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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11월 11일 금요일

세계 최초의 증권거래소 (가장 유용하고 공정하며 고귀한 사업의 역사)

최초의 주식 탄생과 그 배경에 대한 성찬


출처 : 네이버 책
주식 투자의 역사가 네덜란드에서 시작했다는 점은 널리 알려진 사실입니다. 주식을 최초로 발행한 주식회사가 네덜란드 동인도 회사(이하, VOC)라는 점 역시 마찬가지구요.

한국어 컨텐츠 중에서는 가끔 다큐멘터리나 몇몇 책자를 통해서 VOC와 증권거래에 대한 이야기를 다룬 바 있습니다. 그러나 이 책처럼 당시 상황을 이토록 자세하고 심도 있게 다룬 컨텐츠를 개인적으로 접해보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저는 1600년대 네덜란드에 있는 것 같은 생생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저자가 암스테르담의 무역과 주식 거래에 대한 논문으로 박사 학위를 받은 사람이기 때문에 책의 내용이 얼마나 디테일하고 방대한지는 굳이 제가 설명드리지 않아도 책을 읽다보면 자연히 아시리라 생각합니다.

덧붙여, 이 책은 번역을 진행한 조진서님도 대단한 분입니다. 아무리 좋은 원서라도 제대로 번역이 되지 않으면 폐지로 전락합니다. 한강 작가님이 쓴 '채식주의자'가 영미권에서도 대히트를 쳤습니다. 이를 번역한 데보라 스미스도 일약 영미권에서 스타덤에 올랐습니다. 이런 것만 보더라도 번역의 중요성은 말할 것 없이 중요합니다.

조진서님은 옥스포드 유학 경험이 있고, HBR한국어판 디렉터, DBR기자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영어를 잘 다루시는데다 경제 상식이 풍부한 역자가 번역에 참여해서인지 내용 자체도 매끄럽게 읽혀져 내려가고 번역도 전문적으로 잘 돼 있어서 원서의 풍미를 그대로 잘 끄집어 낸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안방에서 편안하게 주식을 거래하기까지..


현대 사회에서 주식 거래를 하는 것은 매우 편리합니다. 컴퓨터나 스마트폰을 통해서 터치나 클릭 한번이면 주식을 사거나 팔 수 있습니다. 우리가 이렇게 편리하게 주식 투자를 할 수 있게 된 것은,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자면 1602년에 네덜란드에서 설립된 VOC 덕분이라고도 할 수 있을까요? 수 많은 시행착오와 많은 사람의 피땀 덕분에 지금 우리가 안방이나 길거리에서 편안하게 주식 투자를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거대한 틀과, 세부적인 규정들이 하루 아침에 만들어진 것들은 아니겠죠.

우리나라는 임진왜란이 막 끝나고..


1592년 우리나라는 임진왜란에 휩싸입니다. 이후 1598년이 돼서야 임진왜란이 끝납니다. 임진왜란 직후 우리나라에 남겨진 것은 경작지의 황폐화, 인구의 감소 등 전쟁의 커다란 상처뿐이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임진왜란이 끝난지 4년째 되던 1602년. 그 시기에 네덜란드는 VOC라는 주식회사를 만들었습니다. 말자하면 세계 최초의 현대적 대기업의 모습을 갖춘 회사였고 주식회사였습니다. VOC는 누구나 주주로 참여할 수 있도록 공개적으로 주주모집을 했습니다. 1600년대 초반에는 아시아 구석구석 무역도 열심히 했습니다. 당시에는 VOC도 조선의 존재를 알고 있었습니다. 일본 역시 중간 무역을 부지런히 했습니다.

그러나 당시 우리나라는 쇄국정책을 펴고 있었고, 중간무역으로 먹고 살던 일본이 VOC가 조선과 교역하는 것을 반대했기 때문에 VOC가 조선과 교역하는 것은 실패했습니다.

이후에도 VOC 본부에서는 조선과 교역하기 위해 'Corea'라는 이름의 무역선까지 건조했으나 조선과 교역하지 못하고 다른 지역으로 운항됩니다.

한국에 주식회사 제도가 소개된 것은 거의 200여년이 지난 1880년이었고, 한국 최초의 거래소는 1920년 초반에 만들어진 조선취인소입니다.

현대적인 증권 발행과 거래룰은 이 시기에 거의 다 완성


VOC 역사를 보면서 놀라운 점은 이미 1600년대에 현대적인 증권관련 제도, 규칙, 그리고 매매 기법과 같은 것들이 거의 다 만들어져 나왔다는 것입니다.



공개시장에 증권 발행


VOC가 출범하기 이전에도 동방무역을 하는 프리컴퍼니들은 많이 있었습니다. 이들은 살아서 돌아올지 아닐지, 살아서 돌아 온다면 괜찮은 성과를 가지고 올지 아닐지도 모르는 큰 리스크를 안고 항해를 떠났습니다. 비록 리스크는 있었지만 이들은 돌아오는 배에 돈이 될만한 것들을 잔뜩 싣고 돌아왔습니다. 그러다보니 자국내 프리컴퍼니들 간 경쟁이 심해졌습니다.

정부는 자국 프리컴퍼니들 간의 경쟁은 좋지 않다고 보고 이들을 모두 통합해서 국가가 관리하는 체제로 가게됩니다. 출범하게 되는 이 하나의 통합된 거대회사가 바로 VOC입니다. 6개 도시의 상인들이 이 결정에 동의해 준 대신 네덜란드 정부는 VOC에게 해상 무역 독점권을 전부 안겨줍니다. 네덜란드에서는 그 어떤 다른 회사도 VOC의 권리를 침해하지 못하도록 보호해 줍니다.

VOC는 사업을 하기 위해서 막대한 자금이 필요했습니다. 그래서 세계 역사상 최초로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주주가 될 수 있는 기회를 줍니다. 주식 청약은 성공적으로 끝났고 650만 길더의 자본금이 만들어졌습니다. 650만 길더를 구성하는 주주들은 적게는 몇백길더를 투자한 가정부부터 크게는 몇만 길더를 투자한 큰 부자까지 다양한 사람들로 구성됐습니다. 모든 사람들에게 회사의 지분을 살 수 있는 기회를 준다는 것은 당시로서는 획기적이고 놀라운 발상이었습니다. 이것은 훗날 현대적인 공개시장에 상장된 주식 회사들의 기초가 됩니다.

최초의 트레이딩


VOC의 지분을 타인에게 최초로 양도한 사람은 얀 알레츠 토트 론덴이라는 사람이었습니다. 청약이 끝나고 대략 6개월 후인 1603년 3월 3일에 발생한 거래입니다. 2,400길더의 청약받은 지분을 마리아 반 에그몬트라는 사람에게, 나머지 600길더를 반 바르숨 부인에게 팔았습니다. 이 사람이 VOC의 첫 무역선이 출항도 하기전에 지분을 판 이유는 회사의 전망을 나쁘게 봐서는 아니었습니다. 당시, 청약은 돈 한푼 없이도 할 수 있었습니다. 따라서 얀 알레츠는 돈 없이 청약만 한 상태였고, 실제 청약금액을 납부하기에 3,000길더는 너무나 큰 금액이어서 부담됐습니다. 그래서 대금 납부 의무가 발생하기 전에 미리 지분을 매도한 것입니다.

니우어 브뤼흐 다리


지분 거래가 조금씩 발생하면서 생긴 문제는 상인들 간에 매수자와 매도자를 찾는것이 매우 어려웠다는 것 입니다. VOC의 주당 가격은 아직 표준화 되지 않았고, 거래 상대방도 스스로 찾아 다녀야했습니다. 사람들은 니우어 브뤼흐 다리로 모여들기 시작했습니다. 니우어 브뤼흐 다리에서는 거래 상대방을 찾기가 수월했고 점차 트레이더들이 지분을 거래하는 장소가 되기 시작합니다.

선도거래


당시에는 회사의 지분을 보유한 주주라고 해서 주식을 보유한다는 개념은 없었습니다. 왜냐하면 지금처럼 물리적인 증서나 증권 형태의 것이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VOC의 주주라면 동인도하우스에 비치된 주주명부에 몇주의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지 이름이 기재되는 수준이었습니다.

간혹 청약대금을 납부한 영수증이 발견되면 가끔 '최초의 주식을 발견했다'는 식의 신문 기사가 나오지만 엄밀하게 말하면 영수증이 주식일수는 없습니다.

매번 지분 거래를 할 때마다 동인도하우스까지 가서, 공증인을 불러놓고, 지분 거래를 하겠다는 계약서를 쓰는 것은 여간 불편한 일이 아닙니다. 따라서, VOC 지분 거래자들은 점차 선도거래를 선호하는 양상이 생겼습니다. 주주명부는 나중에 바꾸고 증서를 사고 팔 수 있는 권리를 거래하기로 합니다. 이는 실로 편안한 방법이어서 후에 VOC의 지분거래가 늘어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합니다.

루머


당시는 지금처럼 손가락만 움직여도 정보가 쏟아지는 시대가 아니었음은 당연합니다. 그러나 당시에도 사람은 사는 시대였으므로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는 정보의 흐름은 있었습니다. 특히나 많은 루머들이 투자자들 사이를 돌아다녔고 이런 루머들은 실제 거래되는 VOC의 지분 거래 가격에 변동을 심하게 주기도 했습니다.

지금처럼 속 시원히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시대가 아니었으므로 사람들은 늘 정보에 목 말라 했습니다. 그 일례를 들면 라이덴이라는 작은 도시에 사는 렘페뢰르라는 사람이 있었습니다. 그는 동방무역에 관심이 많았고 VOC지분에 투자한 투자자였습니다. 그는 암스테르담이나 기타 여러곳에서 발생하는 정보를 늘 궁금해했습니다. 그에게는 벨라에르라는 이름을 가진 처조카가 있었습니다. 벨라에르는 종종 삼촌에게 들르거나 편지를 써서 실크 가격과 VOC에 대한 정보들을 전해주곤 했습니다. 당시에도 이런식으로 정보가 유통되었습니다. 벨라에르는 부자 상인들이 많이 활동하는 지역에 살기도 했고 본인 스스로도 VOC지분 거래가 활발히 일어나는 니우어 브뤼흐 다리에 자주 가서 여러가지 정보들을 얻어오기도 했습니다.

투자자들에게 또 중요한 정보는 스페인과의 전쟁 관련 내용, 휴전 여부의 내용, 투자한 배가 돌아오는지 여부, 돌아온다면 어떤 상품을 싣고 돌아오는지와 같은 다양한 것들이었습니다. 이런 것들과 관련해서 시장에는 늘 여러 루머가 돌았고 이는 VOC지분 가격에 영향을 미쳤습니다.

배당


투자자들은 배당에도 관심이 많았습니다. 과거 프리컴퍼니 시절에는 떠났던 배가 돌아오면 막대한 이익금을 투자자들에게 배분해주고 곧바로 회사가 청산되었습니다. 프리컴퍼니 시절 짭짤한 배당의 기억을 잊지 못했기 때문에 투자자들은 VOC에서도 큰 배당 이익을 기대했습니다.

하지만 투자자들의 기대와 달리 VOC의 첫 배당은 지연되기만 했습니다. 첫 배당의 공지는 청약이 있은지 7년 후의 일이었고 실제 배당은 다시 그 이듬해 4월에 지급되었습니다. 그러나 현금으로 지급된 것이 아니라 메이스라는 향신료로 지급이 되었습니다. 당시 주주들이 갖고 있던 지분 가치의 75% 가치에 해당하는 메이스가 배당으로 지급되었습니다. 이 메이스를 일정 기간 찾아가지 않으면 추후에 더 많은 배당을 가져갈 수 있는 권리를 주었습니다.

VOC의 이사진들이 사업 초기에 현금 배당에 인색했던 이유는 프리컴퍼니들과 달리 VOC는 기업이 영원히 존속되길 바랬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배당을 하는 대신 수익을 CAPEX로 재투자했고 VOC는 날로 커져갔습니다.

공매도


네이키드 숏셀링(이하, 무차입 공매도 또는 공매도) 기법도 이때 등장합니다. 그리고 르매르라는 사람도 등장합니다. VOC보다 먼저 설립돼 활동하고 있었던 프리컴퍼니 중 '14척의 배 회사'라는 무역회사가 있었습니다. 르매르는 이 회사의 이사였습니다. 자본금 170만 길더의 이회사는 여러 편의를 생각해서 후에 설립된 VOC에 흡수합병 되기로 결의합니다.


르매르는 VOC의 초기 설립에도 관여를 하고 지분도 85,000길더나 보유했습니다. 그러나 이 지분은 VOC의 이사들과 분쟁이 생겨서 팔지 못하는 상황이었습니다. 그런 상황에서도 르매르는 상인들에게 지분을 팔기로 약속하고 선금을 받고 에그몬트 안 덴 호프라는 도시로 도주해 도피 생활을 합니다. 여튼 어떤 이유에서인지는 모르겠지만 르매르는 VOC의 이사들로부터 박해를 받는다 생각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그가 발견한 여러 항로는 복잡한 여러가지 일이 얽혀 법적으로 사용도 못하는 처지였습니다.

그는 VOC를 상대로 복수를 계획합니다. 굳이 큰 비용과 리스크를 들여 경쟁 회사를 세우거나 하는 방법이 아니었습니다.

르매르의 계획은 이랬습니다. 본인만 일을 실행하면 VOC의 이사들이 눈치를 챌게 뻔했기 때문에, 9명의 공범자들을 트레이더로 모았습니다. 이 10명의 팀은 VOC의 지분을 한꺼번에 매도하면서 시장 가격을 끌어내리기로 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선도거래가 동원됐습니다. 그리고 그와 더불어서 회사 경영과 주가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칠만한 아주 나쁜 소문들도 함께 시장에 뿌리기로 하였습니다.

주식시장 최초의 공매도입니다. 이들은 차입하지 않은 지분을 적극 이용했으므로 무차입 공매도 기법도 이때 처음 사용되었습니다.

소액주주 운동


르 매르가 사용한 선도거래 기법은 이제 트레이더들 사이에서 널리 알려져 사용되었을 뿐 아니라 르 매르 일당의 무차입 공매도 공격 역시 VOC 이사진들은 분노하고 있었습니다.

VOC 이사진들은 암스테르담 관할 홀란트 주의회에 악독한 공매도 행위에 대해 고발하는 내용을 담은  청원서를 제출했습니다. 많은 고아와 과부들이 VOC 투자에서 나오는 수입으로 생활하고 있음을 이유로 들었습니다. 이 논리는 사회적 호응을 얻었고 르 매르 일당은 악당 이미지가 되었습니다. 사실은 VOC이사진들 자신들이 VOC 지분을 많이 보유하고 있었으므로 자신들의 이익을 지키기 위한 청원이었습니다.

청원서에는 추가적으로 르 매르 일당의 공격으로 실제 VOC가 위험해 질 수 있으며 VOC가 청산되기라도 하면 지금 네덜란드가 누리는 영광의 시대도 끝나므로 르 매르 일당은 공공의 적이라고 묘사했습니다.

