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12월 21일 월요일

오프라인은 죽지 않는다 (feat. 여행, 극장, 술집..)

2020년에는 언택트로 회자되는 '대인터넷 시대'가 열렸습니다. 원래도 성장하는 분야였지만 코로나가 기름을 부었습니다. 그래서 일부 전문가들은 코로나가 종식되더라도 사람들의 생활 양식은 이대로 고착화 될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합니다.

재택근무의 효율성 등 재발견 된 부분도 분명히 있긴합니다. 또 어떤 부분은 분명히 코로나 이전으로 돌아가기 힘든 부분도 존재하리라 생각합니다.

그러나 멀리 내다보면 코로나 이전으로 돌아갈 수 밖에 없는 분야도 분명히 존재합니다. 아마도 우리삶 대부분의 것이 그렇지 않을까 생각합니다만 여행, 영화, 술자리 등의 부분은 더욱 그렇게 되는게 확실하다고 생각합니다.

그 시기를 정확히 알 수 없어 숨이 다소 차더라도, 그때를 대비한 투자전략도 포트폴리오 한쪽 구석에는 짜여져 있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온라인이 대신할 수 없는 '입장감'


영화관에 영화를 보러 갈 때는 '입장감'이 있습니다. 영화 한편을 볼 때, 입장감은 여러번에 걸쳐서 다가옵니다. 영화를 예매할 때, 극장에 갈 때, 팝콘과 콜라를 주문할 때, 팝콘과 티켓을 들고 입장을 기다릴 때, 입장을 하면서 내 자리를 찾을 때, 영화 시작전 광고가 나올 때..

이처럼 영화 한편을 보면서도 여러번의 입장감을 느낍니다. 그런데, 온라인에서는 이런 입장감을 느낄 수 없습니다. OTT가 줄 수 없는 감동을 오프라인은 줄 수 있습니다.

여행이 주는 '설레임과 기대감'


누구나 공항을 좋아합니다. 공항은 설레임을 간직한 공간이기 때문입니다. 굳이 여행을 떠나지 않더라도 좋습니다. 가끔 공항 근처에 바람을 쐬러 가는 것 만으로도 설레는 감정을 느낍니다. 하물며 그런데, 여행을 가기 위해서 캐리어를 끌고 공항에 가면 그 설레임은 말로 형용할 수 없습니다.

여행을 떠나기 전, 여행 계획을 짜는 단계부터 설레임이라는 감정은 우리와 함께합니다. 그리고 출발일 디데이에도 설레고, 수하물 검사를 하고 비행기를 기다리면서 군것질을 할 때도 설레고, 비행기가 이륙할 때도 설레입니다.

현지에서 여행 일정을 소화하면서도 설레임의 연속입니다. 호텔에서 하루를 마감하면서 내일에 대한 설레는 기대를 품고 잠이 듭니다.

랜선 여행 컨텐츠가 인기라고 합니다. 그러나 이런 것을 아무리 열심히 본다고 해도 진짜로 여행을 떠날 때만 느낄 수 있는 설레임은 절대로 얻지 못합니다. 사람들은 그런 설레임에 목말라 있습니다.

참좋은여행은 '코로나로 죽으나, 굶어 죽으나 어차피 가만히 있으면 죽는다'며 코로나 위기를 정면돌파하는 도전적인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여행사들의 이런 시도에 박수를 보냅니다. 가만히 앉아서 굶어죽으나 코로나로 죽으나 어차피 죽는다면 발버둥 한번 쳐 본다는 도전정신이 제 생각에도 옳은 논리 같습니다.

이런 기치로 회사는 내년 출발을 목표로 해외 여행 떠날 사람을 예약받는 이벤트를 진행했습니다. 전세계 400여개 상품을 실제로 판매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예약금은 1만 원이었습니다. 예약페이지를 열자마자 예약자 3,000여 명이 몰렸습니다. 그리고 트래픽 급증으로 예약 서버가 다운되었습니다.

또, 착륙은 할 수 없지만 여행지의 상공을 배회하고 돌아오는 항공 상품도 판매가 개시되는 족족 완판되고 있습니다. 이는 여러나라에서 발견되는 공통적인 현상입니다.

업계는 사람들의 억눌린 여행심리가 그대로 표출된 것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저 역시 이런 주장에 아주 강하게 동의합니다. 상공을 돌다 돌아오는 티켓을 이용한 사람들의 반응은 대체적으로 좋았습니다. 역시 캐리어를 끌고 비행기를 타기 위해 기다리는 그 설레임을 어느 정도는 살려준 듯 합니다.

현장의 분위기


그리고 너무 당연하게도 온라인에서는 현장이 주는 오감만족을 얻지 못합니다. 현장의 기온, 소리, 사람들과 주고 받는 커뮤니케이션, 맛있는 음식, 현지의 문화 등등. 현장이 주는 무한대의 감동과 자극은 현장에서만 느낄 수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여행 목적지를 인터넷으로 검색해서 훑어보고도 직접 거기에 가보고 싶어하는 것입니다.

