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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8월 29일 일요일

석유 고갈론

저는 1990년대에 초등학생(당시 국민학교) 시절을 보냈습니다. 시골에서도 한참 더 시골인 깡촌에서 초등학교를 다녔습니다. 그 당시엔 스마트폰과 같은 통신 장비가 있을리 만무했습니다. 대부분의 정보를 학교 도서관과 TV에서 얻었습니다. 그리고 집 밖으로 나오면 동네 어르신들과 학교 선생님들에게 얻는 정보가 전부였습니다.

당시에 시골 초등학교의 선생님들은 교과서에 있는 것들 말고도 어린 저희들에게 무언가 많이 주입시키고 가르치고 싶어 하셨습니다. 

돌이켜보면 세상물정을 하나도 모르는 아이들에게 정치적인 사상도 주입하려고 부던히 세뇌 작업을 하던 선생님들이 계셨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참 스승이 아니고 참 나쁜 어른이었다는 생각이 듭니다(물론 소수의 그런 분을 빼면 대부분의 선생님들은 현명하고 좋은 분들이셨습니다). 당시에는 너무 어렸으니 그런 개념조차 없었네요. 어쨌든 오늘은 그런 이야기를 하려는 것은 아닙니다.

당시에 몇몇 선생님들께서 귀에 딱지가 앉도록 경고를 하셨던 것들이 있습니다. 근래 그 중 두어가지가 기억에 남아서 계속 제 머리를 맴돕니다. 

너희가 어른이 되면 석유는 고갈되어 있을 것이다


제 또래분들은 이 이야기가 기억이 날것입니다. 정말 기름이 곧 고갈된다는 소리를 귀에 딱지가 앉도록 들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항상 에너지를 아껴써야 한다는 이야기를 들으면서 자랐습니다.

저희에게 이런 이야기를 해주셨던 사람들은 선생님들이었습니다. 물론 선생님들께서 악의적으로 저희에게 이런 이야기를 한 것은 아닐것입니다.

석유 매장량 <자료 : 한국경제신문>

그때 자료들을 찾아보니 실제 그때는 석유고갈론이 실재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만 떠돌던 이야기는 아니고 1960년대부터 1990년대까지 세계적으로 떠돌던 이야기였습니다. 석유는 앞으로 20~30년치 밖에 남지 않았다. 항상 이 이야기가 당시 사람들에게 큰 걱정을 안겼던 것 같습니다.

그러나 2020년대를 살아가는 지금 확인해보면 당시보다 석유 매장량은 훨씬 많이 늘어났습니다. 고갈되기는 커녕 우리가 살아가는 동안에 펑펑 쓰고도 남을 유전이 발견되고 석유가 생산되고 있습니다.

너희가 어른이 되면 물을 돈주고 사먹는 시대가 올것이다


사회시간이었나? 잘 기억은 안 나지만 어떤 선생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너희가 어른이 된 미래에는 물도 돈을 주고 사 먹어야 할지도 모른다. 이유는 환경오염이 걷잡을 수 없이 심해져서야. 그리고 물도 점점 말라서 없어 질지도 몰라."

이 선생님께서 해주셨던 이야기 중 원인은 틀렸고, 결과는 현재 맞아 떨어졌습니다. (국내 생수는 94년부터 시판)

자료 : 매일경제

일단 다른 나라의 사정은 잘 모르겠습니다. 나라마다 지역마다 처한 상황이 워낙 다를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하나 확실한 것은 우리나라는 환경 때문에 물을 사먹는 것은 아니라는 점입니다.

저희가 어릴때도 수돗물에 불소가 들어있으니 충치가 예방된다고 그냥 먹으라고 했던 기억이 납니다. 근거가 있는 이야기였는지는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2020년대인 지금도 서울에서는 아리수는 그냥 먹어도 된다고 홍보를 합니다. 문제는 노후상수관이지 넓은 범주에서 보면 일단 제 삶에서 환경 때문에 물을 사 먹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건강과 기호를 위해서 설탕물 섭취를 줄이고 물을 사 먹는 경향이 더 큽니다. 그리고 물을 끓이거나 정수하기가 귀찮아서 편의를 위해서 생수를 사먹는 측면이 환경 때문에 먹을 물이 없다는 이유보다 더 큰 이유입니다.

과도한 공포마케팅에 현혹되지 말 것


위의 두 사례의 경우는 공통된 키워드가 있습니다. 그 키워드는 '미래에 대한 공포'입니다. 석유가 고갈될 것이라는 이야기는 나중에야 석유업자들과 국제 금융 권력이 만들어서 퍼트린 이야기라는 것이 정설이 되었습니다.

공포는 훌륭한 마케팅 수단입니다. 공포를 팔아 번영하는 분야는 대표적으로 보험과 종교가 있습니다. 

"살다가 병이 걸리거나 사고가 나면 막대한 돈이 지출돼. 그때는 감당이 안 될테니 보험하나 들어봐."
"우리 신을 믿지 않으면 너는 죽어서 평생 불구덩이 속에서 고통 받게 돼. 그러니 우리 신이 하는 이야기를 들어 봐"

또한, 공포는 분노와 결합하여 정치인들의 표 장사를 위해서도 중요한 도구로 사용됩니다. 자기와 생각이 다른 사람들이 권력을 장악하면 이 세상은 끝나고 말 것이라는 공포와 분노를 심어줍니다.