한걸음 더 나아가서 공화국 의회에 무차입 공매도를 금지하는 법률을 만들어 달라고 요청했습니다. 선도거래 계약 시점으로부터 한달이내에 VOC 사무소에 거래내용이 신고되도록 해달라는 내용이었는데 이렇게되면 모든 선도계약을 VOC이사진이 관리할 수 있게 되고 무차입 공매도도 막을 수 있게됩니다.

그러나 이렇게 되면 VOC지분 거래 시장은 죽게될터였습니다. 당장 주식 중개인들의 반발이 거셌습니다. VOC지분을 거래할때마다 VOC 사무소에 가서 일일이 장부에 이름을 쓰고 지우고 하는 번거로움을 없애고자 선도거래를 하는건데 선도거래 마저 이렇게 하게 되면 아무런 의미가 없기 때문입니다. 거래 시장은 붕괴될게 뻔했습니다.

거래자들을 내세운 르 매르 일당 역시 청원서를 제출했습니다. 주가가 떨어지는 것이 공매도 때문만은 아니고 VOC의 무능한 경영진과 이사진들이 문제라는 내용을 담았습니다. 또한 경영진들은 회사의 비용을 무분별하게 쓰고 있고 부도덕하다고 비난하는 내용도 담았습니다.

르 매르의 공매도 활동부터 이런 전반적인 활동은 현대의 소액주주 운동의 시초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주가 조작과 장부 조작


람프는 1602년 VOC가 설립될 때 부터 암스테르담 사무소의 회계장부 책임자로 일해왔습니다. 부업으로 주주들간의 지분 거래가 있을 때 마다 이를 기록하는 업무도 맡았습니다.

지분 거래 기록은 VOC이사들을 증인으로 세워야 업무 진행이 가능했습니다. 몇년간 람프는 일을 잘 해왔습니다. 그리고 지분 거래가 있을 때 마다 이사들을 불러야 하니 이사들 본인도 번거롭고 람프도 이게 슬슬 번거로워졌습니다.

문제는 여기서 생겼습니다. 이사들은 지분 거래가 있을 때마다 왔다갔다하는게 귀찮으니 장부를 확인도 하지 않고 대충 싸인만 하고 냅다 자기방으로 가 버렸습니다. 어쨌든 이사들의 싸인이 있어야 거래가 가능했으니 이사들은 이런식으로 싸인만 대충해주는 식으로 업무가 진행되었고, 사실상 지분 거래 장부는 람프 혼자 관리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였습니다. 장부의 최신 내용도 람프만이 알고 있었죠.

르 매르의 작전팀 멤버이던 한스 바우어는 르매르와 진행하는 공매도 업무가 따분했습니다. 한스 바우어 생각에 장부를 조작해서 가짜 지분을 팔면 아예 떼돈을 벌 것 같은 계산이 생겼습니다. 한스 바우어는 람프와 결탁하여 장부 조작 작전을 개시합니다. 이들은 1610년 3월 말까지 약 33,300길더의 유령 지분을 트레이더들에게 팔아 큰 돈을 챙겼습니다. 당시 바우어가 1년간 고급저택을 빌리는데 들어간 비용이 300길더이니 얼마나 큰 돈을 가로챘는지 알 수 있습니다.

헨드릭 데 카이저 거래소의 등장


1611년 담 광장 남쪽 로킨 가에 세워진 상업거래소 건물입니다. 이 건물이 세워지면서 이제 VOC지분 거래자들은 니우어 브뤼흐 다리 위나 성 올라프 성당에 가지 않아도 됐습니다. 다리위는 온갖 상인들이 뒤엉켜서 엉망이었습니다. 거래소가 등장하고나서 한결 더 좋은 환경에서 거래자들이 모여 수월하게 거래를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안타까운점은, 새로 지어진 상업거래소 건물은 튼튼하게 지어진 듯 했지만 바닥이 자꾸 허물어져서 지어진지 얼마 못 가서 철거됩니다.

그 외 사건들


앞에서 일부 살펴본 것 처럼 VOC의 운영과 지분 거래 과정에서 현대적 주식 투자의 다양한 법률과 규칙과, 금융 기법들이 대부분 만들어졌습니다.

앞에서 일일이 언급하지 못했지만 책에서는 더욱 다양한 이야기들을 담고 있습니다.

동방 무역 활성화로 인해서 거래가 활성화되며 버블 징후가 나타나고, 여러가지 정치, 경제적 변화와 시장 붕괴로 공황이 오고, 주가가 폭락하자 매수자의 매매 무효 소송이 생기기도 했습니다. 또한, 마켓 메이커들도 나오고 표준화된 거래 개념도 등장합니다. 주식을 담보로 한 대출 제도도 생기고, 초보적인 옵션과 레버리지 개념의 거래 방법도 등장합니다. 본 포스팅에서 언급하지 못했지만 책을 보시면 더욱 디테일하고 역동적인 초기 주식 투자 이야기를 접할 수 있습니다.

네덜란드의 전성기를 함께하다


17세기는 네덜란드의 황금기였습니다. 얼마 후, 세계 최강대국이 되는 영국과의 해전에서 승리했고, 운하가 완성됐으며, 사회 각 분야가 고르게 성장했습니다. 이를 토대로 무역업 역시 번영했고, 구매력이 떨어지는 타 유럽국가들과는 달리 네덜란드 특히, 암스테르담 시민들의 구매력은 나날이 향상됐습니다. 투자 여력이 높아진 네덜란드 국민들은 VOC 지분에 투자를 했고 VOC 지분 가격은 버블 수준으로 급등하기도 했습니다.


출처 : 나무위키 (역사상 최대 규모의 시총을 자랑하는 동인도회사)

동남아, 동북아, 남아공 등 지구 곳곳 다양한 곳에 진출하여 무역을 하던 네덜란드는 북아메리카에도 진출합니다. 북아메리카에는 1612년에 진출하여 '뉴암스테르담'이라는 도시를 만듭니다. 그 도시는 현재 뉴욕입니다. 이렇듯 지구의 바다를 누빈 VOC의 전성기는 네덜란드의 최전성기를 이끌었습니다.

주식 투자의 본질을 이야기하다


17세기 암스테르담은 우울한 중세도시의 전형이었습니다. 그 안에 사는 사람들은 현대적인 주식 투자 용어들을 이미 다 알고 있었고, 어디에서 누굴 만나도 주식 이야기 뿐이었습니다. 책에서는 당시 주식 열풍을 '스포츠'에 비유했습니다.

이 책을 읽다보면 당시 암스테르담의 투자 열기를 느낄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 뿐 아니라 주식 투자의 본질을 자연스레 체득할 수 있습니다.

초기 기업은 늘 자금이 필요합니다. 자금은 외부에서 두가지 방법으로 조달합니다. 돈을 빌려서 빚을 지거나 보통주 투자자들을 모아 자본금을 확충하는 방법입니다. VOC는 영리하게도 빚을 지지 않고 지분을 팔아서 자본금을 확보했고 대기업이 최초로 일반들을 주주로 끌어모은 사례가 됩니다.

크고 작은 돈을 회사에 투자하고 지분을 확보한 투자자들은 아시아로 떠난 배가 돌아올지 아닐지도 모르는 불확실성에 모험을 겁니다. 배가 돌아오면 투자한 돈은 몇배로 불어날수도 있고 배가 중간에 침몰하거나 회사가 망하면 돈을 잃는데, 현대의 주식투자가들이 회사에 투자를 하면서 겪는 리스크도 이와 동일합니다.

책을 읽다보면 투자에 따르는 본질적인 리스크는 무엇인지, 주가는 무엇에 따라 움직이는지, 배당은 어떻게 결정되는 것이고 배당이 투자 심리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루머는 시장에서 어떻게 유통되고 시장에 영향을 미치는지 등 투자와 관련된 다양한 이야기를 자동적으로 인식할 수 있게 됩니다. 투자 기술을 다룬서적도 아니고 역사책에 가까운데도 불구하고 투자와 관련된 기본적인 것들을 배울 수 있습니다.

목차


  • 세계 최초의 증권거래소
  • 17세기 연표
  • 주요 인물 및 주요 장소
  • 암스테르담 지도
  • 책을 소개하며
  • 1장 세계적으로 유명한 책
    • 17세기 암스테르담, 가장 좋은 투자 교과서
  • 2장 새로운 회사
    • 최초의 대기업, 누구나 이 회사의 주식을 살 수 있다
  • 3장 초창기의 주식 거래
    • 모호한 루머, 지연되는 배당
  • 4장 주주들의 분노
    • 자신들의 배만 불리는 이사들
  • 5장 사기
    • 주가 조작과 장부 조작
  • 6장 첫번째 투자 열풍
    • 동방무역의 활황으로 인한 금융 시장의 황금기
  • 7장 유대인 트레이더들
    • 본격적인 금융 비즈니스가 시작되다
  • 8장 정보
    • 누가 더 빨리, 더 똑똑하게 움직이는가
  • 9장 트레이딩 클럽
    • 전문 트레이더들과 비공개 회원제 클럽
  • 10장 투기
    • 옵션과 선도 거래로 인해 커져가는 위험
  • 11장 위기
    • 두 번의 금융 위기, 주식 거래의 위험성을 깨닫다
  • 12장 다시, 세계적으로 유명한 책
    • 서스펜스와 드라마가 있는 주식 거래
  • 에필로그
  • 감사의 인사, 그리고 연구 방법에 대한 해설
  • 용어 설명
  • 이미지 출처
  • 참고문헌

저자 로데베이크 페트람에 대해


경제학자이자 역사학자 입니다. 17세기 네덜란드에서 행해졌던 무역과 주식 거래에 대한 논문을 써서 박사학위를 받았습니다. 암스테르담과 금융사 덕후로서 17세기 암스테르담에서 일어난 금융에 대한 지식만큼은 세계에서 손꼽는 분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2016년 11월 11일
송종식 드림

2016년 6월 21일 화요일

이씨에스, 2015년 연간 실적 팔로업

이씨에스는 3월 결산법인입니다. 그래서 감사보고서가 12월 결산 법인들 보다 한분기 늦게 나옵니다. 이씨에스 실적은 늘 꾸준하지만 그래도 잠깐 팔로업을 하고 넘어가겠습니다.

실적 팔로업


2015년 실적 개인 예측치 : 665억 / 54억 / 52억
2015년 실제 실적 : 757억 / 51억 / 50억

이씨에스의 2015년 실적 요약 <출처:이씨에스, 전자공시 - 클릭하면 커집니다>

매출은 예측치보다 훨씬 잘 나왔고, 이익단에서는 예측치를 소폭 하회했습니다. 매출은 yoy +21.43% 성장했는데 2012년에 21%대의 매출 성장을 이룬 후 3년만입니다. 그런데 신기한게 동사는 매출이 느는데 이익 레버리지 효과는 별로 없는 것 같습니다. 그것과 관련해서 회사에 전화해서 몇가지 물어봤습니다.

IR담당자 통화


Q : 매출이 21.4% 정도 늘었는데, 매출이 급격히 신장한 이유는?
A : 급격히 성장한건 아니고 경상적인 부분이다.

Q : 미주 쪽 매출이 조금 있던데, 어디로 나간 매출이며 지속성은 있는가?
A : 의미있는 매출은 아니지만 왕왕 발생하는 매출이다.

Q : 매출은 큰폭으로 늘었는데 이익이 생각보다 못 늘었고, 이익률은 감소했다. 이유가 무엇인가?
A : 작년에 경쟁 입찰 체제로 가면서 가격 경쟁력을 높여야 해서 이익단이 조금 감소했다.

Q : 지금도 경쟁이 다소 치열한 것으로 아는데, 경쟁이 더 치열해져서 이익 훼손이 더 진행될 가능성은 있나?
A : 이익률은 현행 수준으로 유지될 것이다.

Q : 배당성향은?
A : 언제나 그렇듯 순이익의 ⅓ 수준으로 지급할 것이다.

Q : 2016년 가이던스 나온 것이 있나?
A : 수주업이기 때문에 실적 예측은 어렵고, 아직 1분기 실적 정리도 마감되지 않아서 뭐라고 말씀드리기는 어렵지만 매해 성장하는 만큼은 꾸준히 가 주리라 생각한다.

밸류에이션 조정


ECS실적 추이 <출처:이씨에스, 송종식 - 클릭하면 커집니다>
* (E) : 추정

2016년 예상 실적 : 840억 / 54억 / 56억,
적정주가 : 8,000원,
2016년 예상 실적 기준 PER 9.4배, PBR 1.2배
2016년 예상 DPS : 270원, 270 / 8000 = 적정가 대비 시가배당률 3.38%
현재 주가 : 5,910원, 추정 PER 7배, PBR 0.9배, 세전 시가배당률 4.5%

시세 흐름


일봉 흐름 <출처:네이버 증권>

일간으로는 거래도 별로 없고, 주가도 야금야금 하락하면서 점점 착해지고 있습니다. 조금만 더 내려오면 비중을 자신있게 늘려봐도 좋을 것 같습니다.

주봉 흐름 <출처:네이버 증권>

추세를 가장 잘 반영한다는 주봉입니다. 장기간 기업 가치에 발맞춰 주가도 점진적으로 우상향하고 있습니다. 최근 기간 조정 양상을 보이고 있으며 이평선과 주요 매물대가 수렴되고 있습니다. 이씨에스가 현재처럼만 성장을 해준다면 머지 않아 다시 우상향 할 가능성이 있으나, 기업 가치에 문제가 발생하거나 기업 가치의 상승보다 주가 상승이 빠르다면 이평선 붕괴 가능성도 있습니다. 그럼 주가 회복에 시간이 걸리겠죠. 중요한 시기입니다.

월봉 흐름 <출처 : 네이버 증권>

월봉 흐름 역시 기업 가치 상승에 따라 장기간 정배열로 우상향 중입니다. 그러나 이격이 커진 상태고  RSI다이버전스가 발생해서 피로감을 살짝 노출하고 있습니다.

2016년 6월 21일
송종식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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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림 : 글을 쓰는 현재 저는 동사의 주식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다만, 주가의 변동이나 경영환경의 변화에 따라 언제든지 동사의 주식을 매도할 수 있습니다. 본 포스팅에서 언급된 비지니스 전망과 현황, 추정, 수치, 지표 등은 모두 실제와 다를 수 있습니다. 또한, 전적으로 제 주관적 의견들임을 다시 한 번 알려드리며 경영 환경은 예측과 달리 급변할 수도 있습니다. 본 포스팅을 토대로 투자하시지 않으시길 부탁드리며, 투자 판단과 의사결정 그리고 그로 인해 발생하는 모든 수익과 손실에 대한 책임은 투자자 본인에게 있습니다. 본 게시글은 시장에 공개된 자료들을 수집하여 작성되었음을 알려드립니다.

2016년 5월 4일 수요일

자산재평가에 대해

시장에는 기업의 자산가치에 주목하는 투자자분들이 꽤 있습니다. 주로 1) 교과서적인 그레이엄식 가치투자를 부분적으로 추종하고, 2) 주주는 기업 일부를 소유하며, 3) 순자산보다 낮은 시가총액 상태에서 주식을 사면 시가총액-순자산의 차액 부분은 공짜로 획득하게 된다는 논리를 가지고 투자하는 자산주 플레이어 분들입니다.

