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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2월 6일 토요일

클럽하우스 사용후기와 이용 설명, 서비스의 분위기

출처 : The Indian EXPRESS

초대를 받다


요즘 핫하다는 음성 SNS 클럽하우스에 초대를 받았습니다. 레트리카를 운영하고 있는 상원이형에게 받았습니다.

클럽하우스는 누구의 초청장을 받아서 가입을 했는지 내역을 타고 올라갈 수 있습니다. 놀랍게도 상원이 형으로부터 두어계단 타고 올라가니 우리 초대장의 뿌리는 무려 마크 안드레센이었습니다. 마크안드레센은 최초로 모자이크라는 그래픽 웹브라우저를 만든 사람입니다. 전세계 WWW 시대의 문을 연 사람이라고 보면 됩니다. 

이걸 형에게 이야기하니까 형은 '케빈 베이컨의 6단계 법칙'을 들었습니다. 세상사람 누구나 6단계만 연결하면 다 아는 사이라고. 

물론 이론상 그렇기는 한데 실제 그렇지는 않았습니다. 테스트 삼아서 몇몇 유명한 대표님들의 초대장을 타고타고 10칸을 넘게 타고 올라가도 ICT 분야의 네임드는 나오지 않았습니다. 

상원이형은 겸손합니다. 직접 아는 사이가 아니면 아무 관계도 아니라고 했지만, 사실 초대장 개수(기본 2장)는 제한적이기 때문에 초대장을 줄 정도면 꽤 신경 쓰는 관계라고 봐도 무방합니다. 그렇다면 초대장을 준 사람에게 너한테 초대장 준 사람을 소개해달라고 두어번만 수고를 하면 얼마든지 만나서 닿을 수 있는 사람이 마크 안드레센이라는 사람아닌가요.

현재 이용자 저변


이용자는 작년 12월에 60만명. 현재는 200만명이라고 합니다. 아직 한국 이용자는 몇명 되지 않습니다. 해외 네임드들은 팔로워 백만명이 넘는 사람들도 있는데, 국내 네임드들은 많아야 1만명입니다.

유명 기업인들이나 연예인들도 종종 대화방에 참여해서 대화를 하고 놉니다. 아직 커뮤니티가 작다보니 가능한 일입니다. 유명세가 있건 없건 누구나 자유롭게 어울려서 대화를 나누는 분위기가 너무 포근하고 좋습니다. 마치 그 옛날 PC통신 시절에 옹기종기 모여서 매너좋게 대화를 나누던 시절 느낌이 나는데 그 시절의 단체 음성채팅 버전의 느낌이 납니다.

스피커라면 누구나 자유롭게 이야기를 나눌 수 있습니다. 스피커가 아니라면 손을 들고 대화 참여권을 얻으면 됩니다. 계층구조로 되어 있으면서도 민주적인 시스템입니다.

현재는 주로 IT업계와 스타트업계 사람들이 주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트위터, 페이스북, 유튜브가 다 그랬던 것 처럼 이번에도 그렇습니다. 업계 종사자들이 얼리어답터로 가장 빨리 이용자가 되고, 또 트렌드에 굉장히 빠르고 민감하거나, 인맥이 넓은 사람들, 오피니언 리더들과 같은 사람들이 참여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예상은 했지만 가입자들 한분한분이 굉장히 스마트하고 똑똑하신 분들입니다. 저는 괜히 쩌리가 되는 것 같은 느낌. 가입된 제 지인들도 역시나 제가 평소 생각하기에 트렌드에 굉장히 빠르고, 머리 좋고 똑똑한 그런 분들이라고 생각하는 분들이었습니다. 

아직 전국민에게 알려지기엔 시간도 꽤 걸릴테고 소수 아는 사람들도 초대장을 얻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르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발빠른 얼리어답터들은 여러가지 규칙과 문화를 만들어가면서, 이미 이 동네의 고인물이 되어 있습니다.

초대하는 법과 받는 법


애플 앱스토어에서 클럽하우스 앱을 다운로드 받으면 됩니다. 가입은 기존 가입자의 초대가 있어야 할 수 있습니다. 전화번호부에 등록되어 있는 친구이면 전화번호를 기반으로 초대와 가입이 가능합니다. 이 초대장은 1인당 2개만 제공이 됩니다.

한번 잘못 보낸 초대장은 소멸되며 회수가 불가능합니다. 대신 클럽하우스의 활동을 열심히 하다보면 초대장이 하나씩 더 생기기도 한다고 합니다.

가입하는 입장에서는 초대장을 받기가 힘들면 다른 방법으로 가입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일단 앱을 받아서 트위터 아이디로 가입을 해두면 됩니다. 그러면 핸드폰 주소록에 상호 등록된 친구 중 클럽하우스를 쓰는 친구가 초청을 해줘서 가입을 할 수 있습니다.

방과 클럽하우스의 차이


방은 누구나 만들 수 있습니다. 방을 만들면 방을 만드는 사람은 기본적으로 스피커이며 모더레이터입니다. 만들어 놓은 방에 팔로워들이 들어오면 스피커들 아랫단에 위치하게 됩니다. 그리고 팔로워도 아니고 아무 관계도 없는 사람들이 들어오면 가장 아랫단에 청중 위치에 배열이 됩니다. 물론 청중들이라고 해도 화면 우측 하단에 손들기 버튼을 누르면 스피커가 되어 맨 상단으로 올라오게 되고 발언권을 얻게 됩니다.

방 하나에는 최대 5,000명이 들어갈 수 있습니다. 현재 기술적인 문제로 초대장 시스템과 5,000명 제한이 있는 것 같습니다. 이 부분은 서비스가 커지고 기술적 장벽을 깨 나가면 점차 확대될 부분으로 보입니다.

방은 휘발성이 있습니다. 방에서 이야기를 하는 것은 녹음이나 저장이 되지 않습니다. 그리고 모든 스피커가 나가면 방은 없어집니다. 유동적이고 휘발적입니다.

그러나 클럽하우스는 휘발되지 않습니다. 특정한 주제로 생성된 클럽하우스는 모더레이터가 관리할 수 있고, 해당 클럽하우스에는 팔로우 하는 사람들이 뒤따릅니다. 클럽하우스가 생성되면 막대한 전파력과 영향력을 가지게 됩니다. 물론, 클럽하우스 기반으로 대화방이 만들어지면 그 방에서 이루어진 대화도 휘발되어 사라집니다.

