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1월 12일 화요일

서울 과메기도 미역이 그립다

열아홉 스물에 고향땅을 떠나서 군대 때문에 잠시 고향에 돌아와서 머물다가, 다시 상경해서 고향 근처로는 거의 갈 일이 없었습니다. 그러던 것이 근래에는 갑자기 고향이 그리워 고향 문턱이 닳도록 들락날락하고 있습니다. 한번 왕복하면서 이리저리 돌아 다니다 보면 차량 계기판 숫자 네자리가 바뀌는데도 그렇게 자주 왕래하게 되네요. 

영일대 해수욕장의 명물 영일대 누각의 모습 <사진 : 송종식>

며칠 전에도 바람도 쐴 겸 포항에 다녀왔습니다. 새해에는 사람들이 많이 몰릴 것 같아서 시간을 늦추어 사람들이 왕래하지 않는 날과 시간을 찍어서 다녀왔습니다.

영일대 해수욕장에서 바라 본 포스코 전경 <사진 : 송종식>

시국이 시국인데다 공기도 차가워서 한산했습니다. 산책을 즐기는 소수의 시민을 빼면 사람들은 거의 없었습니다. 원래는 반짝이는 불빛과 흥겨운 사람들로 터져나가는 곳인데 뭔가 쓸쓸한 느낌도 들었습니다.

한때 포항은 물론이고 한국 경제를 지탱하던 포스코도 이제는 그 위세가 줄어서 살짝 초라해 보이기는 합니다. 여전히 국가를 지탱하는 기간 산업의 핵심 기업이기는 하지만요. 포스코가 얼마나 대단했냐면 IMF때도 포항 시민들은 타격을 거의 안 받고 지나갔을 정도라고 합니다.

원래 이름은 북부해수욕장 <사진 : 송종식>

제가 어릴 적, 영일대 해수욕장에 원래 영일대는 없었습니다. 원래 이름은 북부해수욕장이었습니다. 어린 학생들부터 나이든 어른들 할 것 없이 포항사람들이 모여서 놀 수 있는 몇 안되는 장소 중 하나였습니다. 문화 생활을 할 수 있는 공간이 특히 부족한 지방 소도시기에 포항 시민들에게는 소중한 공간이었습니다. 아마 포항사람치고 저기서 크고 작은 추억이 없는 사람은 없을 듯 합니다.

폰으로 대충대충 찍다보니 현장감이 별로 살지도 않고 사진도 볼품없네요. 사진기를 들고 다니면서 조금 더 멋있게 찍고 싶기도 한데 막상 사진기 들고 다닐 생각하면 불편하고 귀찮고 그렇습니다.

깔끔하게 담아져 온 물회 <사진 : 송종식>

포항에 멋진 카페들도 많이 생겼다고 해서 물회 한 그릇 먹고, 카페에서 바다 풍경을 바라보면서 좀 쉬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일단 지방도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서 카페는 실내에서 머무는 게 안됐고, 길거리를 좀 걷다보니 가게들도 문을 닫을 시간이라서 주린배를 움켜쥐고 숙소로 향했습니다.

아쉬운대로 배달이 되는 곳에서 물회와 과메기를 시켰습니다. 포항에 왔으니 포항 음식에서 나는 냄새로 방을 채워봤습니다. 물회가 정갈하게 썰어져서 왔습니다.

밥 한덩이에 초장을 부어 비비면 매콤달콤 물회덮밥으로! <사진 : 송종식>

물회에 밥 한공기 떡 얹어서 초장을 휘휘 저어 비비면 새콤달콤 맛있는 물회덮밥이 됩니다. 먹느라 넋이 나가서 사진은 이거 한장 달랑 찍었네요.

과메기는 미역을 만나야 합니다 <사진 :송종식>

깔끔하게 담아져서 배달된 과메기의 자태가 아름답습니다. 과메기를 특별히 즐기는 편은 아니지만 서울서 지내면 가끔 과메기가 확 땡길때가 있습니다. 그래서 과메기를 파는 곳에 가보면 신기하게도 서울 과메기는 대부분 김에만 싸서 먹도록 나왔습니다.