물론, 자산주 플레이에 반대하는 목소리도 없지는 않습니다. 이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1) 기업의 일부를 소유한다고 해서 그 회사가 가진 자산을 실제 내 마음대로 현금화 할 수 있는 것도 아니지 않냐?, 2) 기업은 이익을 내야하지 땅만 시총보다 많이 가지고 있다고 해서 주가가 당장 오르지는 않는다. 큰 손의 수급이 들어와서 한번씩 급등하기는 해도 언제 오를 줄 알고? 같은 식의 반론입니다.

저는 양쪽의 의견이 일견 타당하다고 생각합니다. 각자의 투자 철학을 존중하는 것이 숙련된 프로 투자자의 자세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자기 방식만 옳고 다른 투자자의 투자 방식은 옳지 않다고 생각하면 그 투자자는 아직 프로가 아니라는 증거가 됩니다. 

이야기가 잠시 옆으로 샜습니다. 오늘은 서로의 투자 철학에 대해서 쓰려고 한 것은 아니구요. 기업들이 가진 자산, 특히 부동산 자산과 관련해서 생각을 한번 풀어볼까 합니다.

자산재평가란?


자산재평가의 개념은 간단합니다. 기업이 어떤 토지를 100억에 구입할 때, 이를 장부(재무제표)에 100억에 구입했다고 기록합니다. 원가법을 따른다면 그 기업이 토지를 구입한지 10년이 지났음에도 여전히 장부상에는 토지의 가격이 100억으로 기록돼 있을겁니다. 그러나 그 토지의 실제 가격은 10년이라는 시간이 흘렀기 때문에 훨씬 더 올라 있을 가능성이 큽니다. 그리고 근처의 개발 이슈에 따라 실제 가격은 훨씬 더 높이 뛰었을 가능성도 큽니다.

이런 경우 기업이 그 100억 주고 산 토지의 자산을 재평가하여 장부에 시가(공정가치)로 다시 기록하게 되면 그 자산이 재평가돼 장부상에 구입 당시 가격이 아니라 현재 실제 가격이 반영되는 것입니다.

링크 : 두산백과 사전에서 정의한 자산재평가의 의미

자산재평가의 장단점


유형자산의 재평가는 굳이 의무적으로 해야 할 필요는 없습니다. 즉, 자산재평가는 기업의 의무사항이 아닌데도 왜 유형자산 재평가를 하는 기업이 있고 안 하는 기업이 있는지 간략하게 알아보겠습니다.

자산재평가를 할 경우 기업이 획득할 수 있는 가장 큰 장점을 몇 가지 나열하겠습니다. 1) 자산 재평가 이후 유형자산의 장부가가 급증한다면 부채비율을 낮출 수 있습니다. 부채비율이 낮다면 시장에서 바라보는 기업의 안정성도 더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있겠습니다. 2) 유형자산의 증가로 BPS가 높아져서 PBR이 낮아지는 효과를 가져오므로 저평가 된 주가가 상승해 기업의 시장 가치가 더 높아질 수 있습니다.

자산재평가가 가져오는 단점도 만만찮게 존재합니다.

1) 자산재평가를 시행하면 이후에는 매년 자산재평가를 의무적으로 시행해야 합니다. 큰 기업들에게는 별 부담이 안되겠지만 작은 기업들은 매해 자산재평가를 하는 비용도 부담으로 작용합니다.

2) 자산재평가 이후 유형자산이 증가하면 토지를 제외하고는 감가상각비가 높아져서 당기순이익이 낮아지고 분모인 자본총계가 커져서 ROE가 낮아집니다. 따라서, 숫자상 기업의 수익성이 감소하는 것 처럼 보입니다.

3) 자산재평가로 발생한 차액의 1/5 이상이 이연법인세 부채로 잡혀서 추후 기업의 현금흐름이 나빠질 수 있습니다.

4) 그 이유로 배당에 소극적인 기업이 될 수 있습니다.

5) 증여를 앞두고 있는 가족 기업의 경우에는 주가가 상승하면 증여세가 증가합니다. 그런 상황에서 기업의 주가가 오르는 것은 최대주주 입장에서는 좋은 일은 아닙니다. 따라서 증여 기간 동안 최대주주 입장에서 자산재평가를 해서 기업의 가치를 높일 하등의 이유가 없습니다.

6) 유형자산의 공정가치를 측정하는 것은 감정평가사의 역량에 따라 매우 어려운 작업이 될 수 있고 절대적 기준도 모호하기 때문에 기업이나 주주들의 바람과 달리 의외로 장부가 이하로 자산재평가가 돼 버리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런 경우 주주들이 원했던 BPS 증가가 아니라 BPS가 감소하는 현상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자산재평가를 할 수밖에 없는 경우, 모멘텀이 발생


실제 기업이 보유한 토지를 중심으로 자산주 투자자들의 활동이 활발합니다. 자산재평가를 하지 않고 수십년 전에 구입했던 가격대로 토지 가격을 장부에 반영한 기업들이 아직도 시장에 많기 때문입니다. 장부상 토지의 가격과 현재 시세가 압도적인 차이를 내는 경우 그 기업의 실제 PBR이 급감하기 때문에 자산주 투자자들의 매력적인 투자 대상이 됩니다.

그러나, 실제 토지의 가격이 장부가 보다 현저히 비싸다는 아이디어만으로 투자를 하기에는 소액주주들이 기다려야 하는 시간이 길어질 수 있습니다. 큰 자금을 보유한 자산가분들이야 이런 종목에 투자해놓고 3년이든 5년이든 기다릴 여력이 되지만 소액 투자를 하는 분들이 이런 기업에 투자를 해놓고 5년, 10년 마냥기다릴 수는 없습니다. 이런 자산주의 경우 주가가 급등하게 되는 모멘텀이 크게 3가지 경우에 발생합니다.

먼저, 1) 자산의 숨은 가치를 보고 큰손이 주식을 매집해서 끌어올리는 수급상 이슈가 생긴 경우입니다.

이런 경우의 대표적인 사례를 들면 만년 저평가 기업이었다가 최근까지 주가가 급등한 BYC의 경우를 들 수 있습니다.

BYC의 경우에는 보유하고 있는 실제 토지의 가치는 1조를 넘지만 장부상으로는 자산재평가를 하지 않은 상태여서 보유 부동산의 가치가 과소계상 돼 있습니다.

자산재평가를 하지 않음에도 주가가 급등한 것은 BYC의 자산가치를 눈여겨 본 모 큰손 투자자분이 동사의 주식을 대량으로 매수했기 때문입니다.

PBR 플레이는 소액투자자들에게도 주가의 하방을 지켜준다는 측면에서 아주 의미가 없는 지표는 아닙니다만, 회사를 인수할 수 있는 큰손분들에게는 매우 의미있는 지표입니다. 현금과 토지가 시가총액보다 많은 기업을 인수해서 청산시켜버리거나 배당으로 다 빼내면 손쉽게 큰 투자이익을 올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위 사례에서 든 BYC의 경우에는 최대주주의 지분율이 높아서 큰손 투자자가 회사를 청산시킬수야 없겠지만 주가를 끌어올려서 시장의 주목을 얼마든지 받을 수 있는 모멘텀을 스스로 만들어 낼 수 있었다고 생각됩니다. BYC의 투자 사례에 대해서 궁금하신 분들은 제가 과거에 분석해 둔 BYC분석글을 읽어보시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앞에서 살펴 보았지만 최대주주나 기업의 입장에서는 자산재평가를 했을 때 얻을 이익보다 손해가 더 많습니다. 굳이 자산재평가를 할 유인이 별로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업이 자산재평가를 해야만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여러가지 사례가 있지만 우선은 2) 기업이 급하게 보유 토지를 매각해야 할 경우가 대표적입니다. 장부가로 10억짜리 토지의 현재 시세가 100억이라면 재평가를 안할 이유가 없습니다.

그리고 기업이 빼도박도 못하고 자산재평가를 할 수 밖에 없는 경우 중 하나로 3) '외부감사인 강제 지정제도'가 있습니다. 이 제도는 기업의 회계 업무를 투명하게 감시하고 최대주주나 기업의 비리로부터 투자자나 거래사 등의 이해관계자들을 보호하는데 목적이 있습니다. 외부 감사인 지정이 껄끄러운 기업이나 최대주주의 경우에는 어떻게든 외부 감사인의 강제지정을 피하고 싶은 심리가 발생합니다.

그러나 피하고 싶다고 피할 수 있는 건 아니고 부채비율이 200%를 초과하고, 이자보상배율이 1배 미만이며, 동종업계의 부채비율 1.5배를 초과하는 세가지 조건에 모두 부합하면 정부에서 이 기업에 강제로 외부 감사인을 지정해서 회사를 털기 시작합니다.

따라서, 이 조건에 해당하는 기업이 가장 손쉽게 외부감사인 지정을 피할 수 있는 방법 중 하나로 '유형자산의 재평가'가 있습니다. 가지고 있는 토지의 공정가치를 재평가하여 그 가치가 현저히 증가하면 부채비율을 감소시켜서 외부감사인 지정을 피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대표적인 사례로 대한방직의 사례를 들 수 있습니다.

대한방직은 시가총액이 200~300억 하던 시절부터 전주의 토지 시가가 4,000억이 넘는다는 시장의 평가를 받아왔지만 그 토지를 매각하거나 활용하거나 자산재평가를 할 기미가 없었기 때문에 만년 저평가를 받아왔습니다.

그러다가 외부감사인 지정요건에 해당이 되면서 자산재평가를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 왔고, 이를 미리 간파한 큰손 투자자들이 주식을 매입하면서 급등하게 됩니다. 제가 예전에 작성해 두었던 대한방직의 사례도 한번쯤 읽어보시면 재미있으리라 생각됩니다.

4) 마지막으로 자산주가 움직이는 경우는 강세장의 끝물 분위기때 자금 순환이 대거 이뤄질 때 입니다. 이강세장의 끝무렵 혹은 갑자기 자산주들이 급등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갈곳 잃은 자금들이 한번씩 자산주들을 끌어올리는 경우가 있는데 제 생각에 이 경우를 기다리는 건 감나무 아래에서 감 떨어지길 기다리며 입벌리고 있는 꼴 밖에 안되고 앞서 설명드린 3)번의 경우를 찾아서 투자를 하는 게 가장 현명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2016년 5월 4일
송종식 드림


2016년 1월 31일 일요일

실적을 추정할 때 주의할 점

투자 과정의 핵심 중 하나는 그 기업의 미래를 그려보는 것입니다. 그려낸 미래를 토대로 향후 실적을 예측하는 것도 관건입니다. 이 미래 실적 추정치에 따라 투자 결정 여부를 정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기업의 실적을 추정하기 위해 다양한 사회 현상을 내다보고 지표를 체크하며 자산의 가격 변동을 추적합니다. 이 과정에서 분석가나 투자자가 가장 많이 빠질 수 있는 오류 몇가지를 짚어보려고 합니다.

연속적인 숫자가 주는 추세의 함정에 빠지지 말기


원자재 시장에서..


2007년부터 2008년 말까지 국제 유가가 폭등하던 때가 있었습니다. 지금 저유가 뉴스가 연신 뉴스 1면을 도배하듯이 그때는 고유가 관련 뉴스가 연신 언론사들의 머릿기사를 장식하던 때 였습니다. 2007년에 배럴당 60불 정도를 찍고 있던 국제 유가는 계속 치솟아서 2008년 연초에 100불을 돌파하고, 곧장 110불, 120불을 갱신했습니다.

이때, 국내외 경제와 금융 전문가들은 물론이고 각종 경제 기사들도 다음과 같은 의견과 기사들을 쏟아냈습니다.

  • 국제유가 100달러 돌파로 미국 증시 급락 <2008년 1월 3일 노컷뉴스>
  • 국제유가 일년 새 두배, 200달러 가나? <2008년 5월 7일 머니투데이>
  • "국제유가 300달러 넘을 수도" - <2008.03.12 | 아시아경제 | 다음뉴스>

유가 200불은 물론이고, 300불을 전망하던 전문가들도 있었습니다. 전문가라고 불리는 사람들조차 이런 함정에 빠집니다. 이때 조성된 에너지 관련 펀드들은 현재 반에 반토막 이상으로 규모가 줄었고, 어마어마한 손실을 내고 있습니다. 분석가든, 전망가든, 펀드매니저든 모두가 상방만을 외치던 때 였습니다.

추세는 차티스트들만 보는게 아닙니다. 펀더멘털 플레이를 하는 사람들조차 숫자의 연속성에 매몰돼 이와 같은 실수를 합니다.

지금은 어떤가요? 1년 이상 저유가가 지속되면서 이제는 다음과 같은 전문가들의 이야기가 쏟아지고 있습니다.

  • 모건스탠리 "달러 계속 오르면 유가 20불대로 추락 <2016.01.12 | 뉴스1>
  • 국제유가, 끝 모를 추락..'10달러'대로 가나 <2016.01.13 | 머니투데이>

국제 유가가 배럴당 20달러, 심지어 10달러 혹은 그 이하로 진입할거라는 시각도 생기고 있습니다. 물론, 그 가격을 잠깐 찍을수는 있지만 생산 주체들의 BEP를 감안해보면 이 같은 현상이 얼마나 오래 지속될지는 미지수입니다. 자연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은 평온할때는 임계치를 향해 달려가고, 임계치에서 억눌렸던 것들이 폭발하면 폭발 후 다시 정상 상태로 되돌아오게 마련입니다. 현 시점에서 국제 유가가 배럴당 20~30불 하는 것은 정상적인 상황이라기 보다는 임계치 근처에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주식 시장에서도..


기본적으로 꽤 투자를 하신다는 분들의 위와 같은 실수는 주식 시장에서도 발생합니다. 많은 분석가들이 이와 같은 오류를 저지릅니다.

어떤 회사의 실적 추이 <출처:세종기업데이터>

어떤 회사의 2006년부터 2010년까지 5년간 실적 데이터 입니다. 위에서부터 매출, 영업이익, 순이익입니다. 2008년에 금융위기 영향인지 살짝 부침이 있기는 하지만 매출과 이익이 모두 꾸준히 우상향을 하고 있습니다. 회사에 대한 분석 없이 숫자만 보면 2011년이나 2012년, 그리고 2013년에도 쭉 성장할 것 같은 느낌을 주지 않나요?

아까 그 회사의 실적 추이 <출처:세종기업데이터>

2006년부터 2010년까지 상승세를 타던 영업이익이 급속히 꺾이기 시작합니다. 매출액은 2013년까지는 폭발적으로 증가하다가 2014년에 갑자기 반토막 이상이 나버립니다. 순이익은 13년부터 적자네요. 실적을 추정할때 회사의 BM, 영업상활 등을 정밀하게 팔로업하지 않고 단지 숫자의 성장 추세만 가지고 숫자 놀음을 했다면 그 투자자는 2011년에 상투를 잡고 큰 고통에 빠졌을 것입니다.

멜파스의 주가 흐름 <출처:네이버 금융>

앞서 살펴 본 회사는 멜파스입니다. 멜파스는 B2B 비지니스를 하고 있었고, 삼성전자 편향적인 매출을 올리는 회사였습니다. 재무제표만 보고 미래 이익을 추정했다면, 삼성전자에게 팽을 당했다는 소문이 시장에 도는 것을 회사에 확인하지도 못하고 주식을 사서 큰 손실을 보았을 거라 생각합니다. 멜파스는 삼성전자향 매출이 대부분이었는데 삼성전자에게 버림을 받으면서 큰 어렴움을 겪게 됩니다.

