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애널리스트분들이 작성한 보고서를 보면 어려운 업계 용어가 많다는 목소리가 높은 줄 압니다. 저 역시 기업 분석글이나 투자 관련글을 쓰다보면 압축된 용어를 종종 쓰는데, 가끔 어렵다는 문의가 들어오기도 합니다. 어느 업종이나 그렇겠지만 업계 용어들이 있고, 대부분 빠른 업무를 위해서 축약된 단어들을 쓰다보니 이제 막 입문 하시는분들은 용어부터 어려워 하시는 경우가 많은 것 같습니다.
그래서 자주 쓰는 용어들을 정리해서 모아봤습니다. 공부하시는 분들께 도움이 되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지속적으로 제 블로그에 들러주시는 분들께서도 아래 용어 정도는 숙지를 하고 계시면 문서를 읽는데 크게 도움이 되시리라 생각합니다. 거의 대부분의 단어는 반드시 투자에만 국한되는 용어는 아닙니다. 주로 경영 관련 부서나 전략 기획 관련 부서에서 일하시는 분들도 많이 쓰는 단어이고, 어느 분야든지 통용되는 용어들도 많습니다.
QoQ : 전 분기 대비
MoM : 저번달 대비
YoY : 전년 동기 대비
매영순 : 매출, 영업이익, 순이익
op : 영업이익
opm : 영업이익률
ni 또는 np : 순이익
nim 또는 npm : 순이익률
capa : 최대 생산 가능 제품 수량
capex : 미래 수익 창출을 위한 자본적지출
ir : 투자자 대상 기업 홍보 활동
주담 : 주식담당자(ir담당자)
gpm : 매출총이익률
cagr : 연평균성장률
컨센서스 : 시장이 기대하는 실적
가이던스 : 회사가 제시하는 실적
어닝 : 실적
어닝쇼크 : 컨센서스에 미달한 실적
어닝서프라이즈 : 컨센서스를 상회하는 실적
P : 제품의 판매 가격
Q : 제품의 판매 수량
C : 제품의 제조 비용
1H : 상반기
2H : 하반기
1Q 2Q 3Q 4Q : 1, 2, 3, 4분기
1y : 1년
f : forecast 또는 forward
e : estimate
eps : 주당순이익 = 당기순이익/(발행주식수-자기주식수)
bps : 주당순자산 = 자본총계/(발행주식수-자기주식수)
dps : 주당배당금 = 총 배당액/(발행주식수-자기주식수)
FS : 재무제표
BS : 재무상태표
IS : 손익계산서
CF : 현금흐름표
fcf (fcff) : 잉여현금흐름
fcfe : 주주몫의 잉여현금흐름
밸류에이션 : 투자 대상 자산의 적정한 가치를 산정해보는 일
안전마진 : 가치와 가격의 괴리, 투자 안정성을 위한 장치
스프레드 : A와 B의 괴리. 실질 금리와 명목상의 금리 차이, 원료가와 판매가의 차이, 가치와 가격의 차이인 안전마진 등 이런 여러가지 괴리나 갭을 통상적로 칭함
고잉컨선 : 계속기업(via. 지속가능경영)
데드캣바운스 : 죽은 고양이도 한번은 튀어오른다, 폭락 후 기술적 반등
생각나는 것이 있으면 지속적으로 추가하겠습니다. 궁금한 용어가 있으신분은 저에게 말씀해 주시면 추가하겠습니다. 감기가 극성입니다. 건강 유의하시고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감사합니다.
송종식 드림
2016년 12월 26일 월요일
2016년 1월 31일 일요일
실적을 추정할 때 주의할 점
투자 과정의 핵심 중 하나는 그 기업의 미래를 그려보는 것입니다. 그려낸 미래를 토대로 향후 실적을 예측하는 것도 관건입니다. 이 미래 실적 추정치에 따라 투자 결정 여부를 정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기업의 실적을 추정하기 위해 다양한 사회 현상을 내다보고 지표를 체크하며 자산의 가격 변동을 추적합니다. 이 과정에서 분석가나 투자자가 가장 많이 빠질 수 있는 오류 몇가지를 짚어보려고 합니다.
2007년부터 2008년 말까지 국제 유가가 폭등하던 때가 있었습니다. 지금 저유가 뉴스가 연신 뉴스 1면을 도배하듯이 그때는 고유가 관련 뉴스가 연신 언론사들의 머릿기사를 장식하던 때 였습니다. 2007년에 배럴당 60불 정도를 찍고 있던 국제 유가는 계속 치솟아서 2008년 연초에 100불을 돌파하고, 곧장 110불, 120불을 갱신했습니다.
이때, 국내외 경제와 금융 전문가들은 물론이고 각종 경제 기사들도 다음과 같은 의견과 기사들을 쏟아냈습니다.
유가 200불은 물론이고, 300불을 전망하던 전문가들도 있었습니다. 전문가라고 불리는 사람들조차 이런 함정에 빠집니다. 이때 조성된 에너지 관련 펀드들은 현재 반에 반토막 이상으로 규모가 줄었고, 어마어마한 손실을 내고 있습니다. 분석가든, 전망가든, 펀드매니저든 모두가 상방만을 외치던 때 였습니다.
추세는 차티스트들만 보는게 아닙니다. 펀더멘털 플레이를 하는 사람들조차 숫자의 연속성에 매몰돼 이와 같은 실수를 합니다.
지금은 어떤가요? 1년 이상 저유가가 지속되면서 이제는 다음과 같은 전문가들의 이야기가 쏟아지고 있습니다.
대부분의 성공한 투자자들은 자신의 투자아이디어를 믿고 기다리는 힘을 갖고 있습니다. 자신의 포지션에 대한 믿음을 갖는 것은 큰 투자 수익을 올리기 위한 필수적인 투자자의 태도임은 맞습니다. 그러나 조심해야 할 것 역시 그 믿음입니다.
내 투자아이디어는 '확실'하다는 맹신은 자칫 투자자에게 큰 타격을 주기도 합니다. 금융 시장에서 '확실한 것'은 절대로 없습니다. 투자아이디어에 대한 믿음도 좋지만 객관적으로 생각해서 아닌 건 확실히 잘라내는 결단력도 필요합니다. 물론 자신에 대한 믿음 없이 우유부단하게 굴어서 엉덩이를 들썩대는 태도도 옳은 것은 아닙니다. 이러면 큰돈을 못 벌죠.
잘라내는 결단력이나 보유하는 믿음.. 어느쪽이 옳은지는 투자아이디어가 발현될때까지 시간이 지나봐야 알겠지만 말입니다. 지속적인 팔로업, 믿음과 불신에 대한 예술적인 밸런스 조절이 중요합니다.
설마 그런 일이 일어날까? 싶은 일이 실제로 금융 시장에서는 일어납니다. 좀 극단적인 예를 들어보자면 '코스피 500 포인트가 깨지는 날이 설마 올까?' 또는 반대로 '코스피 1만 포인트가 돌파하는 날이 설마 올까?'와 같은 것들을 예로 들 수 있습니다. '국내 굴지의 대기업이 설마 무너질까?', '설마 그 평판 좋은 그 회사 CEO가 횡령을 할까?' 이런 것들도 마찬가집니다.
어떤 일도 일어날 수 있습니다. 코스피 500포인트가 오지 말란 법도 없으며 국내 굴지의 탄탄한 대기업이 무너지지 말라는 법도 없습니다. 상상하는, 상상 이상의 어떤 일이든 일어날 수 있는 금융 시장에서 살아남는 방법은 '설마'를 지우고 늘 최악의 경우를 대비하여 조심스럽게 시장에 참여하는 것입니다. 뉴욕의 상징 중 하나였던 무역센터 건물도 테러로 사라지는 세상이니까요.
그래서 분석가는 추정을 할 때 다양한 시나리오를 세워놓고 시장 흐름과 기업의 경영 흐름에 따라 시나리오대로 대응을 하는 것이 안전하지 않나 생각합니다.
역추세 마인드를 갖는 것은 어려운 일이기는 합니다. 시장에 순응하는 투자자라고 하더라도 투자 대상과 대중의 생각과 반대되는 역추세 마인드를 갖는 것은 좋은 일입니다. 역추세 마인드의 장점은 남들보다 빨리 투자 기회를 포착하고 포지션을 잡고 기다릴 수 있다는 점이고, 단점은 기다리는 시간이 얼마가 될지 모른다는 점 입니다. 다만, 시장 참여자 대부분이 한쪽으로 쏠려 있을 때 역추세 마인드를 가지면 정말 커다란 기회를 잡을 수 있다는 점은 확실합니다.
일반 개미를 큰 개미로 만들어 주었던 분들의 투자 성과 복기를 해보면, 대부분의 훌륭한 투자 성과는 역추세 마인드 하에서 버블이나 저평가 기회를 잡았던데서 발현되었기 때문입니다.
아. 오해가 있을 것 같아서 첨언을 하자면 주가가 이미 차트상 정배열로 상승하고 있고, 여기에 올라탔다면 달리는 말에 올라탄 것 입니다. 그러나 그 회사의 밸류에이션이 너무 비싸서 주가를 끌어올리는 주주들보다 그 주식을 나쁘게 바라보는 시장 참여자가 훨씬 많다면 비록 추세 매매를 하더라도 이 역시 역추세 마인드에 해당한다고 생각합니다.
