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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6월 15일 목요일

빨리 가려다 돌아간다


오늘은 독자님들께서도, 그리고 저도 이미 뻔히 아는 이야기를 좀 할까 싶습니다. 일상에서 배운점과 기억들을 소소하게 기록하기 위함입니다.

어제는 지방에서 약속이 있었습니다. 제가 좋아하고 또 중요한 분들과의 맥주 약속이었습니다. 하루종일 이런저런 일정에 쫓겼습니다. 그러다 보니 맥주 약속 장소에 도착하는 시간이 애매했습니다. 시간 약속을 매우 중히 여기는 분들이어서 적어도 15분 전에 도착해야 했습니다. 그 마저도 안되면 최소한 정시에는 도착해야 했습니다.

정속으로 가면 아슬아슬하게 현장에 도착합니다. 주차를 하고 이것저것 빠지는 시간을 감안해도 정시 도착은 가능하다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다소 무리해서 과속을 하면 20~30분 정도의 시간 여유를 더 만들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저는 평소에 과속을 하지 않습니다. 티맵 점수도 98~100점을 유지중입니다. 고속도로에서도 크루즈 모드를 켜두고 끝차선에서 정속주행하는 편입니다. 하지만 이번에는 어쩔 수 없이 과속을 조금 하였습니다.

신나게 달리다가 차량 경고등이 빨갛게 떴습니다. "타이어 압력 체크!!" 뭔가 불길하다 싶었습니다. 급히 속도를 줄였습니다. 그리고 나서는 뒷 타이어가 터졌습니다. 파스가 났다고 하는데 파스 수준이 아니었습니다. 휠이 안 깨진 게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간신히 차를 갓길에 세웠습니다.

차량들이 쌩쌩 달렸습니다. 좁은 갓길이라 위험한 상황이었습니다. 갓길 옆으로 빠져 있을 공간도 없었습니다. 보험사를 부른 뒤 차량 안에 꼼짝 않고 있었습니다. 차량이 막힐 시간이었습니다. 보험차량이 오는데는 50분이 걸렸습니다. 그동안 날씨는 갑자기 나빠져서 장대비가 쏟아지기 시작했습니다. 차량들은 바로 옆으로 쌩쌩 달리고 비는 쏟아지고, 아수라장이었습니다.

겨우 차량을 견인해서 근처 타이어 가게로 가서 타이어 교체를 잘 하였습니다. 타이어 가게 점원이 물었습니다.

"고속도로를 타시다가 이러신거에요?"
"네"
"정말 큰일날 뻔 하셨습니다. 정말 위험한 상황이었네요."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다시 태어난 날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더 성실하게 살아야 되겠다는 다짐을 했습니다.

이 이야기에는 이미 독자 여러분들도 알고, 저도 뻔히 아는 내용이 숨어 있습니다.

"빨리 가려다가 더 돌아간다."

제가 삶에서건, 투자에서건 무조건 가슴에 새기고 있는 이야기입니다. 이 이야기를 가슴에 새기고서는 조급함이 사라졌습니다. 그래서 제가 갖고 있지 않은 다른 기업들을 보고도 전혀 FOMO를 느끼거나 동요하지 않습니다. 별로 질투심도 안 생깁니다. 그러려니 하면서 투자하고, 삶 역시 그렇게 무미건조한 마인드로 살고 있습니다.

하지만 어제는 그렇지 못했습니다.

그냥 정속으로 점잖게 갔다면 어제와 같은 소동은 없었을 것입니다. 저는 약속 장소에 정시에 도착했을 것입니다. 타이어 수리비와 기타 비용이 줄줄이 지출되지도 않았을 것입니다. 타이어 파스로 인해서 약속 장소에는 무려 1시간이 늦은 시간에 도착하고야 말았습니다.

글로 읽고, 말로 들어서 아는 것과 실제 경험한 것은 천지차이입니다. 어제는 귀한 경험을 했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감사한 배움의 시간이었습니다. '빨리 가려다 돌아간다', 다시금 가슴에 새겨 봅니다.

2023년 6월 15일
송종식 드림


2022년 6월 26일 일요일

'가치주, 성장주, 단기, 장기 나누지 말자'는 훈계를 들으며 든 생각

제목의 홑따옴표 안에 있는 문구는 저의 오랜 단골멘트입니다. 제가 만든 문구가 돌고 돌아 저를 공격하는 용도로 쓰이고 있네요. 아이러니 합니다. 

저의 저 단골멘트를 이용해서 제가 최근에 올린 영상에 대해 반박 의견들이 달렸습니다. '투자의 끝은 멘탈과 엉덩이, 존버력'이라고 했던 영상입니다. 단편적인 부분만 대충보고, 댓글을 달거나 생각을 입 밖으로 내는 경솔한 사람들이 많아진 것 같습니다.

이 영상에 달린 반박 의견들은 다음과 같습니다.

1) 왜 주식을 가치주, 성장주, 단기, 장기로 나눠서 하지?
2) 존버하자고 '현혹'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현대중공업 등의 주식을 보아라 장기간 박살났다. 아무거나 사서 존버만 한다고 되나?

1)번은 제가 항상 하는 이야기입니다. 제가 항상 하는 이야기가 저한테 공격용으로 들어오니 세상 참 재미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가 오래전에 했던 혹은 발견해서 만들었던 문구가 수 년간 돌고 돌아, 그들만의 스승 제자를 타고 타서 결국 다시 저에 대한 공격용으로 사용되는 재미있는 현실입니다. 현실판 재귀함수네요.

어쨌든 1)번 이야기는 무엇을 주장하려고 하는지 잘 알겠습니다. 그 부분에 대해서 아래에서 잠시 후에 자세한 의견을 남겨 드리겠습니다.

그리고 2)번에 대한 것도 저의 영상과 글을 꼼꼼히 보셨다면 하실 수 없는 이야기입니다. 영상을 대충 보고 댓글을 남기면 많은 사람들이 그 댓글만 보고 또 다른 오해를 낳게 됩니다. 제 글과 영상을 오래도록 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제가 '아무 회사'를 '아무 가격에나', '대충사서', '무작정 존버해라' 이런 로직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아닙니다. 

그 동안 숱하게 좋은 기업 발굴 방법, 밸류에이션 방법, 기업분석 방법, 가치와 가격의 괴리를 이용하는 방법, 동행투자를 하는 방법에 대해 입이 닳도록 이야기를 드렸는데, 고작 저런 반응이 나오면 맥이 빠집니다. 게다가 '현혹'이라는 표현을 보고 더 그랬던 것 같습니다. 이 부분에 대해서도 아래에서 조금 더 자세히 이야기를 다루어 보겠습니다.

어쨌든 현재 시장은 많이 무너진 상태입니다. 앞으로 상폐돼 없어질 부실한 회사도 많을 것입니다. 아직까지 가치대비 비싼 기업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상당 수 기업이 '이제는 살만한 가격대'에 들어 온 것도 사실입니다. 이제와서 괜찮은 회사들을 '일단 팔고' 리스크 관리를 하자는 것은 정말 공감을 할 수가 없습니다. 사야될 시기에 팔아라뇨? 자꾸만 바닥을 잡으려고 하는 투기꾼들의 태도가 문제입니다. 바닥을 어떻게 잡나요? 살만한 가격대에 공이 들어왔으면 사는겁니다. 그냥 기계적으로요.

투자판은 돈 뿐만 아니라 워낙에 많은 말과 글이 오가는 곳입니다. 요즘에는 관계하고 싶지 않더라도 사람들이 얽히고 설켜있어서 감정 상하는 이야기들도 많이 오갑니다. 그런 것 정도는 이골이 나서 별로 개의치 않습니다. 그러나 제가 주장하는 바가 왜곡되거나, 추가적인 설명이 필요한 부분은 시간이 될 때마다 해명을 하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은 합니다. 그래서 블로그에 잠시 기록을 남깁니다.

