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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12월 8일 목요일

진정한 자유


인간은 통제 당하고 억압당할 때 심적으로 큰 고통을 느낍니다. 인간의 역사는 자유를 쟁취해 온 역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만큼 인간에게 '자유'는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가치입니다.

포괄적 의미의 자유는 우리가 지켜야 할 지상최대의 가치입니다. 국가적으로도 그렇고, 개인에게도 그렇습니다. 개인적인 수준으로 시야를 낮춰봅시다. 우리가 추구하는 가치의 종류는 아주 많습니다.

사유의 자유, 거주와 이동의 자유, 종교의 자유, 집회 결사의 자유 등 모두 다 꺼내면 헤아릴 수 없을 정도의 자유를 나열할 수 있을 것입니다.

최근 가장 화두가 되었던 것은 '경제적 자유', '시간적 자유'가 아닌가 싶습니다. 물론 자본주의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두 가지의 자유는 아주 중요합니다.

하지만 두 가지만 좇으면 공허합니다. 그리고 두 가지를 얻게 되더라도 여전히 자유를 얻지 못하고 방황하는 사람들을 많이 봅니다. 경제적 자유와 시간적 자유는 일부 정신적인 부분의 자유도 보장하는 필수불가결한 요소이기는 합니다. 그러나 가만히 들여다 보면 '물질', '시간', '공간', '육체'와 관련된 물리적 자유입니다.

더 나은 공간을 선택하고, 내 마음대로 시간을 쓰며, 내 육체(+정신)를 조금 더 편안하게 보살피고자 하는 욕구가 그것입니다. 하지만 그것을 얻고도 여전히 자유를 갈구하고, 사랑을 갈구하며, 타인에게 눈치보는 삶을 살고, 더 높은 수준의 금전적 이익을 얻기 위해 혈투를 벌이는 사람들을 봅니다.

왜 그런가 오래도록 생각을 해왔습니다. '절제부족', '탐욕'같은 단어들로는 생각을 매듭짓지 못했습니다.

그러다가 오늘 아침에 문득 어떤 희미한 해법 근처에 다다른 느낌이 들었습니다. 

"우리는 타인에게 욕먹을 자신과 비난을 감수할 자신이 없다."

타인의 시선에 연연하지 않는 사람들은 그래도 꽤 많아졌습니다. 하지만 그런 사람들조차도 타인들에게 욕을 먹거나 비난을 당하는 것은 감당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입니다. 그것조차 기꺼이 감당해 낼 수 있는 마음의 근육이 있을 때, 그 사람은 비로소 진정한 자유, 그 어딘가에 다다른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인스타그램에 현실과 괴리가 큰 럭셔리한 삶을 쉼없이 공유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그런 사람들보다 3천 만원 짜리 낡은 지방 아파트에서 김밥으로 끼니를 때우며 사는 삶을 공유하는 독거노총각님이 진정한 '자유'라는 진리에 몇 발자국 더 가까이 다가간 사람은 아닐까 싶은 생각도 듭니다.

제 경우를 예로 들겠습니다. 저는 솔직히 경차만 있어도 충분합니다. 그러나 남들 보는 눈 때문에 포르쉐나 벤틀리 같은 브랜드로 다음 차량을 바꾼다면, 저는 아직 진정한 자유에 도달하지 못한 속박된 사람인 것이지요.

물론 그 반대 경우도 있습니다. 슈퍼카를 너무 좋아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페라리 296 GTB 정도는 우리가 군것질 하듯이 살 수 있는 재력도 갖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타인의 눈을 의식해서 군침만 다시며 제네시스를 타고 다닙니다. 그 역시 자유에 도달하지 못하고 속박 당하며 살고 있는 것입니다.

내 기분, 내 생각, 내 의사결정, 내 인생에 타인의 속박이나 시선 그리고 굴레의 영향이 조금도 들어오지 않아야합니다. 그것이 자유로 가는 길입니다. 어쩌면 세상은 나에게 관심이 없는데도 스스로 만들어 놓은 무형의 정신적 감옥에 스스로 갇힌 것일 수 있습니다. 그것을 깨야 자유의 길에 한발 내딛는 것이겠죠.

1,000억 부자에게 고개 숙이고, 서울대 출신에게 주눅들고, SPA 옷을 입는 것이 부끄럽고, 브랜드아파트에 살지 못해 고개를 들지 못하는 삶을 살고 있습니까. 자유의 반대편에 서서 속박당하며 살아가고 있는 것입니다. 

누군가의 비난을 받을까, 사람들의 조롱을 당할까, 남들이 어떻게 볼까 싶어서 욕구를 감추고 살고 있나요? 하고 싶은 일을 주저하고 있나요? 자유의 반대편에 서서 감옥생활을 하고 있는 것입니다.

저의 또 다른 인터넷 필명이 '보헤미안'입니다. 어쩌면 저도, 제가 갈구하는 보헤미안들도 이미 답을 알고 있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2022년 12월 8일
송종식 드림


2021년 1월 28일 목요일

망할 회사 다니느니 전업투자 한다고?

안일한 생각을 가지고 살면 회사보다 먼저 망합니다.


어제 이와 같은 제목을 가진 신문기사를 보았습니다. 인터뷰이 중 한 분은 10억 원 정도를 들고 전업투자를 하신답니다. 나이에 비해 운용하는 금액이 큰 금액이니만큼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을까 싶어 기대하고 기사를 읽어내려갔습니다. 그러나 저의 기대와는 달리 상당한 우려를 안고 기사를 읽어 내려가게 되었습니다. 일부의 이야기로 전체를 일반화 할 수는 없습니다만 여기에 나오는 분들이 2030 동학개미 상당수가 갖고 있는 생각이라면 곳곳에 위험한 인식이 너무 많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부분을 조금 지적하고 정리해 보았습니다.

투자 철학이나 방법론엔 옳고 그름이 없습니다. 모두의 철학과 방법론을 존중합니다. 그렇다고 해도 방법론과 철학을 망라하고 공통적으로 중요한 기저들이 있습니다. 그것은 꼭 지켜야 하는 것입니다.

아래는 신문 기사에 나온 이야기를 발췌하였으며, 그에 대한 저의 생각을 정리한 것입니다. 문체는 평어체이니 양해를 부탁드리겠습니다.

현아 : 처음 주식을 시작한 지 얼마 안돼 코로나19(COVID-19)로 상승장과 하락장을 피부에 와닿게 경험했다. 어린 나이에 굉장히 좋은 자양분이 됐다고 생각한다. 증시가 마치 살아있는 생물처럼 빠르게 반응하는 모습이 신기했다. 학교 커뮤니티에서도 글 하나 안 올라오던 게시판에 수익 자랑글이 부쩍 늘었다.
종식 : 앞으로 어떤 상황이 오더라도 굴하지 않고 평생에 걸쳐서 투자를 하겠다 하면 작년의 증시 급등락이 '좋은 경험', '좋은 자양분'으로 작용한다는데 동의한다. 다만 그것이 진정한 투자자로서의 경험인지 그냥 일시적 겜블의 즐거움인지를 짚고 넘어가야 한다. 지금이야 지수가 역사상 최고가에 위치해 있는 강세장이다. 강세장의 한복판에서는 저런 변동성이 경험으로 여겨지고 즐거움으로 여겨질 수 있다. 그러나 시장 분위기가 변해도 과연 그러할지는 의문이다. 아마 투자자의 자질이 있는 소수의 사람들을 제외하면 학교 커뮤니티에 주식글을 쏟아내는 사람들 대부분이 '역시 주식시장은 사기판이네'하면서 사라져 있을 것이다. 역사는 반복되어 왔다. 작년의 폭락장은 역대급이었지만 회복도 굉장히 빨랐다. 이후 유동성에 의한 1년여간의 상승장은 새로이 증시에 입성한 투자자들이 시장을 만만하게 볼만한 여러가지 여지를 남겼다. 그러나 시장은 만만하지 않다. 1년이나 2년 동안 시장이 매일 피를 뽑듯이 야금야금 빠지는 그런 지루한 하락장이 지속한다면 과연 이를 버틸 수 있는 투자자는 얼마나 될까? 그런 장세를 겪어봐야, 자신이 진짜 투자자의 자질이 있는지, 아니면 그냥 겜블에 잠깐 빠져들었다가 스쳐갈 그저 그런 사람인지를 알 수 있다.

성효 : 개인적으로 개인이 주식을 해서 수익을 못 내는 이유는 공매도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종식 : 개인이 주식 투자를 통해서 수익을 못 내는 것은 잘못된 투자 습관 때문이지 공매도 때문은 아니다. 훌륭한 투자자가 되려면 남 탓을 하면 안된다. 공매도가 활발한 시장에서도 롱 온리 포지션으로 수익을 잘 내는 사람들은 꾸준히 잘 냈다. 개인투자자들 중에 꾸준히 잘 하시는 분들도 많다. 공매도가 없어도 손실을 내는 사람은 낼 것이다. 그때는 무엇을 탓 할것인가?

