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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8월 15일 목요일

미묘하게 달라진 제주도에서의 여행 경험(?)

서귀포의 하늘
<사진 : 송종식>

부산은 운전하기가 어렵기로 악명높은 도시였다. 하지만 최근엔 그 정도가 덜한 것 같다. 모처럼 들른 부산은 운전하기가 한결 수월했다. 왜 그런지 현지인에게 물었다. 이런 대답이 돌아왔다. 

"인터넷에서 하도 부산운전이 악명 높다고 말이 많았잖아요. 그래서 저희 시민들끼리도 좀 조심하자는 분위기가 있기는 있었어요. 그 영향이 아닐까요?"

현지 부산 시민이 그렇다고 하니 그런가보다. 그리고 도로에 그어 놓은 선들도 운전하는데 큰 도움이 된다. 부산은 도로 분위기가 변화무쌍하다. 그래서 이런 작은 가이드도 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

한편, 제주도에서 느끼는 체감상 온기도 미묘한 변화가 느껴졌다. 전반적으로 상인들이 아주 친절해졌다는 느낌을 받는다. 제주도는 숱하게 왕래중이다. 지금 이 글도 제주도에서 작성하고 있다. 따라서, 지금 현재 제주의 분위기를 전하는 글이다.

제주 상인들은 바가지 요금을 매기며, 접객태도도 불친절하다는 이야기가 정말 많았다. 물론 전부 그런 것은 아니지만 어느 정도는 나도 동의를 하는 여론이었다. 그러나 요즘 분위기는 완전히 달라진 것 같다. 식당, 카페, 박물관 등 어디를 가도 친절하다. '오모테나시'로 무장한 일본에 온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였다. 제주도에 왕래하면서 최근처럼 여행이 수월한 적은 없었던 것 같다.

제주 상인들 사이에서도 '우리도 좀 잘해보자!'는 결의라도 있었던 것일까? 현지인에게 묻지는 않았다. 다만, 내가 느끼기엔 확실히 상인들의 태도가 아주 친절하게 변했다. 

그렇다면 왜일까?

이 역시 앞선 부산 운전이야기와 마찬가지다. 일단은 인터넷 민심이 너무 안 좋았던 것이 1차적인 이유가 아닐까 생각한다. 물론, 인터넷 민심이 안 좋다고 고집 쎈 상인들이 쉬이 움직일리는 없다. 연속된 이유가 필요하다. 두번째 이유는 인터넷 민심이 실제 매출 감소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같은 값이면 일본간다',' 같은 값이면 동남아 간다'와 같은 사람들의 자조섞인 말들이 있다. 이 말은 이제 사람들 사이에서 일종의 밈이 되었다. 실제로 최근까지 일본은 쌌다. 정말 쌌다. 엔화의 가치는 끝 없이 떨어졌다. 거기에 기본 물가도 한국보다 저렴했다. 하물며 일본인들은 아주 친절하다. 같은 돈을 써도 돈을 쓰고 대접받는 기분을 확실히 느낄 수 있다. 그래서 제주도의 상대적인 경쟁력이 떨어졌다. 사람들은 대거 일본으로 몰렸다. 

동남아도 제주도가 상대해야 할 경쟁자다. 이곳도 사람들이 꾸준히 찾는 관광지다. 제주도의 경쟁자는 늘어갔다. 특히, 내국에서는 강원도의 급부상도 제주도를 '흠칫'하게 만들었다. 

제주는 가격 바가지가 심하고, 상인들이 불친절하다는 인식이 팽배했다. 이런저런 이유로 실제 사람들의 발길이 줄었다. 그래서 상인들도 각성한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아무리 콧대 높은 업장이어도 제주도내 내수만으로 장사를 이어가기엔 무리가 있기 때문이다.

어쨌든 제주도가 이렇게 친절했던 적이 있나 싶다. 개인적으로는 상인분들의 마음이 변하지 않고, 지금처럼 쭉 갔으면 좋겠다. 

현재 제주도는 여름 휴가철임에도 불구하고 한산하다. 온라인 세상에서는 그 악명 높은 중국인들도 막상 많이 보이지는 않는다. 아주 간간히 중국어가 들리는 수준이다. 밥집 사장님들께 여쭤보니 최근에 중국인 입도객이 조금씩 늘어나는 건 느껴진다고 한다. 그래도 여행에 불편할 정도는 아니다. 

