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재 시세를 예측하는 것은 언제나 그렇듯 의미 없습니다. 전적으로 정치, 경제를 휘어잡고 있는 큰 형님들 마음대로 움직일 것이고 예측한다고 예측대로 가지도 않을 테니까요. 그럼에도 유가가 바닥을 찍고 상승을 할 때를 대비해서 유가 상승과 관련된 비기 하나씩은 미리 준비해두면 좋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평소에 시장과 반대되는 생각으로 종목을 공부하여 깔아두면 나중에 반드시 빛을 봤던 것 같습니다.
보통 유가 상승 수혜주로 정유주와 같은 직접적인 종목들을 꼽습니다. 그런 종목들은 시장에 워낙 많이 노출돼 있기 때문에 저는 반 발짝 옆으로 물러서서 피팅주를 준비해 보았습니다.
동사(성광벤드)는 펀더멘탈 자체가 훌륭하기 때문에 지금과 같은 비정상적인 유가 하락으로 인한 영업 실적 악화에 대해서는 관심 있게 모니터링을 해야 하는 기업이 아닌가 싶습니다.
가스나 석유, 각종 화학제품 등 기체와 액체의 수송은 산업 각 분야에서 매우 중요한 분야입니다. 비행기나 배, 자동차와 같은 기계에도 액체와 기체의 수송은 중요하고 우리 몸으로 치면 혈관 정도가 되는 역할을 맡고 있습니다.
액체나 기체를 수송하는 기본 도구는 파이프입니다. 파이프는 일직선 상으로만 돼 있는데 파이프끼리 연결해주는 중간의 관 이음쇠를 '피팅'이라고 부릅니다. 위의 사진에서 보시는 것처럼 피팅은 파이프를 연결해 유체나 기체의 방향을 바꾸거나 양을 조정하는 등의 역할을 합니다.
동사는 피팅, seamless 파이프 등을 제조/판매하는 기업입니다. 피팅은 역할에 따라 다음과 같이 분류됩니다.
피팅은 역할에 따라 파이프의 방향을 변경해주는 엘보(elbow), 파이프의 반향을 분기해주는 티(tee), 파이프의 크기를 줄여주는 리듀서(reducer) 그리고 끝으로 파이프의 끝 부분을 막아주는 캡(cap)등의 제품으로 분류됩니다.
동사의 매출 구성에서 각 제품이 차지하는 비중은 엘보가 63.51%로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그다음이 티로 17.66%, 리듀서는 8.13%의 매출 비중을 차지하고 있고 나머지 기타 제품들이 10.7%의 매출 비중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피팅은 거의 모든 중후장대 산업에서 필요로 하는 부품입니다. 동사에서 납품하는 주요 산업군은 다음과 같습니다.
이렇다 보니 동사의 실적은 석유·화학 분야나 조선·해양 분야의 업황과 긴밀하게 연동됩니다. 조선·해양은 진작에 업황이 망가졌고, 석유·화학 분야는 유가 하락으로 전방 업체들의 주요 플랜트 건설 수주들이 취소 되다 보니 동사 실적에도 치명타를 가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앞으로 동사의 실적과 주가 흐름의 키를 쥐고 있는 것은 석유·화학 업종 업황이고 핵심 포인트는 유가의 방향이라는 것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유가가 에너지 개발주체들의 BEP를 넘어서야 플랜트 건설이 재개될 테니까요.
그렇다면 유가와 동사의 실적, 주가의 흐름은 어땠는지 간단하게 체크해 보겠습니다.
