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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1월 14일 화요일

야망 있는 남자라면 작은 것 부터 시작하라

젊을 때는 패기가 있습니다. 대부분은 꿈도 큽니다. 나이를 먹으면서 큰 꿈은 현실의 벽에 부딪혀가며 작아집니다. 패기도 시들어가고요. 모두가 그렇지는 않겠지만 역설적으로 젊은 시절 이상만 높아서 작은 일조차 시작을 못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도대체 왜 그럴까요? 바로 첫 단추를 끼우는 시도조차 안하기 때문입니다.

개인적으로 로또를 별로 좋아하지는 않습니다. 그렇지만 그런 로또도 당첨이 되려면 천원을 써서 응모를 해야하겠죠. 아무것도 하지 않는데 우리 삶에 어떤 변화가 생길수는 없습니다.

어떤 변화는 작은 것에서 시작한다고 합니다. 글을 쓰려는데 펜이 잘 안 떨어지면 일단 첫 문장부터 써보라고 합니다. 방청소를 해야하는데 귀찮음이 밀려온다면 벌떡 일어나서 이불부터 털어보라고 합니다. 조깅을 가고 싶은데 발이 안 떨어지면 조금만 힘을 내서 세수를 해보라고 합니다. 펜을 잡지도 않았는데 글을 못 쓰는건 당연하고, 게임을 하려면 컴퓨터를 켜야겠죠.

첫 단추를 끼우는 작은 행동 하나가 옷을 입게 만들고, 우리를 밖에 나가게 만들며 밖에서 어떤 일들이 일어나는 나비효과를 불러옵니다. 당장 할 수 있는 작은 행동 하나가 우리 삶에 큰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아래는 제가 당사자로부터 직접 들었거나 매체를 통해서 습득한 이야기입니다. 의미있는 것 같아서 공유해 드립니다.

천호식품 창업자 김영식 회장(왼쪽), 골프존 창업자 김영찬 회장(오른쪽)
출처 : 천호식품, 골프존 <두분은 이름만 비슷하지 형제지간이 아닙니다 ㅋㅋ)

골프존 김영찬, 한달에 30대씩만 팔아볼까?


골프존은 설립 후 10여년간 연평균 매출액 성장률이 100%가 넘을 정도로 고성장한 기업입니다. 작년 매출은 3,000억을 넘보는 중견회사가 되었습니다. 설립될 당시 골프존은 작은 신생 벤처에 불과했고 시장에는 이미 다양한 경쟁자들이 있었습니다. 그런 기업이 어떻게 내수 시장을 85%이상 차지하는 거대 독점 기업이 되었을까요?

김영찬 회장님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처음부터 거대 골프 문화 기업을 만들려고 시작했던 일은 아니라고 합니다. 삼성전자를 다니다 퇴직하고 작은 회사를 창업했다가 손을 뗐습니다. 이후에 골프존을 창업하게 되는데요. 창업 당시 전국에 실내 골프 연습장이 3000개 정도 있었다고 합니다. 여기에 기계 한대씩 팔면 총 3000대, 그럼 한달에 30~40대만 설렁설렁 팔아도 10년 정도는 먹고 살면서 노후 생활도 할 수 있겠다는 생각으로 시작한 소일거리라고 합니다.

그러던 것이 기술력이 입소문이 나서 첫해에는 10억원의 매출을 올리게 됩니다.

김영찬 회장님이 어느 날 강원도에 소풍을 갔다고 합니다. 그곳에서 골프존 로고가 간판으로 달린 스크린골프 매장을 마주치게 됩니다. 호기심에 그 매장에 들러 업주와 이야기를 나누었다고 합니다. 그 매장을 오픈한 업주는 스크린골프 매장을 통해서 생계를 꾸려나가고 있었습니다. 그제서야 김영찬 회장님은 '아차!' 싶었다고 합니다. 누군가에게는 생계가 달려있으므로 소일거리 정도로 하면 안되겠다고 다짐하고 본격적으로 영업을 시작했다고 합니다.

천호식품 김영식, 못 팔면 죽는다. 한박스라도 더 팔자


갓 스무살이 넘은 저에게 김영식 회장님은 이런 질문을 몇번 던진적이 있습니다. 

"송군은 꿈이 뭐고? 뭐 할끼고?"

그럼 저는 겁도 없이 대뜸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금액으로는 40조원 정도를 소유하고 싶고 거대한 우주센터를 설립하고 싶습니다. 학교 재단도 몇개 만들어서 재능이 있지만 가난한 아이들을 발굴해서 케어해 주고 싶습니다."

저의 이야기를 들은 회장님께서는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다시 되물으셨습니다.

"그래 그랄라면 뭐부터 할끼고?"

저는 아무런 대답도 하지 못했습니다. 뭐 물건을 판다거나 사업을 하겠다거나 하는 두리뭉실한 이야기만 우물쭈물댔죠.

"큰 꿈은 가슴속에 묻어라. 지금 당장 내가 할 수 있는기 뭔지 찾아서 그것부터 하그라."

그때 저는 회장님의 이야기를 깨닫지 못했습니다. 이제서야 그때 가르침과 말씀을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당시에는 열정과 포부만 있었지 큰 꿈을 이루기 위한 목표가 없었고, 그 목표를 이루기 위해 잘개 쪼갠 TASK가 없었고, 그 불씨를 당기기 위해 당장 시작해야 할일이 무엇인지조차 모르는 상태였습니다.

제가 회장님께 이런 질문을 한적이 있습니다.

"천호식품이 생기기 전에도 우리나라에는 건강기능식품 시장이 형성돼 있었고 기존의 시장 강자들도 있었을텐데요. 어떻게 천호식품이 지금의 위치에 올 수 있게 됐는지 신기하고 궁금해요."

