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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12월 9일 수요일

잃지 않는 투자의 중요성

다음 중 어떤 포트폴리오의 수익률이 가장 높을까요?


1. 연간 수익률이 +100%, -50%, +100%, -50%, +100%를 반복하는 포트폴리오
2. 연간 수익률이 꾸준히 +5%씩 증가하는 포트폴리오
3. 연간 수익률이 +70%, -30%, +70, -30%를 반복하는 포트폴리오
4. 연간 수익률이 꾸준히 +10%씩 증가하는 포트폴리오

시뮬레이션


위의 4개 사례를 가지고 총 18년간의 포트폴리오를 운용 했을 때 각각의 실적은 아래와 같습니다.

앞의 1, 2, 3, 4 사례별 장기 수익률 그래프 <자료 : 송종식, 스케일 타입 : 리니어>

앞에서 언급한 1, 2, 3 ,4 순서대로 18년간 수익률 결과를 보면 가장 수익률이 높은 포트폴리오는 매해 꾸준히 연평균 10%의 수익률을 올려 온 포트폴리오입니다. 1억 원의 투자금이 5억 5,600만원이 되었네요.

꼴찌는 극심한 변동성을 보였던 +100%, -50%의 포트폴리오입니다. 열심히 투자를 하였지만 18년 후에도 계좌 규모는 제자리입니다. 1억 원으로 시작한 포트폴리오는 여전히 1억 원입니다. 18년간 허송세월을 보냈네요.

이보다 변동성을 살짝만 줄여보았습니다. +70%, -30% 정도의 변동성을 보이는 포트폴리오를 주목해주세요. 포트폴리오의 변동성이 조금만 줄었을 뿐인데, 결과는 시간이 갈수록 달라집니다. 1억 원의 종자돈이 4억 7,900만원이 되었습니다.

꾸준히 연간 5%의 수익을 올려 온 포트폴리오는 18년 후에 2억 4,100만원이 되었습니다.

앞의 기간을 더 늘려 보았습니다 <자료 : 송종식, 스케일 타입 : 리니어>

기간을 조금 더 늘리면 복리의 위력이 엄청나게 드러납니다. 연평균 10%의 수익률을 올려 온 투자자의 1억 원짜리 계좌는 40년 후에 45억 2,600만원이 됩니다.

연평균 20%의 수익률을 40년간 올렸을 경우 <자료 : 송종식, 스케일 타입 : 리니어>

위의 그래프는 덤으로 연평균 20%의 수익률을 40년간 올렸을 경우를 시뮬레이션 하여 리니어 그래프로 표현한 것입니다. 1억 원의 초기 투자금은 40년후에 1,600억 원으로 불어나 있습니다. 재벌이죠.

실제 워런버핏의 수익률인데, '연평균 수익률 20%'를 우습게 생각하시는 투자자가 일부 계시는 걸 보았습니다. 그러나 그 수익률을 장기간 동안 올리기란 쉽지 않습니다.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버핏이 괜히 현인이 아닙니다^^).

위의 시뮬레이션이 시사하는 점


- 포트폴리오의 변동성을 최소화 하는 것이 좋다 
- 손실은 되도록 안 내는 것이 좋다. 버핏의 투자원칙이 괜히 '첫번째 투자원칙은 잃지 않는 것이고, 두번째 원칙은 첫 번째 원칙을 지키는 것이다.'라고 말한게 아닙니다. 손실을 내면 복리에 타격을 입어서 더 많은 시간과 자원을 소모하게 되는데 이는 시간이 갈수록 엄청난 타격이 됩니다.

투자를 잘 하는 사람인지 판단 하는 방법은?


- 비교적 연평균 수익률의 편차가 적다.
- 손실없이 꾸준히 수익을 누적 시켜왔다.
- 포트폴리오 운용기간이 길다.
- 기업과 산업, 그리고 투자 철학 전반에 대한 지식이 해박하다.
- 벌어지는 상황에 안달복달하지 않고 침착하다.

이 정도가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어떤 사람들은 연평균 수익률 20%를 무시하면서 '1년에 1,000%' 수익은 내야지'라고 말하기도 합니다. 1,000% 수익률을 내고 이듬해에 -99%를 맞고, 시장에서 아웃되는 경우는 허다하게 많습니다. 

