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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2월 28일 금요일

살짝쿵 사려깊음의 미학

내가 먼저 친절하면 내가 좋습니다. 양보도 마찬가지입니다. 우선은 내 기분이 제일 좋습니다. 그리고 그 다음은 상대의 기분도 좋게 만듭니다. 어색한 사회생활을 부드럽게 만들어 주기도 합니다. 먼저 덕담과 인사를 건네는 편입니다. 받는 분들도 대개 너무 기뻐합니다.

예를 들어서 가게에 들어갈 때 저는 항상 '안녕하세요'하고 인사합니다. 서빙해 주시는 분들께 늘 허리 숙여 '고맙습니다.'하고 인사를 건넵니다. 밥이 나오면 '잘 먹겠습니다'라고 인사합니다. 그리고 식사를 다 하고 나서는 '맛있게, 감사히 잘 먹었습니다.', '음식이 정말 맛있습니다. 이 동네에서 최고에요'와 같은 인사와 덕담을 건네고 나옵니다.

이런 것에 익숙치 않은 분들도 한 번 해보세요. 내 스스로가 기분이 좋아집니다. 선뜻 입이 떨어지지 않아도, 익숙하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어쩐지 가식적이어도 훈련하면 됩니다. 부단한 훈련으로 저는 인사하고 양보하는 것이 몸에 각인되어 있습니다. 

제가 이렇게 하는 것은 제가 착하거나 선한 사람이라서가 아닙니다. 저는 선하지 않습니다. 이렇게 상대에게 먼저 허리 숙여 감사 표시를 하면 결국 제가 수혜를 봅니다. 덕담을 들은 사람들은 저에게 만큼은 서비스를 더 잘 해주시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물론, 그런 기브 앤 테이크를 바라고 친절과 양보를 행하며 사는 것은 아닙니다. 돌아오는 것이 없어도 됩니다. 일단 제가 먼저 숙이고 양보하면 그냥 제 마음이 편합니다. 그리고 저로 인해서 단 한분에게라도 '그래도 우리나라가 예의와 배려가 있는 곳이다'라는 인식이 생기면 그것으로 족합니다.

엘리베이터를 탈 때도 저는 항상 가장 마지막에 타고, 가장 마지막에 내립니다. 그리고 모든 사람들이 타고 내릴 수 있도록 버튼을 잡아 줍니다. 문을 지날 때는 뒷 사람을 위해서 문을 잡아 줍니다. 그리고 누군가가 제 앞에서 문을 잡아 주시면 저는 빨리 뛰어가서 감사하다고 허리를 숙이고, 제가 문을 잡습니다. 운전을 할 때도 저는 상대 차들이 먼저 지나가게 해줍니다. 가급적 제가 물러서 주고, 경적은 사용하지 않습니다. 제가 보행자일 때는 제가 길을 건너도록 멈춰 세워 준 차량 운전자에게 꼭 허리숙여 인사합니다. 그렇게 그냥 저 한 사람이라도 이렇게 예의와 배려를 만들기 위해 노력합니다. 누군가에게는 좋은 영향을 미치기를 희망하기도 하면서요.

이글을 쓰기 전에 잠시 외출을 하고 왔는데요. 오늘은 새치기 유턴을 하는 차가 있었네요. 다른 차들은 줄줄이 소세지처럼 줄을 잘 서서 도는데, 얌체 차량 한대가 새치기 유턴을 하는 바람에 교통사고가 날 뻔 했습니다. 이런 일이 있고 나면 또 누군가는 스트레스를 받게 됩니다. 사회에 대한 불신도 높아집니다. '우리나라가 중국하고 다른게 뭐야!' 하는 소리도 종종 들립니다. 한 사람의 행동으로 인해서 세상이 악화될수도 있고 좋아질수도 있다고 믿습니다.

사진 : 송종식

며칠 전 샐러드를 하나 주문했다가 받은 영수증입니다. 저는 가게에는 항상 '감사합니다', '잘 먹겠습니다'라는 인사를 남깁니다. 라이더분들께 메시지를 남길 수 있는 경우에는 '궂은 날씨에 너무 고맙습니다'와 같은 덕담을 꼭 남깁니다. 어려운 자영업하시는 분들이 이런 메시지를 받고 작으나마 힘을 내셨으면 하는 마음에서 입니다.

