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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3월 29일 일요일

버핏, 현금, 인버스 그리고 한국의 가치투자자들

버핏이 마켓타이밍을 잘 맞춘다?!


이번 급락장 직전에 현금 비중이 높았던 버핏. 그래서 사람들은 그 이야기를 들어가면서 버핏이 마켓 타이밍의 귀재라고 주장합니다. 하지만 이는 분명히 오해가 다분한 의견이고, 버핏을 잘못 해석한 시각입니다.

열렬한 가치투자자들 중 많은 사람들은 틀림없이 버핏톨로지(buffettology)에 열광하는 버핏 추종자들이기도 합니다. 물론, 그 중 일부는 버핏톨로지에서 이탈하기도 합니다. 그리고 자신의 길을 가는 사람도 많습니다만, 그런 사람들 조차도 버핏의 인생관과 투자 철학에 토를 다는 사람은 별로 없을거라고 생각합니다.

버핏톨로지와 가치투자를 열렬히 지지하는 사람들은 버핏의 일거수 일투족을 수집합니다. 버핏이 살아 온 생애, 버핏의 사고 방식과 가치관, 버핏의 포트폴리오, 버핏이 내리는 의사 결정 과정 등 버핏의 모든 것을 수집하고 그에게서 하나라도 더 배우려고 귀를 열어둡니다.

굳이 버핏톨로지나 가치투자를 숭배까지는 안 하더라도 많은 분들께서, 특히 제 블로그에 오시는 분들은 더욱 그러하리라 생각합니다.

지엽적으로 버핏에 대한 자극적인 기사 몇 줄만 읽었거나, 버핏에 대해 다루는 책 몇권을 읽으면 버핏에 대해 오해하기 쉬운 것들이 너무 많습니다. '가치투자'와 '워런버핏'은 여기저기서 팔려다니며 고통을 당하고 있습니다. 심지어 차트에 줄을 그어가면서 회원들로 부터 회비를 받는 사람들도 버핏을 부지런히 팔아먹습니다. 버핏에 대해서 잘 모르면서, 이상한 이야기를 퍼트리는 사람들은 문제가 있습니다.

우리보다 앞서 간 선배 가치투자자들이 만들어 놓은 촘촘하고 탄탄한 투자철학, 그리고 버핏 사고관의 깊은 곳을 꾸준히 배우고 탐구한 분들은 아실거라 생각합니다. 버핏은 절대로 마켓타이밍을 맞춘다고 자신한 적이 없다는 사실을요. 또, 실제로 마켓타이밍을 맞추기 위해서 노력하는 사람도 아니구요.

2010년대 중후반 부터 있었던 버핏의 경고


2017년 부터 버핏은 본격적으로 미국 증시는 고평가라고 경고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2018년 부터는 포트폴리오에 현금 비중을 높여나가는 작업을 시작합니다.

2019년에는 연간 실적이 지수에도 뒤지고, 다른 구루들에게도 뒤진다고 조롱당하는 기사도 나왔습니다. 버핏의 실적은 50년을 펼쳐놓고 봐야하는 것인데, 늘 이런식으로 특정 구간만 잘라서 비교와 조롱을 당하는 것이 버핏에게 벌어지는 일 중 하나였습니다. 물론 당사자는 저런 소음들에는 신경도 안 쓰는 듯 합니다.

어쨌든 그리고 비로소 2020년 1분기에 시장이 붕괴되었습니다.

영원한 스승이자 멘토들 <워런 버핏, 찰스 멍거, 빌 게이츠>

시장 붕괴 직전, 버핏이 이끄는 버크셔 헤서웨이는 한화 약 150조 원 정도의 현금을 보유하고 있었습니다. 버핏은 시장 붕괴를 예측해서 이 현금을 일시적으로 만든 게 아닙니다. 수 년 간에 걸쳐서 조금씩 만들어 온 현금입니다.

버핏은 3월 초에 델타항공 주식 550억 원 어치를 매입했습니다. 그러나 이는 버핏이 가진 자산에 비하면 정찰병 수준도 안되는 소액입니다. 아마 그 이후 3월 중순에 시장 대폭락 때, 가지고 있던 현금을 비로소 많이 소진하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버핏의 원칙에 들어맞는 스트라이크 존에 공이 날아 들어 왔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버핏이 3월 중순 시장 대폭락 때 현금을 얼마나 써서 어떤 회사를 포트폴리오에 담았는지는 4월에 알 수 있습니다.

버핏 현금 비중 조절의 간단한 원리


아주 간단합니다. 싸고 좋은 기업이 많아지면 포트폴리오에서 현금 비중이 줄어듭니다. 반대로 시장 전체 밸류에이션이 점점 부담스러워지고 보유한 기업들도 과도하게 비싸지면 이 주식들의 비중은 점점 줄어들게 됩니다. 그러다 보면 자연스럽게 현금 비중이 높아지겠죠.

최근 버핏의 포트폴리오에서 현금 비중이 높아진 이유는 간단합니다. 미국 주식은 끝없이 과대평가 되어 왔고, 버핏은 막대한 현금을 보유하고도 '(비싸서) 투자할 곳이 없다'라고 토로해왔죠. 그러니 현금은 쌓일 수 밖에 없었습니다.

가치투자 철학을 제대로 실행하고 있고, 버핏의 가르침을 잘 따르고 있는 투자자라면 누구나 이렇게 하고 있을거라고 생각합니다.

기본적으로 버핏은 이 원칙 아래에서 주식-현금 비중을 조절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주식을 늘리다 보니 현금이 줄고, 주식을 줄이다 보니 현금이 늘게 되는 것이죠. 아주 간단합니다.

물론, 버핏이 바텀업 투자자라고 해서 거시에 대한 식견이 없는 사람도 아닙니다. 거시를 보는 충분한 눈과 혜안이 있지만 참고만 할 뿐 그것을 예측하려 들지는 않습니다. 본인 입으로도 단기간의 거시나 주가는 예측하지 못 한다고 수 없이 이야기를 해왔습니다.

그리고 버핏에게는 플로트(float)라고 하는 강력한 현금흐름이 존재합니다. 버핏은 몇개의 보험사를 소유하고 있습니다. 보험사는 고객들로부터 보험금을 받아서 가지고 있습니다. 재무제표 상에서는 '부채'로 잡힙니다. 그러나, 당장 돌려 줄 필요가 없이 자유롭게 활용이 가능한 재원입니다.

버핏은 이 플로트 덕분에 세계에서 자금 조달을 가장 저렴하게 하는 사람이기도 합니다. 아마 지구상에서 버핏보다 외부 자금을 싸게 유치하는 사람은 거의 존재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고평가 된 주식을 팔면서 확보하는 현금에 더해, 보험사에 꼬박꼬박 쌓여가는 이 플로트를 합하면 버핏의 버크셔헤서웨이는 현금이 마르지 않는 화수분과도 같습니다.

버핏과 풋옵션


버핏은 파생상품을 장기간 다뤄 온 사람입니다. 이를 갖고도 버핏은 마켓타이밍을 맞추는데 귀재라고 말하는 분들도 계십니다. 이것도 사람들의 오해 중 하나입니다. 

버핏의 거의 모든 자산은 버크셔헤서웨이 지분입니다. 그리고 버크셔헤서웨이는 기본적으로 기업의 지분을 보유하는 지주사입니다. 버크셔가 가진 거의 대부분의 자산은 기업의 지분 즉, 주식이거나 현금입니다. 가끔 버핏이 파생상품의 포지션을 갖게 되는 것은 마켓타이밍을 재려는 것이 아닙니다.

파생상품을 통해서 보유 중인 위험을 헤지(hedge)하거나, 차익거래(arbitrage)의 기회가 있을 때 이를 가끔 활용하는 정도입니다. 그 마저도 전체 포트폴리오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극히 일부에 불과합니다. 누군가들 처럼 옵션이나 인버스와 같은 파생상품에 전체 포트폴리오를 '몰빵'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버핏이 시장 자체를 매도했던 풋옵션의 만기기간은 무려 20년이었습니다. 2006년의 일이고 규모는 140억 달러였습니다. 140억 달러라고 하면 규모가 어마어마 하긴 하지만 버핏이 가진 포트폴리오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큰 편이 아니었습니다. 

이를 호도해서 버핏도 파생상품 거래를 하며, 마켓타이밍을 재는 데 귀재라는 식의 주장을 하는 것은 잘못된 오해라고 생각합니다.

버핏은 기본적으로 자본주의와 미국의 미래에 대해 낙관론을 갖고 있는 사람입니다. 투자 태도 자체도 기업의 지분을 장기간 보유(long)하는 사람입니다.

바텀업 투자를 하더라도 거시 분위기는 파악이 된다


가치투자자들은 거시보다 투자중인 기업에 더 집중합니다. 그리고 탑다운보다는 바텀업 투자자들이 많습니다. 좋은 기업을 먼저 발굴하고, 기업을 공부해 나가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거시의 분위기도 알게되는 식입니다. 물론 시대의 흐름이나 사회의 변화를 보고 위에서 아래로 종목을 발굴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어쨌든 보수적인 투자자라고 해서, 그리고 바텀업 투자자라고 해서 인류 사회가 나아가는 커다란 방향에 대해서 무지하거나 관심이 없는 것도 아닙니다. 늘 사회가 나아가는 방향에 대해 공부하고 더듬이를 세우고 있고, 또 그런쪽으로 관심도 많이 가집니다. 또한, 매크로 분석가들이 다루는 여러가지 시장이나 관련 지표에 대해서도 모르는 게 아니라 알고는 있습니다.

다만, 가치투자자들은 '거시의 단기 방향성이란 인간이 알 수 없는 것이다'라는 대원칙 아래에서 거시의 단기 방향성 예측을 하지 않기 위해 주의를 기울일 뿐입니다. 내가 할 수 있는 일과 없는 일은 확실히 구분지어 그에 따라 행동합니다.

포트폴리오에 포함된 기업들을 팔로업 하다보면 현재 시장의 상태에 대해서도 자동으로 파악이 됩니다. 가끔 시장 전체를 대상으로 스크리닝을 진행해도 현재 시장이 고평가 상태에 있는지, 저평가 상태에 있는지 금방 알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런 눈에 보이는 것들 외에도 주변 사람들이 시장을 대하는 태도나, 언론의 논조 등 비숫자적 요소를 통해서도 얼마든지 현재 시장이 사람들이 환호를 하는 영역인지, 패닉에 빠진 상태인지를 알 수 있습니다.

굳이 거시와 관련된 온갖 지표를 동원해서 분석을 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거시 지표를 다루면서 돈을 버는 분들도 계시겠지만 제 주변의 가치투자자들 중에서는 거의 못 본 것 같습니다.

미국 가치투자자들과 달랐던 한국 가치투자자들의 입장


미국의 가치투자자들과 한국의 가치투자자들은 입장이 달랐습니다.

미국 시장은 지난 10년 간 정말 끝도 없이 올랐습니다. 미국 시장의 펀더멘털이 워낙 튼튼하기도 하지만, 밸류에이션은 많은 보수적 투자자들이 용인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서고 있었죠. 절묘하게 국내에서 미국 주식 투자 열풍이 불기도 했었고요. 그들 사이에서 미국 시장은 절대로 하락하지 않는다는 이상한 믿음까지 생길 정도였습니다.