저 정도 수익을 올리려면 풀레버리지 몰빵 투자를 해야하니까요. 습관은 쉽게 안 변합니다. 

늘 말씀드리듯이 투자는 덧셈 게임이 아니고 곱셈 게임입니다. 폭발적으로 벌다가도 곱하기 0 한번에 걸리면 시장에서 아웃됩니다. 올해 3월과 같은 사례가 아니더라도 곱하기 0을 맞을 수 있는 경우는 흔하게 발생합니다. 무리해서 투자를 하면요. 

비교적 오래도록 꾸준히 좋은 실적을 쌓아가야 합니다. 건전한 투자 철학과 기업에 대해 해박한 지식을 갖고 있으면서 흥분하지 않고 차분하게 포트폴리오를 키워나가는 사람들이 잘 하는 사람들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목에 칼이 들어와도 손실을 발생시키지 말자


투자 원금이 되기 위한, 손실 복구에 필요한 수익률 <표 : 송종식>

프로들의 세계는?


전업투자자들의 세계는 이처럼 이론적으로만 돌아가지는 않습니다. 이론적으로 투자하시는 분들도 계시는가 하면, 가치투자 철학을 베이스로 하되 매우 투기적으로 투자하는 가치-모멘텀 투자가도 적지 않습니다.

전업 첫해의 수익률이 매우 중요합니다. 전업 첫해의 수익이 전업투자자 생활의 전반을 좌우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따라서, 종자돈이 적을때는 폭발적으로 수익을 올리고, 일정 투자 금액이 되면 다시 보수적인 전략으로 회귀하는 투자자들도 적지 않습니다.

그러나 그런 투자자가 되려면 몇가지 조건이 필요합니다.

- 방대하고 디테일한 투자지식과 철학의 장착
- 자금 관리 기술과 포트폴리오 운용 기술의 장착
- 잠을 줄이고 기업 분석과 탐방을 해내겠다는 성실함의 장착
- 끈기 그리고 용기와 담력, 긍정적인 마인드
- 끝으로 어느 정도의 운

오늘 글은 이 정도에서 마치겠습니다. 여러분 모두 욕심 내지 말고 좋은 수익을 올리시길 바랍니다. 시간은 개인투자자의 편이고, 우리를 부자로 만들어주는 것은 시간과 그 시간을 굴릴 작은 눈덩이 하나면 충분합니다.

방어적으로 투자를 하면서 수익이 누적되면 결국은 클 수 밖에 없습니다. 잃지 않으면 복리는 크든 작든 누적되기 때문입니다. 큰 손실은 확정적으로 입으면 안됩니다.  큰 손실을 입고 재기불능에 빠지면 무언가 해볼 기회도 사라지기 때문입니다.

2018년 7월 22일
스팀잇에 쓴 글을 백업해뒀다가 가져옴


2017년 1월 2일 월요일

2016년 투자 마감

2016년은 사회적으로도 제 개인적으로도 참 많은 일이 있었던 한해였습니다. 투자에 있어서는 기존과 다른 여러가지 변화를 꾀한 한해였습니다. 아무래도 전업투자자다보니 투자에 할애할 수 있는 시간이 많습니다. 그래서 조금 더 탐방 위주로 투자를 하려고 마음 먹었습니다. 그리고 종목을 아주 깊이 파고 들어가는 집중 투자를 연습한 한해였습니다. 투자 성과는 시원치 않습니다. 다만, 코스닥이 올 한해 크게 조정이 나왔기 때문에 나름대로 위안거리를 삼고 있습니다. (눈물)

잘 나가던 바이오섹터 무너지다


바이오 섹터 과열에 관한 글은 작년 투자 마감글에서 썼던 기억이 있습니다. 중후장대 산업이 줄줄이 어려움을 겪으며 국가의 성장성도 꺾였습니다. 그래서 바이오와 같은 고부가가치 산업에서 새로운 먹거리를 찾아야 한다는 점에는 이견이 없습니다. 다만, 보수적인 투자자로서는 우려스러운 말씀도 자주 드렸던 것 같습니다. 끝 모르고 올라갈 줄 알았던 바이오섹터의 멀티플은 올해 산산히 깨졌습니다. '미래에 아주 높은 수익을 올릴 것이다.'라는 기대로 높은 멀티플을 받는 업종은 늘 조심해야 합니다.

