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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9월 6일 화요일

힌남노 단상

어젯밤에 거실창문을 열어두고 컴퓨터로 작업을 하고 있었다. 태풍이 제주도 근처에 상륙했을 때 양평도 바람이 많이 불기 시작했다. 한번씩 몰아치는 돌풍이 가히 위력적이었다. 마당에 있는 살림살이가 날아 다니고 뒤집히는 소리가 들렸다. 오늘 아침에 태풍이 지나가고 확인했더니 예상대로 난장판이 되어 있었다.

다른 분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용문을 비롯해서 양평의 다른 동네는 밤새 정전이 된 곳도 많았다. 태풍의 직접 영향권에 들어가지도 않는 양평이 이 정도라면, 직접 영향권에 들어갔던 남부지역은 어땠을지 걱정이 되었다. 아니나 다를까 아침에 신문을 보니 포항은 초토화가 되어 있었다.

기상청이 역대급 태풍이라고 경고했던 2022년 제11호 태풍 힌남노가 지나갔다. 관측사상 최초로 북위 25도선 이북에서 발생한 태풍이다. 힌남노는 이동 경로도 종잡을 수 없었다. 그래서 동북아 국가들의 기상당국이 긴장하며 힌남노의 경로를 추적했다.

한국 동남부 지역에 큰 피해를 남기고 동해상으로 빠져 나가고 있는 힌남노의 현재 위치 <자료 : 한국 기상청>

태풍의 이동경로가 신기하다. 생성 후 서쪽으로 향하면서 대만 상륙을 앞두고 있었다. 그러다 갑자기 9월 3일에서 4일쯤 북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이때부터 태풍이 한반도를 지나갈지가 초미의 관심사가 되었다.

어차피 욕할 사람은 욕한다


기상청과 대통령은 어차피 욕을 먹는다. 이유는 다음과 같다.

강력한 사전 경고와 대비가 있었고 별 피해가 없는 경우


이런 경우 "별 것도 아닌 태풍으로 왜 이렇게 호들갑을 떨었냐?", "관측 다 틀리는 기상청, 일 좀 해라", "대통령 호들갑 떨더니 존재감 키우고 싶었나보네, 아니면 태풍으로 눈 돌리고 다른 음모 꾸미는 게 있나?"라는 등의 조롱이 뒤따른다.

사실 대비를 잘 해서 피해를 줄인 것이면 박수를 보내는 것이 응당 상식이다. 만약에 운 좋게 태풍의 세력이 줄어서 별 피해가 없이 지나 갔어도, 되레 다행으로 생각하면 되는 부분이다.

재난 앞에서 우리는 백번이고 천번이고 조심해도 모자람이 없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뭐가 어찌 됐든 결과가 '피해없음'이라면 아주 다행이고 잘 된 것이다.

물론, 이번 태풍은 철저히 예고하고 대비했음에도 불구하고 포항 지역의 피해가 상당히 크게 발생하였다.

강력한 사전 경고와 대비가 없었고 피해가 큰 경우


이 경우는 뭐 욕을 먹어도 싸기는 하다.  어떤 욕을 먹을지는 안봐도 뻔하다. "기상청은 뭐하냐?", "대통령은 일 안하냐?", "또 소 잃고 외양간 고칠거냐?" 이런 종류의 욕이 빗발칠 것이다.

강력한 사전 경고가 있었고 피해가 큰 경우


사전에 강력한 경고가 있었고 대비도 잘 하였지만 인간의 힘으로 막을 수 없을 정도의 위력 덕에 피해가 커지는 경우도 있다. 이 경우도 욕은 먹게 되어있다. "눈 뜨고 코 베인거냐", "그렇게 경고하고 대비하자더니 뭐 한거냐? 대비하는 시늉만 한거냐?", "역시 이번 대통령은 무능하다. 그럴 줄 알았다"이런 욕이 따라 붙겠지.

어차피 몇몇 사람들은 이래도 욕을 하고, 저래도 욕을 한다


몇몇 사람들은 니편 내편 가르기를 좋아한다. 어차피 내가 싫어하기로 마음 먹은 사람이라면 그 사람이 뭘 아무리 잘 해도 그냥 다 미워 보인다. 그래서 욕을 한다. 반대로 내가 좋아하기로 마음을 먹은 사람이라면 그 사람이 똥을 싸도 박수를 보낸다. 사람이 원래 그렇다. 편향적인 존재다.

