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블이 인 게시물을 표시합니다. 모든 게시물 표시
레이블이 인 게시물을 표시합니다. 모든 게시물 표시
2025년 1월 11일 토요일

2024년 읽은 책 결산

제목에 '결산'이라는 거창한 단어를 썼습니다만, 결산까지라고 말하기는 부끄럽습니다. 간략하게 읽었던 책들을 돌이켜 보는 포스팅입니다. 

올해는 총 42권의 책을 읽었습니다. 독서량 자체는 보통의 해 보다 다소 줄었습니다. 양과 함께 질도 줄었습니다. 읽은 책들도 가벼운 교양서 위주였습니다. 굳이 핑계를 대자면 2024년에는 사람을 만날 일이 많았습니다. 그리고 여행도 자주 다녔습니다. 그래서 독서량이 다소 줄었습니다. 그렇지만 독서를 함에 있어서 그 어떤 핑계를 대서도 안 되겠지요. '책 읽을 시간이 없다'는 핑계는 독서에 있어서 가장 궁색한 핑계입니다. 반성합니다.

2025년에는 원래 그랬던 것 처럼 일상속에 다시 독서를 녹여 내야겠다고 다짐합니다. 물론, 독서는 한 권을 깊이 있게 읽는 방법도 있고, 빠르게 두루 읽는 방법도 있습니다. 그래서 절대적인 독서량 자체가 당연히 중요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개인적인 페이스가 있기에 올해는 페이스를 회복 시켜 볼 생각입니다.

사진 : 송종식

작년에 마지막으로 구매한 책입니다. 머리맡에 두고 자기 전에 틈틈이 재미있게 읽고 있습니다. '아메리칸 비지니스'는 1920년대부터 21세기까지 미국 기업들과 산업에 대해 다루고 있습니다. 학부와 대학원 교재로 만들어 진 책입니다. 다만, 일반인이 읽기에 어렵지는 않습니다. 교과서이지만 시간의 흐름에 따라 편안하게 써져 있어서 재미있게 읽을 수 있습니다. 미국 기업들이 어떻게 성장해 왔는지 단순한 현상을 기록한 것이 아니라 기업을 영위하는데 필요했던 사회적인 배경까지 다루고 있습니다.

'양자컴퓨터의 미래'는 유명한 물리학자이자 미래학자인 미치오 카쿠 교수님의 저서입니다. 미치오 카쿠 교수님은 과학의 저변을 넓히기 위해 열심히 활동하십니다. 그래서 역시, 이 책도 그 어려운 영자역학과 양자컴퓨팅에 대해서 쉽게(?) 쓰여 있습니다. 어떤 분야에 대해서 한 권의 책만 읽은 사람이 가장 무섭다는 우스갯소리가 있습니다만, 양자컴퓨터 입문을 하신다면 이 책을 읽어보시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사진 : 송종식

중국의 초한전은 전세계에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지근거리에 있는 우리나라에 미치는 영향은 지대합니다. 초한전은 오래전부터 은밀히 진행되었습니다. 최근에는 대놓고 우리나라를 휘젓고 다닙니다. 한국 사람들의 반발심도 대단히 거셉니다. 그것이 가능해진 것은 중국이 정치, 경제적으로 급부상했기 때문입니다. '중국의 부상과 국내정치적 취약성'은 중국이 급부상한 과정을 중심으로, 중국이 가진 강점과 중국 국내적 약점에 대해서 6개 분야에 나눠 심층적으로 다룹니다.

'자유와 시장'은 자유민주주의와 자유시장주의 체제를 옹호하며 당위성에 대해서 주장하고 있습니다. 책은 현 정권의 수장은 물론 우리 독자들에게도 질문을 던집니다. 사유재산과 자유가 보장된 체제에서 살고 싶은지, 무능하고 부패한 사람들이 이끄는 진짜 독재사회에서 살고 싶은지를요. 평소 제가 생각하는 내용들이라서 어렵지 않게 읽었지만, 마인드를 상기하는 차원에서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사진 : 송종식

맹자를 신봉하는 사람이 쓴 자기계발서를 한 권 읽었습니다. 내용이야 뻔했습니다. 하지만, 한번씩 이런 책을 잊을만 할 때 한번씩 읽어도 좋을 듯 합니다. '사모펀드와 M&A 트렌드'는 2025년 버전이 나왔습니다. 제가 책을 빌릴 때는 2023년 버전 밖에 없어서, 가볍게 읽었습니다. 그냥 국내에서 있었던 M&A 시장 이야기와, 사모펀드 업계 이야기가 서술되어 있습니다. 가볍게 읽었습니다. '가난한 찰리의 연감'은 워낙 유명한 책입니다. 투자를 벗어나서 인생 전반에 대한 귀한 가르침이 담겨 있습니다. 익히 알고 있던 내용들이라서 휙휙 빠르게 읽었습니다. 최근에 컴퓨터 공부를 너무 안해서, 기술서 2권을 읽었습니다. 이것도 독서에 포함시켜야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새로울 내용은 없었지만 최근에 웹서비스를 구축해야 할 일이 생겨, 보안에 조금 더 신경쓰자고 상기하는 차원에서 가볍게 읽었습니다.

사진 : 송종식

사람이 죽고 다치는 것은 싫지만, 원래 전쟁 이야기를 좋아합니다. 방산 섹터를 공부하면서 환기차원에서 읽었던 전쟁 관련 서적들입니다. 현대 전쟁은 지상, 해상, 해저, 공중, 우주에 더해 사이버 세상까지 총 6개의 전장이 펼쳐지고 있습니다. 사이버 전쟁 이야기가 특히 재미있었습니다. 중국의 초한전은 우리나라에 직접적인 악영향을 미치고 있어서 몰입하며 읽었습니다.

사진 : 송종식

이건 우주섹터를 공부하다가 환기차원에서 읽은 책들입니다. 입문용 서적들입니다. 아는 내용이 많았지만 몰랐던 것들도 배울 수 있었습니다. 취미로 경비행기 조종을 배우고 싶어서 조종관련 입문서들도 가볍게 몇 권 읽었습니다.

사진 : 송종식

세금도 잘 내고, 국민의 기본 의무는 잘 하면서 살아가고 있습니다만, 불혹의 나이에 접어든 저는 그다지 사회에 기여를 한 게 없네요. 하지만 제 안에서 작게나마 살아있는 기업가 정신의 불꽃을 꺼트리고 싶진 않습니다. 그래서 제가 존경하는 두 분의 책을 가볍게 읽었습니다. 죽기 전에 사회에 작은 기여라도 하고 죽고 싶습니다. 유유자적 살고 있습니다만, 운명적인 일을 만나 제 남은 열정을 불태울 날이 올 것입니다. 요즘 헝그리 정신도, 기업가 정신도 사라진 시대라는 말이 많습니다. 저부터도 저를 돌아보며 마음을 다잡아야겠습니다.

사진 : 송종식

선물 받은 책입니다. 언론, 소셜미디어, 말과 글이 사람을 얼마나 파괴시킬 수 있는지 경각심을 느끼게 해 준 책입니다. 소셜 미디어에 다양한 글을 올리는 우리 개인도 그렇지만, 언론인들은 더욱 큰 책임을 느끼고 말과 글을 사용해야 할 것입니다.

사진 : 송종식

'~as a service'의 구독경제 전성시대입니다. 그것에 대한 내용을 조금 읽었습니다. '대량살상 수학무기'는 IT회사들이 갖고 있는 알고리즘이 어떻게 민주주의를 파괴하고 있는지에 대한 내용입니다. '부의 미래'는 뻔한 내용 위주이면서도 일부 흥미로운 내용도 있었습니다. 역시 일본인스러운 문체와 발상들이 많았는데, 설렁설렁 접근하는 것 같으면서도 빈틈없는 내용들이 재미있었습니다. '사회적 행위를 설명하기'는 사회과학, 심리학, 철학을 오가면서도 사회과학이 논리와 과학적 분석의 틀을 벗어나면 안된다는 점을 주장하고 있습니다. 제가 올바로 이해하지 못한 것일 수도 있습니다.

사진 : 송종식

공항에서 비행기를 기다리는 동안 가볍게 구매한 책입니다. 노동, 성, 권력이 어떻게 인류의 역사를 써 왔는가에 대한 책입니다. 주제는 아주 방대하지만 내용들은 우리가 한번쯤 생각해 봤을 법한 내용들이라 대단히 신선하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군데군데 생각할거리들은 있었습니다.

사진 : 송종식

가급적 투자관련 서적은 잘 안 읽는 편입니다. 너무 안 읽다보니 투자 마인드 관련해서 재점검이 필요했습니다. 그래서 투자자들 사이에서 칭찬이 자자했던 '예측투자'와 '버크셔 해서웨이의 재탄생'을 가볍게 읽었습니다.

사진 : 송종식

1960년대에 나온 미디어에 대한 매클루한의 고전서를 읽으면서 현 시대의 미디어와 그를 이용하는 대중들을 비교하는 시간을 가져 보았습니다. '폭력이란 무엇인가'는 폭력을 단순한 물리적 행위가 아니라 사회적으로 어떤 역할을 가진 것으로 보았고, 그것이 인간사회에 어떤 문제들을 만드는지를 인문학적으로 접근하여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어쩌다 한국인'은 우리가 익히 공감할 만한 내용들이 많았고, 가볍게 읽었습니다.

사진 : 송종식

알려진 개인투자자 중에서 한국에서 가장 유명하고 큰 자산을 소유한 박영옥 선배님의 책입니다. 선배님과 통화를 하다가 '목숨을 걸고 쓰신 책'이라고 해서 곧장 읽어보았습니다. 사실 박영옥 선배님 정도의 자산가면 주주운동을 할 필요도 없고, 목숨을 걸고 이런 책을 쓰실 필요도 없습니다. 하지만, 진심으로 우리나라가 잘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이렇게 책도 쓰고, 직접 몸으로 부딪혀 가며 한국 자본시장의 모순들을 해결하기 위해 노력해 주고 계십니다. 그래서 존경하는 투자자이기도 합니다. 제가 '이제 미국에 투자하시죠'라고 넌지시 이야기를 던져 보면 '우리 투자자들이 한국에 투자를 해주어야 한다. 그래야 한국 기업들이 더 잘 되고, 한국 기업들이 고용도 늘리고, 우리 자손들이 풍요롭게 살 수 있다'고 일축하십니다. 나라를 사랑하는 그의 마음과, 그의 진심어린 활동에 존경의 박수를 보냅니다.

사진 : 송종식

욘 포세 아저씨가 노벨상을 받았다고 해서 가볍게 읽었고, 나머지 책들도 머리를 식힐 목적으로 가볍게 읽었습니다.

사진 : 송종식

이 책은 제목만 보고 흠칫하실 분들도 계실 것 같습니다. 하지만 교양서적이고, 내용도 아주 재미있습니다. 수학을 포기하셨던 분들도 재미있게 읽을 수 있습니다. 수학을 통해서 우주와 세상을 이해하는데 아주 조금이나마 다가갈 수 있습니다.

사진 : 송종식

작년에는 유독 책 선물을 많이 받았네요. 제 취향을 저격한 책들입니다. '이기적 유전자'는 학창시절에도 읽었던 널리 알려진 고전이지만 오랜만에 읽으니 재미있었습니다. '90일 밤의 우주'는 한국천문연구원의 천문학자분들이 각자의 시각으로 쓴 우주이야기입니다. 교양서라서 어렵지 않게 읽을 수 있습니다. '외로움의 습격'을 읽으면서는 제가 오래전부터 해오던 생각 중 하나인 '외로움'을 다루는 산업이 큰 산업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굳혔습니다.

사진 : 송종식

친한 동생에게서 선물받은 책입니다. 제가 정주영 회장님을 좋아하는 걸 알고 맞춤형으로 준 선물인데 기뻤습니다. 과거에도 몇번 읽었던 책이지만 오랜만에 다시 읽으니 힘도 나고 좋았습니다. 지금보다 훨씬 더 열악한 상황에서 한국을 이 정도 반열에 올려 놓은 우리 선배세대에 무한한 감사와 존경의 마음을 전합니다.

2025년 1월 11일
송종식 드림


2023년 2월 3일 금요일

연을 쫓는 아이(The Kite Runner)

알림 : 이 포스팅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소설 개요


작가는 할레드 호세이니(Khaled Hosseini)입니다. 아프가니스탄 출신의 미국인입니다. 외교관이었던 아버지를 따라 미국으로 망명했습니다. 파리에서 살던 호세이니 일가가 돌아가기에 아프가니스탄은 이미 평화로운 땅이 아니었습니다. 

공산화 된 조국을 떠난 호세이니 일가는 미국 서부에 터를 잡고 살아갑니다. 알레드 호세이니는 미국에서 차근차근 공부하여 생물학 학사학위를 받고, 의학을 공부해서 의사가 됩니다. 호세이니는 원래 소설가는 아니었습니다. Cedars-Sinai 병원에서 내과 의사로 근무했습니다. 진료를 마치면 틈틈이 글을 썼습니다. 2001년부터 쓰기 시작해서 2003년에 세상에 나온 책이 바로 이 '연을 쫓는 아이'입니다.

할레드 호세이니 <자료 : 유엔난민기구>

호세이니의 첫 소설은 70여 개국에 팔립니다. 총 4,800만 여부가 판매됩니다. 그는 문학계에서 일약 유명인사가 되었습니다. 세계적으로도 한 번에 거물이 되었습니다. 후속작인 '천 개의 찬란한 태양(A Thousand Splendid Suns)'도 큰 호평을 받습니다.

'연을 쫓는 아이'가 아프가니스탄 남자들의 이야기라면, '천 개의 찬란한 태양'은 여자들의 비극을 다룬 이야기입니다.

중국의 천안문 시위, 베를린 장벽 붕괴와 독일 통일, 미국의 오일쇼크 등 굵직한 글로벌 이슈들 속에 약소국 아프가니스탄의 비극은 철저히 잊혀졌습니다. 하지만, 할레드 호세이니가 그 비극을 멱살잡고 수면 위로 끌어 올렸습니다. 이만한 애국, 이만한 홍보, 이만한 외교가 따로 있을까 싶습니다.

시대적 배경


소설에 등장하는 아프가니스탄의 역사는 참담할 정도로 극적입니다.

