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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6월 27일 금요일

각자의 색을 가지고 뚜벅뚜벅 나아가자 (feat. 뚜벅이투자, 디피)

뚜벅이투자


얼마전 투자 모임에서 재미있는 투자자분을 알게 되었습니다(개인적으로 아는 사이는 아닙니다). 세상은 넓고 고수는 많다는 것을 다시금 느낍니다. 최근에 투자 뿐 아니라 사업을 하시는 분들을 만날 기회도 많습니다. 온라인이나 세상에 일절 알려져 있지 않지만, 겸손하시면서도 날고 기는 부자들과 고수분들이 많다는 것을 새삼 느끼고 있습니다. 투자쪽도 마찬가지인 듯 합니다.

오늘 알게 된 분은 원래 여기저기 노출되는 분은 아니었던 듯 합니다. 하지만 이제 하시는 사업규모가 커진 듯 합니다. 그래서 자연스레 사업내용을 공시하고 있습니다. 공시 사항들은 제 블로그에서 소개를 드려도 큰 문제는 안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른 투자자 이야기는 다루기도 조심스럽고, 저도 원래 다른 투자자 이야기를 하는 것을 좋아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하시는 분도 있다'는 스터디 차원에서 남기는 글이니 이해를 부탁드립니다.

자료 : 유한회사 뚜벅이투자

주식투자를 업으로 하는 1인 법인으로 보입니다. 투자자문사나 운용사가 아닙니다. 그냥 강 선생님 자기 돈 굴리는 법인입니다. 법인형태는 유한회사입니다. 지분은 강영만 선생님이 100%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사무실은 부산광역시 해운대구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작년에 제출한 감사보고서가 제16기입니다. 법인을 낸 게 벌써 16년차나 되셨네요. 그러면 개인투자를 시작하신 건 그보다 훨씬 더 오래전이라고 추정해 볼 수 있습니다.

자료 : 유한회사 뚜벅이투자

작년 매출은 137억 원, 영업이익은 103억 원입니다.

자료 : 유한회사 뚜벅이투자

작년 매출 구성을 보면 주식을 매도해서 확정지은 수익금이 24억 원입니다. 그리고 아직 보유하고 있는 주식들의 평가이익이 YoY로 68억 원이 늘었습니다. 그리고 연간 배당금수익이 무려 45억 원입니다. 배당수익이 어마어마합니다. 아마도 배당투자를 하시는 분으로 추정합니다. 정말 그런지는 뒤에서 확인해 보겠습니다.

자료 : 유한회사 뚜벅이투자

자본금이 9억 9000만 원입니다. 현재 운용하는 자산은 무려 781억 원입니다. 이 중에서 403억 원이 자본총계이고, 378억 원이 부채총계입니다. 이 법인을 통해서 주식투자로 번 돈은 매매차익과 배당을 모두 합해서 393억 원 정도 되는 것으로 보입니다. 부채비율이 대략 100%쯤 되는데요. 이 부분에 대한 이자는 아마도 배당으로 감당하고 있는 듯 합니다. 그 부분도 뒤에서 확인해 보겠습니다.

자료 : 유한회사 뚜벅이투자

차입금 규모를 보니 344억 원입니다. 한국증권금융에서 빌린 300억 원은 이자율이 5.04%이니 연간 이자는 15억 1200만 원입니다. 그리고 NH투자증권에서 빌린 44억원에 대한 연 이자는 2억 5800만 원입니다. 합해서 연 이자가 17억 7000만 원이 나가고 있습니다. 앞서 살펴 보았듯이 작년 배당수익은 45억 원입니다. 여기서 이자 17.7억 원을 빼면 회사의 이익이 됩니다.

