떤선녓 공항(Tan Son Nhut, 탄손누트)은 호치민과 세계를 잇는 관문입니다. 호치민은 물론이고 베트남 남부로 접근하기 위해서는 이 공항을 거쳐야합니다.
본 포스팅은 출국 시, 떤선녓 공항과 로터스라운지를 이용하는 분들을 위해 남겨두는 기록입니다. 찾아 와 주신분들께 작으나마 도움이 되시면 좋겠습니다.
항상 바쁘고, 항상 피곤한 떤선녓 공항
호찌민의 떤선녓 공항도 그렇습니다. 2004년에 지어져서 이제는 20년이 된 공항입니다. 규모는 김포공항과 비슷합니다. 그런데 이용객은 동남아시아에서 두번째로 많습니다. 이용객이 늘면서 공항 혼잡도는 꾸준히 늘어나고 있습니다.
떤선녓 공항에서 비행기를 탈 때는 정시 출발을 해 본 기억이 별로 없습니다. 활주로는 항상 바쁩니다. 그러다 보니 비행기들은 20분에서 1시간 정도는 지연되기 일쑤입니다.
활주로 뿐 아니라 공항 내부도 바쁘다
떤선녓공항 활주로는 비행기가 밀려서 정신이 없습니다. 비행기가 출발하려고 빽빽하게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 상상이 가시나요. 그렇다면 입출국 수속장은 어떨까요? 예상하시는대로 거기도 전쟁터입니다.
어느 정도 이런 상황을 예상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탑승시간 보다 훨씬 빨리 공항에 도착했습니다. 미리미리 출국수속을 밟고, 라운지에 가서 놀 계획이었습니다.
그런데 아니! 제가 놓친 부분이 있었습니다. 떤선녓에서는 온라인 발권이 안됩니다. 그리고 탑승시간 3시간 전 부터만 발권을 할 수 있고, 현장발권만 가능합니다. 짐도 이때 부칠 수 있습니다. 아이고 머리야. 일단 공항 내 카페에 앉아서 틈틈이 업무를 좀 보고 시간을 때웁니다. 그래도 시간이 안가서 노숙자 마냥 의자에 걸터 누워서 잠깐 눈을 붙였습니다.
한참을 기다리다가 수속 시간이 다가왔습니다. 대한항공 티켓팅을 하는 카운터는 고정된 것이 아니라 매번 바뀝니다. 제 경우에는 매번 바뀌었던 것 같아요. 안내판도 명확하지 않아서 공항 끝에서 끝까지 왔다갔다 하면서 겨우 대한항공 카운터를 찾았습니다.
대한항공 발권 카운터가 열렸습니다 사진 : 송종식 |
인천공항처럼 프리미엄 체크인도 안되고, 수완나품공항처럼 패스트 트랙이 있는 것도 아닙니다. 그냥 이코노미 카운터 옆에 'Business/Priority' 카운터에서 발권을 하고 짐을 부치면 됩니다.
베트남 사람들은 짐이 정말 많습니다. 이민을 가는 수준으로 많아요(정말 이민인가?). 그래서 비지니스 카운터도 사람은 몇 명 없는데 짐 부치고 수속하는데 시간이 꽤 많이 걸렸습니다.
한참 기다리는데, 꽤 멋있고 믿음직하게 생긴 중년의 대한항공 베트남 직원 아저씨께서 저에게 오셨습니다. 제 이름을 묻더니 여권을 가져 가셨습니다. 저 멀리 있는 발권용 컴퓨터 같은 곳에서 뭔가 입력을 하시더니 제 티켓을 따로 가지고 와 주셨습니다. 덕분에 저는 줄을 끝까지 기다리지 않고 티켓을 받았습니다. 대한항공 베트남인 현지 직원분의 센스에 엄지척 하나를 날려 드렸습니다.
온라인 발권이 되지 않기 때문에 무조건 오프라인 발권을 해야한다. 항공기 티켓과 로터스라운지 티켓을 얻었다. 사진 : 송종식 |
하지만 그것은 시작에 불과했습니다. 출국 심사줄이 어마어마합니다. 그 좁은 공항을 몇번을 꼬아가면서 사람들이 줄을 서 있는데, 발 디딜틈 없이 빽빽했습니다. 베트남에 올 때 마다 느끼지만, 신공항이 절실합니다. 어설퍼도 이렇게 어설플 수가 없습니다. 꽈배기처럼 늘어진 줄을 한참을 기다려서 겨우 출국 심사를 받았습니다. 여권을 건네고 얼굴을 확인하는데는 10초가 안 걸렸습니다. 이 단 10초를 위해서 거의 30~40분 정도 줄을 서 있었습니다. 인천공항의 쾌적함이 머릿속에 계속 떠올랐습니다.
