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블이 상승장인 게시물을 표시합니다. 모든 게시물 표시
레이블이 상승장인 게시물을 표시합니다. 모든 게시물 표시
2020년 9월 13일 일요일

조심해야 할 징후일까? 시장의 체질이 변한 것일까?

제목이 너무 자극적이죠?

매수 관점의 글은 어디서나 환영받습니다. 그러나 그 반대 관점의 글은 어디를 가도 환영받지 못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파티를 즐기고 있습니다. 물론 모두가 파티를 즐기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일부섹터와 종목에서는 거품이라고 할 만한 현상들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지금 이런 때, 브레이크를 거는 글을 쓰면 별로 환영받지 못할 것을 알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글을 씁니다. 이 공간은 저의 개인적인 글쓰기 공간입니다. 그러므로 저의 자유로운 생각을 개진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언제나 주지하듯 고점과 저점은 그 누구도 모릅니다. 지나봐야 아는 것이죠. 그렇지만 지금 시장이 냉각되어 있어서 주식을 사기 좋은 시절인지? 반대로 시장이 과열되어 있어서 조심해야 하는 시절인지? 그 정도의 느낌은 가져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시장에 참여한지 오래된 분들은 누구나 갖고 계실 그런 감에 대해서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3월 폭락장 이후 곧장 폭등장, 격변의 2020년


올해 1월에 주식투자를 시작한 분들은 몇년치 경험을 압축해서 하신 것입니다. 몇년에 걸쳐서 벌어질 기이한 일들이 짧은 몇달동안 벌어진 신기한 해였습니다.

3월에는 '기록적인 폭락의 한 가운데에서'라는 글을 썼었습니다. 기억하시는 분들도 많으실 줄 압니다. 극단적인 폭락장을 겪은지 반년도 채 되지 않았습니다. 지금은 시장의 분위기가 정반대로 바뀌었습니다. 이제는 시장이 펄펄 끓어 오릅니다.

기록적인 폭락을 기록한 3월
3월을 기점으로 100% 이상 오른 코스닥 지수
<자료 : 네이버 증권>

미중패권 경쟁이니, 한일 경제 전쟁이니, 코로나 공포니 하는 소리들은 쏙 들어갔습니다. 특히, 미중 패권 경쟁은 날로 더 격화되고 있습니다. 남중국해에서는 미중이 언제 충돌해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입니다. 작년 이맘 때 까지만 해도 미중패권 경쟁 이슈는 시장을 짓누르는 커다란 부담이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그 이야기가 쏙 들어갔습니다.

3월에 '이 정도면 시장이 충분히 싸다'라고 여겼습니다. 그러나 '바닥이 정확히 어디다'라는 말씀을 드리지 않았습니다. 당연히 시장 변곡의 타이밍은 못 잡기 때문입니다. 워런버핏 할아버지가 와도 못 잡습니다. 예수님, 부처님이 와도 못 잡는 건 마찬가지입니다.

이 포스팅의 제목을 '고점징후일까? 시장 체질이 변했을까?'로 지었습니다. 다소 과격한 감이 있습니다. 그러나 양해를 부탁드립니다. 저는 지금 시장의 일부 자산들이 상당히 과대평가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주가의 상승이 어디까지 이어질지는 알 수 없습니다. 그러므로 상승이 끝나는 꼭지가 어딘지도 예견할 수 없습니다. 다만, 하나 확실한 것은 있습니다.

과대평가된 시장, 과대평가된 자산, 과대평가된 펀더멘털과 과열된 센티멘트에는 소중한 돈을 태우지 않는 것입니다. 기 보유자들은 홀딩을 하거나 알아서 잘 팔고 나오면 됩니다. 그러나 현금을 갖고 있는 사람은 입장이 다릅니다. 연일 쏟아지는 상승 기사에 넘어가면 안됩니다. 도취된 사람들의 패닉 바잉에 분별없이 합류해도 안됩니다. 과대평가 된 자산은 순식간에 폭락합니다. 소중한 현금을 그런 곳에 함부로 버리면 안됩니다.

시장이 어디까지 오를지는 알 수 없다


정확하게 저점과 고점을 찍어내는 사람은 없습니다. 그런 사람이 있다면 그는 사기꾼입니다.

지금 시장은 제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광기의 구간에 들어섰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시장이 어디까지 오를지는 알 수 없습니다.

당장 내일 폭락해도 이상하지 않습니다만, 반대로 몇년을 더 올라도 이상하지 않겠죠. 시장이란 원래 그런것이니. 그러나 저는 과감했던 3월과 달리 지금은 몸을 사리고 있습니다. 투자는 멀티플의 게임입니다. 충분히 잘 해나가다도 마지막에 곱하기 0 한방을 맞으면 그것으로 시장에서 아웃됩니다. 그래서 때에 따라 과감해질 때가 있는가 하면 요즘처럼 몸을 사리기도 합니다.

PDR은 태어나고, PER, PBR은 죽었다고?


어느 정도의 고평가 상태는 조금 과장된 펀더멘털로도 설명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고평가 수준을 넘어선 광기의 상태는 그 어떤 논리로도 설명하기가 힘듭니다. 다만 주가가 올라주면 '뭔가 이유가 있나 보구나', '뭐 시장이 옳겠지'라고 여길 뿐입니다. 

연이은 상승장에 기존의 밸류에이션 도구로 설명할 수 없는 고평가 주식이 속출하고 있습니다. 사람들은 이제 PDR(Price to Dream Ratio)라는 괴상한 논리까지 만들어서 고평가를 합리화하고 있습니다. 고평가 된 기업들 중 극소수는 먼 훗날 정말로 세상을 바꾸긴 할 것입니다. 그리고 지나고보면 고평가 된 지금 주가도 그때는 쌌다고 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10년 전 아마존이 그랬고, 구글이 그랬던 것 처럼요. 그러나 뭐든지 과하면 체합니다. 적당히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투자자 자신이 장량이나 제갈량급 인사이트가 있다고 믿어서 PER 1만 배짜리, PBR 500배짜리 주식만 찾아 다닌다면 머지 않아 화를 자초하게 됩니다.

PDR 논리가 나오면서 그 반대에는 이런 논리도 나옵니다. 'PER과 PBR은 이제 죽었다.', '그딴걸 왜보냐'. 이 정도면 정말 시장이 갈 때까지 가고 있는 상황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깊게 들어가면 확인해야 할 디테일이 많습니다. 그러나 크게 보면 투자는 심플한 활동입니다. 기업이 돈을 잘 벌고(EPS), 시간이 흐르면서 그것이 회사에 쌓이면(BPS) 됩니다. 그렇다면 회사가 돈을 잘 버는지, 벌어 놓은 돈에 비해서는 얼마나 고평가 됐는지, 확인하는 가장 기본적이고 중요한 방법은 PER, PBR 밖에 없습니다.

물론 PER과 PBR에 매몰되어야 한다는 소리는 아닙니다. 리서치 과정에서 다양한 양적, 질적 분석이 동반되어야 합니다. 그리고 숫자로 표현할 수 없는 통찰력도 동원이 되어야 하겠습니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P-멀티플 지표는 회사의 현재 상황을 확인하기 위한 매우 중요한 지표입니다. 과거에도 그랬고 앞으로도 그럴 것입니다.

