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10월 25일 일요일

최준철 대표님과의 첫 만남

존경하는 최준철 대표님을 뵙고 왔습니다.

진작에 찾아뵙고 인사를 드렸어야 했습니다. 인사가 다소 늦었습니다. 그러나 아주 늦지는 않았습니다. 왜냐하면 평생 가치투자를 하며 살아갈 것이기 때문입니다. 평생을 놓고 보면 지금 찾아뵌 것도 아주 늦지는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뵌 것은 2014년에 먼발치에서 강연을 들은 후 두 번째입니다. 1:1로 초대를 받아서 독대한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존경하는 선배 투자자와 독대할 수 있어서 감격스러웠습니다.

VIP자산운용의 웰컴보드. 방문객을 위한 세심한 배려.
<사진 : 송종식>

공식적인 자리는 아니었습니다. 단둘이 점심과 다과를 나누며 이런저런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모처럼 기운이 솟고 즐거운 시간이었습니다. 뵙기 전에도 느꼈지만, 저와 철학이나 종목을 선택하시는 기준이 여러모로 비슷한 분이셨습니다. 물론 제가 그분의 영향을 많이 받은 탓이 큽니다. 제 투자관을 형성하는데 적지 않은 지분을 가진 분이 최준철 대표님이시니까요. 또한, 저희 둘다 버핏을 추종하는 버핏키즈이기도 하고요.

영광스럽게도 대부분의 말씀이 제 생각과 비슷했습니다. 또 제가 블로그에서 자주 다룬 내용이 많았습니다. 그래서 그 부분을 일일이 이번 포스팅에서 언급하지는 않겠습니다. 또, 종목과 관련된 세세한 이야기들도 본 포스팅에서 다루기는 어렵습니다.

다만, 다시금 곱씹어 볼만한 여운이 남는 내용이 있어서 그 부분에 대해서만 포스팅을 통해서 간략히 남겨둡니다. 이미 아는 것도 안다고 콧방귀 끼지 말고 곱씹어 되새겨 보라는 강방천 회장님의 말씀도 떠올려봅니다.

오해를 불식하기 위해 덧붙이면 당연하게도 대표님과 저는 감히 비교조차 안됩니다. 운용 자산의 규모로 보나, 투자 경력으로 보나, 무엇으로 봐도 그렇죠. 일개 개인투자자인 저와 명망있는 기관투자자인 대표님은 차원이 다르십니다. 그러나 바라보는 방향이 비슷한 부분이 많아서 더욱 안심이 되고 반가웠습니다.

끊임없이 (종목을) 비교하라


제약사 'ㄷ'사와 음료회사 'ㅂ'사의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대표님은 제 입에서 나오는 종목마다 관련된 지식을 줄줄 꿰고 있었습니다. 개인적으로 공부를 열심히 하실 테지만, 팀이 이행하는 방대한 리서치의 힘도 적지 않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호랑이 등에 날개를 달았다'는 것이 이런 것이구나 느꼈습니다.

또, 대표님과 대화를 하다보니 'A'종목에 대해서 말씀을 드리면 '다른 B 종목이 더 좋지 않나요?'라는 식으로 종목에 대한 환기를 시켜주셨습니다. 이런 관점의 접근법은 제게 특히 도움이 되었습니다.

특별한 이유가 없이 종목을 자주 교체하는 것은 문제가 있습니다. 그 반대로, 종목과 너무 사랑에 빠져도 문제가 됩니다. 무엇이든 밸런스가 중요한데, 투자에 있어서는 특히 그렇다고 생각합니다. 가치투자의 역사적 대가들이 늘 말하는 '더 좋은 기업이 나타나면 덜 좋은 기업을 매도하여 자금을 확보한 후 매수한다'는 아주 기본적인 철학입니다. 이 부분을 상기했습니다.

경영자의 기질과 회사의 특성은 잘 변하지 않습니다. 반대로 회사와 시장의 상황은 끊임없이 변합니다. 그래서 기업과 시장을 살아있는 생명체라고 부르는 사람도 많습니다.