그러자 회장님께서는 이렇게 대답해 주셨습니다.

"처음에는 시장 점유율 생각도 안했다. 못 팔면 죽는다는 생각으로 하루에 한박스라도 더 팔려고 판매에 집중했지.."

우문에 현답이었습니다. '한박스 한박스 최선을 다해서 팔다보니 지금의 천호식품이 있게 되었다'는 말씀이었습니다.

코드 한줄 써보기..


구글은 현재 손을 안 대는 분야가 없을 정도로 거대한 기업이 되어 있습니다. 그들 말대로 세계를 정복하는 꿈을 이룬 것 같습니다. 그러나 구글의 시작은 단촐했습니다. 래리 페이지와 세르게이 브린은 그저 연구 목적으로 구글의 모태가 되는 엔진을 만들었습니다. 웹페이지의 신뢰도 측정을 위해서 백링크라는 발상을 떠올려 이를 구현하였고 이것이 구글의 시작이 됩니다.

보스턴에서 뉴욕으로 가는 4시간 동안 개인 작업을 하려고 했던 휴스턴은 USB를 노트북에 꽂아두고 나왔다는 것을 알아차립니다. 이후에 휴스턴은 웹상에서 파일을 자유롭게 올리고 내릴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는 점에 착안해서 드랍박스를 만들게 됩니다. 드랍박스는 하루에 2억개가 넘는 파일이 업로드 되는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게 됩니다.

트위터도 파운더 멤버들이 Odeo라는 서비스가 잘 되지 않아 좌절하며 2주간 휴가를 떠났을 때 간단하게 프로토타입으로 만든 서비스입니다. 창업자 셋 모두 너무나 가볍게 만든 이 서비스가 잘 될거라는 기대는 안했습니다. 어느 날 에반 윌리엄스는 트위터에 '마사지를 받고, 피노누아 포도주를 마시고 있다'는 트윗을 올렸고 이 트윗은 비즈스톤의 휴대폰 알람으로 전송됩니다. 비즈스톤은 이 트윗을 받고 서비스가 잘 될거라는 확신을 했다고 합니다.

어떤 사람들의 손끝에서 시작됐을 실리콘밸리 전경
<출처 : 위키피디아 -실리콘밸리>

이야기가 옆으로 조금 샜습니다. 요지는 세상의 어떤 크고 위대한 일도 시작은 작은 것으로 부터였다는 것이 핵심입니다.

소설가의 꿈을 갖고 있다면 지금 당장 소설의 첫줄을 써 보시는 건 어떨까요? 훌륭한 서비스를 만들기로 마음 먹은 개발자라면 지금 당장 에디터를 켜서 코드 첫줄을 작성해 봅시다. 그러면 나머지는 술술 진행됩니다.

야망이 있는 남자라면 큰 그림은 가슴속에 꼬옥 묻어두고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것 부터 시작해 보기를 추천드립니다. 혹시 아나요? 당신의 작은 시작이 미래에 얼마나 위대한 일이 되어 있을지 말입니다.

2014년 1월 14일
송종식 드림


2013년 3월 14일 목요일

PER(주가수익비율)에 대해..

오늘은 두서없이 PER 이야기를 드릴까 합니다. PER 지표는 주식에 막 입문한 분들도 친숙하게 생각하시는 지표입니다. 가치지표 중에서는 가장 접하기 쉬운 기본적인 지표이기도 하고요. 그렇지만 재미있게도 해석이나 예측하기 가장 어려운 지표 중 하나가 PER이기도 합니다.

EPS(주당순이익) = 당기순이익/발행주식수
PER = 현재주가/EPS

연간 당기순이익을 발행한 주식수로 나누면 EPS 즉, 주당순이익이 나옵니다. 현재 주가에 EPS를 나눠주면 PER즉 주당 이익에 대한 이익 배수가 나옵니다. PER을 구하는 것은 이처럼 간단합니다.

아주 단순하게 생각해서 PER은 주식 인기투표의 지표로 보면 됩니다. 인기가 좋은 주식은 PER이 높게 나타나고, 인기가 좋지 않은 주식은 PER이 낮게 나타납니다.

대개 PER이 5배면 투자 원금을 회수하는데 5년이 걸리고, 50이면 50년이 걸린다고 합니다. 페이스북의 경우 상장 당시 PER이 200에 육박했는데 투자 원금을 회수하는데 200년이나 걸리는 회사에 투자금이 몰린 것은 페이스북이 고성장하는 회사라 원금 회수 기간을 줄이고도 높은 수익률을 안겨줄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감을 투자자들이 가지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주로 신성장 산업 분야에서 빠른 성장 기대감에 의한 높은 PER 형성이 되는 것을 자주 목격할 수 있습니다.

흔히 정밀한 밸류에이션 방법을 모르는 분들은 PER만으로 현재 주가가 '싸다', '비싸다' 판단을 내리기도 합니다. 예를들면 PER이 10 이하면 '싸다'라고 보거나 '20'을 넘어가면 '비싸다'라고 보거나 하는 등의 암묵적인 PER 평가법이 있습니다만 이렇게 단순하게만 생각하면 절대로 제대로 된 투자 기회를 잡을수가 없습니다.

PER를 이용한 평가 방법들은 대충 감을 잡기는 좋은 도구지만 기업 가치를 제대로 분석하기 위해서는 DCF나 잔여이익 모델, 배당할인 모형과 같은 다양한 방법이 동원되어야 합니다.

