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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12월 12일 화요일

성공적인 체중감량 진행 중


마지막으로 건강검진을 받은 것은 올해 9월 20일이다. 내 건강의 핵심적인 관리사항은 체중감량이다. 특히, 복부둘레를 줄이는 것이다. 병원에서 지속해서 지적을 받는 부분이다. 이날 측정한 내 체중은 87.9kg이었다.

두달 반 동안 4.7kg 감량 중


근래 1~2주 동안 헬스장엘 거의 못 갔다. 오늘 모처럼 헬스장에 방문했다. 각 잡고 제대로 운동하고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그리고 오랜만에 체중을 측정했다. 순간 내 눈이 휘둥그레졌다. 몸무게는 무려 83.2kg!! 검진을 받은 다음 날 부터 다이어트에 돌입한 효과를 눈으로 확인한 것이다. 오늘이 12월 12일이니 두달 반 동안 4.7kg 정도를 감량했다. 이렇게 순간적으로 기분이 딱 좋은 순간이 성취감을 느끼는 순간인가 싶었다. 선생님께서 14kg 감량을 목표로 잡아 주셨다. 그러니 앞으로 9.3kg만 더 감량하면 된다. 이걸 내년 세부 목표 중 하나로 잡으면 되겠다.

성적과 체중은 정직하다


성적과 체중은 정직하다. 한 만큼 결과가 나오기 때문이다. 체중을 감량하기 위해 우리가 알아야 할 사안은 다음과 같다.

먹는양의 증감 + 운동량의 증감 = 체중의 증감

사실 이 단순한 공식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다만, 실천하지 못할 뿐이다. 이번에는 건강을 위해서라도 이를 악물고 실천하기로 마음먹었다. 거창하고 지키기 어려운 것은 과감히 배제했다. 일상 속에서 지키기 쉬운 것 부터 실행했다. 그리고 그것을 습관화했다.

음식을 절제하다


나는 식탐이 있는 편은 아니다. 하지만 먹는 즐거움은 삶에서 비중이 큰 즐거움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식도락과 미식을 즐기는 편이다. 거짓말 좀 보태서 수도권이며 전국에 유명한 맛집은 안 가본 곳이 없다. 먹는데 쓰는 한달 비용만 해도 사람들이 들으면 놀랄 수준이었다. 

나는 예쁜 카페도 좋아한다. 카페도 전국에 이름난 곳들 중 어지간한 곳은 다 가본 것 같다. 카페에 가면 칼로리 폭탄급 음료도 자주 즐겼다. 과자와 주전부리도 주변에 놔두고 틈만 나면 오물오물 먹어댔다. 야식을 먹는데도 거리낌이 없었다. 외식도 많이했다. 식사의 대부분을 외식으로 해결했다. 딱, 듣기만 해도 살이 안 찔래야 안 찔 수 없는 식습관들이다.

의식적으로 입에 뭔가 넣는 것을 줄이다


예전에는 음식만 눈에 보이면 무의식적으로 집어 넣었다. 그 습관을 완전히 없앴다. 음식을 집고 싶어도 참다보니 이제는 안 집는 것이 습관이 되었다. 음식을 먹는 것은 아침, 점심, 저녁 식시 시간 때 뿐이다. 그때도 딱 정해진 양 만큼만 음식을 먹고 더는 먹지 않는다. 군것질이 당기면 가급적 하루에 과일 한 두개를 더 먹거나 물을 마신다.

쓰디 쓴 아메리카노와 친해지다


나는 스타벅스와 투썸플레이스를 자주 이용한다. 그리고 몇 군데 개인 카페들을 단골로 이용하고  있다. 스타벅스에 가면 내가 가장 애용하던 음료는 '스타벅스 딸기 딜라이트 요거트 블렌디드', '그린티 프라푸치노' 같은 칼로리 폭탄들이었다. 그것도 벤티 사이즈로만 즐겼다. 커피류는 설탕이 범벅된 카라멜 마끼아또 같은 단 음료를 즐겼다. 그것도 역시 벤티사이즈로!

투썸플레이스에 들르면, 온갖 과자와 설탕이 듬뿍 들어간 음료에 샐러드 하나, 그리고 덤으로 빵 한 두개를 더 시키는 게 내 기본 메뉴였다. 그렇게 카페에 머무는 시간이 늘어나면 그대로 또 시켰다. 그리고 나서 카페를 나서는 길에 식사는 별도로 또 했다. 이런 생활을 하니 살이 안 찔래야 안 찔 수가 있었을까 싶다.