시장은 한번씩 극도로 저평가 되거나, 극도로 고평가 됩니다. 극한의 상황에서 일시적으로 해당 지표가 무용지물이 됩니다. 지난 3월 시장 폭락때는 PER, PBR 볼 것도 없이 시장이 폭락했습니다. 이번에는 그 반대로 주가가 상승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PER, PBR은 현재 시장이나 기업의 주가가 고평가 되어  있는지, 저평가 되어 있는지 가늠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도구입니다. 시장의 향후 실적을 내다 볼 수 있는 눈이 있다면 이 도구의 활용도는 더욱 강력해집니다.

PER과 PBR이 죽었다고 당당하게 말하는 분들은 위험한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주린이가 버핏 되고, 버핏이 주린이 되는 상승장


이런 모습은 매번 보는 것입니다. 그래서 투자를 오래하셨던 분들에겐 익숙한 모습입니다. 제 블로그를 통해서도 이 이야기는 수 차례 했습니다. 비트코인이 2천만 원을 넘던 시절에는 비트코인을 투자하지 않으면 바보 취급을 당했습니다. 비트코인에 묻지마 투자하던 사람들은 현자 행세를 하였습니다. 폭발적인 강세장이 장기간 연출되면 많은 사람들이 시장에 유입됩니다. 이들은 빠르게 워런버핏 행세를 합니다. 그리고 경력이 오래되고 시장에서 잔뼈가 굵은 투자자들을 '한물갔다'거나 '틀딱'이라고 하면서 조롱하기도 합니다.

물론, 경력의 길고 짧음이 투자를 잘 해내고 말고의 결과를 가져오는 것은 아닙니다. 그리고 입문한지 얼마 되지 않았어도 빠르게 배워나가는 사람들도 물론 있습니다. 거기에 더해 현명하고 겸손한 태도까지 갖춘 슈퍼 주린이분들도 많이 봅니다. 그러나 그들은 소수고 대다수 시장의 분위기가 이렇다 하는 것을 말씀드리고 싶었습니다. 강세장 때 벌어지는 주린이들의 훈수와, 조롱은 오랜 시장 참여자들에게는 익숙한 일이 되었습니다. 그래서 별로 개의치는 않는 것 같습니다. 다만, 비숫자적 지표 중 하나로 활용할 수 있습니다.

신규상장 기업의 수


강세장 때는 신규 상장 기업의 숫자가 늘어납니다. 폭락장이나 약세장 때는 그 반대입니다.


IPO 실적 <자료 : 통계청>

가장 최근의 통계를 보면 2017년 연말까지 기업공개실적은 꾸준히 증가했습니다. 그러던 것이 2018년에는 급감합니다. 2017년 연말까지 상승하던 주가지수가 2018년부터 약세장으로 돌입한 게 가장 큰 이유가 아닌가 추정합니다.

올해는 상반기와 하반기의 기업공개실적이 완전히 다릅니다. 3월 시장 폭락 전후로 공모시장은 얼어 붙었었습니다. 올 상반기에 신규 상장한 기업은 12개사입니다. 작년 동기에는 18개사였습니다. 그러던 것이 시장에 불이 붙은 하반기에는 분위기가 달라졌습니다. 공모시장 역시 불이 붙었습니다. SK바이오팜, 카카오게임즈와 같은 굵직한 기업들이 상장했습니다. 또 다른 대어 빅히트엔터테인먼트도 상장을 앞두고 있습니다.

올해 8월의 기업공개실적은 1조 26억 원입니다. 이는 대한민국 증시 역사상 월 기준 최대실적입니다. 이를 통해서 볼 때 확실히 지금 시장에 부는 열기는 뜨겁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기업공개실적을 통해서 시장의 분위기를 파악하는 방법은 벤저민 그레이엄의 현명한 투자자에서도 잠깐 다루는 고전적인 방법입니다.

하반기 신규 상장 열풍 <자료 : 38.co.kr>

7월 1일부터 9월 말까지 3개월 간 상장하는 기업의 수가 올해 상반기에 상장한 기업보다 두배 이상 많은 상황입니다.

'주식투자'에 대한 언급량


요즘 어디를 가나 주식 이야기가 들립니다. '주식 투자는 도박' 정도로 치부하던 사회의 분위기가 급반전되었습니다. 카페에 앉아 있어도, 기업체에 탐방이나 놀러를 다녀도, 그리고 주위에 재테크를 하지 않던 지인들도 모두 주식 이야기를 하느라 여념이 없습니다.

피부로는 확실히 주식 이야기가 늘었다는 것을 느낍니다. 그것을 숫자로 확인할 방법은 없을지 궁금합니다. 가장 손쉬운 방법으로는 검색엔진의 검색량, 소셜미디어의 컨텐츠 발행 통계, 예탁금과 주식 거래대금 등을 살펴보면 되지 싶습니다.

2016년부터 4년간 '주식' 키워드 검색량
<자료 : 네이버 데이터랩>

'주식' 키워드 검색량도 2020년 들어서 폭증하였습니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듯이 3월 시장 폭락 이후에 수 많은 개인투자자가 유입되었습니다. 그것은 검색엔진의 검색량을 통해서도 확실히 확인할 수 있습니다. 지난 4년 간의 검색량을 보면 검색량 트렌드는 박스권을 탈피해서 새로운 트렌드를 만들어냈습니다.

2020년 이전에는 2018년 10월에 검색량이 튀었습니다. 그리고 2019년 8월에도 검색량이 한번 튀었습니다. 신기하게도 이 구간은 지수가 급락하던 구간이었습니다. 확실히 사람들은 '주식시장이 폭락하면 주식을 사야 돼'라고 하는 마인드를 강화하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것이 올해 3월에 정점에 달했습니다. 그리고 그 이후엔 주식에 대한 검색량 자체가 2~3배 이상 늘어난 상태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사람들의 주식에 대한 관심이 일시적이 아니라 조금 더 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드는 부분입니다. 아무래도 부동산 시장을 옥죄니 반사효과가 일어나는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출판가의 경제/경영 서적 최상위 베스트셀러들도 주식책이 대부분입니다. 부동산 책은 랭킹 50위 아래로 내려가야 한 두권 보일 정도입니다. 부동산 공화국 대한민국에서는 대단한 변화라고 생각됩니다.

시장 밸류에이션 수준


PER을 통해서 현재 시장의 밸류에이션 수준을 확인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자료 : 통계청, 송종식

먼저 코스피의 연말 시총과 이익 기준 PER입니다. 상승장이 지속하던 7월에 PER은 26배 수준입니다.

자료 : 통계청, 송종식

같은 기간 코스닥 시장의 PER은 65배 수준까지 올라왔습니다. 글을 쓰는 현재 코스닥 시장의 PER은 84배까지 올라왔습니다.

FY0으로 산출한 PER이라고 해도 현재 밸류에이션은 매우 부담스럽습니다. 이듬해 시장의 이익이 두배로 증가한다고 해도 여전히 PER은 42배 수준입니다. 물론, 시장 전체의 이익이 두배로 증가하는 건 불가능합니다. 밸류에이션 수준만 보면 분명히 경계를 해야하는 수준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시장의 유동성이 완전히 다른 국면으로 풀렸든, 기업의 체질이 이전과 다른 상황으로 변화하고 있든 이 정도 밸류에이션은 합리화 하기는 힘듭니다.