투자포인트 : 유가 추이를 면밀히 관찰하자
수주 주기가 짧다 보니 주가도 매출에 따라 요동치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2013년 중반까지는 조선주 특히 현대중공업의 주가와 동사 주가가 궤를 같이하다가 2014년 들어서는 유가와 조선업황이 함께 힘들어지면서 크게 무너지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현재 주가는 워낙 장기간 크게 하락했기 때문에 조선업황이나 유가 반전만 있으면 턴어라운드 할 가능성이 커 보이는데요, 아무래도 '조선업황이 턴 하는 것보다는 유가가 턴 하는 게 더 빠르지 않을까?'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실적
실적 요약
분기별 요약 실적 간단하게 체크하고 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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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기별 요약 실적 <출처:성광벤드> |
2012년 4분기에 정점을 찍은 매출액이 가장 2014년 3분기까지 내리막을 걷고 있습니다. 아마도 전방 산업이 어려움을 겪으면서 동사도 어려움을 겪고 있고 이 부분이 주가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 같습니다. 나름대로 이익률 자체는 탄탄하게 유지하려고 애쓰는 모습이 지표에서 보이네요. 매출 회복이 동사 주가 턴어라운드의 관건이 될 것 같습니다.
참고로 2014년 3분기까지, 최근 4개 분기 합산 매출액 3,258억, 영업이익 881억, 순이익 511억 원입니다. 2013년 연간으로는 매출, 영업이익, 순이익이 각 4,035억, 903억, 687억이 나왔습니다. 실적 감소세를 확연히 느낄 수 있습니다.
주요 재무지표 요약
심플한 비지니스 모델이다보니 재무지표도 주요한 것 몇가지만 확인하면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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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재무지표 <출처:성광벤드, 클릭하면 커집니다> |
2014년 3분기까지, 최근 4개 분기 합산 ROE는 11.49%, 2013년 연간 ROE는 16.42%입니다. 최근들에 ROE역시 하향추세를 보이고 있지만, 재무구조가 튼튼해서 여전히 매력적인 ROE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투자포인트 : 위기관리에 능한 기업
동사의 부채비율과 유동비율을 보면 업황이 악화될즈음부터 안전기제가 발동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2013년 4분기부터 증가한 유동비율은 2014년 2분기에 700%가 되었습니다.
유동비율을 추적하다 보면 재미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동사는 2008~2009 금융위기 시절에도 요즘과 같은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이 시절에도 금융위기를 예견이나 한 듯 유동비율을 높여 2006년에는 100% 수준이던 유동비율을 2009년에는 320%로 끌어올립니다.
2008 글로벌 금융위기 속에서도 적자를 면하다
경쟁사들이 적자의 늪에 빠지던 시기에도 동사는 흑자 경영을 하였습니다. 당시는 피팅 경쟁사뿐 아니라 경기민감 대형주들 모두 힘들었던 시기였습니다.
동사는 원가부담이 높은 제품 가공 공정은 외주처리를 해 비용을 줄이고 있습니다. 제품 원가 포트폴리오 구성 역시 효율화를 통해 비용을 절감하고 있고 특정 회사와만 거래하기 보다 다양한 회사와 거래를 해 거래 리스크를 줄이고 오랫동안 쌓은 신뢰로 어려운 시기에도 제품을 납품할 수 있는 무형 자산을 가지고 있습니다.
IR을 담당하시는 이사님께 '지금과 2008년 중 언제가 더 힘드냐?'라고 여쭸더니 단연코 2008년이 더 힘들었다고 말씀하십니다. 그렇다면 지금 아무리 힘들어도 2008년 이하로는 안 내려갈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키코 태풍을 피하다
몇 해 전 중소기업 줄도산 공포를 불러왔던 KIKO사태를 기억하시는 분들이 많으실 텐데요. 동사는 KIKO에도 가입하지 않아서 KIKO공포를 피해갈 수 있었습니다. 이 회사는 금융회사도 아닌데 왜 이렇게 리스크 관리가 잘 되는지 궁금해서 찾아보니 CFO께서 이쪽으로는 탁월하신 분이라고 합니다. 훌륭하신 분께 박수를 보냅니다.
시장
기계 부품류의 전통 강자는 이탈리아입니다. 생산액 기준으로는 이탈리아 회사들이 다른 나라를 압도합니다.