그런데 이번처럼 이렇게 영수증에 응답이 돌아 온 경우는 처음이었습니다. 저도 기분이 너무 좋아져서 영수증을 기록으로 남기려고 이렇게 블로그 포스팅까지 하게 되었습니다. 바쁘신 중에도 펜으로 남겨주신 메시지 덕분에 제가 오히려 기분이 좋아졌습니다. 샐러드로우 마곡점 대표님은 아주 잘 되실거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나라는 '사람지옥'이라는 말을 자주 듣습니다. 사람이 사람을 참 힘들게 하는 나라라는 소리인데요, 이렇게 서로 좋은 말, 예쁜 말 한마디씩만 주고 받아도 세상이 아주 살만한 곳이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내가 행한 작은 배려는, 더 큰 배려가 되어서 결국에는 나에게 돌아온다고 믿습니다. 이왕 살아갈 것이라면, 감사하고 즐거운 마음으로 살아가렵니다.

작은 샐러드 가게 사장님의 '살짝쿵 사려깊음'에 감동 받아서 빠르게 블로그 포스팅을 남깁니다. 오늘도 좋은 하루 되세요.

2025년 2월 28일
송종식 드림


2021년 12월 17일 금요일

고마움을 표현할 줄 아는 것

Unsplash@cmhedger

텔레그램과 유튜브를 자주 이용하다보니 이전에는 들리지 않았던 소리가 자주 들린다.

"종식이형 덕분에 주식투자 제대로 배웠습니다. 이젠 주린이를 벗어나서 스스로 투자하고 있어요. 고맙습니다."

사실 뭘 바라고 블로그며 텔레그램이며 기록을 남기는 것은 아니다. 가장 큰 이유는 내 스스로의 공부와 생각정리 차원이고 혹시라도 누군가가 방문해서 몰랐던 것을 얻어가면 좋겠다는 생각은 그 다음이다. 그래도 일말의 사명감이 없지는 않기 때문에 투자와 관련된 글을 쓸 때는 꽤 신경을 써서 쓰는 편이다.

그냥 그런 느낌 정도로만 블로그와 텔레그램 같은 것을 운영했다.

그런데 텔레그램과 유튜브는 양방향 소통이 된다. 그러다보니 위와 같은 감사의 메시지를 많이 받게 된다. 최근 들어서 유독 저런 메시지를 많이 받는데, 큰 보람도 느끼고 기분이 아주 좋다.

그리고 저렇게 메시지를 보내 주시는 분들을 일일이 기억하고 곱씹게 되고 나 역시 저렇게 따뜻한 말 한마디를 건네주는 분들께 역으로 감사함을 느끼게 된다.

물론, 그 반대의 사람들도 있다. 우리같은 사람들은 이미 시장에서 한참동안 굴러다니고 있기 때문에 누가 언제쯤 시장에 진입했는지, 누가 언제쯤 주린이였는지, 또 그 사람이 언제쯤부터 실력이 일취월장 했는지 어렴풋이 지켜보며 알고들 있다.

그리고 물론 그들이 아무것도 모르던 시절에 누구의 글과 말로 배웠는지, 누구를 특히 좋아하고 따라하려 했는지와 같은 것들도 이미 시장에서 오랫동안 굴러먹고 있던 사람들은 속속들이 알고 있다.

입문자 누구나 한 1~2년이나 3년쯤 열심히 하다보면 풍월은 읊을 정도가 된다. 그래서 그들도 귀여운 병아리 시절의 털을 벗겨내고 제법 남들에게 투자 조언도 하고 자기만의 철학을 하나씩 만들어 가면서 글도 쓰고 시장에서 남을 가르치는 입장에 조금씩 서게 되는 것을 많이 지켜본다.

그런 것들은 한 사람이 훌륭한 투자자가 되어가는 과정이고 지켜보는 사람들도 물론 즐겁다.

