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 3.0 등 next web에 대한 이야기가 활발하게 오가고 있습니다. 그런 지금 구시대 유물이자 이제는 우리 삶 그 자체가 되어 버린 웹 2.0 이야기를 좀 하고자 합니다. 물론 웹 그 자체에 대한 이야기는 아닙니다.
2000년대 중반부터 웹 2.0 이야기가 슬슬 올라 오기 시작했습니다. 웹 2.0 정신과 모토는 '참여, 공유, 개방'이었습니다. 기술적으로는 RSS, AJAX, REST API 등의 기술이 부각되기 시작했고, 서비스로는 UCC, 댓글, 퍼머링크, 폭소노미, 소셜미디어가 슬슬 부각되기 시작했습니다.
웹 2.0은 패러다임 그 자체였습니다. 그러나 많은 논의는 지엽적이었습니다. 기술을 중시하는 사람은 웹 2.0을 특정 기술로 정의했고, 기획자들은 특정 기능으로 정의했습니다. 원래 거대한 패러다임이 다가오기 전에 사람들은 우왕좌왕 합니다.
이미 웹 2.0이라는 거대한 파도가 한바탕 휩쓸고 지나간 지금은 웹 2.0 패러다임이 '이런 것이었구나' 하는 것이 명백하게 사람들 눈에 들어옵니다.
웹 2.0 패러다임이 우리에게 남긴 유산은 많습니다.
포털이나 중소규모의 웹사이트 운영자들이 일방적으로 제공하던 정보를 받아 보던 입장에 불과하던 컨텐츠 소비자들은 컨텐츠를 생산하는 주체가 되었습니다. 현재 파워블로거, 스타 인스타그래머, 성공한 유튜버들이 웹 2.0 패러다임의 큰 수혜자들입니다.
플랫폼은 소비자가 생산자로 참여할 수 있도록 유도했고, 그 과정에서 수익도 공유했습니다. 사람들은 서비스의 이용자 일 뿐만 아니라 컨텐츠 생산자로서 파편화 되어 활동하기 시작했습니다.
기술적으로는 TABLE 태그에 이미지를 잘라 넣는 식으로, '적어도 컴퓨터가 보기에는 아무 의미도 없는 전단지나 쓰레기 정도'였던 것이 웹페이지였습니다. 그러나 웹 2.0 패러다임에 발 맞춰 함께 뜬 웹표준이나 접근성 따위의 프론트엔드 개발 방법론과 패러다임이 확산되면서 시맨틱해진 웝페이지와 뒷단의 리소스들은 컴퓨터가 보기에도 뭔가 의미 있는 문서나 데이터 덩어리가 되어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그것은 필요에 따라 이렇게 자르고, 저렇게 잘라가면서 재가공 하거나 유통하는 것도 쉬워졌습니다. (유튜브의 특정 영상, 인스타그램의 특정 사진만 링크를 따로 복사해서 친구들에게 공유하는 것을 생각하면 됩니다.)
서비스와 컨텐츠는 점점 조각조각 나기 시작했고, 각 조각들은 각자의 소비층과 팬층을 형성하기 시작했습니다.
일부 급진적인 사람들 사이에서 '완전한 중앙화'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지만 저는 그 부분은 회의적입니다. 관리감독하는 기관이 없다면 세상은 정글이 되고 맙니다.
그런 부분에서 웹 2.0 패러다임의 유산들은 훌륭합니다. 그래서 저는 세상을 뒤바꿀 새로운 패러다임이 등장하지 않는 한, 당분간 웹 2.0 패러다임의 여파가 지속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여전히 플랫폼이 권력을 쥐게 되었다는 부분은 해결하지 못한 난제이지만, 어쨌든 수 많은 서드파티들이 많은 권력과 부를 획득했습니다. 인간 세상에서 언제나 쏠림이나 불균형은 있을 수 밖에 없는 문제이기에 완전한 권력의 배분은 힘들지만, 세상의 많은 사람들에게 웹 2.0은 적절한 권력과 부를 배분해 주고 있다고 합니다.
일례로 호주노예 JOE, 신사임당, JM 같은 분들의 경우에 웹 2.0과 유튜브가 아니었다면 지금과 같은 부와 유명세를 어떻게 얻었을까요?