그리고 매사 투덜대는 사람들이 있다. 매사 빈정대고, 매사 남에게 불평을 쏟는 사람들 말이다. 그런 사람들의 이야기에 굳이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을까 싶다.

내 생각에 이번 힌남노 예보는 정말 훌륭했다. 기상청 입장에서는 할일을 했을 뿐이다. 이번에도 기상청은 일을 아주 잘 했다고 생각한다. 기상청의 노력 덕분에 국민들은 태풍이 상륙하기 며칠 전부터 대비를 할 수 있었다. 태풍의 위력은 기상청의 예고대로 강력했다. 기상청의 노력과 경고가 아니었다면 실로 더 큰 피해가 났을 것이다.

그런데 문득 이런 생각도 든다. 욕을 먹는 대상이 비단 정치인이나 기상청뿐일까? 나라고, 그리고 이 글을 읽는 여러분이라고 크게 다를까? 우리는 어차피 누군가에게는 욕을 먹고 있다. 지금 이 시간에도 누군가는 우리에 대한 욕을 하고 있을 것이다.

어차피 나한테 욕을 하는 사람은 뭘 해도 꼬투리를 잡아 욕을 할 것이고, 나를 좋아해 주는 사람은 내가 무슨 짓을 해도 지지하고 응원해 줄것이다.

그래서 욕하는 사람들을 굳이 다 생각할 필요도 없다. 무시하는 게 상책이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과 함께 내가 하고 싶은 것을 무쏘의뿔처럼 하면서 가면 된다.

생각보다 피해가 없었다고 조롱하는 빌런들


인터넷을 보다가 발견한 새로운 빌런들이다. 그런데 그 숫자가 꽤 많았다.

"생각보다 피해 x도 없네. 기상청하고 정부는 괜히 호들갑 떨어서 사람들한테 겁만 준거냐"

중부지방은 별 피해가 없었다. 그런데 남부지방의 피해상황을 보고도 저런 이야기를 한다면 공감 능력이 결여된 것이다. 특히, 포항은 이번에 피해가 아주 컸다. 나라 경제의 허리 역할을 하는 포항제철소 공장이 침수되어 가동을 멈췄다. 해병대는 KAAV까지 동원하여 물에 잠긴 시내에서 사람들을 구해내고 있다.

포항제철소는 전 지역이 침수되어 공장 가동이 멈춘 상태다. 포항 곳곳에서 건물 붕괴와 산사태가 잇다랐다. 해병대와 인근 육해공군 부대까지 동원되어 고립된 사람들에 대한 구출과 수해 복구작업을 하고 있다.

태풍이 지나가는 지역에 산다고 해도 피해가 없이 지나갈 수도 있다. 태풍이 모든 지역에 촘촘하게 피해를 입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운 좋게 피해를 입지 않았다고 해서 위와 같은 발언을 하는 것은 경솔하다.

재차 강조하지만 기상청과 정부는 이번에 일을 제대로 했다. 태풍이 중간에 소멸했어도 기상청이 잘 한 것은 잘한 것이다. 그리고 중부지방은 피해가 없었을지 몰라도 동남권의 일부 지역은 초토화가 되었다.

강남과 포항..


그나마 기상청의 경고 덕분에 국민들의 대비가 빠르고 단단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포항 지역에서 피해가 크게 발생해서 마음이 아프다. 포항에 계셨던 분들 이야기를 들어 보니 어제 태풍의 위력은 가공할 수준이었다고 한다. 아무리 대비를 했어도 사람의 힘으로 어찌하지 못했을 수준이었다고 한다.

사실 태풍이 북상하면서 각 언론사에서는 24시간 재난방송을 가동했다. 그러나 그 이면을 들여다 보면 수도권에 대한 걱정이 주였다.

한달 전 강남 수해 때 언론의 버즈량과 비교해 보면 동남권의 태풍 피해에 대한 언론 버즈는 약한 편이다. 수해가 끝나고 나서도 며칠동안 보도가 쏟아지고 각종 밈이 나오고, 전국민이 관심과 걱정을 가지고 강남을 바라봤던 것과는 대조적이다.

소강 상태를 보이던 언론 보도는 포항시 남구 인덕동에서 8명의 사망/실종자가 나왔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다시 증가하고 있다. 그리고 전체 공장이 물에 잠겨 가동이 중단된 포스코에 대한 언론 버즈가 증가하였다.

