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기.."
"네?"
"혹시, 제가 아시는 분인가요?"
"네..?!"
"혹시, 유튜브나 블로그 같은 것 하시나요?"
"아아! 네네 맞습니다. 하고 있어요. 반갑습니다."
"아, 혹시나 싶었는데, 여기에 계실 줄은 상상도 못했습니다."
젊고 잘 생긴 청년은 내 블로그와 유튜브를 꽤 오래도록 애독한 것 같았다. 양평 시골 촌구석 어느 카페 구석자리에 앉아 있는데, 누군가가 나를 알아 볼 줄은 나 역시 상상도 못했다.
어쨌든 그분은 나를 보며 반가워했다. 나 역시 양평 촌구석에 젊은 가치투자자가 있어서 반가웠다. 청년은 성격이 활발하고, 붙임성이 좋았다.
무엇보다 놀라운 것은, 이제 막 서른이 된 청년이지만 가치투자에 대한 식견이 상당했다. 트레이딩은 기법이 중요하지만 투자는 철학이 중요하다. 철학을 놓고 몇 마디 이야기를 나눠 보면 대번에 상대의 수준이나 식견을 파악할 수 있다. 이 청년과 이야기를 나눠보니 내가 평가할 수 있는 수준은 아니었다. 이미 프로 그 자체였다.
그래서 자리에 앉아서 두어 시간쯤 대화를 나누었다.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밖에 떠 있던 해는 어느 새 반대편 산으로 자취를 감추었다. 사방이 깜깜해져 있었다.
"벌써 어둑어둑 해지네요, 대화는 즐겁지만 제가 선배님 시간을 너무 많이 뺐은 것 같습니다."
청년은 나와 대화를 종료하고 자리에서 일어나면서 연신 미안함을 내비쳤다. 청년이 귀가하는 것을 확인하고 나는 다시 자리에 앉아서 하던 일을 했다.
"시간을 뺐어서 죄송하고 또 반가웠습니다. 별 건 아니지만 이거 드세요"
청년이 케이크 선물을 주고 갔다.
to. 양평 청년제 블로그를 보실테니 지면을 빌어서 다시 한번 감사하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이렇게 해서 나를 알아 본 사람은 5명째다.
네 분은 나에게 즉각 말을 걸어 오셨고, 한 분은 유튜브 댓글에 '아까, 파주 모 카페에서 봤어요'라고 댓글을 남겨 주셨다.
아마 내게 알려 주신 분이 다섯 분이니, 실제로 나를 봤는데 그냥 모른체 하신 분은 훨씬 더 많을 것이라고 생각된다. 그렇게 생각하면 이제는 정말 말이나 행동거지를 더 조심해야겠다는 생각도 든다.
꼴랑 구독자 2만 명 규모의 채널을 갖고 있으면서 연예인병에 걸리면 꼴이 우스워진다. 그렇지만 연예인병 차원이 아니라 양평 시골에서도 알아 보시는 분이 계실 정도니 조신하게 다녀야겠다 싶은 생각은 든다.
현재까지 나를 알아 보신 분들 분포를 보면 서울에서 세 분, 파주에서 한 분, 양평에서 한 분이다.
신기한 것이 일산에서 아직 나에게 말을 걸어 온 사람은 한 분도 없다. 일산에서는 호수공원 산책을 하루에 4시간씩 했는데도. 물론, 평일 낮에 산책을 하니 주로 내 채널을 봐 주시는 분들이 회사에 있을 시간대라 시간대가 맞지 않아서 그럴 가능성은 높다.
어쨌든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역시 처음으로 나를 알아봐 주신 분이다.
처음인 것도 신기했지만, 당시 여러 상황이 맞물려서 더 신기하게 다가왔다.
일단은 당시 내 유튜브 채널의 구독자 수는 5,000명에 불과했다. 그리고 새벽에 지인들과 술을 마시고 있었는데, 큰 술집도 아니고 주택가 근처에 있는 아주 작은 가게였다.
또, 신기한 것은 가게 구조였다. 가게 맨 안쪽으로 들어가면 밖에서는 안 보이는 방 하나가 있었는데 지인들과 나는 거기서 막걸리를 마시고 있었다. 잠깐 가게 홀로 나온 찰나에 구독자께서 나를 알아보신 것이다.
"혹시, 아버님 아니세요? 주식 아버님 아니세요?" 라고 묻던 질문이 아직도 귓가에 맴돈다.
군복무 중인데 여자친구와 데이트 중에 나를 발견한 것이다.
그 일이 있고 나서 나는 생각했다.
'고작 구독자 5,000명 짜리 유튜버도 길에서 알아보는 사람이 있구나. 그것도 새벽에..'
