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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12월 15일 목요일

한국시장은 제대로 작동해오지 않았다

개인투자자들 중에서도 금투세를 찬성하는 사람들이 더러 있었다. 아마도 대부분의 이유는 '너무나 강한 정치적 성향 때문'이리라 생각한다. 내가 아는 대부분의 친 민주성향 투자자들은 금투세에 반대하고 있다. 본인의 정치적 성향보다는 개인의 이익과 상식이 우선이라서 그렇다고 했다. 

반면, 강한 정치적 성향을 바탕으로 금투세 찬성을 고수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수집해 보았다. 

'소득이 있는 곳에 세금이 있다'는 근본적 주장에 이어 '과거에 이러이러한 정책들이 시행 되었으나, 사람들의 우려와는 달리 우리나라 시장은 아무 문제없이 잘 작동해왔다'는 논리가 주로 뒤따라 붙었다.

정말 우리나라 시장은 '아무 문제 없이', '잘' 작동해 왔을까?

대한민국 GDP 변화
<자료 : 통계청, 송종식>

1996년 우리나라의 GDP(국내총생산)는 490조 원이었다. 약 25년 후 2021년에는 2,027조 원으로 성장했다. GDP 규모가 약 4.1배 성장했다. '이것밖에 안돼?'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우리나라 경제의 고도 성장은 70~90년대에 두드러진다. 70년대 부터 시작하면 훨씬 가파른 성장률이 나온다.

주식시장의 시가총액
<자료 : 통계청, 송종식>

주식시장은 경제를 비추는 거울이다. 거울답게 주식시장 규모도 빠르게 커왔다. 같은 기간 코스피 시장의 시가총액은 117조 원에서 2,203조 원으로 무려 19배 가까이 커졌다. 코스닥 시장은 1997년에 7조 원으로 시작해서 2021년에는 446조 원으로 63.7배나 커졌다.

그렇다면 그에 걸맞게 지수도 상승했을까?

한국 양대 주식시장의 지수 상승률
<자료 : 통계청, 송종식>

지수 상승률은 충격적이다. 우리나라의 독특한 지수 산출 방식과 진입, 퇴출된 회사를 모두 감안하더라도 상승률이 너무 낮다. 시가총액은 각각 19배, 64배 커졌다. 반면 같은 기간 코스피 지수는 3.92배 상승했고, 코스닥 지수는 되레 1.3% 하락했다. 오래전부터 지수 ETF가 있었다면 어땠을까? '기업에 투자할 자신이 없으면 지수 ETF에 투자하고 잊어버리라'는 버핏의 조언은 우리나라에서는 결과적으로 틀렸다.

우리나라 주식시장은 제대로 작동해 오지 않았다. '아무 문제없이 잘 작동해왔다'는 사람들의 말은 거짓이다.

또한, '주가는 기업의 가치에 수렴한다'는 말이 적어도 한국에서는 일정 부분 작동하지 않았다. 이런 시장의 특성 덕분에 우리나라에서 큰 돈을 번 사람들은 1) 가치투자를 표방한 모멘텀 트레이더, 2) 정말 운 좋게 펀더멘털이 가격에 잘 반영된 기업에 장기투자를 해 온 사람, 3) 단타의 신 정도 밖에 없는 것이다. 특히, 미국에 비하면 우리나라는 모멘텀 성향이 굉장히 강하게 작동하는 시장이다.

이것은 근본적으로 한국 사회의 신뢰 기반이 약한 것에서 출발한다. 시장으로 국한해 보면 투자자들이 시장과 기업에 대한 신뢰가 지극히 낮아서 발생하는 문제이다. 마음놓고 회사에 거금을 투자해서, 편안한 마음으로 두 발 뻗고 장기투자를 할 환경이 조성되어 있지 않은 탓이다.

상장사의 수
<자료 : 통계청, 송종식>

투자자가 시장과 기업을 가장 불신하는 요소는 무엇인가? '내 지분 가치가 희석되는 것'이 아닐까 싶다. 그 중 단연 압권은 '계속해서 늘어나는 주식 수', 그렇다 그것이 가장 문제다. 시장에 자금은 제한적인데 공급되는 주식 수가 늘어나면 당연히 주가는 오르지 못한다. 우리나라 시장의 근본적 문제는 이것을 막는 것에서 출발한다.

혹자는 시장에 신규 상장 기업이 많은 것이 문제라고 한다. 하지만 위에서 보듯 그것은 핵심적인 문제가 아니다. 1996년부터 2021년까지 생각보다 기업의 수는 많이 늘어나지 않았다. 물론, 상장을 했다가 퇴출된 회사도 무수히 많다. 하지만 현재 시가총액의 성장 수준을 보면 그런 부분은 생각하지 않아도 된다. (물론, 재벌산하의 초대형 대기업들의 알까기식 시장 진입은 영향이 분명히 있다.)

그리고 또, 시장에 혁신적인 기업이 많이 진입하면 더 좋다. 시장에 활기가 돌면 좋은 것이지 나쁠 게 없다.

위의 몇가지 지표를 보고 눈치 빠른 사람은 눈치를 챘으리라.

'주식시장에 들어 온 엄청난 양의 자금을 소수의 누군가가 편법적으로 모조리 빨아들였다. 우리의 부(富)는 어디로 증발했는가?' 

이런 결론에 쉽게 도달할 수 있다. 국민들과 주주가 누려야 할 부의 상당액이 소수 재벌들과 대주주들 주머니로 흘러갔음을 유추할 수 있다. 그 방법은 다양하다. 대표적으로 문제가 되는 것은 끝없는 유상증자, CB/BW 발행, 물적분할과 같은 관행들이 있을것이다.

상속세와 증여세 개선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 전에 시장에서 주식 수가 불필요하게 늘어나는 부분이 가장 먼저 고쳐져야 한다.

궁극적으로는 '상법 제382조의3 (이사의 충실의무)' 개정이 가장 중요한 문제 중 하나다. 아마 '거버넌스 개선', '상법개정'과 같은 문제들이 재벌들의 이해관계와 정면충돌 하는 문제이기 때문에 초기득권인 그들의 벽을 넘는 것이 쉽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이런 문제들을 고쳐내지 못하면 우리 모두의 부(富)는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계속 소수의 사람들에게 착취될 것이다. 이제 이 정도면 눈치를 채야한다.