요즘은 카페에 가면 '아메리카노 톨' 사이즈 하나만 시킨다. 다른 건 시키지 않는다. 조금 더 기분을 낼 때는 그란데 사이즈 하나를 시킨다. 아메리카노만 연달아 먹었다 싶으면 어떤 날에는 기분을 좀 내서 라떼 한 잔을 가끔 마신다. 그게 전부다.

카페에 가면 많은 단 음료와 간식들이 나를 유혹한다. 하지만 과감히 뿌리친다. 이제는 아메리카노 한 잔을 시켜놓고 카페에서 쉴 줄 아는 여유가 생겼다. 아메리카노 한 잔의 맛을 알았다. 확실히 이 부분에서 감량되는 체중도 꽤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카페 방문 횟수를 줄이다


카페에 들르면 아메리카노 한 잔만 마시는 수준으로 절제력이 늘었다. 하지만 내 친김에 카페에 방문하는 횟수 자체도 줄이고 있다. 내가 카페에 자주 들르는 이유는 '업무를 처리하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 아무래도 카페에 오래 머물 땐 가게 주인에 대한 미안함도 크다. 그러다 보니 오래 머물다 보면 미안한 마음에 과도하게 주문을 하게 된다. 일단 다이어트를 위해서라도 카페 방문을 강제로 줄였다. 요즘은 집에서 일한다. 카페에만 한달에 100만 원 남짓을 써댔다. 이것이 확실히 줄었다. 살도 빠지고 소비도 줄고 일석이조다.

외식을 자제하다


특별한 약속이 있지 않는 한 집에 머문다. 요즘은 일도 대부분 집에서 처리한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외식도 줄었다. 이전에는 대부분의 식사를 외식에 의존했었다. 요즘은 집 밥을 먹는다. 

가끔 외식을 하게 되면 예전처럼 불필요하게 많이 주문하지 않는다. 예전에는 배 터지도록 먹고도 남길 정도로 음식을 불필요하게 많이 시키는 습관이 있었다. 그게 인정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요즘은 그러지 않는다. 딱, 1인분 먹을 수 있는 것만 시킨다. 예전에는 사이드를 주렁주렁 시켰는데, 이것도 요즘은 절대 그렇게 하지 않는다.

아침을 챙겨먹다


이전에는 아침을 대부분 걸렀다. 하지만 요즘은 정말 의도적으로 챙겨 먹는다. 아침을 무겁게 먹는 게 개인적으로는 잘 안 맞다. 그래서 신선한 채소로 만든 샐러드를 먹는다. 그리고 단백질 보충을 위해서 고기를 조금 먹고 있다. 식사 후에는 후식으로 과일을 조금 챙겨 먹는다. 아침도 계속 챙겨 먹는 버릇을 들이다 보니 습관이 되었다. 이제는 몸이 알아서 아침을 자동으로 챙긴다.

식사, 수면 등 생활 습관을 루틴화 하다


원래 내 생체 리듬은 새벽 3시~4시쯤 수면에 들어가서 아침 6시에 일어나는 패턴이다. 나도 이제 40줄에 들어섰다. 그래서 그런가 이제 이런 생활은 몸이 받쳐 주지를 못한다. 그래서 한 동안은 오전 9시~10시 쯤 일어났다. 이 생활도 어느 정도 조정을 했다. 이제는 될 수 있으면 자정 전후로 잠자리에 누워 보려고 노력하고 있다. 나는 일 욕심이 많은 편이다. 그래서 밤 늦은 시간까지 일과 씨름한다. 그 욕심을 조금 내려놓는 연습을 하고 있다. 당일에 처리하고 싶은 게 많더라도 이제는 자정쯤 잠자리에 눕는 것을 익히고 있다.

위의 내용들은 어려운 부분들은 없다. 그저 참거나, 안하거나, 그냥 하면 되는 것들 위주다. 처음에는 의식적으로 그러려고 노력했다. 그러다 보니 몇 가지는 체득이 되었다. 이제는 대부분 습관과 루틴으로 자리가 잡혀간다.

영양소를 고려하며 먹다


이 전에는 영양소 따위는 고려하지 않으면서 먹었다. 이제는 음식을 살 때 표지에 붙은 영양소를 꼼꼼히 따져가며 산다. 그리고 머릿 속으로 '오늘 먹은 음식의 영양소', '이번주에 먹은 음식물의 영양소'를 안배하면서 다음 먹을 것을 선정한다.