멜파스를 욕하거나 무시하려고 쓴 글이 아닙니다. 기업의 실적을 예측하고 투자를 하다보면 이런 경우를 숱하게 만납니다.

어떤 회사의 이익이 무난하게 20억, 30억, 40억, 50억 이렇게 발생했다면 대부분의 분석가들은 내년 실적은 60억, 내 후년은 70억.. 이런식으로 이익을 예측하고 밸류에이션을 합니다. 그러나 내년 실적이 60억이 못 나고 30억이 될수도 있고 갑자기 적자가 될수도 있습니다. 투자 대상에 대한 꾸준한 분석은 그래서 중요합니다. 숫자의 추세만을 따르는 것은 매우 위험합니다. 만약 내년 실적이 60억이 안나고 꺾이면 주가가 대폭락을 할수도 있습니다. 보통 실적이 찍히기전에 주가가 먼저 방향성을 보이는데 이는 내부자나 기업 탐방을 통한 큰손들의 자금이 미리 움직이기 때문에 발생하는 현상입니다.

가치가 주가를 형성하기도 하지만, 주가가 가치의 방향을 정해주기도 한다는 조지소로스의 재귀성 이론은 시장에서 대부분 들어맞습니다.

반대로 실적이 50억, 30억, 10억, 적자 20억 이런 추세로 가는 회사도 잘 관찰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런 회사는 대부분 꿈이 없는 경우라면 이미 주가가 박살이 나 있을거구요. 내년에 갑자기 이익 20억을 내면서 턴 어라운드를 하면서 주가가 폭등을 할 가능성도 있기 때문입니다.

투자에 있어서 투자 대상의 과거가 중요하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과거는 백미러일 뿐입니다. 결국 투자는 미래를 얼마나 잘 내다보느냐의 싸움입니다. 숫자 추세의 함정에 빠지는 일을 분석가는 늘 경계해야 합니다. 추세는 눈 앞에 보이는 현실이기는 하지만 내일은 아무도 모릅니다. 다만, 최대한 많은 정보를 수집하고 스스로 판단을 내려 내일 일어날 일을 맞히기 위한 확률을 높이는게 관건이라 생각합니다.

제가 아는 성공한 큰손 투자자분은 저에게 아예 이런말을 하기도 했습니다. "투자한 기업의 공장이나 본사 옆에 숙소를 구해놓고, 매일 그 회사로 출퇴근하면서 회사가 잘 돌아가는지 감시하면서 투자를 해야할거야."

내 투자 아이디어는 확실하다


대부분의 성공한 투자자들은 자신의 투자아이디어를 믿고 기다리는 힘을 갖고 있습니다. 자신의 포지션에 대한 믿음을 갖는 것은 큰 투자 수익을 올리기 위한 필수적인 투자자의 태도임은 맞습니다. 그러나 조심해야 할 것 역시 그 믿음입니다.

내 투자아이디어는 '확실'하다는 맹신은 자칫 투자자에게 큰 타격을 주기도 합니다. 금융 시장에서 '확실한 것'은 절대로 없습니다. 투자아이디어에 대한 믿음도 좋지만 객관적으로 생각해서 아닌 건 확실히 잘라내는 결단력도 필요합니다. 물론 자신에 대한 믿음 없이 우유부단하게 굴어서 엉덩이를 들썩대는 태도도 옳은 것은 아닙니다. 이러면 큰돈을 못 벌죠.

잘라내는 결단력이나 보유하는 믿음.. 어느쪽이 옳은지는 투자아이디어가 발현될때까지 시간이 지나봐야 알겠지만 말입니다. 지속적인 팔로업, 믿음과 불신에 대한 예술적인 밸런스 조절이 중요합니다.

설마 그런일이 일어날까?


설마 그런 일이 일어날까? 싶은 일이 실제로 금융 시장에서는 일어납니다. 좀 극단적인 예를 들어보자면 '코스피 500 포인트가 깨지는 날이 설마 올까?' 또는 반대로 '코스피 1만 포인트가 돌파하는 날이 설마 올까?'와 같은 것들을 예로 들 수 있습니다. '국내 굴지의 대기업이 설마 무너질까?', '설마 그 평판 좋은 그 회사 CEO가 횡령을 할까?' 이런 것들도 마찬가집니다.

어떤 일도 일어날 수 있습니다. 코스피 500포인트가 오지 말란 법도 없으며 국내 굴지의 탄탄한 대기업이 무너지지 말라는 법도 없습니다. 상상하는, 상상 이상의 어떤 일이든 일어날 수 있는 금융 시장에서 살아남는 방법은 '설마'를 지우고 늘 최악의 경우를 대비하여 조심스럽게 시장에 참여하는 것입니다. 뉴욕의 상징 중 하나였던 무역센터 건물도 테러로 사라지는 세상이니까요.

그래서 분석가는 추정을 할 때 다양한 시나리오를 세워놓고 시장 흐름과 기업의 경영 흐름에 따라 시나리오대로 대응을 하는 것이 안전하지 않나 생각합니다.

역추세 마인드의 장단점


역추세 마인드를 갖는 것은 어려운 일이기는 합니다. 시장에 순응하는 투자자라고 하더라도 투자 대상과 대중의 생각과 반대되는 역추세 마인드를 갖는 것은 좋은 일입니다. 역추세 마인드의 장점은 남들보다 빨리 투자 기회를 포착하고 포지션을 잡고 기다릴 수 있다는 점이고, 단점은 기다리는 시간이 얼마가 될지 모른다는 점 입니다. 다만, 시장 참여자 대부분이 한쪽으로 쏠려 있을 때 역추세 마인드를 가지면 정말 커다란 기회를 잡을 수 있다는 점은 확실합니다.

일반 개미를 큰 개미로 만들어 주었던 분들의 투자 성과 복기를 해보면, 대부분의 훌륭한 투자 성과는 역추세 마인드 하에서 버블이나 저평가 기회를 잡았던데서 발현되었기 때문입니다.

아. 오해가 있을 것 같아서 첨언을 하자면 주가가 이미 차트상 정배열로 상승하고 있고, 여기에 올라탔다면 달리는 말에 올라탄 것 입니다. 그러나 그 회사의 밸류에이션이 너무 비싸서 주가를 끌어올리는 주주들보다 그 주식을 나쁘게 바라보는 시장 참여자가 훨씬 많다면 비록 추세 매매를 하더라도 이 역시 역추세 마인드에 해당한다고 생각합니다.

2016년 1월 31일
송종식 드림

2016년 1월 1일 금요일

2015년 투자 마감과 소회

바겐헌터들에게는 어려웠던 시장


싼 주식을 좋아하는 바겐헌터들이, 아니 싸고 좋은 주식들이 철저히 외면 받은 한해였습니다. 올해 코스닥이 26% 가까이 상승했는데, 바이오/제약주의 활약이 주된 요인이라 생각합니다. 올해 시장은 바이오/제약주를 가지고 있었냐, 그렇지 않냐로 나눠도 될 정도로 업종별 쏠림 현상이 심했습니다. 바이오/제약 다음으로 좋았던 업종이 내수주, 그 중에서도 음식료주가 좋았습니다. 중국 소비재 기업들 중 화장품과 콘텐츠 회사들도 괜찮은 흐름을 보여줬던 한해였고, 큰장이 들어선다는 기대감으로 OLED관련 종목 일부도 좋은 퍼포먼스를 보여줬던 한해였습니다.

중국.. 그리고 저금리


올해 증시를 장식한 수식어는 정말 많습니다. '부익부 빈익빈 장세', '가는놈만 가는 장세', '꿈을 먹고 자라는 장세', '용대리 장세'..

용어는 다양하지만 지칭하는 건 하나입니다. 비싼 주식들이 잘 갔습니다. 비싼 주식은 더 비싸지고, 싼 주식은 더 싸졌습니다. 꿈은 숫자로 환산돼 막대한 밸류에이션 레이팅을 받았고, 이런 꿈돌이 주식들의 주가는 고평가 논란을 무색하게 만들 정도로 끊임없이 상승했습니다. 그리고 그것은 곧 돈으로 변했습니다.

그 이유는 간단합니다. '중국'과 '저금리' 때문입니다.

우리나라의 주요 먹거리였던 중후장대 산업들이 중국에게 넘어가면서 우리나라는 성장 동력을 잃고 있습니다. 저금리로 인해 유동성이 풍부한 상황에서 갈곳없는 돈들은 아예 꿈(바이오 등)이 있는 곳을 찾거나, 그도 아니면 중국이 아직 침범하지 못할 영역에 있는 업종 중 실적이 꾸준한 업종(음식료, 건자재 등)에 몰렸습니다. 그러다보니 숫자만 보는 투자자나 정통 가치투자자들에게는 이해하지 못할 수준의 성장주 장세가 펼쳐졌습니다.

이것을 빨리 캐치하고 따라가는 투자를 했건, 알고 있더라도 자신의 방식을 지키며 따라가지 않고 묵묵히 기다리는 투자를 했건 각자의 투자 성향에 따라 다른 문제이기 때문에 답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지금은 가난하지만 꿈이 큰


2015년 증시를 놓고보면 주로 기술 특례 상장기업이나 바이오 업종에 가장 잘 맞는 말이었던 것 같습니다. 연간 이익이 1억원. 심지어 연속 적자기업. 매출이 10억, 20억도 안되는 기업들이 수천억, 심지어 몇조원의 시가총액을 형성하게 된 한해였습니다. 주가가 그렇게 가게 된 이유는 시장의 기대 때문입니다. '무슨무슨 약이 나오면 세계를 제패하고 지금 PER 100배는 PER 2배로 떨어진다. 지금도 싸다.' 이런 기대감이 크게 작용했던 한해였습니다.

실제로 한미약품이 초대박 LO를 연달아 터트리면서 제약/바이오 주주분들이 예상하셨던 방식으로 일이 터지고 있습니다. 문제는 모든 제약사나 바이오기업들이 한미약품이나 셀트리온처럼 성공하지는 못할거라는 점 입니다. 지금은 붐이지만 이 중에서 살아남는 회사는 극소수에 불과할 것 입니다.

부익부 빈익빈 장세


꾸준히 현금을 잘 뽑아내는 기업들이 단지 성장성이 아주 조금 모자란다는 이유로 끝없이 하락하는 한해였습니다. 소위 말하는 가치주들이 별로 빛을 못 봤습니다. BM, 업황, 다음 분기 실적 괜찮다고 보고 PBR이 0.5배라 싸서 매수를 하면 PBR이 0.3배로 떨어지는 식이었습니다.

반면에, 고성장주들은 오르고, 오르고 또 올랐습니다. PER이 20~30배를 넘고, 40배를 넘고, 60배를 넘고, 심지어 100배를 넘고, 차트를 보면 아찔한 수준입니다. 물론 차트상 많이 올랐건 아니건 그게 중요한 건 아닙니다. 성장성이 있다면 계속 더 오를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영원히 성장하는 회사는 없습니다. 더구나 투자자의 꿈대로 성장하는 회사는 정말 드뭅니다. 물론 Forward EPS가 투자자들의 예측대로 흘러가서 PER이 다시 정상화 돼 내려오면 괜찮겠지만 아닌 경우에는.... 심지어 투자자들의 컨센서스에 이익치가 부합되면 재료소멸이라는 이유로 내릴지도 모르는 일이죠. 어쨌든 올해는 이런일들이 없었고, 성장주는 더욱 가파르게 오르고, 가치주는 가파르게 내린 한해였습니다.

용대리 장세


올해 주식에 입문해서 바이오 종목에 투자해 큰 수익을 낸 한 투자자가, 회원 5만이 넘는 모 카페 운영장이자 재야고수 슈퍼개미에게 주식을 가르치는 모습을 본 놀라운 한해였습니다. 역시, 성장주로 큰 수익을 낸 투자자들이 국내 가치투자의 대가인 이 모 부사장님을 조롱하는 모습도 보았던 한해였습니다.

아직 투자 철학이 제대로 안 만들어진 상태에서 운 좋게 바이오 종목에 투자해서 큰 수익을 내 용기가 절정에 달해 있는 이들을 여의도에서는 올한해 '용대리'라고 불렀습니다. '용감한 대리'들이란 뜻입니다.

물론, 이쪽 분야 고수분들은 당연히 용대리가 아닙니다. 적어도 숫자상 엄청난 고PER(또는 마이너스PER), 고PBR 종목에 투자할때는 저PBR 종목에 투자할때보다 더 많은 공부와 용기가 필요합니다. 탄탄한 투자 철학을 갖고 있으면서, 바이오 관련 논문들 까지 밑줄 그어 가며 공부하시는 분들은 당연히 그에 합당한 수익을 얻은거라 생각합니다. 이런 분들은 용대리가 아닙니다. 용대리님들은 그야 말로 멋 모르고 질러서 수익 낸 분들을 칭하는 말입니다.

어떤 엄마들 카페에 갔더니 "남편 친구들이 한미약품 좋아질거라고 해서 사이언스랑 섞어서 좀 샀네요. 들고 있었는데 올해 100% 넘게 수익 났어요."라는 글을 보았습니다. 이분이 큰 수익을 올렸다고 해서 투자 고수라고 부를 수 있을까요?

용대리인지 아닌지는 투자 경력이 조금만 되시는 분이면 단 1분만 이야기를 해보고도 대번에 알아챌 수 있습니다.

아무리 시장에서는 수익률과 수익금이 깡패라고는 하지만, 그래도 용대리님들이 본부장님들 앞에서 안하무인으로 행동하는건 보고 있기 힘든 장면들이었습니다. 저도 포트에 성장주를 종종 섞습니다만, 용대리님들은 오로지 성장주가 진리인냥, 바이오 주식에 투자하지 않으면 주식을 잘못하고 있다는 둥의 말씀을 하시는데 정말 잘못된 생각입니다.

바이오 업종 투자자분들 중에는 훌륭한 인품을 가진 분들이 많습니다. 학습량도 어마어마하구요, 그 이상한 의학 용어들을 꿰고 투자하시는 분들도 많습니다. 그런데 일부 용대리 분들이 특정 업종 투자자분들을 통째로 욕 먹이고 있는게 안타까울 따릅입니다.

우리의 용대리님들.. 시장에서 10년뒤에도 살아계실지, 돈 왕창 벌어서 시장을 떠나셨을지, 시장에 돈을 뱉어내고 조용히 사라질지 한번 시간을 두고 볼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제가 존경하는 투자자들을 양껏 조롱했던 유명한 용대리님 몇몇분들 제가 지켜보고 있습니다. (ㅎㅎ)

성장주 vs. 전통가치주 논쟁


차티스트 분들이 모여 계신 곳에 가서 가치주 운운하는 분들, 가치투자자들이 모여 있는 모임에 가서 가치투자 버리라고 하시는 분들. 절에가서 예수님 외치고, 교회에 가서 목탁 두드리는 분들이요. 타인에 대한 배려가 없으신 분들이시죠. 그런 분들 외에도 올해는 어딜가나 성장주 vs. 전통가치주 논쟁이 격렬했던 한해였던 것 같습니다.