저출산 고령화, 금투세, 저급한 거버넌스와 투자환경 등. 한국 시장을 보면 당장 암울함 투성이다. 그렇지만 거버넌스 문제만 해결되면 코스피 지수가 4,000포인트나 5,000포인트로 치솟지 말라는 법도 없다. 거버넌스만 개선되어도 한국 시장은 투자하기에 아주 매력적인 시장이 된다. 지금까지 낮은 멀티플을 유지해 온 것 자체가 시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는 증거다. 망가진 시장이라는 증거다.

자금 공급보다 신규 발행되는 주식의 공급이 많았다. 그런 결과로 지금까지는 시장의 자금들이 수직으로 솟구치지 못하고, 수평으로 퍼져 버렸다. 시장의 잘못된 관행과 구조들을 개선하면 우리나라 시장의 막대한 잠재력을 수직으로 끌어올릴 수 있을 것이다.

2022년 12월 15일
송종식


2021년 4월 12일 월요일

풍전등화 미얀마와 대한민국의 운명

미중분쟁에 관한 이야기다. 특히 아시아 정세에 관한 것들이다. 남들도 다 아는 뻔한 이야기다. 오래전부터 생각하던 것들도 있고 최근에 업데이트 된 것도 있다. 장황하게 쓰기엔 시간이 좀 아까우니 간략하게만 정리를 해두자. 혹시라도 살면서 도움이 될지 모른다. 작게는 투자를 하면서 의사결정을 내리는데 탑다운식으로 도움을 줄지도 모르는 일이다.

자료 : 연합뉴스 장성구 기자

미국은 아주 오래전부터 미군의 해외주둔이라는 수단을 이용해서 중국을 포위하는 전략을 써왔다. 서쪽으로는 아랍권, 동쪽으로는 필리핀-대만-한국-일본에 이르는 해상봉쇄를 통해서 중국을 압박해왔다. 아랍에 있던 일부 병력은 작년 트럼프 대통령 명령으로 올 1월에 다소 철수해서 숫자가 많이 줄었다.

중국의 해안지역은 필리핀에서 대만, 대한민국과 일본에 이르는 광범위한 지역이 봉쇄하고 있다.

자료 : 연합뉴스

중국은 이런 미국의 포위망을 풀기 위해서 '일대일로(一帶一路)' 전략을 구상하여 추진중이다. 육상 실크로드를 의미하는 일대(一帶), 해상실크로드를 의미하는 일로(一路)의 조합어다.

일대일로 전략은 첫째, 중국 경제의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기 위해 구상된 전략이다. 둘째, 미국의 중국 봉쇄망을 깨기 위한 전략이다. 일대일로의 루트를 보면 북미는 빠져있다. 일대일로 전략과 별개로 과학일대일로 전략에는 남미의 국가들이 포함되어 있다.

압박하고 막아두려는 자와 팽창하고 뚫고 나가려는 자의 싸움이다.

그러나 일대일로 정책은 수행이 쉽지 않은 상태다. 중국과 협력했던 나라들 대부분이 착취만 당한채 막대한 채무를 지게 되었다. 이용만 당한다고 느꼈던 여러 국가들이 일대일로 정책에서 발을 빼는 중이다.

그리고 기본적으로 그 나라들이 협력을 해주었더라도 해상실크로드는 반쪽짜리 실크로드가 될 가능성이 높았다.

대만과 필리핀의 바다는 물론이고 남중국해를 관통하기도 어렵다. 더구나 중국은 남중국해가 꼭 필요했기에 그 지역에 대한 욕심을 내면서 베트남, 말레이시아, 필리핀 등 인근 국가들과 큰 마찰을 빚어왔다.

출처 : ESRI 2017

2017년의 자료이지만 지금도 크게 다른점은 없다. 중국의 서쪽은 '-스탄'나라들이며 그 옆에는 분쟁이 심각한 산유국들이다. 중국의 해상진출은 위의 그림과 같이 차단되어 있다. 적갈색으로 표현된 나라들이 위의 그림에서는 미국의 동맹국들로 한국, 일본, 태국, 필리핀, 호주 5개국이다.

짙은 파란색으로 된 부분은 군사적으로 압박되어 있는 해상구역이다. 대만은 1979년에 미국과 단교를 한 바 있다. 2020년대 들어서는 중국의 내정간섭이 거세지자 미국과 관계를 더욱 공고히 하고 있다. 미국은 대만보호법등을 제정하며 대만지키기에 나섰다. 지리상으로도 대만은 중국의 해상을 압박하기 위해서 반드시 미국의 편에 서게 해야하는 중요한 지역이다. 대만 입장에서도 미국의 보호가 절실하다.

인도는 원래도 중국과 사이가 좋지 않았다. 최근에는 중국과의 분쟁이 날로 더 거세지고 있는 국가다. 반면, 미국과는 관계가 좋은 편이다. 인도의 많은 엘리트들은 미국으로 건너가 성공신화를 쓰고 있다. 굳이 따지자면 반중감정은 심하고 미국과는 관계를 더욱 공고히 해나가고 있는 나라다.

합리주의로 똘똘뭉친 베트남 역시 과거는 잊고 미국과 관계를 적극적으로 개선하면서 경제적 발전을 꾀하고 있다. 미국 역시 베트남이 지정학적으로 꼭 필요한 입장이라 두 국가의 협력과 우호는 더욱 강화될 것으로 생각한다. 베트남과 중국의 경제교류 규모는 크지만 베트남 국민들의 반중 정서는 매우 거센편이라서 사실상 반중 국가라고 볼 수 있다.

태국은 예로부터 중립외교를 잘 했던 나라고 앞으로도 잘 할 것이라고 본다. 지금은 중국보다 미국의 힘이 월등하니 미국쪽에 잘 붙어있는 모양새고 당분간 변하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중국 입장에서 남은 카드는 친중 국가인 라오스, 캄보디아, 미얀마다. 그러니 저 3개 국가를 통해서 해상실크로드를 개척해야 하는데 저 지역의 지도를 잘 보면 중국은 미얀마를 놓칠수가 없는 형세다.

