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올해 인생 역전으로 가는 기차인 바이오행 열차에 몸을 싣지는 못했습니다. 장기적으로 우리나라를 먹여 살릴 훌륭한 산업임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지만 매수 버튼에는 손이 잘 안나가는 것 같습니다. 제 머리가 나빠서 그런지 사업보고서를 아무리 읽어봐도 이해도 잘 안되구요. 남들이 상반기에 파티를 끝내고 슬슬 포트폴리오 조정을 하는 동안 저는 손가락만 물고 있었네요.
제 포트를 구성하는 종목들은 바이오에 비하면 꿈도 크지 않고 재미없는 것들뿐입니다. 그런데도 무덤덤할 수 있었던 것은 제가 보유한 회사들에 대한 믿음과 현금비중 때문입니다. 올해 상반기 내내 저는 파티에서 소외돼 현금 비중 40~50%를 유지하고 있었는데요. 오늘 현금을 조금 더 썼습니다. 마켓 타이밍을 재는건 의미가 없습니다. 앞으로 강세장이 될지, 약세장이 될지 예측도 무의미하고 예측해도 예측대로 안 가니까요. 앞으로 시장이 더 큰 조정을 받을 수도 있을거구요.
다만, 평소에 봐 두었던 종목들이 이제는 매수해도 될 만큼 싼 구간에 속속 진입하는 것 같습니다.
마켓 타이밍은 재지 말고 기업에 집중하자
시장 참여자가 시장 상황을 아예 모른척 할수는 없습니다. 그런 상황들을 아예 무시하자는게 아니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업 본연의 가치에 집중하자는 것입니다.
최근 시장 대내외에 노출된 악재는 말레이시아 달러 보유고 바닥설, 말레이시아와 태국발 아시아 금융위기 재발설, 그리스 위기, 푸에르토리코 위기, 남북 준전시상황 대치, 중국 경제 성장률 저하, 중국 증시 폭락, 아시아에서 유출되는 서방의 투자 자금, 미국 금리인상설 등등..
갖다 붙이자면 어떤 이유든 갖다 붙일 수 있는게 시장입니다. 오르는 시장에는 오르는 이유를, 내리는 시장에는 내리는 이유를 갖다 붙일 수 있죠.
우리는 이런 것들은 시장 참여자로서 기본 매너 정도로만 매일 업데이트하여 숙지하고 에너지의 대부분은 투자한 기업을 팔로업 하는데 써야 합니다. 펀더멘털에 문제가 없는데 가격이 급락하면 당연히 매수를 해야지 매도를 하는건 옳지 않다고 봅니다. 어제까지 20만 원 하던 나이키 신발이 오늘 10만 원 한다면 당연히 사야겠죠. 미스터마켓의 조울증은 가치투자자들에게 좋은 주식을 싸게 살 수 있는 기회도 주고, 주식을 비싸게 팔 수 있는 기회도 줍니다. 종종 찾아오는 이런 기회를 잘 활용해야 장기적으로 자산을 꾸준히 불려나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너무 원론적인 이야기지만 시장에서는 기본을 잘 지키는 사람이 오래 살아남는 것을 끊임없이 목격하고 있습니다.
상반기까지 승승장구 하던 투자자들이 순식간에 오링 돼 시장에서 사라지고 있습니다. 몰빵을 하고, 레버리지를 얹고, 고속성장주의 장밋빛에 도취돼 있던 분들이었습니다. 테크닉은 뛰어났지만 기본을 무시해서 일어나는 사단입니다. 부디 그분들이 다시 재기할 수 있기를 응원드립니다.
시장에 피가 낭자할 때가 매수할 때다, 설령 그것이 당신의 피 일지라도
존템플턴이 남긴 명언입니다. 약세장이 왔을 때 스스로 가장 많이 상기하는 말이고, 또 좋아하는 말입니다.
매수를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2~3일만에 제 몸에서도 피가 흐르기 시작합니다. |
올해 수익은 아직까지 건재합니다 |
올해 제 투자 성과는 훌륭하지도 않지만 나쁘지도 않습니다. 올해 계좌 전체적으로는 여전히 수익권입니다. 16.9% 정도 수익중이네요. 현재 보유하고 있는 종목들의 평가 수익이 순식간에 -10%를 넘어섰습니다. 이번 급락장에서 저도 꽤 타격이 컸는데요. 평소 보아두었던 주식들이 싸졌다고 생각해서 추가적으로 계속 주식을 사고 있습니다.