어쨌든 이제 컴퓨터와 웹은 어린 아이들 장난감이 아닌 시대입니다. 한 때는 소수의 컴퓨터 오타쿠들이 가지고 노는 조금 신기한 장난감이었지만, 이제는 우리 삶 곳곳에 침투하여 중요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필수불가결한 도구가 되었습니다.
그런 점에서 긱 이코노미(Gig Economy)라고 불리는 새로운 용어의 탄생은 필연적이었습니다. 웹 2.0이 모든 것을 세분화 하고 쪼개 놓았듯이, 웹은 모니터 밖 실제 세상도 쪼개고 쪼개 세분화 시키고 있습니다. 긱 이코노미를 플랫폼에 붙어서 밥 먹고 사는 사람들에 국한하는 이야기들도 많습니다. 그러나 저는 세분화 되는 모든 것을 긱 이코노미라고 보고 있습니다. 사실 오래전부터 존재하던 어르신들의 지하철 택배 같은 것도 우리 주변에 존재하던 긱 이코노미였다고 볼 수 있습니다.
예전에는 배달음식을 시키면 배달비는 당연히 받지 않았습니다. 음식점에서 밥을 먹다가 김치 등 밑반찬이 모자라면 비용을 받지 않고 보충해 주었습니다.
세상이 긱 이코노미화 되기 전에는 경제 활동에 있어서도 한국인의 정 문화가 많이 남아 있었습니다. 물론, 지금도 한국인의 정 문화는 여전히 강하게 남아 있지만 이제는 점점 그런 정문화의 산물도 아주 미묘하게 조금씩 사라져 간다는 느낌입니다.
음식을 시키려면 배달비를 내야하고, 포장을 하려면 포장비를 내야 하며, 미용실에서 머리를 자르고 나서 머리를 감으려면 머리 감겨주는 비용을 따로 내야합니다. 아직 극히 일부이지만 식당에서 밥을 먹다가 김치가 더 필요하면 추가 비용을 요구하는 곳도 조금씩 생기고 있습니다.
긱 이코노미는 젊은층이 중시하는 '공정'기치와도 맞물려 더 쪼개지고 쪼개져서 세분화 될 것입니다. 일례로 우리 부모님 세대는 '받는 것 보다 더 해주고, 장기적으로 더 취하는 전략'을 구사했다면, 지금 젊은층은 '딱 주는 만큼만 한다. 그 이상도 이하도 하지 않는다'하는 사고 방식이 확산되고 있습니다.
예전 같으면 '그냥' 해줬을 '별 것 아니었던' 일들도, 이제는 모두 가격표가 붙어서 서비스가 되고 상품이 되는 시대입니다.
불현 듯 15여년 전 읽었던 책에서 한 현자가 썼던 글귀가 떠 오릅니다.
"앞으로 세상은 100만 명의 팬을 가진 한명의 스타가 아니라, 100명의 팬을 가진 100만 명의 스타가 쏟아져 나오는 시대가 될 것이다. 지금부터 100명의 팬을 확보 하도록 노력하라. 그러면 평생 먹고 사는 걱정은 없을 것이다."
너무 임팩트가 있어서 제 뇌리 깊숙한 곳에 파묻혀 있던 이야기입니다. 그런데, 돌이켜 보면 지금 실제로 그런 세상이 되었습니다.
시대의 흐름을 보고 새로운 투자 기회를 찾는 시리즈 글입니다. 어떤 식으로 글을 풀어갈지, 또 언제 후속글을 쓸지 몰라서 글 번호는 없습니다.
시대가 변했습니다. 아니 이제 이런 말 조차도 식상합니다. 제가 시대가 변했다고 말하는 그 순간 시대는 그 보다 1초 더 앞서 변하고 있습니다. 정말 시시각각 변하고 있습니다.
당연히 이런 세상의 변화를 주도하는 것은 기술입니다. 그리고 그 기술이 이제는 사람들이 먹고 사는 근본적인 문제인 이데올로기의 판도까지 바꾸려하고 있습니다.
지금도 그런가요? 불과 저희 세대때만 해도 부모님들은 자식이 컴퓨터 앞에 앉아 있는 것을 정말 싫어하셨습니다. 심지어 그런 자녀를 '꼴통'취급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그건 어른들의 잘못된 편견 중 하나였습니다. 일례로 게임을 좋아하는 아이를 놓고 봅시다. 아이들은 컴퓨터로 게임을 하고, 게임을 하면서 압축을 하거나 풀기도 하고, 파일 시스템에 대해서도 배우고, 헥사와 같은 도구를 이용해서 게임을 수정도 해보고, 그런식으로 하나씩 배워갑니다. 그러다가 결국엔 게임을 개발하는 사람이 될수도 있는거구요.
