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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3월 3일 월요일

주식 말고 기업을 사라 (부제:투자의 신 워렌버핏의 주주서한)

워렌버핏의 이름을 달고 출간된 책들은 정말 많습니다. 국내 책으로 검색하니 약 800건이 뜨고, 영어로 된 책은 2,900여권이 뜨네요. 그런데 워렌버핏은 공식적으로 저술한 책이 한권도 없습니다. 그러니까 거의 대부분의 책들이 워렌버핏과 상관없는 사람들이 쓴 책 입니다. 가끔 버핏의 친인척이 버핏에 관해 쓴 책들은 있는데 그런 책들에서는 버핏 특유의 말장난과 지혜를 얻기가 힘듭니다. 적정 주가를 구한다는 다소 도발적인 제목의 책들도 있지만 수박 겉만 핥는 수준입니다. 그리고 우리들의 버핏 할아버지는 위트있게 농담을 참 잘하는 사람인데 다른 사람들이 쓴 책에서는 버핏 할아버지의 위트도 느낄수가 없네요.

이 책 '주식 말고 기업을 사라 (원제:The essays of Warren Buffett::lessons for investors and managers)'는 버핏이 쓴 글들을 로렌스 커닝햄이 엮은 책입니다. 버핏은 매해 투자자들에게 주주서한을 보내는데 그 주주서한들을 엮은 책입니다. 이책에는 1979년에서 2000년까지 주주들에게 보낸 서한이 담겨 있습니다. 버핏 자신이 쓴 진솔한 이야기들과 여러가지 혜안을 배울 수 있는 훌륭한 책입니다. 2000년 이후의 서한들은 한국어판에서 빠져있는데 영어가 되시는 분들은 버크셔해서웨이나 SEC웹사이트를 통해서 읽어보시면 됩니다.

<출처:네이버 책>

숫자 너머


이 책에는 가치투자 책에서 찾아볼 수 있는 흔한 재무제표 숫자가 하나도 안 나옵니다. 심지어 매영순(매출, 영업이익, 순이익의 은어) 조차도 안 다룹니다. 당연히 지나간 차트 그래프 같은 것들이 안 나오는 것은 말할 것도 없습니다.

책에는 온통 버핏 할아버지의 기분 좋은 잔소리들로 가득합니다.

제 주변에 주식으로 성공한 형들이 제게 늘 하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종식아, 숫자도 중요하지만 숫자 너머를 봐. 숫자에 너무 집착하면 수익 내기 힘들어."

바로 이 책에서 버핏 할아버지가 이야기 하려는 것도 제 주변 형들이 이야기 하는 것과 일맥상통 하는 것 같습니다.

버핏은 투자를 할 때 경영자와 지배구조, 그리고 기업의 비지니스 모델에 집중하는 투자자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레이엄에게서 배운 꽁초투자는 후기 버크셔헤서웨이 시절에는 거의 구사하지 않고 있습니다. 

물론 버핏은 투자를 하기전에 미래의 현금흐름할인도 해보고 여러가지 숫자를 체크한다고 합니다만 그 보다는 계속 기업(going concern)이 가능한가? 그러면서도 장기간 해당 산업내에서 독점적 지위를 누릴 수 있는 기업인가? 그리고 경영자의 경영 스타일이나 주주들을 대하는 성향은 어떤가? 상품은 해자와 우위가 있는가?와 같은 기업의 본질적인 부분에 더 집중하는 투자자입니다. 그는 이 부분들이 자신의 마음에 드는 회사 위주로 골라내 적당한 가격이 오면 집중적으로 매입하고 장기간 보유하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결국 숫자를 만들어 내는 것은 비지니스 모델이고 그 회사에서 일하는 사람들이니 버핏의 지혜가 옳다고 생각합니다.

이책을 제대로 읽으시려면 투자 경험이 많으셔야 합니다. 어느 정도 난이도가 있는 책 입니다. 기업 지배구조에 대해서, 비지니스 모델에 대해서, 그리고 여러가지 금융 기법과 투자 철학에 대해서 버핏의 심도 있는 생각들을 접할 수 있는 훌륭한 책입니다. 버핏 스스로 작성한 글들로 채워진 유일한 책입니다.