성장주, 가치주 나누기


성장주, 가치주, 도박주와 같은 단어에 대해 저의 생각을 남긴 적이 있습니다. 2017년에 작성했던 이 글을 한번 읽어 보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아주 장문의 글입니다. 글을 읽기가 힘드시면 비교적 최근에 영상으로 남겨뒀던 내용도 있으니 영상을 보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성장주, 가치주 따위를 나누는 것은 당연히 의미가 없고 성장은 가치에 포함되는 개념입니다. 그리고 가치투자자들도 당연히 성장하는 기업을 좋아합니다. 고단수의 턴어라운드 사냥꾼이 아니라면 실적이 장기적으로 역성장 하고 있는 기업을 좋아할 사람은 없습니다.

장기와 단기 나누기


'가치투자와 장기투자는 같은 말이 아니다'. 이 문구도 제가 단골처럼 쓰는 문구입니다. 역사도 이미 오래되었습니다. 10년도 넘은 것 같은데요.

일단, 투자 관련 이야기로 상대에게 조언, 반박이나 조롱을 할 때는 1) 상대의 생각이 어느 정도의 깊이와 지평을 갖고 있는지 확실히 확인한 후에, 2) 상대가 하는 이야기의 행간에 숨은 의미는 무엇인지를 정확하게 알고 해야합니다.

1), 2)를 인지하지 않고 아무말 대잔치를 벌이면 망신을 당할 수 있으니까요.

제가 직전 영상에서 '엉덩이를 붙이고 무제한 존버하자!'라고 주장했던 것은, 무조건 천년만년 기다리자는 의미가 아닙니다. '시간 지평 앞에서 내 무지의 인정' 그리고 '시장에 대한 겸손한 태도' 정도로 받아 들이셔야 합니다. 그것이 제가 드렸던 이야기에 대한 정확한 행간의 해석입니다.

우리가 어떤 기업에 대해서 꼼꼼하게 공부를 하고 내재가치를 산출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결국은 기업을 매입할 때 안전마진을 두기 위함이 아니던가 싶습니다. 일단 저는 그렇습니다. 그렇다면 안전마진은 왜 둬야 하나요? 사고가 나더라도 덜 다치기 위해서입니다. 세상에 그 어떤 것도 확실한 것은 없기 때문입니다. 가치와 가격 사이의 안전마진은 우리가 지불할 가격에 대한 보험입니다.

그렇다면 제가 '시간 지평을 길게 보자', '엉덩이를 잘 깔고 있자'고 주장하는 것은 다를까요? 그것은 시간과 우리 마음에 대한 안전마진을 두자는 이야기입니다.

넉넉하게 최소 3년 앞을 내다 보고 산 기업이 있다고 칩시다. 그 종목을 조금 사뒀습니다. 그런데 1차 매수를 끝내자 마자 1주일도 안돼서 강력한 테마가 붙었습니다. 제 계산엔 없던 시세 급등이죠. 당연히 내가 생각했던 적정주가를 돌파해 버리고 주가가 고평가 영역에 다다르면 비중을 줄이거나 매도를 해야합니다. 아주 기쁜 마음으로 말입니다. 

이런 경우, 단 1주일을 보유했다가 매도를 했어도 이것은 가치투자입니다. 기업분석을 철저히 했고 안전마진을 넉넉히 잡고 매수했다면 그렇습니다. 그리고 처음부터 넉넉한 마음으로 장기투자를 염두에 뒀던 투자입니다.

'시장이 무너지니까 리스크 관리를 해야한다. 무조건 장기투자는 없다'. 이런 이야기 참 멋있게 들립니다. 그럴 듯 하기도 하죠. 그런데 조금만 생각해 보면 이상하다는 것을 눈치채야 합니다. 1) 그래서 그 리스크 관리라는 것은 무엇이며, 2) 어떻게 할 것이며, 3) 시장이 무너지면 주식을 팔아서 현금화 하고 언제까지 기다리라는 것이며, 4) 그래서 시장에 언제 다시 진입하느냐 하는 것입니다.

이 생각을 꼬리에 꼬리를 물고 파고 들어가다 보면 결국은 또 하나의 결론에 도달합니다. '좋은 마켓타이밍을 노리자'. 그럴 자신이 있으면 해보라고 권유하고 싶습니다. 이건 노력의 영역도 아니고, 경험치의 능력도 아니고 거의 대부분의 영역이 운의 영역입니다.

내가 타이밍을 제대로 잡을 수 있다고 믿는 사람은 실제 계속 그렇게 해왔어야 합니다. 그리고 앞으로 그래야 하겠지요. 타이밍을 몇번만 연속해서 잡아도 단숨에 한국 최고의 부자가 될 것입니다. 그런데 저는 아직 그렇게 타이밍을 재가며 투기를 한 사람 중에서 한국 최고의 주식부자가 되었거나, 적어도 박영옥, 김태석님 같은 가치투자자를 능가하는 사람이 있다는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없습니다. 뭐, 잠깐 행운으로 반짝 등장 했던 사람들은 있을지 몰라도 말로는 대부분 안 좋았겠지요.

그리고 실제로 평범한 사람을 일정 수준 이상의 부자로 만든 로직은 마켓타이밍을 재는 로직보다 가치투자 로직이 더 많을 것입니다.

마켓타이밍을 재려는 시도는 겸손이라고는 눈꼽만큼도 없는 오만한 행동입니다. 오만한 사람들은 시장에서 오래 버티기 어렵습니다.

어떤 종목으로 3개월 안에 100% 수익을 내겠다고 덤빈 사람이 있다고 칩시다. 그 종목이 석달 간 움직임이 없고, 넉 달, 다섯달이 넘어가보세요. 그 사람은 멘탈이 나갑니다. 겸손이 결여 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투자를 할 때 가격(안전마진)과 시간(버퍼와 여유)뿐 아니라 우리 삶에서도 관조와 여유를 갖는 태도는 아주 중요합니다. '잘 되면 좋고, 아니면 말고' 식의 태도를 갖고 있으면 잘 다치지 않습니다.

어쨌든 어떤 문구나 주장에 대해서 제대로 이해를 하지 못하고 1차원적으로 해석을 내리거나 뚱딴지 같은 반론을 한다면 그 원인은 아마도 둘 중 하나일 것입니다. 1) 문해력에 문제가 있거나, 2) 투자 경험이나 식견이 아직은 짧아서 그 문장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거나요.

무조건 '존버'하라니, 사람들 '현혹'하지 마라


이 부분은 '현혹'이라는 단어 때문에 잠이 확 깼던 문장이었습니다. 아무리 진심을 가득 담아서 글을 쓰고 영상을 만들어도 누군가는 그것을 '현혹'으로 느낄 수 있구나 하는 점도 배웠습니다. 모든 사람들의 마음이 당연히 내 마음 같지 않겠죠. 

물론 이 댓글을 달아 주신 분과 오해를 잘 풀고 이야기가 잘 마무리 되었습니다. 그렇지만, 충분히 저런 오해들을 하실 수 있겠다 싶어서 블로그 포스팅으로 재차 관련된 내용에 대해서 기록을 남겨 둡니다.

1) 유튜브의 특성상 아주 작은 토픽에 대해서 쪼개서 밖에 이야기를 올릴 수 없다.
2) 내재가치가 상승하고 있고, 그럴만한 회사를 사야지 상장폐지 당할 회사를 사면 안된다.