저PER 주


저PER주와 고PER주 투자에 대한 논란은 항상 있어 왔습니다. 얼마전에도 자주 가는 커뮤니티에서 비슷한 논란으로 회원들의 열띤 토론이 있었습니다. 먼저 저PER주를 보면 저PER인 이유가 있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저PER 주식들은 회사의 성장성이 다했다던가, 산업의 성장성이 다했다던가 또는 기업의 존립에 영향을 줄 만큼 문제가 있다던가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물론 성장성도 탁월하고 거의 모든 부분에서 훌륭한 회사인데 아직 시장의 관심을 받지 못해서 저PER주식으로 남아있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런 경우는 로또잡은 것이나 마찬가지 입니다. 이런 주식을 발견하는 것은 그렇게 쉬운 것은 아닙니다. 그리고 많은 분석과 경험, 공부를 요합니다.

무조건 저PER주라고 '저평가'됐다고 평가하는 것은 옳지 않으며 앞뒤 안 가리고 투자 하는 행위 역시 위험합니다. 자칫 돈이 평생 묶여버리는 경우도 발생하기 때문입니다.

저성장하는 저PER주를 매수하는 것 보다는 꾸준히 주가가 오르고 있지만 실적도 꾸준히 오르고 있어서 저PER이 꾸준히 유지되면서도 주가와 실적이 걸음을 맞춰나가는 주식에 투자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고PER 주


반대로 고PER 주식은 어떤가요? 고PER 주식들은 현재 주식시장에서 가장 많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주식들입니다. 최근 1~2년 사이 모바일 게임이나 모바일 부품 회사들 처럼 산업 자체가 관심을 한 몸에 받고 있어서 그 산업에 속한 기업들이 고PER 평가를 받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개별적으로 회사의 성장성이 좋아서 고PER 평가를 받기도 합니다. 대개 성장주가 고PER을 유지합니다.

성장주가 고PER를 유지하는 조건은 시장(주로 애널리스트)이 예측한 예상 실적 컨센서스에 부합하냐 안하냐 하는 것 입니다. 고PER주는 급방 급등해서 계좌를 불려주기도 하지만 분기 실적이 시장 예상치에 1%만 미달해도 때에 따라서는 주가가 수십% 폭락해 버립니다. 그래서 고성장주 투자는 매우 신중해야 하며 수준 높은 분석과 자금 운용 방법을 동원해야 합니다.

작년 11월 14일, 에스엠엔터테인먼트는 매출액이 전년 동기 대비 71.8% 상승,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대비 69% 상승했다고 발표했습니다. 일반 기업체의 성장률을 생각해 봤을때 굉장히 높은 성장률입니다. 그러나 재미있게도 실적 발표 직후 주가는 하한가로 급락하기 시작해서 한달간 50% 가까이 폭락했습니다.

호실적을 발표하고도 반토막난 에스엠 <차트: 네이버 증권>

주가가 폭락한 이유는 단순합니다. 에스엠엔터테인먼트의 실적 성장률은 일반 제조업체를 압도하는 수준이었지만 시장이 기대하던 수준에는 미달했기 때문입니다. 고성장을 이뤘지만 영업이익이 시장 기대치인 200억대에 83억원 가량 미달한 117억원 수준이라는 이유로 시장은 그동안의 고PER을 가차없이 붕괴시켜 버렸습니다. 언론사들도 '에스엠 어닝쇼크'라며 주가 폭락을 선전하기에 바빴습니다. 흑자를 낸 기업이 어닝쇼크라니 재미있습니다.

반대로 실적이 급강하 하는데도 불구하고 급등하는 사례도 많습니다. 개인적으로 가장 최근 겪었던 턴어라운드 투자로 종근당을 소개드리고 싶습니다. 투자 당시 종근당은 적자 기업은 아니었지만 투자자들의 공포와 기대가 냉온탕을 오가며 주가 턴어라운드를 보여 준 사례입니다.

종근당의 경우는 정부의 대규모 약가인하 발표로 당기순이익이 YoY 45%이상 하락할 것이라는 시장 컨센서스에 따라 주가가 대규모로 폭락했던적이 있습니다. 아직 순이익이 하락한 것도 아니고, 단지 예측만으로 공포감에 휩싸인 투자자들은 주식을 마구 내다 팔았습니다.

시장은 한번 방향을 타면 과도하게 움직입니다. 아래로 방향을 타면 과도하게 떨어지고, 위로 방향을 타면 과도하게 올라갑니다. 3만원대를 찍었던 주가는 25,000원, 20,000원.. 그리고 급기야 15,000원 이하로 1년 가량 하락세를 보였습니다.

종근당의 회사가치를 생각해보면 약가인하를 감안하더라도 너무나 저평가 될 정도로 주가가 떨어졌습니다.

YoY 대규모 마이너스 실적을 기록한 종근당의 주가 폭등 <차트: 네이버 증권>

재미있는 것은 이듬해 2012년 2분기 실적이 생각보다 괜찮을 거라는 발표로 주가가 턴 어라운드 하기 시작했습니다. 전년 동기대비 45%로 예측했던 당기순이익 하락이 20% 안쪽으로 줄어들 것이라는 공감대가 생겼습니다. 바닥인 13,000원대를 찍고 턴 어라운드하여 현재 종근당의 주가는 5만원을 넘었습니다.

실적은 전년동기 대비 마이너스를 기록했지만 주가는 4배 가량 급등하고 있습니다. 이유는 '시장 예측치보다 실적 하락폭이 적었다는 것'입니다.

기대가 크면 실망이 크고, 공포가 크면 의외의 대박을 안겨주는 원리가 주식 시장에서도 그대로 적용됩니다.

경기민감주가 저PER을 유지하는 이유


그리고 PER은 성장성 하나만으로 높거나 낮게 형성되지는 않습니다.

철강주, 조선주, 자동차주와 같이 경기 변동에 민감한 경기 순환주의 경우 시장에서 주가가 다소 할인되어 거래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대체적으로 낮은 PER을 유지하는 회사들이 많습니다.