책 목차


추천의 말_워렌 버핏 투자조언의 성찬
책 머리글_우아하고도 유익한 투자 지침
프롤로그

제1장 기업의 지배구조

  • 1 주주와 관련된 사업원칙
  • 2 완전하고 공정한 정보공시
  • 3 이사와 경영자
  • 4 공장 폐쇄의 고뇌
  • 5 주주 중심의 기업 자선활동
  • 6 경영자 보상에 대한 원칙

제2장 기업금융과 투자

  • 1 미스터 마켓
  • 2 차익거래
  • 3 효율적 시장 이론에 대한 반박
  • 4 ‘가치투자’는 군더더기 용어
  • 5 현명한 투자
  • 6 담배꽁초와 제도적 관행

제3장 보통주의 대안

  • 1 정크본드
  • 2 제로쿠폰본드
  • 3 우선주
  • 4 색다른 투자

제4장 보통주

  • 1 트레이딩의 해악: 거래비용
  • 2 회사에 적합한 주주
  • 3 배당정책과 자사주 매입
  • 4 주식분할과 거래량
  • 5 주주의 증여전략
  • 6 버크셔의 자본 변경

제5장 기업 인수합병

  • 1 비싼 가격을 치르는 나쁜 동기
  • 2 합리적인 자사주 매입과 그린메일
  • 3 차입매수
  • 4 건전한 인수정책
  • 5 기업 매각
  • 6 버크셔의 인수 강점

제6장 회계와 평가

  • 1 회계 속임수 풍자
  • 2 포괄이익
  • 3 경제적 영업권과 회계적 영업권
  • 4 주주이익과 현금흐름 오류
  • 5 내재가치, 장부가치, 시장가치
  • 6 이솝과 비효율적 숲 이론

제7장 회계정책과 세금문제

  • 1 매수법과 지분통합법 논쟁
  • 2 스톡옵션
  • 3 ‘구조조정 비용’
  • 4 부문 데이터와 연결
  • 5 이연법인세
  • 6 퇴직자 복지
  • 7 법인세는 누가 떠안는가?
  • 8 세금과 투자철학

에필로그
옮긴이 후기

<목차 출처 : YES24>

워런버핏


워렌버핏은 전업투자자의 전설입니다. 전업투자를 시작으로 버핏 투자 조합, 그리고 이후의 버크셔헤서웨이를 이용한 인수합병을 통해 미국 최고의 기업인이 되기까지.. 그는 투자만으로 지금의 부를 일구어 냈습니다.

1965년부터 2012년까지 연평균 수익률 19.7%를 달성한 희대의 투자 천재입니다. 이를 누적 복리 수익률로 환산하면 586,817%입니다. 1965년 버핏에게 천만원을 맡겼다면 2012년에는 이게 586억 9천만원으로 불어나 돌아왔을 것입니다.

버핏은 청산가치를 중시하는 그레이엄으로부터 체계적인 가치투자를 배우고 이후에 재무제표를 넘어선 성장 기업 투자의 대가인 필립피셔의 영향을 받게 됩니다. 20%의 그레이엄과 80%의 피셔가 조합된 이 인물은 지금은 스승을 넘어서는 투자 대가로 성장해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으며 유명한 인물 중 한사람이 되었습니다.

2014년 3월 3일
송종식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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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2월 7일 금요일

투자에 대한 생각 (원제:The most important thing)

투자에 대한 생각 (부제 : 월스트리트가 가장 신뢰한 하워드 막스의 20가지 투자 철학) 이라는 책이 좋아서 블로그에 서평을 남겨두려 합니다.

친목삼아 활동하는 투자방에서 추천 받은 책입니다. 한마디로 정말 훌륭한 책입니다. 내용이 많지는 않지만 많은 통찰력이 녹아있습니다. 금융업에 종사하거나 전업투자를 하고 계시는 분, 특히 가치투자를 지향하시는 분들이라면 꼭 한번 읽어보시길 추천드립니다.