오늘 채소를 너무 많이 먹었다면 고기를 조금 보충해서 먹는 식이다. 탄수화물과 지방은 모자람 없이, 하지만 너무 과하지 않게 섭취하고자 의식하며 음식 섭취량을 안배한다.

예전에는 큰 만두 한 봉지가 있으면 그걸 한번에 다 까서 먹었다. 믹스너트 한 통을 사면 그 자리에서 그걸 다 먹어 버렸다. 과자박스를 사면 그걸 한번에 먹어 치웠다. 이제는 절대로 그러지 않는다. 식사 이외에 주전부리는 금지하고 있다. 굳이 먹어야 한다면 '오늘은 이거 딱 한번이 끝이야'라고 다짐하고 지킨다. 그리고 수량을 철저히 통제한다. 만두를 먹으면 3개만 먹고 끝낸다거나, 견과류를 먹는다면 한 줌만 먹고 그날은 더 이상 먹지 않는 식이다. 절제와 통제가 다이어트의 기본인 듯 하다.

더 많이 움직이다


체중감량의 한 쪽 축인 먹을 것은 일단 저 정도만 지켜가면서 하고 있다. 너무 어려운 도전과제를 만들면 지칠 수 있기 때문에 하기 쉬운 것 부터 하나씩 체득해 나간다. 이제 체중감량의 다른 한 축인 운동이다. 나는 전문적으로 운동을 배운 사람이 아니다. 하지만, 제로 베이스이기 때문에 '움직이면 뭐라도 되겠지'라는 생각으로 그냥 이것저것 하고 있다.

운동에 Grit을 적용하다


나는 헬스와 등산 위주의 운동을 하고 있다. 과거에 복싱을 했지만 몸이 많이 다칠 것 같아 중단한지 꽤 되었다. 수영을 가끔 한다. 자리를 잡으면 수영도 루틴화해서 제대로 해볼까 생각중이다. 수영은 20대 시절 내내 새벽에 거르지 않고 했었다. 확실히 건강한 육체와 정신을 만드는데 도움이 된다. 여자분들은 몸매가 다 노출되니 부담이 되는 운동일 것이다.

헬스장에 가지 못하거나 등산을 하지 못하는 날에는 틈틈이 맨몸 운동을 한다. 헬스와 등산이라는 큰 돌멩이 사이사이에 맨몸 운동이라는 모래를 채워 넣는 것이다. 일상에서 틈만 나면 한다. 맴몸 운동은 스쿼트와 팔굽혀펴기 위주로 한다. 풀업은 헬스장에 가는 날에만 한다.

얼마전에 투자자 동생인 돌다리를 만났다. 돌다리는 집에서 맨손운동만 한다고 했다. 그런데 몸이 아주 좋았다. 상체는 완전한 역삼각형이었다. 몸이 날이 서 있었고 화가 나 있었다. 운동을 아주 많이 하는 것 같았다. 내가 돌다리에게 물었다.

"집에서 맨손 운동만 해서 어떻게 그런 몸을 만드니?"
"그냥 열심히 합니다."
"어떤 식으로 하는지 힌트 하나만 줘 봐."
"저는 세트 개수를 셀 때, 처음부터 안 세요. 일단 시작하고 계속 합니다. 그리고 팔이나 다리가 아파오면 그때부터 숫자를 셉니다. 그리고 목표로 한 숫자까지 채웁니다."

나는 머리로 망치를 맞은 것 같았다. 이렇게 하는 방법도 있구나 싶었다. 그날로 나는 집으로 돌아와서 돌다리가 알려 준 방법대로 운동을 시작했다. 하지만 나에게는 이 방법이 잘 안 맞았다. 이유는 너무 힘들어서였다. 돌다리가 체력이 정말 좋기는 좋구나 싶었다.

일단 나는 운동 한 세트에 17회를 실시하는 편이다. 그리고 몸이 덜덜 떨릴 때 까지 운동을 하는데, 돌다리가 알려 준 방법을 내 방식대로 개조를 해서 운동을 하고 있다. 

나는 일단 세트를 시작하고 17개 숫자를 채운다. 그리고 거기서 3개만 더 한다. 그리고 3개만 더 한다. 그리고 3개만 더 한다. 팔과 다리가 터질 듯 아파오면 이제는 거기서 2개만 더! 그리고 또 2개만 더! 그리고 2개만 더! 그리고 도저히 힘이 떨어지고 아파서 안될 것 같을 때, 마지막으로 1개만 더!, 그리고 1개를 해내면 거기서 1개만 더! 이런 Grit 타입의 방법을 만들었다. 돌다리가 알려 준 방법을 응용해서 나만의 방법을 만든 것이다.