역사에 남을 명짤을 남긴 한달 전 강남 침수좌. 밈 하나로 전국구 유명스타가 된 것은 물론 레딧에서도 언급되었다. 이분 덕에 현대차는 막대한 제네시스 홍보효과를 얻었다. 그런데 현대차에서 저분에게 껌 한통 사줬다는 소식이 없다.

뭐 당연하긴 하다. 수도권에 돈과 사람이 모여 있으니 당연히 언론의 관심이 높을 것이고, 게다가 강남 한복판이 물바다가 되었으니 이목을 끌만했다. 사실상 수도권은 대한민국의 절반, 그 자체이기도 하고. 또, 사람이 죽으면 언론의 집중을 받을 수 밖에 없는 것도 당연한 언론과 여론의 생리임은 알고 있다.

그렇지만 지방에도 사람이 산다. 수도권이 별 피해가 없었다고 언론 버즈가 낮은 것은 그렇다고 해도 '지방에서 물 난리 난게 나랑 무슨 상관인데?', '서울은 별일도 없었다. 기상청이 괜히 오버했다' 와 같은 태도를 견지하면서 막말을 던지는 사람들을 보면 정말로 생각이 많아진다.

2022년 9월 6일
송종식


2021년 1월 12일 화요일

서울 과메기도 미역이 그립다

열아홉 스물에 고향땅을 떠나서 군대 때문에 잠시 고향에 돌아와서 머물다가, 다시 상경해서 고향 근처로는 거의 갈 일이 없었습니다. 그러던 것이 근래에는 갑자기 고향이 그리워 고향 문턱이 닳도록 들락날락하고 있습니다. 한번 왕복하면서 이리저리 돌아 다니다 보면 차량 계기판 숫자 네자리가 바뀌는데도 그렇게 자주 왕래하게 되네요. 

영일대 해수욕장의 명물 영일대 누각의 모습 <사진 : 송종식>

며칠 전에도 바람도 쐴 겸 포항에 다녀왔습니다. 새해에는 사람들이 많이 몰릴 것 같아서 시간을 늦추어 사람들이 왕래하지 않는 날과 시간을 찍어서 다녀왔습니다.

영일대 해수욕장에서 바라 본 포스코 전경 <사진 : 송종식>

시국이 시국인데다 공기도 차가워서 한산했습니다. 산책을 즐기는 소수의 시민을 빼면 사람들은 거의 없었습니다. 원래는 반짝이는 불빛과 흥겨운 사람들로 터져나가는 곳인데 뭔가 쓸쓸한 느낌도 들었습니다.

한때 포항은 물론이고 한국 경제를 지탱하던 포스코도 이제는 그 위세가 줄어서 살짝 초라해 보이기는 합니다. 여전히 국가를 지탱하는 기간 산업의 핵심 기업이기는 하지만요. 포스코가 얼마나 대단했냐면 IMF때도 포항 시민들은 타격을 거의 안 받고 지나갔을 정도라고 합니다.

원래 이름은 북부해수욕장 <사진 : 송종식>

제가 어릴 적, 영일대 해수욕장에 원래 영일대는 없었습니다. 원래 이름은 북부해수욕장이었습니다. 어린 학생들부터 나이든 어른들 할 것 없이 포항사람들이 모여서 놀 수 있는 몇 안되는 장소 중 하나였습니다. 문화 생활을 할 수 있는 공간이 특히 부족한 지방 소도시기에 포항 시민들에게는 소중한 공간이었습니다. 아마 포항사람치고 저기서 크고 작은 추억이 없는 사람은 없을 듯 합니다.

폰으로 대충대충 찍다보니 현장감이 별로 살지도 않고 사진도 볼품없네요. 사진기를 들고 다니면서 조금 더 멋있게 찍고 싶기도 한데 막상 사진기 들고 다닐 생각하면 불편하고 귀찮고 그렇습니다.

깔끔하게 담아져 온 물회 <사진 : 송종식>

포항에 멋진 카페들도 많이 생겼다고 해서 물회 한 그릇 먹고, 카페에서 바다 풍경을 바라보면서 좀 쉬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일단 지방도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서 카페는 실내에서 머무는 게 안됐고, 길거리를 좀 걷다보니 가게들도 문을 닫을 시간이라서 주린배를 움켜쥐고 숙소로 향했습니다.