성효 : 비슷한 질문을 종종 받는데 당연히 직장을 포기하고 주식을 하라고 대답한다.
종식 : 상승장이라서 시장을 만만하게 봐서 나오는 소리다. 절대 안된다. 사람마다 모두가 처한 상황이 다르다. 그리고 투자 실력도 다르고, 소비하는 생활비도 다르다. 수용 가능한 리스크의 크기와 목표 수익률의 크기도 다르다. 하여튼 모두가 다 다르다. 일란성 쌍둥이라도 다를것이다. 만인이 보는 언론에, 그리고 자기 주변의 모든 사람에게 '회사를 그만두고 전업투자를 하라'고 일률적으로 조언하는 것은 굉장히 위험한 조언이다. 주장자의 말대로 국민 대부분이 대기업이 아닌 회사에 다니고 있겠지만 그래도 월급은 꼬박꼬박 나온다. 회사가 망해서 없어지더라도 밥벌이를 할 수 있는 몸값을 키우는게 먼저다. 특히, 20~30대라면 자신의 가치를 키우는게 먼저지 절대 주식투자가 먼저가 돼서는 안된다. 물론 투자는 일찍 시작해야한다. 자산이 별로 없는 사회 초년생이라도 그렇다. 다만, 그렇기에 사회 초년생때는 노동으로 얻는 수입의 크기를 절대로 무시 못한다. 사업이든 자영업이든 직장이든 부지런히 다니면서 노동 소득을 얻고 그것을 절약하여 주식 등 자산으로 전환시켜 모아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얻을 수 있는 현금흐름을 포기하고 곧장 주식투자에 뛰어들어 전념하라는 것은 너무 리스크가 높고 무모한 조언이다. 그것이야 말로 잘되는 사람은 극소수이고, 망하는 사람은 대부분이다. 직장, 자영업, 사업, 사이드잡, 부업 등 현금흐름이 들어오는 구멍을 다양하게 구축하고 그것을 통해서 구축한 자산의 규모가 직장 급여를 압도적으로 능가할 때 직장을 그만두는 것을 추천한다. 현금흐름은 흘러서 들어오는 물이고, 자산은 고여서 쌓아두는 물이다. 흘러들어오는 물이 적은데 어찌 고인물이 많아지나. 그리고 또 하나 생각해야 하는 것이 있다. 경제적으로 시간적으로 무제한의 자유를 가진 사람들 중에는 출퇴근 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미디어에 매일 노출되는 기업 회장님들도 그렇고, 주변에서 그런 사람들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놀고 먹는 것도 좋고 경제적 자유도 좋지만 그것을 넘어서는 삶을 사는 것도 고려해 보아야 한다. 나의 자유 다음에는 세상에 대한 기여에 대한 생각도 해볼 수 있는 사람이면 좋겠다. 꼭 그렇게 거창하지 않더라도 평생에 걸친 소일거리를 해나가는 것은 우리 삶을 매우 소중하게 만들어 주는 것이다. 주식투자도 그런 범주에 들어가지만 거기에 더해 플러스 알파, 베타, 감마, 세타가 필요하다. 단순히 출근이 싫어서 이직이나 퇴사를 하고 후회하는 사람을 많이 봤다. 현금이 들어오는 파이프라인이든 독자 생존 능력이든 뒷배를 갖추고 전략적으로 해야 하는것이 퇴사다. 회사 다니기 싫고 그냥 놀고 먹으려고 퇴사하는 사람들은 머잖아 서울역 앞 노숙자가 될 수도 있다. 그런 배수진과 절박함이 있어야 한다. 혹시 못 보신분들을 위해서 자세한 생각을 담은 영상을 하나 첨부한다.


박모씨 : 회사 사람이나 주변만 봐도 노동의 가치에 대해 회의를 느끼는 사람이 많다. 회사에서 열심히 일해봤자 연봉은 거의 똑같고 오히려 몇 년차 더 높다는 이유로 일 못하는 사람이 연봉은 더 많이 받는다. 그런데 투자 활동은 실력 대비 평가를 그대로 받는다.
종식 : 연공서열 제도는 나도 반대한다. 그러나 남이 일을 잘한다 못한다 함부로 평가하는 사람치고 일 잘 하는 사람을 본 적이 없다. 본인이 가치있으면 남이 먼저 알아봐준다. 당연히 몸값도 올라 있을것이다. 남을 끌어내리기 보다는 본인의 가치에 대해 냉정하게 평가해야 한다. 투자활동은 실력 대비 평가를 받는 곳은 맞는데 박모씨가 시작한 시기가 좋았다. 상승장이 주는 수익을 본인 실력으로 착각하면 안된다. 최소 10년 이상 해보고, 지금 굴리는 1억원이 최소 다섯배 이상 투자로 불려져 있을 때 할 수 있는 이야기라고 본다.

현아 : 회사를 아직 안 다녀봤지만 비슷한 고민을 한다면 퇴사할 것 같다. 주식을 하면서 어린 나이에 돈을 많이 벌어보기도 하고 잃어보기도 했다. 이것도 꾸준히 하다 보면 죽을 때까지 써먹을 수 있는 기술이라는 생각이 들더라. 굳이 취업하지 않아도 '자본소득으로 먹고 살수 있겠다'라고 생각이 들었다.
종식 : 투자가 꾸준히 죽을 때 까지 써 먹을 수 있는 기술이라는데는 동의한다. 그런데 취업하지 않고 자본소득을 얻으려면 시드머니가 필요한데, 시드머니는 어디서 만들건지? 취업이 싫은 사람이 창업이 좋을리는 없고, 부모님 등골 브레이킹? 시드머니를 힘겹게 모아 본 경험이 투자할 때도 도움이 된다. 나아가 돈을 다루는 태도 모두에 영향을 미칠 것이다.

김모씨 : 저는 퇴사를 고민하면서 노동 소득에 대한 한계를 느꼈다. 물가는 계속 오르는데 내 월급만 동결이더라. 삶에 한계가 오더라. 노동 외에 다른 소득이 필요하다는 점을 많이 느꼈기 때문에 굉장히 공감한다.
종식 : 급여보다 물가 특히, 자산의 가격이 오르는 속도가 빠르다는 점은 공감한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그것이 회사를 그만 둘 사유가 되지는 못한다. 장중에 공을 들여서 확실하게 급여보다 많은 수익을 내는 것이 다년간 입증이 되었던가, 아니면 회사를 다닐 수 없을 정도로 사업에 집중한다던가 하지 않는 이상은 회사에 발을 걸치고 있는 것이 좋다. 말 그대로 노동외에 다른 소득을 만들어서 소득원을 늘려 나가야지, 무산계급에게 가장 큰 소득원인 직장을 그만두는 것은 나쁜 의사결정이다. 어정쩡한 실력과 돈으로 전업투자를 시작하면 장기 횡보장이나 장기 하락장이 오면 월급이 절실해 질 것이다.

박모씨 : 소위 전문가들의 신뢰성이 떨어진다고 생각한다. 예측이 틀릴 수는 있는데 분석 결과에 대해 검증 체계가 없다. 예를 들어 어떤 분이 리포트를 쓰면 이 사람은 '몇 번은 맞고 몇 번은 틀리더라' 이렇게 검증해주는 체계가 있으면 좋겠다.
종식 : 내가 늘 하는 이야기지만 투자가 수능 문제 맞히기나 로또 번호 맞추기도 아닌데 뭘 맨날 그리 맞추냐 못 맞추냐 타령들을 하시는지 모르겠다. 그렇다면 맞추고 못 맞추고의 개념은 뭔가? 오늘 하루 장대양봉 나오면 그것이 맞춘 것인가? 시세 발현을 3개월로 볼것인가 1년으로 볼 것인가? 10년간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산업에서 10배 이상 수익을 낸 투자자가 과거에 그 종목을 좋게 보고 투자했으니 훗날 그 회사가 상장폐지되어 사라지면 이것은 못 맞춘것인가 맞춘것인가? 10년, 20년 시간이 흘러갈수록 시장에서 퇴출되는 회사는 늘어나고 과거 시총 상위주들도 망하거나 규모가 줄어 들어있는 사례는 수두룩하다. 뭘 어떻게 해야 맞추는 것이고, 뭘 어떻게 해야 틀리는 것인가? 족집게처럼 주가 상승을 탁탁 짚어내야 하나? 세상에 그런 사람이 존재하긴하나? 뭘 맞춘다 못 맞춘다 이런 개념 자체가 모호하고 잘못된 것이다. 그리고 같은 종목에 투자하더라도 누구는 수익을 내고 누구는 손실을 내거나 상장폐지도 당할 수 있다. 그리고 포트폴리오에는 한 종목만 들어가는 것도 아니고, 동일한 종목을 보유하고 있다고 해도 사람마다 갖고 있는 종목별 비중이 다르고 비중조절을 하는 타이밍과 시기도 모두 다르다. 궁극적으로는 시계열을 길게 잡고 꾸준히 포트폴리오의 규모가 우상향 하는 것을 목표로 계좌를 운용해야한다. 지엽적으로 뭐 하나를 맞췄다 안 맞췄다 이런 개념은 버려야 할 쓸데 없는 개념이다.