매출액 기준으로 동사는 플랜트향 매출 비중이 높아서 플랜트 개발이 활발한 지역으로의 매출 비중이 높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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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한국무역협회, 성광벤드> |
생산 측면과 판매 측면 2개 시장을 간략하게 확인하겠습니다.
먼저, 생산 측면에서의 시장입니다. 피팅업의 연간 전 세계 시장 규모는 약 4조 원 정도로 추산하고 있습니다. 이는 한국무역협회 자료보다는 조금 큰 수치인데(2배 정도), 회사 측에서 추산하는 규모입니다. 성광벤드는 세계 시장 점유율 10% 정도를 점유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기계류 부품의 전통 강자인 이탈리아가 속한 EU가 전 세계 피팅 생산의 56%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내수 매출은 사실 공개된 통계가 의미 없습니다. 대부분 조선향 매출이고, 만들어진 배는 사실상 대부분 해외로 수출되기 때문입니다. 국내 업체들은 태광, AJS, 하이록코리아, 디케이락 등의 상장 업체가 있습니다. 비등비등한 회사들이 많고 태광이 1위 업체이므로 시장 점유율은 크게 의미가 없어 보입니다.
특징적인 것은 하이록코리아가 피팅 뿐 아니라 밸브도 함께하고 동사보다는 산업 포트폴리오가 편중되지 않게 잘 짜져 있는 편이라 유가 하락의 피해를 덜 보고 있다는 정도입니다.
연간 피팅 매출액 500억원 이상의 규모를 가진 회사 (총 10개사)
- 대한민국 : 성광벤드, 태광
- 이탈리아 : Bassi, Tectubi, Petrol Raccord, Techno Forge
- 오스트리아 : Erne Fitting
- 일본 : Benex
- 태국 : Canad Oil
- 중국 : Zibo
동사 매출 기준으로는 원유 생산 플랜트가 많은 중동과 역시 원유와 셰일 개발이 활발한 북미 쪽 매출 비중이 가장 많았습니다. 이 두 지역이 동사를 먹여 살렸다고 보면 될 것 같습니다.
2013년 들어서는 아시아 쪽 매출이 급격하게 늘어나는데 이는 말레이시아와 인도네시아의 대규모 발전 플랜트 수주 건 덕분입니다. 말레이시아와 인도네시아 향 매출이 점차 늘어나고 있습니다.
리스크이자 기회 : EU시장과 중국, 인도 시장
유럽시장과 중국 시장은 동사에게는 큰 리스크이자 기회로 작용하는 곳입니다. 동사는 유럽 시장 매출이 전무하고 중국, 인도향 매출은 없습니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우선 유럽은 반덤핑 과세율이 44%나 되기 때문에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동사 제품의 유럽 진출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합니다. 자기네가 잘하는 기계 부품 시장을 지키기 위해서 사실상 무역 장벽을 세워놓고 있는 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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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는 동사가 뚫어내야 할 거대 시장들 <출처:네이버 국가정보> |
중국과 인도는 한술 더 떠 아예 수출이 불가능한 국가입니다. 중국과 인도는 자국 기자재 사용을 위해 기자재의 수입을 금지하고 있으므로 동사로서는 큰 시장에 진입할 수 없어 아쉬움이 클 수밖에 없습니다.
이렇듯 자국 산업 보호를 위한 정책 때문에 커다란 자국 내수 시장을 등에 업고 큰 기업이 세계 시장에 등장할 경우 동사에는 위협적인 리스크가 될 수 있습니다. 별거 없는 알리바바가 내수 시장을 등에 업고 세계 최고의 IT회사로 등장한 것 처럼요.
다른 한편으로는 EU, 중국, 인도 시장의 무역 장벽이 무너져 동사 제품 수출이 가능해진다면 동사가 고속 성장을 할 수 있는 발판도 될 수 있습니다. 언제쯤 가능할런지..