2015년까지 바이오 섹터에 집중 투자했던 투자자 중 백만장자가 됐던 투자자들이 많았다고 들었습니다. 그야말로 단숨에 수십억을 주무르는 자산가가 된 사람들의 이야기는 심심치 않게 들려왔습니다. 그러나 올해는 그 많은 돈들이 신기루처럼 사라졌다는 허망한 이야기가 많이 들려옵니다. 주로 고성장주에 집중 투자하는 사람들이 많이 몰려있는 여의도는 사무실 공실도 많이 생겼다고 합니다. 꿈을 안고 전업을 시작했던 투자자들이 많이들 사라졌습니다. 안타깝게 생각함과 동시에 저도 늘 경각심을 갖고 투자하게 됩니다.

외교, 사드, 그리고 중국


2015년까지 장세를 보면 '중국'이라는 단어가 엮인 종목은 쭉쭉 올라가던 장세였습니다. 그런데 그 '중국'이라는 단어가 2016년에는 엮이면 안되는 단어가 됐습니다. 대표적인 업종이 화장품, 엔터, 카지노와 같은 것들입니다.

시진핑은 중국에서 대표되는 '친한파' 인물로, 2015년 9월 전승절 행사에서는 박근혜 대통령을 자신보다 앞에 세우며 '최고 대우'를 해주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이듬해 우리나라는 사드 배치를 결정했고, 일본과 군사정보포괄보호협정(GSOMIA)까지 맺으면서 중국과 외교적으로 멀어지게 됩니다. 시진핑 입장에서는 뒷통수를 제대로 맞은 것이고, 한국 친화적인 정책을 밀기에도 부담이 생기게 됐습니다.

중국은 이에 대한 보복으로 상반기부터 금한령, 한한령을 내린 듯 합니다. 초반에는 그저 소문으로만 도는 이야기라고 했지만, 시간이 갈수록 금한령의 영향이 실재하는 것임을 보여주는 징후들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어쨌든 공포에 빠르게 반응하는 주식 시장은 올 상반기부터 반응하기 시작했습니다. 엔터, 화장품 등 높은 밸류에이션을 누리던 업종들이 붕괴됐습니다. 그리고 앞서 말씀드렸던 바이오섹터의 붕괴와 시너지(?)를 내면서 올해 코스닥 시장은 박살이 났습니다.

내년 국내외 정치상황이 어떤식으로 흘러갈지는 예단할 수 없습니다. 다만, 중국과의 외교 관계가 지금보다 나아지고 외교에서 방법을 찾는다면 중국 외교 리스크로 한꺼번에 폭락했던 종목 중 나름대로 가치가 있는 종목들은 괜찮은 퍼포먼스를 보여줄 수도 있지 않을지 조심스럽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정치적 이벤트가 산적한 2017년


내년에는 트럼프가 본격적으로 업무를 시작합니다. 우리나라는 조기대선이 봄에 실시될 것 같구요. 정권이 바뀐다면 현 여당의 압박(?)을 받아왔던 게임과 엔터 섹터는 어떻게 움직일지 궁금하네요. 사드도 내년에는 설치할지 말지 결정이 될테구요. 3월 5일 시작되는 중국 전인대에서는 또 어떤 이야기들이 나와서 우리나라 경제에 영향을 미칠지도 궁금하네요. 금리는 올해 바닥을 찍었고 내년부터는 쭉 오를텐데 이게 자산 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도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코스닥 시장이 올해 많은 조정을 받았지만 2015년에 비정상적으로 고평가 받았던 섹터들이 정상적인 자리로 돌아오는 과정에 불과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코스닥 시장은 공격적인 투자자들이 많아서 여전히 신용잔고액이 높습니다. 통계에 잡히는 것 뿐만 아니라 통계에 잡히지 않는 스탁론 자금이 아직도 많이 들어와 있다고 합니다. 금리 인상과 함께 신용잔고가 반대매매를 두들겨 맞기 시작할까봐 늘 조심스런 마음이 가슴 한켠에 있습니다.

