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8월 26일 목요일

누가 장사는 목이라고 했나?

한국 스타벅스의 출점전략은 그 유명한 자전거 바퀴살 전략(허브 앤 스포크)이었다. 서울의 유동인구가 많은 역세권에는 도로를 사이에 두고 스타벅스 매장 4~5개가 밀집하기도 했다. 그렇게 출점을 하더라도 모든 매장이 만석이 될 정도로 스타벅스의 인기는 좋았다. 

허브 앤 스포크 전략 도식
<출처: 인천항만공사 블로그>

그러나 폭발적으로 성장하던 스타벅스코리아의 외형 성장세와 이익률도 최근에는 점점 둔화되는 모양새다. 허브 앤 스포크 출점 전략이 한계점에 다다른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그래서 스타벅스는 최근에 출점전략을 묘하게 바꾼 듯 하다. 

기존에는 허브 앤 스포크 전략을 쓰기 위해 이미 상권이 만들어져 있고, 땅값이 비싼 지역에 매장을 냈다. 그러나 지금은 땅값이 싸고 외진 곳에 출점을 하고 거기에 사람들이 찾아오도록 만들어서 인근 지역의 가치도 높이고 영업마진도 방어하는 전략으로 선회한 것으로 보인다. 역시 스타벅스코리아는 영리하다. 명불허전이다.

사실 이번 포스팅은 오래전부터 작성을 하다가 완성을 못했다. 그러다가 어제 스타벅스의 출점 전략이 변경되었다는 기사를 보고 쓰던 글을 퍼뜩 마무리한다.

장사를 하는 사람들은 귀에 딱지가 않을 정도로 들었던 이야기가 있다. 장사는 첫째도 목, 둘째도 목, 셋째도 목이라던 이야기였다. 하지만 이제는 조심스럽게 그 이야기는 조금씩 들어맞지 않는 이야기가 되고 있다고 말하고 싶다.

<자료 : 매일경제신문>

서울만해도 아주 높은 권리금과 월세를 자랑하던 중심 상권들이 지금은 초죽음 상태다. 서울 상권의 핵심 중 하나였던 명동은 점심 시간에 임장을 나가보아도 길거리가 텅텅 비어있다. 거리 곳곳에는 '임대' 두 글자가 붙은 현수막과 플래카드만 쓸쓸하게 공실을 지키고 있다. 홍대와 같은 상권도 예전같지 않다.

서울의 중심 상권이 예전의 명성을 그리워 하며 죽어가는 동안 외곽이나 지방의 맛집과 카페, 호텔들은 호황을 누리고 있다. 이는 아주 신기한 모습이다. 

경기도, 강원도, 충청도, 부산 가릴 것 없다. 인스타그램이나 유튜브에서 입소문을 탄 맛집이나 카페는 지방 외진 곳에 꼭꼭 숨어 있더라도 사람들이 어떻게든 알고 찾아간다. 이런 곳엘 어떻게 알고 찾아왔나 싶을 정도로 인산인해를 이루는 지방의 식당과 카페를 정말 많이 목격한다. 

특히 이런 현상을 미리 예견이라도 한 듯이 강릉에 큰 자본을 쏟아부어 호텔을 지어 둔 사람들의 선견지명이 참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공사를 시작하는 단계일 때만 해도 도대체 왜 강릉에 저렇게 돈을 쏟아붓나 싶었는데.

어쨌든 지방의 호텔들도 유례없는 호황을 누리고 있다. 인천, 강릉, 부산, 경주 등 지역을 막론하고 조금만 네티즌들 사이에서 이름이 오르내렸다 싶으면 방을 구하기가 힘들 정도다. 특히, 연휴 기간에는 방을 구하지 못한다고 봐도 될 정도였다.

도심 공동화 현상이 생기고, 장사는 목(입지)이라던 선배 장사꾼들의 이야기가 무색해질 정도로 유명 상권은 초토화가 되었고, 반면에 서울 교외나 지방의 유명 가게들은 호황을 맞고 있다.

전에는 상상도 하기 힘들었던 일이다. 정말 공룡이 멸종하듯이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다. 어째서 이런 일이 생기는 것일까?

