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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9월 21일 수요일

웹 2.0은 한국의 정 문화를 없앨까


웹 3.0 등 next web에 대한 이야기가 활발하게 오가고 있습니다. 그런 지금 구시대 유물이자 이제는 우리 삶 그 자체가 되어 버린 웹 2.0 이야기를 좀 하고자 합니다. 물론 웹 그 자체에 대한 이야기는 아닙니다.

2000년대 중반부터 웹 2.0 이야기가 슬슬 올라 오기 시작했습니다. 웹 2.0 정신과 모토는 '참여, 공유, 개방'이었습니다. 기술적으로는 RSS, AJAX, REST API 등의 기술이 부각되기 시작했고, 서비스로는 UCC, 댓글, 퍼머링크, 폭소노미, 소셜미디어가 슬슬 부각되기 시작했습니다.

웹 2.0은 패러다임 그 자체였습니다. 그러나 많은 논의는 지엽적이었습니다. 기술을 중시하는 사람은 웹 2.0을 특정 기술로 정의했고, 기획자들은 특정 기능으로 정의했습니다. 원래 거대한 패러다임이 다가오기 전에 사람들은 우왕좌왕 합니다. 

이미 웹 2.0이라는 거대한 파도가 한바탕 휩쓸고 지나간 지금은 웹 2.0 패러다임이 '이런 것이었구나' 하는 것이 명백하게 사람들 눈에 들어옵니다.

웹 2.0 패러다임이 우리에게 남긴 유산은 많습니다.

포털이나 중소규모의 웹사이트 운영자들이 일방적으로 제공하던 정보를 받아 보던 입장에 불과하던 컨텐츠 소비자들은 컨텐츠를 생산하는 주체가 되었습니다. 현재 파워블로거, 스타 인스타그래머, 성공한 유튜버들이 웹 2.0 패러다임의 큰 수혜자들입니다.

플랫폼은 소비자가 생산자로 참여할 수 있도록 유도했고, 그 과정에서 수익도 공유했습니다. 사람들은 서비스의 이용자 일 뿐만 아니라 컨텐츠 생산자로서 파편화 되어 활동하기 시작했습니다.

기술적으로는 TABLE 태그에 이미지를 잘라 넣는 식으로, '적어도 컴퓨터가 보기에는 아무 의미도 없는 전단지나 쓰레기 정도'였던 것이 웹페이지였습니다. 그러나 웹 2.0 패러다임에 발 맞춰 함께 뜬 웹표준이나 접근성 따위의 프론트엔드 개발 방법론과 패러다임이 확산되면서 시맨틱해진 웝페이지와 뒷단의 리소스들은 컴퓨터가 보기에도 뭔가 의미 있는 문서나 데이터 덩어리가 되어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그것은 필요에 따라 이렇게 자르고, 저렇게 잘라가면서 재가공 하거나 유통하는 것도 쉬워졌습니다. (유튜브의 특정 영상, 인스타그램의 특정 사진만 링크를 따로 복사해서 친구들에게 공유하는 것을 생각하면 됩니다.)

서비스와 컨텐츠는 점점 조각조각 나기 시작했고, 각 조각들은 각자의 소비층과 팬층을 형성하기 시작했습니다.

일부 급진적인 사람들 사이에서 '완전한 중앙화'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지만 저는 그 부분은 회의적입니다. 관리감독하는 기관이 없다면 세상은 정글이 되고 맙니다.

그런 부분에서 웹 2.0 패러다임의 유산들은 훌륭합니다. 그래서 저는 세상을 뒤바꿀 새로운 패러다임이 등장하지 않는 한, 당분간 웹 2.0 패러다임의 여파가 지속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여전히 플랫폼이 권력을 쥐게 되었다는 부분은 해결하지 못한 난제이지만, 어쨌든 수 많은 서드파티들이 많은 권력과 부를 획득했습니다. 인간 세상에서 언제나 쏠림이나 불균형은 있을 수 밖에 없는 문제이기에 완전한 권력의 배분은 힘들지만, 세상의 많은 사람들에게 웹 2.0은 적절한 권력과 부를 배분해 주고 있다고 합니다.

일례로 호주노예 JOE, 신사임당, JM 같은 분들의 경우에 웹 2.0과 유튜브가 아니었다면 지금과 같은 부와 유명세를 어떻게 얻었을까요?

