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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7월 8일 금요일

TP설정과 TP를 다루는 법


최근에 TP(목표가) 설정과 관련한 질문들이 있어서 커뮤니티에 글을 남깁니다.

1) 투자와 관련된 이야기를 듣다 보면 이 사람의 이야기도 맞는 것 같고, 저 사람의 이야기도 맞는 것 같습니다. 그만큼 투자 방법론과 철학은 다양하다는 방증입니다. 그 안에서 내 몸에 맞고, 필요한 것들만 쏙쏙 빼서 내 것으로 만들면 됩니다. 다만, '겸손한 사람의 이야기를 평가절하 해서 듣지 말 것', '지나치게 자신감 있게 말하는 사람의 이야기를 맹신하지 말 것', '남의 이야기에 팔랑거리지 말 것' 정도는 주의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2) 자주 말씀을 드리듯이 삶을 대할 때, 이분법적인 것을 싫어합니다. 어느 분야든 무림최고수는 강하고 딱딱함을 추구하며 어느 하나의 기술에 매몰된 사람이 아니라, 모든 부분에서 좋은 건 수용할 줄 아는 부드럽고 유연한 사람입니다. 저는 회사의 근본은 돈을 잘 버는 것이고 그리고 그 중심에는 사람이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가치투자 베이스의 사고방식을 갖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가치투자만이 최고의 투자방법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촉매를 찾는 트레이더나, 추세를 좇는 추세추종가들로 부터도 좋은 점은 배우고 취하려고 부단히 노력하고 있습니다. 무림최고수가 되고 싶습니다.

3) '나는 TP를 사용해', '나는 안해', '나는 PER를 안 봐', '나는 PER를 봐'와 같은 이분법적 사고방식은 실로 위험합니다. 때에 따라서 TP를 볼 수도 있고, 아닐수도 있습니다. PER를 볼 수도 있고, 안 볼 수도 있습니다. PER를 보더라도 당연히 PER만 보는 것은 아닙니다. 기업을 종합적으로 판단하면서 참고하는 여러 지표 중 하나인 것이죠. 그것만 맹신해서도 안됩니다.

4) TP를 좀 중점적으로 보면서 트레이딩을 하는 기업도 있을 수 있고, TP를 희미하게 여기면서 기업과 동행하는 투자를 할 수도 있습니다. 그것은 기업에 따라, 상황에 따라 다른 것이지 천편일률적으로 '나는 TP를 무조건 맹신한다', '나는 TP를 사용하지 않는다' 단언하는 것은 좋은습관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5) TP는 가격의 어느 한 지점이 아닙니다. 밸류에이션을 하다보면 내 가슴속에 ‘이 회사는 이 정도면 성장의 정점을 찍겠구나', ‘이 정도면 적정한 수준의 시총이겠구나', ‘이 정도면 내가 살만한 가격이겠구나' 싶은 가격의 밴드가 생깁니다. 그 희미한 ‘밴드보다 확실히 싼가?’, ‘확실히 비싼가?’ 이런 것들을 판단하는 것이지, 콕 찍어서 ‘이 회사의 TP는 14,425원 이니까 그 가격을 사수한다!’ 이런 개념은 아닙니다.

6) 내외부의 상황을 무시하고 지속해서 성장할 수 있는 회사라면 TP의 개념은 희미해집니다. 이런 회사는 성장이 멈출 때 까지 보유하는 것이 맞습니다. 그러나 이 경우에도 이 회사가 언제쯤 성장을 멈출지, 그리고 그때쯤이면 이 회사의 시가총액이 얼마쯤 되는 것이 맞을지를 판단은 해두어야 합니다. 지금 시총 3000억 짜리 회사를 투자하는데, 이 회사가 영위하는 시장이 얼마쯤 커지고, 시장을 이 회사가 얼마나 장악할지 판단해서 목표 시총을 30조로 설정했다면 이 회사가 성장하는 동안은 보유하는 것이 맞습니다. 이렇게 설정한 시총 30조가 일종의 TP가 되는 것입니다. 아주 희미한 TP일 것입니다. 그러나 경영환경은 순식간에 변할 수 있기 때문에 꾸준히 회사와 산업에 대한 팔로업을 하는 것입니다.

7) 앞의 6번 상황의 맹점은 ‘분기실적이나 연간실적이 삐끗해도 홀딩할 수 있는가?’입니다. 그래서 등장하는 것이 ‘믿음'이라는 개념이며, 여기서 믿음을 공고히 하는 것은 다시 ‘가치평가'이고 그 결과물로 얻어지는 TP(희미하나마)입니다. 성장이 멈출 때 까지 보유한다는 개념이 사실 실행하기 매우 어려운 개념이고, 제가 그래서 필립피셔와 워런버핏을 좋아합니다.

8) 꾸준한 성장을 기대하기 어려운 회사지만 일시적으로 너무 싸지거나, 일시적으로 강력한 상승 촉매나 모멘텀이 발생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 경우에는 TP의 역할이 조금 더 선명해집니다. 이런 회사들과 동행할 수는 없기 때문에 TP를 기준으로 미련없이 매도를 해야하기 때문입니다. 그 이후에 주가가 더 오르든 말든 그것은 과감하게 잊어야 됩니다.

2022년 봄 유튜브에 작성한 글을 옮겨 옴


2022년 6월 26일 일요일

'가치주, 성장주, 단기, 장기 나누지 말자'는 훈계를 들으며 든 생각

제목의 홑따옴표 안에 있는 문구는 저의 오랜 단골멘트입니다. 제가 만든 문구가 돌고 돌아 저를 공격하는 용도로 쓰이고 있네요. 아이러니 합니다. 

저의 저 단골멘트를 이용해서 제가 최근에 올린 영상에 대해 반박 의견들이 달렸습니다. '투자의 끝은 멘탈과 엉덩이, 존버력'이라고 했던 영상입니다. 단편적인 부분만 대충보고, 댓글을 달거나 생각을 입 밖으로 내는 경솔한 사람들이 많아진 것 같습니다.

이 영상에 달린 반박 의견들은 다음과 같습니다.

1) 왜 주식을 가치주, 성장주, 단기, 장기로 나눠서 하지?
2) 존버하자고 '현혹'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현대중공업 등의 주식을 보아라 장기간 박살났다. 아무거나 사서 존버만 한다고 되나?

1)번은 제가 항상 하는 이야기입니다. 제가 항상 하는 이야기가 저한테 공격용으로 들어오니 세상 참 재미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가 오래전에 했던 혹은 발견해서 만들었던 문구가 수 년간 돌고 돌아, 그들만의 스승 제자를 타고 타서 결국 다시 저에 대한 공격용으로 사용되는 재미있는 현실입니다. 현실판 재귀함수네요.

어쨌든 1)번 이야기는 무엇을 주장하려고 하는지 잘 알겠습니다. 그 부분에 대해서 아래에서 잠시 후에 자세한 의견을 남겨 드리겠습니다.

그리고 2)번에 대한 것도 저의 영상과 글을 꼼꼼히 보셨다면 하실 수 없는 이야기입니다. 영상을 대충 보고 댓글을 남기면 많은 사람들이 그 댓글만 보고 또 다른 오해를 낳게 됩니다. 제 글과 영상을 오래도록 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제가 '아무 회사'를 '아무 가격에나', '대충사서', '무작정 존버해라' 이런 로직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아닙니다. 

그 동안 숱하게 좋은 기업 발굴 방법, 밸류에이션 방법, 기업분석 방법, 가치와 가격의 괴리를 이용하는 방법, 동행투자를 하는 방법에 대해 입이 닳도록 이야기를 드렸는데, 고작 저런 반응이 나오면 맥이 빠집니다. 게다가 '현혹'이라는 표현을 보고 더 그랬던 것 같습니다. 이 부분에 대해서도 아래에서 조금 더 자세히 이야기를 다루어 보겠습니다.

어쨌든 현재 시장은 많이 무너진 상태입니다. 앞으로 상폐돼 없어질 부실한 회사도 많을 것입니다. 아직까지 가치대비 비싼 기업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상당 수 기업이 '이제는 살만한 가격대'에 들어 온 것도 사실입니다. 이제와서 괜찮은 회사들을 '일단 팔고' 리스크 관리를 하자는 것은 정말 공감을 할 수가 없습니다. 사야될 시기에 팔아라뇨? 자꾸만 바닥을 잡으려고 하는 투기꾼들의 태도가 문제입니다. 바닥을 어떻게 잡나요? 살만한 가격대에 공이 들어왔으면 사는겁니다. 그냥 기계적으로요.

투자판은 돈 뿐만 아니라 워낙에 많은 말과 글이 오가는 곳입니다. 요즘에는 관계하고 싶지 않더라도 사람들이 얽히고 설켜있어서 감정 상하는 이야기들도 많이 오갑니다. 그런 것 정도는 이골이 나서 별로 개의치 않습니다. 그러나 제가 주장하는 바가 왜곡되거나, 추가적인 설명이 필요한 부분은 시간이 될 때마다 해명을 하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은 합니다. 그래서 블로그에 잠시 기록을 남깁니다.

성장주, 가치주 나누기


성장주, 가치주, 도박주와 같은 단어에 대해 저의 생각을 남긴 적이 있습니다. 2017년에 작성했던 이 글을 한번 읽어 보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아주 장문의 글입니다. 글을 읽기가 힘드시면 비교적 최근에 영상으로 남겨뒀던 내용도 있으니 영상을 보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성장주, 가치주 따위를 나누는 것은 당연히 의미가 없고 성장은 가치에 포함되는 개념입니다. 그리고 가치투자자들도 당연히 성장하는 기업을 좋아합니다. 고단수의 턴어라운드 사냥꾼이 아니라면 실적이 장기적으로 역성장 하고 있는 기업을 좋아할 사람은 없습니다.

장기와 단기 나누기


'가치투자와 장기투자는 같은 말이 아니다'. 이 문구도 제가 단골처럼 쓰는 문구입니다. 역사도 이미 오래되었습니다. 10년도 넘은 것 같은데요.

일단, 투자 관련 이야기로 상대에게 조언, 반박이나 조롱을 할 때는 1) 상대의 생각이 어느 정도의 깊이와 지평을 갖고 있는지 확실히 확인한 후에, 2) 상대가 하는 이야기의 행간에 숨은 의미는 무엇인지를 정확하게 알고 해야합니다.

1), 2)를 인지하지 않고 아무말 대잔치를 벌이면 망신을 당할 수 있으니까요.

제가 직전 영상에서 '엉덩이를 붙이고 무제한 존버하자!'라고 주장했던 것은, 무조건 천년만년 기다리자는 의미가 아닙니다. '시간 지평 앞에서 내 무지의 인정' 그리고 '시장에 대한 겸손한 태도' 정도로 받아 들이셔야 합니다. 그것이 제가 드렸던 이야기에 대한 정확한 행간의 해석입니다.

우리가 어떤 기업에 대해서 꼼꼼하게 공부를 하고 내재가치를 산출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결국은 기업을 매입할 때 안전마진을 두기 위함이 아니던가 싶습니다. 일단 저는 그렇습니다. 그렇다면 안전마진은 왜 둬야 하나요? 사고가 나더라도 덜 다치기 위해서입니다. 세상에 그 어떤 것도 확실한 것은 없기 때문입니다. 가치와 가격 사이의 안전마진은 우리가 지불할 가격에 대한 보험입니다.

그렇다면 제가 '시간 지평을 길게 보자', '엉덩이를 잘 깔고 있자'고 주장하는 것은 다를까요? 그것은 시간과 우리 마음에 대한 안전마진을 두자는 이야기입니다.

넉넉하게 최소 3년 앞을 내다 보고 산 기업이 있다고 칩시다. 그 종목을 조금 사뒀습니다. 그런데 1차 매수를 끝내자 마자 1주일도 안돼서 강력한 테마가 붙었습니다. 제 계산엔 없던 시세 급등이죠. 당연히 내가 생각했던 적정주가를 돌파해 버리고 주가가 고평가 영역에 다다르면 비중을 줄이거나 매도를 해야합니다. 아주 기쁜 마음으로 말입니다. 

이런 경우, 단 1주일을 보유했다가 매도를 했어도 이것은 가치투자입니다. 기업분석을 철저히 했고 안전마진을 넉넉히 잡고 매수했다면 그렇습니다. 그리고 처음부터 넉넉한 마음으로 장기투자를 염두에 뒀던 투자입니다.

'시장이 무너지니까 리스크 관리를 해야한다. 무조건 장기투자는 없다'. 이런 이야기 참 멋있게 들립니다. 그럴 듯 하기도 하죠. 그런데 조금만 생각해 보면 이상하다는 것을 눈치채야 합니다. 1) 그래서 그 리스크 관리라는 것은 무엇이며, 2) 어떻게 할 것이며, 3) 시장이 무너지면 주식을 팔아서 현금화 하고 언제까지 기다리라는 것이며, 4) 그래서 시장에 언제 다시 진입하느냐 하는 것입니다.

이 생각을 꼬리에 꼬리를 물고 파고 들어가다 보면 결국은 또 하나의 결론에 도달합니다. '좋은 마켓타이밍을 노리자'. 그럴 자신이 있으면 해보라고 권유하고 싶습니다. 이건 노력의 영역도 아니고, 경험치의 능력도 아니고 거의 대부분의 영역이 운의 영역입니다.

내가 타이밍을 제대로 잡을 수 있다고 믿는 사람은 실제 계속 그렇게 해왔어야 합니다. 그리고 앞으로 그래야 하겠지요. 타이밍을 몇번만 연속해서 잡아도 단숨에 한국 최고의 부자가 될 것입니다. 그런데 저는 아직 그렇게 타이밍을 재가며 투기를 한 사람 중에서 한국 최고의 주식부자가 되었거나, 적어도 박영옥, 김태석님 같은 가치투자자를 능가하는 사람이 있다는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없습니다. 뭐, 잠깐 행운으로 반짝 등장 했던 사람들은 있을지 몰라도 말로는 대부분 안 좋았겠지요.

그리고 실제로 평범한 사람을 일정 수준 이상의 부자로 만든 로직은 마켓타이밍을 재는 로직보다 가치투자 로직이 더 많을 것입니다.

마켓타이밍을 재려는 시도는 겸손이라고는 눈꼽만큼도 없는 오만한 행동입니다. 오만한 사람들은 시장에서 오래 버티기 어렵습니다.

어떤 종목으로 3개월 안에 100% 수익을 내겠다고 덤빈 사람이 있다고 칩시다. 그 종목이 석달 간 움직임이 없고, 넉 달, 다섯달이 넘어가보세요. 그 사람은 멘탈이 나갑니다. 겸손이 결여 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투자를 할 때 가격(안전마진)과 시간(버퍼와 여유)뿐 아니라 우리 삶에서도 관조와 여유를 갖는 태도는 아주 중요합니다. '잘 되면 좋고, 아니면 말고' 식의 태도를 갖고 있으면 잘 다치지 않습니다.

어쨌든 어떤 문구나 주장에 대해서 제대로 이해를 하지 못하고 1차원적으로 해석을 내리거나 뚱딴지 같은 반론을 한다면 그 원인은 아마도 둘 중 하나일 것입니다. 1) 문해력에 문제가 있거나, 2) 투자 경험이나 식견이 아직은 짧아서 그 문장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거나요.

무조건 '존버'하라니, 사람들 '현혹'하지 마라


이 부분은 '현혹'이라는 단어 때문에 잠이 확 깼던 문장이었습니다. 아무리 진심을 가득 담아서 글을 쓰고 영상을 만들어도 누군가는 그것을 '현혹'으로 느낄 수 있구나 하는 점도 배웠습니다. 모든 사람들의 마음이 당연히 내 마음 같지 않겠죠. 

물론 이 댓글을 달아 주신 분과 오해를 잘 풀고 이야기가 잘 마무리 되었습니다. 그렇지만, 충분히 저런 오해들을 하실 수 있겠다 싶어서 블로그 포스팅으로 재차 관련된 내용에 대해서 기록을 남겨 둡니다.

1) 유튜브의 특성상 아주 작은 토픽에 대해서 쪼개서 밖에 이야기를 올릴 수 없다.
2) 내재가치가 상승하고 있고, 그럴만한 회사를 사야지 상장폐지 당할 회사를 사면 안된다.