1번)처럼 유튜브의 특성이 채널 운영자나 반대로 구독자를 바보로 만들 가능성이 있습니다. 아주 지엽적인 토픽을 지엽적으로 다룰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어떤 작은 부분 하나만 이야기를 하는데도 시간이 20분이나 30분이 넘어가는 것은 태반입니다. 그런데, 그동안 제가 다뤄왔던 가치투자와 관련된 내용을 A부터 Z까지 재차 다 다룬다면 디테일 한 이야기를 하나하나 다 푸는데만도 30시간이 모자랄 것입니다.

또한, 과거에 가치투자와 관련된 여러가지 방법론과 제 개똥철학에 대한 이야기들은 하나씩 찾아보면 모든 조각을 맞출 수 있습니다. 제 컨텐츠를 오래 보셨던 분들은 굳이 제가 이렇게 이야기를 하지 않아도 다 이해를 하실거라고 믿습니다. 

이미 과거에 했던 이야기를, 어떤 이야기 하나를 추가로 할 때 마다 ADD해서 다시 하고, 그 뒷 이야기를 다시 ADD해서 또 반복하고.. 그것은 유튜브 구조에는 너무나 맞지 않습니다. 유튜브는 짧은 토픽을 잘라서 꾸준히 올려야 하니까요. 

그래서 어떤 토픽 하나에 대해 의문이 생기시는 분들은, 저의 과거 컨텐츠를 모두 찾아서 볼 수 밖에 없습니다. 그래야 오해가 풀립니다. 

그리고 제가 만든 컨텐츠들을 다 보시고 나면 제가 단순히 '아무 회사나 대충 아무 가격에 사서 존버하면 모두가 승리한다' 이런 얼토당토 않는 주장을 하는 사람이 아니라는 것도 아시게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1) 기업 가치평가와 f/up은 꾸준히 해야한다.
2) 주가가 가치보다 현저히 비싸지면 비중을 줄여야 한다.
3) 주가가 가치보다 현저히 싸지면 비중을 늘려야 한다.
4) 내재가치가 착실히 상승할 것으로 추정되는 기업 위주로 투자해야 한다.
5) 기업의 가치가 훼손되거나 투자 아이디어가 어긋나면 수익/손실 상태에 관계 없이 작별을 고해야 한다.
6) EPS, BPS가 착실히 증가하는 기업이 초보 투자자에겐 좋다.
7) 많은 회사들이 장기간 실적이 망가지고 주가도 우하향 했지만 애초에 우리는 그런 회사를 건드릴 일이 잘 없다. 건드렸더라도 꾸준한 팔로업을 통해서 작별을 고했겠지.
8) 많은 가치투자자들이 2010년대 박스권 장세에서도 꾸준히 좋은 복리 수익을 쌓고 있다 왜 일까?
9) 실적이 착실히, 꾸준히 증가하는 기업은 생각보다 많다. 지뢰만 잘 제거해도 1,000개 이상의 회사는 일단 제거하고 시작할 수 있다.
10) 시장에 있는 모든 주식을 사야하는 것도 아니다, 우리가 잘 아는 몇개 회사만 평생 비중 조절하며 관리해도 괜찮은 성과를 낼 수 있다. 물론 그 중 회사의 영업 상황에 따라 어떤 회사는 편출되고, 또 어떤 회사는 편입될 수도 있겠지만..

일단 글을 쓰는 도중에 퍼뜩 생각난 원칙만 해도 이 정도입니다. 아주 기초적이고 기본적인 원칙들입니다. 이 정도 원칙들을 토대로 하여 엉덩이의 힘으로 투자를 하자는 것입니다.

좋은 기업을 싸게 잘 샀는데, 요즘처럼 주가가 떨어진다는 이유만으로 뷰를 바꾸고 주식을 팔거나, 남들의 이야기를 듣고 덥썩 주식을 사거나, 어떤 회사의 주가가 잘 오르고 좋은 뉴스가 자꾸 나오니까 주식을 사거나, 갖고 있는 기업의 주가가 조금만 올라도 무서워서 약간의 수익만 실현하고 팔거나.. 이런 부화뇌동식 행동을 하지 말자는 차원의 이야기입니다.

적어도 내가 투자한 회사가 잘 성장하고 있다면 주가가 내리든 오르든 엉덩이의 힘으로 잘 버티는 사람이 먼 훗날에 가 보면 승자가 되어 넉넉한 삶을 살고 있는 경우가 다반사입니다.

날 선 댓글들이 부쩍 늘어난 이유


부처, 예수님과 유재석 형님 심지어 슈카 형님도 안티가 있다고 합니다. 그런 훌륭한 분들도 안티가 있는데 문제점 투성이 인간인 저라고 안티가 없을리 만무합니다. 안티도 있을 것이고, 고깝게 보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싫어하는 사람도 아주 많을 것입니다. 그것은 제가 온라인에서 컨텐츠 만드는 생활을 하든 안하든 관계 없이 일상 생활 도처에 존재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받아 들이고 이해를 합니다.

그러나 그런 것을 감안하더라도 최근에는 부쩍 악플이 많이 달립니다. 위에서 언급한 의견들은 악플이라고 보기 어렵습니다. 그러나 정말 악플이라고 할 만한 것들이 유튜브와 블로그에 많이 달립니다. 최근들어서 부쩍 더 그런 현상이 있습니다. 아무래도 시장이 어려우니 그것을 투영하는 센티 중 하나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시장이 어렵다고 여기 저기 돌아 다니면서 사람들에게 날 선 말과 글을 쏟아내고, 온라인에서 악플 따위를 달고 다니는 사람에게 괜찮은 미래가 있을지는 의문입니다. 그런 분들은 스스로도 가슴에 손을 얹고 한번 자신의 행동을 돌아 보시길 바랍니다.

2022년 6월 26일
송종식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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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 unsplash.com @priscilladupreez


2020년 3월 15일 일요일

기록적인 폭락장의 한 가운데에서

이번주 폭락은 대단했다


이번주 폭락은 기록적이었습니다. 이번주만 놓고보면 2008년 금융위기 당시의 분위기와 견주어도 될 정도의 폭락이었습니다. 약세장 때마다 일일이 기록을 남기기는 번거롭습니다. 그러나 이번 하락장은 훗날을 위해 기록을 남겨야 할 필요가 있어서 남겨둡니다.

장중 1,680포인트까지 급락하며 서킷브레이커가 걸린 2020년 3월 15일 코스피 지수 <출처 : 네이버 증권>

지난 주 금요일에 2,053 포인트에서 장을 연 코스피 지수는 이번주 단 5거래일 만에 장중 1,680포인트까지 폭락합니다. 일주일 동안 약 15% 가까이 폭락한 셈입니다. 올해 1월 지수 최고점 기준으로는 시장이 이미 30% 가까이 내려왔습니다.

폭락한 국제유가와 급등한 공포지수 <출처 : investing.com, 증권통>

산유국들의 증산 여파로 국제 유가도 폭락중입니다. 국제 유가는 하루만에 24%가 넘는 폭락세를 보이기도 했습니다.

공포지수로 불리우는 변동성 지수는 치솟았습니다. 장중 한 때 60포인트를 넘더니 2008년 금융위기 당시의 최고치도 돌파를 했습니다. 보이는 그대로 시장 변동성이 엄청나게 큰 상태입니다. 아마 이런 수치들은 역사에 남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시장의 상승과 하락에는 항상 그럴싸한 이유가 따라 붙습니다. 이번에는 코로나19가 시장 폭락을 정당화 하는 트리거가 된 듯 합니다. 그러나 이면을 보면 코로나는 핑계에 불과한 것 같습니다. 거시적인 이야기는 여기저기서 여러가지 이야기가 나오고 있습니다. 그러나 거시적인 이야기와 예측 보다는 기업에 집중하는 편이 낫다는 입장이어서 거시 이야기는 일단은 넘기도록 하겠습니다.

바닥이 언제일까요?