이틀 전에도 그렇게 스쿼트를 했는데, 아직도 허벅지에 근육통이 안 풀려서 얼얼한 상태다.

등산은 집 근처에 용문산이 있어서 편리하다. 심심하면 용문산에 오른다. 종아리와 하체를 단련하는데 아주 좋다. 전신의 체력을 키우는데도 등산이 아주 큰 도움이 된다. 등산 모임에는 불순한 목적을 가진 사람이 많다하여 모임은 따로 하고 있지 않다. 혼자서 기동성 있게 산에 오른다. 운동 목적을 달성하고 나서는 내려와서 상쾌한 기분으로 샤워하고 일을 시작한다. 혼자서 하는 등산이 제맛이다. 나중에 등산 메이트가 생겨서 가끔 같이 다니면 좋겠다는 상상도 해본다.

하지만 이 모든 걸 힘 빼고 '그냥'한다


사실 실생활에서 적용하는 건 별 것 없다. 모두 다 절제하고 통제하는 것과 관련이 있다. 그리고 시간을 빼서 해야하는 일들은 '그냥' 하는 것이다. 저 모든 걸 다 힘을 빼고 그냥한다. 대단히 힘을 주고 하다보면 지친다. 지치면 오래하지 못한다.

아까 운동을 끝내고 전신 거울에 비친 내 몸을 보았다. 살이 5kg 정도 빠지니 꽤 보기가 좋았다. 살을 빼기 전에도 아저씨 소리는 듣지 않고 살았다. 하지만 살을 빼고 나니 훨씬 보기가 좋았다. 내 몸을 보면서 "내 몸이 꽤 예쁘네"라는 느낌이 들어서 성취감도 들었고 흡족했다. 내년에는 스스로 약속한대로 9.3kg을 더 감량해 볼 요량이다. 두달 반 동안 좋은 성과를 냈듯이, 내년에도 이 루틴과 약속들을 '그냥'할 예정이다.

이제 나도 40대 문턱에 들어섰다. 이제는 외모도 경쟁력이라고 생각한다.

배가 나오지 않도록 관리해야 한다. 검고 풍성한 머리숱이 유지되도록 건강을 유지해야 한다. 피부는 밝아야 한다. 입에서 나오는 말들도 이제는 30대 시절의 그것과는 달라야 한다는 것을 느낀다. 비싸고 좋은 의복을 입지 않더라도 늘 깔끔하게 입고 다니도록 노력해야 한다. 여유있고 깔끔한 미중년이 되도록 하자!

2023년 12월 12일
송종식


2014년 2월 27일 목요일

담낭염 복강경 담석 수술 수기 (삼성서울병원)

이 글은 2007년에 작성된 글입니다. 이전 블로그에 있던 글을 옮겨 왔습니다. 이글을 워낙 많은 분들이 읽고 제게 문의를 주셨습니다. 지금도 이글을 필요로 하시는 분들이 많으신 것 같아서 지금 블로그로 옮겨두겠습니다. 2007년에 수술을 했고 지금은 8년 정도 지났습니다. 그래서 수술 진행 방식이나 비용은 지금과 다소 차이가 날 수 있습니다.

저도 수술전 여기저기 검색해서 많은 분들의 좋은 수기를 읽고, 덕분에 더 빨리 회복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덕분에 덤덤하게 수술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사실 수술전에 좀 많이 두려웠습니다. 하하.)

우리나라 전체 인구의 10%가 담석을 가지고 있다고 합니다. 담석으로 고통받고 계실 또 다른 어떤 분을 위해서 저의 수기를 남겨드립니다. 일단은 힘내시길 바랍니다.

때는 지금으로부터 약 1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중학교에 다닐때 종종 복부쪽 고통이 심해서 등하교 버스안에서 상당한 고통을 겪었던 경험이 있습니다. 자주 그랬던 것은 아니고 아주 가끔 그랬었기에 대수롭지 않게 넘겼습니다. 그리고 고등학교, 대학교를 다닐때나 군에 복무중일때는 거의 증상이 없었습니다. 특별히 아픈곳도 없고 건강했기에 제 자신의 건강에 대해서는 상당히 맹신하고 살았습니다.

2006년 말, 정말 말로 설명할 수 없는 고통이 일정주기를 두고 몇 차례 찾아와서 지방에 있는 소화기 전문 외과에 가서 내시경과 몇 가지 검사를 받았습니다.