1번)처럼 유튜브의 특성이 채널 운영자나 반대로 구독자를 바보로 만들 가능성이 있습니다. 아주 지엽적인 토픽을 지엽적으로 다룰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어떤 작은 부분 하나만 이야기를 하는데도 시간이 20분이나 30분이 넘어가는 것은 태반입니다. 그런데, 그동안 제가 다뤄왔던 가치투자와 관련된 내용을 A부터 Z까지 재차 다 다룬다면 디테일 한 이야기를 하나하나 다 푸는데만도 30시간이 모자랄 것입니다.

또한, 과거에 가치투자와 관련된 여러가지 방법론과 제 개똥철학에 대한 이야기들은 하나씩 찾아보면 모든 조각을 맞출 수 있습니다. 제 컨텐츠를 오래 보셨던 분들은 굳이 제가 이렇게 이야기를 하지 않아도 다 이해를 하실거라고 믿습니다. 

이미 과거에 했던 이야기를, 어떤 이야기 하나를 추가로 할 때 마다 ADD해서 다시 하고, 그 뒷 이야기를 다시 ADD해서 또 반복하고.. 그것은 유튜브 구조에는 너무나 맞지 않습니다. 유튜브는 짧은 토픽을 잘라서 꾸준히 올려야 하니까요. 

그래서 어떤 토픽 하나에 대해 의문이 생기시는 분들은, 저의 과거 컨텐츠를 모두 찾아서 볼 수 밖에 없습니다. 그래야 오해가 풀립니다. 

그리고 제가 만든 컨텐츠들을 다 보시고 나면 제가 단순히 '아무 회사나 대충 아무 가격에 사서 존버하면 모두가 승리한다' 이런 얼토당토 않는 주장을 하는 사람이 아니라는 것도 아시게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1) 기업 가치평가와 f/up은 꾸준히 해야한다.
2) 주가가 가치보다 현저히 비싸지면 비중을 줄여야 한다.
3) 주가가 가치보다 현저히 싸지면 비중을 늘려야 한다.
4) 내재가치가 착실히 상승할 것으로 추정되는 기업 위주로 투자해야 한다.
5) 기업의 가치가 훼손되거나 투자 아이디어가 어긋나면 수익/손실 상태에 관계 없이 작별을 고해야 한다.
6) EPS, BPS가 착실히 증가하는 기업이 초보 투자자에겐 좋다.
7) 많은 회사들이 장기간 실적이 망가지고 주가도 우하향 했지만 애초에 우리는 그런 회사를 건드릴 일이 잘 없다. 건드렸더라도 꾸준한 팔로업을 통해서 작별을 고했겠지.
8) 많은 가치투자자들이 2010년대 박스권 장세에서도 꾸준히 좋은 복리 수익을 쌓고 있다 왜 일까?
9) 실적이 착실히, 꾸준히 증가하는 기업은 생각보다 많다. 지뢰만 잘 제거해도 1,000개 이상의 회사는 일단 제거하고 시작할 수 있다.
10) 시장에 있는 모든 주식을 사야하는 것도 아니다, 우리가 잘 아는 몇개 회사만 평생 비중 조절하며 관리해도 괜찮은 성과를 낼 수 있다. 물론 그 중 회사의 영업 상황에 따라 어떤 회사는 편출되고, 또 어떤 회사는 편입될 수도 있겠지만..

일단 글을 쓰는 도중에 퍼뜩 생각난 원칙만 해도 이 정도입니다. 아주 기초적이고 기본적인 원칙들입니다. 이 정도 원칙들을 토대로 하여 엉덩이의 힘으로 투자를 하자는 것입니다.

좋은 기업을 싸게 잘 샀는데, 요즘처럼 주가가 떨어진다는 이유만으로 뷰를 바꾸고 주식을 팔거나, 남들의 이야기를 듣고 덥썩 주식을 사거나, 어떤 회사의 주가가 잘 오르고 좋은 뉴스가 자꾸 나오니까 주식을 사거나, 갖고 있는 기업의 주가가 조금만 올라도 무서워서 약간의 수익만 실현하고 팔거나.. 이런 부화뇌동식 행동을 하지 말자는 차원의 이야기입니다.

적어도 내가 투자한 회사가 잘 성장하고 있다면 주가가 내리든 오르든 엉덩이의 힘으로 잘 버티는 사람이 먼 훗날에 가 보면 승자가 되어 넉넉한 삶을 살고 있는 경우가 다반사입니다.

날 선 댓글들이 부쩍 늘어난 이유


부처, 예수님과 유재석 형님 심지어 슈카 형님도 안티가 있다고 합니다. 그런 훌륭한 분들도 안티가 있는데 문제점 투성이 인간인 저라고 안티가 없을리 만무합니다. 안티도 있을 것이고, 고깝게 보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싫어하는 사람도 아주 많을 것입니다. 그것은 제가 온라인에서 컨텐츠 만드는 생활을 하든 안하든 관계 없이 일상 생활 도처에 존재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받아 들이고 이해를 합니다.

그러나 그런 것을 감안하더라도 최근에는 부쩍 악플이 많이 달립니다. 위에서 언급한 의견들은 악플이라고 보기 어렵습니다. 그러나 정말 악플이라고 할 만한 것들이 유튜브와 블로그에 많이 달립니다. 최근들어서 부쩍 더 그런 현상이 있습니다. 아무래도 시장이 어려우니 그것을 투영하는 센티 중 하나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시장이 어렵다고 여기 저기 돌아 다니면서 사람들에게 날 선 말과 글을 쏟아내고, 온라인에서 악플 따위를 달고 다니는 사람에게 괜찮은 미래가 있을지는 의문입니다. 그런 분들은 스스로도 가슴에 손을 얹고 한번 자신의 행동을 돌아 보시길 바랍니다.

2022년 6월 26일
송종식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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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 unsplash.com @priscilladupreez


2020년 1월 11일 토요일

매수를 위한 매수, 낙찰을 위한 낙찰

출처 : http://quarizmi.com/blog


1년에 한건만 낙찰받아도 충분하다


2000년대 중반에 한창 부동산 경매에 빠져 있던때가 있었습니다. 그때 만났던 고수들 중 한 사람이 이런 이야기를 했던 기억이 납니다.

"낙찰은 1년에 한건만 받아도 충분하다. 낙찰을 위한 낙찰을 주의해라."

법원 경매장에 가면 어쩐지 모르게 기분이 좋습니다. 심장도 두근거리고 벌써부터 내가 부동산 소유주가 된 냥 떨립니다. 그래서인지 충분히 권리분석과 시장분석을 해서 적정가를 산정하지 않고 고가 낙찰을 받는 사람들이 한두명이 아닙니다.

물론, 고가 낙찰을 받았다고 해도 긴 시간이 흐른뒤에 보면 가격이 훨씬 올라서 이익을 낼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적지 않은 사람들이 고가 낙찰을 받아서 돈이 묶이고, 이자 부담과 청산시 손실을 보면서 경제적으로 타격을 입기도 합니다.

사람들이 이런 간단한 원칙을 모를리 없지만 '일단 낙찰은 받고 봐야한다'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혀서 고가 낙찰을 받습니다. 한마디로 돈을 벌기 위해 낙찰을 받는건지, '낙찰을 위한 낙찰'을 받는건지 망각하는 분들이 많았습니다. 부동산 경매 시장은 어지간한 하자가 있는 물건이 아니면 안전마진을 확보하기는 커녕 거의 대부분 고가 낙찰이 되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부동산 경매는 주식투자와 비슷한 측면이 있습니다. 충분히 안전마진이 있는 가격에서 사야지 추후 발생할 여러가지 변수로 부터 타격을 줄 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안전마진을 확보하고 사야 적어도 안전마진 만큼은 수익을 낼 확률이 올라갑니다.

주식투자를 하면서 누구나 만나게 되는 워런버핏은 '내가 원하는 공이 들어올 때만 배트를 휘둘러라'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제가 버핏을 알기전부터 이미 경매 고수들은 '내가 원하는 가격대로 내려 온 물건'에만 고집스럽게 낙찰가를 써내고 있었습니다. 그들은 응찰하면 대부분 고배를 마셨습니다. 그러나 간간히 원하는 가격에 물건을 낙찰받게 되면 낙찰받는 순간 돈을 벌며, 이기고 들어가는 게임을 하고 있었습니다.

안전마진과 가치투자에 대한 기본적인 배움은 부동산 경매를 하면서 배웠습니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위험 물건이 아니면 고가 낙찰이 속출하는 경매 시장에서는 제 실력으로 먹을 게 별로 없다고 생각하여 주식투자로 눈을 돌리게 되었습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부동산은 누구나 고수인 반면에 주식투자는 문외한인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그래서인지 주식시장에는 말도 안되는 가격으로 헐값에 굴러다니는 주식이 많았습니다. 주식시장에 기회가 많았다고 보았습니다. 지금도 여전히 그렇게 생각합니다.

그것이 제가 부동산 경매 시장에서 주식시장으로 본격적으로 넘어 온 이유입니다.

매수에도 인내심이 필요하다


주식 투자자들은 죽은 돈 들고 있는 걸 매우 불편해 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그래서인지 투자로 수 십억, 수백억을 번 투자자들 중에서도 집을 사지 않고 전월세로 사는 경우를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습니다. 집값이 아무리 올라봤자 집에 깔고 있는 돈은 죽은 돈이라고 인식하는 것이죠.

그만큼 주식투자자들은 돈이 있으면 당장 주식을 사야한다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힌 경우가 많은 것 같습니다.

시장에는 항상 주도주가 있기 마련입니다. 그런 주도주들이 시원하게 상승하는 모습을 보면 나만 뒤쳐진다는 느낌을 받는 분들도 많은 것 같습니다. 또, 돈을 가만히 들고 있는 동안 우리는 인플레와 싸울 수 없고 인플레는 우리의 자산을 갉아먹는다는 공포도 그런 강박관념에 한몫하는 것 같습니다.

주식투자는 다양한 지식과 기질이 필요하지만 종국에 가서 가장 중요한 것은 '기다림과 겸손'이라고 생각합니다. 주식을 보유하고 나서 기다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매수를 위해 기다리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ㄱ'형님은 우리나라 가치투자계의 거목입니다. 가치투자 분야에서 일가를 이룬 형님이고 가치투자 저변 확대와 후배 양성에도 많은 힘을 기울였습니다. 그 형님과 운 좋게 1년여의 기간동안 동고동락 했던 적이 있습니다. 그 형님에게서 다양한 것을 배웠습니다. 나중에 그것과 관련해서 글을 쓰겠습니다. 오늘은 '매수를 위한 기다림'에 대해서만 간단히 이야기 해보겠습니다.

그분은 현재 업황이 망가져 있거나 위기에 처한 회사 중 향후 턴어라운드가 기대되는 기업에 투자하는데 달인이었습니다. 그 형님은 언제나 신고가 종목보다는 신저가 기업에 관심을 가졌습니다. 시장이 관심도 없고, 사람들이 모두 부정적으로 보는 회사가 향후 오해를 깨고 성장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는 회사를 골라 투자하였습니다. 그런데, 이 형님의 매수 방식에서 인내심을 배울 수 있었습니다.

누가 보더라도 역사상 최저 PBR 그 이하로 깨고 내려 간 상태이고, 시장에서 회사에 거는 희망도 더는 없고, 차트도 몇년 동안 흘러내려서 바닥에 바닥을 기고 있는 그런 종목. 제 기준으로는 턴어라운드 또는 업황 개선이 기대된다면 사도 된다 싶은 그런 종목을 형은 쉽사리 매수하지 않았습니다. 제가 '이제는 살만 하지 않을까요?' 라고 여쭈면 그 형의 대답은 이랬습니다.

"아직 멀었어."

저는 독하다고 느꼈습니다. 그 인내심을 보고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이 정도면 됐다'라고 생각하는 수준이 저PBR 가치투자 원리주의자인 제가 보기에도 혀를 내두를 만한 수준 그 이상이었습니다.

기다리다가 놓쳐버린 종목은 내것이 아니라 생각하였습니다. 그것은 어쩔 수 없지만 형이 매수를 한다면 틀림없이 수익을 내고 나오시는 것 같았습니다. 아주 싸게 사니 주가가 반등하면 수익률도 남들보다 월등히 좋았으리라 생각합니다.

다만 운용자금이 크시다보니 매수를 시작하면 시장에 머리 일부는 떼어줘야 했고, 매도를 시작하면 시장에 꼬리 일부를 떼어주는 출혈은 어느 정도 감수하였습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논란도 있을 줄 압니다. 성장 가치주 투자자분들은 반문할 것입니다.

'미래에 회사가 지금보다 더 성장해 있으면 언제 사도 상관없다'

그렇습니다. 그분들의 의견도 존중합니다. 저PBR + 턴어라운드 투자를 좋아하는 저도 포트의 일정 부분은 성장가치주에 투자를 하고 있기도 하고요.

그리고 또 이런 의견도 있을 수 있습니다.

'매수를 기다리는 것, 그것 또한 마켓타이밍을 재는 것이 아니냐?'

그렇게 오해를 하실 수 있습니다. 그러나, 마켓타이밍을 재는 것과는 조금 다릅니다. 버핏이 '내가 원하는 영역에 들어 온 공만 친다'고 말한 것, 위의 부동산 경매 고수 형님이 '내가 원하는 가격대로 내려오는 물건만 응찰한다'고 말한 것과 같은 맥락으로 보시면 됩니다. 마켓타이밍을 예측할 순 없지만 현재 위치는 알 수 있습니다. 현재 위치가 내가 배트를 휘둘러야 하는 위치인지 아닌지를 판단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배트를 휘두른다고해서 한번에 투자자금을 다 밀어넣는 것이 아니라 길고 긴 분할매수의 여정을 시작하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이야기입니다.

'매수를 위한 매수'보다는 '하나를 사더라도 더 좋은 가격에 잘 사자'하는게 이번글의 취지입니다.

2020년 1월 11일
송종식 드림


2019년 12월 6일 금요일

과유불급 (뉴스, 매매, 소음)

며칠전에 아래와 같은 이야기를 했던적이 있습니다. 많은 가치투자자들께서는 대번에 무슨 이야기인지 아실법한 이야기입니다.


" 저도 주위를 보고 배우는 입장에서 가만보면 투자 잘하는 분들과 못하는 분들의 차이가 어렴풋이 드러나는 부분이 있는데요. 
트럼프, 미중갈등 분석, 매파, 비둘기파, 환율, 금리, 일자리 발표, 연방준비제도, etf, 금값, 북한, 미사일.. 등등 이런 거시적인거 좋아하고 집중하는 분들은 똑똑한 분들은 많은데 잘 버는 사람은 거의 못봤고.. 
주식으로 성공한 사람들 대부분 거시는 되도록 무시하고 개별 기업에 정말 미친듯이 집중하는 경향이 있는것 같습니다. 트럼프 시진핑이 뭔 소리를 하던 관심없고 투자중인 우리회사가 물건 잘 파는지 추적하는데만 집중 "

이 이야기가 갑자기 여기저기 회자되었습니다. 아무래도 말이 짧다보니 오해도 많은 것 같습니다. 몇몇분들께서 오해섞인 질문을 주셨습니다. 송구스럽지만 일일이 답장을 드리기는 힘듭니다. 그래서 블로그 지면을 빌어서 그 오해를 풀고 넘어가겠습니다.

탑다운과 바텀업?


절대로 '탑다운은 돈을 못 벌고, 바텀업은 잘 번다'. 이런 의도로 작성한 글이 아닙니다. 물론, 때에 따라서는 탑다운으로 투자 아이디어를 얻기도 합니다. 그리고 그보다 더 거시적인 시각을 갖고 외환과 같은 거대한 시장에서 돈을 버는 분들도 분명히 계십니다. 그러나 저는 저 글을 바텀업과 탑다운 개념으로 작성한 게 아닙니다.

우리는 주식 가치투자자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연준, 미국 일자리 증감 발표, 트럼프의 트윗, 금값의 등락.. 이런 것들은 뉴스라기 보다는 소음에 가깝습니다. 우리가 투자하는데 사실 없어도 그만인 뉴스들입니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이 저런 뉴스에 휘둘립니다. 그때그때 공포와 환희를 느낍니다. 그러면서, 내 주식과 아무 상관도 없는 소음에 휩쓸려 주식을 사거나 팝니다. 비극입니다. 이것은 마치 '오리고기를 좋아하는 내가 오늘 저녁에 오리고기를 먹을 예정이니, 내일 오리고기 주식이 오를것이다.'라는 추론 만큼 쓸모 없는 연관성을 지닌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그리고 탑다운과 바텀업 이야기를 하시는 분들이 많으셔서 첨언합니다. 실제, 슈퍼개미로 성장하시는 분들 대부분이 보통주 바텀업 투자자들입니다. 내가 투자하는 회사에 집중해야 돈을 벌 확률이 높아집니다.