시장 유동성과 신용잔고


시장의 과열 수준을 논할 때 많은 이가 신용잔고를 체크합니다. 그러나 신용잔고는 대폭락 후, 폭락이 폭락을 부르는 트리거가 될 때 무서운 것입니다. 신용잔고 그 자체 때문에 시장이 붕괴한다고는 할 수 없습니다. 다만 시장 자체가 -7%나, -8%쯤 하루에 빠진다면 신용잔고는 시장 대폭락을 부르는 무서운 지뢰밭이 됩니다. 그런 의미를 갖고 신용잔고를 가끔 체크하는 것은 의미가 있습니다.

자료 : KRX, 금융투자협회, 송종식

코스닥 시가총액이 340조를 돌파했습니다. 양시장 시가총액을 합산하면 2,000조 원을 넘나들고 있습니다. 양시장 합산 신용잔고율 역시 0.8%대를 돌파하면서 근래 사상 최대치를 계속 갱신하고 있습니다.

자료 : KRX, 금융투자협회, 송종식

3월에 시장이 폭락하면서 신용잔고는 대거 반대매매로 쓸려나갔습니다. 덕분에 시총대비 6.6%까지 떨어졌던 신용잔고 총액은 15~16조 수준가지 올라왔습니다.

시총규모대비 신용잔고 절대금액을 놓고 보더라도 코스닥이 코스피보다 압도적으로 높습니다.

위의 그래프에서도 보실 수 있듯이 코스닥의 신용잔고율은 꾸준히 2%대를 상회합니다. 반면에, 코스피의 신용잔고율은 1%를 넘지 않습니다. 상대적으로 코스닥에 투자되는 자금들이 조금 더 공격적인 수익률을 추구한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여기서 특이한 점이 하나 발견됩니다. 올해 3월 이후에 시장의 체질이 변한 것일까요? 코스닥의 신용잔고율은 직전 수준과 비교하여 별다른 특이점이 없습니다. 그런데, 코스피의 신용잔고율이 꾸준히 높아지고 있으며, 위의 그래프에서 조사한 2019년 3월 이후에는 최대치를 갱신하고 있습니다.

기존에 주식 투자를 하지 않던 사람들의 유입, 그리고 부동산 시장에서의 자금 유입이 이유라고 생각됩니다. 미미하게 코스피 시장도 코스닥 시장처럼 투기적인 성향으로 변할 가능성도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코스피의 신용잔고율이 지금처럼 꾸준히 증가한다는 가정을 두었을 때 이야기입니다.

자료 : KRX, 금융투자협회, 송종식

투자자 예탁금 규모를 보여주는 그래프입니다. 시가총액 대비 예탁금 비율은 앞서 보았던 네이버에서 '주식'키워드 검색량과 거의 일치합니다. 3월 시장 폭락 이후에 대규모 자금이 유입되었습니다. 그리고 그 자금은 시장이 올라왔다고 빠지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예탁금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으며 60조 원을 돌파했습니다.

1) 시중에 풀리고 있는 어마어마한 유동성, 2) 부동산 시장 규제로 인한 부동산 자금의 유입, 3) 저금리로 인해서 갈 곳을 찾지 못하는 돈들, 4) 자영업과 사업을 하기 힘들어진 토양, 5) 주식 유튜브를 비롯한 수 많은 투자 교육 컨텐츠의 난립 등과 같은 이유가 시장에 반영되는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해외 시장에 원정을 나가 있는 돈 까지 포함하면 시중에 떠도는 자금이 얼마나 어마어마한지 감이 안 올 정도입니다.

어차피 시장 폭락이 오면 사람들은 또 다시 주식 시장이 사기판이라고 말할 것입니다.

그러나 확실한 것은 시장의 체질이 변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개인투자자들은 이전과 달라졌습니다. 변했습니다. 시장 폭락이 오더라도 욕하는 사람들의 숫자는 확실히 전보다 적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폭락을 매수 기회로 삼고, 상승을 누리는 무서운 개인투자자들이 등장한 이상, 주식 시장이 부침을 겪더라도 장기간 우상향 할 수 있는 토대가 되어 줄 수 있지 않을까 싶은 일말의 기대를 가져봅니다.

모든 것이 팽창중이며 부채도 팽창 중


자료 : 한국은행

은행의 2019년 8월말 가계대출 잔액은 450조 원이었습니다. 1년만에 금액이 두배로 불었습니다. 시장의 넘치는 유동성에는 상당액의 부채도 섞여있습니다. 팽창하는 자산은 붕괴되고, 붕괴된 후 옥석을 가려 다시 팽창을 반복하는 것이 금융 시장의 속성인 걸 생각하면 조심해야 하는 시기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영원한 하락도, 영원한 상승도 없다


달은 차면 기울게 되어 있습니다. 상승속에 하락이 숨어있고 하락안에 상승이 숨어있습니다.

물론 누군가는 미국 주식시장을 예로 들어서 영원히 상승하는 시장도 있다고 말할 것입니다. 자본주의는 약한 인플레이션을 먹고 성장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입니다. 성장의 거울로 미국 주식시장은 꾸준히 올라왔습니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도 분명히 부침은 있었습니다.

당연히 마켓타이밍은 못 잡습니다. 그래서 누군가는 시기를 따지지 말고 무조건 주식을 매입하라고 말합니다. 그러나 제 생각은 조금 다릅니다. 이왕이면 사람들의 관심이 덜하고 밸류에이션이 쌀 때 주식 매입량을 늘리는 것이 좋습니다. 그리고 오래도록 보유할 회사도 있지만 싸이클에 따라서 비중을 늘리고 줄여야 할 주식도 분명히 있습니다.

상승속에는 하락의 씨앗이 싹트고, 하락중에는 상승의 씨앗이 싹튼다는 점을 잊으면 안됩니다. 그 어떤 회사도 세상의 모든 돈을 빨아들여 영원히 성장할 수는 없습니다.

오를때는 상승논리, 내릴때는 하락논리


지난 3월만 봐도 그렇습니다. "이제 충분히 싸니까 주식을 조금씩 사도 된다"라고 말했던 사람들을 대다수가 바보 취급했습니다. 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다들 말을 바꿨을 뿐입니다. 그레이엄도드 마을의 소수 현명한 투자자들이 3월 폭락에 주식을 용감하게 매수하였습니다.

그리고 부동산에서 넘어 온 큰 손들의 뭉텅이 자금이 매수세에 가담했습니다. 당시 주요 주식 커뮤니티의 분위기는 대부분 이랬습니다.

"코스피 지수는 1,000포인트를 깨고, 어디까지 떨어질지 모르니 섣불리 매수에 가담하지 마라"

그리고 제가 있던 몇몇 단톡방에서는 당시 지수 1,600 아래에서 대규모로 삼성전자를 매수하던 자금에다 대고 "돈만 많고 멍청한 사람들"이라는 표현까지 쓰는 것을 보았습니다.

지금은 정확히 그 반대입니다. 소수의 현명한투자자들이 시장에 경계심을 갖고 있습니다. 대부분의 시장 참여자들은 "무조건 GO"를 외치고 있습니다. PER, PBR도 필요없고, 꿈에다 투자하면 되고, 주식이 너무 쉽고, 전통회사는 버리고 고성장하는 회사에 가격 묻지말고 매수하면 된다'고 외치고 있습니다.