은행, 철강, IT는 훨훨 자동차는 지지부진


2015년 바이오가 훨훨 날아갈때 눈물 흘리던 철강주. 중국에서 capa를 줄인다는 소식이 들리면서 POSCO는 연초부터 턴해서 훨훨 날아가기 시작합니다. 은행주들은 위험 업종에 익스포저가 물려있어서 맥을 못 추다가 실적 개선과 금리 인상 기대감으로 턴에 성공해서 나쁘지 않은 퍼포먼스를 보여줬습니다.

2016년에는 삼성전자가 전체 지수를 끌어 올려놨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로 삼성전자가 선전했습니다. 갤럭시 노트 7 설계결함과 최순실 사태 등의 악재에도 불구하고 반도체 업황 호황에 힘 입은 덕으로 보입니다. 반도체 호황 덕분에 하이닉스도 강세를 보였습니다. 삼성전자와 하이닉스의 협력 업체들의 주가도 괜찮았습니다. 내년에도 반도체 호황을 보시는 분들이 많으시던데 전문적인 분야이고, 업황이 순식간에 돌아설 수 있기 때문에 집중적으로 팔로업 하실 수 있는 분들만 접근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대형 경기 순환주들이 쭉쭉 올라가는 동안에도 현대, 기아차를 필두로 한 자동차 섹터는 맥을 못췄습니다. 중국 시장에서의 성과 부진과 안방 시장에서 외제차에게 시장을 내주는 등의 문제로 어려움을 겪는것으로 생각됩니다. 현대기아차는 포지셔닝을 제대로 해야할 것 같습니다. 타타자동차처럼 아예 가격을 무기로 밀고 나가던지, 고급화 전략으로 간다면 아예 고급화로 가던지 해야겠지요. 지금의 브랜드 포지셔닝은 어정쩡한 감이 없잖아 있는 것 같습니다.

다만, 자동차 섹터에 속한 중소형 종목 중에서 옥석을 잘 가려본다면 시장의 오해로 저평가 된 종목이 꽤 있을 것 같아서 관심을 가져보려고 합니다.

부익부빈익빈, 선진국은 더 잘나간다


독일, 미국 등 선진국 시장은 올해 아주 불을 뿜었습니다. 다우지수는 역대 최고치인 2만 포인트를 목전에 두고 장을 마감했습니다. 독일의 DAX 지수가 11,400포인트, 영국의 FTSE 지수가 7,140포인트, 일본의 니케이와 프랑스의 CAC도 연초보다 상승 마감 했습니다.

한국, 중국과 같은 신흥 시장의 지수 상승은 지지부진 했습니다. 러시아는 작년에 저유가로 워낙에 폭락이 심해서 올해는 기저효과로 지수가 많이 올라왔습니다. 저유가로 인한 베네수엘라의 경제 위기는 현재 진행형입니다.

시장에 나온 전문가들의 의견과 리포트를 종합해보면 내년에도 미국을 중심으로 한 선진 시장은 더욱더 금수저 효과를, 우리나라는 흙수저 효과(?)를 누린다는 의견이 많습니다. 정치, 경제 상황이 대외적으로 먹구름이 잔뜩 끼어있어서 걱정입니다.

원자재는 어찌될까?


우리나라 경제에 큰 영향을 미쳤던 원자재 중 하나인 유가는 올초 20불대에서 시작해서 연말에는 50불을 조금 넘는 수준에서 가격이 형성됐습니다. 1년치를 펼쳐놓고 보면 꾸준히 올라왔습니다. 다만, 유가가 60~70불을 넘어가면 미국의 shale rig이 다시 가동될 수 있기 때문에 유가가 과거처럼 90불, 100불대로 갈 수 있을지는 개인적으로 잘 모르겠습니다. 원자재 가격을 예측하는 것은 의미없지만 40~60불 사이를 왔다갔다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이 예측이 빗나갈 확률은 굉장히 높을거구요.

석탄 가격도 올한해 두배 정도 올랐습니다. 밀과 옥수수 등 곡물가격은 연초보다 내려오면서 안정세를 보인 한하였고, 금과 은은 여름에 급등하다가 가을 들어 하락추세를 타면서 다시 연초 수준으로 내려왔습니다.