예전에도 제 블로그에서 말씀드렸습니다만, 회사가 장사를 잘 하는지 회사 공장 앞산에 앉아서 하루 종일 트럭이 날고 드는 걸 체크하시는 분, 일감이 많아서 명절에도 일하는지 골판지 공장에 연기나는거 체크하러 가는 사람, 직원들과 친해지려고 지방에 있는 회사 본사옆에 원룸을 얻어놓고 점심때마다 구내식당으로 출근해서 직원들과 밥 먹고 친해지는 사람, 머리 싸매고 회사의 매출과 이익을 추정하기 위해 숫자와 씨름하는 사람, 하루에 회사에 꼬박꼬박 2통씩 전화하는 사람 등등. 자기가 투자하는 회사에 집중을 하는 사람.. 이런 사람들이 투자로 성공을 합니다.

정확한 것을 추구하는 분들도 계시지만 결국은 통찰력과 엉덩이 싸움입니다.


" 뉴스 소음에 휘둘리지 않는법, 
"싸면 산다. 비싸면 판다" 끝.
우리 마음속에 환희나 공포를 부르는 모든 뉴스와 단절되세요. "

바텀업 투자자는 거시를 아주 무시해야 하나?


반드시 그런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투자를 하다보면 습관적으로 많이 읽게 됩니다. 아마 제 블로그에 들르시는 분들도 그러하시리라 생각합니다. 책, 간행물, 신문, 사업보고서, 다른 투자자들이 쓰는 글, 블로그 등등. 그렇다면 필연적으로 거시 상황도 인지하게 됩니다. 거시가 어떤 상태인지 아주 모르지는 않습니다. 다만 그것에 매몰되지는 않습니다.

그리고 거시지표도 꼭 필요한 것만 차용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회사의 매출이나 영업이익에 은값이 매우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는 경우에는 은시세 확인이 절대적으로 필요하겠죠. 회사의 순이익단이 달러/원 환율에 절대적인 영향을 받는다면 환율 역시 실적을 체크하는데 중요한 팩터가 됩니다. 거시지표라고 해도 회사의 펀더멘털과 관련된 거시지표에만 집중해서 체크합니다.

가슴은 멀리, 손은 가까이


여러분들께서 작은 가게를 하나 운영한다고 생각해봅시다. 인천광역시 구월동에서 키즈카페를 운영하고 있다고 가정하겠습니다. 우린 이게 전재산이라서 열심히 운영을 해야합니다.

자다가 새벽에 일어나서 뉴스를 보니 트럼프가 또 이상한 트윗을 올렸습니다. 중국과의 무역전쟁을 확전한다는 소식입니다. 그렇다면 나는 내일 아침에 키즈카페를 팔아야 할까요? 그 트윗이 너무 무섭게 느껴지나요? 트럼프는 조울증 환자인지, 그 다음날에는 또 중국과 화해 분위기라고 트윗을 올립니다. 그리고 오늘은 연준에서 비둘기파(dovish)와 매파(hawkish)가 싸웠다고 합니다. 그런데 비둘기가 이겼다네요.

자, 그럼 내일은 또 어제 팔았던 키즈카페를 다시 사와야 될까요?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합니다. 말이 안되고요. 구월동에서 키즈카페를 운영한다면 저런 뉴스는 신경 쓸 필요도 없습니다. 우리는 어떻게 하면 아이들이 재미있게 놀다갈지, 부모님들이 편안하게 쉬다 갈지, 매출을 올리고 이익을 올릴지, 우리가 하는 장사에만 집중하면 됩니다.

투자도 마찬가지입니다. 가치투자자들이라고 대형주 소형주를 따지지는 않을것입니다. 안전마진이 있거나 향후 성장성이 보인다면 투자를 하겠죠. 그런데, 대부분 가치투자자들은 중소형주에 투자를 많이 합니다. 핫도그 만드는 회사에 투자중이면 핫도그 잘 파는지에만 집중하면 됩니다. 수액을 파는 회사면 수액 사업을 하는데 필요한 것들만 집중적으로 잘 체크하면 됩니다.

제가 말씀드리는 요지는 대부분의 뉴스는 소음이라는 의미입니다. 안 들어도 되는 소음에 귀를 노출시키지 맙시다. 꾼들은 그런 뉴스를 들어도 심리적 동요가 전혀 없을거라 생각합니다. 그러나 아직 경험이 풍부하지 않은 투자자들은 마음이 요동칩니다. 내가 가진 종목과 전혀 상관이 없는 뉴스를 보고도 무서워서 주식을 팔고, 또 어떤때는 반대로 마음이 급해져서 나쁜가격에 주식을 삽니다. 소음의 위험성입니다.

소음은 매매를 유도하고, 매매가 많으면 진다


카지노에 가면 많은 게임들이 있습니다. 카지노 게임들은 기본적으로 카지노 측이 이기도록 설계돼 있습니다. 그 확률 차이는 너무 미미해서 도박에 중독된 플레이어들은 느끼지 못할 정도입니다. 기본적으로 카지노가 이길 확률이 최소 50.1%입니다.

출처 : pixabay

만약 카지노가 이길 확률이 51%, 플레이어가 이길 확률이 49%인 게임이 있다고 합니다. 이 둘이 게임을 하면 플레이어가 이길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두번째 게임은 첫번째 게임과 전혀 연관고리가 없습니다. 그러므로 플레이어가 이길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카지노 기계의 대수가 늘어나고 게임을 플레이 하는 횟수가 늘어나면 이것은 확률의 영향을 받습니다. 점점 카지노는 51%에 가까운 승률로 향하게 되고 플레이어들의 돈은 카지노의 주머니로 들어가게 됩니다.

주식투자도 마찬가지입니다. 소음은 불필요한 매매를 유도합니다. 아주 긴 기간 동안의 주가는 펀더멘털을 따라갑니다. 그러나 뉴스에 의한 단기 매매는 펀더멘털을 전혀 반영하지 못합니다. 그러므로 이런 매매의 결과값은 랜덤입니다. 단기적으로 주가가 오를지 내릴지는 철저히 랜덤워크 이론에 따릅니다.

랜덤워크 안에서 단기 매매 횟수를 늘리면 주식 투자자는 점점 자산을 잃게됩니다. 앞서 보았던 카지노 플레이어와 똑같은 처지에 처하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매매를 하면할수록 세금과 수수료라는 매매비용을 잃기 때문입니다.

* 위의 글의 견해는 많은 어디까지나 제 개인적인 견해일 뿐입니다. 다양한 생각이 공존하는 시장 참여자 한명의 생각으로 이해를 해주시고 양해해주시면 감사드리겠습니다.

2019년 12월 6일
송종식 드림


2019년 9월 19일 목요일

가치와 가격이 작동하는 방식 (feat.한국형 가치투자)

두 가지 흐름: 가격(센티멘트) - 가치(펀더멘털)


가치와 가격이 작동하는 방식을 알면 마음이 편안합니다. 그것을 알고 진득하게 기다리면 투자로 실패할 확률은 많이 줄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단기간에 폭발적인 수익을 올리는 건 모든 사람들의 욕심입니다. 확률적으로도 모두가 그렇게 할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가격과 가치의 관계를 알고, 안전마진을 확보한 뒤 투자를 하면 많은 사람들이 꾸준히 수익을 쌓아나갈 수 있다고 믿습니다.

가치와 가격의 움직임의 예 <자료: 송종식>

위의 그림에서 주황색 선은 기업의 가치를 의미합니다. 까만색 선은 가격입니다. 위의 기업은 꾸준히 가치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주가는 기업의 가치를 중심으로 오르락 내리락하고 있습니다.

계획과 실제

위의 도식은 가치와 가격의 관계를 쉽게 설명하려고 만든 것입니다. 따라서 도식화 된 그림에서 기업의 가치는 선형으로 증가합니다. 주가 역시 주기적으로 등락을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현실은 이와 달리 예측 불가능합니다. 실제로는 아래의 그림처럼 오르락내리락 하면서 온갖 장애물을 건너가야 마침내 목적지에 도달합니다. 이 그림은 우여곡절이 많지만 어쨌든 목적지는 시작지보다 우상향이네요. 가치와 가격의 관계를 쉽게 설명드리기 위함이니, 가치-가격의 움직임을 단순화 한 그림에 대해 이해를 부탁드리겠습니다.

가격이 적정가치 아래로 내려오면.. <출처: 송종식>

가치투자자들은 통상 가격이 적정가치 아래로 내려오면 안전마진이 있다고 봅니다. 위의 그림에서는 주황색 선 아래의 노란색 영역이 안전마진이 있는 구간입니다.

주가는 가치에 평균회귀한다 <출처: 송종식>

이 그래프를 숙지하는 건 중요합니다. 주가는 적정가치를 중심으로 움직입니다. 주가가 계속 올라서 과대평가 되면 하락 압력을 받습니다. 주가가 계속 내리면 상승 압력을 받습니다. 주가는 기업의 가치를 중심으로 '평균회귀'하려는 습성을 대체로 가지고 있습니다. 주가가 가치보다 낮은 상태에서 우리는 현재 주가가 '안전마진'이 있는 가격이다라고 말합니다. 여기서 기업의 가치는 DCF와 같은 도구를 사용하여 미래의 예상 현금흐름을 모두 합해서 할인 하는 방법으로 산출하기도 하고, 내년 또는 그 이후의 예상 이익과 추정 멀티플(PER)을 추정하여 산출하는 단순한 방법도 있습니다. 그 외에도 기업의 가치를 평가하는 도구는 무수히 많습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추후에 다루어 보겠습니다.

안전마진에 대한 정의도 투자자들마다 다르게 할 수 있습니다. 어떤 가치투자자는 '적정주가-현재주가'의 차액이 안전마진이라고 보기도 하고, 다른 어떤 가치투자자들은 '순유동자산-현재시가총액'이 안전마진이라고 말하기도 합니다.

투자자들마다 가치와 안전마진을 정의하고 생각하는 기준은 조금씩 다릅니다. 그러나 공통점은 기업에 대해 충분히 공부를 하여, 적정주가를 산출하고, 안전마진이 충분한 상태에서 주식을 매입한다는 점입니다.

빨간색 동그라미를 친 부분은 '주가의 단기 변동성은 펀더멘털과 관계가 없다'는 점을 보여줍니다. 주가는 장기적으로는 펀더멘털을 중심으로 움직입니다. 그러나, 단기적으로는 펀더멘털과 별 관계 없이 랜덤워크 이론을 따릅니다. 단기 실적에 따라 수급이 몰리기도 하고, 뉴스에 따라 주가가 요동치기도 합니다. 심지어 중소형주의 경우에는 누군가가 돈이 급해서 주식을 팔면 주가가 급락하기도 합니다.

앙드레코스톨라니의 '주인과 개' 이론 <출처: 송종식>

성공한 개인투자자로 자유를 누리며 살았던 앙드레코스톨라니는 기업의 가치와 주가의 관계를 '개와 주인'이라고 묘사했습니다. 개와 주인이 산책을 하면 주인이 앞서 걷기도 하고, 개가 앞서 걷기도 합니다. 개와 주인이 앞서거니 뒷서거니 하면서 걷습니다. 개는 가끔 주인과 멀리 떨어져서 다른 곳에 관심을 보이기도 하고 이내 다시 주인 곁으로 다가오기도 합니다. 이런 모습을 기업의 가치와 주가의 관계로 표현했는데, 표현 발상이 재미있습니다.

하워드막스의 시계추 이론 <출처: 송종식>

오크트리캐피털의 하워드막스는 최근 한국에서 이름이 많이 오르내리는 투자자입니다. 버핏도 하워드막스가 쓰는 메모를 매일 읽는다고 합니다. 하워드 막스는 주가와 가치가 정확하게 일치하는 순간은 '찰나'라고 했습니다. 주가는 항상 고평가 또는 저평가 상태로 왜곡돼 있다고 주장하였습니다.



벤저민 그레이엄의 '미스터마켓' (위)
워런 버핏의 '삼진아웃이 없는 투구' (아래)
<자료: 송종식>

투자 대가들 모두 같은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두분만 더 인용을 하겠습니다. 가치투자의 아버지 벤저민 그레이엄과 가치투자자들의 록스타! 워런버핏입니다.

그레이엄은 '미스터마켓'이라는 단어를 고안했습니다. 이 사람은 매일 아침 우리를 찾아와서 회사의 가격을 제시합니다. 어떤 날은 500원을 부르기도 하고, 어떤날은 1,000원을 부르기도합니다. 우리는 미스터마켓이 제시하는 모든 가격에 응대할 필요가 없습니다. 우리가 원하는 가격이 오면 사거나, 팔면됩니다. 미스터마켓은 조울증이 있어서 가끔은 좋은 회사를 아주 싼 가격에 내놓기도 합니다. 이런 기회를 놓치지 말고 잡아야 합니다.

버핏은 주가를 '삼진아웃이 없는 투구'라고 불렀습니다. 야구 선수와 달리, 우리는 원하는 공(가격)이 들어올 때까지 수백, 수천개의 공을 그냥 흘려보낼 수 있습니다. 그래도 아웃을 당하지 않습니다. 원하는 공이 들어올때만 배트를 휘두르면 됩니다.

자료 : 송종식

우리는 신이 아닙니다. 가격의 하락과 상승이 언제까지 진행될지? 가격이 얼마나 내리고 오를지? 그 누가 와도 정확하게 예측할 수 없습니다.

중수 가치투자자와 투자 대가의 차이


아래의 내용은 개인적인 생각입니다. 오랫동안 시장과 시장 참여자들을 지켜보았습니다. 그 중에 큰 돈을 벌고 성공한 지인들도 많고, 나름대로 착실히 자산을 불려가는 분들도 많습니다. 저도 주식 투자를 통해서 작으나마 돈을 벌어오고 있는 입장이구요.

이 과정에서 중수투자자와 대가 투자자의 명확한 차이를 목격하게 되었습니다.

그 몇가지 차이는 다음과 같습니다.

1) 가격에 변화에 민감한가? 덜 민감한가?
2) 머무를 수 있는 엉덩이의 무게와 끈기는 어느 정도인가?
3) 펀더멘털의 미래를 믿는가? 가격과 가치의 차익거래를 믿는가?

딱 이것입니다.

<그림: 송종식>

위의 그림은 중수 가치투자자의 일반적인 매매패턴을 도식화 한 것입니다. 기업가치가 꾸준히 높아지는 기업을 가치보다 저평가 상태일 때 분할매수합니다. 그리고 가격이 높아져서 가치보다 비싸지만 비중을 줄이는 패턴을 반복합니다. 한 싸이클이 1개월이 걸릴지, 10년이 걸릴지는 모릅니다.

이런식의 투자는 가치투자 베이스의 차익거래라고 생각합니다. 가격과 가치의 괴리를 이용해서 투자 대가들 보다는 조금 더 활발하게 매매를 하는 것이죠. 물론, 단기 거래자들처럼 주식을 자주 사고 팔지는 않습니다만, 대가들처럼 특정 종목으로 10배~100배 수익을 올리는 대신, 적당한 수익을 꾸준히 누적해 나가는 방식입니다.

어떤 분께서는 이 방식이 가치투자가 아니라고 말합니다. 심지어 이 방법으로 투자하면 '가짜 가치투자자'라고까지 말하더군요. 그렇지만 이 방법도 분명 가치투자입니다. 가치투자를 가장 잘 정의한 벤저민 그레이엄의 가치투자 정의에 따르면 '1) 철저한 분석과, 2) 적절한 수익, 3) 원금의 안정성' 이 3가지 원칙을 지키려고 하면 모두 가치투자의 범주에 포함됩니다. 벤저민 그레이엄 역시 비싸진 종목은 적극적으로 매도하여 이익을 실현하였고요.

그리고 실제 가치투자자들은 무조건 이 방법만 쓰는게 아니고 영구 보유하는 종목이 있는가 하면 가격과 가치의 괴리를 이용해서 적극적으로 매매하는 종목도 있고, 어느 한 방법에만 국한된 투자는 하지 않습니다.