지금은 그때보다 구독자가 5배 정도 늘었다. 이미 주식쟁이들 사이에서는 얼굴도 여기저기에 팔렸나 보다. 혹자는 '유명해지지 않고, 돈만 많았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유명해지면 자유가 제한되고, 이상한 사람들이 해코지를 할 수 있으니 일견 동의가 되는 말이다.
그렇지만 너무 유명해지지는 않되 특정 부문에서 아주 조금만 얼굴이 알려지는 정도는 어쩌면 괜찮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내 얼굴과 이름 자체가 명함이 되고, 어디에 가서 나를 별도로 설명하지 않아도 되는 경험을 한다는 것은, 해 본 사람만이 아는 즐거움과 희열을 주기도 한다.
아무것도 아닌 내 얼굴을 유튜브가 아니었다면 누가 길에서 알아봐 줄까 싶다. 새삼 유튜브의 위력도 느끼고, 아무것도 아닌 일반인인 내가 유튜브에 영상 몇개 올렸다고 여기저기서 알아봐 주시는 분들이 생기는 것도 참 신기하다. 인생을 살면서 이런 경험을 해 본 것도 나쁜 것은 아닌 것 같다.
랩탑을 들고 다니면서 자주 작업하는 나만의 아지트가 몇 군데 있다.
일산에 4곳, 파주에 2곳, 인천에 여러 곳, 양평에 5곳, 원주에 1곳 정도다. 이 중에서 양평 아지트 1곳은 구독자께 뚫렸다. 하하.
재간둥이 송선생은 다음 턴에는 또 어디서 발견될지 사뭇 궁금하다. 그리고 사람의 인연이라는 것이 참 고맙고도 신기하다.
2022년 9월 14일
송종식
말씀대로 유명해 진다는 것을 받아들이는 것도 사람마다 천차만별인듯 합니다. 송선생님이 유명해지는 것을 많이 부담스러워 하시는 분이었다면 이렇게 블로그나 유튜브 등에서 만나뵙지 못했겠지요. 그런 의미에서 저로서는 큰 다행입니다^^
답글삭제구독자분들이나 카페분들 사이에 재간둥이 송선생님을 찾아라 같은 밈이 생겨도 재밌을것 같습니다ㅎㅎ
앗. 추상님~~
삭제저는 너무 유명해지는 건 부담됩니다 (그럴리도 없겠지만요~)
그냥 딱 지금 정도로 사는 게 가장 좋아요~
지금 정도 수준만 유지한다면 블로그나 유튜브도 꾸준히 재미있게 잘 해나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정말로 저를 한번 찾아 보세요~~ 여기저게 잘 쏘다니니까 찾기 쉬우실거에요~
작성자가 댓글을 삭제했습니다.
답글삭제양평에서 송선생님 찾기! ㅎㅎ
답글삭제문화인류학도님은 대~에충 제 동선을 알고 계실 듯 합니다 ㅎㅎ
삭제그 호수공원 바로 앞에 사는데 생업이 제 발목을 잡네요. 언젠가 뵙게 되면 영광으로 생각하고 아는 척 하겠습니다.
답글삭제혹여 마주치시면 꼭 먼저 아는 척 하시구 인사 건네 주세요~
삭제안녕하세요 mind body soul입니다. 저는 호수공원 근처에서 만나 뵙는 것이 가능성이 높겠습니다. ㅎㅎㅎ
답글삭제참 몇 주전에 비염관련 아로마테라피로 도움을 드릴 것이 있다고 했었는데 이리저리하다보니 시간이 좀 지났네요. 메일 한번 주세요. ( enuhak@naver.com 입니다.)
마바솔 형님 안녕하세요. 메일 드렸습니다!
삭제네 답변 메일 보내드렸습니다. ^^
삭제소설 한 번 써 보세요. 잘 쓰실 듯!
답글삭제엇. 칭찬으로 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삭제ㅋㅋㅋㅋ 진짜 송선생님은 픽션 글도 잘 쓰실 것 같습니다.
삭제마음이 동할 때, 작품도 하나 만들어보겠습니다~ㅋㅋ
삭제우와. y여사님께서는 어쩜 이렇게 글을 잘 쓰세요~ 글이 또르르 맛깔나서 몇번을 읽게 되네요. 항상 좋은 말씀 남겨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답글삭제저도 송종식님 우연히 한번 만났으면 좋겠습니다. 언젠가 인연이 되면 만날 수 있겠지요^^
답글삭제살다가 우연히 마주치게 되는 그런 인연 기대합니다^^
삭제오 역시 종식님 구독자 분들은 쎈스와 매너까지 좋으시네요
답글삭제네, 정말 그러네요~ 이상한 분(?)이 한 분도 안계시는 걸 보면요~
삭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