생산
기본 밸류체인
단일 사업을 영위하고 있기 때문에 동사의 밸류체인은 간단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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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광벤드의 약식 밸류체인
<이미지 출처 : 현대중공업, 금호석유화학, MHT, 다아라기계장터, allbiz, hotrolled-steelcoils.com> |
동사의 원재료 대부분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것은 플레이트와 파이프 두 가지 형태의 철입니다. 재료별로는 스테인리스냐 카본이냐로 나뉩니다.
사 가지고 온 플레이트와 파이프를 요리조리 가공하여 피팅을 제조한 후, 주요 EPC 업체나 기타 고객들에게 납품되는 간단한 밸류체인을 가지고 있습니다.
원재료에 대해
앞서 살펴보았듯 동사의 주요 원재료는 포스코와 일본에서 사 옵니다. 여기서 하나 확인해야 할 것은 엔저의 영향을 받는지 여부인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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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Q14 원재료 매입 비율과 결제 통화 <출처:성광벤드> |
65% 정도로 원재료의 절대적인 비중이 파이프와 플레이트입니다. 일본에서 사 오는 철강류는 엔화로 결제하지 않고 달러로 결제합니다. 따라서 원재료 매입과 관련해서 엔화 변동성의 영향은 안 받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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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재료 시세와 매출총이익률의 관계 <출처:성광벤드>
* 2010년은 GAAP개별, 2011년 부터는 IFRS연결 기준, 원재료가는 전체 기간 개별 기준 |
kg당 카본제의 가격이 스테인리스류 원재료보다 1/3~1/5 수준으로 싼 가격임을 알 수 있습니다.
매출총이익률은 카본류 보다는 스테인리스 제품 원가의 영향을 더 많이 받습니다. 원료가가 오르면 제품가도 오르고, 원료가가 내리면 제품가도 내리는 스프레드 마진형 BM입니다. 따라서 원재료 가격이 크게 내린다고 해도 동사가 얻는 이익이 많이 늘어나지는 않습니다.
동사가 생산하는 제품 중 스테인리스 제품이 카본류보다 적게는 3배에서 많게는 10배 정도 이익률이 높습니다. 스테인리스 제품이 많이 팔려야 동사의 이익률이 높아집니다. 2015년에는 카본류 제품의 비중이 다소 늘어난다고 합니다. 이는 이익률에 다소 안 좋은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원재료 구매 발주를 하면 원재료가 동사에 도착하는 데까지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동사는 원재료 재고 6개월분을 항상 보유 중이라고 합니다. 그래야 고객사의 긴박한 대응에도 바로 대응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원재료 재고 부담이 있는데, 사실은 이런 이유가 있어서 입니다.
체계적 대외 악재가 없는 이상 동사의 매출총이익률은 20~30% 수준에서 형성되는 것으로 생각하면 될 것 같습니다.
회사 측 의견으로는 철강류의 시세는 현재가 바닥 국면이라고 합니다. 어디까지나 회사의 추정에 불과하겠지만 참고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생산공정
밸류체인은 간단하지만 생산 공정은 까다롭고 여러가지 기술적, 자본집약적 해자가 존재합니다.
공정의 핵심 부분만을 생각해보면 공정의 흐름 자체는 이해하기 쉽습니다. 철판이나 파이프를 사 와서 프레스로 잘라주고 이를 원하는 모양대로 성형한 후, 용접이나 열처리를 거쳐 부식방지 코팅을 해서 제품을 만드는 방식입니다.
각 프로세스는 고도의 기술이 필요하고 오랜 노하우가 필요합니다.
투자포인트 : 축적된 기술적 해자
동사는 재료별, 모양별, 제품별, 크기별로 약 8만여 가지의 제품을 즉시 생산할 수 있는 다품종 생산체제를 갖추고 있습니다. 동사는 금형을 제작할 수 있는 사업부가 따로 있고 이는 타사 대비 우월한 경쟁력을 가지고 있음을 의미합니다.