'이유 없는 복통'이라는 진단을 받았습니다. 단지 의심되는 것은 위산과다로 배가 아플 수 있다는 것이였고, 그때.. 그러니까 2006년 11월경 부터는 꼬박 위통약과 소화제 같은 약을 달고 살았습니다.

2007년에 역삼동에 있는 지금의 회사로 이직을 하게 되었고, 그 이후로는 아픈 주기가 더 잦아졌습니다. 2주에 한 번, 1주에 한 번, 어떨 때는 이틀에 한번씩 고통이 찾아왔습니다. 명치와 복부 깊은곳에서 쥐어짜는 듯한 고통이 자주 찾아오자 제 생활도 엉망이 되었습니다. 일에 대한 집중력도 떨어지고, 또 언제 찾아올지 모르는 고통 때문에 늘 긴장하면서 살았습니다.

매번 참았습니다. 그냥 이 악물고 참았습니다. 막 땅바닥에 뒹굴뒹굴 하면서도 12식간씩 지속되는 고통을 참다 못해 서울에서 처음 찾아간 곳이 영동세브란스 병원입니다. 마침 주말이라서 응급실만 열려있었고, 환자가 꽤 많았습니다. 여기서는 아픈 사람보다 돈이 먼저더군요. 너무 아파서 지갑도 카드도 없이 달려왔건만, 결제 하기전에는 치료가 안된다고 하더군요. 다행히 회사 간부들이 도와줘서 항생제 한 대 맞고 정신은 차렸습니다. 어쨌든 그 병원은 제 첫인상에 안 좋게 남아있네요. 그 병원에서 근무하시는 분들이 모두 그렇지는 않을거라고 믿습니다. 

어쨌든 이후에도 시도때도 없이 아팠습니다. 주로 새벽에 아팠습니다. 자다가 새벽 2시쯤 배가 아파서 잠에서 깨면 그때부터 약 12시간 동안 너무 아파서 온 방과 침대를 붙잡고 끙끙거렸습니다. 그리고 어떨 때는 회사에 출근하고도 계속 통증이 심해서 회사 근처에 있는 차병원에 아플때마다 들락달락 했습니다. 여기서도 역시 위산과다인 줄 알고 이것저것 촬영비랑 약값만 쏟아 부었습니다. 긴 기간동안 고통은 멈추질 않다가.. 어느날 의사선생님께서 제 소변검사 결과를 보니 황달수치가 높다고 담낭(쓸개)쪽 이상이 의심된다고 하시더군요. 그래서 그 다음주에 초음파 검사를 하기로 했습니다.

최초로 담석을 발견한 곳이 강남 차병원입니다. 의사 선생님께서 상당히 친절하셨습니다. 이거 정말 무척 아팠을텐데 어떻게 참았느냐며, 내일 바로 제거 수술을 하자고 했습니다. 무척이나 관심도 많이 가져주시고 친절하셨는데, 수술만큼은 좋은데서 하라는(차병원이 안 좋다는 말은 아닙니다^^) 회사 동료의 권유를 받고 삼성서울병원으로 향했습니다. 차병원 담당 의사선생님께서 서류를 친절하게 준비해서 삼성서울병원으로 보내주셨습니다. 차병원 의사 선생님께 정말 죄송하더군요. 그렇게 신경 써 주셨는데 다른곳에서 수술을 하게 되어서요.

수술을 받기 위해 삼성서울병원으로 향했습니다. 의사 선생님을 뵙고, 상담을 시작했습니다. 쓸개에 담석은 '무조건 수술'이라고 하시더군요. 수술전 약간의 기한을 두고 폐기능, 심장, 피검사, 소변검사, X-ray 등 몇 가지 검사를 받았습니다. 수술 날짜가 다가오니 솔직히 참 많이 떨렸습니다.

'몸에 칼대지 말고 살자'는게 제 삶의 신조 중 하나이고 건강과 시간은 무엇보다 소중한 인생의 유산이라고 외치고 살던저인데요. 건강이란게 관리하기 나름이겠지만 이게 생각처럼 잘 안되더군요. 어쨌든 몸에 칼은 대야할 판이고 매일매일 마음 졸이며 지내다가 마침내 입원날짜가 다가왔습니다.

2007년 8월 16일에 입원했습니다.

그리고 그날은 금식하고 그냥 편안한 마음으로 지냈습니다. 2인실로 방을 배정 받았는데 비싸기만하고 답답할 것 같아서 6인실로 옮겼습니다. 전 사람냄새 나는게 좋거든요. 