투자 실수 복기


브렉시트


브렉시트 공포가 최대화 되던 6월 24일 최저점에서 가진 주식을 대거 처분했습니다. 그 다음날부터 코스닥 시장은 급반등했습니다. 결과론적인 이야기입니다만 아주 초보적인 실수를 범했습니다. 원래 저는 이런 급락장을 좋아하고 급락장에 주식을 늘리는 편입니다만, 올해는 주변에 함께 투자하시는 분들 목소리에 상당히 휘둘린 것 같습니다. 그러나 남탓을 할 필요는 전혀 없다고 스스로 생각합니다. 제 마음가짐 자체가 믿음이 부족하고 아직도 초보적인 실수를 할 정도로 심리적으로 취약하다는 것이니까요. 스스로 더 단단한 마음을 갖기 위해 노력하고 나아지는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황금알, 비에이치를 손 안에서 놓치다


비에이치는 2014년에 포트폴리오에서 아주 높은 비중으로 투자했다가 업황 끝물을 읽지못하고 타격을 입혔던 종목입니다. 이 종목으로 언젠가는 복수하리라 생각하면서 꾸준히 팔로업을 하고 있었습니다. 플렉스컴이 부도나고, 매출 1,000억이 넘는 비상장사들이 줄줄이 무너지면서 때가 왔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5월 마지막주에 기업 탐방을 다녀왔습니다. 치킨 게임 끝물이라는 생각에 포트의 일부만 사두고 흐름을 지켜보았습니다. 주가가 급등하기에 저는 19% 정도의 수익만 내고 상승 초입에 매도를 하는 실수를 범했습니다. 아직 때가 되지 않았다는 생각에서였습니다. 7월부터 상승한 주가는 4,000원대에서 시작해서 12월 연말에는 17,000원대까지 급등합니다.

제가 비에이치를 상승초입에서 급하게 매도한 몇가지 까닭은 다음과 같습니다. 1) 치킨게임이 막바지이기는 하나 플렉스컴의 공장을 누군가가 인수해서 다시 가동될 가능성, 2) 삼성이 FPCB 공장을 인수해서 내재화 할 가능성, 3) 비에이치의 높은 부채비율. 좀 더 면밀히 팔로업하지 못해서 올해 인생을 바꿀뻔한 투자 기회를 놓친점이 너무 아쉽습니다. 더 꼼꼼하고 집중적으로 팔로업하고 믿음을 가져야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주변의 소음과 믿음은 반비례


왜 버핏이 월스트리트와 멀리 떨어져 지내려 하는지, 유유자적하는 국내 가치투자 큰손들이 여의도와 거리가 있는 곳에서 거주하려 하시는지 이해했습니다. 그전에는 머리로만 이해했고 올해는 온몸으로 이해했습니다. 투자자들간의 네트워크는 정말 훌륭합니다. 왜냐하면 실력이 출중한 분들이 많으시고 서로 엮여있기 때문입니다. 여기서 오가는 투자아이디어도 재미있는 것들이 정말 많습니다. 그러나 그게 바로 독입니다.

이 투자자 네트워크에서 오가는 이야기로 투자를 실행했다가 올해 몇번 손실을 입었습니다. 이것도 남을 탓할게 아닙니다. 원래 제가 잘 하는 투자 방법. 1) 좋은 회사를 스스로 발굴해서, 2) 남에게 휘둘리지 않고 스스로 공부한 후, 3) 철저하게 밸류에이션 해서, 4) 원하는 가격대가 오면 매수한다. 이 원칙을 하나도 지키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다른 투자자들의 이야기를 들으면 정말 그럴듯합니다. 특히 자산을 꽤 만든 사람이 하는 이야기일수록 더 그럴듯하고 지금 당장 주식을 사지 않으면 안될 것 같은 착각에 빠집니다.

그러나 그렇게 매수를 하면 대부분 피를 봅니다. 저는 그래도 남들 이야기를 듣고 주식을 사지 않는 편인데도 불구하고 올해는 여러 훌륭한 투자자분들과 함께하면서 이런 초보적 실수를 꽤나 했습니다.