평소 여름 휴가철이면 렌트카 빌리는 것도 전쟁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인기있는 차량도 대여자가 없어 쉽게 렌트가 된다. 내가 머무는 호텔의 객실도 빈 곳이 많다. 평소 주차 전쟁을 벌였던 곳인데, 주차장이 넉넉하게 남아도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제주도에 올 때 탔던 비행기의 프레스티지석도 텅텅 비어 손님이 나 뿐이었다.

제주여행을 한다면 요즘 같은 시기는 나쁘지 않은 것 같다. 세상 모든 것은 투자와 비슷하다. 투자가 세상의 이치를 담고 있을지도 모른다. 모두가 편견으로 외면하니 넉넉하게 즐길 수 있어서 좋다.

제주도 물가는 본토보다는 비싸다. 물류비가 더 들어가야 하니 그런 것이다. 그렇다고는 해도 아주 못 봐 줄 정도의 물가는 아니다. 이 정도 가격에 이 정도 서비스와 푸짐한 음식들이면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오히려 최근에는 동남아의 물가가 한국 못지 않은 듯 하다. 일본도 엔화가치가 오르기 시작하면 사람들의 발길이 조금씩 줄어들 것이다. 언젠가는 다시 제주에 사람이 북적거리는 날도 올 것이다. 그래서 이렇게 한산할 때 즐기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제주의 상인분들도 늘 지금 같았으면 좋겠다. 훗날 다시 사람이 북적거리는 날이 반드시 다시 찾아올 것이다. '아쉬울게 없다'는 태도로 장사하면 사람들은 또 떠난다. 그때가 되어도 지금처럼 친절하게 관광객을 대해주면 좋겠다. 변치 않고 성심껏 서비스를 해주시면 좋겠다. 그러면 우리의 아름다운 섬 제주도는 오래도록 사랑받는 섬이 될 수 있을거라고 생각한다.

아! 그리고 서귀포는 물론이고 오지의 여러곳에서 다양한 인종을 본다. 제주도에서는 좀처럼 보기 힘든 외국인들을 자주 목격하고 있다. 인도-파키스탄계로 추정되는 사람들이 많이 보인다. 그리고 국적은 알 수 없지만 금발의 백인들도 자주 보인다. 또, 히잡을 한 아랍계 여성들도 자주 목격된다. 이슬람계 여성들은 남편을 끼고 가족과 함께 움직이는 듯 하다. 이들은 모두 차량을 렌트하여 관광을 하고 있었다. 원래 제주에서는 보기 힘든 인종의 사람들이었다. 다양한 인종의 사람들이 가는 곳 마다 많이 목격된다. 제주에 입도하는 관광객의 타입이 다양해지고 있는 것일까?

2024년 8월 15일
송종식


2021년 1월 18일 월요일

고기리막국수에서 막국수 그릇에 파란 하늘 한 그릇 담아 마시고 오다

요즘들어 갑자기 핫해진 가게입니다. 들기름막국수 하나로 일가를 이룬 가게입니다. 이미 명성은 자자했습니다. 언젠가 한번은 가봐야지 싶었는데 마침 지방에 내려가면서 들를 일이 있어서 잠깐 들러서 식사를 하였습니다.

사진 : 송종식

10시 조금 넘은 시간에 도착했습니다. 다행히 저희가 가장 먼저 도착해서 저희 앞에 기다리는 손님은 없었습니다. 가게 영업시간은 11시부터라고 합니다. 11시 정도 되니 사람들로 북적거렸습니다. 영업시간 중에 오게되면 웨이팅 명단에 이름을 걸어 놓고도 30분에서 1시간을 기다려야 한다고 합니다.

사진 : 송종식

세세한 부분들 하나하나 손님들을 배려하는 손길이 닿아 있습니다.

사진 : 송종식

고기리막국수 주차장으로 들어오는 입구 골목입니다. 가게 너머 전원주택 단지와 어우러진 풍경이 평화롭습니다.

사진 : 송종식

다행히(?) 빨리 도착했기 때문에 주차장은 텅텅 비어 있었습니다. 이렇게 텅텅 비었던 주차장도 영업시간이 다가오자 순식간에 가득찼습니다. 빠르게 차는 주차장과 손님들을 보니 자자한 명성만큼 실제로도 인기가 굉장히 많은 가게임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사진 : 송종식

고기리막국수의 메뉴는 단촐합니다. 막국수 단일 메뉴로 승부를 하고 있는 가게입니다. 막국수의 종류는 물막국수, 비빔막국수, 들기름막국수 세 종류가 있습니다. 이 중에서 시그니처 메뉴는 들기름막국수이며 단연 인기품목입니다.