아세안지역의 지도 <출처 : 구글>

중국은 자국에 우호적인 라오스-캄보디아를 이용해서 해상루트를 개척할 생각도 있을 것이다. 이미 캄보디아는 친중국가이고 라오스는 일대일로에 참여하여 상당한 빚을 진 상태다. 게다가 중국이 다른 친중국가에 쓰는 방법과 똑같은 방법을 라오스에도 쓰고 있다. 괴뢰화 시키려는 국가에 중국인을 상당수 이주시키는 전략이다. 머릿수를 이용한 동화정책인데, 이미 라오스에도 상당한 중국인을 이주시켜 수도 비엔티안은 인구의 1/8수준 까지 중국인 인구가 올라 온 상태다.

어쨌든 문제는 역시 2개 국가에 걸쳐 해상루트를 뚫어야 한다면 추후 갑자기 불거질 반중감정에 대한 대비가 중국 입장에서는 필요할 것이다. 그 지역이 친중 상태로 안정적이라고 하더라도 문제는 남중국해 분쟁이다.

중국-라오스 접경지역인 보텐을 거쳐 시아누크빌을 육상으로 도착한 후, 시아누크빌을 통해서 해상무역을 개시할 것이다. 이때 친미 국가인 태국의 앞바다를 지나야 하고 다양한 이해관계로 다른 국가들과 분쟁중인 남중국해를 지나야한다.

말레이시아와 인도네시아가 마주보고 있는 좁은 바닷길이 말라카 해협. 전세계 무역량의 25% 이상이 이 해상루트를 지나간다 <출처 : 구글지도>

중국 입장에서 무엇보다 큰 문제는 이들 바다를 지나고 나서 말라카 해협을 지나야 한다는 것이다. 말라카 해협은 미국의 영향을 받는다. 중국을 압박하는 용도로 미국은 말라카 해협을 폐쇄할 수 있다. 물론 이때, 중국 뿐 아니라 우리나라와 대만, 일본이 모두 큰 타격을 입는다. 따라서 미국이 이러한 조치를 취하기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지만 조치를 취한다면 중국 무역선에 대해서만 타격을 가할 방법을 찾을 수도 있다.

출처 : 아산정책연구원

중국 입장에서는 해상실크로드를 안정적으로 돌기기 위해서 백업 루트가 필요했는데, 거기가 바로 미얀마다. 지도에서 잘 볼 수 있듯이 미얀마의 해안선은 무려 1,930km에 이를 정도로 광활하다. 또한 그 방향도 서쪽을 향하고 있다. 벵골만을 지나면 곧장 아라비아해로 접근할 수 있다. 중국 입장에서는 최적의 무역루트이자 안정적인 무역루트를 개척할 수 있는 미얀마를 절대로 포기할 수 없는 이유가 이것 때문이다.

중국 쿤밍에서 미얀마의 짜욱퓨 항구 그리고 스리랑카의 함반토타를 지나는 인도양 해상루트는 중국에게 남중국해를 지나는 루트보다 매우 안정적인 루트이다. 게다가 미얀마의 짜욱퓨 항 앞바다는 수십도 30m 이상으로 깊어서 대형 선박이 드나들기도 좋다.

그래서 중국은 송유관 투자 뿐만 아니라 짜욱퓨 등 항만 투자에도 적극적이다. 물론 이것도 협력을 하는 국가들이 잘 살도록 만들어 주기 위함이라기 보다는 자국의 이익을 뽑아먹기 위한 사업들이다.

중국이 마지막으로 백업을 해둔 항구는 파키스탄의 과다르항이다. 파키스탄은 중국과 우호관계에 있는 나라다. 과다르항의 이용권도 중국이 가지고 있다.

중국이 군사위기 등으로 말라카해협, 미얀마의 짜욱퓨항을 이용하지 못할 경우 최종적으로 파키스탄의 과다르항을 이용해서 부족하나마 무역을 지속할 수 있다.

과다르항은 아라비아로 들어가는 물류 수송의 요충지이자 군사적 요충지로써 그 중요성이 이루 말할 수 없는 지역이다.

다만, 송유관과 도로길이가 너무 길어서 투자금 대비 그만한 가치가 있는지 의문이라는 의견도 적지 않다. 또한, 과다르항은 크기도 작아서 중국의 엄청난 물동량을 감당할 수도 없는 곳이다. 무엇보다 중국이 내심 두려워 하는 것은 과다르항으로 들어온 물류가 신장 위구르 자치구의 카스 지역을 지나야 한다는 점이다. 신장 위구르 자치구는 독립을 외치는 지역이며 정체성도 중국 본토의 한족 보다는 이슬람족에 가깝다.

송유관을 지키기 위해서 삼엄하게 경비를 하겠지만 이 지역에서 마음먹고 송유관 테러를 자행하는 일이 발생한다면 중국 정부 입장에서는 골치가 아플 것이다.

또한, 과다르에서는 BLA 반군의 분리주의 테러도 극심하다. 이들은 중국인들을 노린 테러를 자행하고 있다. 파키스탄 역시 일대일로에 참여한 이후 중국에 대한 부채가 늘어 반중심리가 고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출처 : 아시아경제

중국은 또 다른 대안으로 북극항로 개척에 힘을 쓰고 있다. 거기에 대해 몇해전에는 '북극정책백서'까지 발간해 북극 개발에 대한 욕심도 드러냈다. 중국은 북극 투자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일대일로 정책과 별개로 북극에서도 영향력을 미치겠다는 의지가 담긴 '일도'정책도 수행중이다. 미국 역시 2019년에 그린란드에 영사관을 열었고, 남북극지역에서 군사력을 강화하고 있다. 최근에는 3척의 쇄빙선을 배치해두었다. 러시아 역시 북극직역에 군사력을 증강하고 있다. 미중러 강대국들의 패권경쟁이 극지방으로 이동하고 있는 것이다.

북극항로를 이용하면 동북아시아의 국가들은 기존의 동남아-아랍 지역을 이용하는 것 보다 암스테르담까지의 거리를 37% 단축시킬 수 있다.