아쉬운대로 배달이 되는 곳에서 물회와 과메기를 시켰습니다. 포항에 왔으니 포항 음식에서 나는 냄새로 방을 채워봤습니다. 물회가 정갈하게 썰어져서 왔습니다.

밥 한덩이에 초장을 부어 비비면 매콤달콤 물회덮밥으로! <사진 : 송종식>

물회에 밥 한공기 떡 얹어서 초장을 휘휘 저어 비비면 새콤달콤 맛있는 물회덮밥이 됩니다. 먹느라 넋이 나가서 사진은 이거 한장 달랑 찍었네요.

과메기는 미역을 만나야 합니다 <사진 :송종식>

깔끔하게 담아져서 배달된 과메기의 자태가 아름답습니다. 과메기를 특별히 즐기는 편은 아니지만 서울서 지내면 가끔 과메기가 확 땡길때가 있습니다. 그래서 과메기를 파는 곳에 가보면 신기하게도 서울 과메기는 대부분 김에만 싸서 먹도록 나왔습니다.

과메기는 미역에 싸서 먹어야 제맛인데 말이죠. 혹시 서울에서도 미역에 감아서 나오는 과메기 가게가 있다면 알려주시면 감사드리겠습니다.

과메기를 먹고 나면 몸에 열이 불끈불끈 나면서 힘이 마구 솟아납니다.

가성비 좋고 인심 좋은 한상입니다, 둘이나 셋이 먹기엔 양이 다소 많습니다. <사진 : 송종식>

부족하지도 과하지도 않게 물회와 과메기 한상이 배달되어 온 상차림 모습입니다. 배불리 먹고도 음식이 남을 정도로 인심히 후했습니다. 지방이라서 그런지 가격도 아주 착했습니다. 투자 블로그에 과메기 포스팅을 올리는 게 우습기는 하지만 개인 블로그니 똥글이 올라오더라도 이해해 주시면 감사드리겠습니다.

여러분들도 포항에 가게 되시면 죽도시장 물회를 꼭 드셔보시구요, 과메기는 미역에 싸서 드셔 보시길 권해드립니다. 호불호가 갈려서 역하다고 못 드시는 분들도 계시는데, 일단 과메기 맛을 알고 나면 매해 겨울마다 과메기를 찾게 되실거에요.


2014년 5월 10일 토요일

VIP투자자문 최준철 대표님 강연 요약

최준철 대표님은 서울대 투자 동아리 SMIC 2기 출신으로 VIP투자자문을 김민국 대표님과 공동 설립하여 현재까지 경영해오고 있습니다. 김민국 대표님은 전통적 안전마진을 중시하는 가치투자가로, 최준철 대표님은 성장 가치에 조금 더 비중을 두는 가치투자가로, 두분이  시너지를 내면서 회사를 잘 꾸려오고 있는 것 같습니다.

VIP투자자문은 설립이래 연평균 수익률 19% 정도를 내고 있다고 합니다. 운용자산은 2조원 수준입니다. 워낙 유명한 분들이라 직접 뵙고 강연을 들으니 좋았습니다.

그럼 최대표님의 강연 내용 요약을 시작해 보겠습니다.

최근 시장의 분위기


가치투자자는 '얼마를 벌까?' 보다는 '어떻게 하면 안 깨질까?'를 생각해야 한다. 그러니 상방을 보기 보다는 하방 경직을 보고 투자를 해야한다. 더불어 가치투자자는 시장을 볼 필요가 없다. 기업에 집중해야 한다.

그럼에도 시장 상황을 한번 짚고 넘어 가고자 한다. 과거보다 시장 변동성이 많이 줄었다. 지수 2,000에서 800대로 추락하지도 않고, 800대에서 다시 2,000대로 치솟지도 않는다. 예전처럼 high risk, high return 시장이 아니라 low-risk, low return 시장이 됐다. 약한 변동성 내의 박스권 시장으로 변했다. 우리나라 경제의 저성장과 맞물려 있다.

가치투자자는 시장을 보지 말라고 하지만 주식 시장에서 활동하는 우리가 시장의 영향을 아예 안 받을수는 없다. 약한 변동성을 가진 박스권 장세가 되다보니 최근에는 가치투자 하기가 쉽지 않다. 난이도가 높은 시장이 되었다.