클럽하우스를 생성하는 방법은 매일 동일한 시간에 동일한 주제로 방을 만들어서 사람들과 소통하면 된다고 합니다. 매일 빼먹지 않고 3~4주간 한다면 클럽하우스 생성 초대폼이 열린다고 합니다. 일단 이렇게 가는 것도 쉽지 않지만, 최근에는 클럽하우스 생성 요청이 약 35000개가 몰려 있어서 처리되는데 한참이 걸릴 것이라고 합니다.

제가 클럽하우스 최초로 한국어 주식투자 클럽하우스를 만들어 보려고 하는데, 행운이 따르면 좋겠습니다. 제가 실패하면 다른분이 성공하시면 좋겠습니다.

UI/UX


일단은 iOS 네이티브 앱으로만 제공되는 서비스이기 때문에 UI가 예쁩니다. 그리고 슬라이드 애니메이션들의 처리도 부드럽습니다. 

큰 화면은 현재 열려있는 방과 클럽하우스의 목록이 나오고, 오른쪽으로 스와이프하면 친구 목록이 뜹니다. 친구의 온라인 상태와 참여중인 방 정보를 볼 수 있습니다. 

프로필과 열려있는 방은 상단으로 슬라이드 되는 팝업으로 되어 있습니다. 자칫하면 굉장히 복잡해 질 수 있는 UI를 정말 심플하게 잘 처리하였습니다.

방에서는 스피커들이 최상단에 위치하고, 중간에는 스피커들의 팔로워들이 위치하고, 맨 하단에는 청중들이 위치합니다. 미묘하지만 나름의 서열구조이고, 누구나 손을 들어 발언권을 얻으면 맨 상단의 스피커로 참여할 수 있는 민주적인 구조입니다. 자칫하면 조잡해지고, 자칫하면 권위적일 수 있으며 자칫하면 헷갈릴 수도 있는 UI/UX를 굉장히 직관적으로 잘 처리하였다는 생각이 듭니다.

디자인도 디자인이지만 서비스 곳곳에 단순한 개발 뿐 아니라 인간에 대한 깊은 이해와 고민이 담겨 있다는 느낌이 팍팍듭니다.

기술, 백그라운드 활용


지구 반대편이 있는 사람과 0.1초의 딜레이도 없이 티키타카가 되는 것이 정말 놀라웠습니다. 그게 1:1도 아니고 수십~수천명의 사람들이 참여하는 방에서 가능하다니 놀라웠습니다. 게다가 음질도 깨끗하고 네트워크의 레이턴시도 전혀 없습니다. 일단 멋진 UI만큼이나 백엔드의 기술력도 대단한 것 같습니다.

어제 제가 만든 주식 방에서도 이야기가 나왔고, 기술에 대해서 궁금해서 찾아봤습니다. 아고라라는 중국계 API를 사용한 것이라고 합니다. 아고라라는 기술력에 관심은 가는데, 회사가 중국 회사라서 투자하기는 꺼려집니다. 또, 관련 기술을 아고라만 갖고 있는 것은 아니라고 합니다. 베이스는 구글의 webrtc라고 합니다.

어떤 기술을 사용할지는 클럽하우스의 선택입니다. 클럽하우스의 구매력이 API의 단가를 떨어뜨릴 경쟁력이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안드로이드용 출시


기본적으로 초대장 구하기도 전쟁입니다. 중고나라에는 초대장 매물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그런 상황인데다 안드로이드 유저들은 초대장이 있어도 서비스를 쓰지를 못합니다.

클럽하우스 서비스 운영사에서는 안드로이드 개발자를 뽑고 있습니다. 홈페이지에 가보니 확인이 되는 부분입니다. 문제는 이제 안드로이드 개발자를 뽑아서 언제 안드로이드 버전의 앱을 만들지요. 시간이 조금 걸리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저는 초대장을 받자마자 아이폰 공기계를 한대 사서 클럽하우스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안드로이드 버전 개발중에는 여러가지 이슈가 있을 것 같습니다. iOS보다 보안이 취약하기 때문에 이 부분이 가장 이슈가 될 것 같습니다. 특히, 이 앱은 녹음과 저장을 허용하지 않습니다. 한마디로 앱 이용자들 전부가 자신들의 휘발성 이야기가 녹음되는 것을 원치 않습니다. 녹음할 경우 추후 법적인 문제가 불거질 수 있습니다.

안드로이드에서는 음성전송의 기술적 이슈도 몇가지가 있다고 합니다.

다른 기기로 녹음하는 것 까진 못 막더라도 일단 아이폰에서는 녹음 기능이 막혀있습니다. 그런데 안드로이드는 얼마든지 앱에서 막아둔 기능을 뚫을 수 있습니다. 사람들이 말하는 것을 녹음해서 wav 파일로 저장을 한다던가, 오가는 패킷을 캐치해서 까보는 등의 다양한 짓들을 할 수 있죠.

어쨌든 이 모든 걸 감안하고 개발을 하리라 생각하구요. 안드로이드 버전도 추후 언젠가는 나오리라 생각합니다.

서비스의 룰과 분위기


서비스의 오른쪽 상단 프로필 이미지 옆에 문서 아이콘이 있습니다. 그것을 누르면 클럽하우스에서 지켜줬으면 하는 가이드라인이 정리되어 있습니다. 가이드라인 문서만 읽어 보아도 서비스를 만들 때 사람들의 작은 심리 하나까지 얼마나 세심하게 고려하였는지 알 수 있습니다. 그 문서는 별도로 읽어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서비스를 써보니 팟캐스트 느낌이 나지만 팟캐스트와는 완전히 다릅니다. 청취자가 누구나 실시간으로 참여가 가능하고, 방 개설도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스푼라디오와 비슷한 것 같지만 그것도 다르고, 밴드의 음성 채팅과도 비슷한 것 같지만 근본 설계가 완전 다릅니다.

활자 서비스의 블로그, 디지털카메라의 확산과 함께 성장한 다양한 사진 서비스들, 영상 서비스의 유튜브에 이어서 등장한 음성 서비스로서 확실한 입지를 굳힐 것 같습니다. 

잠옷 차림으로 침대에 누워서 이야기 해도 되고, 코를 파면서 대화에 참여 해도 됩니다. 화면이 안 나오니 너무 편합니다. 말하고 듣는 행위는 확실히 인간의 표현활동 중 에너지가 가장 적게 들어가는 활동입니다.