카불이 영국령에서 벗어나고 1923년부터 1973년까지 바라크자이 왕조가 들어섭니다. 군주제긴 했어도 이 시기가 아프가니스탄 역사상 가장 평화롭고 풍요로운 시대였습니다. 소설 초반에 등장하는 이야기가 이 시대에 해당합니다.

주인공 아미르는 부유한 아버지를 뒀습니다. 덕분에 수도 카불에서도 가장 살기 좋은 동네에 살았습니다. 그 동네에서도 가장 좋은 집이었습니다. 좋은 시대였지만 극명한 신분제 사회였습니다. 아미르의 집에는 흙으로 대충 빚어서 지은 하인들의 집이 따로 있었습니다. 하인들은 하자라인들이었습니다. 이들은 아미르 가족의 소일거리를 도우며 살고 있었습니다. 하산은 하인의 아들이었습니다. 하지만 주인 아들인 아미르와 잘 어울려 다녔습니다.

아프가니스탄의 비극, 소설에서 아미르 일가와 주변 사람들의 비극은 1973년에 시작됩니다. 자히르 샤 국왕이 해외 순방을 하던 중 무함마드 다우드 칸이 쿠데타를 일으킵니다. 군주정은 폐지되고 공화정 체제로 바뀌지만 사실상 그냥 독재체제였습니다.

개혁정책이라고 실행한 것이 일단의 이슬람 물빼기였습니다. 노선은 '적극적 친 소련 노선'이었습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무함마드 다우드 칸 초대 대통령은 공산주의자들까지도 잔인하게 탄압하였습니다.

1978년, 아프가니스탄 인민민주당이 다시 쿠데타를 일으킵니다. 대통령 관저에서 다우드 칸 대통령과 일가족을 모두 처형했습니다. 아프가니스탄 인민민주당은 극좌 단체였습니다. 초대 대통령은 누르 무함마드 타라키가 맡았습니다. 국민들에게는 그저 '다우드 칸 대통령이 건강상 문제로 대통령직에서 사임한다'라고만 했습니다.

새로 들어 선 정권은 이슬람을 강력하게 탄압했습니다. 종교탄압에 대한 반발로 무자헤딘 게릴라들이 정부군과 군사적 충돌을 하기 시작합니다. 이것을 시작으로 아프가니스탄은 내전의 소용돌이 속으로 휘말려 들어갑니다.

1979년, 소련은 인접 국가에 대한 안정화를 명목으로 아프가니스탄을 침공합니다. 소설에서 바바와 아미르 가족은 망명을 떠납니다. 아미르가 컴컴한 기름탱크 속에 숨 죽이고 있는 장면은 살이 떨리도록 긴장됩니다.

무자헤딘은 아프가니스탄 정부군에 대한 공격을 멈춥니다. 그리고 침공한 소련군을 상대로 싸웁니다. 지리한 충돌끝에 1988년에 소련은 군대 철수를 결정합니다.

이후에도 무자헤딘과 새로 들어선 나지불라 정부군의 충돌은 계속 됐습니다. 1992년 무자헤딘이 카불을 점령하며 승리를 선언합니다. 하지만 무자헤딘 안에도 다양한 파벌이 있었습니다. 무자헤딘이 논공행상과 각종 이해관계로 산산조각 납니다. 이 틈을 타고 탈레반이 등장합니다.

1970년대 서구적인 복장의 카불 여성들
지금 저러고 다니면 즉결처형 대상이다

우리 모두가 알고 있다시피 탈레반은 극단주의 종교단체입니다. 1996년 이들은 카불을 점령하였습니다. 아프가니스탄 국민들은 오랜 전쟁과 폭력 그리고 가난에 시달렸습니다. 탈레반이 이 혼란을 끝내 주리라 믿고 의지했습니다. 그래서 이들은 탈레반을 두 팔 벌려 환영합니다. 더 크고 끔찍한 고통이 다가올 것을 모른채..

등장인물의 간략한 캐릭터


아미르


파슈툰족. 바바의 아들. 바바의 인정과 사랑을 갈구한다. 카불의 가장 좋은 집에 사는 도련님. 그는 생각이 많지만 겁도 많다. 때로는 야비한 면도 있다. 하지만 연민도 많다. 복잡한 인물이다. 자신을 위해 헌신하는 하산이 강간당하는 것을 보고도 모른체 한다. 하산은 강간을 당하면서도 도련님을 위한 연을 지켜낸다. 아미르는 그 연을 들고 바바에게 인정받는다. 아미르는 이것을 평생의 마음의 짐으로 안고 살아간다.

바바


아미르의 아버지. 꽤 성공한 사업가이자 자선사업가. 카펫 수출사업, 2개의 약국, 하나의 레스토랑을 운영했다. 사업은 잘 됐다. 주변 사람들을 아낌없이 도왔으며 고아원을 자비로 지어서 운영했다. 그는 서구 자유주의에 가까운 사고를 하는 사람이었다. 능력있고 냉철한 사람이었다. 아들 아미르에게도 그랬다. 그는 아미르가 강인한 남자이길 바랐다. 성에 차지 않았는지 차갑게만 대했다. 되레, 하인의 아들이었던 하산을 남자로서 더 인정하는 면도 있었다. 바바는 자존심도 강했다. 소련군의 총구 앞에서도 할 말은 했다. 미국에서도 생활보호대상자들에게 주는 식료품 지원 카드를 집어 던지고 주유소에서 고생하면서 일을 하는 성격이었다.

아세프


공군조종사의 아들. 아세프의 아버지는 바바와 친구였다. 아세프는 반사회적 인격장애를 가진 문제아였다. 하지만 어른들에게는 꽤나 칭찬받는 아이였다. 흉기를 들고 다니면서 친구들에게 폭력을 가했다. 그런 그도 바바는 무서워 했다. 바바 덕분에 아미르는 아세프의 직접적 괴롭힘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아세프는 군주제 붕괴를 환영했다. 어려서부터 야망이 대단히 컸다. 그는 히틀러를 추종했다.

라힘 한


바바의 동업자. 바바의 집에서 함께 자주 시간을 보냈다. 아미르에게는 정서적으로 아버지인 바바보다 더 가까운 면이 있는 사람이었다. 어쩌면 제2의 아버지, 아니 어쩌면 어머니의 역할을 했을지도 모른다. 라힘 한은 바바의 글을 인정해주는 유일한 어른이었다. 아미르와 하산이 갖고 있는 출생의 비밀도 바바와 함께 공유하는 사람이었다.

하산


알리의 아들. 아미르의 친구. 충직한 하인이다. 의리와 용기가 있는 친구다. 주인님을 위해서는 천 번이라도 희생하겠다는 우직한 캐릭터다. 연날리기 대회에 재능을 갖고 있다.

알리


하산의 아버지이자 아미르 가족의 하인이다. 한편으로 아미르가 가족처럼 생각하는 인물이다. 그 역시 우직한 성격을 갖고 있다. 하지만 아미르가 꾸민 모종의 나쁜짓으로 인해서 알리는 하산을 데리고 평생을 함께했던 아미르의 집을 떠나게 된다.

소라야


아미르가 미국 망명생활을 하면서 만난다. 아프가니스탄 사람들끼리 모여서 시장을 열었는데 거기서 만났다. 이슬람 문화권 특징상 남녀가 자유롭게 말을 걸고 연애를 할 수는 없었다. 하지만 둘은 첫눈에 반하고 눈빛으로 대화를 나눈다. 나중에는 소라야 어머니의 배려로 자주 만날 수 있게 된다. 소라야는 한 번의 파혼 경험이 있다. 아미르는 이를 모두 눈 감아준다. 소라야 역시 마음씨가 따뜻한 여성이다. 아이를 가질 수 없어서 힘들어 했지만 소랍을 내 아들처럼 받아 들인다.

소랍


하산의 아들이다. 하산이 탈레반에게 처형 당하고 소랍은 탈레반에게 끌려간다. 탈레반에게 감금과 성폭행을 당하는 등 모진 생활을 하며 지내다 아미르에게 구출된다. 새총을 잘 쏘았다. 아버지 하싼의 새총은 중요한 순간에 아미르를 구했다. 그러나 소랍의 새총은 중요한 순간에 자신의 운명을 바꾸어 놓았다. 그 새총 한 발 덕분에 소랍은 미국에서의 삶을 시작할 수 있었다. 소랍은 새총 쏘는 실력만 출중한 것이 아니라 용기도 금빛으로 빛났다. 그것은 아버지 하산의 유전자를 물려 받았기 때문이리라. 신분제가 없는 미국에서 꿈을 펼치며 잘 살았길 바란다.

연이 의미하는 것


연 날리기는 아프가니스탄의 전통놀이다. 연의 씨줄과 날줄은 나라의 운명에 따라 등장인물들의 운명도 격자로 동조되는 모습을 나타내는 듯 하다.

연을 날리는 모습은 자히르 샤 국왕 시절에 한번 묘사된다. 그리고 소설 말미에 미국 집회 장소에서 연을 날린다. 초반부 연은 평화의 상징이었고, 후반부의 연은 자국의 평화를 희망하는 작가의 염원을 담았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미군은 2021년에 아프가니스탄에서 철수한다. 아프가니스탄은 다시 탈레반의 수중에 들어갔다.

극 중 연은 아미르가 아버지 바바에게 인정을 받게 되는 아주 중요한 표식이다. 그러나 그것은 하산의 능력과 희생을 통해 얻은 것이었다. 아미르의 인생은 그 연과 함께 쭉 가슴속에 묻어 둔 고통, 그 자체였을지도 모른다.

소련과 탈레반, 그리고 미국


왕정이 붕괴되고 소련이 아프가니스탄을 차지한다. 그리고 다양한 세력이 내전을 일으킨다. 나중에는 미국이 개입해서 잠시 평화가 찾아 오는 듯 싶었다. 하지만 미군이 철수하면서 다시 탈레반 소굴이 된다.

천년만년 같은 땅. 하지만 지배하는 세력은 계속 변한다. 그 과정에서 선 인지 악 인지도 모를 폭력이 계속된다. 사람들은 우리편일 것 같은 사람들에게 박수를 보낸다. 하지만 머잖아 그들이 총칼로 우리를 억압한다. 도대체 무엇이 선이고 무엇이 악인가.

한국인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있다


내 망상이기는 하다. 내가 항상 머릿속에 갖고 있는 생각을 소설이 적나라하게 풀어냈다. 반짝이고 활기찬 도시 서울이 폐허가 된 모습. 거리를 떠도는 부랑인들과 거지들. 끊겨버린 전기와 상수도. 망가진 건물들에서 흩날리는 시멘트 먼지들. 디젤 냄새와 썩는 냄새들.

카불은 서울에 초가집이 가득하던 시절에도 꽤 발전한 도시였다. 사람들의 옷 차림은 서구적이었고, 경제도 활기찼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서 카불은 폐허의 도시가 되었다. 폭력과 살육의 도시가 되었다. 세상과 단절됐다. 여자들은 이제 부르카를 착용하고 다녀야 하며 혼자서 거리를 다닐 수도 없다.

악담이 아니라 우리나라라고 그러지 말라는 법도 없다. 우리나라도 내전이 잠시 멈춰있는 나라가 아니던가. 그리고 세계의 분쟁을 몰고 다니는 미국, 중국, 러시아의 힘이 충돌하는 곳이다. 아름답고 평화로운 이 나라를 자손들에게 잘 물려줄 수 있으면 좋겠다. 

평화와 풍요의 생활은 얼마든지 어제의 이야기가 될 수 있다. 누군가에게는 겪지 못한 꿈 같은 이야기가 될 수 있다. 

아슬아슬한 우리나라가 그나마 버티는 건 강력한 경제력과 한미동맹 덕분이다. '강력한'이라는 단어를 썼지만 어떻게 보면 연약한 유리 같을지도 모른다. 방심하는 사이 그것은 깨질 수 있다. 며칠 전에 썼던 '사소한 한뼘 차지하기'게임이 한반도에서 가장 극단적으로 진행되고 있으므로.

누구에게나 말 못할 비밀은 있다


미국 서던 캘리포니아 대학의 연구에 따르면 사람은 하루에 200번의 거짓말을 한다고 한다. 그것은 말로 표출한 것이다. 아마 대답을 하지 않거나 의도적으로 은닉하는 것 까지 포함하면 인간은 거짓말을 생산하는 기계라고 봐도 될 정도다. 물론 나도 인간이기에 거기서 자유로울 수 없다.

소설 속 인물들도 거짓말을 한다. 극 중 아미르는 바바에게 1등 연을 자기가 쟁취한 것처럼 거짓말을 한다. 그리고 하산을 도둑으로 몰아 집에서 쫓겨나게 만든다. 알리와 하산은 이 모든 사실을 알고도 아미르의 거짓말에 눈을 감아준다.

반대로 바바는 아미르에게 죽을 때 까지 하산의 출생의 비밀에 대해 함구한다. 거짓말도 도둑질이라고 가르치던 바바는 아미르에게 가장 큰 도둑질을 하고 세상을 떠난다. 아미르는 바바를 원망하지는 않는다.

아미르는 평생의 짐을 덜기 위해 탈레반 소굴로 들어간다. 거기에서 하산의 아들 소랍을 구해낸다. 그 과정에서 치아가 함몰된다. 갈비뼈는 몇개나 부러진다. 자칫하면 목숨을 잃을수도 있었다. 아세프에게 죽도록 폭행을 당하면서 아미르는 웃는다. 어쩌면 평생의 짐을 그렇게 덜어 낸다는 생각에 홀가분 했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소랍을 양자로 입양한다. 하산에게 지은 죄를 그렇게 씻어낸다.

누구나 거짓말을 하는 만큼, 누구에게나 말 못할 비밀은 있다. 다만, 세상의 수 많은 거짓말과 비밀이 발각되지 않을 뿐이다. 어쩌면 그래서 다행일지도 모른다. 세상의 수 많은 비밀들과 거짓말이 발각된다면 세상은 아수라장이 될 것이다. 투명해 지기 보다는 폐허가 될 것이다.

거짓말을 하지 않는 것이 가장 좋고, 상대의 거짓말을 알았을 때도 어느 정도는 눈을 감고 포용하는 태도도 필요하리라 생각한다. 나에게 큰 피해를 끼치는 것만 아니라면. 그것이 관계를 위한 기술이다.