저자인 하워드 막스는 종종 자신의 생각을 메모로 남겨 놓는 습관이 있다고 합니다. 이책은 그 메모들을 한데 모아 엮은 책이라고 합니다.

주식 투자 서적중에는 정말 말도 못하는 수준 이하의 책들이 많습니다. 잘못된 책을 선택하면 본인의 투자 습관도 망가집니다. 그래서 특히 투자 서적의 엄선은 중요하다 생각합니다.

우리의 위치는 어디쯤인가?


시장은 항상 과민반응을 하기 때문에 주가는 가치보다 비싼 상태이거나 싼 상태라고 합니다. 시장은 이를 반복하는데 저자는 이를 시계추 이론이라고 부릅니다. 이 이론에 따르면 주가가 회사의 가치와 일치하는 순간은 찰나이며 항상 비정상적인 가격을 유지하고 있다고 합니다.

투자자가 알아야 할 것은 현재 주가의 상황, 주변 경제 여건, 영업 상황 그리고 본인의 투자 상황이 어디쯤 위치해 있는가를 파악하는 것이라고 합니다. 투자는 확률 게임이기 때문에 적어도 주가가 가치보다 아래에 있을 때, 그것도 많이 아래에 있을때 매입해야 이길 확률을 올릴 수 있습니다.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 입니다.

리스크와 운


한국어판 표지
하워드막스는 수비적인 투자자입니다. 큰 대박을 좇기보다 수비를 잘해서 하방 경직을 키워놓고 시장이 따라올때까지 기다리는 투자자입니다.

그의 자금 운용 실적을 보면 강세장에서는 시장을 상회하는 수익을 내는 반면 액티브펀드나 성장주 투자자들 보다는 수익률이 떨어집니다. 반대로 약세장에서는 시장보다 수익률 방어를 잘 합니다. 그러니까 불황일때 조금 잃고 호황일때 이보다 조금 더 많이 버는 전략으로 그동안 자금을 운용해왔습니다.

투자를 할 때는 가능한 모든 리스크를 판단하고 리스크에 따른 기대 수익률을 생각해야 한다고 합니다. 만약 똑같은 수익률을 올린 두 가지 투자 대상이 있다면 리스크가 적은쪽이 더 잘한 투자라고 합니다.

문제는 우리가 상상조차 하지 않은 부분에서 항상 가장 큰 리스크가 터진다는 것이라고 합니다. 그러므로 리스크의 반대 급부에 있는 행운의 위력을 무시하지 말라는 조언도 놓치지 않습니다. 저자는 나심 니콜라스 탈레브의 책을 자주 인용하는데 '행운에 속지마라'라고 하는 책을 자주 인용합니다. 그책도 재미있으니 시간이 되시면 읽어보시길 추천드립니다.

다소 과격한 어투로 워런 버핏도 운이 좋아서 연속 승리를 하고 있는 것 뿐이라는 이야기를 담고 있는 그런 책 입니다.

아무튼 재미있는 부분은 리스크는 '제어'의 대상이지 '회피'의 대상은 아니라고 합니다. 리스크를 회피하면 아무런 수익을 올릴 수 없으므로 리스크를 적절히 제어해야 꾸준히 좋은 성과를 낼 수 있다고 합니다. 반면 너무 공격적으로 투자하면 리스크를 통제할 수 없으므로 주의해야 합니다.

리스크 제어를 통해서 중간 정도의 리스크를 지면서 손실은 적게 내고 수익을 많이 올려 시장을 상회하는 퍼포먼스를 올리는 것이 본인의 투자 전략이라고 합니다.

2차적 사고를 하라


대부분의 사람들은 유행을 좇는다고 합니다. 투자 세계에서도 이는 예외없다고 합니다. 유행을 좇는 투자자들은 1차적 사고 방식밖에 못하기 때문에 투자 세계에서 수익을 올릴 수 없다고 합니다.

1차적 사고 방식이란 '앞으로 고령화 인구가 늘어나니 제약주가 좋을거야'와 같은 것들이라고 합니다. 이런 생각은 이미 누구나 하고 있기 때문에 그때는 투자 타이밍이 늦다고 합니다. 그말이 맞다고 보는게 지금 바이오제약주들 PER이 40, 50, 60배 심지어 100배 넘어가는 것도 기본이니 말입니다.