미국을 비롯해서 전 세계 시장이 강세장으로 쭉쭉 상승할 때도 우리나라는 소외돼 있었습니다. 코스피 지수가 2,000선을 유지할 때, 한국 시장이 전체적으로 싸냐 비싸냐에 대한 논란은 쭉 있기는 했습니다.

우선 단순한 숫자만 놓고보면 코스피 지수가 2,000위에서 놀 때도 시장은 매우 싼 수준이었습니다. 이번 대폭락이 발생하기 직전까지도 PBR은 2008년 금융위기 수준으로 내려와 있었기 때문입니다. 여기서 PBR 무용론과 같은 것들이 나올텐데, 이야기가 너무 길어지고 복잡해지니까 그 부분은 일단 패스하겠습니다. 이 부분은 기회가 되면 따로 다른 글에서 다루어 보고 싶습니다.

- 미국 시장 붕괴직전, 각국의 GDP대비 증시 시가총액 비율 -
미국은 무려 150%에 육박하였습니다. 이 지표만 놓고보면 역사상 최고로 고평가 된 상태였고 폭주 기관차처럼 상승을 향해 돌진하는 상태였습니다. 반면에 한국 시장은 72%로 역사를 놓고 봐도 싼 구간에 있었습니다. 글로벌 상승장에서 철저히 한국은 소외된 것입니다.
<출처 : Trading Economics>

그리고 지수가 2,000위에서 놀 때는 물론이고 지금도 싸지 않다라고 주장하는 입장도 있습니다. 단순한 멀티플 지표들만 보면 싸지만, ROE와 같은 수익력, 그리고 대한민국의 암울한 경제 성장률, 피크를 치고 하향세를 걸을 것 같은 한국의 미래 등을 생각하면 여전히 한국 시장은 비싸다고 보는 시각도 적지 않습니다.

이런저런 시각들을 차치하고 저는 시장을 싸다고 보는 입장이었습니다. 그리고 개별 종목으로 들어가면 말도 안되게 싼 종목들이 널려 있었습니다. 코스피 지수 2,000 위에서도 말이죠.

코스피 지수 2,000포인트는 비쌌나?


싸고 좋은 기업이 굴러다니는 한국 시장에 투자하는 바겐헌터였다면, 계좌의 비중에서 주식이 낮을 수 없었을거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투자자의 성향에 따라서 현금 비중은 달랐을 수는 있습니다. 그런데, 시장 폭락을 미리 예견하고 현금 100%를 만들어 놓았다면 1) 트레이딩에 대단히 재능이 있는 천재이거나, 2) 행운이거나, 3) 신이거나, 4) 거짓말이거나 넷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만약에 시장 폭락전에 이미 주식 비중이 70%, 현금 비중이 30%였다고 가정하겠습니다. 사실 가치투자를 지향하는 분들 중에서는 "Fully Invested" 원칙을 지키는 분들도 굉장히 많으실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니 저평가 된 한국 시장에서 현금 비중을 30%나 가지고 있었고, 그것이 하필 시장이 붕괴되기 직전이었다면, 그것이 대단한 행운이었음에는 틀림이 없습니다.

시장이 2,000선을 붕괴하고, 1,900선과 1,800선을 차례로 붕괴할 때 개별 종목은 어땠을까요? 그것은 이미 며칠 전에 우리가 겪은 일이기 때문에 누구보다 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께서도 잘 아시리라 생각합니다. 지수가 무너지면 개별 종목은 처참하게 박살이 납니다.

원래도 싸다고 생각해서 사 두었던 기업들인데 안전마진이 더욱 쭉쭉 벌어집니다. 시가배당율은 폭등하죠. 그런 상황에서는 기본적 분석과, 기술적 분석이 모두 무용지물이 됩니다.

오로지 시장 참여자들의 공포에 질린 매도와 부정적 센티만이 시장을 장악합니다.

말도 안되는 멀티플에 쭉쭉 벌어진 안전마진을 보고도 매수하지 않는 다는 건 힘든 일입니다. 시장 붕괴때 싼 주식들은 싸다고 말하는 것 자체가 의미가 없을 정도로 매도세에 짓눌려 버립니다.

대부분의 한국시장 가치투자자에게 폭락장은 '그림의 떡'이었다


생각해 볼 문제가 하나 있습니다. 이미 시장이 붕괴되기 전에도 포트폴리오에서 주식 비중은 70%라고 했습니다. 시장이 1,800과 1,700을 순식간에 붕괴 시키면서 갖고 있던 30%의 현금을 소진했다고 가정합시다. 이 경우에 물타기 효과가 극적으로 나타나기는 힘듭니다.

만일, 30%의 현금을 지수가 100포인트 빠질 때마다 5번으로 쪼개서 매수하기로 했다고 해도 물타기 효과는 미미합니다. 그리고 마지막 5번째 현금을 이번에는 태우지도 못 했을겁니다. 지수가 1,400포인트를 깨지 않았으니까요.

속된 말로 지수 1,500포인트 이하에서 낙엽처럼 떨어진 기업들을 유의미하게 '줍줍'했으려면 현금을 최소 60~70% 이상 보유한 상태여야 했습니다. 그리고 그 현금으로 기계적 물타기고 뭐고 주식을 단 한주도 사지 않고 기다렸어야 합니다. 비로소 지수 1,500이 깨지자마자 현금을 한번에 몽땅 태워넣어야 합니다. 그래야 시장 폭락을 나름대로 잘 이용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게 의미가 있나요? 의미가 전혀 없습니다. 가능한가요?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그 이후에 진짜 코스피가 900까지 갔으면 어땠을까요? 주가가 기업가치 만큼 회복할 때까지 '존버'하면서 기다리는 입장이 되었을 것입니다. 저와 같은 입장입니다. 반대로 지수가 1,610포인트 쯤에서 바닥을 찍고 반등을 했다면요? 주식을 단 한 주도 사지 못했을 것입니다.

그래서 저는, '언제 뭘 했어야지. 왜 내말 안 들었어? 이 초보들아!' 이런류의 이야기를 좋아하지 않습니다.

정리해보면 미국 시장과 달리 한국 시장은 항상 싼 구간에 있었습니다. 개별 종목으로 들어가면 헐값에 거래되는 종목이 많았습니다. 그래서 시장이 붕괴되기 전에 주식 비중을 낮게 유지하는 것은 가치투자자라면 불가능 한 일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일부 현금을 갖고 있었더라도 물타기 효과는 미미했을 것이라고도 생각합니다. 그리고 바닥을 함부로 단정하기도 힘든 일이므로 적지 않은 가치투자자들이 지수가 1,600포인트나 1,700포인트에 도달하기 전에 거의 대부분의 현금을 소진하였으리라 생각합니다. 그러니 대부분의 가치투자자들에게 시장 폭락은 '그림의 떡'에 불과할 것입니다.

투자와 별개로 꾸준한 현금 흐름이 있는 투자자였다면 폭락을 기회 삼아서 신나게 주식을 샀을거라고 생각합니다.

어쨌든 이것은 절대로 바닥을 잡으려는 태도가 아닙니다. 나의 능력으로 시장 예측은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기에 할 수 있는 행동입니다. 그것을 초보자로 매도하거나 성급했다고 매도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것은 매우 불합리하고 잘못된 태도라고 생각합니다. 다 각자의 방식이 있는 것이니까요.

떨어지는 칼날 받기 vs. 땅에 꽂힌 칼날 뽑기


좋은 기업을 사도 되겠다 싶을 때 되도록 가격이 오르든 내리든 상관하지는 않는 편입니다. 다만, 단기 급등한 종목은 어지간하면 사지 않습니다.

이번처럼 급격하게 떨어지는 칼날을 받는 것을 좋아하는 편입니다. 칼날이 떨어질 때는 매수호가를 다소 아래 걸어놓습니다. 그래도 부담없이 체결이 척척 잘 됩니다. 어차피 제가 생각하는 기업의 적정가가 있는데 그것보다 훨씬 싼 가격에, 그것도 그보다 더 아래 호가에 드르륵 체결이 되니 저는 기분이 좋습니다.

그리고 제 체결가보다 주가가 훨씬 더 내려가도 기분이 아무렇지 않습니다. 맞으면서 희열을 느끼는 성격인 걸 주식투자를 하면서 아주 조금 알게 되었습니다(...)

반대로 칼날이 땅에 다 꽂히고 나서 시장이 반등을 주면 그때서야 비로소 매수를 시작하는 분들도 있습니다. 하락하는 종목을 분할로 매수하든, 하락이 진정하고 분할매수하든 그것은 아주 사소한 차이에 지나지 않습니다.

회사의 적정한 가치를 알고 있고, 그 가치보다 현저히 쌀 때 매수한다는 원칙만 지키면, 길게 보았을 때 작은 트레이딩 기술이 수익률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합니다.

어쨌든 기업분석과 가치평가 과정이 없다면 언제 사야할지 감을 못 잡게 됩니다. 떨어지는 칼날은 바닥을 기다린다고 못 잡게 되고, 반등하는 상황에서는 데드캣 바운스가 아닐까 싶어서 무서워서 못 삽니다.

하락의 칼날이 거셌다면 반등의 불기둥도 거셀 가능성이 높습니다. 변동성이 큰 시장이 연출될 가능성도 높습니다. 이번에도 어김없이 그랬습니다. 가치평가를 하지 않고 주식을 사려는 분들은 대부분 발바닥의 각질까지 잡으려고 합니다. 그런 분들은 하락세가 진정되고 시장이 반등하기 시작하면 주식을 사겠다고 다짐합니다. 그러나 이는 결코 쉬운일이 아닙니다.

어찌됐든 두 방식 모두 바닥을 못 잡는다는 가치투자자들의 겸손한 태도에서 오는 폭락장 대응 매수 방식이라는데는 이견이 없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폭락을 예견할 순 없지만 폭락이 시작되었을 때 현금을 들고 기다리는 것도 인내, 그리고 주식을 채우고 기다리는 것도 인내입니다. 약간의 방식만 다를 뿐 샀다 팔았다 하면서 실수하는 사람이 아닌 한, 인내하는 사람들의 결과는 장기적으로 좋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남들이야 뭘 하든, 어떻게 하든..