꼭지와 바닥을 잡으려는 시도는 실패합니다. 신의 영역입니다. 그리고 아주 찰나에 바닥을 찍는 가격은 거래량도 별로 없습니다. 운 좋게 바닥에 체결된다고 해도 전재산이 체결될 수 없습니다.

바닥과 꼭지를 어렴풋이라도 콕콕 잡아내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은 단숨에 세계 최고의 부자가 될 것입니다. 이건 투자 대가들 뿐만 아니라 여러 고수들께서 항상 입모아 말 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많은 분들이 여전히 바닥과 꼭지를 잡으려는 시도를 합니다. 특히, 쌈짓돈을 싸들고 투자를 하려는 우리네 어머니, 아버님들 중에서는 기본적인 기업분석도 하지 않고 주식 매수를 하시면서도 꼭지 잡기를 원하십니다. 한번에 왕창, 그리고 주식을 사자마자 주가가 내리면 이런 이야기를 하십니다.

"주식 왜 떨어져?"

답답한 노릇입니다. 내가 주식을 샀다고 해서 사자마자 계속 올라야 할 이유도 없고, 세상에 그런 투자는 없습니다.

다시 원점으로 돌아와서, 저에게 바닥과 꼭지를 물어보신다면 저의 대답은 하나밖에 없습니다.

"저는 어디가 바닥일지 모릅니다. 주가든 지수든 한참 더 떨어질 수도 있고, 아니면 당장 반등해서 훨훨 날아갈 지도 모르죠. 제가 알지 못하는 영역입니다."

한참이 지나고 나서야, 다 지난 차트를 보면서 저점을 보고 "이때 샀어야 했네"하며 아쉬워 하게 돼 있습니다. 한참 신저가를 찍는 당시에는 거기가 저점인지도 모르고 공포에 휩싸여 섣불리 투자를 하기도 힘들어 하는 것이 보통의 투자자들입니다.

저점과 고점은 어? 어? 하면서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형성됩니다. 그리고 그것은 한참의 시간이 흐른 후에야 차트에 비로소 표시가 되며, 그것이 인지될 때는 이미 그 고점과 저점은 지나간 뒤 입니다.

지금 주식 좀 사도 돼요?


일단 이런 기본적인 것을 타인에게 물어 본다는 것 자체가 문제가 좀 있습니다. 기업 발굴, 기업 분석, 포트폴리오 구성, 비중 조절과 같은 것은 투자자 스스로의 판단하에 스스로 해야하는 것입니다. 이런 기본적인 것을 타인에게 물어 본다면 아직 투자를 할 때가 아니지 않나 생각합니다.

그리고 위에서도 말씀드렸지만 저는 주식을 사고 팔 타이밍을 절대로 모릅니다. 제 능력 밖의 일입니다. 다만, 제가 평소에 공부해 두었던 기업이 제가 생각하는 가격보다 훨씬 싸지고 있다면 기계적으로 분할매수 하며 대응하고 있습니다.

현금 비중이 몇 %여야 해요?


시장이 급락하면서 투자자들도 굉장히 예민해져 있습니다. 사소한 말 한마디도 조심해야 합니다. 금방 싸움으로 번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투자자들이 특히 많이 부딪히는 부분은 시황에 대한 부분입니다.

누군가는 여러가지 위기 상황을 부각해서 시장이 한참 더 폭락할 것이라고 주장합니다. 또 다른 사람들은 위기는 과대평가 되었다고 반론을 제시하면서 시장이 곧 반등할 것이라고 이야기합니다.

누군가는 앞으로 시장이 더 폭락할 것을 예견해서 여전히 현금 100%를 보유하고 있다고 말합니다. 누군가는 이미 주식 비중이 100%라고 이야기합니다. 또 어떤 사람은 주식 비중이 높지만 여분의 현금을 끝까지 보유할 것이라고 말합니다.

투자자들이 처한 상황은 각양각색입니다. 그리고 각자의 투자 성향과 전략도 다 다릅니다. 또, 근본적으로 누군가는 트레이딩을 말하고 있고, 또 누군가는 트레이딩이 아닌 투자를 말하고 있습니다. 이 경우에 두 사람의 철학이나 사고 체계는 완전히 달라질 수 있습니다.

그리고 같은 투자자들끼리도 어떤 투자자는 당장 1주일 뒤의 미래를 보고 이야기 하고, 또 누군가는 1년 뒤를 보고 이야기를 하는가 하면, 또 다른 투자자는 10년 뒤를 보고 이야기를 하는데 각자가 내다 보는 시야의 길이에 따라서 주장하고자 하는 내용도 달라질 수 밖에 없습니다.

어떤 포지션에 있더라도 시장 참여자 모두는 자신의 신념대로 인내하고 기다리고 있는 것입니다.

어쨌든 미래를 누가 알겠습니까? 미래를 맞춘다고 한 들 그 사람이 신의 영역에 있어서 맞추는 게 아니라 우연히 맞아 떨어진 것일 수 있습니다. 시장이 항상 호악재에 반응하는 것도 아니고 멀쩡한 시장이 이상한 이유를 뒤집어 쓰면서 변동성을 키울수도 있습니다.

그러므로 여러 사람들의 입장과, 논리와 이야기는 모두 옳다고도 할 수 없지만 틀렸다고도 할 수 없고 정답도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하나 틀린 것은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내 이야기만 옳고, 내가 잡고 있는 포지션만 옳으니 너희들은 다 틀렸어'라고 생각하면서 남들을 공격하고 조롱하는 태도입니다. 그것은 명백히 잘못된 태도입니다.

그리고 다른 방법으로 투자나 트레이딩을 하는 분들은 모르겠지만, 적어도 몇몇 가치투자자분들께 아쉬운 점은 있습니다.

가치투자자라고 해서 시황이나 거시적인 부분은 아예 무시할 필요는 없습니다. 그러나 시장의 변동성이 커지면 가치투자자들 마저도 시황 이야기에 집중하는 경향이 높아지는 것이 자주 목격됩니다. 지금 저도 이런 시황글을 쓰고 있긴 합니다만, 이 글은 시황 보다는 투자 (개똥)철학 글에 가깝다고 봐 주시면 감사드리겠습니다.

어쨌든 기업분석이나 포트폴리오 점검은 내팽개치고 아예 시장 등락에만 온 신경을 쏟는 것은 훌륭한 가치투자자의 태도와는 거리가 있지 않나 생각합니다. 자신이 가치투자자가 아니고 거래도 즐겨하는 사람이라면 큰 상관은 없을 것 같습니다. 옳고 그름의 문제는 아닙니다.

전염병이 실제로 위험한지 안 한지?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누가 이길지? 유럽 전체 경제가 멈출지 안 멈출지? 이런 쓸데 없는 물음에 에너지를 뺐기는 것은 시간이 아깝습니다. 게다가 출처도 불분명한 찌라시를 믿거나, 혹은 내가 취하는 포지션에 부합하는 이야기만 모아서 확증편향을 키우는 것은 시간도 아깝지만 매우 위험한 행동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그런데 휩쓸리지 말고 평정심을 유지하고 기업에 집중하자'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이럴 때 일수록 더 부지런히 회사에 전화를 돌리고, 기업분석도 더 부지런히 하는게 낫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트레이더의 관점과 투자자의 관점은 다른 게 당연하다


참, 그리고 지금 현금 100%인 분들은 아마 투자자이기 보다는 트레이더에 가까울 확률이 높습니다. 트레이더가 잘못되었다는 것이 아닙니다. 트레이더와 투자자는 여러가지 철학이 다를거라고 생각합니다. 트레이더는 시세 변화에 민감할테지요. 투자자는 스트라이크 존에 공이 오는지 확인해야 하니 시세도 참고는 하겠지만 그래도 좋은 사업을 괜찮은 가격에 사는데 더 민감할테구요.