그 느낌은 이제 일부 사람들만의 것이 아닙니다. 아래의 표에서 보시는 것 처럼, 이미 대다수의 국민이 경험한 것입니다. 경제활동을 하는 상당수 인구는 이미 해외여행을 경험했습니다. 그리고 거기서 느낀 많은 오감만족과 그리움을 가슴에 품고 있습니다. 여행을 자유롭게 할 수 있게 되면 이 수요는 반드시 폭발할 것입니다.

출처 : 여행신문

많은 국민들이 이미 해외 여행을 경험해 봤다는 건 여행산업이 되살아나는데 있어서 매우 중요한 팩터 중 하나입니다. 그리고 위의 도표에서 보시다시피 여행 산업은 코로나 팬데믹 사태 이전에는 성장 산업으로 보는 투자자와 애널리스트도 많았습니다. 출국자와 입국자는 매해 늘고 있었습니다. 여행으로 파생되는 산업들도 꽤 호황이었습니다. 전염병으로 여행객 수가 전년동기대비 99%나 감소하게 될 줄, 작년에는 누구도 예상을 못했습니다.

물론 사람들이 대규모로 해외여행을 경험할 수 있었던데는 LCC의 역할도 적지 않습니다. 포스트 코로나 이후에 몇개의 LCC가 살아남고, 또 해외여행객 수요는 얼마나 회복될지 당장은 미지수입니다. 그러나 그 속도가 늦든 빠르든 여행 산업은 다시 성장 산업으로 부각될 수도 있습니다.

코로나 비상사태가 해제되어도 얼마간의 상처는 남을것입니다. 그것이 경제적인 것이든, 사람들 마음에 남은 것이든 말입니다. 그러나, 먼 훗날 언젠가는 과거처럼 자유롭게 여행을 다니고 있을것입니다. 그 시기를 정확히 단정을 할 수는 없지만 그 시기는 반드시 옵니다. 일부 전문가들의 '코로나는 영원히 종식되지 않고 우리는 과거로 돌아갈 수 없다'는 말에는 절대 동의할 수 없습니다.

역사상 인류를 몰살시킬 수 있었던 강력한 전염병은 많았습니다. 그리고 그것들은 거의 대부분 여차저차 해결이 되었습니다. 불과 작년까지만 해도 우리는 전세계를 자유롭게 다녔듯이 말입니다.

그러니 희망을 가지고 코로나 이후에 정상화 된 일상에 대해서도 미리 생각해보고 공부를 해두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일상을 찾은 후, OTT의 운명..?


넷플릭스, 유튜브와 같은 OTT 서비스는 이미 대세중에 대세입니다. 코로나가 없었어도 어차피 이들은 레거시 미디어를 짓밟고 왕좌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습니다. 코로나는 단지 성장 각도를 조금 더 가파르게 만들어 주었을 뿐입니다.

한국 OTT 서비스 매출액(단위: 억 원), 출처 : 메조미디어

다만 코로나를 등에 업은 성공 방정식이 코로나 이후에도 통할지는 미지수입니다. OTT 산업 전체적으로 보면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는 코로나로 얻었던 단물 중 일부가 빠지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당연히 OTT 서비스를 운영하는 똑똑한 사람들도 이 사실을 알고 있을거라 생각합니다. 그래서 이용자 락인(lock-in)을 위한 다양한 연구를 하고는 있을거라고 생각합니다.

어쨌든 특정 산업을 바라보는 시각이 무한히 낙관적일 수는 없습니다. 물론, OTT 섹터는 코로나가 종료되어도 당분간 꾸준히 성장은 하리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일부 OTT 서비스들은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도 아주 빠르고 꾸준히 성장할 수는 있다고 생각합니다.

지금은 영화관 사업을 영위하는 기업들이 쩔어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입장감과 현장감을 느끼기 위해서 언젠가는 영화관을 가득 채우게 될 것입니다.

2020년 12월 20일
송종식 드림


댓글 17개:

  1. 기저효과도 있겠지만 혹독한 환경에서 서로 잡아먹으며 생존한 기업이 예전보다 더 많은 수익을 가져갈수 있겠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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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동의합니다. 위기를 이겨낸 기업들이 거의 괴물이라고 불릴 정도로 강해지는 게 게임의 법칙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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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개인적으로

    영화관 입장은 정말 대공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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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공감해 주실 줄 알았습니다. 하루 빨리 사람들하고 빼곡하게 앉아서 팝콘 먹으며 영화를 볼 수 있는 날이 왔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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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재미있는 생각 잘 들었습니다.