큰 틀에서는 어쩌면 우리 인생 거의 전체가 이 공포를 기반으로 한 불안이 삶 곳곳에 녹아 있습니다. 어느 정도의 미래에 대한 불안과 공포는 삶의 동력이 되기도 합니다. 그러나 너무 매몰되면 세상 모든 것을 부정적으로 볼 수 밖에 없게 됩니다. 일어나지도 않을 일을 일어난다고 믿으면서 엉뚱한 곳에 자원과 에너지를 소비하게 됩니다. 불필요한 과도한 공포를 갖지 않아도 해당 분야에서 열심히 문제해결을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우리가 좋아하는 투자를 할 때도 그렇습니다. 리스크는 냉정하게 판단하고 관리 되어야 하지 미래를 온통 부정적으로만 보고 공포로만 보면 제대로 된 투자를 영위하기 어렵습니다.

물론, 미래에 대한 통찰과 전망을 꾸준히 할 수 있어야 하고 그래야만 합니다. 또한, 발생할 수 있는 일들에 대해서는 미리 생각과 준비를 해두고 언제든 대응은 할 수 있어야 합니다만, 100가지 일이 발생할 수 있는 사안 중에서 어떤 단 하나의 사안에만 매몰되어 편견을 갖고 의사결정을 내리는 것은 비합리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선동 당하기 전에 생각하지 못했던 것


저희들에게 석유 고갈론을 설파하셨던 선생님들 역시 국제 투기자본 세력과 석유업자들에게 선동을 당한 것이었던 것입니다. 그러나, 지금에 와서는 결과론적인 이야기입니다만 생각의 거리를 한뼘만 더 늘려보았다면 의구심을 충분히 가질 수 있었습니다.

유전은 계속해서 새롭게 발견되며, 인류의 기술도 계속해서 발전합니다. 유전을 발견하는 기술, 시추 기술, 새로운 에너지원을 개발할 기술 그리고 에너지의 효율을 높일 기술 등이 있습니다.

물 오염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애초에 물을 덜 오염시키는 쪽으로 발전할 수 있는 가능성, 그리고 오염된 물을 정수처리 할 수 있는 가능성 등 다양한 가능성의 문도 열어놓고 생각을 했어야 합니다.

그리고 물을 사 먹는 지금 시점에 생각해 볼 점도 있습니다. 지금은 당연하게도 누구나 공짜로 쓰고 있는 자원들. 그러니까 공기나 바람, 눈, 비와 같은 것을 파는 시장도 큰 시장이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사실 공기를 사다 마신다는 이야기도 제가 태어나기 전 부터 나왔던 이야기고 이미 공기를 파는 업체들은 오래전부터 있어 왔습니다만, 아직 물 시장만큼 대규모 시장으로 키우지는 못하고 있습니다.

ESG, 기후변화 아젠다


원래 존재했건 존재하지 않았건 어떤 용어가 어느날 갑자기 사람들에게 급격하게 번지면서 회자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퍼뜩 떠오르는 단어 중에 웹2.0이 그랬습니다. 최근에 메타버스라는 단어도 그렇죠. 그리고 ESG도 그렇습니다.

메타버스나 ESG나 올해 들어서 갑자기 온 세상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 단어들은 몇몇 소수의 사람들에 의해서 오랫동안 연구되고 다뤄지고 있던 것들입니다. 

특정 용어가 이렇게 갑자기 이슈가 되는것을 촉발하는 것은 언론입니다. 몇몇 언론에서 크고 굵은 폰트로 몇번만 대서특필하며 사람들에게 '마 이게 유행이다!'하고 논조를 밀어 붙이면 실제 그게 유행이 됩니다. 그리고 그 뒤에는 보통 자본가들이 있습니다.

이런 패러다임이나 유행어는 자세하게 까보면 대부분 크게 색다를 것이 없습니다. 그러나, 자본이 뭔가 이들이 색다른 것 처럼 포장을 하고 돈이 몰리도록 만듭니다.

기후변화? 무섭지 않아?


환경에 대한 경각심, 그 중에 특히 기후변화에 대한 부분은 정말 수 많은 사람들이 오래토록 경고를 해오고 있는 부분입니다. 방구석 일개 블로거인 저는 제 마음대로 글을 쓰지만 환경과 관련한 연구를 하는 수 많은 기관 소속 연구원 분들과 교수님들은 여러가지 근거와 팩트를 가지고 말씀을 하시죠. 그리고 그분들이 내놓는 연구 결과와 팩트들은 그분들의 화려한 스펙과 콜라보를 이루면서 위압감과 권위가 넘치는 자료가 되어 전세계에 타전되어 활용됩니다.

특히 그 자료는 새로운 먹거리를 찾는 세계의 대자본가들에게 요긴하게 쓰입니다. 위에서 했던 이야기를 연결해보면 기후변화도 사람들에게 과도한 공포를 심어주면서 자본가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사람들을 이끌어가려는 시도중에 하나일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내 안의 작은 음모론 하나가 있습니다.

과거에도 엄청난 대기근들은 많았습니다. 지구상의 거의 모든 생명체가 멸절할 정도의 대혼란도 있었습니다. 저는 지구에서 일어나는 변화들이 오롯이 인간들의 활동 때문인건지에 대한 의문이 많습니다. 학자들은 몇몇까지 과거와 다른 패턴들을 들어서 사람들을 설득합니다. (물론 이분들의 위대한 노력 덕분에 인간들의 삶이 더 나아지는 것도 사실이고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최근의 환경 변화가 설령 사람들의 업보의 결과라 칩시다. 저는 그래서 발생하는 전염병의 증가, 기후의 변화 조차도 모두 우주와 지구의 자연 치유력이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가끔 블로그에서 언급하지만 인간들이 정말로 지구에 해를 끼치고 있다면 지구 입장에서 인간은 암세포와 같습니다(저 역시 지구에겐 암세포입니다). 인간을 때려 잡는 질병과 환경 요인들은 모두 지구 입장에서는 백신인 것이구요.