동원 : 많은 전문가들이 언론에 나와서 책임지지 않는 말을 남발한다. 개인투자자는 필터링을 할 수 있는 능력이 많지 않다 보니 '나보다 전문가니까 저 사람이 하는 말이 맞겠지' 하고 투자를 이어가는 경우가 많다.
종식 : 나는 의료, 기계, 과학 분야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을 신뢰한다. 그리고 국가에서도 그런 전문가들의 이야기를 경청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투자분야는 좀 모호하다. 투자전문가라는 말을 나는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사업과 투자는 비슷한 면이 있는데, 사업을 통해서 돈을 많이 벌고 성공했으면 그 사람을 사업 전문가라고 부르나? 투자 분야는 더욱 모호하다. 전문가? 누구를 전문가라고 할 수 있을까? 증권사에서 일하면 전문가인가? 펀드매니저가 전문가인가? 애널리스트? 아니면 전업투자로 성공한 재야고수? 그것도 아니면 수만명의 회원을 몰고 다니면서 리딩 회비로 일가를 이룬 유사투자자문업자들? 이론은 없고 실전 배팅만 잘 하는 사람들? 실전은 못하면서 이론만 빠삭한 사람들? 누가 전문가인가? 애초에 이 바닥에 전문가라는 사람들이 있기는 한건가? 나는 늘 그런 의문을 달고 있다. 나보다 앞서간 선배 투자자들은 많다. 그들 중 올바른 철학과 가치관을 갖고 진심어린 조언을 해주는 사람들도 많다. 그러나 갓 입문한 사람들은 누가 그런 사람이고 아닌지 분간이 쉽지 않다. 그렇다보니 결국은 계좌인증 따위에 넘어가서 전재산을 사기 당하게 되거나, 누가 잘 찍나 못 찍나 이런 것만 좇아다니면서 자기 생각은 거세 당한채로 시장에 임하는 것이다. 전문가라는 환상을 좇지 않았으면 한다. 그리고 다른 사람 이야기에 나의 정신과 행동과 돈이 움직이는 것도 지양해야 한다. 다양한 시장 참여자들의 이야기를 귀와 마음을 열고 듣는 것은 괜찮다고 본다. 다만 본인의 사고관이나 철학을 점점 튼튼하게 만들어 나가야 한다. 그러면서 서서히 눈이 떠지고 귀가 열릴 것이다. 옳은 철학은 흡수하고 그른 것은 흘려버리면 된다. 그리고 시장 참여자들의 여러가지 이야기를 흡수해서 나만의 방법으로 프로세싱하여 취할 것은 취하고 거를 것은 거르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종국에는 무조건 독립적 사고와 독자적 행동을 해야한다. 이 바닥은 누구도 믿을 수 없다. 물론 송종식이도 믿으면 안된다. 투자란 절대적으로 고독한 길이며 혼자서 모든 것을 생각하고 결정해야 하는 작업이다.

성효 : 전문가보다는 언론이 문제다. 어느 전문가에게 스포트라이트가 비춰주느냐에 따라 대중들은 움직인다. 전문가라면 지난해 수익률이 코스피 지수(시장) 상승률의 최소한 2배 돼야 한다고 본다. 레버리지ETF(상장지수펀드) 사면 코스피 상승률의 2배는 되는데, 그것보단 높아야 하지 않나.
종식 : 투자에 잔뼈가 굵은 사람들이 작년에 지수를 이기기는 커녕 진 사람이 몇 트럭이다. 작년에 지수에 두배이상 이기지 못했으면 전문가가 아니라는 발언은 치기 어린 발언이다. 그렇다면 1970년대 초에 3년 연속으로 지수에 이기기는 커녕 어려움을 겪었던 버핏은 투자 초보인가? 버핏은 그 이후에도 연간 기준으로 지수에 뒤진적이 몇번 있다. 버핏 뿐만 아니다. 우리가 아는 대가들 대부분이 지수에 뒤진적이 많다. 그런데 시계열을 왜 그렇게 잡는가? 시계열을 길게 봐야한다. 10년이나 20년.. 30년 이상으로 시계열을 늘어뜨리면 버핏의 수익률은 지수를 압도한다. 투자를 1년만 하고 끝낼것인가? 꾸준히 자산을 키우고 꾸준히 지수를 이길 생각을 해야지 특정 구간에서 이기고 지고는 의미도 없다. 애초에 투자란 내 자산을 키우기 위해 하는 것이지 다른 것을 이기고 지고가 어떤 의미가 있는지도 모르겠다. 벤치마크가 중요하지 않다는 것은 물론 아니지만. 작년과 같은 폭발적인 상승장에서 지수 대비 두배 이상 수익을 내셨다면 성효님은 투자가 아니라 겜블을 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하락장에는 지수대비 두배를 잃거나 그 이상의 리스크에 노출되실지도 모르겠다. 하락장에 덜 잃고, 횡보장과 상승장에서 수익을 꾸준히 누적하면 지수를 압도하는 것은 물론 돈도 벌고 삶의 질도 좋아질 것이다. 물론 시장에 상관없이 꾸준히 수익을 누적해 나간다면 그것이 가장 좋겠지만.

종식 : 아래는 신문사가 질문한 개인투자자의 애로사항에 대한 대답들이다. 개인투자자의 애로사항이라고 내놓은 이야기들이 장님이 코끼리 만지는 수준이다. 자신에게 집중하지 않고 주변에 흔들리는 점, 투자의 본질에 접근하지 않고 쓸데없는데 집중하는 점이 안타깝다.

현아 : 해외 증권사에서는 'SELL(매도)' 의견을 내는데 우리나라는 매도 의견 내는 리포트가 거의 없지 않나. 안 좋은 것은 안 좋다고 내는 리포트도 있으면 좋겠다.
종식 : 공감하는 부분도 있지만 우리나라의 특성도 이해를 해주어야 한다. 애널리스트라고 왜 매도의견이 없겠나? 가슴속에 다 있겠지. 중립리포트가 나오거나 커버리지가 중단되면 눈치껏 매도로 받아들이면 된다. 그리고 요즘은 매도 리포트가 과거보다는 많이 올라오는 편이다. 그런데 이게 개인투자자의 애로사항인가?

동원 : 빚투, 영끌 등 신조어만 봐도 주식투자 행위를 부정적으로 표현하는 경향이 있다. 부동산은 그렇지 않은데 주식의 '빚투'와 '영끌'은 마치 하면 안되는 행위처럼 말한다. 부정적 표현 때문에 '주식은 도박이고, 하면 망하니까 안 되겠다'라는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고 본다.
종식 : 선배들이 위험하다고 조언하는데는 다 그만한 이유가 있다. 원로들의 이야기를 아주 무시해서는 안된다. 주식투자는 부동산투자보다 MDD가 훨씬 크다. 일정 수준 이상의 레버리지를 사용하면 한번은 반대매매를 당하게 되어있다. 그리고 반대매매를 당하지 않더라도 횡보장에서 이자를 내면서 버티기란 여간 어려운일이 아니다. 부동산은 실사용 개념이라도 있지. 그런데 이게 왜 개인투자자의 애로사항인가? 본인이 당당하면 신경 안 쓰면 되지.

김모씨 : 최근 리딩방 피해를 봤는데 저도 주식을 잘 아는 지인이 있지 않았으면 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어볼 곳도 없고 정보를 알 수 있는 방법이 없다 보니까.
종식 : 서점에 가면 투자 대가들의 고전서를 단돈 몇만원에 읽을 수 있다. 그 책들의 가치는 책값의 수천배, 수만배다. 치킨 한 마리 가격에 대가들의 뇌 깊숙한 곳에 있는 지식과 세월이 묻어있는 경험을 압축해서 내것으로 빨아들일 수 있다. 왜 그런 것은 선택을 안하고 리딩방 같은데서 피해를 당하나. 그것은 주식을 잘 하는 지인이 있고 없고와는 관련 없는 문제인 것 같다. 투자를 시작하면서 옳은 길로 착실하게 잘 가는 젊은 친구들도 많다. 자꾸 문제를 본인에게서 찾지 않고 남에게서 주변에게서 찾으려고 한다. 이런 태도는 매우 나쁘다.

정리하며


이상 코멘트 작업을 마칩니다. 경제적 자유니, 시간적 자유니 하는 허상들에 대한 열풍이 불면서 젊은 사람들을 많이 망쳐놓고 있습니다. 적어도 기사에서 인터뷰 하신 이분들은 철학과 사고 구조를 근본부터 바꾸지 않으면 앞으로 꽤나 고생을 할 것 같습니다. 이분들이 싫어서 악담 같은 것을 하는 것이 절대로 아님을 이해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2021년 1월 28일
송종식 드림


2020년 2월 8일 토요일

밀레니얼 세대 부모가 되다, 부제: 자녀의 경제, 금융교육에 대해

자녀의 투자 교육에 눈 뜨는 젊은 부모들


밀레니얼 세대는 1980년대 초반부터 2000년대 초반에 태어난 사람들을 칭합니다. 새롭게 경제활동에 참여하고 있고, 주요 소비계층으로 떠 오르고 있습니다. 어릴때부터 IT기기를 만지면서 자라서 IT기기를 다루는데 능숙한 세대입니다. 기업의 고위 임원들은 밀레니얼 세대를 배우기 위해 따로 모여서 공부를 하기도 합니다.

