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5월 31일 일요일

화진, 매력적인 가격과 어려운 업황 사이에서

52주 신저가 근처에서..


화진의 주가 흐름이 안 좋습니다. 거듭된 주가 하락으로 전저점을 목전에 두고 있습니다. 전저점은 52주 신저가로 5,360원입니다. 2013년 2월 이후 최저가입니다.

화진 52주간 주가 흐름 <출처:네이버 증권>

주가의 흐름이 이렇게 나쁜것은 화진만 그런것은 아닙니다. 한국단자, 넥센테크와 같은 몇몇 종목을 빼고 자동차 부품주 대부분이 현재 어려운 상황을 지나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매출처가 다변화 돼 있거나 르노삼성에 집중된 회사가 아니고서는 대부분의 자동차 부품회사들이 현대기아차를 바라볼 수 밖에 없습니다. 현대기아차의 영업 환경이 어렵기 때문에 부품주들도 힘겨운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일회성 건설업 실적을 빼면 거의 전 산업이 힘든 시기 < 출처 : 중소기업뉴스>

일시적으로 붐을 타고 있는 건설업을 제외하면 거의 모든 산업의 실적이 역성장하고 있습니다. 일단은 중국에게 중후장대 산업 대부분을 뺐기고 있는 부분, 엔저, 저유가 등의 영향을 크게 받고 있는 상황입니다. 자동차 산업도 어려운 시기를 보내고 있습니다.

성장에 목마른 자금들이 한쪽으로 쏠리면서 주가 흐름은 더욱 극명해지는데요. 성장주는 더욱 빠르게 거품이 커지는 상황입니다. 아무리 펀더멘탈이 훌륭한 회사라도 조금만 성장성이 둔화되면 가차없이 주가가 깨지는 모습입니다. 이런 상황속에서 가치투자자는 역발상으로 기회를 잡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리스크 : 1분기 실적은 어려운 자동차 업황을 반영 중..


그래도 투자자는 기업의 어려움이나 주가의 큰 하락에서도 기회를 찾아야 하니, 조금 더 화진의 주가 하락에 대해 점검하겠습니다.

화진의 2014년, 2015년 1분기 요약 실적 <출처:화진>

올 1분기 실적을 보면 실적이 안 좋기는 합니다. 매출/영업이익/순이익이 모두 qoq, yoy 크게 감소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매출 감소를 안 좋아하는편인데 매출까지 감소를 했군요. 2014년 1분기 실적도 좋지는 않았지만 2015년 1분기는 2014년보다 더 안 좋네요.

리스크 : 중국 공장의 실적 부진


지역별 1분기 실적 현황 <출처:화진 사업보고서>

한국 공장은 올 1분기 yoy 7.56%의 매출 신장을 이뤄냈습니다. 이익률이 감소한 것은 도장 공정이 늘어나서 그런 것으로 추정됩니다.

중국 공장의 매출 감소폭이 매우 큽니다. 작년 1분기에 148억 매출을 올렸는데 올 1분기에는 93억의 매출을 올려 yoy 37.38%의 매출이 감소했습니다. 올 1분기 실적 타격의 핵심은 바로 중국 공장의 매출 부진 때문이라 생각됩니다.

'현대기아차의 실적 부진으로 부품 업체들이 어려움을 겪는다.' 우리는 그리 알고 있습니다. 근데 위의 지역별 실적을 보면 생각과는 조금 다른 결과가 나와 재미있습니다. 한국 공장의 경우 미국, 멕시코 등지로 나가는 물량이 있지만 현대기아차향 매출 비중이 높습니다. 현대차 자체는 외형 성장을 못하고 있어도 여전히 막대한 매출을 올리고 있습니다. 그래서 동사의 국내 공장 매출은 의외로 자연성장을 하는 모습입니다. 기아차는 현대차보다는 성장을 하는 편이고요.

물론 국내 공장의 자연 성장에 빠트려서는 안될것이 북미쪽으로 나가는 닛산향 매출입니다. 북미 시장에서는 현재 SUV 열풍이 불고 있습니다. 때문에 동사가 매출을 올리는 닛산의 인피니티 SUV 버전의 판매 실적도 국내 공장 매출 성장에 일조한것으로 보입니다. 그래서 국내 공장의 현대기아차향 매출이 정확히 성장중인지 아닌지는 추가적으로 확인이 필요한 부분입니다.