어떤 아이들에게는 컴퓨터가 유일한 세상과의 소통 창구일수도 있었습니다. 그리고 실제로 컴퓨터를 통해서 세상밖으로 나간 사람이 많고 지금도 그런 사람들은 계속 등장하고 있습니다.
다른 나라까지 안 나가고 우리나라만 놓고 봐도 그런 거물들은 많습니다. 네이버 창업자 이해진 의장님, 다음 창업자 이재웅 전 의장님, 엔씨소프트 창업자 김택진 대표님, 넥슨 창업자 김정주 회장님 등.
그리고 지금은 더욱 세그먼트가 분화돼 다양한 방법으로 골방 컴퓨터 덕후들이 세상밖에서 성공가도를 달리고 있습니다. 유명한 사람 한명씩 소개드리겠습니다.
미셸 판
미셸 판 <출처 : 포브스>
미셸 판. 뷰티 업계의 거물입니다. 우리 나이로는 29살, 아 올해 30살이 됐을까요? 베트남계 미국인 입니다. 링링대학에서 미술을 전공했으나 현재 졸업은 하지 못한 상태입니다.
평소부터 메이크업에 관심이 많고 좋아했습니다. 본인이 가지고 있는 메이크업 기술을 녹화해서 유튜브에 올리기 시작한게 거물이 되는 씨앗이 됐습니다.
이게 미셸 판이 최초로 올린 메이크업 영상입니다. 일반인이 바비인형 컨셉으로 화장하는 과정을 담은 영상인데, 현재까지 누적 조회수 6,200만회를 넘어서고 있습니다. 화장 전 후의 모습을 보고 느끼는 거지만, 여성의 화장술은 정말 무섭고 대단합니다. 이 영상을 찍은 장소는 고급 스튜디오도 아닌 본인의 골방입니다. 촬영도구는 그냥 캠이고 조잡한 영상 편집툴을 이용해서 군더더기 없이 관련 과정을 잘 담아 냈습니다. 미셸 판은 이 영상을 통해서 세상에 조금씩 이름을 알리기 시작합니다.
이 영상도 초창기에 올린 영상입니다. 미셸 판의 인지도를 조금 더 높여 준 영상인데, 레이디가가처럼 화장하는 방법을 담은 영상입니다. 여성분들이 보면 솔깃한 영상이기는 합니다. 성형을 하지 않고도 화장만으로 사람 얼굴이 완전히 변해버리니.. 미셸 판은 꾸준히 자신이 갖고 있는 화장 기술을 담은 영상을 유튜브에 올렸습니다.
이건 K-Pop스타처럼 화장하는 방법을 담은 영상입니다. 이 외에도 할로윈 요괴처럼 화장하는 방법 등 다양한 화장법을 담은 영상을 유튜브에 올리면서 일약 미국 최고의 스타로 떠 올랐습니다. 미셸 판이 스타가 되는데는 여러 사람들의 노동력도 필요없었고, 스텝이나 매니저도 없었고, 막대한 광고비도 필요하지 않았고, 공중파를 타지도 않았습니다. 오로지 유튜브에 자신만의 콘텐츠를 꾸준히 올린게 비결입니다.
미셸 판의 유튜브 채널 구독자는 이제 800만명이 넘습니다.
한 때, 미국 10대들의 우상이었던 팝스타 마일리 사이러스의 유튜브 채널 구독자는 778만명입니다.
기관이나 시스템의 거친 것도 아니고, 혼자 힘만으로 저 정도 경지에 오른 것은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합니다. 구 경제 시스템이었다면 상상도 못할 일들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미셸 판은 이제 미국 뿐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유명인사가 되었습니다. 10대들의 우상임을 확인하는 징표인 틴 초이스 어워드에서 상을 받았는데, 당대 최고 슈퍼스타들만 받는 상입니다.
유명 잡지의 표지 모델도 되고,
포브스가 뽑는 Forbes 30 Under 30에도 선정되었습니다. 30세 이하의 나이에 특정 카테고리 내에서 성공한 입지전적인 인물 30인에 들어갔다는 의미이구요.
자신의 인지도를 앞세워서 ipsy(잎시)라는 뷰티 회사도 창업했습니다.