재미있는 것은 일단 지금까지 인간들은 여러가지 숱한 위기들을 넘기면서 인구를 불려왔습니다. 인간의 한계가 어디까지인지는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일단은 지구 환경과 인간의 대결에서 인간이 승리하여 꽤 오랫동안 번영하리라 생각합니다.

그렇다고 환경을 마구 파괴하면서 살자는 이야기는 절대로 아니니 오해가 없으면 좋겠습니다.

ESG? 사다리 걷어차기?


개인적으로 최근 중국이 하는 행동들을 보면 참 비호감입니다. 그렇지만 ESG는 확실히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도구로 사용될 수 있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저만 그렇게 생각하는 줄 알았는데 의외로 이렇게 생각하는 분들이 많아서 놀랐습니다. 역시 사람들의 생각은 다 비슷하구나 싶었습니다.

ESG. 명분은 아주 좋습니다. 거역할 수 없는 명분들입니다. 그리고 당연히 저희 주식쟁이들 입장에서도 ESG 점수가 높은 기업에 투자하는 것이 좋겠구요. ESG는 전문분야입니다. 꽤 오래전 과거부터 존재하던 개념입니다. 과거에는 CSR이 주목을 받았고 ESG는 크게 주목을 못 받았습니다. CSR과 ESG가 아주 다르냐고 하면 그렇지는 않지만 결은 또 다릅니다.

어쨌든 아주 커다란 틀에서 보면 올해 들어서 갑자기 ESG가 급부상 하는 가장 큰 이유를 저는 미중패권 경쟁을 꼽습니다. 미중패권경쟁 나아가 서방권의 국가들과 범중화권의 힘 싸움 중에 튀어나와 사용되는 카드 중 하나가 ESG입니다. 중국은 E, S, G 모든 부문이 취약합니다.

글로벌 시장을 주무르는 몇몇 연기금들은 ESG 가이드라인을 철저히 지켜서 투자합니다. 여기서 벌써 많은 중국 기업이 탈락합니다. 중국 입장에서는 E, S, G 무엇하나라도 지키기가 힘든 실정입니다. 환경을 지키면 가격을 앞세우는 중국산 제품들의 경쟁력이 떨어집니다. 사회와 지배구조 문제는 정말 풀기 힘든 문제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이런 관점에서 ESG를 바라보고 있습니다. 환경보호 같은 건 허울좋은 명분에 지나지 않는다고 보고 있습니다.

다만, 이익이 없으면 움직이지 않는 기업들에게 실제 ESG 지표가 투자 집행에 사용되는 것은 긍정적으로는 보고 있습니다. 그래서 기업들이 환경 문제에도 관심을 갖고, 나아가 지배구조 문제나 소액주주에 대해서도 부당한 행위를 할 가능성이 줄어들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ESG의 힘이 쎄져서 중국이 좀 변화했으면 좋겠습니다. 변할 가능성이 거의 없는 것을 알지만서도...

어쨌든, 실체적 진실이 무엇이 되었든 전 지구의 석학들과 자본가들, 그리고 큰 형님들이 똥을 된장이라고 주장하면 그것은 된장입니다. 투자자는 유연해야 합니다. 그래서 그렇게 받아들이고, 그 사람들이 주장하는 힘의 방향이 어느쪽을 향하고 있는지 더듬이를 세워두고 형님들에게 역행하지는 말아야 합니다.

형님들이 환경쪽에 돈을 쓸거라고 하면 저희 같은 소시민은 그 이야기에 잘 따르고 투자하면 됩니다.

기후변화에서 살아남는 법


곧장 내린 결론은 부자가 되는 것입니다. 고전 역사서를 보면 한 국가나 지역이 통으로 대기근을 겪는 경우를 많이 봅니다. 오랫동안 기근이 진행되면서 사람이 사람을 잡아 먹는 수준까지 도달하는 경우가 왕왕 서술되어 있습니다. 이 경우에도 그 지역의 통치자나 부자는 먹고 사는데 아무 지장이 없이 지냅니다. 대기근으로 백성들이 죽어 나가도 통치자는 맛있는 음식을 문제 없이 즐기며 평온하게 지냅니다.

이 사례만 놓고 봤을 때, '기후 변화로 환경이 아무리 변해도 부자들은 큰 문제가 없겠구나'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실제로 벌써 그런 일들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부자들은 맹렬한 폭염에도 하루종일 에어컨 바람을 맞으며 지냅니다. 그러나 에어컨을 돌릴 경제적 능력이 안되는 사람이나 국가의 사람들은 폭염에 쓰러져 갑니다. 

빙산이 녹으면서 해안저지대가 침수되기 시작하면 고지대의 땅 값이 당연히 올라갈테죠. 저도 생각한 부분인데 모 서울대 교수님께서 벌써 이 부분을 지적하셨습니다. 고지대의 땅값은 올라갈 것이고 자연적으로 해안가 저지대에서 주택 침수 피해를 입는 것은 가난한 사람들이 될 것이라고요. 뭐 이것 말고도 숱한 현상들이 생길 것입니다.

어쩌면 기후변화에 살아 남는 법으로 부자가 되시라고 말한 것은 매우 이기적이고 개인적인 생각일 수 있겠지만 사실 개인이 할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방법이기도 합니다.