어쨌든 이제 컴퓨터와 웹은 어린 아이들 장난감이 아닌 시대입니다. 한 때는 소수의 컴퓨터 오타쿠들이 가지고 노는 조금 신기한 장난감이었지만, 이제는 우리 삶 곳곳에 침투하여 중요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필수불가결한 도구가 되었습니다.

그런 점에서 긱 이코노미(Gig Economy)라고 불리는 새로운 용어의 탄생은 필연적이었습니다. 웹 2.0이 모든 것을 세분화 하고 쪼개 놓았듯이, 웹은 모니터 밖 실제 세상도 쪼개고 쪼개 세분화 시키고 있습니다. 긱 이코노미를 플랫폼에 붙어서 밥 먹고 사는 사람들에 국한하는 이야기들도 많습니다. 그러나 저는 세분화 되는 모든 것을 긱 이코노미라고 보고 있습니다. 사실 오래전부터 존재하던 어르신들의 지하철 택배 같은 것도 우리 주변에 존재하던 긱 이코노미였다고 볼 수 있습니다.

예전에는 배달음식을 시키면 배달비는 당연히 받지 않았습니다. 음식점에서 밥을 먹다가 김치 등 밑반찬이 모자라면 비용을 받지 않고 보충해 주었습니다.

세상이 긱 이코노미화 되기 전에는 경제 활동에 있어서도 한국인의 정 문화가 많이 남아 있었습니다. 물론, 지금도 한국인의 정 문화는 여전히 강하게 남아 있지만 이제는 점점 그런 정문화의 산물도 아주 미묘하게 조금씩 사라져 간다는 느낌입니다.

음식을 시키려면 배달비를 내야하고, 포장을 하려면 포장비를 내야 하며, 미용실에서 머리를 자르고 나서 머리를 감으려면 머리 감겨주는 비용을 따로 내야합니다. 아직 극히 일부이지만 식당에서 밥을 먹다가 김치가 더 필요하면 추가 비용을 요구하는 곳도 조금씩 생기고 있습니다.

긱 이코노미는 젊은층이 중시하는 '공정'기치와도 맞물려 더 쪼개지고 쪼개져서 세분화 될 것입니다. 일례로 우리 부모님 세대는 '받는 것 보다 더 해주고, 장기적으로 더 취하는 전략'을 구사했다면, 지금 젊은층은 '딱 주는 만큼만 한다. 그 이상도 이하도 하지 않는다'하는 사고 방식이 확산되고 있습니다.

예전 같으면 '그냥' 해줬을 '별 것 아니었던' 일들도, 이제는 모두 가격표가 붙어서 서비스가 되고 상품이 되는 시대입니다.

불현 듯 15여년 전 읽었던 책에서 한 현자가 썼던 글귀가 떠 오릅니다.

"앞으로 세상은 100만 명의 팬을 가진 한명의 스타가 아니라, 100명의 팬을 가진 100만 명의 스타가 쏟아져 나오는 시대가 될 것이다. 지금부터 100명의 팬을 확보 하도록 노력하라. 그러면 평생 먹고 사는 걱정은 없을 것이다."

너무 임팩트가 있어서 제 뇌리 깊숙한 곳에 파묻혀 있던 이야기입니다. 그런데, 돌이켜 보면 지금 실제로 그런 세상이 되었습니다.

2022년 9월 21일
송종식 드림


2021년 8월 26일 목요일

누가 장사는 목이라고 했나?

한국 스타벅스의 출점전략은 그 유명한 자전거 바퀴살 전략(허브 앤 스포크)이었다. 서울의 유동인구가 많은 역세권에는 도로를 사이에 두고 스타벅스 매장 4~5개가 밀집하기도 했다. 그렇게 출점을 하더라도 모든 매장이 만석이 될 정도로 스타벅스의 인기는 좋았다. 

허브 앤 스포크 전략 도식
<출처: 인천항만공사 블로그>

그러나 폭발적으로 성장하던 스타벅스코리아의 외형 성장세와 이익률도 최근에는 점점 둔화되는 모양새다. 허브 앤 스포크 출점 전략이 한계점에 다다른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그래서 스타벅스는 최근에 출점전략을 묘하게 바꾼 듯 하다. 

기존에는 허브 앤 스포크 전략을 쓰기 위해 이미 상권이 만들어져 있고, 땅값이 비싼 지역에 매장을 냈다. 그러나 지금은 땅값이 싸고 외진 곳에 출점을 하고 거기에 사람들이 찾아오도록 만들어서 인근 지역의 가치도 높이고 영업마진도 방어하는 전략으로 선회한 것으로 보인다. 역시 스타벅스코리아는 영리하다. 명불허전이다.