1,000억원을 투자받았습니다.
잎시의 현재 시총은 5,000억 수준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만약에 유튜브라는 도구와 인터넷이라는 툴이 없었다면 미셸 판은 골방에서 컴퓨터 자판이나 두들기면서 모니터앞에서 이상한 짓이나 하는 히키코모리 취급을 받고 살아갔을거라 생각합니다.
유튜브는 훌륭한 콘텐츠의 유통 도구일 뿐 아니라 광고 수입 배분 도구입니다. 그리고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민주적인 공간이기도 합니다. 이런 사례는 이제는 식상할 정도입니다. 성공한 사례를 소개하자면 끝도 없을 정도이지만 몇몇 사례를 더 소개하고 넘어가겠습니다.
영국남자
이런 종류의 영상을 만들어서 올립니다. 잘 생긴 영국 청년이 한국 문화를 체험하면서 겪는 에피소드를 재미있게 구성해서 인기가 많습니다.
잘 생긴 외모와 능숙한 한국어로 한국 음식 먹방 등을 하면서 인지도를 키운 남자입니다. 일부 한국 젊은 여성분들 사이에서는 소위 '왕자님'으로 통하고 있습니다. 상당한 인지도를 바탕으로 유튜브 광고 수입을 올리고 있을것으로 추정됩니다. 게다가 가끔 한국 상품들의 PPL도 진행하는 것으로 봐서 홍보대행사와 손잡고 올리는 부수입도 짭짤할 것으로 생각됩니다. 최근에는 광고도 몇편 찍은걸 본거 같습니다.
영국남자와 그의 아내 국가비 <출처:mediainops.tistory.com>
그리고 귀여운 한국 여자친구도 얻었고 결혼까지했죠. 본국에서는 그냥 묻혔을지도 모르는 흔한 영국남자이지만 한국 여성들의 심리를 잘 파고들어 자신의 희소성을 파는데 성공했습니다. MCN과 자신만의 콘텐츠를 이용해서 한국에서 유명인이 된 케이스입니다.
오빠 까올리
영상들을 보면 알겠지만, 기본 컨셉이 영국남자와 비슷합니다. 한국 남자들이 태국어를 유창하게 하고, 태국 음식을 먹고, 한국 사람들이 태국 음식에 대한 품평을 합니다.
얼핏보면 영상 편집이나 기획이 엉성해 보입니다. 이 엉성함이 기획의 포인트인가 싶기도 하구요. 조회수 자체는 엄청납니다. 배경음악과 효과음이 예는 프로그램의 최대 발명품 중 하나라고 하던가요. 이들도 그걸 잘 활용하고 있습니다. 예능을 많이 모니터링 한 흔적이 보이는데요, 예능을 보면서도 돈을 벌 수 있는 시대입니다.
이분들, 태국에서는 이미 유명인이라고 합니다.
어떻게 보면, 영국남자는 한국을 너무 좋아해서, 그리고 오빠까올리는 태국을 너무 좋아해서 저런 컨텐츠를 만들게 가장 큰 이유일 겁니다. 다만, 하나 더 생각해봐야 할 건, 한국 사람들이 그래도 영국을 동경하는 비율이 많고, 한국 사람들 보다는 태국 사람들이 한국을 동경하는 비율이 많기 때문에 저런 컨텐츠도 먹히지 않나 생각합니다.
영국 남자는 영미권에서 만든 세계 질서의 덕, 오빠 까올리는 한류의 덕을 보고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어쨌든 유튜브 플랫폼을 이용해서 자신들의 값어치를 확실하게 셀프메이킹 해가고 있습니다.
대도서관
대도서관 나동현님 <출처 : SBS, 루리웹>
게임을 즐기면서 게임 해설을 재미있게 해주는 아저씨입니다. 이제는 이분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텐데요. 처음에는 아프리카 TV에서 활동하다가 나중에는 유튜브 활동도 병행한 유튜버이기도 합니다. 광고 수입이 꽤 짭짤한걸로 알려져 있습니다.
뭐 이런식의 방송을 합니다. 월 수입은 제가 언론을 통해서 마지막으로 확인한게 월 4천만원 수준이었습니다.
어른들 말로 대기업 다니다가 때려친 백수가, 골방에서 게임 해설이나 하는 놈팽이 생활을 시작한 셈인데요. 남들이 보면 당시엔 미친놈 소리들을 했겠지만 MCN시대의 흐름을 제대로 올라타면서 결과는 아주 대박으로 연결됐습니다.