가령 어떤 모임이 있다고 하자. 그 모임에 나온 사람들이 해왔던 거짓말, 그리고 숨겨 둔 치부들을 몽땅 테이블 위로 꺼낸다고 치자. 그 모임은 폭파되고 말 것이다. 인간은 사회적 관계를 해야 살아갈 수 있다. 관계를 위해 불가피한 거짓말은 어쩔 수 없이 눈을 감아야 하는 경우가 많다. 나도 많은 사람들의 거짓말과 치부를 알고 있지만 내 가슴 속에 모두 묻었다. 나 역시 완벽한 인간이 아니기 때문에. 누군가는 내 치부를 가슴에 묻어 뒀을 거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속죄의 시간은 필요하리라.

실재하나 꿈이고, 꿈인 듯 실재하는


인생지사 새옹지마라고 했던가. 아프가니스탄에서 상류층의 삶을 살던 바바는 미국에서 극빈층의 삶을 살아간다. 겨우 일자리를 하나 구했지만 주유소 주유원이었다. 바바의 손은 갈수록 갈라졌다. 얼굴에는 주름이 늘었다. 허리는 굽어가고 피부는 검어졌다. 총명하고 여유있던 바바는 화를 버럭 잘 내는 그런 괴팍한 사람으로 변하고 있었다. 얼마나 황망한가.

부유한 삶을 누리게 만들어 준 물질은 모두 사라졌다. 하지만 미국에서도 아프가니스탄 사람들은 살아 가기 위해서 안간힘을 쓴다. 그 관계들은 사라지지 않고 그대로 남아 있다.

특히, 바바가 본국에 있을 때 도와 주었던 사람들은 바바의 죽음에 모두 슬퍼했다. 그것이 그가 남긴 유산이다. 그리고 우리가 생각을 해야 하는 부분이다.

내가 자주 인용하는 탈무드의 이야기가 있다.

'해적들이 우리가 평생 모은 재산을 가져가도 상관없다. 일단 우리 목숨만 붙어 있으면 된다. 그리고 우리 머릿속에 지혜와 지식만 남아 있으면 된다. 그것은 그 누구도 훔쳐갈 수가 없다.'
 
한편, 아미르는 미국에 머문지 20년 정도 되었다. 작가로도 성공했다. 가정도 이뤘다. 풍요로운 캘리포니아를 떠나 희망이 없는 고향땅을 밟는다. 고향땅은 앞서 서술한 대로 폐허다. 같은 하늘 아래 살지만 우리가 처한 상황들은 이렇게 다르다. 굳이 미국과 아프가니스탄만큼 멀어질 필요도 없다. 아마 같은 서울 하늘 아래 사는 우리네 인생도 그럴 것이다.

사소한 판단과 선택으로 개인의 삶은 극명하게 갈린다. 어쩌면 신의나 의리 같은 것들이 그렇게 만들지도 모르겠다. 

아미르는 미국 시민권, 소라야, 소랍과 작가로서의 명성을 얻었고 나머지는 모두 잃었다. 라힌 함과 하산은 의리와 신의를 지키고 나머지를 모두 잃었다. 절대 선, 절대 악이 없듯이 이 부분도 너무나 아이러니한 현실이다. 그래서 소설이 더 비극적이다.

천년만년 살 것도 아닌데, 어쩌면 사는 것 자체가 꿈인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일상의 사소한 것들에서 즐거음과 행복을 찾고, 옆에 함께 하는 사람들과 정서적으로 교감하며 매 순간을 살면, 그 뿐인지도.

사진 : 송종식

작가 덕분에 아프가니스탄의 현실에 대해서 세계에 널리 알려졌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작가는 현재 아프간 난민이 미국에 들어갈 수 있도록 돕는 역할도 하고 있다고 합니다. 저도 이처럼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일을 하면서 살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모질디 모진 인생을 살다 간 하산이 자꾸만 눈에 밟힙니다. 충직하고, 올곧으며, 의리와 신념이 있는 친구입니다. 게다가 머리도 좋고 성실합니다. 하산이 아프가니스탄이 아니라 미국에서 태어났다면 그의 인생은 완전히 달라졌을 것입니다.

여운이 많이 남는 책이었습니다.

2023년 2월 3일
송종식 드림


2023년 1월 25일 수요일

2022년에 읽은 책 결산

독후감은 그때그때 자주 쓰고 싶습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그렇게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독후감을 쓸 시간에 한 권이라도 더 읽는 게 좋아서 그렇습니다. 그리고 책 읽는 시간 외에도 해야할 것이 너무나 많기 때문에 그렇기도 합니다. 2023년에는 좋은 책을 읽었으면 적시에 독후감을 짧게라도 남겨볼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한 해 읽은 책 결산' 원래 이런 것도 안합니다. 블로그에 그런 것을 올리는 게 괜시리 '나 책을 이만큼 많이 읽어'라고 뽐내는 것 같은 느낌도 들어서 개인적으로 거부감이 컸기 때문입니다. 물론 블로그야 온전히 개인공간이고 글쓰는거야 제 자유이기는 하지만요. 읽는 분들께 불쾌감을 최대한 덜 드릴 의무도 있지 않을까 생각을 하였습니다.

처음으로 블로그에 1년간 읽었던 책들에 대한 결산을 해봅니다. 나름의 명분이라면 명분, 핑계라면 핑계, 이유라면 이유가 있습니다.


'부산의 젊은 승부사' 로이님이 댓글을 달아주었습니다. 몇가지 질문도 남겨 주셨습니다.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1) 책을 많이 읽게 된 계기나 이유
2) 책을 읽으니 좋은 점
3) 투자서적을 제외한 책 추천

마침 질문도 들어왔으니 답변을 드리겠습니다. 그리고 겸사겸사 올해 읽은 책들 결산도 함께 진행하겠습니다. 포스팅을 끝까지 꼼꼼하게 다 읽어보실 분은 안 계시겠지만 개인적인 기록 차원에서도 남겨 봄직하다는 판단이 들어서 포스팅 작성을 시작합니다.

꾸밈이나 포장없이 팩트 위주로 가감없이 써 보겠습니다.

책을 많이 읽게 된 계기나 이유


특별한 계기는 없습니다. '성공하기 위해서 책을 읽어야지' 애초에 이런 생각으로 책을 읽지 않았습니다. 그런 개념조차 없었습니다. 이 질문 덕분에 제 삶을 반추해 보았습니다. 기억도 과거로 거슬러 올라갔습니다. 글을 떼면서 컴퓨터를 만지기 시작했듯, 비슷한 시기에 책에 푹 빠져 지냈습니다. 

초등학교가 저희 때는 '국민학교'였죠. 국민학교 입학 전 부터 책벌레였습니다. 요즘 부모님들이 전략적으로 아이에게 책 읽히기 교육을 시키거나, 책 읽을 환경을 조성해주는 것과는 결이 많이 달랐습니다.

특별한 계기가 있지는 않았습니다. 시골의 작은 국민학교여서 장서가 많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학교의 책을 몽땅 다 읽었고, 그것이 모자라서 어떤 책은 몇번을 더 읽었습니다. 당시에는 WWW을 쓸 수 있던 시절도 아니었습니다. 그래서 컨텐츠에 대한 갈증도 컸습니다.

집에는 어머니께서 구입해 주신 '학생대백과사전'이 있었습니다. 정확한 브랜드와 권수는 기억이 안납니다. 대충 국어, 산수, 영어부터 시작해서 우주, 생물, 지리 같은 것을 포함해서 온갖 주제가 망라된 책이었습니다. 20~30권 넘었던 것 같아요. 제목을 보면 재미없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제목과 달리 책은 의외로 재미있었습니다. 제 기억에 삽화도 아기자기하게 잘 들어가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 학생대백과사전 전 권을 닳도록 읽었습니다. 편식하는 챕터없이 전부 다 열심히 읽었습니다. 깡시골이라서 이것 말고는 딱히 읽을거리도 없었어요. 저희 부모님의 교육열이 높지도 않으셨고요.

국민학교 취학전에 이미 학생대백과사전 전권을 몇번을 돌아가며 닳도록 읽었으니 나름 그 깡촌 시골마을에서는 지식으로 무장된 꼬마였습니다. 재미있게도 그때 쌓은 배경지식들이 성인이 되어서도 나름 유용하게 작동하고 있습니다.

당시 국민학교 1학년 등교 첫날 때 영어 알파벳을 쓸 줄 아는 친구는 손을 들어보라고 했는데 제가 유일하게 손을 들었습니다. 학생대백과사전을 재미있게 읽으면서 기초 파닉스를 스스로 떼버린거죠! 이때는 학교에서 제가 영어를 제일 잘 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전국에서 제가 영어를 제일 못합니다(ㅋㅋ) 그리고 문득 국민학교 1학년 때 담임 선생님 성함이 지금도 기억납니다. 석명희 선생님! 

당시 제가 살던 곳엔 학원이나 과외라는 개념도 없었습니다. 어쨌든 취학 전 부터 책에 거의 미쳐 있었던 것 같습니다. 지금 인터넷과 연결된 컴퓨터가 저에게는 세상과 연결된 창구이듯, 당시에는 책이 세상과 저를 이어주는 유일한 창구였습니다. 

책을 누가 강제로 읽으라고 시킨 건 아니었어요. 아마 부모님께서 책 읽으라고 했으면 책하고 친해지기는 어려웠을 것 같습니다.

책 읽는 습관은 성인이 되어서도 쭉 연결이 됩니다. 항상 한 손에 책을 들고 다녔습니다. 책이 저의 고정적인 패션 아이템이었습니다. 책이 없으면 외출할 때도 큰 불안감과 초조함에 휩싸일 정도였습니다. 요즘은 그런 불안감을 많이 줄인 상태입니다.

책을 읽으니 좋은 점


일단 책은 물리적, 정서적으로 제 인생을 시궁창에서 건져내 주었습니다. 그것이 제 생에 전반에 걸쳐서 책이 준 가장 좋았던 점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학창시절에 저는 친구를 사귀는 폭이 넓었습니다. 공부벌레 친구들, 컴돌이 친구들 심지어 일진 친구들까지 두루 사귀어 어울렸습니다. 친구를 사귐에 있어서 사람을 특별히 가리지는 않았습니다. 돌이켜 보면 좋은 친구들도 많았지만 위험한 친구들도 분명히 있었습니다. 초등학교 고학년 때 부터 부모님의 부재로 제 삶을 가이드해 줄 어른이나 선배가 집에는 없었습니다. 불우한 중고등학교 시절을 보냈기 때문에 까딱하면 나쁜길로 빠질 위험성이 높았습니다. (환경의 중요성, 하지만 그것을 극복하는 것은 개인의 의지와 애티튜드)

또래 친구들이 부모님의 따뜻한 손길 아래 차곡차곡 진학하고 성장할 시간에 잠시나마 저는 정상적 삶의 궤적에서 이탈한 적도 있습니다. 일종의 크고 작은 시행착오를 겪은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별 문제없이 평탄하게 살아 온 동력 기저엔 역시 책이 있었습니다. 책을 통한 직간접적인 경험과 마인드셋, 또래들 보다는 조금 빠르게 더 넓고 멀리 볼 수 있었던 시야를 갖추게 된 게 제 인생을 나락에서 구하는데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또래들은 사회에 나와 서른즈음에 경제에 슬슬 눈을 뜨기 시작했습니다. 저는 중학교 때 이미 돈과 경제에 눈을 떴습니다. 그때 이미 부자가 되어야겠다고 마음 먹었습니다. 친구들이 입시를 준비할 때, 저는 돈을 벌기 시작했습니다. 큰 돈은 아니었지만 중학교 때 신문배달을 시작했습니다. 고등학교 때는 홈페이지 제작과 PC조립 판매로 돈 버는 맛을 조금 보기 시작했습니다.

실무를 해나가면서 한편으로는 사업, 투자, 멘토링, 자기계발, 역사서, 사회과학 서적들을 미친듯이 읽어댔습니다. 덕분에 대다수의 또래들에 비해서 사회 정규코스와 관련된 부분은 크게 늦고 뒤쳐졌습니다. 하지만 비정규적인 다른 어떤 부분은 또래들 보다 압도적으로 빠르게 치고 나갈 수 있었습니다.

이야기가 옆으로 샜습니다. 책 이야기로 다시 돌아갑니다. 양질의 책과 그저 폐지로 전락할 책을 처음에는 잘 구분하지 못했습니다. 책을 쓴 사람이 사기꾼인지 협잡꾼인지 진짜 내공이 있는 사람인지도 처음에는 잘 구분하지 못했습니다. 처음에는 닥치는 대로 읽었고, 따르면 안되는 사람의 글도 따랐던 적이 있습니다. 하지만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아주 천천히 눈이 밝아졌습니다. 나중에는 좋은 책과 나쁜 책을 구분하여 가릴 수 있게 되었습니다. 

책을 쓴 사람이 그저 장사꾼인지, 사기꾼인지 아니면 정말 본 받아도 되는 멘토인지를 구분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책을 쓴 사람의 수준이 깊은지 얕은지, 책을 대충 썼는지 혼을 담아서 썼는지도 분간하게 되었습니다. 이런 시야를 갖게 된 것은 살아가는데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책만 구분할 수 있게 된 것이 아니라 사람을 만나면서도 약간의 대화를 나누면 대번에 상대의 의도나 수준을 간파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좋은 사람들과 교류하고 이상한 사람을 필터링 할 수 있는 능력은 살아 가는데 정말 큰 힘이 됩니다. 이 힘도 책이 저에게 준 선물이라고 생각합니다.

투자서적을 제외한 책 추천


책 추천은 너무나 조심스럽습니다. 각자의 성격과 취향, 삶의 지향점이 모두 다르기 때문입니다. 책 추천이 특정한 '사상'에 대한 폭력과 강요가 될까 우려가 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굳이 좋은 책을 추천드리자면, 제 인생에 남을 좋은 책들이 꽤 있었습니다. 하지만, 글을 쓰는 지금 그 책들이 퍼뜩 다 떠오르지가 않습니다. 그 책들은 나중에라도 하나씩 정리를 해서 공유를 할 수 있으면 해보겠습니다. 