2016년 1월 31일
송종식 드림
연속적인 숫자가 주는 추세의 함정에 빠지지 말기
원자재 시장에서..
2007년부터 2008년 말까지 국제 유가가 폭등하던 때가 있었습니다. 지금 저유가 뉴스가 연신 뉴스 1면을 도배하듯이 그때는 고유가 관련 뉴스가 연신 언론사들의 머릿기사를 장식하던 때 였습니다. 2007년에 배럴당 60불 정도를 찍고 있던 국제 유가는 계속 치솟아서 2008년 연초에 100불을 돌파하고, 곧장 110불, 120불을 갱신했습니다.
이때, 국내외 경제와 금융 전문가들은 물론이고 각종 경제 기사들도 다음과 같은 의견과 기사들을 쏟아냈습니다.
- 국제유가 100달러 돌파로 미국 증시 급락 <2008년 1월 3일 노컷뉴스>
- 국제유가 일년 새 두배, 200달러 가나? <2008년 5월 7일 머니투데이>
- "국제유가 300달러 넘을 수도" - <2008.03.12 | 아시아경제 | 다음뉴스>
유가 200불은 물론이고, 300불을 전망하던 전문가들도 있었습니다. 전문가라고 불리는 사람들조차 이런 함정에 빠집니다. 이때 조성된 에너지 관련 펀드들은 현재 반에 반토막 이상으로 규모가 줄었고, 어마어마한 손실을 내고 있습니다. 분석가든, 전망가든, 펀드매니저든 모두가 상방만을 외치던 때 였습니다.
추세는 차티스트들만 보는게 아닙니다. 펀더멘털 플레이를 하는 사람들조차 숫자의 연속성에 매몰돼 이와 같은 실수를 합니다.
지금은 어떤가요? 1년 이상 저유가가 지속되면서 이제는 다음과 같은 전문가들의 이야기가 쏟아지고 있습니다.
- 모건스탠리 "달러 계속 오르면 유가 20불대로 추락 <2016.01.12 | 뉴스1>
- 국제유가, 끝 모를 추락..'10달러'대로 가나 <2016.01.13 | 머니투데이>
국제 유가가 배럴당 20달러, 심지어 10달러 혹은 그 이하로 진입할거라는 시각도 생기고 있습니다. 물론, 그 가격을 잠깐 찍을수는 있지만 생산 주체들의 BEP를 감안해보면 이 같은 현상이 얼마나 오래 지속될지는 미지수입니다. 자연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은 평온할때는 임계치를 향해 달려가고, 임계치에서 억눌렸던 것들이 폭발하면 폭발 후 다시 정상 상태로 되돌아오게 마련입니다. 현 시점에서 국제 유가가 배럴당 20~30불 하는 것은 정상적인 상황이라기 보다는 임계치 근처에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기본적으로 꽤 투자를 하신다는 분들의 위와 같은 실수는 주식 시장에서도 발생합니다. 많은 분석가들이 이와 같은 오류를 저지릅니다.
어떤 회사의 2006년부터 2010년까지 5년간 실적 데이터 입니다. 위에서부터 매출, 영업이익, 순이익입니다. 2008년에 금융위기 영향인지 살짝 부침이 있기는 하지만 매출과 이익이 모두 꾸준히 우상향을 하고 있습니다. 회사에 대한 분석 없이 숫자만 보면 2011년이나 2012년, 그리고 2013년에도 쭉 성장할 것 같은 느낌을 주지 않나요?
2006년부터 2010년까지 상승세를 타던 영업이익이 급속히 꺾이기 시작합니다. 매출액은 2013년까지는 폭발적으로 증가하다가 2014년에 갑자기 반토막 이상이 나버립니다. 순이익은 13년부터 적자네요. 실적을 추정할때 회사의 BM, 영업상활 등을 정밀하게 팔로업하지 않고 단지 숫자의 성장 추세만 가지고 숫자 놀음을 했다면 그 투자자는 2011년에 상투를 잡고 큰 고통에 빠졌을 것입니다.
앞서 살펴 본 회사는 멜파스입니다. 멜파스는 B2B 비지니스를 하고 있었고, 삼성전자 편향적인 매출을 올리는 회사였습니다. 재무제표만 보고 미래 이익을 추정했다면, 삼성전자에게 팽을 당했다는 소문이 시장에 도는 것을 회사에 확인하지도 못하고 주식을 사서 큰 손실을 보았을 거라 생각합니다. 멜파스는 삼성전자향 매출이 대부분이었는데 삼성전자에게 버림을 받으면서 큰 어렴움을 겪게 됩니다.
멜파스를 욕하거나 무시하려고 쓴 글이 아닙니다. 기업의 실적을 예측하고 투자를 하다보면 이런 경우를 숱하게 만납니다.
어떤 회사의 이익이 무난하게 20억, 30억, 40억, 50억 이렇게 발생했다면 대부분의 분석가들은 내년 실적은 60억, 내 후년은 70억.. 이런식으로 이익을 예측하고 밸류에이션을 합니다. 그러나 내년 실적이 60억이 못 나고 30억이 될수도 있고 갑자기 적자가 될수도 있습니다. 투자 대상에 대한 꾸준한 분석은 그래서 중요합니다. 숫자의 추세만을 따르는 것은 매우 위험합니다. 만약 내년 실적이 60억이 안나고 꺾이면 주가가 대폭락을 할수도 있습니다. 보통 실적이 찍히기전에 주가가 먼저 방향성을 보이는데 이는 내부자나 기업 탐방을 통한 큰손들의 자금이 미리 움직이기 때문에 발생하는 현상입니다.
가치가 주가를 형성하기도 하지만, 주가가 가치의 방향을 정해주기도 한다는 조지소로스의 재귀성 이론은 시장에서 대부분 들어맞습니다.
반대로 실적이 50억, 30억, 10억, 적자 20억 이런 추세로 가는 회사도 잘 관찰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런 회사는 대부분 꿈이 없는 경우라면 이미 주가가 박살이 나 있을거구요. 내년에 갑자기 이익 20억을 내면서 턴 어라운드를 하면서 주가가 폭등을 할 가능성도 있기 때문입니다.
투자에 있어서 투자 대상의 과거가 중요하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과거는 백미러일 뿐입니다. 결국 투자는 미래를 얼마나 잘 내다보느냐의 싸움입니다. 숫자 추세의 함정에 빠지는 일을 분석가는 늘 경계해야 합니다. 추세는 눈 앞에 보이는 현실이기는 하지만 내일은 아무도 모릅니다. 다만, 최대한 많은 정보를 수집하고 스스로 판단을 내려 내일 일어날 일을 맞히기 위한 확률을 높이는게 관건이라 생각합니다.
제가 아는 성공한 큰손 투자자분은 저에게 아예 이런말을 하기도 했습니다. "투자한 기업의 공장이나 본사 옆에 숙소를 구해놓고, 매일 그 회사로 출퇴근하면서 회사가 잘 돌아가는지 감시하면서 투자를 해야할거야."
주식 시장에서도..
기본적으로 꽤 투자를 하신다는 분들의 위와 같은 실수는 주식 시장에서도 발생합니다. 많은 분석가들이 이와 같은 오류를 저지릅니다.
어떤 회사의 실적 추이 <출처:세종기업데이터> |
어떤 회사의 2006년부터 2010년까지 5년간 실적 데이터 입니다. 위에서부터 매출, 영업이익, 순이익입니다. 2008년에 금융위기 영향인지 살짝 부침이 있기는 하지만 매출과 이익이 모두 꾸준히 우상향을 하고 있습니다. 회사에 대한 분석 없이 숫자만 보면 2011년이나 2012년, 그리고 2013년에도 쭉 성장할 것 같은 느낌을 주지 않나요?
아까 그 회사의 실적 추이 <출처:세종기업데이터> |
2006년부터 2010년까지 상승세를 타던 영업이익이 급속히 꺾이기 시작합니다. 매출액은 2013년까지는 폭발적으로 증가하다가 2014년에 갑자기 반토막 이상이 나버립니다. 순이익은 13년부터 적자네요. 실적을 추정할때 회사의 BM, 영업상활 등을 정밀하게 팔로업하지 않고 단지 숫자의 성장 추세만 가지고 숫자 놀음을 했다면 그 투자자는 2011년에 상투를 잡고 큰 고통에 빠졌을 것입니다.
멜파스의 주가 흐름 <출처:네이버 금융> |
앞서 살펴 본 회사는 멜파스입니다. 멜파스는 B2B 비지니스를 하고 있었고, 삼성전자 편향적인 매출을 올리는 회사였습니다. 재무제표만 보고 미래 이익을 추정했다면, 삼성전자에게 팽을 당했다는 소문이 시장에 도는 것을 회사에 확인하지도 못하고 주식을 사서 큰 손실을 보았을 거라 생각합니다. 멜파스는 삼성전자향 매출이 대부분이었는데 삼성전자에게 버림을 받으면서 큰 어렴움을 겪게 됩니다.
멜파스를 욕하거나 무시하려고 쓴 글이 아닙니다. 기업의 실적을 예측하고 투자를 하다보면 이런 경우를 숱하게 만납니다.