아마도 배당이 성장하고 있거나, 적어도 꾸준히 배당을 해줄만한 회사에 투자하시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그리고 회사의 주가가 일시적으로 빠지거나 하는 등의 이유로 배당수익률이 높아질 때 주식을 대거 매수하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적어도 빌린 돈은 연 5% 이상의 배당 수익을 얻어야 포트폴리오가 유지되기 때문입니다. 몇몇 고배당주들은 시장이 폭락할 때, 일시적으로 세전 배당수익률이 10%를 넘어가기도 합니다. 이런 시기를 잘 노려서 매수하시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자료 : 유한회사 뚜벅이투자, 단위 : 천 원

현재 보유 기업들을 보면 금융사, 우선주 그리고 전반적으로는 고배당주가 많은 게 확인됩니다. 대신증권2우B를 129억 원 어치, 미래에셋대우2우B를 231억 원 어치를 갖고 계시네요.

포트폴리오를 보시면 아시겠지만 요즘 유행하는 엔터, 방산, 화장품, 원자력, 조선 관련 기업은 하나도 없습니다. 물론 미국 MZ가 열광하는 미국판 밈주식이나 테크주식도 없습니다. 그저 배당주의 배당수익률이 높아졌을 때 진입해서 장기 보유하는 스타일로 보입니다. 이 방법은 당장은 느려 보일지 몰라도, 길게 보면 강력한 전략입니다. 시간이 흐르면서 지급받는 배당금액이 늘어납니다. 주가가 아무리 떨어져도 배당금으로 주가하락이 상쇄가 됩니다. 그리고 실제로는 망할 회사가 아니라, 그래도 성장을 하는 회사라면 배당성장 뿐만 아니라 평가금액도 점점 불어나서 시세차익 가능성도 커집니다. 진정한 복리효과를 맛볼 수 있는 투자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9억여 원의 자본금으로 10여 년 남짓한 기간동안 순자산 400억, 총자산 780억을 일구어 내셨습니다. 모멘텀 투자를 하지도 않고, 요행을 바라지도 않았다는 것이 한눈에 보입니다. 철저히 계산되고 잘 설계된 틀과 시간이라는 긴 지평위에서 지속가능성이 높은 스노볼을 굴리고 계시는 모습입니다.

이 사례만 보셔도 아시겠지만 유행하는 주식을 따라서 이리저리 쓸려 다닐 필요가 없습니다. 그것을 몸소 보여주고 계시네요. 일면식은 없지만 정말 법인명 그대로 뚜벅이처럼 자신만의 길을 뚜벅뚜벅 나아가는 뚝심있고 멋진 투자자 선배님이신 것 같습니다. 사업보고서의 짧은 내용만으로도 새삼 많이 배웠습니다. 이미 아는 내용이라고 해도 무시하지 않고, 곱씹고 배워봅니다.

디피


뚜벅이투자 선생님의 글을 쓰다가 갑자기 디피가 떠올랐습니다. 네 그 디피 맞습니다. 가치투자자이면서 유튜버이기도 하고 사업가이기도 한 친구입니다. 신사임당 채널을 인수하면서 세간에 이름을 더 알렸죠.

갑자기 디피 생각이 난 건 다른 이유 때문이 아닙니다. 크든 작든 자기만의 영역에서 성장한 투자자들은 자기만의 색이 있습니다. 앞서 뚜벅이투자 선생님의 사례를 보았지만, 그렇다고 또 무조건 배당투자가 누구한테나 맞는 답이라고는 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좀 다른 방법으로 성과를 내고 젊은 나이에 일찌감치 은퇴한 디피가 생각났습니다.

디피는 아시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인터넷 서비스 기업에만 투자합니다. 웹/앱 시장을 자신이 가장 잘 안다고 생각하여 이 분야에 있는 회사들만 집중적으로 투자합니다. 역시 시장 주도주, 시장 테마에 관심을 갖지 않습니다. 제조업에는 잘 투자를 안합니다. 최근에는 넷플릭스에 대한 성공적인 투자로 구독자들의 주목을 받았습니다. 그런 철학을 가지고도 계좌를 잘 키워왔습니다. 디피의 투자여정은 디피의 유튜브 채널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출처 : 디피의 유튜브 채널

재미있는 점은 앞에서 소개드린 뚜벅이투자 선생님도 가치투자자라고 할 수 있습니다. 물론 디피도 가치투자자입니다. 그리고 저도 가치투자자입니다. 가치투자의 범주는 넓습니다. 가치투자자들끼리도 다양한 성향을 갖고 있습니다. 가치투자의 범주를 넘어가면 더욱 더 다양한 스타일을 가진 사람들을 만나게 됩니다. 누구의 방법이 절대적인 답이랄 것도 없고, 무조건 정답이라는 것도 존재하지 않습니다.