저도 인간인 이상 바닥을 정확하게 짚어낼 수 없는 것은 당연합니다. 분할매수를 하면서도 급락장에 휩쓸린 계좌는 쭉쭉 빠지고 있습니다. 저게 바로 템플턴이 말한 '자신의 피'입니다. 하락장에서는 과매도가 나오기 때문에 단기적으로 보유 종목의 평가손실이 쭉쭉 늘어나는 것은 막을수가 없습니다.
하지만 훌륭한 회사를 아주 저렴한 가격에 잘 매수했다면 이 피는 곧 말라서 없어집니다. 시장 상황이 일시적으로 어려워 길거리엔 피가 낭자하고 제 몸에서도 피가 줄줄 흐르는건 일단 어쩔 수 없는 일입니다. 이런 일에 공포감을 가질 필요는 없습니다. 시간이 지난 후 계좌는 빨간불을 밝히고 있을것입니다. 물론 좋은 기업을 싸게 잘 샀다는 전제가 있을때만요.
1월에 콜로라도에서 눈보라가 치는 것만큼 흔한 일
이 말은 피터린치가 한 말입니다. 피터린치 말마따나 약세장 또는 하락장은 1월에 눈보라가 치는 것 만큼 일상적인 일이죠. 자산 시장에서 자산의 가격 등락은 항상 있는 일입니다. 상반기에 바이오주 주주분들이 정통 가치투자자들 모임에 난입해서 수 많은 조롱을 하였습니다. 마치 바이오 주식은 무한정 오를 듯이. 그렇지만 세상 어디에도 무한정 오르는 자산은 없고, 또 반대로 무한정 떨어지는 자산도 없지요. 회사가 망해서 없어지지 않는다면요.
좋은 기업을 골라서 싼 가격에 잘 사두었다면 반드시 좋은 날이 올 것입니다. 또 이런 날이 한번씩 찾아와야 싼값에 좋은 자산을 매입할 기회도 되는 것이구요.
제 경험 공유
저도 크고 작은 하락장을 종종 경험했습니다. 요즘과 같은 하락장이 언제까지 지속될지는 모르겠습니다. 그건 모르겠지만 오늘까지만 놓고 봤을 때는 파티 뒤에 뒤따르는 하락장으로 피터린치가 말한 종종 있는 눈보라 수준인 것 같습니다.
제가 겪은 하락장에서 가장 큰 실수를 했던 적은 2011년 8월이었죠. 똑똑히 기억합니다. 코스닥 시장 급락에 공포감을 못 이기고 가진 주식을 손절매했는데, 그때가 바닥이었습니다. 훌륭한 기업들이었는데 주가가 급락한다는 이유로 주식을 팔았던 것이죠. 바로 주식들은 반등했고, 저는 그해 마이너스 손실을 확정한 채로 투자를 마감 지어야 했습니다.
반면에, 급락장에서 무덤덤하게 보냈던 시간은 되려 더 큰 수익으로 돌아왔던 적이 대부분입니다. 평소 봐두었던 좋은 기업이 싸지면 가지고 있는 현금을 투입해서 주식 수량을 늘리기도 했고요. 장기간 주식시장에서 살아 있을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는 급락장이나 약세장에서 동요하지 않고 덤덤하게 행동했던 것인 것 같습니다. 투자의 가장 강력한 무기는 지식이나 테크닉이기도 하지만 종국에는 멘탈, 즉 정신력입니다. 정신만 바짝 차리면 됩니다. 시장 분위기에 휩쓸려서 부화뇌동하는 투자자가 가장 나쁜 투자자입니다.
많이 보셨겠지만, 이 글도 한번 보시면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어떤 것도 영원하지 않고, 이 또한 지나갑니다.
쉽지 않은 시기입니다만, 이 시기만 잘 이겨내면 또다시 좋은 시기가 찾아올 것이라고 믿습니다. 제 블로그에 들러주시는 분들께서도 지금 이 시기를 함께 잘 이겨냈으면 좋겠습니다. 좋은 날이 올 것입니다. 화이팅!
송종식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