사리 추가 주문이 가능하고 사이드 메뉴로는 수육도 별도로 주문할 수 있습니다. 음료는 막걸리와 동동주를 곁들일 수 있습니다.

여기 사장님이 과거 강남에서 메뉴를 마구 늘리면서 장사를 하셨던 적이 있다고 합니다. 그때는 단골손님 얼굴도 못 외울 정도로 장사에만 집착을 했었는데, 그게 첫 장사의 패착이셨다고 하네요. 고기리막국수는 메뉴 하나하나에, 그리고 손님 한 분 한 분께 정성을 다하는 컨셉으로 만드신 것 같습니다.

물론, 최근에는 갑자기 유명해져서 예전만 못하다는 불평도 꽤 올라오는 것 같습니다. 무엇이든 고객이 많아지면 호불호는 갈라지는 법이죠.

사진 : 송종식

이 집의 자랑인 들기름막국수는 무조건 주문해야겠죠. 비빔국수와 수육도 주문했습니다. 깔끔하고 정갈하게 한상이 나옵니다.

사진 : 송종식

국수를 먹다가 밋밋하다 싶으면 절임배추에 마늘과 된장을 얹어서 수육을 한 장씩 즐기면 먹는 재미가 배가됩니다.

사진 : 송종식

면을 돌돌말아 쌓아 올려 배 한조각을 올린 비빔국수입니다. 들기름막국수와 함께 시키길 잘 했습니다. 들기름 한 입, 비빔국수 한입 돌아가면서 먹으니 두배로 맛있었습니다.

사진 : 송종식

대망의 들기름막국수입니다. 요놈을 먹으려고 이집에 들른 것이죠. 듣던대로 고소하고 맛있었습니다. 면을 살살 돌려가며 한입 먹으면 들기름의 고소한 향기가 코끝에서 목구멍 끝까지 남아서 묘한 풍미를 남깁니다.

사진 : 송종식

주전자 안에 있는 육수를 잘 활용해야 됩니다. 들기름막국수를 중간쯤 먹었을 때, 주전자에 있는 육수를 부어 휘휘 저어 먹으면 또 다른 맛을 느끼며 식사를 마칠 수 있습니다.

사진 : 송종식

개방감이 좋은 창문 밖으로 응달에 숨어 덜 녹은 눈과 언덕의 전원주택 단지의 풍경이 일품입니다.

사진 : 송종식

고기리 전원주택단지입니다. 차로 10~20분 정도 나가면 분당에 닿는 곳이라서 위치는 크게 나쁜 것 같지 않습니다. 다만, 제가 현재 살고 있는 전원주택단지 보다 조금 더 고립된 느낌이 들었습니다. 걸어서 산책을 하거나 대형 마트에 가거나 할 수 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안 살아봐서요. 한번쯤 살아봐도 좋겠다 싶은 운치 있는 마을이었습니다.

유난히 파랬던 하늘과 예쁜 마을이 너무 잘 조화되어 멋진 풍경을 만들어냈습니다.

참. 나중에 알게된 사실인데 이집은 제가 좋아하는 백반기행에도 소개된 곳이라고 합니다.

가는 방법


자료 : 카카오맵

주소
: 경기도 용인시 수지구 고기동 593-4
주차장 : 1, 2, 3, 4 주차장 총 150대 주차가능
대중교통 : 미금역 2번, 7번출구 14번 마을버스
휴무일 : 화요일
영업시간 : 오전 11시 ~ 오후 9시 (4~5시 브레이크타임)
라스트 오더 : 오후 8시 20분
전화번호 : 031-263-1107

* 내 돈 주고 사 먹고 일기 삼아 포스팅하였습니다.

2021년 1월 18일
송종식 드림


2021년 1월 12일 화요일

서울 과메기도 미역이 그립다

열아홉 스물에 고향땅을 떠나서 군대 때문에 잠시 고향에 돌아와서 머물다가, 다시 상경해서 고향 근처로는 거의 갈 일이 없었습니다. 그러던 것이 근래에는 갑자기 고향이 그리워 고향 문턱이 닳도록 들락날락하고 있습니다. 한번 왕복하면서 이리저리 돌아 다니다 보면 차량 계기판 숫자 네자리가 바뀌는데도 그렇게 자주 왕래하게 되네요. 

영일대 해수욕장의 명물 영일대 누각의 모습 <사진 : 송종식>

며칠 전에도 바람도 쐴 겸 포항에 다녀왔습니다. 새해에는 사람들이 많이 몰릴 것 같아서 시간을 늦추어 사람들이 왕래하지 않는 날과 시간을 찍어서 다녀왔습니다.