삼성서울병원 11층. 자세히는 모르겠지만 담낭이나 간, 장이나 위 같은 소화계통 환자들이 입원하고 있는 곳 같았습니다. 거의 대부분이 암환자분들이였습니다.

1154호. 제가 입원한 방이였습니다. 정오에 입원실로 간 제 옆 침상의 환자분이 밤 9시가 넘어서야 수술을 마치고 오셨습니다. 마취가 안풀려서 비몽사몽 하고 있는 모습을 보면서 저는 어찌나 놀랐던지. 내일 내가 저렇게 되는가. 그리고 아직 스무살도 안된 동생같은 친구가 암투병하고 있고, 고생하시는 옆에 어머니. 하지만 그 어머니는 웃음을 잃지 않으시더군요. 

장난끼 넘치시던 제 오른쪽 침상의 아저씨는 전혀 대장암 환자가 아닌 것 같았습니다. 이런 사람냄새나는 분위기는 어쩐지 싫지 않았습니다.

수술 전 병원에서 몇 가지 동의를 받기위해서 저를 호출했습니다. 수술 후 생길 수 있는 합병증과 수술 중 생길 수 있는 사고에 관한 것들을 저에게 통보해주었습니다. 제가 동의를 해야 수술을 진행할 수 있었던가 봅니다.

수술이 끝나면 심호흡과 기침을 해서 가스를 잘 빼내야 한 다는 것을 당부받았고, 수술 중 여러가지 사유로 인해서 복강경 시술이 개복술로 바뀔 수 있다고 했습니다. 또한 부차적으로 생길 수 있는 합병증이나 여러가지 잡다한 문제 같은 것들이였는데 크게 우려할 것들은 아니었습니다. 지극히 낮은 확률들의 문제들이었습니다.

다시 병실로 돌아왔어요. 일원동 삼성서울병원 환자실에서 바라보는 강남 야경이 참 예쁘네요. 병실에는 커다란 창이 있어서 병원 분위기에 적응하면서 창 밖을 봐주곤 했는데, 강남의 끝자락인데도 타워팰리스, 남산타워, 스타타워 그리고 역삼동에 저희 회사 사무실쪽도 보이더군요. 전망 참 좋았습니다. 그렇게 16일은 분위기 적응하면서 보냈습니다.

수술 전 날 팔에 주사되는 것은 포도당과 항생제였습니다.

17일. 오전 쯤 수술하리라 생각했는데 수술환자가 많아서 수술이 오후로 밀렸답니다. 정처없이 기다렸습니다. 점점 시간이 길어질 때마다 긴장되더군요. 긴장감이 극도에 달했습니다. 2시 50분쯤 수술복으로 갈아입고 수술실로 실려 갔습니다.

중앙수술실. 커헉! TV에서만 보던곳인데 제가 실려왔습니다. 제 왼쪽에는 88년생 참한 아가씨가 어디가 아픈진 몰라도 저랑 나란히 누워있었습니다. 무서웠던지 입술을 꽉 깨물고 두 눈을 감고 있더군요. 저 역시 무서웠습니다. 심장이 막 요동치기 시작했습니다. 마침 문병와있던 동생들이 들어와서 안정은 됐지만 이들은 이내 쫓겨났습니다. 수술실에 민간인 출입이라니. 하하.

수술 전 미용실에서 주는 이상한 비닐모자 같은거 덮어쓰고 최후(?)의 동의서를 작성했습니다. 치아가 부러질 수 있고 여러가지 합병증이 생길 수 있다는 등의 내용이였습니다. 동의서에 싸인하자마자 수술대 아래로 바로 보내지더군요. 아아아아아... 별 생각이 다 들었습니다. '여기서 죽나, 아니 살래나. 살면 아플까?' 유치하지만 그런 상황이면 누구라도 그런 생각이 들거에요.

팔다리 쫙 펼치고 손가락과 팔과 몸에 이상한 장치들을 붙이고, 호흡기에 호흡 5번 하고 나니 머리가 핑~ 돌면서 정신을 잃었습니다.


여기서! 최근 저를 비롯해서 수술을 앞두고 계신분들이 걱정하시는 '수술중 각성' 현상은 없었습니다. 영화가 문제지요. 안 그래도 선생님께 여쭤봤습니다. 실제 그런 일이 있어도 그냥 잠깐 잠에서 깨어났다가 불쾌한 기분 살짝 들고 다시 잠드는 수준이라고 하네요. 그러니 걱정할 필요가 없으실 것 같습니다.