북극항로는 원래 얼어붙어 있어서 여름 일부 기간을 제외하면 사용하지 못했다. 그러나 지구온난화로 인해 녹아 있는 기간이 늘어나는데다 쇄빙선 덕분에 항로개척이 가능해졌다. 쇄빙선의 도입과 운용이 워낙 비싸서 중국 입장에서 북극항로 이용에 큰 이점이 있겠냐는 의문도 있지만 일단 무역거리를 37%나 절감하는 것은 큰 유혹임에 틀림없다.

중국 북동부는 바다와 인접해 있지 않다. 따라서 북극항로를 이용하려면 기본적으로 북한의 나진선봉지역이나 러시아의 블라디보스토크를 이용해야한다. 자체 항구를 이용한다면 한반도를 조금 돌아는 가더라도 다롄항을 이용하여 북극항로에 오를 것이다. 

조금 연구해 볼 방법으로는 헤이룽장성의 Beijxiang 지역에서 러시아 지역으로 도로를 뚫어 야쿠츠크까지 연결한 후, 레나강을 지나 북극해로 빠져나가는 방법이다. 이것이 가능하면 북극항로의 길이는 더욱 단축된다. 레나강에 쇄빙선과 무역선이 다닐 수 있는지 여부와 수심 같은 것은 따로 조사해 보지는 못했다.


쿼드 참여 국가 <자료 : 연합뉴스>

쿼드의 출발은 2004년 남아시아 대지진 구호를 위해 미국, 인도, 일본, 호주 4개국 지도자들이 모여 관련된 논의를 하면서 시작되었다. 2007년에 아베 신조 전 총리의 제안으로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기구가 필요하다는 이야기를 이 모임에서 하였고 2008년에 모임이 잠시 중단되었다가, 2010년에 중국이 남중국해에 영해 분쟁을 일으키자 다시 부활하였다.

최초 취지와 달리 쿼드는 인도양-태평양에 이르는 바다를 '자유롭고 열린공간'으로 만든다는 취지하에 중국 주도의 일대일로 패권주의 정책에 대항하기 위한 기구가 되었다. 

현재 한국, 베트남, 뉴질랜드가 쿼드에 추가될 가능성이 높은 나라들로 거론되고 있다. 이들 나라들이 추가되는 쿼드플러스는 일단 가능성이 낮지는 않으나 한국과 베트남은 미국과 중국사이에서 눈치를 보고 있다.

한국이 쿼드플러스에 들어가 합동훈련까지 참가할 경우 이는 중국을 적국이라고 대외 선포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언제가지고 쿼드 참가를 미룰수도 없다. 쿼드플러스에서 한국이 제외되면 이 또한 심각한 안보위협을 초래하기 때문이다. 한국은 중국 팽창의 위협에 직접 노출된 나라이기 때문이다.

또 다른 화약고 <자료 : Asia N>

미국이 자유주의 최후 마지노선으로 바라보고 있는 방어 라인이 위 그림의 파란색 라인이다. 반면에, 중국이 생각하는 제1도련선은 한반도와 타이완을 포함한다. 중국은 일단 일본을 제외한 아시아 대부분을 자신들의 영향력 아래에 두려고 한다. 중국이 팽창하면서 이것은 현실이 되어가고 있다. 중국이 생각하는 제2도련선에는 일본과 미국령 괌까지 포함된다. 중국이 생각하는 도련선은 해상방어선이다.

위의 간략한 상황으로만 보더라도 미중이 무력충돌 할 경우 싸움터가 될 가능성이 높은 지역 중 하나가 한반도와 대만, 남중국해이다.

미중 간 무력 충돌 가능성이 있는 지역(노란색)
<자료 : 구글맵>

이상의 생각을 토대로 미중 간 무력 충돌 가능성이 높은 지역을 노란색으로 마킹해보았다. 

미중간 분쟁은 과거 미국과 구소련의 냉전체제처럼 1) 장기간 경제전과 과학전으로 흘러 갈 가능성이 높다. 2) 중국의 GDP가 미국을 많이 따라잡긴 했으나 핵을 제외한 군사력에서 중국이 미국에 대항하기는 아직 힘들다. 미국의 항모들이 중국 앞바다를 휘젓고 다니는 것만 봐도 이것을 알 수 있다. 남중국해에 중국 인공섬이 요새화 되고 있어서 더 시간을 끌면 미국도 점점 이 지역에서 답이 없어지므로 무언가 결단을 내릴 시간이 다가오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3) 국지전을 한다면 주로 중국 코앞에서 해상전의 형태로 벌어질 가능성이 높다. 4) 그보다 더 강한 충돌이 있다면 괴뢰국가나 동맹국을 이용한 대리전의 형태가 될 가능성이 높다. 대리전 가능성이 높은 지역으로 거론되는 곳은 미얀마와 대만, 한반도 등지이다. 그러나 한반도와 일본은 경제적으로 위상이 높고 중요한 밸류체인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일단은 최빈국이자 최약소국인 미얀마에서 미중 대리전이 치러질 가능성이 더 높고 한반도에서 대리전이 벌어질 가능성이 아주 없지는 않지만 당장에 그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다.

중국의 해안접경지에 위치한 국가들이 중국의 팽창과 미국의 저지선이 만나는 화약고 지역이라고 할 수 있다.

한반도에서 남북전쟁을 위시한 미중 대리전이 발생하면 그것은 우리에게 가장 큰 재난이다. 이런 일은 막아야한다. 한반도에서 흘리는 피로, 일본과 중국 그리고 미국과 인접 국가들은 고도의 단물을 받아먹고 고속 성장의 동력을 다시 돌릴 것이다. 절대로 그래서는 안된다.

가장 이상적인 것은 우리가 독자적으로 세력을 구축하는 것이다. 그 누구에게도 영향을 받지 않는 것이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그것은 순진한 생각이다. 지금 당장은 이루어 질 수 없는 꿈이다.