일단은 뻔한 이야기지만 고전서들은 꼭 추천하고 싶습니다. 어떤 분야든 시대를 초월하는 고전서들이 있습니다. 고전은 그래서 고전입니다. 시대를 초월한다는 것은 어느 정도 '진리'근처에 다다른 내용을 담고 있다는 뜻도 되겠습니다. 투자 고전서에 그레이엄이나 필립피셔, 피터린치와 같은 대가들이 쓴 책이 있듯 다른 분야도 그렇습니다. 특히, 역사와 철학부문에서 고전 반열에 오른 책들은 꼭 시간을 내서 읽어 보시기를 추천드립니다. 인간의 본성은 변하지 않습니다. 인간군상들의 모습도 몇가지 패턴이 반복됩니다. 선조들의 실수를 책에서 배워, 우리는 그런 실수를 피할 수 있습니다. 억만금의 가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특정 분야에서 실제로 정점까지 오른 분들이 제 손으로 쓴 글을 읽는 것도 추천합니다. 각색이 있을 수는 있지만 배울점이 분명히 많다고 생각합니다.

2022, 한 해 독서결산


일간신문과 주간지, 잡지


'읽은 책 결산'에 이것들을 포함해도 될지 애매합니다. 하지만 코멘트를 달 것이 있어서 일단 포스팅 내용에 포함합니다.

주간지 2건과 일간 경제지 2건을 구독합니다.

경제 주간지 : 이코노미조선, DBR(격주간지)
경제 일간지 : 매일경제, 한국경제

읽고 대부분 버리기는 하지만 며칠만 안 버려도 대충 이 정도 그림이 나옵니다
<사진 : 송종식>

새벽에 배달되는 경제신문으로 촘촘한 이슈들을 놓치지 않고 확인합니다. 그리고 주간, 격주간으로 발송되는 주간지를 읽으면서 조금 더 깊이 있게 쓰여진 주제들에 대해서 읽습니다. 그리고 나머지 부분은 인터넷 신문을 읽거나 증권사 리포트를 읽습니다. 

이런 읽는 작업들을 할 때 주의할 점이 있습니다. '읽어야만 한다'는 강박에 사로 잡히면 안 된다는 점입니다. '성공하려면 읽어야만 해', '나는 이걸 의무적으로 읽어야만 해' 이런 생각이 들면 읽는 것을 멈추는 게 좋습니다. 그리고 읽을 것들이 많아서 지쳐도 안됩니다. 그러면 읽기를 멈추어야 한다는 신호라고 생각합니다. 

자연스럽게 읽을거리를 향해서 손이 가야합니다. 그리고 읽는 것이 생활 속에 스며들어 녹아 들어가야 합니다. 그리고 읽는 게 힘들지 않아야 합니다. 즐거움 그 자체이면 더 좋습니다. 읽는 것에 익숙하지 않은 분이라면 처음에는 관심있는 것 부터 가볍게 읽기를 추천합니다. 그리고 힘들지 않은 선에서 시작하는 것이 좋습니다. 그러면서 읽는 것을 체득해 나가는 스며들기 전략을 개인적으로 추천합니다.

매일 배달되는 신문의 경우 양이 엄청납니다. 며칠만 신문읽기를 밀리면 쌓이는 양이 어마어마합니다. 일간지의 경우에는 활자를 찍어내는 공장에 가깝습니다. 정말 그렇습니다. 다른 할일도 많고 읽을 것도 많은데 각 잡고 일간지만 하루종일 붙잡고 있을 수는 없습니다. 그래서 제 경우 일간지의 경우에는 헤드라인만 훑습니다. 그 중에 관심있는 부분은 기사 내용도 조금 들여다 봅니다. 이렇게 헤드라인만 읽어도 하루에 30분~1시간은 훌쩍 흐릅니다. 일간지의 헤드라인만 매일 훑어도 세상 돌아가는 것을 따라 가는데 큰 문제는 없습니다.

텔레그램, 블로그, 포털사이트, 유튜브만 보다 보면 그들이 제공하는 뉴스만 보아야 합니다. 물론 뉴스를 선별해 주는 분들의 노동력을 생각하면 아주 고마운 일입니다. 또한 그들의 생각도 엿볼 수 있으니 도움이 분명 됩니다. 감사한 일도 맞습니다. 그래서 그것을 배제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그런 빠른 시대 변화 속에서도 종이신문의 장점은 분명히 있습니다. 종이로 된 매체는 제가 몰랐던 것도 알 수 있게 해주기 때문입니다. 눈으로 훑다 보면 '아 이런 일도 있구나' 싶은 것들을 많이 접하게 됩니다. 그런 부분에서 종이신문의 장점이 분명해 존재합니다.


2022년에는 93권의 책을 읽었습니다. 보통은 연간 100권 내외의 책을 읽고 있습니다. 올해는 독서량이 다소 줄었습니다. 책을 많이 읽는다고 무조건 좋은 것은 아닙니다. 그리고 남들보다 몇 권의 책을 더 읽었다고 우쭐대는 것도 철 없는 행동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몇 권을 읽었다' 같은 것에 중요도를 두지는 않습니다. 그렇지만 '최소한의 독서량'은 꼭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사회생활을 하는 현대인이라면 1년에 최소 12~24권의 책은 읽어 주는 것이 좋지 않나 생각합니다. 근거는 없습니다. 그냥 만고 제 뇌피셜입니다.

작년에 문화체육관광부의 조사에 따르면 대한민국 성인 인구의 52.5%는 1년에 책을 '한권도 읽지 않는다'고 대답했습니다. 일단 1년에 책을 한권만 읽으면 52.5%의 사람을 정서적으로 지배할 수 있는 위치에 오릅니다. 그리고 작년 대한민국 전체 성인의 독서량은 연간 4.4권이라고 합니다. 한달에 1권, 1년에 12권만 읽으면 대한민국 성인 대다수를 정서적으로 지배할 수 있는 위치에 오를 가능성이 커집니다.

'타인을 지배한다'라는 말에 거부감이 드실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세상은 실제 그렇게 돌아가고 있습니다. 기업가와 자본가는 모두 1) 타인의 시간, 2) 타인의 노동력, 3) 타인의 정신세계를 레버리지 삼아 무한대의 자유를 누리고 있습니다. 레버리지의 핵심은 '돈과 책'입니다. 그러니 책을 읽고 말고는 개인의 자유이지만, 읽는 사람들이 압도적 지위에 설 확률이 높은 것은 자명한 이치입니다. 물론, 책을 읽는 목적이 남을 지배한다거나 타인을 레버리지로 쓰기 위한 목적이어서는 안됩니다. 제가 이렇게 과격한 이야기를 꺼낸 것은 우리나라 성인들의 독서량이 개탄스러울 정도로 낮기 때문입니다. 독서력과 체력은 곧 국력이나 국가의 수준과도 연결된다고 믿습니다. 사람들이 더 많이 책을 읽는 나라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우선 저부터도 그렇게 할 수 있도록 꾸준히 실천해야겠습니다. 

작년에 읽었던 책들을 사진으로 모았습니다. 아래에 2022년 읽었던 책 목록을 사진으로 남겨 두겠습니다.

목록을 보고 의아하게 생각하실 부분들도 있을 줄 압니다. 특히, '투자서적을 안 읽네?'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계시리라 생각합니다. 그렇습니다. 저는 언제부턴가 투자서적은 거의 읽지 않고 있습니다. 대부분의 내용이 재탕에 삼탕, 사탕에, 오탕이라는 느낌을 받습니다. 투자서적에 시간을 투자하여 새롭게 얻을 수 있는 것이 없다고 여겨졌습니다. 그 이후로는 투자서적을 거의 읽지 않게 되었습니다. 이것은 제가 오만해서 그런 것이 아닙니다. 제가 그렇게 느꼈기 때문에 그런 것입니다. 양해를 부탁드립니다. 아마도 얻을 게 있고, 배울 게 있으면 얼마든지 투자서적을 읽겠지요.

최근 국내에서도 멋진 투자서적들이 출간되고 있습니다. 홍진채 대표님의 거인의 어깨, 노마드 투자조합의 책 등이 그것입니다. 그런 좋은 책들이 나오면 물론 흔쾌히 읽어 볼 생각이고 일부는 읽어보고 있습니다.

투자, 경영과 관련해서 요즘은 활자를 통해서 무언가 새로이 얻는 것은 거의 없는 것 같은 느낌을 받습니다. 대개가 기존에 이미 알던 것들이고, 아니면 포화된 투자 지식 틈바구니 속에서 억지로 인사이트를 쥐어 짜 내려는 저자의 말장난들만 난무한다는 느낌이 듭니다. 

대신 실무에서 발로 뛰시는 분들이나 이미 고지에 오르신 현인들을 많이 만나 뵙고 있습니다. 그들과 몇 시간만 이야기를 나누면 책 수백권을 읽은 것 같은 효용감이 생깁니다. 그들의 입을 통해서 직접 배우고, 듣고, 느끼는 것이 요즘은 정말 즐겁습니다. 어제도 판교의 현인 한분을 만나뵙고 거의 5시간 동안 수다를 떨었습니다. 그분의 입에서 쏟아지는 엄청난 인사이트에 망치로 머리 몇번을 맞은 듯 즐거운 충격을 받고 돌아왔습니다. 돌아 오는 길에는 지적 포만감에 콧노래가 절로 나왔습니다.

시기별 독서편식

저는 독서편식이 매우 심한편입니다. 좋아하는 분야가 생기면 집중적으로 편식하고 깊게 파고 들어가는 스타일입니다. 그러다가 한 분야에 대한 갈증이 해소되면, 인접한 비슷한 분야로 관심과 지평과 인식을 넓혀나가는 방식으로 독서를 하고 있습니다. 애초에 제 생에 독서 생활의 서막을 연 것도 아동용 백과사전이었듯이 말이죠~

시기별로 집중적으로 편식한 책들은 다음과 같습니다.

10대 이전 : 백과사전, 기초과학서, 위인전 위주
10대 ~ 20대 초반 : 부동산 경매, 주식투자, 경제경영, 창업자 일대기, 자기계발서, 기초과학서 위주
20대 후반 : 부동산 경매, 주식투자, 경제경영, 사회과학서 위주
30대 초반 : 경제경영, 인간과 대중 심리, 주식투자, 역사서 위주
30대 후반 : 동서양 철학, 역사서, 정치외교, 사회과학서 위주

아래는 2022년 한 해 동안 읽었던 책들의 목록입니다.


















2022년 독서결산
<사진 : 송종식>

로이님 덕분에 독서결산을 할 수 있어서 보람이 있었습니다. 지면을 빌어 좋은 질문을 해주신 로이님께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올해는 독서에 조금 더 시간을 들여야겠다는 다짐도 해봅니다. 다른 할일이 밀렸다는 핑계로, 혹은 여유 시간을 의미없이 죽이는 관계로, 책 읽을 시간을 많이 날려 버렸습니다. 그래서 아쉬움도 듭니다.

그리고 올해는 블로그에 독후감도 쓸 수 있기를 개인적으로 희망합니다. 모든 책에 대한 독후감을 쓰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합니다. 단 몇권이라도 독후감을 쓸 수 있다면 의미가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올해 제 인생에 남을 좋은 책을 만나기를 희망하고, 그런 책에 대한 독후감을 쓸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 책을 좋아하면서도 소설은 어쩐지 손이 가지 않아서 거의 읽어 보질 못했습니다. 하지만 최근에 소울메이트의 추천으로 소설책을 한권 읽고 있습니다. 짬짬이 읽으면서 빠져들고 있습니다. 소설을 읽으니 제 감성이 조금 더 풍부해지는 느낌을 받습니다. 제 주변에 남자들 하고만 잘 지내고, 왜 여자들과는 소통이 어려웠는지 이유를 조금 찾은 것 같습니다. 소설을 읽으면서 감성의 부족한 부분들을 채워 나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 제가 책을 좋아한다고 해서 북스마트에 매몰돼 사는 것은 지양합니다. 북스마트도 사랑하지만 저는 스트리트 스마트를 조금 더 많이 사랑합니다.

2023년 1월 25일
송종식 드림


2019년 11월 2일 토요일

투자 서적 출판 제안을 조심스럽게 거절중인 이유

평범한 투자자가 자신의 생각을 집대성한 서적을 출간한다는 것은 영광스러운 일입니다. 그것도 요즘 유행하는 사비 출판이 아니라 나름 실력있는 출판사에서 많은 분들의 손을 거쳐 완성되는 책은 더욱 그렇습니다. 적지 않은 투자자가 자신의 투자 저서를 만들고 싶다는 꿈도 있을 줄 압니다. 저 역시 그렇습니다. 저도 언젠가는 시대가 흘러도 변치 않고 읽힐 수 있는 그런 좋은 투자 서적을 써 보고 싶습니다.

저는 평범한 개인투자자입니다. 그리고 저는 투자를 하면서 매해 배웁니다. 그리고 매일 배웁니다. 배울게 끝없이 있겠지만, 지금까지 배운 것 보다 앞으로 배울 것이 더 많이 남았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아직은 책을 쓸 시기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남들의 이야기를 짜깁기 하거나, 얕은 수준의 책을 쓰거나, 혹은 잘못된 지식을 담은 책을 출간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나름대로 개인 공간에 글도 쓰고 영상도 올립니다. 그렇지만 아직은 입보다는 귀를 훨씬 더 크게 열고 있습니다. 제가 글을 쓰는 것의 몇백배에 달하는 타인의 소리를 듣기 위해 귀를 열고 삽니다. 제가 귀보다 입을 더 열어도 되겠다 싶으면 책도 쓰고, 강연도 하고 그러고 싶습니다.

블로그나 유튜브는 취미 삼아서 쉬엄쉬엄해도 됩니다. 그러나 책을 쓰려면 조금 더 책임감이 따른다고 생각합니다. 아무래도 출판사의 이름도 있을 것이고, 돈을 주고 책을 사보는 사람들에게 무엇을 줄 수 있을것인가도 고민해야 할것이기 때문입니다. 훌륭한 저자들도 많습니다. 그러나 적지 않은 저자들이 자격미달입니다. 특히, 주식과 부동산 등 재테크 분야는 더 그렇습니다. 그리고 그들은 책을 써서 인지도를 높인 다음 그것을 발판으로 다른 사업을 전개해 나갑니다. 투자를 잘 한다면 굳이 그렇게 힘들게 살 이유가 없습니다. 아이러니하게도 투자로 본업을 영위하기가 어려워진 사람들이 그렇게 옆길로 많이 샙니다.