급진적인 학자들은 지구가 이산화탄소로 뒤덮혀 가면서 금성처럼 죽음의 별이 될거라고 주장하기도 합니다. 그런 것에 공포를 느끼면서 지금을 살아가는데 스트레스를 받아가며 현재를 희생할 필요가 없습니다. 그렇게 되면 '그렇게 되는거지'라고 생각하고 현재에 충실하게 살아가는 것이 되레 현명합니다. 인류가 다 사라지고 다시 지구가 식으면서 새로운 생명체들이 지구의 주인이 되겠지요. 마음 편하게 생각하고 스트레스 없는 삶을 사는게 현명하다고 생각합니다.

500년 후 인류 멸망을 걱정하면서 현재 눈앞에 놓인 맛있는 음식을 즐기지 못하는 사람은 되지 않으면 좋겠습니다. 현재를 즐기면서 미래에 더 나은 삶을 후손들에게 물려주기 위해 공포보다는 냉철한 이성으로 대응해 나가면 좋겠습니다.

2021년 8월 29일
송종식 드림


2020년 12월 27일 일요일

2020년을 마무리 하며 (부제 : 함께해서 신기했고 다시는 만나지 말자)

2020년은 신기한 일이 줄줄이 벌어졌습니다. 먼 훗날 꺼내보기 위해서 경자년을 떠나 보내며 기억에 남는 것들을 기록으로 남겨둡니다.

전 인류가 같은 정서를 공유하다


세상에는 다양한 민족과 인종이 있습니다. 그들은 저마다 각기 다른 문화와 정서를 갖고 있습니다. 아주 작은나라에서도 지역마다 공유하는 정서의 결이 다 조금씩 다릅니다. 의외로 전 인류가 공통으로 갖고 있는 정서의 결은 많지 않습니다.

2020년에는 코로나 덕분에(?) 전 세계인이 비슷한 결을 갖는 정서를 공유하게 됐습니다. 순식간에 전세계로 번진 코로나19 바이러스는 전세계인의 삶에 엄청난 영향을 미쳤습니다. 이것은 현재를 살아가는 전 인류의 가슴에 깊이 새겨진 큰 사건입니다. 시간이 흐르고 먼 훗날, 세계인 누구를 만나더라도 2020년의 팬데믹을 주제로 올해를 추억하며(?) 이런 저런 이야기 나눌 수 있을거라는 생각도 듭니다.

유럽이나 동남아 모처에서 배낭가방을 메고 여행을 하다가, 여행 중 우연히 만난 외국인 친구와 올해를 추억하며 나누는 코로나 관련 담소가 탁자 위의 안줏거리로 전락하길 희망합니다.

우울과 회색으로 기록될 2020년


많은 지구인에게 2020년은 우울과 잿빛으로 기억될 것입니다. 이동이 제한 당하고 개인의 자유와 행동에 많은 제약이 따랐습니다. 세계 여행이 멈추고, 사람들과 교류도 멈춰버렸습니다. 모여서 웃고 떠들던 시기는 동화 속 이야기처럼 느껴지고 이제는 각자도생과 독거의 삶을 산지도 일년이 돼 갑니다. 마스크 없이 자유롭게 웃고 떠들던 시기가 그립습니다. 그래서 마스크를 안 쓰던 시절에 만들어진 영상물을 찾아서 돌려 보기도 했습니다.

아이러니하게도 한반도의 날씨는 평소보다 좋았습니다. 우리들의 마음은 잿빛이었지만 말입니다. 지구의 치유를 알리려는 듯 유독 파란 하늘을 볼 수 있는 날이 많았습니다. 공기도 깨끗했습니다. 여름에 부는 동남풍의 덕도 있었겠지만, 코로나 덕분에 중국의 공장들이 멈추면서 생긴 현상입니다. 우울해 하는 사람들을 위로해 준 유일한 요소가 날씨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어쨌든 2020년은 우울과 잿빛으로 역사에 기록될 것입니다

전 인류가 집단적으로 이토록 우울했던 시기는 세계대전 이후로 없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2020년 원더키디.. 얼마나 실현됐나?


2020년이 되고 상징적으로 끌어오는 만화영화가 있습니다. 사람들 입에 많이 오르내리는 '2020년 우주의 원더키디'입니다.

2020년 원더키디의 시간적 배경은 서기 2020년이었습니다. 저 만화가 방영하던 당시에 저는 너무 어렸습니다. 그래서 만화의 전반적인 세계관이나 스토리는 이해도 못했습니다. 지금도 만화 내용은 기억도 잘 안납니다. 뭔가 인공지능 로봇들과 총 싸움을 하고, 날아다니는 로봇(AI가 결합된 플라잉카의 미래버전?) 같은 걸 타고 다니고, 지구 밖으로 나가서 사는 사람들이 이끌어 가는 이야기라는 정도의 기억은 남아 있습니다.

기억이 가물가물해서 다시 찾아보았습니다. 어린이의 눈으로 볼 때와 어른의 눈으로 볼 때 다가오는 게 많이 다릅니다. 그리고 30여년 전 사람들이 생각한 게 지금은 얼마나 실현됐는지 현재와 비교해 보는 것도 재미있습니다.

[2020년에 보는 2020 우주의 원더키디]

사회가 나아가는 방향을 보면 만화에서 이야기하는 큰 방향성은 얼추 맞는 것 같습니다. 현실도 그 방향성대로 어느 정도는 가고 있습니다. 환경오염, 우주개발, AI로봇의 등장 등. 다만, 디테일하게 보면 만화가 현실보다 한참 앞서 있습니다.

현재 우리는 아직 지구밖으로 이주를 못했습니다. 이제야 재활용 로켓이 시험 발사 단계에 성공했고, 지구 대기권 여행 상품이 출시되는 수준입니다.