이 젊은 세대도 이제 자녀를 가진 부모 세대에 속속 합류하고 있습니다. 이 세대는 IT기기와 정보를 다루는데 능숙하고 그런 것들의 부가가치와 파급력에 대해서도 잘 이해하고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이들의 부모세대보다 금융과 투자에 대해서 훨씬 더 열린 태도를 취하고 있습니다.

제 주변에 유독 투자자가 많고, 경제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 많아서 그런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렇지만 확실히 과거보다 미묘하게 분위기가 바뀐것을 피부로 느낍니다.

아이들에게 미리부터 주식을 증여하고, 집안노동을 시켜서 용돈을 주면 주식을 사도록 유도하고, 또 동시에 경제와 기업 그리고 투자에 대한 마인드를 함양해주려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것 같습니다.

대학 진학 무용론(?)


대학 교육 자체는 무용하지 않습니다. 고등교육 기관으로써 대학의 역할은 국가 전체에 중요하고 커다란 영향들을 미칩니다. 비약하면 어느 한 국가 뿐 아니라 인류의 미래를 위해서도 대학이 진행하는 연구와 영위하는 학문은 중요합니다.

그러나 대학교육이 우리 모두에게 꼭 필요한 것인지 반문할 필요가 있습니다.

대학은 대학에서만 배울 수 있는 전문적인 지식이 꼭 필요한 사람이나, 진심으로 학문을 할 사람만 가야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현실에서 대학은 취업사관학교로 전락한지 오래입니다. 많은 사람들은 명문대를 나와서 좋은 일자리를 얻으려고 합니다. 공부를 열심히 하면 소득이 높아진다는 사고방식이 많은 사람들의 머릿속에, 특히 저희 부모님 세대의 고정관념의 틀 안에 박혀있습니다.

이는 일부는 맞고, 대부분은 틀린 이야기입니다. 공부를 잘 하는 것과 돈을 잘 버는 것은 큰 상관관계가 없습니다. 물론 공부를 잘 하면 월급 조금 더 주는 좋은 일자리를 얻을 가능성은 높아집니다. 그러나 부자가 되는 것은 전혀 다른 이야기입니다.

돈을 벌고 싶으면 책상물림으로 살아갈 게 아니라 길거리로 나와서 뭘 팔던지, 투자를 하던지 해야합니다.

남이 만들어 놓은 자리 중에 월급 조금 더 주는 자리에 들어가려면 대학 교육이 중요할 수 있습니다. 특히, '말 잘 듣는 노예'를 양성해야 했던 과거 산업 사회에서는 모두가 대학 교육에 목을 맸던 것도 이해는 갑니다.

너무나 당연한게 회사 입장에서는 근태가 불규칙한 사람 보다는 결근없이 정시에 딱딱 출근하는 사람을 선호할 수 밖에 없습니다. 업무를 하는데 리스크를 가진 직원보다는, 꾸준히 자기일을 잘 해낼 수 있는 사람을 선호하는 것도 당연합니다. 아무래도 잘 교육되고, 시키는대로 잘 하는 훌륭한 태도를 가진 리스크 낮은 직원을 뽑다보면 필연적으로 명문대 출신의 비중이 높을 수 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학문의 진리를 추구하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돈'이 목적이고, 그것도 '큰 돈'버는게 목적이라면 명문대에 가기 위해서 국영수를 공부하고, 취업을 잘 하기 위해서 토익 점수를 높일 게 아니라 '인간과 돈' 그 자체를 배워야 하지 않나 생각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지금 당장 길거리로 나가서 무언가 파는게, 책상머리에 앉아서 토익을 공부하는 것보다 훨씬 더 부자가 될 확률이 높습니다. 남이 만들어 놓은 자리가 아니라 내 스스로 무언가 개척해야 한다면요.

최근에는 대학 교육에 투여하는 자원대비 그것을 통해서 얻는 일자리의 양과 질이 떨어졌습니다. 최상위 명문대에 가기 위한 경쟁은 더욱 치열해지고 1인당 사교육비나 자원은 더 많이 들어가는 반면에, 명문대 졸업장이 있다고 고소득을 얻는 시대는 이미 지난지 오래입니다.

대학을 싸 잡아서 무시하는 것이 아닙니다. 오해를 하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명문대 출신의 노력을 인정하고 경외를 보냅니다. 그리고 그들의 성실함과 끈기도 어느 정도 수준인지 알기 때문에 존중의 고개를 숙입니다. 대체적인 삶의 질이나 삶을 바라보고 대하는 태도도 고학력자 집단이 저학력자 집단보다 높습니다. 그것은 부정할 수 없는 팩트이고 그 부분도 당연히 인정을 합니다.

다만, 사회의 올바른 인적 자원 배분을 위해서는 대학이 어느 정도 죽어야 되고, 사람들의 인식 변화도 있어야 한다는게 제 개인적인 생각입니다.

밀레니얼 세대를 중심으로 한 젊은 세대는 조금씩 생각이 변화하고 있는 것으로 생각합니다. 대학도 대학이지만, 어릴적부터 '돈' 그 자체를 교육하는 부모들이 많이 늘어났습니다. 대학도 '이왕이면 좋은데 가면 좋고 자녀가 좋아하는 일이 있어서 그 일을 하겠다고 해서 대학에 안 간다해도 안 가면 그만'이라는 인식도 늘었습니다.

덧. 상류층이 자녀들을 명문대에 보내는 목적은 서민들의 그것과는 결이 다릅니다.

바르와 바트 미츠바


우리 모두가 이미 알고 있듯이 자녀 교육에 관한한 세계에서 가장 애를 쓰는 민족이 바로 우리 한국인입니다. 우리는 우리 스스로의 교육 문화도 만들었지만, 다른 나라의 자녀 교육법도 벤치마킹을 많이 합니다.

그래서 한때는 '프랑스식 교육법', 또 한 때는 '유대인식 교육법'과 같은 제목을 단 책과 다큐멘터리가 인기를 끌기도 했습니다. 특히, 자녀 교육에 관해서는 한국인에게 뒤지지 않는 유대인 교육법은 스테디 컨텐츠로써 꾸준히 한국인 부모들의 벤치마크 대상이 되고 있습니다.

특히, 그들의 성인식인 바르 미츠바(Bar Mitzvah)와 바트 미츠바(Bat Mitzvah)는 저의 눈길을 사로 잡았던 기억이 납니다.

성인식을 치르고 있는 유태인 어린이 <출처 : mangostudios.com>

여자는 12세 때, 남자는 13세 때 성인식을 치릅니다. 유대인들의 성인식은 '스스로 독립된 인격'에 대해서 깨닫는 시간이라고 합니다.

성인식에서는 손목시계와 축의금을 선물로 받습니다. 시계는 시간의 중요성을 알고 시간을 허투루 쓰지 말라는 의미라고합니다. 축의금은 부모, 친지 그리고 손님들로부터 받는 유대인들의 중요한 종자돈입니다. 중산층 기준으로 축의금의 규모는 5,000만 원~1억 원 사이라고 합니다. 부모는 이때 받은 축의금을 소비하지 않고 가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 축의금을 가지고 자녀에게 투자를 가르치고 돈을 불려내는 것에 대한 교육을 합니다.

10대 후반에 자녀가 부모의 품을 떠나면 이 돈을 자녀에게 줍니다. 돈을 어떻게 사용할지는 전적으로 자녀의 자유입니다. 유대인들은 열아홉 살 즈음에 이미 억대의 종자돈을 들고 사회에 진출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대학을 졸업하고 회사 생활을 하면서 뒤늦게 저축을 시작하는 우리에 비하면 굉장히 빠릅니다. 초기 종자돈 1억 원의 격차는 10년 혹은 그 이상의 시간 격차를 만들어냅니다. 그렇게 생각하면 어마어마하죠.

게다가 어릴적부터 돈에 대한 공부를 하고 사회에 나오는 유대인들에 비해서 사회 생활을 하면서 뒤늦게 경제에 대해 공부하기 시작하는 우리나라는 물리적인 금액 뿐 아니라 돈을 대하는 철학이나 지식도 유대인들에 비해서 떨어질 수 밖에 없습니다.

약진하는 주식 투자 서적들, 무형자산의 가치


투자를 하는 분들은 다독가가 많으실 줄 압니다. 그래서 온라인 서점도 자주 들락날락 하실텐데요. 요즘 주식 투자 서적의 약진이 눈에 들어옵니다. 과거에는 주로 아파트, 상가, 땅투자나 부동산 경매 서적이 최상위권에 많았다면, 최근에는 확실히 주식 투자 서적이 자주 최상위권에 올라오는 게 느껴집니다. 물론 여전히 부동산 책이 인기가 많습니다만, 최근 서울 지역 아파트 가격 폭등세를 생각해 본다면 이런 상황에서도 주식 투자 공부에 대한 수요가 많은 것은 생각해 볼만한 일입니다.