어쨌든, 여러 출판사에서 투자 서적을 만들어보자는 제안을 주시고 계시지만 너무나 송구스럽게도 모두 거절하고 있습니다. 쟁쟁한 출판사의 훌륭한 기획자들께서 제안을 주시는데 거절 메일을 쓸때마다 너무 죄송해서 몸둘바를 모르고 있습니다. 제가 감히 뭐라고요..

저를 좋게 봐주신 고마운 분들의 출판 제안 메일 중 일부
<출처 : 송종식>

추후에, 스스로 생각하기에 '이 정도면 이제 두고두고 사람들에게 읽힐만한 책을 쓸 수 있는 자격이 되겠다' 싶을때가 오리라고 확신합니다. 그때에 가서는 꼭 책을 써 보고 싶습니다. 제안 주시는 출판사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평범한 개인투자자에 불과한 저를 어쨌든 좋게 봐 주시고 제안해 주시는거니까요. 한분한분 성함을 잊지 않고 있겠습니다.

아주 간간히 방송 출연 제의도 있었습니다. 공중파에서의 제안은 아직은 당연히 없습니다. 공중파에는 알머리 제이슨님과 같은 캐릭터가 아주 잘 어울린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말투도 외모도 동네 촌부이미지라서 아마 영원히 공중파 근처에도 갈일은 없을 것 같습니다. 다만, 일부 경제TV에서 일하거나 관련된 지인들이 밥자리나 술자리에서 증권방송에 출연한번 해보라는 제의를 간간히 해주십니다. 그것도 너무 죄송하지만 모두 거절을 했습니다. 아무래도 경제방송을 주로 시청하는 분들 눈높이에서 제가 하는 뻔한 이야기는 지루하고 재미가 없을 것이라고 여겨졌기 때문입니다.

재미없는 가치투자자 아재가 나와서 재미도 없는 뻔한 이야기를 한다고 생각해보세요. 시청율이 떨어질 건 뻔합니다. 공히 열심히 일 하시는 방송관계자분들께 피해를 끼치고 싶지 않았습니다. 재미있으려면 약간은 약장수 기질이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되도록 단타나 모멘텀 위주의 이야기를 해야합니다. 그래야 컨텐츠가 끊임없이 나오고, 적시성도 있어서 시청율도 높아지기 때문입니다. 또, 나아가 추종자가 생기면 유료 회원을 모집하는 식의 방향으로 가게 될텐데 저는 그건 정말 하기 싫습니다. 아무 종목이나 몇개 찍어주면서 순진한 사람들로부터 엄청난 금액을 뜯어가는 걸 저는 사기라고 보지 비지니스라고 보지 않습니다.

저는 자유를 중시합니다. 유튜브에 영상을 올리거나 블로그에 글을 쓰거나 하는 활동은 재미가 있습니다. 그렇다고 블로그나 유튜브에 매몰된 일상을 살지는 않습니다. 가끔 심심할 때 끄적 거릴 수 있는 일상 생활 속 즐거운 소일거리 중 하나입니다. 제가 하고 싶으면 하고 하기 싫으면 마는 취미입니다. 취미이다보니 부담없이 가볍게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제 취미가 특별히 남들에게 해를 끼치지도 않습니다. 저는 유사수신이나 유료리딩을 하거나 그러진 않으니까요. 어쨌든 가벼운 소일거리인 블로깅과 유튜브는 삶의 작은 즐거움이 되고 있습니다.

다만, 책을 쓰거나 전파를 타는 방송에 나가는 건 별개의 문제입니다. 제가 완벽하게 준비된 사람이어야 하고, 또 저의 말과 글을 통해서 영향을 받을 사람들이 많이 생길 수 있는 매체이기 때문에 큰 책임감을 갖고 임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저의 생각과 말과 글이 타인에게 피해를 끼쳐서는 안됨은 물론, 작은 도움이라도 될 수 있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책과 전파를 타는 방송은 취미로 쉬이 할 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나중에 제가 좀 더 자질을 갖추고, 자격있는 사람이 되고나서 도전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끝으로, 주종이 바뀌면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유료로 종목 리딩을 하고 회비를 받아서 자산을 축적하는 분들은 주업이 사업이지 투자가 아닙니다. 저술 활동이나 강연 활동에 치중하며 돈벌이를 하는 사람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저는 주업이 투자인 사람으로 살고 싶습니다. 혹시 아침에 신문배달 아르바이트를 한다고 해도 저의 주업은 투자이고 싶습니다.

어쨌든, 별볼일 없는 개인투자자에게 멋진 제안을 해주시는 분들께 다시 한번 온 진심을 담아서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2019년 11월 1일
송종식 드림


2018년 12월 15일 토요일

투자서적 추천

책 추천


직접적으로 투자를 배워나가는데 도움이 되는 책들을 소개해드리겠습니다. 책 추천을 해달라고 하는 지인들이 왕왕 계시는데 앞으로는 이 게시물을 보여드릴 예정입니다. 투자를 처음 배우시거나, 주변 분들께 책을 추천해야 하는 고수분들께도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이 포스트를 작성하는 규칙은 아래와 같습니다.

1) 제가 직접 읽어 본 책들 중 추천할 만한 가치가 있는 책들만 소개를 드리겠습니다.
2) 시간이 흘러도 비교적 오랜 기간 동안 읽을 가치가 있을만한 책들 위주로 소개를 드리겠습니다.
3) 모든 책 추천은 전적으로 제 주관에 따른 것이니 객관적인 공신력은 당연히 없습니다.
4) 출판사나 저자로 부터 후원이나 협찬을 전혀 받지 않고 작성하는 글입니다.
5) 책 제목을 가나다 순으로 정렬하였고, 번역서는 한국어판 제목을 적용하였습니다.
6) 투자를 처음 배우시는 분들은 난이도의 별점이 낮은 것 부터 읽으시길 추천드립니다.

제목 : 군중심리학
저자 : 귀스타브 르 봉
특징 : 대중(군중)의 심리적 특성과 행태

제목 : 금융시장의 기술적 분석
저자 : 존 J. 머피
특징 : 차트는 미신이지만, 봐둘 필요는 있는 책

제목 : 내일의 스타벅스를 찾아라
저자 : 마이클 모
난이도 : ★☆
추천지수 : ★★★☆
특징 : 메가트렌드를 통한 고속 성장주 발굴

제목 : 단도투자
저자 : 모니시 파브라이
난이도 : ★☆
추천지수 : ★★★
특징 : 적게 잃고 크게 버는 방어적 가치투자

제목 : 로마제국쇠망사
저자 : 에드워드 기번
특징 : 1200년간 로마 역사의 부침 속에서 배우는 삶의 지혜

제목 : 모닝스타 성공투자 5원칙
저자 : 팻 도시
난이도 : ★★☆
추천지수 : ★★★
특징 : 가치투자 방법론 입문

제목 : 메트릭 스튜디오
저자 : 문병로
난이도 : ★★☆
특징 : 퀀트. 수치와 확률

제목 : 100배 주식
저자 : 크리스토퍼 메이어
난이도 : ★★☆
추천지수 : ★★☆
특징 : 장기투자와 복리의 힘

제목 : 밸류에이션
저자 : 모리오 아키라
난이도 : ★★★
특징 : 기업 가치평가 기본, 기초 재무

제목 : 사기
저자 : 사마천
추천지수 : ★★★★
특징 : 상고에서 한무제까지 중국 역사

제목 : 서울대 최종학 교수의, 숫자로 경영하라
저자 : 최종학
난이도 : ★★☆
추천지수 : ★★★☆
특징 : 회계와 숫자, 실전사례로 풀어가는 경영과 투자이야기

제목 : CFO 강의노트
저자 : 황이석
난이도 : ★★★☆
추천지수 : ★★★☆
특징 : 회계정보를 활용한 재무전략 구축

제목 : 시장의 마법사들 시리즈
저자 : 잭 슈웨거
난이도 : ★☆
특징 : 성공한 트레이더들과 투자자들의 실전 경험 이야기

제목 : 십팔사략
저자 : 증선지
추천지수: ★★★
특징 : 중국 역사를 축약한 초급 역사서, 고대 중국부터 남송까지의 역사

제목 : 안전마진
저자 : 세스클라만
난이도 : ★☆
추천지수 : ★★★★☆
특징 : 간결하고 유연한 가치투자 철학서

제목 : 어닝스
저자 : 김현준, 정호성
난이도 : ★★
특징 : 기업 타입별 실전 기업분석 테크닉

제목 : 역발상 투자
저자 : 데이비드 드레먼
난이도 : ★☆
특징 : 저PER, 저PBR, 퀀트, 역발상 가치투자

제목 : 워렌버핏처럼 투자심리 읽는 법
저자 : 제임스 몬티어
난이도 : ★☆
추천지수 : ★★★★★
특징 : 사람들이 갖고 있는 각종 편향과 투자 심리에 대해

제목 : 위대한 기업에 투자하라
저자 : 필립피셔
난이도 : ★★★☆
추천지수 : ★★★★★
특징 : 성장 가치투자, 몇년에 걸쳐 여러번 읽길 추천

제목 : 유대인 상술
저자 : 후지다 덴
추천지수 : ★★★
특징 : 긴자의 유대인(일본 맥도널드)이라고 불리는 후지다 덴이 상술한 유대인 상술의 기초

제목 : 이기는 투자
저자 : 피터린치
난이도 : ★★☆
특징 : 13년간의 펀드 운영경험과 철학 이야기

제목 : 자본주의 역사 바로 알기
저자 : 리오 휴버먼
난이도 : ★★
특징 : 봉건제에서 자본주의로의 이행, 그 과정에서의 이야기들 (정치 편향 논란 있음)

제목 : 주식 말고 기업을 사라
저자 : 워런버핏
난이도 : ★★★☆
특징 : 사실상 버핏이 쓴 유일한 글들(주주서한)

제목 : 주식투자 지식의 힘
저자 : 신현규
난이도 : ☆
특징 : 주식투자 종합 입문서

제목 : 죽은 경제학자의 살아있는 아이디어
저자 : 토드 부크홀츠
난이도 : ★
특징 : 위대한 경제학자들과 그들의 사상, 그것을 토대로 배우는 기초 경제원리

제목 : 적극적 가치투자(타이밍에 강한 가치투자 전략)
저자 : 비탈리 카스넬슨
난이도 : ★★★☆
특징 : 바이 앤 홀드 전략 수정, QVG, 절대PER 모형 등

제목 : 전설로 떠나는 월가의 영웅
저자 : 피터린치, 존 로스차일드
난이도 : ★★
추천지수 : ★★★★☆
특징 : 성장 가치투자, 생활 밀착형 종목 발굴

제목 : 존 템플턴의 가치투자 전략
저자 : 존 템플턴
난이도 : ★
특징 : 투자 심리, 역발상, 시장위기 저가매수 대응

제목 : 증권분석
저자 : 벤저민 그레이엄
난이도 : ★★★★☆
특징 : 현명한투자자의 심화버전?

제목 : 투자에 대한 생각
저자 : 하워드막스
난이도 : ★★★
특징 : 2차적 사고, 투자에 대한 심층적 철학

제목 : 투자의 비밀, 돈 뜨겁게 사랑하고 차갑게 다루어라 (2권)
저자 : 앙드레 코스톨라니
난이도 : ☆
특징 : 시장 생리와 투자 심리

제목 : 투자프로의 재무제표 분석법
저자 : 카츠마 카즈요
난이도 : ★★
특징 : 회계사의 눈으로 우량주와 부실주 골라내기

제목 : 현금의 재발견
저자 : 윌리엄 손다이크
난이도 : ★☆
특징 : 주주가치 제고를 잘 하는 경영자들, 자본배분의 기술

제목 : 현명한 투자자
저자 : 벤저민 그레이엄
난이도 : ★★★
특징 : 가치투자 이론과 철학의 뿌리, 재무제표 기반 집중 분석

제목 : 회계는 필요없다
저자 : 바쿠르 레브, 펭 구
난이도 : ★★★
특징 : GAAP, IFRS 문제와 무형자산의 밸류에 대해

다큐멘터리 추천


제목 : 성공시대
방영 : MBC (1997년~2001년)
내용 : 각계 각층에서 일가를 이룬 사람들의 일대기를 다룬 다큐멘터리 (기업인이 많음)

제목 : 월스트리트 (10부작)
제작 : 중국CCTV
한국방영 : KBS
내용 : 월스트리트와 증권시장을 중심으로 한 다양한 역사와 이야기들

제목 : 다큐프라임, 앙트레프레너, 경제강국의 비밀 (6부작)
방영 : EBS
내용 : 월스트리트와 증권시장을 중심으로 한 다양한 역사와 이야기들

제목 : 다큐프라임, 자본주의 (5부작)
방영 : EBS
내용 : 자본주의에 대한 전반적인 내용 (정치 편향 논란은 있음)

제목 : 차이나허슬
내용 : 중국 기업들의 사기행각, 머디워터스캐피털의 사실 수집 방식과 능력

영화/드라마 추천


제목 : 마이더스
방영 : SBS, 2011년
내용 : 재벌의 집안 싸움, 그리고 다양한 인수합병과 작전 이야기

제목 : 빌리언스
방영 : 미국 쇼타임
내용 : 헤지펀드 매니저 스티브 코헨과 뉴욕 남부지검 검사장 프릿 바바라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드라마, 기소하느냐 방어하느냐

제목 : 신삼국지 (95부작)
추천지수 : ★★★
제작 : 중국CCTV, 2010년
내용 : 동탁 토벌부터 위촉오 세력 다툼까지, 인간의 본성과 간계

제목 : 스파르타쿠스
추천지수 : ★★☆
제작 : 미국 Starz
내용 : 노예로 전락한 일개 검투사가 로마를 뒤집어 엎기까지, 투쟁정신

제목 : 영웅시대
방영 : MBC (2004년~2005년)
내용 : 정주영, 이병철 회장님을 중심으로 한 기업 창업과 당시 재계 이야기

제목 : 작전
추천지수 : ★★★★
내용 : 단타 개미가 큰손 가치투자자가 되는 과정, 명작

제목 : 빅쇼트
내용 : 2008년 금융위기를 예감하고 포지션을 쌓은 소수 트레이더들의 이야기

게임 추천


제목 : 캐피탈리즘 2
추천지수 : ★★★★★
내용 : 고전게임이지만 현실성을 매우 잘 반영한 기업 경영 게임

제목 : 트랜스포트 타이쿤
추천지수 : ★★
내용 : 운수업을 운영하면서 복리의 힘을 느껴보자

연관글 보기


최초 작성 시작 일자 : 2012년 2월 1일
최종 업데이트 일자 : 2020년 9월 5일

송종식 드림

* 본 게시물은 지속해서 업데이트 됩니다.
* 본 게시물을 퍼갈때는 출처를 남겨주세요.