정상인 것과 비정상인 것


포지션을 다소 길게 보고 롱 또는 숏 포지션을 잡고 있는 사람은 정상입니다. 그러나 하루 급등하면 좋아하고, 하루 폭락하면 힘들어하며 '일희일비'하는 태도와 멘탈은 비정상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우직한 황소와 곰은 돈을 벌지만, 돼지와 양은 도살당한다"라는 격언이 있습니다. 방향성을 어디로 보든 우직하게 포지션을 유지하는 사람은 돈을 번다는 의미입니다. 돼지는 급등락하는 시세에 끌려 다니며 분별없이 트레이딩을 하다가 돈을 잃는 탐욕스러운 트레이더를 지칭한 동물입니다. 양은 뉴스나 남의 이야기, 그리고 시세에 끌려다니면서 일희일비하다가 돈을 잃는 겁쟁이 투자자들을 의미합니다. 주식투자자는 필연적으로 변동성을 이겨내거나 이용해야지, 이용당하면 안됩니다.
<이미지 출처 : unsplash.com>

운이든 실력이든 폭락 직전에 잘 피한 사람은 정상입니다. 그리고 마켓타이밍을 재지 않겠다고 보유 주식을 꽉 쥔 채 시장 폭락을 그대로 두들겨 맞고 있는 사람도 정상입니다. 그러나, 시장이 폭락하고 나서 "내가 폭락한다 그랬지? 내말 맞지?" 하면서 우쭐대는 태도는 비정상입니다. 반대로 시장이 조금 반등한다고, "거봐 존버하면 된댔지? 내말 맞지?" 하며 우쭐대는 것도 비정상입니다.

무엇보다 어떤 투자관을 갖고 있든, 어떤 포지션을 유지하든, 어떤 의견을 피력하든 모두 정상입니다. 그러나, 자신과 생각이 다르다고 상대를 모욕하거나, 깔 보거나, 싸우고 물어 뜯거나 하는 것은 모두 비정상입니다.

남은 남이고 나는 나이고, 내 할일만 잘 하면 됩니다. 그리고 사람들의 다양한 의견을 들어보고 '이렇게도 생각들을 하는구나' 하고 말면 됩니다. 굳이 욕하고 싸우고 인신공격을 하면서 적을 만들고 기분이 상하는 행동들을 왜 자초하는지는 이해가 잘 안갑니다. 그런다고 반대 포지션을 잡고 있는 상대가 나에게 설득 당하지 않습니다.

현금을 빨리 소진한 사람더러 초보라고?


얼마 전, 충격적인 글을 읽었습니다. 코스피 지수 1,700포인트 붕괴전에 현금을 소진해버린 사람을 소위 '초보'라고 낙인을 찍어버린 글이었습니다. 글에서 글을 읽는 사람들에 대한 배려나 겸손이라고는 단 1도 찾을 수 없었습니다.

되묻고 싶습니다. 지수 1,500대에 생에 처음으로 주식 투자를 시작한 사람에 비하면 지수 2,000포인트 위에서 주식을 보유하고 있던 자산운용사 대표들은 '초보'인가요? 이 얼마나 근시안적인 발언인가 싶습니다.

저는 현금을 미리 소진하고 주식을 장기 보유하는 분들도 존중하고, 현금을 들고 기다리는 분들도 존중하고, 단타를 하는 분들도 존중하고 시장 참여자는 다 존중합니다. 각자의 뷰가 다 같을 수 없고, 그러기에 시장이 존재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다만, 저는 가치투자자이기에 기업의 가격이 내재가치보다 저렴해지면 조금씩 매수하는 원칙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가격이 떨어진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주식을 내다 팔지 말자는 원칙을 지킬 뿐 입니다. 저는 저의 방식대로 하는 것이고, 각자 자기 원칙과 방식대로 할 뿐인거죠.

위에서도 잠시 언급했지만 지수 2,000포인트 위에서도 우리나라엔 싼 회사들이 도처에 널려 있었습니다. 주식 비중이 이미 높았다면 시장이 붕괴되는 것을 보면서도 별로 손 쓸게 없었을겁니다. 시장의 변동성이 극대화 되기 직전에 포트폴리오 내 현금 비중이 일시적으로 높아졌다면, 이는 행운이 크게 작용한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인버스 한번 제대로 탔다고 해서 '거 봐라 내말 맞지? 시장 폭락하지? 내가 인버스 사라고 했잖아' 하면서 신내림 행세를 하는 것에는 고개를 갸우뚱 하게 됩니다. 게다가 주식 비중이 높은 사람들을 '초보' 취급 해버리는 것은 다른 투자자들에 대한 대단한 결례라고 생각합니다.

고장난 시계는 하루에 두번은 맞으며, 시장에서는 무수한 투자자와 트레이더가 다양한 예측, 대응, 포지션 구축을 하고 있습니다. 그러니 누군가가 던지는 장세 예측은 반드시 누군가는 맞히게 돼 있습니다. 다만, 그 사람이 한번도 틀리지 않고 앞으로의 모든 장세를 예측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저는 장세 예측에 회의적인 입장입니다.

인버스 보유에 대해..


시장 붕괴 전, '신용잔고가 높은 상태고 미국 시장이 비쌌다' 이것 까지는 동의합니다. 그런데, 그래서 '인버스에 비중을 싣고 기다렸다' 이 이야기엔 동의하기가 조금 힘듭니다. 이건 전형적인 사후 확신 편향에 불과합니다.

인버스 ETF는 감쇄 효과 때문에 장기 보유를 할수록 손해가 나는 구조입니다. 특히, 2배수 이상의 인버스는 손해가 더욱 커집니다. 시장이 상승하면 당연히 손실은 눈덩이처럼 커지고, 시장이 보합세를 유지하더라도 손해가 납니다.

미국 시장이 언제 붕괴할지, 우리나라의 신용잔고가 언제 폭파될지 알고 이런 파생 ETF를 몰빵하거나 비중을 싣는다는 것인지 선뜻 이해가 서지 않습니다. 저는 그 정도의 타이밍을 맞출 능력이 없어서 그런 것 같습니다.

단, 만약에 국내 시장의 밸류에이션이 매우 부담스러운 상황이었다고 가정하면 잠시나마 극히 일부 비중에 한해서 인버스 ETF를 헤지 차원에서 보유할 수 있었다고는 생각합니다. 미국 처럼 도저히 살만한 주식이 안 보일 정도로 고평가 된 시장이었다면요.

인버스를 헤지 차원에서 보유하는 것에 대해서도 각자 취향 문제기 때문에, 인버스로 헤지가 되냐 안되냐 같은 걸로 논쟁을 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제 입장은 인버스 보유 자체에 회의적인 입장입니다. 인버스를 보유한다는 것 자체가 일정 부분 마켓타이밍을 잰다는 이야기입니다. 그 결과는 틀릴수도 있어서 2배 짜리 인버스나 sqqq 같은 것을 잘못 보유하면 상승장에서 오히려 일정 부분 소외되는 효과를 낳을수도 있습니다.

다른 방법도 존중하지만 제 개인 취향은 할 수 있다면 비싼 종목의 비중을 줄여서 현금을 보유하는 것입니다. 주가가 가치보다 싸지면 시세를 재거나 바닥을 잡으려는 시도 자체를 하지 말고 주식을 늘리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가치투자자에게 가장 좋은 헤지 수단은 현금흐름이 창출되는 다른 일을 갖고 있는 것이겠죠.

제가 인버스를 포함해서 숏을 안 좋아하는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100만원을 투자한 후, 연속해서 15%씩 마이너스를 열번 맞으면 계좌에는 여전히 19만 6,870원이 남죠. 반대로 15%씩 플러스가 10번 연속해서 나면 계좌는 404만 5,557원이 됩니다. 19만 6,870원이 원금 100만원이 되려면 407.9%의 수익률이 필요하구요.

상방으로 가는 복리는 갈수록 어마어마하게 커지지만 하방으로 가는 복리는 갈수록 작아집니다. 레버리지 없이 좋은 기업을 싸게 사서 기다리면 폭락장이 두렵지 않은 이유입니다. 그러나 시장이 아무리 폭락해도 인버스의 상승률은 제한됩니다. 상방은 기대이익이 무한대이지만 하방은 0이 끝이니까요. 하방을 보는 파생상품에 레버리지를 건다면 위험은 더욱 배가 됩니다.

또, 기업의 주식을 보유하면 생산수단을 소유하지만 인버스를 그나마도 헤지 용도가 아니라 몰빵 용도로 보유하면 공허만 소유한다고 봅니다. 폭락장 10년을 기다려서 겨우 인버스 50% 수익난 게 자랑할 수익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나마도 마켓타이밍 재다가 헛발을 디딜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경영하는 회사의 주가가 펀더멘털 요인과 관계 없이 떨어진다고 해서 자기 회사의 주식을 내다파는 경영자는 없습니다. 오히려, 이번 폭락장에서도 재벌은 물론이고 온갖 중소기업 오너들까지 자사주 매입에 열을 올렸습니다.

장기적으로 승자는 주주들과 기업가들입니다. 인류는 늘 발전했고 장기적으로 긍정이 부정을 이긴다고 믿습니다.

* 주식 격언 : 하락장 때 주식을 보유하고 있지 않은 사람은 상승장 때도 주식을 안 갖고 있다.

2020년 3월 29일
송종식 드림


2020년 1월 11일 토요일

매수를 위한 매수, 낙찰을 위한 낙찰

출처 : http://quarizmi.com/blog


1년에 한건만 낙찰받아도 충분하다


2000년대 중반에 한창 부동산 경매에 빠져 있던때가 있었습니다. 그때 만났던 고수들 중 한 사람이 이런 이야기를 했던 기억이 납니다.

"낙찰은 1년에 한건만 받아도 충분하다. 낙찰을 위한 낙찰을 주의해라."

법원 경매장에 가면 어쩐지 모르게 기분이 좋습니다. 심장도 두근거리고 벌써부터 내가 부동산 소유주가 된 냥 떨립니다. 그래서인지 충분히 권리분석과 시장분석을 해서 적정가를 산정하지 않고 고가 낙찰을 받는 사람들이 한두명이 아닙니다.

물론, 고가 낙찰을 받았다고 해도 긴 시간이 흐른뒤에 보면 가격이 훨씬 올라서 이익을 낼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적지 않은 사람들이 고가 낙찰을 받아서 돈이 묶이고, 이자 부담과 청산시 손실을 보면서 경제적으로 타격을 입기도 합니다.

사람들이 이런 간단한 원칙을 모를리 없지만 '일단 낙찰은 받고 봐야한다'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혀서 고가 낙찰을 받습니다. 한마디로 돈을 벌기 위해 낙찰을 받는건지, '낙찰을 위한 낙찰'을 받는건지 망각하는 분들이 많았습니다. 부동산 경매 시장은 어지간한 하자가 있는 물건이 아니면 안전마진을 확보하기는 커녕 거의 대부분 고가 낙찰이 되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부동산 경매는 주식투자와 비슷한 측면이 있습니다. 충분히 안전마진이 있는 가격에서 사야지 추후 발생할 여러가지 변수로 부터 타격을 줄 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안전마진을 확보하고 사야 적어도 안전마진 만큼은 수익을 낼 확률이 올라갑니다.

주식투자를 하면서 누구나 만나게 되는 워런버핏은 '내가 원하는 공이 들어올 때만 배트를 휘둘러라'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제가 버핏을 알기전부터 이미 경매 고수들은 '내가 원하는 가격대로 내려 온 물건'에만 고집스럽게 낙찰가를 써내고 있었습니다. 그들은 응찰하면 대부분 고배를 마셨습니다. 그러나 간간히 원하는 가격에 물건을 낙찰받게 되면 낙찰받는 순간 돈을 벌며, 이기고 들어가는 게임을 하고 있었습니다.