비슷한 이유로 실적이 고르지 못하고 들쭉날쭉한 회사들도 PER이 낮은 경우를 자주 목격할 수 있습니다.

소위 '잡주'라고 불리는 일부 실적이 나쁘고 시총이 작은 주식의 경우 실적과 상관없이 주포가 마음 먹은대로 주가가 급등하거나 급락하는 등 요동치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런 경우가 아니라면 대개는 매해 고르게 실적을 내는 회사가 PER을 높게 평가 받는 경우가 더 많습니다.

그 이유는 실적이 과거 10년간 규칙성있게 꾸준히 우상향 했다면 앞으로의 실적도 예측하기가 수월하기 때문에 투자자들이 미래 이익을 미리 반영하여 PER을 다소 높게 평가해주기 때문입니다.


한 대기업이 벤처기업 수준의 PER을 꾸준히 유지하는 이유


또한, 덩치가 커서 더 이상 고성장 할 여지가 적은 기업임에도 고PER을 유지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한국의 P&G라고 불리는 LG생활건강이 그런 경우에 해당합니다. 꾸준히 PER 30~60사이를 유지하면서 가치투자자들로부터 '비싸다'는 소리를 자주 듣는 주식입니다만, 그 소리를 비웃기라도 하듯 장기적으로 꾸준히 우상향 하고 있는 회사입니다. 바로 '경제적 해자(economic moat)'나 독점력이 있기 때문입니다.

LG생활건강의 제품군은 무척이나 다양하고 유통망도 막강합니다. 회사가 소유한 개별 제품들의 브랜드도 강력합니다. 한국 코카콜라 판권 지분 100%를 소유하고 있으며 샴푸나 화장품 등 생필품류의 제품이 많아서 우리나라에 살고 있다면 LG생활건강의 제품을 안 쓸 수 없을 정도입니다.

이 경우처럼 높은 사업적 해자 덕분에 고PER을 유지하는 회사들도 있습니다.

그러니 'PER이 8이면 저평가 된 회사고, PER이 20이면 고평가된 회사다.'라는 식의 단순한 분석 보다는, 회사의 재무 상황과 비지니스 환경을 종합적으로 판단해서 PER을 분석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PER이 가장 접하기 쉬운 가치지표면서도 한편으로는 가장 가늠하기 어려운 지표라는 것이 그런 이유 때문입니다.

주가는 꾸준히 상승하는데 PER은 그대로..??!


주가가 상승추세로 밀려 올라가는 경우 PER 추세는 다음과 같습니다.

먼저 이익이 지속적으로 늘어나는 기업임에도 PER은 항상 같은 수준을 유지하는 경우입니다. 작년 주당순이익이 500원이었는데 PER은 10으로 주가는 5,000원이었습니다. 그리고 올해는 이익이 늘어서 주당순이익이 700원이 됐습니다. PER은 여전히 10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주가는 7,000원 입니다. 그리고 내년 주당 순이익을 1,000원으로 예상하고 있는데 내년에도 PER 10 정도의 평가를 받는다면 주가는 10,000원으로 상승할 것 입니다. 항상 PER 10을 유지하고 있지만 실적이 상승함에 따라 주가가 밀려 올라가는 케이스 입니다.

내재가치나 실적 상승속도가 주가 상승 속도보다 빠른 기업을 사면 이처럼 PER이 올라가지 않아도 꾸준히 수익을 낼 수 있습니다.

아직 이익도 제대로 안 늘어나고 있는데 PER과 주가가 치솟는..??!


그 다음 내재가치나 실적보다 주가가 빠르게 오르는 케이스입니다. 이 경우는 PER이 움직이면서 주가를 위로 밀어 올립니다.

예를 들어, 주당순이익 1,000원인 주식의 현재가가 5,000원 이라면 PER은 5 입니다. 시장에서 이 주식을 발견하여 재평가를 시작했습니다. 주가가 단기간에 급등합니다. 추후 실적이 좋아질거란 기대감에 며칠새 주가가 20,000원을 넘었습니다. 최근 실적 기준으로 주당순이익은 여전히 1,000원 입니다. 주가가 20,000원으로 올랐기 때문에 PER은 20이 됐습니다. 이 경우는 PER이 높아지면서 주가를 밀어올린 케이스 입니다.

내재가치나 실적상승 속도보다 빠른 주가의 상승은 가치투자자들에게는 매도를 위한 경계신호입니다.

다만, 내년 이익이 급증하여 주당순이익이 5,000원이 된다면 현재 주가 20,000원 기준으로 PER은 다시 4로 떨어지니 내년 주당순이익 예측분 기준으로는 현재 주가가 저평가 됐다고 볼 수 있습니다. 미래 이익을 예측하는 것이 관건이겠습니다.

주의할 점은 미래 이익은 언제나 빗나가는데다 보통은 주가가 시장의 강한 관심을 받으면 앞으로 5년 이상 버는 돈 만큼 주가가 올라버리기 때문에 투자 리스크가 높아집니다.

물론 주식은 꿈을 먹고 자랍니다. 1년 후 실적이 좋아질거라는 기대감이 지금 주가가 오르고, 1년 후 회사가 나빠질거라는 공포감에 지금 당장 주가가 떨어집니다. 여러분이 좋게 보는 부분이 있다면 이미 시장 참여자 모두 그렇게 보고 투자를 했을 가능성이 크고 주가 역시 반영돼 있을 가능성이 큽니다. 그런 부분을 잘 감안해서 투자를 하면 좋겠습니다.

상대 PER 밸류에이션 방법


PER을 이용해서 적정주가를 판단하는 방법들도 있습니다.