중립국 선언은 현재 우리와 북한의 입장이 있어서 현실적으로 불가능 한 것이다. 주변 여건이 지금 같지 않아서 스위스처럼 중립국 선언을 했다고 하더라도 그것은 아무의미 없는 선언이다. 히틀러가 스위스를 밀어버리고 지나간 적도 있지 않은가.

그렇다면 가장 현실적인 선택지로 미국이냐? 중국이냐? 양쪽의 갈림길에서 선택을 강요받는 입장일 수 밖에 없다. 국가를 이끌어가는 지도자라면 이 선택은 쉽지 않을 것이다.

한국의 경제는 중국에 거의 종속되어 가고 있는 상태다. 수출입 비중 모두 중국이 압도적인 1위이고 그 비중은 떨어질 줄을 모른다.

반면, 미국과의 교역량도 적지 않을 뿐더러 무엇보다 민주주의와 시장자본주의 가치를 함께 지켜나가는 동맹국으로서 군사적으로 절대적 의지를 하고 있는 입장이다.

출처 : 중앙일보

몇년 지난 자료기는 하지만 지금도 별반 다르지 않다. 우리나라의 수입과 수출 대상국 모두 1위는 중국이다. 대중국 수출 비중은 대략 26~27% 수준이다. 이것은 특정 국가에 경제가 종속되었다고 봐도 될 정도로 위험한 수치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저것만 볼 게 아니다. 홍콩 수출비중도 8~9%가 된다. 홍콩향 수출물량 중 8할이 다시 중국본토로 향한다. 이렇게 보면 우리나라 수출액의 1/3 정도가 중국을 향하고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

주식 포트폴리오로 치면 중국에 집중투자를 하고 있는 셈이다.

대한민국을 이끌어 가는 지도자들 입장에서는 매우 어려운 상황은 맞다. 그러나 반드시 양자택일의 순간이 온다. 그렇다면 나는 주저없이 중국을 손절하고 서방권 국가들과 손을 잡겠다. 지도자가 아닌 훈수두는 내 입장에서 이 선택지의 답은 너무나 명확하다. 뭐 남의 말 하기 쉬운게 인간이라서 그렇기는 하겠지만.

물론, 중국을 대번에 끊어낼 수는 없다.

양자택일의 순간은 언젠간 온다는 생각으로 착실히, 은밀히 준비할 것이다.

1) 중국에 종속된 경제 족쇄를 조금씩 풀어나가야 한다. 중국과 무역하며 먹고 사는 사람들의 밥 그릇을 빼앗아서는 안 될일이다. 그러므로 적극적으로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여 전체 무역액을 더 힘차게 키워나가고 중국 의존도를 점차 줄여 나가는 것이다. 중국은 우리와 이념도 사고방식도 다르다. 그리고 호시탐탐 한반도를 자신의 소수민족 영토로 편입하기 위해 각종 공정을 하며 노리고 있다. 그런 부분은 감안하되 경제는 분리하여 서서히 떨어져 나가는 정책을 방향으로 잡는다.

2) 군사적 독립이 가능할 때 까지 군사력 증강에도 최선을 다한다. 특히, 어떻게든 핵을 확보할 수 있도록 비공식적으로 노력을 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이것은 서방 세계와의 단절을 의미할 수도 있는 것이나 어떻게든 이런 문제를 정치공학적(중국 책임론, 이스라엘형 묵묵부답 전략 등)으로 풀어서 전술핵이라도 자체 보유할 수 있는 국가가 되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영원히 중국과 미국 사이에서 독립은 없다고 본다.

3) 민주주의 이념과 시장경제 체제를 공유하는 서방세력과 동맹을 더욱 강화한다. 중간에 애매하게 발을 걸친다는 느낌을 중국과 미국에 보내면서도 결정적으로는 미국의 우방국임을 미국에게 확신시켜 줄 여러가지 장치와 방법이 필요할 것이다.

여태 중국과 일대일로 정책을 함께 진행하다가 잘 풀린 나라가 하나도 없다. 전부 빚더미에 앉았다. 그에 대한 불만으로 파키스탄에서는 중국인에 대한 살인 폭탄 테러도 자행되고 있다.

멀리 안가고 북한만 보아도 그렇다. 과거 구소련의 줄을 타고 있을 때는 그럭저럭 굴러가던 경제가 중국 노선을 타고 나서는 완전히 망했다.

중국은 중화사상으로 똘똘 뭉쳐 있으며 다른 나라들은 오랑캐로 생각할 뿐이다. 개인적인 윤리 의식 수준도 낮다. 중국에서는 사기를 당하거나 계책을 당한 사람에게 손가락질을 하고, 사기를 치거나 계책과 술수를 잘 쓰는 사람은 인정해준다.

중국에 줄을 섰다가 우리의 인권과 권리와 국력을 모두 상실한 뒤에는 정말 답이 안 나올 것이다. 우리는 자력으로 진정한 독립을 이루기 전 까지는 서방세계에 붙어서 성장을 해야하고 그게 현재로서는 가장 유리한 노선이다. 실제 공산주의를 막겠다고 방패 개념으로 키워주긴 했지만 미국의 보호 아래 이 만큼 먹고 살만한 나라로 성장하지 않았는가? 대마불사라고 생각한다. 우리나라 경제가 더욱 더 거대하게 성장하고, 세계 무대에서 발언권이 강해진다면 이민족들이 이 땅에 함부로 전쟁을 일으킬 수는 없을 것이다.

미국도 중국도 각자의 최대 이익에 따라 움직이고 있고 그럴 것이다. 선악구도의 프레임을 가지고 들어오면 곤란하다. 우리는 어느 쪽의 줄에 서야 최대 이익을 얻을 수 있을지 선택해야 한다.

거시적인 이야기는 이쯤에서 마무리하고 우리 각자가, 우선 내가 해야 하는 선택은?.. 이것도 간단한 것 같다.

1) 우선은 각자 위치에서 최선을 다해서 일하는 것이다. 그것이 모이면 국력이 된다. 아직은 미중의 그늘에서 벗어날 수 없는 처지다. 그래서 언제든 분쟁의 땅이 될 염려가 있다. 그러나 앞서 서술하였듯이 국제 영향력이 커지면 커질수록 제 아무리 미국과 중국이라고 해도 우리나라에서 뭘 어떻게 할 수는 없을 것이다. 미얀마를 보라. 가난하고 못 살면 저렇게 남의 손에 유린을 당하는 것이다.