다만, 자기에게 맞는 색은 확실하게 찾아야 합니다. 그리고 메타인지 해서 나만의 투자 스타일을 뚝심있게 고수할 수 있어야 합니다. 자기색 없이 이리저리 쓸려 다니면 성과없이 시간만 허비하게 됩니다. 물론 다른 사람들의 뷰는 참고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참고만 해야합니다. 시류에 휘둘리지 말고 나만의 원칙을 고수하면서, 장기간 뚜벅뚜벅 나아가야 합니다. 원래 투자는 혼자하는 것 입니다.

부록: 배당투자를 위한 기초지식
https://www.youtube.com/watch?v=07KeJEEXVq4

2025년 6월 27일
송종식 드림


2022년 12월 15일 목요일

눈에 보이는 게 다가 아니다 (통찰 vs. 상식)

사진 : 유튜브 '인문학 TV 고경'님

'사회의 구성원이 공유하는, 당연한 것으로 여기는 가치관, 일반적인 견문, 이해력, 판단력, 사리 분별'. 상식에 대한 위키피디아의 정의다. 이 정도면 깔끔한 정의라고 생각한다.

통찰(인사이트)도 상식과 크게 다르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다만 앞선 정의 중 단 하나에서 차이가 난다고 생각한다. '사회 구성원이 당연한 것으로 여기는'에 해당하는 부분이다.

이 부분이 상식과 통찰을 가르는 중요한 지점이라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 통찰을 현재시점과 미래시점으로 나누어 보고 싶다. 

현재 시점의 통찰은 '사물과 상황의 본질'을 꿰뚫어 볼 줄 아는 능력이다. 미래 시점의 통찰은 남들보다 눈과 귀가 밝아서 좀 더 미래를 잘 내다 볼 줄 아는 능력이다.

많은 구성원들이 공감하고 동의하는 이야기는 현재 시점에서의 '상식적인 주장'이다. 하지만 통찰은 조금 다를 수도 있다. 

인사이트가 담긴 이야기 중 어떤 것은 많은 비난, 조롱, 멸시, 무시를 동원하기도 한다. 특히, 이면을 정확하게 꿰뚫어 봐야만 이해를 할 수 있는 일들에 대해서는 더욱 그렇다. 구성원 대부분으로부터 비난, 조롱, 멸시, 무시를 당하는 주장이 먼 훗날 언젠가 현실이 되었을 때, 그리고 그것을 주장한 사람을 우리는 '인사이트가 있는 사람'이라고 한다. 

고장난 시계도 하루에 두번은 맞다. 어떤 난무하는 주장 중 몇개는 실제 맞을 수 있다. 그러나 어떤 사람의 통찰이 지속해서 시현된다면 그 사람을 우리는 '통찰력 있는 사람', '현자'라고 부른다.

사람들은 뛰어난 전략가, 인사이트 있는 의사 결정자에게 왜 조롱을 던지는가. 대부분의 범인들은 눈에 보이는 것이 전부인 줄 알기 때문이다. 하지만, 통찰력이 있는 사람들은 보이지 않는 것을 보는 능력이 있다. 우리 세상은 수면 아래에서 돌아가는 엔진, 이면에서 벌어지는 일이 실로 많다. 그리고 그 힘도 어마어마하다.

그것은 왜 그런가? 간단한 인간관계만 참고해 봐도 이 부분을 이해하기 쉽다. 인간은 자신의 모든 것을 꺼내놓지 않기 때문이다. 사회생활을 하면서 우리는 우리의 좋은 모습만 보여주려 한다. 굳이 우리 사생활 모든 것을 남에게 꺼내놓지 않는다. 그것이 모여 세상의 거대한 '이면'이 된다.