과메기는 미역에 싸서 먹어야 제맛인데 말이죠. 혹시 서울에서도 미역에 감아서 나오는 과메기 가게가 있다면 알려주시면 감사드리겠습니다.

과메기를 먹고 나면 몸에 열이 불끈불끈 나면서 힘이 마구 솟아납니다.

가성비 좋고 인심 좋은 한상입니다, 둘이나 셋이 먹기엔 양이 다소 많습니다. <사진 : 송종식>

부족하지도 과하지도 않게 물회와 과메기 한상이 배달되어 온 상차림 모습입니다. 배불리 먹고도 음식이 남을 정도로 인심히 후했습니다. 지방이라서 그런지 가격도 아주 착했습니다. 투자 블로그에 과메기 포스팅을 올리는 게 우습기는 하지만 개인 블로그니 똥글이 올라오더라도 이해해 주시면 감사드리겠습니다.

여러분들도 포항에 가게 되시면 죽도시장 물회를 꼭 드셔보시구요, 과메기는 미역에 싸서 드셔 보시길 권해드립니다. 호불호가 갈려서 역하다고 못 드시는 분들도 계시는데, 일단 과메기 맛을 알고 나면 매해 겨울마다 과메기를 찾게 되실거에요.


댓글 27개:

  1. 똥글이라뇨 ㅋㅋ 보기좋은데 ㅎㅎ 간접힐링도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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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힐링이 되신다고 하니 종종 요런 종류의 글을 올려봐야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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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저도 외가가 영덕이라 해산물을 쉽게 접하는 편인데, 다른거보다 물회가 눈에 확 들어옵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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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외가가 영덕이세요? 정말요? 우와아. 영덕에 친한 친구가 있어서 가끔 놀러가면 싱싱한 대게를 통으로 먹곤 했었는데 어찌나 푸짐하던지 그거 한마리를 한창 먹을 나이였던 저와 친구가 둘이사 다 못 먹고 그랬다는 ㅎㅎ 추억의 영덕 돋네요. 나중에 포항서 뵙게 되는 건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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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작성자가 댓글을 삭제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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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제 아내가 과메기를 먹는 중에 산통이 와서 병원으로 가는 길에
    저에게 외쳤던 말이 아직도 기억이 납니다.

    "가글... 가글..."

    그리고 참 신기한 것이
    매년 겨울이 되면 저의 집은 포항 친척분께 지역에서 유명한 과메기 택배를 부탁하고,
    올해 초등4학년 아들은 과메기, 미역, 잔파, 마늘, 김을 아주 야무지게 쌈사서 먹는 모습에서
    '아~ 유전자는 정말 대단하구나...'라고 생각했습니다.