2) 투자자로서는 당분간 난이도 높은 선택들이 조금 있을 것 같다. 벌써부터 보유한 기업들 일부는 미중패권 분쟁의 영향으로 타격을 받는 것들이 생기고 있다. 앞으로 기업을 분석할 때는 이 부분도 조금 면밀히 들여야 볼 생각이다. 그리고 과거에도 그랬지만 중국과 엮여 있는 기업은 될 수 있으면 손을 대지 않을 생각이다. 엮에 있더라도 언제든지 발을 뺄 수 있거나, 뒤통수를 맞지 않을 회사들로 추려낼 생각이다.

투자자들에게도 곧 양자택일의 순간이 올텐데, 나는 주저없이 미국과 서방세계의 노선을 선택하겠다. 그들이라고 선한 존재도 아니고 악당과 같은 면은 매한가지로 많지만 그래도 독재보다는 민주주의가 낫고, 폐쇄주의 보다는 열려있는 시장경제체제가 좋지 않나 생각한다. 

미국은 아시아인 증오 정서와 범죄를 잘 막아야 할 것이다. 그것을 막지 못한다면 훗날 동양과 서양의 대결로 싸움이 번질 수 있고 이렇게 되면 우리나라의 입지도 정말 애매해지게 된다. 물론 미국 역시 큰 타격을 받을 것이다. 미국에서 이민자들이 차지하고 있는 위상과 역량을 생각해보면. 부디 아시아인 증오 범죄가 찻잔속의 태풍으로 끝나길 바란다.

중국이 번성하면 한반도가 힘들었고, 중국이 분열하면 한반도가 융성했다. 지금은 중국이 번성하는 시기다. 중국의 팽창은 주변국들에게는 재앙이다. 그럴 가능성은 거의 희박하고 또 그렇게 되어서도 안되지만 만에 하나 미국이 대한민국을 포기하거나 한반도가 중국의 성으로 편입되는 경우, 적어도 괴뢰 정부가 들어서게 될 경우를 대비해서 평소에 영어 공부를 꾸준히 해두고, 여분의 달러를 해외 금융 기관에 예치해두고 사는 게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

개인적 바람은 중국내 소수민족이 독립하고 중국이 분열되어 쪼개지기를 바란다. 그것이 우리민족에게 가장 큰 호재다.

그 이후의 답은 나중에 더 찾아보기로 하고 오늘 글은 여기서 마무리 짓자.

2021년 4월 13일
송종식


2019년 12월 7일 토요일

지금 한국주식 비싼가? 싼가?

애플사의 시가총액이 한국 코스피 시장을 추월했습니다. 한 국가의 주식시장 규모가 단일 기업 하나보다 작은 수준이 되었습니다. 게다가, 대만 파운드리 업체 TSMC의 시가총액이 삼성전자의 시가총액을 추월했습니다. 한쪽 주식 시장의 밸류에이션은 터질 듯 팽창중인데, 우리나라의 주식시장은 계속 쪼그라들며 빙하기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 거래대금 / 시가총액 -
사람들은 한국 주식시장에 관심이 없고 거래량은 말라 붙었다
<자료 : 송종식, 클릭하면 커집니다>

시장 하방을 가늠하기 위해 무의미한 숫자놀이에 가담하다


최근 한국 시장을 버리고 떠난 다는 분들이 너무 많습니다. 저는 그럴수록 한국 시장에 더 애착이 생깁니다. 남들이 열광하면 떠나고 싶고, 남들이 침을 뱉고 떠나면 사고 싶습니다. 아마 많은 가치투자자께서 저와 비슷한 심정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원래 시장은 잘 안 봅니다. 다만 요즘 한국 시장이 욕을 워낙 많이 먹다보니 한국 시장의 위치가 궁금했습니다. 그래서 몇가지 숫자들만 눈으로 확인해 보고 싶었습니다. 뉴스와 사람들의 뷰는 시시각각 변합니다. 오르면 오르는 논리와 이유가 뒤따라 붙습니다. 내리면 내리는 이유가 뒤따라 붙고요.

시장의 배당수익률 추이


2002년 봄 ~ 2019년 겨울까지 한국 시장 배당수익률 추이
<자료 : 송종식, 클릭하면 커집니다>

주가를 방어하는 '최후의 보루' 중 하나를 꼽으라면 배당수익률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배당수익률은 '연간배당금/현재주가'로 계산합니다. 주가가 떨어지면 배당수익률이 높아집니다. 가령 매해 주당 1,000원씩 배당을 주는 기업이 있다고 합시다. 이 회사의 주가는 연초에 50,000원이었습니다. 세금을 감안하지 않은 배당수익률은 2%입니다.

이 회사의 주가는 슬금슬금 떨어져서 지금은 10,000원까지 떨어졌습니다. 외부 요인을 감안해야겠지만 외부 요인의 변동은 전혀 없다고 치고 계산하면 배당수익률은 무려 10%가 됩니다. 현재 금융권의 예금 이자를 생각해보면 어마어마한 배당수익률입니다.

따라서, 회사의 실적과 배당정책에 큰 변화가 없다면 주가가 낮아질수록 배당수익률이 높아지므로 매력적이게 됩니다.

위의 그래프를 보면 우리나라 시장은 배당수익률 3% 선이 최후 방어선으로 작동돼 왔습니다. 2000년대 초반이 그랬고, 2008년 서브프라임모기지론 사태로 전세계 금융시장이 붕괴될때도 그랬습니다. 물론 개별주로 들어가면 일시적으로 배당수익률이 10%를 넘는 종목들도 있었습니다. 어쨌든 시장의 배당수익률을 체크해보니 현재 2019년 겨울의 시장이 어느 정도에 위치해 있는지 대충 가늠이 되었습니다.

2000년대 초반부터 중반까지, 그리고 2010년부터 2015년까지는 배당수익률이 슬금슬금 떨어집니다. 그것은 그 시기에 주식 투자자들이 주식투자를 통해서 돈을 벌기 쉬웠다는 의미도 있습니다. 주식이 생각보다 잘 올랐던 시기입니다.