2017년 8월 8일 화요일

슈독(Shoe Dog), 나이키 창업자 필 나이트 자서전

연매출 30조 원. 전세계 임직원 63,000명. 신발 생산 공장은 12개국에 107개. 공장 근로자만 46만 명. 한때 시가총액 200조 원을 육박했던 거대한 다국적 기업 나이키. 아마 문명화 된 국가에 살면서 나이키를 모르는 사람은 없으리라 생각됩니다. 나이키의 브랜드 가치는 어패럴 분야에서 루이비통을 제치고 1위, 전체 회사를 통틀어서도 10위 안에 들어갑니다. 브랜드 가치만 31조 원을 육박하고 있습니다.

"슈독(Shoe dog)"은 이 거대한 제국을 만든 창업자, 필나이트 회장이 남긴 귀하디 귀한 책입니다. 책상머리 지식으로 쓴 책이 아니라, 자신이 직접 스타트업이던 나이키를 창업해서 거대한 다국적 기업으로 키우기까지 모든 역사가 담겨져 있습니다. 창업자가 겪는 상황은 선배 창업자가 겪는 상황과 같을 수 없다지만 그래도 창업자나 투자자들이 읽는다면 큰 도움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창업과 투자의 살아있는 지침서와도 같습니다.

여행에서 얻은 사업 기회


필나이트 회장은 대학을 갓 졸업하고 세계일주를 시작합니다. 여행자금은 아버지께 빌렸죠. 그는 1962년 일본에 도착해 일본 여행을 했습니다. 이 여행에서 그는 아식스의 전신인 오니츠카를 발견합니다. 육상 선수이기도 했던 필나이트 회장은 일본 운동화의 경쟁력을 알아보고 미국으로 들여와 유통하기 시작합니다. 신발을 들여오는 자금도 아버지에게 빌립니다. 이때 회사 이름을 블루리본(Blue Ribbon Sports)이라고 짓는데, 이 블루리본이 나이키의 전신입니다.

매번오는 위기, 그것을 뛰어넘는 수완


오니츠카와 계약을 할 때 사실 그는 가진게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사무실은 아버지 집 지하실을 빌렸고, 신발을 사는 자금도 초반에는 아버지에게 빌린 소액이 전부였습니다. 그럼에도 그는 마치 블루리본이 규모가 되는 회사인냥 오니츠카와 계약을 했고 나중에는 미국 서부 전체의 판권까지 따냅니다. 성공하면 사업가고 실패하면 사기꾼이라는 말은 필 나이트 회장의 이 아슬아슬한 거짓말과 수완에서도 엿볼 수 있습니다.

오니츠카 타이거는 미국에서 불티나게 팔렸습니다. 동부에서 활동하던 "말보로맨"과 판권 소송에서 이겨 미국 전역에서 오니츠카 타이거를 판매하게 되었습니다. 그는 말보로맨을 유심히 관찰하였고 잘 대응하였습니다.

오니츠카 타이거가 미국에서 인기가 있자 오니츠카 본사에서 미국 판권을 빼았으려 했습니다. 그는 일본까지 방문했고, 오니츠카 본사에 간자를 심어두었으며, 각 인물들의 내면 깊은 곳 까지 파악하여 일일이 대응을 하였습니다. 오니츠카에게 판권을 빼앗길 위기에 처하자 아예 제조업에 손을 대면서 직접 제조를 하는 방향으로 선회하는 의사결정도 하였습니다. 이는 지금 생각해보면 탁월한 선택이었습니다.

그리고 그는 늘 자금압박에 시달렸습니다. 은행에서 대출이 거부되자 새로운 자금원을 찾았는데 바로 일본의 "니쇼"였습니다. 니쇼를 선택하는 과정에서 보여 준 그의 전략과 사고방식은 탁월했습니다. 그리고 돈이 생기면 가장 먼저 니쇼에게 갚는다는 의사결정도 돌아보면 훌륭한 의사결정이었습니다.

세계적인 스타가 될 자질이 있는 선수들에게 나이키의 스우시(Swoosh)가 찍혀있는 런닝화를 신겨 스타 마케팅을 시도한 것도 훌륭했습니다. 스폰서십을 체결할 선수를 고르는 방법, 선수에게 문제가 생겼을 때 이에 대응하는 방법.. 필나이트의 크고 작은 수완은 매번 훌륭했습니다.

그로스해커(Growth hacker)


필나이트 회장은 탁월한 그로스해커 입니다.

회사를 창업하고 회사를 키워나가면서 자기 자본 비율을 높이기 전까지 그가 선택한 건 오직 "성장"이었습니다. 특히 그는 외형 성장 즉, 매출의 성장에 집착하였습니다. 자기자본비율은 바닥이고 늘 빚 잔치에 시달리면서도 그는 돈을 빌려 더 많은 제품을 팔고, 돈을 더 빌려 더 많은 제품을 파는데 집중했습니다. 회사의 외형은 성장하는데 회사에 돈이 없어서 회장 본인은 6년간 월급도 못 받았습니다.

어떻게보면 신용카드 돌려막기와도 비슷합니다. 전세금으로 집을 사, 또 그 집의 전세금으로 집을 사는 투자방식과도 비슷합니다. 다만 필나이트 회장이 남달랐던 것은 제품을 보는 안목, 육상에 대한 철학, 브랜드 가치의 중요성, 그리고 주변의 훌륭한 인재풀이었습니다. 그는 매출을 올리면 그 돈을 재투자하고 빚을 더 추가해서 더 많은 매출을 올리는 식으로 고속성장의 J커브를 그려나갔습니다.

매출은 고속성장하고 이익은 거의 못내는, 부채비율이 엄청 높은 상태로 회사의 외형을 계속 키워왔습니다. 이런 회사에 잘만 투자하면 엄청난 수익을 올릴 수 있을텐데, 투자 안정성을 1순위에 두는 투자자라면 쉽게 손이 안가는 회사였을거라 생각합니다.

어쨌든 그는 탁월한 그로스해커였고, 회사를 고속으로 키우고 안정화시키는데 성공했습니다.

제조를 시작하다, 아시아를 선택하다


오니츠카에서 미국 판권을 회수하려고 하자 필나이트 회장은 직접 제조에 뛰어들 생각을 합니다. 이때 조력을 해준 집단이 니쇼입니다.

1970년대. 평소 니쇼와 쌓아 온 신뢰 덕분에 필나이트는 대만과 한국 등지의 저렴한 인건비를 토대로 자체 브랜드를 붙인 신발을 제조하기 시작합니다. 니쇼에게 일본과 대만의 공장들을 소개받아 제품을 생산하기 시작했고 중국에는 1981년 생산기지를 확보했습니다.

나이키는 현재까지도 거의 전량의 제품을 아시아의 제조 공장에서 생산하고 있습니다. 어패럴 분야는 어차피 브랜드와 인건비 싸움이기 때문에 필나이트 회장이 아시아를 제조 기지로 삼은 것은 좋은 전략이었습니다.

훌륭한 조력자들과 참모들


필나이트 회장을 보면서 떠오른 한 사람이 있습니다. 바로 중국을 통일하고 한나라를 창업한 "유방"입니다. 필나이트 회장 본인의 수완도 좋았지만 주변 참모들과 인재들이 나이키 제국을 건설하는데 큰 힘이 되었습니다. 정치를 하든, 사업을 하든 참모를 잘 쓰는게 얼마나 중요한지는 수백번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습니다.

나이키 공동 창업자인 바우어만(Bill Bowerman) 교수는 다재다능하고 지칠 줄 모르는 인재였습니다. 이미 전국구 유명인사였던 그는 세계적인 선수를 배출하기 위해 늘 노력했습니다. 육상 강자들을 배출하는 오리건 대학에서 선수들을 가르쳤고, 늘 무엇인가를 발명했습니다. 그의 발명품이 실제 나이키의 제품이 되기도 했습니다. 그는 글도 썼고, 책도 썼습니다. 초기에 블루리본 자본금을 댔으며 필나이트가 이런저런 조언을 구하기도 했습니다. 지역사회 명사였기 때문에 가용할 수 있는 자원도 많았습니다.

최초로 고용한 직원인 제프존슨(Jeff Johnson)은 터질듯한 열정과 헌신을 가진 사람이었습니다. 그는 육상을 진심으로 사랑했고, 블루리본스포츠를 사랑했습니다. 초반에 월급도 제대로 못 받으면서 그는 미국 곳곳에 나이키의 제품들을 판매하려 다녔습니다. 초반에는 자기돈을 써가며 일을 했습니다. 게다가 그는 필나이트에게 엄청난 편지 공세를 퍼부으며 사소한 것들 하나까지 보고했습니다. 이 편지는 수량이 엄청나서 필나이트가 다 읽어보기도 힘들 정도였다고 합니다. 그는 고객들에게도 일일이 손으로 편지를 써주며 연락을 하면서 지역사회에서 블루리본스포츠의 신뢰를 높여나갔습니다. 타고난 영업인이고 마케터였던 셈 입니다. 블루리본 매출 상승에 제프 존슨의 헌신을 빼놓을 수 없습니다.

블루리본 창업초기 6년간 월급도 받을 수 없을 정도로 재정상황이 안 좋았기 때문에 그는 대학에서 회계학 강의를 하면서 낮에는 회계사로 일했습니다. 이때 만난 회계사 동료 일부도 그에게 좋은 멘토들이 되어주었습니다.

그의 가족들은 변호사였고, 지역 언론을 가지고 있었으며 명사였습니다. 주변 인맥들로부터 받은 법률 지원도 튼튼했습니다. 사고로 하반신이 마비되었던 육상 선수 출신 우델의 헌신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창업 초기에 셋업되는 팀 구성원의 중요성은 말할 필요조차 없을 정도로 중요합니다. 일단 훌륭한 팀을 구성할 수 있다면 그 팀의 성공 가능성은 절반은 먹고 시작하는거라 생각합니다. 필나이트 회장의 판단력과 수완도 좋았지만 훌륭한 조력자들이 없었다면 지금의 나이키도 없었을지 모릅니다.

목차


동틀 녘


1부
1962년, 미친 생각
1963년, 성공할 수 있을까?
1964년, 자동차에서 신발을 팔다
1965년, 자기자본 딜레마
1966년, 말보로 맨과의 전쟁
1967년, 신발에 미친 괴짜들
1968년, 나의 파트너, 팍스 나이트
1969년, 사장으로 산다는 것
1970년, 현금, 현금, 현금이 필요해
1971년, 부도 위기, 그리고 나이키의 탄생
1972년, “우리의 방식, 아이디어, 브랜드로 승부합시다”
1973년, 프리폰테인 정신 : 내일이 없는 것처럼 뛰어라
1974년, 오니쓰카와 결별하다
1975년, 돌려막기 인생

2부
1975년, 당신은 규정을 깬 사람으로 기억되어야 한다
1976년, 버트페이스 : 나이키가 문제를 해결하는 법
1977년, 에어 쿠션, 스포츠 스타, 미국판매가격
1978년, 급격한 성장, 그리고 좌충우돌
1979년, 내부의 적과 중국이라는 기회
1980년, 결승선은 없다

해 질 녘


감사의 글
옮긴이의 글

<목차출처 : 네이버 책>

필나이트 회장이 나이키를 창업하던 당시 아디다스는 이미 규모가 있는 회사였습니다. 오니츠카도 말할 것 없이 규모가 있는 회사였습니다.

필나이트 회장이 보따리상으로 오니츠카에게 물건을 팔아 미국에 팔기 시작하던 것을 생각하면 가장 격세지감을 느낄 사람은 필나이트 회장 본인일거라 생각합니다. 아식스의 전신이었던 오니츠카는 이제 나이키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쪼그라 들었습니다.

동네 보따리상이었던 필나이트 회장의 나이키는 어느새 아디다스의 가장 강력한 경쟁자가 되었습니다. 심지어 이미 나이키는 아디다스를 뛰어넘은지 오래입니다. 오리건 대학의 육상 선수 출신이었던 필나이트 회장의 성장 우선 전략은 적중했고, 그의 회사는 세계적인 규모의 다국적 기업이 되었습니다.

창업을 준비하시는 분들, 또는 이미 사업을 하고 계시는 분들 그리고 투자자 여러분들께서는 시간을 내어 한번쯤 읽어봐도 좋은 자서전이라고 생각됩니다.

우리 모두가 가진 기적의 유전자도 멋진 일들을 펼쳐내길 기원합니다.

2017년 8월 8일
송종식 드림


2016년 12월 12일 월요일

주관적인 시각으로 본 유능한 사람들의 공통점

이미지 출처 : 퍼시스

아래에 적힌 내용들은 당연히 절대적인 것들은 아닙니다. 전적으로 제 주관적으로 겪고 생각한 내용들입니다. 유능한 사람에 대한 조건은 다양한 견해가 있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유능하다는 것을 단 몇가지 조건으로 정의할수도 없을테구요. 또, 저와 완전 반대의 의견을 가진분들도 많이 계실 것입니다. 콕 찍어 답이 있는 것은 아니니 그냥 가볍게만 읽어주시면 감사드리겠습니다.

1. 응답 속도가 빠르다


유능한 사람들은 대체적으로 전화, 문자, 톡, 메일 등 업무 관련 회신 반응 속도가 빠른 것 같습니다. 간단한 애티튜드 체크 방법 중 하나입니다. 일을 잘하는 분들은 톡을 보내도 적시에 대답이 돌아오고 메일을 보내도 시간 지체를 별로하지 않하고 답장이 돌아옵니다. 전화를 걸면 별일이 없고서는 즉각 받는다는 신뢰도도 높은 것 같습니다.