라디오 채널을 돌리듯이 편안하게 여러가지 방에 들락날락 하는 것이 가능하고, 각 방은 대부분 특정 분야의 전문가들이 자신들의 전문 분야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어서 무료 대학 강의를 듣는 느낌도 납니다. 앱을 한번 켜면 끌 수가 없는데, 끄고 나면 뭔가 많이 얻어가고 배웠다는 느낌이 강합니다.

물론 아무말 대잔치를 하는 컨셉의 방도 있고, 20대 친구들이 모여서 반말로 이야기를 나누는 컨셉의 방도 있습니다. 동화책을 읽어주는 방도 보았고, 그냥 백색 소음을 틀어주는 방도 있습니다.

일부 스타트업은 디자이너와 개발자 채용을 클럽하우스에서 진행하기 시작했습니다. 정말 발 빠릅니다. 이건 리얼타임으로 대화를 하는거라서 언택트 채용 플랫폼에게도 큰 타격이 될 것 같습니다.

단체 성대모사 방은 프로필 사진을 실시간으로 바꾸어 가면서 유명인의 성대모사를 하고 노는 방인데, 정말 배꼽잡고 웃게 만드는 재미있는 방이었습니다. 프사를 바꾸는 새로운 문화가 클럽하우스 안에서 자리 잡고 있습니다.

또 재미있는 문화가 있습니다. 발언자들은 음소거 버튼을 여러번 누를 수 있는데, 이러면 마이크가 반짝반짝합니다. 이것은 박수를 치는 의미라고 합니다. 서비스에 제약이 많다 보니 제약을 이용해서 재미있는 문화가 많이 생기고 있습니다.

지금은 얼리어답터들 소수가 쓰고 있기 때문에 전문적인 이야기가 많이 오가는 것 같고, 일반 대중에게 서비스가 널리 퍼지게 되면 정말 다양한 컨셉과 분위기의 방들이 만들어 질 것 같습니다.

일반인이라면 지금이 플랫폼 안에서 입지를 굳힐 타이밍이라고 봅니다. 연예인들이야 늦게 들어오더라도 한번에 팔로워와 클럽하우스를 빨아들이겠지만 말입니다.

이용자가 늘어나면 당장 일어날 부작용


사람이 모이면 그에 비례해서 통상적인 리스크가 높아지는 건 당연합니다.

클럽하우스를 1주일 사용하신 분은 벌써부터 피로감을 느낀다고 하셨습니다. 타 소셜미디어의 피로감을 피하고자 접근한 클럽하우스에서 다시 피로감을 느끼고 있다니 인간의 적응력은 대단합니다.

피로도를 유발할 몇가지 요소들이 있습니다. 아무래도 소셜미디어다 보니 역시나 여기서도 사람들은 자기 자신을 포장하기 바쁩니다. 프로필을 그럴싸하게 꾸미는 게 시작입니다. 말을 할 때도 어려운 외래어를 섞어 가면서 말합니다. 투자방에 들어가 보니 참 전부 주린이 분들인데도 불구하고, 어려운 단어를 쓰면서 전문가 행세를 하는 분들이 계셨습니다. 근본이 단단하지 못한데 포장만 한다고 포장이 되진 않습니다. 물론 클럽하우스의 분위기는 그런 것을 따지지 않고 누구나 편안하게 이야기를 하는 분위기이긴 하니 문제될 것은 없습니다.

그리고 발언권을 얻고 싶어서 손을 계속 드는데도 인싸가 아니라서 대화에 참여를 시켜주지 않는 사례도 종종 있어서 소외감을 느끼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물론 현재는 대부분 대화에 자유롭게 참여하는 분위기이긴 합니다.

20대 젊은 분들은 덜 하지만 한국 사람들에게 손들기 문화는 여전히 어색합니다. 이야기를 듣다가 대화에 참여하고 싶어도 손들기 버튼을 누르는데는, 많은 한국인들에게 나름의 용기가 필요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용기가 부족한 사람도 지인들과 방을 만들어서 수다를 떠는 식의 방에서는 재미있게 놀 수는 있습니다. 청취자들이 몰려 들어오면 부담은 되겠지만 말입니다.

커뮤니티가 잘 지켜지길 바라며..


지금은 이용자가 적어서 그런지 커뮤니티의 물(?)과 분위기가 너무 좋습니다. 그런데, 초대장이 복리로 늘어나기 때문에 상반기에 이용자가 굉장히 폭발적으로 늘어나서 범용 소셜 미디어가 되어 있을 것 같습니다. 

언젠가는 초대장 시스템도 폐지되고, 안드로이드 이용자들도 늘어날 것입니다.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모두가 그랬던 것 처럼요. 그때 아싸리판이 되지 않고, 지금과 같이 좋은 분위기와 문화가 유지되었으면 좋겠다는 희망을 가져봅니다.

제 아이디는 @jongsik 입니다. 종종 같이 주식 잡담하고 놀아요.

2021년 2월 6일
송종식 드림

* 파트너스 활동을 통해 일정액의 수수료를 제공받을 수 있음


2016년 1월 19일 화요일

풀뿌리 자본주의, 좋아하는 걸 미친듯이 즐기면 성공하는 시대

먹고사는 문제, '이데올로기'를 바꾸고 있는 기술


시대의 흐름을 보고 새로운 투자 기회를 찾는 시리즈 글입니다. 어떤 식으로 글을 풀어갈지, 또 언제 후속글을 쓸지 몰라서 글 번호는 없습니다.

시대가 변했습니다. 아니 이제 이런 말 조차도 식상합니다. 제가 시대가 변했다고 말하는 그 순간 시대는 그 보다 1초 더 앞서 변하고 있습니다. 정말 시시각각 변하고 있습니다.

당연히 이런 세상의 변화를 주도하는 것은 기술입니다. 그리고 그 기술이 이제는 사람들이 먹고 사는 근본적인 문제인 이데올로기의 판도까지 바꾸려하고 있습니다.