먼저 상대PER 방법입니다. 분석하고자 하는 종목이 속해있는 산업 안에서 비슷한 회사를 찾아서 비교하는 방법입니다. 시장내에서 비슷한 분야의 사업을 영위하고 있고 매출이나 순이익도 비슷한 회사를 찾으면 좋습니다.

업종 평균 PER와 투자하려는 기업의 PER을 비교할 때 주의사항이 있습니다. 간혹 업종에 포함된 모든 회사의 PER를 투자하려는 회사와 비교하는 분들이 계시는데 이렇게 하면 업종 PER이 상당히 왜곡되기 때문에 적정한 업종 PER수준을 알기가 힘듭니다.

조금 귀찮더라도 투자하려는 회사와 매출이나 이익 규모가 비슷하고, 진행하고 있는 사업 방향도 비슷한 회사 위주로 묶어서 업종 PER을 구해 현재 투자하려는 기업의 PER과 비교하는 것이 좋습니다.

투자하려는 회사의 PER이 업종 평균 PER보다 높다면 현재 주가가 고평가 되어있을 가능성이 높고, 낮다면 업종 평균보다는 저평가 돼 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물론 이는 절대적인 것은 아니기 때문에 참고만 해야 합니다.

업종 평균 PER를 기준으로 한 상대 PER 밸류에이션 방법은 현재 주가가 싼지 비싼지, 그리고 대충 어느 정도 상승 여력이 있을지 빠르게 판단하기 위한 방법이기는 하지만 기업의 절대적인 적정가치를 알 수 없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또한 시장 전체가 강세장이거나 약세장일 경우 벤치마크 지표 자체가 왜곡된다는 단점도 있습니다.

시계열(time series) PER 밸류에이션


이 방법을 사용할때는 PER밴드를 사용합니다. PER뿐 아니라 PBR이나 EV/Ebitda등 멀티플 지표들을 시계열 분석할때는 과거 배수 밴드를 사용하면 현재 주가 수준을 판단하기가 수월합니다.

코스피 PER 밴드 차트. 역사상 11배를 넘어가면 과열, 8배가 붕괴되면 저평가 국면임을 알 수 있습니다. 개별 종목들도 이처럼 PER 밴드를 만들어 과거 주가 대비 비싼지 싼지 판단할 수 있습니다. <출처: MTN>

과거의 주가가 대체적으로 어느 정도 PER 수준이었는지를 확인하고 현재 PER이 합당한 수준인지, 아니면 비싸거나 싼지 여부를 판단할 수 있습니다. 주가가 역대 가장 비쌌던 때의 PER이나 쌌던 때의 PER, 그리고 평균적인 수준의 PER을 알 수 있습니다.

시계열 분석의 가장 큰 단점은 기업의 체질 변화를 감지하지 못한다는 점 입니다. 과거 기업이 하던 사업과 신규로 진행하고 있는 사업의 이익의 질이 완전히 달라질 수 있습니다. 그래서 시장에서 기업을 재평가해서 가격이 오르면 시계열 분석으로는 주가가 비싸다고 판단해서 주식을 팔아야 하는 경우도 생깁니다.

기업의 체질 변화를 감지하기 위해서는 기업 탐방이나 비지니스 분석, 그리고 현금흐름 분석이 함께 이루어져야 합니다.

단순 절대 PER 모형


유명한 가치투자자인 비탈리 카스넬슨의 단순 절대 PER 모형입니다. 먼저 EPS성장률과 배당 수익률을 합해서 기본 절대 PER을 구합니다. 이 기본 절대 PER에 사업 리스크, 재무 리스크, 이익 불확실성을 곱해서 적정 절대 PER을 구합니다. 이 PER에 EPS를 곱하면 적정 주가가 산출되는 모형입니다.

· 기본 절대 PER = EPS성장률 기반 PER점수 + 배당수익률 기반 PER 점수
· 적정 절대 PER = 기본 절대 PER * (사업리스크 할인율 * 재무리스크 할인율 * 이익 불확실성 할인율)
· 적정주가 = 적정 절대 PER * 예상 EPS

총 3단계에 걸쳐 계산을 해야 합니다. 우선 기본 절대 PER 구하는 방법을 먼저 알아보겠습니다. 기본 절대 PER을 구하기 위해서는 과거의 EPS 성장률과 미래의 EPS 성장률을 예측해서 EPS 성장률을 설정해야 합니다. EPS 성장률을 예측했으면 아래의 표에 따라 PER 점수를 부여합니다.

EPS성장률0%1%2%3%4%5%...
PER 점수88.659.39.9510.611.25...

연간 EPS성장률이 0%인 무성장 기업이라면 기본 PER점수 8점을 부여합니다. EPS성장률이 1%증가할 때마다 PER점수 0.65점을 추가합니다.

가령 연간 EPS성장률을 5%정도로 추산한다면 PER점수는 11.25가됩니다.

배당 수익률0%0.1%0.2%0.3%0.4%0.5%...
PER 점수00.511.522.5...

이제 다음으로 배당 수익률을 토대로 PER점수를 부여합니다. 배당금 0원을 예측한다면 추가 PER 점수는 없습니다. 예상 배당 수익률이 0.1% 증가할때마다 0.5점의 PER점수를 더합니다.

가령 예상 배당 수익률이 5%라면 PER 점수는 25가 됩니다.

EPS성장률과 배당수익률을 토대로 한 PER을 합산합니다. 앞서 우리는 연간 EPS 성장률 5%, 배당 수익률 5%로 예를 들었습니다. 그러면 이 기업의 기본 PER 점수는 11.25 + 25 = 36.25가 됩니다.

이제 이 기본 PER을 정성적으로 할인하는 과정이 남았습니다.

