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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12월 10일 토요일

용문산 백운봉, 자주 만날 나의 동네 뒷산 - 등산일기 EP.7

천자봉을 제외하고 제 발로, 제 스스로 오른 첫 산입니다. 백운봉은 이번에 두번째 올랐습니다.

1. 등산일자 : 2022년 12월 1일
2. 코스 : 용문산 자연휴양림 -> 백운봉(941.2m)
3. 소요시간 : 등산 1시간 35분, 하산 1시간 11분 직전 방문 대비 등산은 24분 단축하였고 하산은 4분 단축하여서 도합 28분을 단축함
4. 동반인원 : 단독 산행
5. 의미 : 등산을 시작한지 한달이 되었음. 한달 전에 백운봉에 올랐을 때와 지금을 비교해서 체력이 얼마나 향상되었나 스스로 평가해 보기 위함. 그리고 집 근처에 있는 산이어서 겨울에도 자주 오를 수 있을지 테스트 해보기 위함.

사진 : 송종식

양평에 와 있으면 백운봉이 우리를 내려다 보고 있습니다. 양평 어디에 있건 백운봉의 눈초리를 벗어날 수 없습니다. 이날도 양평 읍내를 어슬렁거리고 있었습니다. 하늘은 파란 물감을 풀어 놓은 듯 한없이 파랬습니다. 물감위에 누군가가 그림이라도 그려 놓은 듯 백운봉의 자태가 늠름하고 아름다운 모습으로 저를 유혹했습니다. 백운봉을 품고 싶어서, 아니 제가 백운봉의 품에 안기고 싶어서 몸이 근질거렸습니다.

사진을 찍은 이날은 일정이 있어서 백운봉의 품에 안기지 못했고, 다음날 바로 백운봉으로 올랐습니다. 운이 좋게도 다음날 하늘도 푸르렀습니다.

자료 : 카카오, 송종식

처음 백운봉에 올랐던 코스 그대로 다시 오릅니다. 앞으로도 이 코스를 자주 이용할 생각입니다. 양평에 있을 때는 그나마 운동삼아서 오를만한 산으로 저에게 낙점이 되었습니다.

사진 : 송종식

출발지인 자연휴양림으로 가는 입구입니다. 이 동네에 도시가스가 들어오네요. 양평에 전원주택에는 도시가스가 대부분 안들어옵니다. 지역 가스회사가 매주 집집마다 돌면서 가스 충전을 해주는 시스템입니다. 안전상 불안한 부분은 있지만 사용하는데 있어서 도시가스와 크게 다른 점은 없습니다.

사진 : 송종식

등산로 입구에 있는 휴양림 주차장에 주차를 합니다. 오전 11시인데도 기온이 영하 5도네요. 체감 온도는 더 낮습니다. 옷을 단단히 챙겨 입고 길을 나섭니다.

사진 : 송종식

딱히 스토리가 있는 산행은 아니어서 고도를 쭉 치고 올립니다. 어떤 등산 베테랑 선생님의 이야기를 들으니 1시간에 500m를 치고 올릴 수 있으면 체력이 대단히 좋은 사람이라고 합니다. 오늘 도전해 봅니다. 산은 그대로 그 자리에 있었지만 나무들이 전보다 더 앙상해졌습니다. 남자는 머리빨 강아지는 털빨 나무는 나뭇잎빨 찬 공기에 앙상한 나무들, 그리고 짙푸른 하늘을 보니 한 겨울이 왔음을 실감합니다.

사진 : 송종식

딱 중간 지점에 있는 약수터입니다. 지도상으로 보면 헬기장이 있습니다. 헬기장 바로 옆입니다. 여기 약수터에 도착하면서 '아 내 체력이 많이 좋아졌구나'하는 것을 직감했습니다.

처음 백운봉에 오를 때는 여기 약수터에서 죽을 뻔 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다리가 후들거리고 숨이 너무 차올랐거든요. 약수터에 누워서 기절해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아무렇지도 않았습니다. 전보다 숨도 별로 차지 않았고, 다리도 거뜬했습니다. 이번에는 약수터에서 쉬지 않고 고도를 쭉 치고 올리기로 마음 먹었습니다. 사진 한장 찍고 쭉 올라갑니다.