만화에서는 태양계 밖에 있는 행성을 발견해서 이주를 시도하고 있습니다. 만화에서도 아직 아주 멀리는 못 나갔지만 우리의 현실은 그 보다 훨씬 덜 나아간 수준입니다. 우리는 태양계 밖은 커녕 달이나 화성에도 아직 인류를 이주 시키지 못하고 있습니다. 부지런히 우주에 대한 연구와 도전이 일어나고 있는 만큼 언젠가는 가능하리라 봅니다.

인공지능 플라잉 로봇이 나오는데, 저건 몇년만 더 있으면 비슷하게 구현한 제품이 나올 것 같기는 합니다.

만화는 인공지능을 탑재한 로봇들이 각성하여, 새로이 발견한 행성에서 인류와 다투는 내용입니다. 지금도 얼마든지 충분히 벌어질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커다란 스크린이 달린 기계로 사람들이 어디서나 자유롭게 통신하는 건 지금 스마트폰을 보면 어느 정도 현실화 된 모습입니다.

이런 거대 담론은 차치하고라도 누가 2020년에 이런 신기한 일들이 일어날 줄 예상이나 했을까요? 마스크를 쓰지 않은 사람은 버스를 탈 수 없고, 공항이용객은 전년보다 99%나 감소하여 해외여행도 자유롭게 못하게 되는 날이 오게 될 줄 말이죠.

금융시장에선 어떤 일도 일어날 수 있다는 교훈을 새삼 되새깁니다. 그러므로 안전마진은 중요합니다. '무조건 상방으로 고!'만 외칠게 아니라, 일어날 수 있는 다양한 시나리오를 염두에 두고 투자를 해야하지 않나 생각합니다.

주식시장, 10년 경험치를 1년만에!


올해 주식 시장은 엄청난 기록들을 쏟아냈습니다. 기록적인 대폭락과 개인 투자자들의 엄청난 힘 그리고 유동성을 바탕으로 한 끝없는 강세장. 아주 카멜레온 같은 시장이었습니다. 주식 투자를 20~30년 해 온 선배 투자가들도 겪어본 적 없는 신기한 시장이라고 합니다.

저도 주변에 그런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10년치 시장을 1년간 압축한 시장'이라고요.

최근 1년여간의 코스피 지수(위)와 코스닥 지수(아래)의 흐름 <자료 : 삼성증권 MTS>

올해 3월 시장폭락을 계기로 시장에 진입한 개인투자자들이 엄청나게 많습니다. 그들이 압축된 10년치 시장을 경험한 것은 아니라는 생각을 조심스레 해봅니다. 아주 짧은 시간 차이이지만 적어도 올해 시장 폭락 전, 그러니까 1월이나 2월부터 주식 투자를 시작한 사람은 정말 단기간에 아주 많은 것을 경험하고 배웠을 시장이라고 생각합니다.

1월부터 3월까지 박스권 시장, 그리고 3월의 시장 대폭락, 4월부터 12월까지 끝도 없이 상승하는 시장. 그리고 상승하면서 중간 중간의 가격 조정. 올해 1월이나 2월에 주식투자를 시작한 분들은 앞선 선배 투자자들이 몇년동안 경험하고 배웠던 것들을 단기간에 체득하였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시장에서 퇴출되지 않고 살아남았다면 그 누구도, 그 어떤 책에서도 줄 수 없는 좋은 교육을 받은 것입니다. 돈으로 바꿀 수 없는 귀한 경험이라고 생각합니다.

단, 우려되는 것은 3월 저점과 여름 사이에 시장에 입성한 분들입니다. 이들은 오로지 상승장만 경험을 했습니다. '미국 주식은 무조건 오른다'고 맹신하는 것 만큼이나 이들이 경험한 '유동성 덕분에 주식 시장이 무너질 일은 없다'라고 믿는 것 또한 매우 위험한 발상입니다.

3월 폭락 후, 자산 시장 급등


경기부양을 위해 각국은 무섭게 돈을 풀어댔습니다. 팽창된 유동성은 거의 모든 자산의 가격을 끌어올렸습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부동산 공급 부족까지 맞물려서 부동산은 기형적인 상승을 이어갔습니다. 부동산 투자에 대한 규제가 심해지자 주식시장으로 뭉칫돈이 넘어왔습니다. 그러면서 주식 시장도 사상 최초로 2,800포인트를 돌파하는 등 멋진 상승세를 연출했습니다.

이외에도 유동성은 투자할 수 있는 대상 곳곳으로 돌아다녔습니다. 코인들도 돌아가면서 펌핑을 하고 있습니다. 시장에서 3~4년 가까이 소외되어 있던 저PBR주들까지 가격이 널뛰고 있습니다.

이전과는 정반대의 실물시장과 금융시장간 괴리


최근의 크고 작은 시장 붕괴는 주로 금융 시장 혼자 발작을 일으킨 경우가 많았습니다. IT버블도 그랬고, 2008년의 서브프라임모기지 사태로 인한 시장 붕괴가 그랬습니다. 그리고 짧은 주기로 등장하는 단기적인 시장의 가격 조정도 그랬습니다.

주식시장이 실물시장에 미미하게 영향을 미치기는 했어도, 대부분 주식시장이나 금융시장에 참여하는 사람들만 고통을 느꼈습니다. 시장에 참여하지 않는 사람들은 외외로 금융위기를 느끼지도 못하고 덤덤하게 지나간 경우가 많았습니다.

2008년 글로벌 주식 시장 붕괴 때, 우리나라 사람들도 그랬습니다. 주식 투자를 하는 사람들만 괴로워했습니다. 의외로 직장인들은 직장에 잘 다녔고, 자영업자들도 무리 없이 장사를 잘 했습니다.