그래서 둘이 니가 옳다, 내가 옳다 싸울 필요가 없습니다. 자기 방식대로 하면 됩니다. 그런데 가는 곳마다 현금 비중이 다른 분들끼리 다투는 것을 목격하는데, 다투는 자신들은 물론이고 주변에서 보는 사람들의 스트레스도 높이는 행위입니다. 굳이 다툴 필요가 없습니다. 그러려니 하고 넘기시는 게 어떨까 생각합니다. 그런 반응들도 전부 시장을 투영하는 데이터의 일부라고 생각하시면서요.

이 부분에 관해서 저도 의견을 하나 남기겠습니다. 제 경우에는 반복해서 끝없이 말씀을 드리고 있듯이 마켓타이밍을 정확하게 맞춰서 시장 폭락이 끝날 때 한번에 현금 100%를 주식에 싣고, 고점에서 한번에 빠져 나오는 그렇게 기가 막히는 트레이딩을 해 낼 자신이 없습니다. 그래서 저는 제가 훌륭하다고 생각하는 기업의 주가가 내려오면 계획했던 비중대로 분할매수를 하고 있습니다. 지난주에 현금 비중이 0%가 되었는데, 할일을 마친 것 같아서 홀가분합니다.

시장이 중환자실에서 나오지 못하고 계속 폭락을 거듭해도 어떤 동요도 없을거라고 생각합니다. 극단적으로 계좌에 -50~60%가 찍혀도 덤덤할 것입니다. 제가 투자한 기업의 훌륭한 임직원분들과 자본주의 시스템을 전적으로 믿습니다.

어떤 주식을 사야 돼요?


당연히 폭락장이라고 별 다른 건 없다고 생각합니다. 평소와 동일한 루틴으로 투자를 하면 된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폭락장에는 사람들의 공포 심리에 의해서 투매가 발생합니다. 그래서 주식들이 매우 싼 가격으로 시장에 쏟아집니다.

이럴 때 쉽게 빠질 수 있는 함정이 있습니다. 아주 좋은 회사 A와 모니터링은 하고 있지만 A보다는 한참 못한 회사 B가 있습니다. 폭락이 극심한 날에 A의 주가는 -3%밖에 안 빠지고 B의 주가는 거의 -25% 폭락하고 있는 경우, 보통의 사람들은 B의 주식이 더 많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매수를 하게 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 방법이 결과적으로 옳은지 나쁜지 저는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저는 주가가 깊게 빠진다는 것에 홀려서 아무 회사나 막 사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시장이 회복된 이후에도, 그리고 이번 폭락이 없었다고 가정하고 앞으로도 쭉 괜찮았을 회사를 선택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때 선택의 기준은 내가 세워두었던 가격 이하에서 그 기업이 거래되고 있는가 여부일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시장 폭락을 그런 훌륭한 기업이 덩달아 싸 졌을 때 매수하는 기회로 삼으면 어떨까 생각합니다.

그리고, 또 많이 할 수 있는 실수는 단지 싸니까 매수하는 것, 대기업이니까 안 망하겠지 싶어서 매수하는 것, 시가배당률이 높아졌으니까 매수하는 것과 같은 것들이 있을 수 있습니다. 떨어지는 칼날을 잘 받는 것은 좋지만 단편적인 부분만 보기보다는 종목을 입체적으로 보고 신중하게 고를 필요가 있습니다.

폭락장에는 가치주 방어력도 별로네요?


일단 "당연합니다". 우선 먼저 드릴 말씀은 "저PER, 저PBR주 = 가치주" 이런 공식은 틀렸습니다. 가치는 성장, 자산, 수익을 모두 포괄하는 개념입니다. 성장주는 성장 가치주, 자산주는 자산가치주이겠죠. 그리고 회사는 살아있는 생물과 같으므로 성장 가치주가 성장을 다해서 자산 가치주가 될 수도 있고, 자산 가치주가 갑자기 미친듯이 신사업을 성공시켜서 성장주로 변신할 수도 있습니다.

현재 벌어 놓은 돈이 많든, 앞으로 벌어야 할 돈에 비하면 현재 시가총액이 싸든 특별히 여러 종류의 안전장치와 안전마진을 확보하고, 철저한 기업분석을 토대로 투자한다면 가치투자 범주에 들어간다고 생각합니다.

그 다음은, 안전마진이 큰 종목이 왜 폭락장에서 힘을 못 쓰냐는 질문에 대한 대답입니다. 그건 너무 당연합니다. 시장이 폭락하고 시장 참여자들의 센티멘트는 집단으로 무너진 상태이며, 투매가 일어나는 상황에서는 일시적으로 가치고, 성장이고, 안전마진이고, 차트의 지지선이고 뭐고 다 무시되고 범주 밖의 일들이 발생합니다. 그냥 다 폭락하고 어떤 손을 쓸 방법이나 집어 넣을 계산이 끼어들 틈도 없습니다. 원래 그렇습니다. 소수의 예외는 있겠지만요.

제 계좌 상태를 묻는 분들이 계셔서..


일단 계좌는 눈탱이 방탱이 상태입니다. 여러분들과 비슷하거나 더 얻어 터져 있는 상태일지도 모릅니다. 제 계좌 상태는 현재 주식 100% 상태입니다. 그리고 운용중인 계좌들도 마이너스가 속출하고 있습니다. 시원하게 얻어터지고 있습니다.

제가 운용중인 계좌들은 이제 현금이 없습니다.

그런데, 제 멘탈이나 기분은 어떻냐면 솔직히 '아무렇지도 않습니다' 그냥 덤덤합니다. 투자를 하면서 크고 작은 하락장은 많았습니다. 그럴 때 마다 일희일비 하기 보다는 가만히 있거나, 괜찮게 생각했던 기업이 원하는 가격 아래로 내려오면 조금씩 분할매수 하면서 대응했습니다. 그리고 평소와 똑같이 기업을 분석하거나, 독서를 하거나, 바람을 쐬러 가기나 하면서 평범한 일상을 보냈습니다.

변동성이 극심한 장세에서 어설프게 움직이면 엄청난 손실이 누적되며 확정됩니다. 이럴때는 그냥 가만히 있는게 답입니다. 저는 고수는 아니지만, 다른 많은 잔뼈 굵은 고수들께서 이야기 하듯이 제 생각도 그러합니다. 제 경험도 그랬구요. 가만히 있으면 계좌는 회복을 했고 수익을 줬습니다.

앞으로 재차 더 폭락해서 코스피 지수가 1,000포인트를 간다고 해서, 혹은 500포인트를 간다고 해서 저에게 심적 동요는 전혀 없을 것 같습니다. 혹자는 저에게 '형은 하락장을 자주 겪어 본 경험도 경험이지만 공감능력이 떨어지는 성격 덕도 보는 것 같다'라고도 이야기합니다. 그런데, 저는 다른 사람의 아픔과 기쁨에 공감 잘 하는 사람인데요.. (웃음)

주변 지인들의 상태?


주변 지인들을 크게 고수들 집단과 주린이(주식 초보자) 집단으로 나누어 보겠습니다.

우선, 주린이 집단입니다.

요즘 부쩍 주식 투자를 해도 괜찮냐는 연락이 정말 자주 옵니다. 신기합니다. 보통은 시장의 고점 부근에서 이런 연락이 많이 옵니다. 그런데 요즘엔 시장이 폭락을 하니 이런 연락이 자주옵니다. 개인투자자들의 투자관이 갑자기 변한 것인지, 누구 말마따나 지표들이 들어오니 시장의 위험 시그널로 보아야 하는지 그것에 대해서는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투자관이 갖추어 지지 않은 주린이 분들에게 함부로 조언하는 것은 매우 위험하기 때문에 말을 아끼고 있습니다.