여전히 함량미달의 주식책들이 판매량 상위권에 올라오지만 피터린치나 필립피셔의 책이 상위 랭킹에 올라오는 점도 눈여겨 볼만합니다. 그리고 투자 고수들이 입 모아 말하는 고전서 중에서는 꾸준히 잘 팔리는 스테디셀러도 꽤 많습니다. 스테디셀러 상위권에서도 피터린치, 필립피셔, 앙드레코스톨라니와 같은 이름을 찾는 것은 어렵지 않습니다.

입문자 중에는 여전히 갈피를 잡지 못해서 저질스러운 책에 낚이는 사람도 많지만 투자에 입문하는 분들의 눈이 과거보다 높아진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투자에 입문하면서 필립피셔나 피터린치, 벤저민 그레이엄의 책을 접할 수 있다는 건 행운입니다. 그리고 그런 책을 선택할 수 있다는 건 안목이 있다는 걸 의미한다고 생각합니다.

과거 부모님 세대는 돈만 벌면 부동산 투자에 열을 올렸습니다. 부동산은 눈에 보입니다. 눈에 보이는 무언가를 소유하려는 욕구가 강했습니다.

그러나 태어날 때 부터 전자기기를 접하며, 화면에 적힌 전자적 문자와 이미지를 보며 자란 밀레니얼 세대는 조금 달리 바라보는 것 같습니다. 유형자산도 좋지만 무형자산의 값어치에 대해 눈을 뜨기 시작한 것 같습니다.

물론, 주식도 유형 자산입니다. 그래서 주식 보통주를 현물이라고도 부르지요. 주식은 기업을 소유하고 있다는 소유권 증서이고, 기업에 따라서 공장이나 땅, 그리고 물리적인 제품을 생산하기도 하니 주식을 소유한다고 해서 그것이 꼭 무형자산을 소유하는 것이라고는 볼 수 없습니다.

그러나 부동산 투자에 비하면 주식 투자는 확실히 무형자산 비중이 높은 투자라고 생각합니다. 기업이 가진 브랜드도 무형자산이고, 사람인HR이나 구글과 같은 회사는 공장없이 화면 속 세상의 공간을 팔아서 돈을 버는데 그런것도 무형자산의 일종입니다. 엔씨소프트도 화면 속 가로 24픽셀, 세로 24픽셀짜리 GIF이미지를 팔아서 엄청난 돈을 벌었습니다. 밀레니얼 세대는 그런 무형자산에 대해 피부로 더욱 가까이 느끼고, 그것들의 값어치도 잘 아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주식을 소유하면서 얻는 시세차익은 물론이고, 배당수익에 대한 것 까지도 많이들 눈을 뜨고 있는게 보입니다. 아파트를 사면 아파트 그 자체로 파생되는 가치는 적지만, 성장하는 기업의 주식을 보유하면 해당 기업의 똑똑한 직원들이 열심히 일해서 세상에 없던 제품을 만들어 냅니다. 또 그것을 팔고 남는 이윤은 배당도 해주니 나의 경제적 자유를 위해서는 그런 자산을 보유하는 것은 매우 중요합니다. 과거에는 소수만 이해하고 실행하던 것을 이제는 젊은이들 누구나가 눈뜨고 실행합니다.

잘 성장하고, 이익을 잘 배분하는 기업의 주식을 차곡차곡 모으면 편안하게 노후를 맞이할 수 있다는 기대감도 형성되기 시작했습니다. 과거에는 일부 현명한 투자자들만 누리던 것을 이제는 젊은 사람들 누구나 누리기 위해서 공부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높은 ROE를 내는 사업에 숟가락만 올려놓고 해외여행을 다니는 삶은 생각만 해도 행복하지 않나요?

어쨌든 밀레니얼 세대는 이런 길이 있다는 것을 하나 둘 깨닫는 중이고, 그런 뷰를 곧장 자신의 자녀들에게 전수해주기 위해 움직이고 있습니다.

고령화 국가, 소수 민족이 살아갈 길 (feat. 베네룩스 3국)


아무리 창의적인 것도 하늘 아래 완전히 새로운 것은 아닙니다. 분명히 우리가 고민하는 것을 먼저 고민한 나라들이 있을 것입니다. 우리가 가야할 길을 미리 가 본 나라들도 있을것이고요.

혹자들은 우리나라가 일본의 뒤를 따라가는 나라라고 말합니다. 그 이야기들이 다 들어맞는 것은 아닙니다만, 아주 틀린 이야기도 아닙니다. 지금까지는 경제, 사회, 문화적으로 많은 부분이 일본의 뒤를 따라가는 듯 보였습니다.

그렇지만 앞으로는 다르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일본의 출산율이 낮다고는 하지만 1.4x명대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0.9x대가 무너져서 0.8x명대로 더 떨어지고 있습니다. 현재 한해 태어나는 아이들의 숫자를 감안하면 2050년 경에는 적게는 2,000만~많아도 3,000만 수준의 인구를 가진 나라가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일본은 그 즈음 1억선이 붕괴될 것이라고 전문가들이 예측하고 있습니다.

인구 2~3,000만과 1억은 하늘과 땅 차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물론 양국 모두 인구에서 가장 많은 수를 차지하는게 노인층일테지만 어쨌든 인구만 놓고보면 앞으로 우리는 우리의 미래를 그릴 때, 일본을 바라볼게 아니라 유럽의 강소국가를 바라봐야 하지 않나 싶습니다.

특히, 유럽은 물론이고 세계적 부국인 베네룩스 3개국과 덴마크 정도를 벤치마크 할 가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들 나라의 공통점을 꼽으면 아래와 같습니다.

1) 인적 자원 빼고는 이렇다 할 자원이 없습니다. 2) 인구가 적은 인구 소국입니다. 3) 주변국들에 비하면 영도토 작습니다. 4) 그러나 1인당 소득이 높은 강소국가이며 부유한 나라들입니다.

위의 내용들을 열거해보면 우리나라도 이들 나라와 비슷한 점이 많습니다.

저들 국가들이 나름대로 생존하고자 나아 갔던 전략을 비교해보니 거기서도 비슷한 점이 나왔습니다.

1) 무역, 인재유입, 다국어, 자본유출입이 활발한 초개방 국가였습니다. 2) 금융산업, 혁신산업 위주의 1인당 고부가가치를 낼 수 있는 산업 형태를 띄고 있습니다. 3) 모국어가 아니어도 국민들은 영어를 구사하는데 어려움이 없는 경향이 있습니다. 4) 세율이 낮은 편은 아니었지만 최근에는 세계적인 감세 행렬에 동참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가 벤치마크 해야 할 부분이 많다고 생각합니다.

금기시 했던 돈 교육, 영어 교육


우리나라 공교육은 돈 교육에 무지하고 무관심했습니다. 초등학교 정규 과정에 기초경제, 금융, 투자과목을 필수적으로 포함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실제 우리나라 공교육하에서는 기대하기 힘든 정규과정들입니다. 공교육이 돈과 금융 교육에 부정적인 이유는 크게 2가지 정도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먼저, 돈을 천대하는 지독한 유교 문화입니다. 현대에 들어서 우리의 발목을 잡는 여러가지 생각들이 유교사상에서 출발했지만 우리나라에서는 거기서 더 나아가 변질된 유교 문화도 많아서 더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두번째 이유는 한국 사회를 쥐고 있는 재벌들의 입김 때문입니다. 국민들이 경제, 투자, 금융에 눈 뜨면 기업들 입장에서는 좋을 게 없습니다. 말 잘 듣는 노예들이 필요한데, 너도나도 내 사업, 내 투자를 하겠다고 회사를 떠나면 회사는 인재를 구하는데 상당한 비용을 지출할 수 밖에 없습니다. 그러므로 학교는 기업이 원하는 인재를 양성하는 '노예 양성소'로 전락한지 오래입니다.

그러나 이제는 세상도 변하고 있습니다.

AI/빅데이터 기술 발달 덕분에 기업들은 사람의 품이 들어가는 일을 획기적으로 줄여나가고 있습니다. 인건비 싸움을 해야하는 일은 이제 한국 국내 노동자들보다는 동남아시아 노동자들에게 맡기고 있습니다. 그리고 저출산/고령화가 세계에서 가장 빨리 진행되고 있습니다.

최근 '코딩 교육'을 국가적으로 밀고 있습니다. 정부와 기업들은 '4차산업혁명에 대비하는 논리적 인재 양성'이라고 주장하지만 제 생각은 다릅니다. 이제는 기업들이 공장 노예가 필요한 게 아니라 '코딩하는 노예'들이 필요하다는 뜻으로 해석됩니다. SW개발자 소수는 적게는 수 천, 수 만, 많게는 수백만명의 노동력을 대체합니다. 그러므로 기업들도 이제는 많은 노예는 필요가 없게 될 것이고 앞으로는 그것이 더욱 가속화 될 것입니다.

그렇다면 국가와 부모입장에서 돌파구는 무엇일까요?