동사가 보유한 금형은 약 3,000개 정도 되고 프레스는 500톤에서 5만 톤까지 약 45대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사측 의견으로는 신규 진입자가 이 생산 체제를 갖추려면 10년 이상 걸린다고 합니다. 자본의 장벽 뿐 아니라 고객들과 장기간 제품의 안정성, 납기일의 준수 여부 등 다양한 신뢰를 쌓아야 하는 업종입니다.
고객사의 어떤 요청이라도 즉시 대응이 가능한 회사입니다.
CAPA
동사의 공장은 부산 사하구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본사 공장을 비롯해서 녹산공장, 그리고 종속회사 등의 공장에서 물량을 생산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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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PA 현황 <출처:성광벤드, IFRS연결 기준> |
주력 생산기지인 녹산공장의 가동률은 73~85% 수준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5~6분기 마다 증설을 꾸준히 해 온 덕분에 현재는 연간 17만 톤의 제품을 생산할 수 있는 capa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최근 무리하게 땅을 매입하고 증설을 한 것이 업황 악화와 맞물려 부정적 상황을 초래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지만 시간이 지나면 동사의 강점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자회사 - 화진피에프
투자에 있어 중요한 사항은 아닌 뒷이야기이니 짤막하게 쓰고 넘어가겠습니다. 화진피에프는 동사 협력업체였습니다. 납기일을 맞추지 못하는 등 문제가 생기자 동사가 아예 인수해버렸다고 합니다. 현재는 동사와 함께 시너지를 잘 내고 있다고 합니다.
국제 유가
동사 영업 환경이 회복을 하기 위해서는 국제 유가가 회복을 하는 것이 가장 관건입니다. 개인적으로는 매크로 분석을 할줄도 모를 뿐 더러 매크로 보는 것을 별로 안 좋아합니다. 개별 기업에 집중을 해야하는데 요즘에는 유가와 연동된 기업이 많다보니 유가는 어쩔 수 없이 봐야하네요. 그러다보면 또 국제 정세도 살펴야하고.. 유가가 다시 반등을 크게 해서 매크로 안 보는 날이 빨리 왔으면 좋겠습니다.
매크로 보는 눈이 없기 때문에 동사 투자와 관련해서 핵심적인 부분만 간략하게 짚어보겠습니다.
국제 유가 하락의 이유
국제 유가의 하락 이유는 공급이 수요보다 많기 때문입니다. 저성장, 디플레, 소비 침체 등으로 석유의 소비는 떨어지는데 석유 생산 주체들은 시장 점유율을 잃기 싫어서 감산하지 않고 생산량을 유지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특히 중국의 경기 침체로 석유 소비가 늘지 않는 데다 이라크는 사상 최대의 원유 생산량을 경신하고 있습니다.
석유 생산량이 소비량을 1개월에 1%만 초과해도 누적되는 원유 재고량은 저유가 시간표를 더 늘리는 요소가 됩니다.
시장 점유율에 특히 민감한 곳은 사우디아라비아입니다. 저유가로 여러 국가가 부도위기를 겪고 있음에도 원유 생산 BEP가 낮은 사우디는 상대적으로 버틸 수 있다는 분위기입니다. 하지만 사우디 역시 국부의 대부분이 원유 판매에서 나오고 막대한 복지 재원을 원유 판매에 의지하고 있으므로 최근의 주가하락으로 심각한 타격을 받고 있으리라 생각됩니다.
유가 하락은 언제쯤 진정될까
현재 원유 생산량을 놓고 헤게모니 다툼을 벌이는 주체는 크게 3곳입니다. 먼저 이라크, 사우디아라비아 등의 나라가 포함된 OPEC, 그리고 러시아, 노르웨이, 베네수엘라, 멕시코처럼 OPEC에 가입되지 않은 비OPEC, 끝으로 셰일오일로 전성기를 맞은 미국입니다.
OPEC은 셰일오일과 셰일가스가 에너지 가격을 낮추는 것이 장기적으로 자신들에게 득이 되지 않기 때문에 미국의 셰일오일 생산 업체들을 고사시키는 것이 목적으로 보입니다.