자신의 용기 덕분에 그의 인생은 탄탄대로를 탔습니다. 아프리카TV 3대 여신으로 추앙받던 '윰댕'님과 결혼을 해서 한때 세간의 화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무려 7살 연하. 돈도 잘 벌고, 미녀와 결혼까지 했네요.
아프리카TV, 유튜브라는 플랫폼을 잘 옮겨다니면서 성공한 서드파티의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김이브
이미지 출처 : 구글 '김이브' 검색결과 페이지
아프리카 3대 여신으로 군림한 김이브. 그냥 세상이 들이미는 속물적 잣대로 보자면 스펙 자체는 훌륭하지는 않습니다. 지방의 이름 모를 대학을 나왔다고 하고, 20대때는 애견 미용사를 했다고 합니다. 특정 대학이나 직군을 비하하는 것이 아니라, 세상 사람들이 보는 흔한 잣대로 생각을 해보자는 뜻이구요.
예전 사진들을 보면 알겠지만 컴퓨터 앞에서 캠 찍고 노는 그런 평범한 여학생이었습니다. 보통의 부모님들이라면 복창 터질일이고, 며느리감이 될 아이라 생각하면 예비 시부모님들이 속상해 하실수도 있을 스펙인데요.
그러나, 그렇기 때문에 김이브씨의 업적(?)이 더 빛이납니다. 아프리카TV라는 훌륭한 플랫폼과 인터넷+모바일 네트워크의 확산이라는 시대적 흐름이 김이브라는 스타를 만들어냈고 이 처자를 연수입 3억대의 BJ로 만들었습니다. 시대의 흐름을 타고, 자신의 환경을 극복한 사례이기 때문에 더욱 빛이나는 사례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예쁜 얼굴로 사람들의 시선을 받았지만, 진행하는 방송을 보면 입담도 좋고 사람을 끌어들이는 마력이 있는 캐릭터라고 생각합니다.
레트리카
구시대적 조직에 적응하기 힘들어 하는 성격(?), 같이하는 것 보다는 혼자 하는 것을 잘 하는 업무 스타일, 뛰어나지 않은 학벌 등. 세속적인 잣대를 들이대면 레트리카 개발자 형님의 성공은 기적과도 같습니다. 오로지 개발 실력과 선택과 집중, 그리고 스마트폰의 확산과 앱 마켓 플랫폼의 확산. 이 모든 것이 유기적으로 맞물려서 '레트리카'라는 어마어마한 기적을 만들어 냈습니다.
꿈이 있던 그는 조직 생활에 염증을 느껴 국내 최대 검색엔진을 운영하는 기업에서 퇴사해 혼자서 카메라 앱 개발을 시작했습니다. 처음에는 생계형 개발자였지만 이리저리 부딪히면서 레트리카라는 걸출한 글로벌 서비스를 혼자서 만들어냈습니다.
한때 아이폰+안드로이드 합산 다운로드 세계 7위를 자랑했던 레트리카 <출처:앱애니>
레트리카는 세계에서 가장 많이 다운로드 받은 앱으로 한때 순간 다운로드가 NAVER의 라인과 트위터를 뛰어넘기도 했습니다. 1인 개발자가 올린 세계 최고의 성과 중 하나라고 구글과 애플 본사에서도 극찬한 바 있습니다.
레트리카 개발사의 매출 추이 <출처:벤티케이크>
매출은 급증해서 일반인들이 상상하기 힘든 금액을 벌고 있고 직원을 뽑기전까지는 1인 기업이었으므로 세금을 빼면 매출이 대부분 순이이익으로 찍혔습니다.
작년에는 미국의 VC 3곳으로 부터 무더기 투자를 받았습니다. 플랫폼을 잘 활용한 덕분에 평범한 개발자 1명이 대기업 개발자 수 천명을 능가한 사례입니다.
레트리카에 대해서는 예전에 남겼던 글이 하나 있으니 관심이 있으신 분들께서는 읽어보시면 재미있으실거라 생각합니다.