어떤 회사의 이익이 무난하게 20억, 30억, 40억, 50억 이렇게 발생했다면 대부분의 분석가들은 내년 실적은 60억, 내 후년은 70억.. 이런식으로 이익을 예측하고 밸류에이션을 합니다. 그러나 내년 실적이 60억이 못 나고 30억이 될수도 있고 갑자기 적자가 될수도 있습니다. 투자 대상에 대한 꾸준한 분석은 그래서 중요합니다. 숫자의 추세만을 따르는 것은 매우 위험합니다. 만약 내년 실적이 60억이 안나고 꺾이면 주가가 대폭락을 할수도 있습니다. 보통 실적이 찍히기전에 주가가 먼저 방향성을 보이는데 이는 내부자나 기업 탐방을 통한 큰손들의 자금이 미리 움직이기 때문에 발생하는 현상입니다.
가치가 주가를 형성하기도 하지만, 주가가 가치의 방향을 정해주기도 한다는 조지소로스의 재귀성 이론은 시장에서 대부분 들어맞습니다.
반대로 실적이 50억, 30억, 10억, 적자 20억 이런 추세로 가는 회사도 잘 관찰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런 회사는 대부분 꿈이 없는 경우라면 이미 주가가 박살이 나 있을거구요. 내년에 갑자기 이익 20억을 내면서 턴 어라운드를 하면서 주가가 폭등을 할 가능성도 있기 때문입니다.
투자에 있어서 투자 대상의 과거가 중요하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과거는 백미러일 뿐입니다. 결국 투자는 미래를 얼마나 잘 내다보느냐의 싸움입니다. 숫자 추세의 함정에 빠지는 일을 분석가는 늘 경계해야 합니다. 추세는 눈 앞에 보이는 현실이기는 하지만 내일은 아무도 모릅니다. 다만, 최대한 많은 정보를 수집하고 스스로 판단을 내려 내일 일어날 일을 맞히기 위한 확률을 높이는게 관건이라 생각합니다.
제가 아는 성공한 큰손 투자자분은 저에게 아예 이런말을 하기도 했습니다. "투자한 기업의 공장이나 본사 옆에 숙소를 구해놓고, 매일 그 회사로 출퇴근하면서 회사가 잘 돌아가는지 감시하면서 투자를 해야할거야."
내 투자 아이디어는 확실하다
대부분의 성공한 투자자들은 자신의 투자아이디어를 믿고 기다리는 힘을 갖고 있습니다. 자신의 포지션에 대한 믿음을 갖는 것은 큰 투자 수익을 올리기 위한 필수적인 투자자의 태도임은 맞습니다. 그러나 조심해야 할 것 역시 그 믿음입니다.
내 투자아이디어는 '확실'하다는 맹신은 자칫 투자자에게 큰 타격을 주기도 합니다. 금융 시장에서 '확실한 것'은 절대로 없습니다. 투자아이디어에 대한 믿음도 좋지만 객관적으로 생각해서 아닌 건 확실히 잘라내는 결단력도 필요합니다. 물론 자신에 대한 믿음 없이 우유부단하게 굴어서 엉덩이를 들썩대는 태도도 옳은 것은 아닙니다. 이러면 큰돈을 못 벌죠.
잘라내는 결단력이나 보유하는 믿음.. 어느쪽이 옳은지는 투자아이디어가 발현될때까지 시간이 지나봐야 알겠지만 말입니다. 지속적인 팔로업, 믿음과 불신에 대한 예술적인 밸런스 조절이 중요합니다.
설마 그런일이 일어날까?
설마 그런 일이 일어날까? 싶은 일이 실제로 금융 시장에서는 일어납니다. 좀 극단적인 예를 들어보자면 '코스피 500 포인트가 깨지는 날이 설마 올까?' 또는 반대로 '코스피 1만 포인트가 돌파하는 날이 설마 올까?'와 같은 것들을 예로 들 수 있습니다. '국내 굴지의 대기업이 설마 무너질까?', '설마 그 평판 좋은 그 회사 CEO가 횡령을 할까?' 이런 것들도 마찬가집니다.
어떤 일도 일어날 수 있습니다. 코스피 500포인트가 오지 말란 법도 없으며 국내 굴지의 탄탄한 대기업이 무너지지 말라는 법도 없습니다. 상상하는, 상상 이상의 어떤 일이든 일어날 수 있는 금융 시장에서 살아남는 방법은 '설마'를 지우고 늘 최악의 경우를 대비하여 조심스럽게 시장에 참여하는 것입니다. 뉴욕의 상징 중 하나였던 무역센터 건물도 테러로 사라지는 세상이니까요.
그래서 분석가는 추정을 할 때 다양한 시나리오를 세워놓고 시장 흐름과 기업의 경영 흐름에 따라 시나리오대로 대응을 하는 것이 안전하지 않나 생각합니다.
역추세 마인드의 장단점
역추세 마인드를 갖는 것은 어려운 일이기는 합니다. 시장에 순응하는 투자자라고 하더라도 투자 대상과 대중의 생각과 반대되는 역추세 마인드를 갖는 것은 좋은 일입니다. 역추세 마인드의 장점은 남들보다 빨리 투자 기회를 포착하고 포지션을 잡고 기다릴 수 있다는 점이고, 단점은 기다리는 시간이 얼마가 될지 모른다는 점 입니다. 다만, 시장 참여자 대부분이 한쪽으로 쏠려 있을 때 역추세 마인드를 가지면 정말 커다란 기회를 잡을 수 있다는 점은 확실합니다.
일반 개미를 큰 개미로 만들어 주었던 분들의 투자 성과 복기를 해보면, 대부분의 훌륭한 투자 성과는 역추세 마인드 하에서 버블이나 저평가 기회를 잡았던데서 발현되었기 때문입니다.
아. 오해가 있을 것 같아서 첨언을 하자면 주가가 이미 차트상 정배열로 상승하고 있고, 여기에 올라탔다면 달리는 말에 올라탄 것 입니다. 그러나 그 회사의 밸류에이션이 너무 비싸서 주가를 끌어올리는 주주들보다 그 주식을 나쁘게 바라보는 시장 참여자가 훨씬 많다면 비록 추세 매매를 하더라도 이 역시 역추세 마인드에 해당한다고 생각합니다.
2016년 1월 31일
송종식 드림
2015년 10월 30일 금요일
박종대 유통업종 베스트 애널리스트의 강의에서 쏟아진 통찰력 보따리
하나금융투자 박종대 수석연구위원님. 오랜만에 굉장한 금융인을 만났습니다. 1:1로 만난 건 아니구요. 강의를 청강할 수 있는 기회를 잡았네요. 정말 멋진 애널리스트십니다. 지금은 하나금융투자에서 수석연구위원으로 계시구요. 그 열정과 지식은 물론이고 시대의 변화와 판의 흐름을 꿰뚫어보는 통찰력이 뛰어난 분이라 생각됩니다. 과연 우리나라 최고의 애널리스트 중 한분이라 불리는 이유를 알 것 같습니다. 지면을 빌어 바쁘신 중에도 귀한 시간을 내주셔서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강의 내용이 너무 좋아서 제 블로그에도 공유해 드립니다. 지금 무척 졸립지만, 잠을 참아가면서 글을 써 보겠습니다. 글이 완성되면 해가 뜨고 아침이 되겠군요.
소비자 물가가 떨어져서 그렇습니다. 교통, 가스 등 가격이 오른 품목도 있지만 생필품을 비롯해서 대부분의 소비재는 실제로 디플레이션 하에서 물가 하락을 겪고 있습니다. 과거 한병에 1,800원 하던 삼다수를 소셜커머스에서 구입하면 이제는 한병에 800원에 구입할 수 있는데다 배달까지 무료입니다. 소비자가 행복해진 시대입니다.
현재 우리나라는 디플레이션이 진행중이라서, 우리나라 생활 물가지수는 2000년대 초반 수준이라고 합니다. 물론 가장 중요한 교통비, 주거비, 가스비 같은건 계속 오르고 있어서 저는 체감을 못하겠지만 지표상으로는 그렇다고 하네요. 하지만 충분히 일리는 있어 보입니다. 인터넷 쇼핑으로 구입하는 생필품의 가격이 많이 저렴한 것도 느껴지거든요.
위 그래프에서 주목해서 봐야 할 부분이 또 하나 있는데요. 2012년부터 생산자물가와 소비자물가의 갭이 커지고 있습니다. 보통은 비슷하게 움직이는데 소비자물가의 하락폭이 더 크게 나타나고 있습니다.
그 이유는 유통의 온라인화(化) 때문에 생필품의 가격이 떨어지면서 유통업체들의 마진은 훼손되고 소비자들은 선택권이 넓어져 더 싸게 제품을 구입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유통업의 암울한 현실이 그래프에 고스란히 묻어납니다.
위 자료를 토대로 보면 물가 하락의 원인은 구조적 문제입니다. 1) 유통 업체간 경쟁 심화, 2) 정보 접근성 확대로 인한 최저가와 단일가의 확산, 3) 유통 업체의 고정비 감소, 4) 비유통 업체의 유통의 수단화(노마진 유통 방식 등장) 등의 이유가 물가를 끌어내리는 큰 원인입니다.