2. 활자와 친숙하다


활자와 친숙하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습니다. 짧은 글 보다는 긴글을 자주 읽고, 책과 신문을 늘 옆에 두고 자주 보는 분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2-1. 책을 많이 읽는다


말할 필요도 없이 많은 분들이 강조하는 내용입니다. 책을 많이 읽는다고 무조건 유능해지는 건 아닙니다. 하지만, 유능한 사람치고 책 많이 안 읽는 분은 거의 못 본 것 같습니다.

2-2. 말을 잘 하거나 글을 잘 쓰거나 둘다 잘 한다


권력자들의 권력은 말과 글에서 나온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굳이 권력이 아니어도 그렇습니다. 인간사, 일의 동력이나 사람과 사람을 움직이는 힘은 언어가 차지하는 비중이 절대적입니다. 그래서 유능한 사람들은 말을 잘 하거나 글을 잘 쓰는 분들도 많은 것 같습니다.

2-3. 기록하는 습관


메모하는 습관을 가지고 있습니다. 볼펜으로 기록하는 분들도 있고, 폰이나 컴퓨터로 기록하는 분들도 많습니다. 기록 대상은 한정되지 않습니다. 누구와 대화한 내용도 있고, 겪은 일도 있고, 읽은 책에 대한 내용도 있고, 일과 관련된 내용도 있습니다. 유능한 분들일수록 무엇이든 꼼꼼히 기록해두고 그것을 DB화 하는 경향이 많은 것 같습니다. 이렇게 쌓인 무형자산이 큰 힘이 되는 경우를 많이 목격하였습니다.

3. 시간 관리가 철저하다


목표한 일을 시간 내에 해치우는 분들이 많습니다. 약속 시간에는 늘 늦지 않게 도착하거나 미리 도착해서 기다리고 있는 분들이 많았습니다. 특히, 업무 중간 중간 짧게 로스(loss)나는 시간이 누적되면 꽤 많은 시간이 허비됩니다. 이런 시간들의 관리를 잘하고, 업무는 초반부터 집중해서 끝내버리고 뒤로 갈수록 여유를 갖는 분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4. 집중한다


당장 해야 할 일이 뭔지 정확하게 파악하고, 그 일을 해결하기 위해서 집중하는 경향들이 강한 것 같습니다. to do list 자체를 번잡하게 관리를 안하는 것 같습니다. 선택과 집중의 달인들이 많았습니다.

5. 다소 정치적인면도 없지 않다


남을 해코지하고 음해하려는 면에서 말씀드리는 것이 아닙니다. 사람들과 지속적으로 커뮤니케이션을 한다는 이야기입니다. 유능한 사람들은 서로 전화나 문자 연락을 자주하는 것 같습니다. 가능하다면 운동이나 취미도 같이하고 식사 자리도 자주 만드는 것 같습니다. 자신의 의견이나 본인이 진행한 일에 대해서 할말은 하는 사람들도 많은 것 같습니다.

그리고 판이 돌아가는 것을 제대로 파악하고 있고 처세에도 부단히 신경쓰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자주 알려야 합니다. 커뮤니케이션 안해도 남들이 자연히 알아주겠거니 생각하는 분들도 많은데요. 대부분은 내가 먼저 말 안하면 남들은 나에게 관심이 없습니다.

6. 빠른 핵심파악


무엇에 관련된 것이든 핵심 파악이 빠른 사람들이 많습니다. 그리고 내가 하는 일이 그 핵심에 도달하여 유효타를 날리는 것인지 아닌지에 관한 파악도 빠릅니다. 남과 대체할 수 없고 핵심에 도달하여 그 일을 해결할 수 있을때만 집중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귀중한 시간을 들여서 쓸데없는 일에 에너지 낭비를 안 한다는 이야기와 비슷합니다.

7. 멘탈


어지간한 상황에서도 멘탈이 무너지는 경우는 잘 못본 것 같습니다. 그리고 멘탈이 크게 무너지는 상황에서도 멘탈 회복력이 대체로 좋은 사람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2016년 12월 12일
송종식 드림

2016년 11월 11일 금요일

세계 최초의 증권거래소 (가장 유용하고 공정하며 고귀한 사업의 역사)

최초의 주식 탄생과 그 배경에 대한 성찬


출처 : 네이버 책
주식 투자의 역사가 네덜란드에서 시작했다는 점은 널리 알려진 사실입니다. 주식을 최초로 발행한 주식회사가 네덜란드 동인도 회사(이하, VOC)라는 점 역시 마찬가지구요.

한국어 컨텐츠 중에서는 가끔 다큐멘터리나 몇몇 책자를 통해서 VOC와 증권거래에 대한 이야기를 다룬 바 있습니다. 그러나 이 책처럼 당시 상황을 이토록 자세하고 심도 있게 다룬 컨텐츠를 개인적으로 접해보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저는 1600년대 네덜란드에 있는 것 같은 생생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저자가 암스테르담의 무역과 주식 거래에 대한 논문으로 박사 학위를 받은 사람이기 때문에 책의 내용이 얼마나 디테일하고 방대한지는 굳이 제가 설명드리지 않아도 책을 읽다보면 자연히 아시리라 생각합니다.

덧붙여, 이 책은 번역을 진행한 조진서님도 대단한 분입니다. 아무리 좋은 원서라도 제대로 번역이 되지 않으면 폐지로 전락합니다. 한강 작가님이 쓴 '채식주의자'가 영미권에서도 대히트를 쳤습니다. 이를 번역한 데보라 스미스도 일약 영미권에서 스타덤에 올랐습니다. 이런 것만 보더라도 번역의 중요성은 말할 것 없이 중요합니다.

조진서님은 옥스포드 유학 경험이 있고, HBR한국어판 디렉터, DBR기자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영어를 잘 다루시는데다 경제 상식이 풍부한 역자가 번역에 참여해서인지 내용 자체도 매끄럽게 읽혀져 내려가고 번역도 전문적으로 잘 돼 있어서 원서의 풍미를 그대로 잘 끄집어 낸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안방에서 편안하게 주식을 거래하기까지..


현대 사회에서 주식 거래를 하는 것은 매우 편리합니다. 컴퓨터나 스마트폰을 통해서 터치나 클릭 한번이면 주식을 사거나 팔 수 있습니다. 우리가 이렇게 편리하게 주식 투자를 할 수 있게 된 것은,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자면 1602년에 네덜란드에서 설립된 VOC 덕분이라고도 할 수 있을까요? 수 많은 시행착오와 많은 사람의 피땀 덕분에 지금 우리가 안방이나 길거리에서 편안하게 주식 투자를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거대한 틀과, 세부적인 규정들이 하루 아침에 만들어진 것들은 아니겠죠.

우리나라는 임진왜란이 막 끝나고..


1592년 우리나라는 임진왜란에 휩싸입니다. 이후 1598년이 돼서야 임진왜란이 끝납니다. 임진왜란 직후 우리나라에 남겨진 것은 경작지의 황폐화, 인구의 감소 등 전쟁의 커다란 상처뿐이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임진왜란이 끝난지 4년째 되던 1602년. 그 시기에 네덜란드는 VOC라는 주식회사를 만들었습니다. 말자하면 세계 최초의 현대적 대기업의 모습을 갖춘 회사였고 주식회사였습니다. VOC는 누구나 주주로 참여할 수 있도록 공개적으로 주주모집을 했습니다. 1600년대 초반에는 아시아 구석구석 무역도 열심히 했습니다. 당시에는 VOC도 조선의 존재를 알고 있었습니다. 일본 역시 중간 무역을 부지런히 했습니다.

그러나 당시 우리나라는 쇄국정책을 펴고 있었고, 중간무역으로 먹고 살던 일본이 VOC가 조선과 교역하는 것을 반대했기 때문에 VOC가 조선과 교역하는 것은 실패했습니다.

이후에도 VOC 본부에서는 조선과 교역하기 위해 'Corea'라는 이름의 무역선까지 건조했으나 조선과 교역하지 못하고 다른 지역으로 운항됩니다.

한국에 주식회사 제도가 소개된 것은 거의 200여년이 지난 1880년이었고, 한국 최초의 거래소는 1920년 초반에 만들어진 조선취인소입니다.

현대적인 증권 발행과 거래룰은 이 시기에 거의 다 완성


VOC 역사를 보면서 놀라운 점은 이미 1600년대에 현대적인 증권관련 제도, 규칙, 그리고 매매 기법과 같은 것들이 거의 다 만들어져 나왔다는 것입니다.



공개시장에 증권 발행


VOC가 출범하기 이전에도 동방무역을 하는 프리컴퍼니들은 많이 있었습니다. 이들은 살아서 돌아올지 아닐지, 살아서 돌아 온다면 괜찮은 성과를 가지고 올지 아닐지도 모르는 큰 리스크를 안고 항해를 떠났습니다. 비록 리스크는 있었지만 이들은 돌아오는 배에 돈이 될만한 것들을 잔뜩 싣고 돌아왔습니다. 그러다보니 자국내 프리컴퍼니들 간 경쟁이 심해졌습니다.

정부는 자국 프리컴퍼니들 간의 경쟁은 좋지 않다고 보고 이들을 모두 통합해서 국가가 관리하는 체제로 가게됩니다. 출범하게 되는 이 하나의 통합된 거대회사가 바로 VOC입니다. 6개 도시의 상인들이 이 결정에 동의해 준 대신 네덜란드 정부는 VOC에게 해상 무역 독점권을 전부 안겨줍니다. 네덜란드에서는 그 어떤 다른 회사도 VOC의 권리를 침해하지 못하도록 보호해 줍니다.

VOC는 사업을 하기 위해서 막대한 자금이 필요했습니다. 그래서 세계 역사상 최초로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주주가 될 수 있는 기회를 줍니다. 주식 청약은 성공적으로 끝났고 650만 길더의 자본금이 만들어졌습니다. 650만 길더를 구성하는 주주들은 적게는 몇백길더를 투자한 가정부부터 크게는 몇만 길더를 투자한 큰 부자까지 다양한 사람들로 구성됐습니다. 모든 사람들에게 회사의 지분을 살 수 있는 기회를 준다는 것은 당시로서는 획기적이고 놀라운 발상이었습니다. 이것은 훗날 현대적인 공개시장에 상장된 주식 회사들의 기초가 됩니다.

최초의 트레이딩


VOC의 지분을 타인에게 최초로 양도한 사람은 얀 알레츠 토트 론덴이라는 사람이었습니다. 청약이 끝나고 대략 6개월 후인 1603년 3월 3일에 발생한 거래입니다. 2,400길더의 청약받은 지분을 마리아 반 에그몬트라는 사람에게, 나머지 600길더를 반 바르숨 부인에게 팔았습니다. 이 사람이 VOC의 첫 무역선이 출항도 하기전에 지분을 판 이유는 회사의 전망을 나쁘게 봐서는 아니었습니다. 당시, 청약은 돈 한푼 없이도 할 수 있었습니다. 따라서 얀 알레츠는 돈 없이 청약만 한 상태였고, 실제 청약금액을 납부하기에 3,000길더는 너무나 큰 금액이어서 부담됐습니다. 그래서 대금 납부 의무가 발생하기 전에 미리 지분을 매도한 것입니다.

니우어 브뤼흐 다리


지분 거래가 조금씩 발생하면서 생긴 문제는 상인들 간에 매수자와 매도자를 찾는것이 매우 어려웠다는 것 입니다. VOC의 주당 가격은 아직 표준화 되지 않았고, 거래 상대방도 스스로 찾아 다녀야했습니다. 사람들은 니우어 브뤼흐 다리로 모여들기 시작했습니다. 니우어 브뤼흐 다리에서는 거래 상대방을 찾기가 수월했고 점차 트레이더들이 지분을 거래하는 장소가 되기 시작합니다.

선도거래


당시에는 회사의 지분을 보유한 주주라고 해서 주식을 보유한다는 개념은 없었습니다. 왜냐하면 지금처럼 물리적인 증서나 증권 형태의 것이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VOC의 주주라면 동인도하우스에 비치된 주주명부에 몇주의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지 이름이 기재되는 수준이었습니다.

간혹 청약대금을 납부한 영수증이 발견되면 가끔 '최초의 주식을 발견했다'는 식의 신문 기사가 나오지만 엄밀하게 말하면 영수증이 주식일수는 없습니다.

매번 지분 거래를 할 때마다 동인도하우스까지 가서, 공증인을 불러놓고, 지분 거래를 하겠다는 계약서를 쓰는 것은 여간 불편한 일이 아닙니다. 따라서, VOC 지분 거래자들은 점차 선도거래를 선호하는 양상이 생겼습니다. 주주명부는 나중에 바꾸고 증서를 사고 팔 수 있는 권리를 거래하기로 합니다. 이는 실로 편안한 방법이어서 후에 VOC의 지분거래가 늘어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합니다.

루머


당시는 지금처럼 손가락만 움직여도 정보가 쏟아지는 시대가 아니었음은 당연합니다. 그러나 당시에도 사람은 사는 시대였으므로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는 정보의 흐름은 있었습니다. 특히나 많은 루머들이 투자자들 사이를 돌아다녔고 이런 루머들은 실제 거래되는 VOC의 지분 거래 가격에 변동을 심하게 주기도 했습니다.

지금처럼 속 시원히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시대가 아니었으므로 사람들은 늘 정보에 목 말라 했습니다. 그 일례를 들면 라이덴이라는 작은 도시에 사는 렘페뢰르라는 사람이 있었습니다. 그는 동방무역에 관심이 많았고 VOC지분에 투자한 투자자였습니다. 그는 암스테르담이나 기타 여러곳에서 발생하는 정보를 늘 궁금해했습니다. 그에게는 벨라에르라는 이름을 가진 처조카가 있었습니다. 벨라에르는 종종 삼촌에게 들르거나 편지를 써서 실크 가격과 VOC에 대한 정보들을 전해주곤 했습니다. 당시에도 이런식으로 정보가 유통되었습니다. 벨라에르는 부자 상인들이 많이 활동하는 지역에 살기도 했고 본인 스스로도 VOC지분 거래가 활발히 일어나는 니우어 브뤼흐 다리에 자주 가서 여러가지 정보들을 얻어오기도 했습니다.

투자자들에게 또 중요한 정보는 스페인과의 전쟁 관련 내용, 휴전 여부의 내용, 투자한 배가 돌아오는지 여부, 돌아온다면 어떤 상품을 싣고 돌아오는지와 같은 다양한 것들이었습니다. 이런 것들과 관련해서 시장에는 늘 여러 루머가 돌았고 이는 VOC지분 가격에 영향을 미쳤습니다.