    p.s - 게시를 하고 나니 글 오타 수정이 안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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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와 아드님 초등학교 4학년생인데 벌써 과메기를요? 남자중에 남자네요!! 아마 기튼 아버님도 굉장한 상남자이실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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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오... 영일대 해수욕장, 죽도시장!
    여기는 작년 여름에 갔었어요!ㅋㅋ
    사진으로 다시 보니 반갑네요.
    포스코?, 현대제철? 색상이 막 바뀌는게 예뻤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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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네, 어떻게 보면 촌스러울 수도 있는데 그래도 포스코가 지역 주민들에게 이것저것 많이 기여하려고 노력은 하는 회사더라고요. 그 알록달록 조명도 컨셉도 자주 바꿔주고 그랬던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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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 혹시 해병이신지...이글을 보니 꼭 다시 방문하고싶어집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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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문화인류학도님 당신은 대체.. 어디서든 계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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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그러게요 존버홀딩스님하고 문화인류학도님은 어딜가나 다 계심 ㅎㅎ 그만큼 열정적으로 공부한다는 의미겠죠. 혹시 문화님은 몇기이신가요 전역후에 군부대 근처에 다시 가보는게 쉽지는 않죠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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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작성자가 댓글을 삭제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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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그리고 일부로라도 댓글을 남기는 이유는 글 작성자 입장에서 사람들의 반응과 소통이 도움이 되고, 이 정도가 콘텐츠를 이용하는 사람의 최소한의 감사 표시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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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어이쿠 최근에 전역하셨나보네요. 고생 많으셨습니다. 저는 900자 아저씨입니다. 이제 군대에 대한 기억은 희미해져서.. 사회에 나오면 돈 많은놈이 장땡이잖아요~ ㅎㅎ 변방에서 혼자 소곤대는 블로그지만 그래도 문화인류학도님과 같이 자주 마실오시어 소통해 주시는 분이 계시니까 한층 더 즐겁습니다. 시작하는 한주도 화이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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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 대구 거주중이라 부모님 모시고 포항한번 가야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과메기는 한번도 안먹어 봤는데 도전해봐야겠습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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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라면님 대구에 계셨군요~ 시간 뒤실 때 부모님과 쉬엄쉬엄 다녀오시면 부모님도 좋아하실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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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 진짜 포항 물회는 먹어본 음식중에 손에 꼽힐정도로 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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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불토님 물회 매니아이셨군요!!! 전 사실 음식은 호남쪽이 더 잘 맞아서 흑흑. 그래도 물회도 진짜 맛있기는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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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먹는재미만큼 빈번하게 행복을 주는것도 없는듯 합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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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그렇죠! 먹는 즐거움을 빼면 여행도 인생도 절반은 날아가 버리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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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 영일~~ 지금 아내가 헤어지려고 도망 갔을 때 잡으러 갔던 기억이 납니다. 처외숙모님이 잡아가라고 알려줘서 체포했던 현장이 북부해수욕장 같네요. 그게 꿈이었는지 실제였는지 헛갈리네요. 큰일났습니다. 설마? ㅋㅋ 장인 고향이 영일하고 장모님이 안강우각 제 부친이 기계기북이지요. ㅋㅋ 5천만도 한다리 건너면 아는데 조상으로 거슬러 올라가면~~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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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와 북부해수욕장에서 쓰여진 많은 러브스토리 중에서 사나감자님의 이야기도 한 조각이 남아있었군요! 너무 반갑습니다. 그나저나 말씀하셨던 당시 장면을 상상만 했을 뿐인데도 피식 웃음이 나고 달달한 느낌이 들어서 좋았습니다. 안강쪽이시면 저도 가끔 건너가서 놀던 곳인데 더 반갑네요. 세계인은 아무리 길어도 6단계, 한국인은 보통 한 두다리만 건너면 아는 사이라고 하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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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 안그래도 어렸을때 먹었던 구룡포과메기가 생각나서 주문했었는데 센세 고향이 포항이셨군요ㅎ
    주말 라방에서 이런저런 이야기 나눴던 때가 생각납니다 ㅋㅋ 얼마전에 다시 유튜브 하시겠다고 글 올리신거봤는데 그 날을 손꼽아 기다려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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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우와 이게 누구세요. 존버홀딩스님! 잘 지내시죠? 과메기도 잘 드시는군요. 역시 우리 존버행님은 가리는 게 없으셔!! 재즈 음악 틀고 유튜브 라이브 한번 가야하는데 말이죠. 요즘은 주식 시장도 너무 과열됐고, 유튜버들도 우후죽순 생겨서 일단 눈치만 보고 있습니다. 시장 대폭락하면 그때부터 다시 슬슬 하지 않을까 싶기도^^;;; 할튼 그때 가서도 재밌게 잘 놀아보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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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 포항며느리는 시댁에 물회랑 과메기, 대게 먹으러 갑니다. 저는 운동장물회(?)를 좋아합니다.ㅋ 물미역없음 과메기 안먹고요.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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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반갑습니다! 포항 며느님!! 제철 과메기가 아주 맛있을텐데 좋을 때 내려가시네요. 가셔서 맛있는거 많이 먹고 오세요~~ 과메기에 물미역 맛을 아시는 꽃공님을 포항 전문가로 ㅇㅈ합니다! 운동장물회는 다음번에 내려가면 저도 꼭 한번 들러볼게요^^ 시작하는 한주도 화이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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