리스크 : 녹록치 않은 중국 자동차 시장 개척


회사에 연락을 해보니 중국 공장 매출 부진의 이유는 중국 공장에서 타겟으로 하는 일본 브랜드 차량들의 매출 부진 때문이라고 합니다. 실제 알티마향 CR이 발생했고, 중국내 일본 자동차 판매량이 크게 감소한것으로 확인됩니다.

회사에서 정확한 숫자를 제시하지 않아 세밀한 부분은 알 수 없지만 제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중국 공장의 현대차향 매출이 부진한 부분도 한몫 않았나 생각합니다. 실제로 GM등 주요 브랜드가 차량 가격을 낮추는 등 중국내 경쟁이 심화 돼 현대차의 1분기 중국 매출이 매우 부진하기 때문입니다. 이 부분의 개연성은 조금 더 정확한 조사가 필요한데 자료가 정리되는대로 다시 확인을 해보겠습니다.

2015년 1분기 중국내 주요 브랜드 자동차 판매량, 만 대 <출처:KDI>

위의 올 1분기 주요 브랜드별 차 판매량을 확인해보니, 회사 말도 맞고 제 추측도 맞았습니다. 올 1분기 동사 어닝 쇼크의 핵심자료입니다. 동펑 닛산의 경우 판매량이 yoy 10.8%나 감소했습니다. 북경 현대의 경우도 판매량이 yoy 1.4%감소했습니다. 동사의 실적이 턴 하려면 중국에서 현대기아차와 닛산, 혼다의 판매량이 어느 정도 살아 나줘야 하지 않나 싶습니다.

2015년 1분기 중국내 국가별 자동차 판매량, 만 대 <출처:KDI>

한국계 기업의 2015년 1분기 판매량은 yoy 고작 1,000대 증가했습니다. 점유율은 되려 뒷걸음질쳐서 작년 1분기에 9%이던 것이 올 1분기에는 8.3%를 차지해서 yoy 0.7%의 점유율이 감소했습니다. 자세히 뜯어보면 현대차의 판매량이 yoy 3.1% 감소했으나 기아차가 yoy 3.2% 증가해서 점유율 하락폭을 일정 부분 상쇄했습니다. 일본계 회사들은 판매량 자체가 감소했습니다.

중국 자동차 시장은 중국계 회사의 강세가 갈수록 강해지는 모습입니다. 어려운 시장 상황을 타개하고 현대기아차가 중국 시장에서 판매량을 늘려야만 화진의 실적도 잘 나와줄텐데 걱정입니다.

중국 승용차 연석 회의 자료에 따르면 현대기아차 합산 4월 판매량은 146,294대로 yoy 2.5% 증가했습니다. GM을 제치고 중국내 점유율 2위로 올라섰습니다. 다만, 현대차는 90,288대를 판매해서 yoy 0.8% 감소, 기아차가 yoy 8.4% 증가한 56,006대를 판매했습니다. 동사는 기아차보다 현대차의 매출 비중이 크게 높아서 2분기 실적도 중국 공장이 발목을 잡을 가능성이 커보입니다.

투자포인트 : 현대기아차의 공격적인 중국 CAPA 증설


기대할 부분도 없지는 않습니다. 현대기아차는 중국 내 생산량 1위를 바라보고 공격적인 CAPA 증설을 목표로 두고 있습니다. 우선 올해 4월에 창저우 4공장이 착공했습니다. 2016년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고 일단은 소형차 20만 대 생산이 목표입니다. 이 제4공장은 2018년까지 승용차 연 30만 대 생산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현대차는 올 3분기에 충칭 5공장 착공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2017년에 완공하여 승용차 연 30만 대 생산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중국내 합산 CAPA는 2017년에 현대차가 연 171만대, 기아차가 89만대 현대기아차 합산 260만 대가 됩니다. 2018년에는 현대기아차 합산 CAPA가 270만 대까지 증가됩니다. 아마 동사도 올해까지는 영업환경이 힘들어도 현대기아차의 CAPA가 본격적으로 추가되기 시작하는 2017년 부터는 동사도 다시 한번 실적 성장세를 구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동사 투자 포인트와 상관없이 중국 내 자동차 판매 트렌드 하나를 더 짚어 보겠습니다. 중국도 북미와 마찬가지로 SUV가 큰 인기를 얻고 있습니다.