사업리스크, 재무리스크, 이익 불확실성 3가지 할인율을 적용합니다. 3가지 모두 다음 공식으로 할인율을 만들어 냅니다.

  • 사업리스크 할인율 = 1+(1-할인값)
  • 재무리스크 할인율 = 1+(1-할인값)
  • 이익 불확실성 할인율 = 1+(1-할인값)

여기서 '할인값'의 범위는 0.7~1.3사이의 값을 입력합니다. 적정 상태일때 1을 주고 회사가 불안해서 많이 할인하고 싶으면 1보다 높은 값을, 반대로 좋아보여서 프리미엄을 주고 싶다면 1보다 낮은 값을 주면 됩니다.

이 예시에서는 세가지 할인값 모두 1을 대입해서 아까 산출한 기본 PER 36.25에 곱해보겠습니다.

  • 적정 절대 PER = 36.25 * ((1+(1-1))*(1+(1-1))*(1+(1-1))) = 36.25

만약 이 기업의 내년 예상 EPS가 1,000원 이라면,
1,000 * 36.25 = 36,250원 즉, 내년 실적 기준으로 적정가 36,250원을 산출할 수 있습니다. 할인율 팩터는 주관이 다소 개입되지만 간단하면서도 강력한 툴이므로 저도 밸류에이션 과정시 참고삼아 꼭 포함시키는 도구입니다.



고든모형을 활용한 절대 PER 모형


이 섹션은 입문하시는 분들에게는 어려울 수 있으니, 일단 건너뛰시고 나중에 읽으셔도 됩니다.

EV는 시가총액과 차입금을 합한 것 입니다. 즉, EV = 자기자본의 시장가치 + 타인자본의 시장가치와 동일합니다. EV는 영업과 관련된 모든 가치이고 미래 영구 현금 흐름을 할인하여 모두 합한 가치입니다.

EV에서 순부채를 빼면 자기자본의 시장가치(MV)와 동일 합니다. 이것을 발행 주식 수로 나누면 그것이 기업의 주당가치가 됩니다.

부채를 뺀 기업의 순 현재 가치를 PV라고 한다면, PV = C * (1 + g) / (1 + r) 입니다. 여기서 C는 FCF(잉여현금흐름), g는 현금흐름 성장률 그리고 r은 할인율을 의미합니다. 여기서는 자본비용을 사용하는데 WACC과 CAPM에 대해서는 추후 블로그에서 한번 다루도록 하겠습니다. PV = C * (1 + g) / (1 + r)의 식을 정리하면 PV = C / (r - g)가 됩니다.

PV = C / (r - g)이것이 고든의 성장 모형입니다. 원래는 C 대신 D(배당금)를 사용하는 것이 정석입니다. 그러나 배당을 하지 않는 주식들도 많기 때문에 이익이나 현금흐름으로 계산하기도 합니다. 어쨌든 이 모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성장률 즉, g입니다. g가 가파르게 성장하면 PER역시 높아지고, 반대로 성장을 못하는 기업은 PER이 낮아지다가 급기야 마이너스 PER이 지속되고 결국엔 시장에서 퇴출됩니다. 너무나 당연한 이치입니다.

이 식을 양변에 C로 나눠주면 PV/C = 1 / (r - g) 즉, PER은 1 / (r - g)와 동일합니다. 수익률에서 성장률을 뺀 역수가 PER과 같으므로 PER 20배인 회사가 자본 비용이 6%가 소요된다면 이 회사의 영구 성장율은 1%라고 추론해 볼 수도 있습니다. 이 모형역시 r과 g에 주관이 개입된다는 점에서 완벽하지는 않습니다.

데이비드 드레먼의 무조건적 저PER주 투자, 그리고 우리나라..


알려진 투자 대가 중 PER 지표를 가장 중점적으로 활용한 투자가로 데이비드 드레먼이 있습니다. 데이비드 드레먼은 시장에서 가장 낮은 PER, PBR 종목만 골라 집중적으로 투자하는 투자자로 유명합니다.

데이비드 드레먼의 투자 전략과 종목 선정 방법


  • 시장에서 가장 소외된 주식에만 투자한다
  • PER, PBR, PCR, PSR, PDR 하위 20% 주식에만 투자한다
  • 12년 예상 수익률이 평균을 상회
  • 유동비율 200%이상, 부채비율은 시장 평균 이하
  • 1년 마다 종목 교체, 위 조건에서 탈락하는 종목은 빼고 신규 종목 매수

'시장에서 가장 낮은 PER을 유지하는 종목 즉, 인기가 가장 없는 종목에 투자하고 1년 후 점검하여 가장 인기가 없는 종목으로 갈아탄다.' 아주 간단한 투자 방법입니다. 퀀트까지는 아니지만 주식 통계가 약간 가미된 투자 방법이기도 합니다.

이 방법을 통해서 드레먼은 1977년 이후 연평균 17%라는 높은 수익률을 올리고 있습니다.

가치투자연구소 '뭉크'님의 시뮬레이션 조건


  • 기본적인 방식은 데이비드 드레먼의 방식을 따름
  • 한국 시장을 대상으로 2003년부터 2012년까지 백데이터 테스트
  • 매해 3월 31일에 조건에 맞는 종목으로 교체

가치투자연구소 회원인 뭉크님이 데이비드 드레먼의 투자 아이디어를 한국 시장에 적용해 시뮬레이션 한 자료가 있어서 소개드립니다. 기본적으로 드레먼의 방식대로 투자를 하되, 매년 3월 31일 마다 종목 교체를 하고 2003년부터 10년간 시뮬레이션 한 결과는 놀랍습니다.

