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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9월 22일 화요일

현금흐름할인류의 밸류에이션 툴에 대해..

DDM, DCF, RIM과 같은 밸류에이션 방법들은 배당이든, 주주에게  귀속되는 현금이든, 잔여이익이든 모두 주주에게 직접 관련된 미래의 현금흐름을 추정하여 할인하는 방식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나 역시 한때는 워런버핏을 따라하겠답시고 이런류의 밸류에이션에 목을 매던 적이 있었다. 그런데 지금 생각해보면 살짝 쓴웃음이 난다. 인간의 미래란 한 치 앞을 내다보기도 힘들다. 특히 여러 사람들이 모여 세상과 유기적으로 엮여 돌아가는 기업의 미래를 예측하기란 더 어렵다. 아니 불가능하다고 보는게 맞겠다. 어쩌다 몇번 고장난 시계가 두번 정도 맞을지는 모르겠지만..

게다가, 수출로 먹고 사는 우리나라 기업의 미래는 더욱 예측하기가 어렵다. 대외 변수 변동에 취약하고 중국이라는 강력한 경쟁자 겸 동반자도 나타났다. 비지니스의 생명주기는 더욱 짧아지고 있고, 기술 혁신으로 어떤 사업이 어떤 운명을 맞게 될지는 아무도 섣불리 예단하기 힘든 시대다.

아무리 대기업이라고 해도 그 기업의 2년 후, 5년 후를 예측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상황이 이러한데 주식 투자를 하면서, 그것도 개인투자자가 기업의 밸류에이션 툴을 DCF나 RIM과 같은 류의 현금흐름할인 방식을 쓴다면 과연 성공률은 얼마나 될까. 적정가에 대한 종교적 가치 그 정도의 가치밖에 없을 것 같다.

우리나라 기업들을 대상으로 미래 10년치의 현금흐름을 예측해서 할인하고, 심지어 영구적인 현금흐름의 가치를 추정하여 사용한다는 것은 지금 생각해보면 '내가 참, 말도 안되는 일을 하였구나.'하는 생각을 들게한다.

이런류의 툴이 통하려면 몇가지 전제가 필요하다.

1) 기업이 속한 국가의 군사력, 경제력이 압도적으로 강하고 장기적으로 안정적일 수 있는가?
2) 기업의 브랜드가치와 영업적 해자는 타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로 강력한가?
3) 기업이 영위하는 사업의 업황은 변동성이 적고, 앞으로도 그럴 것인가?
4) 투자자는 그 어떤 중간중간의 작은 휩쏘에도 견딜 수 있는 체력이 있는가?

그나마 이 정도가 돼야 DCF, RIM 등의 툴을 적용해 볼만하다. 물론 이런 상황이 받쳐줘도 DCF는 미래의 추정에 대한 불확실성을 내포한다.

주식 투자를 할 때는 반드시 '투자자의 추정'이 들어간다.

그리고 그 추정은 틀리게 마련이다.

추정이 현실과 더욱 크게 틀리게 되는 경우는 다음과 같다.

1) 추정에 필요한 변수가 많아지고,
2) 추정을 하는 미래 기간이 길어지는 경우

DCF나 RIM은 추정 기간이 길 수밖에 없고, 중간에 어떤 변수에 의해서 적정주가는 심하게 왜곡된다. 중요 팩터의 변수값을 살짝만 조정해도 목표가가 크게 변하는 것을 목격할 수 있을것이다. 이것을 내 입맛대로, 구색대로 하다가는 큰 낭패를 본다. 사실 DCF나 RIM은 사칙연산만으로 사용할 수 있는 툴이지만, 그 이면에 내재된 여러가지 변수에 대한 사용 기술, 철저한 기업의 질적 분석이 뒤따르지 않으면 사용이 매우 까다로운 툴이다


그리고 또 문제가, COE나 CAPM, WACC과  같은 도구들은 상아탑에서나 유용하지 실제 시장에서 얼마나 유용한가에 대한 의문이다.

암튼, 추정에 필요한 변수는 최대한 줄이는 심플한 투자, 추정 기간은 본인이 내다보는 선에서 최대한 단축하는 것이 되려 개인투자자가 성공하기 위한 핵심이 아닌가 생각한다.

만약에 굴리는 자금 규모가 크고, 내다보는 안목이 길다면 그 사람은 어느 정도 트레이더에서 인베스터로 진화중인 사람이라 봐도 무방할 것이고 그나마 워런버핏의 흉내 정도는 낼 수 있는 사람이라 생각한다.

나는 이런 시각을 가지고는 있지만 현금흐름할인방식의 밸류에이션 도구를 아주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투자자에게 있어서 그 툴은 없어서는 안될 매우 중요한 툴임에는 분명하고 유용한 것도 사실이다. 다만, 한국이 처한 경제 환경과 그런 환경에서 투자하는 개인투자자가 과연 저런 툴을 이용해서 투자를 하는 것이 현실성이 있는 것인지에 의문을 다는 것이다.

공인회계사 시험에서 전국 수석을 했으며, 회계 법인에서 일했던 회계사 친구(4대 펌에 있다가 지금은 VC로 이직). 주식 투자로도 곧잘 수익을 내는 그 친구가 한말이 생각난다.

"밸류에이션이요? 1년치 예상 EPS에 주고 싶은 PER 퉁 때리는게 그나마 제일 정확해요." 농담삼아 던진 말이지만 깊이 생각하게 하는 말이었다.

2015년 9월 22일
송종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