사실 이번 포스팅은 오래전부터 작성을 하다가 완성을 못했다. 그러다가 어제 스타벅스의 출점 전략이 변경되었다는 기사를 보고 쓰던 글을 퍼뜩 마무리한다.

장사를 하는 사람들은 귀에 딱지가 않을 정도로 들었던 이야기가 있다. 장사는 첫째도 목, 둘째도 목, 셋째도 목이라던 이야기였다. 하지만 이제는 조심스럽게 그 이야기는 조금씩 들어맞지 않는 이야기가 되고 있다고 말하고 싶다.

<자료 : 매일경제신문>

서울만해도 아주 높은 권리금과 월세를 자랑하던 중심 상권들이 지금은 초죽음 상태다. 서울 상권의 핵심 중 하나였던 명동은 점심 시간에 임장을 나가보아도 길거리가 텅텅 비어있다. 거리 곳곳에는 '임대' 두 글자가 붙은 현수막과 플래카드만 쓸쓸하게 공실을 지키고 있다. 홍대와 같은 상권도 예전같지 않다.

서울의 중심 상권이 예전의 명성을 그리워 하며 죽어가는 동안 외곽이나 지방의 맛집과 카페, 호텔들은 호황을 누리고 있다. 이는 아주 신기한 모습이다. 

경기도, 강원도, 충청도, 부산 가릴 것 없다. 인스타그램이나 유튜브에서 입소문을 탄 맛집이나 카페는 지방 외진 곳에 꼭꼭 숨어 있더라도 사람들이 어떻게든 알고 찾아간다. 이런 곳엘 어떻게 알고 찾아왔나 싶을 정도로 인산인해를 이루는 지방의 식당과 카페를 정말 많이 목격한다. 

특히 이런 현상을 미리 예견이라도 한 듯이 강릉에 큰 자본을 쏟아부어 호텔을 지어 둔 사람들의 선견지명이 참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공사를 시작하는 단계일 때만 해도 도대체 왜 강릉에 저렇게 돈을 쏟아붓나 싶었는데.

어쨌든 지방의 호텔들도 유례없는 호황을 누리고 있다. 인천, 강릉, 부산, 경주 등 지역을 막론하고 조금만 네티즌들 사이에서 이름이 오르내렸다 싶으면 방을 구하기가 힘들 정도다. 특히, 연휴 기간에는 방을 구하지 못한다고 봐도 될 정도였다.

도심 공동화 현상이 생기고, 장사는 목(입지)이라던 선배 장사꾼들의 이야기가 무색해질 정도로 유명 상권은 초토화가 되었고, 반면에 서울 교외나 지방의 유명 가게들은 호황을 맞고 있다.

전에는 상상도 하기 힘들었던 일이다. 정말 공룡이 멸종하듯이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다. 어째서 이런 일이 생기는 것일까?

내가 생각하는 가장 큰 이유는 단연 코로나다. 말할것도 없이 코로나로 국가간 여행이 끊기면서 외국인 관광객으로 먹고 사는 상권은 큰 타격을 입었다. 그리고 많은 직장인들이 재택근무 형태로 일을 하게 되면서 CBD에서 장사를 하는 상인들이 올리는 수입도 예전같지 않게 되었다.

그 다음은 우리 사회를 서서히 그리고 빠르게 바꾸어 온 인터넷의 영향력이다. 코로나로 인해서 급격하게 트래픽을 늘린 배달 서비스는 지역 곳곳에 숨어있는 가게 어디든 배달만 가능하면 음식을 즐길 수 있도록 해주었다. 이런 배달주문 중심의 소비 패턴에서는 선배 장사꾼들이 말하는 목의 개념이 완전히 죽어버린다. 되레 목 좋은 곳에 높은 월세를 내는 가게는 리스크가 더 높아진 것이다.

인스타그램과 같은 곳에서 올라오는 사진들은 사람들의 눈길과 발길을 서울 중심 상권의 가게들이 아니라 지방에 있는 큼직하고 아기자기한 가게들로 향하게 했다. 

내 생각에 우리나라는 코로나가 끝나면 크고 아름다운 카페를 구경하기 좋은 카페 여행의 강국이 되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정말 우리나라에는 예쁘고 멋진 카페들이 끝도 없이 많다. 전국 어느 도시를 가더라도 멋진 카페들이 여행의 노곤함을 달래준다. 