그러나 이번에는 그 양상이 완전히 뒤바뀌어 나타났습니다.

팬데믹으로 사람들의 이동이 멈췄습니다. 필수소비재와 음식료에 대한 소비축은 온라인으로 이동하였습니다. 오프라인에서 장사하는 많은 사람들이 고통으로 신음하고 있습니다. 서울 시내 주요 상권도 마비되고 멈춰버렸습니다. 자영업자의 폐업이 속출하고 있습니다. 여행/항공 등 몇몇 섹터는 섹터 자체가 고사 위기에 처해있습니다. 일자리를 잃고, 갈 곳이 없는 젊은 여성들의 자살이 급증하고 있습니다.

이번에는 확실히 실물 경제가 타격을 받고 있습니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우리나라를 비롯한 전세계의 주식시장은 연일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각국 정부가 팬데믹으로 인해 경제가 붕괴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 대량으로 돈을 살포해서 그렇습니다. 소비심리와 실물경제가 살아나라고 돈을 살포했더니 소비 진작은 큰 효과를 얻지 못하고 있습니다. 자산 시장만 팽창되는 부작용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시장에 유동성이 넘쳐나니 주식, 부동산, 원자재 할 것 없이 가격이 급등하였습니다. 특히, 우리나라에서는 주식과 부동산 등 소위 '지대지분과 생산수단'으로 인식되는 모든 자산의 가격이 폭등하였습니다.

이번에는 과거와 반대로 주식시장과 금융시장에 참여중인 사람들은 환호를 외칠만한 한해였습니다. 그러나 실물경제에 참여중인 사람들은 대기업 직장인을 제외하고 모두가 벼랑끝에 몰려있는 상황입니다.

빚투(빚내서 투자)에 대해 생각할 점


투자를 해놓고 자고 일어나면 계좌 잔고가 불어나 있다고 '돈 복사기'라는 단어도 우스갯소리로 많이 회자가 되었습니다. 그만큼 돈의 값어치는 빠르게 떨어지고 그에 대비해서 자산 가격은 빠르게 치솟았습니다. 단지 급여 생활자들의 급여만 오르지 않고 있죠. 

상황이 이러하다보니 너도나도 자산 투자 시장에 뛰어들었습니다. 주식 투자에 대해서 부정적인 시각이 짙었던 우리나라 사람들이지만 올해는 달랐습니다. 길거리 어디를 가나 주식 투자 이야기를 하는 사람들로 넘쳐났습니다. 부동산 역시 투자 열풍이 대단했습니다.

시드(투자 여력이 있는 자금)가 부족한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영끌'도 유행했습니다. 말 그대로 영혼까지 남의 돈을 끌어다 투자한다는 것인데, 가용가능한 가족의 돈은 물론이고 사용할 수 있는 대출도 총동원해서 부동산을 매입한 청년들도 어마어마하게 많았습니다.

저는 일단 투자를 하는 것에 대해서는 매우 찬성입니다. 그러나 제가 언제나 언급하듯 '패닉셀', '패닉바잉'은 절대로 하면 안됩니다. 그저 시세가 오른다고 우르르 몰려가서 따라사고, 가격이 떨어진다고 공포감에 팔아버리면 투자를 통해서 좋은 결과를 얻기 힘듭니다.

자산의 가격이 계속 오르고, 남들은 돈을 버는데 나 혼자만 뒤쳐지는 것 같아서 급한 마음에 아무거나 샀다면 머지 않아서 꽤 고생을 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일단 서울의 아파트 가격은 장기적으로 우상향한다고 치더라도, 자산의 가격이 조정기에 돌입해서 4~5년을 하락하거나 횡보해도 버틸 수 있는 체력이 있어야 합니다. 만약 단기 상투를 잡았는데, 갑자기 대출 금리가 오르기 시작하고 아파트 가격이 지금부터 4~5년간 횡보를 한다면 이자와 세금을 내면서 버틸 수 있는지를 먼저 고려해야합니다. 지금 좋다고 항상 좋은 상황만 펼쳐지는 건 아닙니다. 

금융시장에서는 별의 별일도 다 일어날 수 있으니, 항상 안전마진과 여유를 갖고 있어야 합니다. 또 대자산가가 아니라면 진입시점도 고려해야 합니다. 마켓타이밍을 잴 수는 없지만 시장의 분위기는 파악을 할 수 있습니다. 남들이 부동산으로 고통을 받을 때 매입하는 것이 남들이 다 환호를 외칠 때 사는 것 보다는 나을 것입니다. 다소간 가격이 오른 상태라도 그게 낫습니다.

그리고 레버리지는 가급적 쓰지 않는게 좋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넉넉한 현금부자가 아니라면 부동산 투자는 레버리지를 동원해야 하는 측면이 있지만 주식투자자는 레버리지를 쓰면 그 끝이 대부분 안 좋습니다.

특히, 내 의지와 다르게 강제로 반대매매를 당할 수 있는 자금은 절대로 쓰면 안됩니다. 이왕 꼭 써야하는 레버리지라면 좋은 레버리지를 써야 합니다. 주식담보대출보다는 주택담보대출을 활용하는 것이 좋습니다. 거치기간이 길고, 안 좋은 시기에도 강제로 내 주식을 처분할 수 있는 권한이 없는 자금이어야 합니다. 그리고 그 마저도 비중을 50% 이내로 제한해서 쓰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개인적인 투자 복기


신기한 일이 많았던 2020년을 전반적으로 돌아보았습니다. 이제 투자와 관련해서 개인적인 생각과 복기를 간단하게 남겨두겠습니다. 