개인투자자들이 예전보다 기업 가치에 대한 인식이 제고된 이유도 이런 시장 난이도에 한몫한다. 어려운 시장 상황에도 불구하고 가치투자의 저력을 믿는다. 장기적으로 마켓 대비 아웃퍼폼 할 수 있는 좋은 투자철학이라고 생각한다.

마켓 타이밍에 집중하느니 기업에 집중하는 것이 좋다는 말은 여전히 유효하다.

아. 빠뜨린 것이 있는데 우리나라 경제체제가 과거 대기업 중심의 경제 체제에서 중소/강소 기업 중심의 경제체제로 체질이 변화되고 있는 것이 감지된다.

가치투자자는?


앞서서도 언급했지만 주식으로 돈을 벌려고 하면 돈을 벌기가 힘들다. 마찬가지로 처음 어떤 주식을 매수할 때도 '얼마를 벌어야지'와 같은 리턴을 고려하면 돈을 벌기가 힘들다. 가치투자자라면 '어떻게 하면 잃지 않을까?'를 최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즉, 가치투자자들은 리턴보다는 리스크를 먼저 그리고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이다.

리스크를 낮추는 법

  • 철저한 분석을 통해서 기업에 대해서 최대한 많이 알아야 한다.
  • 주식은 미래를 다루는 일이므로 실적이나 BM을 얼마나 예측할 수 있는가?
  • 최대한 싸게 산다. 너무나 중요한 안전마진을 반드시 확보한다.
  • 안전마진이 다소 적더라도 미래를 예측하기가 수월하면 괜찮다. (버핏식)

최준철의 4개의 투자 바구니 (for low risk, middle return)


1) 응급실의 A급


10년 전에는 싸고 훌륭한 A급 주식이 시장에 넘쳐났다. 그러나 지금은 아니다. 싸면 약간의 문제가 있고 훌륭하면 밸류에이션이 다소 비싸다. 그러므로 지금은 A급 주식을 싸게 사고 싶으면 A급 주식이 일시적 악재로 응급실에 들어가 있을 때 사야한다.

단, A급 주식이 중환자실에 들어가 있거나 호흡기를 달고 있으면 사면 안된다. 즉, 회사의 비지니스 모델에 구조적인 문제가 생긴 경우에는 매수를 하면 안된다는 이야기다.

A급 주식에는 다음과 같은 대표적인 특징이 있다.

  • 업계 1등이다. 2등과 점유율이나 매출 격차가 압도적으로 크다.
  • 꾸준히 수요가 발생하는 기업이다.

이런 A급 주식들의 가격이 일시적 악재로 급락하는 경우 구조적 리스크가 아니면 몇가지 작은 리스크들은 수용한다. 이런 리스크를 서양에서는 '헤드라인 리스크'라고 부른다. 영업과 관련 없는 대부분의 리스크가 여기에 해당한다. 앞서도 말했듯 시장 폭락기를 제외하고 이런 경우가 아니라면 최근에는 A급 주식을 싸게 살 수 있는 기회가 없으므로 '응급실의 A급' 주식이 나타나면 싸게 살 수 있도록 한다.

응급실의 A급 주식의 예로 모회사 리스크로 급락했으나 실질적으로 BM에는 타격이 없었고 성공적으로 매각이 되면서 원래 자리를 찾은 코웨이, 영업과 관련 없이 공정위와 국세청 제재 이슈로 단기 급락한 골프존, 그리고 경영권 리스크로 시장의 오해가 있었던 하이마트 등이 있다.

2) 외면하기엔 너무


2번에 속하는 기업들은 단순히 보면 PER이 마이너스이거나 엄청 높기도 하고 적자를 내는 회사일수도 있다. 분명히 시장 독점력도 있고 영업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는데 기나긴 기간 동안 악재에 눌려서 소위 쩔어있는 회사들이다. 재미있는 것은 장부가치는 확실한 회사들이 많다.

이 전략을 사용할 때는 PBR 지표를 중점적으로 사용한다. 남들이 빤히 다 아는 유명한 기업이나 대형주는 가치 구명줄인 PBR 하나만 보고 가도 경험상 투자하는데 충분했다. 국가 기관, 모든 시장 참여자, 심지어 해외에서도 모두가 지켜보는 대형주가 PBR 0.5배나 0.4배 심지어 0.3배 수준까지 떨어지면 포트폴리오에 편입할 기회가 왔음을 암시한다. 최악의 국면을 지나고 있을 것이기 때문에 심리에 반해 쉽사리 매수에 손이 가지는 않을 것이다.