한달동안 산을 6번 탔더니 몰라보게 체력이 좋아졌습니다. 사람마다 몸에 맞는 운동은 다르겠지만 허리 라인에 살도 빠지고 체력도 좋아지는 걸 보니, 저에게는 등산이 아주 잘 맞는 운동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진 : 송종식

헬기장 지나고 정상까지 400~500m 남은 지점까지 나름 편안하게 걸을만한 능선 구간이 나옵니다. 11월에 왔을 때는 편하게 걸었던 기억이 납니다. 그런데 이날은 칼바람이 장난 아니었습니다. 양 옆이 다른 산봉우리가 없고 열려 있다보니 바람이 사람을 죽일 기세로 불어댔습니다. 모자를 2중으로 쓰고 귀도리를 했는데도 머리가 어질어질했습니다. 산바람이 내는 그 특유의 소리는 조금 공포스럽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그런것에 굴할 대한건아가 아니죠. 앞으로 쭉쭉 나아갑니다.

사진 : 송종식

백운봉 정상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이제 슬슬 오르막이 다시 시작됩니다. 숨 한번 가다듬고 쭉쭉 앞으로 앞으로!


사진 : 송종식

백운봉은 비교적 오르기 쉬운 산입니다. 하지만 용문산이지 않습니까? 시종일관 너덜산인 가섭봉에 비할바는 아닙니다만, 마지막 400m 남은 구간은 이런식의 너덜 바위길이 있습니다. 아주 조금 까다로워요. 계단도 작아서 발을 헛디디지 않도록 조심해서 올라야합니다.

사진 : 송종식

백운봉 정상에 도착했습니다. 확실히 체력이 좋아져서 그런지 저번보다 훨씬 수월하게 한번에 쭉 치고 올라왔습니다. 파란 하늘에 구름이 조금씩 생기기 시작했네요. 그래도 너무 예쁩니다.

사진 : 송종식

저번에는 사진에 담지 못했던 통일암도 카메라에 담아 보았습니다. 백두산 천지에서 가져 온 돌과 흙이라고 합니다.


사진 : 송종식

백운봉 정상에는 3개의 데크가 있습니다. 듣자하니 이곳 쟁탈전이 치열하다고 합니다. 하지만 제가 올라 올 때는 데크가 항상 비어있네요. 아마 주말에만 자리 차지하는 경쟁이 치열하고, 평일에는 주로 비어있는 것 같아요.

나중에 산에 조금 더 익숙해지면 이곳에서 텐트를 치고 1박을 해보고 싶기도 합니다. 새벽 운무와 도시 야경이 정말 멋진 곳이라고 합니다. 그도 그럴것이 백운봉은 '한국의 마테호른'이라는 별명이 붙어 있어서 경치가 더 좋다고 합니다. 봉우리만 뾰족하게 솟아 있어서 경관이 탁 트여 있습니다.


사진 : 송종식

남한강 하류쪽 뷰입니다. 미세먼지가 조금 있지만 저번에 왔을 때 보다는 가시거리가 조금 더 먼 것 같습니다. 카메라 줌을 당겨보니 서울로 통하는 봉안터널쪽 다리도 보이네요.

사진 : 송종식

저를 고생시켰던 용문산 가섭봉과 그 앞에 있는 장군봉의 모습도 보입니다. 봉우리 위에 작은 건축물은 저번에 보여드렸듯이 KT 통신 안테나입니다.

사진 : 송종식

쉬자파크와 용문면쪽 뷰입니다. 곰산과 추읍산 일부가 보입니다.

사진 : 송종식

중미산과 유명산 방향의 뷰입니다.

사진 : 송종식

낙엽 아래에 이런식으로 빙판이 곳곳에 있어서 집중해서 하산해야 합니다. 헛디디면 정말 큰일나요. 오늘 백운봉 등산일기는 여기에서 마무리하겠습니다. 1주일에 산을 한두번 밖에 못 타는데도 체력이 상당히 향상되었음을 확인한 등산이었습니다. 마음같아서는 산을 타는 횟수를 더 늘리고 싶지만, 사람이 산만 타고 사는 건 아니기에 자투리 시간에는 다른 운동들을 하면서 건강을 채워 나가고 있습니다.

2022년 12월 10일
송종식 드림


2022년 11월 11일 금요일

양평 용문산 가섭봉에서 겸손을 배우다 - 등산일기 EP.3

용문산, 겸손을 가르쳐 준 산

"그깟 산 타는 게 별거야?"라고 쉽게 생각했다. 멋 모르고 해맑게 올라갔다. 하산 하면서 극한의 체력고갈을 느꼈다. 자칫 큰 일이나겠다 싶었다. 조금 오버하면 목숨이 위태로웠을지도 모르겠다.