많은 투자자들을 부자로 만들어 준 방법은 많습니다. 우선은 저평가 돼 저PER, 저PBR 상태이면서 턴어라운드를 보여주었던 종목들이 있습니다. 또, 다른 투자자들을 부자로 만들어 준 방법에는 지금 당장은 실적이 찍히지 않아도 빠른 속도로 성장해서 폭발적인 이익을 올리며 대번에 대기업으로 커나간 성장 기업들도 있습니다. 그리고 또 다른 쪽에서는 숫자도 크게 신경 안 쓰고, 성장도 크게 신경 안쓰고 '오로지 BM만 본다. 또는 생활 속에서 투자아이디어를 찾는다.' 하시는 부자분들도 계십니다.

한마디로 투자에는 각자의 원칙이나 정도는 있어도 '딱 이거다'하는 답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쉽게 생각하면 이거겠네요. 사업으로 성공한 집에서는 자식들은 물론 손자손녀까지도 사업을 물려주고 사업을 시키려고 합니다. 반대로 사업으로 크게 망한 집에서는 절대로 사업을 못하게 합니다. 자녀의 예비 배우자가 사업을 한다고 하면 결혼도 결사반대죠.

사람은 누구나 자신의 경험과 사고의 틀, 그리고 편견안에서 사고를 합니다. 투자 철학도 마찬가지입니다. 몇번 성장주로 돈을 벌어 본 사람은 성장주 광신도가 되고, 값싼 저PBR주로 돈을 벌어 본 사람은 그런 싼 종목들의 광신도가 됩니다. 어느 쪽이든 자신만의 철학을 가지고 투자를 해서 꾸준히 수익만 내면 된다고 봅니다. 다만, 그런 자신만의 철학을 남에게 강요하고, 또 남의 철학을 무시하는 행동을 절대로 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최근의 시장처럼 당장 제대로 이익도 못 내는데 미래 10년치, 20년치 이익을, 심지어 만들어 지지도 않은 약이 만들어 진 것 처럼, 그리고 그 약이 이미 상당한 M/S를 가지고 판매되고 있는 것 처럼, 기정사실화 하여 시총이 형성된 기업들이 많습니다. 이른바 초 고PER 성장주들이죠. 전통 가치투자자들 눈에는 당연히 거품 덩어리로 보일테고요. 그런 종목들에게서 투자 포인트를 찾아낸 사람들에게는 여전히 황금으로 보이리라 생각합니다.

시장이 바뀌면 자산주 장세가 올수도 있구요. 또, 장기간 우량하고 밸류에이션이 낮은 종목들이 잘 가는 장세가 올수도 있습니다. 장세는 일순간 돌변합니다. 자신의 철학을 가지고 투자를 하되, 내 방법은 나에게 최선이지 모든 사람들에게 최고의 방법은 아니라는 점을 늘 상기해야겠습니다. 그리고, 작년과 올해 힘드셨던 분들이 저와 비슷한 투자성향을 가지신 분들일텐데요. 일단 장부상으로 저PER, 저PBR 종목을 선호하고, 자산가치가 시총보다 크며 막대한 이익을 꾸준히 올리고 있지만 수익력 기준으로도 저평가 돼 있고 고잉컨선이 가능한 기업들을 좋아하는 분들이요. 이런 투자 성향을 가진 보통의 가치투자자들에게는 힘들고 괴로운 장이었습니다. 그러나, 시장 분위기가 일순간 변하면 저희 같은 투자자들이 좋아하는 종목도 랠리를 펼칠날이 반드시 온다고 믿습니다.

적어도 두가지 중 하나입니다. 1) 자신만의 원칙을 고수하되, 내가 원하는 판이 아닐때는 덜 잃고 잘 버티기. 2) 내 원칙은 옮겨다니는거라서 시장 분위기를 빨리 파악해서 미리미리 갈아타 돈 벌기.. 1)번 분들은 엉덩이가 무기입니다. 따지자면 2)번 분들이 더 영민한분들 입니다만, 범인들은 그냥 1)번을 고수하는게 나을지도 모릅니다. 2)번을 따라하다가 늘 막차를 타게 되거든요. 확고한 갈아타기 원칙 없이 이리저리 휩쓸리면 계좌가 금방 쪼그라 듭니다.

벤치마크와 투자 실적


올해는 일부 성장 업종들 덕분에 코스닥 시장이 코스피 대비 10배 이상 높은 상승률을 보여줬습니다. 올해 코스피는 2.39% 상승했고, 코스닥은 25.67% 상승했습니다. 코스피는 우리나라 주요 대기업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고 주요 산업이 무너지는 상황 속에서 힘든 한해를 보냈습니다. 결국 2,000포인트 회복을 하지 못하고 1,961.31포인트에서 2015년을 마감했습니다. 코스닥은 신용잔고와 부담되는 밸류에이션 때문에 많이 밀릴거라 생각했지만 견조하게 버텨내고 있습니다. 코스닥 시장은 682.35포인트로 마감됐습니다.

벤치마크와 포트폴리오의 세후 수익률 현황

제 개인 계좌는 올해 34.47%의 수익을 올렸습니다. 계좌 운용 잘 하시는 다른 전업투자자들에 비하면 미미한 수익률이지만 그래도 저는 이 정도에서 만족합니다. 제 목표 수익률은 보수적이기 때문에 더 이상 욕심을 부리지는 않습니다. 올해도 수익 주신 시장에 감사한 마음을 가지고 있습니다. 가치투자를 지향하며 포트폴리오를 운용해온 2010년 이래 연평균 수익률은 +19.84%, 누적으로는 +196.21%의 수익률을 올리고 있습니다.


개인 계좌의 6개월치 수익률, 크레온MTS는 6개월 밖에 안보여주네요.
* 입출금으로 인해 실제 계좌에서 얻은 수익보다는 수익률이 다소 과소 평가되고 있습니다.
2015년 월간 수익률(MoM), 5월달에 마이너스 난게 가슴이 아픕니다.
* 입출금으로 인해 실제 계좌에서 얻은 수익보다는 수익률이 다소 과소 평가되고 있습니다.

올해 수익률은 코스피를 17.31%p 차이로 크게 앞질렀고, 코스닥에 비해서는 8.8%p 많은 수익을 올렸습니다. 성장 업종에 있는 종목 하나를 편입했다면 수익률이 더 좋았을텐데 하는 아쉬움은 없습니다. 페이스를 잘 유지해야지, 페이스가 무너지면 잠깐은 좋을지라도 장기적으로는 무너지니까요.

보유중인 포트폴리오와 매매종목한 내역


저는 장중에 매매에 집중하는 편이 아닙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세하게 포트폴리오의 비중 조절은 자주 해주는 편입니다. 주로 지정가로 걸어놓고 모니터를 안 보는 편입니다. 그런데도 1년치 정산을 해보니 꽤 많은 매매가 일어났습니다. 매매를 줄이는 것은 정말 쉬운일이 아닌 것 같습니다.

[이미지 경로: %s]

장중에 화면을 아예 안보는 쪽에 가까운 게으른 전업투자자인데도 불구하고 매매된 종목이 꽤 많아서 놀랐습니다. 지정가 주문을 낼 때, 꽤 폭을 깊게해서 20일치 정도를 예약으로 넣어둡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매매가 많이 되는 건, 1) 그만큼 우리나라 종목들의 변동성이 크다는 것, 2) 기다리면 언제든 싸게 살 수 있고, 또 원하는 가격에 팔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생각합니다. 가격-가치의 괴리를 활용하는 가치투자의 기회는 아직 우리나라에서도 많은 것으로 생각됩니다.

개인 포트를 운용하면서..


제 계좌는 기본적으로 레버리지는 안 쓰고 있습니다. 그리고 작년에 집중 매매를 하면서 큰 스트레스를 받았기 때문에 이제는 기본적으로 10종목 이상 분산해서 투자하고 있습니다. 싸면 매수하고 비싸지는건 매도하는 식으로 하고 있는데, 단순한데도 수익은 꽤 잘 나고 있습니다.

상반기에 자동차 부품주를 잔뜩 가지고 있었습니다. 상반기에 달렸던 업종은 바이오, 화장품, 중국소비재, 음식료와 같은 것들이었고, 중국 자동차 시장 부진과 중국 내 수입 브랜드 판매 부진으로 자동차 업종은 전반적으로 지수를 크게 밑도는 업종이었습니다. 그러던 것이 하반기로 가면서 자동차 부품 업종이 회복되면서 제 계좌도 그 어려웠던 하반기에 잘 버틸 수 있었습니다.

실제로 상반기에 저PER, 저PBR, 고ROE, 매출성장 등 몇개 지표를 스크리닝 해보면 자동차 부품주나 철강주가 잔뜩 걸려나왔습니다. 지금 똑같은 조건으로 검색을 해보면 자동차 부품주는 거의 없어졌습니다. 하반기에 자동차 업종이 올라온 걸 확인할 수 있습니다.

1년 가까이 보유하던 유라테크 매도 후, 다음날 상한가 간 것. 화진 매도 후 급등한 것 등. 올해는 유독 이런 일이 제게 많았습니다. 한참을 기다리다가 마지막 하루이틀 차이로 주가 급등을 속쓰리게 지켜봐야 했던 게 올해 남아있는 뼈아픈 기억입니다. 주식을 보유하는 동안 8할에서 9할은 횡보 또는 하락, 마지막 1할이 주가가 오르는 시기다. 라는 말이 있고, 가치투자자라면 가치에 도달할때까지 기다려야 하는데, 보유한 종목들에 대한 믿음이 부족하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뭐 이 이야기도 주가가 올랐기 때문에 하는 결과론적 이야기에 불과할 수 있기는 하지만요.

주식 투자를 하면 좋은 점


주식 투자의 장점을 꼽으라면 저는 100가지고 500가지고 댈 수 있습니다. 정말이요. 그러나 올해 느꼈던 가장 강력한 장점 하나를 꼽으라면 역시 '사람'입니다.

1) 주식투자로 엮어지지 않았다면 절대로 만날 수 없는 정말 다양한 계층, 연령, 지역의 분들과 교류를 할 수 있습니다. 의사, 변호사, 기업가 분들은 물론이고 화이트칼라, 블루칼라 급여 소득자 분들, 그리고 아르바이트생, 대학원생, 미국 아이비리그 엘리트, 고졸 실업가, 20대 청년, 60대 은퇴자 분들 등 정말 연결되는 인연의 고리가 거의 무한대인 느낌입니다. 주식이라는 공감대 하나로 그런 것을 초월해서 금방 친해지기도 하구요. 각계 각층의 사는 이야기는 책에서는 얻을 수 없는 귀중한 공부의 장이 되기도 합니다.

2) 평생직업이다 보니 한번 만난 인연은 다른 동호회나 취미활동과 다르게 꽤 오래 가는 경향이 있습니다. 주식 투자는 평생 직업이며 평생 취미입니다. 잘 하면 생활비 걱정 없이 살 수 있으며 무한대의 자유시간도 얻을 수 있고, 은퇴의 공포에서도 벗어나게 해주니까요. 그렇다보니 한번 주식 투자자의 인연으로 만나서 교류를 시작하면 마음 잘맞는 분들은 어지간하면 연락이 끊기지 않습니다. 제 경우에도 사회 생활 하면서 전혀 만날 일 없었던 훌륭한 분들이 몇년째 연락을 주고 받으며 지내는걸 보면 더욱 그런 것 같습니다.

2016년을 준비하며..


주도 업종이나 종목을 맞히는 건 불가능합니다. 운으로 맞을지는 몰라도 구조적으로는 불가능하다 생각합니다. 주도 업종과 종목은 항상 어느 정도 시간이 흘러야 알 수 있는 법이라 생각합니다. 그래서 그런 예측은 개인적으로 역량이 모자라서 못 하겠지만, 큰 몇몇가지 그림은 지금 나온 퍼즐 조각들을 토대로 그려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1) 먼저, 유동성 장세의 종말입니다. 2016년은 본격적으로 미국의 제로 금리 시대가 끝나는 한해가 될텐데, 그동안 시장에 풀려있던 막대한 유동성들을 조금씩 걷어갈거라 생각합니다. 유동성 잔치를 했던 업종이나 종목들은 주의를 해야 할 시기라 생각합니다.

2) 산유국 붕괴로 인한 글로벌 금융위기 가능성에 관한 것 입니다. 사우디아라비아, 러시아, 베네수엘라, 브라질 등 에너지 판매로 먹고 사는 신흥국들이나 주요 산유국들이 지금 전부 고통을 겪고 있습니다. 제 생각이 빗나갈수도 있습니다만, 그로 인해 파생될 여러가지 시나리오를 갖고 있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이 부분은 복잡한 이해관계들이 얽혀있어서 지금 글로 풀기는 어렵고 기회가 된다면 따로 한번 다뤄보겠습니다.

국제유가, 러시아와 함께 침몰중인 루블화 <출처:네이버 금융>

3) 중국 자본, 한국의 어떤 기업들을 인수할까? 한국이 가진 브랜드, 한국이 가진 기획력, 한국이 가진 콘텐츠. 중국 자본이 매력을 탐하는 분야들이 있습니다. M&A가능성이 있는 기업들을 미리 예측해서 매수한다면 좋은 투자 기회가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4) 2016년에는 1,200조 돌파를 앞두고 있는 가계 부채의 시한폭탄이 대거 만기가 도래합니다. 그리고 일부 주택담보대출의 경우 거치식 상환 제도가 없어집니다. 시장 유동성이 마르면 부동산 시장은 물론이고 주식 시장에도 적잖은 영향을 줄 것 같습니다.

위대한 일이란?


위대한 일이란 뭐가 있을까요? 인류의 생명 연장을 위해 신약을 개발하는 것? 인류의 우주 확장을 위해 로켓을 개발하는 것? 배고픔과 배움의 빈자리를 나눔하는 것? 심지어 아침마다 길거리를 깨끗하게 청소하는 분들도 위대한 일을 하고 있다고 생각을 합니다.

저희가 하는 투자도 물론 위대한 일입니다.

위대한 일에는 공통점이 하나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반복적인 일을 꾸준하게 잘 해내는 것'입니다. 김연아가 위대한 선수가 되기까지, 대중들은 위대한 모습의 단면만 보았겠죠. 김연아 선수가 자기 인생을 버리고 일상적으로, 그리고 반복적으로 연습한건 잘 인지하지 못할거라 생각합니다.

마크주커버그가 위대한 기업가가 된 것만 생각하지, 일상적이고 반복적인 코딩 업무를 처리한 것은 또 얼마나 에너지 넘치는 일들이었을까요.

성공한 연예인, 운동선수, 기업가, 투자가.. 모두 그런 틀 안에서 움직인다고 생각합니다. 위대한 일이라고 해서 사람들 눈에만 보기 좋은 어떤일을 대번에 휙 해내는게 아니라. 사람들에게 인정받고 실제로 성과를 내기 위해서 사람들이 보지 않는 곳에서 무수히 일상적이고 반복적인 업무들을 끈질기게 처리해냈을거라 생각합니다.