그리고 다음은 제 주변의 고수분들 이야기입니다. 제가 생각하는 고수분들은 1) 시장에서 최소 10~20년 이상 살아 남아서 여전히 투자 활동을 잘 영위하고 계시고, 2) 충분히 많은, 혹은 거대한 자산을 쌓으셨으며, 3) 본인만의 투자 철학도 탄탄한 분들 정도라고 생각합니다.

이분들도 이구동성으로 말씀하셨습니다.

"이번주 급락은 2008년 수준이었다. 꽤 아팠다. 그러나 심적으로 동요는 하지 않는다, 한편으로 큰 돈을 벌 수 있는 기회가 왔다."

길게 보면 폭락장도 지나가는 한 순간


만약 3개월 동안 시장이 30%가 폭락하는 기록적인 폭락이 있다고 칩시다. 폭락전에 1년간 잠드는 알약을 먹고, 1년 뒤에 깨어나면 그 폭락장은 그 사람에게는 존재하지도 않는 이벤트가 됩니다. 누군가는 그 잠깐의 이벤트를 통해 더욱 부자가 됩니다. 또 다른 누군가는 그 잠깐의 이벤트 때문에 재산이 사라지기도 합니다.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그저 아무것도 아닌 일 이기도 합니다.

물론 약세장이 1년이나 그 이상 진행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투자한 기업과 자본주의의 미래를 믿는다면, 그리고 적어도 터무니 없는 가격에 주식을 산 게 아니라면, 특히 안전마진(성장, 자산 등 어떤 형태를 기준으로 하든)을 충분히 확보하고 매수하였다면, 주가는 반드시 회복한다는 믿음으로 버티는 것이 중요합니다.

시장이 폭락하기 전에 현금화를 하였다면 모르겠습니다. 마켓타이밍을 재서 미리 빠져 나가는 따위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이미 시장과 기업이 고평가 됐다고 생각해서 현금 비중이 높은 상태였다면 운이 좋은 것입니다. 그러나 내가 투자한 기업이 여전히 저평가 돼 있거나, 앞으로의 성장성이 높다고 생각해서 계속 보유하고 있던 경우에는 이야기가 다릅니다. 외부 변수와 사람들의 공포로 주가가 떨어진다고 해서 지금까지 잘 해왔고, 앞으로도 잘 해나갈 기업을 팔아버리는 것은 실수가 될 수 있습니다. 이미 평가 손실이 상당한 상태에서 공포감에 휩싸여서 주식을 팔아 버린다면 자산을 증식할 수 있는 기회를 다시 잡기가 힘들어 질 것입니다.

어김없이 나타난 똑똑한 사람들


이번에도 어김없이 그분들이 나타나셨습니다.

이번에 나타난 전문가들은 감염병 전문가, 유가 전문가, 미국 정치 전문가들입니다.

어쩜 이렇게 시장 이슈 때 마다 전문가분들이 나타나시는지 신기합니다. 그 분들은 저마다 자신들의 논리를 내세워서 시장이 오른다거나 내린다고 예측하고 말다툼을 합니다. 저는 시장의 다양성을 좋아하고 존중합니다. 그리고 시장 예측에 관해서 저는 아는 것도 많지 않고 잘 해낼 자신도 없습니다. 그래서 시장 예측에 대한 어떤 목소리라도 정답이라거나 틀리다고는 주장할 수 없습니다.

다만 그런 것들은 소음에 불과하다고 생각합니다. 자신들의 포지션에 따라서 누구는 시장이 오르는 논리만 이야기 할 테고, 반대로 어떤 사람들은 내리는 논리만 이야기 할 거라고 생각합니다. 멘탈이 강하거나, 덤덤한 성격이라면 그런 소음을 듣고 활용하는 것도 방법이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소음에 귀를 막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누가 팬티를 벗고 있었을까?


"바닷물이 빠지면 누가 발가벗고 수영을 했는지 알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썰물 때 누가 팬티를 벗고 있었는지 알 수 있다"라는 말로도 유명한 말입니다. 명언 제조기인 우리의 워런버핏 할아버지께서 남긴 명언입니다. 이 이야기는 '펀더멘털'의 중요성에 대해서 강조한 이야기입니다.

상승장이나 강세장에서는 주식시장에 상장된 똥을 사도 얼추 가격이 오릅니다. 그럴때는 누구나 내가 투자에 소질이 있다고 착각을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약세장이나 폭락장이 오면 펀더멘털의 민낯이 드러납니다.

똥은 똥 가격으로 돌아가고, 괜찮은 회사는 보통 금방 회복을 합니다. 그런데 이번처럼 시장이 한순간에 폭락하고, 패닉셀이 일어나면 기업의 펀더멘털과 상관없이 주가는 대부분 함께 폭락합니다.

그래서 저는 주가의 등락보다 '투자자 자체에 대한 펀더멘털'이 폭락장이나 약세장 때 적나라하게 드러난다고 생각합니다. 이번에도 어김없이 누가 팬티를 벗고 수영하고 있었는지 훤히 보였습니다.

물론 이는 트레이더가 아닌 투자자 관점에서의 이야기입니다. 그리고 제가 남을 평가할 자격은 없습니다. 그러니까, 다른 대가들이나 고수분들의 시각과 입을 빌어서 팬티 벗은 사람들을 몇 가지로 분류해 보았습니다.

주식을 너무 일찍 샀다고 자책하고 한탄하는 가치투자자들(?)


폭락이 어디서 멈출지는 알 수 없습니다. 그러나 일단 오늘까지만 놓고 보겠습니다. 이번 싸이클의 폭락은 일단 지금까지는 이번주에 절정에 달했습니다. 극심한 폭락속에 평소에 가치투자를 자처하던 몇몇분들 마저 이런 이야기를 하는 것을 보았습니다.

"주식을 너무 일찍샀다. 나는 아직 멀었다. 많이 배웠다. 주식을 너무 일찍매수하여 현금을 다 소진한 게 후회된다."

그분들의 이야기를 잘못 들은 게 아닌가 생각했습니다. 당연히 가치투자만이 답은 아닙니다. 돈을 버는 방법은 여러가지가 있습니다. 그러나 스스로 가치투자 전도사를 자처하는 분들 입에서 저런 이야기가 나오다니 놀라웠습니다.

저 말에 왜 문제가 있는지 짚어보겠습니다.

일단은 결과론적 발언이기 때문입니다. 좋은 기업이 충분히 좋은 가격이기 때문에 매수하였다면 저런 이야기가 나와서는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체계적 리스크로 시장의 모든 주식이 BM이나 밸류에이션을 무시하고 폭락하는 중에 저런 이야기가 나온 다는 건, 스스로 선택한 기업과 가격에 자신이 없다는 이야기와도 일맥상통합니다.

한마디로 시장 분위기에 휩쓸려서 멘탈이 나가버렸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리고 그토록 강조하던 자신의 철학에 믿음이 없으며 책으로만 그걸 배웠고 되뇌었다는 증거입니다.

좋은 회사를 충분히 싸거나 좋은 가격에 샀다면 가격이 폭락한다고 해서 후회를 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생각을 갖고 있으면 다음부터 이 투자자는 마켓타이밍을 재게 됩니다. 그러면서 주식을 싸게 살 수 있는 약한 하락장에서 좋은 기업을 살 수 있는 기회를 자주 놓치게 될 수 있습니다. 그런 약한 하락장은 꽤 잦게 발생하는데 말입니다.

마켓타이밍을 못 맞추는 걸 알면서 단지 가격이 하락했다는 이유만으로 자책하고 후회하는 태도는 가치투자자로서 옳은 것인가 반문하게 됩니다. 인간인 이상 약간의 아쉬움은 있을 수 있지만 자신이 선택한 기업과 가격에 대해 후회하는 것은 내가 짜놓은 포트폴리오가 문제가 있다는 신호일 수도 있습니다.