정신을 깨고 보니 입원실로 막 후송되고 있었습니다. 어렴풋이 기억하건데 시간은 6시가 쫌 덜 되었습니다. 2시 50분쯤 들어갔으니 총 3시간 정도 소요됐네요. 수술만 3시간을 한게 아니라 회복실에서 한시간 넘게 있었습니다. 수술을 준비하는 데도 꽤 오랜 시간이 들어간다고 합니다.

제가 듣기로는 실제 수술 시간은 30분 정도라고 합니다. 그리고 걱정하던 통증은 생각보다는 적었습니다. 개복을 한 다른 환자분들은 통증을 많이 호소 하셨는데 복강경 수술이라 그런지 통증이 적었습니다. 

물론 통증이 아예 없는건 아니지만 담석으로 고통 받던거에 비하면 애교입니다. 그러니 걱정하실 필요는 없구요. 의식이 돌아오자마자 머릿속에 달달 외우고 있던 심호흡 운동을 시작했습니다. 

길게~ 빨아들이고 길게 내쉬어야 됩니다. 이거 잘 안하면 폐가 쪼그라들거나 폐렴이 생긴다고 합니다. 탱탱한 폐를 위해서 길게 빨이들이고 길게 내쉬었습니다. 마취 가스때문에 너무 잠이와서 옆에서 계속 깨우는 소리가 들리고 잠시 정신없다가 심호흡 하고.. 

계속 그렇게 하다가 금방 침상에서 일어났습니다. 일어나서 앉아 버렸습니다. 배를 열어보니, 아. 절망입니다. 배꼽 아래와 명치쪽 그리고 우측 복부 이렇게 4군데에 수술자국이 있습니다. 정신을 잃은 사이 제 쓸개가 도망갔습니다. 아아. 뭔가 기분이 허전 합니다. 돌아와라 내 쓸개야 외쳐보지만 돌아오질 않네요. 그리고 다른곳은 막아놨고 명치쪽에는 피와 고름을 빼내는 피주머니가 달려 있었습니다. 명치쪽은 해부학적으로 복잡하거나, 중요한 내장은 없다하니 혹시 잘못될까봐 고민하실 필요는 없겠네요.

그리고 병원측에서 제 몸에서 나온돌이라고 보여줬습니다. 예쁘게 포장해서 명찰까지 붙어있었습니다. 1cm 가 넘는다고 알고 있었는데, 생각보다 작았습니다. 아마도, 뱃속에서 깨뜨려서 꺼낸 것 같습니다. 색은 석탄처럼 까맣고 날카로웠습니다. 저런게 뱃속에 돌아다녔으니 그 동안 그리 아팠던가 봅니다. 더구나 저 돌은 세균덩어리일텐데 말입니다. 이제라도 빼내었으니 안심입니다.

실제 제 몸에서 나온 돌입니다. 저런게 돌아다니니 안 아플 수 없었겠죠.

수술을 마쳤으니 소변을 봐야됩니다. 소변을 몇 ml 봤고 방구를 몇번 꼈고 이런 것들을 간호사 선생님들에게 다 보고해야 합니다. 첫 소변이 쉽게 잘 안 나옵니다.

분명 소변이 나오기 직전인 느낌인데 딱 거기서 나오질 않습니다. 그렇게 낑낑대고 있으니, 이쁘장한 또래 간호사 아가씨가 소변관을 가지고 와서 제 바지를 화끈하게 벗겨버렸습니다.  그리고 아무렇지 않다는 듯 제 심볼을 잡고 요리조리 살피더니 소변관을 그냥 확 꽂아버리는 겁니다! 아악! 이건 정말 아픕니다. 수술 기간 중 가장 아픈 거였습니다. 각오를 해야합니다. 아님 자발적으로 소변을 잘 보셔야합니다. 

중간에 그 관을 도로빼서 다시 집어넣는데 그 고통은 말로 못합니다. 아랫배를 막 눌러대니까 신기하게도 소변이 나옵니다. 이 날은 어지러워서 걷지는 못하고 누워서 의사소통은 가능했습니다. 팔에 꽂힌 주사기에는 포도당, 항생제 그리고 이상한 주머니 하나 더 해서 3개인가 4개 정도 되는 수액제를 달고 있었습니다. 여차저차 그렇게 수술 당일의 저녁은 깊어갔습니다.

18일. 수술 다음날에는 별다른 건 없었습니다. 혼자서 걸을 수 있었습니다. 회복이 빨랐습니다. 그리고 점심때부터는 식사를 시작했습니다. 죽이 나왔습니다. 보통 병원에 문병갔을 때 기억으로는 병원밥은 영 못 먹는 체질이었습니다. 그런데 삼성서울병원 밥은 맛이 있더군요. 수술후라 배가 고파서 그랬던건지.