중국도 글로벌 트렌드를 따라 SUV가 초강세를 보이는 중.. <출처:KDI>

중국의 올 1분기 자동차 판매량은 530.5만대입니다. 전년동기대비 9%가 증가했습니다. 성장세가 주춤하기는 하나 견조한 편입니다. 현재 중국은 인구 1,000명 중 80명이 자가용을 보유하고 있으므로 중국 자동차 내수 시장의 업사이드는 여전히 큽니다.

분기별 요약 실적


분기별 요약 실적 <출처:화진>

외형은 꾸준히 성장을 하는 모양새 였습니다. 2013년부터 외형 성장세가 주춤해지고 있습니다. 외형 성장세가 주춤하는 사이에 이보다 급하게 이익이 줄어들고 있습니다.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2013년 고점을 찍고 현재까지 꾸준히 하락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분기별 OPM도 2012년에는 17%가 넘던 것이 꾸준히 하락해서 올 1분기에는 10%까지 내려왔습니다.

가장 큰 이유는 현대기아차를 중심으로 한 국내 자동차 업황의 어려움 때문입니다. 그래도 동사는 매출이 현대기아차 100%가 아니고, 60% 수준입니다. 나머지 40%는 일본 자동차 브랜드향 매출입니다.

투자포인트 : 2016년 이후 신규 수주 모멘텀 존재


두번째로 실적이 우하향 중인 이유를 꼽자면 '최근 신규 수주의 부재' 때문입니다. 동사의 실적 특성을 보면 신규 거래선의 수주를 트면 실적이 급증하고 이후에 도장 공정으로 바뀌는 부분이 늘어나면서 실적이 조금씩 떨어집니다. 실제로 2012년 4월에 닛산 신규 수주, 2013년 10월에 혼다 신규 수주가 있었습니다. 향후 동사 실적이 턴어라운드 하기 위한 또 다른 투자포인트는 '신규 수주의 증가'에 달렸습니다.

회사와 연락을 해보니 정확한 업체명을 밝히기는 어려우나 2016년에는 신규 수주 소식을 기대해도 좋다고 하였습니다.

밸류에이션과 결론


올 1분기에 중국 법인 실적이 외형 마저 크게 위축되고, 국내 법인은 수익성이 많이 악화되었습니다. 이 불황이 영구적 상황이라고 보지는 않기 때문에 개인적으로 회사의 영업 상황에 큰 변화는 없다고 봅니다. 이전 분석에서 크게 달라진 점은 없는 것 같습니다. 다만 밸류에이션을 하면서 몇 가지 긍정적인 부분과 부정적인 부분에 대한 부분이 미세하게 조정되었습니다.

[긍정적인 부분]
  • 신규 수주 부재로 도장 파트 전환이 많아지면서 이익률이 감소는 하고 있으나 부품 업체치고는 여전히 높은 OPM과 ROE를 유지하고 있어서 매력적
  • 원재료 수급에 있어서 DIC와의 긴요한 관계 덕분에 독점적 지위 유지가 여전히 용이함
  • IPE capa 증설은 예정대로 잘 진행 중, IPE 매출 증가 모멘텀은 이르면 올해 하반기부터 받을 가능성이 높음
  • 2016년 이후 신규 수주 모멘텀 기대
  • 2016년부터 현대기아차의 중국 CAPA 크게 증가
  • 매출이 현대기아차에 편중돼 있지 않고 해외 타 업체로 절반정도는 분산돼 있음
  • 개발이 완료된 발열 핸들이 갑자기 매출이 터져 줄 경우엔 보너스
  • 올해 1분기 영업활동으로인한 현금흐름은 매우 좋음

[부정적인 부분]
  • 현대기아차를 중심으로 한 국내 자동차 업황의 어두운 터널
  • 중국 시장에서 동사 고객사인 일본차 업체의 고전
  • 신규 고객사 개척의 어려움
  • 자동차 핵심 부품이 아닌 부분과 고객 취향 이탈 시 토사구팽 우려
  • 중국 공장의 가동률이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으며 올 1분기 가동률은 70% 수준

[올해 실적 추정]
  • 매출은 아무리 못해도 예년수준 or 공격적으로 yoy +8% 수준
  • OPM은 11% 수준

밸류에이션 <클릭하면 커집니다>

현재 주가 5,650원은 2014년 기말 실적 기준으로 PER 6.6배, PBR 0.9배 입니다. 작년 ROE는 13.87%입니다. 개인적으로 추정한 2015년 예상 실적 기준으로는 PER 5.8배, PBR은 0.8배 입니다.