위대한 투자자들의 발자취를 따라가보면 그들이 했던 일상적이고 반복적인 업무 선율 역시 한눈에 보입니다. 1) 꾸준히 투자할만한 회사를 찾고, 2) 찾은 회사는 분석하고 또 공부하고, 3) 생각한 가격대가 오면 매수하고, 생각한 가격대를 벗어나면 매도하고, 4) 포트폴리오에는 그런 종목들을 꾸준히 채우고 비워나가는 반복적인 행위를 하는 것이지요. 그런 반복적인 행위 뒤에 위대한 투자자들이 있엄음은 물론입니다.

비록 일상이 지치고, 챗바퀴 돌 듯 지루해도. 그 일상은 훗날 우리의 위대한 일이 될 수 있을거라 믿습니다. 제 블로그에 들러주시는 모든 위대한 투자자분들을 응원합니다. 그리고 2016년에도 함께 동행하는 투자를 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2015년 한해도 수고 많으셨습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제가 하고 있는 여러가지 투자에 대한 생각은 최근 개설한 제 개인 사이트인 투자노트 카페에서 얻어가시길 바랍니다.

2016년 1월 1일 새해에,
송종식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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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림 : 글에서 언급된 종목들은 종목을 추천하는 것이 아닙니다. 본 포스팅에서 언급된 종목들에 철저한 분석 없이 투자하시는 일이 없도록 당부 말씀드립니다. 본 포스팅에서 언급된 비지니스 전망과 현황, 추정, 수치, 지표 등은 모두 실제와 다를 수 있습니다. 또한, 전적으로 제 주관적 의견들임을 다시 한 번 알려드리며 경영 환경은 예측과 달리 급변할 수도 있습니다. 본 포스팅을 토대로 투자하시지 않으시길 부탁드리며, 투자 판단과 의사결정 그리고 그로 인해 발생하는 모든 수익과 손실에 대한 책임은 투자자 본인에게 있습니다. 본 게시글은 시장에 공개된 자료들을 수집하여 작성되었음을 알려드립니다.

2015년 12월 14일 월요일

투자노트를 공유합니다.

투자노트 카페를 왜 개설했나요?


제 블로그에 올라오는 투자 관련 글들을 보시면 아시겠지만 정제된 글들만 올리고 있습니다. 신경써서 글을 올리는 편이다보니 글을 하나 올리는데 시간이 꽤 많이 들어갑니다. 그래서 제가 평소에 투자 관련해서 생각하고 정리하는 것들의 1/10도 공유를 해드리지 못하고 있습니다. 시간적으로도 제가 처음 투자아이디어를 생각했을때보다 한참이 지나서야 글을 올려드릴 수 밖에 없기도 하구요.

투자와 관련해서 진행하는 리서치들, 짤막한 생각의 조각들, 트레이딩이나 투자 아이디어들, 업황 분석들, 기사 스크랩 관련 글들, 안전마진 관리툴, 원시적인 기업 분석글... 이런 여러가지 것들을 저는 평소에 이메일을 통해서 관리하고 있었습니다. 저 자신이 저한테 메일을 쓰면서 생각을 정리해왔죠. 평소 친분이 있는 몇몇분들께 저의 이런 정제되지 않은 생각이 담긴 이 이메일을 공유해 드리기도 했구요.


위 화면과 같은 이메일입니다. 투자 아이디어와 관련한 것이든, 종목 분석을 위한 리서치 자료와 아이디어 든 저런식으로 메일을 활용했습니다.

Gmail이 위지윅기능이 지원돼서 편리하게 사용하긴 했지만 자료가 누적될수록 관리상 불편한점이 나타나기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새로이 시작하는 투자관련 생각들은 네이버에 카페를 만들어서 관리하기로 했습니다. 비공개 카페를 만들까 하다가 제 생각을 다른 분들과 공유하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아서 모든 분들이 열람할 수 있는 공개 카페를 만들었습니다.

어차피 저는 시장에 미치는 영향력도 없는 사람이고, 제 투자아이디어가 절대적인 것들도 아니기 때문에 공개 카페에 투자 관련 아이디어들을 기록한다고 해서 큰 문제가 될 것 같지는 않습니다.

블로그에 들러주시는 분들 누구라도 환영합니다. 카페에 가입만 하시면 모든 콘텐츠를 제한없이 이용하실 수 있습니다. 여러분 모두가 저에게는 VIP이십니다. 종종 제 생각이 잘못된 부분이 있거나 추가적으로 의견을 주실 수 있는 분들은 카페 컨텐츠 내 댓글로 의견을 주시면 정말 감사하겠습니다. 의견을 교류하면서 돈과 바꿀 수 없는 많은 것들을 저도 배우고 있습니다.

이 블로그와는 어떤 차별성이 있나요?


앞서 말씀드렸듯이 블로그에는 정제된 글들만 간간히 올라옵니다. 제가 평소 투자와 관련해서 하는 생각은 블로그에 올리는 것 보다 훨씬 방대하고 많습니다. 블로그에서는 제 생각의 극히 일부만을 다루고 있습니다. 카페를 통해서 제 머릿속 모든 생각을 다루기는 불가능 하겠지만 블로그에서 보다는 덜 정제된 더 날것의 데이터들을 블로그보다 빠르고 다양하게 구독하실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가끔 혼잣말로도 자료가 올라갈테니 양해를 부탁드립니다.

어떤 컨텐츠들이 제공되나요?


기업분석/산업분석 : http://cafe.naver.com/investorz/15
뉴스클리핑 : http://cafe.naver.com/investorz/14
안전마진 컨닝페이퍼 : http://cafe.naver.com/investorz/13
투자메모와 시황 : http://cafe.naver.com/investorz/16

유료로 컨텐츠를 열람해야 하나요?


무료입니다.

놀러오세요.


주소는 http://cafe.naver.com/investorz 입니다. investor라는 단어를 좋아하는데 이미 선점된 도메인이고 맨 끝에 z를 붙였습니다.

2015년 12월 14일
송종식 드림


2015년 12월 9일 수요일

성광벤드의 끝없는 추락, 2008년 금융위기 때 최저점을 갱신하다

피팅(fittings, 관이음쇠) 제조 기업인 성광벤드의 실적과 주가가 박살이 나고 있습니다. 회사의 자세한 소개와 업황 분위기에 대한 부분은 예전에 올려드린 글이 있습니다. 따라서 회사를 잘 모르시는 분들께서는  그 글을 확인해 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성광벤드의 주간 주가 흐름 <출처 : 네이버 금융>

주봉 추세 입니다. 완전한 역배열입니다. 어려운 업황과 회사의 경영상황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습니다. 쉴틈없이 내리고 있습니다. 2013년 가을의 최고점 31,500원 대비 75%가 넘는 주가 하락률을 보이고 있습니다. 저도 오늘까지 수익률이 -40%를 넘었는데, 다행히 비중을 늘리지 않고 지켜만 보고 있는 상황이라 계좌 전체에 타격은 별로 없는 상황입니다.

성광벤드의 월간 주가 흐름 <출처 : 네이버 금융>

월간 주가 흐름입니다. 미국발 서브프라임 모기지론 사태로 금융시장 붕괴가 최고조에 달하던 2008년 10월의 최저점 7,850원이 오늘 깨졌습니다. 오늘 종가는 7,830원입니다. 주가만 보면 상황이 2008년 금융위기때보다 더 안 좋은 것 같습니다. 실제로도 그런지 몇가지 간략한 지표만 비교를 해 보겠습니다.

2008.10 2015.12
WTI Crude(배럴당) $84.24 $37.51
과거 4개분기 EPS 2,298원 826원
BPS 9,423원 16,167원
수주잔고 956억원 1,200억원
PER 3.41배 9.48배
PBR 0.83배 0.48배
2008년 금융위기 당시와 현재의 지표 비교 <자료:송종식, CME, 전자공시>

단순 지표만 몇개 비교를 해보았습니다. 제가 보기에는 2008년보다 현재가 더 어려운 상황으로 보입니다. 현재 수주잔고는 3년 연속 감소하고 있습니다. 작년 증권가에서는 2015년 상반기에는 수주 잔고가 다시 증가할거라는 기대를 했지만, 저유가가 지속되면서 영업 환경은 지속적으로 나빠지고 있습니다.

2008년 당시에는 BPS기준으로도 주가가 쌌지만, EPS 기준으로도 주가가 싸서 주가가 위로 튕겨 올라갈 여지가 많았던 것 같습니다. 유가도 겨울 들어 급락하기는 했지만 다시 회복이 되었구요.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많이 다릅니다. 국제 정치적 문제로 저유가는 장기간 지속되고 있으며 최근에는 배럴당 30달러 시대까지 시작되고 있습니다. 수주잔고는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으며 회사에서는 수주 공백 공포에 늘 우려를 갖고 있는 상황입니다. EPS 기준으로 현 주가도 전혀 싸지 않습니다.

따라서, 밸류에이션 툴을 EPS 상승에 따른 상방에 기대하기 보다는 싸지는 PBR 기준의 하방경직을 보고 조심스럽게 투자를 해야하는 단계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이제는 PBR도 0.4x대에 진입하였기 때문에 최악의 경우에 PBR이 0.2x 대까지 간다고 하면 용기를 내 볼 구간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0.2x대 PBR까지 갈지는 의문입니다.

내년에도 저유가로 인해 영업 환경은 어렵겠지만, 인간이 살아가야 하는 이상 피팅 부품들이 아예 안 쓰일수는 없습니다. 또, 국제 정세 급변동으로 저유가 상황이 언제 갑자기 끝날지도 모르고요. 배는 어쨌든 만들어야 하고, 플랜트도 어쨌든 만들긴 해야할거라 생각합니다. 수주액이 많이 감소는 하더라도 0원이 될수는 없지 않나 하는게 제 생각입니다.

또, 지금처럼 앞이 안 보이는 대악재에 짓눌린 종목은 작은 트리거나 모멘텀 하나에도 주가가 급반등 할 여지가 많아집니다. 고성장주가 높은 밸류에이션을 받다가 작은 실망에 폭락하는 것과 반대의 경우를 생각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다만, 장기적인 업황이 어려움에 처해있는 것도 사실이고, 시세도 장기간 역배열 상태이기 때문에, 아주 큰 실적 회복이나 업황 반전에 대한 기대감이 있지 않는 이상 주가가 회복 되려면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국제유가와 성광벤드 주가의 상관관계 <출처:네이버 금융>

동사의 주가 흐름과 국제 유가의 흐름간에 상관관계가 있음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일전에 성광벤드를 분석할때도 말씀드렸지만, 동사의 실적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은 에너지 가격, 그 중에서도 유가에 달렸습니다.

"국제유가의 하락 -> 조선, 플랜드 발주의 감소 -> 피팅 수요의 감소 -> 동사 실적의 타격" 패턴으로 현재 동사의 상황이 어렵습니다. 그렇다면 유가가 올라줘야 동사의 실적도 좋아지고 주가도 턴어라운드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번에 국제 유가가 배럴당 40달러선을 붕괴시키면서 7년만에 최저치를 기록했습니다. 국제 유가가 하락하는데는 몇가지 복합적인 요인이 존재합니다.

1) 미국의 셰일가스 개발붐으로 인한 에너지 가격의 하락
:: 미국의 달러 패권 유지 (위안화 대비)
2) 그런 가운데, 산유국간의 M/S 방어와 정치적 공세를 위한 감산 결정의 거부
3) 공급이 줄어들지 않는 가운데 글로벌 경기 침체로 인한 수요의 감소
4) 중국 경기 둔화

등의 이유가 가장 큰 이유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그렇다면 유가가 오르려면 수요가 공급을 상회하면서 늘어나거나, 공급이 줄어드는 상황이 발생해야 할텐데요.

미국의 가스 Rig수 추이 <출처 : www.bakerhughes.com>

음. 이상하네요. 미국의 경우만 놓고보면 가스를 채취하는 Rig의 개수는 2011년 이후 지속적으로 줄어들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제가 앞서서 유가가 하락하는 원인으로 제시한 1)번이 논리적으로 앞뒤가 안 맞게 되는데요. 다른 자료 하나를 더 구해보았습니다.

미국의 셰일가스 하루 생산량, 단위 : 10억 세제곱피트/일 <출처:SBS 뉴스, EIA>

미국 EIA자료를 보면 앞서 1) 번이 유가하락의 가장 큰 원인이 맞는 것을 재차 확인할 수 있습니다. 셰일가스의 생산량이 정말 엄청납니다. 이러니 유가가 하락할 수 밖에 없겠네요. 이 두가지 자료로 확인할 수 있는 것은 셰일 리그의 개수보다는 실제로 셰일가스의 생산량 자체를 트래킹하는게 더 옳겠다는 생각입니다. 미국이 생산하는 셰일가스의 양을 볼 때, 당분간 생산량을 줄일 생각이 있을까 싶습니다.

채산성 문제로 일부 Rig이 가동했다 안했다 할 수는 있지만 미국은 지금 셰일가스 생산을 정치적, 전략적으로 활용하고 있는 입장이기 때문입니다. 셰일가스를 계속 퍼올려서, 중동과 러시아 길도 들이고 세계 패권도 유지하려는 전략이 깔려 있는 것 같구요. 미국이 셰일가스 생산량을 줄이지 않으면 성광벤드는 계속 암울할 가능성이 높죠.

원유 생산 단가에 따른 국가별 BEP <출처:한겨레 신문>

각국 BEP를 보면 원유나 가스를 팔아서 먹고 사는 모든 나라들이 현재 재정적자 상황임을 유추할 수 있습니다. OPEC 최대 산유국이며 BEP 수준도 낮은축에 들어가는 사우디아라비아 역시 재정적자에 허덕이고 있으며 올해 예상 재정 적자액은 151조원입니다. 사우디아라비아 GDP의 20% 수준입니다. 사우디는 무세금 정책을 철회하고 세금을 걷기 시작했습니다.

디폴트 가능성이 가장 높은 나라 중 하나인 베네수엘라의 경우에는 총 수출액 중 90%가 원유이며 국제 유가 하락으로 화폐 가치는 1/7 수준으로 폭락하고 올해 물가는 159% 상승했습니다.

디폴트 가능성이 높은 또 하나의 나라는 러시아입니다. 미국의 집중 타겟이 되고 있는 대표적 반미 국가인데요. 러시아 역시 국제 유가 하락으로 재정 적자 상황을 모면하지 못하고 있으며 루블화의 가치는 올해들어서 22% 이상 급락하였습니다.

역시 대표적인 원자재 수출국이자 신흥국인 브라질의 경우 헤알화의 가치가 절반 가까이 폭락하는 고통을 겪고 있습니다.

가장 안 좋은 상황은 원자재를 팔아서 먹고 사는 신흥국들이 국가 부도 사태를 맞는 것인데요. 이렇게 되면 공급자가 줄어서 국제 유가가 오를수도 있지만, 글로벌 금융 위기 상황을 몰고 올 수도 있어서, 성광벤드 하나 투자하자고 그런 상황까지 바래야 하는지는 의문입니다.

현재 가장 좋은 상황은 미국이 셰일가스의 생산량을 줄이거나 OPEC이 원유 생산 감산에 합의하는 것이지 싶습니다.

그런데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미국은 자국의 패권 유지와 각 지역에서의 영향력 유지를 위해서 감산하지 않을 것이고, 사우디 역시 M/S를 유지하고 셰일가스를 무너뜨리기 위해서 감산에는 부정적일 것으로 예상됩니다. 혹시라도 OPEC에서 감산 소식이 뜨면 성광벤드가 상한가로 직행할지도 모를 일이지만 지금으로선 가능성이..