배당


투자자들은 배당에도 관심이 많았습니다. 과거 프리컴퍼니 시절에는 떠났던 배가 돌아오면 막대한 이익금을 투자자들에게 배분해주고 곧바로 회사가 청산되었습니다. 프리컴퍼니 시절 짭짤한 배당의 기억을 잊지 못했기 때문에 투자자들은 VOC에서도 큰 배당 이익을 기대했습니다.

하지만 투자자들의 기대와 달리 VOC의 첫 배당은 지연되기만 했습니다. 첫 배당의 공지는 청약이 있은지 7년 후의 일이었고 실제 배당은 다시 그 이듬해 4월에 지급되었습니다. 그러나 현금으로 지급된 것이 아니라 메이스라는 향신료로 지급이 되었습니다. 당시 주주들이 갖고 있던 지분 가치의 75% 가치에 해당하는 메이스가 배당으로 지급되었습니다. 이 메이스를 일정 기간 찾아가지 않으면 추후에 더 많은 배당을 가져갈 수 있는 권리를 주었습니다.

VOC의 이사진들이 사업 초기에 현금 배당에 인색했던 이유는 프리컴퍼니들과 달리 VOC는 기업이 영원히 존속되길 바랬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배당을 하는 대신 수익을 CAPEX로 재투자했고 VOC는 날로 커져갔습니다.

공매도


네이키드 숏셀링(이하, 무차입 공매도 또는 공매도) 기법도 이때 등장합니다. 그리고 르매르라는 사람도 등장합니다. VOC보다 먼저 설립돼 활동하고 있었던 프리컴퍼니 중 '14척의 배 회사'라는 무역회사가 있었습니다. 르매르는 이 회사의 이사였습니다. 자본금 170만 길더의 이회사는 여러 편의를 생각해서 후에 설립된 VOC에 흡수합병 되기로 결의합니다.


르매르는 VOC의 초기 설립에도 관여를 하고 지분도 85,000길더나 보유했습니다. 그러나 이 지분은 VOC의 이사들과 분쟁이 생겨서 팔지 못하는 상황이었습니다. 그런 상황에서도 르매르는 상인들에게 지분을 팔기로 약속하고 선금을 받고 에그몬트 안 덴 호프라는 도시로 도주해 도피 생활을 합니다. 여튼 어떤 이유에서인지는 모르겠지만 르매르는 VOC의 이사들로부터 박해를 받는다 생각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그가 발견한 여러 항로는 복잡한 여러가지 일이 얽혀 법적으로 사용도 못하는 처지였습니다.

그는 VOC를 상대로 복수를 계획합니다. 굳이 큰 비용과 리스크를 들여 경쟁 회사를 세우거나 하는 방법이 아니었습니다.

르매르의 계획은 이랬습니다. 본인만 일을 실행하면 VOC의 이사들이 눈치를 챌게 뻔했기 때문에, 9명의 공범자들을 트레이더로 모았습니다. 이 10명의 팀은 VOC의 지분을 한꺼번에 매도하면서 시장 가격을 끌어내리기로 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선도거래가 동원됐습니다. 그리고 그와 더불어서 회사 경영과 주가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칠만한 아주 나쁜 소문들도 함께 시장에 뿌리기로 하였습니다.

주식시장 최초의 공매도입니다. 이들은 차입하지 않은 지분을 적극 이용했으므로 무차입 공매도 기법도 이때 처음 사용되었습니다.

소액주주 운동


르 매르가 사용한 선도거래 기법은 이제 트레이더들 사이에서 널리 알려져 사용되었을 뿐 아니라 르 매르 일당의 무차입 공매도 공격 역시 VOC 이사진들은 분노하고 있었습니다.

VOC 이사진들은 암스테르담 관할 홀란트 주의회에 악독한 공매도 행위에 대해 고발하는 내용을 담은  청원서를 제출했습니다. 많은 고아와 과부들이 VOC 투자에서 나오는 수입으로 생활하고 있음을 이유로 들었습니다. 이 논리는 사회적 호응을 얻었고 르 매르 일당은 악당 이미지가 되었습니다. 사실은 VOC이사진들 자신들이 VOC 지분을 많이 보유하고 있었으므로 자신들의 이익을 지키기 위한 청원이었습니다.

청원서에는 추가적으로 르 매르 일당의 공격으로 실제 VOC가 위험해 질 수 있으며 VOC가 청산되기라도 하면 지금 네덜란드가 누리는 영광의 시대도 끝나므로 르 매르 일당은 공공의 적이라고 묘사했습니다.

한걸음 더 나아가서 공화국 의회에 무차입 공매도를 금지하는 법률을 만들어 달라고 요청했습니다. 선도거래 계약 시점으로부터 한달이내에 VOC 사무소에 거래내용이 신고되도록 해달라는 내용이었는데 이렇게되면 모든 선도계약을 VOC이사진이 관리할 수 있게 되고 무차입 공매도도 막을 수 있게됩니다.

그러나 이렇게 되면 VOC지분 거래 시장은 죽게될터였습니다. 당장 주식 중개인들의 반발이 거셌습니다. VOC지분을 거래할때마다 VOC 사무소에 가서 일일이 장부에 이름을 쓰고 지우고 하는 번거로움을 없애고자 선도거래를 하는건데 선도거래 마저 이렇게 하게 되면 아무런 의미가 없기 때문입니다. 거래 시장은 붕괴될게 뻔했습니다.

거래자들을 내세운 르 매르 일당 역시 청원서를 제출했습니다. 주가가 떨어지는 것이 공매도 때문만은 아니고 VOC의 무능한 경영진과 이사진들이 문제라는 내용을 담았습니다. 또한 경영진들은 회사의 비용을 무분별하게 쓰고 있고 부도덕하다고 비난하는 내용도 담았습니다.

르 매르의 공매도 활동부터 이런 전반적인 활동은 현대의 소액주주 운동의 시초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주가 조작과 장부 조작


람프는 1602년 VOC가 설립될 때 부터 암스테르담 사무소의 회계장부 책임자로 일해왔습니다. 부업으로 주주들간의 지분 거래가 있을 때 마다 이를 기록하는 업무도 맡았습니다.

지분 거래 기록은 VOC이사들을 증인으로 세워야 업무 진행이 가능했습니다. 몇년간 람프는 일을 잘 해왔습니다. 그리고 지분 거래가 있을 때 마다 이사들을 불러야 하니 이사들 본인도 번거롭고 람프도 이게 슬슬 번거로워졌습니다.

문제는 여기서 생겼습니다. 이사들은 지분 거래가 있을 때마다 왔다갔다하는게 귀찮으니 장부를 확인도 하지 않고 대충 싸인만 하고 냅다 자기방으로 가 버렸습니다. 어쨌든 이사들의 싸인이 있어야 거래가 가능했으니 이사들은 이런식으로 싸인만 대충해주는 식으로 업무가 진행되었고, 사실상 지분 거래 장부는 람프 혼자 관리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였습니다. 장부의 최신 내용도 람프만이 알고 있었죠.

르 매르의 작전팀 멤버이던 한스 바우어는 르매르와 진행하는 공매도 업무가 따분했습니다. 한스 바우어 생각에 장부를 조작해서 가짜 지분을 팔면 아예 떼돈을 벌 것 같은 계산이 생겼습니다. 한스 바우어는 람프와 결탁하여 장부 조작 작전을 개시합니다. 이들은 1610년 3월 말까지 약 33,300길더의 유령 지분을 트레이더들에게 팔아 큰 돈을 챙겼습니다. 당시 바우어가 1년간 고급저택을 빌리는데 들어간 비용이 300길더이니 얼마나 큰 돈을 가로챘는지 알 수 있습니다.

헨드릭 데 카이저 거래소의 등장


1611년 담 광장 남쪽 로킨 가에 세워진 상업거래소 건물입니다. 이 건물이 세워지면서 이제 VOC지분 거래자들은 니우어 브뤼흐 다리 위나 성 올라프 성당에 가지 않아도 됐습니다. 다리위는 온갖 상인들이 뒤엉켜서 엉망이었습니다. 거래소가 등장하고나서 한결 더 좋은 환경에서 거래자들이 모여 수월하게 거래를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안타까운점은, 새로 지어진 상업거래소 건물은 튼튼하게 지어진 듯 했지만 바닥이 자꾸 허물어져서 지어진지 얼마 못 가서 철거됩니다.

그 외 사건들


앞에서 일부 살펴본 것 처럼 VOC의 운영과 지분 거래 과정에서 현대적 주식 투자의 다양한 법률과 규칙과, 금융 기법들이 대부분 만들어졌습니다.

앞에서 일일이 언급하지 못했지만 책에서는 더욱 다양한 이야기들을 담고 있습니다.

동방 무역 활성화로 인해서 거래가 활성화되며 버블 징후가 나타나고, 여러가지 정치, 경제적 변화와 시장 붕괴로 공황이 오고, 주가가 폭락하자 매수자의 매매 무효 소송이 생기기도 했습니다. 또한, 마켓 메이커들도 나오고 표준화된 거래 개념도 등장합니다. 주식을 담보로 한 대출 제도도 생기고, 초보적인 옵션과 레버리지 개념의 거래 방법도 등장합니다. 본 포스팅에서 언급하지 못했지만 책을 보시면 더욱 디테일하고 역동적인 초기 주식 투자 이야기를 접할 수 있습니다.

네덜란드의 전성기를 함께하다


17세기는 네덜란드의 황금기였습니다. 얼마 후, 세계 최강대국이 되는 영국과의 해전에서 승리했고, 운하가 완성됐으며, 사회 각 분야가 고르게 성장했습니다. 이를 토대로 무역업 역시 번영했고, 구매력이 떨어지는 타 유럽국가들과는 달리 네덜란드 특히, 암스테르담 시민들의 구매력은 나날이 향상됐습니다. 투자 여력이 높아진 네덜란드 국민들은 VOC 지분에 투자를 했고 VOC 지분 가격은 버블 수준으로 급등하기도 했습니다.


출처 : 나무위키 (역사상 최대 규모의 시총을 자랑하는 동인도회사)

동남아, 동북아, 남아공 등 지구 곳곳 다양한 곳에 진출하여 무역을 하던 네덜란드는 북아메리카에도 진출합니다. 북아메리카에는 1612년에 진출하여 '뉴암스테르담'이라는 도시를 만듭니다. 그 도시는 현재 뉴욕입니다. 이렇듯 지구의 바다를 누빈 VOC의 전성기는 네덜란드의 최전성기를 이끌었습니다.

주식 투자의 본질을 이야기하다


17세기 암스테르담은 우울한 중세도시의 전형이었습니다. 그 안에 사는 사람들은 현대적인 주식 투자 용어들을 이미 다 알고 있었고, 어디에서 누굴 만나도 주식 이야기 뿐이었습니다. 책에서는 당시 주식 열풍을 '스포츠'에 비유했습니다.

이 책을 읽다보면 당시 암스테르담의 투자 열기를 느낄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 뿐 아니라 주식 투자의 본질을 자연스레 체득할 수 있습니다.

초기 기업은 늘 자금이 필요합니다. 자금은 외부에서 두가지 방법으로 조달합니다. 돈을 빌려서 빚을 지거나 보통주 투자자들을 모아 자본금을 확충하는 방법입니다. VOC는 영리하게도 빚을 지지 않고 지분을 팔아서 자본금을 확보했고 대기업이 최초로 일반들을 주주로 끌어모은 사례가 됩니다.

크고 작은 돈을 회사에 투자하고 지분을 확보한 투자자들은 아시아로 떠난 배가 돌아올지 아닐지도 모르는 불확실성에 모험을 겁니다. 배가 돌아오면 투자한 돈은 몇배로 불어날수도 있고 배가 중간에 침몰하거나 회사가 망하면 돈을 잃는데, 현대의 주식투자가들이 회사에 투자를 하면서 겪는 리스크도 이와 동일합니다.

책을 읽다보면 투자에 따르는 본질적인 리스크는 무엇인지, 주가는 무엇에 따라 움직이는지, 배당은 어떻게 결정되는 것이고 배당이 투자 심리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루머는 시장에서 어떻게 유통되고 시장에 영향을 미치는지 등 투자와 관련된 다양한 이야기를 자동적으로 인식할 수 있게 됩니다. 투자 기술을 다룬서적도 아니고 역사책에 가까운데도 불구하고 투자와 관련된 기본적인 것들을 배울 수 있습니다.

목차


  • 세계 최초의 증권거래소
  • 17세기 연표
  • 주요 인물 및 주요 장소
  • 암스테르담 지도
  • 책을 소개하며
  • 1장 세계적으로 유명한 책
    • 17세기 암스테르담, 가장 좋은 투자 교과서
  • 2장 새로운 회사
    • 최초의 대기업, 누구나 이 회사의 주식을 살 수 있다
  • 3장 초창기의 주식 거래
    • 모호한 루머, 지연되는 배당
  • 4장 주주들의 분노
    • 자신들의 배만 불리는 이사들
  • 5장 사기
    • 주가 조작과 장부 조작
  • 6장 첫번째 투자 열풍
    • 동방무역의 활황으로 인한 금융 시장의 황금기
  • 7장 유대인 트레이더들
    • 본격적인 금융 비즈니스가 시작되다
  • 8장 정보
    • 누가 더 빨리, 더 똑똑하게 움직이는가
  • 9장 트레이딩 클럽
    • 전문 트레이더들과 비공개 회원제 클럽
  • 10장 투기
    • 옵션과 선도 거래로 인해 커져가는 위험
  • 11장 위기
    • 두 번의 금융 위기, 주식 거래의 위험성을 깨닫다
  • 12장 다시, 세계적으로 유명한 책
    • 서스펜스와 드라마가 있는 주식 거래
  • 에필로그
  • 감사의 인사, 그리고 연구 방법에 대한 해설
  • 용어 설명
  • 이미지 출처
  • 참고문헌

저자 로데베이크 페트람에 대해


경제학자이자 역사학자 입니다. 17세기 네덜란드에서 행해졌던 무역과 주식 거래에 대한 논문을 써서 박사학위를 받았습니다. 암스테르담과 금융사 덕후로서 17세기 암스테르담에서 일어난 금융에 대한 지식만큼은 세계에서 손꼽는 분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2016년 11월 11일
송종식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