<그림: 송종식>

대가들의 경우에도 미래에 기업가치가 높아질만한 기업을 골라 투자합니다. 중수투자자와 다른 점은 안전마진이 커지면 매수해서 주식 수량을 늘리고, 기업가치가 다소 비싸져도 어지간하면 매도를 안한다는 점입니다. 이들은 기업의 펀더멘털이 시간이 갈수록 강해지고, 기업의 가치가 먼 미래에도 높아질거라 생각하면 당장 가격이 조금 비싸진다고 매도하지 않습니다. 먼 미래에 훨씬 더 높아져 있을 회사 가치를 생각하며 매수만으로 대응하고 그냥 쭉 홀딩합니다.

앞서, 중수투자자는 누구나 조금 공부하고 노력하면 도달할 수 있는 경지입니다. 그러나 여기까지 도달하는 투자자도 시장 참여자의 4%가 안된다고 합니다. 그럼 막대한 자산가가 될 수 있는 대가 투자자는 어떨까요? 대가의 경지는 배워서 되는 부분이 아니고, 잔기술로 되는 부분도 아닌, 기질의 문제라고 생각됩니다. 엄청난 끈기와 믿음, 엉덩이의 힘은 투자에 대해서 조금 더 배웠다고 되는 것이 아닙니다. 여기에서 위대한 투자자와 그저그런 투자자가 갈립니다.

한국에서 자주 목격되는 몇가지 가격-가치 패턴


<그림: 송종식>

회사의 가치보다 주가가 항상 고평가 된 상태입니다. 그리고 이 상태로 회사 가치도 오르고 주가도 꾸준히 오르는 경우입니다. 대표적인 종목으로 LG생활건강과 같은 경우가 있습니다. LG생건은 십수년전부터 '비싸다' 소리를 들었지만 높은 멀티플을 받으면서 비싼 상태로 주가가 꾸준히 올랐습니다.


<그림: 송종식>

LG생활건강이 이렇게 된다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오해없길 바랍니다. 장기간 실적이 올라왔고, 주가도 약간의 높은 멀티플을 받으면서 꾸준히 증가해왔습니다. 그러다가, 실적 성장세가 조금만 둔화되면 주가는 이보다 더 과격한 반응을 보이며 떨어질 수 있습니다.

<그림: 송종식>

기업가치가 낮아지는 기업, 그리고 그것이 개선될 여지가 없는 기업의 주식은 애초에 사면 안됩니다.

<그림: 송종식>

우리나라에서 이런 경우는 적지 않게 발견됩니다. 기업의 가치는 꾸준히 높아지고 있지만, 주가는 오히려 더 낮아지거나 못 오르는 경우입니다. 가치투자 철학을 갖고 장기투자를 하더라도 어려움에 처하게 되는 경우가 대부분 이런 종목에서 발생합니다.

기업의 가치가 높아질 때 주가는 못 오르다가, 기업 가치가 낮아지면서 그나마 저평가이던 주가가 기업가치 훼손과 함께 떨어지는 경우입니다.

이런 경우가 적지 않게 발견되므로, 아무리 싸고 좋은 기업이라고 해도 한종목에 몰빵투자 하는 것은 위험합니다.

<그림: 송종식>

기업의 가치가 훼손되자 주가는 이것보다 더 과도하게 하락합니다. 그리고 얻어맞을만큼 맞고 장기간 찌들린 주가는 약간의 실적 개선세만 동반되어도 더 극적으로 턴어라운드 합니다. 이런 경우 역시 우리나라에서 쉽게 발견되는 케이스입니다. 그래서, 극단적 저PBR주만 찾아서 턴어라운드가 가능한 기업을 찾아다니는 전업투자자들도 많습니다.

<그림: 송종식>

안전마진이 유지되는 상태로 기업의 가치와 주가가 장기간 동반상승하는 케이스입니다. 이 경우는 중수투자자의 경우에도 주식을 매도할 일이 없으니 부담없이 장기투자가 가능합니다.

<그림: 송종식>

기업의 실적이나 펀더멘털의 가치와 무관하게 주가만 급등하는 경우입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흔히 볼 수 있는 케이스입니다. 내가 가진 종목이 실적이나 가치와 무관하게 급등하면 감사히 매도하면 됩니다. 반면에, 이미 주가가 오른 상태에서는 회사에 특별한 변화가 없는한 가치투자자들은 절대로 매수하지 않습니다.

<그림: 송종식>

테마로 급등한 주가는 대부분 왼쪽의 경우처럼 원래 가격대로 급락합니다. 오른쪽의 경우에는 테마가 실제 실적으로 연결된 케이스입니다. 주가가 실적을 선반영 했기 때문에 실적이 나와도 주가가 움직이지 않거나, 되려 떨어질 가능성도 있습니다. 주가가 재차 더 상승하려면 더욱 강력한 실적 모멘텀이 나와주어야 합니다.

우리의 맞은편에: 조지소로스의 재귀성 이론


가치투자자들은 주가가 (장기적으로) 가치에 수렴한다고 믿습니다. 그러나 그 반대의 논리를 펴는 사람도 있습니다. 유명한 트레이더이자 투기꾼인 조지소로스입니다.

조지소로스의 재귀성 이론 <출처: 조지소로스의 저서>

가격이 먼저 움직이면 가격이 가치를 만들기도 한다는 논리입니다. 예를들면 주가의 꾸준한 상승은 실제로 기업의 이미지를 개선하거나, 자금 유치를 원활하게 하는 등의 도움을 주고, 이는 기업의 펀더멘털 개선으로 연결될 수 있다는 논리입니다. 그리고 시장에는 정보가 새는 일도 많기 때문에, 펀더멘털의 변화보다 앞서서 가격이 먼저 움직이는 경우도 많다는 논리입니다.

그리고 재귀성 이론의 또 하나의 논리는 '이슈 발생 초반의 변동성'에 관한것입니다. 위의 그림에서 보시다시피, EPS가 상승하는 초기에 주가는 EPS의 상승폭보다 더 가파르게 상승합니다. 그리고 EPS증가세가 둔화되면 주가는 고점을 찍고 꺾입니다. 이때, 주가의 꺾이는 각도는 매우 가파릅니다. 이처럼 주가는 EPS의 변동보다 더 격정적으로 움직이다가 시간이 갈수록 안정되고, 주가와 EPS는 발을 맞춰서 걷는다는 것이 조지소로스의 논리입니다. 군중심리와 인간심리를 정말 잘 묘사했다고 생각합니다.



이 포스팅과 관련된 내용으로 비디오를 하나 만들었습니다. 유튜브에 올려두었으니 글을 모두 읽을 시간이 부족한 분들께서는 영상을 통해서 내용을 확인하셔도 됩니다.

개인적으로 무언가 만드는 것을 좋아해서 글도 쓰고 영상도 만들고 있습니다. 그리고 창작 과정에서 개인적으로 공부도 많이 하고 있습니다.

주식 컨텐츠는 저변이 좁습니다. 그러므로, 유튜브로 성공할 가능성은 당연히 0%에 수렴합니다. 빤히 그걸 알지만, 저와 생각이 맞는 소수의 투자자분들이라도 함께 소통하면 재미있을거라 생각하고 유튜브 채널과 블로그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좋은 인연을 많이 만들어 나갔으면 싶습니다. 많은 이용 부탁드립니다.

2019년 9월 19일
송종식 드림


2017년 12월 21일 목요일

신라젠, 비트코인, 버블, 인간의 광기와 망각 그리고 기술혁신

주의) 제대로 공부하고 분석을 한 뒤, 자신만의 철학과 믿음을 가지고 신라젠, 비트코인 등에 투자하는 분들에 대한 이야기는 아닙니다. 그런 분들은 이 글을 읽으시면 감정이 상할 소지가 많은 글 입니다. 신라젠, 비트코인 강성 투자자분들은 기분이 상하실 수 있으니 가급적 읽지 않으시길 바랍니다. 미리 양해를 구합니다. 이 글은 초심자의 행운을 잡은 뒤 어깨에 잔뜩 힘이 들어가, 실력있고 상식적인 투자자들의 커뮤니티에 들어와 분위기를 망치는 사람들을 위한 글입니다. 또, 제 자신의 마음을 다잡고 돌아보고자 쓰는 글 입니다. 널리 이해해주시면 감사드리겠습니다.

제 블로그의 투자 카테고리와 맞지 않는 주제여서 비트코인 이야기를 쓸지 말지 고민을 조금 했습니다. 테크(Tech) 카테고리에서는 얼마든지 다룰 수 있는 주제입니다만.. 결론은 투자 카테고리에서도 비트코인 이야기를 쓰는 쪽으로 내렸는데, 주변분들의 생각과 태도를 보니 걱정되는 부분이 많았기 때문입니다. 부디 제 블로그를 보시는 분들이라도 한번쯤은 생각해 보셨으면 싶은 것들을 글로 남겨두겠습니다.

보통 제가 긴 블로그 포스팅 하나를 쓰는데는 몇일에서 몇주씩 걸립니다. 글을 마무리 하는 시점에서는 먼 과거 이야기가 될테지만, 지금 현재는 제가 거주하는 지역 커뮤니티의 어머니들 입에서도 '가상화폐', '비트코인', '암호화폐'와 같은 단어들이 오르내리기 시작합니다.

사람들은 2만원의 가치가 있는 투자 대상이 1만원대에서 가격이 형성돼 있으면 관심을 안 가집니다. 뭔지는 모르겠지만 자고 일어나면 가격이 오르고, 처음에는 긴가민가 하다가도 주변에서 투자를 해서 돈을 벌었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머뭇거리는 사이에 계속 가격이 치고 올라가면 너도나도 열광하고 달려들어 결국엔 큰 화를 입고 나오는 경향이 있습니다. 투자의 대상만 다를 뿐 이는 항상 반복되는 일입니다.

주식하고 같은거라고? 헐!


금융이나 IT쪽에 전혀 관심 없는 분들께서 비트코인에 갑자기 관심 갖는건 당연한 이유겠죠.

"누가 얼마를 벌어서 대박쳤다더라!"

그분들끼리 하시는 말씀이 대부분 이렇습니다. 특히, 아주머니들끼리 하는 이야기를 들어보면 주로 이런 이야기가 자주 나옵니다. 조금 더 관심있는 A가 아무것도 모르는 B에게 비트코인을 설명하길..

"그거 주식하고 비슷한거에요. 수시로 가격이 번쩍거리면서 바뀌어요. 정신없어요."

제 블로그에 오시는 분들께서는 "헉!" 하실 것 같습니다. 그런데, 저거 실화입니다. 아주머니들께서 저렇게 말하는것을 몇번이나 들었습니다. 특히 젊은 애기엄마들까지도요.

이참에 어머님들께 한 말씀 드리겠습니다. 어머님들, 비트코인하고 주식하고는 펀더멘털은 물론이고 개념자체가 완전히 다른거에요. "무조건 사고 팔아서 돈만 벌면 장땡이지"가 중요한게 아닙니다.



형, 비트코인 가격 봤어요?


몇달 전, 오랜만에 개발자 출신 동생을 만났습니다. 고등학교 시절부터 쭉 봐오던 친구인데 사회 나와서는 자주 못 봤습니다. 가끔 만나면 말도 잘 통하고 서글서글하니 좋은 동생입니다. 어릴적부터 컴퓨터에 빠져 산 골수 개발자였는데 생뚱맞게 서강대 경제학과를 졸업했습니다. 머리도 팽팽 잘 돌아가고 개발도 곧잘합니다. 개발자 출신임에도 비지니스나 투자에 관심이 많다보니, 아니나 다를까 그 친구는 저를 만나자 마자 당시 핫했던 비트코인에 대해 물어보았습니다.

+ 형, 비트코인 가격 봤어요? 500만원 넘을거 같은데..
= 응, 봤어.
+ 얼마까지 오를거 같아요?
= 가치 평가가 불가능하지만, 버블은 일단 불 붙으면 미친듯이 오르긴 할테니까..
+ 얼마까지 갈지는 모르는거군요?
= 응 모르지. 내일 당장 폭락할수도 있고, 아니면 5천만원이 넘거나 1억이 넘을수도 있는거고.
+ 그렇긴하죠. 그럼 투자는 아예 안 하실건가요?
= 응, 엄청나게 오를 가능성은 크지만, 가치평가가 불가능해서 형은 안 사려고.
+ 그래도 사보시지, 적당히 수익 내고 탈출하면 되잖아요.
= 그게 대부분의 사람들 논리인데, 탈출하는 타이밍을 제대로 알 수 있으면 금방 억만장자 되겠다야.
+ 그렇긴하죠. 탈출 타이밍 잡는건 불가능이죠. 그리고 비트코인이 버블인건 확실해요.

버블 자산에 투자하는 투자자들은 이렇게 말합니다.

"10원일때도 버블이라더니, 50원일 때도 버블이라하네, 그런데 지금 200원이나 하잖아! 승자는 우리야!"

뭐, 단기적인 결과만 놓고보면 그렇기는 하죠. 그런데 가치투자자가 버블 자산 근처에도 안가는 투자 원칙을 지켰다고 해서 루저는 아닙니다. 그리고 인생을 하루나 이틀만 살 건 아니잖아요? 10년 후, 20년 후에도 그 버블 사냥꾼들이 저런 말을 할 수 있는 처지로 살아가는지 지켜보면 될 일입니다. 시장 이슈를 좇아 급등주나 코인을 오가는 투자자 중 일부는 단기간에 큰돈을 벌기는 할겁니다. 그러나, 빛의 속도로 가난해지는 사람이 더 많을거라고 확신합니다. 저는 노름 기술이 없습니다. 그래서 빛의 속도로 가난해지기 싫기 때문에 근처에도 안갑니다.

제가 아무래도 개발자 출신인데다, 기술쪽 이슈에도 민감하다보니 비트코인의 존재에 대해서는 이미 몇년전부터 알고 있었습니다. 몇해전에도 모멘텀 투자쪽으로 눈이 밝은 지인들 사이에서 가볍게 비트코인 바람이 불긴했습니다. 그때 그 지인들은 큰 재미를 못 본걸로 기억합니다. 비트코인이 100만원이 안될때였습니다. 이번에 만들어진 비트코인의 가격 추세는 가격 자체만 놓고보면 진짜 상승 추세가 만들어지기는 했습니다.

그러나, 저는 비트코인을 단 1사토시도 사지 않았습니다. 알고서도 못 샀으니 바보 같아 보일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저도 인간인 이상 아쉬운 마음이 아주 없지는 않습니다. 다만, 저의 투자 원칙을 지켜나가는 것에 대한 뿌듯한 감정이 더 큽니다. 세상 모든 이슈에 매번 불나방처럼 뛰어들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1) 이미 세상이 관심을 가지는, 이슈가 붙은 자산은 가격이 상당히 올라와 있어서 투자 리스크가 높습니다.
2) 자산의 가격이 긴박하게 급변동하는 상황에서는 마음의 안정을 취한채 투자할 대상을 분석하고 공부하기가 힘듭니다.
3) 이미 가격이 왜곡된 상태에서는 밸류에이션을 할 때, 투자자의 판단력 자체도 교란되거나 왜곡됩니다.
4) 가격을 올린 세력이나 대중들의 논리를 여과없이 받아들여, 비판적 사고와 리스크 분석없이 투기에 긍정적으로 동참하게 될 가능성이 큽니다.
5) 버블 상태에 있는 자산은 짬내서 아무리 공부를 해봐도 밸류에이션 자체가 불가능한 투자 대상이 대부분입니다.
6) 미래를 보는 저의 능력이나 안목이 버블을 만드는 사람들 보다 부족할 수 있습니다.
7) 저의 정체성은 시장의 오해로 적정한 가치보다 가격이 훨씬 싼 자산에 투자하고 기다리는 가치투자자입니다. 물론 어떤 자산의 가격이 단기간에 급등했어도, 실제 가치보다 싸다면 따라서 사기도 합니다.

제가 보수적으로 잃지 않는 투자를 하기 위해, 가치투자를 하는 이유는 딱 하나입니다. 투자는 하면 할수록 어렵다고 느끼기 때문입니다. 공부하고, 투자를 할수록 더 오묘하고 어렵습니다. 점점 보수적으로 투자하게 됩니다. 대형 음식료 기업의 내후년 매출도 추정하기가 어렵습니다. 하물며 한치앞을 보기 힘든 투기성 투자 대상들은 제 입장에서 얼마나 더 분석하기가 어렵겠습니까?

누가 얼마를 벌었다더라, 대박 났다더라


현명한 투자자들의 판단력을 망쳐놓는 것은, 주변의 이런 이야기로 촉발되는 '조급함'과 '질투심'입니다.

이런 이야기에 신경도 쓰시면 안됩니다. 이런 이야기들에 흔들려서 자신의 투자 철학이 흔들리기 시작하면 계좌가 마이너스로 돌아서는 것은 순식간입니다.