안전마진과 가치투자에 대한 기본적인 배움은 부동산 경매를 하면서 배웠습니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위험 물건이 아니면 고가 낙찰이 속출하는 경매 시장에서는 제 실력으로 먹을 게 별로 없다고 생각하여 주식투자로 눈을 돌리게 되었습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부동산은 누구나 고수인 반면에 주식투자는 문외한인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그래서인지 주식시장에는 말도 안되는 가격으로 헐값에 굴러다니는 주식이 많았습니다. 주식시장에 기회가 많았다고 보았습니다. 지금도 여전히 그렇게 생각합니다.

그것이 제가 부동산 경매 시장에서 주식시장으로 본격적으로 넘어 온 이유입니다.

매수에도 인내심이 필요하다


주식 투자자들은 죽은 돈 들고 있는 걸 매우 불편해 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그래서인지 투자로 수 십억, 수백억을 번 투자자들 중에서도 집을 사지 않고 전월세로 사는 경우를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습니다. 집값이 아무리 올라봤자 집에 깔고 있는 돈은 죽은 돈이라고 인식하는 것이죠.

그만큼 주식투자자들은 돈이 있으면 당장 주식을 사야한다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힌 경우가 많은 것 같습니다.

시장에는 항상 주도주가 있기 마련입니다. 그런 주도주들이 시원하게 상승하는 모습을 보면 나만 뒤쳐진다는 느낌을 받는 분들도 많은 것 같습니다. 또, 돈을 가만히 들고 있는 동안 우리는 인플레와 싸울 수 없고 인플레는 우리의 자산을 갉아먹는다는 공포도 그런 강박관념에 한몫하는 것 같습니다.

주식투자는 다양한 지식과 기질이 필요하지만 종국에 가서 가장 중요한 것은 '기다림과 겸손'이라고 생각합니다. 주식을 보유하고 나서 기다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매수를 위해 기다리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ㄱ'형님은 우리나라 가치투자계의 거목입니다. 가치투자 분야에서 일가를 이룬 형님이고 가치투자 저변 확대와 후배 양성에도 많은 힘을 기울였습니다. 그 형님과 운 좋게 1년여의 기간동안 동고동락 했던 적이 있습니다. 그 형님에게서 다양한 것을 배웠습니다. 나중에 그것과 관련해서 글을 쓰겠습니다. 오늘은 '매수를 위한 기다림'에 대해서만 간단히 이야기 해보겠습니다.

그분은 현재 업황이 망가져 있거나 위기에 처한 회사 중 향후 턴어라운드가 기대되는 기업에 투자하는데 달인이었습니다. 그 형님은 언제나 신고가 종목보다는 신저가 기업에 관심을 가졌습니다. 시장이 관심도 없고, 사람들이 모두 부정적으로 보는 회사가 향후 오해를 깨고 성장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는 회사를 골라 투자하였습니다. 그런데, 이 형님의 매수 방식에서 인내심을 배울 수 있었습니다.

누가 보더라도 역사상 최저 PBR 그 이하로 깨고 내려 간 상태이고, 시장에서 회사에 거는 희망도 더는 없고, 차트도 몇년 동안 흘러내려서 바닥에 바닥을 기고 있는 그런 종목. 제 기준으로는 턴어라운드 또는 업황 개선이 기대된다면 사도 된다 싶은 그런 종목을 형은 쉽사리 매수하지 않았습니다. 제가 '이제는 살만 하지 않을까요?' 라고 여쭈면 그 형의 대답은 이랬습니다.

"아직 멀었어."

저는 독하다고 느꼈습니다. 그 인내심을 보고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이 정도면 됐다'라고 생각하는 수준이 저PBR 가치투자 원리주의자인 제가 보기에도 혀를 내두를 만한 수준 그 이상이었습니다.

기다리다가 놓쳐버린 종목은 내것이 아니라 생각하였습니다. 그것은 어쩔 수 없지만 형이 매수를 한다면 틀림없이 수익을 내고 나오시는 것 같았습니다. 아주 싸게 사니 주가가 반등하면 수익률도 남들보다 월등히 좋았으리라 생각합니다.

다만 운용자금이 크시다보니 매수를 시작하면 시장에 머리 일부는 떼어줘야 했고, 매도를 시작하면 시장에 꼬리 일부를 떼어주는 출혈은 어느 정도 감수하였습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논란도 있을 줄 압니다. 성장 가치주 투자자분들은 반문할 것입니다.

'미래에 회사가 지금보다 더 성장해 있으면 언제 사도 상관없다'

그렇습니다. 그분들의 의견도 존중합니다. 저PBR + 턴어라운드 투자를 좋아하는 저도 포트의 일정 부분은 성장가치주에 투자를 하고 있기도 하고요.

그리고 또 이런 의견도 있을 수 있습니다.

'매수를 기다리는 것, 그것 또한 마켓타이밍을 재는 것이 아니냐?'

그렇게 오해를 하실 수 있습니다. 그러나, 마켓타이밍을 재는 것과는 조금 다릅니다. 버핏이 '내가 원하는 영역에 들어 온 공만 친다'고 말한 것, 위의 부동산 경매 고수 형님이 '내가 원하는 가격대로 내려오는 물건만 응찰한다'고 말한 것과 같은 맥락으로 보시면 됩니다. 마켓타이밍을 예측할 순 없지만 현재 위치는 알 수 있습니다. 현재 위치가 내가 배트를 휘둘러야 하는 위치인지 아닌지를 판단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배트를 휘두른다고해서 한번에 투자자금을 다 밀어넣는 것이 아니라 길고 긴 분할매수의 여정을 시작하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이야기입니다.

'매수를 위한 매수'보다는 '하나를 사더라도 더 좋은 가격에 잘 사자'하는게 이번글의 취지입니다.

2020년 1월 11일
송종식 드림


2019년 11월 1일 금요일

모든 걸 알려준 버핏, 그리고 사람의 기질

버핏은 주주총회와 주주서한을 통해서 우리에게 모든 것을 알려줬다. 그가 우리에게 알려준 투자 철학은 그가 공유할 수 있는 모든 것을 공유한 것이다. 그리고 그는 투자철학과 방법론 뿐 아니라 삶을 살아가는 지혜에 대해서도 자신이 할 수 있는 한 모든 것을 공유해 주었다고 생각한다. 그것을 받아들이고 흡수하여 활용하느냐 마느냐는 우리에게 달렸다. 나는 부를 구축한 방법을 가감없이 모두 알려준 억만장자 할아버지가 사는 곳(오마하)에 매일 감사인사를 보낸다.

2017년까지 버핏의 투자 실적
- 클릭하면 커집니다 -
출처 : 버크셔 헤서웨이

가치투자자들의 영웅. 워런버핏 할아버지의 2017년까지 52년간의 성적표. 연평균 수익률 21%. 누적 수익률은 2,404,748%. 52년전 그에게 맡긴 1억원은 지금 2조 4,000억으로 불어났다. 버핏이 젊은 시절 지인들로부터 받은 버핏투자조합의 시드머니 100억원은 지금 240조원이 되었다.

여기서 멋진점은 그 100억원 대부분이 자발적으로 환매되지 않았고, 버핏의 요청으로 환매를 한 사람을 제외한 버크셔헤서웨이의 초기투자자 대부분이 여전히 버크셔의 주주라는 점이다(버핏투자조합은 1969년 청산). 조합청산에도 불구하고 52년 전부터 버핏에게 계속 투자한 사람들은 백만장자 또는 억만장자가 되었다. 상식적이고 장기적인 안목을 가진 좋은 주주들과 동업하는 것은 이래서 중요하다.

버크셔헤서웨이 주주총회에 참석하기 위해 주주들이 타고 온 넷제츠 전용기들
출처 : NetJets

세계 2위 부자인 버핏은 여전히 젊을 때 4만달러를 주고 산 작은 집에 거주하고, 구식 자동차를 타고 다니며, 햄버거와 콜라를 즐기고, 이웃들과 소탈하게 지내며 낭비하지 않는 삶을 산다. 소도시 오마하에서 행복한 삶을 사는 그를 보며 배우는 점이 많다.

IT버블과 코인 버블때는 어줍잖은 사람들이 할아버지를 조롱했고, 수 많은 경제위기도 있었지만 느긋한 할아버지는 세월을 모두 덤덤하게 견뎌내셨다. 쭉 건강하시길.

상식적으로 투자하고. 잃지 말고. 꾸준히 수익을 누적하면 누구나 자동으로 부자가 된다. 복리의 힘을 이용하느냐 안하느냐. 그것은 우리의 자유지만 부자가 되려면 복리의 힘을 이용해야 한다.

우리나라 주식투자자들은 대부분 노름을 한다. 단기간에 큰돈을 벌려하고, 기업분석도 하지 않고 묻지마 투기를 한다. 노름하다 전재산을 잃고 이혼을 당하고 나서는 주변 사람들에게 '주식투자는 도박'이라 말하고, 공매도가 어떻고, 세력이 어떻고 한다. 투자문화를 바꾸어야 하는데 학교에선 금융에 대해 가르쳐주지 않는다. 노예는 노예로 살아라 이거다. 사회 지배계급은 대중다수가 금융에 눈 뜨길 바라지 않는다. 그러니 주식투자가 아니라 주식 노름으로 패가망신 하는 사람은 계속 나올거다. 안타깝다.

오늘도 주식을 헛배운 사람들은 감히 국내 투자대가들에게 단기 수익률 운운하며 계좌를 까라 말아라는 둥 이상한 소리나 하고 있고, 인터넷의 수 많은 사기꾼들과 가짜 부자들은 페라리 같은 고급차와 돈자랑을 해대며 순진한 사람들의 말초신경을 자극한다.

위의 글을 읽고 VIP자산운용의 최준철 대표님께서 남겨주신코멘트

최준철 대표님께서 남겨주신 코멘트 '기질론'엔 나도 정말 동의한다. 기본적으로 투자 분야에서도 성실함이 통용된다. 성실하거나 머리가 좋은 사람은 남들보다 조금 더 빨리 공부하고 많이 공부한다. 그러나 그런 것은 시간이 흐를수록 모든 투자자가 상향 평준화 된다. 결국 시간이 흐를수록 투자자간에 격차가 벌어지는 것은 지식이나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기질'문제라고 생각하고 나는 여기에 더해 운도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고 생각한다.

2019년 2월 9일에 인스타그램에 썼던 글을 발췌하여 일부 수정함
송종식


2019년 9월 19일 목요일

가치와 가격이 작동하는 방식 (feat.한국형 가치투자)

두 가지 흐름: 가격(센티멘트) - 가치(펀더멘털)


가치와 가격이 작동하는 방식을 알면 마음이 편안합니다. 그것을 알고 진득하게 기다리면 투자로 실패할 확률은 많이 줄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단기간에 폭발적인 수익을 올리는 건 모든 사람들의 욕심입니다. 확률적으로도 모두가 그렇게 할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가격과 가치의 관계를 알고, 안전마진을 확보한 뒤 투자를 하면 많은 사람들이 꾸준히 수익을 쌓아나갈 수 있다고 믿습니다.