데이비드 드레먼 투자 방법을 한국 시장에 적용해 시뮬레이션 해본 결과 <출처:가치투자연구소 뭉크님>

투자의 귀재 워런버핏은 40년간 연평균 20.2%의 수익률을 올려 세계 최고 부자 반열에 올랐습니다. 뭉크님이 시뮬레이션 한 결과는 워런버핏을 뛰어 넘는 수익률을 보여줍니다. 기업의 정성적 분석없이 저PER주만 계속 교체하는 단순한 정량적 모델이 무려 연평균 31.89% 수익률을 올렸습니다. 연복리로 환산하면 10년 누적 수익률이 1,157%에 달합니다. 같은 기간 300% 남짓 상승한 코스피 지수 누적 수익률을 일찌감치 따돌려 버렸습니다.

데이비드 드레먼 한 사람의 단적인 예를 들었지만 투자 대가들 모두 종목을 선정할 때 저마다 다양한 PER 조건을 설정합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추후 제 블로그에서 따로 다루도록 하겠습니다.

마이너스 PER과 턴어라운드 기회


종종 마이너스 PER에 대해서 물어오시는 분들이 계시는데 마이너스 PER이 발생하는 이유는 단순합니다. 적자를 내고있는 기업이기 때문입니다. 제 개인적으로는 성장성, 수익성, 안정성 중에서 '안정성'을 가장 중시하기 대문에 마이너스 PER 종목은 거의 매수를 하지 않습니다.

시장에는 다양한 스타일의 투자자들이 있듯 마이너스 PER의 주식을 적극적으로 매수하는 투자자분들도 있습니다.

가치투자자 중에서도 마이너스 PER 주식을 매수하는 사람들이 있는데요. 이런 분들은 '턴 어라운드 투자'를 하는 사람들입니다.

턴어라운드란 적자 기업이 흑자 전환을 한다거나 어려움에 처해있던 기업의 경영환경이 급격히 개선돼 주가도 이를 반영하는 것을 말합니다. 보통 마이너스 PER이었던 기업이 대규모 흑자 전환 조짐을 보이면 주가가 매우 큰폭으로 상승합니다. 20%~30% 수준이 아니라 대부분 두배~세배 혹은 그 이상 상승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마이너스 PER은 전년도 영업 실적을 기반으로 합니다. 흑자 전환할 턴 어라운드 주를 남들보다 미리 찾으려면 최근 분기 실적을 토대로 이 다음 분기 실적을 예측할 수 있어야 합니다. 턴 어라운드주를 제대로 찾아내는 사람들은 기업 탐방을 비롯해서 주식 담당자와의 통화, 그리고 산업과 기업에 대한 깊은 통찰력을 토대로 정말 뼈를 깎는 고통을 안고 공부를 합니다.

오늘은 PER과 관련된 이야기를 두서없이 써 보았습니다. 아주 기초적인 상식 수준의 글이지만 PER을 이해하는데 유용한 글이 됐으면 합니다.

2013년 3월 14일
송종식 드림



* 출처를 표기해 주신다면 얼마든지 퍼가셔도 좋습니다. 단, 상업적 이용은 불가능 합니다.

위험성 안내 : 이 글은 매수와 매도를 추천하는 글이 아니며 개인적 학습 내용을 공유하기 위한 참고적 용도의 글입니다. 또한, 이 글은 법적 증빙 자료로 활용될 수 없음을 고지드립니다.

2013년 2월 22일 금요일

투자와 사업

투자는 도박이 아니다


'주식 투자는 도박이다. 그러니 손도 대지 말아라.'

이 말을 하는 사람들은 크게 3부류로 나뉘는 것 같다.
첫째, 주식 투자로 큰 돈을 잃은 사람. 둘째, 주식 투자에 대해서 제대로 공부해 보지 않고 막연하게 위험 하다는 것만 인지하고 있는 사람. 그리고 가난한 부모님.

내 경우는 곧 태어날 내 자녀에게 적극적으로 투자를 가르치려 한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기업을 소유한다는 것은 큰 축복이다. 기업에 대해 잘 모르면서 차트만 보고 주식을 사고파는 매매를 투자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것은 투기다. 부동산 투기와 다를바 없다고 생각한다.

내가 말하는 주식 투자는 기업에 대해서 철저히 분석하고 투자하는 것을 말한다. 투자자는 해당 기업과 산업에 투자를 하는 것이다. 산업과 기업이 성장함에 따라 늘어나는 지분 가치와 함께 투자자가 소유한 부의 가치도 늘어난다. 매년 들어오는 배당금으로 경제적 자유를 얻을수도 있다.

내가 경험한 바에 의하면 제대로 된 주식 투자는 사업을 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직접 하는 것과 숟가락 얹는 것, 결국 어떻게든 먹겠다는 것


한가지 예를 들어보자.

가만히 보니까 우리나라 국민들의 소득이 늘어남에 따라 골프 산업이 호황을 맞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래서 골프 관련 산업에 뛰어 들어 사업을 하고자 시장 조사를 해본다. 골프 의류와 골프 용품이 수익성이 좋은 것 같다.

그런데 시장 조사를 깊숙이 해보니 이미 나보다 사업을 더 잘하는 사람들이 일정 시장을 점유하고 있다. 그러면 나는 여기서 판단을 내려야 한다. 기존 플레이어가 없다면 이 산업은 나의 독점 시장이 될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이미 경쟁자들이 있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이 시장에 뛰어 들어 기존 플레이어들을 이길 수 있을만한 핵심 역량이나 사업 메리트가 내게 있는가?"

충분히 승산이 있다면 시장에 뛰어들어 기존 경쟁자들과 경쟁하며 사업을 영위해 나간다.