이를 부추기듯 언론에서는 연일 동학개미에 대한 찬사가 이어집니다.

지금 사람들은 코스피 지수가 3,000포인트를 갈 것이다, 5,000포인트를 갈 것이다하면서 저마다 지속적 강세장을 예상하고 있습니다. 물론 그렇게 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이것은 반복되는 시장의 흔한 반응입니다.

시장이 역대급 강세장의 한 가운데에 들어서면 사람들은 눈높이를 끝없이 높입니다. 반대로 시장이 조금이라도 폭락하면 눈높이는 그새 코스피 지수 1,000포인트 붕괴니 하면서 낮아집니다. 제 블로그의 글을 보는 분들은 현명하시니 안 그러실 줄 압니다. 그러나 많은 시장 참여자가 현재 좋은 건 좋게보고, 현재 나쁜 건 나쁘게 봅니다. 가격과 가치의 관계나 미래에 생길 변고에 대해서는 생각하려 하지 않습니다.

시장이 극단적일 때, 그 반대에 서십시오. 언제나 그렇게하면 중간 이상은 간다고 생각합니다.

상승장, 포트폴리오가 지수에 뒤진다면


주도 종목에 주식 100% 비중으로 투자가 되어 있거나 상승장에 풀 레버리지를 쓰지 않는 이상 지금과 같은 상승장에서는 포트폴리오가 지수를 이기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더욱 조급해집니다. 이럴 때 패닉 바잉이니 뭐니 하면서 무리한 수를 둘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그러나 투자는 어느 한 국면에만 하는 것이 아닙니다. 상승장, 하락장, 보합장이 알게 모르게 찾아오며 우리는 그런 국면을 수 없이 겪으면서 평생을 투자해야 합니다.

투자자마다 전략이 다를거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저는 그렇습니다. 지금과 같은 대세 상승장 때 수익을 바짝 내야 하는 것은 맞습니다. 훌륭한 기업을 좋은 가격에 샀다면 진득하게 보유하여 수익을 극대화해야 한다는데는 이견이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적지 않은 가치투자자들이 지수에 지고 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러나 우리에게는 보합장과 하락장도 있습니다. 상승장 때 지수보다 조금 뒤쳐지더라도 하락장에서 월등하게 덜 잃으면 됩니다. 그것이 누적되면 장기적으로는 지수를 이기게 됩니다. 그리고 궁극적으로는 지수를 이기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닙니다. 장기적으로 계좌 규모가 점진적으로 우상향하게 됩니다. 그리고 시간이 갈수록 복리로 불어납니다.

그래서 지금과 같은 시장, 특히 소수의 섹터가 멱살잡고 지수를 끌어올리는 시장을 보고 조급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조급해하면 반드시 일을 그르칩니다.

제 스스로의 무지함에 대해서도 인정합니다


저도 숫자 너머의 미래 가치를 놓치지 않으려고 항상 생각합니다. 그러나 제 상식을 벗어난 고평가 종목은 도저히 그림이 그려지지 않습니다. 그런 경우에 저는 모르는 것에는 접근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갖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그 고평가를 형성하는 해당 종목 주주분들을 폄훼할 마음은 없습니다.

저는 마음 속 한 구석에 저의 부족함과 눈 어두움을 잘 알고 살아갑니다. 제가 못 보는 것을 그 회사 주주들은 보고 있을테니까요. 거품을 만드는 주체 모두를 '불나방'으로 치부할 수 없는 이유입니다. 거품은 많은 투자자들의 희생을 부릅니다. 그러나 그들 중 일부는 살아남아 정말로 세상을 바꾸기는 합니다. 저는 그 거품에 도전한 많은 투자자들을 경외합니다. 그러나 저는 제 상식으로 이해되지 않는 거품 근처에는 가지 않습니다.

오르면 팔아야 할까?


요즘 일부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올까빠사'가 유행입니다. 소위 오르면 팔고, 내리면 산다라고 하는 말의 줄임말입니다.

이것은 종목에 따라, 상황에 따라, 가격에 따라 다 다릅니다. 어떤 종목은 오르면 팔아야 합니다. 곡식이 익으면 추수를 해야 하듯이 때에 따라 추수를 해야하는 종목이 있습니다. 이때, 매도를 전량할 것인지, 조금만 할 것인지, 또 한다면 얼마나 할 것인지, 나눠서 할 것인지 등에 관한 것은 모두 자금 관리에 관한 내용입니다.

또 어떤 종목은 매도하지 않고 거의 반영구적으로 보유해야 하기도 합니다. 영구적으로 성장할 것으로 기대되는 기업은 일시적으로 실적에 부침이 있다고 해도 팔면 안됩니다. 주가가 단기간에 급등하면 약간의 비중조절은 할 수 있지만 꾸준히 보유해야합니다.

이처럼 오르면 팔지 말지, 지속해서 보유할지 말지에 대해서는 수 많은 변수와 투자자의 자질에 따라 천차만별입니다. 모든 것은 유동적입니다. 투자를 하면서 절대적인 답을 찾으려고 하시면 안됩니다. 절대적인 답은 그 어디에도 없습니다.

2020년 9월 12일
송종식 드림


2020년 3월 29일 일요일

버핏, 현금, 인버스 그리고 한국의 가치투자자들

버핏이 마켓타이밍을 잘 맞춘다?!


이번 급락장 직전에 현금 비중이 높았던 버핏. 그래서 사람들은 그 이야기를 들어가면서 버핏이 마켓 타이밍의 귀재라고 주장합니다. 하지만 이는 분명히 오해가 다분한 의견이고, 버핏을 잘못 해석한 시각입니다.

열렬한 가치투자자들 중 많은 사람들은 틀림없이 버핏톨로지(buffettology)에 열광하는 버핏 추종자들이기도 합니다. 물론, 그 중 일부는 버핏톨로지에서 이탈하기도 합니다. 그리고 자신의 길을 가는 사람도 많습니다만, 그런 사람들 조차도 버핏의 인생관과 투자 철학에 토를 다는 사람은 별로 없을거라고 생각합니다.

버핏톨로지와 가치투자를 열렬히 지지하는 사람들은 버핏의 일거수 일투족을 수집합니다. 버핏이 살아 온 생애, 버핏의 사고 방식과 가치관, 버핏의 포트폴리오, 버핏이 내리는 의사 결정 과정 등 버핏의 모든 것을 수집하고 그에게서 하나라도 더 배우려고 귀를 열어둡니다.

굳이 버핏톨로지나 가치투자를 숭배까지는 안 하더라도 많은 분들께서, 특히 제 블로그에 오시는 분들은 더욱 그러하리라 생각합니다.

지엽적으로 버핏에 대한 자극적인 기사 몇 줄만 읽었거나, 버핏에 대해 다루는 책 몇권을 읽으면 버핏에 대해 오해하기 쉬운 것들이 너무 많습니다. '가치투자'와 '워런버핏'은 여기저기서 팔려다니며 고통을 당하고 있습니다. 심지어 차트에 줄을 그어가면서 회원들로 부터 회비를 받는 사람들도 버핏을 부지런히 팔아먹습니다. 버핏에 대해서 잘 모르면서, 이상한 이야기를 퍼트리는 사람들은 문제가 있습니다.