카메라에 노출된 정치인의 언행 보다, 카메라 뒤편 술자리에서 오가는 정치인들의 거래가 실제 세상을 움직인다. 언론 보도자료로 나타난 기업의 말과 글보다, 회장과 의사 결정자 측근에서 오가는 적나라한 이야기가 그 회사 힘의 실체이며 진실이다.

세상은 평화롭게 돌아가는 듯 하다. 그러나 모든 인간은 남들에게 말 못할 고통과 근심을 안고 살아간다. 우리가 길거리에서 보는 남녀 상당수는 불륜 커플이다(불륜자 통계 636만 명, 2015년 서울신문). 겉으로 쉬쉬하고 '나는 깨끗한 척' 비난하는 껍데기는 그냥 눈에 보이는 단편일 뿐이다. 되레 그런 사람들이 더 호박씨를 까고 뒤로는 애인 하나쯤 두고 있는 것이 '이면'이다.

우리가 투자나 사업으로 성공을 하려면 반드시 이면을 보는 눈을 길러야 한다. 이는 결국 통찰력 보유의 여부로 귀결된다.

만약 인사이트가 없는 사람이라면 지극히 상식적이면 된다. 다만, 눈에 보이는 것만 믿어야 하므로 그것이 이면에서 돌아가는 힘보다 확실하고 강한 것이어야 한다. 그리고 상식적인 의사 결정의 뒤에는 반드시 엉덩이의 힘이 뒤따라야 한다. 

상식은 이미 남들도 다 이해하고, 공감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것은 시세에 반영이 되었을 확률이 높다. 그렇다면 시간의 힘을 빌려 지금보다 더 나은 미래에 걸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극히 상식적인 힘으로만 투자를 하려면 엉덩이의 도움이 필수적이다.

범인들은 10번을 죽었다 깨어나도 얘가 그려 놓은 설계도의 극히 일부조차 이해 못함. 무엇보다 자기는 세상에 기여하는 것도 일절 없으면서 남이 하는 일에 죄다 토달고 조롱하는 인간들이 잘 사는 건 살면서 한 번도 보지 못함. 나보다 압도적으로 잘 사는 사람을 상대로 뒷다리 잡을 시간에 '마 내 앞가림이나 잘 하자'. 몇 글자 쓰고, 몇 마디 하고 나면 현타는 안 올까?
<자료 : 유튜버 디피>

얼마전에 유튜버 디피가 신사임당 채널을 20억 원 현금을 주고 인수했다. 사람들은 이렇게 말한다. "신사임당은 고점에 매도를 잘 했다.", "신사임당 채널은 조회수를 보니까 망했다.", "디피는 고점에 매수해서 실수했다."

그런데, 과연 그럴까? 바로 그런 관점이 이면을 볼 줄 모르는 범인들의 관점인 것이다. 이면을 파고 들어가면 전혀 다른 과정과 결과를 볼 수 있게 된다. 그렇다면 유튜버 디피의 천재적인 전략과 신사임당의 현재 상태에 대해서 알게 되고 깜짝 놀랄 것이다.

제갈량, 사마의, 장량이 왜 역사적인 천재 전략가인가. 당시 사람들은 이해도 하지 못할 전략들을 펼쳤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고 나서 그 결과들은 모두 어땠나?

잠시 이야기가 겉돌았다. 겉으로 보이는 것만으로 모든 것을 판단하려는 태도를 경계하자. 이면을 보는 눈을 기르자. 거기서 실력이 벌어진다. 만일, 보이는 대로만 믿는 사람이고, 이면을 볼 줄 모르는 사람이라면, 지극히 상식적으로 판단하고, 행동하며, 엉덩이를 붙이고 인내하는 힘을 기르자. 둘 중 하나만 잘 하면 먹고 사는 것은 충분하다.

2022년 12월 15일
송종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