물가 하락의 가장 큰 수혜를 보는 경제 주체는 가계이며, 가계는 늘어나는 잉여 자원을 캠핑이나 해외 여행등의 여가 활동에 사용하고 있습니다.
위 도표에서 특이사항은 백화점과 홈쇼핑의 OPM과 ROE비교표입니다. 백화점의 OPM이 높은 것은 고급 상품 위주로 판매를 해서 그렇고, 홈쇼핑은 생필품 박리다매를 해서 그렇습니다. 그렇지만 초기 투자 비용이 적은 홈쇼핑의 ROE가 압도적으로 높게 나옵니다. 초기에 막대한 투자 비용이 나오는 마트나 백화점은 ROE를 과연 어떻게 해야 높일 수 있을지 숙제입니다.
너무너무 당연한 이야기입니다. 인터넷의 확산, 뒤 이은 모바일 기기의 확산과 24시간 끊김없는 온라인 시대가 열린 덕분에 정보의 유통 비용은 거의 0원에 가까워졌습니다. 누구나 고급 정보, 원하는 정보에 손쉽게 접근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터치 몇 번이면 어느 유통 업체에서 파는 물건이 가장 싼지 바로 알아낼 수 있고, 소비자들끼리 모여서 상품의 품평까지 편리하게 할 수 있습니다. 온라인 기반 유통업체는 비싼 건물을 지을 필요도 없고, 재고 부담을 떠 안는 부담도 크게 줄일 수 있는데다, 언제 어디서든 주문할 수 있다는 장점 덕분에 기존 오프라인 유통 업체들에게 심각한 타격을 입히고 있습니다.
모바일 쇼핑 구매 품목 중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의류와 생활용품입니다. 의류와 생활용품은 백화점 전체 매출의 60%를 차지했던 품목으로 모바일 쇼핑이 확대됨에 따라 백화점 오프라인 매출에 곧바로 타격을 주고 있습니다.
덧 : 온라인 쇼핑으로 의류가 가장 잘 팔리는 건 한국의 독특한 문화로, 해외 온라인 쇼핑 업체들은 신기하게 생각하는 부분이라고 합니다. 제 개인적인 생각은 아무래도 단일 민족이라 체형이나 키가 정형화 하기가 쉬워서 그런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구요. 온라인 쇼핑몰에서 제품 소개를 워낙 디테일 하게 잘 해주니 믿고 사는 문화적 차이도 있는 것 같습니다.
앞선 자료로 보았을 때 백화점 매출의 상당액을 온라인 쇼핑이 빼앗아가고 있다고 유추해 볼 수 있습니다.
오프라인 유통 업체들도 나름대로 생존 방법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먼저 백화점을 끼고 있는 업체들이 대응에 유리한 입장입니다. 위의 사진이 흐릿하게 찍혀서 잘 안보이는데 클릭하시면 화면이 커지니 크게 해서 눈 동그랗게 뜨고 보시면 됩니다. 현대백화점-현대그린푸드의 경우 제 개인적으로 백화점 모객을 위해 식품관을 키울거라는 아이디어로 투자했었는데 그 아이디어 덕분에 조금 수익이 나고 있습니다. 박 수석님도 그 부분을 언급했네요. 백화점을 낀 다른 대기업들의 사업 전략도 재미있습니다. 롯데는 자사의 판매망을 활용한 클라우드 매출 신장, 신세계는 Peacock같은 HMR 사업 강화 등이 포인트입니다.
보통 과거의 백화점이나 마트의 매출을 보면 평일 보다는 주말에 매출이 더 튑니다. 매출 절반 이상이 주말에 집중될 정도로 주말 매출의 집중도가 높았는데요.
기존 매출 패턴과는 다르게 온라인 생필품 매출은 목요일에 피크를 칩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목요일에 생필품을 주문해서 금요일에 배송을 받고, 주말에 떠나기 위해서라고 합니다. 왜 그런지는 밑으로 가면서 계속 설명드리겠습니다. 사회 구조적 변화 때문에 모든 이야기들이 유기적으로 엮여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GDP대비 오락문화비는 4~5% 수준까지 올라왔습니다. 이는 앞으로 더 오를 것으로 전문가들은 전망하고 있습니다. 미국과 일본의 경우에는 6.3% 수준입니다.
다들 경기는 어렵다고 아우성인데 출국자는 꾸준히 늘어나고 있습니다. 특히 작년보다 올해 출국자 수가 더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습니다. 이유가 뭘까요?
그 이유는 바로 국가 경제의 저성장 때문입니다. 저성장기에는 노동의 한계 효용이 하락하기 때문입니다. 고성장기에는 열심히 하면 하는 만큼 수입이 늘어날거라는 기대도 크지만 저성장기에는 열심히 한다고 해서 소득이 늘어난다는 기대를 하기가 힘듭니다. 그렇기 때문에 사람들은 점차적으로 육아 휴직을 쓰고, 칼 퇴근을 하는 등 직장일 보다 개인의 여유 시간을 늘리는 선택을 하게 됩니다. 국가의 저성장과 맞물려 주당 근로시간은 지속적으로 하락하리라 생각됩니다. 과거에 비해선 많이 하락했지만 여전히 OECD 국가들 중 최장 근로시간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어쨌든 이런 트렌드를 반영하는 것이 최근의 요섹남(요리하는 섹시한 남자) 트렌드이며, 남자가 집에 있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냉장고를 기웃거리거나 육아를 하는 남성들도 늘고 있죠. 스몰럭셔리의 일부로 소소하게 집을 꾸미는 사람들이 늘어났으며 캠핑족이나 해외 여행족도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습니다. 물론 물가 하락으로 인해서 가계 잉여 자금이 늘어난 이유도 한몫했구요.
이런 전후사정을 파악하지 못한 사람들 입에서는 '경제도 어려운데 해외여행 나가는 사람은 뭐가 이렇게 많아.', '먹고 살기 힘들다는 사람들이 여행 같은건 엄청 다니네.'라고 비판합니다. 그렇지만 이런 현상이 생기는 것은 사람들이 영리해지고 소비 패턴이 합리화 됐기 때문인 것으로 전문가들은 판단하고 있습니다.
올해 면세점으로 주가가 들썩인 기업들이 많았습니다. '면세점 낙찰 = 대박'이라는 막연한 공식이 시장을 따라다녔죠. 하지만 박 수석님은 조금 다른 시각을 갖고 계셨고, 조심스럽게 우려감을 나타냈습니다. 그 의견은 다음과 같았는데 저 역시 공감하는 내용이었습니다.
면세점 사업의 핵심은 명품의 소싱입니다. 과자나 생필품을 사러 면세점에 가지는 않기 때문에 명품의 안정적인 소싱은 면세점 사업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가만히 생각해봐야 할 점이 있습니다. 명품이 왜 명품일까요. 그동안 쌓아 온 스토리와 브랜드 이미지, 고가의 가격, 높은 품질 따위의 것들이 있겠지만 경제적 논리로 보자면 희소하기 때문이겠지요. 길바닥에 부가티 베이론이 수천대가 돌아다니고 길거리에 모든 여자들이 샤넬백을 들고 다닌다면 명품이 주는 프라이드는 바닥으로 곤두박질 칠 겁니다. 명품이 주는 희소성과 주위의 부러움, 보유할 때 그런 심리적 영향이 크니까요.
실제로 우리나라에 진출한 명품 브랜드 A사의 경우 매출 성장률이 두자릿수로 가파르게 증가하다보니 한국법인 대표자가 경질된 사례도 있다고 합니다. 명품 브랜드들은 100년을 내다보고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파는 것이 목표인데 너무 빨리 성장하는 바람에 한국에서는 너도나도 그 브랜드를 다 들고 다녀서 엔트리급 브랜드를 만들어 버렸다는게 이유라고 합니다. 브랜드의 고급 이미지 망가뜨렸다나요. 유럽의 명품 브랜드들은 연 5% 정도씩만 성장하는 걸 목표로 한다고 합니다.
이와 관련해서 면세점들이 과연 매출을 폭발 시킬 수 있을 정도로 명품의 소싱을 제대로 할 수 있을지에 대한 박 수석님의 물음이었습니다.
오프라인을 기반으로 하는 유통업체는 기본적으로 막대한 초기 투자비가 들어가는 건 누구나 아는 사실입니다. 예를 들면 백화점을 하나 오픈하려면 기본 6천억의 capex가 투입됩니다. 백화점이 물건을 구매할 때 구매 파워를 얻으려면 일정 수준의 M/S를 확보해야 될겁니다. M/S확보를 위해서 백화점이 10개 쯤 필요할까요. 그렇다면 총 6조 원 수준의 capex가 투입돼야 합니다.
이게 기존 유통업의 공식 중 하나였습니다. 그러니 본진에서 튼튼한 입지를 갖고 있는 유통 업체도 해외에 진출하면 곧바로 어려움에 봉착하게 됩니다. 이미 기존에 해당 국가에서 자리를 잡고 있는 유통업체들과 싸움을 해야 하는데요. 가장 근본적으로 네트워킹 싸움 등에서 밀리는 것, 문화적 차이를 이해하지 못하는 것 과 같은 문제도 있지만 초기 M/S 확보에 어려움을 겪는 문제도 있습니다.