1. 등산일자 : 2022년 11월 7일
2. 코스 : 용문사 -> 가섭봉(1,157m)
3. 난이도 : 등산(매우 높음), 하산(매우매우 높음)
4. 소요시간 : 등산(3시간 45분), 하산(3시간 15분)
5. 동반인원 : 단독 산행
6. 준비물 : 별도로 챙기지 않고 맨 몸만 올라감 (이것이 나중에 큰 문제가 됨)
7. 의미 : 사전 리서치의 중요성, 겸손의 중요성을 배움, 초인적인 힘으로 난이도가 높은 악산을 정복하고 내려옴

용문산 공원 주차장에 차를 대고 슬슬 올라간다. 용문사에서 출발해서 용문산 가섭봉을 정복하는 루트를 택해서 움직였다.
<자료 : 카카오맵, 송종식>

자, 그럼 출발!

용문사->가섭봉 루트가 어려운 이유


1) 바위산, 돌산이다. 등산로라고 존재는 하지만 길을 잃기가 쉽다. 사람들이 어디를 밟고 다니는지도 불분명하고 이정표도 불친절하다. 까딱 잘못하면 길을 잃기 쉽상이다. 그래서 정신을 바짝 차리고 걷지 않으면 길을 잃을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2) 등산로 전반적으로 길이 엉망진창이다. 등산인들은 그런 경우에 '너덜산'이라고 부르는 것 같더라. 그런데 여기는 너덜산 수준이 아니다. 산이 내게 말하는 것 같았다. '올라 갈 거면 가고, 말거면 말아라' 진짜, 온갖 깨진 바위에 돌들이 끝 없이 널부러져 있다. 뾰족한 돌, 미끄러운 돌들도 많아서 정말 조심해서 다녀야 한다.
3) 전반적으로 산의 경사가 가파르다. 그래서 체력 소모가 매우 심하다. 게다가 길도 가깝지 않다. 가도가도 끝이 없는 느낌을 받았다. '이제 다 왔나?' 싶으면 또 길이 있고, '진짜 다 왔나?' 싶으면 또 길이있다.
4) 산에서 귀신 나올 것 같은 분위기에 사람도 없다. 그 어둡고, 크고, 험한 산에 혼자 있는 느낌이 들어서 기분이 일단 묘하게 별로였다.(ㅋ)

내가 목숨의 위협을 받은 이유


1) 우선 지식도 경험도 없으면서 그저 산을 만만하게 보고 도전했다.
2) 출발 전 필요한, 산에 대한 사전 정보 체크와 준비물 준비를 하지 않았다. 동네 뒷산 정도로 생각한 채 그저 실행하고 올랐을 뿐.
3) 시간 안배에 실패했다. 늦가을이라서 해가 빨리 떨어질 것을 어느 정도 감안했음에도 불구하고 하마터면 어둠 속 산 중턱에 갇힐 뻔 했다. 탈수 증상 등으로 체력이 소진되어 이동 속도가 현격히 떨어질 것을 고려하지 못함.

주차장~용문사 구간


용문산관광단지의 입장료는 2,500원이다. 알록달록한 YONGMUNSAN 글씨가 반겨준다.
<사진 : 송종식>

여기는 나름 거리가 있는 산책로라고 생각하고 걸었다. 조금씩 고도를 높여 나가지만 유모차를 미는 관광객들도 쉬엄쉬엄 오를 수 있을 정도다.

남의 말을 좋게 하자
<사진 : 송종식>

내가 내 입으로 실패했다고 입 밖으로 꺼내기 전 까지는 절대로 실패한 것이 아니다. 또한, 내 존재를 잃지 않았다면 아무도 나에게 실패라는 허울을 덧 씌울 수 없으며 인생 또한 계속된다.
<사진 : 송종식>

한참을 걸어 올라오면 용문사가 보인다. 이제 본격적으로 등산 시작이다. 딱 이 때까지만 행복하다.
<사진 : 송종식>

용문사 입구에 큰 은행나무가 이곳의 자랑이라고 한다. 미처 사진에 담을 생각을 하지 못했다.

용문사~마당바위 구간


본격적으로 난장판 길이 시작된다. 쉬고 싶어도 어디 편하게 눕거나 앉는 것도 힘들다. 산이 계속 말한다. 