우리보다 앞서 간 선배 가치투자자들이 만들어 놓은 촘촘하고 탄탄한 투자철학, 그리고 버핏 사고관의 깊은 곳을 꾸준히 배우고 탐구한 분들은 아실거라 생각합니다. 버핏은 절대로 마켓타이밍을 맞춘다고 자신한 적이 없다는 사실을요. 또, 실제로 마켓타이밍을 맞추기 위해서 노력하는 사람도 아니구요.

2010년대 중후반 부터 있었던 버핏의 경고


2017년 부터 버핏은 본격적으로 미국 증시는 고평가라고 경고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2018년 부터는 포트폴리오에 현금 비중을 높여나가는 작업을 시작합니다.

2019년에는 연간 실적이 지수에도 뒤지고, 다른 구루들에게도 뒤진다고 조롱당하는 기사도 나왔습니다. 버핏의 실적은 50년을 펼쳐놓고 봐야하는 것인데, 늘 이런식으로 특정 구간만 잘라서 비교와 조롱을 당하는 것이 버핏에게 벌어지는 일 중 하나였습니다. 물론 당사자는 저런 소음들에는 신경도 안 쓰는 듯 합니다.

어쨌든 그리고 비로소 2020년 1분기에 시장이 붕괴되었습니다.

영원한 스승이자 멘토들 <워런 버핏, 찰스 멍거, 빌 게이츠>

시장 붕괴 직전, 버핏이 이끄는 버크셔 헤서웨이는 한화 약 150조 원 정도의 현금을 보유하고 있었습니다. 버핏은 시장 붕괴를 예측해서 이 현금을 일시적으로 만든 게 아닙니다. 수 년 간에 걸쳐서 조금씩 만들어 온 현금입니다.

버핏은 3월 초에 델타항공 주식 550억 원 어치를 매입했습니다. 그러나 이는 버핏이 가진 자산에 비하면 정찰병 수준도 안되는 소액입니다. 아마 그 이후 3월 중순에 시장 대폭락 때, 가지고 있던 현금을 비로소 많이 소진하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버핏의 원칙에 들어맞는 스트라이크 존에 공이 날아 들어 왔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버핏이 3월 중순 시장 대폭락 때 현금을 얼마나 써서 어떤 회사를 포트폴리오에 담았는지는 4월에 알 수 있습니다.

버핏 현금 비중 조절의 간단한 원리


아주 간단합니다. 싸고 좋은 기업이 많아지면 포트폴리오에서 현금 비중이 줄어듭니다. 반대로 시장 전체 밸류에이션이 점점 부담스러워지고 보유한 기업들도 과도하게 비싸지면 이 주식들의 비중은 점점 줄어들게 됩니다. 그러다 보면 자연스럽게 현금 비중이 높아지겠죠.

최근 버핏의 포트폴리오에서 현금 비중이 높아진 이유는 간단합니다. 미국 주식은 끝없이 과대평가 되어 왔고, 버핏은 막대한 현금을 보유하고도 '(비싸서) 투자할 곳이 없다'라고 토로해왔죠. 그러니 현금은 쌓일 수 밖에 없었습니다.

가치투자 철학을 제대로 실행하고 있고, 버핏의 가르침을 잘 따르고 있는 투자자라면 누구나 이렇게 하고 있을거라고 생각합니다.

기본적으로 버핏은 이 원칙 아래에서 주식-현금 비중을 조절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주식을 늘리다 보니 현금이 줄고, 주식을 줄이다 보니 현금이 늘게 되는 것이죠. 아주 간단합니다.

물론, 버핏이 바텀업 투자자라고 해서 거시에 대한 식견이 없는 사람도 아닙니다. 거시를 보는 충분한 눈과 혜안이 있지만 참고만 할 뿐 그것을 예측하려 들지는 않습니다. 본인 입으로도 단기간의 거시나 주가는 예측하지 못 한다고 수 없이 이야기를 해왔습니다.

그리고 버핏에게는 플로트(float)라고 하는 강력한 현금흐름이 존재합니다. 버핏은 몇개의 보험사를 소유하고 있습니다. 보험사는 고객들로부터 보험금을 받아서 가지고 있습니다. 재무제표 상에서는 '부채'로 잡힙니다. 그러나, 당장 돌려 줄 필요가 없이 자유롭게 활용이 가능한 재원입니다.

버핏은 이 플로트 덕분에 세계에서 자금 조달을 가장 저렴하게 하는 사람이기도 합니다. 아마 지구상에서 버핏보다 외부 자금을 싸게 유치하는 사람은 거의 존재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고평가 된 주식을 팔면서 확보하는 현금에 더해, 보험사에 꼬박꼬박 쌓여가는 이 플로트를 합하면 버핏의 버크셔헤서웨이는 현금이 마르지 않는 화수분과도 같습니다.

버핏과 풋옵션


버핏은 파생상품을 장기간 다뤄 온 사람입니다. 이를 갖고도 버핏은 마켓타이밍을 맞추는데 귀재라고 말하는 분들도 계십니다. 이것도 사람들의 오해 중 하나입니다. 

버핏의 거의 모든 자산은 버크셔헤서웨이 지분입니다. 그리고 버크셔헤서웨이는 기본적으로 기업의 지분을 보유하는 지주사입니다. 버크셔가 가진 거의 대부분의 자산은 기업의 지분 즉, 주식이거나 현금입니다. 가끔 버핏이 파생상품의 포지션을 갖게 되는 것은 마켓타이밍을 재려는 것이 아닙니다.

파생상품을 통해서 보유 중인 위험을 헤지(hedge)하거나, 차익거래(arbitrage)의 기회가 있을 때 이를 가끔 활용하는 정도입니다. 그 마저도 전체 포트폴리오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극히 일부에 불과합니다. 누군가들 처럼 옵션이나 인버스와 같은 파생상품에 전체 포트폴리오를 '몰빵'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버핏이 시장 자체를 매도했던 풋옵션의 만기기간은 무려 20년이었습니다. 2006년의 일이고 규모는 140억 달러였습니다. 140억 달러라고 하면 규모가 어마어마 하긴 하지만 버핏이 가진 포트폴리오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큰 편이 아니었습니다. 

이를 호도해서 버핏도 파생상품 거래를 하며, 마켓타이밍을 재는 데 귀재라는 식의 주장을 하는 것은 잘못된 오해라고 생각합니다.

버핏은 기본적으로 자본주의와 미국의 미래에 대해 낙관론을 갖고 있는 사람입니다. 투자 태도 자체도 기업의 지분을 장기간 보유(long)하는 사람입니다.

바텀업 투자를 하더라도 거시 분위기는 파악이 된다


가치투자자들은 거시보다 투자중인 기업에 더 집중합니다. 그리고 탑다운보다는 바텀업 투자자들이 많습니다. 좋은 기업을 먼저 발굴하고, 기업을 공부해 나가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거시의 분위기도 알게되는 식입니다. 물론 시대의 흐름이나 사회의 변화를 보고 위에서 아래로 종목을 발굴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어쨌든 보수적인 투자자라고 해서, 그리고 바텀업 투자자라고 해서 인류 사회가 나아가는 커다란 방향에 대해서 무지하거나 관심이 없는 것도 아닙니다. 늘 사회가 나아가는 방향에 대해 공부하고 더듬이를 세우고 있고, 또 그런쪽으로 관심도 많이 가집니다. 또한, 매크로 분석가들이 다루는 여러가지 시장이나 관련 지표에 대해서도 모르는 게 아니라 알고는 있습니다.