가치와 가격의 움직임의 예 <자료: 송종식>

위의 그림에서 주황색 선은 기업의 가치를 의미합니다. 까만색 선은 가격입니다. 위의 기업은 꾸준히 가치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주가는 기업의 가치를 중심으로 오르락 내리락하고 있습니다.

계획과 실제

위의 도식은 가치와 가격의 관계를 쉽게 설명하려고 만든 것입니다. 따라서 도식화 된 그림에서 기업의 가치는 선형으로 증가합니다. 주가 역시 주기적으로 등락을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현실은 이와 달리 예측 불가능합니다. 실제로는 아래의 그림처럼 오르락내리락 하면서 온갖 장애물을 건너가야 마침내 목적지에 도달합니다. 이 그림은 우여곡절이 많지만 어쨌든 목적지는 시작지보다 우상향이네요. 가치와 가격의 관계를 쉽게 설명드리기 위함이니, 가치-가격의 움직임을 단순화 한 그림에 대해 이해를 부탁드리겠습니다.

가격이 적정가치 아래로 내려오면.. <출처: 송종식>

가치투자자들은 통상 가격이 적정가치 아래로 내려오면 안전마진이 있다고 봅니다. 위의 그림에서는 주황색 선 아래의 노란색 영역이 안전마진이 있는 구간입니다.

주가는 가치에 평균회귀한다 <출처: 송종식>

이 그래프를 숙지하는 건 중요합니다. 주가는 적정가치를 중심으로 움직입니다. 주가가 계속 올라서 과대평가 되면 하락 압력을 받습니다. 주가가 계속 내리면 상승 압력을 받습니다. 주가는 기업의 가치를 중심으로 '평균회귀'하려는 습성을 대체로 가지고 있습니다. 주가가 가치보다 낮은 상태에서 우리는 현재 주가가 '안전마진'이 있는 가격이다라고 말합니다. 여기서 기업의 가치는 DCF와 같은 도구를 사용하여 미래의 예상 현금흐름을 모두 합해서 할인 하는 방법으로 산출하기도 하고, 내년 또는 그 이후의 예상 이익과 추정 멀티플(PER)을 추정하여 산출하는 단순한 방법도 있습니다. 그 외에도 기업의 가치를 평가하는 도구는 무수히 많습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추후에 다루어 보겠습니다.

안전마진에 대한 정의도 투자자들마다 다르게 할 수 있습니다. 어떤 가치투자자는 '적정주가-현재주가'의 차액이 안전마진이라고 보기도 하고, 다른 어떤 가치투자자들은 '순유동자산-현재시가총액'이 안전마진이라고 말하기도 합니다.

투자자들마다 가치와 안전마진을 정의하고 생각하는 기준은 조금씩 다릅니다. 그러나 공통점은 기업에 대해 충분히 공부를 하여, 적정주가를 산출하고, 안전마진이 충분한 상태에서 주식을 매입한다는 점입니다.

빨간색 동그라미를 친 부분은 '주가의 단기 변동성은 펀더멘털과 관계가 없다'는 점을 보여줍니다. 주가는 장기적으로는 펀더멘털을 중심으로 움직입니다. 그러나, 단기적으로는 펀더멘털과 별 관계 없이 랜덤워크 이론을 따릅니다. 단기 실적에 따라 수급이 몰리기도 하고, 뉴스에 따라 주가가 요동치기도 합니다. 심지어 중소형주의 경우에는 누군가가 돈이 급해서 주식을 팔면 주가가 급락하기도 합니다.

앙드레코스톨라니의 '주인과 개' 이론 <출처: 송종식>

성공한 개인투자자로 자유를 누리며 살았던 앙드레코스톨라니는 기업의 가치와 주가의 관계를 '개와 주인'이라고 묘사했습니다. 개와 주인이 산책을 하면 주인이 앞서 걷기도 하고, 개가 앞서 걷기도 합니다. 개와 주인이 앞서거니 뒷서거니 하면서 걷습니다. 개는 가끔 주인과 멀리 떨어져서 다른 곳에 관심을 보이기도 하고 이내 다시 주인 곁으로 다가오기도 합니다. 이런 모습을 기업의 가치와 주가의 관계로 표현했는데, 표현 발상이 재미있습니다.

하워드막스의 시계추 이론 <출처: 송종식>

오크트리캐피털의 하워드막스는 최근 한국에서 이름이 많이 오르내리는 투자자입니다. 버핏도 하워드막스가 쓰는 메모를 매일 읽는다고 합니다. 하워드 막스는 주가와 가치가 정확하게 일치하는 순간은 '찰나'라고 했습니다. 주가는 항상 고평가 또는 저평가 상태로 왜곡돼 있다고 주장하였습니다.



벤저민 그레이엄의 '미스터마켓' (위)
워런 버핏의 '삼진아웃이 없는 투구' (아래)
<자료: 송종식>

투자 대가들 모두 같은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두분만 더 인용을 하겠습니다. 가치투자의 아버지 벤저민 그레이엄과 가치투자자들의 록스타! 워런버핏입니다.

그레이엄은 '미스터마켓'이라는 단어를 고안했습니다. 이 사람은 매일 아침 우리를 찾아와서 회사의 가격을 제시합니다. 어떤 날은 500원을 부르기도 하고, 어떤날은 1,000원을 부르기도합니다. 우리는 미스터마켓이 제시하는 모든 가격에 응대할 필요가 없습니다. 우리가 원하는 가격이 오면 사거나, 팔면됩니다. 미스터마켓은 조울증이 있어서 가끔은 좋은 회사를 아주 싼 가격에 내놓기도 합니다. 이런 기회를 놓치지 말고 잡아야 합니다.

버핏은 주가를 '삼진아웃이 없는 투구'라고 불렀습니다. 야구 선수와 달리, 우리는 원하는 공(가격)이 들어올 때까지 수백, 수천개의 공을 그냥 흘려보낼 수 있습니다. 그래도 아웃을 당하지 않습니다. 원하는 공이 들어올때만 배트를 휘두르면 됩니다.

자료 : 송종식

우리는 신이 아닙니다. 가격의 하락과 상승이 언제까지 진행될지? 가격이 얼마나 내리고 오를지? 그 누가 와도 정확하게 예측할 수 없습니다.

중수 가치투자자와 투자 대가의 차이


아래의 내용은 개인적인 생각입니다. 오랫동안 시장과 시장 참여자들을 지켜보았습니다. 그 중에 큰 돈을 벌고 성공한 지인들도 많고, 나름대로 착실히 자산을 불려가는 분들도 많습니다. 저도 주식 투자를 통해서 작으나마 돈을 벌어오고 있는 입장이구요.

이 과정에서 중수투자자와 대가 투자자의 명확한 차이를 목격하게 되었습니다.

그 몇가지 차이는 다음과 같습니다.

1) 가격에 변화에 민감한가? 덜 민감한가?
2) 머무를 수 있는 엉덩이의 무게와 끈기는 어느 정도인가?
3) 펀더멘털의 미래를 믿는가? 가격과 가치의 차익거래를 믿는가?

딱 이것입니다.

<그림: 송종식>

위의 그림은 중수 가치투자자의 일반적인 매매패턴을 도식화 한 것입니다. 기업가치가 꾸준히 높아지는 기업을 가치보다 저평가 상태일 때 분할매수합니다. 그리고 가격이 높아져서 가치보다 비싸지만 비중을 줄이는 패턴을 반복합니다. 한 싸이클이 1개월이 걸릴지, 10년이 걸릴지는 모릅니다.

이런식의 투자는 가치투자 베이스의 차익거래라고 생각합니다. 가격과 가치의 괴리를 이용해서 투자 대가들 보다는 조금 더 활발하게 매매를 하는 것이죠. 물론, 단기 거래자들처럼 주식을 자주 사고 팔지는 않습니다만, 대가들처럼 특정 종목으로 10배~100배 수익을 올리는 대신, 적당한 수익을 꾸준히 누적해 나가는 방식입니다.

어떤 분께서는 이 방식이 가치투자가 아니라고 말합니다. 심지어 이 방법으로 투자하면 '가짜 가치투자자'라고까지 말하더군요. 그렇지만 이 방법도 분명 가치투자입니다. 가치투자를 가장 잘 정의한 벤저민 그레이엄의 가치투자 정의에 따르면 '1) 철저한 분석과, 2) 적절한 수익, 3) 원금의 안정성' 이 3가지 원칙을 지키려고 하면 모두 가치투자의 범주에 포함됩니다. 벤저민 그레이엄 역시 비싸진 종목은 적극적으로 매도하여 이익을 실현하였고요.

그리고 실제 가치투자자들은 무조건 이 방법만 쓰는게 아니고 영구 보유하는 종목이 있는가 하면 가격과 가치의 괴리를 이용해서 적극적으로 매매하는 종목도 있고, 어느 한 방법에만 국한된 투자는 하지 않습니다.

<그림: 송종식>

대가들의 경우에도 미래에 기업가치가 높아질만한 기업을 골라 투자합니다. 중수투자자와 다른 점은 안전마진이 커지면 매수해서 주식 수량을 늘리고, 기업가치가 다소 비싸져도 어지간하면 매도를 안한다는 점입니다. 이들은 기업의 펀더멘털이 시간이 갈수록 강해지고, 기업의 가치가 먼 미래에도 높아질거라 생각하면 당장 가격이 조금 비싸진다고 매도하지 않습니다. 먼 미래에 훨씬 더 높아져 있을 회사 가치를 생각하며 매수만으로 대응하고 그냥 쭉 홀딩합니다.

앞서, 중수투자자는 누구나 조금 공부하고 노력하면 도달할 수 있는 경지입니다. 그러나 여기까지 도달하는 투자자도 시장 참여자의 4%가 안된다고 합니다. 그럼 막대한 자산가가 될 수 있는 대가 투자자는 어떨까요? 대가의 경지는 배워서 되는 부분이 아니고, 잔기술로 되는 부분도 아닌, 기질의 문제라고 생각됩니다. 엄청난 끈기와 믿음, 엉덩이의 힘은 투자에 대해서 조금 더 배웠다고 되는 것이 아닙니다. 여기에서 위대한 투자자와 그저그런 투자자가 갈립니다.

한국에서 자주 목격되는 몇가지 가격-가치 패턴


<그림: 송종식>

회사의 가치보다 주가가 항상 고평가 된 상태입니다. 그리고 이 상태로 회사 가치도 오르고 주가도 꾸준히 오르는 경우입니다. 대표적인 종목으로 LG생활건강과 같은 경우가 있습니다. LG생건은 십수년전부터 '비싸다' 소리를 들었지만 높은 멀티플을 받으면서 비싼 상태로 주가가 꾸준히 올랐습니다.


<그림: 송종식>

LG생활건강이 이렇게 된다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오해없길 바랍니다. 장기간 실적이 올라왔고, 주가도 약간의 높은 멀티플을 받으면서 꾸준히 증가해왔습니다. 그러다가, 실적 성장세가 조금만 둔화되면 주가는 이보다 더 과격한 반응을 보이며 떨어질 수 있습니다.