지금도 그런가요? 불과 저희 세대때만 해도 부모님들은 자식이 컴퓨터 앞에 앉아 있는 것을 정말 싫어하셨습니다. 심지어 그런 자녀를 '꼴통'취급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그건 어른들의 잘못된 편견 중 하나였습니다. 일례로 게임을 좋아하는 아이를 놓고 봅시다. 아이들은 컴퓨터로 게임을 하고, 게임을 하면서 압축을 하거나 풀기도 하고, 파일 시스템에 대해서도 배우고, 헥사와 같은 도구를 이용해서 게임을 수정도 해보고, 그런식으로 하나씩 배워갑니다. 그러다가 결국엔 게임을 개발하는 사람이 될수도 있는거구요.

어떤 아이들에게는 컴퓨터가 유일한 세상과의 소통 창구일수도 있었습니다. 그리고 실제로 컴퓨터를 통해서 세상밖으로 나간 사람이 많고 지금도 그런 사람들은 계속 등장하고 있습니다.

다른 나라까지 안 나가고 우리나라만 놓고 봐도 그런 거물들은 많습니다. 네이버 창업자 이해진 의장님, 다음 창업자 이재웅 전 의장님, 엔씨소프트 창업자 김택진 대표님, 넥슨 창업자 김정주 회장님 등.

그리고 지금은 더욱 세그먼트가 분화돼 다양한 방법으로 골방 컴퓨터 덕후들이 세상밖에서 성공가도를 달리고 있습니다. 유명한 사람 한명씩 소개드리겠습니다.

미셸 판


미셸 판 <출처 : 포브스>
미셸 판. 뷰티 업계의 거물입니다. 우리 나이로는 29살, 아 올해 30살이 됐을까요? 베트남계 미국인 입니다. 링링대학에서 미술을 전공했으나 현재 졸업은 하지 못한 상태입니다.

평소부터 메이크업에 관심이 많고 좋아했습니다. 본인이 가지고 있는 메이크업 기술을 녹화해서 유튜브에 올리기 시작한게 거물이 되는 씨앗이 됐습니다.



이게 미셸 판이 최초로 올린 메이크업 영상입니다. 일반인이 바비인형 컨셉으로 화장하는 과정을 담은 영상인데, 현재까지 누적 조회수 6,200만회를 넘어서고 있습니다. 화장 전 후의 모습을 보고 느끼는 거지만, 여성의 화장술은 정말 무섭고 대단합니다. 이 영상을 찍은 장소는 고급 스튜디오도 아닌 본인의 골방입니다. 촬영도구는 그냥 캠이고 조잡한 영상 편집툴을 이용해서 군더더기 없이 관련 과정을 잘 담아 냈습니다. 미셸 판은 이 영상을 통해서 세상에 조금씩 이름을 알리기 시작합니다.



이 영상도 초창기에 올린 영상입니다. 미셸 판의 인지도를 조금 더 높여 준 영상인데, 레이디가가처럼 화장하는 방법을 담은 영상입니다. 여성분들이 보면 솔깃한 영상이기는 합니다. 성형을 하지 않고도 화장만으로 사람 얼굴이 완전히 변해버리니.. 미셸 판은 꾸준히 자신이 갖고 있는 화장 기술을 담은 영상을 유튜브에 올렸습니다.



이건 K-Pop스타처럼 화장하는 방법을 담은 영상입니다. 이 외에도 할로윈 요괴처럼 화장하는 방법 등 다양한 화장법을 담은 영상을 유튜브에 올리면서 일약 미국 최고의 스타로 떠 올랐습니다. 미셸 판이 스타가 되는데는 여러 사람들의 노동력도 필요없었고, 스텝이나 매니저도 없었고, 막대한 광고비도 필요하지 않았고, 공중파를 타지도 않았습니다. 오로지 유튜브에 자신만의 콘텐츠를 꾸준히 올린게 비결입니다.


미셸 판의 유튜브 채널 구독자는 이제 800만명이 넘습니다.


한 때, 미국 10대들의 우상이었던 팝스타 마일리 사이러스의 유튜브 채널 구독자는 778만명입니다.

기관이나 시스템의 거친 것도 아니고, 혼자 힘만으로 저 정도 경지에 오른 것은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합니다. 구 경제 시스템이었다면 상상도 못할 일들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미셸 판은 이제 미국 뿐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유명인사가 되었습니다. 10대들의 우상임을 확인하는 징표인 틴 초이스 어워드에서 상을 받았는데, 당대 최고 슈퍼스타들만 받는 상입니다.


유명 잡지의 표지 모델도 되고,



포브스가 뽑는 Forbes 30 Under 30에도 선정되었습니다. 30세 이하의 나이에 특정 카테고리 내에서 성공한 입지전적인 인물 30인에 들어갔다는 의미이구요.



자신의 인지도를 앞세워서 ipsy(잎시)라는 뷰티 회사도 창업했습니다.


1,000억원을 투자받았습니다.


잎시의 현재 시총은 5,000억 수준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만약에 유튜브라는 도구와 인터넷이라는 툴이 없었다면 미셸 판은 골방에서 컴퓨터 자판이나 두들기면서 모니터앞에서 이상한 짓이나 하는 히키코모리 취급을 받고 살아갔을거라 생각합니다.

유튜브는 훌륭한 콘텐츠의 유통 도구일 뿐 아니라 광고 수입 배분 도구입니다. 그리고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민주적인 공간이기도 합니다. 이런 사례는 이제는 식상할 정도입니다. 성공한 사례를 소개하자면 끝도 없을 정도이지만 몇몇 사례를 더 소개하고 넘어가겠습니다.



영국남자




이런 종류의 영상을 만들어서 올립니다. 잘 생긴 영국 청년이 한국 문화를 체험하면서 겪는 에피소드를 재미있게 구성해서 인기가 많습니다.

잘 생긴 외모와 능숙한 한국어로 한국 음식 먹방 등을  하면서 인지도를 키운 남자입니다. 일부 한국 젊은 여성분들 사이에서는 소위 '왕자님'으로 통하고 있습니다. 상당한 인지도를 바탕으로 유튜브 광고 수입을 올리고 있을것으로 추정됩니다. 게다가 가끔 한국 상품들의 PPL도 진행하는 것으로 봐서 홍보대행사와 손잡고 올리는 부수입도 짭짤할 것으로 생각됩니다. 최근에는 광고도 몇편 찍은걸 본거 같습니다.

영국남자와 그의 아내 국가비 <출처:mediainops.tistory.com>

그리고 귀여운 한국 여자친구도 얻었고 결혼까지했죠. 본국에서는 그냥 묻혔을지도 모르는 흔한 영국남자이지만 한국 여성들의 심리를 잘 파고들어 자신의 희소성을 파는데 성공했습니다. MCN과 자신만의 콘텐츠를 이용해서 한국에서 유명인이 된 케이스입니다.