다만, 가치투자자들은 '거시의 단기 방향성이란 인간이 알 수 없는 것이다'라는 대원칙 아래에서 거시의 단기 방향성 예측을 하지 않기 위해 주의를 기울일 뿐입니다. 내가 할 수 있는 일과 없는 일은 확실히 구분지어 그에 따라 행동합니다.

포트폴리오에 포함된 기업들을 팔로업 하다보면 현재 시장의 상태에 대해서도 자동으로 파악이 됩니다. 가끔 시장 전체를 대상으로 스크리닝을 진행해도 현재 시장이 고평가 상태에 있는지, 저평가 상태에 있는지 금방 알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런 눈에 보이는 것들 외에도 주변 사람들이 시장을 대하는 태도나, 언론의 논조 등 비숫자적 요소를 통해서도 얼마든지 현재 시장이 사람들이 환호를 하는 영역인지, 패닉에 빠진 상태인지를 알 수 있습니다.

굳이 거시와 관련된 온갖 지표를 동원해서 분석을 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거시 지표를 다루면서 돈을 버는 분들도 계시겠지만 제 주변의 가치투자자들 중에서는 거의 못 본 것 같습니다.

미국 가치투자자들과 달랐던 한국 가치투자자들의 입장


미국의 가치투자자들과 한국의 가치투자자들은 입장이 달랐습니다.

미국 시장은 지난 10년 간 정말 끝도 없이 올랐습니다. 미국 시장의 펀더멘털이 워낙 튼튼하기도 하지만, 밸류에이션은 많은 보수적 투자자들이 용인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서고 있었죠. 절묘하게 국내에서 미국 주식 투자 열풍이 불기도 했었고요. 그들 사이에서 미국 시장은 절대로 하락하지 않는다는 이상한 믿음까지 생길 정도였습니다.

미국을 비롯해서 전 세계 시장이 강세장으로 쭉쭉 상승할 때도 우리나라는 소외돼 있었습니다. 코스피 지수가 2,000선을 유지할 때, 한국 시장이 전체적으로 싸냐 비싸냐에 대한 논란은 쭉 있기는 했습니다.

우선 단순한 숫자만 놓고보면 코스피 지수가 2,000위에서 놀 때도 시장은 매우 싼 수준이었습니다. 이번 대폭락이 발생하기 직전까지도 PBR은 2008년 금융위기 수준으로 내려와 있었기 때문입니다. 여기서 PBR 무용론과 같은 것들이 나올텐데, 이야기가 너무 길어지고 복잡해지니까 그 부분은 일단 패스하겠습니다. 이 부분은 기회가 되면 따로 다른 글에서 다루어 보고 싶습니다.

- 미국 시장 붕괴직전, 각국의 GDP대비 증시 시가총액 비율 -
미국은 무려 150%에 육박하였습니다. 이 지표만 놓고보면 역사상 최고로 고평가 된 상태였고 폭주 기관차처럼 상승을 향해 돌진하는 상태였습니다. 반면에 한국 시장은 72%로 역사를 놓고 봐도 싼 구간에 있었습니다. 글로벌 상승장에서 철저히 한국은 소외된 것입니다.
<출처 : Trading Economics>

그리고 지수가 2,000위에서 놀 때는 물론이고 지금도 싸지 않다라고 주장하는 입장도 있습니다. 단순한 멀티플 지표들만 보면 싸지만, ROE와 같은 수익력, 그리고 대한민국의 암울한 경제 성장률, 피크를 치고 하향세를 걸을 것 같은 한국의 미래 등을 생각하면 여전히 한국 시장은 비싸다고 보는 시각도 적지 않습니다.

이런저런 시각들을 차치하고 저는 시장을 싸다고 보는 입장이었습니다. 그리고 개별 종목으로 들어가면 말도 안되게 싼 종목들이 널려 있었습니다. 코스피 지수 2,000 위에서도 말이죠.

코스피 지수 2,000포인트는 비쌌나?


싸고 좋은 기업이 굴러다니는 한국 시장에 투자하는 바겐헌터였다면, 계좌의 비중에서 주식이 낮을 수 없었을거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투자자의 성향에 따라서 현금 비중은 달랐을 수는 있습니다. 그런데, 시장 폭락을 미리 예견하고 현금 100%를 만들어 놓았다면 1) 트레이딩에 대단히 재능이 있는 천재이거나, 2) 행운이거나, 3) 신이거나, 4) 거짓말이거나 넷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만약에 시장 폭락전에 이미 주식 비중이 70%, 현금 비중이 30%였다고 가정하겠습니다. 사실 가치투자를 지향하는 분들 중에서는 "Fully Invested" 원칙을 지키는 분들도 굉장히 많으실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니 저평가 된 한국 시장에서 현금 비중을 30%나 가지고 있었고, 그것이 하필 시장이 붕괴되기 직전이었다면, 그것이 대단한 행운이었음에는 틀림이 없습니다.

시장이 2,000선을 붕괴하고, 1,900선과 1,800선을 차례로 붕괴할 때 개별 종목은 어땠을까요? 그것은 이미 며칠 전에 우리가 겪은 일이기 때문에 누구보다 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께서도 잘 아시리라 생각합니다. 지수가 무너지면 개별 종목은 처참하게 박살이 납니다.

원래도 싸다고 생각해서 사 두었던 기업들인데 안전마진이 더욱 쭉쭉 벌어집니다. 시가배당율은 폭등하죠. 그런 상황에서는 기본적 분석과, 기술적 분석이 모두 무용지물이 됩니다.

오로지 시장 참여자들의 공포에 질린 매도와 부정적 센티만이 시장을 장악합니다.

말도 안되는 멀티플에 쭉쭉 벌어진 안전마진을 보고도 매수하지 않는 다는 건 힘든 일입니다. 시장 붕괴때 싼 주식들은 싸다고 말하는 것 자체가 의미가 없을 정도로 매도세에 짓눌려 버립니다.

대부분의 한국시장 가치투자자에게 폭락장은 '그림의 떡'이었다


생각해 볼 문제가 하나 있습니다. 이미 시장이 붕괴되기 전에도 포트폴리오에서 주식 비중은 70%라고 했습니다. 시장이 1,800과 1,700을 순식간에 붕괴 시키면서 갖고 있던 30%의 현금을 소진했다고 가정합시다. 이 경우에 물타기 효과가 극적으로 나타나기는 힘듭니다.

만일, 30%의 현금을 지수가 100포인트 빠질 때마다 5번으로 쪼개서 매수하기로 했다고 해도 물타기 효과는 미미합니다. 그리고 마지막 5번째 현금을 이번에는 태우지도 못 했을겁니다. 지수가 1,400포인트를 깨지 않았으니까요.