가령 우리나라 백화점이 중국에 진출해서 백화점을 막 지어봤자 초기 M/S확보에 큰 어려움을 겪게 되고, 이는 로컬 업체들과의 구매력 경쟁에서 밀려 결과적으로 GPM을 깎아먹는 결과를 초래하게 됩니다. 까르푸도 비슷한 이유로 국내에서 철수했고, 국내 유통 업체들이 중국에서 고전하는 이유도 이런 이유입니다. 한국에서 GPM 25%를 내는 기업이 중국에서 GPM 10%를 겨우 내는 것도 M/S에서 밀려 구매력 협상력이 떨어지기 때문입니다.
앞서 살펴 본 기존 유통업 공식을 깨고 있는게 바로 유통의 온라인화(化) 입니다. 소셜커머스 등 온라인 유통 업체들은 기존 오프라인 유통 업체들과 달리 1) 막대한 초기 투자 비용이 들어가지 않고, 2) 온라인 네트워크를 이용해서 판매망을 자연스럽게 국내 뿐 아니라 전세계로 확대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요 왜 아마존은 한국에 정식 진출을 하지 않을까요. 1) 굳이 정식 진출을 하고 말고 할 이유가 크게 없겠죠. 어차피 매장 자체가 온라인 환경에 있으니까요. 2) 그리고 한국에 정식 진출을 선언했는데 점유율 10% 정도밖에 차지를 못하면 아마존 자존심에 타격을 받겠죠.
실제 한국의 오픈마켓, 온라인 몰, 소셜커머스의 점유율을 보면 어느 한 회사가 점유율을 크게 차지하고 있지는 않고, 기껏해야 10%, 10%, 10%..씩 시장을 쪼개서 가지고 있는 완전 경쟁 시장입니다. 온라인 마켓들도 피터지는 경쟁을 하고 있습니다. 실제 거의 모든 업체가 이렇다 할 이익도 못 내는 상황이구요.
아마존과 알리바바는 어떻게 이익을 내는지 사례를 한번 벤치마킹 해 보겠습니다.
아마존은 물건값이나 수수료를 0.1%p만 올려도 막대한 영업이익 증가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워낙에 점유율도 크고 매출도 크기 때문입니다. 이런 방식을 아직 국내 업체들이 적용하기는 무리로 보입니다.
알리바바는 유통에서는 노마진 정책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대신 워낙에 이용자가 많다보니 광고를 유치하여 광고 수입을 통해서 이익을 올리고 있습니다.
알리바바의 방식은 유통 마진은 거의 남기지 않고 연 회비를 통해서 이익을 거두는 코스트코의 사업 모델과 유사합니다.
알리바바나 SKT와 같은 기업들에게 유통 자체를 수익 모델로 하는 기존 오프라인 매장은 불리할 수 밖에 없습니다. 알리바바만 해도 유통을 목적이 아니라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유통마진을 거의 남기지 않으면서 유통 자체는 수단으로 활용하고 유통을 통한 빅데이터의 축적, 이를 연결하여 다른 수익 모델을 갖는 기업들은 체질적으로 강력하고 기존의 오프라인 기업을 위협할 수 밖에 없습니다. 소비자에게 공급하는 제품가격 게임에서 싸움이 되지 않습니다.
다만, 아마존이나 알리바바와 같은 사업 방식은 이미 시장을 독점하고 있는 경우여야만 사용할 수 있다는 전제가 필요합니다.
시진핑은 부정부패와의 척결을 선결 과제로 내세웠습니다. 그 아젠다에 착 맞는 회사 중 하나가 알리바바입니다. 중국은 땅 떵어리도 넓고 관리들도 많아서 중앙 정부에서 지방 권력자들을 온전히 통제하기가 힘든 나라입니다.
만약에 지방 무슨 성에 백화점이 들어간다고 하면 우선은 그 지방 관리들에게 들어가는 뇌물이 상당할 것입니다.
마윈의 알리바바는 실제로 이런 비용을 낮춰주는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에 시진핑의 사랑을 잔뜩 받고 있습니다. 실제 중국 인터넷 이용자의 75%가 온라인 쇼핑을 활용하고 있습니다. 이는 비율로 따져도 세계 1위의 수치입니다. 그 중 대부분의 사람들이 알리바바를 사용합니다.
폐쇄적인 중국 정부에서 자국민들의 온라인 해외직구를 용인하는데는 밀수를 막기 위한 포석도 깔려 있습니다.
어떤 면에서는 단일 브랜드를 가지고 있는 기업보다 펀더멘털이 더 튼튼하고 고잉컨선이 더 오래 지속될 수 있는 분야가 아닐까 생각했는데, 박 수석님 역시 저와 뷰가 같았습니다. 올해는 화장품 ODM 종목들이 초강세를 보이기도 했는데요. 제 눈에는 화장품 뿐 아니라 의류, 음식료, 자동차 등 여러 방면에서 훌륭한 펀더멘털을 가진 ODM 기업들이 많이 보이네요. 물론 아직 안 오른 종목들도 있구요. ODM 열풍은 내년에도 계속 주목해야 하는 이슈일 것 같습니다.
단일 브랜드를 가지고 장사를 하는 화장품 개별 매장은 세계에서 유일무이한 영업 방식이라고 합니다. 이런 영업 방식은 아주 위험한 리스크도 있고 아주 큰 장점도 있다고 합니다.
리스크는 우선, 1) 제품들이 워낙 트렌디 하기 때문에 여러가지 문제가 발생하고, 2) 그 중 가장 큰 문제는 재고 문제가 발생하면 회사의 존립에 영향을 줄 정도로 문제가 확대된다는 데 있습니다.
반대로 강점도 있는데, 국내 원브랜드샵들은 1) 2003년부터 온갖 삽질을 다 해왔기 때문에 중국이나 일본 업체에 비해서 나름대로 노하우가 쌓인 상태입니다. 2) 일본, 중국 업체들이 트렌드를 따라가는데 2년씩 걸린다면 한국 업체들은 3개월 ~ 6개월 정도면 되고, 재고를 줄이는 노하우도 가지고 있습니다. 3) 제품 자체가 아기자기하고 품질도 좋은 등, 가성비가 뛰어난 등의 강점도 있습니다.
화장품은 제조하기도 쉬운 반면에 수 없이 만든 브랜드가 난립하여 강도 높은 경쟁을 벌이고 있습니다. 화장품 브랜드를 가진 기업들의 밸류에이션도 더 이상을 높여주기 힘든 상황에 왔다고 합니다.
화장품과 마찬가지로 샴푸 역시 한국이 강점을 보이는 분야이며 한국의 브랜드들이 높은 품질로 중국인들의 마음에 들 가능성이 높은 상황입니다. 최근 LG생활건강의 실적을 보면 매출의 15% 정도가 '특별도매상'에게서 발생했는데 쉽게 말하면 동네 구멍가게들한테서 발생한 매출입니다. 그런데 저 정도 큰 규모의 매출이 동네 구멍가게에서 발생했을리는 없고 물품들이 중국으로 빠져나가며 찍히는 매출이라고 박 수석님은 추정하고 있습니다.
중국 화장품 업체들에게서 1년만에 변화가 생겼습니다. 원재료는 자체 조달하고 부자재를 한국에서 수입하기 시작했습니다. 부자재를 한국에서 수입하기 시작한 이유는 중국의 인건비가 높아져서 생산 효율이나 가성비가 떨어진 이유가 가장 큽니다. 이제 그 인건비면 차라리 한국의 아기자기하고 품질 좋은 기자재를 쓰자는 쪽으로 가는 중이라고 합니다.
실제로 중국 업체들이 코스맥스를 설득하고 있다고 합니다.
"니들이 부자재까지 한꺼번에 팔아다오."
그래서 코스맥스는 관련 부자재 업체에게 제품을 소싱받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고 하네요. 관련 종목들은 잘 찾아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박 수석님은 일본에서 찾자고 합니다. 동감합니다. 우리나라의 많은 경제적, 사회적 변화는 선진 시장인 일본을 따라가니까요.
박 수석님이 일본을 탐방해 본 결과 이미 성숙기를 지난 시장이라고 봤던 일본에서 조차 편의점 매장수가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고 합니다. 물론 매장이 증가하는 것이지 매장당 매출이 증가하지 않아서 일본도 그 부분은 고전중이라고 하네요. 편의점에 ATM기도 놓고, 아침에 100엔짜리 커피도 팔아보고 할 수 있는 건 다해봤다는게 업계 관계자들의 말이라고 합니다.
우리나라는 1인 가구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고 일본보다 10~20년 정도 사회 현상이 뒤쳐지는 경향이 있으므로 편의점의 성장세는 한동안 계속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박 수석님의 의견에 따르면 가능하다고 합니다. 기존 오프라인 유통 업체들처럼 막대한 capex나 유형 자산이 필요한 부분이 아니기 때문인 것으로 생각합니다.