무섭고 힘들다는 가치투자자들(?)


역시 트레이더 전도사가 아니라 가치투자 전도사를 자처하는 분들 중 일부는 '무섭다', '힘들다', '화난다'와 같은 감정을 드러내는 분들이 계셨습니다. 본인들도 인간이라서 그렇다고 하셨습니다.

그런데, 저런 이야기를 들으면 드는 생각이 '아 투자 경험이 짧은 분 이셨구나'라는 생각밖에 안 듭니다. 힘들면서 안 힘든 척 하는 것도 대번에 표시가 나지만, 가치투자 전도사들이 힘들다는 표현을 하는 것은 솔직해서 좋기는 하지만, 한편으로는 그 사람의 투자 경험이나 태도 같은 것을 드러나게 하는 역할도 합니다.

시장이 아무리 폭등락을 해도 심리적으로 아무렇지 않은 경지에 올라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심리적으로 동요하면 잘못된 의사결정을 내릴 가능성이 매우 높아집니다.

레버리지에 대한 생각


사업이나 투자로 단숨에 성장한 분들 중에서 레버리지를 일으켜 성공한 사람들이 적지 않습니다. 그런데 그 레버리지라는 것이 운 좋은 소수를 제외한 대다수의 사람들에게 독으로 작용하는 경우가 더 많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주식 담보 대출이나 신용 거래는 정말 위험합니다. 개인투자자의 가장 강력한 무기인 '시간'을 사용할 수 없게 됩니다. 정해진 기간 내에 빚진 돈을 갚아야 하니, 보통주에 투자를 했더라도 제한 시간이 걸려버린 노름이 됩니다. 그리고 매월 나가는 이자 비용이 생각보다 만만찮습니다. 특히, 주가의 흐름이 지지부진 하면 매월 나가는 이자와 주가의 부진한 흐름까지 겹쳐서 계좌가 줄어드는 속도는 갈수록 빨라집니다.

레버리지 비율이 높아질 수록 담보비율을 유지한다는 게 쉬운 일이 아님을 뒤늦게 깨닫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리고 또, 요즘과 같은 급등락장은 시장 변동성이 당분간 계속해서 클 가능성이 높습니다. 하루하루의 등락을 추종해서 투자한다면 특히 위험합니다. 지금과 같은 변동성에서는 레버리지를 잘못 사용했다가 시장에서 퇴출될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이자율이 낮고, 그리고 그 이자를 현금흐름 안에서 충분히 해결할 수 있는 수준이며, 거치기간이 길다면 그런 레버리지는 잘 사용하면 자산 증식에 매우 유리한 도구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증권사의 주식담보대출이나 신용대출, 스탁론은 매우 불리한 구조의 레버리지입니다. 돈을 빌릴 수 있는 기간이 비교적 짧은데다 이자도 쎕니다. 그래서 이런 레버리지를 굳이 사용해야 한다면 자신이 정말 확신하는 투자 아이디어에 한해서 매우 짧은 기간만 사용하고 곧바로 청산을 하는 것이 좋습니다. 이런 레버리지를 몇 주나 몇 달 동안 끌고 가는 것은 계좌에 매우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리고, 레버리지를 잘 써서 투자 결과가 좋아도 문제입니다. 이 경우 레버리지에 중독될 확률이 높아집니다. 원래도 내돈이 아니지만 레버리지를 갚아 버리면 어쩐지 내 계좌가 쪼그라든 느낌이 듭니다. 그래서 계속 레버리지를 쓰고 싶은 충동에 빠지게 됩니다. 그러다 보면 파멸을 맞게될 확률도 높아집니다.

투자자에게 하락장과 폭락장은 진정한 배움의 장


투자자는 돈을 벌기도 해야 하지만 시장 앞에서 끊임없이 배워야 하는 학생이기도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하락장은 소중한 배움의 장입니다.

저도 그렇지만 보통은 대가들이 쓴 글과 책을 통해서 그들의 이론을 열심히 배웁니다. 그리고 실전 투자를 하면서 그들의 이야기를 절절하게 뼈에 새깁니다. 그렇게 투자자는 배우고 성장합니다. 그리고 경험을 쌓아나갑니다.

그러나 가장 큰 배움은 지속하는 약세장이나 갑작스러운 폭락장에서 얻습니다. 이럴 때 진정으로 배운다고 토로하는 투자자들이 많은 것은 우연이 아닙니다.

"누구나 그럴싸한 계획은 있다, 쳐 맞기 전 까지는". 인터넷에 떠도는 어떤 짤방에 적힌 글귀는 폭락장에 몸을 실은 투자자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말입니다.

많은 투자자들은 폭락장을 겪으면서 조금 더 단단한 투자관을 형성하게 됩니다. 그리고 폭락장을 여러번 겪으면서 점점 고수의 반열로 오릅니다. 심리적 동요가 없어지고, 한결같은 심리 상태를 유지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폭락장을 몇번이나 겪어 봤는지 여부는 그 사람의 투자관을 어렴풋이 짐작할 수 있는 중요한 요소입니다.

혹자는 경험이 많다고 무조건 훌륭한 투자자는 아니라고 주장하기도 합니다. 그런 주장도 일리가 아주 없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경험이 적은 것 보다는 많은 것이 좋습니다. 누적된 경험이 쌓여서 하나의 '감'이 됩니다. 그 '감'은 천금과도 바꿀 수 없는 투자자 개인의 훌륭한 자산입니다.

물론, 고수의 누적된 '감'이 스스로를 망가 뜨리는 칼이 되기도 합니다. 아마 그런 부분을 지적하는 분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대형 교통사고 등 여러 전문 분야에서 사고를 내거나 큰 실수를 하는 사람들 중,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신기하게도 그 분야에서 경험이 많은 사람들이었습니다. 그것은 자신의 경험만을 믿고 경솔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고수들은 입 모아서 초절정 고수가 장착하는 최후의 무기는 '멘탈과 겸손'이라고 합니다. 겸손한 태도는 열린 마음으로 여러 사람의 의견을 경청하도록 만듭니다. 그리고 겸손한 태도는 내가 내 꾀에 넘어지지 않도록 오만을 제어를 해주는 역할도 합니다.

겸손을 무기로 좋은 경험과 감을 쌓아나가야 하는 투자자들에게 폭락장은 훌륭한 선생님입니다. 약세장과 폭락장 앞에서 두려워 하기보다는 이 기회에 제대로 배운다는 마인드로 여러가지 통찰을 해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이런 기회를 남 탓을 하면서 흘려버리거나, 괴롭다고 눈 감아 버리거나, 주식을 팔고 도망을 가 버리거나, 남들의 이야기에게 휘둘리기만 한다면 훌륭한 경험을 누적하는 일은 요원해 질 것입니다.

한국보다 미국이 낫지 않냐?


과거 한국 시장에서 DCF의 회의론에 관해 짤막한 글을 쓴 적이 있습니다. 그 글에서도 언급했지만 DCF를 적용할 수 있을 정도로 미래가 어느 정도 보이려면, "기업이 속한 국가의 군사력, 경제력이 압도적으로 강하고 장기적으로 안정적일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 "예"라는 대답이 나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측면에서 당연히 한국보다 미국이 압도적 우위를 갖고 있습니다. 그리고 미국은 이미 주주자본주의가 제대로 뿌리를 내린 나라입니다. 이건 이미 많은 분들께서 아시는 내용이니 새로울 것도 없습니다.