속된 말로 지수 1,500포인트 이하에서 낙엽처럼 떨어진 기업들을 유의미하게 '줍줍'했으려면 현금을 최소 60~70% 이상 보유한 상태여야 했습니다. 그리고 그 현금으로 기계적 물타기고 뭐고 주식을 단 한주도 사지 않고 기다렸어야 합니다. 비로소 지수 1,500이 깨지자마자 현금을 한번에 몽땅 태워넣어야 합니다. 그래야 시장 폭락을 나름대로 잘 이용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게 의미가 있나요? 의미가 전혀 없습니다. 가능한가요?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그 이후에 진짜 코스피가 900까지 갔으면 어땠을까요? 주가가 기업가치 만큼 회복할 때까지 '존버'하면서 기다리는 입장이 되었을 것입니다. 저와 같은 입장입니다. 반대로 지수가 1,610포인트 쯤에서 바닥을 찍고 반등을 했다면요? 주식을 단 한 주도 사지 못했을 것입니다.

그래서 저는, '언제 뭘 했어야지. 왜 내말 안 들었어? 이 초보들아!' 이런류의 이야기를 좋아하지 않습니다.

정리해보면 미국 시장과 달리 한국 시장은 항상 싼 구간에 있었습니다. 개별 종목으로 들어가면 헐값에 거래되는 종목이 많았습니다. 그래서 시장이 붕괴되기 전에 주식 비중을 낮게 유지하는 것은 가치투자자라면 불가능 한 일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일부 현금을 갖고 있었더라도 물타기 효과는 미미했을 것이라고도 생각합니다. 그리고 바닥을 함부로 단정하기도 힘든 일이므로 적지 않은 가치투자자들이 지수가 1,600포인트나 1,700포인트에 도달하기 전에 거의 대부분의 현금을 소진하였으리라 생각합니다. 그러니 대부분의 가치투자자들에게 시장 폭락은 '그림의 떡'에 불과할 것입니다.

투자와 별개로 꾸준한 현금 흐름이 있는 투자자였다면 폭락을 기회 삼아서 신나게 주식을 샀을거라고 생각합니다.

어쨌든 이것은 절대로 바닥을 잡으려는 태도가 아닙니다. 나의 능력으로 시장 예측은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기에 할 수 있는 행동입니다. 그것을 초보자로 매도하거나 성급했다고 매도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것은 매우 불합리하고 잘못된 태도라고 생각합니다. 다 각자의 방식이 있는 것이니까요.

떨어지는 칼날 받기 vs. 땅에 꽂힌 칼날 뽑기


좋은 기업을 사도 되겠다 싶을 때 되도록 가격이 오르든 내리든 상관하지는 않는 편입니다. 다만, 단기 급등한 종목은 어지간하면 사지 않습니다.

이번처럼 급격하게 떨어지는 칼날을 받는 것을 좋아하는 편입니다. 칼날이 떨어질 때는 매수호가를 다소 아래 걸어놓습니다. 그래도 부담없이 체결이 척척 잘 됩니다. 어차피 제가 생각하는 기업의 적정가가 있는데 그것보다 훨씬 싼 가격에, 그것도 그보다 더 아래 호가에 드르륵 체결이 되니 저는 기분이 좋습니다.

그리고 제 체결가보다 주가가 훨씬 더 내려가도 기분이 아무렇지 않습니다. 맞으면서 희열을 느끼는 성격인 걸 주식투자를 하면서 아주 조금 알게 되었습니다(...)

반대로 칼날이 땅에 다 꽂히고 나서 시장이 반등을 주면 그때서야 비로소 매수를 시작하는 분들도 있습니다. 하락하는 종목을 분할로 매수하든, 하락이 진정하고 분할매수하든 그것은 아주 사소한 차이에 지나지 않습니다.

회사의 적정한 가치를 알고 있고, 그 가치보다 현저히 쌀 때 매수한다는 원칙만 지키면, 길게 보았을 때 작은 트레이딩 기술이 수익률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합니다.

어쨌든 기업분석과 가치평가 과정이 없다면 언제 사야할지 감을 못 잡게 됩니다. 떨어지는 칼날은 바닥을 기다린다고 못 잡게 되고, 반등하는 상황에서는 데드캣 바운스가 아닐까 싶어서 무서워서 못 삽니다.

하락의 칼날이 거셌다면 반등의 불기둥도 거셀 가능성이 높습니다. 변동성이 큰 시장이 연출될 가능성도 높습니다. 이번에도 어김없이 그랬습니다. 가치평가를 하지 않고 주식을 사려는 분들은 대부분 발바닥의 각질까지 잡으려고 합니다. 그런 분들은 하락세가 진정되고 시장이 반등하기 시작하면 주식을 사겠다고 다짐합니다. 그러나 이는 결코 쉬운일이 아닙니다.

어찌됐든 두 방식 모두 바닥을 못 잡는다는 가치투자자들의 겸손한 태도에서 오는 폭락장 대응 매수 방식이라는데는 이견이 없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폭락을 예견할 순 없지만 폭락이 시작되었을 때 현금을 들고 기다리는 것도 인내, 그리고 주식을 채우고 기다리는 것도 인내입니다. 약간의 방식만 다를 뿐 샀다 팔았다 하면서 실수하는 사람이 아닌 한, 인내하는 사람들의 결과는 장기적으로 좋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남들이야 뭘 하든, 어떻게 하든..


정상인 것과 비정상인 것


포지션을 다소 길게 보고 롱 또는 숏 포지션을 잡고 있는 사람은 정상입니다. 그러나 하루 급등하면 좋아하고, 하루 폭락하면 힘들어하며 '일희일비'하는 태도와 멘탈은 비정상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우직한 황소와 곰은 돈을 벌지만, 돼지와 양은 도살당한다"라는 격언이 있습니다. 방향성을 어디로 보든 우직하게 포지션을 유지하는 사람은 돈을 번다는 의미입니다. 돼지는 급등락하는 시세에 끌려 다니며 분별없이 트레이딩을 하다가 돈을 잃는 탐욕스러운 트레이더를 지칭한 동물입니다. 양은 뉴스나 남의 이야기, 그리고 시세에 끌려다니면서 일희일비하다가 돈을 잃는 겁쟁이 투자자들을 의미합니다. 주식투자자는 필연적으로 변동성을 이겨내거나 이용해야지, 이용당하면 안됩니다.
<이미지 출처 : unsplash.com>

운이든 실력이든 폭락 직전에 잘 피한 사람은 정상입니다. 그리고 마켓타이밍을 재지 않겠다고 보유 주식을 꽉 쥔 채 시장 폭락을 그대로 두들겨 맞고 있는 사람도 정상입니다. 그러나, 시장이 폭락하고 나서 "내가 폭락한다 그랬지? 내말 맞지?" 하면서 우쭐대는 태도는 비정상입니다. 반대로 시장이 조금 반등한다고, "거봐 존버하면 된댔지? 내말 맞지?" 하며 우쭐대는 것도 비정상입니다.

무엇보다 어떤 투자관을 갖고 있든, 어떤 포지션을 유지하든, 어떤 의견을 피력하든 모두 정상입니다. 그러나, 자신과 생각이 다르다고 상대를 모욕하거나, 깔 보거나, 싸우고 물어 뜯거나 하는 것은 모두 비정상입니다.