나(박종대 선임연구위원)는 의미없다고 생각합니다. 아마 대부분의 소비자분들도 비슷하게 생각할 겁니다. 미국처럼 재고를 완전 떨어내기 위해 70~80% 세일을 해야 의미가 있을텐데 현재 우리나라 유통사들은 직매입을 구조적으로 꺼려하기 때문에 일반 할인행사때 할인 비율과 블랙프라이데이에서의 할인 비율이 크게 차이가 나지 않고 있어서 유통 구조의 변화가 생기지 않는 이상 큰 의미를 부여하기가 힘듭니다.
우측에 길게 선을 그어놓았습니다. 그 선 오른쪽에 위치한 기업들은 긍정적, 좌측에 위치한 기업들은 부정적입니다.
긍정적인 부분은 OEM, ODM, 브랜드업체(협상력과 높은 브랜드 가치를 보유한 업체 일부), 편의점 정도 입니다. 그 외 거의 모든 유통 부분이 부정적입니다.
온라인 유통 : 완전 경쟁 시장으로 이익의 질이 나아질 조짐이 안 보여서 부정적
최종 유통 : 유통의 온라인화 등으로 인해 디플레 진행중, 영업 경쟁력 상실중
중간 유통 : 가격 전가력과 협상력 있는 업체를 제외하면 부정적
이런 상황에서 가장 수혜를 보는 쪽은 역시 소비자입니다.
연세대 행정학과에서 학사학위를, 동 대학 상경대에서 경제학 석사 과정을 공부하였습니다. 하이투자증권 리서치센터에서 애널리스트로 근무했고 현재는 하나금융투자 리서치센터에서 소비재팀장 겸 수석연구위원으로 근무하고 있습니다.
엄청난 열정을 가진 사람입니다. 보고서는 하루에 한번꼴로 발간합니다. 연간 300개 정도의 보고서를 낸다고 합니다. 50~60페이지가 넘는 걸 매일 써내는 게 신기에 가까워 보입니다. 동시에 기업 탐방 역시 매일 하나 이상 하고 있고 매니저 등 전문 투자자들을 상대로 PT를 연간 500회 이상 진행하고 있습니다.
제가 강의를 들었던 날에도 저희 강의가 그날 6번째 강의라고 했습니다. 새벽부터 강의를 했다고요.(ㄷㄷ) 리서치에 관한한 최고의 열정을 보유한 분 같습니다.
애널리스트로서는 받을 수 있는 상은 다 받았습니다. 2013년에서 2014년 매경과 한경 유통/화장품 부문 베스트 애널리스트 모두 1위를 차지했습니다. 2015년에는 머투의 베스트 리포트 상을 받았습니다.
2015년 10월 29일
송종식 드림
알림 : 본 포스팅에서 언급된 비지니스 전망과 현황, 추정, 수치, 지표 등은 모두 실제와 다를 수 있습니다. 또한, 전적으로 박종대 수석연구위원과 제 주관적 의견들임을 다시 한 번 알려드리며 경영 환경은 예측과 달리 급변할 수도 있습니다. 본 포스팅을 토대로 투자하시지 않으시길 부탁드리며, 투자 판단과 의사결정 그리고 그로 인해 발생하는 모든 수익과 손실에 대한 책임은 투자자 본인에게 있습니다. 본 게시글은 시장에 공개된 자료들을 수집하여 작성되었음을 알려드립니다.
강의 내용이 너무 좋아서 제 블로그에도 공유해 드립니다. 지금 무척 졸립지만, 잠을 참아가면서 글을 써 보겠습니다. 글이 완성되면 해가 뜨고 아침이 되겠군요.
한병에 1,800원 하던 삼다수 가격이 800원까지 떨어진 이유는?
소비자 물가가 떨어져서 그렇습니다. 교통, 가스 등 가격이 오른 품목도 있지만 생필품을 비롯해서 대부분의 소비재는 실제로 디플레이션 하에서 물가 하락을 겪고 있습니다. 과거 한병에 1,800원 하던 삼다수를 소셜커머스에서 구입하면 이제는 한병에 800원에 구입할 수 있는데다 배달까지 무료입니다. 소비자가 행복해진 시대입니다.
<출처: 하나금융투자 박종대 수석연구위원> |
현재 우리나라는 디플레이션이 진행중이라서, 우리나라 생활 물가지수는 2000년대 초반 수준이라고 합니다. 물론 가장 중요한 교통비, 주거비, 가스비 같은건 계속 오르고 있어서 저는 체감을 못하겠지만 지표상으로는 그렇다고 하네요. 하지만 충분히 일리는 있어 보입니다. 인터넷 쇼핑으로 구입하는 생필품의 가격이 많이 저렴한 것도 느껴지거든요.
위 그래프에서 주목해서 봐야 할 부분이 또 하나 있는데요. 2012년부터 생산자물가와 소비자물가의 갭이 커지고 있습니다. 보통은 비슷하게 움직이는데 소비자물가의 하락폭이 더 크게 나타나고 있습니다.
그 이유는 유통의 온라인화(化) 때문에 생필품의 가격이 떨어지면서 유통업체들의 마진은 훼손되고 소비자들은 선택권이 넓어져 더 싸게 제품을 구입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유통업의 암울한 현실이 그래프에 고스란히 묻어납니다.
<출처: 하나금융투자 박종대 수석연구위원> |
위 자료를 토대로 보면 물가 하락의 원인은 구조적 문제입니다. 1) 유통 업체간 경쟁 심화, 2) 정보 접근성 확대로 인한 최저가와 단일가의 확산, 3) 유통 업체의 고정비 감소, 4) 비유통 업체의 유통의 수단화(노마진 유통 방식 등장) 등의 이유가 물가를 끌어내리는 큰 원인입니다.
물가 하락의 가장 큰 수혜를 보는 경제 주체는 가계이며, 가계는 늘어나는 잉여 자원을 캠핑이나 해외 여행등의 여가 활동에 사용하고 있습니다.
위 도표에서 특이사항은 백화점과 홈쇼핑의 OPM과 ROE비교표입니다. 백화점의 OPM이 높은 것은 고급 상품 위주로 판매를 해서 그렇고, 홈쇼핑은 생필품 박리다매를 해서 그렇습니다. 그렇지만 초기 투자 비용이 적은 홈쇼핑의 ROE가 압도적으로 높게 나옵니다. 초기에 막대한 투자 비용이 나오는 마트나 백화점은 ROE를 과연 어떻게 해야 높일 수 있을지 숙제입니다.
유통의 온라인화(化)는 어떻게 기존 유통업체를 망가뜨리고 있는가?
너무너무 당연한 이야기입니다. 인터넷의 확산, 뒤 이은 모바일 기기의 확산과 24시간 끊김없는 온라인 시대가 열린 덕분에 정보의 유통 비용은 거의 0원에 가까워졌습니다. 누구나 고급 정보, 원하는 정보에 손쉽게 접근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터치 몇 번이면 어느 유통 업체에서 파는 물건이 가장 싼지 바로 알아낼 수 있고, 소비자들끼리 모여서 상품의 품평까지 편리하게 할 수 있습니다. 온라인 기반 유통업체는 비싼 건물을 지을 필요도 없고, 재고 부담을 떠 안는 부담도 크게 줄일 수 있는데다, 언제 어디서든 주문할 수 있다는 장점 덕분에 기존 오프라인 유통 업체들에게 심각한 타격을 입히고 있습니다.
<출처: 하나금융투자 박종대 수석연구위원> |
모바일 쇼핑 구매 품목 중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의류와 생활용품입니다. 의류와 생활용품은 백화점 전체 매출의 60%를 차지했던 품목으로 모바일 쇼핑이 확대됨에 따라 백화점 오프라인 매출에 곧바로 타격을 주고 있습니다.
덧 : 온라인 쇼핑으로 의류가 가장 잘 팔리는 건 한국의 독특한 문화로, 해외 온라인 쇼핑 업체들은 신기하게 생각하는 부분이라고 합니다. 제 개인적인 생각은 아무래도 단일 민족이라 체형이나 키가 정형화 하기가 쉬워서 그런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구요. 온라인 쇼핑몰에서 제품 소개를 워낙 디테일 하게 잘 해주니 믿고 사는 문화적 차이도 있는 것 같습니다.
<출처: 하나금융투자 박종대 수석연구위원> |
앞선 자료로 보았을 때 백화점 매출의 상당액을 온라인 쇼핑이 빼앗아가고 있다고 유추해 볼 수 있습니다.
<출처: 하나금융투자 박종대 수석연구위원> |
오프라인 유통 업체들도 나름대로 생존 방법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먼저 백화점을 끼고 있는 업체들이 대응에 유리한 입장입니다. 위의 사진이 흐릿하게 찍혀서 잘 안보이는데 클릭하시면 화면이 커지니 크게 해서 눈 동그랗게 뜨고 보시면 됩니다. 현대백화점-현대그린푸드의 경우 제 개인적으로 백화점 모객을 위해 식품관을 키울거라는 아이디어로 투자했었는데 그 아이디어 덕분에 조금 수익이 나고 있습니다. 박 수석님도 그 부분을 언급했네요. 백화점을 낀 다른 대기업들의 사업 전략도 재미있습니다. 롯데는 자사의 판매망을 활용한 클라우드 매출 신장, 신세계는 Peacock같은 HMR 사업 강화 등이 포인트입니다.
생필품 온라인 쇼핑 매출이 목요일에 증가하는 이유는?