반면에 그 산업이 너무 매력적이라 어떻게든 숟가락을 올리고 싶은데 기존 경쟁자들과 도저히 싸울 엄두가 나지 않는다면? 그렇다면 그 산업에 있는 회사들을 조사해서 투자를 하면 된다. 투자를 하는 것도 사업이다. 굳이 나보다 더 잘 하는 사람과 경쟁할 필요가 없다. 나보다 더 잘 하는 사람에게 투자하면 된다.

물자가 부족하던 시절, 물자가 넘쳐나는 시절


아마 지금이 1955년이라면 투자 기회 보다는 사업 기회가 많을 것이다. 사회 곳곳에서 부족한 물자를 요구하는 수요가 더 크기 때문이다. 조잡한 비누를 찍어다 팔아도 큰 돈을 벌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사업 하기에 유리한 환경이 조성되는 것이다.

지금 2012년도는 어떤가? 의식주를 비롯한 여가, 콘텐츠 등 거의 모든 재화와 서비스가 공급 과잉 상태다. 수요보다 공급이 넘쳐나는 산업 분야가 더 많다. 이런 환경에서 사업을 하려면 어지간한 역량으론 힘들다.

아예 새로이 태동하는 산업에 fast mover로 시장 참여를 하거나, 기존 산업에 막대한 자본과 기술력을 앞세워서 fast follower 혹은 heavy follower로서 시장에 진입하는 방법밖에 없다. 후자는 개인이 역량을 발휘하기에는 무리가 따른다. 그래서 2012년도에 사업을 꿈꾸는 개인이 영위하기 좋은 사업은 주식투자라고 생각한다.

물론 앞으로 유망한 바이오테크놀로지와 같은 산업군과 관련해 뛰어난 기술력이 있다면 투자를 하는 것 보다 그쪽에서 사업을 하는 편이 낫다.

사업의 흥망성쇠는 시장과 산업 트렌드가 결정한다


기본적으로 사업의 흥망성쇠는 시대의 흐름 즉, 메가트렌드와 산업에 달렸다고 본다. 경영자 개인의 자질도 물론 중요하지만 산업의 흐름에 비견할바는 아닌 것 같다. 연간 30%씩 규모가 성장하는 산업이 있다면 그 산업내에서 자리를 잡은 기업 10개 정도는 경영자가 아무리 멍청해도 어느 정도는 성장을 할 것이다. 그 산업의 성장이 끝날 때 쯤이면 상위 1, 2개 업체만 살아남겠지만 일단 그건 먼 훗날의 이야기다.

그래서 사업이나 투자를 하는 사람들은 산업의 미래를 읽을 수 있어야 한다. 결국 사업과 투자의 성패는 거기서 갈린다. (고급 소비 시장이 아니라는 가정하에) 5억명의 인구를 대상으로 하는 사업을 5천명의 인구를 대상으로 하는 사업이 규모에서 이길 수 없는 것은 당연하다. 앞으로의 인구 트렌드도 유심히 살펴야 한다.

주식 투자가 유리한 점은 사업 포트폴리오를 단 몇 초만에 바꿀 수 있다는 점이다. 투자하고 있는 산업이나 기업에 위험이 감지될 경우 투자금을 회수하고 더 유망한 사업으로 투자금을 옮기면 된다. 그러나 실제 경영자는 그게 쉽지 않다.

또한 주식 투자를 하다가 유망한 사업 분야를 발견했는데 기존 플레이어가 없다면 투자금을 직접 사업 자금으로 운용하면 된다. 사업과 투자를 유연하게 병행할 여지가 생기는 것이다.

추가로 자영업에 대해서 언급하고 싶다. 많은 자영업자 분들이 본인을 소개할 때 '사업가'라고 소개한다. 그러나 내 생각은 다르다. 사업체를 비우고 2년간 해외 여행을 다녀왔는데 사업체가 더 성장해 있으면 사업을 하는 것이다. 그러나 경영자가 며칠만 자리를 비우면 무너지는 사업체는 사업이 아니라 자영업이다.

고소득 자영업자를 제외한 대부분의 자영업자들은 어떤 면에서 급여 생활자 보다 더욱 경제적 자유와 거리가 먼 생활을 하고 있다.

세상을 편리하게 해주고 사람과 돈을 관리하는 일


어떻게 시작하든 사업이 크면 결국은 '사람'과 '돈'을 얼마나 잘 관리하느냐의 싸움이 된다.  잘 만들어진 시스템은 스스로 사람을 관리한다. 스스로 판을 짜고 스스로 사람을 뽑고 해고하며 스스로 시장을 찾아낸다.

2년간 신경을 안 써도 투자금액이나 사업체가 더 성장해 있다는 점에서는 사업가와 투자자가 동일한 파이프라인을 소유했다고 봐도 된다.(물론 사업가나 투자가도 최소한의 가지치기는 해줘야 한다. 지중해 유람을 하면서 하루에 한 시간 정도는 내 포트폴리오가 무사한지 체크하는 작업이 필요할 것이다. 그러나 직장인이나 자영업자에 비하면 엄청난 경제적 자유를 누리는 것이다.) 어차피 사업체가 성장하면 주권을 사고 판다는 점에서 사업가가 커지면 투자자가 된다. 반대로 투자자가 커지면 사업가가 된다. 고로 사업과 주식투자는 장기적 선상에서 동일한 행위다.

성장, 그리고 성장.. 연복리로..


사업이나 투자나 자본금을 연복리 몇 %씩 성장 시키느냐가 문제다. 위대한 투자자, 위대한 기업이 되는 것은 연복리 몇 %의 성장을 해낼 수 있느냐에 달렸다. 일회성 이익은 요행에 가깝고 실력도 아니다. 장기간 눈덩이를 굴릴 긴 언덕이 필요하다.

2012년 8월 29일
송종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