폭락에 흔들리지 않은점


3월 폭락장에 심리적으로 흔들리지 않은 것은 돌아보면 잘했던 것입니다. 그리고 여분의 현금을 모두 투입하여 주식 100% 비중을 유지하였습니다. 그 상태에서 폭락장을 잘 흘려보낸 것도 결과론적으로는 잘 한 것입니다. 폭락장이 올 때마다 제 블로그에서 하도 말씀드려서 이제는 특별할 것도 없습니다. 하락장이나 폭락장에 감정 동요없이 행동하는 것은 이미 오래전부터 잘 수행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그것만으로 올해 제가 발전했다고 여기기는 힘듭니다. 더 나은 투자자로 성장하고 투자를 더욱 잘 영위하려면 그 이상의 플러스 알파가 필요합니다.

시장에서 너무 빨리 내린 것


올해 가장 큰 실수는 시장에서 빨리 내린 것입니다. 물론 모든 비중을 내린것은 아닙니다. 늦봄부터 주식 비중을 조금씩 축소하기 시작해서 현금 비중을 30~40%정도 유지하였습니다. 마켓타이밍을 재기 위함이 아니라 보유하고 있는 종목 중 부담되는 것을 줄이고, 사고 싶은 종목은 별로 보이지 않아서 그랬습니다.

기업들의 실적이 이렇게나 좋을지 모르고 시장이 적정 수준으로 돌아왔다고 생각한 것은 저의 오만함과 착각에 불과했습니다. 또한, 막강한 유동성의 힘을 눈으로 보고도 믿지 않고 무시하였습니다.

아직 올해 마지막 거래일이 4일 정도 남았습니다만, 현재까지 수익률 정산을 하니 올해 수익률은 29%~30% 사이 정도가 될 것 같습니다. 코스닥 지수에 크게 뒤쳐져서 남사스러운 수준입니다만, 기록차원에서 남겨둡니다.

결과론적으로 보면 너무 일찍 현금 비중을 높이는 바람에 강세장을 100% 누리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과정론으로 보면 리스크 관리를 하면서 이 정도 수익을 올린것에 만족합니다.

하락장과 폭락장에서는 심리적으로 아무렇지도 않고 그 시기를 덤덤하게 잘 보내는데, 반대로 강세장이 지속할 때는 밸류에이션 부담이 높아졌다고 판단되는 종목을 빨리 팔고 내리는 경향이 있습니다. 보통은 저평가에 매입한 주가가 차곡차곡 상승해서 약간의 오버밸류 상태를 유지하더라도 기업의 성장성이 살아있고 미래가 여전히 밝다면 팔지 않고 보유를 하는 편입니다. 

그러나 올해는 오버밸류 상태에서도 유독 순간적으로 급등하는 종목들이 많았습니다. 순식간에 상한가 근처에 갔다가 이내 윗꼬리를 길게 달고 내려오는 패턴이 워낙 많아서 이런 경우에는 비중을 조금 축소하는 것으로 대응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이런 현상 조차도 초월해서 조금 더 끌고 나갈 수 있어야 더 멋진 투자자로 성장할 수 있을테니 더 훈련이 필요한 부분입니다.

물론 이 역시 결과론적 발언이고, 자칫 마켓타이밍을 재는 시도를 하려할 수 있으며, 적정가에서 오버하면 매도한다는 원칙을 깰 가능성이 있습니다. 여러가지 딜레마가 수반되는 부분이므로 더 궁리하고 연구를 해 보아야 할 것 같습니다.

만약에, 거품까지 다 취하겠다고 원칙을 깨고 오버밸류 된 상태에서 끝까지 홀딩을 하였는데 시장이 폭락하여 수익률이 +200%에서 -10%로 반전되면 그때는 또 다른 이야기를 하게 되겠지요. 그래서 투자가 어려운 것 같습니다. 기업과 반영구적으로 함께 성장할지, 소위 시세를 줄 때 수익실현하고 이익을 취할지. 미래에 가 본 사람이 아닌 이상 누구도 알 수 없는 부분입니다.

전통적 저PBR 투자자들도 숨통 트이다


저PBR주 이야기를 할 때 마다 항상 하는 이야기를 또 한번 언급하고 넘어가야겠습니다. 저PBR주 투자자들은 투자를 할 때, PBR과 PER만 보고 투자하지는 않습니다. PBR이나 PER은 투자자가 기업을 분석할 때 참고하는 수 많은 지표 중 하나일 뿐입니다. 기업에 대한 방대한 분석과 팔로업을 하면서 현재 가격 상태가 얼마나 찌들어있는지(저PBR)를 체크하는 용도로 참고하는 수 많은 지표 중 하나가 PBR일 뿐입니다.

그리고 저PBR 투자자라고 해서 성장을 외면하지 않습니다. 저PBR 투자자들도 성장을 좋아합니다. 

그리고 저처럼 포트폴리오의 일부는 전통 저PBR 종목에 투자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제가 잘 아는 성장섹터(SW/인터넷) 같은 분야에 투자하는 혼종 투자자들도 많습니다. 넓은 범주에서의 투자원칙에만 부합한다면 종목과 섹터를 가리지 않고 투자하는 것이죠.

어쨌든, 2020년 여름전까지 3~4년의 시간은 전통적 가치투자자들에게 지루하고 힘든 시간이 아니었을까 생각합니다. 시장은 계속 성장만을 외치고, 고평가라고 생각한 종목은 더욱 고평가가 되는 장세가 지속했습니다. 그러면서, 전통적으로 '싸고 단단하다'라고 여겨졌던 회사는 힘을 못 쓰던 시기였기 때문입니다.