보통 과거의 백화점이나 마트의 매출을 보면 평일 보다는 주말에 매출이 더 튑니다. 매출 절반 이상이 주말에 집중될 정도로 주말 매출의 집중도가 높았는데요.
<출처: 하나금융투자 박종대 수석연구위원> |
기존 매출 패턴과는 다르게 온라인 생필품 매출은 목요일에 피크를 칩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목요일에 생필품을 주문해서 금요일에 배송을 받고, 주말에 떠나기 위해서라고 합니다. 왜 그런지는 밑으로 가면서 계속 설명드리겠습니다. 사회 구조적 변화 때문에 모든 이야기들이 유기적으로 엮여 있습니다.
경기는 안 좋다고 하는데 해외 여행자는 왜 늘어날까?
<출처: 하나금융투자 박종대 수석연구위원> |
우리나라의 GDP대비 오락문화비는 4~5% 수준까지 올라왔습니다. 이는 앞으로 더 오를 것으로 전문가들은 전망하고 있습니다. 미국과 일본의 경우에는 6.3% 수준입니다.
<출처: 하나금융투자 박종대 수석연구위원> |
다들 경기는 어렵다고 아우성인데 출국자는 꾸준히 늘어나고 있습니다. 특히 작년보다 올해 출국자 수가 더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습니다. 이유가 뭘까요?
<출처: 하나금융투자 박종대 수석연구위원> |
그 이유는 바로 국가 경제의 저성장 때문입니다. 저성장기에는 노동의 한계 효용이 하락하기 때문입니다. 고성장기에는 열심히 하면 하는 만큼 수입이 늘어날거라는 기대도 크지만 저성장기에는 열심히 한다고 해서 소득이 늘어난다는 기대를 하기가 힘듭니다. 그렇기 때문에 사람들은 점차적으로 육아 휴직을 쓰고, 칼 퇴근을 하는 등 직장일 보다 개인의 여유 시간을 늘리는 선택을 하게 됩니다. 국가의 저성장과 맞물려 주당 근로시간은 지속적으로 하락하리라 생각됩니다. 과거에 비해선 많이 하락했지만 여전히 OECD 국가들 중 최장 근로시간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어쨌든 이런 트렌드를 반영하는 것이 최근의 요섹남(요리하는 섹시한 남자) 트렌드이며, 남자가 집에 있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냉장고를 기웃거리거나 육아를 하는 남성들도 늘고 있죠. 스몰럭셔리의 일부로 소소하게 집을 꾸미는 사람들이 늘어났으며 캠핑족이나 해외 여행족도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습니다. 물론 물가 하락으로 인해서 가계 잉여 자금이 늘어난 이유도 한몫했구요.
이런 전후사정을 파악하지 못한 사람들 입에서는 '경제도 어려운데 해외여행 나가는 사람은 뭐가 이렇게 많아.', '먹고 살기 힘들다는 사람들이 여행 같은건 엄청 다니네.'라고 비판합니다. 그렇지만 이런 현상이 생기는 것은 사람들이 영리해지고 소비 패턴이 합리화 됐기 때문인 것으로 전문가들은 판단하고 있습니다.
면세점은 정말 대박 사업일까?
올해 면세점으로 주가가 들썩인 기업들이 많았습니다. '면세점 낙찰 = 대박'이라는 막연한 공식이 시장을 따라다녔죠. 하지만 박 수석님은 조금 다른 시각을 갖고 계셨고, 조심스럽게 우려감을 나타냈습니다. 그 의견은 다음과 같았는데 저 역시 공감하는 내용이었습니다.
면세점 사업의 핵심은 명품의 소싱입니다. 과자나 생필품을 사러 면세점에 가지는 않기 때문에 명품의 안정적인 소싱은 면세점 사업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가만히 생각해봐야 할 점이 있습니다. 명품이 왜 명품일까요. 그동안 쌓아 온 스토리와 브랜드 이미지, 고가의 가격, 높은 품질 따위의 것들이 있겠지만 경제적 논리로 보자면 희소하기 때문이겠지요. 길바닥에 부가티 베이론이 수천대가 돌아다니고 길거리에 모든 여자들이 샤넬백을 들고 다닌다면 명품이 주는 프라이드는 바닥으로 곤두박질 칠 겁니다. 명품이 주는 희소성과 주위의 부러움, 보유할 때 그런 심리적 영향이 크니까요.
실제로 우리나라에 진출한 명품 브랜드 A사의 경우 매출 성장률이 두자릿수로 가파르게 증가하다보니 한국법인 대표자가 경질된 사례도 있다고 합니다. 명품 브랜드들은 100년을 내다보고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파는 것이 목표인데 너무 빨리 성장하는 바람에 한국에서는 너도나도 그 브랜드를 다 들고 다녀서 엔트리급 브랜드를 만들어 버렸다는게 이유라고 합니다. 브랜드의 고급 이미지 망가뜨렸다나요. 유럽의 명품 브랜드들은 연 5% 정도씩만 성장하는 걸 목표로 한다고 합니다.
이와 관련해서 면세점들이 과연 매출을 폭발 시킬 수 있을 정도로 명품의 소싱을 제대로 할 수 있을지에 대한 박 수석님의 물음이었습니다.
까르푸는 왜 한국에서 망했을까?
오프라인을 기반으로 하는 유통업체는 기본적으로 막대한 초기 투자비가 들어가는 건 누구나 아는 사실입니다. 예를 들면 백화점을 하나 오픈하려면 기본 6천억의 capex가 투입됩니다. 백화점이 물건을 구매할 때 구매 파워를 얻으려면 일정 수준의 M/S를 확보해야 될겁니다. M/S확보를 위해서 백화점이 10개 쯤 필요할까요. 그렇다면 총 6조 원 수준의 capex가 투입돼야 합니다.
이게 기존 유통업의 공식 중 하나였습니다. 그러니 본진에서 튼튼한 입지를 갖고 있는 유통 업체도 해외에 진출하면 곧바로 어려움에 봉착하게 됩니다. 이미 기존에 해당 국가에서 자리를 잡고 있는 유통업체들과 싸움을 해야 하는데요. 가장 근본적으로 네트워킹 싸움 등에서 밀리는 것, 문화적 차이를 이해하지 못하는 것 과 같은 문제도 있지만 초기 M/S 확보에 어려움을 겪는 문제도 있습니다.
가령 우리나라 백화점이 중국에 진출해서 백화점을 막 지어봤자 초기 M/S확보에 큰 어려움을 겪게 되고, 이는 로컬 업체들과의 구매력 경쟁에서 밀려 결과적으로 GPM을 깎아먹는 결과를 초래하게 됩니다. 까르푸도 비슷한 이유로 국내에서 철수했고, 국내 유통 업체들이 중국에서 고전하는 이유도 이런 이유입니다. 한국에서 GPM 25%를 내는 기업이 중국에서 GPM 10%를 겨우 내는 것도 M/S에서 밀려 구매력 협상력이 떨어지기 때문입니다.
아마존은 왜 한국 시장에 진출하지 않을까?
앞서 살펴 본 기존 유통업 공식을 깨고 있는게 바로 유통의 온라인화(化) 입니다. 소셜커머스 등 온라인 유통 업체들은 기존 오프라인 유통 업체들과 달리 1) 막대한 초기 투자 비용이 들어가지 않고, 2) 온라인 네트워크를 이용해서 판매망을 자연스럽게 국내 뿐 아니라 전세계로 확대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요 왜 아마존은 한국에 정식 진출을 하지 않을까요. 1) 굳이 정식 진출을 하고 말고 할 이유가 크게 없겠죠. 어차피 매장 자체가 온라인 환경에 있으니까요. 2) 그리고 한국에 정식 진출을 선언했는데 점유율 10% 정도밖에 차지를 못하면 아마존 자존심에 타격을 받겠죠.
실제 한국의 오픈마켓, 온라인 몰, 소셜커머스의 점유율을 보면 어느 한 회사가 점유율을 크게 차지하고 있지는 않고, 기껏해야 10%, 10%, 10%..씩 시장을 쪼개서 가지고 있는 완전 경쟁 시장입니다. 온라인 마켓들도 피터지는 경쟁을 하고 있습니다. 실제 거의 모든 업체가 이렇다 할 이익도 못 내는 상황이구요.
아마존과 알리바바는 어떻게 이익을 내는지 사례를 한번 벤치마킹 해 보겠습니다.
아마존이 이익을 내는 방식
알리바바가 이익을 내는 방식
알리바바의 방식은 유통 마진은 거의 남기지 않고 연 회비를 통해서 이익을 거두는 코스트코의 사업 모델과 유사합니다.
아마존, 알리바바 모델의 전제
알리바바나 SKT와 같은 기업들에게 유통 자체를 수익 모델로 하는 기존 오프라인 매장은 불리할 수 밖에 없습니다. 알리바바만 해도 유통을 목적이 아니라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유통마진을 거의 남기지 않으면서 유통 자체는 수단으로 활용하고 유통을 통한 빅데이터의 축적, 이를 연결하여 다른 수익 모델을 갖는 기업들은 체질적으로 강력하고 기존의 오프라인 기업을 위협할 수 밖에 없습니다. 소비자에게 공급하는 제품가격 게임에서 싸움이 되지 않습니다.