참 어려운 상황입니다. 누구 하나가 죽어나가야 끝날 싸움 같아 보입니다. 원유를 생산하는 나라들이 죽어나가도 그 후폭풍은 거셀것으로 생각됩니다. 중동에서의 무력 분쟁 증가가 이 추세를 쉽사리 돌리지는 못할 것 같습니다. 이러나 저러나 동사에게는 매우 힘든 시간임은 확실해 보입니다. 실적이 꺾이는 추세이지만 적자만 안 내줘도 정말 감사한 상황이죠. 현 상황에서 성광벤드는 PBR을 봐가면서 매우 보수적으로 투자해야 하지 않나 생각합니다.

현금성 자산 현황 <출처:네이버 증권>

동사의 시가총액은 현재 2,000억이 붕괴되기 직전에 있습니다. 반면에 현금성 자산은 꾸준히 늘어나고 있습니다. 3Q 보고서 기준으로 현금성 자산은 560억입니다.

유형자산 현황 <출처:네이버 증권>

토지 시세가 아니라 장부가만으로도 1,734억입니다. 현금성 자산 560억과 합하면 2,294억 입니다. 오늘 종가 기준으로 동사 시가총액이 2,239억입니다. 현재 시총은 동사가 보유한 토지 장부가와 현금성 자산보다 쌉니다.

또 눈여겨 볼 부분은 설비, 기계 부분입니다. 합하면 대략 940억 정도 되는 자산인데요, 이걸 온전히 제값을 받고 팔기도 힘들고 감가상각 이슈도 있습니다만, 이 부분이 동사가 보유한 막강한 해자 중 하나입니다. 경쟁사가 동사와 섣불리 경쟁하지 못하는 부분은 바로 프레스 등, 이 설비들 때문입니다. 회사측 의견에 따르면 신규 경쟁자가 동사와 동일한 설비를 구축하려면 최소한 10년이 걸릴것이라고 합니다.

게다가 동사는 아직 적자 기업도 아니며, 피팅 분야에서는 확고한 경쟁 우위들을 가지고 있습니다. 오직 토지와 현금성자산을 인수할 수 있는 돈으로 동사 주식을 매입하면 이러한 동사의 여러가지 경쟁력은 공짜로 가지게 됩니다.

업황은 어둡지만 자산 가치 기준으로는 이제 비로소 싸다고 할 수 있는 구간으로 가격이 내려오고 있는 것 같습니다. 힘든 시간이지만 잘 견디고 있다보면 언젠가는 좋은 날이 오겠지요.

성광벤드 실적 추정 및 밸류에이션, 클릭하면 커집니다 <추정:송종식>

그럴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지만 PBR이 0.2배 수준으로 내려오면 비중을 좀 많이 실어보고 싶네요. 유가가 상승하면 좋은 퍼포먼스를 보여 줄 종목이라서 일단 손절매는 안하고 제몸에 줄줄 흐르는 피를 닦아가면서 잘 보유하고 기다려 보려고 합니다. 제 포트폴리오 내에서 최대 손실을 자랑하는 녀석이지만 언젠가는 좋은 퍼포먼스를 보여주리라 믿습니다. 당분간은 많이 힘들겠지만요..

2015년 12월 9일
송종식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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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림 : 글을 쓰고 있는 현재 저는 동사의 주주임을 먼저 알려드립니다. 본 포스팅에서 언급된 비지니스 전망과 현황, 추정, 수치, 지표 등은 모두 실제와 다를 수 있습니다. 또한, 전적으로 제 주관적 의견들임을 다시 한 번 알려드리며 경영 환경은 예측과 달리 급변할 수도 있습니다. 본 포스팅을 토대로 투자하시지 않으시길 부탁드리며, 투자 판단과 의사결정 그리고 그로 인해 발생하는 모든 수익과 손실에 대한 책임은 투자자 본인에게 있습니다. 본 게시글은 시장에 공개된 자료들을 수집하여 작성되었음을 알려드립니다.

2015년 11월 29일 일요일

2015년 늦가을의 근황

이제 슬슬 한해를 마무리 할 시기가 오는 것 같습니다. 투자 마감 글은 12월에 올려 드릴 예정입니다. 그때는 투자 이야기만 집중할게요. 오늘은 한해를 마감하기에 한달 앞서서 올해 개인적으로 지나간 일들을 기록에 남기고 근황을 여러분들과 공유하고자 합니다.

저의 기본 일상은 언제나 그렇듯 큰 변화는 없습니다. 평일 장중에는 기업 분석을 하거나 독서를 하면서 시간을 보냅니다. 시장을 보고는 있지만 시장 상황과 매매에 집중하지는 않습니다. 굉장히 한가하게 전업투자자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장마감 후, 몇가지 뉴스와 복기를 끝내면 오후 시간에는 육아를 하는 딸바보 아빠로 변신을 하구요. 그게 거의 전부네요. 일상이 한가합니다.

현투모(현명한투자자들의 모임)에서의 인연들..


인천/부천 지역의 재야고수이자 전국적으로도 유명한 슈퍼개미 좋은습관 형님이 이끄는 스터디 모임입니다. 이제는 스터디도 1기, 2기, 3기... 기수가 더해지면서 그 인원도 엄청나게 많아졌습니다. 1기 분들은 꽤 오래전부터 모임을 하셨던 것 같구요. 저는 2014년 11월부터 현투모에 합류해서 1년 내내 함께하고 있습니다.

현투모 연말 모임, 리서치의 기본 에너지는 '술' <사진:송종식>

자산 규모도 크신데다 정말 주식 잘 하시는 분들과 교류하고 공부하면서 올 한해는 저 스스로도 많이 발전한 한해라고 느낍니다. 저의 투자관도 정말 많이 변했구요. 실제로 투자를 통해서 커다란 부를 쌓아나가는 형님, 동생들을 보면서 늘 자극 받고 배워나가고 있습니다. 경제적 자유는 늘 옳습니다.

서동모(서울 동쪽 모임)와의 인연


서울 강동, 광진, 송파에 거주하는 투자자들의 스터디 모임입니다. 개인적으로 애착을 가지고 활동하려 했건만, 제가 인천으로 오는 바람에 중도에 모임을 그만두게 됐네요. 여기는 제가 너무너무 좋아하는 형님들이 계시구요. 또 새롭게 만난 인연들도 있습니다. 몇몇분은 앞으로도 꾸준히 잘 지낼 것 같습니다. 이렇게 만나게 되는 인연들이 올해는 많았던 것 같습니다.

특히 올해 상반기에 저와 내내 함께하며 어려운 시장 흐름 속에서도 서로 힘이 돼주었던 상현형님에게 깊은 감사의 마음을 갖고 있습니다. 엘리트 출신이면서도 늘 자기를 낮추고, 또 사람들에게 사려 깊은 모습이 멋진 분입니다. 물론 투자도 매우 잘 하시구요. 멋진 전업투자자입니다.

인천 생활 시작


20살 쯤 상경해서 지방에서의 군 생활을 빼면 서울의 테두리를 벗어나서 살아본적이 거의 없습니다. 저의 생활 반경은 절반이 강남권, 나머지 절반이 서울 관악, 동작, 서초, 강동권이었습니다. 최근 몇년간은 집도 직장도 강남에, 강동에 있어서 그 반경을 벗어나 본 기억이 별로 없네요. 잠시 다른 지역에 스치듯 머물기는 했지만.. 어쨌든 제게는 강남, 강동 지역이 제 2의 고향 같은 느낌입니다.

인천의 가을, 비 내리는 인천 <사진:송종식>

제 인생에서 인천에 살게 되리라는 건 계획에도 없었고 전혀 짐작조차 하지 못했습니다. 여차저차 하다보니 시대의 흐름과, 운명의 끈이 이끄는대로 9월에 인천에 이사를 오게 됐고, 동네에서 적응을 해가고 있습니다. 주변 사람들이 '마계 인천은 사람 사는 곳이 아닌데 어쩌다 그런 동네로 가게됐니..' 하면서 약도 올리고, 안타까워 해 주셨습니다. 이런 그럼 전 사람이 아닌거군요.(ㅋㅋ)

초반에는 인천에 살아야 한다는 이유 하나만으로도 우울증이 밀려왔습니다. 허기진 나날이 계속 됐습니다.

지방에서 태어나 '성공하려면 무조건 서울로 가야한다'는 생각에, 무작적 했던 상경. 그 젊은날의 가슴 설레는 상경의 느낌과 반대되는 느낌이었습니다. 상실감?

우리나라의 중심지인 한양에서 밀려났다는 생각, 저녁마다 한강변을 산책하던 기억, 시원한 초저녁에 집앞 한강변에서 동네 친구들과 어울려서 맥주 한잔 나누던 기억, 지금보다 어릴 적 청담동에서 회사 다니며 우리나라 뉴스 메이커들과 함께했던 추억, 역삼동과 강남역을 반경으로 슬리퍼 끌고 쥐잡듯이 동네를 뒤지며 밤새도록 놀고 마시던 기억, 잠실 수영장에서 수영하고 올림픽 공원에서 김밥 먹던 기억, 허름한 인천 동네 구석에 쳐 박혀서 난 이제 이렇게 쥐죽은 듯 살아야되나.. 같은 생각에 우울나무 열매를 먹은 듯 그렇게 지냈습니다. 유배를 당한 것 같은 기분도 들었구요. 생활 환경이 바뀌는건 쉬운일이 아닌 것 같습니다. 한동안 서울 앓이를 많이 했습니다.

스마트폰에 남아있는 기억의 조각들 <사진:송종식>

그런데 인천에 막상 살아보니 사람들의 우려와 다르게 정이 많은 동네였습니다. 마계는 무슨요. 그냥 헛소문. 그렇게 차츰 적응을 해 나가고 있습니다. 현투모 멤버 중 저희 집 근처에 사는 형이 있어서 친해지고 있습니다. 자주는 못 보지만 종종 만나 우정을 나누고 있습니다.

자주 가는 동네 커피숍 사장님과도 친해지고 있습니다. 동네 사람들도 정이 많구요.

근데 글이 좀 이상하죠? 최근 읽은 책의 작가 중 성공한 투자자인 가이 스파이어가 한말이 기억에 남네요. 환경은 중요하다구요. 어떤 환경에 저를 놓느냐에 따라서 제 인생도 바뀐다구요. 그렇지만 가이가 한말은 끝까지 들어봐야 합니다. 환경이 물론 중요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건 '내면의 힘'이라구요. 고작 주거환경 조금 바뀌었다고 칭얼대는 제 모습이 너무 어린애 같아 보였네요.

참. 큰 결심을 한 것도 있는데요. 좋게 생각하면 마냥 행복하지만, 허들을 넘고 처리해야 할 일들을 생각하면 한없이 책임감이 필요하고 무거운 일들이죠. 어쨌든 저는 그 길을 가기로 마음 먹었고, 하나씩 현명하게 처리해 나가며 승리와 행복을 모두 쟁취할 생각입니다.

이런 저런 일들로 이제는 인천이 점점 제게 소중한 동네가 되고 있습니다.

이름을 밝히기 곤란한, 크게 성공한 투자자 형님과의 인연


시장 참여자들의 부러움과 존경을 받는 분이지만 실명을 공개하기는 곤란한점 양해 부탁드립니다.

그 분과는 앞으로도 교류를 쭉 해나갈 것이지만, 딱 한번의 첫만남으로도 강렬했습니다. 맨손으로 수백억대 자산을 쌓은 사람이라고는 믿겨지지 않을 정도로 검소한 모습이 놀라웠습니다. 옷 차림, 점심 메뉴, 자동차 보유에 관한 생각 등 모든 부분에서 부자라고 상상도 할 수 없을 정도로 검소했습니다. 하긴 낭비벽이 있는 사람이 부자가 될리는 만무하겠죠.

말 수는 적고 남들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는 캐릭터였습니다. 짧은 만남이었지만 진한 인상을 남겼습니다. 지금은 바쁘셔서 못 만나고 있지만 앞으로 많이 교류할 것 같습니다. 그 과정에서 저도 지금보다는 훨씬 더 발전하리라는 기대를 해 봅니다. 저 역시 그분에게 도움되는 사람이 돼야겠죠.

부산 여행


부산, 참 친근하고 느낌이 좋은 도시인데요. 자주 가기는 힘든 도시입니다. 처가는 강동에 있지만 마침 장모님께서 부산 해운대에 장기 체류를 하고 계십니다. 전문의인 처형의 도움을 받으며 치료를 받고 계시는 장모님을 핑계 삼아서 부산 여행을 다녀온게 기억에 남네요. 특별한 연고가 없다면 일부러 찾아가기엔 힘든 도시이기 때문에요.

렉서스 타시는 간지짱 장모님 길 안내로 찾아간 횟집,
딸램과 해운대 걷기, 아시아 최대 규모의 신세계 백화점 <사진:송종식>

딸래미와 해운대 밤바다도 걷고, 맛있는 회도 먹고, 즐거웠습니다. 근데 사람들 성격이 은근히 급해서 운전하기는 매우 힘든 도시였던 기억이 남습니다.

29박 30일의 베트남 국토 종주 여행


6월부터 7월까지 29박 30일간 가족 여행을 했습니다. 가뜩이나 더운 여름에 베트남행이라니. 정말 더웠습니다. 인간의 한계를 시험할 정도의 무더위에 잘 견뎌 준 소희에게 감사를 남기며..

조용한 미래 도시의 느낌이 나는 우리나라, 아직은 후진적인 소음이 시끄러운 베트남. 그러나 성장 동력이 멈춰버린 늙고 우울한 한국의 공기와 달리 매우 빠른 속도로 발전하는 나라인 젊은 베트남의 역동성은 저를 흥분시켰습니다. 호찌민 시내 한 가운데에 서 있으면 역동적으로 발전하는 베트남의 공기를 온 몸으로 느낄 수 있습니다.

베트남의 맛있는 음식들 <사진:송종식>

베트남 사람들은 매우 부지런하고, 음식은 우리 입맛에 잘 맞으며, 순수하고 착한 사람들이 많은 나라라는 점도 현지에서 알게 되었습니다. 경제가 성장하면서 사람들의 순수성이 점점 사라질 걸 생각하니 한편으로는 서글픈 마음도 드는 여행이었습니다.

호찌민의 무질서한 거리, 다낭 미케 해변에서 놀다가 파도에 떠내려가 저를 식겁하게 만들었던 딸램, 호이안에서의 추억, 비포장 도로를 거북이 속도로 밤새도록 달리는 슬리핑 버스, 브이비엔과 데탐, 현지에서 만든 친구들... 모든게 그립네요.

저는 잘 지내고 있습니다. 조만간 준비중인 서비스 하나를 공개 드릴 예정이니 많은 관심 부탁드릴게요.

2015년 11월 29일
송종식 드림

2015년 11월 16일 월요일

대한약품, 지난 분기에 이어 또 다시 어닝서프라이즈!

요즘 투자하기 정말 어렵습니다. 제 주변에 베테랑 분들도 투자하기 어렵다고 아우성입니다. 우리나라를 먹여살리던 중후장대 산업은 대부분 위태위태 한 상황이고 오로지 PBR하나만 보고 투자하기에는 업황의 미래가 너무 어둡습니다.