이 투자 방법을 쓸 때는 회사가 악재에 억눌려 있는 상태이기 때문에 나름대로 장기간 투자를 해야한다. 망가진 PER과 저PBR 상태일 때 사두고 PER이 정상화 될때까지 기다리는 전략이기 때문이다. 악재가 해소되리라는 믿음을 가지고 장기간 홀딩을 하려면 기업에 대한 믿음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비교적 최근 사례로 한국전력이 이 경우에 속한다. 한국전력은 국민 정서 때문에 매해 적자를 심하게 내는 기업이다. 그 자체로 악재에 억눌려 있는 케이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내에서는 독점적으로 전기를 공급하는 업체다. 전기 없이 살 수 있나? 아마 하루도 살 수 없을 것이다. 또한 한국전력이 가진 삼성동 토지의 가치만 하더라도 PBR 0.4배 이하 수준에서는 충분히 포트에 편입할 매력이 있다고 판단했다.

또한 철강주가 업황 악화로 긴 시간동안 하락했다. POSCO와 같은 경우도 이 아이디어로 접근해서 투자를 해보면 어떨까 생각한다. 먼 과거에는 롯데칠성도 비슷한 경우였다. BPS 1배의 장부가치는 주당 100만원이 넘었지만 일시적 EPS악화로 PBR이 0.5배가 안되던 시절이 있었다.

3) 속의 진주


흙 속의 진주에 해당하는 주식들은 아래와 같은 몇가지 특성이 있다.

  • 지방에 있어서 수도권 투자자들이 잘 모르는 회사가 많다.
    (전국구 회사로 성장하면 투자 타이밍이 늦다.)
  • 많은 사람들 입에서 '사업 아이템이 별로야'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예를 들면 글을 쓰는 지금 시점에 건설주 같은 케이스)
  • 평소 회사 발굴을 열심히 하지 않으면 여간해서 찾기가 힘들다.
    (100개 회사를 조사해야 흙 속의 진주 1개 회사를 찾음)
  • 남들이 모르지만 내눈에만 보석같이 보여야 한다.
    (남들이 다 알고 있거나, 좋다고 하는 종목이면 흙 속의 진주에서 탈락)
  • 다품종 소량 생산보다 단품종 대량 생산을 하는 회사면 좋다.
    (1개 제품을 막 찍어내야 이익률이 향상됨)

지금은 많이 올랐지만 이와 같은 '흙 속의 진주' 전략으로 큰 수익을 안겨준 무학이라는 종목이 있다. 

나(최준철)는 부산 출신이다. 부산에 내려가 친구들을 만나 술을 한잔 하면서 테이블에서 점점 C1소주가 사라지고 있음을 느꼈다. 사람들은 좋은데이라는 소주를 마시고 있었다. C1은 부산 소주의 상징이었는데 느낌이 이상했다. 부산 주민들에게서 C1의 이미지가 나빠지고 있음을 확인 결과 감지할 수 있었다. 

'좋은데이'라는 소주는 무학에서 만든다는 것을 알았다. 무학의 재무구조를 확인했더니 의외의 성장성을 발견했다. 시장 점유율도 빠르게 C1소주를 밀어내고 J커브를 그리고 있었다. 주가를 확인했다. 주가는 잠잠했다. 전형적인 가치주였다. 무학이 지방에 있는 회사라 수도권 투자자들이 이를 감지하지 못한 것 같았다. 나는 감사한 마음으로 무학을 저가에 사 모아 보유했고 큰 수익을 올렸다. 지금 무학은 이미 시장에서 유명해진 주식이고 많이 올랐다.

비슷한 예로 동원개발이라는 회사가 있다. 이 회사 역시 지방회사다. 그리고 사업 아이템이 건설쪽이기 때문에 현재 시장 참여자 대부분이 포트에 편입을 꺼려하는 산업 분야다. 그래서 더욱 마음에 든다. 흔히 집 장사는 위험하다는 인식이 팽배하다. 그러나 집 장사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이야기는 완전히 달라진다.

동원개발은 다른 건설사들과 다르게 무차입 경영을 하고 있다. 이것만으로 이미 충분한 해자는 가지고 있는 셈이다. 건설업 평균 부채비율을 확인해보시라. 그리고 동원개발의 집 장사 테크닉은 단순하면서 강력하다. 분양 경기가 좋지 않을때는 집을 보유하고 있다가 건설 경기가 좋을 때 유리한 가격에 가지고 있던 주택 물량을 푸는 전략을 쓰고 있다. 이익이 극대화 되는 전략이다. 장사를 잘한다. 무명의 회사였지만 이런 전략과 동시에 다른 건설사들이 줄줄이 무너지면서 현재는 부산 지역 1위 건설회사로 성장하였다.