남은 남이고 나는 나이고, 내 할일만 잘 하면 됩니다. 그리고 사람들의 다양한 의견을 들어보고 '이렇게도 생각들을 하는구나' 하고 말면 됩니다. 굳이 욕하고 싸우고 인신공격을 하면서 적을 만들고 기분이 상하는 행동들을 왜 자초하는지는 이해가 잘 안갑니다. 그런다고 반대 포지션을 잡고 있는 상대가 나에게 설득 당하지 않습니다.

현금을 빨리 소진한 사람더러 초보라고?


얼마 전, 충격적인 글을 읽었습니다. 코스피 지수 1,700포인트 붕괴전에 현금을 소진해버린 사람을 소위 '초보'라고 낙인을 찍어버린 글이었습니다. 글에서 글을 읽는 사람들에 대한 배려나 겸손이라고는 단 1도 찾을 수 없었습니다.

되묻고 싶습니다. 지수 1,500대에 생에 처음으로 주식 투자를 시작한 사람에 비하면 지수 2,000포인트 위에서 주식을 보유하고 있던 자산운용사 대표들은 '초보'인가요? 이 얼마나 근시안적인 발언인가 싶습니다.

저는 현금을 미리 소진하고 주식을 장기 보유하는 분들도 존중하고, 현금을 들고 기다리는 분들도 존중하고, 단타를 하는 분들도 존중하고 시장 참여자는 다 존중합니다. 각자의 뷰가 다 같을 수 없고, 그러기에 시장이 존재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다만, 저는 가치투자자이기에 기업의 가격이 내재가치보다 저렴해지면 조금씩 매수하는 원칙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가격이 떨어진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주식을 내다 팔지 말자는 원칙을 지킬 뿐 입니다. 저는 저의 방식대로 하는 것이고, 각자 자기 원칙과 방식대로 할 뿐인거죠.

위에서도 잠시 언급했지만 지수 2,000포인트 위에서도 우리나라엔 싼 회사들이 도처에 널려 있었습니다. 주식 비중이 이미 높았다면 시장이 붕괴되는 것을 보면서도 별로 손 쓸게 없었을겁니다. 시장의 변동성이 극대화 되기 직전에 포트폴리오 내 현금 비중이 일시적으로 높아졌다면, 이는 행운이 크게 작용한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인버스 한번 제대로 탔다고 해서 '거 봐라 내말 맞지? 시장 폭락하지? 내가 인버스 사라고 했잖아' 하면서 신내림 행세를 하는 것에는 고개를 갸우뚱 하게 됩니다. 게다가 주식 비중이 높은 사람들을 '초보' 취급 해버리는 것은 다른 투자자들에 대한 대단한 결례라고 생각합니다.

고장난 시계는 하루에 두번은 맞으며, 시장에서는 무수한 투자자와 트레이더가 다양한 예측, 대응, 포지션 구축을 하고 있습니다. 그러니 누군가가 던지는 장세 예측은 반드시 누군가는 맞히게 돼 있습니다. 다만, 그 사람이 한번도 틀리지 않고 앞으로의 모든 장세를 예측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저는 장세 예측에 회의적인 입장입니다.

인버스 보유에 대해..


시장 붕괴 전, '신용잔고가 높은 상태고 미국 시장이 비쌌다' 이것 까지는 동의합니다. 그런데, 그래서 '인버스에 비중을 싣고 기다렸다' 이 이야기엔 동의하기가 조금 힘듭니다. 이건 전형적인 사후 확신 편향에 불과합니다.

인버스 ETF는 감쇄 효과 때문에 장기 보유를 할수록 손해가 나는 구조입니다. 특히, 2배수 이상의 인버스는 손해가 더욱 커집니다. 시장이 상승하면 당연히 손실은 눈덩이처럼 커지고, 시장이 보합세를 유지하더라도 손해가 납니다.

미국 시장이 언제 붕괴할지, 우리나라의 신용잔고가 언제 폭파될지 알고 이런 파생 ETF를 몰빵하거나 비중을 싣는다는 것인지 선뜻 이해가 서지 않습니다. 저는 그 정도의 타이밍을 맞출 능력이 없어서 그런 것 같습니다.

단, 만약에 국내 시장의 밸류에이션이 매우 부담스러운 상황이었다고 가정하면 잠시나마 극히 일부 비중에 한해서 인버스 ETF를 헤지 차원에서 보유할 수 있었다고는 생각합니다. 미국 처럼 도저히 살만한 주식이 안 보일 정도로 고평가 된 시장이었다면요.

인버스를 헤지 차원에서 보유하는 것에 대해서도 각자 취향 문제기 때문에, 인버스로 헤지가 되냐 안되냐 같은 걸로 논쟁을 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제 입장은 인버스 보유 자체에 회의적인 입장입니다. 인버스를 보유한다는 것 자체가 일정 부분 마켓타이밍을 잰다는 이야기입니다. 그 결과는 틀릴수도 있어서 2배 짜리 인버스나 sqqq 같은 것을 잘못 보유하면 상승장에서 오히려 일정 부분 소외되는 효과를 낳을수도 있습니다.

다른 방법도 존중하지만 제 개인 취향은 할 수 있다면 비싼 종목의 비중을 줄여서 현금을 보유하는 것입니다. 주가가 가치보다 싸지면 시세를 재거나 바닥을 잡으려는 시도 자체를 하지 말고 주식을 늘리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가치투자자에게 가장 좋은 헤지 수단은 현금흐름이 창출되는 다른 일을 갖고 있는 것이겠죠.

제가 인버스를 포함해서 숏을 안 좋아하는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100만원을 투자한 후, 연속해서 15%씩 마이너스를 열번 맞으면 계좌에는 여전히 19만 6,870원이 남죠. 반대로 15%씩 플러스가 10번 연속해서 나면 계좌는 404만 5,557원이 됩니다. 19만 6,870원이 원금 100만원이 되려면 407.9%의 수익률이 필요하구요.

상방으로 가는 복리는 갈수록 어마어마하게 커지지만 하방으로 가는 복리는 갈수록 작아집니다. 레버리지 없이 좋은 기업을 싸게 사서 기다리면 폭락장이 두렵지 않은 이유입니다. 그러나 시장이 아무리 폭락해도 인버스의 상승률은 제한됩니다. 상방은 기대이익이 무한대이지만 하방은 0이 끝이니까요. 하방을 보는 파생상품에 레버리지를 건다면 위험은 더욱 배가 됩니다.

또, 기업의 주식을 보유하면 생산수단을 소유하지만 인버스를 그나마도 헤지 용도가 아니라 몰빵 용도로 보유하면 공허만 소유한다고 봅니다. 폭락장 10년을 기다려서 겨우 인버스 50% 수익난 게 자랑할 수익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나마도 마켓타이밍 재다가 헛발을 디딜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경영하는 회사의 주가가 펀더멘털 요인과 관계 없이 떨어진다고 해서 자기 회사의 주식을 내다파는 경영자는 없습니다. 오히려, 이번 폭락장에서도 재벌은 물론이고 온갖 중소기업 오너들까지 자사주 매입에 열을 올렸습니다.

장기적으로 승자는 주주들과 기업가들입니다. 인류는 늘 발전했고 장기적으로 긍정이 부정을 이긴다고 믿습니다.

* 주식 격언 : 하락장 때 주식을 보유하고 있지 않은 사람은 상승장 때도 주식을 안 갖고 있다.

2020년 3월 29일
송종식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