올해 실적 추정은 실제보다 조금 긍정적으로 했습니다. 그리고 내년 실적 추정은 각종 모멘텀이 터져주는 해임에도 불구하고 보수적으로 했습니다. 올해 실적 가중치 60%, 내년 실적 가중치 40%를 반영하여 목표주가를 산정했습니다.

단기적으로는 업황의 어려움이나 중국 법인의 실적 악화 등의 요인으로 실적이나 주가 업사이드가 크지는 않은 것 같다는 느낌입니다. 그럼에도 현재 주가는 너무 쌉니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주가가 떨어질수록 밸류에이션 매력이 부각되는 구간이므로 조금씩 모아나가야 할 구간이지 팔 구간은 아니라는 생각입니다.

단기적으로는 분위기가 안 좋겠지만 내년에 신규 수주나 몇가지 모멘텀만 받쳐주면 제값 받으러 한번 가야 되지 않나 싶은 종목입니다. 일단은 중국 상황을 보니 2분기 실적도 기대하기는 어렵고, 3분기 이후의 실적을 기대해야 하지 않나 생각합니다.

2015년 5월 31일
송종식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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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5월 3일 일요일

호암자전 - 삼성 창업자 호암 이병철 자서전

어떤 세력이 규모를 키우면 반드시 이해관계가 상충하는 집단이 생긴다. 그 과정에서 세력은 사회에 밝은 면을 남길 뿐 아니라 어두운 면을 남길 수도 있다. 삼성이 남긴 밝은 면 뿐 아니라 어두운 면도 어느 정도는 숙지하고 있다.

그리고 자서전은 기본적으로 저자의 주관에 따라 쓰여지고 실제와 다른 왜곡된 내용도 있을 수 있다. 이런 부분들을 충분히 감안해 가며 본 자서전을 읽었다.

<출처:네이버 책>
어쨌거나 이 책은 매우 가치 있다. 회사를 만들고, 이를 한 국가의 최고 규모로 키운 선배 기업가이자 투자가가 직접 쓴 글을(물론 이병철 전 회장님의 구술을 최우석 전 삼성경제연구소장님이 손으로 받아썼지만) 단돈 25,000원에 읽을 수 있다는 것은 시대가 준 큰 혜택이다. 만나기도 힘든 재벌 총수인 데다가 이미 돌아가셔서 만나려도 만날 수 없는 창업자의 생각을 안방에 앉아서 흡수하는 재미는 쏠쏠하다. 25,000원에 이런 귀한 경험을 거저 먹는다는 생각도 들고... 큰 인물들의 자서전을 읽으면 숨겨놨던 야망도 싹터서 더 없이 좋다.

호암자전은 원래 비매품이다. 가족과 지인들을 위해 소량만 인쇄를 했고 현재 남아 있는 책은 몇 권 없다고 한다. 비매품 원본은 중고품 시장에서 35만 원까지 거래가 되고 있다.

재벌 창업자들 앞에서 실패를 논하지 말라(?)


많은 창업자들이 롤모델로 꼽는 정주영 회장님. 아마 실패의 대명사로 우리에게 잘 알려진 인물일것이다. 잘 나가는 쌀가게 복흥상회는 키워 놨더니 중일전쟁으로 쌀 배급제가 시행되면서 문을 닫았다. 이후 인수한 자동차 수리 공장은 인수 한지 한달도 안돼 불에 타서 전소해버리고, 재건해 영업이 좀 된다 싶으니 일본이 기업정리령을 내걸고 회사를 빼앗어버렸다. 몇 번씩 빈털터리가 되면서도 새로이 사업을 일구는 저력은 후배 기업가들에게 귀감을 주고 있다.

소작농의 집안에서 태어난 정주영 회장님과 달리 대대로 부유한 집안이었던 이병철 회장님은 별로 실패를 안 했을 것 같은 이미지다. 하지만 책을 보니 이병철 회장님 역시 무수한 실패를 경험한 인물이었다. 특히 회사를 만들어만 놓으면 국가에 몰수당하는 사례가 많았다. 기업 경영의 의지가 꺾일 만도 하다. 그런데도 계속 새로운 사업을 시작하고 회사를 키운다. 조용하지만 저돌적인 인물이다.

이병철 회장님의 실패 목록은 다음과 같다.