대표적인 콘텐츠 유통플랫폼들의 실적
2013년까지 유튜브 연간 실적
구글, 구글애드센스의 2013년 분기별 실적
구글 플레이와 애플 앱스토어의 분기별 실적
페이스북의 분기별 실적
아프리카TV의 2014년까지 연간 실적 (단위 : 억 원)
유튜브 : 이용자들이 동영상을 올리고 광고 수익을 배분
애드센스 : 이용자들이 자신이 운영하는 사이트에 광고를 올리고 광고 수익을 배분
앱스토어 & 구글플레이 : 개발자들이 자신들의 SW를 올리고 광고수익, 판매 수익을 배분
페이스북 : 다수의 구독자를 보유한 페이지는 마케팅 채널로서 활용
아프리카TV : 이용자들이 방송을 개설하고 별풍선, 광고 수익을 배분
한국경제 : 주식 전문가들이 카페나 방송에 출연하고 회비 수익을 배분
플랫폼과 써드파티의 관계는 웹2.0 헤게모니 발생 이후 더욱 활발해졌습니다. 웹2.0은 기술적인 부분으로 파고들면 엄청나게 많은 신기술과 웹서비스 개발 기법들을 만들어냈습니다. 그리고 기술 외적인 부분에서도 웹의 철학을 송두리째 흔들어놓았습니다. 페이스북, 유튜브도 웹2.0 헤게모니에서 더욱 발전한 서비스 중 하나입니다.
웹2.0의 기술적/비기술적 특성을 나열하자면 끝이 없습니다만, 이번 글에서 언급한 특성을 가장 잘 반영하는 것은 '양방향 소통', '서드파티의 참여'등을 꼽고 싶습니다. 누구나 플랫폼에 참여해서 서드파티가 될 수 있고, 서드파티는 수익을 플랫폼 제공자와 공유할 수 있습니다. 서드파티든 단순한 이용자든 정보는 순식간에 퍼트릴 수 있고, 이 정보들은 다시 양방향 소통으로 재확산되고 가공됩니다.
몇몇 플랫폼들의 실적들이 담긴 이미지를 올려드립니다. 비교적 최근 실적이기는 하나 가장 최근의 실적은 아닌 자료들입니다. 대충 '이 정도의 규모를 갖고 있구나.' 정도만 파악하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플랫폼에 관해서는 제가 예전에 남겨드렸던 짧은 글이 있으므로, 시간이 되시는 분들께서는 그 글을 읽어보시는 것도 추천드립니다.
몇해전부터 포착되는 세상의 변화들(조금 오버를 가미해서)
생산시설 : 기름내 나는 공장 - > 노트북 컴퓨터
물론 여전히, 사람들은 논밭에서 나오는 음식과 공장에서 나오는 물건을 소비해야 하지만..
생산인력 : 노동자 수십만명 -> 지적 노동자 단 몇명
경제 규모는 커지는데 일자리는 점점 더 빨리 줄어들 것
경제주체 : 대기업 -> 중소기업 또는 1인기업, 벤처기업, 스타트업
유통대상 : 물품 -> 콘텐츠
유통경로 : 도로 -> 인터넷 회선, 무선네트워크 :: 또는, O2O
자본주의 형태 : 중앙집권적 자본주의 -> 풀뿌리 자본주의
예 : 애드센스, 유튜브, 아프리카TV, 블로그 등
참여자는 풀뿌리이지만 여전히 플랫폼 자체는 중앙집권적
정보확산 : 정보의 전파속도는 빨라지고, 대중들은 과거처럼 우매하지 않음
그러나 역정보나 유언비어에는 매우 취약해 짐
평범한 개인이 스타트업이나 서드파티를 통해 거물로 성장할 틈새가 많아짐
반대로 거물이 한번에 무너질 위험도 높아짐
한 나라의 스타는 이제 한나라의 것이 아닌, 세계인이 공유하는 것
정보화, 민주화가 잘된 나라일수록 사회 통합은 힘들 것
마켓 세그멘테이션의 가속화 더 세분화
어느 하나만 집중적으로 파고 들어도 성공할 수 있는 시대
시장을 더 먹으려고 하지말고 소수의 매니아를 확보하는 것이 승부
그러나 여전히 플랫폼 소유자는 거대 자본이라는 구시대적 구조는 지속적으로 존재
특정 서드파티의 성공을 보고 수 많은 서드파티가 난립, 레드오션으로 변모. 그 과정에서 무제한에 가까운 콘텐츠 공급 덕분에 플랫폼의 영향력은 더욱 막강해지는 아이러니가 발생, 서드파티의 경쟁이 치열해질수록 플랫폼의 콘텐츠 공급비용은 하락
소프트웨어 계통에 있는 사람들 입에서는 십수 년 전부터 '우리는 서드파티가 아니라 플랫폼이 돼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왔던 것 같다. 어릴 적부터 그런 이야기를 수도 없이 들었다. 플랫폼 지향 경제로 가야 한다는 논의는 대중 일반에게는 관심 밖에 있다가 애플이나 구글과 같은 회사가 플랫폼 기업으로 성공하는 모습을 보면서 최근에야 이야기가 많이 오르내리는 것 같다.