수술 다음날부터 식사하고 걸어 다니면서 운동을 했습니다. 많이 걷는 운동을 해야 방귀가 나온다고 합니다. 방귀끼는게 너무 중요한데 그날 방구를 못 꼈습니다. 거기다가 정상인은 1.5인 황달수치가 수술전 1.7로 높은편이라고 진단되어 초음파 검사를 했습니다. 수술 직후 3.3까지 수치가 수직상승. 결국 그 날 퇴원하기로 했던 계획은 무산됐습니다. 그리고 방구뀌기 프로젝트에 들어갑니다. 더불어 황달수치도 낮아져야 하는 상황이 온거죠. 여러분 방구 열심히 뀌세요.

이날 저녁답에는 명치에 꽂아져있던 피고름 주머니(?)를 떼어냈습니다. 이거 빼낼 때 1초 동안 기분이 안 좋습니다. 몸에서 뭐가 확 빠져나가는 느낌이 들어요. 그리고 마무리로 의료용 스테이플러가 등장합니다. 생살을 그냥 찝어버립니다. 생각보다 아프진 않았습니다. 따끔합니다.

19일. 정상인이라면 어제 퇴원 했을텐데 방구가 나오지 않았고, 피검사에서 황달 수치가 높게 나와서 퇴원을 못하고 있었습니다. 어제부터 계속 피검사의 연속입니다. 기억으로는 식사 시간때 마다 예쁜 간호사 아가씨들이 와서 제 피를 뽑아간 것 같습니다. 황달수치는 3.3에서 2.7로 떨어졌지만 여전히 높았습니다. 그리고 걷기 운동 정말 열심히 했습니다. 방구가 너무 안나와서 오기가 붙었습니다. 한번에 두 시간을 걸었습니다. 그리고 피곤해서는 바로 곯아 떨어져서 잠 들었습니다. 잠에서 깨자마자 방구가 나왔습니다. 그것도 무려 12콤보로.

바로 간호사 선생님한테 방구꼈다고 보고 했습니다. 황달수치는 좀 높았지만 의사선생님께서 퇴원하라고 했습니다. 그래서 3박 4일만에 퇴원했습니다.

암환자가 많아서 그런지 의사 선생님이 회진 하실때도 특별히 저에게는 큰 관심을 안 보여주셨습니다. 아마도 작은 수술이고 회복이 빠르니까 그렇겠죠? 그러니 담낭염으로 수술하실분들은 걱정 안 하셔도 되겠습니다.

병원비는 6인실 4일 입원 그리고 식사 4끼, 수술비 포함 의료보험 적용해서 80만원 정도라고 간호사 아가씨가 말했습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여분으로 220만원 넣어놓고 왔습니다. 당연히 초과 입금된 금액은 돌려 줍니다.

도움되셨으면 합니다.

엇. 방금 병원에서 전화가 왔네요.. 정확한 금액이 128만원 이라고 합니다.

작은 회사에서 조차도 커뮤니케이션 단절 문제가 발생하는데요. 이 거대한 병원에서 어떻게 커뮤니케이션이 이렇게 잘 되는지 궁금했습니다. 가장 최근의 지금 내 몸의 상황을 간호사 한 두명이 알고 있는게 아니라 전체 간호사가 다 알고 있었습니다. 레지던트와 의사선생님도 알고 있더군요. 이 삼성병원이라는 거대한 기업체의 의사소통 구조가 궁금해져서 한동안 열심히 연구도 해봐야겠습니다.

수술때문인지는 몰라도 머리 감을 때 머리가 엄청나게 빠져요. 저는 머리숱이 어마어마하게 사람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눈에 보일 정도로 머리숱이 많이 줄었네요. 그리고 허리도 좀 아프고요. 수술부위가 간질간질하고 아직까지는 거동이 불편한 정도가 수술이 제게 남겨 준 것들입니다. 일주일 후에 실밥 뽑으러 가면 이제 재활은 제 몫이 되겠네요. 기름진거 음식 줄이고 걷기 운동 열심히 해야할 것 같습니다.

담낭염, 수술 앞두신 분들께.
걱정 마시고 수술해서 쾌유하세요 담석의 고통에서 해방돼 하루하루 얼마나 기쁜지 몰라요. 여러분들도 화이팅입니다. 아자!

2007년 8월 19일