  • 중일전쟁으로 식산은행의 대출이 중단, 토지사업이 청산됨
  • 남북전쟁 중 삼성물산공사를 공산당에게 몰수당하고 빈털터리로 대구에 피난
  • 삼성이 소유했던 한일은행, 조흥은행, 상업은행이 국가에 몰수돼 국유화 됨
  • 서구에 대규모 차관 약속까지 받아놓은 세계최대규모의 비료공장 건설이 국내 정치 상황으로 인해 수포로 돌아감
  • 전쟁 당시 세법인 순이익의 120% 세율을 감당하지 못해 세금 납부에 문제가 있었는데, 이로 인해 탈세 및 부정축재자로 낙인찍혀 수배자가 됨
  • 10년에 걸쳐 숱한 시련과 장애물을 넘어가며 건립한 세계최대의 한국비료 지분을 전량 국가에 헌납(?) 당함
  • 국가에 헌납할 한국비료 지분 51%를 채우기 위해 동양생명의 지분, 동양화재보험 지분, 현 한진빌딩 대지 등을 매각
  • 인장을 갖고 있던 한 직원이 삼성 전체 재산의 1/3을 횡령
  • 동양방송(TBS)이 강제로 국유화 돼, KBS에 합병됨

돈 몇 푼을 잃었다고 목숨까지 버리는 사람들이 있다. 정주영 회장님이나 이병철 회장님의 시련을 보면 그럴 필요가 전혀 없다고 느껴진다.

사업 패턴


전 후 모든 물자가 부족했던 당시 제일제당을 설립하면서 3백산업에 투신한다. 제일제당은 공장을 가동하자마자 수요가 폭발해서 삼성이 자본을 급격하게 축적하는 계기가 된다.

이병철 회장님의 사업 전략은 대부분이 이런 패턴이다. 1) 큰 수요가 확실한 시장을 찾는다. 2) 해외차관이나 정부 지원 등 외부 자금을 유치한다. 3) 공장 건설에 착수한다. 4) 자본을 축적한다. 5) 큰 수요가 확실한 시장을 다시 찾아본다.


특별할 것 없는 흔한 사업 패턴이다. 다만 자세히 뜯어보면 이병철 회장님의 몇 가지 독특한 성향이 보인다. 1)번 과정에서 엄청난 리서치를 동반한다. 각계 전문가는 모조리 만나서 의견을 청취하고, 활자는 모두 읽고, 필요하다면 해외 탐방도 적극적으로 한다. 공장 건설을 결의하기까지 1년이 걸릴 수도 있다. 그만큼 리서치는 꾸준하고 집요하게, 그리고 철저히 하는 성격인 것 같다.

신사업에 투신하기로 결의했다면 모든 것을 건다. 차관도 최대한 받고 규모는 최대를 지향한다. 주식투자자로 치면 얻을 수 있는 모든 레버리지를 얻어 한 종목에 집중하는 투자자랄까.

사업 진행 과정에서는 '의인물용, 용인물의(疑人勿用, 用人勿疑)' 원칙을 철저히 지킨 것으로도 유명하다. 하수들이 모든 사업 과정에 본인이 개입해 업무를 진행하는 반면에 최고수 기업인들은 여지 없이 다른 사람에게 일을 믿고 맡기고 시스템이 일을 처리하도록 만든다. 이병철 회장님의 경우에는 여기에서 더 나아가 믿지 못하는 사람은 아예 쓰지를 않고, 쓰기로 결정한 사람은 믿고 큰 일을 모두 맡기는 위임 경영을 잘 했다. 그렇기 때문에 조직은 빠른 속도로, 그리고 크게 성장할 수 있었다고 본다. 한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은 한계가 분명하지만 시스템이 할 수 있는 일은 무한하므로. 위임 경영의 포인트는 시대 흐름과 사업을 보는 눈이고, 무엇보다 사람을 보는 눈을 갖추어야 한다. 사람을 등용하는 것, 그리고 적재적소에 배치하는 것은 기업 경영 최고의 난이도라고 생각한다. 이 부분은 분명 이병철 회장님의 용인술이 뛰어났음을 증명한다.

사업의 지분을 대량으로 취득하고 모든 실무는 시스템과 구성원들에게 맡기고 본인은 실무에 관심을 두지 않는다. 매 분기나 매해 사업의 결산과 중요사항을 보고 받는다. 이런 사업 방식은 워런버핏과 비슷한 면이 보인다. 차이라면 버핏은 자신이 신규로 시작한 사업은 투자업뿐이다. 버핏은 기존 사업을 인수하는 형태로 몸집을 불렸다. 이병철 회장님은 자신이 신규로 사업을 시작한 케이스가 많기는 하다. 어쨌든 이병철 회장님의 사업 패턴을 보면 사업가이기도 하지만 투자가에 가까운 면모도 보인다.