타인들보다 반걸음 정도 트렌드에 빠른 사람들이 플랫폼을 소개할 때 보면 다양한 전문 지식과 아름다운 이상적 이야기들을 끌고 온다. 그런데 사실 플랫폼이라는 게 그렇게 전문적인 지식이나 아름다운 이상을 동원해서까지 미화할 필요는 없는 것이다.
일단 사람들이 많이 모이면 플랫폼의 자질을 갖춘다. 출발은 이거 하나다. 무조건 사람을 많이 끌어모아야 한다. 그 수단이 무엇이 되던지는 각자 전략에 따르면 된다. 쌍방거래 시스템을 갖추거나 그 이외에 다양한 기술이나 API를 갖추는 것은 먼저 준비해도 되지만 반대로 일단 사람을 모으고 난 뒤에 해도 된다. 심지어 어떤 플랫폼 하위에 있던 서드파티 게임도 사람만 많이 모으면 독립 플랫폼으로 진화할 수 있다. 핵심은 '수많은 사람들이 오가는 무언가'다.
흔히 알고 있듯이 구글 플레이, 애플 앱스토어, 네이버 검색엔진, G마켓이 대표적인 플랫폼이다. 심지어 강남역 일대 상권도 플랫폼이고 대학교나 우리가 살아가는 국가도 플랫폼이다.
온라인 경매 사이트는 우리나라가 옥션이나 G마켓을 통해 중국보다 먼저 전 국민에게 자리를 잡았다. 후발주자인 알리바바는 별로 특별할 것도 없는 회사인데 IPO를 하면서 단숨에 세계 최고 규모의 IT회사가 되었다. 이것은 앞서 이야기했듯 알리바바를 이용하는 중국인의 머릿수가 압도적으로 많기 때문이다.
플랫폼이 되기까지의 과정은 고난의 연속이다. 국가라는 플랫폼을 건설하기 위해서는 많은 피를 보아야 한다. 구글은 백링크 분석이라는 작은 서드파티로 시작했지만 지금은 검색, 모바일 소프트웨어 유통, 온라인 광고 유통, 브라우저 등의 분야에서 여러 개의 플랫폼을 가지고 있다.
왜 다들 플랫폼이 되려 하는지는 간단하다. 플랫폼이 되면 적은 노력에 비해서 막대하고 꾸준한 금전적 이익을 취할 수 있다. 서드 파티들간의 거래에서 막대한 이익을 취할 수 있다. 플랫폼을 소유하면 회사의 브랜드 가치가 생기고 후속 서비스도 손쉽게 흥행시킬 수 있다.
무엇보다 플랫폼의 소유자는 타인의 인생을 좌지우지할 수 있는 권력이 생긴다. 이 부분이 중요하다. 국가라는 플랫폼은 한 국민(서드파티)의 인생을 감옥에 가두거나 막대한 세금을 부과하거나 기타 다른 방법으로 망가뜨릴 수 있다. 구글 플레이나 애플 앱스토어라는 플랫폼은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이나 모바일 게임으로 먹고 사는 회사(서드파티)의 앱을 임의로 삭제해버리는 방법으로 해당 개발자나 회사의 인생을 망가뜨릴 수 있다. 검색엔진이라는 플랫폼도 마찬가지다. 검색결과 페이지에서 특정 업체를 제거해버리는 방법으로 해당 업체가 영업에 심각한 타격을 받도록 할 수 있다.
해당 플랫폼에 종속된 서드파티는 플랫폼의 선택에 따라 스타가 되기도 하고 반대로 알거지가 되기도 한다.
플랫폼을 가진 업체는 자신이 원하는 목소리는 전 세계에 널리 퍼트릴 수 있고, 마음에 들지 않는 수백만의 서드파티들의 목숨은 파리처럼 잡아버릴 수 있다. 이것이 플랫폼의 위협이나 매력이라고 생각한다.