그리고 땅값이 저렴한 지방에 있는 카페일수록 더욱 크고 웅장하며 멋진 인테리어와 위용을 자랑한다. 가뜩이나 해외여행도 못 가는 사람들을 달래주는 것이 그나마 국내여행이고 그 중에서도 전국 곳곳에 포진하고 있는 이런 멋진 카페들이 아닌가 생각된다.

지방 맛집과 카페들의 큰 장점은 또 있는데 그것은 바로 주차가 편리하다는 점이다. 서울에서는 차를 갖고 이동하는 것 자체가 스트레스다. 차가 많이 밀리고, 주차 스트레스도 정말 심하다. 어딜가도 사람과 차가 붐비는 곳에서 잠시 멀어져서 한적한 곳에서 드라이브를 즐기고, 지방 곳곳에 숨어 있는 맛있는 가게와 멋진 카페를 찾는 것은 이제 우리의 일상이 되었다. 코로나로 해외 여행이 막히자 숨 좀 쉬자고 사람들이 찾아낸 방편이다.

끝으로 방역을 위한 거리두기 단계가 상대적으로 수도권에 더 엄격한 레벨이 적용된다. 그래서 그것을 피해서 지방으로 내려가는 사람들도 꽤 된다. 덕분에 사람들은 지방을 재발견하고 있다.

온라인에서는 집콕을 하지 않고 돌아다니는 사람들에 대한 성토가 줄을 잇는다. 그러나 길거리에 나가보면 현실은 인터넷과 다르다. 드라이브를 하다가 연휴 날짜에 잘못 걸리면 고속도로 한 가운데에 갇히기 일쑤다. 진짜 차를 갖고 있는 사람들은 도로로 다 쏟아져 나오는 것 같다.

강력한 부익부 빈익빈 현상도 목격된다. 이름값이 있는 자영업자는 시골 구석에서 장사를 해도 늘 손님을 받느라 북적이고, 그렇지 않은 보통의 장사꾼은 아무리 서울 중심가에서 장사를 해도 가게에 파리만 날린다. 예전에는 목이 좋으면 중간은 했겠지만 이제는 자영업자들에게 조차도 극단적인 무형자산의 시대가 된 것 같다.

금융시장에서는 어떤 일이든 일어날 수 있다. 그리고 원래도 세상에 변하지 않는 것은 없다지만 우리가 정말 고정적인 상식으로 생각했던 것들이 2020년을 기점으로 아주 빠르게 변하고 바뀌고 있다. 설마? 그런일이 일어날까 싶었던 상상 속 일들도 이제는 아주 쉽게 현실에서 일어나는 시대가 되었다. 또 어떤 것이 어떤 모습으로 변할지 모른다. 항상 세상을 주시하고 관조해야 하는 이유이다. 

2021년 8월 26일
송종식


2020년 12월 2일 수요일

배달된 족발에서 쥐가 나온 사건을 보면서 (배달업의 근본적 리스크)

배달된 족발에서 쥐가 나왔다고 합니다. 저도 믿을 수 없었지만 기사를 보니 진짜였습니다. 쥐가 음식에 들어갈 정도면 말 다 했습니다. 해당 가게는 평소에 위생관리를 전혀 하지 않았다고 봐도 됩니다. 게다가 음식에 쥐가 있으면 알아챌 법도 한데, 그것조차 필터링을 못하고 고객에게 배달이 되었습니다.

고객의 자작극일 거라는 의견도 있었습니다. 그래서 MBC가 해당 업체에 촬영을 나갔습니다. 촬영 중에도 가게에 쥐가 왔다갔다 하는 모습이 포착되었습니다. 바퀴와 쥐는 눈에 보이는 건 극히 일부입니다. 바퀴가 눈에 보이면 보이지 않는 곳에서는 엄청난 양의 바퀴가 있다고 보면 됩니다. 쥐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이건 누구나 아는 상식입니다.

저의 오랜 망상 중 하나가 현실이 되었습니다. 바로 배달음식점에 대한 위생 리스크입니다. 사람들이 직접 가서 먹는 가게도 위생 관리가 안되는 곳이 많습니다. 하물며 배달을 전문으로 하는 곳은 더 위험하지 않나 싶습니다. 물론 대부분의 가게는 위생 관리를 잘 하고 있을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그렇지 않은 곳도 적지 않을 것이라는 게 제 생각입니다.