기억에 남는 구절


  • 의심이 가거든 사람을 고용 말라. 의심하면서 사람을 부리면 그 사람의 장점을 살릴 수 없다. 그리고 고용된 사람도 결코 제 역량을 발휘할 수는 없을 것이다. 사람을 채용할 때는 신중을 기하라. 그리고 일단 채용했으면 대담하게 일을 맡겨라.
  • 벗이란 묘한 것인가 보다. 마산에서 사업을 시작했을 무렵에는 공동출자자 외에는 벗이라고 할 만한 사람이 별로 없었는데, 사업이 번창함에 따라 친구가 늘어갔다. 그러나 부동산에서 일단 큰 실패를 겪자 그렇게 많다고 생각했던 친구들이 한 사람 떠나고 두 사람 떠나고 하더니 대구에서 양조업에 착수하면서부터 또다시 한두 사람씩 모여들기 시작했다.
  • 그러나 친구들과 격의 없는 사이가 된 다음에도 나에게 분명히 충고를 해주는 사람은 드물었다. 누구나 귀에 거슬리는 말은 듣기 싫어한다. 그러므로 사람들은 귀에 거슬리는 충언을 삼가게 된다. 소원해질까 두려워하기 때문이다. 남의 일에 상관하지 않고, 편하게만 살면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역시 충언을 하기 싫어한다. 그래서는 참다운 벗이 못 된다. 충언을 서슴지 않는 벗이 참된 벗이다. 참된 벗을 만나기란 여간 어렵지 않다.
  • 어떤 사업이건 실패의 위험은 뒤따른다. 그러나 가장 위험한 것은 처음부터 실패의 여지가 있다는 불안을 안고 착수하는 것이다. 100%의 자신이 없으면 애초에 착수하지 말아야 한다. 마음속에 불안을 품은 채 착수하면 주저하여 전력투구를 못 하게 된다.
  • 빈곤과 청빈을 판별하지 못하고, 마치 남루한 옷을 걸치는 것이 청렴의 증좌인 양 여기는 그릇된 생각에 사로잡혀 있다. 남이 진취적으로 무슨 일에 도전하는 일에는 왈가왈부의 비평을 많이 하면서도, 스스로 도전해 볼 생각은 하지 않는다. 한편 기회만 있으면 남의 덜미를 잡고 어부지리를 얻으려고 획책하기도 한다.
  • 조선 중엽부터 싹튼 그칠 줄 모르는 사색당쟁에만 골몰하였던 관계로, 좌정관외격인 우를 범했고, 유약퇴영의 정신과 부정부패의 씨를 배태케하여, 국민의 이익을 등지는 무정부상태의 혼비를 거듭했다. 마침내 후반 50년에는, 선진 강국의 침략을 막지 못하여 일본의 힘 앞에 굴복하고 말았다. 일본은 우리를 그들 본국 경제를 위한 식민지 경제의 영역을 벗어나지 못하게 함으로써, 현대국가로서의 경제발전상 가장 중요했던 시기 36년간을 후진국의 경제 테두리 속에 얽매어 두고 말았다.
  • 고전적 코스를 따를 시간이 없다. 1770년대의 영국 산업혁명 이전으로 되돌아가서, 약 200년 전의 코스를 하나하나 밟아 내려올 시간적 여유가 없다. 우리는 너무나 뒤떨어져 있기 때문에, 무슨 비약적인 수단이나 방법을 쓰지 않고서는 도저히 우리의 빈곤이나 산업 구조의 낙후성을 극복할 수 없다. 우리는 과감하게 그 순서를 바꾸어 대기업에서부터 출발하여, 중소기업으로 내려가는 방식을 취해야만 한다고 생각한다. 농업을 건너 뛰고 공업을 키워야 한다고 생각한다. 농촌을 구제하는 길은 오히려 과감한 외자도입에 의한 공업화를 통해서만 가능함도 인식해야 할 것이다.