2차적 사고를 통해서 잘 알려지지 않은 투자 대상에 미리 투자해서 기다리라고 합니다. 평범한 회사를 아주 싸게 사는편이 탁월한 회사를 비싼 가격에 사는 것 보다 낫다고 저자는 주장하는데 이 부분은 워런 버핏의 의견과 대치됩니다. 버핏은 그저 그런 기업을 싸게 사는 것보다 탁월한 기업을 제 값 주고 사라고 했으니까요.

2차적 사고를 하려면 남들이 열광할때 투자해서는 안되고 남들이 망설일 때 투자를 해야하는데 이는 굉장한 통찰력이 필요한 작업이라고 합니다.

목차


서문 투자에도 철학이 필요하다ㆍ11
가장 중요한 원칙 01 심층적으로 생각하라ㆍ15
가장 중요한 원칙 02 시장의 효율성을 이해하라ㆍ24
가장 중요한 원칙 03 가치란 무엇인가?ㆍ38
가장 중요한 원칙 04 가격과 가치 사이의 관계를 이해하라ㆍ51
가장 중요한 원칙 05 리스크란 무엇인가?ㆍ62
가장 중요한 원칙 06 리스크를 인식하라ㆍ86
가장 중요한 원칙 07 리스크를 제어하라ㆍ102
가장 중요한 원칙 08 주기에 주의를 기울여라ㆍ116
가장 중요한 원칙 09 투자시장의 특성을 이해하라ㆍ126
가장 중요한 원칙 10 부정적 영향과 맞서라ㆍ137
가장 중요한 원칙 11 역투자란 무엇인가?ㆍ155
가장 중요한 원칙 12 저가 매수 대상을 찾아라ㆍ169
가장 중요한 원칙 13 인내심을 가지고 기회를 기다려라ㆍ181
가장 중요한 원칙 14 내가 아는 한 가지는 내가 모른다는 것이다ㆍ196
가장 중요한 원칙 15 우리가 어디에 있는지 파악하라ㆍ208
가장 중요한 원칙 16 행운의 존재를 가볍게 보지 마라ㆍ222
가장 중요한 원칙 17 방어적으로 투자하라ㆍ234
가장 중요한 원칙 18 보이지 않는 함정을 피하라ㆍ253
가장 중요한 원칙 19 부가가치를 창출하라ㆍ275
가장 중요한 원칙 20 모든 원칙을 준수하라ㆍ286

(목차 출처 : 네이버 책)

저자 하워드막스에 대해


하워드 막스 <Howard Marks>
워런버핏은 하워드 막스의 투자 메모가 이메일로 배달되면 가장 먼저 읽는다고 합니다. 뱅가드 펀드의 존보글을 비롯한 여러 투자 현인들이 입모아 가장 신뢰하는 투자자로 하워드 막스를 꼽습니다.

경제학으로 정통한 시카고 대학에서 회계와 마케팅을 공부하였습니다. 현재는 전세계를 무대로 750억 달러의 자금을 운용하는 오크트리 캐피털 매니지먼트사의 회장으로 근무하고 있습니다.  시티코프 인베스트먼트에서 16년간 근무했습니다. 월급쟁이의 한계를 느낀 그는 자리를 옮겨 TCW사의 채권 부문 CIO로 근무하고 사업을 총괄하다 독립해서 오크트리 캐피털 매니지먼트사를 창업합니다.

하워드막스는 한국 시장에도 관심이 많아서 한국 현지에 TCK투자자문도 설립하여 운영하고 있습니다. 2013년 기준 개인 재산은 2.1조원입니다.

오크트리 캐피털은 기본적인 가치투자 철학을 토대로 주식, 채권, 부동산 등 다양한 자산에 투자하는 투자회사입니다. 1995년 설립 이래로 연평균 17.8%의 높은 수익률을 올리고 있습니다.