4) 예측 가능한 성장


마지막 바구니에는 예측 가능한 성장을 하고 있는 기업들을 담자. 음식료 업종을 예로 들겠다. 우리나라 음식료 업종에 있는 기업들 중 B2C 기업 대부분은 귀에 박히도록 전국민들에게 친숙한 좋은 브랜드 파워와 고객 충성도를 가지고 있다. 물론 이익도 꾸준히 내고 있고 이익 변동성이 작기 때문에 미래 이익을 예측하기도 수월하다.

이런 매력적인 음식료 업종에 있는 기업들이 과거에는 PER 5배 이하에 거래되는 종목이 많았다. 롯데칠성, 오뚜기와 같은 기업들은 국내 투자자들이 매력을 알아보지 못하고 저평가 상태로 내버려 두었다.

그러나 외국인 투자자들은 달랐다. 자기네 나라에서는 이미 버핏과 같은 사람이 음식료 업종의 밸류에이션을 상당히 끌어올려 놓은 상태였다. 이상하게 한국에서만 B2C 음식료 종목들의 밸류에이션이 쌌다. 그들은 자기네 나라에서의 사례를 교훈삼아서 버려져 있는 훌륭한 음식료 종목을 쓸어담았다.

시장은 음식료 업종 종목들을 재평가 했다. 시간이 흐르고 흘러 지금 음식료 업종의 밸류에이션 매력은 많이 떨어졌다. 이미 PER 15배 이상 평가 받는 종목들이 많기 때문이다. 이익 성장률이나 이익률을 고려해 볼 때 이 정도 평가면 충분한 수준이라 본다.

음식료 업종을 편입하고 싶다면 앞으로는 M&A를 착실하게 성공적으로 잘 해나가는 회사가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 이제는 다른 회사들을 계속 인수하면서 덩치를 더 키워나가고 시너지를 내야하는 시대로 접어들었다. 예를 들면 롯데푸드와 같은 기업들이 잘 하고 있다. 성장 정체와 밸류 부담을 성공적인 M&A로 타개하고 있다. 동원산업의 스타키스트 인수건도 훌륭한 M&A 사례로 들 수 있다.

이 경우는 로마의 성장을 따르는 경우면 좋다. 경기가 나쁠 때 집중적으로 좋은 회사들을 싼 가격에 인수합병해서 덩치를 키워나가고 본업과 연계해서 시너지를 키워나가는 회사를 발굴하면 좋은 성과가 있으리라 생각한다.

끝으로


가치투자의 방법론 자체는 쉽다. 문제는 실천 하기가 쉽지 않다. 끈기를 갖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끈기를 가지도록 해야한다. 또 많이 찾고, 많이 보고, 많이 공부해야 한다. 그래야 겨우 진주 1개를 찾을 수 있다. 꾸준함을 가지는 것이 좋은 성과를 낼 수 있는 답이다. VIP투자자문에서는 1년에 600여개의 회사를 탐방한다.

최준철은 누구?


<출처 : 네이버>
1976년 출생. 서울대학교 경영학과 졸업. 서울대 투자 동아리 SMIC 출신. 역시 SMIC 출신인 김민국 대표와 의기투합하여 졸업하자마자 2003년에 VIP투자자문을 설립하여 지금까지 회사를 이끌어 오고 있다. 가치투자 철학을 바탕으로 자금을 운용하면서 업계에서 실력을 인정받고 있는 인물이다.

VIP투자자문의 수탁고는 1조 8,000억원 수준이며 설립이래 2014년 봄까지 누적 수익률은 500%에 이른다. 연평균 수익률로 환산하면 19% 수준이다.

이상으로 최준철 대표님의 강연 메모가 끝났습니다.
모쪼록 도움이 되셨길 빕니다.

2014년 5월 10일
송종식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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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성 안내 : 이 글은 매수와 매도를 추천하는 글이 아니며 개인적 학습 내용을 공유하기 위한 참고적 용도의 글입니다. 또한, 이 글은 법적 증빙 자료로 활용될 수 없음을 고지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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