  • 아시아 반공 보루국으로서 수원 태세를 견실히 확립하고 조야가 합심하면 차관 기금의 10%에 해당하는 1억 달러의 차관을 매해 확보 가능하다. 운영 실적이 좋으면 그 이상도 가능하다. 그렇다면 10년간 10억 달러의 차관 획득도 꿈은 아니다. 한일 회담이 원만히 타결되면 일본에서 10년간 6억 달러 도입도 큰 문제는 안 될 것이다. 그동안의 움직임을 보아 독일, 이탈리아, 프랑스 등에서 10년 동안 5억 달러의 차관을 확보하는것도 어렵지 않을 것이다. 이를 합치면 10년간 대략 21억~23억 달러의 외자를 도입할 수 있다. 그리고 국제 흐름으로 보아 전기, 도로, 수도, 와사 등 민생에 직결되는 사회 공공사업의 개발 자금 차관은 비교적 용이하므로 덴마크, 네덜란드, 포르투칼 등 각국에서 1,700만 달러씩 도합 약 1억 3천만 달러를 차관으로 도입하는 것도 좋으리라 믿는다.
  • 이상에서 말한 외자도입이 원활하게 달성되면서 3년만 지나면, 이미 건설 완료한 공장에서는 수익이 나오게 된다. 그것을 매년 2억 달러 내외로 보고 이 자금을 다시 민간사업에 재투자 할 것 같으면 10년 동안 15억~20억 달러에 해당하는 공장건설 자금을 확보하는 결과가 된다.
  • 이 구상이 제대로 진척되면 36억~43억 달러의 투자가 가능하다. 이를 약 40억 달러로 추정하면 4백만 달러 규모의 공장 1천 개를 건설할 수 있다. 그렇다면 투자 총액의 70%에 해당하는 연간 생산증가는 곧 같은 액의 GNP증가를 기대할 수 있으므로, 1인당 국민 소득은 현재 50달러에서 100달러로 무난하게 두배가 증가할것이다.
  • 또한 이들이 한 공장에 500명씩 고용한다고 치더라도 고용 증가는 50만명에 달할 것이며, 부양가족을 5인 평균으로 친다면 250만 명이며, 그 밖의 하청 중소공장과 유통단계에서의 고용을 합치면, 무려 500만 명의 고용 증대를 기대할 수 있다. 즉, 농가 인구를 공장에 흡수하여 그들의 생활이 보장받을 수 있게 될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공장 하나에 부과되는 세금을 200만 원으로 추정하면 세금 총액이 20억원이 되는 바, 이렇게 되면 정부의 세수입은 배증한다. 공무원의 급료도 배액 이상 지불할 수 있게 되어서 점차로 부정부패도 일소될 수 있고, 사회도 명랑하고 건전하게 될 것이다. 1,500만 농민의 1/3에 해당하는 500만명을 공업에 흡수함으로써, 현재 420평에 불과한 1인당 경지면적을 630평으로 확대시켜 농업생산성을 높이는 한편, 농산물 생산비에 절대적 영향을 주는 비료나 농기구 등을 국내 공장에서 염가로 생산 공급하는 공업화를 촉진함으로써, 농민들이 간접적으로 공업화에 의한 파급 혜택을 받도록 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 사업은 반드시 시기와 정세에 맞추어야 한다. 이것부터 우선 인식하고 나서 사업을 운영할 때는 첫째, 국내외의 정세 변동을 정확히 통찰해야하며 둘째, 무모한 과욕을 버리고 본인의 능력과 그 한계를 냉철히 판단해야 하고 셋째, 요행을 바라는 투기는 절대로 피해야 하며 넷째, 직관력의 연마를 중시하는 한편 제2, 제3의 대비책을 미리 강구하여 대세가 기울어 이미 실패라고 판단이 서면 깨끗이 미련을 청산하고 차선의 길을 택해야 한다는 것을 절감했다.
  • 모사는 재인이고 성사는 재천이라고 한다. 희망이나 꿈은 사람을 성공으로 이끄는 에너지이며, 언제나 무엇인가를 창조하고 성취하면서 살아가려는 인간의 통성이기도 하다.