"이래도 올라 갈거야? 그래 니 마음대로 해. 갈거면 가고 말거면 말아라~ 하지만 쉽지는 않을거야~"

그래도 등산 초반 타임이라서 뾰족한 돌에 찍히는 것, 미끄러운 돌과 낙엽의 콜라보에 미끄러지지 않는 것, 갑자기 큰 돌을 밟고 올라가야 해서 가랑이가 찢어지는 것 정도만 조심하면 꾸역꾸역 올라 갈 만하다. 

문제는 하산할 때 이 구간이 거의 죽음의 구간이 된다.

마당바위~깔딱고개 도는 지점 삼거리 구간


이 구간이 용문사 등산의 하이라이트다. 위 지도상으로 보면 거리가 짧아 보인다. 그만큼 급경사 구간이다. 그리고 길은 용문사~마당바위 구간보다 더 엉망진창이다. 이 구간을 오를 때 사람이 정말 처절해진다. 큰 육체적 한계와 고통을 시험 받으면서 오르게 된다.

이 깔딱고개를 다 오르면 작은 마루가 하나 나온다. 상원사에서 올라오는 삼거리와 마주치게 되는데 그 판상에서 잠깐 쉬다가 마지막 구간을 정복하기 위해 이동하면 된다.

깔딱고개 도는 지점~가섭봉 정상


이미 체력이 상당히 소진된 상태다. 그 상태에서 이 구간도 쉽지가 않다. 일단 생각보다 길이 멀다. 가도가도 끝이 없다. 다 올라온 것 같은데도 능선이 계속 있는 신기한 구간이다. 그리고 이 구간에서는 계단이 무척 많다. 그리고 계단 폭이 좁고, 경사가 가팔라서 매우 조심해야 한다. 계단하나 헛 디디면 저 세상행. 전반적으로 떨어지면 크게 다치거나 목숨이 위협 받을 수 있는 구간이 많다. 그리고 체력이 소진된 상태에서 마지막 체력 빼기를 위한 피날레 구간이기에 이 구간도 쉽지 않다.

용문산 가섭봉의 정상석
<사진 : 송종식>

용문산 주변은 산세가 험하고 높은 봉우리들이 많다. 그래서인지 가섭봉은 주변의 봉우리들을 아우르는 느낌이 들어 웅장했다. 하지만 훨씬 해발이 낮았던 백운봉에 비해서 경치가 멋있지는 않았다. 멋진 경치를 기대하고 가섭봉에 오르면 안 될일이다. 그리고 하필 또 이날부터 미세먼지가 자욱하게 깔렸다. 가뜩이나 안 멋있는 경치에 미세먼지까지 깔려서 더 별 볼일이 없었다.(그나저나 중국 공장들 다시 돌아가나..?)

가섭봉에서 공군부대 방향으로 바라 본 뷰
- 보안에 문제가 될 경우 삭제하겠습니다 -
<사진 : 송종식>

등산을 시작했던 용문사관광단지와 용문면 방면으로 바라 본 모습, 평지였어도 꽤 먼 거리다. 이 험하디 헌한 협곡을 타고 올라왔다고 생각하니 큰 성취감이 몰려왔다.
<사진 : 송종식>

가섭봉은 원래 공군부대가 출입을 통제하던 곳이다. 출입통제가 풀리면서 올라올 수 있게 되었다. 그래서 근처에 군부대 건물들도 보인다. 

양평 어디서나 보이는 이 안테나는 KT안테나였다.
<사진 : 송종식>

거대한 통신 안테나는 양평 어디서나 볼 수 있다.

힘들고 나쁘기만 한 산이었나?


아니다! 힘들었던만큼 큰 성취감도 주었던 산이다. 그리고 포스팅 도입부에 썼듯이 겸손함을 가르쳐 준 산이다. 그리고 많은 생각할 거리를 던져 준 산이었다.

또, 중간에 시냇가 옆을 한참 걷는 구간이 있다. 졸졸졸 시냇물 소리가 참 듣기 좋았다. 자연 속에서 자연의 아름다움과 조용하고 경이로운 분위기도 한껏 만끽했다.

긴급상황 직전까지 갔다가 깨달은 점(하산 시 폰 배터리 방전...)