내가 생각하는 가장 큰 이유는 단연 코로나다. 말할것도 없이 코로나로 국가간 여행이 끊기면서 외국인 관광객으로 먹고 사는 상권은 큰 타격을 입었다. 그리고 많은 직장인들이 재택근무 형태로 일을 하게 되면서 CBD에서 장사를 하는 상인들이 올리는 수입도 예전같지 않게 되었다.

그 다음은 우리 사회를 서서히 그리고 빠르게 바꾸어 온 인터넷의 영향력이다. 코로나로 인해서 급격하게 트래픽을 늘린 배달 서비스는 지역 곳곳에 숨어있는 가게 어디든 배달만 가능하면 음식을 즐길 수 있도록 해주었다. 이런 배달주문 중심의 소비 패턴에서는 선배 장사꾼들이 말하는 목의 개념이 완전히 죽어버린다. 되레 목 좋은 곳에 높은 월세를 내는 가게는 리스크가 더 높아진 것이다.

인스타그램과 같은 곳에서 올라오는 사진들은 사람들의 눈길과 발길을 서울 중심 상권의 가게들이 아니라 지방에 있는 큼직하고 아기자기한 가게들로 향하게 했다. 

내 생각에 우리나라는 코로나가 끝나면 크고 아름다운 카페를 구경하기 좋은 카페 여행의 강국이 되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정말 우리나라에는 예쁘고 멋진 카페들이 끝도 없이 많다. 전국 어느 도시를 가더라도 멋진 카페들이 여행의 노곤함을 달래준다. 

그리고 땅값이 저렴한 지방에 있는 카페일수록 더욱 크고 웅장하며 멋진 인테리어와 위용을 자랑한다. 가뜩이나 해외여행도 못 가는 사람들을 달래주는 것이 그나마 국내여행이고 그 중에서도 전국 곳곳에 포진하고 있는 이런 멋진 카페들이 아닌가 생각된다.

지방 맛집과 카페들의 큰 장점은 또 있는데 그것은 바로 주차가 편리하다는 점이다. 서울에서는 차를 갖고 이동하는 것 자체가 스트레스다. 차가 많이 밀리고, 주차 스트레스도 정말 심하다. 어딜가도 사람과 차가 붐비는 곳에서 잠시 멀어져서 한적한 곳에서 드라이브를 즐기고, 지방 곳곳에 숨어 있는 맛있는 가게와 멋진 카페를 찾는 것은 이제 우리의 일상이 되었다. 코로나로 해외 여행이 막히자 숨 좀 쉬자고 사람들이 찾아낸 방편이다.

끝으로 방역을 위한 거리두기 단계가 상대적으로 수도권에 더 엄격한 레벨이 적용된다. 그래서 그것을 피해서 지방으로 내려가는 사람들도 꽤 된다. 덕분에 사람들은 지방을 재발견하고 있다.

온라인에서는 집콕을 하지 않고 돌아다니는 사람들에 대한 성토가 줄을 잇는다. 그러나 길거리에 나가보면 현실은 인터넷과 다르다. 드라이브를 하다가 연휴 날짜에 잘못 걸리면 고속도로 한 가운데에 갇히기 일쑤다. 진짜 차를 갖고 있는 사람들은 도로로 다 쏟아져 나오는 것 같다.

강력한 부익부 빈익빈 현상도 목격된다. 이름값이 있는 자영업자는 시골 구석에서 장사를 해도 늘 손님을 받느라 북적이고, 그렇지 않은 보통의 장사꾼은 아무리 서울 중심가에서 장사를 해도 가게에 파리만 날린다. 예전에는 목이 좋으면 중간은 했겠지만 이제는 자영업자들에게 조차도 극단적인 무형자산의 시대가 된 것 같다.

금융시장에서는 어떤 일이든 일어날 수 있다. 그리고 원래도 세상에 변하지 않는 것은 없다지만 우리가 정말 고정적인 상식으로 생각했던 것들이 2020년을 기점으로 아주 빠르게 변하고 바뀌고 있다. 설마? 그런일이 일어날까 싶었던 상상 속 일들도 이제는 아주 쉽게 현실에서 일어나는 시대가 되었다. 또 어떤 것이 어떤 모습으로 변할지 모른다. 항상 세상을 주시하고 관조해야 하는 이유이다. 