특히 우리나라 가치투자 베이스의 슈퍼개미들은 2002~2004년 사이부터 시작한 사람들중에서 많이 나왔습니다. 그리고 그 다음에는 2008년~2015년 사이에 투자를 시작한 사람들이 돈을 좀 벌었습니다. 쓸모없는 거시에 대한 소식이나 뉴스로 인한 소음은 되도록 무시해야 하지만 밸류에이션 수준으로 가늠해봤을 때 분명히 투자를 하기에 좋은 시기가 있는 것은 맞다는 생각이 듭니다.

현재 시장의 배당수익률은 2.5% 선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배당수익률만으로 보면 매력적인 국면에 오고 있는 것은 맞습니다. 하지만 주의해야 할 부분도 있습니다. 우리나라 회사들의 당기순이익이 감소하면 배당수익률이 왜곡될 수 있습니다. 2019년 온기 실적들을 체크하고 그것과 비교해서 확인해야 하는 점을 감안해야 합니다.

시장의 PBR 추이


2002년 봄 ~ 2019년 겨울까지 한국 시장 PBR 추이
<자료 : 송종식, 클릭하면 커집니다>

PBR밴드는 배당수익률과 역으로 움직입니다.

지나간 길을 결과론적으로 이야기 해 보자면 2003년, 2008년이 시장 바닥이었습니다. 우리나라 시장은 PBR 1배를 잘 깨지 않고 움직이는 편이었습니다. PBR 1배를 깰때는 가파르게 깹니다. 그리고 곧장 다시 PBR 1배를 회복해왔습니다. 물론, 훨씬 이전의 데이터도 봐야겠지만 과거 20년을 놓고 보면 그렇습니다.

현재는 과거와 약간 다른 모습이기는 합니다. PBR1배가 깨진게 2018년 여름입니다. 그리고 1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PBR 1배 회복을 못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PBR 1배를 깰 때, 시장이 급락한게 아닙니다. 2011년을 기점으로 시장 PBR 밸류에이션이 슬금슬금 낮아져 오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보통 시장의 급락은 실물 경제보다는 금융 시장 자체 문제로 발생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처럼 장기간 밸류에이션이 빠지는 건 마치 서서히 침몰하는 타이타닉을 보는 것 같아서 으스스합니다.

그리고 논외로 PBR 밸류에이션의 흐름에서도 볼 수 있듯이 역시 2002~2003년부터 투자를 시작한 사람들은 서브프라임모기지론 사태가 터지기 직전인 2008년까지 강세장의 수혜를 받으며 막대한 돈을 벌었음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그 이후에는 2008년 이후 시장이 회복되면서 기회가 한번 더 나타났습니다.

PER을 주가 상방을 보는 도구로, PBR을 하방을 보는 도구로 많이들 활용합니다. 그렇다고 해서 PBR이 주가 하락을 방어해주는 절대적 보루라고는 또 할 수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의 시장 PBR위치는 시장이 고평가 구간 보다는 저평가 구간에 있음을 말해줍니다. 시장이 기록을 갱신하고 계속 빠질지 PBR 0.6~0.7배 수준에서 하락을 멈추어 줄지가 궁금합니다.

시장의 PER 추이


2002년 봄 ~ 2019년 겨울까지 한국 시장 PER 추이
<자료 : 송종식, 클릭하면 커집니다>

이 그래프가 좀 중요한 것 같습니다. 앞서 배당수익률, PBR 지표로는 시장이 2008년 금융위기 수준으로 내려 온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익단을 확인해보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PBR기준으로 시장은 점점 싸졌는데, PER은 높아지는 현상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것은 우리 기업들이 돈을 잘 못번다는 이야기입니다. 2019년 들어서 기업들은 돈을 더욱 못 벌고 있습니다. 이렇게 되면 2019년 연간배당수익률도 낮아질 가능성이 있으니 배당수익만으로 시장의 하방을 찾기도 무리가 생깁니다.

기업을 힘들게 만드는 정책 기조들과 주변국의 대국굴기


다음부터 할 이야기는 절대로 정치 이야기가 아니니, 송구스럽지만 정치적인 논쟁은 사양하겠습니다. 저는 정치를 잘 모릅니다.

저는 우리나라 기업들의 체력이 약해진데에 3가지 정도의 큰 이유를 꼽고 싶습니다. 1) 중국이 급부상 하면서 우리나라의 주력 산업을 잠식해왔습니다, 2) 아베노믹스로 돈 풀기에 성공한 일본이 가격 경쟁력으로 국제 무대에서 한국 산업을 짓눌러 왔습니다, 3) 2018년 들어서 한국의 법인세율이 3%p 상승하였습니다. 손익계산서에서 당기순이익을 갉아먹는 요소가 하나 더 추가되었습니다.

1)번과 2)번 문제는 사실 우리 내부 문제가 아닙니다. 그러니 간접적 대응과 준비는 할 수 있지만 우리가 직접 컨트롤 할 수 있는 것은 없습니다. 다만, 3)번은 조금 문제가 있습니다.

우리나라 기업들이 승승장구 하고 있다면 조금 이해할 법도 합니다. 그러나, 사면초가에 몰린 우리 기업들에게 세제 혜택을 주고, 규제를 풀어줘도 모자란 마당에 법인세율을 올려버리는 오판을 하였습니다.

