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블이 성격인 게시물을 표시합니다. 모든 게시물 표시
레이블이 성격인 게시물을 표시합니다. 모든 게시물 표시
2023년 6월 15일 목요일

빨리 가려다 돌아간다


오늘은 독자님들께서도, 그리고 저도 이미 뻔히 아는 이야기를 좀 할까 싶습니다. 일상에서 배운점과 기억들을 소소하게 기록하기 위함입니다.

어제는 지방에서 약속이 있었습니다. 제가 좋아하고 또 중요한 분들과의 맥주 약속이었습니다. 하루종일 이런저런 일정에 쫓겼습니다. 그러다 보니 맥주 약속 장소에 도착하는 시간이 애매했습니다. 시간 약속을 매우 중히 여기는 분들이어서 적어도 15분 전에 도착해야 했습니다. 그 마저도 안되면 최소한 정시에는 도착해야 했습니다.

정속으로 가면 아슬아슬하게 현장에 도착합니다. 주차를 하고 이것저것 빠지는 시간을 감안해도 정시 도착은 가능하다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다소 무리해서 과속을 하면 20~30분 정도의 시간 여유를 더 만들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저는 평소에 과속을 하지 않습니다. 티맵 점수도 98~100점을 유지중입니다. 고속도로에서도 크루즈 모드를 켜두고 끝차선에서 정속주행하는 편입니다. 하지만 이번에는 어쩔 수 없이 과속을 조금 하였습니다.

신나게 달리다가 차량 경고등이 빨갛게 떴습니다. "타이어 압력 체크!!" 뭔가 불길하다 싶었습니다. 급히 속도를 줄였습니다. 그리고 나서는 뒷 타이어가 터졌습니다. 파스가 났다고 하는데 파스 수준이 아니었습니다. 휠이 안 깨진 게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간신히 차를 갓길에 세웠습니다.

차량들이 쌩쌩 달렸습니다. 좁은 갓길이라 위험한 상황이었습니다. 갓길 옆으로 빠져 있을 공간도 없었습니다. 보험사를 부른 뒤 차량 안에 꼼짝 않고 있었습니다. 차량이 막힐 시간이었습니다. 보험차량이 오는데는 50분이 걸렸습니다. 그동안 날씨는 갑자기 나빠져서 장대비가 쏟아지기 시작했습니다. 차량들은 바로 옆으로 쌩쌩 달리고 비는 쏟아지고, 아수라장이었습니다.

겨우 차량을 견인해서 근처 타이어 가게로 가서 타이어 교체를 잘 하였습니다. 타이어 가게 점원이 물었습니다.

"고속도로를 타시다가 이러신거에요?"
"네"
"정말 큰일날 뻔 하셨습니다. 정말 위험한 상황이었네요."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다시 태어난 날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더 성실하게 살아야 되겠다는 다짐을 했습니다.

이 이야기에는 이미 독자 여러분들도 알고, 저도 뻔히 아는 내용이 숨어 있습니다.

"빨리 가려다가 더 돌아간다."

제가 삶에서건, 투자에서건 무조건 가슴에 새기고 있는 이야기입니다. 이 이야기를 가슴에 새기고서는 조급함이 사라졌습니다. 그래서 제가 갖고 있지 않은 다른 기업들을 보고도 전혀 FOMO를 느끼거나 동요하지 않습니다. 별로 질투심도 안 생깁니다. 그러려니 하면서 투자하고, 삶 역시 그렇게 무미건조한 마인드로 살고 있습니다.

하지만 어제는 그렇지 못했습니다.

그냥 정속으로 점잖게 갔다면 어제와 같은 소동은 없었을 것입니다. 저는 약속 장소에 정시에 도착했을 것입니다. 타이어 수리비와 기타 비용이 줄줄이 지출되지도 않았을 것입니다. 타이어 파스로 인해서 약속 장소에는 무려 1시간이 늦은 시간에 도착하고야 말았습니다.

글로 읽고, 말로 들어서 아는 것과 실제 경험한 것은 천지차이입니다. 어제는 귀한 경험을 했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감사한 배움의 시간이었습니다. '빨리 가려다 돌아간다', 다시금 가슴에 새겨 봅니다.