유동성의 힘인지 뭔지는 몰라도(일부 종목은 경영권 분쟁, 실적 성장 등 확실한 상승 모멘텀이 존재하였음) 올해 중순부터는 전통적인 가치투자자들이 좋아하는 저PBR 종목들마저 신고가를 돌파하는 종목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모처럼 전통적 가치투자자들도 숨통을 튼 시기가 2020년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10여년만의 애플발 먹거리?


2007년. 웹2.0 열풍이 한창이던 때. 스티브잡스의 멋진 프레젠테이션 이후 세상에 나온 아이폰. 아이폰의 등장 이후 10여년간 세상은 완전히 변했습니다. 그런 변화의 물결을 예상하고 스마트폰 부품주, 스마트폰 게임주 등에 올라탄 투자자들은 단기간에 막대한 부를 획득했습니다. 제 주변에도 그 흐름에 잘 올라타서 큰 부자가 되신 분들이 많습니다.

'종사자의 함정'이라고 할까요? 저도 당연히 해당 섹터의 종사자 겸 테크긱(geek)이고 그런 시대의 변화에 매우 큰 공감을 했습니다만, 결과적으로 투자로 큰 이익을 얻지는 못했습니다. 당시 제 투자관에도 문제가 있었고, 과감하게 도전하지도 못했습니다. 대신 다른 전통적인 종목들로 아쉽지 않게 수익을 내기는 했지만 여기에는 두가지 아쉬움이 있습니다. 1) 당시에는 저평가 된 성장가치주가 많아서 뭘 사도 수익을 잘 찍었고, 2) 그렇다고 해도 당시 게임체인저였던 스마트폰 관련주 투자에 비할바는 아니었습니다.

Aristomenis Tsirbas씨의 iCar 상상도

중간에 바이오 큰 장도 들어섰지만 바이오는 아무리 봐도 제 능력치 안에서 분석이라는 것 자체가 안돼서 패스하였고, 2021년! 10년만에 큰 먹거리 장터가 하나 들어선 것 같습니다. 그것도 역시 10년 전과 마찬가지로 애플발 먹거리입니다.

이번에는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잡아보고자 제대로 칼을 갈고 있습니다. 이미 전기차 관련 섹터, 이차전지 섹터는 가격이 상당히 올라 온 상태이지만 시야를 애플카를 중심으로 놓고 거기서 파생되는 비즈니스까지 확대해 보면 큰 수익을 취할 수 있는 잠재적인 기회들이 많이 묻혀있다고 생각됩니다. 이제 시작하는 분야이니 기대를 갖고 공부해 보고 있습니다.

ESG, 우주


ESG 투자는 거스를 수 없는 시대의 흐름이 되고 있습니다. 저도 올해 중순부터 ESG에 대해서 공부를 해오고 있습니다. 내년에는 저만의 ESG 매트릭스를 만들어서 실제 투자에 적용을 해 볼 생각입니다.

발사되는 스페이스엑스의 팰컨헤비 <사진 : SpaceX>

그리고 기다리고 기다리던 대우주시대가 내년부터 열리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무인위성을 쏘고, 화성에 실험용 로봇을 보내는 수준이 아니라 그 이상의 것들을 해내는 원년이 될 것 같습니다. 우주 관련해서도 큰 장이 들어설 것을 대비해서 공부를 하고 있습니다.

신규상장 주 투자, 역시는 역시..


제 원칙 중 하나는 가급적 신규 상장된지 3년이 넘지 않은 회사는 투자하지 않는 것입니다.  그 이유에 대해서는 이미 블로그와 유튜브를 통해서 자주 말씀드렸습니다. 

개인적으로 압도적으로 싸거나, 압도적으로 성장성이 있는 종목을 좋아합니다. 그러나 신규 상장주는 이것을 가늠하기가 일단 힘듭니다.

올해는 지인과의 친분과 정에 이끌려 그 원칙을 깨고 신규 상장주에 투자를 했는데 성과가 좋지 못합니다. 다행히 포트폴리오 내에서 비중은 크지 않지만 원칙을 깨면서 찝찝한 마음이 생긴다면, 아예 안하는 게 맞는 것 같습니다. 정에 이끌려 업무를 수행한 아주 초보적인 실수를 했던 기록도 남겨둡니다. 다만, 회사가 나쁜 회사는 아니기에 당분간은 조금 더 지켜 볼 생각입니다.

지수예측에 대해


연말이 되니 내년도 시장과 지수 예측을 하는 사람들이 부쩍 늘었습니다. 저는 그런 대단한 능력은 없습니다. 시장이 유동성의 힘을 받고 하늘을 뚫고 올라갈지, 이런저런 핑계를 대면서 갑자기 무너질지, 아니면 옆으로 횡보를 할지 그런 건 알지도 못하고 알수도 없는 일입니다.

다만, 피터린치의 칵테일 파티 이론을 들고 들어오면 경계를 해야하는 분위기는 맞는 듯 합니다. 너도나도 주식투자 이야기를 합니다. 또 그것을 넘어서 여기저기서 돈 벌었다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모두가 빚투와 상승장에 도취되어 있습니다. 이럴때 시장이 하루나 이틀 정도 큰 가격 조정을 받으면 반대매매가 터지고, 또 반대매매가 반대매매를 부르는 급락장이 연출될 가능성도 없지 않습니다.

무리한 빚투만 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언제나 그랬던 것 처럼, 좋은 기업은 쭉 보유하고, 싼 기업이 있으면 매수하고, 포트폴리오 조정이 필요한 부분은 조심스럽게 조정을 해나가면서 평소와 다름없이 행동하면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이상하고 신기했던 2020년 한해 고생 많으셨습니다.

2020년 12월 27일
송종식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