물론 정부의 입장도 이해는 됩니다. 고령 인구는 늘어나고 국민 부양에 들어가는 지출은 커지는데 딱히 세수를 더 걷을데는 없는 상황이니, 법인세를 올렸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제 생각에는 법인세를 올리는 판단보다는 내리는 판단을 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법인세율이 3%p 오른 것은 얼핏 아무것도 아닌 것 처럼 보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실제 손익계산서 단에서는 EPS를 크게 갉아먹습니다. 3%p 그 몇배이죠. 게다가 우리와 경쟁하는 위치에 있는 주변국은 일제히 법인세를 내리고 있습니다. 각 국가들이 자본유치를 위해 적극적으로 행동하는 것이죠. 우리가 3%p의 법인세율을 올리고, 경쟁국에서 10%p의 법인세를 내리면, 각 국가별 기업들의 EPS는 압도적으로 벌어지게 됩니다. EPS는 기업 펀더멘털의 중요한 요소 중 하나라고 생각해보면 현재 주식 시장의 움직임도 이해가 안되는 것은 아닙니다. 그리고 시장의 센티멘트는 펀더멘털보다 더 과격하게 움직입니다. 돈은 겁이 많습니다. 조금만 매력이 떨어지거나, 이런 저런 사항으로 겁을 먹으면 돈은 빠르게 도망갑니다. 돈은 국가와 국가를 넘나듭니다. 더 매력적인 나라, 더 매력적인 기업으로 순식간에 이동합니다.

법인세를 내리고 기업을 하는데 장애가 되는 규제 몇개만 풀어줘도 국내로 들어오는 자본이 늘어날 건 자명한 이치입니다. 자본이 들어오면 국내에서 활동하는 기업도 늘어날테고, 그것은 오히려 법인세수가 늘어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럴때 일수록 더 강력하게 기업 우호적 정책들이 나왔으면 좋겠습니다. 정책이 바뀐다면 시장 분위기 반전에 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주변 주요국의 최근 시장 움직임과 법인세율 변동 추이
- 위에서 부터 대만, 일본, 미국, 한국 -
어려움에 처한 기업들을 더욱 어렵게 만드는 정책들과 국내 기업들의 펀더멘털과 투자자들의 센티먼트가 모두 훼손되고 있는 상황
<출처 : Trading Economics, 클릭하면 커집니다>

한 국가의 주식 시장을 움직이는 힘은 복잡계에서 나온다고 생각합니다. 단순히 몇가지 이유 한두개로 움직이진 않는 다는것을 잘 압니다. 그래서 법인세율 변동추이와 지수 차트를 올려두었다고 혼내는 분들도 계실텐데, 여러가지 의미를 내포하는 상징적 의미로써 올려둔 것이니 단순히 참고만 하여 주시면 감사드리겠습니다.

시장 불신의 원흉, 일부 부패한 기업가와 최대주주들의 문제


그리고 정책이 지원은 커녕 기업들을 궁지로 내모는 것 외에 기업들도 문제가 많습니다.

저희는 분명히 '주식을 1주라도 가지고 있으면 그 회사의 주인이다'라고 알고 있습니다만, 한국의 현실은 그렇지 못합니다. 회사는 최대주주 일가의 소유라고 생각하는 오너들이 많습니다.

주식시장은 다른 사람 주머니에서 돈을 빼내서 고통분담을 하는 용도로만 사용합니다. 그리고 회사에서 나오는 과실은 최대주주일가끼리 나눕니다. 이것은 자본주의의 근간을 흔드는 중대한 모럴헤저드입니다. 최대주주 또는 오너 일가가 회사의 이익을 다른 주주와 나누지 않고 빼돌리는 방법은 한두가지가 아닙니다. 그런 것들에 대한 제도적 장치 마련이 시급합니다.

또한, 경제 사범은 미국처럼 다시는 사회에 발 붙이지 못할 정도로 엄하게 처벌하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나라는 경제 사범에 대한 처벌이 너무 약합니다. 그들이 사회와 국가의 근간을 흔드는 죄를 짓는것에 비해 처벌은 미약하니 당연히 사기를 치거나, 모럴헤저드를 범할 유인이 더 큰 상황입니다.

이번글은 우리나라 주식 시장의 문제점에서 대해서 다루는 글이 아니니 이런 이야기는 대충 이 정도선에서 마무리 하겠습니다.

이유는 갖다 붙이기 나름, 역발상 투자자와 청개구리들의 기회


요즘 돈은 클릭 한번으로 쉽게 국가를 넘나듭니다. 그리고 사람들의 인식은 해저를 관통하는 비트의 움직임 만큼이나 빨리 변합니다. 오늘의 루저가 내일의 위너가 되고, 오늘의 위너가 내일의 루저가 된다는 말은 요즘은 그 텀이 더 짧아졌습니다. 몇몇 기업들은 어제까지만 해도 망한다 소리가 나오다가도 주가가 조금만 반등하면 금세 그런 이야기는 사라집니다. 사람들의 인식은 더욱 극단적이고, 단기적으로 변했습니다. 이럴때 일수록 청개구리적인 태도가 투자에는 더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우리나라 경제는 침체기에 직면해 있습니다. 그러나 인구 5,000만의 이 나라는 한편으로는 그렇게 만만한 나라도 아닙니다. 1) 몇가지 정책적인 리스크가 걷히고, 2) 과도하게 낮아진 밸류에이션이 주가를 위로 튀어 오르게 할만한 요소로 기대할만 하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장기적으로는 국가의 뿌리와 틀이 바뀌어야 될만큼 어려운 시기는 맞다는 생각입니다.

어쨌든 지금은 유명한 몇몇 골수 가치투자자들 마저도 한국 시장은 답이 없다고 말합니다. 그들마저도 힘들다고 한국 시장에서 떠나는 시국이라서 저는 반대로 한국 시장에 더욱 애착을 갖게 됩니다. 남들이 좋다고 말하면서 인식이 개선되면 지금처럼 싸게 사기가 힘듭니다. 항상 남들의 인식이 바닥일 때 사야합니다.

- 12월 7일 현재 각 나라의 GDP 대비 주식시장 시가총액의 비중 -
미국 시장은 현재 GDP대비 시장 시가총액의 비중이 역사상 최고 수준인 149%를 찍고 숨고르기를 하고 있다. 반면에, 역사상 최저 수준으로 쪼그라든 나라들도 보인다. 무엇이 이런 결과와 차이를 낳았을까?
<출처 : Trading Economics, 클릭하면 커집니다>

마켓타이밍은 누구도 잴 수 없습니다. 얼마간은 지금과 같은 추세가 유지될 수도 있습니다. 오르는 미국 시장이 계속 오르고, 한국 시장은 계속 침체기를 벗어나지 못하고. 다만,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그런 기조는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뒤바뀔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2019년 12월 7일
송종식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