쉽게 생각하고 올라갔지만 정상에 도달했을 때 부터 약간의 탈수 증상이 있었다. 돌아 온 코스로 그대로 내려 가는데 다리가 덜덜 떨렸다. 체력이 바닥나고 보니 등산보다 하산이 훨씬 더 고되고 힘들었다. 게다가 '욕'문산으로 부른다는 이 용문산은 등산로도 엉망진창이다.

거의 초주검 상태에서 깔딱고개를 겨우 내려왔다. 내려 오면서 몇번을 누웠는지 모른다. 도저히 누울 수 없을 것 같은 돌무더기 위에서 끝도 없이 누웠다가 일어나서 걷기를 반복했다. 

마당바위 인근까지 겨우 내려왔을 때는 이미 해가 지고 날이 어둑어둑해지고 있었다. 진짜 비몽사몽 상태로 돌 무더기 위에 누웠다. 나중에 집에와서 보니 등에 상처 투성이였다. 누워있는데 하늘은 빙빙돌고 탈수 증상이 와서 눈이 뒤집혔다. 입에서 단내가 났다. 다리는 덜덜 떨렸다. 다리를 한걸음씩 움직이는 것 조차 너무 무거워 고통스러웠다.

'여기서 주저앉거나 쓰러지면 정말 죽을수도 있다.'

날이 밝은데도 오면서 몇번을 미끄러졌다. 다행히 허리 등 다친 부위는 없었다. 밝은데도 그 정도인데 어두워지면 절대로 이동을 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뾰족한 돌무더기 위에서 잠을 청할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하늘에는 까마귀들이 날아다니고 있었다. 하루종일 아무것도 먹고 마시지 못해서 탈수증상에 공복 후유증도 상당했다. 정말 온 정신력을 다 끌어 모아서 죽을 힘을 다해 걸었다.

'제발 사찰에라도 당도하자. 가서 물을 한 그릇 얻어 먹으면 될테니...'

해가 완전히 떨어지고 사방이 완전히 어두워 질 즈음 용문사 사찰에 겨우 도착했다. 마침 사찰 입구에 영업을 종료 중인 카페가 하나 있었다. 

"혹시 지금 닫으시나요? 닫으시면 안되는데.."
"저희 이제 영업 종료해요. 뭐 만들어 드리는 건 안돼요."

눈을 이리저리 굴려 보니 다행히 물과 음료를 팔았다.

"그럼 저거라도 주세요. 물하고 음료하고..."

물과 음료를 계산하자 마자 벌컥벌컥 들이켰다. 정말 신기하게도 물을 마시자 마자 컨디션이 살아났다. 

'와 이 물 한병이 없어서 그 고생을 했구나.'

아무것도 없이 맨몸으로 용문산 가섭봉을 갔다왔다는 내 이야기에 영업을 종료하던 아주머니들께서 깜짝 놀라서 튀어 나오셨다.

"용문산은 정말 위험한 악산이에요. 실종자도 생겨요. 정말 큰일날 뻔 하셨네. 잘 내려오셔서 정말 다행입니다."

용문산이 악산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나는 뒤늦게 용문산 등산에 대해서 블로그글과 유튜브 영상을 검색하기 시작했다. 등산을 자주 하는 사람들 입에서도 어려운 산이라는 이야기가 쏟아져 나왔다. 

'나는 이 리서치를 왜 등산 전에 하지 않고, 죽을 고비를 넘기고 나서 이제야 하고 있을까?' 싶었다.

나는 이 정도 산이면 쉬이 올라갔다가 내려올 수 있을거라 우습게 봤다. 하지만 산은 그런 나를 호되게 두들겨 팼다. 다음부터는 어떤 일도 쉬이 보지 않으리라 마음 먹었다. 그리고 뭐든지 시작 전 리서치를 하는 것은 정말 중요하다는 것을 상기했다. 아주 작은 일이라도 찾아 보고 시작하는 것이 중요한 것을 깨달았다.

나는 '실행맨'이기 때문에, 무엇이든 일단 지르고 시작하고 본다. 그것이 이번 산행에서 나를 극도의 상황까지 밀어 넣은 나쁜 습관 중 하나였다. 실행도 좋지만 실행 전 리서치도 결코 무시할 수 없음을 배웠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제 등산할 때는 배낭가방에 물과 음식을 꼭 챙겨서 다녀야겠다고 마음 먹었다. 등린이는 이렇게 개고생을 하면서 등산도 배우고 인생도 배운다.

2022년 11월 11일
송종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