<그림: 송종식>

기업가치가 낮아지는 기업, 그리고 그것이 개선될 여지가 없는 기업의 주식은 애초에 사면 안됩니다.

<그림: 송종식>

우리나라에서 이런 경우는 적지 않게 발견됩니다. 기업의 가치는 꾸준히 높아지고 있지만, 주가는 오히려 더 낮아지거나 못 오르는 경우입니다. 가치투자 철학을 갖고 장기투자를 하더라도 어려움에 처하게 되는 경우가 대부분 이런 종목에서 발생합니다.

기업의 가치가 높아질 때 주가는 못 오르다가, 기업 가치가 낮아지면서 그나마 저평가이던 주가가 기업가치 훼손과 함께 떨어지는 경우입니다.

이런 경우가 적지 않게 발견되므로, 아무리 싸고 좋은 기업이라고 해도 한종목에 몰빵투자 하는 것은 위험합니다.

<그림: 송종식>

기업의 가치가 훼손되자 주가는 이것보다 더 과도하게 하락합니다. 그리고 얻어맞을만큼 맞고 장기간 찌들린 주가는 약간의 실적 개선세만 동반되어도 더 극적으로 턴어라운드 합니다. 이런 경우 역시 우리나라에서 쉽게 발견되는 케이스입니다. 그래서, 극단적 저PBR주만 찾아서 턴어라운드가 가능한 기업을 찾아다니는 전업투자자들도 많습니다.

<그림: 송종식>

안전마진이 유지되는 상태로 기업의 가치와 주가가 장기간 동반상승하는 케이스입니다. 이 경우는 중수투자자의 경우에도 주식을 매도할 일이 없으니 부담없이 장기투자가 가능합니다.

<그림: 송종식>

기업의 실적이나 펀더멘털의 가치와 무관하게 주가만 급등하는 경우입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흔히 볼 수 있는 케이스입니다. 내가 가진 종목이 실적이나 가치와 무관하게 급등하면 감사히 매도하면 됩니다. 반면에, 이미 주가가 오른 상태에서는 회사에 특별한 변화가 없는한 가치투자자들은 절대로 매수하지 않습니다.

<그림: 송종식>

테마로 급등한 주가는 대부분 왼쪽의 경우처럼 원래 가격대로 급락합니다. 오른쪽의 경우에는 테마가 실제 실적으로 연결된 케이스입니다. 주가가 실적을 선반영 했기 때문에 실적이 나와도 주가가 움직이지 않거나, 되려 떨어질 가능성도 있습니다. 주가가 재차 더 상승하려면 더욱 강력한 실적 모멘텀이 나와주어야 합니다.

우리의 맞은편에: 조지소로스의 재귀성 이론


가치투자자들은 주가가 (장기적으로) 가치에 수렴한다고 믿습니다. 그러나 그 반대의 논리를 펴는 사람도 있습니다. 유명한 트레이더이자 투기꾼인 조지소로스입니다.

조지소로스의 재귀성 이론 <출처: 조지소로스의 저서>

가격이 먼저 움직이면 가격이 가치를 만들기도 한다는 논리입니다. 예를들면 주가의 꾸준한 상승은 실제로 기업의 이미지를 개선하거나, 자금 유치를 원활하게 하는 등의 도움을 주고, 이는 기업의 펀더멘털 개선으로 연결될 수 있다는 논리입니다. 그리고 시장에는 정보가 새는 일도 많기 때문에, 펀더멘털의 변화보다 앞서서 가격이 먼저 움직이는 경우도 많다는 논리입니다.

그리고 재귀성 이론의 또 하나의 논리는 '이슈 발생 초반의 변동성'에 관한것입니다. 위의 그림에서 보시다시피, EPS가 상승하는 초기에 주가는 EPS의 상승폭보다 더 가파르게 상승합니다. 그리고 EPS증가세가 둔화되면 주가는 고점을 찍고 꺾입니다. 이때, 주가의 꺾이는 각도는 매우 가파릅니다. 이처럼 주가는 EPS의 변동보다 더 격정적으로 움직이다가 시간이 갈수록 안정되고, 주가와 EPS는 발을 맞춰서 걷는다는 것이 조지소로스의 논리입니다. 군중심리와 인간심리를 정말 잘 묘사했다고 생각합니다.



이 포스팅과 관련된 내용으로 비디오를 하나 만들었습니다. 유튜브에 올려두었으니 글을 모두 읽을 시간이 부족한 분들께서는 영상을 통해서 내용을 확인하셔도 됩니다.

개인적으로 무언가 만드는 것을 좋아해서 글도 쓰고 영상도 만들고 있습니다. 그리고 창작 과정에서 개인적으로 공부도 많이 하고 있습니다.

주식 컨텐츠는 저변이 좁습니다. 그러므로, 유튜브로 성공할 가능성은 당연히 0%에 수렴합니다. 빤히 그걸 알지만, 저와 생각이 맞는 소수의 투자자분들이라도 함께 소통하면 재미있을거라 생각하고 유튜브 채널과 블로그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좋은 인연을 많이 만들어 나갔으면 싶습니다. 많은 이용 부탁드립니다.

2019년 9월 19일
송종식 드림


2019년 6월 12일 수요일

현금의 재발견 (원제 : The Outsiders)

VIP자산운용의 최준철 대표님께서 인스타그램을 통해서 극찬하며 추천해 준 책입니다. VIP자산운용의 신입 애널리스트 필독서라고 합니다. 추천을 받고 곧장 서점으로 달려가서 책을 구매하였습니다. 이책은 CEO들에게는 투자가적 입장에서 신선한 시각을, 그리고 가치투자자들에게는 '내가 옳은 길을 가고 있구나'하는 확신을 심어주는 책입니다. 유행을 따르지 않고 묵묵히 자기 갈길을 가는 8인의 경영자를 통해서 몇가지 통찰력을 얻을 수 있는 책이었습니다.

"개인 가치투자자 -> 5% 공시를 하는 큰손 투자자 -> 다양한 기업을 인수합병하는 기업가".

제가 평소에 그리던 성장의 로드맵인데, 앞으로 갈길이 멉니다. 어쨌든 저와 같은 생각을 갖고 계시는 분들께는 한번쯤 읽어보십사 권하고 싶은 책입니다.

기업가 vs. 투자가


블로그를 통해서도, 유튜브를 통해서도 그리고 주변 지인들에게도 제가 자주 하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기업가는 정점에서 투자자가 되고, 투자자는 정점에서 기업가가 된다'. 

사업을 하다가 규모가 커지면 회사를 매각하거나, 다른 회사를 인수합병 하는 일에 반드시 몇번은 개입을 하게 돼 있습니다. 반면에, 주식 투자를 하다가 규모가 커지면 5% 공시를 해야하고, 덩치가 더 커지면 특정 기업을 지배해야 합니다. 거기서 덩치가 더 커지면 여러기업을 거느리는 지주사를 갖게됩니다. 어차피 기업을 하든 투자를 하든 M&A 시장에서 만나게 돼 있습니다.

평사원들의 KPI는 직군별로 다양하지만 CEO의 KPI는 재무제표의 개선과 주당가치의 증대에 있습니다. 투자자는 그런 기업에 투자를 해야하는 것이고요. 이 둘이 성장하면 결국은 '자본배분'이 주 업무가 됩니다.

이 이야기를 글로 풀기란 매우 애매할거라 생각했는데, '현금의 재발견'에서는 8개사의 사례를 들어서 매우 논리정연하게 이 내용을 글로 풀어냈습니다.

자본배치


이 책 전체를 관통하는 핵심단어는 '자본배치'입니다. 책에서 소개한 8명의 CEO는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지도 않았고, 소위 성장 산업이라고 불리는 핫한 분야의 사업을 하지도 않았으며, 큰 리스크를 지지도 않고 장기간에 걸쳐서 압도적인 경영성과를 올려왔습니다. 이들이 경영한 기업의 시가총액 상승률은 S&P 500 지수의 상승률을 압도적으로 초과하는 것은 물론 미국 최고의 경영자라고 추앙받던 잭웰치의 GE 시가총액 상승률도 압도적으로 능가하였습니다.

극단적으로 회사에서 신제품을 개발하거나 비지니스를 제대로 하지 않더라도 자본배치를 잘 하는 것 만으로도 성장을 할 수 있습니다. 우리가 좋아하는 버크셔헤서웨이가 그 대표적인 경우입니다. 평소에 봐두었던 기업의 시장 가격이 아주 싸게 나오면 매수를 하고 거기서 나오는 자본으로 다시 시장 가격이 폭락한 다른 기업을 사고.. 이런식으로 성장을 하는 방식입니다. 그리고 가지고 있는 포트폴리오가 성장을 다했거나 비싸지면 제값을 받거나 비싼값을 받고 팔아서 차익을 남기는 식입니다.

이것은 우리 가치투자자들이 기본적으로 하고 있는 투자/업무 루틴입니다. 기본적으로 가치투자자들이 좋아하는 스타일의 경영자가 장기적으로 압도적인 성과를 냈다는 것이 요지이고 그 핵심 비법은 '자본배치'에 있다는 것이 저자가 주장하는 내용입니다.

자기 회사의 주가가 많이 빠지면 자사주를 사는 것, 매입한 자사주를 소각해서 없애버리거나 사둔 자사주 가격이 오르면 그것을 이용해서 다른 싼 기업을 인수하는 것, 신주를 발행하기 보다 부채를 적절히 활용하는 것 등 다양한 자본배치 전략을 책에서 만날 수 있습니다.

다양한 자본배치 기술을 사용해서 장기적으로 회사 전체의 덩치를 키우는 것 보다 주당 가치를 향상시키는 것이 훌륭한 경영자가 해야할 일이라고 저자는 당부합니다.

교훈


투자자나 경영자 입장에서는 반드시 성장 산업을 좇을 필요는 없다는 걸 느꼈습니다. 가치투자자들은 언제나 그런 마인드를 가지고 있지만 이 책은 그것을 상기시켜 주었습니다. 최근 우리나라 시장은 극단적으로 성장과 모멘텀을 좇는 시장이 되었습니다. 그래서 특히, 요즘 같은 시기에는 마음을 다잡기에 더더욱 좋은 책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리고 일반 샐러리맨들에게도 주는 교훈이 있습니다. 흔히 사람들은 직업이 좋아야 부자가 된다고 착각합니다. 그러나 저자의 주장대로라면 어떤 직업을 갖고 있든 상관없이, 자본배분(월급 재배치) 결과에 따라 사회적 선호도가 높은 직업을 가진 사람도 거지가 될 수 있고, 그 반대로 적은 월급을 받는 사회적 선호도가 낮은 직업을 가진 사람도 부자가 될 수 있다는 인사이트를 주었습니다. 사실 이런 사례는 제 주변에도 많습니다. 주식 투자를 통해서 큰 부를 이룬 지인들 중에서는 통념적 시각에서 학벌이 변변찮고, 직업도 변변찮았던 사람들이 적지 않습니다. 다만 그들은 급여를 잘 모았고, 그 잘 모은 자본을 적재적소에 잘 배치하여 자산을 불려나갔습니다.