오빠 까올리


영상들을 보면 알겠지만, 기본 컨셉이 영국남자와 비슷합니다. 한국 남자들이 태국어를 유창하게 하고, 태국 음식을 먹고, 한국 사람들이 태국 음식에 대한 품평을 합니다.



얼핏보면 영상 편집이나 기획이 엉성해 보입니다. 이 엉성함이 기획의 포인트인가 싶기도 하구요. 조회수 자체는 엄청납니다. 배경음악과 효과음이 예는 프로그램의 최대 발명품 중 하나라고 하던가요. 이들도 그걸 잘 활용하고 있습니다. 예능을 많이 모니터링 한 흔적이 보이는데요, 예능을 보면서도 돈을 벌 수 있는 시대입니다.

이분들, 태국에서는 이미 유명인이라고 합니다.

어떻게 보면, 영국남자는 한국을 너무 좋아해서, 그리고 오빠까올리는 태국을 너무 좋아해서 저런 컨텐츠를 만들게 가장 큰 이유일 겁니다. 다만, 하나 더 생각해봐야 할 건, 한국 사람들이 그래도 영국을 동경하는 비율이 많고, 한국 사람들 보다는 태국 사람들이 한국을 동경하는 비율이 많기 때문에 저런 컨텐츠도 먹히지 않나 생각합니다.

영국 남자는 영미권에서 만든 세계 질서의 덕, 오빠 까올리는 한류의 덕을 보고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어쨌든 유튜브 플랫폼을 이용해서 자신들의 값어치를 확실하게 셀프메이킹 해가고 있습니다.

대도서관


대도서관 나동현님 <출처 : SBS, 루리웹>

게임을 즐기면서 게임 해설을 재미있게 해주는 아저씨입니다. 이제는 이분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텐데요. 처음에는 아프리카 TV에서 활동하다가 나중에는 유튜브 활동도 병행한 유튜버이기도 합니다. 광고 수입이 꽤 짭짤한걸로 알려져 있습니다.



뭐 이런식의 방송을 합니다. 월 수입은 제가 언론을 통해서 마지막으로 확인한게 월 4천만원 수준이었습니다.

어른들 말로 대기업 다니다가 때려친 백수가, 골방에서 게임 해설이나 하는 놈팽이 생활을 시작한 셈인데요. 남들이 보면 당시엔 미친놈 소리들을 했겠지만 MCN시대의 흐름을 제대로 올라타면서 결과는 아주 대박으로 연결됐습니다.

자신의 용기 덕분에 그의 인생은 탄탄대로를 탔습니다. 아프리카TV 3대 여신으로 추앙받던 '윰댕'님과 결혼을 해서 한때 세간의 화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무려 7살 연하. 돈도 잘 벌고, 미녀와 결혼까지 했네요.

아프리카TV, 유튜브라는 플랫폼을 잘 옮겨다니면서 성공한 서드파티의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김이브


이미지 출처 : 구글 '김이브' 검색결과 페이지

아프리카 3대 여신으로 군림한 김이브. 그냥 세상이 들이미는 속물적 잣대로 보자면 스펙 자체는 훌륭하지는 않습니다. 지방의 이름 모를 대학을 나왔다고 하고, 20대때는 애견 미용사를 했다고 합니다. 특정 대학이나 직군을 비하하는 것이 아니라, 세상 사람들이 보는 흔한 잣대로 생각을 해보자는 뜻이구요.

예전 사진들을 보면 알겠지만 컴퓨터 앞에서 캠 찍고 노는 그런 평범한 여학생이었습니다. 보통의 부모님들이라면 복창 터질일이고, 며느리감이 될 아이라 생각하면 예비 시부모님들이 속상해 하실수도 있을 스펙인데요.

그러나, 그렇기 때문에 김이브씨의 업적(?)이 더 빛이납니다. 아프리카TV라는 훌륭한 플랫폼과 인터넷+모바일 네트워크의 확산이라는 시대적 흐름이 김이브라는 스타를 만들어냈고 이 처자를 연수입 3억대의 BJ로 만들었습니다. 시대의 흐름을 타고, 자신의 환경을 극복한 사례이기 때문에 더욱 빛이나는 사례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예쁜 얼굴로 사람들의 시선을 받았지만, 진행하는 방송을 보면 입담도 좋고 사람을 끌어들이는 마력이 있는 캐릭터라고 생각합니다.

레트리카


구시대적 조직에 적응하기 힘들어 하는 성격(?), 같이하는 것 보다는 혼자 하는 것을 잘 하는 업무 스타일, 뛰어나지 않은 학벌 등. 세속적인 잣대를 들이대면 레트리카 개발자 형님의 성공은 기적과도 같습니다. 오로지 개발 실력과 선택과 집중, 그리고 스마트폰의 확산과 앱 마켓 플랫폼의 확산. 이 모든 것이 유기적으로 맞물려서 '레트리카'라는 어마어마한 기적을 만들어 냈습니다.

꿈이 있던 그는 조직 생활에 염증을 느껴 국내 최대 검색엔진을 운영하는 기업에서 퇴사해 혼자서 카메라 앱 개발을 시작했습니다. 처음에는 생계형 개발자였지만 이리저리 부딪히면서 레트리카라는 걸출한 글로벌 서비스를 혼자서 만들어냈습니다.

한때 아이폰+안드로이드 합산 다운로드 세계 7위를 자랑했던 레트리카 <출처:앱애니>

레트리카는 세계에서 가장 많이 다운로드 받은 앱으로 한때 순간 다운로드가 NAVER의 라인과 트위터를 뛰어넘기도 했습니다. 1인 개발자가 올린 세계 최고의 성과 중 하나라고 구글과 애플 본사에서도 극찬한 바 있습니다.

레트리카 개발사의 매출 추이 <출처:벤티케이크>

매출은 급증해서 일반인들이 상상하기 힘든 금액을 벌고 있고 직원을 뽑기전까지는 1인 기업이었으므로 세금을 빼면 매출이 대부분 순이이익으로 찍혔습니다.


작년에는 미국의 VC 3곳으로 부터 무더기 투자를 받았습니다. 플랫폼을 잘 활용한 덕분에 평범한 개발자 1명이 대기업 개발자 수 천명을 능가한 사례입니다.