특히, 투자 철학이나 지식이 빈약한 사람이 남들의 저런 이야기를 듣고 버블에 올라탔는데 정말로 단기간에 큰 수익이 나면 그게 가장 위험한 경우입니다.

설사 그 사람이 원래는 지식과 철학을 겸비한 가치투자자라고 해도 위험하기는 마찬가지 입니다. 그 사람의 자제력이 대단해서 다음 투자 사이클에서는 다시 원래대로 보수적인 투자를 한다면 괜찮습니다. 그러나 대부분 한번 단기간에 고수익을 맛보고 나면 보수적으로 잃지 않는 투자 따위는 머릿속에서 싹 지우게 됩니다.

한번 마약에 중독된 뇌는 마약을 떨쳐내기 어려운 것과 비슷한 이치입니다. 결국 그 사람은 투기적으로 고수익을 좇다가 많은 재산을 탕진하고 나서야 후회를 하게 될 확률이 높습니다.

출처 : https://m.blog.naver.com/PostView.nhn?blogId=wkwn70&logNo=220899844704
남해회사 버블에 말려든 뉴턴의 주식 매매 패턴 <클릭하면 커집니다>

과학자 뉴턴을 파멸로 이끈것도 주변의 잡음입니다. 남해회사(South Sea)에 200파운드 조금 안되는 가격에서 소액으로 진입했던 뉴턴은 320파운드 근처에서 성공적으로 매도하여 1차 투자를 성공합니다.

그러나 남해회사 주식은 뉴턴이 매도를 한 이후에도 계속 상승했습니다. 기록을 찾아보니 '당시에는 남해회사 주식을 사지 않으면 바보'라는 이야기가 돌 정도로 모두가 남해회사 주식 매수에 열을 올렸습니다. 어디서 많이 본 장면입니다. 인간의 본성은 시대가 흘러도 변하지 않습니다.

가격이 꼭지라고 생각하며 2차 진입을 자제하던 뉴턴은 당시 사회 분위기는 물론이고 주변 친구들이 남해회사에 투자하여 많은 돈을 벌자 친구들 보다 자기가 못할게 없다고 생각하고 700파운드가 넘는 가격에 대부분의 재산을 배팅합니다. 머지 않아 최고점을 찍은 남해회사는 순식간에 급락했고 뉴턴은 400~200파운드 사이에서 지분을 모두 청산합니다.

이때 뉴턴이 입은 손실 금액은 당시 뉴턴의 기본급 40년치에 해당하는 금액이었고, 평교수 200년치 연봉 수준의 규모였다고 합니다.

뉴턴은 "천체의 오차는 예측할 수 있어도, 인간의 광기는 예측불허다."라는 역사적 명언을 남깁니다. 그러나 인간의 광기를 탓하기 보다는 자신의 내면과 투자 철학을 못 다스린 뉴턴 본인의 잘못입니다. 위대한 과학자일지는 몰라도, 실패한 투자를 남탓으로 돌리는 전형적인 초보 투자자였습니다.

내 주머니에만 신경 쓸 것


시장에서 뜨거운 이슈가 있으면 관심을 갖고 공부를 하는 것 까지는 좋은 태도라고 생각합니다. 아예 안 보고 배척하는 것 보다는 지식이라도 습득하는 열린 자세가 더 낫다고 봅니다.

다만, 투기적으로 돈을 번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부러움'과 '질투심'을 과다하게 느끼면 안됩니다.

누군가가 1년만에 10배를 벌었다고 해서 내 계좌가 반으로 쪼그라 드는 것이 아닙니다. 누군가가 1년 만에 계좌가 반토막이 났다고 해서 내 계좌가 10배가 되는 것도 아닙니다.

투자의 장점은 혼자하는 지적 유희 게임이라는데 있습니다. 나 자신과 하는 게임이지, 남들과 벌이는 레이스가 아닙니다. 스포츠는 1등만 살아남지만, 주식 투자는 꼭 1등을 하지 않아도 됩니다. 어쨌든 수익만 내면 됩니다. 목적은 돈을 버는 것이지만, 그 과정에서 즐기는 지적 유희의 즐거움 또한 상당히 크다할 수 있습니다. 내가 공부하고 예측한대로 기업과 시장이 움직여주면 그 짜릿함을 평생 잊을 수 없습니다. 그리고 어쨌든 수익이 나면 수익은 시간이 갈수록 복리로 쌓여갑니다.

내 주머니에만 신경쓰고, 스스로 구축한 투자 원칙을 지키며, 꾸준히 공부하고, 건전하게 자산을 불려나가면서 멋진 삶을 사는 사람이 되면 어떨까 생각합니다.

투자자의 많은 불행은 "누가 얼마 벌어서 대박났대"로 시작하는 주변의 소음에 '질투'와 '부러움'을 느끼면서 시작됩니다. 자신의 투자 원칙을 깨게되고, 합리적인 판단과 사고방식을 잃게 됩니다. 이미 손실이 난 이후에는 후회를 해도 늦습니다.

비트코인이란 무엇인가?


비트코인은 블록체인 개념을 처음으로 구현한 서드파티 서비스입니다. 개인대 개인(P2P)의 안전한 거래를 보증하는 기술입니다. P2P 자체는 새로운 기술이 아닙니다. 2000년에 소리바다가 P2P MP3거래 서비스를 선 보였고, 토렌트도 익명으로 개인간 자료를 공유하는 훌륭한 P2P서비스였습니다.

구현 방법에 대한 방법론은 나카모토 사토시라는 가상의 인물이 자신의 논문을 통해서 제안하였습니다. 논문이 주목을 못 받자 사토시는 논문의 내용을 직접 구현하여 초보적인 블록체인 기술을 선보이는데, 이게 원시버전의 비트코인 입니다. 오픈소스로써 현재는 약 489명의 개발자들이 비트코인 코어의 소스코드를 커밋하였습니다.

그렇다면 블록체인이란 무엇인가?


비트코인 열풍을 보면서 비트코인에 주목할게 아니라 블록체인이라는 개념에 주목해야 합니다. 비트코인의 정확한 명칭을 붙이자면 '비트코인 블록체인' 정도가 될까요? 블록체인 개념을 처음 선 보인 서비스이니 상징적이기는 합니다. 블록체인 개념을 이용해서 만들어진 서비스이므로, 그 개념으로 기획하고 개발한다면 비트코인과 같은 서비스를 누구나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누구나 자유롭게 앱을 만들고, 누구나 자유롭게 웹서비스를 만들 수 있는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재미있게도 비트코인이 만들어지면서 블록체인이 고안됐다는 점이지만 어쨌든 중요한 개념은 블록체인이고, 서드파티는 비트코인입니다.

그래서인지 블록체인을 말할때 늘 암호화폐 이야기가 따라옵니다. 제가 보기에는 잘 쳐줘도 지역 상품권이나 카지노 칩, 또는 어떤 인증수단이거나 거래의 무결성을 증명하는 공개장부 수준인데 이게 왜 화폐라는 타이틀이 붙어서 가격이 폭등하는지는 이해가 안 갑니다. 제 생각에 화폐라는 타이틀은 과분하고, 다양한 서비스 밑단에 붙으면 유용한 역할들을 많이 할 수 있는 개념으로 보입니다.

블록체인을 소개할 때 "공개장부"라는 단어가 많이 나옵니다. 은행 장부는 은행 금고 깊숙한 곳에 있습니다. 오로지 은행에서 그 장부를 보유합니다. 철통보안 속에 장부는 보관되고, 매일 새벽에 전날의 거래내역이 갱신됩니다.

블록체인은 장부를 세상 사람 모두가 공유합니다. 사람들간에 거래를 모아 하나의 블록을 만듭니다. 이 블록은 대략 10분마다 새로 생성됩니다. 거래내역이 10분 마다 갱신된다는 의미입니다. 뒤에 생성되는 블록은 앞에 생성된 블록의 정보를 갖고 있습니다. 이런식으로 많은 블록들이 쭉 연결되면 블록체인이 됩니다.

특징은, 1) 중앙 통제 기관없이 개인간 거래가 가능하다는 점입니다. 2) 그리고 거래자의 익명성이 보장됩니다. 3) 이론상으로는 해킹이 불가능하지 않으나 현실적으로는 불가능합니다. 중간에 변조된 블록은 다른 다수의 컴퓨팅 파워에 의해서 변조된 블록으로 처리되고 노드에서 제외됩니다.

이론상 노드에 연결된 컴퓨터 51%의 블록을 변조 시켜야 하는데 들어가는 비용이 얻을 수 있는 기대이익보다 적습니다. 블록체인 자체의 해킹 니즈가 생길 수 없습니다.

최대한 쉽게 쓴다고 썼는데 말이 길어지는 것 같습니다. 비트코인의 기술적인 부분이 더 궁금하신 분들은 다음 링크를 참고해 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 비트코인 공식 홈페이지에서 소개하는 간단한 개념
- 이완해님의 비트코인의 기술적 원리 강좌
- HomoEfficio님의 블록체인 기본 원리 소개

블록생성 원리 요약, 클릭하면 커집니다
<출처 : https://www.cgdev.org>

비트코인에게 '화폐'라는 단어도 적합한가?


앞서 말씀드렸지만 비트코인은 블록체인으로 구현된 서드파티 서비스라고 라고 말씀드렸습니다. 비트코인은 블록체인 개념으로 만든 '상품'이나 '인증서'에 가깝지 '화폐' 개념으로 접근하기에는 조금 무리가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 제가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를 몇가지 들어보겠습니다.

모두의 신뢰


화폐의 근간이 되는 것은 구성원들의 '신뢰'입니다. 누구나 그 화폐를 갖고 싶어해야 합니다. 어디서나 그 화폐를 이용해서 물건을 살 수 있어야 하고, 화폐가 공정가치를 평가할 수 있는 기준이 될 수 있어야 합니다.

금본위제를 채택한 시대에는 화폐의 수량만큼 금이 있다는 사람들의 믿음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화폐는 금으로 태환도 가능했구요.

그러나 금본위제에서 이탈한 이후의 화폐는 물리적으로 보면 종이쪼가리에 지나지 않는 폐지에 불과합니다. 그 종이쪼가리를 벌려고 사람들은 자신의 청춘을 버려가면서 일을 합니다. 심지어 종이쪼가리 때문에 살인도 일어납니다. 물론, 화폐에는 종이쪼가리만 있는게 아니라 금속으로 만든 동전도 있고, 요즘처럼 화면에 전자적 방법으로만 표시되는 등 형태는 다양해졌습니다. 어쨌든 무엇이 되었든 그것의 가치를 금이 보장해주지 않습니다.

화폐의 가치를 지탱하는 가장 큰 힘은 사람들의 '믿음'과 '신뢰'입니다. 사회 구성원 누구라도 그 화폐를 갖고 싶어합니다. 화폐를 들고 어디에서 무엇이라도 살 수 있습니다. 물론 정치나 경제 상황이 불안정한 나라들은 예외의 경우도 있습니다만 화폐란 그렇습니다.

비트코인은 어떤가요? 사회 구성원 모두가 비트코인을 화폐로 인정하고 있나요? 비트코인에 신뢰를 얹어주기 위한 기존 보유자들과 거래소 운영자 등의 세일즈 노력과, 그 반대편에서 기득권을 잃고 싶지 않아하는 은행과 정부의 목소리만 충돌할 뿐입니다. 여러분과 여러분 주변에서는 비트코인이 KRW와 동등한 화폐라고 믿고 인정하는 사람이 얼마나 계시나요?

비트코인 투기자 분들은 다음과 같은 궤변을 펼칩니다.

"KRW는 한국에서만 통용되지만 비트코인은 전세계에서 통용된다."

한국에 10명, 미국에 10명, 중국에서 10명, 영국에서 10명, 호주에서 10명. 그 50명끼리 주거니 받거니 하면 세계에서 통용되는 화폐가 되나봅니다. 애초에 화폐도 아니지만 말입니다.

그리고, KRW야 말로 세계에서 통용됩니다. USD로 환전해서 쓰면 되니까요. 그리고 KRW는 한국 어디서나 쓸 수 있습니다. 적어도 한 사회 구성원 모두가 합의를 한 진짜 화폐인 것이죠.

모르겠습니다. 오늘밤에 자고 일어났더니 내일 아침부터 세상 사람 모두가 갑자기 비트코인을 화폐로 인정해서 주고 받고 한다면 저도 거기에 합류하게 될지도요.

암호화폐는 진짜 돈을 버는 돈벌이 수단으로 전락


여러분이 집에 KRW나 USD를 갖고 있다면 마음이 불안하신가요? 그런데 비트코인을 보유하고 있는 사람들은 새벽에 잠도 못 잔다고 합니다. 가격이 떨어질까봐 불안한거죠. 가격이 떨어진다. 이 말이 의미하는게 뭘까요.

암호화폐 투기꾼들은 본인들이 미래를 여는 대단한 선구자인냥 행세하면서 실제로는 비트코인을 매매해서 실제돈인 KRW를 벌려고 합니다. 말로는 대단한 비전을 말하지만 그들 머릿속에서 사실 비트코인은 그냥 진짜돈을 버는 투기 수단일 뿐 입니다. 이 부분만 보아도 명확해 집니다.

감당 불가능한 가격 변동


가격변동이 하루에도 몇십%씩 일어나는 화폐가 있다면 그 화폐로는 재화의 구매도 판매도 어렵습니다. 자고 일어나면 USD대비 가격이 20%씩 오르는 화폐가 있다면 누가 그 돈으로 물건을 구매할 수 있을까요? 반대로 순식간에 수십%씩 변동성이 존재하는 화폐를 어떤 사업가가 받으려고 할까요? 지금 버블은 그들만의 리그이지 애초에 당장은 실물 경제에 밀접하게 활용될 수 없는 이유입니다.

경기변동에는 어떻게 대처할것인가


경제는 심리이며, 사람들의 심리는 한쪽으로 쏠리게 마련입니다. 심리만으로 경기 변동을 설명하는 것은 너무 부족하지만 어쨌든 현대 자본주의 경제는 변동성이라는 것이 존재합니다. 경기 변동의 속도를 조절하는 것을 많은 부분 화폐가 담당하고 있습니다. 비트코인은 최대로 채굴하면 2,100만개가 됩니다. 1,600만 개 이상이 채굴되었고 갈수록 채굴 난이도는 높아지기 때문에 증가하는 코인의 양은 줄어듭니다.

정부는 경기 변동에 대응하기 위해서 통화량을 조절합니다. 손쉬운 방법으로 국채를 발행해서 화폐를 걷어들이고, 반대로 국채를 사들여서 시장에 통화량을 늘립니다. 비트코인은 이런 역할을 전혀할 수 없습니다.

약한 인플레이션


성장과 소비를 촉진하는 가장 편안한 상태는 국가가 약간의 인플레이션 상태를 꾸준히 유지하는 것 입니다. 인플레이션이란 화폐의 가치가 시간이 갈수록 떨어지는 것을 의미합니다. 디플레이션은 그 반대죠. 자산의 가치가 떨어지고 화폐의 가치가 높아지는 현상입니다.

비트코인은 이 약한 인플레이션을 만들 수 없는 자산입니다. 총량은 정해져 있으며 2,100만개가 넘으면 수량을 늘리지도 줄이지도 못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갈수록 채굴 난이도가 높아지기 때문에 이론상으로는 쓸모 있는 자산이라는 전제를 깔아준다고 가정하면 비트코인 자체의 가치가 오르게 됩니다. 이는 인플레이션에 반하는 개념입니다.

초기 이용자 소수의 독점


초기에 코드 몇줄 짜서 수천억대의 비트코인을 가진 사람, 초기에 거의 노력을 들이지 않고 헐값에 비트코인을 사들여 보유하고 있는 사람. 이들을 "고래"라고 부릅니다. 대략 1,000명 정도 존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고 이들끼리는 초반부터 커뮤니티 활동을 한 사람들이 많아서 서로가 서로를 잘 알며, 비트코인이 대량으로 이동하면 이들끼리는 누구의 물량인지도 알 수 있다고 합니다.

이들의 보유 수량은 밝혀지지는 않았지만 코인 시세를 쥐고 흔들 정도의 수량은 되는 것으로 전문가들도 보고 있습니다. 과거에 마크 주커버그와 분쟁을 벌였던 윙클보스 형제들도 시가로 1조 원이 넘는 코인을 보유하고 있는데 이들이 보유한 수량도 큰손들에 비하면 적은 수량이라고 하니 초기에 들어 온 대량의 독점 보유자들은 비트코인이 범용화폐가 되는데 걸림돌이 될 뿐입니다.