영일대 해수욕장에서 바라 본 포스코 전경 <사진 : 송종식>

시국이 시국인데다 공기도 차가워서 한산했습니다. 산책을 즐기는 소수의 시민을 빼면 사람들은 거의 없었습니다. 원래는 반짝이는 불빛과 흥겨운 사람들로 터져나가는 곳인데 뭔가 쓸쓸한 느낌도 들었습니다.

한때 포항은 물론이고 한국 경제를 지탱하던 포스코도 이제는 그 위세가 줄어서 살짝 초라해 보이기는 합니다. 여전히 국가를 지탱하는 기간 산업의 핵심 기업이기는 하지만요. 포스코가 얼마나 대단했냐면 IMF때도 포항 시민들은 타격을 거의 안 받고 지나갔을 정도라고 합니다.

원래 이름은 북부해수욕장 <사진 : 송종식>

제가 어릴 적, 영일대 해수욕장에 원래 영일대는 없었습니다. 원래 이름은 북부해수욕장이었습니다. 어린 학생들부터 나이든 어른들 할 것 없이 포항사람들이 모여서 놀 수 있는 몇 안되는 장소 중 하나였습니다. 문화 생활을 할 수 있는 공간이 특히 부족한 지방 소도시기에 포항 시민들에게는 소중한 공간이었습니다. 아마 포항사람치고 저기서 크고 작은 추억이 없는 사람은 없을 듯 합니다.

폰으로 대충대충 찍다보니 현장감이 별로 살지도 않고 사진도 볼품없네요. 사진기를 들고 다니면서 조금 더 멋있게 찍고 싶기도 한데 막상 사진기 들고 다닐 생각하면 불편하고 귀찮고 그렇습니다.

깔끔하게 담아져 온 물회 <사진 : 송종식>

포항에 멋진 카페들도 많이 생겼다고 해서 물회 한 그릇 먹고, 카페에서 바다 풍경을 바라보면서 좀 쉬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일단 지방도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서 카페는 실내에서 머무는 게 안됐고, 길거리를 좀 걷다보니 가게들도 문을 닫을 시간이라서 주린배를 움켜쥐고 숙소로 향했습니다.

아쉬운대로 배달이 되는 곳에서 물회와 과메기를 시켰습니다. 포항에 왔으니 포항 음식에서 나는 냄새로 방을 채워봤습니다. 물회가 정갈하게 썰어져서 왔습니다.

밥 한덩이에 초장을 부어 비비면 매콤달콤 물회덮밥으로! <사진 : 송종식>

물회에 밥 한공기 떡 얹어서 초장을 휘휘 저어 비비면 새콤달콤 맛있는 물회덮밥이 됩니다. 먹느라 넋이 나가서 사진은 이거 한장 달랑 찍었네요.

과메기는 미역을 만나야 합니다 <사진 :송종식>

깔끔하게 담아져서 배달된 과메기의 자태가 아름답습니다. 과메기를 특별히 즐기는 편은 아니지만 서울서 지내면 가끔 과메기가 확 땡길때가 있습니다. 그래서 과메기를 파는 곳에 가보면 신기하게도 서울 과메기는 대부분 김에만 싸서 먹도록 나왔습니다.

과메기는 미역에 싸서 먹어야 제맛인데 말이죠. 혹시 서울에서도 미역에 감아서 나오는 과메기 가게가 있다면 알려주시면 감사드리겠습니다.

과메기를 먹고 나면 몸에 열이 불끈불끈 나면서 힘이 마구 솟아납니다.

가성비 좋고 인심 좋은 한상입니다, 둘이나 셋이 먹기엔 양이 다소 많습니다. <사진 : 송종식>

부족하지도 과하지도 않게 물회와 과메기 한상이 배달되어 온 상차림 모습입니다. 배불리 먹고도 음식이 남을 정도로 인심히 후했습니다. 지방이라서 그런지 가격도 아주 착했습니다. 투자 블로그에 과메기 포스팅을 올리는 게 우습기는 하지만 개인 블로그니 똥글이 올라오더라도 이해해 주시면 감사드리겠습니다.

여러분들도 포항에 가게 되시면 죽도시장 물회를 꼭 드셔보시구요, 과메기는 미역에 싸서 드셔 보시길 권해드립니다. 호불호가 갈려서 역하다고 못 드시는 분들도 계시는데, 일단 과메기 맛을 알고 나면 매해 겨울마다 과메기를 찾게 되실거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