레트리카에 대해서는 예전에 남겼던 글이 하나 있으니 관심이 있으신 분들께서는 읽어보시면 재미있으실거라 생각합니다.

대표적인 콘텐츠 유통플랫폼들의 실적


2013년까지 유튜브 연간 실적

구글, 구글애드센스의 2013년 분기별 실적

구글 플레이와 애플 앱스토어의 분기별 실적

페이스북의 분기별 실적

아프리카TV의 2014년까지 연간 실적 (단위 : 억 원)

유튜브 : 이용자들이 동영상을 올리고 광고 수익을 배분
애드센스 : 이용자들이 자신이 운영하는 사이트에 광고를 올리고 광고 수익을 배분
앱스토어 & 구글플레이 : 개발자들이 자신들의 SW를 올리고 광고수익, 판매 수익을 배분
페이스북 : 다수의 구독자를 보유한 페이지는 마케팅 채널로서 활용
아프리카TV : 이용자들이 방송을 개설하고 별풍선, 광고 수익을 배분
한국경제 : 주식 전문가들이 카페나 방송에 출연하고 회비 수익을 배분

플랫폼과 써드파티의 관계는 웹2.0 헤게모니 발생 이후 더욱 활발해졌습니다. 웹2.0은 기술적인 부분으로 파고들면 엄청나게 많은 신기술과 웹서비스 개발 기법들을 만들어냈습니다. 그리고 기술 외적인 부분에서도 웹의 철학을 송두리째 흔들어놓았습니다. 페이스북, 유튜브도 웹2.0 헤게모니에서 더욱 발전한 서비스 중 하나입니다.

웹2.0의 기술적/비기술적 특성을 나열하자면 끝이 없습니다만, 이번 글에서 언급한 특성을 가장 잘 반영하는 것은 '양방향 소통', '서드파티의 참여'등을 꼽고 싶습니다. 누구나 플랫폼에 참여해서 서드파티가 될 수 있고, 서드파티는 수익을 플랫폼 제공자와 공유할 수 있습니다. 서드파티든 단순한 이용자든 정보는 순식간에 퍼트릴 수 있고, 이 정보들은 다시 양방향 소통으로 재확산되고 가공됩니다.

몇몇 플랫폼들의 실적들이 담긴 이미지를 올려드립니다. 비교적 최근 실적이기는 하나 가장 최근의 실적은 아닌 자료들입니다. 대충 '이 정도의 규모를 갖고 있구나.' 정도만 파악하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플랫폼에 관해서는 제가 예전에 남겨드렸던 짧은 글이 있으므로, 시간이 되시는 분들께서는 그 글을 읽어보시는 것도 추천드립니다.

몇해전부터 포착되는 세상의 변화들(조금 오버를 가미해서)


  • 생산시설 : 기름내 나는 공장 - > 노트북 컴퓨터
    • 물론 여전히, 사람들은 논밭에서 나오는 음식과 공장에서 나오는 물건을 소비해야 하지만..
  • 생산인력 : 노동자 수십만명 -> 지적 노동자 단 몇명
    • 경제 규모는 커지는데 일자리는 점점 더 빨리 줄어들 것
  • 경제주체 : 대기업 -> 중소기업 또는 1인기업, 벤처기업, 스타트업
  • 유통대상 : 물품 -> 콘텐츠
  • 유통경로 : 도로 -> 인터넷 회선, 무선네트워크 :: 또는, O2O
  • 자본주의 형태 : 중앙집권적 자본주의 -> 풀뿌리 자본주의
    • 예 : 애드센스, 유튜브, 아프리카TV, 블로그 등
    • 참여자는 풀뿌리이지만 여전히 플랫폼 자체는 중앙집권적
  • 정보확산 : 정보의 전파속도는 빨라지고, 대중들은 과거처럼 우매하지 않음
    • 그러나 역정보나 유언비어에는 매우 취약해 짐
  • 평범한 개인이 스타트업이나 서드파티를 통해 거물로 성장할 틈새가 많아짐
    • 반대로 거물이 한번에 무너질 위험도 높아짐
  • 한 나라의 스타는 이제 한나라의 것이 아닌, 세계인이 공유하는 것
  • 정보화, 민주화가 잘된 나라일수록 사회 통합은 힘들 것
    • 마켓 세그멘테이션의 가속화 더 세분화
    • 어느 하나만 집중적으로 파고 들어도 성공할 수 있는 시대
    • 시장을 더 먹으려고 하지말고 소수의 매니아를 확보하는 것이 승부
  • 그러나 여전히 플랫폼 소유자는 거대 자본이라는 구시대적 구조는 지속적으로 존재
  • 특정 서드파티의 성공을 보고 수 많은 서드파티가 난립, 레드오션으로 변모. 그 과정에서 무제한에 가까운 콘텐츠 공급 덕분에 플랫폼의 영향력은 더욱 막강해지는 아이러니가 발생, 서드파티의 경쟁이 치열해질수록 플랫폼의 콘텐츠 공급비용은 하락
    • ex) 앱 개발자 난립, 유튜버 난립, 블로거 난립, 유료카페 난립 등

2016년 1월 16일
송종식 드림

알림 : 본 포스팅은 특정 종목의 매수와 매도를 추천하기 위한 게시물이 아닙니다.

2014년 9월 2일 화요일

조용하지만 폭발적인 레트리카(Retrica) 신드롬

'주인공은 묵묵히 자기 갈길을 가고, 관객들은 늘 무대 뒤에서 주인공 이야기를 한다.'고 합니다.

오늘은 관객이 한번 되어볼까 합니다. 좋은 이야기건 나쁜 이야기건 뒤에서 주인공 이야기를 하고 있는 기분은 보통 유쾌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이번 이야기는 유쾌하게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제 블로그에 들르시는 분들께라도 꼭 알리고 싶고 또 제 블로그에라도 작은 기록을 남기고 싶어서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세계를 평정한 작은 유틸리티 앱


스마트폰 앱과 그 앱을 만든 개발자에 대해서 기록을 남겨두고자 합니다. 소개드릴 앱은 우리돈으로 1조원에 페이스북에 인수됐던 인스타그램과 비슷한 사진앱입니다. 레트리카(Retrica)라고 부르고요. 필터가 예뻐서 전세계 10대~20대 여성들을 중심으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고 최근에는 우리나라 젊은 여성들 사이에서도 조금씩 입소문이 나고 있습니다. 서비스 자체를 영문으로만 제공하고 있기 때문에 이미 글로벌에서 성공해서 외화벌이를 톡톡히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한국에서는 뒤늦게 유행이 되고 있는 듯 합니다. 최근에 김새론양, 비스트의 이기광군을 비롯해서 몇몇 연예인분들이 즐겨 쓰는 셀카앱으로 바이럴이 되고 있습니다.