목차 (출처 : 예스24)


추천사 
서문_ 탁월한 경영자는 무엇이 다른가 

Chapter0_ 그들은 왜 현금흐름에 집중했을까 
고슴도치 CEO vs 여우 CEO | 뛰어난 CEO들의 공통점 | 누구나 따라 할 수 없는 경영기법 

Chapter1_ 돈을 벌어들이는 영구기관 
톰 머피와 캐피털 시티스 방송사 
톰 머피의 경영철학 | 톰 머피의 경영노트 | 머피가 경쟁자들보다 앞설 수 있었던 이유 | 클로니클 퍼블리싱: 성공적인 이식 | 트랜스다임: 캐피털 시티스의 자본배분 기법을 잇다 

Chapter2_ 상식을 뒤엎는 경영자 
헨리 싱글턴과 텔레다인 
경영천재 싱글턴의 행보 | 텔레다인만의 이익 지표 | 싱글턴의 경영노트 | 버핏과 싱글턴: 쌍둥이 같은 경영방식 

Chapter3_ 기업회생 경영비법 
빌 앤더스와 제너럴 다이내믹스 
빌 앤더스의 신선한 시각 | 전략적 통찰을 바탕으로 한 회생비법 | 앤더스의 현금 창출 전략 | 앤더스가 마주한 진실 | 앤더스 이후의 제너럴 다이내믹스 | 빌 앤더스의 경영노트 | 원칙은 같지만 전혀 다른 행동 | CEO 3인방의 공통점과 차이점 | 후기: 가장 솔직한 형태의 칭찬 

Chapter4_ 격변하는 산업에서 가치 창출 
존 말론과 케이블 사업자 TCI 
과도한 부채의 위기에서 시작 | EBITDA의 탄생 | 사업이 잘될 때 경영방법 | 시대의 변화를 감지한 뒤 | 말론의 경영노트 | 말론의 경영철학 | 직원들의 장기근속 이유 

Chapter5_ 파괴적 혁신과 전략의 수립 
캐서린 그레이엄과 워싱턴 포스트 컴퍼니 
워싱턴 포스트의 일인자 | 워싱턴 포스트의 흥망성쇠 | 그레이엄의 경영노트 | 공격적인 자사주 매입 | 그레이엄의 인재경영 방법 | 후기: 두 회사 이야기 

Chapter6_ 공개적 차입매수 
빌 스티리츠와 랠스턴퓨리나 
다르면서도 비슷한 빌 스티리츠 | 스티리츠의 경영철학 | 스티리츠의 경영노트 | 현금흐름을 지배하는 능력 | 스티리츠가 주목한 두 가지 | 스티리츠의 경영전략 | 참고할 사례: 사라 리 

Chapter7_ 최적화를 위한 다각화 
딕 스미스와 제너럴 시네마 
두 가지 혁신 | CHH 투자로 만든 새로운 사업 | 스미스의 안목과 결정 | 스미스의 경영노트 | 현금흐름을 지배하는 방법 | 스미스의 기업 인수 특징 

Chpater8_ 탁월한 CEO 투자자 
워런 버핏과 버크셔 해서웨이 
워런 버핏의 투자철학 | 워런 버핏의 선견지명 | 워런 버핏의 투자전략 | 워런 버핏의 경영노트 | 남들과 다른 자본배분 방법 | 워런 버핏만의 주식투자 관리 방법 두 가지 | 잭 웰치 vs 워런 버핏의 경영철학 

Chpater9_ 철저한 합리성 
역발상 CEO들의 사고방식 
항상 계산하라 | 중요한 건 분모, 즉 주식 수 | 거침없는 독립성 | 카리스마는 과대평가됐다 | 인내하며 악어처럼 기회가 오기를 노린다 | 때로는 대담하게 움직인다 | 꾸준하게 합리적이고 분석적인 방법 적용 | 장기 전망 | 역발상 CEO들의 공통된 가치관 

후기_ 사례와 체크리스트 
부록_ 버핏 테스트 
감사의 말 
역자의 말_ 엄청난 데이터와 치밀한 분석이 현금을 재발견하다 

표지 <사진 : 송종식>

책에 나오는 CEO들은 훌륭한 가치투자자들이었습니다. 그리고 우리 가치투자자들은 훌륭한 CEO가 될 자질이 있는 사람들이었습니다. 적어도 주식시장 참여자들 중 자본배치에 관한 가장 베테랑들은 우리 가치투자자들이니까요.

2019년 6월 12일
송종식 드림



2015년 10월 26일 월요일

탐욕의 싹이 틀때 쯤, 버핏과 멍거의 브레이크

투자 초보 시절에 가장 많이 들은 사람 이름 하나를 대라면 단연코 '워렌버핏'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투자를 하다보면 스스로의 투자관도 생기고, 그러면서 머릿속에서 서서히 잊혀져 가는 이름이기도 합니다.


다만, 입문자든 프로든간에 가치투자자들에게 있어서 워렌버핏은 영웅임은 맞습니다. ICT업계에 스티브잡스, 워즈니악, 빈트 서프 박사님 같은분들이 계시듯이, 가치투자자들에게는 워렌버핏이나 찰스 멍거와 같은 영웅들이 있습니다.

자꾸 들려오는 주변의 잡음


특히, 전업투자를 시작하고 나서 잡음이 심해졌습니다. 아무래도 시장에서 가장 성공한 최상위권의 전업투자자들과 교류하다보니 잡음의 파워도 강합니다.

"종식이가 올해 몇살이지?"
"저요? 나이는 잊어버린지 오래고. 83년생이에요."
"아 그래? 옆에 어디어디 스터디에는 니랑 동갑인데 100억 찍은애 나왔더라."
"대단하네요."
"레버리지 풀로 땡겨서 베팅한거지 뭐."

예를 든거지만, 뭐 대충 이런식의 대화가 정말 자주 오갑니다. 전업투자자들 중에는 몇십억, 몇백억 굴리는 사람은 길을 걷다가 커피숍 매장 찾듯이 쉽게 만날 수 있습니다. 몇 천억 굴린다는 분은 건너건너 한 분만 들어봤고 아직 만난적은 없구요.

어쨌든, 기업 분석을 철저히 하는 가치투자 베이스의 전업투자자들 중에서는 성공한 투자자들이 꽤 많습니다. 개인투자자가 몇십 억이나, 몇백 억을 벌었다면 큰 성공을 이룬거라 봐도 되겠죠.

암튼 저런 여러 성공한 투자자가 주는 자극과 잡음이 꼭 나쁘다고만 할수는 없습니다. 저도 열심히 해야겠다는 열정도 생기게 만들고요, 나도 할 수 있다는 용기도 가지게 만드는 등 순기능도 많습니다.

그러나 부정적 기능도 정말 크고, 심지어 제 안의 투기 욕구와 탐욕이 스멀스멀 자라 나는 걸 느낍니다.

'나도 레버리지 100%만 써볼까?'
'나도 종목 수 줄이고 한 종목에 몰빵해볼까?'
'연 20% 수익으로 누구코에 붙이지? 자고로 전업이라면 연 500% 수익은 올려야지.'

뭐 이런식의 말도 안되는 탐욕과 욕심이죠.

아, 심지어 아주 색다른 잡음이 저를 공격하기도 합니다.

주식을 잘 모르는 가장 가까운 주변인들의 공격인데요. 이전에 포스팅 했던 불법 유사투자자문업자들과 저를 비교하는 케이스입니다.

"OOO는 너랑 동갑이던데 주식으로 성공해서. 지 어머니 한테 한달 용돈을 3,000만원씩 준대."
"OOO는 단 몇년만에 주식으로 성공해서 람보르기니 타고 다닌다면서."
"OOO는 단돈 몇백만 원을 몇백억으로 불렸다던데, 넌 왜 그렇게 못해?"

참~ 이런 이야기 듣고 있으면 답답하고 할말이 없죠.
"저도 다른 사람들한테 구라 팍팍 쳐가면서 회비 장사라도 할까요?" 라고 반문하고 싶지만 그냥 참습니다.(ㅋㅋ)

전 제 실력으로 돈을 벌고 싶습니다. 진짜 투자 실력이요. 제 실력이 좋든 나쁘든, 죽이되든 밥이되든, 투자를 평생하고 싶거든요. 살아있는 동안은요.

중심잡기 


높은 리스크를 안고서 운이 좋으면 자산 규모가 퀀텀 점프해서 순식간에 큰 자산가가 될 가능성도 얼마든지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이 제가 그레이엄과 버핏에게 배운 옳은 투자 철학인지 늘 반문합니다. 혹시 투자가 잘못될 경우에 길거리에 나 앉게 될 가족들의 얼굴도 떠올리구요.

제가 이런 생각을 한다는 것 자체가 제 마음이 많이 흔들리고 있다는 반증이라 생각하고 마음을 다잡고 싶었습니다. 투자는 2005년부터 했지만 제대로된 가치투자 철학을 바탕으로 투자를 2010년부터 지금까지 하면서 사실은 이런 고민을 할 정도로 제 투자실적이 엉망은 아닙니다.

오늘 정산해보니 2010년부터 오늘까지 +19% 정도의 연평균 수익을 내고 있습니다. 이 정도 수익으로도 먹고 사는데 크게 지장은 없고, 차곡차곡 자산을 불려나가는데 지장도 크게 없습니다.

제가 이렇게 말하면 또 혹자는 "전업투자자고 자금 규모가 몇백억도 아닌데 고작 그걸로 먹고 살 수 있냐?"하면서 저를 자극하겠죠. 이런 자극과 유혹을 조심해야 하지 싶습니다.

공교롭게도 제 주변에 투자 잘 하시는 분들께서 최근에 버핏 이야기를 자주 회자합니다. 약속이나 한듯이요. 마침 중심잡기가 필요했던 저에게 좋은 리마인드가 되고 있습니다. 강방천 회장님 강연때 들었던 이야기를 되새길 필요가 있겠네요.

"이미 아는 것도 안다고 콧방귀 뀌지 말고 늘 깊이 생각하고 되물어보라."

오랜만에 투자 잘 하시는 공보의 다빈치님 블로그에 놀러갔더니 이런 글귀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출처 : 다빈치님 블로그 (blog.naver.com/dvc90)

짧은글이지만 버핏의 투자 철학, 인생 철학의 많은 부분이 묻어납니다. 빨리 큰 부자가 되고 싶어서 서두르면 반드시 댓가를 치르게 되겠죠. 엄밀하게 말하면 소비하는 돈이 투자 수익금보다 적고, 투자 수익금을 매해 재투자하면 시간이 갈수록 자연스럽게 부자가 되는건데, 누구나 다 아는 저 이야기를 간과하고 주변 소음에 마음이 휘둘려서 쓸데없이 고장난 초음속 제트기나 로켓을 타고 빨리 빨리 세계 여행을 하고 싶어 했군요. 전 아직 젊고 시간도 많은데요.