그리고 이게 끝이 아니었습니다. 아직 짐 검사가 남았습니다. 짐 검사 줄이 또 30~40분 걸렸습니다. 이렇게 해서 출국심사와 짐 검사에 총 1시간이 조금 넘게 들어간 듯 합니다.
로터스 2 라운지
공항이 혼잡하기 때문에, 발권을 탑승 3시간 전 부터 개시합니다. 그런데 출국 수속 등에 1시간을 넘게 써 버렸어요. 이러니 라운지에 머물 시간이 크게 줄어 듭니다. 그래서 속으로는 '라운지는 그림의 떡이겠구나. 맛만 보고 나가야겠다'고 생각을 했습니다.
우선 저는 로터스라운지를 찾아서 움직였습니다. 로터스라운지는 베트남항공에서 운영하고 있습니다. 베트남항공은 대한항공과 같은 스카이팀 소속으로 코드쉐어 항공사입니다. 떤선녓 공항에서는 스타얼라이언스 항공사의 이용객들을 위한 르 사이공니스(LE SAIGONNAIS) 라운지와 양대산맥인 듯 합니다. 그 외에 로즈라운지, 애프리콧 라운지도 있습니다.
제가 이용하는 로터스라운지는 하노이, 다낭, 나트랑, 호치민 공항에 다 설치가 되어 있습니다. 다른 공항들은 PP카드 등을 이용해서 입장이 가능합니다. 다만, 호치민에 있는 로터스라운지는 PP카드로 입장이 안되고 비지니스클래스를 이용하는 승객만 이용할 수 있습니다. 전세계의 스카이팀 항공사를 이용하는 승객들이 다 같이 쓰기 때문에 아주 한적하지는 않습니다. 물론, 한국처럼 막 붐비는 건 아니어서 쾌적하게 휴식할 수 있습니다.
떤선녓 공항 국제선 출국장 건물의 구조 자료 : 호찌민 떤선녓 국제공항, 송종식 |
위의 약도는 떤선녓 공항의 국제선 출국장 구조입니다. 로터스 라운지는 2개가 있습니다. 3층에 규모가 큰 것이 로터스1 라운지이며, 1층에 규모가 작은 것이 로터스2 라운지입니다. 보통은 3층에 있는 라운지로 많이 가시는 것 같습니다. 모서리에 있어서 비행기 구경하기가 좋습니다. 인테리어도 우리나라 카페처럼 되어 있고 널찍합니다. 그런데 저는 1층에 있는 작은 라운지, 로터스2 라운지를 갑니다. 여기는 사람들이 잘 안와서 그런지 상대적으로 쾌적합니다. 그리고 인테리어도 훨씬 포근하고, 의자 같은 것들도 훨씬 제 스타일입니다.
로터스2 라운지로 내려가면서 찍은 모습 사진 : 송종식 |
그래서 개인적으로 떤선녓에서 로터스라운지를 이용하실 분들은 1층에 있는 작은 라운지도 한번 이용해 보시라고 조심스럽게 권유드려 보고 싶습니다.
여담으로 인천공항의 라운지들을 이용할 때는 아주 높은 효용감을 느끼지는 못했습니다. 하지만 떤선녓의 라운지는 아주 높은 효용감을 느끼게 해주었습니다. 왜 그런가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발권, 입국심사, 짐검사까지 비행기를 타기도 전에 진을 빼놔서 그렇겠습니다. 그래서 라운지에서 1시간여 남짓만 앉아서 쉬어도 아주 만족스러운 느낌을 받게 되는 것 같습니다. 좋다고 해야할지, 아니라고 해야 하는 건지는 모르겠습니다.
닭고기 쌀국수(Com pho) 한 그릇으로 떠나는 아쉬움을 달래본다. 시간이 많지는 않아서, 많이 먹지는 않았지만 출국수속 과정의 피로함은 1시간 여 머무는 시간 동안 다 풀렸다. 사진 : 송종식 |
로터스라운지에는 샤워실도 있습니다. 비행기를 타기 전에 땀을 좀 씻어 내야 하거나 할 필요가 있는 분들은 샤워장에서 물 한번 뿌리고 출발하는 것도 아주 좋은 것 같습니다.
2024년 7월 25일
송종식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