올 상반기 세계에서 가장 많이 다운로드 된 유틸리티 앱 순위 <출처:앱애니>

iOS와 안드로이드 양진영 합산, 지구에서 가장 많이 다운로드 받은 유틸리티 애플리케이션 순위입니다. 출처는 '앱애니닷컴'이구요. 쟁쟁한 회사들이 만든 애플리케이션들 입니다. 올 여름 세계에서 가장 많이 다운로드 받은 앱 순위에 떡하니 태극기가 꽂혀 있습니다. 요즘 젊은 친구들이 말하는 '국뽕'은 아니지만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자랑스러운건 사실입니다. 그리고 더 자랑스러운건 친한 형이 혼자서 만든 앱이라는 점입니다. (지금은 개발과 운영 규모가 커져서 팀을 빌드하고 있습니다.)

몇개 지표



Retrica의 페이스북 페이지 '좋아요' 수 입니다. 현재는 233만 건 정도고 숫자는 계속 올라가고 있습니다. 참고로 애플사의 페이스북 페이지의 '좋아요' 수는 30만 건 입니다.


iOS 시장에서 200여개가 넘는 나라들을 이미 한번씩 돌아가면서 평정한 상태입니다. 예전엔 랭킹 1위 국가도 많았는데 지금은 랭킹이 조금 내려온 듯 싶네요.


안드로이드 시장은 지금 막 진출해서 랭킹을 올려가고 있습니다.


카카오톡의 검색량을 훌쩍 앞질렀습니다. 심지어 카카오톡의 리즈 시절 검색량보다 더 많은 검색 쿼리를 내는 기염을 토해내고 있습니다.



검색결과는 1,110만건. 아이폰으로만 서비스할 때는 'retrica for android'라는 검색어가 거의 폭주를 하기도 했었습니다. 

DaU는 최근 1,500만까지도 찍고 있다고 합니다.

지금은 레트리카도 팀을 만들기 시작했지만 어쨌든 이 어마어마한 성과들을 1인 개발자가 혼자서 해냈다는게 혀를 내두르게 합니다. 일반 기업체에서 저 정도 퍼포먼스를 내려면 몇명의 기획/개발/마케팅 인력과 인건비가 들어갈지 상상도 안되는군요.

과감한 도전


이 형은 총각 시절에 저랑 원룸에서 함께 동거한 적도 있었죠. 돈이 없어서 저나 형이나 둘다 고생하던 시절이 있었지만 언제나 꿈도 많고 하고 싶은 것도 많은 사람들이었습니다.

형은 사고 방식이 비슷하고 말이 잘 통해서 까칠한 저와도 잘 어울리는 몇 안되는 사람 중 하나였습니다.

직장에 다닐 때를 생각해 보면, '꿈도 많고 하고 싶은건 많은데, 회사를 언젠간 그만 둬야 할텐데..'라고 생각만 하는 선후배와 동료들을 숱하게 봤습니다. 그들중 그말을 실천으로 옮긴 사람은 손에 꼽을 정도입니다.

그 손에 꼽는 사람 중 한명이 이 레트리카 1인 개발자 형입니다.

사실 회사 잘 다니는 형의 가슴에 불은 활활 타고 있었고 기름을 부은 사람은 저라고 할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ㅋㅋ). 지금은 사기꾼으로 전락했지만 부와 삶의 대한 이론 자체는 훌륭했던 로버트 기요사키의 파이프라인 이론을 형에게 침이 튀도록 설파를 했습니다.

형은 이후에 제 이야기에 대부분 동의하며 우리나라 최고 검색엔진 회사를 뛰쳐나와 작은 회사로 잠시 이직한 후 곧바로 퇴사하고 1인 개발자 생활을 시작합니다.

회사에서 나가야 한다고 설파한 사람은 전데 저보다 훨씬 일찍 독립한게 아이러니입니다. 이 형의 실행력이 저보다 한수 위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저는 그 이후에 2년 남짓 있다가 독립을 했네요. 10대 시절 작은 IT 회사 창업 멤버로 참여하고 이후 20대에도 숱하게 작은 회사들을 창업하고 망가뜨리면서 얻었던 삶에 대한 중압감과 공포감이 저를 섣불리 움직이지 못하게 했던 요인 중 하나였습니다.

어쨌든 이형이 맨몸으로 월급쟁이 생활을 끝장내고 1인 기업가가 되기로 했을 때는 이미 결혼을 한 몸이었고 갓난 아기도 있었습니다. 형의 과감한 도전은 한동안 시련을 겪은 듯 했습니다. 한동안은 몰골이 좀 안 좋았습니다. 그도 그럴것이 아기 키우는데는 돈도 많이 들어가니까요. (ㅎㅎ)


그동안은 저도 정신없이 바빠서 옆에서 형을 지켜보지는 못했지만 부지런히 여러가지 앱을 출시하는 것을 온라인으로나마 지켜봤습니다.

그 중 레트리카가 터져 준 것 입니다. 레트리카가 글로벌 시장에서 초대박이 난 걸 보면서 짧지 않은 시간 함께 서비스를 만들었었던 동료로서, 또 한집에 같이 살았던 동생으로서 몹시 기뻤습니다.

린 개발(Lean product development)


저와 인생관이 비슷한 형이라 친하게 지낼 수 있었지만 서비스 개발에 있어서도 정말 비슷한 생각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게 몇년전부터 이름이 붙여져 널리 알려지기 시작한 '린 개발' 방법론입니다.

린 개발이라는 말이 생기기 전부터 사실 많은 개발자들이 린 개발 방식을 따랐습니다. 핵심은 '행동과 실행에 집중하고 불필요한 낭비는 모두 제거한다'입니다.

회사에 속해 있으면 린 개발 옹호론자들은 극심한 피로를 느낍니다. 한명이서 해도 될일을 수십명이 붙어서 처리하고, 5분이면 끝낼 일을 이틀이 걸리도록 처리를 못하고 있고, 그냥 후다닥 두드려서 만들어 내면 될 걸 기획서를 그린다고 엄청난 시간을 잡아 먹습니다.