반면에 미국도 지금의 저유가를 즐기고 있고 당장은 굳이 유가가 오르길 바라지 않는 것 같습니다. 세계 2위의 석유 생산국이자 가장 말을 안 듣고 있는 러시아를 길들이기 딱 좋은 것이 저유가입니다. 실제로 러시아는 저유가로 모라토리엄 직전까지 몰려 있습니다.
그리고, IS와 같은 테러 단체도 수익의 상당액을 석유 판매대금에 의존하고 있으므로 유가 하락은 테러조직의 자금줄도 마르게 할 수 있습니다. 저유가로 미국 경제는 어쨌든 다시 한 번 활기를 찾으며 다우지수도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고요.
유가 하락은 주요 석유 생산주체 중 하나가 치킨 게임에서 쓰러져서 공급 부족 현상이 생겨야 바닥을 찍고 오름세를 보일 것입니다.
미국은 말 안듣는 나라들을 골탕 먹이는 것 이외에도, 주요 석유 생산주체들이 무너지고 자신들이 에너지 패권을 잡기를 바랄 것이고 사우디아라비아도 빨리 경쟁 주체들이 무너지길 바라고 있을 것입니다.
지금 가장 유력한 상황은 러시아와 베네수엘라 등의 국가가 모라토리엄을 선언하고 석유 생산도 중단되는 상황을 맞는 것입니다. 아직은 상황이 어떻게 흘러갈지, 국제 유가의 바닥이 어디쯤일지 알 수가 없는 상황입니다.
각 생산 주체별 BE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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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11월 주요 증권사의 석유 생산 주체별 BEP추정 <클릭하면 커집니다> |
작년 11월 삼성증권과 유안타증권에서 나온 석유 생산 주체별 BEP 추정 자료입니다. 국제 유가는 현재 배럴당 50달러가 깨져서 40달러대에서 움직이고 있으므로 거의 모든 산유국이 적자입니다. 특히 세계 2위 산유국인 러시아 같은 나라들은 기름을 퍼내면 퍼낼수록 복리로 불어나는 적자에 시달리게 되는데요. 푸틴은 지금 죽고 싶은 심정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미국의 셰일오일도 BEP는 60달러 선이지만, 소위 몸빵을 하면서 잘 버티고 있습니다. 오히려 미국은 저유가를 즐기는 입장이고요. 해당 국가에는 불행한 일이지만 동사 주주분들께는 산유국 몇 개가 부도났다는 이야기가 가장 반가운 소식이 되리라 생각됩니다.
돌발 변수 - 중국의 전략유 비축
동사 주주분들에게 반가울 만한 의외의 변수는 있습니다. 저유가를 생각보다 빨리 끝낼 수 있는 변수인데요. 중국이 유가 하락을 틈타 하루 1,800만 배럴 이상의 전략유를 사들여 비축하고 있다는
소식입니다. 물론 재에 관한 셈법은 지구 최고를 자랑하는 중국인들이 석유 가격을 끌어올려 가면서까지 전략유를 비축할지는 좀 더 두고 봐야합니다.
주요 EPC 업체의 수주잔고
대신증권 리서치센터에 따르면 올 봄에 공정률 10%에 도달하는 플랜트 프로젝트가 많아져서 동사 영업 환경에도 어느 정도 숨통이 트일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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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대신증권 리서치 센터, 클릭하면 커집니다> |
물론 업황이 워낙 안 좋기 때문에 위 프로젝트들은 계속 연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그리고 영토 전역의 이야기는 아니지만 그래도 이라크는 IS가 활개치는 사실상 여행금지 국가라 공사가 제대로 진행될 수 있을지도 미지수 입니다.
밸류에이션
동사의 전방이 매크로와 연동된 회사들이라 동사 실적을 추정하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닙니다. 예측이 빗나겠지만. 언제나 제 멘트 있잖아요. 눈 감고 투자할 순 없으니까요. 그래도 밸류에이션을 정성껏 진행해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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밸류에이션 <클릭하면 커집니다> |
밸류에이션의 근거는 다음과 같습니다.