플랫폼을 초기에 활성화 시키는 과정에 대해 많은 전문가가 이상적 신념만을 이야기한다. 그러나 나는 현실적 가치에 무게를 둔다.
주식거래자(서드파티)들의 플랫폼인 증권거래소는 더 많은 서드파티를 끌어들이기 위해서 대박을 터트린 개인 투자자의 이야기를 지속적으로 홍보한다. 이 홍보를 보고 더 많은 서드파티가 주식으로 대박을 치는 꿈을 꾸며 주식 시장이라는 플랫폼에 서드파티로 참여한다. 주식 거래자의 반대쪽 서드파티인 기업들도 상장을 통한 대박을 노리며 주식 시장에 진입한다. 카지노라는 플랫폼도 비슷한 방식을 쓴다.
우리나라의 수많은 웹 개발자들이 애플의 iOS 서드파티 개발자로 넘어가게 된 방식도 이와 유사하다. '1인 개발자가 아이폰용 앱을 만들어 한달에 4천만원을 번다는 식'으로 초반에 앱스토어에 대한 홍보를 많이 했던 것 같다. 저런 기사를 보고 개발 좀 하신다는 분들은 너도나도 회사를 그만두고 아이폰 개발자로 전향하던 시기가 떠오른다.
구경제 패러다임으로는 애플이 해야할 일을 세계에 퍼져있는 많은 개발자들이 애플 대신 해주고 애플은 이 과정에서 막대한 이익을 취한 것이다.
이와 반대로 우리나라의 한 통신사는 자체 앱스토어를 흥행 시키기 위한 전략으로 '무조건 앱을 찍어내서 갯수 맞추기'를 택한 것으로 안다. 앱 개발사에 '이런저런 앱 200개를 찍어내 주세요.' 하는 식으로 하청을 줬다. 이렇게 만들어진 앱들은 조악했다. 단순히 '우리 마켓에는 앱이 몇개 있다.' 하는 식의 홍보에는 한 줄 정도 활용됐지만 이용자들은 이런 조악한 앱을 필요로 하지 않았다.
이런 방식으로는 플랫폼을 만들 수 없다. 애플처럼 '서드파티에게 얼마나 지속해서 많은 금전적 이익을 줄 수 있는가?'가 핵심이 돼야 했다. 그런점에서 서드파티 앱 개발자들과 이익을 배분하는 애플의 전략은 천재적이었다.
전세계 수 많은 웹사이트 관리자들에게 광고를 나눠주고 광고를 노출한 만큼 광고수익을 배분하는 산뜻한 전략으로 단숨에 온라인 광고의 판도를 바꿔놓은 구글의 전략도 이와 유사하다.(물론 앱스토어 보다는 애드센스가 더 빨리 출시된 서비스다)
그리고 그 서드파티 관리는 사람이 인위적으로 하는 게 아니라 시스템 위에서 자동으로 굴러가도록 만들었어야 한다. 지금이야 이를 모르는 사람이 없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면 당연한 이야기다.
늦었지만 더 늦기 전에 지금이라도 정치하시는 분들부터 주류 언론사의 PD님들에게까지 플랫폼 이야기가 오르내리게 돼 다행이다. 영향력 있는 분들이 관심을 가지면 대중들에게도 널리 그 사상이 전파되니까. 모두가 서드파티에서 멈추는 게 아니라 플랫폼 지향적 관점을 가지고 일을 하면 우리나라도 먼 미래에는 좋은 플랫폼을 많이 가진 국가가 될 수 있다고 믿는다.
그리고 지금도 그 자격은 충분하다고 본다. 한류 콘텐츠에 열광하는 수많은 세계 시민, 수 억 명의 사람들의 손에 들려있는 삼성전자 스마트폰(간혹 샤오미의 MIUI를 들어 삼성의 전략을 평가절하하는 분들이 있지만, 삼성도 방향을 살짝만 틀면 엄청난 플랫폼 기업이 될 수 있는 가장 유력한 기업), 세계 모든 대륙의 길거리를 돌아다니고 있는 현대기아자동차, 그리고 세계 최고의 한국산 게임들…. 그리고 등등.
주식 이야기를 한마디만 하자면 플랫폼 기업으로 거듭나려는 종목에 돈이 몰릴 것이다. 지금부터 잘 찾아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