내년부터는 다른 투자자들과 거리를 두고 지낼 생각입니다. 아니면 아예 귀를 막는게 나은 것 같습니다. 각자에게 맞는 투자 방법이 있고, 각자가 선호하는 종목이 있고, 각자가 사고자 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여러가지 색깔이 모여 시장을 이루는데, 올해는 저 스스로 고액 자산가들의 기에 눌려서 너무 저의 색을 펼치지 못한 것 같습니다. 스스로 믿을 수 있는 투자를 해야 수익도 잘 나온다 생각합니다.

올해 투자 결과


저는 올해 11.98%의 수익을 냈습니다. 회사를 다니면서 하는 투자라면 이만해도 만족했겠지만 전업투자자다보니 매우 부진한 수익률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그래도 한가지 위안을 삼자면 코스피 지수는 3.22%올랐고, 코스닥 지수는 8.07% 하락했으니 벤치마크 보다는 선방을 했다는 점입니다. 내년에는 벤치마크 같은거 신경 안쓰고 압도적인 수익을 내보고 싶어지네요.

2010년 이후 연간 수익률과 벤치마크의 퍼포먼스 현황

이렇게 놓고 보니 코스닥은 작년에 성장 섹터가 너무 가파르게 올랐고, 올해는 기고효과로 떨어진 것 처럼 보이네요. 제자리 찾아가는 과정인 듯 합니다.

2010년 이후 누적 수익률 현황

올해는 아슬아슬했습니다. 투자로 크게 성공하기 위해서는 남들보다 더 꼼꼼하게 팔로업하고, 조금 더 과감하게 투자할 줄 알아야 한다는 것을 배운 한 해 였습니다. 올해 이런저런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약간의 투자 스타일 변화를 주려고 해보았고 그 과정에서 체득한 것이 많습니다. 내년에는 수익률도 조금 더 과감하게 냈으면 싶습니다. 왕도는 없을 것 같구요. 더 열심히 하는 수 밖에는 없는 것 같습니다.

글을 읽어주시는 투자자 여러분들께서도 2016년 한해 정말 고생많으셨습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내년에는 올해보다 더 좋은 일들과 성취가 함께 하시기를 응원드립니다. 감사합니다.

2016년 12월 31일
송종식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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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림 : 글에서 언급된 종목들은 종목을 추천하는 것이 아닙니다. 본 포스팅에서 언급된 종목들에 철저한 분석 없이 투자하시는 일이 없도록 당부 말씀드립니다. 본 포스팅에서 언급된 비지니스 전망과 현황, 추정, 수치, 지표 등은 모두 실제와 다를 수 있습니다. 또한, 전적으로 제 주관적 의견들임을 다시 한 번 알려드리며 경영 환경은 예측과 달리 급변할 수도 있습니다. 본 포스팅을 토대로 투자하시지 않으시길 부탁드리며, 투자 판단과 의사결정 그리고 그로 인해 발생하는 모든 수익과 손실에 대한 책임은 투자자 본인에게 있습니다. 본 게시글은 시장에 공개된 자료들을 수집하여 작성되었음을 알려드립니다.

2015년 12월 2일 수요일

2015년 8월 시장 폭락, 그 이후..

지금은 벌써 잊혀졌지만 올해 7월부터 8월 사이, 놀기 좋은 여름에 시장 폭락이 있었습니다. 코스닥의 경우에 단기간에 시장이 20% 정도 빠졌고, 8월 중반에는 1주일 새 시장이 15~16% 정도 폭락을 했습니다.

투자자들을 공포에 질리게 했던 올 여름 시장 급락 <출처:네이버 금융>

물론 이 정도 폭락은 2008년 금융위기나 IMF구제 금융 당시의 대규모 폭락에 비견할 바는 아닙니다. 그러나 많은 투자자들을 공포로 몰아가기에 충분한 파워를 가진 급락이었습니다. 흡사 2011년 8월의 시장 폭락을 연상케 했습니다. 이 정도 규모의 폭락은 짧은 주기로는 1년에 한번씩은, 좀 길게는 2~3년에 한번씩은 찾아오는 것 같습니다.

그 당시에 많은 투자자들의 행동은 대체적으로 아래와 같이 압축 됐습니다.