앞에서도 말씀드렸지만 앞으로는 초개방, 초글로벌 사회의 시민이 되어야합니다. 우리나라의 내수시장은 더욱 작아질 것이고, 우리나라는 더욱 작은 국가가 될것이 확실시 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영어 교육의 중요성은 더욱 높아지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구글 번역기, 파파고 성능 향상에 기대를 거는 사람도 있지만 그런 기기를 통하면 세계 시민들과 감성을 나누지 못합니다. 영어를 잘 하는게 중요해질거라고 생각합니다. 지금도 영어를 잘 하면 몸값이 몇배나 높아집니다. 앞으로는 고립되지 않으려면 영어를 더 잘해야 할거라고 생각합니다.

저희 부모님 세대가 한글을 읽을 수 있냐, 없냐로 까막눈이냐 아니냐로 살아갔듯이 앞으로 밀레니얼 세대의 자녀들은 영어를 유창하게 하냐 못하냐로 까막눈으로 살아가냐 아니냐 판명이 날 것입니다.

그리고 금융 교육은 필수적인 시대가 왔습니다. 맥도널드 아르바이트를 하루에 20시간씩 한다고 한달에 1억을 벌지 못합니다. 그러나 금융시장에서는 하루에 10분만 일하고도 한달에 수십억, 수백억을 벌 수 있고, 약간의 생각과 손가락 클릭만으로 혼자서 몇천억을 벌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금융은 죽지 않습니다. 여러가지 산업이 흥망을 겪지만, 그런 산업들의 뒤에 붙어서 꿀을 빠는 건 늘 금융업이었습니다. 여러 고부가가치 산업을 육성해야겠지만, 아이들의 금융교육에 사활을 걸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국민 1명이 금융업을 통해 해외에서 연 10억을 벌어오면 그런 사람이 10명이면 100억이고, 100명이면 1,000억입니다. 산업사회때 해왔던 월급쟁이 양성 교육 보다는, 창업가 양성 교육을 통해서 이스라엘식 창업국가로 가는 방향이 저출산 고령화 사회의 일부 해법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소희의 투자교육


2012년에 태어난 소희도 증권계좌가 있습니다. 태어나자마자 증권계좌를 만들어서 주식투자를 시작했습니다. 한때, 강동구 모처의 유진투자증권과 대신증권에 자주 왕래하면서 어르신들의 이쁨을 받았습니다. 최연소 투자자였으니까요. 투자는 1년이라도 빨리 시작하는게 이익입니다. (지식과 돈이 가진 복리의 힘을 아신다면)

2012~2014년, 아기 투자자 소희, 아빠와 객장에 나가서 자주 바람을 쐬다
2019년, 아빠의 투자자 친구들과 주식 스터디에 참여하다
2019년, 좋아하는 과자 브랜드에 대해서 배우다
<사진 : 송종식> - 아이의 초상권 보호를 위해 눈을 가렸습니다 -

글을 깨치기 시작하면서는 주식투자에 대해서 계속 이야기해주고 가르치고 있습니다. 투자에 대해서 거의 세뇌에 가까울 정도로 생활 속에서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아이가 부담감을 느끼면 안 되므로 강요는 없어야 합니다. 삶에 녹아드는 전략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소희가 더 크면 주식투자 뿐 아니라, 인간의 본성, 대중심리, 수요공급과 가격 변동 원리, 등기부등본과 법률 문서 보는 법 등, 다양한 부분에 대해서도 가르칠 예정입니다.

제가 쓰고 있는 이 블로그와 가끔 올리는 유튜브의 영상들도 무형자산으로 물려 줄 예정입니다.

전에도 악플이 달렸지만 어떤 분들의 눈에는 제가 극성이라고 생각되실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제가 소희에게 해주는 건 이런 종류의 교육이 전부입니다.

친구들과 다투면 저는 항상 소희를 먼저, 더 크게 혼냅니다. 사달라, 해달라 하는 것들은 거의 해주지 않습니다. 일상 속에서는 자기가 있던 자리, 먹은 것들은 스스로 치우도록 교육하고 있습니다. 어른들에게 인사를 잘 하라고 귀에 딱지가 앉을 정도로 주의를 줍니다. 보통의 부모가 자녀들에게 쏟는 사랑에 비하면 오히려 저는 소희를 혹독하게 키우는 편입니다. 그런 부분을 일일이 글로 나열하기도 어렵고, 쓰기도 구차해서 그 부분에 대해서는 줄이겠습니다.

어쨌든 요즘은 용돈을 받으면 그 돈을 소비하지 않고, "아빠 주식 사 주세요. 제가 사고 싶은 주식 있어요." 하면서 저에게 먼저 제안하는 분위기는 형성이 되었습니다.

경제적 자유가 주는 사유(思惟)의 자유


해외여행의 필수품인 여권은 영어로 'Passport'이죠. 말 그대로 공항이나 항만과 같은 포트(port)를 pass(통과)하기 위해 필요한 서류입니다. 이 'PASS'라는 단어가 중요합니다. 돈은 다양한 가치를 가지고 있습니다만, 패스포트의 역할이 특히 강력합니다.

수질 관리를 위해서 철저하게 나이 제한을 두는 클럽에 40세가 넘은 형님이 문지기에게 현금을 찔러주고 통과하는 모습을 보면서 이 패스포트의 힘을 느꼈습니다.

가고 싶은 곳이 있으면 어디든 가고, 가기 싫은 곳이 있으면 안가고, 만나고 싶은 사람만 만나고, 아프면 즉시 병원에 가고, 먹고 싶은 것을 먹고.. 무엇보다 하나뿐인 소중한 자원인 시간을 남에게 희생당하지 않습니다. 돈의 가장 큰 위력은 '육체와 시간을 남에게 저당잡힌 노동에서의 PASS', 바로 거기서 나오고 그것이 우리에게 물리적 자유를 줍니다. 물리적 자유를 얻으면 정서적 자유와 사유의 자유를 얻게 됩니다.

그 본 바탕 위에서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살아가길 바랍니다. 그림 그리는게 좋으면 그림 그리는데 집중하는 삶을, 연기하는 게 좋으면 연기하는데 집중하는 삶을 살 수 있습니다.

좋아하는 일들을 '단지 먹고 살기 위해'하는 것은 불행의 씨앗입니다. 그래서 경제적 자유는 중요하고, 자녀에게 시키는 경제, 금융, 투자 그리고 인간 사회와 본성에 대한 교육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2020년 2월 8일
송종식 드림


2019년 10월 24일 목요일

자본주의 체제에 살면서 얻는 진정한 개인의 자유에 대해

뻔하고, 당연하고, 기본적이고, 누구나 아는 오래된 생각


한국 최고의 가치투자자 중 한 분인, 남산주성님의 개인 순자산 성장표
<출처 : 가치투자연구소 김태석>

1) 세상에 하나뿐인 가장 소중한 자원인 시간을 남에게 제공하면서 돈을 버는 건 한계가 명확하다. 나도 24시간, 이건희 회장님도 24시간을 산다. 그 매커니즘으론 돈을 벌 수 없다(노동). 남들의 시간과 노동력이 나를 위해 일하게 만들고 나는 그 위에서 자유를 누려야 한다(투자). 한 사람에게서 1시간을 취할 수 있다면, 나를 위해 일하는 사람 24명만 있으면 나는 자유인이 된다. 그러니 직원이 10만명인 회사의 소유주가 된다면 무한 자유를 얻게 되는것이다.

2) 돈은 근육의 힘으로 버는게 아니라, 정신과 마음의 힘으로 버는 것이다.

3) 돈은 단리가 아니라 복리로 버는 것이다. 부를 쌓는데 가장 중요한 핵심엔진이다.

4) 돈은 내가 버는게 아니라 남들이 벌어 주는 것이다. 나는 올바른 판단만 내리면 된다.

5) 대부분은 용기가 없어서 노예가 된다.

6) 용기있는 사람 중 다수는 최소한의 공부와 노력도 하지 않기 때문에 패가망신한다.

7) 약간의 분별력과 약간의 용기만 있으면 충분하다.

8) 시간적 물리적 자유를 얻는다면 비로소 자아를 성찰하고 영적 자유를 얻기 위한 단계로 돌입할 수 있다. 먹고 사는데 치이면 인간의 기본권을 상실한다.

9) 약간의 여행, 약간의 휴식, 약간의 허세, 무리해서 사는 외제차.. 그런것은 진정한 자유가 아니다. 회사의 멋진 시설들도 주주들의 소유이지 직원 소유가 아님을 잊지 말아야한다. 회사와 직원은 계약관계이고 회사의 주인은 주주다.

10) 조금 다른 이야기지만 그러므로 남들의 화려한 인스타에 주눅들거나 부러워 할 필요도 없다. 허세로 포장된 삶을 한꺼풀 까보면 거진 다 별거 없다. 그러므로 나만의 인생을 행복하게 살면 그만이다.