반면에, 조금이라도 성장성이 있거나 꾸준함이 있는 기업에는 집중적으로 돈이 몰리는 바람에 밸류에이션 수준이 높아져서 섣불리 추격을 하기도 어려운 장입니다. 그래서 '용대리(용감한 대리)'들을 제외하고 제 주변에서 투자 좀 하신다 하는 분들은 아예 3부류로 나눠져 버리는 듯 합니다.

1) 차라리 망가져 있는 저PBR 주를 사놓고 기다리자.
2) 아냐, 우리나라 경제의 헤게모니는 완전 변했어. 밸류에이션 무시하고 BM보고 비싼 주식 사자.
3) 난 전량 현금화 해놓고 놀러나 다닐래, 시장 폭락하면 다시 돌아올게.

1), 2), 3) 다 하기 싫고 열심히 돈을 벌어야 하는 저 같은 사람에게는 난감하고 어려운 장이죠. 이런 어려운 장에도 꾸준히 성장을 하면서 저평가도 된 기업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2분기 연속 대한약품의 어닝 서프라이즈를 보고 대한약품이 그런 기업이 아닐까 생각을 해봅니다. 오랫동안 투자를 해오면서 꾸준함에 대한 점수는 높이 줬지만 고성장에 대한 의문이 많았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그런 의문이 어느 정도 조금씩 해소가 되고 있습니다. 실적이 잘 나와줘서 기분이 정말 좋습니다. 수고하시는 임직원분들께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드립니다. 사랑스러운 회사입니다.

별 달리 팔로업 할 게 없는 회사이니 3분기 실적 찍힌 부분만 간단하게 팔로업 하겠습니다.

3분기 실적 요약 <출처:대한약품, 송종식>

QoQ로는 아주 약간 매출이 살짝 후퇴했지만 흔한 일이니 길게봤을 때 유의미한 수준은 아닙니다. YoY로 보면 3Q실적은 매출, 영업이익, 순이익이 모두 큰 폭으로 증가했습니다. 3Q누적 실적 대비로는 매출이 살짝 뒷걸음질 쳤지만 멋지게 크고 있구요. 생산설비 효율 증가와 판관비 통제로 이익률은 계속 높아지고 있습니다.

올해 3분기 실적을 보면 opm 17.5%, nim은 13.5%로 작년 토탈 opm 12.48%, nim 9.33를 크게 상회하면서 이익의 질적인 면이 좋아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작년 영업이익과 순이익이 각각 139억, 104억인데 올해 3분기 누적으로 영업이익과 순이익이 142억과 106억으로 벌써 작년 한해 이익을 넘어섰습니다. 꾸준한 성장성이 돋보입니다.

약가 인상 현황 <출처:현대증권>

동사가 생산하는 기초 수액제는 퇴장 방지 의약품으로써 함부로 생산 중단도 못하는데다 약가도 함부로 인상하지 못합니다. 과거 실적을 보면 이익률이 정말 박했죠. 2009년부터 의미있는 약가인상 정책에 힘 입어서 본격적으로 동사의 이익률이 좋아지기 시작합니다.

지속적으로 개선되고 있는 ROE추이 <자료:송종식>

예전에 소개드렸던 동사의 ROE 개선 추이 지표입니다. 약가가 본격적으로 인상된 2009년부터 ROE가 극적으로 개선되고 있습니다. 이후에는 매출 확대에 따른 영업 레버리지 효과로 ROE가 증가되었고, 위의 차트에서 '그 이후는?' 이라고 적어놓은 뒷부분이 더 환상적입니다.

동사의 분기별 이익과 이익률 추이 <출처:대한약품, 송종식>

올해 3분기 opm이 사상 최고치를 돌파했습니다. 작년 완료된 증설(엄밀하게 말하면 창고와 생산 시설 고도화)효과가 본격적으로 나오는 것 같습니다. 기초수액제를 팔아서 opm 17.5%을 낸다니 정말 환상적입니다. 3분기 공장 가동률은 변함없이 95%대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공장 가동률은 유지하면서 외형과 이익이 모두 성장하고 있으니 훌륭합니다. 고령화 트렌드에 따라 앞으로 지속적으로 실적이 우상향 할 것으로 생각됩니다.

일단은 기존 밸류에이션 수준을 유지합니다.

2015년 11월 16일
송종식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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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림 : 글을 쓰는 현재 저는 동사의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주주입니다. 본 포스팅에서 언급된 비지니스 전망과 현황, 추정, 수치, 지표 등은 모두 실제와 다를 수 있습니다. 또한, 전적으로 제 주관적 의견들임을 다시 한 번 알려드리며 경영 환경은 예측과 달리 급변할 수도 있습니다. 본 포스팅을 토대로 투자하시지 않으시길 부탁드리며, 투자 판단과 의사결정 그리고 그로 인해 발생하는 모든 수익과 손실에 대한 책임은 투자자 본인에게 있습니다. 본 게시글은 시장에 공개된 자료들을 수집하여 작성되었음을 알려드립니다.

2015년 10월 26일 월요일

탐욕의 싹이 틀때 쯤, 버핏과 멍거의 브레이크

투자 초보 시절에 가장 많이 들은 사람 이름 하나를 대라면 단연코 '워렌버핏'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투자를 하다보면 스스로의 투자관도 생기고, 그러면서 머릿속에서 서서히 잊혀져 가는 이름이기도 합니다.


다만, 입문자든 프로든간에 가치투자자들에게 있어서 워렌버핏은 영웅임은 맞습니다. ICT업계에 스티브잡스, 워즈니악, 빈트 서프 박사님 같은분들이 계시듯이, 가치투자자들에게는 워렌버핏이나 찰스 멍거와 같은 영웅들이 있습니다.

자꾸 들려오는 주변의 잡음


특히, 전업투자를 시작하고 나서 잡음이 심해졌습니다. 아무래도 시장에서 가장 성공한 최상위권의 전업투자자들과 교류하다보니 잡음의 파워도 강합니다.

"종식이가 올해 몇살이지?"
"저요? 나이는 잊어버린지 오래고. 83년생이에요."
"아 그래? 옆에 어디어디 스터디에는 니랑 동갑인데 100억 찍은애 나왔더라."
"대단하네요."
"레버리지 풀로 땡겨서 베팅한거지 뭐."

예를 든거지만, 뭐 대충 이런식의 대화가 정말 자주 오갑니다. 전업투자자들 중에는 몇십억, 몇백억 굴리는 사람은 길을 걷다가 커피숍 매장 찾듯이 쉽게 만날 수 있습니다. 몇 천억 굴린다는 분은 건너건너 한 분만 들어봤고 아직 만난적은 없구요.

어쨌든, 기업 분석을 철저히 하는 가치투자 베이스의 전업투자자들 중에서는 성공한 투자자들이 꽤 많습니다. 개인투자자가 몇십 억이나, 몇백 억을 벌었다면 큰 성공을 이룬거라 봐도 되겠죠.

암튼 저런 여러 성공한 투자자가 주는 자극과 잡음이 꼭 나쁘다고만 할수는 없습니다. 저도 열심히 해야겠다는 열정도 생기게 만들고요, 나도 할 수 있다는 용기도 가지게 만드는 등 순기능도 많습니다.

그러나 부정적 기능도 정말 크고, 심지어 제 안의 투기 욕구와 탐욕이 스멀스멀 자라 나는 걸 느낍니다.

'나도 레버리지 100%만 써볼까?'
'나도 종목 수 줄이고 한 종목에 몰빵해볼까?'
'연 20% 수익으로 누구코에 붙이지? 자고로 전업이라면 연 500% 수익은 올려야지.'

뭐 이런식의 말도 안되는 탐욕과 욕심이죠.

아, 심지어 아주 색다른 잡음이 저를 공격하기도 합니다.

주식을 잘 모르는 가장 가까운 주변인들의 공격인데요. 이전에 포스팅 했던 불법 유사투자자문업자들과 저를 비교하는 케이스입니다.

"OOO는 너랑 동갑이던데 주식으로 성공해서. 지 어머니 한테 한달 용돈을 3,000만원씩 준대."
"OOO는 단 몇년만에 주식으로 성공해서 람보르기니 타고 다닌다면서."
"OOO는 단돈 몇백만 원을 몇백억으로 불렸다던데, 넌 왜 그렇게 못해?"

참~ 이런 이야기 듣고 있으면 답답하고 할말이 없죠.
"저도 다른 사람들한테 구라 팍팍 쳐가면서 회비 장사라도 할까요?" 라고 반문하고 싶지만 그냥 참습니다.(ㅋㅋ)

전 제 실력으로 돈을 벌고 싶습니다. 진짜 투자 실력이요. 제 실력이 좋든 나쁘든, 죽이되든 밥이되든, 투자를 평생하고 싶거든요. 살아있는 동안은요.

중심잡기 


높은 리스크를 안고서 운이 좋으면 자산 규모가 퀀텀 점프해서 순식간에 큰 자산가가 될 가능성도 얼마든지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이 제가 그레이엄과 버핏에게 배운 옳은 투자 철학인지 늘 반문합니다. 혹시 투자가 잘못될 경우에 길거리에 나 앉게 될 가족들의 얼굴도 떠올리구요.

제가 이런 생각을 한다는 것 자체가 제 마음이 많이 흔들리고 있다는 반증이라 생각하고 마음을 다잡고 싶었습니다. 투자는 2005년부터 했지만 제대로된 가치투자 철학을 바탕으로 투자를 2010년부터 지금까지 하면서 사실은 이런 고민을 할 정도로 제 투자실적이 엉망은 아닙니다.

오늘 정산해보니 2010년부터 오늘까지 +19% 정도의 연평균 수익을 내고 있습니다. 이 정도 수익으로도 먹고 사는데 크게 지장은 없고, 차곡차곡 자산을 불려나가는데 지장도 크게 없습니다.

제가 이렇게 말하면 또 혹자는 "전업투자자고 자금 규모가 몇백억도 아닌데 고작 그걸로 먹고 살 수 있냐?"하면서 저를 자극하겠죠. 이런 자극과 유혹을 조심해야 하지 싶습니다.

공교롭게도 제 주변에 투자 잘 하시는 분들께서 최근에 버핏 이야기를 자주 회자합니다. 약속이나 한듯이요. 마침 중심잡기가 필요했던 저에게 좋은 리마인드가 되고 있습니다. 강방천 회장님 강연때 들었던 이야기를 되새길 필요가 있겠네요.

"이미 아는 것도 안다고 콧방귀 뀌지 말고 늘 깊이 생각하고 되물어보라."

오랜만에 투자 잘 하시는 공보의 다빈치님 블로그에 놀러갔더니 이런 글귀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출처 : 다빈치님 블로그 (blog.naver.com/dvc90)

짧은글이지만 버핏의 투자 철학, 인생 철학의 많은 부분이 묻어납니다. 빨리 큰 부자가 되고 싶어서 서두르면 반드시 댓가를 치르게 되겠죠. 엄밀하게 말하면 소비하는 돈이 투자 수익금보다 적고, 투자 수익금을 매해 재투자하면 시간이 갈수록 자연스럽게 부자가 되는건데, 누구나 다 아는 저 이야기를 간과하고 주변 소음에 마음이 휘둘려서 쓸데없이 고장난 초음속 제트기나 로켓을 타고 빨리 빨리 세계 여행을 하고 싶어 했군요. 전 아직 젊고 시간도 많은데요.

출처 : 스탠리형이 작성한 '워런버핏과의 점심식사' 서평 요약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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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핏의 말이 정말 인상적입니다. 30살 전을 되돌아보면 저는 남들의 삶이나, 제 평판 같은 것에는 전혀 신경을 쓰지 않고 살았습니다. 정말 수 없이 많은 사람들에게 악행을 저지르고 가슴에 비수를 꽂아왔는데. 성격 자체도 독사 같은 면이 있었던지라, 지금 생각해보면 참 철 없고 딱한 청년이었습니다. 30살이 넘어서야 겨우 이런 부분들에 눈을 뜨고 있으니 저의 정서발달은 참 느리고 어떻게 보면 남들보다 좀 모자란 것 같기도 하구요.

버핏의 말에 공감합니다. 수익률이나 수익금 같은 숫자보다, 저는 제 주변의 소중한 사람들을 더 사랑하게 되었습니다. 돈은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이지만, 사랑하는 사람들이 없으면 저도 없을겁니다.

가이 스파이어의 말도 인상적입니다. 환경이 우리를 바꾼다. 그렇죠. 스스로 바뀌기 힘들다면 좋은 환경에 들어가서 사는게 큰 도움이 됩니다. 저만 해도 그렇습니다. 주변에 좋은 철학을 가지고 투자하는 투자자들이 늘어나면서 저도 덩달아 크게 발전하고 있습니다.

주위에 건전한 마인드로 창업을 하면서 크게 성공하는 형님, 동생들이 나오면서 저 역시 좋은 에너지를 많이 받고 있습니다. 제가 나쁜 환경에 살았다면 저 역시 그 나쁜 기운에 빨려들고 말았을거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환경도 중요하지만 가이 스파이어가 언급한대로 '내면의 힘'을 기르는 것이 가장 중요한 것 같습니다. 그러면 어떤 환경에서도 쉽게 휩쓸려 다니지 않겠죠.

출처 : 책 워런 버핏과의 점심식사

통찰력 있는 내용입니다. 7가지 대죄 중 하나가 질투라니. 발상이 신선하네요. 투자자에게 있어 정말 중요한 말입니다. 앞서 제가 겪은 고통도 모두 질투 또는 경쟁심, 혼자만 뒤쳐진다는 공포감에서 비롯된거니까요. 이런 마음을 버리면 저는 충분히 잘 해내고 있고, 또 충분히 행복하게 잘 살아가고 있는걸요.

이건 투자자에게만 해당 되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특히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도 적용되는 말입니다. 남들이 자녀를 학원에 보내니 우리애도 보내야 해. 남들이 좋은 승용차를 타니 나도 좋은 승용차를 타야해. 남들이 큰집에 사는데다 보는 눈들도 있으니 빚을 내서라도 좋은 집에 살아야 해. 따위의 것들이죠.

남들 시선 같은 건 깔끔하게 치워버리고 내면의 힘을 기르면 행복해진다는 말에 적극 공감합니다. 각자 수익률과 수익금은 달라도 우리 모두 행복한 투자자가 됩시다.

2015년 10월 26일
송종식 드림


별첨 (느긋하고 행복한 투자자 버핏의 수익률표)


<클릭하면 커집니다>

1965년부터 2014년까지 버크셔헤서웨이의 장부가는 연평균 19.4%씩 증가했고 누적으로는 75만 1,113%가 증가했습니다.

같은 기간 버크셔헤서웨이의 시장가치는 연평균 21.6%씩 증가했고 누적으로는 182만 6,163%증가했습니다. 0.1%라도 시간이 길어지면 엄청난 차이가 나게 되는 복리의 위력을 몸소 보여줍니다.

1965년 버핏에게 투자한 천만원은 2014년에는 1,826억 2,630만원이 돼 있습니다.

부자가 되기 위해 필요한 것은 작은 눈덩이와 그 눈덩이를 굴릴 긴 언덕만 있으면 된다는 버핏의 조언을 상기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