비트코인 버블은 이들이 엄청난 이익을 얻고 난후 꺼질 확률이 큽니다. 이들이 최초에 비트코인을 획득한게 노동을 통해서 인가요? 사업을 통해서 인가요? 투자를 통해서인가요? 허상을 통해 이들은 막대한 이익을 취하고, 그 이후에 거품은 꺼질것입니다.

지급보증을 서 주는 곳이 없다


익명성이 보장되는데다 탈중앙집권화 된 화폐라고 선전을 하지만 그것은 바꿔 말하면 지급 보증을 서주는 곳이 없다는 소리가 됩니다. 베네수엘라처럼 망한 나라의 정부가 지급 보증을 서는 것도 마찬가지겠지만 그래도 KRW나 USD, JPY처럼 멀쩡한 공권력을 가진 나라가 지급 보증을 서 준다는 것은 화폐가 본질 가치를 가지는데 큰 의미를 부여하게 됩니다. 사람들은 그 화폐를 믿고 쓸 수 있습니다.

하다못해 무기명 거래가 가능한 양도성예금증서도 은행이 지급보증을 서줍니다. 비트코인의 토대가 CD보다 부실한 것이죠. 부자들이 자금 세탁을 하기 위해서 비트코인을 이용한다고 하는데, 가격 변동성이 극심한데 굳이 그럴 필요가 있나 생각됩니다. 다른 안정된 좋은 자금 세탁 방법이 훨씬 많은데요.

트랜젝션 능력의 한계


실제 화폐라면요, KRW나 USD를 생각해보죠. 제가 글을 쓰는 이 순간에도 세계 곳곳에서 USD나 KRW로 물건을 거래하는 등의 여러가지 거래가 일어나고 있을겁니다. KRW를 쓰는 사람을 5,000만명으로 한정시키고 이 중 50%가 하루에 KRW를 이용해서 어떤 거래나 경제활동을 한다고 가정을 해보면 2,500만 명이 하루에 KRW로 거래를 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물론 실제로는 그보다 훨씬 많은 사람이 KRW로 더 많은 거래를 하고 있을거구요. USD는 하루 거래량과 거래대금이 훨씬 더 많을겁니다.

그런데 비트코인은 이 거래량 처리에 원천적인 문제가 있습니다.

Visa 카드는 초당 최대 55,000건의 소매 거래를 처리할 수 있습니다. 범용 화폐를 자처하는 비트코인은 10만 건의 거래를 처리하는데 10시간 가까이 걸립니다. 카드사 하나보다 훨씬 못한 트랜젝션 처리 능력입니다. 비트코인의 거래량이 늘어나다보니 미승인 거래건수는 계속 늘어나고 있습니다.

채굴로 얻는 이익은 갈수록 줄어들고, 트랜젝션 fee가 지속적으로 증가할것입니다. 나중에는 배보다 배꼽이 큰 상황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애초에 이 부분만 놓고봐도 범용화폐로 사용되기에는 실격입니다.

거래량을 늘리기 위해서 기존 금융 회사들의 도움을 받아서 장부에 기록을 하고 나중에 트랜젝션 처리를 한다면 이는 애초에 '탈중앙화'라는 기치를 내건 비트코인의 존재 의미 자체를 없애버리는 일이 됩니다.

몇가지 이유들이 더 있지만 일단 이 정도 이유만을 들어서라도 저는 비트코인을 '범용화폐'나 '코인'이라고 부르는데 무리가 있다고 봅니다. 차라리 마을 상품권이나 동네 카지노 칩 정도면 몰라도요.

비트코인의 내재가치는 얼마인가?


사실 이걸 평가할 수 있으면 저도 비트코인에 투자하고 있을거라 생각합니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제 실력으로 비트코인의 밸류에이션은 불가능하다는 결론에 도달했습니다. 몇몇 분들이 나름의 논리를 들어서 비트코인 가격을 밸류에이션 해주시기도 했지만 저를 설득시키지는 못했습니다.

주식회사가 발행한 보통주의 가치는 러프하게라도 EPS/BPS를 중심으로 회사가 하는 일과 그 일이 미래에 성장해서 얼마나 돈을 벌 것인지를 평가하면 투자자간 시각 차이는 있어도 얼추 밸류밴드는 나옵니다.

KRW와 같은 실물화폐는 정부의 지급 보증, 사용하는 5,000만+ 이상의 인구, 한 경제 단위의 GDP, 세금납부 기능, 화폐 총량, 원화로 표시된 자산의 규모 등과 같은 다양한 툴로 가치 평가가 가능합니다. 비트코인은 그런 기초적인 펀더멘털이 전혀 없다고 볼 수 있습니다.

물론 어제까지 10만원짜리였던 그림이 갑자기 몇달뒤부터 값이 치솟아서 몇십억이 되기도 하니 사람들의 신뢰와 합의 문제이기는 해보입니다만.. 그게 비트코인을 화폐로 인정해주자는 사회적 합의와 연관이 있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신뢰할 수 없는 거래소들


블록체인을 이용해서 누구나 암호화폐를 만들 수 있듯이 거래소도 누구나 만들 수 있습니다. 이미 규모가 큰 몇몇 거래소들은 하루에 거래수수료 수입만 수십억을 올리고 있습니다. 이들이 축적한 자산은 이미 수천억~수조 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됩니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들은 사람들에게 암호화폐 투자를 부추겨 자신들은 진짜화폐(KRW, USD ..)를 벌고 있습니다.

거래소는 젊은 IT인력들이 주축이 돼 설립된곳이 많고, 이들은 대부분 성공과 돈에 목말라 있는 혈기왕성한 사람들입니다. 이들은 암호화폐는 사기가 아니라고 설파하고 다닙니다. 암호화폐가 사기가 되면 자신들의 이익이 사라지니까 지극히 자신들의 이익에 걸맞는 언행을 하고 다닙니다.

게다가 이미 규모를 키운 몇몇 기업들은 무슨 무슨 "협회"를 만들어서 법적 강제성도 없는 자체 규제안을 내놓았습니다. "우리끼리 완장차고 다 해먹겠다", 전형적인 사다리 걷어차기 입니다. 무슨 일반 투자자 보호를 기치로 내걸고 있는데 제가 보기엔 전혀 그렇지 않아보입니다.

그리고 거래소의 큰 문제 중 하나는 '보안'입니다.

Mt. GOX가 해킹 당해서 파산한게 개인적으로 가장 큰 충격이었지만 그 이후에도 세계 각국의 거래소들은 끝도 없이 해킹을 당해왔습니다. 우리나라 거래소들도 해킹 공격에서 자유롭지는 못했습니다. 해킹을 당하는 것 자체도 문제지만, 이후의 회사들의 태도도 문제였습니다. 어느 곳 하나, 사라진 피해자들의 암호화폐를 책임지고 돌려주는 곳은 없었습니다. Mt. GOX의 파산도 자작극으로 밝혀지고 있으며 횡령 금액만 100억 원이 넘는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심지어 어떤 곳은 멀쩡한 다른 회원들의 지갑에서 돈을 빼내 해킹 피해를 당한 다른 사람에게 1/n로 보상을 해주기도 해서 큰 논란이 있었고, 상호명만 바꾼채 버젓이 영업을 하고 있습니다.

최악의 상황에는 거래소 운영자들이 해킹을 핑계로 고객들이 맡긴 자산을 탈취하여 사업을 종료해도 피해를 보상 받을 방법 자체가 없습니다.

또한, 사설 거래소 운영자들의 모럴헤저드를 막을 장치가 아직 하나도 없습니다. 그 사실만으로도 실제 화폐를 암호화폐로 바꾸고, 그것을 믿을 수 없는 사람들이 운영하는 거래소에 의탁하는 건 길거리에 돈을 뿌리는 행위나 다름이 없다고 생각됩니다.

차라리 국가 기관들이 나서서 공신력 있는 거래소를 만들어 준다면 또 모르겠지만, 국가 기관과 기존 금융 기관들은 기득권들이니 자신들이 가진 화폐 발행권을 쉬이 놓아주진 않을거라 생각합니다. 차라리 미국처럼 화폐가 아니라 '투자 수단 중 하나'로 보고 이 시각을 토대로 시장에 상장을 시켜버리는 것도 비트코인을 화폐로 인정하지 않고 디지털 자산으로 강등시켜 버블 광풍을 잠재울 수 있는 방법이라 보고 있습니다.



버블이 주는 것과 빼앗아 가는 것


버블은 막대한 사회적 피해를 초래합니다. 수 많은 일반 시민들을 경제적 어려움으로 내몰 수 있습니다. 가정이 파괴되거나, 목숨을 끊는 사람이 생길 수 있으며, 사회를 지탱하는 근로자들의 근로의욕을 저하시킵니다. 그리고, 시장에 참여중인 투자자들에게도 과도하게 빠른 투기적 욕구를 자극하여 자본 시장을 왜곡하고 교란합니다. 버블이 우리에게 치르게 할 댓가는 이 외에도 언급할 수 없이 많고, 그 피해와 파장 또한 매우 큽니다.

그러나 버블은 순기능도 있습니다. 대표적인 순기능은 사회나 인류가 나아갈 다음 방향을 제시해주는 것입니다. 물론, 모든 버블이 이 같은 순기능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튤립투기, 작전주 루보나 코데즈컴바인과 같이 작전 세력에 의해서 아무 의미 없이 가격만 급등을 했다가 다시 원점대로 돌아오는 버블 사례도 시장에는 충분히 많습니다.

다만, IT버블, 바이오 버블은 인류가 나아갈 다음 방향이 IT와 바이오임을 제시해 주었습니다. 저는 비트코인에 대한 버블 광풍도 의미없는 버블이 아니라 의미 자체는 있는 버블이라는 관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앞으로 인류는 블록체인 개념의 거래장부 기록 방식을 전방위적으로 사용할 시대를 맞고 있다는 점 입니다.

그러나, 가치투자자로서의 시각과 사업가적 시각, 미래를 바라보는 선구자적 시각은 다를 수 밖에 없습니다. 저도 바이오테크놀로지의 미래를 좋게 봅니다만(제 블로그에서 2012년에도 바이오 섹터의 유망함에 대해 언급을 했습니다, 그러나 한번도 바이오 섹터에 투자를 하지는 않았습니다.), 공부를 해봐도 어떤 회사를 콕 찍어서 투자를 하지는 못하고 있습니다.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출신이고 테크 분야 신기술에 관심이 많지만 막상 이 분야에서 어떤 회사를 콕 찍어서 투자를 하는 것은 또 다른 이야기입니다.

사람들은 늘 IT버블 뒤에 살아남은 구글과, 아마존, 네이버를 말합니다. 그러나, 모두 결과론적인 이야기일 뿐입니다. 당시 시총 상위 4대 대기업 중 금호+동아+롯데+코오롱 4개사의 합산 시총을 가뿐히 능가하던 초대형 버블 기업 새롬기술은 현재 시총 1,000억대의 소기업으로 쪼그라 들었습니다. 당시만해도 새롬기술은 이용자 100만 명을 모으며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고, 투자자들은 새롬기술이 인터넷 전화로 세계를 평정하고 세상의 돈을 모두 쓸어담을 줄 알았던 시기입니다.

네이버는 당시 잘 나가던 야후와 엠파스의 그늘 아래에도 못 들어가는 7위권의 군소 검색엔진이었습니다. 당시에 네이버가 대한민국 1등 IT기업이 될거라고 누가 예상이나 했나요? 모두 새롬기술, 골드뱅크, 프리챌을 보고 있었을 뿐 입니다. 싸이월드는 공룡이 사라지듯이 소멸중입니다.

큰 미래를 조망하는 시각으로써 바이오나 특정 산업들의 미래가 밝음은 인정하지만, 보수적인 가치투자자로서 '어느 한 회사가 미래에 엄청난 기업으로 성장할 것이다.'라고 확정하고 거기에 돈을 투자하는 문제는 아주 다른 문제입니다.

성장주가 아닌데 성장주라고?


사람들이 생각하는 성장주에 대한 개념이 많이 왜곡돼 있는 것 같습니다. 우선은 성장주에 대한 오해를 좀 짚고 넘어가고자 합니다.

성장과 도박을 착각하지 말자


실제 투자를 할 때는 여러가지 지표, 변수, 환경, BM 등을 비롯해서 주가의 선반영 및 미반영 등 다양한 것을 감안해야 합니다. 업종이나 시대 상황에 따라 줄 수 있는 밸류에이션은 늘 변화하고, 투자자들이 주가를 미리 반영시킬수도 있고 나중에 반영시킬수도 있습니다. 실제로는 아주 다양한 변수들이 존재하니 제가 드릴 이야기처럼 투자가 쉽게 진행되지는 않을겁니다.

다만, 상황의 쉬운 이해를 위해서 손익계산서를 축약해서 간단한 케이스를 만들었습니다. 상황을 단순화 시켜 이야기를 진행해 보겠습니다.

<클릭하면 커집니다>

'종식테크'라는 가상의 기업입니다. 이 기업은 성장주 입니다. 시가총액이 저렴합니다. 가치투자자들이 좋아합니다. 매출과 이익이 매해 성장하고 있습니다. 시가총액도 영업이익의 4~6배 수준입니다. 성장성과 수익성에 비해서 장기간 저평가 받고 있습니다. 실제 시장에서는 펀더멘털이 좋은 회사가 장기간 저평가 받는 이유가 하늘의 별처럼 많습니다. 대표적인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1) BM에 영속성이 안 느껴진다.
2) 업종 자체가 한물 간 업종이다.
3) CEO리스크가 있고, 재무제표를 신뢰할 수 없다.
4) 아직 대다수의 투자자들이 이 회사를 발견하지 못했다.
5) 영업외 비용이 많이 나가서 당기순이익은 적자일 수 있다.
7) 부채비용이 높거나 재무구조가 불안할 수 있다.
8) ROE가 낮을 수 있다.
9) 시장 자체가 낮은 밸류에이션을 받는 약세장이다.

이 외에도 수 많은 이유가 있겠죠. 앞서서도 언급했지만 이와 같은 변수들은 다 제외하고 말씀드리겠다고 했습니다. 위의 표 자료만 가지고 심플하게 생각해봅시다.

이 종식테크 지분은 수 많은 가치투자자들이 보유하고 있을겁니다. 매해 똑같은 멀티플을 유지하는데 실적은 성장하고 있으므로 어쨌든 주가는 조금씩 올라오고 있습니다. 2017년 현실에서는 저런 기업을 찾을 수 없을겁니다. 저 정도의 좋은 기업이면 이미 시가총액은 상당한 수준으로 올라와서 비싼 상태를 유지하고 있을 가능성이 큽니다.

그러나 2000년대 초반, 중반에는 저런 기업이 상당히 많았습니다. 2010년과 2011년에도 많았습니다. 시장이 대규모로 붕괴하고 나면 다시 저런 매력적인 가치와 가격을 가진 회사가 나옵니다. 정말 보수적인 투자자들은 저런 회사가 나올때까지 시장 붕괴를 기다리기도 합니다. 시장 밸류에이션이 한번 높아졌다고 영원히 다시 안 내려오는게 아닙니다.

어쨌든 가치투자자들도 기본적으로 이런식의 성장을 좋아합니다. 아니, 가치투자자라는 단어 자체가 군더더기 입니다. 모든 투자자는 당연히 성장을 좋아합니다. 오늘 100원 주고 산 자산이 내년에는 100원보다는 비싼 가치를 지니길 바라지 누구도 90원 이하로 떨어지길 바라는 사람은 없을 겁니다.

이런데도, 가치투자자들이 성장을 싫어한다고 말하는 분들은 사실을 심하게 왜곡하시는거라 생각합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가치와 가격을 분리해서 생각하지 못합니다. 가격이 오르면 성장주라고 생각합니다. 그들은 가격이 오르면 없던 가치도 생기고, 내리면 있던 가치도 사라진다고 말하는 사람들입니다. 가치투자자들은 가치와 가격을 분리해서 생각합니다. 가격이 폭락을 해도 가치가 성장하면 성장주입니다.