    저는 영화관에 대해서는 조금 다르게 생각합니다.
    말씀하신 입장감이라는 것이 존재하고 대체 불가하다는 것에 대해서는 동감하지만요.

    가끔씩 이런 생각을 해봅니다.
    (코로나가 없다는 가정하에) 아바타2가 넷플릭스와 영화관에서 '동시에' 개봉한다면 나는 어디서 볼까?

    10년 전 같았다면 고민 안하고 영화관에 갔겠지만 지금은 집에서 조용히 불끄고 집중해서 TV로 보는 선택을 하지 않을까 싶네요. 4K 화면과 소리는 저에게 충분히 만족스럽습니다.

    더 먼 미래에 티비가 100인치가 되고 8K 서비스를 받는다면 더욱 그렇게 되지 않을까.
    그래서 저는 영화관 산업에 대해서는 부정적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건 여행에 대한 잡생각인데요.
    10년후에는 사람들이 더 많이 여행을 다닐 걸로 생각합니다.
    교통은 더 좋아지고 국경은 더 옅어지고 문화는 더 발전할테니까요.
    다만 기술도 많이 발전해서 가상 여행을 다니는 사람들도 많이 늘어나겠지요.
    진짜 여행을 다니는 사람들은 시간과 돈이 많은 부자들이고 가짜 여행을 다니는 사람들의 다수는 반대편의 자들이 아닐까. 뭐 이런 생각들을 하며 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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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동의합니다. 영화관이 주는 입장감도 있지만 집에서 맥주나 와인 그리고 주전부리를 놓고 보는 OTT의 재미도 이제는 포기할 수 없는 매력 중 하나가 되었네요. 확실히 OTT가 시장을 잠식해 나가는 면은 무시를 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여행 수요는 회복후에 점진적으로 성장을 이어나갈 것이라는 점과, 가상 여행 수요가 새롭게 등장할 것이라는 점도 적극 동의합니다. 좋은 의견을 남겨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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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정신과 의사하셔도 그분야에서 꽤 성공하셨을듯 해요^^
    송종식님 글을 읽다보면
    인간에 대한 이해(?) 이런것이 느껴집니다
    그래서 주식을 잘 하시는 듯 합니다
    인간을 잘 아시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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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오호. 이런 부분도 짚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를 다시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고맙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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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형님말씀처럼 저도 '코로나는 영원히 종식되지 않고 우리는 과거로 돌아갈 수 없다' 라고 하는 사람들 보면서 무슨 개떡같은 소리냐 한번 두고보자하면서 그랬었던 기억이 있네요. 위에서 말씀하신 게 굉장히 상식적이고 논리가 있어 편안하게 읽을수 있었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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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그러게요. 전문가 분들 중에서도 시각을 굉장히 짧게만 보시는 분들이 많으시더라구요. 저와 생각의 궤를 같이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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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 저는 개인적으로 집에서 영화관과 비슷한 환경을 꾸며놓고 편하게 보는걸 선호하는편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몇몇 작품들은 꼭 영화관에 직접 가서 보고 싶을때가 있습니다. OTT서비스나 자율주행차량에서 즐기는 인구가 많아짐에따라 영화관 사업이 예전 보다는 축소될지라도 사라지지는 않을거라 생각합니다 ㅎㅎ 그래도 cj cgv에는 손이 잘 가지 않네요^^ 컨텐츠제작도하고있고 메가박스도있는 제이콘텐트리가 좀더? ㅎㅎ 좋은글 잘보고 갑니다 센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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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사실 정말 맞는 말씀을 해주셨습니다. 꼭 영화관에서 봐야 할 필요가 있는 건 영화관에서 보는데 집에서 맥주 시켜놓고 보는 재미도 이제는 포기할 수 없는 재미가 되긴했습니다. 그래서 찌들었다가 반등은 있을 수 있어도 예전만큼의 영광은 오프라인 영화관들이 확보하기는 어려울 수도 있다고 봐요. 말씀하신대로 다른 사업거리를 찾을거라고 생각합니다. 저도 단순한 멀티플렉스 사업만 하는 곳 보다는 제이콘처럼 컨텐츠 제작을 하는 곳의 미래를 더 좋게 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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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 만난지 얼마 안되서 데이트할때 영화관 만큼 좋은 장소가 없을텐데...ㅎㅎ
    그 사운드 화면감 등 OTT 가 영화관의 파이를 갉아먹긴했어도 없애지는 못할거라 생각해서...
    좋은글에 전적으로 동의하며 잘보고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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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동의합니다. 빨리 영화보러 다니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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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 아쉬운게 요새 영화들이 다 별로입니다...
    그와중에 범죄도시 2가 그나마 재밋어서 상대적으로 흥행할것같은 생각입니다 ㅎㅎ
    오늘도 좋은글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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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홈즈님 덕에 범죄도시2를 보고 왔습니다. 진짜 레알 꿀잼이었습니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봤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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