2023년 6월 15일
송종식 드림


2020년 11월 19일 목요일

길 위의 레밍떼

우리나라 사람들은 정이 많다. 개인적인 친분이 있으면 더욱 좋은 사람들이다. 그러나 모르는 사이가 되면 이야기가 조금 달라진다. 특히, 길 위에서 만나는 사람들은 무섭기까지 하다.

치안 좋기로는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둘째가라면 서럽다. 그리고 치안 뿐 아니라 대부분의 사람들이 질서도 잘 지키는 편이다. 하지만 소수의 레밍같은 사람들 때문에 길거리에 나서기가 두렵다. 앞서 말했듯 무섭기까지 하다.

#1

나는 운전대를 잡으면 가급적 양보를 하는 편이다. 좁은 길에서 다른 차와 마주 보는 경우라고 하자. 다른 차가 저 멀리서 골목에 진입하고 있으면 나는 진입하지 않고 기다려 주는 편이다. 먼저 지나가라고. 

이미 진입해서 앞차와 마주보고 있으면 내가 양보할 수 있는 선에서 먼저 후진을 해서 차를 빼 주는 편이다. 

내가 좋은 사람이라서가 아니다. 그게 바보처럼 보일지 몰라도 그 도로를 수월하게 빠져 나가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또, 삶에서 괜한 분쟁거리를 만들 필요는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사소한 것은 양보하면서 사는것이 밤에 두 발을 뻗고 자는 방법 중 하나다.

그런데, 의외로 마주보는 도로에서 시비가 붙은 경우를 자주 목격한다. 서로 차를 빼주기 싫어서 버티다가, 급기야는 싸움으로 번지는 경우를 본다. 서로의 시간 낭비이며, 불필요한 에너지 낭비가 아닌가? 말다툼을 해서 이긴들 남는 것이 무엇인가? 만에 하나 상호간 흉기 범죄라도 일어나면 남은 인생은 어떻게 할 것인가?

그 사람들도 그것을 모르지는 않을터다. 그런데, 몇몇 사람들은 레밍떼처럼 그렇게 돌격한다.

#2

우리나라의 보도는 좁은 편이다. 거기다가 최근에는 자전거, 킥보드, 오토바이 등이 보도 이용에 합세하면서 가뜩이나 좁은 보도가 더 좁아졌다.

그래서 통행 시 특별히 유의하는 편이다. 길에서도 나는 극도로 조심하는 편이다. 앞에 누군가가 걸어오면 상대가 지나가기 편하도록 길을 바짝 비켜주는 편이다.

역시 내가 좋은 사람이라서 그런 게 아니다. 반대로 내가 싸울 힘이 없어서 그런 것도 아니다. 요즘 세상이 무섭다. 괜히 부딪혀서 적을 만들 필요가 없어서 그렇다. 그리고 그런 사소한 어깨 부딪힘으로 하루의 기분을 망치고 싶지도 않기 때문이다.

마주보는 서로가 자기 갈 길로 쭉 가면 몸이 부딪히든, 어깨가 부딪히든 반드시 충돌하게 된다. 내가 양보하지 않으면 서로 치고가게 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서로 조금씩 잘 비켜주고 지나간다. 그러나 적지 않은 사람들이 상대방에게 기싸움이라도 걸 듯이 어깨를 치고 지나간다. 일부러 몸을 치고 가려고 작정하고 걸어오기도 한다. 이것은 남녀노소가 따로 없는 것 같다. 일부 남자분들만 그런 것 같지만 여자분들도 젊으나 연세가 있으나 의외로 걸어오는 상대를 고려하지 않고 돌격하는 분들이 적지 않다. 돌격하는 레밍떼 같아서 무섭다.

#3

보행신호가 파란불이 되었다. 그래도 나는 좌우를 충분히 살피고 길을 건넌다. 확실히 차량이 멈췄거나 오는 차량이 없는 것을 확인하고야 발걸음을 한다.

그리고 신호가 없는 곳에서 길을 건널 때도 마찬가지다. 차량이 보이면 차량을 우선 보내고 나중에 길을 건넌다. 혹시 내가 길을 건너고 있는데 차량이 오면 뛰면서 길을 빨리 건너 가 준다.