<클릭하면 커집니다>

이 기업은 방금 봤던 똑같은 종식테크입니다. 이 기업은 성장주입니다. 시가총액이 비쌉니다. 아마도, 가치투자자들은 안 사고 구경만...(먼 산). 이번에는 시장의 평가가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영위하는 사업이나 CEO, 업황 등 변한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단지 시총만 엄청나게 고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2013년에 영업PER 4배를 받던 기업입니다. 시장에서 이 종목의 진가를 알아보고 2015년부터 멀티플을 끌어올리기 시작합니다. 2015년에 영업PER 10배, 2016년에 20배, 2017년에는 영업PER가 무려 60~70배에 달합니다.

가치투자자들은 이 회사를 나쁜 회사라고 말하지 않습니다. 이 회사는 여전히 좋은 회사입니다. 그러나 비싼 회사이기 때문에 가치투자자라면 신규 투자는 자제할 것 입니다. 멀티플이 이렇게 높은 상태에서는 미래에 더 높은 실적을 내야하고, 그것을 예측하는 것은 비로소 상식의 영역을 벗어난 신의 영역으로 들어가기 시작하기 때문입니다.

<클릭하면 커집니다>

영생바이오테크라는 가상 기업입니다. 실적을 보면 상장된것도 신기한데, 상장폐지가 안되는 걸 보니 기술특례 상장기업으로 보입니다.

이 회사에서 만든 약을 매일 한알씩 먹으면 고자도 발기가 되고, 심봉사도 눈을 뜨고, 암환자의 암이 완치되는 만능 명약입니다. 물론 아직 약이 완성된건 아닙니다. 한창 개발중인데, 회사에서 제시하는 미래는 장밋빛이고 주주들의 성원은 대단합니다.

이 회사의 주주들은 얼추 2020년 즈음에는 약이 완성되면 첫해에 매출 20조에 영업이익을 보수적(?)으로 30%는 잡고 있습니다. 가까운 미래에 보수적(?)으로 영업이익 10조도 거뜬한 기업이고 보수적(?)으로 PER 30배 정도 줘서 시총 300조도 싸다(?)라고 말합니다. 약의 개발은 물론 허가와 판매까지도 당연히(?) 성공을 할거라 믿고요.

이 회사가 만드는 약이 물론 대성공을 할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이 회사는 미래에 구글과 애플을 넘어서는 기업이 될 가능성이 없는 것도 아닙니다. 그런 가능성까지 부정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가치투자자들의 눈에 이 회사는 도박주입니다. 절대로 성장주가 아닙니다. 많은 사람들이 성장주와 도박주를 착각합니다. 이 지점이 중요합니다.

가치투자자들은 가슴에 긍정 에너지를 담고, 머리로는 차가운 현실적 리스크를 솎아내는 사람들입니다. 무조건 부정적인 사람들이 아닙니다. 스톡데일패러독스를 인용하면 수용소에 갇힌 포로들 중 무조건 긍정적인 사람들이 가장 먼저 죽는다고 했습니다. 바로, 도박주에 무한 긍정 에너지로 투자를 하는 사람들입니다. 투자를 할 때 리스크를 매니지먼트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작업입니다. 도박주 투자자들은 리스크 매니지먼트 따위에는 관심없고 무조건 된다고만 합니다. 매우 위험한 방식의 투자입니다.

그러면, 저기 위에 영생바이오테크의 주주들은 말합니다. "초반부터 투자했던 우리 주주들은 그래도 5배 이상 수익 중이다. 넌 뭐냐? 낄낄" 보통 이런식의 대응입니다. 그러니 애초에 도박주 투자자들과 가치투자자들의 간극은 채워질 수가 없습니다.

앞에서도 이 부분에 대해서 강조드렸지만 이제사 네이버나 애플을 언급하는 것도 결과론적 이야기입니다. 새롬기술과 골드뱅크가 시장의 주목을 받을 때 시장 7위였던 네이버에 주목한 사람은 거의 없었을거라 생각합니다. 도박주 투자는 섹터의 성장은 확실해도 어떤 기업이 살아남아서 미래의 거대 기업이 될지 누구도 알 수 없습니다.

이들은 또 VC의 투자 방법론을 자주 가져오는데, VC들은 저런 위험하지만 크게 성공할 가능성이 낮은 기업들을 아주 적은 비중으로 수십~수백개로 나눠서 투자를 합니다. 하지만 개인투자자들은 저런 회사에 몰빵 내지는 10%이상 높은 비중으로 투자합니다. VC들은 RCPS등의 다양한 안전장치를 확보하고 투자합니다. 개인투자자들은 저런 회사에 맨몸으로 투자합니다. 저런 기업에 투자하는 개인투자자들 대부분은 무모합니다.

공개시장에 투자를 하면서 VC들보다 더 위험한 리스크를 지려하는 이유가 이해가 안됩니다. 차라리 얼리스테이지 단계에 있는 기업들 상대로 엔젤투자 활동을 하면 모르겠습니다만..

어쨌든간에, 가치투자자들은 영생바이오테크에 관심이 없습니다. 그저 하루하루 싸고 좋은 기업을 발굴하는 작업을 합니다. 투자한 기업은 기업에서 적정한 평가를 받을 때 까지 되도록 오래 보유합니다. 그리고 일상은 화면을 보고 사는 대신, 여행을 가거나 독서를 하거나 가족들과 어울리는 등 행복한 생활을 영위합니다. 가끔 그들끼리 모이는 가치투자연구소와 같은 커뮤니티에 들러 가치투자자들과 인사이트 넘치는 의견을 주고 받으며 하루를 마무리 합니다.

문제는 저 영생바이오테크 주주들이 가치투자연구소와 같이 가치투자자들의 모임에 난입해서 가치투자자들을 조롱하고 비아냥 거리며 커뮤니티를 파괴한다는 점 입니다. 누가봐도 투자갑자 차이가 하늘과 땅차이인데도 "우리는 벌었으니 장땡이다"라는 어처구니 없는 마인드로 교양없는 언행들을 쏟고 커뮤니티를 망가뜨립니다. 특히, 올해처럼 기형적으로 신고가 종목이 매일 연속 신고가를 경신하는 장이 열렸던 때는 더 심합니다. 도박주와 비트코인 등 가치투자자들이 보기에는 상식에서 벗어난 자산들이 가격 폭등을 일으켰던 올해는, 이와 같은 가치투자자들에 대한 조롱과 커뮤니티 파괴가 더욱 일상이 되어 투자자들을 괴롭혔습니다.

투자 1~2년 할 것도 아닌데 저런 불나방과 같은 태도들을 보면 아쉽습니다. 저런분들은 보나마나 나중에 투자에 실패하면 소주병을 들고 또 나라탓을 하겠지요. 세금을 내는 주식투자자들도 국가에서 책임을 안 져주는데 세금도 한푼 안내는 비트코인 투자자들을 누가 책임을 져줄 수 있을까요? 누가 비트코인 투자하라고 등을 떠 민것도 아니니까요.

글에서는 세 가지 케이스를 말씀드렸습니다만 자산주, 턴어라운드주, 경기순환주 등의 투자 대상 기업의 다양한 특성을 비롯해서 시장의 다양한 변수에 대응하는 방법들이 있습니다. 그 부분은 글의 논조에 어긋나므로 포함하지 않았습니다. 추후 기회가 있으면 그런 부분들에 대해서도 쓸 기회가 있으면 좋겠습니다.

내부자도 모른다, 심지어 연구원들도


"영생바이오테크에 투자하는게 왜 도박이냐? 니들이 공부를 안해서 그렇다. 공부 좀 해라."

이런 이야기를 들을때 마다 기가 차다는 반응을 보이는 가치투자자들이 많습니다. 사실 가치투자자들에게 공부하라고 말하는 건 정말 무모한 이야기 입니다. 보통주에 투자하는 일반 투자자들 중에서 가장 공부를 많이 하고 학습량이 방대한 투자자들이 가치투자자들이라고 자부합니다.

그렇다면 그 가치투자자들이 왜 도박주에 대해 부정적으로 말하는 것인가 하면 대체로 아래의 두가지 이유 때문일 것으로 생각됩니다.

1) 공부를 해봐도 미래에 대한 예측이 전혀 불가능하다.
2) 공부를 하려고 해봤는데, 산업과 제품에 대한 이해가 전혀 불가능하다.

보통 2)번의 경우에 가치투자자들은 해당 자산을 투자 대상에서 제외합니다. 그렇다면 1)번 가치투자자들은 공부를 안하는 것도 아닌데 부정적인 이유는 미래를 전혀 알 수 없는 그야말로 도박이기 때문입니다.

막상 천상의 명약을 개발하는 연구원들에게 물어봐도 그 약이 성공할지 말지는 아무도 장담 못합니다. 그 회사의 대표도 당연히 모르고요. 물론 "꼭 성공시키겠다"라는 다짐으로 일을 하는 것이지만, 다짐과 현실은 다르지요. 과학이라는 것이 늘 실패를 수반하는 것이고, 실패를 반복하면서 조금씩 성공으로 나아가는건데요. 성공 못할 가능성을 늘 열어놓고 투자해야 합니다.

투자는 곱셈 게임이지 덧셈 게임이 아닙니다. 왜냐하면 투자판에서 숫자가 작동하는 메커니즘의 기본은 복리이니까요. 계속 잘벌다가 한번 잃으면 모든걸 잃습니다. 2 x 2 x 2 x 2 x 2 x 0 = 0입니다. 투자자는 저 0의 부비트랩에 걸리지 않도록 늘 리스크 관리를 해야합니다.

물론 도박주에 투자하는 분들도 다음과 같은 분들이 있을겁니다.

1) 가격이 오르니까 그냥 올라탄 사람
2) 귀동냥으로 대충 뭐가 앞으로 좋다더라 하는 수준으로 투자한 사람
3) 기업분석에서 부터 관련 섹터의 논문까지 뒤져보고 투자한 사람

1)번과 2)번은 의미없으니 버리고, 3)번의 경우에 가치투자자들도 3)번까지 갔다가 투자를 철회한 사람이 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여기서 투자자들이 충분히 공부를 했다는 전제하에 다음과 같이 또 갈라집니다.

1) 공부도 해봤고 잘되면 뭐가 좋은지 알겠는데, 내부자도 모르는 걸 내가 어찌 아냐 투자 안해!
2) 내부자도 모르는거지만 나는 그래도 미래에 건다~ 반드시 잘 될거야

사실 2)번 마인드를 가진 분들은 공개시장에서 투자하기 보다는 얼리스테이지 단계에 있는 스타트업에 투자하는게 체질상 더 맞을수도 있습니다. 그런 분들이 투자에서 많이 실패하더라도 세상을 더 윤택하게 만드는 건 또 사실이니까요. 그런 모험 자본들의 투자 덕에 인류가 발전한 점은 인정합니다만, 굳이 공개시장에서 도박을 하는 이유는 모르겠습니다.

어쨌든 2)번 마인드로 투자했더라도 도박주에 투자하여 수익이 난 분들은 통찰력보다 운이 더 따라줬다고 생각하는게 좋습니다.

물론 모든 투자에는 운이 따라줘야 합니다. 그러나 맥도날드의 5년 후 이익을 추정하는 것과, 기술특례 상장 바이오 기업의 5년 후 이익을 추정하는 것은 난이도가 하늘과 땅 차이입니다. 투자하는 기업별로 따라줘야 하는 운의 크기는 분명히 다릅니다.

의학분야는 전공자들도 평생 공부만 해야할만큼 공부해야 할 양이 엄청나게 방대합니다. 하물며 비전공자인 일개 주식투자자가 논문 몇개 봤다고 그 분야에 통달했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특히, 영생바이오테크와 같은 기업들은 주주 단톡방과 카페가 활성화 돼 있습니다. 거기서 선동하는 무리 몇명과 지식을 전달하는 의사 한두사람이 하는 말을 귀동냥으로 듣고서는 공부했다고 자위하는 사람들도 많은 거 같습니다.

영생바이오테크 투자로 성공을 한다면 그것은 통찰력이나 실력이라기 보다는 운의 역할이 아주 큰 것이라고 보는게 스스로에게도 좋을 것 입니다.



늘 반복되는 일


개별 기업 중에서는 수십년간 매출이 상승하는 기업도 있고, 어쨌든 성장이 끝나는 기간이 있기는 해도 사람들의 생각보다 오랫동안 성장하는 기업이나 국가, 자산이 없는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버블은 펀더멘털의 성장과 크게 관련없이 가격만 급등합니다. 빠르게 급등하며, 크게 급등합니다.

자산 버블의 전형적인 패턴을 설명하는 Dr. Jean-Paul Rodrigue의 버블 차트
<출처 : http://blog.daum.net/dkdleldjaos/22228>

투기꾼들은 "먹는다"는 표현을 참 좋아하고 즐겨쓰는 듯 싶습니다. 그들은 자신있게 말합니다. 버블에 참여해서 "먹고" 나온다고요. 저는 그 표현 자체도 좋아하지 않지만 버블 자산에 들어갔다가 자신있게 나올 수 있는 타이밍을 못 잡는다고 봅니다.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1) 버블 자산의 가치평가는 애초에 불가능하므로, 자산이 어디까지 오를지 예측할 수 없다.
2) 그러므로, 언제 "탈출"해야하는지도 알 수 없다.

투자 대상에 대한 지식은 고사하고, 밸류에이션 하는 방법, 자산 가격이 움직이는 원리에 대한 이해 조차 전무한 사람들이 돈을 싸들고 버블 자산에 올라탑니다. 이들은 단기간에 큰 돈을 법니다. 이를 "초심자의 행운"이라고 합니다. 이 행운을 얻어 엄청난 용기를 얻은 이들은 뭔가 깨달았다는 듯이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타인들의 기분을 상하게 합니다.

그 사람들은 안타깝게도 머지 않아 수익은 물론이고 원금까지 시장에 다시 토해낼 확률이 높습니다. 그리고 한번 고수익을 맛 본 사람이 진득하게 기업을 분석하고, 정상적인 리스크 매니지먼트를 하면서 투자할 가능성은 낮습니다. 시장에 돈을 토해내고, 오기로 급등주에 돈을 밀어넣다가 잃고, 그러다가 오기로 또 빚을 내서 돈을 투자해서 잃고.. 그런 패턴으로 갈 가능성이 큽니다.

초반에 좋은 투자 습관을 갖는 것은 그래서 중요합니다.

더닝 크루거 효과
<출처 : https://othello.postype.com/post/518975>

어떤 사람이 어떤 분야에 입문을 합니다.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는 자신감이 0%입니다. 그러나 그 분야에 대한 지식을 5% 정도 획득하면 자신감이 치솟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그 분야에 대해서 오랫동안 알면 알수록 "생각보다 내가 모르는게 많고 배울게 많다"는 생각에 자신감이 감소하게 됩니다. 그리고 다시 최고 전문가 단계로 가면서 해당 분야에 대한 판의 흐름이 읽힙니다. 자신감이 다시 회복되지만 새로운 분야에 눈뜨던 초보 시절에 들어갔던 어깨뽕에 비할만큼은 회복이 안됩니다.

이 더닝 크루거 효과는 다음과 같은 우리 말로도 변환이 가능합니다.

"벼는 익을수록 고개를 숙인다."
"하룻강아지가 범 무서운 줄 모른다."
"무식할수록 용감하다"

더닝 크루거 효과 초반에 그래프를 보면 특정 분야에 대해 새롭게 눈뜰때 세상을 얻은 듯 자신감에 찬 사람이 그 분야에서 뭔가 시도했다가 실패를 하면, 그 실패가 자신의 능력 부족 때문임을 절대로 눈치채지 못합니다.

워런버핏이 비트코인에 대해서 "버블이다"라고 평가를 했습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대형 커뮤니티 이용자들들 중 비트코인에 투자하는 사람들은 일제히 워런버핏을 공격하고 조롱하기 시작했습니다.

"저 노인네도 이제 늙어서 감이 없네.."
"노인이 블록체인이 뭔지는 알까?"
"한물 간 노인네.."

하룻강아지들이 열심히 범을 물어 뜯는 장면을 보면서 실소를 금치 못했습니다. 그래봐야 하룻강아지들은 하루벌어 하루먹고 사는 강아지들, 워런버핏은 세계 2위의 부자가 아니던가요?

올해 같은 시장이 연출되면 끊임없이 씹고, 뜯고, 맛보고, 먹히는 사람이 워런버핏 옹 입니다. 그래서 장수하는 걸지도 모르지만, 버핏옹은 IT버블때도 지금과 똑같이 조롱을 당하셨고, 석유파동때도 그랬습니다.