 목차

  • 서 序
  • 제 1 편 청소년 시절 
    • 제 1 장 한일합방 해에 출생 
    • 제 2 장 서당에서 학교로 
    • 제 3 장 결혼, 그리고 도쿄 유학 
    • 제 4 장 세계 공황하의 대학시절 
    • 제 5 장 졸업증서 없이 끝난 학업 
  • 제 2 편 사업에 투신 
    • 제 1 장 사업 투신의 결의 
    • 제 2 장 정미·운수업으로 출발 
    • 제 3 장 2백만 평의 대지주로 
    • 제 4 장 삼성의 모체 삼성상회 설립 
    • 제 5 장 고향에서 해방 맞아 
    • 제 6 장 사업보국의 신념을 굳혀 
    • 제 7 장 이승만 박사의 추억 
    • 제 8 장 삼성물산공사의 설립 
    • 제 9 장 해방 후의 첫 일본방문 
    • 제 10 장 6·25 동란 발발 
  • 제 3 편 수입 대체산업 
    • 제 1 장 빈손으로 대구에 피란 
    • 제 2 장 제조업을 결의 
    • 제 3 장 제일제당 설립 
    • 제 4 장 국내기술로 공장 완성 
    • 제 5 장 제일모직 설립 
    • 제 6 장 모든 것을 우리 손으로 
    • 제 7 장 유니언 잭 고지에 태극기를 
    • 제 8 장 산업자본의 형성 
  • 제 4 편 사회의 격동 
    • 제 1 장 시은의 대주주로 
    • 제 2 장 한국비료의 건설 추진 
    • 제 3 장 차관도입 교섭에 성공 
    • 제 4 장 120%의 세제 
    • 제 5 장 5·16 혁명 최고회의에 서한 
    • 제 6 장 박정희 부의장과의 첫 대면 
  • 제 5 편 우리가 잘 사는 길 
    • 제 1 장 경제인협회 초대 회장으로 
    • 제 2 장 울산공업단지의 조성 
    • 제 3 장 통화개혁과 삼분파동 
    • 제 4 장 [우리가 잘 사는 길] 기고 
    • 제 5 장 비료공장건설을 재추진 
    • 제 6 장 유솜과 일본업계의 반대 
    • 제 7 장 미쓰이물산과 차관교섭 
    • 제 8 장 한일회담의 이면 지원 
    • 제 9 장 세계최대의 단일 비료공장 
    • 제 10 장 정치기류에 휘말린 ‘한비사건’ 
  • 제 6 편 문화사업 
    • 제 1 장 문화재단 설립 
    • 제 2 장 교육과 도의문화의 진흥을 
    • 제 3 장 호암미술관 설립 
    • 제 4 장 매스컴의 경영 
    • 제 5 장 동양방송의 영상은 사라지고 
    • 제 6 장 용인자연농원에 건 꿈 
    • 제 7 장 위암 수술을 받고 
  • 제 7 편 전자중화학공업 
    • 제 1 장 전자, 그리고 중화학공업 시대로 
    • 제 2 장 조선 분야에 진출 
    • 제 3 장 플랜트 생산체제 갖추어 
    • 제 4 장 유화산업과 방위산업 
    • 제 5 장 생명보험과 백화점의 경영 
    • 제 6 장 한국의 얼굴 호텔신라 
  • 제 8 편 삼성의 장래 
    • 제 1 장 새로운 경영기법을 찾아서 
    • 제 2 장 반도체 개발을 결의 
    • 제 3 장 삼성반도체에 내일을 건다 
    • 제 4 장 기업은 영원한가 
    • 제 5 장 창업과 수성 
    • 제 6 장 보스턴대학에서 명예박사학위 
  • 제 9 편 취미 편력 
    • 수집으로 개성을 안다 
    • 생활 속의 골프 
    • 국악과 서예로 정심 길러 
    • 건축미에 매료되어 
    • 《논어》, 인간형성의 근원 
  • 후기 
  • 호암연보
<목차 출처 : 네이버 책>


저자에 대해


저자 이병철 전 회장님은 1910년 2월 12월에 경남 의령에서 출생했다. 다소 방탕하고 무의미한 10대와 20대를 보냈다고 본인 스스로 회고했다. 1936년에 첫 사업을 시작했고, 1938년 3월에 <삼성상회>라는 상호를 걸고 삼성그룹의 모태가 되는 기업을 창업했다. 1953년에 제일제당 설립, 1954년에 제일모직을 설립했고 이후에 한국비료 등 굵직한 사업을 진행했다. 타계하기 전에는 천문학적인 자본과 높은 기술력이 필요한 하이 리스크 산업인 반도체 사업을 시작하면서 한국 경제가 IT기반 국가로 가는 기틀을 마련했다. 삼성그룹을 창업한 1세대로서 삼성그룹을 국내 최고의 기업으로 만들었다. 슬하에 4남 6녀를 두었고, 삼남 건희에게 사업을 승계했다. 1987년 11월, 77세를 일기로 타계했다. 사인은 폐암이다.

2015년 5월 3일
송종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