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가 최근 한국의 투자 비중을 거의 전부 가져가는 이유는 간단합니다. 미국 시장은 제 상식을 넘어서고도 남을 정도로 고평가 되어있고(제가 안목이 어둡거나 무식해서 미래 가치를 못 봐서 그런 것일 수도 있습니다), 한국 시장은 저렴하기 때문입니다.

단순히 싸다는 것만으로 투자를 하는 것은 위험합니다. 그러므로 단순히 싸다는 것만으로 한국에 투자하는 것은 아닙니다. 저력있는 기업들이 제 값을 못 받고 있는데, 점차 주주자본주의가 뿌리를 내리면서 구름이 하나씩 걷힐 수 있을거라는 믿음 때문입니다.

그리고 저는 한국의 독특한 시장 분위기에 특화된 한국인 투자자입니다. 해외 투자는 여러가지 제약을 안고 어려움을 겪으며 투자를 해야겠지만, 한국 시장에서의 투자는 해볼만하다고 생각합니다. 시장이 어떻건 투자자는 어디에서든 적응해서 수익을 잘 낼 수 있으면 그만이라고 생각합니다. 참여하고 있는 시장의 불합리함까지 투자포인트로 활용할 수 있으면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향후에 미국 시장이 적정한 가격 수준으로 내려오면 투자를 해 볼 생각입니다. 어쨌든 미국 시장은 아예 버릴 순 없는 시장이고 한국보다 월등한 우위를 가진 시장이라는 점은 동의합니다.

기업분석이 의미없다?


"다 폭락한다. 밸류에이션이고 기업분석이고 뭐고 의미도 없는 장이다."

이런 이야기를 하시는 분들도 적지 않습니다. 이것에 대한 제 생각도 정리를 해보겠습니다.

우선, 기업분석의 시기에 관한 문제입니다. 가치투자자라면 기업분석은 꾸준히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어느 시기에는 하고, 어느 시기에는 안 하고 할 것의 성질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가치투자자가 해야하는 업무 루틴 중 가장 중요한 작업 중 하나가 기업분석이라고 생각합니다.

평시든 전시든 꾸준히 기업분석을 해서 기업에 대한 데이터를 쌓아 두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이번과 같은 폭락장에서도 어떤 기업을 추가 매수해야 할 지 더 명확하게 보이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번과 같은 폭락장이 와도 마음의 흔들림 없이 기업을 분석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평시에 분석해 둔 기업 데이터베이스가 중요하겠지만, 지금은 어쩌면 평시보다 더 열심히 해야한다고 생각합니다.

그 다음은 앞의 이야기와 연결되는 부분입니다. 지금이 기업분석을 하고 밸류에이션을 하기에 의미 없는 장이란 말은 함정이 있습니다. 미국 시장이 폭락하면서 서킷브레이커가 걸리고, 또 그 다음날엔 상승하면서 서킷 브레이커가 걸리고, 우리나라 시장은 10% 가까이 폭락하고.. 이런 시장이 몇 달 내내, 또는 몇 년 내내 진행될 수는 없습니다. 산술적으로 생각해 보아도 그렇습니다.

얼마간 시장은 트레이더나 투자자들이 쓰고 있는 모든 기술을 무력화 시킬 정도로 변동성이 극심한 분위기를 연출할 수는 있습니다. 그러나 이런 분위기는 당장 내일부터 사라질 수도 있고, 또 한 두달 진행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것이 2년이나, 3년간 지속되지는 않을 것입니다. 그러므로 기업분석이 필요없는 시장이라는 말은 가치투자자가 입에 올리기에 적절한 말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시장 분위기는 순식간에 변할 수 있습니다. 시세를 추종하는 트레이더라면 이야기가 달라지겠지만 투자자라면 이런 분위기는 초연하게 무시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시장에 감사한 마음으로 내가 원하는 가격대에서 주식을 살 수 있으면 그만입니다.

(얼치기들로 부터) 영원히 조롱당하는 버핏


며칠 전 버크셔헤서웨이의 주가 상승률과 S&P 500, 그리고 레이달리오의 성과를 비교한 그래프를 담은 신문 기사를 보았습니다.

어처구니 없게도 비교 기간은 2019년 1년간 이었습니다. 그러면서, 버핏이 셋 중 가장 뒤쳐졌다는 뉘앙스로 기사를 썼습니다.

버핏은 매번 이런식으로 조롱을 당하고 욕을 먹습니다. 과거 사례를 찾아보니 버핏은 90년대 IT버블 시기에 IT버블주 투기꾼들로 부터 '이제는 퇴물'이라는 조롱을 수 없이 들었다고 했습니다.

비트코인 열풍이 불던 2017년에는 코인 소액 투기꾼들로부터도 조롱을 당했습니다. 이번에도 뉘앙스는 비슷했습니다. '시대를 못 따라가는 퇴물 노인네'.

시장에는 항상 새로운 이슈가 탄생합니다. 그리고 항상 중심이 되는 뉴스가 있고, 그때그때의 주도주들이 탄생합니다. 그러면 어김없이 버핏은 조롱을 당합니다. '왜 새로운 이슈에 버핏은 올라타지 않냐? 버핏이 주도주들보다 단기 성과가 나쁘다, 그래서 그는 퇴물이다.'늘 이런 논리로 조롱을 당하고 욕을 먹습니다.

그러나 그렇게 조롱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시장에서 퇴출당하고 사라집니다. 그리고 주식 시장에 등장하는 다음 이슈때는 또 새로운 사람들이 들어와서 버핏에 대한 조롱을 이어나갑니다. 그들은 머지 않아 또 사라집니다.

시장에 똑똑한 사람은 정말 많습니다. 그러나 그들은 대부분 별 성과를 내지 못하고 사라집니다. 아이비리그를 나오고 양복을 빼입은 인류 상위 0.1%의 똑똑이들은 왜 시장에서 대부분 사라질까요? 왜 늘어진 티셔츠를 입고 묵묵히 투자를 하는 사람들 중에 큰 돈을 번 사람들이 많을까요?

버크셔헤서웨이와 S&P 500의 장기 퍼포먼스 <출처 : 버크셔헤서웨이>

어쨌든 버핏 할아버지는 사람들이나 언론의 조롱 같은 것들에 전혀 굴하지 않습니다. 신경도 안 쓰시는 것 같습니다. 묵묵히 사업보고서를 읽고 자기 일상을 덤덤하고 평화롭게 영위해 나갑니다. 어떤 투자 자산의 실적이 단기간엔 엎치락 뒤치락 할 수는 있습니다. 그래서 그 사람의 성과를 보려면 1년이나 2년 간의 성과를 보는 것은 말도 안되고, 5년도 짧다고 생각합니다. 최소한 10년 이상을 보아야 하는데 이왕이면 그 사람이 죽는 날까지 보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아무리 잘 하더라도 마지막에 무너지면 성과는 0입니다. 일단 현재까지 버핏 할아버지의 성과는 훌륭합니다. 50년 넘는 세월동안 누적으로 2,740,000%가 넘는 퍼포먼스를 달성했습니다. 버핏 할아버지의 성과를 같은 기간 S&P 지수와 리니어로 비교하면 S&P 지수는 땅바닥에 붙어서 올라오지도 못합니다.

개인투자자의 무기는 시간입니다. 우리도 단기 이슈에 매몰되지 말고 오히려 그것을 기회로 활용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예측이나 대응할 수 없는 문제에 대항하려고 하기 보다는 그 이후를 보고 패를 미리 깔아놓고 기다리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조금 더 멀리 보는 훈련을 하고 또 그것을 잘 실행해 나갈 수 있다면, 버핏할아버지 만큼의 돈은 벌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그의 루틴을 복제해서 꾸준히 수익을 누적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여기에 한국 시장 고유의 싸이클과 모멘텀 특성까지 잘 활용하면 금상첨화겠지요.

2020년 3월 15일
송종식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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