매 버블 싸이클 마다 불나방들은 버핏옹을 조롱했지만 버핏옹은 언제나 건재하고 불나방들은 다 어리로 갔는지 알 길이 없습니다. 인간은 망각의 동물입니다. 매번 반복되는 일인데, 이번만은 다르다며 또 망각의 늪으로 빠져듭니다.

훌륭한 투자자가 되려면 인간의 본성을 억제할 줄 알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늘 겸손해야 수익이 따르고, 만용을 부리면 추락할 뿐이라는 점도 잊지 말아야 합니다.

비트코인 광풍이 블록체인의 미래를 망가뜨리지 않길 바라며..


개인적으로 블록체인은 대중참여와 정보 공유를 근간으로 하는 인터넷의 기본정신에도 부합한다고 생각합니다. 정보와 권력을 누군가가 독점하지 않고 대중에게 이양하는 중요한 도구가 되리라 생각합니다. 금융 분야 뿐 아니라 인간이 영위하는 거의 모든 분야에 응용할 수 있는 개념이기도 합니다.

이런 좋은 개념이 순식간에 사람들에게 전파되고, 사람들이 이 기술에 관심을 갖고 사용을 하도록 유도한 것은 투기 세력이 만든 버블입니다. 그러나, 버블 광풍이 꺼졌을 때 닥칠 후폭풍 때문에 블록체인 개념 자체가 욕을 먹고 사람들의 외면을 받을까봐 걱정됩니다.

지금부터라도 블록체인과 비트코인은 별개의 것이며, 비트코인의 시장 가격은 심각하게 왜곡돼 있는 것이라는 것을 사람들이 되도록 많이 인지하는게 중요하지 않나 생각합니다.

교양없는 자들의 말은 무시하는 쪽으로..


올해는 투자를 새로 시작한 분들이 돈을 많이 버신 것 같습니다. 일부를 보고 전체를 판단할수는 없습니다만, 제 주변을 놓고보면 대체로 그렇습니다. 투자에 대한 철학은 고사하고 기본적인 기업분석도 못하는 분들이 꽤 높은 수익을 올려서 돈자랑 하는 장면을 많이 봅니다. 오랫동안 주식에 대해서 막연히 부정적인 감정을 가진 사람들도 속속 주식투자를 시작하는 모습을 보면서 '시장이 뜨겁기는 하구나' 느끼고 있습니다.

반면에, 제대로 기업을 분석하고 보수적인 투자를 하는 잔뼈 굵은 투자자들이 많이 어려워 하시는 시장이었습니다. 큰손 작은손 할 것 없이 투자를 좀 아는 분들은 다들 그다지 투자로 재미를 많이 못 보신 것 같습니다.

이런 장세가 지속되니, 본인이 가치투자자라고 했던 사람들 조차도 "이제는 밸류에이션을 버릴 때"라거나, "싼 건 싼 이유가 있다. 비싸고 비싼 종목을 사자. 시장이 좋아할만한 모멘텀이 있는 종목을 사자"라고 돌아선 분들도 많습니다.

이런 분들은 애초에 투자 철학이 튼튼하지 못한거라고 생각합니다. 시장은 대응하는거라고 합니다. 그것은 맞는 말이기도 하지만, 투자자의 근본인 투자철학을 시장이 변한다고 자주 바꾸는 건 생각을 해 볼 문제입니다. 자신의 투자철학을 손바닥 뒤집듯이 바꾸는 사람은 시장 대응 능력이 좋은게 아닐 확률이 높습니다. 결국, 이리저리 불나방처럼 의미없는 날개짓을 하다 타 죽을 가능성이 더 높습니다. 물론, 어느 정도의 전략 수정은 필요합니다. 제가 말씀드리는 것은 살짝살짝 수정해나가는 전략의 문제가 아니라 투자철학의 근본적인 부분입니다. "나는 누구인가? 나는 어떤 투자자인가?"에서 출발하는 아주 중요한 문제입니다.

어떤 시장이 오더라도 자신의 투자 철학을 굳건히 지켜야만 우리에게 맞는 시장 싸이클이 왔을 때 큰 수익을 올릴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시장이 어려울 때는 최대한 잃지 않고 방어적으로 버티는 것이 기술이라고 생각합니다. 모든 시장에서 100전 100승 하는 투자자는 없습니다.

약세장엔 모두가 죽는 소리를 하지만 올해같은 강세장에는 시장 경력이 짧으면서 소 뒷걸음질 치다가 수익을 많이 내신 분들의 목소리가 하늘 높은 줄 모릅니다. 뭐, 자신의 목소리만 내면 상관없습니다. 그런데 꼭 교회에 가서 스님이 목탁을 두드리는 것 처럼, 절에 가서 목사님이 기도문을 외우는 것처럼, 가치투자자들이 모인 곳에 와서 "나를 따르라 이 바보들아!!"하면서 인신공격성 글을 쓰는 사람들이 많이 생깁니다.

제 경험상 투자를 잘 하시는 분들은 매너도 좋은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레벨이 오십갑자쯤 되는 성공한 선배 투자자들을 보면 말도 조심해서 하시고, 대부분 사려 깊고 매너가 있습니다. 산전수전 겪어봤고 별의 별 상황을 다 보았기 때문이겠죠. 시장에 절대적으로 확실한 것도 없음을 잘 아실테구요. 그런데, 시장에 갓 진입해서 운 좋게 수익을 내는 분들은 세상을 다 가진냥 오십갑자 분들을 가르치거나 조롱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특히, 올해는 그런 케이스를 너무나 많이 봤습니다.

주식이나 비트코인을 리딩하는 업자들도 여기에 가세하고 있습니다. 이들은 '돈만 벌면 장땡'이라고 주장하면서, 공부하는 투자자들을 상대로 비아냥거립니다. 사실은 투기를 부추겨 자신들의 회비 수익을 얻기 위함이겠죠.

제가 늘 말씀드리지만 투자는 당연히 돈을 벌어야 하니까 결과도 중요하지만 그만큼 과정도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누구나 투자를 할 수 있고 별다른 노력을 하지 않고도 큰 돈을 벌 수 있습니다. 물론 엄청나게 노력을 해도 못 벌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긴 시간을 놓고 본다면 과정을 충실히 이행한 투자자가 시간이 갈수록 유리한 결과를 낳을거라 확신합니다. 투자 뿐 아니라 투자 외적으로도 배우고 얻는것이 많을거라 생각합니다. 과정을 튼튼히 가꾸어 나가는 투자자는 투자 뿐 아니라 사업을 하거나, 직장 생활을 하거나, 공부를 하거나.. 무엇을 하더라도 기초가 튼튼한 사람이 될거라고 믿습니다.

EPS, BPS 같은 입문자들이 공부하는 기초중에 기초 지표는 고사하고 투자에 대한 관념조차 없는 친구가 힘들게 아르바이트로 모은 돈을 비트코인 광풍에 밀어넣었습니다. 어쨌든 그 친구는 돈을 좀 만지고 있는데, 그 친구가 요즘 어깨에 힘이 들어가서는 이렇게 자주 말합니다.

"형, 비트코인 보고 거품이라고 무시하는 사람들은 자기는 타이밍 놓치고, 남들이 돈 버니까 배가 아파서 그런거에요."

겨우 이 정도 인식 수준에 대고 더 이상 대꾸해 줄 말이 없었습니다.

올해는 욕설까지 섞어서 가치투자자들을 조롱하고 비아냥거리는 사람들이 유독 많았던 한해였습니다. 비트코인 뿐 아니라, 실체가 불분명한 이상한 몇몇 바이오 기업들까지 폭등을 해서 더욱 그랬지 싶습니다. 일일이 상대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교양이 부족한 사람들과는 상대하지 않는 것이 상책입니다.

비트코인 버블 붕괴 시 한국이 입게 될 피해


사실 비트코인 가격이 폭락하면 한국이 입을 피해가 최소 수조 원 이상이 될거라는 이야기도 심심치 않게 나옵니다. 그런데, 한국만 피해를 입는게 아닙니다. 비트코인 거래량이 가장 많은 통화는 순서대로 미국 달러, 일본 엔, 한국 원, 중국 위안입니다. 위안화를 한국 원화가 앞질렀습니다. 한국의 경제 규모를 감안해볼때, 비트코인 거래량은 다소 과도한 수준이기는 합니다.

거래량만으로 보유량을 추정하는건 불가능합니다. 거래자와 보유자는 모두 익명이기 때문에 국가별로 정확한 보유량을 산출하는 것이 불가능합니다. 다만 거래량을 통해서 추정 정도만 해볼 수 있을 뿐입니다.

먼저 선수 치는 자가 승자


먼저 수익실현을 하고 빠져나가는 쪽이 승자가 되리라 생각합니다. 한중일 삼국지 대결로 놓고 본다면 한국이 만약에 가장 먼서 수익실현을 한다면 오히려 득입니다. 수건돌리기를 잘 하고 놀다가 술래에 걸리는 쪽이 엄청난 피해를 입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먼저 튀는 자가 승자다!"

일본의 경우에는 고령화로 시장에 현금이 돌지 않자, 재화와 서비스 용역을 활발하게 돌리려는 목적으로 비트코인을 장려하는 움직임도 보입니다. 적어도 도쿄올림픽이 끝나는 시점까지는 비트코인의 버블 가격이 유지될 가능성은 있습니다. 그 끝을 제가 알 수 있는 방법은 없습니다. 전 지구적 투기판이 벌어지고 있다보니 유동성 공급이 꽤나 크고 오래갈 것 같기도 합니다. 일본도 일본이지만 고래들이 보유한 물량도 아직 많구요.

고래라고 불리는 초기부터 보유하고 있던 사람들이 엄청난 비트코인을 장악하고 있지만 최근에 한중일 투기꾼들이 진입한 가격과 가격대 자체가 다릅니다. 그 사람들은 거의 공짜로 비트코인을 얻었고 한중일 투기꾼들은 수백~수천만원을 주고 비트코인을 얻었습니다.

거품이 붕괴되면 누가 손해이고 누가 이익일까요?

투기에 동참은 안하되, 무조건적 규제도 자제해야


명색이 가치투자자라면 저런 투기에는 당연히 동참하지 않는게 맞습니다. 정부에서는 규제 이야기가 나오고 있습니다. 제 생각에 규제보다는 투자자들을 상대로 자산 투자에 내재된 위험이나 리스크에 대한 계도를 하고 교육을 하는게 맞다고 생각됩니다.

다만, 정부든 기업이든 블록체인의 미래에 대해서는 제대로 연구하고 투자해서 우리나라도 블록체인 분야 또는 블록체인의 개념을 다양한 부분에서 활용하여 이익을 얻을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는 투트랙 전략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비트코인은 그렇다치고 비트코인 관련주는요?


비트코인 관련주들도 들썩이고 있습니다. 불과 두세달 전에 몇몇 지인들로부터 "OO라는 회사가 빗썸이라는 회사 지분을 갖고 있는데 관심을 가져보지 그래?"라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그분들은 시장에서 손꼽히는 보수적인 가치투자자들이었습니다. 그런분들이 웬 비트코인인가 싶어서 이야기를 더 자세히 들어보니 투자 논리가 있기는 했습니다.

"비트코인 자체는 거품이고 죽어도 손대기 싫어. 그런데, 비트코인 거래량이 많은건 팩트잖아? 그렇다면 그 실재하는 거래량으로 막대한 돈을 버는 곳은 거래소이고, 그 거래소의 대주주라면 어쨌든 단기적인 모멘텀은 받지 않겠어?"라는 논리였습니다. 가치투자는 아니지만, 비트코인을 사지 못하는 대신 차선으로 이와 같은 투자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이 정도 수준의 논리에는 저도 수긍을 합니다. 그분들은 바닥에서 잡았는데 훗날 실제로 주가가 움직이기는 하네요.

그러나, 현재는 비트코인 관련주들이 모두 가격 등락이 심각한 상태입니다. 논리만으로 투자하기엔 이미 투기꾼들의 영역으로 들어왔다는게 제 생각입니다. 이런 논리로 투자하려 했으면 저분들처럼 다른 사람들이 잘 모를때 미리 들어가 있다가 이익을 취하고 나왔어야 하지 않나 싶습니다.

어쨌든 실제로 돈을 버는 것은 거래소이지 대주주들은 그저 연결 이익으로 잡힐 뿐이구요. 비트코인 버블이 끝나면 사라질 모멘텀이니 영속적 가치를 보유하고 있지도 않다고 생각합니다.



비트코인이 보여 준 가능성과 미래


제가 비트코인에 대해서 좀 안 좋은 이야기를 많이 쓴 것 같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순전히 '가치투자자'로서의 시각이고, 가격'만'을 놓고 서술한 것입니다.

1 BTC의 가격이 경차 가격을 넘고, 중형차 가격을 넘고, 훗날 집한채 가격을 넘어설지도 모를 일입니다만, 가격 자체만 놓고보면 투기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가격 거품은 언젠가는 꺼질겁니다. 그래서 가치투자자의 시각으로 부정적으로 보는 것이고요. 비트코인이든 이더리움이든 블록체인은 어떠한 서비스 형태이거나 어떠한 서비스를 보조하는 역할로서 더 가치가 있는 것이지 그 자체에 가격표를 달아서 투기적으로 사고 팔고 할 대상의 것은 아니라는게 제 생각입니다.

그런 시각을 빼면 저는 비트코인의 존재 자체는 좋게 봅니다. 블록체인이라고 하는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었기 때문입니다.

어떤 분들은 사토시 나카모토가 구글 전체 개발자보다 위대하다고 칭송하기도 하던데, 그건 좀 오버라고 생각합니다. 블록체인은 정보 공유와 보존, 유통에 대한 방법론에 가깝지 이걸 인류 최고의 기술이라고 칭송하는건 정말 너무 멀리 간 생각입니다. 블록체인을 뛰어넘는 훨씬 대단한 기술이 얼마나 많은데요. 블록체인에 무슨무슨 "코인"이나 "화폐"를 붙여서 투기를 하는 것은 개인적으로 반대합니다만, 블록체인 자체를 서비스나 삶에 녹여내면 www처럼 우리 삶 곳곳에서 큰 활약을 할 기술이라고 생각은 합니다.

비트코인은 어쨌든 정부와 은행을 긴장하게 만든 것은 사실로 보입니다. 민간기관이기는 하지만 미국의 연방준비제도 은행을 비롯해서 각국의 정부들은 화폐 발행권을 손에서 놓칠 가능성이 없지 않다는 생각을 했을 것 같습니다. 은행들도 예대마진과 대출마진 사이에서 꿀빠는 시간이 끝날수도 있을거라는 긴장을 살짝은 했을 것 같습니다.

블록체인은 중앙화 된 모든 것을 없앨 가능성을 보여 주었습니다.

카지노 객장을 운영하는 하우스를 없애버릴 수 있습니다. 하우스는 확률을 임의로 조정할 수 있는데 블록체인위에 카지노 게임이 올라가면 이런 중간조정자 없이 이용자들끼리 공정하게 게임을 할 수 있습니다.

재개발 현장의 재개발 조합이나 조합장은 비리의 온상으로 유명합니다. 그들의 이익이 많은 사람들의 손실로 돌아옵니다. 블록체인은 그런 부패한 중앙조직들을 없애버릴 수 있습니다. 자주 언급되듯이 은행과 같은 금융기관을 무력화 시킬 가능성을 보여줬고, 부동산 거래를 할 때 정부 기관의 개입 없이 이용자 간에 무결점한 거래를 보증할 수 있다는 가능성도 보여주었습니다.

어떤 소규모 조직이나, 지방의 자치권을 가진 곳들은 자기들만의 암호화폐를 발행할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지금의 성남사랑상품권과 같은 개념으로요.

블록체인은 거래 뿐만 아니라, 여러가지 인증이나, 대중 다수의 협업이 필요한 무언가에도 활용이 될 수 있습니다. 활용분야는 무궁무진할거라고 생각합니다.

소수 누군가의 통제나 간섭, 부패와 조작에서 벗어나 대중 모두가 공정하게 경제활동, 사회활동 등을 할 수 있는 판을 만들 수 있음을 보여주었습니다.

하지만 기존의 시스템은 쉽게 무너지지 않습니다. 비트코인의 규모와 한계도 명확하구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러가지 가능성은 분명히 보여줬습니다.

인간은 기회를 엿보면 이를 놓치지 않고 발전시켜 문명과 사회를 진보시켜 왔습니다. 지금껏 그랬듯이 분명히 블록체인이 보여 준 여러가지 개념들이 우리 사회 곳곳에서 활약할 날도 머지 않았음을 느낍니다.

2017년 12년 18일
송종식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