그러나 문제는 그런 사람들 중 일부의 태도다.

아무것도 몰라서 망망대해에서 떠돌때는 'OO님 존경합니다.', 'OO님 오늘도 많이 배웠습니다.' 하면서 감사함은 물론 심지어 존경심도 마지 않던 사람들이, 이제는 머리에 뭐가 좀 들어가고 이제 이 바닥에 대해 조금씩 알게 되었다고 '내가 원래 낸데?'하면서 안면을 몰수하는 것이다.

'나는 그 사람한테 배운거 하나도 없는데?'
'나는 하늘에서 뚝 떨어진 투자자인데?'
'아 그 사람? 그 사람 손절했는데, 배울거 하나도 없던데?'

하는 식으로 말을 바꾸고 스승들의 등에 칼을 꽂는 것이다. 이런 경우를 아주 많이 본다.

종목을 찍어주는 것 보다는 주식투자의 근본 원리와 철학, 토대를 가르쳐 주는 사람이, 답을 그냥 알려주는 사람보다는 왜 그런 답이 나오는지 과정을 알려주는 사람이 진정한 스승이다.

'스승이 없이는 너도 존재할 수 없다'고 가스라이팅 하는 사람들은 참 스승이 아니다. 평생 당신을 이용하려는 수작에 불과하다. 진정한 스승은 한 사람이 홀로서기 할 수 있도록 모든 것을 가감없이 알려준다.

투자나 프로그래밍과 같은 것은 한번 배우면 평생에 걸쳐서 써 먹을 수 있다. 또한 내 삶의 질을 바꿔 줄 강력한 무기다. 아무것도 모르던 시절에 그런 것을 가르쳐 준 스승들에게 밥은 한번 못 사고, 따뜻한 감사의 말을 나누지는 못할 망정, 이제와 그 사람은 필요없다며 안면을 몰수하고 말을 바꾸고 등 뒤에서 칼을 꽂지는 말자.

사람들은 모두 눈과 귀가 있어서 말은 하지 않지만 다들 유심히 보고 들으며 사람들의 태도에 대한 것들을 종합적으로 수집, 인지하고 있다.

감사함을 표할 줄 아는 사람들은 시간이 갈수록 잘될 것이다. 그런 태도를 가진 사람들은 도와주려는 손이 많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렇지 못한 사람들은 갈수록 고립될 것이다.

난 이미 많이 배우고 깨우쳐서 상관없다고 생각하겠지만 저 위에서 내려다 보고 있는 사람들이 보기엔 '글쎄.. 아직 아닐걸..'인 케이스가 더 많은 것이다.

그리고 살다가 위기에 봉착했을 때, 태도가 나빴던 사람들은 그동안 지켜보던 사람들이 일제히 달려들어 칼을 하나씩 꽂을 것이고, 태도가 좋았던 사람들은 도와주려는 손길이 더 많은 것이다. 누구든 삶의 굴곡은 있다. 살다가 크고 작은 어려움이 없을 것으로 생각하면 오산이다. 다른 사람에게 아쉬운 소리를 해야 할 순간도 오고, 손하나가 아쉬운 시기도 반드시 온다.

문득 나도 주린이 시절에 검은 건 글씨요, 하얀건 종이라고 가나다 좀 뗐다고 투자모임에서 잘난체 하고 돌아다닌 적이 있다. 그 당시에 이미 나보다 훨씬 더 먼저 높은 고지에 올라가서 나를 지켜보던 선배들은 나를 어떻게 봤을까 싶다. 지금 생각하면 부끄럽다. 그렇지만 그런 용기 덕분에 나도 더욱 성장할 수 있었던 건 사실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태도가 엉망인 사람들과 나의 차이점은 나는 나에게 가르침을 주고 혜택을 준 사람들에 대한 감사함은 1mg도 잃지 않고, 또 잊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나도 아직 가야할 길이 너무나 멀지만 그래도 지금까지 밥 먹고 살 수 있게 해준 여러 스승님과 선배들에게 늘 감사하다. 그리고 앞으로도 쭉 감사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