2021년 8월 26일
송종식


댓글 5개:

  1. 센세말씀대로 최상위급 네임밸류가 있는 장사는 예전보다 목에 가치는 떨어졌다고 봅니다.
    정보가 매우 빠르고 넓게 퍼지는 사회에서 네임밸류 자체가 기본적 신뢰를 줄수 있다고 봅니다.
    조금의 노력을 더해서 더 높은확률로 좋은 결과물을 받을수 있으니..
    유튜브에서 다양한 영상이 올라오는 이유중 하나라고 봅니다.
    하지만 장사도 비엠마다 조금 다르다고 보는게
    맛이 무난한 끼니를 떼우기 위한집 들이나 퀄이나 가격차가 크지 않을 물품들은 아직도 목에 대해 목멜필요는 있다고 봅니다.
    직장인 같은경우 왕복시간등에 쉬는시간을 소모하고 싶지 않다는게 식욕을 뛰어넘을거라던지.
    1,2인 가정이 자신의 시간을 최대한 활용하고 싶다는 욕구라던지
    물론 맛집찾아 떠나는 식도락 있는 사람도 있긴 합니다만 ~.~

    답글삭제
  2. 정말 공감합니다. 특히 주차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정말... 생각해보니 어느새 목 좋은 곳은 이제 편의점만 보이는거같네요

    답글삭제
  3. 공감가는 말씀 감사합니다^^
    물론, 물리적인 입지상의 이점도 무시할 수는 없겠지만
    말씀하신 것 처럼 이를 뛰어넘는 매개체(IT, 이동수단 등)가 존재하고
    이를 수용할 수 있는 문화(맛집탐방 등)가 갖춰진 시점에는
    확실히 노멀하지 않은 전략(물론 치밀하게 준비된)이 예상을 뛰어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는 듯 합니다.

    답글삭제
  4. 코로나를 기점으로 기존에 해왔던 전략들이 세밀하게 변화하고 있는것 같습니다.
    무심고 치나칠수 있는 변화점을 잘 파악해야 투자자로 성장해 나아갈수 있겠지요
    사람들의 패턴도 변화하니 그 속에서 잘 찾아봐야 하겠습니다.
    미세한 변화가 사회의 습관과 행동을 변화시키니까요.

    답글삭제
  5. 안녕하세요 종식님. 정말 저의 생각과 비슷하다고 생각이 드는 글이었습니다. 건물공부를 해보자했을때
    무슨길 무슨길들이 얼마나 중요할까 생각을 많이 한적이 있습니다. 물론 목도 중요할테지만 좋은사업자를 만나는게 중요하다고 생각을 했습니다. 저는 건물관리도 주식이나 사업처럼 해야 더 좋다고 생각을 하는 사람이라 임대자와 건물주는 파트너쉽으로 가는게 맞다고 생각이 듭니다. 맛있는 음식점은 무슨길과 상관없이 사람들을 끌고 올수 있습니다. 물론 유명한 길에 더 쉽게 사람을 끌수 있겠지요. 하지만 중요한 것은 그곳의 경쟁력이라 생각합니다. 오피스도 마찬가지로 사람들이 생활하는 곳이기에 사람들이 더 편하게 일할수 있는 인프라가 있는곳을 찾는것도 중요한것 같습니다. 그렇기에 앞으로는 자율주행이 발전하면서 교통이 얼마나 편리한지에 따라 좋은 목이 정해질거 같다는 느낌이 듭니다. 그리고 자영업자의 경쟁력에 따라 유명한 길들이 쉽게 바뀌지 않을까 생각이 듭니다. 이제는 버튼하나 누르면 다른도시로 갈수있는 시대가 올것 같습니다. 따라서 건물도 주식처럼 좋은 ceo를 보고 비즈니스밸류를 본뒤 정하면 더 가치를 만들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종식님의 포스트에 전적으로 동의를 합니다. 하지만 전 아직 돈이없어서 건물은 먼훗날 이야기가 될것 같습니다 ㅎㅎㅎ

    답글삭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