반대로, 운전자 입장에서는 탱크같은 보행자를 자주 목격한다. 내 차가 아직 정차하지도 않았는데, 무심한 듯 느그적느그적 길을 건너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만에 하나, 운전자가 음주운전자거나 잠깐 다른 짓을 하고 있다면 그 사람은 그냥 죽는다. 

혹시라도 보행자를 배려를 하지 않고 질주하는 차량이라면,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 

대부분의 운전자들이 나처럼 조심하니까 보행자가 안 죽는 것이다. 그래도 만에 하나를 조심해야 한다. 몸이 탱크도 아니고 무슨 배짱으로 차량이 오는데도 눈 하나 깜짝 안하고 도로위를 슬렁슬렁 건너 다니는지 모르겠다.

심지어 무단횡단을 하면서도 그러는 사람들을 가끔 본다. 소름 돋는다. 이들이야 말로 길 위의 레밍같다.

물론, 차량이 보행자를 배려하는 게 우선이다. 하지만 보행자도 충분히 조심해야 한다. 사고가 나면 자기만 손해이다.

#4

엘리베이터를 타려고 줄을 서 있다. 내 앞에는 한 사람이 서 있다. 엘리베이터가 왔다. 앞 사람이 탄다. 나도 탄다. 그런데 문이 닫히면서 내 발이 걸린다. 왜 이렇게 문이 빨리 닫히나 봤더니, 앞서 탄 사람이 타자마자 닫힘 버튼을 누르고 있다.

이런 경우가 한 두번이 아니다. 사람이 타고 있는데 버튼을 누르기 바쁜 사람이 적지 않다. 나는 탔으니 그만이라는거다. 반대로 내가 엘리베이터에 타고 있는데 누군가가 닫힘 버튼을 막 누르고 있다면 기분이 어떨까? 몇번은 엘리베이터를 잡아줘서 고맙다고 인사까지 했는데 알고보니 닫힘 버튼을 누르고 있는 경우도 있었다.

나는 가급적 뒷 사람을 위해서 엘리베이터를 잡아주는 편이다. 그게 차라리 기분이 낫다. 닫힘 버튼 그거 죽어라고 눌러봤자. 별 효과도 없다. 누르는 본인도 기분만 안 좋다.

닫힘 버튼 누른다고 어차피 엘리베이터 탈 사람이 안 타는 것도 아닌데, 왜 그렇게 그 버튼을 눌러대는지 모르겠다. 이것도 레밍같다.


#5

신호가 없는 동네 골목의 사거리. 골목 두 곳에서 차량이 온다. 이럴 때 어느 한쪽이 양보하면 수월하게 빠져나간다. 그러나 다른 골목에서 오는 차를 보고도 앞으로 돌격하는 차량들이 적지 않다. 저러다가는 사고가 날텐데 싶은 경우를 자주 목격한다. 두 차량은 사고 직전에야 브레이크를 밟는다. 이건 서로 못 봐서 그런게 아니다.

이것도 일종의 기 싸움이며, 나부터 빨리 지나가야 한다는 이기심의 발로에서 시작되는 행동이다. 사고가 날 확률이 높아지는 걸 이들도 알거다. 알면서도 일단 브레이크는 안 밟는다. 적지 않은 차량들이 이런 행태를 보인다.

무시무시한 레밍이다.

#6

길 위에서의 양보는 일단 나 자신에게 큰 이익을 준다. 배려가 손해가 아니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이 그걸 모른다. 기다리고 배려하는 것을 손해로 인식한다. 무조건 들이대고, 돌격하고, 구겨 파고 들고, 밀어 붙이면 되는 줄 안다. 그게 비단 성격이 급한 것 만의 문제는 아닐거라는 생각이 든다.

나만 편하고 보자는 발생의 발로가 아닐까? 상대에 대한 배려 부족이 아닐까? 길에서 발생하는 작은 충돌로 인생이 망가질 수 있다는 걸 모르는 무지가 아닐까?

길에서는 그렇게 1분이라도 빨리 이동하려고 발걸음을 재촉해놓고, 일상에서는 시간을 허비한다. 이것은 모순이 아닌가? 차라리 일상에서 시간을 아껴쓰고, 길에서는 여유를 갖는 것이 어떨까? 후자가 현명한 선택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