출처 : 스탠리형이 작성한 '워런버핏과의 점심식사' 서평 요약 중
<클릭하면 커집니다>

버핏의 말이 정말 인상적입니다. 30살 전을 되돌아보면 저는 남들의 삶이나, 제 평판 같은 것에는 전혀 신경을 쓰지 않고 살았습니다. 정말 수 없이 많은 사람들에게 악행을 저지르고 가슴에 비수를 꽂아왔는데. 성격 자체도 독사 같은 면이 있었던지라, 지금 생각해보면 참 철 없고 딱한 청년이었습니다. 30살이 넘어서야 겨우 이런 부분들에 눈을 뜨고 있으니 저의 정서발달은 참 느리고 어떻게 보면 남들보다 좀 모자란 것 같기도 하구요.

버핏의 말에 공감합니다. 수익률이나 수익금 같은 숫자보다, 저는 제 주변의 소중한 사람들을 더 사랑하게 되었습니다. 돈은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이지만, 사랑하는 사람들이 없으면 저도 없을겁니다.

가이 스파이어의 말도 인상적입니다. 환경이 우리를 바꾼다. 그렇죠. 스스로 바뀌기 힘들다면 좋은 환경에 들어가서 사는게 큰 도움이 됩니다. 저만 해도 그렇습니다. 주변에 좋은 철학을 가지고 투자하는 투자자들이 늘어나면서 저도 덩달아 크게 발전하고 있습니다.

주위에 건전한 마인드로 창업을 하면서 크게 성공하는 형님, 동생들이 나오면서 저 역시 좋은 에너지를 많이 받고 있습니다. 제가 나쁜 환경에 살았다면 저 역시 그 나쁜 기운에 빨려들고 말았을거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환경도 중요하지만 가이 스파이어가 언급한대로 '내면의 힘'을 기르는 것이 가장 중요한 것 같습니다. 그러면 어떤 환경에서도 쉽게 휩쓸려 다니지 않겠죠.

출처 : 책 워런 버핏과의 점심식사

통찰력 있는 내용입니다. 7가지 대죄 중 하나가 질투라니. 발상이 신선하네요. 투자자에게 있어 정말 중요한 말입니다. 앞서 제가 겪은 고통도 모두 질투 또는 경쟁심, 혼자만 뒤쳐진다는 공포감에서 비롯된거니까요. 이런 마음을 버리면 저는 충분히 잘 해내고 있고, 또 충분히 행복하게 잘 살아가고 있는걸요.

이건 투자자에게만 해당 되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특히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도 적용되는 말입니다. 남들이 자녀를 학원에 보내니 우리애도 보내야 해. 남들이 좋은 승용차를 타니 나도 좋은 승용차를 타야해. 남들이 큰집에 사는데다 보는 눈들도 있으니 빚을 내서라도 좋은 집에 살아야 해. 따위의 것들이죠.

남들 시선 같은 건 깔끔하게 치워버리고 내면의 힘을 기르면 행복해진다는 말에 적극 공감합니다. 각자 수익률과 수익금은 달라도 우리 모두 행복한 투자자가 됩시다.

2015년 10월 26일
송종식 드림


별첨 (느긋하고 행복한 투자자 버핏의 수익률표)


<클릭하면 커집니다>

1965년부터 2014년까지 버크셔헤서웨이의 장부가는 연평균 19.4%씩 증가했고 누적으로는 75만 1,113%가 증가했습니다.

같은 기간 버크셔헤서웨이의 시장가치는 연평균 21.6%씩 증가했고 누적으로는 182만 6,163%증가했습니다. 0.1%라도 시간이 길어지면 엄청난 차이가 나게 되는 복리의 위력을 몸소 보여줍니다.

1965년 버핏에게 투자한 천만원은 2014년에는 1,826억 2,630만원이 돼 있습니다.

부자가 되기 위해 필요한 것은 작은 눈덩이와 그 눈덩이를 굴릴 긴 언덕만 있으면 된다는 버핏의 조언을 상기합니다.

2014년 3월 3일 월요일

주식 말고 기업을 사라 (부제:투자의 신 워렌버핏의 주주서한)

워렌버핏의 이름을 달고 출간된 책들은 정말 많습니다. 국내 책으로 검색하니 약 800건이 뜨고, 영어로 된 책은 2,900여권이 뜨네요. 그런데 워렌버핏은 공식적으로 저술한 책이 한권도 없습니다. 그러니까 거의 대부분의 책들이 워렌버핏과 상관없는 사람들이 쓴 책 입니다. 가끔 버핏의 친인척이 버핏에 관해 쓴 책들은 있는데 그런 책들에서는 버핏 특유의 말장난과 지혜를 얻기가 힘듭니다. 적정 주가를 구한다는 다소 도발적인 제목의 책들도 있지만 수박 겉만 핥는 수준입니다. 그리고 우리들의 버핏 할아버지는 위트있게 농담을 참 잘하는 사람인데 다른 사람들이 쓴 책에서는 버핏 할아버지의 위트도 느낄수가 없네요.

이 책 '주식 말고 기업을 사라 (원제:The essays of Warren Buffett::lessons for investors and managers)'는 버핏이 쓴 글들을 로렌스 커닝햄이 엮은 책입니다. 버핏은 매해 투자자들에게 주주서한을 보내는데 그 주주서한들을 엮은 책입니다. 이책에는 1979년에서 2000년까지 주주들에게 보낸 서한이 담겨 있습니다. 버핏 자신이 쓴 진솔한 이야기들과 여러가지 혜안을 배울 수 있는 훌륭한 책입니다. 2000년 이후의 서한들은 한국어판에서 빠져있는데 영어가 되시는 분들은 버크셔해서웨이나 SEC웹사이트를 통해서 읽어보시면 됩니다.

<출처:네이버 책>

숫자 너머


이 책에는 가치투자 책에서 찾아볼 수 있는 흔한 재무제표 숫자가 하나도 안 나옵니다. 심지어 매영순(매출, 영업이익, 순이익의 은어) 조차도 안 다룹니다. 당연히 지나간 차트 그래프 같은 것들이 안 나오는 것은 말할 것도 없습니다.

책에는 온통 버핏 할아버지의 기분 좋은 잔소리들로 가득합니다.

제 주변에 주식으로 성공한 형들이 제게 늘 하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종식아, 숫자도 중요하지만 숫자 너머를 봐. 숫자에 너무 집착하면 수익 내기 힘들어."

바로 이 책에서 버핏 할아버지가 이야기 하려는 것도 제 주변 형들이 이야기 하는 것과 일맥상통 하는 것 같습니다.

버핏은 투자를 할 때 경영자와 지배구조, 그리고 기업의 비지니스 모델에 집중하는 투자자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레이엄에게서 배운 꽁초투자는 후기 버크셔헤서웨이 시절에는 거의 구사하지 않고 있습니다. 

물론 버핏은 투자를 하기전에 미래의 현금흐름할인도 해보고 여러가지 숫자를 체크한다고 합니다만 그 보다는 계속 기업(going concern)이 가능한가? 그러면서도 장기간 해당 산업내에서 독점적 지위를 누릴 수 있는 기업인가? 그리고 경영자의 경영 스타일이나 주주들을 대하는 성향은 어떤가? 상품은 해자와 우위가 있는가?와 같은 기업의 본질적인 부분에 더 집중하는 투자자입니다. 그는 이 부분들이 자신의 마음에 드는 회사 위주로 골라내 적당한 가격이 오면 집중적으로 매입하고 장기간 보유하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결국 숫자를 만들어 내는 것은 비지니스 모델이고 그 회사에서 일하는 사람들이니 버핏의 지혜가 옳다고 생각합니다.

이책을 제대로 읽으시려면 투자 경험이 많으셔야 합니다. 어느 정도 난이도가 있는 책 입니다. 기업 지배구조에 대해서, 비지니스 모델에 대해서, 그리고 여러가지 금융 기법과 투자 철학에 대해서 버핏의 심도 있는 생각들을 접할 수 있는 훌륭한 책입니다. 버핏 스스로 작성한 글들로 채워진 유일한 책입니다.

책 목차


추천의 말_워렌 버핏 투자조언의 성찬
책 머리글_우아하고도 유익한 투자 지침
프롤로그

제1장 기업의 지배구조

  • 1 주주와 관련된 사업원칙
  • 2 완전하고 공정한 정보공시
  • 3 이사와 경영자
  • 4 공장 폐쇄의 고뇌
  • 5 주주 중심의 기업 자선활동
  • 6 경영자 보상에 대한 원칙

제2장 기업금융과 투자

  • 1 미스터 마켓
  • 2 차익거래
  • 3 효율적 시장 이론에 대한 반박
  • 4 ‘가치투자’는 군더더기 용어
  • 5 현명한 투자
  • 6 담배꽁초와 제도적 관행

제3장 보통주의 대안

  • 1 정크본드
  • 2 제로쿠폰본드
  • 3 우선주
  • 4 색다른 투자

제4장 보통주

  • 1 트레이딩의 해악: 거래비용
  • 2 회사에 적합한 주주
  • 3 배당정책과 자사주 매입
  • 4 주식분할과 거래량
  • 5 주주의 증여전략
  • 6 버크셔의 자본 변경

제5장 기업 인수합병

  • 1 비싼 가격을 치르는 나쁜 동기
  • 2 합리적인 자사주 매입과 그린메일
  • 3 차입매수
  • 4 건전한 인수정책
  • 5 기업 매각
  • 6 버크셔의 인수 강점

제6장 회계와 평가

  • 1 회계 속임수 풍자
  • 2 포괄이익
  • 3 경제적 영업권과 회계적 영업권
  • 4 주주이익과 현금흐름 오류
  • 5 내재가치, 장부가치, 시장가치
  • 6 이솝과 비효율적 숲 이론

제7장 회계정책과 세금문제

  • 1 매수법과 지분통합법 논쟁
  • 2 스톡옵션
  • 3 ‘구조조정 비용’
  • 4 부문 데이터와 연결
  • 5 이연법인세
  • 6 퇴직자 복지
  • 7 법인세는 누가 떠안는가?
  • 8 세금과 투자철학

에필로그
옮긴이 후기

<목차 출처 : YES24>

워런버핏


워렌버핏은 전업투자자의 전설입니다. 전업투자를 시작으로 버핏 투자 조합, 그리고 이후의 버크셔헤서웨이를 이용한 인수합병을 통해 미국 최고의 기업인이 되기까지.. 그는 투자만으로 지금의 부를 일구어 냈습니다.

1965년부터 2012년까지 연평균 수익률 19.7%를 달성한 희대의 투자 천재입니다. 이를 누적 복리 수익률로 환산하면 586,817%입니다. 1965년 버핏에게 천만원을 맡겼다면 2012년에는 이게 586억 9천만원으로 불어나 돌아왔을 것입니다.

버핏은 청산가치를 중시하는 그레이엄으로부터 체계적인 가치투자를 배우고 이후에 재무제표를 넘어선 성장 기업 투자의 대가인 필립피셔의 영향을 받게 됩니다. 20%의 그레이엄과 80%의 피셔가 조합된 이 인물은 지금은 스승을 넘어서는 투자 대가로 성장해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으며 유명한 인물 중 한사람이 되었습니다.

2014년 3월 3일
송종식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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