다만, 아마존이나 알리바바와 같은 사업 방식은 이미 시장을 독점하고 있는 경우여야만 사용할 수 있다는 전제가 필요합니다.
* 시진핑은 왜 마윈을 좋아할까?
시진핑은 부정부패와의 척결을 선결 과제로 내세웠습니다. 그 아젠다에 착 맞는 회사 중 하나가 알리바바입니다. 중국은 땅 떵어리도 넓고 관리들도 많아서 중앙 정부에서 지방 권력자들을 온전히 통제하기가 힘든 나라입니다.
만약에 지방 무슨 성에 백화점이 들어간다고 하면 우선은 그 지방 관리들에게 들어가는 뇌물이 상당할 것입니다.
마윈의 알리바바는 실제로 이런 비용을 낮춰주는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에 시진핑의 사랑을 잔뜩 받고 있습니다. 실제 중국 인터넷 이용자의 75%가 온라인 쇼핑을 활용하고 있습니다. 이는 비율로 따져도 세계 1위의 수치입니다. 그 중 대부분의 사람들이 알리바바를 사용합니다.
폐쇄적인 중국 정부에서 자국민들의 온라인 해외직구를 용인하는데는 밀수를 막기 위한 포석도 깔려 있습니다.
ODM의 재발견
어떤 면에서는 단일 브랜드를 가지고 있는 기업보다 펀더멘털이 더 튼튼하고 고잉컨선이 더 오래 지속될 수 있는 분야가 아닐까 생각했는데, 박 수석님 역시 저와 뷰가 같았습니다. 올해는 화장품 ODM 종목들이 초강세를 보이기도 했는데요. 제 눈에는 화장품 뿐 아니라 의류, 음식료, 자동차 등 여러 방면에서 훌륭한 펀더멘털을 가진 ODM 기업들이 많이 보이네요. 물론 아직 안 오른 종목들도 있구요. ODM 열풍은 내년에도 계속 주목해야 하는 이슈일 것 같습니다.
한국 단일 화장품 브랜드의 강점
단일 브랜드를 가지고 장사를 하는 화장품 개별 매장은 세계에서 유일무이한 영업 방식이라고 합니다. 이런 영업 방식은 아주 위험한 리스크도 있고 아주 큰 장점도 있다고 합니다.
리스크는 우선, 1) 제품들이 워낙 트렌디 하기 때문에 여러가지 문제가 발생하고, 2) 그 중 가장 큰 문제는 재고 문제가 발생하면 회사의 존립에 영향을 줄 정도로 문제가 확대된다는 데 있습니다.
반대로 강점도 있는데, 국내 원브랜드샵들은 1) 2003년부터 온갖 삽질을 다 해왔기 때문에 중국이나 일본 업체에 비해서 나름대로 노하우가 쌓인 상태입니다. 2) 일본, 중국 업체들이 트렌드를 따라가는데 2년씩 걸린다면 한국 업체들은 3개월 ~ 6개월 정도면 되고, 재고를 줄이는 노하우도 가지고 있습니다. 3) 제품 자체가 아기자기하고 품질도 좋은 등, 가성비가 뛰어난 등의 강점도 있습니다.
샴푸에 거는 기대
화장품은 제조하기도 쉬운 반면에 수 없이 만든 브랜드가 난립하여 강도 높은 경쟁을 벌이고 있습니다. 화장품 브랜드를 가진 기업들의 밸류에이션도 더 이상을 높여주기 힘든 상황에 왔다고 합니다.
화장품과 마찬가지로 샴푸 역시 한국이 강점을 보이는 분야이며 한국의 브랜드들이 높은 품질로 중국인들의 마음에 들 가능성이 높은 상황입니다. 최근 LG생활건강의 실적을 보면 매출의 15% 정도가 '특별도매상'에게서 발생했는데 쉽게 말하면 동네 구멍가게들한테서 발생한 매출입니다. 그런데 저 정도 큰 규모의 매출이 동네 구멍가게에서 발생했을리는 없고 물품들이 중국으로 빠져나가며 찍히는 매출이라고 박 수석님은 추정하고 있습니다.
중국이 한국의 부자재를 사기 시작했다
중국 화장품 업체들에게서 1년만에 변화가 생겼습니다. 원재료는 자체 조달하고 부자재를 한국에서 수입하기 시작했습니다. 부자재를 한국에서 수입하기 시작한 이유는 중국의 인건비가 높아져서 생산 효율이나 가성비가 떨어진 이유가 가장 큽니다. 이제 그 인건비면 차라리 한국의 아기자기하고 품질 좋은 기자재를 쓰자는 쪽으로 가는 중이라고 합니다.
실제로 중국 업체들이 코스맥스를 설득하고 있다고 합니다.
"니들이 부자재까지 한꺼번에 팔아다오."
그래서 코스맥스는 관련 부자재 업체에게 제품을 소싱받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고 하네요. 관련 종목들은 잘 찾아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편의점의 미래는 어디서 찾아야 할까?
박 수석님은 일본에서 찾자고 합니다. 동감합니다. 우리나라의 많은 경제적, 사회적 변화는 선진 시장인 일본을 따라가니까요.
박 수석님이 일본을 탐방해 본 결과 이미 성숙기를 지난 시장이라고 봤던 일본에서 조차 편의점 매장수가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고 합니다. 물론 매장이 증가하는 것이지 매장당 매출이 증가하지 않아서 일본도 그 부분은 고전중이라고 하네요. 편의점에 ATM기도 놓고, 아침에 100엔짜리 커피도 팔아보고 할 수 있는 건 다해봤다는게 업계 관계자들의 말이라고 합니다.
우리나라는 1인 가구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고 일본보다 10~20년 정도 사회 현상이 뒤쳐지는 경향이 있으므로 편의점의 성장세는 한동안 계속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홈쇼핑은 해외 현지화가 가능할까?
박 수석님의 의견에 따르면 가능하다고 합니다. 기존 오프라인 유통 업체들처럼 막대한 capex나 유형 자산이 필요한 부분이 아니기 때문인 것으로 생각합니다.
한국에서 블랙프라이데이는?
나(박종대 선임연구위원)는 의미없다고 생각합니다. 아마 대부분의 소비자분들도 비슷하게 생각할 겁니다. 미국처럼 재고를 완전 떨어내기 위해 70~80% 세일을 해야 의미가 있을텐데 현재 우리나라 유통사들은 직매입을 구조적으로 꺼려하기 때문에 일반 할인행사때 할인 비율과 블랙프라이데이에서의 할인 비율이 크게 차이가 나지 않고 있어서 유통 구조의 변화가 생기지 않는 이상 큰 의미를 부여하기가 힘듭니다.
거시적 전망
<출처: 하나금융투자 박종대 수석연구위원> |
우측에 길게 선을 그어놓았습니다. 그 선 오른쪽에 위치한 기업들은 긍정적, 좌측에 위치한 기업들은 부정적입니다.
긍정적인 부분은 OEM, ODM, 브랜드업체(협상력과 높은 브랜드 가치를 보유한 업체 일부), 편의점 정도 입니다. 그 외 거의 모든 유통 부분이 부정적입니다.
온라인 유통 : 완전 경쟁 시장으로 이익의 질이 나아질 조짐이 안 보여서 부정적
최종 유통 : 유통의 온라인화 등으로 인해 디플레 진행중, 영업 경쟁력 상실중
중간 유통 : 가격 전가력과 협상력 있는 업체를 제외하면 부정적
이런 상황에서 가장 수혜를 보는 쪽은 역시 소비자입니다.
박종대 하나금융투자 수석연구위원은?
출처 : 하나금융투자 |
엄청난 열정을 가진 사람입니다. 보고서는 하루에 한번꼴로 발간합니다. 연간 300개 정도의 보고서를 낸다고 합니다. 50~60페이지가 넘는 걸 매일 써내는 게 신기에 가까워 보입니다. 동시에 기업 탐방 역시 매일 하나 이상 하고 있고 매니저 등 전문 투자자들을 상대로 PT를 연간 500회 이상 진행하고 있습니다.
제가 강의를 들었던 날에도 저희 강의가 그날 6번째 강의라고 했습니다. 새벽부터 강의를 했다고요.(ㄷㄷ) 리서치에 관한한 최고의 열정을 보유한 분 같습니다.
애널리스트로서는 받을 수 있는 상은 다 받았습니다. 2013년에서 2014년 매경과 한경 유통/화장품 부문 베스트 애널리스트 모두 1위를 차지했습니다. 2015년에는 머투의 베스트 리포트 상을 받았습니다.
2015년 10월 29일
송종식 드림
알림 : 본 포스팅에서 언급된 비지니스 전망과 현황, 추정, 수치, 지표 등은 모두 실제와 다를 수 있습니다. 또한, 전적으로 박종대 수석연구위원과 제 주관적 의견들임을 다시 한 번 알려드리며 경영 환경은 예측과 달리 급변할 수도 있습니다. 본 포스팅을 토대로 투자하시지 않으시길 부탁드리며, 투자 판단과 의사결정 그리고 그로 인해 발생하는 모든 수익과 손실에 대한 책임은 투자자 본인에게 있습니다. 본 게시글은 시장에 공개된 자료들을 수집하여 작성되었음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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