- 동사의 수주잔고는 13년 3분기 1,840억 원에서 14년 3분기에 1,315억 원으로 감소
- 수주잔고 감소 리스크는 2015년 봄(2분기)부터 해소될 것으로 기대
- 통상임금 10% 인상, 13년엔 우발 200억, 14년엔 20억 추가
- 중국과 인도는 타국 업체의 피팅 부품 수입을 안 하므로 밸류에 미포함
- EU는 반덤핑 과세율이 44%, EU시장 성장성도 밸류에 미포함
- 2012년에 카본 : 비카본 제품의 매출 비중이 5:5였음
- 사측에서 2015년에는 카본 제품의 비중이 소폭 늘어날 것으로 예상, 마진율 소폭 감소 예상
- 비 카본제품의 단가가 카본 제품보다 3~10배 정도 높음
- 2014년 4분기 수주 상황도 좋지 못함, 200억 초반대
- 2014년 OPM 가이던스 15~20% 사이
- 2014년에는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싱가폴의 발전플랜트 상황이 좋았음
- 원재료가 싸져도 제품가가 같이 떨어지는 스프레드형 BM
- 철강 가격은 지금이 거의 바닥일 것으로 추정, gm 스프레드 지금 보단 보수적으로
- 배당은 평년 수준으로 가능 (약 42억 9천만 원 이상)
- 유가는 올해 중반기를 넘어야 바닥을 찍을 것으로 개인적으로 예상
- 정말 시장 상황이 안 따라와 주면 올해 내내 업황이 나쁠 수도 있음
- 2016년은 돼야 유가 하락과 조선업 불황에서 어느 정도 벗어날 것으로 판단
- 반대로 회사에서는 2016년 중반 이후 수주 공백에 대해 걱정하였음
- 동사는 저력이 있는 회사이므로 업황 회복시 목표가는 큰폭으로 상향 가능, 업황 분위기상 보수적으로 밸류에이션
기술상 위치
기술적으로는 하락세가 진정이 안되고 있는 모습입니다. 정찰병 수준이 아니라면 큰 비중의 자금을 섣불리 투입하는 것은 위험해 보입니다. 빨리 하락세가 진정되길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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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봉 추세 <출처:네이버, 클릭하면 커집니다> |
결론
매우 탄탄하고 우량한 기업임은 틀림없습니다. 업황이 돌아서면 아주 빠른 속도로 영업 실적을 회복할 저력 있는 회사입니다. 당분간은 유가의 흐름에 집중을 하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조선업이 회복되거나 유가가 상승하면 동사의 주가도 안정을 찾으리라 생각됩니다.
당장은 어렵지만 업황이 반전할 때를 위해 종목을 깔아두는 것으로..
2015년 1월 7일
송종식 드림
주의사항 : 글을 쓰고 있는 현재 저는 동사의 주주임을 먼저 알려드립니다. 본 포스팅에서 언급된 비지니스 전망과 현황, 수치, 지표 등은 모두 실제와 다를 수 있습니다. 또한, 전적으로 제 주관적 의견들임을 다시 한번 알려드리며 개인적으로 학습한 내용을 다른 투자자분들과 교류하고 의견을 나누기 위해 작성한 글임을 알려드립니다. 본 포스팅을 토대로 투자 하시지 않으시길 부탁드리며, 투자 판단과 의사결정 그리고 그로 인해 발생하는 모든 책임은 투자자 본인에게 있습니다. 이해를 부탁드립니다.
* 출처를 표기해 주신다면 얼마든지 퍼가셔도 좋습니다. 단, 상업적 이용은 불가능 합니다.
위험성 안내 : 이 글은 매수와 매도를 추천하는 글이 아니며 개인적 학습 내용을 공유하기 위한 참고적 용도의 글입니다. 또한, 이 글은 법적 증빙 자료로 활용될 수 없음을 고지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