일전의 어떤 실험 카메라가 어렴풋이 기억난다. 화장실에 혼자만 있는 경우에는 손을 씻는 비율이 50% 정도에 불과했다. 하지만, 화장실에 다른 사람이 있는 경우에는 손을 씻는 비율이 90%가 넘었다. 우리는 다른 사람들을 의식하고 또 무서워하며 살아간다. Unsplash @curology

아무래도 음식을 보관, 조리하는 과정에서 지켜보는 사람이 없으니 점점 소홀해질 수 밖에 없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음식을 조리하다가 땅에 떨어지면 버리는 것이 아니라 다시 음식에 넣어서 조리를 한다던가 하는 식이죠. 그게 인간 본성에 가깝습니다. 내 자식에게 먹이는 것이 아닌 이상 귀찮을 수 밖에 없습니다. 심지어 내 자식도 귀찮은데 말입니다. 음식을 많이 팔아서 매출만 올리면 되지 위생에 크게 신경을 쓸 니즈는 매우 약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얼마전에 배달원이 치킨을 빼 먹은 사건이 큰 논란을 빚은 적이 있습니다. 배달원이 음식을 빼 먹거나, 음식에 해코지를 하는 경우는 인터넷 커뮤니티 등을 통해서 심심치 않게 고발이 되었습니다. 이런 일들은 음식물 포장에 봉인 스티커를 부착하는 등의 노력이 뒤따랐습니다. 덕분에 소비자들의 불안감 증폭은 일단락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음식을 조리, 포장하거나 식재료를 보관하는 과정에서의 비위생적인 행태는 이야기가 조금 다릅니다. 이 부분은 근본적으로 틀어 막을 수 있는 방법이 없습니다.

식재료를 사와서 보관하는 과정, 그리고 그것을 꺼내서 조리하는 과정, 그리고 그것을 포장하는 과정 등 전과정을 CCTV로 녹화해서 실시간으로 소비자에게 보여줄 수 있으면 그것이 가장 좋습니다. 그러나 이것은 현실적으로 구현이 불가능합니다. 음식을 주문하지 않은 사람에게까지 이 CCTV를 공유할 이유가 없는데다, 누가 음식을 사 먹을지 알고 전 과정을 CCTV로 실시간 공유하기도 힘들 뿐 더러, 실시간이 아니면 영상 조작의 가능성이 있고, 또 끝으로 음식점 사장님들의 인권침해 문제가 뒤따릅니다.

현실적으로 음식에 대한 위생은 전적으로 업주들께 맡길 수 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소비자는 그것을 믿고 주문해야 하는 것이구요. 아까 말했지만 대부분의 사장님들은 양심껏 위생관리를 잘 하고 있으리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몇몇 사람들의 비양심 때문에 이런 문제가 도마위에 올랐습니다.

그러나, 제가 늘 망상했던대로 실제로 이런일이 터졌습니다. 언젠가는 털고 넘어가야 할 문제입니다. 물론 이런일로 음식배달 산업 자체가 꺾이거나 붕괴되지는 않을 것입니다.

그러나 음식에 쥐가 나온 것을 전국민이 목격한 이상, 배달 음식을 시켜먹으면서 찝찝한 기분을 앞으로는 더욱 지울 수 없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과거, 어린이집에 대한 저의 생각을 남긴 적이 있습니다. 어린이집 비즈니스 모델은 어린이에게 절대적으로 불리합니다. 그래서 사회적 합의를 통해 어린이집에 CCTV를 달기로 했고 전국의 어린이집에는 CCTV가 설치되었습니다. 그러나 그것도 근본적인 리스크를 없애주지는 못했습니다. 여전히 어린이집 소속의 많은 어린이들은 학대를 당하고 있습니다.

물론 아이들을 좋아해서 어린이집을 운영하는 분들이 대부분일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근본적으로 어린이집 역시 수익사업체입니다. 자기 자식은 예쁠지라도 남의 자식을 예뻐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게다가 말을 못하는 아이들도 많으니, 아이가 얄밉게 보이면 얼마든지 나쁜짓을 할 수 있습니다.

배달음식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내 자식이 먹는 음식이라면 정성껏 만들것입니다. 그러나 남이 먹는 음식에 위생을 얼마나 신경쓸지 불안하기만 합니다. 음식점 입장에서는 Q(판매량)를 늘려서 매출만 올리면 그만일테니까요. 배달 시장이 고속 성장하고 있는 것의 가장 큰 리스크는 바로 이런 위생 문제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누군가가 좋은 방법을 고안해서 소비자가 안심하고 주문할 수 있는 배달음식들이 늘어나면 좋겠습니다.

2020년 12월 2일
송종식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