐면 한 인터뷰에서는 캐나다 출신인 라이언 고슬링의 발음을 엠마 스톤이 약 올리는 장면도 나옵니다. 어지간히 친하지 않고서는 그 정도 까지는 하기 힘들건데 말이죠.
성과
엠마스톤은 베니스영화제에서 라라랜드를 통해 여우주연상을 받았고, 74회 골든글로브 뮤지컬/코미디 부문 여우주연상을 받았습니다. 이번주 일요일에 열리는 89회 아카데미시상식에서도 여우주연상을 받을 유력한 후보로 거론되고 있습니다.
라이언고슬링은 라라랜드를 통해서 엠마스톤과 함께 74회 골든글로브 뮤지컬/코미디 부문 남우주연상을 받았습니다. 이번 아카데미시상식에서 남우주연상을 받을 가장 유력한 후보로 거론되고 있습니다.
이번 2월 26일에 개최되는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라라랜드는 역대 최다인 14개 부문에 노미네이트 돼 있습니다. 노미네이팅 되지 않은 카테고리가 '외국영화상', '최우수 애니메이션 영화상' 이런 것들이기 때문에 사실상 받을 수 있는 상에는 노미네이팅이 다 돼 있는 기염을 토해냈습니다.
일명 약빨고 만든 지미팰런의 골든글러브 시상식 콜드 오픈 <출처 : ABC>
박스오피스 자료에 따르면 라라랜드는 총 제작비 3,000만 달러를 투입했고, 2월 22일 현재까지 매출은 3억 4,111만 달러를 올리고 있습니다. 라라랜드의 미국 국내 매출은 1억 3,500만 달러, 해외 매출은 2억 588만 달러입니다.
영진원 자료에 따르면 국내에서는 개봉 이후 2월 22일 현재까지 누적으로 전국 2,107개 스크린에서 82,852번 상영됐으며, 매출액은 275억 원을 기록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