물론 팀으로 일해야 하는 특성을 무시할 수는 없습니다만 린 개발자들이 조직에 속해있다가 1인 개발자로 독립해서 활약을 하면 조직에 있을때와 비교도 할 수 없을만큼 퍼포먼스가 달라집니다.

불필요한 기획서는 필요없죠. 통밥 때려서 '이 정도 마켓 사이즈구나, 이렇게 저렇게 만들면 되겠구나..' 머리로만 구상하고 곧바로 코딩 작업에 들어갑니다. 아는거 모르는거 다 필요없고 일단 만들고 봅니다.

만들면서 배우고, 만들면서 수정하고, 일단 작은 기능이라도 론칭해놓고 이용자 요구에 따라 수정해 나갑니다. 실행이 강력한 무기인 셈입니다. 이 빠른 세상에서 나 혼자 완벽함을 추구하다가 영원히 서비스 론칭을 못할수도 있습니다. 시간과 효율, 공격적인 실행력으로 승부를 보는 것 입니다. 레트리카도 '린 개발'이라는 강력한 방법론 하에 태어난 작품이라 볼 수 있습니다.

물론 1인 개발자 혼자서 처리할 수 없을 만큼 업무량이 폭증하면 그때부터는 팀을 짜고 사람을 채용해야 합니다만 일정 수준의 서비스 까지는 1인 개발자 혼자서 '린 개발'을 하는 것이 효율적입니다.

이렇게 할 수 있으려면 풍부한 개발 경험과 잡다한 업무처리 능력 그리고 세상을 읽는 통찰력도 필요합니다.

1인 개발자라고 해서 코딩만 해야하는 건 아니니까요.

마케팅 하지 않는다, 나대지(!) 않는다


스타트업 하시는 분들 중에 많은 분들이 조금만 성과가 나면 SNS에 자랑을 합니다. 일종의 이미지 메이킹입니다. 엄청 요란하게 자랑합니다. 그리고 인지도가 조금만 생겼다 하면 언론에 등장해서 언론 플레이하기에 바쁜 스타트업 사장님들도 많죠.

마켓에 올려놓은 앱 소개글들을 봐도 마케팅에 혈안이 된 문구를 많이 볼 수 있습니다. '안드로이드 최고, 카테고리 1위, 한국 1위, 최초, 최대, 최고....' 뭔 1위랑 최대, 최고는 이렇게 많은건지...

서비스와 회사에 알맹이가 가득 차 있다면 마케팅에 혈안이 될 필요도 없고, 과장된 문구로 소비자를 현혹시킬 필요도 없습니다. 프로덕트에 온전히 집중을 하고 선택은 소비자가 해주는 것이죠.

마켓에 올라간 레트리카 소개글을 보면 미사여구가 전혀 없습니다. 제목 낚시도 없고, 키워드 낚시 같은 것도 전혀 없습니다. 그냥 제목은 'Retrica' 끝이고 소개글과 이미지도 심플하게 필요한 것만 들어가 있고 SEO 낚시 같은건 안합니다. 그래도 다운로드 숫자는 끝내줍니다. 매니아들도 세계적으로 많습니다. 핵심이 무엇인가 다시한번 생각하게 합니다.

해외 유력 언론사들이 레트리카에 대해서 소개하긴 했지만 국내 언론사에서 레트리카 측 인터뷰 기사 같은건 찾아볼 수 없습니다. 보통의 스타트업 창업자라면 다운로드 10만이나 100만만 넘었어도 신문사에 전화기를 돌려대면서 '우리 이만큼 성공했어요. 인터뷰 좀 시켜주세요.' 하면서 언론 플레이를 했을텐데.. 그와는 대조적 모습입니다.

요즘 소프트웨어 스타트업쪽을 보면 컴퓨터를 좋아하는 사람들 보다 명문대 학위가 있는 사람들이 득세를 하고, 또 그런 사람들 중 혼신의 힘을 다해서 회사를 키울 생각을 하기 보다는 'VC한테 투자 받고, 언플해서 인지도 키운후에 EXIT해서 목돈이나 챙기자' 하는 마인드의 사장님들이 많이 보입니다. 전부 그렇다는게 아니라 자주 그런 분들이 보인다는 이야기입니다.

소위 말해 나대는거(!)나 언론플레이, 창업한 회사에서 투자금을 회수하고 EXIT 하는 것 자체가 나쁘다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각자 갈 길이 다르고, 전략이 다르고, 비전이 다른 점은 인정합니다.

제가 말씀 드리고자 하는 것은 창업가의 진심과 비지니스 본질에 집중하는 몰입의 힘이 필요하다는 이야기입니다.

어쨌든 이래저래 떠들지도 않고 조용하지만 강력한 레트리카의 돌풍. 이게 더 멋있지 않나요?

굉장한 시대에 사는 우리


산업 시대에서 서비스업 시대로 넘어오면서 매뉴얼이 체계화 된 맥도널드의 근로자 1명은 산업 시대 근로자 40명의 역할을 한다고 합니다. 중구난방 일 하는 것 보다는 체계적인 매뉴얼대로 일하는 것이 효율이 높은건 당연합니다.

서비스업 시대에서 다시 정보와 정신 노동의 시대로 넘어오면서 프로그래머 1명은 산업 시대 근로자 수천명, 역량에 따라 수만명이나 수백만명의 역할을 대신할 수 있다고 합니다.

레트리카의 성공을 옆에서 지켜보면서 실제로 그게 가능한 시대임을 실감하고 있습니다. 머리에 있는 지식과 손가락만 있으면 전세계 수억명의 사람들에게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정신 노동의 시대입니다.

제가 발을 걸치고 있는 또 다른 분야인 금융 분야에서도 정신 노동인 주식 투자 행위만으로 일가를 이룬 형님들이 있습니다.

가방에 노트북 하나만 있으면 지구 어디서든 일을 할 수 있고, 일 하고 싶을 때 일 할 수 있으며 수 많은 사람들에게 영향력을 행사하며 부가적으로 막대한 돈도 벌 수 있는 시대입니다.

이런 굉장한 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들은 행운아입니다.

오늘은 관객의 입장에서 주인공 이야기를 조금 써 봤습니다. 모두 즐거운 하루 되세요.

2014년 9월 2일
송종식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