2019년 6월 21일, 인스타그램에 올렸던 생각을 블로그로 옮김
송종식


2013년 11월 16일 토요일

슈퍼개미와 맥주 한잔, 깊은 밤 투자 이야기

들어가며


투자를 통해서 경제적 자유를 얻으신 분을 만났습니다. 투자 업계에서는 꽤 유명한 재야고수이십니다. 특히 가치투자를 통해서 상당한 자산을 성취하신 분 입니다.

하늘이 주신 행운인지 그 분에게서 소주 한잔 하자는 연락이 왔습니다. 유명한 분이 선뜻 연락주셔서 설렜습니다. 그분과 만나기로 약속을 잡았고 사당에서 만나 소주가 아닌 맥주를 한 잔 했습니다.

그분이 이 글을 읽으신다면 '슈퍼개미'라는 표현을 그다지 좋아하실지 모르겠습니다. 달리 개인 큰손 투자자분을 줄여서 표현할 방법이 떠오르지 않습니다. 그래서 제목에 '슈퍼개미'라는 단어를 썼습니다. 아마 이 단어를 쓰면 '검색을 통해서 이 글이 더 많은 분들에게 읽혀지지 않을까' 하는 기대도 해봅니다.

유명한 분이지만 그분의 성함이나 필명은 밝히지 않고 글을 쓰려고 합니다. 개개인의 사사로운 만남을 모두 공개하는 것은 상대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또 그분은 이제는 세간에 노출 되는 것 보다는 조용히 유유자적 하시길 원하시는 것 같습니다. 더욱 익명성을 보장하여 글을 쓰려고 합니다.

그럼에도 이렇게 글을 남기는 이유가 있습니다. 그분이 말씀해주신 내용이 너무 좋았습니다. 저만 알고 있는 것 보다는 블로그에 방문하시는 분들과 지혜를 나누고 싶습니다. 그 분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제 투자 철학에 대해서도 다시 생각해 볼 기회를 얻었습니다.

투자 철학에 대한 부분 그리고 그분의 귀중한 가르침을 잊지 않고 기록으로 남겨두려 합니다. 기록으로 남겨두면 종종 읽으면서 되새길 수 있을 것 입니다. 모쪼록 방문해주신 여러분들께도 도움이 되는 글 이었으면 좋겠습니다.


뻔한 곳에 답이 있다


투자자들이 흔히 빠지기 쉬운 함정 중 하나가 '고급 정보'에 관한 것입니다. 기관이나 외국인은 고급 정보가 많기 때문에 투자 수익률이 좋고, 개인투자자는 항상 손실을 본다는 논리입니다. 이 말은 틀린 말입니다. 시장 참여자 중 개인투자자의 수가 기관이나 외국인보다 압도적으로 많습니다. 그러므로 당연히 손실을 내는 사람도 개인투자자 쪽에서 많은게 상식입니다.

성공한 많은 개인투자자들은 고급 정보에 의존하지 않았습니다. 상식에 의존해 성공한 사례가 많습니다. 누구나 접할 수 있는 신문 기사가 훌륭한 정보 공급원입니다. DART에 올라오는 전자 공시 자료가 고급 정보입니다. 성공한 투자자들은 누구나 접할 수 있는 이런 자료들을 1차적 분석이 아니라 2차적으로 분석하는 능력들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뉴스나 공시의 사안에 따라 단기 이슈, 중기 이슈 그리고 장기 이슈로 분류하고 회사의 체질을 바꿀만한 것인지를 판단했습니다. 회사에 대한 정보는 3줄짜리 박스 기사로도 충분하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이분도 별반 다르지 않았습니다. 누구나 접할 수 있는 신문 기사등을 잘 활용했다고 합니다.

더 궁금한 점이 있으면 회사의 IR담당자에게 전화를 걸면됩니다.

세상에 대단한 고급 정보라는 것은 없습니다. 설령 있다고 하더라도 그 정보로 이익을 낼 확률은 극히 낮습니다. 내 귀에 들어온 고급 정보는 이미 시장에 다 돌고돌아 나에게 도착한 쓰레기 정보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특히 요즘처럼 SNS를 통해 찌라시가 빨리 도는 세상에서는 더더욱 고급 정보라는 것은 경계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기업과 관련한 신문기사, 산업과 관련된 신문 기사, 기업 공시 내용, 공공기관의 통계자료, 재무제표 분석에 집중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합니다. 답은 뻔한곳에 있습니다.


너무 복잡한 것 보단 핵심만 심플하게


쓸데없이 복잡한 분석을 하는 것 보다 회사 이익과 직결된 핵심만 빨리 파악하는 사람이 투자를 잘할 확률이 높다고 합니다. 가끔 투자를 하기 위해 원가회계 기법, 최신 밸류에이션 금융 기법, 거시적인 지표들과 이런 저런 금융 테크닉을 동원하는 투자자들이 있습니다. 이들이 과연 투자 수익률도 좋을까요? 꼭 그렇다고 장담하긴 힘들겁니다. 그런 사람들 보다는 핵심을 재빨리 파악하고 핵심 분석 능력이 좋은 사람이 투자를 잘 한다고 합니다.

투입 노동력 대비 수익률도 후자쪽 사람들이 좋을 가능성이 높고 삶도 더 행복하게 살 것입니다.

가령 회사 이익의 절반이 날아갈 수 있는 정부 정책이 시행되면 다른 자잘한 분석이 필요없습니다. 이 이슈에 집중해야 합니다. 회사 매출 비중에서 80%를 차지하는 제품의 경쟁이 심화돼 매월 점유율이 떨어지고 있다면 이 부분에 집중하는 편이 다른 분석에 힘을 쏟는 것 보다 낫다는 이야기 입니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투자를 잘 영위할 수 있습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공부를 아주 소홀히하면 시장은 계좌를 파란불로 만들어 줄겁니다.


통찰력


통찰력. 그분이 가장 강조한 단어입니다. 투자자에게 가장 중요한 단어를 꼽으라면 통찰력이라고 했습니다. 통찰력은 앞의 '핵심만 심플하게'에서 했던 이야기와 어느 정도 일맥상통 합니다.

일단, 묻지마 방치투자로 운 좋게 돈을 번 사람을 제외합시다. 제대로 기업을 분석하고 장기간 포트폴리오 조절을 하면서 투자를 하는 사람들에 국한해봅시다. 이들 중 성공한 투자자나 슈퍼개미 혹은 재벌로 성장하는 사람 중 소위 명문대 경영학과 교수님은 (제가 알기론) 없습니다. 또는 주식으로 성공한 슈퍼개미 중에는 SKY대학이나 아이비리그 출신이 아닌 사람들도 많습니다.

주식시장은 서로 얼굴을 모르는 사람들끼리 지적 전쟁을 하는 곳 입니다. 그럼에도 역설적으로 DCF공식 한 줄, 영어 한 문장 더 잘 아는 사람이 꼭 유리하지는 않다고 합니다. (모르는 것 보단 낫고 당연히 공부를 열심히 해야 하는 건 맞지만요.)

그 보다는 철저히 통찰력의 싸움이라고 합니다. 지방의 이름 없는 대학교를 나온 사람이 통찰력만으로 SKY출신 사람을 쓰러뜨릴 수 있는 곳이 주식판이라고 했습니다.

그분의 견해에 따르면 통찰력은 타고 나는 것도 있겠지만 많은 경험과 독서에서 나온다고 말했습니다. 저도 이 말에 대부분 공감합니다. 핵심을 빨리 파악하고 이를 행동으로 빠르게 옮길 수 있으며 통찰력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면 투자 세계에서 성공할 확률이 높을 것 입니다.


모두 알지만 누구나 누리지 못하는 '복리'


'주식은 %게임이다' 이 문구 또한 이분이 굉장히 강조한 내용입니다. %게임의 위험성은 '잘못되면 한방에 인생이 꼬일 수 있다'는 점입니다.

주식 투자자들은 누구보다 복리의 위력을 잘 알고 있고 복리를 실현하기 위해 분주하게 매매합니다. 그런데 누군가가 꾸준히 매매를 잘 해서 100억을 만들었는데 한번의 실수로 -50% 수익률을 내면 자그마치 50억원이 사라진다는게 주식의 무서운 점이라고 했습니다. 잃은 50억은 매매를 통해 100%의 수익률을 올려야 복구가 됩니다.

이런 이유로 주식을 사고 팔아서 꾸준히 이익을 누적해 복리를 실현한다는 부분에 대해서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그리고 위험하다'는 말을 했습니다.

복리라는 것은 사고 팔아서 내는게 아니라고 합니다. 애초에 좋은 회사를 잘 선택해서 그 회사가 성장함에 따라 투자 자금도 함께 성장하는 것이 가장 복리를 극대화 할 수 있는 수단이라고 했습니다.

금화피에스시, 한국쉘석유, 대한약품과 같은 회사에 꾸준히 투자해왔다면 힘들게 주식을 트레이딩 한 사람들보다 훨씬 막강한 복리의 위력을 누렸을 것입니다. 게다가 배당금까지 재투자했다면 복리의 위력이 배가 됐을거라는 이야기를 했습니다. 한국쉘석유를 주당 5만원일때 투자했다면 작년 기준 배당금 2만원을 받으면 한해 배당으로만 투자원금의 40% 가까운 복리 수익을 챙길 수 있다는 이야기 입니다.