2014년 2월 7일

2013년 3월 5일 화요일

긴 글을 읽기 힘들어 하는 사람들

짧은 글에는 힘이 있다. 잘 써진 짧은 글은 독자들을 오랜 시간 동안 깊이 생각하게 한다. 짧은 글에는 영감이 있고 글을 짧게 줄이는 것은 글쓰기 최고의 기술 중 하나다.

그렇다고 무조건 긴 글보다 짧은 글이 훌륭하다는 것은 아니다. 때에 따라서는 긴 글의 구체적이고 체계적인 묘사나 논리 구조가 필요할 때도 잦다. 긴 글은 꼼꼼하며 감성적이다. 많은 지성인의 토론은 대개 긴 글이 오가며 이루어졌고 긴 글을 써 내려가면서 자신의 논리나 철학을 집대성해왔다. 그렇게 소중히 다듬어 온 글을 다른 지성인이 꼼꼼히 읽고 비판하면서 조용하지만, 힘 있게 인류 문명 발전에 이바지해 왔다.

요즘은 압도적으로 긴 글이 천대 시 당하는 사회다. 무수히 많은 짧은 글이 생성되어 유통되고 사람들은 짧은 글에 열광한다. 신문기사도 첫 문장부터 자극적으로 시작하지 않으면 읽히지 않는다. 글쟁이들은 저마다 짧고 자극적인 문구로 사람들에게 선택당하기를 기다리고 있고 사람들은 더욱더 짧고 자극적인 글을 찾아 쉼 없이 손가락을 움직이며 이리저리 헤맨다.

스마트폰이 확산되면서 이런 현상은 더욱 심해졌다. 소셜네트워크 서비스가 널리 퍼지면서 누구나 짧은 몇자의 글로 파워를 얻게 되었다. 파워를 얻으려면 쇼킹해야 하고 재미 있어야 한다. 콘텐츠가 팔리려면 지루하면 안되는 것이 정설이 되었다. 이는 장사를 목적으로 한다면 응당 옳은 말이며 또 당연히 이 대세에 따라야 한다. 그러나 내 블로그는 장사를 위한 블로그가 아니다. 나 자신의 사색을 위한 도구고, 내 눈높이와 맞는 분들과 함께 그 사색을 나누기 위한 아고라요 카페테리아다.

얼마전에는 내 블로그 글이 너무 길어 알맹이가 없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일단 읽히지 않는 글은 아무짝에 쓸모없는 글이다. 그분은 분명히 내 글을 읽지 않고 그런 말을 하셨을 것이다. 그러니 그분에게 내 글은 쓸모 없는 글이다.

그렇지만 다른 분들에게 내 글은 읽힌다. 물론 많은 대중들에게 읽힐 수는 없는 글들이지만 나와 마음이 비슷하거나 진심을 담아 내 글을 읽어주시는 독자분들이 계신다. 그것으로 내 글은 할 일을 다 했다고 생각한다. 단 한 분이라도 내 글을 읽어주시면 그 분 덕분에 내 글은 충분히 빛난다. 그것이 내가 굳이 블로그에 글을 남기는 이유다.

글을 쓰면 나 자신의 발전에 굉장히 도움이 된다. 어떤 주제에 대한 방향성 잃은 조각조각들이 하나의 유기적인 틀이 되도록 도와준다. 블로그에 글을 정리하는 첫번째 목적이다. 두번째 목적은 누군가 내 글을 성심껏 읽어주고, 또 그분께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도록 하는 것이다.

내 글은 흥미를 좇는 난독증 환자들을 위한 것이 아니다. 그런 분들은 내 블로그 글을 읽지 않아도 좋다. 진지한 지적 토론을 나누는 정감어린 이웃들과 조용히 블로그를 꾸려가고 싶다. 종이책을 사랑하고 긴 글을 진중하게 읽을 수 있는 분들과 계속 좋은 인연을 이어나가고 싶다. 경박단소의 시대에 살고 있지만 부화뇌동 하지 않는 사람들은 놀때는 놀더라도 진중할 때는 진중한 사람들이라고 생각한다. 항상 놀기만 하는 사람들에게 잔소리 듣는 일은 힘든 일이다.

2013년 3월 5일
송종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