그런 연유로 항상 종목들을 비교해야 된다고 하셨습니다. 끊임없이 비교해서 더 나은 종목이 생기는지 살펴 보아야 한다고 하셨습니다. 어찌 보면 저도 이미 알고 있고 여러분도 알고 계실 너무 당연한 이야기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이야기를 되새긴 이유가 있습니다. 최근에 종목 공부에 너무 게을러진 제 자신을 돌아보게 해 주었기 때문입니다.

끊임없는 비교는 부지런한 공부에서 나온다


부지런히 그리고 끊임없이 공부해야 더 나은 종목을 찾기 위한 비교를 지속할 수 있습니다. 또한, 반대로 한 종목을 오래도록 공부하다 보면 그 종목에 대해서도 점점 더 잘 알게 되는 것은 당연합니다.

최근에 제 공부가 매우 게으릅니다. 그래서 특정 종목을 고집하며 오래도록 가져가는 경향이 있었습니다. 분명히, 머리로는 이 종목의 강점이 약화되고 있고, 더 나은 종목도 눈에 얼핏 보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더 나은 종목에 대한 공부를 힘 있게 진행하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또 다른 문제가 있었습니다. 최 대표님께서 특정 종목들에 대해서 물어보면 말문이 몇 번 막혔습니다. 게다가 엉뚱한 소리를 하거나 엉뚱한 대답도 몇 번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니 부끄럽습니다. 최근에 공부가 게을렀던 것에 대해 제 자신이 부끄러웠습니다.

투자 공부를 다시금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많은 모티브와 열정의 불씨를 얻어왔습니다. 대표님께서 자주 교류하자고 하셨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라도 더욱 부지런히 공부를 해야겠다 싶었습니다. 

누구나 스타가 되는 특정 시기가 있다


제가 항상 드리는 말씀이 있습니다. 특정 시기에 누군가가 수백%, 수천% 수익을 올렸다고 자랑하면 그런 건 무시하라구요. 그런 수익률은 영구적으로 유지될 수 없습니다. 또, 시장은 시시각각 변하는데, 그럴 때 마다 새로운 스타가 등장합니다. 그리고 그 스타는 머지 않아 사라집니다.

우리 가치투자자들은 특정 시점을 잘라서 보면 스타가 되기는 힘듭니다. 그러나, 오랜기간 따박따박 복리 수익을 누적하면서 시장에서 오래도록 생존하는데는 달인입니다. 투자를 특정 시점에만 하고 끝낼 건 아닙니다. 투자는 평생동안 해야하는 일입니다.

최 대표님께서도 이런 말씀을 해주셨습니다. 그리고 더 나아간 아이디어를 제시해 주셨습니다. 

"특정 구간만 쪼개보면 사람이든 회사든 스타가 되는 시기는 있게 마련입니다. 그렇다면 그런 사람이나 기업이 좋은 국면일 때 쭉 이어 붙이면 어떤가요? 그렇다면 그것을 취하는 우리는 꾸준히 좋은 성과를 내게 되지 않겠습니까?" 무릎을 탁 치게 만드는 이야기였습니다.

그러려면 원점으로 돌아와서 다시 똑같은 이야기를 해야하네요. 기업공부를 열심히 해야겠죠. 역시 기본이 가장 중요합니다. 그리고 가치투자자라고 입 벌리고 유유자적만 할게 아니라 더 부지런히 공부를 해야하겠다는 점을 계속 느꼈습니다.

수부타이가 되고자 한다면


저는 역사를 좋아합니다. 특히, 책사들이 책략을 펼치는 부분이나 전쟁사 위주로 좋아합니다. 대표님 역시 전쟁사를 좋아한다고 하셨습니다. 그리고 예를 든 사람이 수부타이였습니다. 평생 한 두번의 회전에서 승리한 장수와 평생 60번이 넘는 회전에서 승리한 수부타이를 개인투자자와 기관투자자의 차이 정도로 보신다고 하셨습니다.