이 부분은 새로운 것은 없습니다. 가치투자자라면 흔히 하는 생각인데 트레이딩으로는 복리를 실현하기 힘들다는 이야기는 다소 놀라운 이야기였습니다.


투자(Investing) vs 매매(Trading)


대부분의 투자자들은 매매를 합니다. 그러면서도 투자를 한다고 자신을 포장합니다. 심지어 가치투자를 한다는 사람들도 실상은 대부분 투자가 아닌 매매를 하고 있습니다. 부끄럽지만 저도 아직 매매를 하는 실력밖에 안되는 것 같습니다. 물론 매매는 나쁘고 투자는 옳다는 뉘앙스로 쓰려는 글이 아닙니다.

'투자란 철저한 분석에 근거해서 투자 원금의 안정성과 적절한 수익을 추구하는 행위'라는 벤저민 그레이엄의 투자 철학을 되새겨 봅시다. 투자를 이렇게 통찰력있고 간결하게 표현한 문구가 또 있을까요? 이 철학에 맞는 투자를 하기 위해서는 당연하게도 일단 매매자의 사고 방식보다는 투자자의 사고 방식을 따라야 합니다.

이분의 투자 경험을 듣고 뒤통수를 맞은 듯 찡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서브프라임 금융 위기가 갈무리 돼 가던 2008년말. 이분은 여성 소비재 관련 주식을 최저가인 1,000원대에서 상당량 잡았다고 했습니다. 이 주식을 매집하기 위해 현지 매장 실사도 부지런히 했다고 했습니다. 물론 움직인 계기는 중국인 관광객이 우리나라 여성 소비재 제품을 많이 사간다는 신문지 상의 박스 기사 때문이었다고 합니다.

그런 노력 덕분일까요? 6개월 후 주식을 8,000원대에 전량 매도 했다고 합니다. 입이 떡 벌어집니다. 단기간에 굉장한 성과입니다.

그 분께 굉장한 투자 실적이라고 말했더니 그분은 손사래를 쳤습니다. 그때의 이익 실현은 운이 작용했다고 겸손하게 말했습니다.

무엇보다 그분이 강조했던 말은 당시 성공적인 '매매'를 한 것은 맞지만 성공적 '투자'에는 실패했다는 것입니다. 8,000원에 매도한 그 주식은 2년뒤 2만원을 돌파했고 그리고 다시 1년 6개월 뒤에 9만원을 돌파 했습니다. 4년간 100배 남짓 올랐습니다. 게다가 무상증자를 감안하면 수백배 올랐습니다. 만약 그 주식만 홀딩했다면 그 포트폴리오 가치만 100억을 넘었을 거라합니다.

이 이야기에서 강조하고자 하는 것은 매도한 주식이 폭등했다는 점이 아닙니다. 기업의 체질이 변하고 기업의 가치가 급격히 높아지고 있는데 단지 '충분히 수익을 냈다는 이유'로 주식을 매도했던게 실수라는 것 입니다. 그 기업이 꾸준히 좋은 실적을 내고 영업망을 확장해 세계적인 기업이 된다라고 가정하면 주당 90만원짜리 주식이 되지 말란 법도 없다는 이야기 입니다.

시세에 연연하면 '매매자'가 되고, 가치에 집중하면 '투자자'가 된다는 지극히 단순한 이야기였습니다. 이 이야기에 충격을 받은 걸 보면 저도 아직 갈길이 먼가 봅니다.


집중투자와 ROE, PBR


집중투자와 분산투자에 대한 논란은 고수들 사이에서도 끝없는 논쟁거리 입니다. 이 부분에 대한 답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이분은 집중투자를 선호한다고 했습니다. 개인투자자가 여러 회사를 커버리지 하는데 한계가 있다는게 이유였습니다. 또 집중투자가 안정성도 높으면서 계좌를 빨리 불려낼 수 있는 방법이라고 했습니다. 1~2개 종목에 몰빵하는 것은 위험하지만 3~5종목에 집중적으로 투자하는 것이 좋지 않느냐는 의견을 줬습니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PBR이 낮고 ROE가 높은 종목을 선호한다는 팁을 건내줬습니다. 또한 ROE와 같은 지표는 추이가 중요하다고 했습니다.

ROE추이는 저도 중시하는 지표입니다. PBR과 ROE를 조합해서 투자하는 본인만의 방법이 있다고 했는데 이 부분에 대해서는 다음에 만나면 가르쳐 준다고 했습니다. 이 부분에 대한 팁을 더 공유하지 못해 아쉽습니다.


2008 시장대폭락


2008년 미국에서 시작된 금융위기는 지금까지도 많은 사람들에게 공포의 기억으로 남아 있습니다. 2,100 포인트를 향해 가던 코스피 지수는 미국발 서브프라임모기지론 사태로 급락하기 시작했습니다. 1,600포인트까지 수직하락한 지수는 반등을 조금 하는가 싶더니 1,400 그리고 1,200을 차례로 깨고 내려갔습니다. 버티고 있던 많은 투자자들이 1,400수준에서 주식을 투매했습니다. 지수 1,200이 깨지자 바닥이라면서 다시 주식을 사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지수는 이내 1,000을 깨기 시작했고 끝까지 버티던 투자자들 마저 공포감을 못 이기고 주식 투매에 나섰습니다.

개인투자자들이 주식을 끝없이 투매를 하는 동안 지수는 892까지 폭락했습니다. 지수 폭락은 1년간 지속됐습니다.

제 기억으로도 이때 많은 투자자들이 사라졌습니다.

제가 만났던 이 분은 이때 살아남았습니다. 주식 비중 100% 상태였다고 합니다. 손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것을 구경만했다고 합니다. 이 상황에서 그 분이 했던 행위는 단 하나라고 합니다. '그냥 가만히 있었다'고 합니다. 지수가 892포인트를 찍고 반등하자 손실분은 급격하게 회복되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원금을 회복한 계좌는 급등을 거듭해서 금융 위기가 지나고 나서는 재산이 되레 많이 불어났다고 합니다.

이 이야기는 별 것 아닌 것 같지만 투자자에게 많은 점을 시사합니다. 첫째, 바닥은 누구도 단정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둘째, 공포감을 이기면 큰 수익으로 돌아온다는 부분입니다. 기업의 개별적 이슈가 아니라 시장 전체 이슈로 하락하는 시기에는 주식을 손절매 하는 것은 정말 어리석은 행동입니다.

저도 비슷한 경험을 했는데 2011년 8월 기존 날짜 오류 정정 2012년 3월에 주식 비중이 100%였습니다. 영문도 모른채 대형주가 줄줄이 대폭락을 했고 제가 가진 중소형 가치주들도 추풍낙엽처럼 폭락했습니다. 저는 아무런 대응도 하지 않고 가만히 있었습니다. 이 단기 폭락장이 지나고 이듬해에는 기저효과로 손실분은 물론이고 큰 수익까지 낼 수 있었습니다.

그와 반대 경험으로 올 6월 단기 하락장에서 공포감을 못 이기고 주식들을 손절매 했는데 손절매 하자마자 주식들이 다시 반등하면서 제 자리를 찾아 올라왔습니다. 저의 상실감도 배가 됐습니다.


돈의 한계 효용.. 행복이란?


어느 정도 이상의 규모로 돈을 번 주변의 큰손 투자자를 보면 돈이 많다고 해서 행복해 보이지는 않는다고 했습니다. 돈을 보고 다가 오는 사람, 의미 없이 돈을 쓰면서 하루하루 보내는 사람.. 모두 행복 보다는 불행에 가까운 삶을 살아가는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본인도 일정 규모 이상의 자산가가 되면서는 돈을 버는 것 자체에 대한 행복감은 많이 사라졌다고 합니다. 요즘은 금액 그 자체를 불리는 일에는 크게 관심이 떨어진 상태라고 합니다. 어떻게 하면 사회에 더 기여를 할지 고민중이라고 합니다. 경제적으로  어려운 학생들의 학업을 도와주는 재단을 만들고 싶다 했습니다. 제 꿈 목록에도 그게 있다고 하니 정말 좋아해 주셨습니다.

그리고 요즘은 철학적 사색에 빠져 있다고 했습니다. 제게도 행복은 무엇인가? 투자란 무엇인가?와 같이 어려운 철학적 질문을 던졌는데 짧고도 어려운 질문들 이었습니다.

바칼로레아류 문제나 질문을 좋아해서 집에 오는 길에도 두 질문에 대한 많은 생각을 해봤습니다. 그 생각을 글로 풀지는 않겠습니다.

다만 한가지 확실한 것은 '우리는 행복해지기 위해서 투자를 한다'는 것입니다. 투자를 하는 과정에서 행복을 잃으면 안되지 않나하는 생각이 듭니다. 가까이 있는 행복을 향유하며 살아갑시다. 투자를 통해서 여러분 모두 행복해 지시길 기원합니다.

2013년 11월 16일
송종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