1) 손절매
2) 그냥 가만히 있기
3) 그냥 가만히 있기 + 싸진 주식 아주 조금씩 더 사기

1)번은 마켓 타이밍을 재는건데, 사실상 가장 멍청한 의사 결정 중 하나가 될 확률이 높습니다. 이번 여름 급락장에서도 여지없이 그것이 증명되었습니다. 손절매를 하신 분들은 대부분 급락장의 최바닥 부근에서 손절매를 하셨던 걸로 기억합니다. 그리고 더 비싼 가격에 재매수를 하셔야 했거나, 반등하는 시장을 보면서 멘탈 붕괴에 빠졌겠죠?

2)번은 현명한 방법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제 블로그에서도 몇번 언급을 드렸지만, 재야고수 형님과 맥주를 한잔 하면서 나눈 만담을 참고할 필요가 있습니다. 위 글을 보시면 미국의 대공황, 우리나라의 IMF 구제 금융 시절을 제외하고, 역사상 가장 혹독했던 시장 폭락기 중 하나인 서브프라임모기지론 사태때 시장 폭락 시기를 '그냥 가만히 있는 것'으로 대응했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그 시기가 지나고 나서 재산이 되려 많이 불어났다구요.

3)번은 가장 현명한 방법이기는 합니다. 그러나 현명하려면 전제가 필요합니다. 추가 매수를 한다는 것에는 두가지 방법론이 존재합니다. 하나는 '단지 마켓 타이밍을 재서 추가 매수를 하는 것' 이구요. 나머지 하나는 '철저히 가치와 가격을 분리해서 생각하는 사람이 가치보다 가격이 많이 싸졌다는 판단하에 감정 빼고 기계적으로 매수하는 것'입니다. 전자라면 1)번의 경우와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후자의 경우라면 가장 현명한 의사 결정을 내린 것이라고 봐도 무방합니다.

시장이 폭락하고 그 하락이 당분간 더 갈수도 있지만 가치보다 싼 가격에 주식을 사서 보유하고 있다면 대부분을 시장 폭락전보다 훨씬 더 회복하는 것을 목격할 수 있습니다.

이 이야기는 시장 폭락의 폭격을 맞아 초토화 된 제 계좌를 보여드리면서 잠시 언급드렸던 적도 있으니, 시간 여유가 되시는 분들께서는 그때 제가 올려드렸던 글도 읽어보시면 재미있을 것 같습니다.

저는 앞서 제시한 1), 2), 3)번 중. 3)번을 실행했습니다. 급락한다고 해서 보유 종목을 손절매 하지 않았습니다. 그냥 가만히 있었습니다. 일부 현금은 평소 봐두었던 종목이 싸졌다고 판단해서 조금 더 매수를 하였습니다.

그 결과는 어떻게 됐을까요?

6월 2일부터 12월 1일까지 수익률 그래프 <출처:크레온MTS, 송종식>

8월에 계좌도 초토화되고 시장도 초토화 된게 보이네요 ㅠ.ㅠ 그러나 그런 상황은 얼마가지 않았습니다. 불과 1~2주일만에 전부 회복되었습니다. 회복 이후에 계좌는 더 빠른 속도로 커지기 시작하는 걸 보실 수 있습니다. 저는 매우 보수적인 투자자이기 때문에 연간 몇백%씩 수익을 내는 다른 전업 투자자분들에 비해서 수익률이 환상적인 수준은 아닙니다. 저의 연간 목표 수익률은 10~15% 수준이기 때문에 반년 수익률이 16.29%면 매우 만족합니다.

매도 포지션을 잡지 않고 주식 롱온리 포지션만으로도 얼마든지 꾸준히 돈을 벌 수 있습니다. 그리고 하락장은 겁낼 대상이 아니라, 좋은 사업체를 저가에 매수할 수 있는 기회로 삼아야 합니다. 시장이 급락한다는 이유로 가치가 탄탄한 훌륭한 사업체를 손절매 해서는 안됩니다. 되려 사업체의 지분을 늘리는 기회로 삼아야 합니다.

가격의 바닥과 천정은 예수님, 부처님도 예측할 수 없습니다. 다만, 가치와 가격을 분리해서 생각한다면 가치대비 현재 주가가 얼마나 싼 수준인지는 우리 인간들도 얼마든지 알 수 있습니다.

2015년 12월 2일
송종식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