개인 1명의 역량보다 팀의 역량이 더 깊으면서 넓은 것은 당연합니다. 다만, 개인이 수부타이가 되려고 할 필요는 없고 그렇게 될 수도 없다고 딱 잘라서 말씀하셨습니다. 대신 자기의 영역에서는 확실한 입지를 다지면 충분하다고 말씀하셨습니다.

당연하게도 모든 것을 잘 할 필요는 없지만 자기 영역은 확실히 지키자는 주문이었습니다. 만약에, 투자 분야에서 수부타이가 되고자 하는 야망이 있다면 반드시 팀을 만들어야 한다고 조언을 해주셨습니다. 심장을 고동치게 하는 멋진 조언이었습니다.

2020년 10월 25일
송종식 드림

연관글


댓글 24개:

  1. 좋은 이야기 잘보고갑니다. 끊임없이 비교하라는 말이 와닿네요.
    현재 포트폴리오에 있는 기업들이 현재 시가총액 대비 경쟁력이 있는지, 관심종목에 있는 종목들이 내 포트폴리오에 비해 뛰어난 종목이 없는지.. 에 대한 지속적인 비교만이 꾸준히 우상향 할 수 있는 길인 것 같습니다만 참 어렵네요 ㅎㅎ
    사람인지라 내 종목은 이뻐보이는건 어쩔수 없나봅니다 ㅎㅎ
    좋은 이야기 잘보고갑니다. 남은 주말도 잘 마무리하세요!

    답글삭제
    답글
    1. 초이님께서 메타인지 능력이 뛰언나시고 편향이 적은 분이라고 한다면 내 종목이 이뻐 보이는 건 아직 내 종목을 능가하는 종목이 없다는 뜻도 된다고 생각합니다. 고맙습니다.

      삭제
  2. 좋은 글 읽을수 있게 공유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답글삭제
  3. 멋진 분들의 멋진 만남, 멋진 글까지! 공유해주셔서 감사합니다 :)

    답글삭제
  4. 좋은 글 감사합니다, 우연히 알게되어 종종 들러 새로이 올라온 글이 있는지 보곤 합니다 앞으로도 귀한 글 부탁드립니다.

    답글삭제
    답글
    1. 반갑습니다. 블로그와 인터넷의 좋은 점 같습니다. 자주 좋은 의견 교류해요. 남은 주말도 잘 보내세요~

      삭제
  5. 너무나 좋은 글을 공유해주셔서 최준철 대표님 만큼이나 개인투자자로서 존경하고 배울점이 많으신 송종식님 감사드립니다.

    답글삭제
    답글
    1. 좋게 봐 주시어 감사드립니다. 소통도 자주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삭제
  6. 두분은 비슷한 점이 많네요.부드러운카리스마, 선한인상, 그리고 쉬운언어로 참 설명을 잘해주세요 주린이에게 진짜진짜 필요한 멘토입니다 감사합니다

    답글삭제
    답글
    1. 선배님과 저를 좋게 봐 주셔서 너무 고맙습니다 :)

      삭제
  7. 존경하는 가치투자자 두 분께서 뜻깊은 이야기를 나누셨네요. 꾸준함이 절말 중요하다고 느끼게 됩니다. 어디서도 읽을 수 없는 의미있는 글 작성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답글삭제
    답글
    1. 그렇습니다. "꾸준히" 이게 정말 중요한 덕목인 것 같습니다. 당연하지만 지키기는 어려운.. 자주 소통해 주심에 저 역시 고맙습니다.

      삭제
  8. 수부타이.... 그당시 전세계 넘버원이었....!?!?!!?!!!!

