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노이는 정치와 행정의 중심지고 경제의 중심지는 호치민이듯이 당연히 호치민의 1인당 GDP가 높은데요, 베트남 사람들 사이에서는 진짜 부자는 하노이에 더 많다는 말도 있는 듯 합니다. 성장하는 활기찬 경제에 더해 베트남 사람들 자체가 낙천적입니다만, 하노이보다는 호치민 사람들이 훨씬 더 낙천적인 것 같습니다.
이는 돈을 대하는 태도에서도 차이가 나는데 호치민 사람들은 소비성향이 큰 반면에 하노이 사람들은 저축의 중요성을 호치민 사람들보다는 더 잘 이해하고 있다고 합니다.
하노이의 수 많은 벤츠들
베트남에서 가장 빨리 성장하는 산업 분야는 자동차 분야입니다. 2016년 자동차 소매시장은 베트남의 자랑(?)인 섬유 시장보다 높은 25% 이상의 연간 성장률을 기록했습니다. 빠르게 자동차가 보급되고 있어서 시간이 더 흐르면 오토바이 대국의 면모도 역사속에서만 찾을 수 있게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어쨌든 그렇기는 해도 베트남의 현재는 여전히 오토바이 대국입니다. 아직까지 4,500만대의 오토바이가 거리를 돌아다니고 있다고 합니다.
기본적으로 대부분의 시민이 한달 급여 몇십만원으로 사는 도시들입니다. 이런 도시에서 몇천만동씩 하는 자동차 등록비는 여간 부담스러운게 아닙니다. 게다가 호치민시는 지속적으로 차량 등록비를 올리고 있습니다. 수입품에 붙는 관세도 높은데다 독일 명품자동차는 기본적인 가격도 비싸기 때문에 가난한 대다수 일반 베트남 국민들에게는 그림의 떡과도 같습니다.
이들 대도시에서는 대다수 시민들의 전재산이기도 한 이 오토바이 행렬 사이에서 고급차량의 존재도 쉽게 포착할 수 있습니다. 어지간한 한국 사람들도 구매하고 유지하기에 부담을 느끼는 독일 고급 차량들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는데요, 특히 하노이는 벤츠가 강세를 보이는 지역입니다.
하노이의 길거리에서 E클래스는 수없이 볼 수 있고 사진처럼 고배기량의 S클래스도 자주 볼 수 있습니다. 오토바이와 함게 달리기도 하고 보도에 널부러져 있기도 합니다. 한달 평균 월급 30~40만원인 나라에서 이 정도 차를 타고 다니려면 얼마나 많은 부를 축적한 것일까요? <사진 : 송종식> |
벤츠야 어느 나라를 가도 고급차이지만 하노이 시민들의 벤츠 사랑은 유별난 것 같습니다. 독일 3사 차량 중에서 BMW는 왕왕 보이기는 했지만 거의 찾아볼 수 없고 아우디는 간간히 보입니다. 벤츠는 정말 많이 보입니다.
베트남의 부(富)는 권력순?
경제 도시는 호치민이지만 정치나 행정 도시는 하노이입니다. 국방부, 재경부 등 국가 심장부에 해당하는 시설들이 하노이에 밀집되어 있습니다. 부패도 심한 나라이다보니 아무래도 권력을 가진자들이 부도 갖고 있다고 봐야하고 그래서 하노이의 평균 GDP 수준으로는 상상하기 힘든 고급차들이 많이 굴러다니는게 아닌가 생각됩니다. '진짜 부자는 하노이에 많다'는 말 기저에도 이 부분이 가장 크게 작용하지 않나 생각됩니다.
중국과 가까운 위치 때문에 조금 더 강한 유교색?
호치민 사람들보다는 하노이 사람들이 조금 더 유교색이 짙지 않나 생각합니다. 그래서 다른 사람들의 시선도 하노이 사람들이 조금 더 많이 생각하는 것 같구요. 벤츠 같은 명품에도 더 관심이 많은 것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사람 사는게 별다를게 있나 싶습니다. 호치민에서도 명품 열기는 상당하지만 하노이쪽 사람들이 유교 사상 때문인지 조금 더 타인에 대해 생각하면서 사는 것 같습니다. 유교색 때문인지, 교육을 잘 받아서 그런것인지 자세히는 모르겠지만 호치민 보다는 하노이 사람들이 타인에 대한 예의도 상당히 바릅니다.
딸래미를 데리고 시내 버스를 타면 뒤에 탄 사람들이 일제히 일어나서 자리를 비워줍니다. 하노이 사람들은 민망할 정도로 타인을 배려하고 예의도 바르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돈을 대하는 태도?
앞서서도 잠시 언급드렸지만 하노이 사람들이 호치민 사람들보다 저축에 대한 인식이 높습니다. 초기에 종자돈이나 부를 축적하는 방법도 하노이 사람들이 조금 더 잘 이해하고 실천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수상인형극, 프로페셔널과 재미의 사이에서
홍강 근처에서 농사를 짓던 농민들에게서 시작된 인형극입니다. 총 18장으로 돼 있고 관광객들에게 인기가 많습니다. 두 도시 중 굳이 수상인형극의 본산을 말하자면 하노이입니다.
그래서 하노이의 수상인형극은 꽤 진지하고 프로페셔널합니다. 그런데 호치민에서 봤던 수상인형극보다 재미는 없었습니다. 저는 연신 하품을 쏟아냈습니다. 제 주변에 앉은 백인들은 모두 코를 골며 자는 진풍경을 연출했습니다. 그저 '유명 관광 상품이니 한번 봐야지' 하는 수준으로 들렀다가 다들 잠만 자고 나가는.. 이건 정말 안타까운 부분인데 하노이 쪽 수상인형극 관계자들이 이 부분을 개선하지 않으면 안될 것으로 보입니다. 전통성을 지키면서도 재미를 가미할 수 있는 부분을 연구해보셨음 싶습니다.
수상인형쇼(Water Puppet Show)를 보기 위해서 착석하는 관광객들 <사진 : 송종식> |
호치민의 수상인형극은 본산지인 하노이 것보다 훨씬 액티브하고 중간중간에 웃음 요소도 많았습니다. 저는 호치민에서는 워터퍼펫쇼를 하품하지 않고 봤었고 외국인들도 연신 웃음을 터트리며 봤던 기억이 납니다.
진중한 하노이 사람들과 여유있고 즐기자 마인드의 호치민 사람들의 차이는 이 수상인형극을 통해서도 살짝 엿볼 수 있었습니다. 뭐 한국인 입장에서는 베트남 사람들 전체가 여유있고 긍정적으로 보이기는 하지만요.
비
지리적 위치나 민족의 차이 뿐 아니라 기후도 두 도시의 특성을 갈라놓는 중요 요인 중 하나라 생각합니다. 하노이는 대체적으로 포근하지만 4계절이 존재합니다. 호치민은 무척 덥고 건기와 우기 2계절이 존재합니다.
우기를 제외하면 호치민은 비가 거의 안내리지만 내리더라도 세차게 한차례 내리고 금방 마릅니다. 하노이는 비가 한번 오면 정말 줄기차게 내립니다. 그래서 이 때문인지는 몰라도 호치민 사람들은 연애를 할 때도 금방 불타오르고 식는 반면에 하노이 사람들은 서서히 불타고 끝없이 세차게 몰아친다는 말도 있는 것 같습니다.
2017년 3월 10일
송종식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