    답글삭제
    답글
    1. 네, 그 수부타이 맞습니닷! 당시 뿐 아니라 현재가지도 역사를 통틀어 세계 넘버원! 최 대표님의 말씀은 VIP가 세계 최고라는 의미로 말씀하셨다기 보다는 개인투자자와 기관투자자의 격차를 그렇게 표현한 것입니다. :)

      삭제
  9. 제 스승 두 분이 만나셨네요. 제가 작년에 가치투자를 막 시작했을 때 송선생님께 인사이트를 많이 얻었습니다. 길잡이가 되어 주신 거지요. 올해 최대표님의 유투브를 보고 무기와 전략을 많이 장착했습니다. 수준이 좀 높아진 거지요. ㅎㅎ 올해는 책을 많이 보았습니다. 백권 정도는 읽을 것 같아요. 책은 내 생각을 하기 위해 읽는 것이지요. 결국 남는 것은 내 생각입니다. 어떨 때는 미리 해오던 생각이 책을 통해 뚜렷해지기도 합니다. 멘토도 똑같은 이치라고 생각합니다. 훌륭한 멘토는 내가 만드는 것일 수도 있지요. ㅎㅎ 누구나 아는 말을 이렇게 한 이유는 ㅋㅋ 송선생님의 내공이 최대표님에게 전혀 밀리지 않는다고 저는 느낍니다. 최대표님은 청교도 같은 신념, 학자 같은 광범위하고 깊은 학습량, 뛰어난 티칭능력, 소탈하고 진솔한 이미지 등이 투자업계를 대표할만한 큰 분이라 생각합니다. 역시 송선생님은 스스로 ‘학습량’의 동기부여를 찾으신 것 같습니다. ㅎㅎ 책과 유투브를 통해 많은 대가들의 생각을 접해 보니 저희 개인투자자들과 사뭇 다른 각도를 많이 느낍니다. ‘대리인’으로서의 한계가 있는 것이지요. 그런 점에서 송선생님이 걷는 길은 최대표님과는 공통점이 꽤 있는 전혀 다른 길이라 생각합니다. 가장 큰 공통점은 저희 같은 중생들을 바른 길로 인도하려 애쓰는 열정? ㅎㅎ 저는 사업 한 가지만 해왔습니다. 사업하는 마음으로 투자를 해보니 4-5개 사업도 제대로 이해하기 힘드네요. 점점 더 잘 이해하게 되겠지요. 천천히 빼고 보태다가 평생 10개만 좋은 인연을 만나도 제 나름 성공한 투자라고 자부할 것 같습니다. 그러니 최대표 같은 분의 학습량을 제가 따라갈 능력도 이유도 없지요. 저는 수부타이 안할랍니다 ㅋㅋ 또 댓글 길어졌네요. 죄송함다~~ 내공 퍼뜩 쌓아서 언젠가 송선생님께 감사 인사드리겠습니다. 늦가을 정취 즐기시며 투자하세요!

    답글삭제
    답글
    1. 안녕하세요. 스승이라고 치켜주시니 몸둘바를 모르겠습니다. 저 역시 사나감자님께서 남겨주시는 장문의 댓글들을 읽으면서 많이 배우고 있습니다. 이렇게 상호작용하면서 같이 성장할 수 있는 것이 웹의 매력인 것 같습니다.

      평생 10개의 기업과만 동행해도 먹고 사는데 문제가 없다는데 동의합니다. 물론, 잘하게 되면 성공도 하게 될테구요. 굳이 2000개 종목을 다 알 필요는 당연히 없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최준철 대표님과 저의 외적인 차이가 아니라 철학적 차이를 외부의 시각에서 잘 알려 주셔서 너무나 감사합니다.

      삭제
  10. 가치투자가 왜 같이투자를 해야 하는지 알려주는 명언이네요. 선배님들의 가르침에 저도 한숟가락 올리겠습니다.^^

    답글삭제
    답글
    1. 네 화이팅입니다! 나중에는 숟가락 들고 같은 테이블에서 침 튀기며 이야기 나눠요~

      삭제
  11. 유투브 영상을 자주 올려주시지 않는게 아쉬웠는데 가투소에서 듣던대로 블로그 글이 너무 좋아서 하나 아껴보고 싶습니다.
    감사합니다.

    답글삭제
    답글
    1. 유튜브 영상은 시장이 조금 잠잠해지면 다시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좋게 봐 주시어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삭제
  12. 오, 버핏과의 점심같은 건가요? ^^

    답글삭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